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기 사랑 이야기

도서정보 : 찬쉐 | 2023-12-08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우리는 모두 다른 종류의 내면에 있다”

현재 중국 문학에서 가장 창의적인 작가
밀도가 높으며 놀라울 정도로 이정표가 없다
삶과 죽음, 깨어 있는 것과 잠자는 것 사이의 경계가 사라진다
비밀의 세계에서 깨달음을 찾는 사람들의 입체적인 이야기


수수께끼 같고 종잡을 수 없는 세계, 새로운 세기의 사랑

가장 유력한 노벨문학상 후보 중 한 명으로 거론되고 있는 찬쉐의 대표작이 출간됐다. 보르헤스, 칼비노에 견주어지며 자신만의 신화적 세계로 주목받고 있는 『신세기 사랑 이야기』다. 추이란, 웨이보, 미스터 유, 샤오위안, 미스 쓰, 아쓰, 닥터 류…… 이들 등장인물은 모두 하나로 연결되어 있고, 서로가 서로에게 욕망을 품고 있다.
룽쓰샹과 그 동료는 방직공장에서 일하면서 솜 부스러기를 너무 많이 흡입해 직업을 바꿔 온천여관의 성 접대부가 되고 싶어한다. 자기 욕망도 충족시킬 겸 조금 편하게 살고자 하는데 나이가 많은 게 걸림돌이다. 하지만 계략을 잘 짰더니 살아남을 방법이 있었다. 게다가 힘 좋은 여성들의 진면목을 남자들은 알아봐준다.
예쁘장하게 생긴 계량기 공장의 창고 관리인 추이란은 축 처진 마음을 추스르러 온천탕에 왔다가 이들 여성과 마주친다. 게다가 역겹게 생긴 미스터 유까지 나타나 추파를 던진다.
추이란이 달갑잖게 여기는 비호감 인물 미스터 유는 골동품 감정가인데, 페이지를 넘길수록 그는 누구도 짐작할 수 없을 만큼 깊이를 드러낸다. 독자들은 이런 질문을 던지게 된다. 역겹게 생긴 건 단점일까? “그건 단점이라고 볼 수 없지. 누구나 다 남을 역겹게 하는 부분은 있으니까.”
온천을 들락거리는 남녀의 이야기에서 시작하는 이 소설은 표면을 다룬다. 욕망은 쉽게 변해 이들은 파트너를 바꾸곤 한다. 그런데 그 표면은 지하 동굴까지 파고들 만한 심연을 감추고 있다. 찬쉐 소설의 장면 전환은 장소 간의 이동이라기보다는 꿈과 현실 사이의 이동, 사람들의 심연과 심연 사이의 건너뛰기다. 또한 넷째 숙부처럼 이 세상 사람이 아닌 인물이 등장해 고향을 찾는 이들에게 실마리를 남긴다.
실험적이고도 환상적인 구조로 짜인 『신세기 사랑 이야기』는 끊임없이 연결되는 이야기의 구조 속에서 몇몇 단어를 눈에 띄게 흩뿌려놓았다. ‘내면에서 온 사람’이 그중 하나다. 성 접대를 하는 여성이나 그 서비스를 이용하는 남성들은 표면을 부유하는 삶을 살 것 같지만, 실은 표면이 곧 내면이고, 이들 중 일부는 다른 사람들이 “내면에서 온 사람”임을 알아차릴 만큼 꿰뚫는 시선을 갖고 있다.
제목에도 나오듯, 소설 속 인물 모두 세속과 저세상의 사랑으로 얽힌 관계다. 하지만 그들은 욕망에 ‘갇혀’ 있지 않다. 새로운 사람이 나타나면 사랑은 그쪽으로 흘러가고, 떠나보내는 이는 자기 파트너가 참사랑을 찾아 떠났다고 생각한다. 더욱이 빼앗아간 동성에게도 더없는 친밀감을 느낀다. 사랑은 고여 있지 않고 흘러갔다 제자리로 돌아온다.
찬쉐의 소설은 ‘종잡을 수 없는 전개다’ ‘변화무쌍하다’ ‘수수께끼 같다’는 평을 받곤 한다. 이를테면 아쓰라는 젊고 매력적인 여자를 이웃 노인이 망원경으로 몰래 엿본다. 그러자 아쓰는 자기 애인한테 말한다. “난 저런 게 좋아. 저러고 있는 게 바로 세계 종말 아니야? 저 사람 옆에 아카시아가 있다. 키스해줘, 아니, 여기다 해줘. 아, 진짜 좋아. 나 저 노인 사랑하는데, 믿어져?” 성애적인 것에 작가는 환한 빛을 비춘다. 여자에게든, 남자에게든.
앞서 말한 추이란의 애인은 웨이보인데, 웨이보는 접대부 룽쓰샹과도 관계를 맺은 적이 있다. 룽쓰샹은 남자들한테 “조신한 여자”라는 얘기를 듣곤 했다. 이런 평가는 정작 룽쓰샹에겐 불만이어서 온천탕에서 만난 추이란에게 이렇게 말한다. 당신은 “조신한 여자던데. 우린 그런 말이 별로 달갑지 않더라고. 아무렇게나 막 살고 싶은 마음이 있어서.“ 그러자 추이란도 입에서 나오는 대로 말하고 만다. “나도 아무렇게나 막 살고 싶은데.” 작가는 이들 인물이 모두 실용적으로 사랑할 준비가 되어 있음을 드러내 보인다.

“집이 있다는 건 천국이 있다는 말만큼이나 불가능한데”

추이란은 그동안 쌓인 휴가를 한 번에 몰아서 어느 날 고향을 방문했다. 시골 동쪽에 사는 친척 오빠는 자녀들을 분가시키고 아내와 단둘이 200평 면적의 논농사를 지으며 닭과 오리도 기르는 조용한 삶을 살고 있었다. 마을에 도착해 추이란은 ‘오빠’ 하고 큰 소리로 불렀다. 곧 오빠 부부가 나왔는데 키는 난쟁이 같고 피부는 석탄처럼 까만 데다 뭔가에 정신이 팔린 듯 보였다. 게다가 밤중에는 나무 위나 논두렁에 앉아 있었다. 올케언니는 더했다. 곤충 울음소리를 내는데 마치 매미 같았다. 추이란의 따가운 시선을 느낀 오빠는 말한다. “우리가 왜 나무에 앉아 있었는지 물어보고 싶은 거 다 알아. 땅이 울부짖는 소리에서 멀리 떨어지고 싶었어. 침착하게 뭔가를 결정할 수 있도록 말이야.” 추이란은 문득 친척 오빠 부부가 이 세상 사람들이 아닐 거라고 짐작한다. 하지만 오빠는 중요한 징검다리다. 이후 전개에서 드러나듯 추이란과 그 애인 웨이보 사이를 오가는 역할을 맡게 된다.
웨이보의 아내인 샤오위안 역시 주목할 만한 인물이다. 학교 선생인 그녀를 좋아하는 제자들은 그녀를 쥐와 식물의 세계로 이끌고, 주변 인물들은 그녀가 ‘내면에서 온 사람’임을 알아차린다. 늘 여기저기 출장을 다니는 샤오위안이 내뱉는 한마디는 어쩌면 이 책의 내용을 요약하는 듯하다. “여행이 좋아요. 여행은 한 군데만 고집하는 것과 같으니까. 고향에서도 한곳을 정해 머물면 오히려 떠돌이가 된 느낌이 들죠.”
소설 속 인물들은 집을 가진 사람조차 고향을 찾아 떠돈다. 가령 미스터 유는 이런 말을 한다. “집이 있어서 정말 좋겠다. 나한테 그런 건 천국이 있다는 말만큼이나 불가능한 일인데.” 이 말을 들은 웨이보는 오히려 미스터 유의 뒷모습을 응시하면서 그가 더 대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소설이 전개되며 점점 드러나듯, 미스터 유는 작품 전체에서 가장 변화무쌍하다. 이 인물들은 모두 상대방의 심연을 불현듯 알아차린다. 비록 자기 자신은 “죽도 밥도 아니”고, 정신이 온전하지도 않지만.
이 책의 주인공들은 스스로의 가치는 보지 못하나 상대방 혹은 내 애인을 빼앗아간 사람에게서는 빛나는 가치를 발견한다. 가령 미스터 유는 “저는 무용지물, 빈껍데기입니다”라고 말하면서 오페라 가수 부부를 존경한다. 사실 가수 부부 중 남편은 고지식해서 아무거나 주워먹으려고 쓰레기통을 뒤지고 다니는 유령이다.
죽은 사람과 산 사람이 이곳저곳에서 등장하며 하나로 이어지는 이야기는 꿈의 환각 작용과도 같다. 현실과의 구분이 흐릿해지는 경험을 주인공들 누구나 한다. “난 이렇게 도로에서 어슬렁대는 걸 가장 좋아한다네…… 화장도 지우지 않고 다니는 거지. 귀신처럼 보이게 말이야. 이러고 돌아다니면 죽은 남편이 보이기도 한다오.” 그 환각은 작품 전체에 따스한 기운을 불어넣는다.

식물, 지하 동굴 그리고 향기의 세계

추이란의 소설은 감각적이다. 특히 시각과 후각 면에서. 작가는 몇몇 인물의 시각을 박탈한다. 웨이보는 자신의 고향이 정확히 어디 있고 어떻게 생겼는지 모르는데, 그건 어릴 적 아버지가 매년 아들을 고향에 데려가면서 눈을 안대로 가린 후 맹인인 척하게 했기 때문이다. 어린 웨이보는 고향에 가고 싶어 얌전하게 눈을 가린 채 꿈쩍 않고 기차칸에 앉아 있었다. 그는 어느 날 잃어버린 고향을 찾는 여정에 들어서는데, 나중에 수감되면서 감옥이 바로 고향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웨이보의 아내 샤오위안은 어느 날 출장 가려고 동북지방행 기차를 탔다. 그때 맞은편에 앉아 있던 맹인이 자신을 ‘귀뚜라미’라고 부르라 했다. 둘이 대화를 나누던 중 샤오위안은 귀뚜라미 오빠가 평생 한곳에 붙박여 있었을까봐 염려되어 말한다. “고생 많았어요, 귀뚜라미 오빠. 부뚜막에 계셨다죠? 나 같았으면 잡목숲의 은둔자나 방랑자가 되고 싶었을 텐데.” 이런 샤오위안의 발언은 자세히 뜯어보면 아이러니를 품고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그녀는 “여행은 한 군데만 고집하는 것”과 같다는 말을 했으니까.
이 책은 향기와도 관련 있다. 추이란은 전 애인 웨이보가 감옥에 들어갔다는 소식을 듣고는 대성통곡하면서 웨이보가 고귀한 인품을 갖춘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뭐라고 콕 집어 말할 순 없지만, “어쩌면 쑥향과 관련 있지 않을까”라고 말하면서. 고향을 찾는 다른 사람들도 온종일 여기저기 냄새를 맡고 다니면서 자기가 태어난 마을 입구의 실마리를 얻으려 애쓴다.
소설에서 골동품 감정가 미스터 유와 그가 일하고 있는 가게는 다른 세계로 통하는 입구 같다. 옛 유물들을 다루는 이들은 종적인 시간대를 넘나들며 늘 불면증을 달고 산다. 그런 미스터 유가 감정하는 화병은 중요한 세계를 상징하는 듯하다. “우리 시골에 있는 화병은 비둘기도 집어넣을 수 있어요. 화병이 작아 보이기는 해도 안쪽은 굉장히 넓거든요. 우리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닥터 류라는 인물은 여자에게 집착하지만 독신주의자다. 직업은 양의사인데 어느덧 약초와 식물의 세계로 빠져들어 여자만큼 식물 없이는 못 산다. 그는 어느 날 기차에서 우연히 만난 샤오위안과 사랑에 빠진다. 두 사람은 독자를 땅의 진동 속, 식물의 세계로 이끄는 매개체다.
후반부로 갈수록 주인공들이 자주 입에 올리는 말은 ‘역사’다. 특히 방직공장 출신의 성 접대부들이 실은 ‘살아 있는 역사’이기에 찬쉐는 이들이 기록되어야 할 인물임을 암시하는데, 그 기록의 권한을 남성 실직자인 공장 수위 홍씨에게 부여한다. 이렇듯 이 책에서 보잘것없이 나타났던 모든 남성은 가장 깊은 존재일 뿐 아니라 다른 세계와 이어주는 데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리고 그 세계에서 여성들은 이미 친구가 되어 있고 모두 연결되어 있다.

구매가격 : 15,400 원

번화 1

도서정보 : 진위청 | 2023-11-03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사람의 마음도 살로 되어 있잖아요.
상하이에는 놀랍고 위험한 이야기들이 필요해요.
갖가지 기적이 다 일어나는 곳이니까요.”

왕가위 감독 영화・드라마화 예정
〈화양연화〉 〈2046〉을 잇는 3부작의 결정판!

도시의 과거와 현재를 촘촘히 직조해낸 상하이 데카메론

196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세 청춘의 삶에 스며든 상하이의 수많은 사람들과 골목, 음식, 무수한 민담과 풍경의 편린들…… 시대와 공간을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듯 세밀히 묘사하며 과거와 현재를 촘촘히 직조해낸 상하이 데카메론. 『번화』는 문화대혁명 시기를 거쳐온 젊은이들의 삶과 도시의 풍경을 진솔하고도 생생하게 그려낸 작가 진위청의 대표작이다. 마오둔문학상, 시내암상, 루쉰문화상 연도소설상 등을 수상했으며 왕가위 감독이 영화 및 드라마 판권을 확보해 전작 <화양연화> <2046>을 잇는 작품으로 영상화할 예정이다.

『번화』의 세 주인공 후성, 아바오, 샤오마오는 모두 상하이 출신이다. 특히 후성의 이름은 의미심장한데, ‘후성’은 상하이를 뜻하는 한자어인 ‘후沪’와 ‘생生’의 합성어이기 때문이다. 상하이에서 태어난 사람. 소설이 상하이 사람들의 이야기임을 전면에 드러낸 것이다. (후성의 형 이름은 ‘후민沪民’이다.) 이들 셋 모두 상하이 출신이긴 하지만 배경은 제각각이다. 후성은 부모님이 모두 공군 간부이며, 영국식 아파트에 살고 있다. 아바오는 할아버지가 지주계급 출신이다. 유복한 집안에서 태어난 것이다. 샤오마오는 노동자계급 출신으로, 상하이의 전통 골목인 농탕의 주택에 살고 있다. 세 인물이 살고 있는 주거지는 상하이의 공간 지형을 그대로 가져온 결과다. 상하이는 1949년 이전, 조계지가 분할된 상황에서 주거지가 형성되었다. 때문에 상하이를 통틀어 전반적으로 통일된 계획이 부족하고 각 지역의 경제 조건이 서로 크게 달랐다. 조계지 내에는 외국인의 이름을 딴 거리 이름들이 많았고, 상업이 번영하였으며 고급 빌라가 위치했다. 반면 중국인들이 살고 있는 구역은 인구가 밀집되었고 오래된 주택이 많았다. 거리는 좁았으며 각 주택이 촘촘히 붙어 있는 구조였다.

『번화』는 후성, 아바오, 샤오마오가 살아가는 공간과 마주하는 사건들, 인물들 등 삶의 면면을 날줄로 서술한다. 영화관에 갔던 일, 우표 수집, 권법 수련, 일하는 공장에서 목도한 밀회 현장 등 일상의 소소한 모습들이 묘사되는 가운데 수많은 거리와 골목, 건물, 음식, 과거로부터 소환된 무수한 민담과 기억의 편린 등이 등장한다. 한편 이들을 둘러싼 수많은 여인들의 이야기는 씨줄이 된다. 결혼했지만 아내가 출국한 뒤 소식이 없는 후성은 메이루이와 인연을 이어가며, 아바오는 어린 시절 이웃집에 살았던 베이디에 관한 추억들을 안고 어른이 된 후에는 즈전위안을 운영하는 리리와 가까이 지낸다. 샤오마오는 농탕의 주택 아래층에 살고 있는 유부녀 인펑과 불륜을 저지르고, 이어 춘샹을 만난다. 어쩌면 이들의 삶을 이끄는 동력은 심오한 철학이나 거창한 역사 담론 따위가 아닌 순수한 욕망이다.

각 주인공들의 기억과 생활이 모자이크처럼 편편이 흩어져 서술되는 듯 보여도 이들의 삶에는 상하이의 역사가 큰 줄기로 흐른다. 태평천국의 난에서부터 시작되는 봉건왕조시대의 종언과 외세의 침략, 조계지, 문화대혁명과 그 상흔, 개혁개방 등 방향이 완전히 다른 역사와 시대의 동력들이 이 한 편의 소설 안에서 착종한다. 특히 문화대혁명은 소설에 등장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삶을 관통하는 대사건이다. 지주나 자본가 가정 출신의 자제들은 봉건 부패사상의 영향을 받았다고 여겨져, 아바오 식구들은 하루아침에 공동 주택지인 양만호로 이사를 가게 되고, 노동자 가정 출신인 샤오마오는 좋은 사람으로 치켜세워진다.

평균 다섯 가구가 부엌 하나를 공동으로 사용했고 변기통이 설치된 화장실은 두 칸뿐이었다. (중략) 아바오 가족의 새 주소는 아래층 4호실이었다. 15평방미터의 비좁은 단칸방으로 1, 2, 3, 5호실과 복도를 공유하는 형식이었다. 창밖에는 들풀이 가득 자라나 있고 실내에는 도처에 먼지와 거미줄이었다. 가족들이 짐을 담은 바구니를 들여놓는 동안 아바오 아빠는 벽돌을 하나 주워 대문 옆에 못을 박고는 딱딱한 종이에 쓴 인죄서認罪書를 내걸었다. 인죄서에는 모자를 벗고 찍은 사진이 한 장 붙어 있었다.
_1권 본문 중에서

『번화』에선 문화대혁명이 각 개인의 삶에 어떤 영향을 끼치며 기존의 삶을 운영하던 논리를 뿌리째 뒤흔드는지, 상하이 사람들의 의식 구조를 어떻게 변화시키며 상하이인의 정체성을 어떻게 정립해가는지까지 면밀하게 들여다보고 있다.

“하느님이 침묵하고 있다. 모든 것을 내가 결정해야 할 것 같다……”
자유로운 형식과 서술 기법을 통해 복원한 ‘상하이’

형식 면에서 보면 소설은 두 가지 선이 병행되는 구조다.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를 제외하면 소설은 총 31장으로 이루어지는데, 홀수 장은 과거에 해당하는 1960년대부터 1980년대를, 짝수 장은 소설의 현재 시점 1990년대를 서술한다. 이중 28장부터 31장까지는 1990년대를 쭉 이어 그려낸다. 이 같은 구조가 ‘과거 상하이’와‘현재 상하이’라는 두 시대의 대비를 만들어낸다.
한편 서술 면에서는 말글이 이어지는 구조를 띤다. 대화를 나타내는 문장부호가 따로 없이 인물의 말이 열거된다. 이는 작가가 의도한 것으로 옛 중국문학의 서술 기법을 따른 것이다.

화본話本 형식이라는 옛날의 발자취를 현재의 바퀴에 집어넣었는데도 여전히 잘 돌아갔다. 참신하고 이채로웠다.
‘심리적 차원의 미묘함’을 포기하고 구어적인 진술과 평담한 의미를 살려 주인공들의 말과 행위를 있는 그대로 적고자 했다. 한 가지 일이 또다른 일을 물고 온다. 장산張三의 이야기가 끝나면 리쓰李四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각기 다른 어감과 행위, 복장이 각기 다른 환경을 구분하면서 각기 다른 삶을 전개한다. 문장부호들은 아주 간단하다. ‘작가의 말’에서

화본이란 송ㆍ원나라 때 유행한 구어체 소설을 칭하는 것으로, 통속적인 언어로 당시의 생활상이나 역사적인 고사를 표현해내는 형식을 띤다. 작가는 주인공의 말과 행위를 그대로 묘사하는 서사 기법을 통해 ‘상하이’ 그 자체를 그린다. 작가가 소설의 서두에서“하느님이 침묵하고 있다. 모든 것을 내가 결정해야 할 것 같다……”라고 예고한 바다. 상하이라는 공간을 입체적으로 구현하기 위해 자유로운 형식ㆍ서술 기법을 사용해 과거와 현재가 갈마들게 하고, 인물의 말과 행동을 그대로 묘사한 것이다. 이 작품이 2015년 제9회 마오둔문학상을 수상하며 “『번화』의 주인공은 시대의 흐름 속 변화하고 성장하는 도시 상하이 그 자체다”라는 평을 받은 것과 상통하는 맥락이다.

구매가격 : 12,600 원

번화 2

도서정보 : 진위청 | 2023-11-03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사람의 마음도 살로 되어 있잖아요.
상하이에는 놀랍고 위험한 이야기들이 필요해요.
갖가지 기적이 다 일어나는 곳이니까요.”

왕가위 감독 영화・드라마화 예정
〈화양연화〉 〈2046〉을 잇는 3부작의 결정판!

도시의 과거와 현재를 촘촘히 직조해낸 상하이 데카메론

196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세 청춘의 삶에 스며든 상하이의 수많은 사람들과 골목, 음식, 무수한 민담과 풍경의 편린들…… 시대와 공간을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듯 세밀히 묘사하며 과거와 현재를 촘촘히 직조해낸 상하이 데카메론. 『번화』는 문화대혁명 시기를 거쳐온 젊은이들의 삶과 도시의 풍경을 진솔하고도 생생하게 그려낸 작가 진위청의 대표작이다. 마오둔문학상, 시내암상, 루쉰문화상 연도소설상 등을 수상했으며 왕가위 감독이 영화 및 드라마 판권을 확보해 전작 <화양연화> <2046>을 잇는 작품으로 영상화할 예정이다.

『번화』의 세 주인공 후성, 아바오, 샤오마오는 모두 상하이 출신이다. 특히 후성의 이름은 의미심장한데, ‘후성’은 상하이를 뜻하는 한자어인 ‘후沪’와 ‘생生’의 합성어이기 때문이다. 상하이에서 태어난 사람. 소설이 상하이 사람들의 이야기임을 전면에 드러낸 것이다. (후성의 형 이름은 ‘후민沪民’이다.) 이들 셋 모두 상하이 출신이긴 하지만 배경은 제각각이다. 후성은 부모님이 모두 공군 간부이며, 영국식 아파트에 살고 있다. 아바오는 할아버지가 지주계급 출신이다. 유복한 집안에서 태어난 것이다. 샤오마오는 노동자계급 출신으로, 상하이의 전통 골목인 농탕의 주택에 살고 있다. 세 인물이 살고 있는 주거지는 상하이의 공간 지형을 그대로 가져온 결과다. 상하이는 1949년 이전, 조계지가 분할된 상황에서 주거지가 형성되었다. 때문에 상하이를 통틀어 전반적으로 통일된 계획이 부족하고 각 지역의 경제 조건이 서로 크게 달랐다. 조계지 내에는 외국인의 이름을 딴 거리 이름들이 많았고, 상업이 번영하였으며 고급 빌라가 위치했다. 반면 중국인들이 살고 있는 구역은 인구가 밀집되었고 오래된 주택이 많았다. 거리는 좁았으며 각 주택이 촘촘히 붙어 있는 구조였다.

『번화』는 후성, 아바오, 샤오마오가 살아가는 공간과 마주하는 사건들, 인물들 등 삶의 면면을 날줄로 서술한다. 영화관에 갔던 일, 우표 수집, 권법 수련, 일하는 공장에서 목도한 밀회 현장 등 일상의 소소한 모습들이 묘사되는 가운데 수많은 거리와 골목, 건물, 음식, 과거로부터 소환된 무수한 민담과 기억의 편린 등이 등장한다. 한편 이들을 둘러싼 수많은 여인들의 이야기는 씨줄이 된다. 결혼했지만 아내가 출국한 뒤 소식이 없는 후성은 메이루이와 인연을 이어가며, 아바오는 어린 시절 이웃집에 살았던 베이디에 관한 추억들을 안고 어른이 된 후에는 즈전위안을 운영하는 리리와 가까이 지낸다. 샤오마오는 농탕의 주택 아래층에 살고 있는 유부녀 인펑과 불륜을 저지르고, 이어 춘샹을 만난다. 어쩌면 이들의 삶을 이끄는 동력은 심오한 철학이나 거창한 역사 담론 따위가 아닌 순수한 욕망이다.

각 주인공들의 기억과 생활이 모자이크처럼 편편이 흩어져 서술되는 듯 보여도 이들의 삶에는 상하이의 역사가 큰 줄기로 흐른다. 태평천국의 난에서부터 시작되는 봉건왕조시대의 종언과 외세의 침략, 조계지, 문화대혁명과 그 상흔, 개혁개방 등 방향이 완전히 다른 역사와 시대의 동력들이 이 한 편의 소설 안에서 착종한다. 특히 문화대혁명은 소설에 등장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삶을 관통하는 대사건이다. 지주나 자본가 가정 출신의 자제들은 봉건 부패사상의 영향을 받았다고 여겨져, 아바오 식구들은 하루아침에 공동 주택지인 양만호로 이사를 가게 되고, 노동자 가정 출신인 샤오마오는 좋은 사람으로 치켜세워진다.

평균 다섯 가구가 부엌 하나를 공동으로 사용했고 변기통이 설치된 화장실은 두 칸뿐이었다. (중략) 아바오 가족의 새 주소는 아래층 4호실이었다. 15평방미터의 비좁은 단칸방으로 1, 2, 3, 5호실과 복도를 공유하는 형식이었다. 창밖에는 들풀이 가득 자라나 있고 실내에는 도처에 먼지와 거미줄이었다. 가족들이 짐을 담은 바구니를 들여놓는 동안 아바오 아빠는 벽돌을 하나 주워 대문 옆에 못을 박고는 딱딱한 종이에 쓴 인죄서認罪書를 내걸었다. 인죄서에는 모자를 벗고 찍은 사진이 한 장 붙어 있었다.
_1권 본문 중에서

『번화』에선 문화대혁명이 각 개인의 삶에 어떤 영향을 끼치며 기존의 삶을 운영하던 논리를 뿌리째 뒤흔드는지, 상하이 사람들의 의식 구조를 어떻게 변화시키며 상하이인의 정체성을 어떻게 정립해가는지까지 면밀하게 들여다보고 있다.

“하느님이 침묵하고 있다. 모든 것을 내가 결정해야 할 것 같다……”
자유로운 형식과 서술 기법을 통해 복원한 ‘상하이’

형식 면에서 보면 소설은 두 가지 선이 병행되는 구조다.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를 제외하면 소설은 총 31장으로 이루어지는데, 홀수 장은 과거에 해당하는 1960년대부터 1980년대를, 짝수 장은 소설의 현재 시점 1990년대를 서술한다. 이중 28장부터 31장까지는 1990년대를 쭉 이어 그려낸다. 이 같은 구조가 ‘과거 상하이’와‘현재 상하이’라는 두 시대의 대비를 만들어낸다.
한편 서술 면에서는 말글이 이어지는 구조를 띤다. 대화를 나타내는 문장부호가 따로 없이 인물의 말이 열거된다. 이는 작가가 의도한 것으로 옛 중국문학의 서술 기법을 따른 것이다.

화본話本 형식이라는 옛날의 발자취를 현재의 바퀴에 집어넣었는데도 여전히 잘 돌아갔다. 참신하고 이채로웠다.
‘심리적 차원의 미묘함’을 포기하고 구어적인 진술과 평담한 의미를 살려 주인공들의 말과 행위를 있는 그대로 적고자 했다. 한 가지 일이 또다른 일을 물고 온다. 장산張三의 이야기가 끝나면 리쓰李四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각기 다른 어감과 행위, 복장이 각기 다른 환경을 구분하면서 각기 다른 삶을 전개한다. 문장부호들은 아주 간단하다. ‘작가의 말’에서

화본이란 송ㆍ원나라 때 유행한 구어체 소설을 칭하는 것으로, 통속적인 언어로 당시의 생활상이나 역사적인 고사를 표현해내는 형식을 띤다. 작가는 주인공의 말과 행위를 그대로 묘사하는 서사 기법을 통해 ‘상하이’ 그 자체를 그린다. 작가가 소설의 서두에서“하느님이 침묵하고 있다. 모든 것을 내가 결정해야 할 것 같다……”라고 예고한 바다. 상하이라는 공간을 입체적으로 구현하기 위해 자유로운 형식ㆍ서술 기법을 사용해 과거와 현재가 갈마들게 하고, 인물의 말과 행동을 그대로 묘사한 것이다. 이 작품이 2015년 제9회 마오둔문학상을 수상하며 “『번화』의 주인공은 시대의 흐름 속 변화하고 성장하는 도시 상하이 그 자체다”라는 평을 받은 것과 상통하는 맥락이다.

구매가격 : 12,600 원

서자

도서정보 : 바이셴융 | 2023-10-11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타이완 퀴어 문학 최고의 고전
40년 만에 한국 땅을 밟다
드라마, 연극, 영화, 가극, 무용극으로 각색된 명저

“칠흑같이 어두운 밤에 홀로 길거리에서 방황하는
의지할 곳 없는 아이들을 위하여 이 글을 쓴다.”
_바이셴융

1970년대 타이베이시 신공원에서 형성된 남성 동성애자 그룹의 서브컬처를
소재로 삼은 이 작품은 동성애자 소년들의 절박한 상황과 심정, 그들과 부모 간의
절절한 감정을 깊이 있게 조명하고 있다.

타이완을 넘어 중화권 현대문학의 거장인 바이셴융白先勇의 『서자孽子』(1983)가 출간 40년 만에 드디어 한국어로 번역·출간됐다. 글항아리가 새롭게 선보이는 ‘거장들의 클래식’ 제1권으로 나왔다. 바이셴융은 오래전부터 중국어권을 대표하는 소설가였다. 1999년 홍콩의 유력 주간지 『아주주간亞洲週刊』에서 선정한 ‘20세기 중국어소설 100선’에서 바이셴융의 작품집 『타이베이 사람들臺北人』(1971)은 7위를 차지했다. 그 앞의 1~6위는 모두 사망한 작가들의 작품이었으므로 생존 작가 중에서는 그가 으뜸이었다. 미국의 저명한 중국문학자 샤즈칭夏志淸도 그가 “현대 중국 단편소설가 가운데 기재로서 5·4운동 이후 예술적 성취에서 그와 필적할 만한 사람은 루쉰부터 장아이링까지 단 대여섯 명에 불과하다”라고 극찬한 바 있다.
하지만 그의 유일한 장편소설이자 대표작인 『서자孼子』는 1977년부터 1981년까지 타이완의 잡지와 싱가포르의 신문에 연재된 후 1983년 타이완 위안징遠景출판사에서 단행본이 출간되었을 때 민감한 소재로 인해 별다른 반응을 얻지 못했다. 이미 바이셴융이 저명한 작가였고 문단 데뷔 이후 여러 편의 퀴어 단편소설을 발표했는데도 그랬다. 몇 년 뒤 프랑스와 미국에서 번역서가 출판돼 열렬한 반응을 일으키고 나서야 타이완 내에서도 이 작품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그리고 1986년 이 작품을 각색한 동명의 영화가 상영되었고 2003년에는 역시 동명의 드라마가 절찬리에 방영되어 타이완 금종상의 여우주연상, 감독상, 미술상 등을 휩쓸었다. 당시 드라마의 영향으로 연예인과 일반인의 커밍아웃이 줄을 이었으며 가출한 동성애자 자식들에게 “용서해줄 테니 돌아오라”는 말을 전해달라는 부모들의 전화가 방송국에 빗발쳤다고 한다.
바이셴융은 그간 한국에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1987년 중앙문화사에서 중문학자인 고故 허세욱 교수의 번역으로 바이셴융의 대표작인 『타이베이 사람들臺北人』이 번역된 적이 있으나 몇 편을 골라 선역한 것이며, 책 자체도 세계문학전집 중 한 권으로 루쉰·자오쯔판趙滋蕃의 작품과 묶여 있었다. 그나마 일찍이 절판되어 구해볼 수 없는 상태이지만 허세욱 교수의 좋은 번역으로 바이셴융 문학의 풍부한 묘미가 전달되었던 바 있다.
『타이베이 사람들』이 단편집이라면, 『서자』는 장편소설로 스스로 동성애자이기도 한 작가가 타이베이 동성애 젊은이들의 삶을 제재로 해서 써내려간 큰 분량의 작품이다. 스스로 “칠흑같이 어두운 밤에 홀로 길거리에서 방황하는 의지할 곳 없는 아이들을 위하여 이 글을 쓴다”라고 밝혔듯이 가정과 학교로부터 버려진 타이베이의 젊은이들에 관해 묘사한다.
아칭, 샤오위, 쥐, 우민, 아슝 등은 타이베이의 신공원에서 양 사부를 중심으로 불법적인 지하 동성애 왕국을 조직하여 매춘을 하며 살아간다. 그들은 대부분 비정상적인 가정환경과 동성애 성향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거리로 나와서 타락의 길을 걷는다. 하지만 그들의 마음속 깊은 곳에는 언제나 희망과 동경이 있다. 샤오위는 일본에 가서 잃어버린 아버지를 찾고 싶어 하며 우민은 연인에게 늘 비정하게 버려지면서도 순수한 사랑을 열망한다. 아칭은 죽은 동생을 그리워하면서 자신을 버린 아버지와의 화해를 꿈꾼다. 그들은 양 사부의 제의로 ‘안락향’이라는 게이바를 차리고 비정한 사회에 자신들만의 파라다이스를 만들려 하지만 끝내 사회의 차별과 냉대로 실패하고 만다. 하지만 그들은 뿔뿔이 흩어진 후에도 포기하지 않고 각자의 꿈을 향해 나아간다.

바이셴융에 대하여

1954년 타이베이. 17세의 고등학생 바이셴융은 학원의 여름방학 대학입시 준비반에 다니고 있었다. 어느 날 그는 수업에 늦어서 허겁지겁 학원 건물 계단을 뛰어 올라가다가 자신처럼 지각한 다른 반 학생과 부딪쳤다. 마른 체격에 갸름한 얼굴의 그 학생은 이름이 왕궈샹王國祥이었고 두 사람은 아마도 처음 눈이 마주치자마자 자신들이 같은 부류의 사람임을 알아챘을 것이다.
금세 친해진 두 소년은 같은 대학에 가기로 약속한다. 당시 바이셴융은 장차 타이완과 중국이 통일된 후 중국으로 건너가 산샤三峽댐 건설에 참여하는 것을 꿈꿨다. 그래서 타이난에 있는 청궁成功대학 토목학과에 진학했고 왕궈샹은 같은 대학의 전자공학과에 들어갔다. 하지만 바이셴융은 1년 만에 전공이 자기 적성과 안 맞는다는 걸 깨닫고 다시 시험을 봐서 타이완대학 영문학과에 입학한다. 이에 왕궈샹도 그를 따라 타이완대학 물리학과로 옮겨 간다. 바이셴융은 이후 단편소설 창작과 공개 낭송회에서 두각을 나타냈으며 왕궈샹은 그의 충실한 독자이자 청중이 된다. 그런데 왕궈샹은 대학 3학년 때 재생불량성 빈혈에 걸려 2년을 휴학할 수밖에 없었다. 그 기간에 바이셴융은 정성껏 그를 돌봤으며 다행히 그는 건강을 회복한다.
대학 졸업 후 대학 동기들과 잡지 『현대문학』을 창간하고 활발히 작품 활동을 하던 바이셴융은 1962년 모친 별세 후 미국 유학길에 오른다. 이때도 왕궈샹은 바이셴융을 따라간다. 함께 아이오와대학에서 공부했으며 바이셴융이 석사학위를 받고 캘리포니아대학 샌타바버라 분교의 중문학 교수로 취임하고 나서도 그와 함께했다. 두 사람은 작은 집을 얻고 정원에 이탈리아 측백나무를 심었다. 휴일이면 근처 항구에서 킹크랩을 사와 왕궈샹이 정성껏 요리를 해서 함께 나눠 먹었다. 그렇게 30여 년간 둘만의 행복한 세월을 보내다가 1989년 왕궈샹의 재생불량성 빈혈이 재발한다. 그 후 3년 동안 바이셴융은 왕궈샹을 데리고 미국 각지의 병원을 전전한다. 나중에는 중국의 명의까지 찾아가 치료 방법을 강구하지만 결국 왕궈샹의 죽음을 막을 수는 없었다. 1992년 8월 왕궈샹이 55세를 일기로 사망함으로써 바이셴융은 38년간 벗한 연인을 잃고 만다. 그리고 6년 뒤, 그는 왕궈샹과의 사랑을 기념하는 에세이집 『나무는 이와 같다樹猶如此』를 출간한다.
훗날 어느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바이셴융은 병석의 왕궈샹을 돌보던 때를 회고하며 이런 말을 했다. “당시 누가 내게 히말라야 산꼭대기에 명의가 있다고 했다면 나는 거기에 올라가 신약을 달라고 애걸했을 겁니다. 그때 내게는 왕궈샹의 생명을 구하는 게 그 무엇보다 중요했습니다.” 그리고 덧붙여 “그는 내 연인이었고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이자 정신적 지주였습니다. 그의 죽음은 내 인생에서 가장 만회하기 힘든, 유감스러운 일이었죠”라고 말했다.

바이셴융은 62세에 홍콩 매체와 가진 인터뷰에서 자신의 성 정체성에 관해 뚜렷한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는 “처음 나의 성 정체성을 깨닫고 알게 된 후로 내게 동성애는 아름답고 자랑스러운 것이었습니다”라고 단호히 말했다. 하지만 또 『서자』와 관련해서는 “이 작품은 동성애를 다루는 것에 앞서 인간을 다루었습니다”라고도 했다. 실제로 이 작품은 주로 1970년대 타이완 타이베이시 신공원에 형성된 남성 동성애자 그룹의 서브컬처를 제재로 삼긴 했지만 그밖에도 그들과 부모 간의 절절한 감정을 깊숙이 조명하고 있다.
나는 『서자』를 번역하는 내내 작가 바이셴융과 그의 아버지의 관계가 어땠는지 내내 궁금했다. 『서자』에는 두 명의 아버지가 매우 중요한 인물로 등장한다. 한 명은 주인공 아칭의 아버지이고 다른 한 명은 동성애자 아들을 자살로 잃은 푸 어르신이다. 두 사람은 모두 군인 출신으로, 이런 설정은 역시 아버지가 군 장성이었던 바이셴융의 자전적 색채를 보여준다. 바이셴융의 아버지 바이충시白崇禧는 타이완 정부에서 국방부 장관까지 지낸 저명인사였다. 바이셴융은 그의 10남매 중 8번째로 태어나 어릴 적 극진한 사랑을 받았으며 그 자신도 부모에 대한 사랑이 남달랐다. 그런데 훗날 “당신 아버님은 당신의 성 정체성을 아셨습니까?”라는 여러 인터뷰어의 질문에 바이셴융은 각기 다른 답을 내놓았다. 한 번은 “모르셨지만 만약 아셨어도 그분은 자식들의 사생활을 존중했기 때문에 아마 이해해주셨을 겁니다”라고 했고 또 한 번은 “나의 특수한 성향을 아셨지만 그래도 나를 존중해주셨습니다”라고 했다. 바이셴융은 왜 이렇게 다른 말을 했을까? 또 둘 중 어느 쪽이 진실일까? 나는 둘 다 진실이며 바이셴융은 그 진실의 서로 다른 면을 말했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바이셴융은 이미 미국으로 떠나기 전부터 「월몽月夢」 「외로운 17세寂寞的十七歲」 같은 퀴어 단편소설을 발표했다. 그리고 평소 자식을 사랑했던 아버지 바이충시가 아들의 성 정체성을 몰랐다는 건 말이 안 된다. 따라서 바이충시는 아들이 동성애자라는 것을 알면서도 굳이 언급하지 않고 묵인해준 것이라 생각한다. 보수적인 군인이었던 그로서는 그것이 최선의 표현이었을 것이다.
바이셴융은 아버지의 임종을 지키지 못했다. 그가 미국에 있을 때 급환으로 사망했기 때문이다. 훗날 그는 어느 지면에서 자신이 마지막으로 아버지를 보았던 때를 회상한다. 당시 한 달여 전 아내를 여읜 그의 아버지는 고희의 노구를 이끌고 공항에 나가 아들의 미국행을 전송한다. 멀리 떠나는 아들 앞에서 그는 뜻밖에도 눈물을 보였다. 그 당당했던 군 장성이 마치 어린아이처럼 엉엉 울음을 터뜨렸다.

구매가격 : 17,500 원

장야 : 야 1

도서정보 : 묘니 | 2023-08-21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묘니
1977년생. 중국 1위 장르소설 작가. 중국의 대표 장편소설 작가 김용 이 후 가장 뛰어난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그가 집필한 작품들은 저자만의 독특한 세계관속에 갖가지 사건들을 알차게 구성하였다. 수많은 등장인물들이 만들어 내는 복잡한 갈등속에서 한줄기 목표로 끊임없이 달려가는 맛이 그의 소설속에 잘 녹아 있다. 대표 작품으로는 『주작기』, 『경여년』, 『장야』, 『택천기』, 『간객』. 그의 작품 대부분은 드라마로 제작되어 중국에서 80억뷰가 넘는 조회수를 달성하며 큰 화제가 되었다. 최근 자신의 마지막 장편 소설 『대도조천』을 마감했다.
2007년 『주작기』로 제4회 시나 오리지널 창작대회, 무협판타지상 1등상, 2013년 『간객』으로 제1회 서호 장르문학상 은상, 2015년 『장야』로 제1회 인터넷문학상 금상, 2015년 텐센트 서원문학상, 올해의 작가상, 2017년 『간객』으로 인터넷 문학 20년, 20대 작품 1위, 2020년 『택천기』로 제1회 천마문학상을 받았다.

구매가격 : 8,000 원

장야 : 야 2

도서정보 : 묘니 | 2023-08-21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묘니
1977년생. 중국 1위 장르소설 작가. 중국의 대표 장편소설 작가 김용 이 후 가장 뛰어난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그가 집필한 작품들은 저자만의 독특한 세계관속에 갖가지 사건들을 알차게 구성하였다. 수많은 등장인물들이 만들어 내는 복잡한 갈등속에서 한줄기 목표로 끊임없이 달려가는 맛이 그의 소설속에 잘 녹아 있다. 대표 작품으로는 『주작기』, 『경여년』, 『장야』, 『택천기』, 『간객』. 그의 작품 대부분은 드라마로 제작되어 중국에서 80억뷰가 넘는 조회수를 달성하며 큰 화제가 되었다. 최근 자신의 마지막 장편 소설 『대도조천』을 마감했다.
2007년 『주작기』로 제4회 시나 오리지널 창작대회, 무협판타지상 1등상, 2013년 『간객』으로 제1회 서호 장르문학상 은상, 2015년 『장야』로 제1회 인터넷문학상 금상, 2015년 텐센트 서원문학상, 올해의 작가상, 2017년 『간객』으로 인터넷 문학 20년, 20대 작품 1위, 2020년 『택천기』로 제1회 천마문학상을 받았다.

구매가격 : 8,000 원

장야 : 야 3

도서정보 : 묘니 | 2023-08-21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묘니
1977년생. 중국 1위 장르소설 작가. 중국의 대표 장편소설 작가 김용 이 후 가장 뛰어난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그가 집필한 작품들은 저자만의 독특한 세계관속에 갖가지 사건들을 알차게 구성하였다. 수많은 등장인물들이 만들어 내는 복잡한 갈등속에서 한줄기 목표로 끊임없이 달려가는 맛이 그의 소설속에 잘 녹아 있다. 대표 작품으로는 『주작기』, 『경여년』, 『장야』, 『택천기』, 『간객』. 그의 작품 대부분은 드라마로 제작되어 중국에서 80억뷰가 넘는 조회수를 달성하며 큰 화제가 되었다. 최근 자신의 마지막 장편 소설 『대도조천』을 마감했다.
2007년 『주작기』로 제4회 시나 오리지널 창작대회, 무협판타지상 1등상, 2013년 『간객』으로 제1회 서호 장르문학상 은상, 2015년 『장야』로 제1회 인터넷문학상 금상, 2015년 텐센트 서원문학상, 올해의 작가상, 2017년 『간객』으로 인터넷 문학 20년, 20대 작품 1위, 2020년 『택천기』로 제1회 천마문학상을 받았다.

구매가격 : 8,000 원

장야 : 야 4

도서정보 : 묘니 | 2023-08-21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묘니
1977년생. 중국 1위 장르소설 작가. 중국의 대표 장편소설 작가 김용 이 후 가장 뛰어난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그가 집필한 작품들은 저자만의 독특한 세계관속에 갖가지 사건들을 알차게 구성하였다. 수많은 등장인물들이 만들어 내는 복잡한 갈등속에서 한줄기 목표로 끊임없이 달려가는 맛이 그의 소설속에 잘 녹아 있다. 대표 작품으로는 『주작기』, 『경여년』, 『장야』, 『택천기』, 『간객』. 그의 작품 대부분은 드라마로 제작되어 중국에서 80억뷰가 넘는 조회수를 달성하며 큰 화제가 되었다. 최근 자신의 마지막 장편 소설 『대도조천』을 마감했다.
2007년 『주작기』로 제4회 시나 오리지널 창작대회, 무협판타지상 1등상, 2013년 『간객』으로 제1회 서호 장르문학상 은상, 2015년 『장야』로 제1회 인터넷문학상 금상, 2015년 텐센트 서원문학상, 올해의 작가상, 2017년 『간객』으로 인터넷 문학 20년, 20대 작품 1위, 2020년 『택천기』로 제1회 천마문학상을 받았다.

구매가격 : 8,000 원

검혼여초 3-유원성진-오직 별이 되기를

도서정보 : Huai Guan | 2022-09-20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 시공간을 넘어선 판타지 로맨스《검혼여초》시리즈
★ 고대 검에서 사람의 모습으로 화한 화형자와 한 여자의 애틋한 사랑, 그 세 번째 이야기
《검혼여초》시리즈는 출간 전부터 대만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할리우드와 싱가포르 영화사에서 러브콜을 보낸 장편 로맨스 판타지 소설이다. 이 책은 유물 복원사인 잉루추와 천 년 전 검에서 인간으로 화한 화형자 샤오롄의 필연 같지만 우연한 만남을 시작으로, 현재를 사는 인간과 천 년 전 영혼에서 깨어난 남자의 달콤하지만 금방 녹아내릴 수밖에 없는 아이스크림과 같은 슬픈 사랑의 운명을 이야기한다.
그런데 이 책이 달콤함으로만 가득 찬 로맨스 소설책이라면 아마도 장편 소설의 집필은 기획 단계에서부터 어려웠을 것이다. 칭화대학에서 석사학위를 받은 후 시카고대학 경제학 박사 코스에 진학하면서 세계적 학술 지식과 영미의 글쓰기 교육을 받은 저자 화이관은, 중국의 역사를 기반으로 하되 현대적으로 재미있고 쉽게 읽을 수 있도록 시공간을 넘나들며 때로는 깊이 있게, 때로는 통통 튀는 대사로 전체적인 구성과 글을 잘 엮어냈다. 기획 단계에서부터 <검혼여초>는 스토리의 웅장함을 담아내기 위해 대만 현지에서 4권으로 출간될 예정이다.
무엇보다 이 책을 읽는 묘미는, 천 년 전의 시공간을 넘나드는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지루하지 않게 이를 현대적으로 잘 이끌어내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유물 복원사라는 설정을 통해 옛것의 소중함, 그리고 그것을 만들어낸 장인 정신, 사람을 살리기 위해 검을 만들어냈으나 그 검이 사람을 죽일 수밖에 없다는, 인생의 아이러니함을 스토리에 잘 녹아내어 마음을 울리는 메시지를 전해준다. 이번에 출간된 검혼여초 3 <유원성진>은 “오직 별이 되기를” 이라는 부제로 그 이야기를 이어가고 있다.

“내가 당신을 잃지 않도록 해줘요.”
유한한 시간 속 깊어지는 간절함이 만든 기적 같은 사랑
샤오롄은 루추를 믿고 그녀에게 자신의 금제 제거를 맡긴다. 언제 깨어날 수 있을지 아무도 보장할 수 없어 그는 최악의 상황까지 고려해 루추를 위한 대비책도 마련해 놓지만, 루추는 그런 그를 살리겠다는 일념 하에 금제 제거에 성공한다. 기적적으로 서로를 품에 안은 두 사람은 결혼식을 기획하며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것도 잠시, 깊어지는 사랑만큼 또 다른 불안에 사로잡힌다.
사실 루추는 샤오롄과 이별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서 해방되지 못했다. 샤오롄과 함께 살고는 있지만, 사람이 아닌 존재인 그의 세계는 자신의 세계와 완전히 다르다는 것을 문득문득 깨달으며 이따금씩 마음이 내려앉는다. 샤오롄과 영원을 꿈꿀 수 없다는 사실이 그를 사랑하는 만큼 아프게 느껴진다. 루추는 샤오롄과 평생 함께하는 것이 두렵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와 평생 함께 하기를 갈망했다. 그러나 그럴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괴롭다.

샤오롄 역시 루추가 없는 그의 미래를 상상할 수 없다. 그러나 미래를 내다보는 초능력을 가진 샤딩딩이 루추와 화형자들의 사이가 틀어진다는 것을 예견한다. 이에 샤오롄은 무슨 일이 있더라도 끝까지 루추를 지키겠다 다짐하지만 혹시나 그녀를 잃게 될까봐 두렵다.
그래서 선택한 그녀와 영원히 함께할 수 있는 단 하나의 방법. 생명을 공유하고 화복도 함께하는 ‘결계’를 맺는 것. 샤오롄은 생명의 위험을 무릅쓰고 루추와 결계를 맺어 평생 처음으로 사랑한 한 사람, 유일한 사람인 루추를 늙지도 죽지도 않게 만들려 한다.
그러던 중, 싱밍이 살무사를 이용해 사람을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돌아온다. 그녀의 목표는 전승자인 루추를 위협해 전승 안으로 들어가는 것.
화형자, 싱밍의 공격으로부터 샤오롄은 루추를 지켜낼 수 있을까? 영원한 사랑을 꿈꾸는 둘은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만약 당신을 영원히 살 수 있게 할 수 있다면, 난 당신 손에 들린 검이 되는 것으로도 만족해요.” (394쪽)

구매가격 : 11,200 원

삼체 1부

도서정보 : 류츠신 | 2022-02-15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세 개 태양이 불타는 켄타우루스 알파성 삼중성계
삼체 문명의 항성급 함대가 지구를 향해 출발한다
“인류가 이 전쟁에서 승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너희는 벌레다!”
SF의 신화가 된 류츠신 『삼체』

아시아 최초로 휴고상을 수상하며 SF 거장으로 등극한 류츠신의 대표작 『삼체』. 『1부 : 삼체문제』 『2부 : 암흑의 숲』 『3부 : 사신의 영생』으로 이어지는 ‘지구의 과거’ 3부작은 무수한 위험이 숨어 있는 ‘암흑의 숲’과 같은 우주에서 인류가 마주하게 될 운명을 대담한 상상력으로 그려냈다. 오바마 미국 전 대통령이 “『삼체』를 읽을 때 작품 스케일이 워낙 커서 백악관의 일상사가 사소하게 느껴졌다”(『뉴욕타임스』 인터뷰)라고 평했을 만큼, 『삼체』가 구축하고 있는 세계는 무한한 우주를 향해 끝없이 팽창한다.

『삼체』는 작가가 컴퓨터 엔지니어로 일하며 축적한 과학적 이론을 기반으로 독자들에게 우주에 관한 초월적인 시야를 선사한다. 『삼체』는 문화대혁명에서부터 수백 년 후 외계 문명과 인류의 전면전까지로 이어지는 SF 대서사시로 『1부 : 삼체문제』에서는 지구로부터 4광년 떨어져 있는 삼체 세계와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외계 문명과 조우하게 된 인류의 운명을 그려내고 있으며, 『2부 : 암흑의 숲』에서는 “문명은 끊임없이 성장하고 확장되지만 우주의 물질 총량은 불변한다”라는 우주 공리(公理)를 내세우며 ‘암흑의 숲’과 같은 우주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외계 문명과의 생존경쟁이 불가피함을 말한다. 『3부 : 사신의 영생』에서는 외계 문명과의 전면전에서 살아남은 인류가 우주에 존재하는 더 큰 공포와 맞닥뜨리며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1부에서 3부로 이어지는 무한한 상상력은 우주에 대한 본질적인 사고를 극한으로 끌어올리며 지적 즐거움을 경험하게 한다.

구매가격 : 11,900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