신간 전자책
늪을 건너는 법
도서정보 : 구효서 | 2015-05-19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우리가 한 번은 떠나보낸, 그러나
먼길을 돌아 다시 도래한 이방인 같은 소설
― 23년 만에 다시 읽는다, 소설가 구효서의 첫 장편소설
1991년 『문예중앙』 봄호에 발표되고 그해 6월 단행본으로 선보인, 소설가 구효서의 첫 장편소설 『늪을 건너는 법』이 23년 만에 새 옷을 입고 출간되었다. 1987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단편 「마디」가 당선되고 3년이 지난 1990년, 작가는 자신의 첫 장편 『늪을 건너는 법』을 썼다. “등단 3년, 직장생활 3년, 결혼 3년째였고 아이가 세 살이었”던 “모든 게 세 살인 시절”, 작가는 “매일 새벽 4시에 일어나 7시까지 이 소설을” 쓰고 직장으로 출근했다. 작가의 작품세계에서도 ‘새벽’에 해당하는 첫 장편을 탈고한 후, 작가는 다니던 직장(문학사상사)을 그만두고 그때부터 지금까지 전업작가의 길을 걷고 있다.
작가는 출간 당시 한 인터뷰에서 “우리가 굳게 믿고 있는 것들에 대해 회의를 가져보자는 생각에서 이 작품을 쓰게 됐으며 기존 소설에 대한 일종의 반발심으로 기법 또한 ‘과거를 훑어나가는’ 새로운 방법을 채택했다”(경향신문 1991년 5월 21일자)고 집필의도를 밝힌 바 있다. 그래서였을까, 당시 신예작가 구효서의 작품들은 80년대 해체시에 대응하는 해체소설로 읽히기도 했다. 또 그는 전통적 소설 문법을 거부하는, 형식 실험을 하는 작가로 평가받기도 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그는 추리소설적 긴장감과 속도감으로 단숨에 읽히는 작품을 쓴다는 점에서 평단과 독자의 인정을 동시에 받아왔다. “설화적인 것과 소설적인 것의 절묘한 결합에서 오는 긴장감의 지속성이 독자를 이끄는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는 문학평론가 김윤식의 평처럼 말이다.
당신의 피와 이름과 과거와 성장과 의지와 사랑 모두가 조작되었다
『늪을 건너는 법』은 이탈리아 월드컵이 한창이던 1990년 여름, 사십대 중반의 주인공 전봉구가 겪은 기이한 경험을 그 자신이 회고하고 기록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일제시대 자본가의 아들로 태어나 유복한 환경에서 성장해온 전봉구는 현재 사원 천여 명 규모의 기업체 부사장이다. 그러나 지금껏 그의 일생을 지배해온 남부러울 것 없는 평온한 일상은 그해 여름 발신인 불명의 팩스 두 통이 배달되면서부터 조금씩 흐트러지기 시작한다. “당신은 당신의 가족 중에 죽은 맏딸이 있다는 사실을 아는가”(14쪽)라는 내용이 전부인 첫번째 팩스, 그리고 같은 문장으로 시작하되 훨씬 내용이 길고 구체적인 두번째 팩스가 주인공에게 배달된 것이다. 팩스는 이렇게 전한다. 당신(전봉구)이 알지 못하는 맏누이가 있는데, 그 맏누이는 열세 살 때 아버지로부터 호된 질책을 듣고 충동적으로 자살한다. 그런데 이 자살이 당신의 존재(출생)와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 당신은 지금까지 친어머니로 알아온 고씨 부인의 소생이 아니라고, 당신의 친어머니는 따로 있다는 것이다.
사장인 형과 부사장인 자신을 이간질시키려는 노조 간부들의 장난질인가, 하는 게 이 팩스에 대한 주인공의 반사적 대응이었는데, 어찌된 일인지 평소 자신답지 못하게 그 팩스 내용을 떨치지 못한 그는 차츰 불면에 시달리게 된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균형감각과 현실감각을 회복시키고자, 자신 출생의 비밀을, 가족의 진실을, 어머니의 실체를 제 손으로 밝혀내기 위해, “얼마간 당신의 현재 삶과, 그 삶이 일방적으로 요구하는 당신의 입장과 처지로부터 멀찌감치 떨어져서 전혀 다른 관점으로 자신과 세상을 되돌아”(15쪽)보라는 팩스의 요구대로 본적지 강화도로 떠난다.
주인공은 강화도를 세 번 방문하는데, 이 세 번의 여정에 대한 기록이 소설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생모의 귀환’이라는 문제의 실체를 파헤치고자 주인공은 기사처럼 모험길에 나서고, 다양한 조력자들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등장해 모험을 떠난 주인공을 돕는다. 리리코의 미즈 정, 통대, 뽀로수 할머이, 이씨 집성촌의 이성희, 향토사학자 김송배, 오호자의 조카 오씨, 초지진 관리인 이씨, 무당 최무수 등등. 그러나 이 조력자들은 전통적인 의미의 조력자 역할에 관심이 없는 편이다. 이들은 각자의 시선과 입장에서 주인공에게 이야기를 전하는데, 이는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단편 「덤불 숲」(살인사건에 대한 4인의 서로 다른 시선과 입장)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진실에 가까이 접근할 때마다 나는 점점 알몸이 되어갔다, 부끄러웠고 또 두려웠다
첫번째 강화도행에서 주인공은 일제시대 악덕 자본가이자 호색한(주인공의 탄생 배경이기도 하다)이었던 아버지의 실체를 알게 되고, 두번째 방문에서는 어머니의 실체를 희미하게나마 파악하게 된다. 아버지의 회사 동화고무의 생산직공이었던 이포전이 전봉구의 어머니라는 정황이 드러난 것이다. 세번째로 찾은 강화도에서 주인공은 이포전이 사주 전만호의 추행에 의해 임신했다는 재판 기록을 읽고, 그녀가 자신의 어머니임을 확신하게 된다. 그런데 어찌된 영문인지 주인공은 어머니의 실체를 확인하자마자 또다른, 더 강력한 과업을 부여받게 된다. 어머니가 속해 있던 ‘나림’이라는 집단의 미스터리한 성격이 주인공을 더 깊은 “혼돈과 미망의 늪”으로 빠뜨린 것이다. 소설 중반 무렵 플롯은 또다른 국면으로 접어든다.
‘나’라는 존재의 일차적 뿌리(어머니의 존재)를 확인한 후 전봉구는 보다 근본적인 뿌리(어머니의 배경)를 파헤치기 시작한다. 그러나 ‘녹두’ ‘백절교’로도 불리는 이 ‘나림’은 삼별초의 후예라는 견해, 무신정권에 반대한 노비의 후예라는 견해, 유배된 왕족의 후예라는 견해, 역사의 희생양이라는 견해 등 갖가지 다른 설명이 더해지는 집단인 까닭에 주인공은 점점 그 실체로부터 멀어져만 간다. 그러다 주인공은 이 여름 강화도행을 감행하기 전 자신과 기이하고도 제의적인 정사를 가졌던 ‘리리코의 미즈 정’ 부고기사를 읽고 서둘러 서울로 돌아온다. 그간 미즈 정으로만 알고 있었던 그녀의 이름이 어머니의 이름과 같은 ‘포전’임이 부고기사를 통해 밝혀진 것이다. 포전은 백절교의 직제 가운데 하나이다. 이 여름의 혼륜이 시작될 때 ‘관계’ 맺기 시작한 그녀가, 어머니와 같은 이름을 가진 그녀가, 현재 백절교의 일원인 그녀가 죽자 주인공은 그간의 여정을 접고 도망치듯 귀경길에 오른다.
주인공은 서울로 돌아와 경기도 광주 인근의 정포전 장례식에 참석하지만, 괴이하고 섬뜩한 추도 행사를 견디지 못하고 한번 더 도망치듯 서울로 빠져나온다. 1990년 여름의 깊은 혼돈에서 주인공은 결국 도망치는 방식 외에 다른 해법을 구하지 못한 셈이다. 주인공은 그래서 이 혼륜의 여름을 기억으로라도 남기고자 이 이야기를 기록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 소설은 글쓰기에 대해 자의식적인 언급을 수차례 반복하고, 현실 재현이나 진리 추구에 대해 반성적으로 접근한다는 점에서 메타픽션이라 할 수 있다.)
내가 이루어놓은 모든 것들이 소중하게 여겨지기 시작했다. (……) 그것들을 꼭 붙들어야 할 것 같았다. 나를 숨길 숲이었으므로. 길이 들어 자유스러워진 일상을 그 숲 밖에서는 찾을 수 없을 것 같았으므로. 그것들에 내 몸뚱어리를 붙들어매는 데 필사적이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늪에서 기어나와 숲으로 들어갈 차례였다. 죽을 때까지 숲에서 나오지 말아야 했다. 이 기록은 숲이 울창하도록 나무 한 그루를 더 심는 일인지도 모른다.
어머니를 찾는 일에 난 왜 철저하지 못했을까. 어머니뿐만이 아니었다. 나는 아버지를 드러내는 일에도 소홀했다. 돌이켜보면 섬사람들에게서 나림과 동화고무에 관한 훨씬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 그들에게 질문을 할 때마다 내가 입고 있는 옷들이 한 벌씩 벗겨져나가는 착각에 빠져들었었다. 나의 옷이 대답의 대가로 그들에게 지불되는 화폐이기라도 하듯. 어머니에 관한 힌트 한 가지를 얻을 때마다 나는 점점 알몸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착각에 몸을 움츠렸다. 알몸으로 샅샅이 벗겨지기 전에 섬을 탈출할 각오를 미리 다짐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때 벗겨나간 옷들을 필사적으로 다시 주워입고자 하는 것은 아닐까. 그 옷 속에서 아내의 남편, 자식들의 아버지, 건실한 중소기업의 부사장으로 살아가는 것에 만족하려는 것이 아닐까. 누에가 고치를 짓듯 옷의 내벽에다 끊임없이 각질의 성을 쌓으며.
그 여름을 기록하려는 이유가 명확하게 정리되지는 않았지만 난 더 오래 참을 수가 없어서 백지 앞으로 달려들었다. 모든 것은 스스로 존재할 권리를 갖듯이, 내 글도 일단 기록을 시작하고 나면 나름의 존재 이유를 얻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생각에서.(204~205쪽)
부적을 그리듯 써내려간 지난여름의 혼륜, 허무 그리고 늪
해설을 쓴 문학평론가 류보선은 『늪을 건너는 법』에서 ‘문명과 야생’의 관계를 닮은 여러 이분 구조를 읽어낸다. 주인공에겐 가해자 아버지(전만호)와 피해자 어머니(이포전)가 양립하는 이분 구조이고, 삶과 죽음, 국가와 녹도, 서울과 강화 또한 마찬가지다. 그러나 이 같은 대립항들은 표면상으로만 맞설 뿐, 한 단계 아래 층위에서는 서로가 공생하고 공존하기 마련이다. 문제는 유한한 인간이 그 한 단계 아래 층위에 접근하면 할수록 그 실체가 허무에 가까워진다는 데 있다. 소설 후반 “늪에서 기어나와 숲으로 들어갈 차례였다. 죽을 때까지 숲에서 나오지 말아야 했다”(205쪽)는 주인공의 다짐과 깨달음은 그래서 나왔을 것이다. 진실과 실체에 접근하고자 노력하면 할수록 내가 입은 옷들이 한 벌씩 벗겨져나가는 건 아닐까, 이러다 알몸으로 세상을 마주하는 건 아닐까, 하는 불안감 때문에 결국 주인공은 균형감각과 현실감각의 회복이라는 애초 목표를 포기하고 섬을 탈출하기에 이른다. (이처럼 자명하고도 허무한 실체를 발견하게 되었다는 게 주인공의 성과라면 성과일 것이다.)
주인공을 따라 먼길을 우회하자 이 소설 속에 산재한 갈등들이 끝끝내 실체나 진실 파악의 형태로 해소되지 않은, 해소될 수 없는 까닭이 저절로 드러난 셈이다. 류보선은 “이방인은 문제를 가져오고, 질문을 한다”라는 데리다의 말을 빌려 『늪을 건너는 법』을 이렇게 표현한다. “우리가 한 번은 떠나보낸, 그러나 먼길을 돌아 다시 도래한 이방인 같은” 소설이라고. 그리고 이렇게 해설을 마무리짓는다. “바야흐로 이제 우리가 늪을 건널 차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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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행복한 시간인가
도서정보 : 박완서 | 2015-05-19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그리운 이름, 박완서
살아 있는 목소리로 다시 만나다!
한국 현대사를 온몸으로 살아온 생생한 경험담에서 사회를 바라보는 냉철한 눈, 소소한 일상에서의 아기자기한 이야기까지-
2011년 1월 22일, 한국 문단은 소중한 작가 박완서를 떠나보내고 큰 슬픔에 잠겼었다. 1931년 일제강점기에 태어나 광복과 한국전쟁, 남북분단 등 현대사의 아픔을 고스란히 겪었던 박완서 작가는 1970년 불혹의 나이에 문단에 데뷔하여 2011년 영면에 들기까지 40여 년간 수많은 걸작들을 남겼다. 2015년, 그가 우리 곁을 떠난 지 4년째를 맞았다. 더이상 그의 신작을 만날 수는 없지만, 그가 40여 년간 세상에 내놓은 작품들은 여전히 이곳에 남아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박완서 작가는 자신의 작품으로 인해 영원히 죽지 않는 작가가 되었다. 하여 해마다 그의 기일이 돌아올 때마다 그를 잊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는 소소한 움직임들이 이어지고 있다. 박완서 작가 4주기에 맞춰 발간된 그의 초기 산문집 일곱 권도 그렇게 작지만 진심 어린 마음을 담고 있다.
더이상의 수식이 필요 없는 작가 박완서는 소설뿐만 아니라 여러 매체를 통해 발표한 산문들도 독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다. 1977년 평민사에서 출간된 『꼴찌에게 보내는 갈채』를 시작으로 박완서 작가는 꾸준히 산문집을 출간했다. 각각의 책에는 그의 작품 이면에 숨겨진 인간 박완서의 삶과 어머니이자 아내, 중산층으로 살아가는 대한민국의 한 국민으로서 사회를 바라보는 비판적 시선, 소소한 일상에서 느끼는 행복과 즐거움이 오롯이 담겨 있어 읽는 이로 하여금 소설과는 또다른 재미와 감동을 느끼게 한다.
문학동네에서 이번에 출간된 박완서 산문집은 그의 첫 산문집을 포함한 초기 산문집 일곱 권이다. 1977년 출간된 첫 산문집을 시작으로 1990년까지 박완서 작가가 펴낸 것으로서, 초판 당시의 원본을 바탕으로 중복되는 글을 추리고 재편집하여 새로운 모습으로 독자들을 찾아간다. 각각의 제목은 1권 『쑥스러운 고백』, 2권 『나의 만년필』, 3권 『우리를 두렵게 하는 것들』, 4권 『살아 있는 날의 소망』, 5권 『지금은 행복한 시간인가』, 6권 『사라져가는 것에 대한 애수』, 7권 『나는 왜 작은 일에만 분개하는가』이다. 당시와 한글 맞춤법이 많이 바뀌어 현재의 맞춤법에 따라 수정을 하였지만, 박완서 작가 특유의 입말을 생생하게 살리기 위해 다양한 표현들은 그대로 살렸다. 그러나 수록된 산문에서도 드러나거니와 우리말에 대한 관심과 바른 말 쓰기에 대한 신념이 확고했던 작가인지라 40년이 가까운 시간이 흘렀지만 전혀 어색함이 없을뿐더러 그 시간의 차이도 전혀 느낄 수 없을 정도로 생생하게 다가온다. 특히 박완서 작가의 맏딸 호원숙 수필가가 일곱 권의 산문집이 새롭게 독자들 앞에 설 수 있도록 출간 과정을 함께했다.
한편, 각각의 표지를 장식하는 이미지들은 이병률 시인과 박완서 작가의 손녀 김지상씨가 사진으로 찍은 박완서 작가의 유품이다. 이로써 안에 담긴 내용뿐 아니라 새로 차려입은 새옷에 담긴 그 의미까지 더욱 풍성해졌다.
무엇보다 이번 일곱 권의 산문집이 반가운 이유는, 여러 가지로 힘든 상황에 놓인 현재의 우리들에게 이 책을 통해 마치 박완서 작가가 살아 있는 목소리로 위로를 전하는 것 같아서가 아닐까. 한국 현대사를 온몸으로 살아온 작가의 생생한 경험담과 당시 사회의 여러 가지 현상들을 바라보는 냉철한 눈, 작가로서 또는 평범한 생활인으로서 가지는 소소한 일상에서의 아기자기한 이야기가 펼쳐지는 이 일곱 권의 산문집은, 길게는 40년 가까운 시간이, 짧게는 25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2015년 현재에도 유효할 뿐 아니라 여전히 가슴을 울리기 때문이다.
* 박완서 산문집 5 『지금은 행복한 시간인가』
“왜 이렇게 피차 외로운 신세끼리 따로따로 노는 걸까”
박완서 산문집 5권은 1985년 출간된 『지금은 행복한 시간인가』를 재편집하여 같은 제목으로 펴낸 것이다. 이 무렵 아파트로 이사한 작가는 여러 글에서 아파트 분양과 관련한 여러 문제점들을 지적한다. 한옥에서 아파트로의 변화가 단지 주거환경만의 변화가 아님을, 그 속에서 퇴색되고 상처받는 소중한 것들이 있음을 잊지 말자는 이야기가 생생한 일화를 통해 보여진다.
한편, 박완서 작가가 많은 관심을 기울인 것 중의 하나로 여성문제를 들 수가 있는데, 단순히 여성의 권리만을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여성 스스로의 반성과 자각을 촉구하고 있다. 표제작 「지금은 행복한 시간인가」도 이러한 연장선상에 있는 글이다. 어려운 처지에 놓인 여성들의 일이 자신의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소위 팔자 좋은 여자들의 허위를 꼬집는 과감한 발언은 여성의 문제를 넘어서 사회 전반의 모든 문제를 아우르는 일침으로 읽을 수 있다.
눈이 피곤할 때나 할 일이 없어 심심할 때 창밖을 보면 멀리 성남 쪽의 산들이 바라보였다. 공기가 자욱해서 가까운 산만 보일 적도 있었고, 산 넘어 산, 그 산 넘어 또 산까지 보일 만큼 공기가 투명한 날도 있었다. 창가에서 먼 산을 볼 수 있다는 건 나에게 큰 위안이었다. 그러나 길가로 면한 얼마 안 되는 공터에까지 아파트가 들어섬으로써 나의 창가의 이런 위안마저도 빼앗기고 말았다. 이제 내 창가에서 볼 수 있는 건 온통 아파트뿐이다. 앞에도 좌우에도 멀리에도 가까이에도 첩첩한 아파트의 숲이다. 어떤 때는 내 눈에 그게 엄청난 돈더미로 보인다. 저건 1억 원 뭉치를 쌓아놓은 거, 저건 5천만 원 뭉치를 쌓아놓은 거, 하는 식으로 곱셈을 하다보면 머릿속에서 0이 수도 없이 새끼를 치고 혼란을 일으켜 도저히 감당을 못하게 된다. 그런 계산이야말로 사람의 머리가 할 짓이 아니라 전자계산기라는 그 앙증맞고 요망한 기계나 할 일이란 생각이 절로 난다. _「잃어버린 우리 동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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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실 밖으로 나온 의사의 잔소리 [내 눈에 콩깍지를 씌운 잘못된 건강상식에서 벗어나기] (체험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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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몸을 위해 깐깐한 잔소리가 필요하다
EBS [명의 3.0]이 선정한 갑상선암 명의, 강남세브란스병원 갑상선암센터 소장 장항석 박사의 첫 저서!
의료인이 인정하는 의사, 웃는 얼굴과 따뜻한 가슴으로 환자들을 대하는 의사, 환자에게 도움이 된다면 어떤 조언이든 아끼지 않는 의사 장항석 박사가 진료실에서 환자들에게 하던 잔소리를 이 책에 담았다. 첨단이라 불리는 치료법부터 효과 좋다고 알려진 민간요법, 현대의 질병들, 유전자 검사의 맹점, 암 치료에 대한 궁금증, 건강 식사법까지 경험과 연륜 있는 의사만이 전할 수 있는 소신과 애정 어린 잔소리들로 가득하다.
KBS [아침마당] 목요특강에 출연해 ‘내 몸을 위한 깐깐한 잔소리’라는 강연을 해 시청자들의 큰 반응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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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정보 : 캐슬린 그리섬 | 2013-06-20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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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클럽을 통해 독자들의 입소문만으로 아마존 베스트셀러가 된 화제의 소설! 독자들의 입소문이 만든 순박한 베스트셀러, 《키친하우스》 2010년 무명작가의 첫 소설이 조용히 출간되었다. 여기저기 출판사에 투고하고 거절당하기를 수십 차례 반복한 뒤 간신히 출간된 책이었다. 출판사에서는 큰 기대를 하지 않았고 당연히 특별한 마케팅도 없었다. 그런 책이 2012년 화제의 책으로 떠오르고 당당히 뉴욕타임즈와 아마존의 베스트셀러 자리에 이름을 올렸다. 인터넷 아마존 서점에 독자 리뷰가 1,500여 개를 넘어섰고 할리우드에서는 영화화하기 위해 판권까지 사갔다. 아무리 유명 작가라도 신간이지 않고서는 베스트셀러 순위에 오를 수 없는 시대에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그 배경은 바로 독서클럽에 있었다. 미국 전 지역에는 다양한 형태의 독서클럽이 있는데 그곳 회원들 사이에서 이 책 《키친하우스》는 이미 “결말이 궁금해 책읽기를 멈출 수 없는 책”으로 입소문을 타고 있었던 것이다. 서점 주인들은 매대에서 내려놓았던 이 책을 다시 진열하기에 바빴고, 월스트리트저널은 “도서 시장에서 이렇게 서서히 타올라 베스트셀러가 된 경우는 처음”이라는 어느 서점 주인의 말을 전하기도 했다. 온·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공격적이고 교묘한 마케팅으로 베스트셀러를 만들어내는 시대에 이 책 《키친하우스》는 순수한 책읽기 모임을 통해 독자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진 어떤 면에선 순박한 베스트셀러라고도 말할 수 있다. 백인 고아와 흑인 노예, 두 소녀의 눈으로 그려내는 가슴 아픈 가족사, 인종차별, 인간의 존엄성에 관한 이야기! 저자가 아침마다 산책하는 곳에서 영감을 받아 쓴 소설, 옛 지도에 흑인 언덕이라 표기된 곳, 그곳에서 대체 무슨 일이 벌어졌던 걸까? 저자 캐슬린 그리섬은《키친하우스》의 실제 배경인 버지니아에서 커다란 집과 넓은 땅이 있는 옛날식 큰 농장을 남편과 함께 꾸려가고 있다. 농장을 복원해나가는 과정에서 저자는 집과 주변을 둘러싼 땅의 역사를 연구하기 시작한다. 그러다 옛 지도를 발견하고 근처 언덕 가운데 하나를 ‘흑인 언덕’이라고 표기한 것을 알게 된다. 아침 산책 때마다 대체 저 언덕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궁금해하던 저자는 실로 놀라운 경험을 한다. 어느 날, 그녀의 눈앞에 영화만큼이나 선명한 장면이 펼쳐지는데 그것은 언덕 꼭대기 참나무 가지에 목 매달린 흑인 여자의 모습이었다. 저자는 곧바로 집으로 돌아와 책상 앞에 앉아 글을 써내려가는데 마치 종이 위에서 글이 날아다니는 것 같았다고 했다. 바로 그날 서문이 완성되고, 이후 저자가 소설의 두 주인공 라비니아와 벨이 들려주는 대로 받아 적기만 해서 완성한 책이 바로 《키친하우스》다. 흑인의 거주 공간을 상징하는 키친하우스와 백인의 거주 공간을 상징하는 빅하우스! 그 사이에 아슬아슬 걸터앉게 된 일곱 살 백인 고아 소녀 라비니아 이야기 19세기 초, 버지니아의 한 담배농장에 아일랜드계 백인 고아 소녀 라비니아가 팔려온다. 라비니아는 ‘키친하우스’에서 일하는 흑인 노예 벨에게 맡겨지는데, 사실 벨은 농장주의 숨겨진 딸이었다. 처음에 벨은 자신에게 백인 노예까지 떠맡기는 주인님에게 단단히 화가 나고 라비니아 역시 차갑게 대하는 벨에게 마음을 열지 못한다. 그러나 주변의 다른 흑인 노예인 마마와 파파, 제이콥 아저씨, 벤, 파니 등의 도움으로 둘은 딸과 엄마처럼 서로의 상처를 보듬어간다. 흑인 노예라는 처지 아래 지독한 학대를 당하며 고통스런 나날을 보내면서도 ‘키친하우스’ 안에는 아무런 대가나 편견 없이 서로를 지켜봐주는 따뜻한 시선이 있다. 조용한 사랑 속에서 피어나는 가족애를 느끼며 백인 고아 라비니아는 파파 조지에게 자신을 딸로 삼아줄 수 있는지 묻기까지 한다! 그렇게 힘겨운 어린 시절을 서서히 치유해가며 아름다운 여인으로 성장해가지만 결국 흰 피부를 지닌 라비니아는 예정된 수순처럼 가족 같은 벨과 흑인 노예들의 세계에서 멀어져간다. 농장주의 아들 마셜과 결혼해 빅하우스의 새로운 안주인이 되어 돌아온 라비니아, 과연 그녀의 뜻대로 키친하우스의 흑인 가족들과 농장에서 행복한 삶을 꾸려나갈 수 있을까? 비극적 환경에 매몰될 것인가, 벗어날 것인가 가시밭길 같은 삶을 헤쳐나가는 백인과 흑인 모두의 이야기 으리으리한 빅하우스에서 사는 백인들이라고 해서 흑인 노예들의 삶보다 행복한 건 아니다. 우월적 지위에 있는 백인들이 파렴치한 범죄로 농장 전체를 황폐화시켜감에 따라 그들 자신의 인간성도 급격히 메말라가는 것을 작가는 잘 포착하고 있다. 사람은 악하기 때문에 약하고 선하기 때문에도 약하다는 옮긴이의 글처럼 《키친하우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은 어쩌면 비극적 시대의 희생양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 환경을 극복한 이들은 끝까지 사랑을 놓지 않는 흑인 노예들이다. 극악무도한 일을 저지르는 백인들은 자신이 뿜어내는 악마적 본성에 스스로 잡아먹히고 만다. 사랑을 위해 몇 번이고 기꺼이 상처를 감당하는 흑인 노예 벨과 자신을 지키는 데는 무력했지만 사랑하는 흑인 노예 가족들을 위해서는 용감하고 강인했던 라비니아의 이야기는 최고의 해피엔딩은 사랑하는 사람과 끝까지 살아남는 것임을 잘 보여준다. 폭력, 강간, 방화 등으로 얼룩진 키친하우스는 피부색을 넘지 못한 미국의 비극! 나아가 인간 존엄성을 믿지 못하는 우리의 비극! 소설 《키친하우스》의 드라마틱한 전개와 긴장된 분위기의 바탕에는 온갖 비도덕적 행위가 있다. 요즘 말로 ‘막장’적 요소가 소설을 전개하는 코드다. 그러나 이것은 저자가 연구하고 수집한 역사적 자료에서 드러나는 것처럼 실제 더하면 더했지 과장된 이야기만은 아니라는 데 그 뿌리 깊은 비극의 근원이 있다. 인간은 누구나 존엄성을 지니며 이것은 남에게 양도할 수 없는 권리라고 우리는 배운다. 그러나 노예제는 이 인간의 권리를 처절히 짓밟는 사회적 제도였다. 약속의 땅, 평등이 지배하는 민주주의 국가 미국이 피부색으로 인간을 차별하고 억압하는 이런 비인간적 제도를 바탕으로 문명의 발달을 꾀했다는 것은 아니러니한 일이다. 《키친하우스》는 이러한 인종차별을 배경으로 한 소설 《뿌리》,《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컬러 퍼플》, 최근의《헬프》등의 계보를 잇는다. ‘남부의 대농장에서 벌어지는 인종차별’이란 다소 흔한 소재의 소설임에도 이 책이 지금 우리의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인간이 인간의 존엄성을 짓밟는 순간 발생하는 비극은 무엇으로도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을 강하게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소설을 읽고 나면 인간과 인간 사이에 어떠한 이유로라도 차별이 존재하는 것만큼 서글픈 일이 없음을 절실히 느끼게 될 것이다. 추천평 이 매혹적인 소설을 강력히 추천한다. -앨리스 워커(퓰리처상 수상작《컬러 퍼플》 작가) 확연히 구별되는 흑인과 백인 노예 두 명의 내레이션이 가슴 아픈 20년의 역사를 기록하고 있다. 대농장에서 당연시되는 인종차별 그리고 서슴없이 자행되는 무자비한 일들, 끊임없이 벌어지는 비도덕적 사건 속에서 희망을 놓지 않는 등장인물들의 분투는 독자들이 한시도 긴장을 늦추지 못하게 한다. -《퍼블리셔즈 위클리》 억압당하는 흑인과 백인 노예의 감동적인 이야기. 남북전쟁이 일어나기 전의 미국 남부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상실과 생존, 우정 그리고 사랑에 관한 이 소설을 결코 놓쳐서는 안 된다. -《보스턴 글로브》 《키친하우스》는 손에서 놓기 어려울 정도로 재미있는 한 편의 멜로드라마면서 덤으로 역사까지 배울 수 있는 소설이다. -《윌밍턴 스타 뉴스》 소설 곳곳에 도사린 긴장감, 추진력 있는 전개, 드라마적 요소들……. 옮고 그름, 가족, 희망에 관한 메시지는 독자를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샌프란시스코 북 리뷰》 독자 리뷰 인물들의 캐릭터가 하나하나 생생하고 매력적이며, 줄거리가 흥미진진해 중간에 그만 읽기가 힘들 정도였다. 그 덕분에 오랜만에 밤잠을 줄이고 새벽까지 책을 읽었다. -키치(모니터링 독자) 읽는 내내 라비니아와 벨에게 힘내라는 말을 하고 있었다. -라니(모니터링 독자) 등장인물의 캐릭터가 잘 짜여 있으며, 이야기 전개가 상당히 흥미롭다. - 캑터스(아마존 독자) 흥미진진한 소설, 등장인물이 서로 긴밀하게 얽혀 있다. 결말이 궁금해 읽는 것을 멈출 수 없다. -레아 르윈(아마존 독자) 소설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노예제도가 있던 시대 상황이 생생히 살아 있다. -캘리 벵트손(아마존 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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