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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그릇 1 (세계문학전집 108)

도서정보 : 마쓰모토 세이초 | 2017-12-04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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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새벽, 전차 조차장에서 얼굴이 뭉개진 남자의 시체가 발견된다. 경찰은 전날 밤 한 싸구려 술집에서 그 남자와 일행을 보았다는 목격담에서부터 수사를 시작한다. 그러나 계속되는 조사에도 실마리는 잡히지 않는다. 알아낸 것은 피해자가 도호쿠 지역 사투리를 쓴 것 같다는 증언과 "가메다"라는 단어뿐. 결국 사건은 미궁에 빠진다.
베테랑 형사 이마니시는 가메다라는 단어를 중심으로, 경찰이 반쯤 포기한 사건에 끈질기게 매달리며 조사를 계속한다. 그러나 이마니시가 수사를 진행할 때마다 그와 관련된 사람들이 의문의 죽음을 당하고, "가메다"는 전혀 의외의 곳에서 정체를 드러낸다.

구매가격 : 8,400 원

모래그릇 2 (세계문학전집 109)

도서정보 : 마쓰모토 세이초 | 2017-12-04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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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새벽, 전차 조차장에서 얼굴이 뭉개진 남자의 시체가 발견된다. 경찰은 전날 밤 한 싸구려 술집에서 그 남자와 일행을 보았다는 목격담에서부터 수사를 시작한다. 그러나 계속되는 조사에도 실마리는 잡히지 않는다. 알아낸 것은 피해자가 도호쿠 지역 사투리를 쓴 것 같다는 증언과 "가메다"라는 단어뿐. 결국 사건은 미궁에 빠진다.
베테랑 형사 이마니시는 가메다라는 단어를 중심으로, 경찰이 반쯤 포기한 사건에 끈질기게 매달리며 조사를 계속한다. 그러나 이마니시가 수사를 진행할 때마다 그와 관련된 사람들이 의문의 죽음을 당하고, "가메다"는 전혀 의외의 곳에서 정체를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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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mian (영어로 읽는 세계문학 319)

도서정보 : 헤르만 헤세 | 2017-12-03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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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안> 영문판.
1919년에 출간된 헤르만 헤세의 경장편소설.
이 작품은 제1차 세계대전에서 중상을 입은 ‘싱클레어’라는 청년의 수기(手記)형식으로 되어 있다. 싱클레어는 부모의 따뜻한 보살핌과 기독교 신앙의 가르침 안에서 자라는 평범한 소년이었다. 그는 부모가 품어주는 밝은 세계의 평안함 속에서 안락(安樂)을 누렸지만, 동시에 부모의 세계 밖에 있는 어둠의 세계에도 두려움과 함께 호기심을 갖고 접촉하고 있었다. 그곳은 때로는 욕설과 싸움이 있었지만, 때로는 솔직한 감정의 교류가 그를 유혹하고 있었다. 싱클레어는 자신의 환경으로부터 밝음과 어둠의 두 세계를 발견하고 모두 마음에 품으면서, 어느 곳에도 온전히 속하지 못한 채 갈등하던 중 연상(年上)의 친구 ‘데미안’을 만나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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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ath in Venice (영어로 읽는 세계문학 322)

도서정보 : 토마스 만 | 2017-12-03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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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치아에서의 죽음> 영문판.
1912년에 출간된 토마스 만의 중편소설.
뮌헨에서 편안하게 살고 있는 노(老)작가 ‘구스타프 폰 아셴바흐’는 어느 날 갑자기 베네치아로 여행을 떠난다. 호텔에 머물던 중 그는 금발의 고수머리와 그리스풍의 미모(美貌)를 지닌 소년 ‘타지오’에게 매혹되어 깊이 빠져들게 되는데…

구매가격 : 2,000 원

아르테미스(ARTEMIS)

도서정보 : Andy Weir | 2017-11-24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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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후 70년 후, 지구인이라면 누구나
꼭 한 번 가보고 싶어하는 꿈의 여행지
“달에 생긴 최초의 도시,
아르테미스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화제의 베스트셀러 《마션》의 천재 작가 앤디 위어의 신작 SF스릴러
출간 즉시 아마존 ․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20세기폭스 <마션> 제작진 영화화 확정

지적 쾌감, 극적 긴장감, 위대한 감동이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며 강력한 이야기의 힘을 보여주었던 화제의 베스트셀러 《마션》의 천재 작가 앤디 위어가 이번엔 지구와 가장 가까운 천체 달을 무대로 한 신작 《아르테미스》를 들고 우리에게 다시 돌아왔다. 데뷔작 《마션》에서 박학다식한 과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작가 고유의 문학적 감각을 마음껏 선보였다면, 이번 신작 《아르테미스》에서는 달에 생긴 최초이자 유일한 도시 아르테미스로의 잊지 못할 여정을 선사한다.

(책 제목으로) ‘아르테미스’ 외에 다른 것은 고려해본 적이 없다. 너무나 완벽한 이름이기 때문이다. 먼저 ‘아르테미스’는 그리스 달의 여신이다. 그리고 1960년대 나사에서 추진된 인간의 달 여행 계획인 ‘아폴로’의 쌍둥이 남매이다. 이보다 더 완벽한 제목이 어디 있겠는가. –YouTube의 아르테미스 티저 영상에서

글을 쓸 때 무엇보다도 과학적 사실을 조사하고 검증하는 걸 즐긴다고 밝힌 바 있는 작가는 이번 작품에서도 자신의 장기를 유감없이 발휘한다. 전작 《마션》과 마찬가지로 수많은 자료 조사와 수학적 계산을 거쳐 ‘달의 도시 아르테미스’라는 완벽한 가상 세계를 구현하였다. 지구과학, 화학, 수학 등에 관한 해박한 지식과 합리적 추론에 따라 달이라는 공간에서 가장 효율적으로 도시를 건설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였고, 그 도시가 제 역할을 다하기 위한 정치 ․ 경제적 구상까지 구체적으로 담아냈다. 작가 블레이크 크라우치가 ‘달의 도시를 배경으로 다시 한 번 불가능한 일을 해냈다!’는 찬사를 보낸 이유다. 뿐만 아니라 전작 《마션》의 주인공 마크 와트니의 또 다른 이면을 보는 듯한 범죄자 재즈 바샤라의 재치 있고 유머러스한 화법이 여전히 빛을 발하는 가운데, 앞을 예측할 수 없는 사건의 전환과 역전, 반전이 계속되며 보다 풍성해진 이야기를 선보인다. 이에 작가 어니스트 클라인은 ‘《마션》의 독자라면 바라는 모든 것을 담고 있는 소설’이라며 환호했다.

나는 달의 첫 번째(그리고 지금까지는 유일한) 도시 아르테미스에 산다. 아르테미스는 ‘버블’이라고 부르는 거대한 구(球) 다섯 개로 이루어져 있다. 버블의 절반은 땅속에 묻혀 있기 때문에 아르테미스는 옛날 SF 소설에서 묘사했던 달 도시의 모습을 정확히 닮아 있다. (중략) 이곳에 오려면 돈이 아주 많이 들고, 이곳에서 살려면 돈이 엄청나게 많이 필요하다. 하지만 도시라면 부자 관광객과 괴짜 갑부만 살 수는 없는 법이다. 노동자 계급의 사람도 필요하다. ‘J. 돈많아 넘쳐흘러 3세’께서 스스로 변기를 닦을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나도 힘없는 사람들 가운데 한 명이다. –본문 중에서

《마션》과 마찬가지로 《아르테미스》도 수많은 자료 조사와 수학적 계산을 거친 결과물입니다. 아르테미스라는 도시 자체가 그렇고, 애초에 그게 어떻게 만들어졌고 도시 경제는 어떻게 돌아가는지 등등을 구상해나가야 했으니까요. 아주 많은 공이 들어갔지만, 내가 소설을 쓰며 가장 즐거워했던 부분이기도 합니다. (중략) 시간과 공을 가장 많이 들인 것은 바로 아르테미스라는 도시예요. 읽는 사람들이 도시 자체를 실제처럼 느꼈으면 했어요. 진짜로 아르테미스란 도시가 존재하고 한 번쯤 여행하고 싶다는 얘길 듣는다면 정말 기쁠 거예요. : ) –한국어판 서문 중에서

달의 도시 아르테미스에서 최하층 짐꾼으로 일하는
천재 소녀의 인생 역전을 위한 기발한 범죄 프로젝트

향후 70년 후 지구인이라면 누구나 꼭 한 번 가보고 싶어하는 꿈의 도시 아르테미스에 온 것을 환영한다. 면적 약 0.5평방킬로미터. 인구 약 2천여 명. 대부분 관광객이나 억만장자가 거주하는 이 도시에는 다수의 노동자와 범죄자도 공존하고 있다. 재즈 바샤라는 범죄자이다. 최하층 짐꾼으로 일하며 하루하루 집세를 감당하기도 벅찬 그녀에게 삶의 신조가 있다면 돈 되는 일은 뭐든 다 하자는 것. 그러던 어느 날 인생 역전을 할 수 있는 일생일대의 기회가 생긴다. 임무는 미션 임파셔블. 목숨을 담보로 해야 하는 일이다. 어릴 적부터 과학과 수학에서 뛰어난 재능을 보였던 재즈는 배짱 좋게 도전장을 던지기로 한다. 하지만 범죄에 깊이 개입하면 할수록 도시 전체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 거대 음모와 대면하게 되는데…….

“넌 정말로 똑똑하고 돈을 원해. 나는 정말로 똑똑한 누군가가 필요하고 돈이 있어. 관심 있나?”
“흠…….” 잠시 생각했다. 가능하긴 한 일일까? 일단 에어로크에 접근해야 한다. 도시 전체에는 에어로크가 단 네 개 있고, 면허를 가진 EVA 길드의 회원만 사용할 수 있다. 에어로크의 조작반은 기즈모를 통해 이용자를 확인한다. 그러고 나면 몰트케 언덕까지 3킬로미터를 이동해야 한다. 어떻게 이동하지? 걸어서? 일단 도착하면 어떻게 해야 하나? 수확기에는 카메라가 달려 있고 운행을 하기 위해 360도로 움직이며 주위의 모든 걸 촬영한다. (중략) 아무래도 안 되겠어. 난 밀수꾼이지 파괴 공작원이 아니잖아.
“미안해요, 하지만 제가 할 일이 아닌 것 같아요. 다른 사람을 찾아보세요.”
“100만 슬러그를 주지.”
“하죠!” –본문 중에서

알기 쉽고 흥미진진한 과학과 수학 이야기, 빠른 속도로 이어지는 예측 불가능한 이야기 전개, 그리고 무엇보다도 발칙하지만 위트 넘치고 매력적인 여주인공 재즈 바샤라의 목소리가 완벽한 조화를 이룬 소설 《아르테미스》는 달에 사는 한 천재 소녀의 기발한 범죄 프로젝트를 그린 SF 누아르 서스펜스 스릴러이다. 정확한 과학적 지식에 기반을 둔 사건 전개, 앤디 위어 특유의 자조적인 유머 등은 이번 책에서도 맥을 잇고 있다. 달라진 점이 있다면 가까운 미래에 실현 가능한 달의 도시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탐사가 아니라 식민 도시이다 보니 보다 우리 삶과 직결되어 있고, 다양한 유형의 범죄도 발생한다. 다만, 지구가 아닌 달이기에 아주 사소한 실수 하나만으로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만약 이 점을 노린 범죄라면? 여러 인물들, 그리고 여러 집단들이 얽히다 보니 이야기는 결코 단순하지 않고, 따라서 사건도 여러 겹으로 둘러싸여 결코 예측할 수 없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작가 앤디 위어는 신작 《아르테미스》에서 누구도 쉽게 예측할 수 없는 완벽하게 새로운 가상 세계를 창조해내며 누구나 빠져들 만한 경이롭고 매혹적인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앞으로 그의 작품에 대한 기대감을 한층 높여줄 SF 스릴러 수작으로 손꼽을 만한 작품이다.

《마션》에 이어 다시 한 번 뜨거운 열풍을 일으킬
올해 최고의 SF 블록버스터 기대작!

소설 《아르테미스》는 인간의 생존을 위해 각종 과학적 지식을 이용한다는 점에서 전작 《마션》과 유사하지만, 거기에만 그치지 않고 물리학, 화학, 경제학 등을 유기적으로 결합하여 달의 도시가 활성화될 수 있는 여러 다양한 장치를 마련해놓았다. 이곳에서 살아가는 인물들에게 쉽게 동화되어 소설을 보다 실감나고 재미있게 읽어나갈 수 있는 이유다. 그 밖에도 달의 표준 시간이나 화폐, 지구인을 위한 여러 다양한 관광 상품, 통신 수단 등도 이 책 《아르테미스》에서만 만끽할 수 있는 즐거움이다. 인물에도 다소 변화가 있는데, 전작 《마션》의 괴짜 과학자 마크 와트니가 모든 사람들이 바라는 자질을 두루 갖춘 이상적인 인물이었다면, 《아르테미스》의 천재 범죄자 재즈 바샤라는 제멋대로 행동하는 말괄량이에 결점도 많고 끊임없이 실수를 저지르는 여자이다. 하지만 위트 있고 영리하다고 해서 항상 올바르게 행동하라는 법은 없다. 돈을 위해 불법적인 일을 서슴지 않는 범죄자임에도 재즈가 현실적이고 사랑스럽게 느껴져서 자신도 모르게 응원하게 되는 이유이다.
작가 앤디 위어는 여덟 살 때부터 아서 C. 클라크, 아이작 아시모프 등의 작품을 탐독할 정도로 SF의 열렬한 독자이자 우주 역사에 관심이 많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러한 작가의 이력은 신작 《아르테미스》에서도 곳곳에 영향을 주고 있다. 달의 도시 아르테미스를 구성하는 다섯 개의 버블은 암스트롱, 올드린, 콘래드, 빈, 셰퍼드로, 각각 아폴로 계획에 참여했던 우주비행사들의 이름을 따왔다. 지구인을 위한 대표적인 관광 상품으로 아르테미스의 아폴로 11호 관광안내소에서 오직 달에서만 만끽할 수 있는 다양한 어드벤처를 제공하고 있다. 소설의 도입부에서 재즈가 EVA 시험을 치르면서 우주복 결함으로 곤혹을 치르자 “우주복은 네 책임이야. 그런데 고장 났잖아. 그건 네가 불합격했다는 뜻이야.”라는 말이 나오는데, 이는 SF 분야에서 아주 친숙한 모티프이다. 이에 대한 주인공 재즈의 ‘변명 따위는 통하지 않았다’나 EVA 교관의 ‘달은 아주 잔인한 놈이지’ 등의 말은 오래전 로버트 하인라인의 말을 차용한 것이기도 하다.
소설 《아르테미스》는 출간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영화 <마션> 제작사 20세기폭스 사에서 영화화를 확정했다. 곧이어 영화 <마션> 제작진인 필 로드, 크리스토퍼 밀러가 연출을 맡았다는 소식이 이어지면서 앞으로의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구매가격 : 10,500 원

교열걸 1

도서정보 : 미야기 아야코 | 2017-11-14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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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잡지사에 취직은 했는데, 프라다를 입은 악마들은 어딜 간 거야?”
국내 채널J 인기리 방영, 일본 드라마 최고 화제작
〈수수하지만 굉장해! 교열걸 고노 에쓰코〉 원작 소설





◎ 도서 소개

일본 NTV 인기 드라마 〈수수하지만 굉장해! 교열걸 고노 에쓰코〉 원작 소설
출판사를 무대로 한 파란만장 직장 엔터테인먼트!

일본 NTV 드라마 〈수수하지만 굉장해! 교열걸 고노 에쓰코〉의 원작 소설 『교열걸』1~3 시리즈가 출간된다. 이시하라 하토미가 주연을 맡았던 드라마는 2016년 일본 드라마 순위 6위에 랭크된 작품으로, 한 번도 두 자릿수 아래로 내려가지 않고 평균 12%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을 뿐 아니라 팬들의 성원에 힘입어 2017년 9월 스페셜 드라마 〈수수하지만 굉장해 DX교열걸 고노 에쓰코〉를 방송했다. 한국 채널J에서도 방영되어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일본 드라마 마니아들에게 꾸준히 회자되고 있다. 『교열걸』시리즈는 패션 잡지 에디터가 되기를 꿈꿔온 스물다섯 살 여자 ‘고노 에쓰코’가 원하던 출판사의 전혀 다른 부서에 취직하면서 벌어지는 직장 생활을 담았다.

“교열이 재밌어질 일 절대 없거든요. 난 꼭 패션 에디터가 될 거야.”
바닥 꺼진 월세방에 살아도 구두는 150 켤레인 무데뽀 신입,
패션 에디터를 꿈꿨으나, 현실은 고리타분한 문예지 교열부다!

오로지 패션 잡지만을 탐독하며 편집자의 꿈을 키워온 고노 에쓰코는 마침내 종합 출판사 경범사에 입사하지만, 이름이 ‘교열’이라는 단어와 비슷하다는 이유만으로 교열부에 배치된다. 고요한 교열부에서 홀로 패션쇼를 펼치고, 작가 미팅에서 술에 취해 독설을 내뱉는 사고뭉치이지만, 교정교열만은 똑 부러지게 해낸다. 일을 잘해서 언젠가 잡지 편집부로 가고 말리라는 의지를 불태우던 어느 날, 아프로 머리를 한 잘생긴 모델이 나타나는데, 알고 보니 그가 에쓰코의 담당 원고를 쓴 작가 고레나가라니! 에쓰코의 일과 사랑은 어떻게 될까?

'출판사를 현미경으로 들여다본다면 이런 모습일까?'
『중쇄를 찍자!』에 이은 책과 글 그리고 출판인 이야기

『교열걸』시리즈는 인기 드라마의 원작이기 이전에 『중쇄를 찍자』, 『배를 엮자』의 뒤를 이어 글에 울고 웃는 출판인들의 애환을 사실적으로 그려낸 직장 소설이다. 무대가 되는 ‘경범사’는 일본의 전통적인 종합 출판사로, 잡지와 단행본 파트를 아우르는 거대 규모의 출판 그룹이다. 소설에는 꼼꼼한 취재를 바탕으로 ‘책’을 만드는 사람과 ‘잡지’를 만드는 사람, 트렌드를 쫓는 사람과 고전을 만들고자 하는 사람의 고민이 밀도 높게 녹아 있다. 남들은 사소하게 여겨도 글의 내용과 형식에서 완벽을 추구하는 교열자들의 노고도 엿볼 수 있다. 또한 작품 속 여대생 대사에 세대 차이 나는 해묵은 말투를 쓰거나 원고를 주지 않고 도피 행각을 벌이는 소설가, 교열자가 본 원고를 확인도 않고 넘기며 작가들과의 술자리만 참석하는 편집자까지, 다양한 인간 군상들을 통해 본 출판사의 이모저모는 현직 출판인들도 공감할 수 있을 만큼 구체적이고 생생하다.


◎ 책 속에서

어째서 이런 일이.
남자는 피에 물든 자신의 손바닥을 바라보았다. 눈을 부릅뜬 채 피를 흘리며 바닥에 쓰러진 여자를, 그는 방금 전까지만 해도 품에 안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그 여자는 피를 흘리며 남자 눈앞에서 죽었다. 여자의 매끄러운 살결과 온기가 떠올라 남자는 머뭇머뭇 여자의 가슴에 손을 뻗었다. 하얗고 매끄러운 유방을 주무르자 아직 말랑했다.

에쓰코는 세 번째 줄의 ‘피를 흘리며’에 밑줄을 그은 뒤 삭제라는 두 글자와 물음표를 써넣고, ‘말랑’과 ‘했다’ 사이에 ‘말랑⋏’이라고 표시한 다음, 교정 메모 ‘마’란에 쪽수를 적었다. 한숨 돌린 에쓰코는 연필을 책상에 내던지고 목을 우두둑우두둑 돌렸다.
눈앞에서 사람이 죽었으면 가슴을 주물러서 딱딱하지 않은가 확인할 것이 아니라 우선 목이나 손목을 짚어서 맥박이 뛰는지를 확인해야 하는 것 아닌지?
이런 의문점은 지적해봤자 소용없을 것 같기는 했지만 일단 나중에 써두기로 했다.
“누구 원고야?”
옆자리에서 비슷한 작업을 하던 요네오카가 고개를 들고 물었다. 석양이 비쳐드는 시간에 바로 옆에서 사무실 블라인드가 조금 열려 있어서 요네오카의 얼굴에 줄무늬가 생겼다.
“혼고 다이사쿠.”
“아, 에로 미스터리. 뭐야, 후끈 달아올랐어?”
“시끄러워, 돋보기 확 던져버린다!”
“그러지 마세요, 죽어요.”
커피를 가지러 자리에서 일어서는 에쓰코에게 요네오카가 “내 것도!” 하고 부탁했다. 에쓰코는 그의 부탁을 깔끔하게 무시하고 한 컵만 따라서 자리로 돌아왔다. 그리고 사무실 가장자리의 큼지막한 회의용 책상에서 작업 중인 패션 잡지 교열부를 바라보았다. 여러 사람이 자아내는 살기등등한 분위기가 여기까지 전해져왔다. 일찍이 저 살기를 동경했다. 그리고 지금도 동경한다.
저쪽으로 가고 싶다. 왜 난 혼자서 문학 분야를, 그것도 잘 알지도 못하는 미스터리 소설을 교열하고 있는 거람.
9-11p

대학교 2학년 때 경범사의 직장 여성 잡지 《라시》에 실린 ‘에디터스 백’을 보고 한눈에 반한 순간, 에쓰코의 인생은 결정된 거나 마찬가지였다. 에디터는 ‘편집자’라는 뜻이다. 에디터스 백은 패션 잡지의 편집자나 필자들처럼 선택받은 부류들만 들 수 있다는 느낌을 주었다. 독자 모델들이 지면에 공개한 소지품과 비교해보기만 해도 그 선택받은 부류의 삶에 대해 상상할 수 있었다.
이 예쁜 가방을 당당하게 들고 다니려면 패션 잡지 편집자가 되어야겠다 싶어서 취업 제1지망을 경범사로 정했다. 하지만 입학 커트라인이 어중간하고 요조숙녀 학교라는 이미지밖에 별다른 특징이 없는 여대 출신인 에쓰코에게 경범사 취직은 넘기 어려운 벽이었다. 이 출판사 직원들은 도내의 국립대학교나 국립에 버금가는 사립대학교 출신자가 대부분이다. 성 정체성이 불분명한 요네오카마저 도쿄 대학교에 떨어질 것에 대비해 원서를 넣었던 일류 사립대학교 출신이다.
평범하고 태평한 여대생이었던 에쓰코는 기백과 근성만으로 입사시험에 통과했다. 경범사의 패션 잡지를 얼마나 사랑하고, 경범사의 패션 잡지가 자기 인생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해 면접관이 질릴 만큼 열변을 토한 끝에 입사했지만, 어째서인지 교열부로 발령이 났다.
에쓰코의 성은 고노(河野)다. ‘가와노’가 아니라 ‘고노’라고 읽는다.
고노 에쓰코.
인사부가 ‘이름이 교열(교열은 일본어로 ‘고에쓰’라고 발음한다-옮긴이)과 비슷하다’라는 이유만으로 배속을 결정한 모양이다. 아니, 그렇다기보다 오로지 그 이유 때문에 채용한 것 같다.
연수를 마친 후 배속된 부서에 발을 들여놓자마자 이럴 리 없다고 생각했다. 에쓰코는 자신의 일터가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와 그 휘하에서 변신한 앤 해서웨이들이 북적거리는, 세련되고 활기 넘치는 사무실일 줄 알았다. 하지만 에쓰코가 일하는 곳은 전혀 세련되지 않았다. 활기가 넘치는 곳은 이미 다른 부서 취급을 받는 잡지 교열부뿐이었다. 그리고 전체적으로 버섯 양식장 같은 느낌이었다. 무엇보다도 부장이 새송이버섯을 닮았다.
첫날부터 에쓰코가 불만스럽다는 태도로 나오자 새송이버섯은 잠시 에쓰코를 지켜보다가 타이르며 말했다. “성과를 내면 원하는 부서로 옮길 수도 있을 거야. 그게 아니더라도 정기적으로 인사이동을 할 때 부서 이동 희망자의 의견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높아지겠지.”
‘뭐, 일단은 일을 성실하게 하는 게 중요해.’
새송이버섯의 말을 듣고 에쓰코는 석연치 않은 기분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지금도 석연치 않은 기분으로 교열부에서 성실하고 완벽하게 업무를 보고 있다. 언젠가는 《라시》 편집부로 이동하기 위해.
13-15p

작가의 문장에는 버릇이 있다. 같은 표현을 반복해서 사용하길 좋아하는 작가의 교정지에 반복되는 표현을 삭제하겠다고 표시하면 작가가 화를 낼 때도 있다. 원래는 작가의 버릇을 잘 숙지하고 있는 편집자가 교열이 끝난 교정지를 확인한 다음 지우개를 대야 한다. 하지만 개중에는 교정지에 적힌 내용을 확인하거나 작가의 버릇을 미리 알려주지 않고, 편집부에서 작가에게로 또는 작가에게서 교열부로 휙휙 넘겨주기만 하는 배달업자 같은 사람도 있다. 이번 교정지를 가져온 혼고의 담당 편집자 가이즈카가 그런 유형이다.
작년에 교정지를 받으면서 처음으로 이야기를 나누었을 때 가이즈카는 이렇게 말했다. “개인적으로 작가의 마음을 알뜰살뜰 보듬어주는 것도 편집자의 업무야.” 남자 편집자치고는 차림새가 멀끔한 것도 좋은 인상을 주는 데 한몫했다. 그래서 열성적으로 일하는 훌륭한 편집자인 줄 알았다. 그런데 맙소사. 맛있는 음식과 술을 대접하여 작가의 비위를 살살 맞추는 대가로 원고를 받아와서 휙 떠넘기며 ‘작가의 기분만 관리하는’ 유형의 편집자였다. 그리고 교열부가 기계적으로 교열한 교정지를 확인도 하지 않고 그대로 작가에게 넘긴다. 그래놓고 작가에게 당치도 않은 지적을 했다고 혼났다며 교열부에다 불평한다. 그런 까닭에 작년에 혼고와 말썽이 약간 있었다. 그런데 에쓰코를 지명하다니. 가이즈카도 의외였을 것이다.
“작년에 작가가 노발대발했었지? 왜 그랬더라?”
“등장인물 중에 여대생이 있었는데 말투가 요즘 여대생 말투가 아니더라고. 그래서 여대생이 많이 보는 잡지의 독자 투고 지면을 복사해서 같이 보내줬어.”
“그야 화낼 만도 하네.”
“내 말 좀 들어봐. 술을 잔뜩 먹고 전철에서 곯아떨어진 아저씨를 보고 여대생이 ‘아저씨, 어째 이러셔요? 어디 편찮으신 것 아니시어요?’ 이렇게 말을 걸까? 그리고 어쩌다 보니 호텔에 같이 가겠어?”
“안 가겠지. 가고 말고를 떠나서 아예 말도 안 붙일걸.”
“그렇지? 애당초 설정부터 이상하다니까. 그것도 지적했는데 ‘이건 픽션이야!’라면서 화를 냈대.
17-19p

“부끄러워할 것 없어. 요즘 젊은 아가씨들은 아리모리 주리 같은 작가의 책을 읽나?”
“…….”
꿀 먹은 벙어리도 아니고 이럴 때는 이야기해도 돼, 하고 가이즈카가 귓속말을 했다. 에쓰코는 “패션 잡지밖에 안 보는데요.” 하고 솔직하게 대답했다. 혼고 다이사쿠가 어리벙벙한 표정으로 에쓰코를 보았다. 에쓰코는 와인 잔을 비운 후 다시 입을 열었다.
“하지만 그 작가 이름은 몇 번 본 적 있어요. 《라시》 재작년 2월호랑 작년 9월호에 신간 인터뷰, 그리고 올해 2월호에 드라마 여주인공을 맡은 배우와 대담을 했던 내용이 실렸더라고요. 드레스랑 헤어메이크업이 너무 안 어울려서 빵 터졌다니까요.
스타일리스트가 좀 더 공을 들였으면 좋았을 텐데.”
기억을 더듬어 대답하자 혼고는 웃으면서 “기억력이 좋군.” 하고 말했다. 가이즈카가 빈 와인 잔을 채워주자 에쓰코는 다시 쭉 들이켰다.
“솔직히 말하면 팬 아니야?”
“아니에요. 책은 읽어본 적 없어요. 그리고 혼고 선생님은 《이너프》 작년 5월호에서 ‘부부의 초상’이라는 코너를 장식하셨죠? 서로 너무 간섭하지 않고 일정한 거리를 두는 게 잉꼬부부로 지내는 비결이라고 하셨던가.”
“……자네 나이 때의 아가씨도 《이너프》 같은 중년 남성 잡지를 보나?”
“경범사에서 발행하는 패션 잡지는 연령층이나 성별과 관계없이 모조리 봐요. 덧붙여 그때 혼고 선생님이 매신 넥타이는 에트로였고 넥타이핀은 다미아니였는데요. 그 조합은 너무 칙칙해요. 스타일리스트가 있다면 바꾸시는 게 좋겠네요.”
“…….”
가이즈카와 혼고가 얼굴을 마주 보았다. 만약 혼고가 화를 낸다고 해도, 그건 말해도 된다고 허락한 가이즈카의 책임이다.
에쓰코는 혼고가 뭐라고 하든 개의치 않고 마침 알맞게 구워져서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샤토브리앙을 입에 쏙 집어넣었다. 편집자는 늘 이렇게 맛있는 걸 먹는구나 싶은 생각이 들자 감동이 분노로 바뀌었다. 에쓰코는 새로 따른 와인을 벌컥벌컥 들이켰다.
“고노 씨, 기억력이 보통이 아닌데?”
“그렇지도 않아요. 잡지에 실린 것 정도밖에 모르는걸요.”
“그래? 그럼 《C.C》의 전속 모델 이름을 열다섯 개 정도 댈 수 있겠나?”
“제가 보기 시작한 연도부터 헤아리면 《C.C》에는 전속 모델이 열일곱 명, 전속으로 보이지만 다른 일도 병행하는 프리랜서 모델이 열 명 있는데, 어느 쪽으로 할까요?”
에쓰코는 곁들여진 아스파라거스를 씹으면서 대답한 뒤 와인과 함께 꿀꺽 삼켰다. 머리가 좀 핑 돈다 싶었을 때 옆에 앉은 가이즈카가 미간에 주름을 잡으며 말했다.
“너…… 진짜 뼛속까지 유토리구나.”
“뭐라고요? 우리 유토리들은 국정의 피해자인데요? 댁도 2년만 늦게 태어났으면 유토리였어. 고작 2년 차이로 폼 잡지 마셔.”
“뭐든지 나라 탓, 남의 탓으로 돌리면서 우는소리 하지 마. 유토리는 이렇다니까.”
21-25p

작가에 따라 문장을 쓸 때 나오는 버릇은 각양각색이다. 마침표와 쉼표를 찍지 않는 사람도 있고, 반대로 마침표와 쉼표 천지인 사람도 있다. 한자를 몹시 많이 쓰는 사람도 있고, 반대로 히라가나만 애용하는 사람도 있다.
경범사의 내부 문서인 교열 지침에는 편집자의 지시(작가의 버릇에 대한 설명)가 적혀 있다. 하지만 인계를 제대로 해주지 않는 편집자도 있다. 바로 가이즈카 같은 편집자 말이다.
“그러니까 내 탓이 아니래도! 그쪽이 지침서에다 안 써놨잖아! 난 우리 방침대로 연필로 풀어썼을 뿐이거든요?”
“분위기 좀 봐가면서 일해라, 이 유토리야! 이 ‘한자가 너무 많아서 읽기 힘든데 OK?’는 뭐야! 공부 못했다고 자랑하냐!”
“하지만 정말로 못 읽겠고, 유토리인 나도 일반 독자의 독해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는 안다고요. 내가 바로 일반 독자니까! 그리고 몇 번이나 말하는데, 창피한 줄도 모르고 이쪽에서 넘긴 교정지를 아무 확인도 없이 작가에게 그대로 넘기는 짓 좀 그만두지 않을래요? 민폐거든요!”
“난 너랑 달리 선생님들을 접대하느라 바빠! 매일 숙취로 고생한다고!”
“젠장, 뭐 어쩌라고! 난 매일 편의점 도시락으로 끼니를 때우며 근근이 살아간단 말이야!”
“뭐 어쩌라고. 넌 죽어라 옷만 사느라고 돈이 없는 거잖아!”
“잘 입는 게 삶의 보람이라서.”
“교열자 주제에. 패션 잡지 만드는 것도 아니면서. 아, 불쌍해라.”
“시끄러워. 아, 진짜 열반에 들어서 다비(불에 태운다는 뜻으로, 시체를 화장하는 일을 이르는 말. 육신을 원래 이루어진 곳으로 돌려보낸다는 의미가 있다-옮긴이)에 부쳐져라, 망할 인간아! 그리고 해탈도 못하고 영원히 삼악도 (악인이 죽어서 가는 세 가지의 괴로운 세계. 지옥도, 축생도, 아귀도 - 옮긴이)만 뺑뺑 돌아라, 이 하품하생 (下品下生, 불교에서 나누는 삶의 아홉 품(品) 중 하나, 갖가지 악행을 저지르고 80억 겁 동안 윤회의 죄를 덜어가는 사람-옮긴이)아!”
103-105p

‘글이 조금 애매해졌네요’로 바꾸는 게 어떨지?
‘처마를 잇대다’→ 건물이 빈틈없이 빼곡하게 늘어서 있는 모양. 방돔 광장은 건물이 빈틈없이 늘어서 있다기보다 한 건물 안에 여러 점포가 들어가 있으니까 표현을 바꾸는 편이 어떨지?
지적 사항을 적어 넣은 후 에쓰코는 글자에서 눈을 들었다.
읽지 않아도 기억난다. 이다음에 프로이라인 도키코는 스폰서 계약 상 문제가 되지 않을 정도로 부드럽게 (모든 호마다 책머리 근처에 광고가 나왔으므로), 하지만 명백히 그렇다는 걸 알 만한 필치로 티파니를 깎아내린다. 은을 취급하는 미국 보석상이 어울리지 않게도 5대 보석 브랜드라고 불리는 지금 상황이 아주 우습다는 식으로 썼다. 그리고 자신이 난생처음으로 아버지에게 선물 받은 보석은 부쉐론의 귀여운 부엉이 브로치(0이 몇 개인지 헤아려야 할 정도로 비싼)였다며 진짜 숙녀가 되기 위해서는 어릴 적부터 ‘진짜’로 치장해봐야 한다는 말로 에세이를 매듭짓는다.
이걸 실시간으로 읽었을 때는 곧이곧대로 받아들였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싶다.
아니, 사실상 잘못된 표현은 없지만 머릿속 한구석에서 이건 이상하다는 생각이 든다.
요즘 젊은 여자들이 처음으로 장만하는 해외 브랜드의 장신구는 대부분 티파니의 은제품일 것이다. 고등학생도 용돈을 모으면 구입할 수 있을 정도로 덜 부담스러운 가격이다. 하지만 세계 5대 보석 브랜드와 그랑 상크 양쪽에 이름을 올린 반클리프 & 아펠은 가격이 제일 만만한 상품도 신입 직장 여성 한 달치 월급을 거의 다 쏟아부어야 하고, 부쉐론은 신입 직장 여성 한 달치 월급을 다 쏟아부어도 제일 만만한 상품조차 사지 못한다. 하물며 멜르리오 디 멜르는 일본에 직영점이 없고, 모브쌩도 2009년에야 긴자 거리에 매장을 열었으니 실물을 본 적이 있는 사람이 훨씬 더 적을 것이다.
‘나 말고 다른 사람이 이걸 읽으면 어떻게 생각할까?’
장신구하고는 분야가 다르지만 어제 도쿄에 모인 디자이너들의 패션쇼를 보고 에쓰코는 진심으로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다. 이제 도쿄를 거점으로 삼아 활동하는 일본인 디자이너들은 에쓰코가 《MODEetMODE》에서 보며 계속 동경해온 해외의 저명한 디자이너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실제로 어제는 해외에서도 꽤 많은 바이어들이 찾아왔다고 한다. 그런 시대에 살며 ‘아카’와 ‘아가트’ 정도의 국내 브랜드로 충분히 만족하는 여자들에게 굳이 그랑 상크와 ‘진짜’를 논해본들 무슨 의미가 있을까?
에쓰코는 관자놀이를 꾹꾹 누르며 잠시 눈을 감았다.
‘나는 교열자야. 내용이 이렇다 저렇다 참견해서는 안 돼.’
마음속으로 스스로를 타이른 후 눈을 뜨고 다시 글자에 시선을 떨어뜨렸다. 어제의 행복한 시간과는 하늘과 땅 차이가 날 만큼 힘겨웠다. 일이 이렇게 힘들기는 처음이었다.
136-138p

“고노 씨, 어째서 본인이 교열부 문예 교열부에 배속됐는지 아나?”
변명을 하지도, 그렇다고 울지도 못하고 가만히 앉아 있자니 얼마간 침묵이 흐른 후 새송이버섯이 대뜸 물었다.
“이름이 고노 에쓰코니까요.”
“아니야, 문학에 전혀 흥미가 없어서야.”
그다지 의외이지도 않은 말에 일단 고개를 들었다. 새송이버섯이 말을 이었다.
기억에서 쑥 빠져 있었지만, 입사시험 때 새송이버섯도 면접관으로 에쓰코의 면접에 참여했다고 했다. 그때 에쓰코는 자신이 경범사의 여성 잡지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열변을 토했다. 새송이버섯은 어느 잡지의 어느 호 어느 특집이 재미있었다고 상세하게 설명하는 에쓰코가 처음에는 그저 유별나고 집요하다 느꼈지만, 도중에 에쓰코의 기억력이 예사롭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재작년 재건된 미쓰비시 1호관 미술관의 콘셉트가 뭔지 아나?”
“쾌적하고 안락한 마루노우치입니다.”
“그걸 어떻게 알지? 어디선가 봤나?”
“《라시》 2009년 10월호 마루노우치 특집에서 봤습니다. 그 특집 때 건물 사진을 찍은 사진작가가 대단한 분이셨죠. 다케우치 씨라고 평소는 모델도 찍는 사진작가인데, 브릭스퀘어 내부 사진이 마치 영국…….”
“아아, 그만 됐어, 고마워. 그러고 보니 2008년 5월호 표지 모델은 누구였더라?”
“사이온지 나오코 씨요. 나오코 언니가 결혼해서 표지 모델에서 졸업하는 걸 기념하는 호였죠. 남편은 연하 사업가인데, 아시야에 있는 고급 주택이 얼마나 멋졌는지!”
“아, 그래, 그래. 고마워.”
새송이버섯은 반쯤 재미 삼아 메모를 해가며 그런 문답을 몇 번 나누었다. 그리고 면접이 끝난 후 자료실의 《라시》 과월호 책장에서 해당하는 호를 한 권 한 권 찾아서 답을 맞추어보았다. 에쓰코의 답변은 하나도 틀리지 않았다.
그 후에 열린 회의에서 에쓰코는 세이쓰마 여대 졸업 예정이라는 최종 학력이 걸림돌이 되어 불합격할 뻔했지만, 새송이버섯 혼자 에쓰코를 채용해야 한다며 극구 추천했다. 대학 수준은 좀 떨어질지도 모르지만, 글을 독해하고 기억하는 능력은 탁월하니 반드시 도움이 될 거라며. 그렇다면 교열부에 두고 쓰라는 말에 그러겠다고 대답했다.
“……그럼, 저는 애당초 교열부 말고는 들어갈 수가 없는 운명이었네요.”
비로소 속사정을 알고 나자 다양한 감정이 뒤섞여 결국 에쓰코는 콧속이 찡해졌다.
143-145p

구매가격 : 11,200 원

교열걸 2

도서정보 : 미야기 아야코 | 2017-11-14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그쪽 교열부에 기개가 대단한 아가씨가 있어”
국내 채널J 인기리 방영, 일본 드라마 최고 화제작
〈수수하지만 굉장해! 교열걸 고노 에쓰코〉 원작 소설





◎ 도서 소개

일본 NTV 인기 드라마 〈수수하지만 굉장해! 교열걸 고노 에쓰코〉 원작 소설
출판사를 무대로 한 파란만장 직장 엔터테인먼트!

일본 NTV 드라마 〈수수하지만 굉장해! 교열걸 고노 에쓰코〉의 원작 소설 『교열걸』1~3 시리즈가 출간된다. 이시하라 하토미가 주연을 맡았던 드라마는 2016년 일본 드라마 순위 6위에 랭크된 작품으로, 한 번도 두 자릿수 아래로 내려가지 않고 평균 12%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을 뿐 아니라 팬들의 성원에 힘입어 2017년 9월 스페셜 드라마 〈수수하지만 굉장해 DX교열걸 고노 에쓰코〉를 방송했다. 한국 채널J에서도 방영되어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일본 드라마 마니아들에게 꾸준히 회자되고 있다. 『교열걸』시리즈는 패션 잡지 에디터가 되기를 꿈꿔온 스물다섯 살 여자 ‘고노 에쓰코’가 원하던 출판사의 전혀 다른 부서에 취직하면서 벌어지는 직장 생활을 담았다.

“신입 2년차, 이 길이 맞는지는 몰라도,
매일매일 하다 보면 뭐라도 되겠지!”
스물다섯 살, 반쪽짜리 어른이 된 신입사원 성장통

종합출판사 경범사의 20대 사원들은 저마다 지금의 자리와 오랜 꿈을 비교해보며 제2의 사춘기에 접어든다. 독자 모델 출신으로 예쁘고 프로페셔널해서 인기가 많은 패션 잡지 편집자 모리오, 외모를 꾸밀 줄 모르고 철 팬티를 입을 것 같다고 해서 별명이 ‘철팬’인 문학 편집자 후지이와, 편집자가 되고 싶었지만 동성애자라는 정체성 때문에 원고 뒤에서 일하는 교열자를 선택한 요네오카, 무명작가들을 데뷔시키겠다는 꿈을 안고 입사했는데 어느새 과로에 찌든 사축이 되어버린 가이즈카까지……. 어디로 이어지는지 모를 불투명한 레일을 따라 분투하는 청춘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하고 싶은 일과 할 수 있는 일 사이, 누구나 이런 고민을 했었다
'진짜 내 자리‘를 찾아 헤매는 20대 사회초년생 이야기!

『교열걸2』는 에쓰코를 둘러싼 경범사의 등장인물들이 각 시점에서 서술하는 단편 여섯 개로 이루어진 스핀오프다. 패션 잡지 편집자, 문학 편집자, 교열자, 교열부장, 미스터리 소설가가 각각 자신이 한때 꾸었던 꿈에서 어디까지 와 있는지, 현재의 직업적 고민은 무엇인지 반추하는 에피소드로, 각 캐릭터와 업무의 개성이 뚜렷하게 드러난다. 에쓰코가 동경해 마지않는 패션 잡지의 편집자인 모리오는 어쩌다 그곳에 배치됐을 뿐, 눈앞에 닥친 엄청난 양의 업무를 해치우기 급급하고, 소설가에 대한 팬심으로 무장한 편집자 후지이와에게는 너무도 소중한 원고가 에쓰코에게는 교열해야 할 종이 다발일 뿐이다. 심지어 아저씨인 줄만 알았던 교열부의 ‘새송이버섯’ 부장이 문학 편집자이던 시절 담당 여자 작가와 맺었던 애증의 관계도 회상된다. 정반대라서 오히려 서로 배워가는 경범사의 동료들은 때로 질투하고 위로받으며 균형을 찾는다. 하고 싶은 일과 할 수 있는 일 사이에서 갈팡질팡했던 사회초년생이라면 꼭 한번 거쳤을 법한 고민이 섬세하게 담겨 있다.


◎ 책 속에서

동기 에쓰코는 직장 여성 잡지 《라시》의 편집자가 되고 싶다는 확고한 꿈을 가지고 근성을 발휘해 우리 회사에 입사했다. 동기인 후지이와 역시 문학 편집자가 되고 싶다는 열정을 품고 출판업계에 들어왔다. 나는 해외로 나갈 수 없었으니까, 일본에 남은 친구들이 모두 매스컴 관련 업종에 종사하니까 나도 그냥 따라서 들어왔다. 혹시 예전에 신세를 졌던 편집자가 아직 남아 있다면 일하기 편하겠다는 안이한 생각으로 입사시험을 쳤는데, 정말로 그 편집자에게 면접을 보고 합격했다. 그리고 당연하다는 듯이 그 편집자가 부편집장으로 있는 잡지에 배속되었다. 그게 《C.C》였다.
다음날 콘티 회의 때 3월호에 배정된 기획의 콘티를 편집장과 부편집장에게 제출하고 세세한 지적을 받았다. 패션업계에서 2월은 옷이 제일 안 팔리는 시기다. 그런 가운데 어떻게 독자들에게 지름신을 내릴 것인가, 구매 욕구를 부추기는 코너를 만들 수 있을 것인가. 각 기획마다 시행착오를 거듭한 흔적이 보였다. 나는 ‘발끝부터 활기찬 봄을 맞이하자!’와 ‘겨울 끝자락에 싹트는 귀여운 봄 네일♡’이라는 기획을 담당했다. 둘 다 내가 내놓은 기획안은 아니지만 우리 편집부에서는 기획안을 낸 사람이 꼭 그 기획을 담당하지는 않는다. 그리고 이번 기획은 메인 특집이 아니라서 필자가 붙지 않기 때문에 혼자서 코너를 전부 꾸며야 한다.
수정해야 할 점을 지적받은 콘티를 돌려받았다. 어쩐지 바로 손댈 기분이 들지 않아 《라시》 편집부와 우리 편집부를 가로막은 캐비닛(모든 발행처의 패션 잡지가 전부 자료로 수납되어 있다)에서 《앙 주르》 이번 달호를 꺼내 와서 내 자리에 앉아 팔락팔락 넘겨보았다.
“저어, 모리오 씨. 우리 회사로 오지 않을래요?”
어제 헤어질 때 야쓰루기 씨가 내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그렇게 말했다. 귀를 의심했다.
“어째서요? 야쓰루기 씨, 내가 맡은 코너를 본 적도 없으시잖아요.”
나는 ‘제가’라고 낮추어 말하는 것조차 잊어버리고 물어보았다.
“프랑스어를 할 줄 아는 에디터가 필요해요. 그리고 당신은 얼굴도 예쁘니까 어디에 내놔도 통할 거고요. 별다른 이유도 없이 경범사에 들어갈 거였으면 차라리 처음부터 우리 회사에 오지 그랬어요?”
야쓰루기 씨는 내가 ‘별다른 이유도 없이 경범사에 입사했다’고 했다. 왜 경범사에 있느냐는 질문에 대답하지 못한 내 마음을 꿰뚫어본 것이다.
“하지만 지금 하는 일도 보람차고 재미있는걸요.”
“프랑스어와 영어를 할 줄 알고, 어릴 적부터 패션 쪽 경험을 쌓았죠. 당신의 그런 실력을 해외 컬렉션에도 초대받지 못하는 일반 잡지에서 정말로 살릴 수 있을 거 같아요? 그렇게 생각한다면 하는 수 없지만.”
일반 잡지. 고급 모드 잡지 편집자가 자신들의 매체와 구분하기 위해 그런 말을 쓴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처음 듣는 건 처음이었다. 경멸이 살짝 담긴 그 어조가 가시처럼 마음에 탁 걸렸다.
28-32p 제1화. 모리오·교열걸 주변의 걸

실은 문학 편집자가 되고 싶었다. 누구에게도 이야기한 적 없고, 앞으로도 회사에서 그러한 꿈을 밝힐 생각은 없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대학교 시절까지 예전에 소녀 소설을 썼던 작가 시조 마리에에게 심취했던 나는 소설가가 되겠다는 꿈을 포기한 뒤 마리에 님에게 내 꿈을 의탁했다. 내 손으로 마리에 님에게 무슨 상이라도 안겨주겠다는 포부를 품고 편집자가 되고자 했다.
하지만 그러한 희망을 식사 시간에 가족에게 이야기하자 형은 나중에 개인적으로 말렸다.
“미쓰오, 너 게이지?”
대학교 3학년이 되어 개강했을 무렵이었다. 형이 방으로 불러서 말했다. 딱히 숨기지도 않았으니 들켜도 어쩔 수 없지만, 이렇게 직설적으로 그것도 가족이 물어볼 줄은 몰랐다.
“나도 잘 모르겠어. 하지만 아마 그쪽에 가까울 거야.”
나는 솔직히 대답했다. 공룡이나 고대 생물과 마찬가지로 인류가 언젠가 멸망의 길을 걷는다면, 즉 번식을 도외시한다면 성별을 꼭 남녀로 구별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고 지금도 그러한 구별에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마음은 변함없다.
“네 모습과 말과 행동을 보면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널 게이라고 추측할 거야. 넌 그런 생각을 부정하지도 않겠지. 완벽하게 감출 수 있다면 편집자가 되어도 상관없겠지만 감출 생각은 없을 테고.”
“왜 감춰야 하는지 모르겠는데.”
“그럼 분명 마음 아픈 일을 당할 거다. 네가 얼마나 착한 녀석인가와는 상관없이, 세상에는 소수자에 대한 차별이 분명히 존재해. 자신의 책임이 아닌 악의와 싸워서 이길 만큼 넌 강하지 않잖아.”
형은 그때 이미 사회인이었다. 이공계 대학을 나와서 의료 계열 연구직에 취직했으므로 문과와는 인연이 없을 텐데도 왜 그런 소리를 하는지 궁금했는데, 제약 회사의 의학 정보 담당자가 교수를 접대할 때 데려가는 긴자의 룸살롱에 편집자와 작가도 온다고 했다. 작가는 싫은 티를 낼 수 없는 젊은 여자 편집자를 옆에 앉혀서 가슴을 주무르고 (가게 호스티스에게는 미움 받고 싶지 않으니 그런 실례를 저지르지 않는다나) 남자 편집자에게는 팬티 한 장만 입고 엎드려서 접시에 담긴 술을 핥아 먹게 한다. 하룻밤에 100만 엔을 써서 접대해도 이득인 소중한 ‘작가 선생님’이 편집자를 노예처럼 부리는 광란의 현장은 세상의 온갖 어두운 면을 본 의학부 교수도 고개를 설레설레 저을 수준이라고 했다.
“좋아하는 작가를 담당하고 싶은 마음은 모르지 않아. 하지만 직업이 되면 하고 싶은 대로 할 수는 없어. 너, 사람과 직접 만나는 일을 하면 분명 괴롭힘을 당할 거야. 특히 이 나라에는 주류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면 도마 위에 올려서 웃음거리로 삼아도 된다는 인식이 아직 뿌리 깊게 남아 있어. 만약 그런 문화가 뿌리 뽑혔다면 괴롭힘당하는 사람들이 자살하는 비극은 한참 전에 사라졌겠지. 아무리 일이라지만 그런 취급을 견딜 수 있겠어?”
그때는 조금 울컥해서 견딜 수 있다고 대답했다. 우수하고 언제 어느 때든 모범적인 형에게 작은 반발심을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하루 고심해보고 역시 무리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지금까지 별다른 차별을 당하지 않은 것은 분명 기적이겠지. 학교라는 제한된 세상 밖으로 나가면 지금까지와는 다를지도 모른다.
다음날 옛날에 문영사 《로빈》 편집자에게 받은 낡은 엽서를 서랍 속 보물 상자에서 꺼내서 형에게 보여주러 갔다.
“형, 이거 봐. 교열이란 게 정말로 나한테 잘 맞을까?”
형은 낡은 엽서를 받아들고 읽더니 미소를 지었다.
“그래, 교열이라면 괜찮겠네.”
“어떻게 알아?”
“나도 논문 쓸 때 신세를 지거든. 그쪽은 의학 분야가 전문인 프리랜서 교열자이지만. 교열자는 기본적으로 메일만 주고받을 뿐 저자와는 얼굴을 마주치지 않아도 되는 직업이야. 없어서는 안 되는 일이고.”
그렇게 말하고 형은 통근 가방에서 지금 쓰고 있는 논문을 꺼내서 보여주었다. 이게 교열자가 지적한 부분, 하고 연필과 빨간 펜으로 쓴 글씨를 보여주었다.
“형은 진짜 모르는 게 없구나.”
“너보다는 형이니까.”
“있지, 안 힘들어? 형은 반항기도 없었고, 태어나서 지금까지 줄곧 부모님의 기대에 부응하는 자랑스러운 아들로 살아왔잖아. 힘들지 않아?”
내내 묻고 싶었던 것을 물어보자 형은 역시 웃으며 대답했다.
“난 깔려 있는 레일 위를 한 치도 벗어나지 않고 나아가는 걸 좋아하거든. 게임도 공략본대로 진행하면 틀림없이 높은 점수를 얻고 끝판도 깰 수 있잖아. 그거랑 똑같아.”
“이상해.”
“넌 레일이 어디 있는지도 모르는 유형이야. 어떤 의미에서는 부러워.”
“비꼬는 거야?”
“아니, 진심이야. 넌 나 대신 레일 밖으로 나가서 내가 보지 못한 세상을 보고 와.”
77-81p 요네오카·교열걸 주변의 걸인지 보이인지?

“응, 굉장해. 이렇게 아름다운 논문은 역시 구우 땅밖에 못 써.”
태블릿에서 고개를 들자 구우 땅은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었다. 우는가 싶었지만 울지는 않았다. 다만 울음을 참고 있는 것 같았다.
“리온 땅이 나한테 대단하다고 말해준 거, 여덟 달 만이야.”
“그랬나? 그나저나 그걸 헤아리고 있었어?”
“그래, 계속 불안했으니까.”
“……미안해.”
스스로도 왜 사과하는지 몰랐지만 일단 사과했다.
구우 땅이 손바닥을 얼굴에서 떼자 안경에는 지문이 잔뜩 찍혀 있었다. 더러워진 렌즈 너머로 보이는 조그마한 눈이 강아지처럼 동그래서 가슴이 뭉클했다. 아아, 난 역시 이 사람을 좋아하는구나.
“리온 땅, 회사에 들어가고 나서 변했어. 내가 아는 리온 땅이 아닌 것 같아.”
“리온 땅은 리온 땅인데?”
“내가 아무리 애써도 못 데려가는 비싼 밥집에 갔잖아. 내가 아무리 애써도 묵을 수 없는 호텔의 파티에도 갔었고. 처음에는 나 같은 게 가도 되느냐고 걱정했으면서 점점 익숙해졌는지 당연하다는 듯한 표정으로 이제 질렸으니까 긴자 말고 다른 데서 밥을 먹고 싶다고 했어. 그런 리온 땅이 점점 멀어지는 느낌이 들었다고.”
“…….”
확실히 구우 땅 말이 맞기는 맞다. 머릿속으로 그의 말 속에 담긴 의도를 정리하고 나서 물어보았다.
“그래서 가까이에 있는 가슴이 빵빵하고 보수적이지도 않은 멋쟁이 여자한테 한눈을 판 거야?”
5초쯤 후에 구우 땅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걸 말이라고 해!”
깜짝 놀라서 어깨를 움츠린 구우 땅보다 소리 지른 내가 더 놀랐다.
“나는 직장인이야. 출판사에서 작가 선생님을 상대로 일을 한다고. 구우 땅이 비싼 밥을 사주기를 바라지도 않고, 파티가 열리는 호텔에 구우 땅이랑 같이 가고 싶었던 적도 없어. 난 그저 구우 땅과 함께 있을 수만 있다면 행복해. 구우 땅이 논문을 써준다면 그걸로 만족이라고! 내가 멀리 갔다고 멋대로 착각하지 마. 그건 구우 땅의 망상에 지나지 않아! 그리고 가슴은 만들 수 있어! 그 여자 가슴도 뽕일지 몰라!”
내가 마구 쏘아붙이자 구우 땅이 바로 되받아쳤다.
“나는 그 일이라는 것도 너무 상스러워서 받아들이기가 힘들어! 출판사는 문학을 엉망으로 만들어. 리온 땅이 그런 짓을 돕고 있다니 난 용서할…….”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이 ‘그대가 오랫동안 심연을 들여다 볼 때, 심연도 그대를 들여다보니, 괴물과 싸우는 사람은 스스로 괴물이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는 식의 이야기를 바란다고 생각해?! 전통 예능인 가부키랑 노도 원래는 대중오락이었어! 클래식 음악도 처음에는 궁정 사교 모임을 위해 만들어진 거고! 어쩌면 100년 후에는 산다이메우오타케 하마다시게오 (1963년 효고 현에서 출생한 시인이자 음악가 - 옮긴이)가 니체 뺨치는 대접을 받을 가능성도 있으니까 이제 더 이상 내 직업을 부정하지 마! 구우 땅도 나도, 다른 길에서 저마다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그만 받아들이라고!”
“산다이메우오타케 하마다시게오랑 니체는 애당초 분야가 달라!”
“나도 다 알고 한 말이거든!”
137-141p 제3화. 후지이와·교열걸 주변의 걸이랄까 우먼이랄까

이유를 알 수 없지만 밑반찬인 숙주나물도 볶는다. 철판 입장에서는 “왜 이렇게 비싼 고기를 굽고는 그 위에 숙주나물을 얹는 거냐!” 하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안심은 100그램에 대강 만 오천 엔. 숙주나물은 한 봉지에 30엔. 가격 차이가 장난 아니네.
(철) “나는 목숨 걸고 고귀한 고기님을 굽고 있어. 여기는 너같이 비천한 숙주나물이 함부로 올라오면 안 되는 곳이야. 썩 꺼져!”
(숙) “앗, 죄송해요, 철판 씨. 아앙, 뜨거워. 이제 그만, 용서해주세요!”
(철) “멍청한 것, 그렇게 빨리 수분을 배출하다니! 이제 흐늘흐늘해지겠군!”
(숙) “하지만 철판 씨가 뜨겁게 달구니까……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철) “그러니까 너처럼 가냘픈 채소 나부랭이가 함부로 올라오면 안 된다고 한 거다! 종업원! 빨리 숙주나물을 접시에 옮겨라!”
(숙) “철판 씨…… 값싼 숙주나물이지만 잠깐이나마 당신에게 볶아져서 행복했어요…… 안녕…….”
(나) “수, 숙주나~물!”
“가이즈카 군, 표고버섯 안 먹을 거면 내가 먹어도 돼?”
“아, 네, 드세요.”

옆자리에 앉은 명단사의 우라베 마사미가 젓가락으로 내 그릇에서 둥글납작한 표고버섯을 집어서 가져갔다. 종업원이 철판 근처에 있던 빈 접시에 김이 피어오르는 숙주나물 볶음을 담아주었다. 숙주나물…… 이런 꼴이 되다니…….
출판업계 문학 분야에는 ‘대기 모임’이라는 이벤트가 있다. 자세한 내용은 『교열걸1』 제2화를 읽어보면 알 테니 생략하겠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이 행사가 너무 싫다. 아니, 물론 내가 담당한 작가가 상을 받으면 참으로 기쁘다. 하지만 상을 받지 못하면 작가를 달래고 보듬어주어야 하는데 그게 얼마나 귀찮은지 모른다.
보통 유서 깊은 문학 출판사에서는 작가 한 사람당 잡지, 단행본, 문고 이렇게 세 명의 담당자를 붙인다. 그러나 경범사 같은 ‘문학 분야의 신참’ 출판사에서는 편집자 한 명이 그 세 역할을 도맡을 때가 많다. 낙선한 작가들이 인간의 존엄성은 개나 주고 왔다는 듯이 마구 날뛰거나 침울해져서 술을 왕창 마시고 토하거나 인사불성이 되더라도, 대형 출판사라면 쓴웃음을 금하지 못할지언정 셋이서 나누어 뒷감당할 수 있다. 경범사에서는 나 혼자다. 작가님들, 나도 죽을 맛입니다.
오늘은 동충하초사가 주최하는 이소로쿠 상의 심사회가 열리는 날이다. 심사는 엄청난 파란을 겪고 있는지 밤 열 시 반까지 이어졌다. 이번에 후보자는 여섯 명, 그중 한 명은 내가 담당하는 작가다. 후보작은 경범사가 아니라 인조사에서 출판됐지만, 자사 책이 아니라도 작가의 담당 편집자는 대기 모임에 참석하는 것이 관례다. 오후 다섯 시부터 이례적으로 다섯 시간 반이나 심사가 진행되는 동안, 인조사가 예약한 호텔의 철판구이 집 객실에서 서로 속이 빤히 들여다보이는 대화를 나누며 발표를 기다렸다. 기다리다 지쳤을 무렵에 동충하초사 담당자가 전화로 낙선을 통보했다. 방 안 공기가 얼어붙었다.
아아, 지옥 같은 하룻밤의 시작이로구나.
요 몇 년간 난 지금 뭘 하는 걸까, 라는 생각이 불쑥 떠오르곤 한다. 현재 스물여덟 살, 내년에 스물아홉 살. 매스컴 말고 제조나 유통, 소매 분야에 취직한 친구들은 조그마한 직함을 달기 시작하는 나이다.
오전 일곱 시 반에야 겨우 집에 돌아왔다. 후줄근해진 양복과 셔츠, 양말을 뱀이 허물을 벗듯이 차례대로 벗어던지며 세면실로 가서 가볍게 샤워를 했다. 두 시간 정도는 잘 수 있겠지.
이번에 낙선한 미야모토 사이코는 이번까지 합치면 이미 네 번이나 이소로쿠 상 후보에 올랐다. 데뷔한 지 26년, 현재 마흔아홉 살이다. 경범사에서 내내 그녀를 담당해온 베테랑 남자 편집자가 작가 말고 자기 애인(긴자의 호스티스)을 위해 회사 경비를 썼다는 사실을 사장에게 들켜버렸다. 뭐, 경범사에서는 그런 일이 일상다반사지만 유용한 돈이 4,000만 엔도 넘었기 때문에 묵과할 수 없다는 이유로 문제의 장본인은 관련 회사로 전출되었고 내가 미야모토를 담당하게 되었다. 담당한 지 2년이 지났지만 원고는 아직 단행본으로 낼 만큼 모이지 않았다. 미야모토의 데뷔작이 나온 출판사는 명단사다.
“당신들이 처음에 좀 더 제대로 교육해줬으면 지금쯤 나도 이소로쿠 상 정도는 받았을 거야!”
철판구이 집 다음으로 이동한 노래방의 큰 방에서 단행본 담당 우라베 마사미를 비롯한 명단사 담당자들이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렸다. 다른 출판사 편집자들은 벽에 찰싹 붙어 서서 눈을 마주치지 않도록 고개를 숙였다.
“쓰치다! 뭘 실실대고 있어!”
내 옆에서 인조사의 단행본 담당자인 쓰치다 이치코가 얼어붙는 것이 느껴졌다. 그녀는 이번 후보작을 만든 편집자다.
“이거 전부 당신 탓인 거 알지? 이번에야말로 상 좀 타보자고 내가 그랬잖아! 심사위원 영감탱이들에게 무릎 꿇고 부탁하는 정도의 성의는 보였겠지?”
148-153p 제4화. 가이즈카·교열걸 주변의 회사원

편집자로 현역에 있었을 때 아오이 씨에게 셀 수 없이 자주 호출당했다. 한밤중이든 이른 아침이든 30분 안에 안 오면 죽겠다고 협박하니까 가지 않을 수 없었다. 자해해서 이마나 정강이가 깨졌을 때는 상처를 치료하고, 마구 날뛸 때는 방을 청소하고, 자고 싶은데 잠을 못 자겠다면서 울 때는 잠들 때까지 옆에 있어주어야 했다. 휴대전화는 인간의 생활에 편리함을 주는 동시에 자유 시간을 빼앗아갔다.
“내 전화만 받아. 내 원고를 받고 싶으면 나만 담당해.”
아오이 씨가 그렇게 말하며 망가뜨린 휴대전화만 스물여덟 대다. 결국은 경비로 처리할 수가 없어서 자비로 휴대전화를 바꾸어야 했다.
“이제 사쿠라가와 아오이하고는 손을 끊어도 돼.” 휴대전화가 스물여덟 대 망가졌을 때 부장은 그렇게 말했다. 이미 아오이 씨를 담당한 지 3년 반이 지났다. 나는 입원은 하지 않았지만 불규칙한 생활과 극도의 수면 부족으로 몸은 만신창이가 되었고, 피도 몇 번이나 토했다. 그런데도 단편 원고 하나 받지 못했다. 내게 주겠다며 쓴 200매짜리 원고는 어째서인지 인조사에 넘겼다.
“그 원고를 넘기면 더 이상 쇼온이 날 만나러 안 올 거니까.”
그래서 인조사에 넘겼다고 한다.
“아닙니다, 약속할게요. 그러니까 돌려달라고 하세요. 부탁입니다. 인쇄소에 넘기지 않았다면 아직 늦지 않았습니다.”
“거짓말쟁이, 편집자는 다들 내 원고밖에 관심이 없어. 쇼온도 마찬가지야. 날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원고만 탐낼 뿐이잖아.”
“거짓말 아닙니다. 어떻게 해야 믿어주시겠어요?”
“그럼 지금 여기서 나랑 같이 죽자. 쇼온이 먼저 죽어. 나도 뒤따라갈게.”
그때 우리는 조그마한 보트를 빌려 타고 이나와시로코 호수의 중간쯤에 나와 있었다. 인조사에 원고를 넘겼다는 사실을 다른 출판사 편집자를 통해서 듣고 급히 전화했더니 원고를 받고 싶으면 후쿠시마로 오라고 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몇 번이나 죽겠다느니 죽으라느니 했지만, 설마 진짜로 죽을 수도 있는 상황에서 죽으라고 할 줄은 몰랐다. 아오이 씨는 흔들리는 보트에 서서 내 머플러를 난폭하게 잡아당겼다.
“어차피 쇼온도 날 위하는 척할 뿐이잖아. 지금까지 한 번이라도 당신이 먼저 전화한 적 있어? 그런데 인조사에 원고를 넘겼더니 바로 전화가 오네. 결국 원고가 먼저다 그거지? 원고를 넘기면 그걸로 끝이야, 난 없어도 그만이잖아! 난 도대체 뭐야, 뭘 위해서 사는 건데?”
보트가 기울어지자 얼음장같이 차가운 늦가을 호수 물이 손등과 뺨에 튀었다.
분명 작가는 편집자에게 원고를 만들어내는 존재에 지나지 않는다. 작가의 원고를 돈으로 바꾸어 월급을 받는다. 하지만 정말로 오직 돈 때문에 이렇게 죽도록 고생하는 걸까. 과연 피를 토하면서까지 시키는 대로 하는 게 돈 때문일까.
……아니다. 돈 때문에 목숨을 걸지는 않는다.
나는 노를 놓고 아오이 씨의 가늘고 싸늘한 손목을 잡았다.
“알겠습니다. 같이 죽죠.”
내가 그렇게 말하자 머플러를 잡고 있던 손에서 힘이 빠졌다.
“하지만 여기는 싫습니다. 익사체는 너무 추해요. 아오이 씨가 아름다운 모습으로 세상을 등지면 좋겠어요. 그러니 일단 뭍으로 돌아가죠. 근처에 방을 잡겠습니다.”
아오이 씨는 입술을 꼭 깨물더니 잠시 후에 고개를 끄덕였다.
이 세상에서 격리된 듯한 병실에서 아오이 씨는 어제와 마찬가지로 조용히 잠들어 있었다. 나는 시들지 않는 꽃을 창가에 놓고 속이 비칠 듯이 창백한, 꽃잎을 닮은 아오이 씨의 눈꺼풀을 살짝 어루만졌다. 손길에 반응하여 눈꺼풀이 바르르 떨렸다. 아오이 씨의 긴 속눈썹이 내 귓불을 간질였던 기억이 욱신거리는 통증과 함께 되살아났다.
그날 해가 호수로 내려앉으며 남기고 간 포도색 저녁 안개에 감싸인 방에서 우리는 처음으로 몸을 섞었다. 그러는 수밖에 없었다. 육체관계는 남녀가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 택할 수 있는 가장 간단하면서도, 파멸과 지옥에 이르는 가장 가까운 수단이다. 나는 3년 반 동안 아오이 씨에게 모든 것을 빼앗겼다. 시간뿐만 아니라 마음까지 송두리째. 그래서 그동안 함께 자는 걸 거부해왔던 것이다. 같이 자면 ‘작가와 편집자’라는 우리의 관계가 끝날 것이라 생각했으니까. 그런 점에서는 ‘원고를 넘기면 끝’이라고 믿었던 아오이 씨와 다를 바 없었다.
“나는 아주 작아. 글을 쓰면 그만큼 더 작아져. 계속 쓰다 보면 언젠가 나는 없어질 거야. 결국 죽고 말겠지.”
그러니까 그만큼 사랑하고, 아끼고, 너의 피와 살을 모두 바쳐라.
아오이 씨는 애정과 먹을 것에 굶주린 어린아이처럼 몇 번 몸을 섞어도 만족할 줄 몰랐다. 우리는 막다른 길에 몰려 절망에 신음하던 밤을 지나 개벽하듯 펼쳐지는 주홍색 아침노을을 맞이했다. 이 가녀린 몸 어디에 그만한 정욕을 받아들일 그릇이 있는지 신기했다.
우리는 그로부터 1년 동안 관계를 유지했고 아오이 씨는 그동안 뭔가에 씐 듯한 기세로 원고지 1,200매짜리 대작을 써냈다. 비교를 위해 참고로 말하자면 『교열걸1』은 원고지로 환산해 257매다. 이렇게 쉽게 써낼 줄 알았다면 좀 더 빨리 잘걸 그랬다는 생각이 언뜻 들었던 것은 비밀이다. 경범사에서 출판된 『눈을 가리고 보는 저 끝』은 그때까지 고집스럽게 입을 다물었던 아오이 씨의 반생에 얽힌 이야기로, 자전적인 소설로도 볼 수 있는 작품이다.
작가 중에는 마음의 병을 지닌 사람이 적지 않다. 다들 원해서 환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런 사람들은 어렸을 적에 있었던 일 때문에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거나 뇌 속의 특정한 호르몬이 현저하게 감소하는 바람에 정상적인 생활을 영위하지 못해 괴로워한다. 아오이 씨도 그런 사람이었겠지.
소설에는 주인공이 여덟 살 때부터 스물세 살 때까지 15년간 폐쇄 병동에서 보냈던 모습이 극명하게 묘사되어 있었다. 약물을 투여해 억지로 잠을 재우고 깨어나면 풍선 카테터(끝에 풍선이 달린 가느다란 관. 혈관 등의 내부에서 풍선을 부풀려 치료에 이용한다-옮긴이)를 삽입해서 신체의 자유를 빼앗는다. 식사 시간을 제외하면 계속 묶어둔다. 죽고 싶어도 죽음이 허용되지 않는다. 넓은 방에서 잠시 편히 지낼 때도 있지만 조금이라도 문제를 일으키면 인정사정없이 폐쇄 병동으로 돌려보낸다. 병원 내 학교에서 배운 내용, 면회를 오지 않는 부모님, 친하게 지내던 아이의 자살, 간호사의 학대 등의 내용이었다. 취재는 한 번도 한 적이 없다. 자료도 건넨 적이 없었다. 직접 경험한 사람이 아니면 쓸 수 없는 내용이었다.
계속 쓰다 보면 언젠가 나는 없어질 거야. 결국 죽겠지.
214-220p 제5화. 다케하라·교열걸 주변의 펑가이

구매가격 : 11,200 원

교열걸 3

도서정보 : 미야기 아야코 | 2017-11-14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지루할 줄만 알았던 교열, 의외로 내 천직일지도 몰라!’
국내 채널J 인기리 방영, 일본 드라마 최고 화제작
〈수수하지만 굉장해! 교열걸 고노 에쓰코〉 원작 소설





◎ 도서 소개

일본 NTV 인기 드라마 〈수수하지만 굉장해! 교열걸 고노 에쓰코〉 원작 소설
출판사를 무대로 한 파란만장 직장 엔터테인먼트!

일본 NTV 드라마 〈수수하지만 굉장해! 교열걸 고노 에쓰코〉의 원작 소설 『교열걸』1~3 시리즈가 출간된다. 이시하라 하토미가 주연을 맡았던 드라마는 2016년 일본 드라마 순위 6위에 랭크된 작품으로, 한 번도 두 자릿수 아래로 내려가지 않고 평균 12%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을 뿐 아니라 팬들의 성원에 힘입어 2017년 9월 스페셜 드라마 〈수수하지만 굉장해 DX교열걸 고노 에쓰코〉를 방송했다. 한국 채널J에서도 방영되어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일본 드라마 마니아들에게 꾸준히 회자되고 있다. 『교열걸』시리즈는 패션 잡지 에디터가 되기를 꿈꿔온 스물다섯 살 여자 ‘고노 에쓰코’가 원하던 출판사의 전혀 다른 부서에 취직하면서 벌어지는 직장 생활을 담았다.

“정해진 건 아무것도 없으니까,
진짜로 좋아하는 일은 만들어가는 거지”
화려한 패션 잡지 속 명품 인생, 과연 잡지 편집자의 삶도 명품일까?

에쓰코는 2년 동안 교열부에서 성실히 일한 끝에 드디어 잡지 편집부에 입성하지만, 웨딩 잡지 ≪라시 노스≫ 일은 결혼에 관심 없던 에쓰코에게 버겁기만 하다. 전부 똑같아 보이는 순백의 웨딩드레스와 8백 개의 결혼반지만 해도 머리가 빙글빙글 도는데, 말 안 듣는 모델과의 트러블까지, 잡지 편집은 제 길이 아니었던 걸까? 게다가 에쓰코와 풋풋한 연애 중인 신인 모델 고레나가가 밀라노에서 전속계약을 맺으며 두 사람은 선택의 기로에 서는데……. 스물다섯 살에 질풍노도의 사춘기를 맞은 에쓰코가 있어야 할 곳은 대체 어딜까?

역대 가장 까칠하고 가장 사랑스러운 여주인공 등장!
할 말은 하는 시원통쾌 사이다 ‘걸크러시’ 교열걸

주인공 고노 에쓰코는 남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원하는 바를 늘 확실하게 표현하지만 왜인지 밉지 않은, 사랑스러운 ‘사이다’ 캐릭터다. 다다미 바닥이 꺼진 허름한 셋방에 살면서 편의점 도시락으로 끼니를 때우지만 구두는 150켤레쯤 되고, 여자는 차를 모른다며 우쭐대는 남자에게 알파로메오사의 이력을 줄줄 읊어준 뒤 실크 소재의 옷도 유지비가 많이 든다며 웃어주는 배짱도 있다.
작가 미야기 아야코는 『화소도중』으로 ‘여성에 의한, 여성을 위한’을 캐치프레이즈로 내세운 R-18문학상을 수상했으며 현재 일본에서 ‘여성의 심리를 가장 잘 대변하는 작가 중 하나’라는 찬사를 받고 있다. 『교열걸』에서도 주체적이고 매력적인 여성 캐릭터들이 삶과 커리어의 균형에 대해 고민하고 선택한다. 행복한 결혼 생활 중인 구스노키와 유명 편집장 사카키바라가 사이좋은 입사 동기로 시작했지만 삶의 궤도가 어긋나며 대립하게 된 이유, 연인인 고레나가가 모델로서 성공가도를 달리자 에쓰코가 커리어와 관계의 갈림길에서 내리는 선택 등은 여성들에게 공감을 주는 대목이다. 무엇보다 에쓰코가 사랑스러운 이유는 꿈꾸던 패션 잡지가 아닌 엉뚱한 교열부에서도 언젠가 원하는 일을 하겠다는 희망에 차서 하루하루 성실히 살아가는 모습이 직장인들에게 위로를 주기 때문이다.


◎ 책 속에서

이 자식, 무사태평하게 색색대며 잠이나 자고 말이야. 잠든 얼굴은 또 왜 이리 귀여워, 젠장. 안 된다, 화를 못 내겠어. 그러나 엄청난 찜찜함과 함께한 행복한 시간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호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이 진동하자 에쓰코는 고레나가가 깨지 않도록 신중하게 꺼냈다. 모르는 번호였으므로 무시하고 엉덩이에 깔고 앉았다.
하지만 전화가 한 번 끊어진 후 다시 진동이 울렸다. 에쓰코는 하는 수 없이 통화 버튼을 누르고 최대한 목소리를 줄여 “여보세요.” 하고 말했다.
“유토리? 너 지금 어디야!”
말없이 통화 종료 버튼을 눌렀다. 전원을 끌까 말까 망설이고 있는데 또 전화가 왔다. 뭔가 중요한 회사 일 때문에 연락했을 가능성이 0.1퍼센트 정도는 있으므로 마지못해 다시 통화 버튼을 눌렀다.
“……제 번호를 어떻게 아신 거죠?”
“사원 연락처 데이터베이스에 있던데. 그나저나 너 쭉 고레나가 씨랑 함께 있었어? 벌써 도쿄로 돌아간 거야?”
“대답할 필요 있을까요? 업무 연락이 아니라면 끊어도 되겠습니까? 지금은 사적인 시간을 보내는 중이라서요.”
“야, 소름 끼치게 말투가 왜 그래? 어, 혹시 아직 고레나가 씨랑 같이 있어? 혹시 자고 가는 거야?”
“아, 짜증 나게. 댁이 무슨 상관인데! 짜증 나니까 내 귀중한 황금연휴를 방해하지 말지 좀? 짜증 나게 업무 연락도 아닌데 왜 전화질이야? 휴일에 회사 사람이 전화하면 진짜 짜증 나거든요!”
“‘짜증’이 너무 많잖아! 네가 무슨 질풍노도의 사춘기 여고생이냐!”
옆에서 아프로 머리가 움직여서 어깨가 가벼워졌다. 그것 봐, 깨버렸잖아.
“……전화, 누구?”
에쓰코는 잠이 덜 깨어 잠긴 목소리로 묻는 고레나가의 몸에서 흘러넘치는 섹시함에 취해 머리가 어질어질하는 것을 참으며 스마트폰을 내던지고, 뒤집어진 목소리로 “아무도 아니에요.” 하고 대답했다.
“……여고생이 전철에서 아르바이트하는 가게에 짜증 부리는 꿈을 꿨어요.”
“요즘은 여고생도 여러모로 힘든가 보더라고요.”
대충 얼버무린 순간 아랫배가 욱신욱신 아파왔다. 왜 하필 오늘 이렇게 심한 거야. 무심코 인상을 찡그린 것을 보았는지 고레나가가 반사적으로 서늘한 두 손을 뻗어 에쓰코의 어깨를 잡았다.
“왜 그래요? 괜찮아요?”
아파, 하지만 얼굴이 가까워. 미간에 주름이나 잡고 있을 때가 아닌데. 파운데이션 지워지지 않았으려나. 에쓰코는 억지로 미소를 띠며 “아무것도 아니에요.” 하고 대답했다.
다음 순간 입술이 포개어졌다.
77-79p

5월 하순, 임시 인사이동이 발표됐다. 이동 대상은 세 명, 에쓰코는 사내 게시판에 붙은 인사 명령서를 믿기지 않는 기분으로 쳐다보았다.



보직 전환.
6월 1일부로 실시.
고노 에쓰코.
이전 소속: 교열부.
새 소속: 《라시 노스》 편집부.



아마 20초 정도는 들여다보았을 것이다. 한순간이라도 눈을 돌리면 사라져버릴 꿈이 아닐까 싶어서 눈 한 번 깜빡이지 못했다.
《라시 노스Lassy noces》는 에쓰코가 줄곧 동경해온 《라시》의 증간호로, 결혼 정보에 특화된 계간지다. 작년에 창간되어 지금까지 세 권이 나왔고 다음 주에 4호가 나온다. 편집장은 《에브리》의 부편집장이었던 구스노키 가즈코고 편집부원은 전부 합쳐서 다섯 명이지만, 에쓰코도 그 이상의 정보는 가지고 있지 않았다. 미혼인 자신이 《라시 노스》에 배속될 줄은 꿈에도 몰랐기 때문이다.
눈을 깜빡여도 명령서는 사라지지 않았다. 어쩐지 얼떨떨하면서도 드디어 꿈이 이루어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축하해. 교열부의 문은 활짝 열려 있으니까 언제든지 돌아와.”
사무실에 들어가자마자 요네오카가 말했다. 에쓰코는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겠다고 말하려다 그만두었다. 이 부서를 떠나려니 나름대로 약간은, 1밀리미터쯤은 서운했기 때문이다. 그때 조금 멀리서 새송이버섯의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고노 씨를 밖으로 내돌리기 싫은데. 계속 우리 부서에 있으면 좋겠어.”
“어, 무슨 소리세요? 이건 상사의 권력형 폭력이랑 성희롱 중에 어느 쪽인가요? 저를 좋아하세요? 민폐인데요.”
110-112p

“마침 다음 시즌 컬렉션 사진이 몇 장 들어와 있으니까 고노 씨가 스타일링을 생각해봐. 스무 패턴 정도.”
와타누키는 각 메종의 전시회에서 찍어 온 사진과 그쪽에서 보낸 신작 카탈로그 다발을 가지고 와서 에쓰코의 책상에 탁 내려놓았다.
주특기 분야다! 에쓰코는 방금 전과는 딴판으로 체온이 올라가는 것을 느꼈다. 그래, 지금이야말로 내 실력을 보여줄 때야, 힘내자! 고작 1년만 채우고 교열부로 돌아가기는 싫어! 하지만 사진을 보고 선택하는 동안 에쓰코는 짙은 안개 속에서 미아가 된 듯한 기분에 빠졌다. 드레스, 죄다 하얗다. 구두, 몽땅 하얗다. 베일, 전부 하얗다. 헤드 드레스, 대개 흰색이나 은색이다. 부케, 무슨 꽃인지 모르겠다. 반지, 대부분 다이아몬드와 백금이다. 뭘 조합해도 정답인 것 같고, 반대로 오답인 듯한 기분도 들어서 정신이 몽롱해졌다. 그래도 에쓰코는 두 시간쯤 걸려서 스타일링을 어찌어찌 스무 가지 정도 고안해 와타누키에게 제출했다.
“음, 제법 괜찮네. 과연 센스가 있어.”
와타누키의 말에 마음속으로 주먹을 꽉 움켜쥐며 뭐야, 할 만하네, 하고 생각한 다음 순간, 그 자신감은 단숨에 시들었다.
“그럼 이 스타일링 전부에 70자짜리 캡션을 달아봐. 신부가 ‘입고 싶다!’는 생각이 들 만한 문구로. 드레스의 특징도 언급해야 해. 예를 들어 이건 프린세스라인이 잘빠져서 동화 속 공주님 같잖아. 이쪽은 롱 트레인이 버진 로드(결혼식 때 신랑 신부가 걷는 길-옮긴이)에 잘 어울리고. 이상적으로 여기는 결혼식과 신부의 모습은 사람마다 다른 법이야. 브랜드를 보고 드레스를 고르는 신부도 있으니까 유명한 곳의 드레스에는 넌지시 브랜드 이름도 넣어놔.”
‘무, 리, 입, 니, 다!’
에쓰코가 아무리 막 나간다지만 그런 대답은 할 수 없었다. 얌전하게 알겠다고 대답하고 컴퓨터 앞에 앉아 키보드에 손을 얹었다. 하지만 손목 앞쪽이 석고로 변하기라도 한 것처럼 잠시 타자를 칠 수 없었다. 당연했다. 에쓰코는 지금까지 다양한 문장을 읽기는 했지만 써본 적은 없었다. 써보겠다는 마음도 없었다.
‘여성스럽고 페미닌한.’
간신히 쓰기 시작했지만 여성스럽고와 페미닌이 중복임을 알아차리고 백스페이스키를 두드렸다.
‘오프보디의 실루엣에 에어리한 시폰과 튤로.’
……영어가 너무 많다.
‘소녀 같은 마음을 간질이는 걸리한.’
이것도 분명 소녀와 걸이 중복이고, 그보다 시크하고 우아한 성인 여성을 위한 결혼 정보지에 과연 소녀와 걸리라는 말을 써도 될까?
결국 스타일링 하나당 캡션을 다는 데 30분은 걸렸다. 한 시간 하고 조금 더 지나서 확인하러 왔을 때 캡션이 고작 두 개밖에 완성되지 않은 것을 보고 와타누키는 한숨과 함께 말했다.
“아르바이트하는 학생이 훨씬 빨리 하겠다. 그리고 문장이 딱딱해. 과월호 읽었지? 우리는 문장을 전부 ‘해요체’로 통일한다는 거 몰랐어?”
와타누키의 지적에 에쓰코는 깜짝 놀라서 잠깐 말문이 막혔다. 맞다, 생각해보니 모든 문장이 부드러운 인상의 ‘해요체’였다. 아무리 그래도 교열부 출신인데 왜 그런 초보적인 것도 눈치채지 못했을까?
“……죄송합니다, 여성 잡지에 오게 된 게 기뻐서 너무 들떴나 봐요.”
“우리 회사 패션 잡지 쭉 봐왔지? 도대체 뭘 본 거야?”
118-121p

“저기, 에쓰코.”
멍하니 천장을 올려다보는 에쓰코에게 모리오가 말을 걸었다.
“왜?
“전부터 궁금했는데, 넌 싫어하는 사람 없어?
“음, 문예 편집부 가이즈카는 아주 마음에 안 든다고 해야겠지.”
왜 그런 질문을 하는지 몰랐지만 에쓰코는 바로 머릿속에 떠오른 사람의 이름을 댔다.
“아, 그게 아니라 여자 중에. 와타누키 씨는 어때?
“와타누키 씨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지만, 의외로 재미있고 좋은 사람이니까 싫지는 않아.”
“철팬은? 사이가 좋아지기 전에는 어땠어?
“아무렇지도 않았는데? 좋아하거나 싫어할 대상이 아니었어.”
“학창 시절에는? 절대로 지기 싫었던 사람 있었어?
“아니, 없었어. 왜?
“어, 그럼 질문을 바꿀게. 에쓰코가 다닌 학교에는 왕따 있었어? 에쓰코는 남한테 괴롭힘 당한 적 없었어?
“아마 없었을 거야. 내가 몰랐을 뿐인지도 모르지만.”
지저스. 누가 해외 유학파 아니랄까 봐 모리오는 그런 말을 내뱉고 방금 전에 에쓰코가 그랬던 것처럼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왜, 뭔데?
“입사한 뒤로 네게 느낀 위화감의 정체가 뭔지 방금 알았어.”
“뭐? 역시 남들이 나한테 위화감을 품을 만큼 내가 별나?
“넌, 너 말고 다른 여자한테 흥미가 없어.”
“엥? 있어. 왜 남을 자기중심적인 사람 취하고 그래?
“자기중심적인 것하고는 달라. 설명하기 힘들지만 일본인 중에서는 보기 드문 유형인 것 같아.”
에쓰코는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통 이해가 가지 않았다. 얼마 전에는 와타누키도 “별나다는 말 안 들어? 하고 물어봤다. 설마하니 벌써 2년도 넘게 알고 지낸 모리오도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을 줄이야.
168-169p

“밀라노에서 전속으로 일이 들어왔어.”
2층 방에 마주 앉자 고레나가는 조금 쑥스러우면서도 기쁜 듯이 말했다. 에쓰코는 잠시 생각한 후에 물었다.
“……그거 모델 일이지?
고레나가가 고개를 끄덕이고 말한 브랜드는 에쓰코도 알고 있는 곳이었다. 신흥 브랜드지만 지금 가장 기세등등한 브랜드 중 하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2010년에 브랜드가 만들어져 재작년 A(Autumn)/W(Winter) 패션 위크 때 남성 상품을 공개했는데, 이미 전 세계의 셀렉트 숍에서 상품을 취급하고 있으며 오모테산도에는 세계 최초로 플래그십 스토어가 들어섰다. 경범사의 《아론》 편집자가 고레나가를 높게 평가하여 디자이너에게 소개했는데 순식간에 계약이 진행됐다고 했다.
“굉장하다! 축하해! 거기 전속 모델이라니, 동양인으로는 최초 아니야?
“응, 그렇다고 하더라고. 책임이 막중해. 거점도 밀라노로 옮겨야 하고.”
고레나가는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이 담담하게 말했다. 에쓰코는 그가 무슨 말을 했는지 이해하고 앵무새처럼 되뇌었다.
“……밀라노로 옮겨야 하고?
“이사해야 해. 그게 조건이래. 일단 계약기간은 1년이고, 집은 에이전시에서 준비해준다니까 난 몸만 가면 되는가 봐.”
……나는 어쩌고? 에쓰코는 턱밑까지 올라온 말을 꿀꺽 눌러 삼켰다.
“그리고 담당자가 머리를 좀 어떻게 하래. 내일 당장이라도 잘라야겠다. 머리 모양을 어떻게 하지?
비교적 충격이 덜한 이 말에는 바로 대꾸할 수 있었다.
“저기, 전부터 궁금했는데 왜 줄곧 아프로 헤어스타일을 고수한 거야?
“이거 날 때부터 이랬어. 아마 몇 세대인가 전에 섞인 아프리카 혈통의 특징이 느닷없이 발현된 거겠지. 학생 때는 드레드나 콘로 같은 레게 머리를 했어. 줄곧 아프로였던 건 아니야.”
설마 했는데 날 때부터 아프로였다니!
아니, 지금 그런 건 아무래도 상관없다. 묻고 싶은 것이 많았다. 하지만 뭐부터 물어봐야 할지 머릿속에서 정리가 되지 않았다. 교열부로 돌아온 뒤로 왠지 머릿속에 부연 안개가 낀 느낌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에쓰코는 일단 제일 물어보고 싶었던 것을 묻기로 했다.
“저어, 윳 군. 그럼 앞으로는 모델 일에 전념할 거야? 소설은 더 이상 안 쓰려고?
고레나가의 표정이 눈에 확 띄게 흐려졌다. 고레나가는 모델보다 소설가로서 성공하기를 원했다. 적어도 처음 만났을 때는 그랬다. 몇 초 뒤 흐려진 표정이 자조하듯이 일그러졌다.
“……지금 비난하는 거야? 내가 작가로는 살아갈 수 없을 것 같아서 밀라노로 달아나는 것 같아?
“그런 생각은 안 했는데…… 그런 거야?
1년을 공들여 쓴 소설이 퇴짜 맞았다는 이야기밖에 못 들었다. 그 일이 소설가에게 정신적으로 얼마나 큰 충격인지 에쓰코는 상상도 가지 않았다. 유일하게 친분이 있는 작가 혼고 다이사쿠는 분명 뭘 써도 퇴짜는 맞지 않을 테니 물어봤자 헛일이리라.
고레나가는 잠시 침묵을 지키다가 포기했다는 듯이 웃고 입을 열었다.
“엣 짱, 재작년에 엣 짱이 교열해준 『개 같네요』, 초판을 몇 부 찍었는지 알아?
“응? 모르는데. 3만 부 정도 찍지 않았을까?
에쓰코는 유일하게 편집한 경험이 있는 《라시 노스》의 발행부수를 절반으로 뚝 잘라서 대답했다. 결혼하는 커플이 그 정도는 있으니까 고레나가의 책을 읽는 사람도 그 절반은 될 거라고 아무 근거도 없이 대뜸 판단했던 것이다.
“2,500부야.”
고레나가는 에쓰코의 대답을 무시하는 듯한 목소리로 내뱉듯이 말했다.
“…….”
“세금을 제외하고 1,600엔짜리 책을 2,500부 찍는다. 물론 증쇄는 없고 문고본으로도 안 나와. 그리고 인세는 10퍼센트지. 그럼 수입이 얼마인지 바로 계산이 되지? 집필하는 데 반년이나 1년이 걸리는데 수입은 고작 그게 다야. 그걸 프로 소설가라고 할 수 있겠어?
“……하지만 골수팬이 있다고 전에 부장님이 그랬는데…….”
“조금은 있지. 하지만 그런 소수의 독자만 노리고 책을 내봤자 적자야. 이제 원고를 써본들 어디서도 받아주지 않을걸. 빌어먹을, 난 역시 재능이 없어.”
……빌어먹을. 고레나가가 욕하는 건 처음 들었다. 지금까지는 속상해도 욕은 안 했는데.
지금까지 고레나가가 단단히 걸치고 있던 자제심이라는 이름의 갑옷이 모래로 변해 부스스 흘러내리는 환영이 보였다. 에쓰코는 그러한 갑옷이 있다는 것조차 까맣게 몰랐기 때문에 어안이 벙벙했다.
“윳 군, 저기.”
“그래, 도망치는 거야. 더 이상 못 해먹겠으니까. 더 이상 비참해지기는 싫으니까 도망…….”
고레나가는 바르르 떨리는 입술을 손바닥으로 막고 에쓰코에게서 고개를 돌렸다. 이 사람의 맨얼굴을 처음으로 본 느낌이었다. 지금까지 맨얼굴인 줄 알았던 것이 맨얼굴이 아니어서 서글프기도 했다. 손에 닿았던 살결도, 서로 숨결을 나누었던 입술도, 늘 뭔가에 가려져 있었다니.
231-238p

구매가격 : 11,200 원

밀레니엄 시리즈 (세트)

도서정보 : 스티그 라르손, 다비드 라게르크란츠 | 2017-11-13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 |
리스베트&미카엘, 그 역사적인 첫 만남의 순간 “기억해둬. 내가 미친년이라는 사실을.” 헨리크 방에르 / 유서 깊은 스웨덴 기업의 총수. 매년 11월 1일, 보낸 이를 알 수 없는 압화 액자가 그에게 배달된다. 36년째다. 압화 액자는 조카손녀 하리에트가 그의 생일마다 주던 선물이었다. 하지만 하리에트는 16세 때 실종됐고 방에르 가문 사람들에겐 옛일이 되었다. 다만 그녀를 아꼈던 헨리크만은 실종의 수수께끼에서 헤어나지 못하는데…… 하리에트는 왜 사라진 걸까? 미카엘 블롬크비스트 / 스웨덴의 특종기자. 유명 경제인 고발기사를 썼다가 명예훼손죄로 유죄판결을 받고, 자신의 모든 걸 쏟아부은 잡지 [밀레니엄]도 떠나게 된다. 벼랑 끝에 몰린 그를 눈여겨본 건 바로 헨리크 방에르. 거액의 조건으로 그는 미카엘에게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한다.

| 불을 가지고 노는 소녀 |
사라진 리스베트, 그리고 [밀레니엄]에 드리운 죽음의 그림자 “모든 인간은 타인을 죽일 수 있다. 절망이나 증오 때문에, 혹은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서.” 리스베트의 집 앞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던 걸까? 방에르 가문의 수수께끼를 해결하고 돌아온 리스베트와 미카엘. 그런데 홀연 리스베트가 사라지고 미카엘은 그녀의 행방을 수소문하며 1년을 보낸다. 마침내 미카엘은 거리를 지나다 작고 야윈 리스베트를 발견하지만 이내 괴한이 나타나 그녀를 덮친다. 놀란 미카엘이 정신을 차렸을 땐 리스베트가 떨어뜨린 가방만 길에 놓여 있을 뿐인데…… 사람들이 슬픔에 잠겨 있을 때 기자는 가장 민활하게 움직이는 법 [밀레니엄]에 새로 합류한 기자 ‘다그’와 범죄학자 ‘미아’. 미카엘은 이들과 함께 스웨덴 성매매 산업을 고발하는 기사를 쓰는 데 몰두한다. 하지만 마감을 앞두고 의문의 살인 사건이 연달아 발생하고 현장에선 리스베트의 지문이 묻은 총기가 발견된다.

| 벌집을 발로 찬 소녀 |
‘모든 악’이 벌어진 그날을 청산하는 피의 복수와 치밀한 두뇌 싸움 “이 싸움이 끝나는 곳은 법정이 아니라 언론이 될 거야.” 15년 전 리스베트를 제거하려던 음모는 과거의 일이 아니었다 피투성이가 되어 병원으로 실려온 리스베트와 살라. 중환자실에 묶인 몸이 되어서도 끈질긴 악연에 마침표를 찍을 순간만을 노릴 뿐이다. 한편 이 둘을 동시에 처치하려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모든 비극의 수수께끼 뒤에 스웨덴 정부의 비밀 조직이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는데…… 이 모임이 끝나면 대형 스캔들이 기다리고 있고, 정부는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 중상을 입은 범죄자 신세로 병원에 감금된 리스베트를 위해 미카엘은 고군분투하며 진실을 밝히고자 한다.

| 거미줄에 걸린 소녀 |
해커가 있으면 모든 걸 훔쳐낼 수 있고, 변호사가 있으면 모든 도둑질을 정당화할 수 있다 나 같은 이기적인 멍청이가 아버지 노릇을 하겠다니 스웨덴의 컴퓨터공학자 프란스 발데르. 독자적으로 개발한 기술을 도둑맞은 후 그는 무언가 비밀을 감춘 듯 불안해하는 편집광처럼 변해버렸다. 그의 아들 아우구스트는 태어나 말을 한 적 없는 자폐아이지만 수학과 그림에 천재성을 지닌 아이였다. 하지만 프란스를 위협하는 해커 조직이 등장하면서 아우구스트마저 목숨이 위태로워진다. 리스베트 vs. 카밀라, 서로를 증오하는 쌍둥이 자매 리스베트는 어떤 손 하나가 오래된 방의 침대 매트리스를 두드려대는 꿈을 꾸고 새벽잠을 깬다. 오래전 사라진 쌍둥이 여동생 카밀라를 떠올리게 하는 꿈. 불길함을 느끼고 추적에 나선 그녀가 포착한 건 컴퓨터공학자 프란스가 휘말린 의문의 사건과 카밀라의 그림자였다.

구매가격 : 51,200 원

스웨덴 인생 노트

도서정보 : Dag Sebastian Ahlander | 2017-11-06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스웨덴, 덴마크, 노르웨이 등 북유럽 베스트셀러 

《스웨덴 인생 노트》에서 발견하는 행복의 기술!
뉴욕 주재 스웨덴총영사가 전하는
‘스웨덴 사람들처럼 행복하게 나이 드는 법’

쉰 살이 되면서부터 비즈니스 타이를 풀고 빨간색 나비넥타이를 맨 남자가 있다. 바로 전 스웨덴외교관이자 베스트셀러 저자인 대그 세바스찬 아란더이다. 그가 나비넥타이를 맨 이유는 단순하다. 거울 앞에 서면 스스로 기분이 좋아지고, 다른 사람들도 자신에게 미소를 건네기 때문이다.

“남들과 똑같아 보이는 게 싫었고, 매일 아침 엘리베이터 거울에 따분한 모습이 비치는 것도 싫었다. 나는 뉴욕 마천루의 45층에서 일했고, 골똘히 생각할 시간이 참 많았다. 빨간색 나비넥타이를 매고 거울 앞에 서면 미소가 지어지곤 했는데, 지금도 그냥 기분이 좋아진다. … 잘 웃으면 자신감이 솟는다. 적어도 나는 그렇다. 미소 그리고 자신감, 이것들은 행복한 노인이 되는 지름길이다.”

세바스찬 아란더는 스웨덴외교관으로 모스크바, 제네바, 상트페테르부르크 등에서 근무했으며 뉴욕 주재 스웨덴총영사로 마지막 7년을 재직하고 은퇴했다. 그는 워싱턴 D.C.에서 학창 시절을 보내고 뉴욕에서 오랜 시간 근무했기에 미국식 사고방식에 익숙하다. 또한 스웨덴 사람들의 유연한 마인드와 균형 잡힌 라이프 스타일을 신뢰하고 고수해왔다. 그러면서 보통의 스웨덴 사람들보다 유머러스하고 활기차다. 스웨덴과 다양한 문화권에서 39년 11개월 7일을 일하고 은퇴 후 집필 활동에 힘쓰고 있는 그에게는 삶을 관통하는 하나의 철학이 있다. 그것은 현재 자신에게 맞게 사고하고 행동하고 누리는 것이야말로 행복으로 가는 가장 쉬운 길이라는 사실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이가 드는 것을 걱정하고 한탄한다. 하지만 그는 나이 드는 것은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나이대를 살아가는 새로운 일임을 강조하며, 그냥 나이 들지 말고, 행복하게 나이 들도록 만나는 사람들을 변화시킨다.
《스웨덴 인생 노트 Handbok för glada gubbar》는 저자가 자신의 모든 긍정적인 경험을 끌어모아 나이 드는 것을 두려워하거나 우울해하지 않고, 나이에 맞게 행복하게 살아가는 기술 109가지를 담았다. 출간 즉시 스웨덴을 비롯하여 덴마크, 노르웨이 등 북유럽에서 베스트셀러가 되었으며, 미국에서 《Older and Happier》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어 사랑을 받고 있다. 북유럽 최고의 복지국가 스웨덴 출신의 저자가 말하는 행복하게 나이 드는 비결이 담겨 있는 인생 노트에 당신을 초대한다.

내 나이에 어울리는 여유, 균형, 멋, 관용, 만족, 행복이 있다!
나이에 맞게 살아가는 스웨덴 라이프 스타일

젊어 보이려고 안간힘을 쓰거나, 무슨 일이든 나이 탓하며 구시렁거리거나, 내가 왕년에는, 하며 거들먹거리는 사람들 모두 꼴 보기 싫기는 매한가지이다. 나이가 들수록 우리도 달려져야 한다. 그래야 꽉 막힌 중년, 고지식한 노인이 되지 않으면서 그 나이대에 누릴 수 있는 행복을 충분히 누릴 수 있다. 스무 살이 쉰 살처럼 성숙할 수 없듯이 중년과 노년에게 스무 살처럼 사고하는 것을 강조하는 일도 억지스럽다.
저자는 나이에 맞게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서는 붙잡아야 할 것과 놓아야 할 것이 있음을 강조한다. ‘삶의 의미’를 빼앗기지 않으면서도 나이에 맞는 ‘인생의 재미’를 찾아야 하는 것이다. 행복해 보이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행복해지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그는, 우리의 일상 곳곳에서 행복을 찾아갈 수 있도록 스웨덴 사람들과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109가지의 번뜩이는 통찰과 유용한 인생 기술을 제시한다.

▪ 삶의 제한을 받아들이고, 최선을 다해 활용할 때 불안은 사라진다.
▪ 은퇴를 하자마자 집을 줄이지 말고, 나만의 공간을 누려라.
▪ 추억이 없으면 시간 감각도 정체성도, 살아오면서 세운 기초도 잃고 만다.
▪ 죄책감은 삶의 동력을 갉아먹는다.
▪ 가정법이 아닌 현재형과 미래형으로 말하라.
▪ 사진을 찍는 대신 매 순간 그 자체에 충실하자.
▪ 바보 같은 지출, 충동적인 결정이 필요할 때가 있다.
▪ 긴 시기를 다루고 광범위한 관점을 요구하는 역사 공부를 하라.
▪ 서재와 정원이 있다면, 모든 걸 얻은 셈이다.
▪ 자기연민에 빠지는 것보다 타인의 동정을 받는 게 낫다.
▪ 나보다 나이가 어리다고 대화를 독점하려 들지 말라. 
▪ 자녀가 성년이라면 유쾌하고 잔소리하지 않는 손님처럼 대하라.
▪ 중동 문제처럼 논쟁해서는 안 되는 주제가 있다.
▪ 모든 사람이 다 정리를 잘해놓지 않는다. 어질러도 괜찮다.
▪ 병과 죽음이 찾아오는 일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이처럼 주어진 하루하루를 대하는 스웨덴 사람들의 유연한 마인드를 배우고, 내 고집만 내세우는 것이 아니라 젊은 세대들을 존중하는 마음으로 그들과 소통하며, 스웨덴 사람들처럼 적당히 먹고, 자고, 배우고, 소비하며 누리는 삶의 균형을 맞춰 나갈 때 우리의 인생 노트에는 보다 긍정적인 단어들이 기록될 것이다. 또한 자신을 매력적으로 만드는 유머와 패션의 가치, 그리고 병들어가는 것과 죽음에 대한 수용적인 자세 등을 하나하나 익혀갈 때, 당신도 나이듦에서 오는 여유와 멋스러움, 그리고 삶의 깊은 만족을 느끼게 될 것이다.

구매가격 : 9,100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