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에게 안부를 묻는 밤

도서정보 : 박애희 | 2019-02-08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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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내라는 말, 괜찮다는 위로 없이도 충분했다.
세상에서 단 한 사람, 든든한 내 편이 있어서

혹시 그런 사람 있으신가요?
문득 목소리가 듣고 싶어지는 사람.
터벅터벅 힘 빠진 걸음으로 집에 들어서면
“고생했어”하며 따뜻하게 맞아 주는 사람.

13년차 라디오 작가였던 저자에게 엄마와의 이별은, 그녀의 오프닝 멘트를 듣고도 안부 문자를 건네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었다. DJ가 외롭다는 말을 하기라도 하면, “딸 외로워?”라고 문자를 보내곤 하던 그녀는 이제 없었다. 엄마가 떠나고 7년, 처음엔 아팠던 그 시간을 저자는 다시 마주하고 엄마와 함께한 따뜻한 기억과 미처 다해주지 못했던 마음들 사이의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그 이야기를 함께 웃고 아파하며 읽다보면 우리는 깨닫게 된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는 다시 돌아오지 않을 이 시간을 더 소중히 보내야겠다고. 그것이 저자가 보내는 선물이다.

인생에서 배워야 할 한 가지,
우리는 모두 상처를 주고받으며 성장한다.

어른이 돼서도 관계에 대한 고민은 끝나지 않는다. 사랑하는 사람을 어떻게 사랑해야할지 모르고,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는 법도 알지 못하며 가까운 사이일수록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야 만다. 그 시작은 가족일지도 모른다. 이 책은 엄마와의 애틋한 이야기뿐만 아니라 엄마를 먼저 떠나보낸 뒤 남은 가족들과의 따뜻하면서 슬픈 이야기도 그리고 있다. 자라면서 자식과 부모의 위치는 때로 역전된다. “내가 니 새끼냐?”라는 엄마의 뼈아픈 물음부터 제대로 사랑하는 방법을 깨닫게 한 아빠와의 이야기까지 이 책은 평소 지나쳤던 가까운 관계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그리고 저자는 자신의 이야기를 통해 말한다. 우리는 모두 상처를 주고받는지도 모른다고. 이별을 경험한 당신에게 따뜻한 위로를 건네고, 아직 기회가 있는 당신에게 후회 없이 남은 시간을 사랑하라고 말한다.

구매가격 : 9,800 원

사랑이 운다

도서정보 : 김규인 | 2019-02-01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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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은 절대 이루어지지 않는 것일까?

남자는 첫사랑을 죽을 때까지 가슴에 품고 살아간다고 한다. 이루어지지 않은 첫사랑이라 더 애틋한 것 같다. 『사랑이 운다』의 주인공 세준은 38년 동안 첫사랑을 가슴에 담고 살아갔다. 결혼도 하지 않고 오직 첫사랑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하루하루를 산 것이다.

젊은 날, 사랑만 있으면 살 수 있다는 세준과 사랑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첫사랑의 여자는 그 간격을 좁히지 못하고 이별을 맞았었다. 그에겐 사정이 있었지만 물질적인 부분에선 늘 위축되어 좀처럼 형편을 사실대로 말하기 어려웠다. 그녀는 그의 진솔한 대답을 기다리다 지치고 말았던 것이다.

그때의 사랑의 장애물이 빈 주머니였다면, 지금은 또 다른 어려움이 첫사랑과의 재회를 가로막고 있다. 그가 그토록 염원하는 그녀는 지금 어떤 모습으로 어떻게 살고 있을까? 그녀와의 약속이 무엇이길래 그는 지켜내고자 하는 것일까. 아니, 둘은 다시 만날 수는 있을까?

이 소설은 청춘을 다 바쳐 한 여자를 38년간 사랑해온 남자의 이야기이다.

구매가격 : 7,800 원

제국의 칼

도서정보 : 이충호 | 2019-02-01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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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야사는 우리 역사에서 가장 신비스런 영역이다. 역사의 미개척지나 다름없다. 실체가 있는데도 그 실체를 제대로 밝혀내지 못하고 있는 부분이 많다. 제국(諸國)의 어느 나라도 스스로 기록을 남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역사적 사료를 바탕으로 성실하게 씌여진 이 소설은 허구적 상상력을 절제하며 지워진 역사를 복원하려는 작가의 역사의식과 통찰력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문학적 성과뿐만 아니라 가야사를 이해하는 데 아주 의미 있는 작품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 송하춘(소설가, 고려대명예교수)


칼은 곧 이 나라의 법이며 지고지순한 어명이다. 이 나라의 갈등과 그 무극의 끝마저도 베어내고 나라의 길을 찾을 것이다. 궁극에 가서는 나라에 대한 나의 불충과 내면 속의 무력감조차도 베어낼 것이다. 칼 앞에 나는 얼마나 비겁하며 칼 앞에 나는 얼마나 무능하였던가. … 수많은 외적을 베고 나라를 엎으려는 역도들의 몸을 베고 그들의 간언과 허망한 말을 베어내고 나라를 지켜왔던가. 칼은 이 나라의 힘이고 축복이었다.
- 본문 ‘칼 앞에 맹세’ 중에서

구매가격 : 8,100 원

카르마 I

도서정보 : 최정원 | 2019-02-01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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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웅 박사는 생명공학자이다. 그는 스스로 생각하고 살아 움직이는 로봇을 만드는 실험을 거듭하고 있다. 그 결과 특수강을 이용해 세상에서 가장 강한 뼈대를 가지고 특수 조제한 에너지 밀을 먹으면 생체처럼 자라나는 로봇 맏산애를 발명한다. 로봇의 뇌에는 세상의 모든 지식을 다 입력시켜 놓았다. 그러나 돌연변이 레트로바이러스를 통해 순식간에 성장을 한 생체로봇아이에게는 따뜻한 마음이 없다. 인류를 위한다고는 하나 목적을 위해서는 어떤 냉혹한 짓도 서슴지 않는 이 사이보그를 보고 이기웅 박사는 좌절감을 느끼고 친구인 홍창휘 박사를 통해 뇌사상태에 빠진 돌이라는 아이의 기억을 데이터로 건네받아 맏산애에게 이식시킨다. 그러나 기억을 이식받은 후부터 아이는 슬픔에 잠겨 누군가를 기다린다. 그게 돌이라는 아이의 엄마라는 사실을 알게 된 이기웅 박사는 사람의 기억이 주는 상처로부터 로봇아이를 구해주기 위해 생체로봇 맏산애를 깊은 잠에 빠지게 한다. 그 순간 돌이이가 위독하다는 전화를 친구인 홍창휘 박사로부터 받고 이기웅 박사는 돌이의 마지막을 지켜 주려고 간다. 돌이의 임종을 지켜본 후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이기웅 박사는 누군가 계속 따라온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날 밤 맏산애를 돌보려고 그가 잠자는 시험관을 열었을 때 엄청난 뇌성과 함께 정전이 되고 이기웅 박사는 뭔가 큰 충격에 의해 잠시 혼미해진다. 정신을 차렸을 때 맏산애는 눈을 뜨고 있었다. 번개인지 무엇인지 알 수 없는 어떤 힘에 의해 맏산애의 육체는 돌이의 영혼과 결합한다. 따뜻한 마음에 최강의 육체를 가진 이 아이에게 이기웅 박사는 인간을 위해 눈물 흘리고 인간을 돕는 일을 '업', 즉 '카르마'로 받아들이라는 의미에서, 그리고 그것이 인류의 영혼의 빛, 즉 아미타바가 되게 하라는 의미에서 아이의 이름을 '카르마 아미타바'라고 짓는다. 카르마는 자신의 유전정보를 입력해 과학의 힘으로 만든, 뼈중의 뼈요, 살중의 살이라는 생각으로 부족할 것 없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싶었던 이기웅 박사는 도움을 받으려고 지구생명공학연구소 소장인 대학동창 하백 박사를 찾아간다. 하백 박사는 오래 전 지구에 외계인들이 침공했을 때 연락이 두절되거나 일사불란하게 대응하지 못해서 지구가 패했다고 생각하고 천재인 자신을 두뇌로 삼아 지구 전체를 자신의 명령대로 움직이는 거대한 하나의 생명체로 만들기 위해 땅 밑으로 신경조직을 심고 복제인간부대를 주둔시키는 연구를 하고 있었다. 이기웅 박사가 생체로 성장하는 로봇을 만들었다는 사실을 들은 하백 박사는 자신의 유전자를 복제한 복제인간부대 검은안경 1호를 시켜 느닷없이 이기웅 박사를 감금한다. 하백 박사는 우주전쟁 서바이벌 게임을 하다가 죽은 딸아이, 아리수의 체세포를 복제한 아기 "아리수"에게 죽은 아이 아리수의 기억을 입력시켜서 원래 나이의 소녀가 되도록 급속히 성장을 시켜달라고 요구한다. 그것도 외부에 드러나지 않고 그 모든 공을 자신의 것으로 돌린 채 지하 감방에서 평생 연구만 하라는 것이었다. 절망에 빠진 이기웅 박사 앞에 복제된 아이 아리수가 나타난다. 아리수는 자기가 탈출을 도울 테니 자신의 나이에 맞는 몸을 만들어 달라고 요구한다. 둘은 하백 박사 몰래 아리수가 숨겨둔 잠수함을 타고 이박사의 연구실로 돌아온다. 이에 하백 박사는 복수로 이기웅 박사가 사는 곳의 어린이들을 뇌파를 조종해 제발로 걸어오게 한 다음 모두 납치한다. 카르마는 이 아이들을 찾아오기 위해 자신도 뇌파를 조종당하는 아이인 척하고 하백 박사의 비밀기지로 잠입한다.

구매가격 : 8,000 원

카르마 II

도서정보 : 최정원 | 2019-02-01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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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틈에 섞여 하백박사의 비밀연구소 파라다이스섬으로 간 카르마는 비밀기지를 샅샅이 조사한다. 그곳에는 하백박사의 체세포로 복제한 인간들이 자신을 지구의 대뇌로 삼아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하나의 생명체처럼 만들기 위한 하백박사의 계획을 실현시키기 위해 군대를 키우고 있었다. 그리고 외계인들과 맞서 싸울 투사들을 기르기 위해서는 괴력을 가진 샌토부대, 미노타우루스 등의 실험인간 부대를 만들어 훈련시키고 있었다. 한편, 카르마를 구하기 위해서 민완형사 한스와 이기웅 박사, 그리고 하백 박사의 복제인간 몸에 이기웅 박사의 동창인 청해진(우주전쟁 때 전사)이 결합된 검은안경1호는 카르마와 아리수를 구하기 위해 파라다이스섬으로 간다. 자신의 계획이 드러난 하백 박사는 아이들을 섬에 가둔 채 비밀기지를 폭파하고 떠나려고 한다. 비밀기지에서 탈출하기 위해서는 공간이동을 위한 통로에 비밀번호를 입력해야 하지만 그것은 카르마의 유전자코드이다. 그 수많은 유전자 쌍을 모두 기억하는 데는 역부족이지만 카르마를 만들었던 이기웅박사는 혼신의 힘을 다해 유전자코드를 입력한다. 그러나 하백박사가 허용했던 시간이 지나고 하백은 파라다이스를 폭파시키고 탈출하려고 한다.아리수는 하백에게 아이들을 풀어주려면 자신이 키가 되겠다면서 차원이동통로로 뛰어내린다. 아리수를 막으려고 카르마와 청해진, 하백이 동시에 뛰어드는 순간 큰 폭발이 일어나 파라다이스가 무너지기 시작한다. 아리수가 차원이동 통로를 열었으므로 아이들은 모두 파라다이스 지상으로 이동을 하고 속속 도착한 경찰들에 의해 구조된다. 그러나 카르마는 처참한 시신으로 발견된다. 이기웅 박사는 카르마의 시신을 수습하고 아리수의 체세포를 보존해 실험실로 돌아온다. 정부에서는 아이들의 구조작전에 투입되었던 경찰들에게 훈장을 준다. 하백과 청해진은 실종되었고 이기웅 박사의 실험실에서 복원된 카르마와 아리수는 영혼이 떠났는지 깊이 잠들어 있다. 이기웅 박사 역시 며칠간 훼손된 아이들의 몸을 복원하느라 완전히 탈진한 상태라 아이들 옆에서 깊은 잠에 빠진다. 잠결에 카르마가 이불을 덮어주는 것을 느끼고 눈을 떠보니 카르마와 아리수가 돌아와 있다. 그들은 이제 인류를 구하기 위한 "카르마(업)"를 나눠 짊어지고 함께 가족으로 살아가는 미래를 꿈꾸며 해후를 기뻐한다.

구매가격 : 8,000 원

이상 종생기 외

도서정보 : 이상 | 2019-01-31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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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地圖의 암실暗室」은 이 상의 초기의 작품인데 낱말을 띄어쓰지 않은 것이 특색이며, 인생이나 사업에 대한 권태를 사고思考의 부조리, 불연속성으로 전개한 글이다.「지주회사」는 카페를 경영한 체험을 내용으로 쓴 작품이다.

구매가격 : 3,000 원

나도향 계집하인 외

도서정보 : 나도향 | 2019-01-30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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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계급 간의 비화해적인 갈등과 대립 감을 드러내기보다는 인간 본성에 초점을 맞춰 인간관계의 균열을 드러냄으로써 당시 유행하던 계급주의 문학과는 뚜렷하게 구분된다. 특히 가난으로 인한 성(性)의 매매에 대한 주목은 성(性)을 타락시키는 사회에 대한 비판적 의식과 함께 인간 내면에 잠재한 본능적인 애욕을 아울러 보여주는 것이다.

구매가격 : 3,000 원

악몽 조각가

도서정보 : 박화영 | 2019-01-30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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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과 환상의 미묘한 시차를 감각하는 작가,
박화영이 조각하는 기괴하고도 따스한 악몽

박화영이 상상한 이 모든 이야기들, 평행세계로 가는 화장실, 불길한 공터, 유령들이 걸어다니는 골목, 사람이 알을 낳는 닭 가공 공장 등을 배경으로 하는 수많은 도시 괴담, 정체불명으로 출현한 기둥과 벽에 대한 목격담들, 신체의 한 기관이 신체 전부를 삼키는 꿈은 좀처럼 깨어나기 힘든 악몽이라고 해도 좋겠다. 그렇다면 이 작가를 ‘악몽 조각가’라고 명명해볼 수 있을까. 비유컨대 작가는 “악몽의 바다 위에 떠 있는 구명정 같은 곳에서 작업을 하는” 존재이고, 악몽은 제아무리 “살아서 날뛰는 거대한 공룡” 같더라도 일단 “마음의 돌”에 조각하고 구체화할수록 “분석 가능한 것” “돌에 새겨진 화석” “거리를 두고 객관적으로 보기 시작”할 수 있는 어떤 것이 된다. 게다가 고통과 울분에 짓눌리지 않으려는 소설 곳곳의 유머러스한 문장은 박화영의 첫 소설집을 더욱 빛낸다. 이제 작가가 어떠한 상상의 날개를 달고 이야기의 하늘로 승천할지 여유롭게 지켜볼 일만 남았다. _복도훈(문학평론가)



일상이 다른 용법으로 구부러질 때
조용히 우글거리기 시작하는 기담의 세계

2009년 세계일보 신춘문예에 단편 「공터」가 당선되어 등단한 박화영의 첫 소설집 『악몽 조각가』가 출간되었다. 「공터」는 동네 사람들이 버려진 공터에 쓰레기와 함께 감추고 싶은 비밀을 투기하면서 벌어지는 불길한 사건을 그린 작품이다. 당시 신춘문예 심사를 맡았던 문학평론가 김윤식, 소설가 오정희는 흔한 유형에서 벗어난 글쓰기를 통해 “소설을 내면성에 가두지 않고 과감히 공터로 끌어내어 속도감 있는 단문, 드라이한 문체로” 펼쳐냈다고 평했다. 이후 박화영은 “풍부한 ‘스토리’들과 장면 전환의 자연스러운 흐름”(신춘문예 심사평)을 무기로 남들과는 다른 기묘한 소설세계를 풍부하게 일구어왔다.

그렇게 묶인 이 소설집의 도처에는 생명력을 지니고 꿈틀거리는 섬?한 공포가 도사리고 있다. 평범해 보이는 화장실이 안에 든 사람을 그 사람의 의지와 관계없이 평행세계로 보내버리고(「화장실 가이드」), 어느 날 도심의 광장 한가운데 나타난 벽이 점점 높고 길게 자라 도시를 반으로 가르며(「벽」), 더이상 아기가 태어나지 않는 ‘무정란 도시’에서 한 여자가 예감이 좋지 않은 무언가를 잉태한다(「무정란 도시」). 달아날 수 없는 악몽을 제대로 마주하기 위해 꿈속의 작업실에서 악몽을 조각하거나(「악몽 조각가」), 갑자기 혀가 몸속으로 빠져들어가 이리저리 돌아다니면서 각 부위에 얽힌 과거의 상처들이 되살아나기도 하고(「혀」), 모두가 잠든 밤에 어두운 골목이 다른 차원의 세계로 깨어나면 머리 없는 유령이 자기 머리를 발로 차며 그 길 위를 걸어다니기도 한다(「골목의 이면」).


기묘하고 공포스러운 현상을 일상 속에 침투시키는 박화영 소설의 환상성에 주목할 때, 눈에 띄는 점은 작가가 환상세계를 그리는 방식이다. 박화영 소설에서 “환상은 현실과 다른 차원에 속한 어떤 것”이 아니라, 익숙한 일상 공간이 특별한 사연을 만나 “조금 다른 용법으로 구부러질 때 열리는” 세계다(복도훈, 해설). 즉, 박화영은 현실과 동떨어진 환상세계를 만들어내기보다는 현실 밑에 겹쳐진 채 이미 존재하고 있을 법한 환상을 현실 위로 올려놓는다. 그래서 『악몽 조각가』를 읽을 때 우리는 3D 입체 안경을 쓴 것처럼 하나의 화면 위에서 현실과 환상을 동시에 보고, 그 사이의 미묘한 시차를 감각하는 즐거운 경험을 할 수 있게 된다.

박화영 소설이 단순한 괴담으로 종결되지 않는 또하나의 이유는 박화영이 내세우는 서술자들이 비현실적일 정도로 담담하다는 사실에서 찾을 수 있다. 이 소설집에서 발생하는 대부분의 사건은 인간의 힘으로는 도저히 해결할 수 없는 초자연현상들이다. 그런데 박화영의 서술자들은 소름 끼치고 절망스러운 상황을 자신이 처한 현실로 애써 받아들이고 나서야 이야기를 시작하는 듯하다. 인물들의 차분한 행적은 그들이 갑작스레 내던져진 괴기스러운 현재와 충돌하며 묘한 충격을 불러온다. 그리고 이들의 입을 빌려 박화영이 태연하게 구사하는 정련된 문장과 그 속에 담긴 냉소 섞인 유머가 작가의 소설을 독특하고 세련된 기담으로 완성시킨다. 그렇게 우리는 『악몽 조각가』를 읽으며 슬프면서도 웃음이 나고, 기괴하면서도 따뜻한 감정을 느끼게 된다.



그 어떤 것과도 닮고 싶지 않다는 열망
박화영 소설세계의 기원을 새기다

어떤 방식으로든 자신만의 시그니처를 소설 속에 새겨내려는 박화영의 시도는 단편 「주」에 이르러 과감한 형식 실험으로 이어진다. 가상의 책에 달린 후주라는 형식만으로도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이 작품은 『악몽 조각가』의 마지막 소설로 자리하여 얼핏 소설집의 후주처럼도 보이도록 위장되어 있다. 땅속 깊이 거꾸로 박혀 있는 정체불명의 거대한 기둥柱에 관해 부연하는 이 60여 개의 주註는우리로서는 읽을 수 없는 책의 내용을 짜맞출 퍼즐 조각이다. 쓰이지 않은 이야기와 주석의 행간에 숨겨진 이야기를 조합해 독자 스스로 또다른 상상을 펼쳐볼 수 있는 흥미로운 작품이다.

책의 맨 마지막에 실린 ‘작가의 말’도 남다르다. 박화영은 ‘작가의 말’ 원고 쓰기의 어려움을 토로하며 ‘작가의 말’을 쓰기 위해 누구의 조언을 구했고, 어떤 도서를 참고했으며, 그 책에는 어떤 중요한 주의사항들이 적혀 있었는지 구구절절 늘어놓는다. 사실과 허구가 뒤섞인 이 ‘작가의 말’은 단순한 집필 후기로 남는 것이 아니라, 박화영이라는 작가와 그의 소설이 지닌 분위기를 집약해 전달하는 또다른 장치로 기능한다.

『악몽 조각가』는 박화영이 무엇과도 같지 않으려는 기발한 시도를 책의 처음부터 끝까지 밀고 나가 완성한 첫 결과물이다. 덕분에 이 책을 읽을 독자도 마지막 페이지까지 흥미롭게 책장을 넘길 수 있게 되었다. 박화영만이 꿈꾸고 조각할 수 있는 이 악몽 같은 이야기들은 한동안 우리의 의식에 달라붙어 끈질기게 감각될 것이다.

*

여기까지 썼으니 이제 물을 한 모금 마셔도 괜찮을 듯하다. 사실 작가의 말을 쓸 때 주의해야 할 점 가운데 하나가 물은 글을 다 쓰고 나서 마셔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훌륭한 지침은 물론 『작가의 말 작법』에 실려 있는 것이다. 이 책을 쓴 저자는 물과 관련된 조언과 함께 불우했던 19세기 어느 영국 작가의 사연을 전하고 있다. 이 무명 작가는 생애 첫 책의 출판을 앞두고 마지막 작업으로 작가의 말만 남겨두었다고 한다. 작가의 말만 마무리지으면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할 대작이 잉크 냄새를 풀풀 풍기며 미천한 서점 진열대 위에 강림하실 예정이었으나 결국 그 책은 계속 하늘 위에 머무를 수밖에 없었다. 작가의 말을 쓰다 말고 저자가 콜레라로 사망했기 때문이다. 이 불우한 저자가 잘못한 일이라곤 글을 쓰기 직전 물을 한 잔 마신 것뿐이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 물은 콜레라균에 감염되어 있었고 가뜩이나 대작을 쓰느라 심신이 지쳐 있던 작가는 병을 이겨내지 못했다. (…)
내 책이 물론 그 불우한 작가의 책에 비할 바는 못 되지만 그래도 나름 고생한 만큼 서점 진열대의 미미한 구석에라도 자리잡기를 바란다. 그런 의미에서 작가의 말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번 되새기게 된다. _‘작가의 말’에서

구매가격 : 9,100 원

안락

도서정보 : 은모든 | 2019-01-29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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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다”라는 말로 마무리할 수 있는 인생은 얼마나 아름다울까

죽음도 삶의 중요한 한 순간
‘어떻게 죽을 것인가’좀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한 때




2018년 신춘문예로 등단한 신예 은모든 작가가 첫 장편 『애주가의 결심』과 첫 단편 『꿈은, 미니멀리즘』 이후, 같은 해 세 번째 작품집 『안락』을 선보인다. 병상에서 생을 연명하는 아흔일곱의 이모할머니와 자발적 수명 계획을 세우고 진행하려는 여든여덟의 할머니, 할머니의 결정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엄마와 이를 지켜보는 딸 지혜까지, 이 소설은 죽음 앞에 선 다양한 세대 여성들의 감정을 한자리에 불러내온다.
10년 뒤의 근미래에 대한민국의 삶은 어떠할까. 여전히 소수자 혐오 집회와 세대 간 갈등으로 사회뿐 아니라 가정도 분화하고 다투고 있지는 않을까. 이러한 와중에 국회에서는 안락사를 합법화하는 법안이 발의되고, 할머니의 폭탄선언으로 ‘안락사’ 문제가 본격적으로 지혜네 가족에게 침투된다. 갑작스러운 사고로 할아버지를 보낸 할머니는 인사도 없이 사랑하는 가족을 떠나는 일의 안타까움을 뼈아프게 느끼고는 스스로 신변 정리를 시작한다. 그사이 안락사 법안 통과를 위한 국민투표가 진행되고 그 결과는 할머니의 손을 들어준다.
알고 하는 이별이라고 다를 수 있을까마는 할머니는 조용히 가족 한 사람 한 사람과 대화를 나누고 직접 담근 자두주로 온 가족과 건배도 나눈 뒤에 “모두 수고 많았다. 고맙다”라는 말을 남기고 눈을 감는다. ‘아름다운 마무리’라는 말로 고통스러운 삶을 씻어낼 수는 없겠지만, 떠나가시는 할머니의 모습은 그 어느 때보다도 편안해 보였다. 죽음도 삶의 중요한 한 순간인 만큼 이제는 삶의 한가운데서도 죽음에 대해 좀 더 많은 고민을 나누어야 하지 않을까, 소설 『안락』이 조심스럽게 묻고 있다.



* 아르테 한국 소설선 ‘작은책’ 시리즈는 소설을 읽는 삶은 그렇지 않은 삶과 어떻게 다른지, 소설이 어떻게 삶을 자극하는지 고민합니다. 인간성을 탐구하고 인간성을 지키는 것이 소설의 본질이라면, 지금 우리 시대에 맞는 소설을 찾아 더 많은 독자와 나누려 합니다. 가볍게 지니지만 무겁게 나누며 오래 기억될 ‘작은책’ 시리즈에 담긴 소설은 e-북과 함께 오디오북으로도 제공될 예정입니다.




이토록 ‘사적인’ 죽음에 대하여


“할머니의 임종 스케줄은 오후 네 시에 잡혀 있었으므로
이별까지 아홉 시간이 남았다. 그런 식으로 시간을 셈해본 것은 처음이었다.
편안하게 보내드려야 한다는 생각을 할수록 긴장이 됐고,
그러자 시간이 몇 배는 빠르게 지나가는 것만 같았다.”_ p. 139



죽음이 얼마나 개별적이고 사적인가를 굳이 어렵게 설명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질병으로 고통받는 반려동물의 안락사 문제에 동의할 수 있지만, 그러한 결정 후에 집에 돌아갔을 때, 눈뜨고 바라보는 강아지나 고양이를 선뜻 병원에 데려가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고통스러운 죽음을 목격하고 어떤 결심을 하였다고 해서, 내 가족에게 그런 결정을 하게 할 수 있을까. 가족의 죽음은 이후에도 자신을 삶을 흔들어놓는 너무나 구체적인 현실이 아닌가. 소설 『안락』은 죽음의 자기 결정권과 가족의 죽음이라는 구체적인 설정 안에서 사건을 극대화시킨다. 같은 가족이지만 할머니의 죽음을 맞이하는 구성원들은 그 관계(딸, 손녀, 아들, 사위)에 따라 감정선이 다양하게 얽혀 있다. 극중 화자 지혜는 할머니의 죽음을 맞는 일도 힘겹지만, 할머니(엄마)를 잃는 엄마(딸)를 지켜보는 일 또한 고통스럽다. 죽음이라는 절대적 사실과 또 개인의 죽음이라는 사적인 현실을 우리는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할까. 달큼 시큼 짜릿한 자두주 같은 이승의 맛만큼이나 구체적으로 죽음의 형상을 그려내는 소설 『안락』을 통해 우리는 가족 한 사람 한 사람을 조금 더 애틋하게 바라보게 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금 더 존엄한 죽음을 위하여


“어느 분기점을 지나면서부터는
이 소설이 어른들을 위한
동화 같은 이야기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_ p. 156



우리는 모두 살아가면서 또 ‘죽어가는 삶’이라는 동일한 조건 안에 있다. 그래서 잘 살아간다는 말 안에는 잘 죽어가는 일도 포함되어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2018년 2월을 기준으로 ‘연명의료결정법(호스피스ㆍ완화의료 및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법)’이라 하여 회생 가능성이 없는 환자가 자기의 결정이나 가족의 동의로 연명치료를 받지 않을 수 있도록 하는 법이 시행되고 있다.
그런데 삶이 죽음보다 더 고통스러운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통증이 두렵고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그 고통을 나눠주는 게 아닐까 염려하는 일 또한 괴로울 수밖에 없다. “존엄하게 죽을 인간의 권리와 삶에 대한 선택권을 존중해야 한다는 의견과 인간의 목숨을 끊는 것은 엄연한 ‘살인’이라는 목소리가 충돌”하며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안락사 합법화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죽음을 기다리는 사람들은 말한다. “잘 죽고 싶다” “편안하게 죽으면 좋겠다”고. 질병의 고통 속에서 살며 죽음을 준비하는 사람들의 손을 잡아주고, 함께 죽음을 정면으로 바라보고 성찰하는 문화가 우리 사회에서도 확산될 수 있을까. ‘적극적 안락사’를 논해볼 수 있을까.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는 일의 충만함은 삶 속에서만 가능한 일일 수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죽음을 안타까움과 두려움의 대상이 아닌 아름다운 마무리로 받아들일 수 있을지, ‘존엄한 죽음’을 위한 진지한 물음을 던져본다.


◎ 본문 소개

나는 한참 동안 잠든 이삭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깊이 잠든 그의 두 눈동자는 눈꺼풀 안쪽에서 천천히 왕복 운동을 하고 있었다. 아무리 보아도 질리지 않을 것 같은 그 모습을 뒤로하고 살그머니 침대에서 빠져나오려던 차에 이삭이 힘겹게 눈을 떴다. 그는 졸음이 가득 묻은 얼굴로 하품을 하며 내게 손을 흔들어주었다. (p. 129)

할머니는 우리가 평소 옷차림대로 편히, 가급적 생일잔치에 초대받은 기분으로 와주길 바랐다. 나는 아빠가 꺼내놓은 여행용 트렁크 안에 검은색 원피스와 카디건을 챙겨 넣은 뒤 평소처럼 살짝 물이 빠진 청바지 위에 살구색 스웨터를 입었다. (p. 130)

안방에서 나오자 노란 장미 앞에 앉아 있는 지용이의 모습이 보였다. 무얼 하고 있느냐고 물었더니 지용이는 내게 장미가 꽂힌 병을 내밀며 향을 맡아보라고 했다. 싱싱한 장미에서는 사과처럼 상큼한 향기가 났다.
“누나, 장미향이 원래 이렇게 좋은 거였던가?”
지용이는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긴장한 탓인지 모르겠지만 향도, 빛깔도, 꽃잎과 가시의 감촉도 마냥 처음 느끼는 것만 같다고 말했다. (pp. 142~143)

“기도해줄게. 너랑 너희 가족을 위해서. 할머님을 위해서.”
“너 지금도 기도를 하는구나. 몰랐어.”
“가끔은 하지. 도저히 내 손이 닿지 않는 일이 있으면, 가끔은.” p. 144

이 술은 꿀꺽 삼키는 게 아니라 입술을 넘어 혀끝을 적시듯 조금씩 맛보는 것이라고 했다. 그 말대로 잔을 살짝 기울여 입안에 소량의 술을 흘려 넣자 산뜻한 산미와 달콤한 기운이 입안 가득 퍼졌다. 목 넘김은 와인에 비하면 다소 묵직한 편이었으나 더 이상 소주의 독한 뒷맛이 입안에 남지 않았다. 숙성하면 맛이 달라진다는 말이 이런 뜻이었구나, 하면서 나는 다시 한번 술잔을 들었다. p. 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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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내셔널의 밤

도서정보 : 박솔뫼 | 2019-01-29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나이, 성별, 지역……
우리는 “주민등록에서 도망칠 수 있을까”

“일단 어디든 다녀보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산책처럼.”




올해로 등단 10년을 맞은 박솔뫼 작가의 여덟 번째 작품집 『인터내셔널의 밤』이 아르테에서 출간되었다. 부산으로 향하는 기차에서 만난 한솔과 나미 두 여행자의 이야기를 담은 『인터내셔널의 밤』은 심드렁하게 읊조리는 혼잣말들이 의미를 내포하고 소설의 형상을 갖추며 그리하여 깊이 숨겨져 있다가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다각적으로 단서를 드러내고 마는 박솔뫼 소설만의 매력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자신을 옥죄던 교단에서, 현실에서, 성역할에서 도망쳐 나온 이들의 여행을 따라가다 보면, 사실 벗어나려 하기보다는 좀 더 자신의 근본에, 정체에 다가가려 애쓰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한솔은 자꾸 배제되고 밀려나는 세상에서 숨으려 하기보다는 눈에 띄고 싶고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은 마음을 인정하며 사회적 사람이, 인구의 일부가 되는 일을 견디려고 노력한다. 나미는 언제나 더 나은 자, 다른 차원의 목소리를 듣고 싶었지만 자신을 구원하는 목소리는 아주 가까운 곳에서 듣게 된다. “시간은 길고 시간은 많고 이런 일도 있고 저런 일도 있을 거야. 그냥 살면 된다”는 유미 이모의 말은 도망쳐 나온 세상을 등지고 새로운 관문 앞으로 발을 떼볼 용기를 갖게 해준다.
항구와 커다란 여객선 사진을 함께 바라보던 두 사람은 이제 각자의 새로운 여행지로 다시 떠나려 한다. 두려움을 딛고 하나의 새로운 관문을 통과하면서 한솔은 가뿐한 발걸음과 함께 센티멘털을 느끼며 수첩에 한 문장을 남긴다. “모든 것이 좋았다”고.



* 아르테 한국 소설선 ‘작은책’ 시리즈는 소설을 읽는 삶은 그렇지 않은 삶과 어떻게 다른지, 소설이 어떻게 삶을 자극하는지 고민합니다. 인간성을 탐구하고 인간성을 지키는 것이 소설의 본질이라면, 지금 우리 시대에 맞는 소설을 찾아 더 많은 독자와 나누려 합니다. 가볍게 지니지만 무겁게 나누며 오래 기억될 ‘작은책’ 시리즈에 담긴 소설은 e-북과 함께 오디오북으로도 제공될 예정입니다.




“당신은 보편시민이라고 말할 수 없습니다. 되돌아가세요”


“서울에서 기차를 타고 남쪽으로 남쪽으로 향해도
당신은 열 시간을 이틀을 사흘을 기차에서 보낼 수는 없다.
사람들은 내리고 당신은 어디론가 가야 한다.”_ p. 9



우리는 몇 시간만 달려도 길이 끝나고 마는 대한민국에 살고 있다. 고유한 이름과 고유한 번호를 부여받았으며, 한 도시의 ‘시민’으로서 살아간다. 보편시민으로서 사회가 마련한 여러 장치들을 특별한 두려움 없이 통과해 나간다. 한편, 어떤 관문 앞에서 단순해 보이는 질문에도 쉽게 답하기 어렵고 자신을 증명하기가 어려운 사람들이 있다. 살면서 마주하게 되는 작고 큰 관문들, 지역 관공서에서 자신을 증명해야 하는 일에서부터 국경을 넘나드는 일, 혹은 어떤 관계와 굴레에서 벗어나 다른 세계로 나가는 일까지 많은 시간과 과정이 필요한 사람들이 있다.
태어난 이후 줄곧 우리는 이 사회 안에서 규정되고 인정받기 위해 노력해왔지만, 자신의 세계에서 인정받지 못한 한솔과 나미는 각자의 자리에서 떠나 “신기하고 무섭고 이상한 기분”의 심리 상태에서 기차의 옆자리 사람으로 마주하게 된다. 왜 혼자 이곳에 오게 되었는지, 몇 살인지, 이름이 무엇인지 말해주어도 잘 기억할 수 없는 ‘관계없는’ 사람들이 스쳐 지나는 가운데 이들은 서로의 불안을 감지한다. 불안했기 때문에 말을 걸고 대화를 나누게 된다. 마치 벽 앞에 선 것처럼,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새로운 관문을 통과하는 일은 불가능한 일이 아닐까 생각 하던 두 사람은 알 수 없는 끌림에 말을 걸고 대화를 나누게 되면서 다시 세상으로 조금씩 나아가게 된다.
한솔과 나미가 만나듯 우리는 작은 대한민국 안에서도 같고 또 다른 사람들을 언제나 새롭게 만날 수 있다. 다른 조건 다른 상황을 가진 사람을 이해하는 일은 남들과 다른 나를 이해시키는 가장 쉬운 방법일 것이다. 보편시민의 둘레가 조금 더 넓게 그려져야 하는 이유이다.




“나는 혼자 서 있는 사람이 아니야”


“우리는 어른이 되고 뭔가 빼먹은 얼굴이 돼서 만난다.
그건 못 보는 것과 같지 않을까.
그게 아니라면 전혀 새로운 사람과 만나는 것이 아닐까.
새로운 사람으로 다음 장면 같은 장소에서 만나는 것이겠지.”_ p. 26



한솔에게는 “인생에서 무언가 사건이 있었고 그 이후, 이전의 삶을 회복할 수 없”게 되었다. 멀리 일본에 가 있는 친구에게서 청첩장을 받고 갈 수 없을 것 같아 거절하려 하지만, 조금씩 변해갈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지금의 자신과, 이십 년 전 친구의 결혼식에 가지 못한 것을 후회하는 중년이 된 자신을 상상하며 결국 참석하기로 마음먹는다. 한 사람이 내리는 하나의 결정에도 이렇게 여러 자신의 모습이 겹쳐져 있다. 한 사람이지만, 십 대의 한솔과 이십 대의 한솔이 겹쳐 있고, 매일매일의 한솔들이 모두 포개져 홍한솔이라는 한 인물이 되었다는 작가의 존재론적 성찰을 따라가는 일은 이 작품이 품고 있는 또 하나의 재미이다.
한편 나미는 자신을 보호해준다고 믿던 곳에서 도망쳐 나온 뒤 쫓기는 불안 속에 괴로워하며 그동안 아끼며 보살피던 아이들을 두고 나와 더 이상 볼 수 없게 된 것 때문에 가슴 아파한다. 커서, 다 자란 후에 다시 만나면 되지 않느냐는 한솔의 질문에 나미는 지금의 모습은 다시 볼 수 없는 모습이라고 단언한다. 한 사람을 좋아하고 알아봐주는 일은 여러 모습을 모두 지켜봐주는 일이 아닐까. 여기서 작가의 성찰은 조금 더 깊어진다.
자신을 증명할 수 없는 곳에서 도망치듯 떠나온 두 사람은 여행 중에 그동안 살며 거쳐온 자신의 모습들을 떠올려본다. 또한 지금은 혼자 있지만 도움을 주려는 사람들, 자기를 보여주고 싶은 사람들을 떠올리며 자신의 두터운 존재감을 인식하게 된다. 오는 길을 상세하게 알려주는 친구의 메시지를 읽으며 한솔이 자신도 모르게 “나는 내가 혼자 서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아. 혼자 서 있을 때가 있지만”이라는 말을 내뱉게 되는 장면에 이르러 독자들은 소설을 따라가며 느끼던 불안감에서 벗어나 안도하는 마음을 갖게 될 것이다.
이제 부산을 떠나 다른 곳으로 향해야 하는 한솔은 호텔방에서 창밖을 내다본다. 불을 반짝이는 야경이 보이다 눈에 힘을 풀면 또 자신의 모습이 보인다. 한눈에 보이는 두 가지 모습을 보며 한솔은 자신과 자신이 살아갈 세계가 한 장면에 겹쳐져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데, 이 장면은 단연 소설 속 가장 아름다운 장면으로 손꼽을 만하다.


◎ 본문 소개

하지만 점점 빨라지는 것에 맞춰 사람들은 계속 옮겨질 것이다. 그게 주요한 것을 잃게 되는 것이라면 중요한 것을 잃은 사람인 채로 길 위를 지나가고 기차가 멈춘 곳에 도착할 것이다. [……] 그런 식으로 뭔가를 잃은 사람으로 길 위에 자신의 중요한 것들을 흘려버린 존재로 살게 될 것이다. 그러면 그 길을 지나는 사람들이 잘 주우면 되지 않을까. (p. 11)

인생에서 무언가 사건이 있었고 그 이후, 이전의 삶을 회복할 수 없었던 것이다. 어떻게 보편시민에서 박탈당했는지 또한 배제라는 말을 어떻게 알고 있는지 반복해서 설명했다. 그러고 나서야 서류에 필요한 도장을 받을 수 있었다. (p. 55)

책들은 만나고 헤어지고 사라지고 지나간다. 어떤 함께하던 책들은 시간이 지나면 헤어지게 되는데 그걸 슬퍼할 이유는 없는 것 같다. 어떤 것들은 이미 변해버려 흔적이 없어졌을 수도 있다. 그래도 헤어짐은 있다. 한솔은 열여섯 열일곱에 읽던 책들을 지나가며 아 이미 헤어졌군 우리는 헤어지고 다시 만나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p. 89)

나는 혼자 서 있고 가끔 벼랑 끝에 서 있고 지금도 혼자 있다. 외롭거나 고독한 것, 처참하고 우울한 것과 무관하게 모든 개인처럼 혼자 서 있다. (pp. 91~92)

어디든 일단 다녀보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산책처럼.
그게 나미의 리추얼이 될 것이다. (p. 103)

귀에 들리는 외국어를 음악처럼 들으며 할 수 있는 것들을 생각했다. 손에 든 수첩에 방금 떠오른 말을 썼다. ‘모든 것이 좋았다’고. (p. 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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