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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정보 : 제프리 하우스홀드 | 2019-02-22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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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 소개

“사냥에 실패하는 순간, 사냥꾼은 사냥감이 된다!”
독재자를 사냥하려다 사냥감이 된 남자의 숨 막히는 추적 스릴러
베네딕트 컴버배치 제작·주연 영화화

제2차 세계대전 직전, 유럽에서 외교적 갈등이 고조되고 나치즘이 광폭하게 세력을 넓히던 시기를 배경으로 한 정치 스릴러의 고전 『로그 메일』이 아르테에서 출간됐다. 전 세계에 전쟁의 그림자를 몰고 온 독재자를 노리던 주인공은 안타깝게 실패한 암살 시도와 그 후의 목숨을 건 탈출, 그리고 도피에 대해 자신의 정체를 끝내 밝히지 않은 채 회고록의 형식을 빌려 풀어놓는다. 실패한 암살자의 탈출과 그를 향한 독재자의 집요한 추적이라는 단순한 줄거리에도 불구하고 생생한 도피 과정 묘사와 숨을 죄어오는 서스펜스에 ‘고전의 반열에 오른 스릴러’, ‘추적 스릴러의 원형’ ‘환상적 플롯과 예리한 심리 묘사’ ‘최고의 오프닝 페이지’라는 아낌없는 찬사를 받았을 뿐만 아니라, 「멘스저널」에서 선정한 역대 최고의 스릴러 15선 중 1위에 오르기도 했다.
독재자를 암살하려다 실패한 남자. 죽음의 문턱에서 가까스로 도망친 뒤 독재자의 충성스러운 사냥개에게 끈질기게 쫓기게 된 그의 정체는 무엇이며, 목숨을 걸고 독재자를 죽이려 했던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마지막 순간까지 긴장을 놓을 수 없는 탈출극의 승자는 누가 될 것인가.

시대를 뛰어넘어 사랑받는 정치 액션 스릴러의 고전
반드시 읽어야 할, 모험 서스펜스의 클래식

『로그 메일』은 1939년 초판본이 출간된 직후 독일 프란츠 랑 감독의 영화 〈인간 사냥Man Hunt〉으로, 1970년대에는 BBC드라마로 제작되는 등 국가와 시대를 뛰어넘어 꾸준한 사랑을 받아온 작품이다. 2016년, 배우 베네딕트 컴버배치를 주연으로 새롭게 영화화가 발표되었으며, 제작에도 직접 참여하는 베네딕트 컴버배치는 이 작품을 향해 “가장 가치 있는 영국 소설”이라고 평하기도 했다.
작가 제프리 하우스홀드는 동유럽, 미국, 중동, 남미를 비롯한 전 세계에서 은행가, 세일즈맨, 백과사전 집필가로 일했으며 제2차 세계대전 시기에는 영국 정보부에서 근무한 특이한 이력을 지녔다. 작가는 그 경험을 십분 활용해 당시 나치즘을 둘러싼 유럽의 국제 정세와 미묘한 외교적 분쟁, 그 속에서 양심과 명예를 지키면서도 모국인 영국에 짐이 되지 않으려는 주인공의 고뇌를 빼어나게 묘사했다. 제프리 하우스홀드는 이외에도 『발송 The Sending』『불량 정의 Rogue Justice』 『그림자 속 감시자 Watcher in the Shadows』등의 스릴러 작품들을 남겼다.

독재자를 암살하려던 남자의 치열한 생존 게임
사냥꾼과 사냥개의 목숨을 건 싸움이 시작된다

제2차 세계대전 직전, 사냥하며 유럽을 떠돌던 남자는 자신도 모르게 독재자의 저택으로 이끌리게 된다. 마치 사냥하기 어려운 사냥감을 노리는 흥분감과 함께 남자는 주도면밀하게 암살을 시도하지만, 결국 발각되어 모진 고문을 당하고 반 불구가 된 채 탈출한다. 사냥에 실패한 후 한순간에 사냥감으로 전락한 남자는 국가에 외교적 짐을 지우지 않기 위해 암살 시도를 혼자 책임지기로 한다. 현상수배자로 지목된 뒤 경찰들을 따돌리고 배의 물탱크에 몸을 숨긴 채 바다를 건너 인적 드문 숲에 숨어들지만, 단 한 사람, 독재자의 끔찍하게 충성스럽고 잔인한 하수인만은 추적을 포기하지 않는다. 오롯이 혼자 견뎌야 하는 고독과 굴복하고픈 유혹에 맞서며 ‘오직 살아남기 위해’ 고투하는 남자를 독재자의 하수인은 세상의 끝, 땅속까지 끈질기게 따라붙는데…….

세상이 알아주지 않은 위대한 암살범에 대한 헌사이자
탈출과 추적 서스펜스의 원형과도 같은 작품

『로그 메일』은 소설임에도 ‘나’의 진솔한 1인칭 시점 서술 덕에 읽다 보면 마치 실존 인물의 회고록처럼 느껴지는 작품이다. 영국에서 꽤 이름 있는 명망가인 ‘나’는 개인적으로 실행에 옮긴 암살 시도가 외교 문제로 비화될 수 있다는 이유로 작품 내내 자신의 이름과 암살하려 했던 사람의 이름을 끝내 밝히지 않지만, 탈출과 추적의 과정을 풀어놓는 고백록과도 같은 형식을 통해 독자들은 시대를 뛰어넘어 충분한 이입감을 느낄 수 있다. 덕분에 독자들은 주인공이 암살하려 시도했던 인물이 누구인지를 충분히 유추해볼 수 있는데, 전 세계를 파시즘으로 몰아넣었던 공포의 대상을 ‘사냥’하고, 또 그로부터 ‘사냥당하는’ 듯한, 압도적 서스펜스를 선사하는 작품이다.


이 위대한 작품을 스크린에 옮기게 되어 배우로서도, 제작자로서도 무척 흥분된다 _ 베네딕트 컴버배치
하우스홀드는 서스펜스를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렸다 _ 〈뉴욕타임스〉
고전의 반열에 오른 위대한 스릴러, 서스펜스의 승리 _ 〈아마존 북리뷰〉
모든 문장이 흥미진진하다. 반드시 읽어볼 것! _ 〈멘스저널〉
환상적 플롯만큼이나 예리한 심리 묘사와 시대를 초월한 언어의 힘이 독자를 사로잡는다. 끝까지 입술을 씹으며 보게 되는, 긴장감 가득한 탈출과 추적 이야기 _ 〈타임스〉
하우스홀드는 날것의 요소에 서스펜스와 생생한 스토리를 넣어 압축했고, 그 효과는 아찔하다 _ 〈플레이보이〉
모험 서스펜스의 클래식이 탄생했다 _ 〈로스앤젤레스타임스〉
잔인한 독재자에게 쫓기는 한 남자의 위태로운 모험 서사시 _ 〈파이낸셜 타임스〉
위대한 암살범에 관한 위대한 책. 최고의 오프닝 페이지를 만나게 될 것이다 _ 〈데일리메일〉
처음부터 끝까지 단숨에 읽어나갔다. 처음 다섯 페이지에 얼마나 많은 일이 일어나는지 믿을 수 없을 정도. 이 책은 내가 읽은 가장 생생하고 고독한 늑대 이야기다 _ 콘 이굴든,『위험한 책』 저자


◎ 책 속에서

처음에 그들은 내가 공무상 임무로 암살을 수행하던 중인지 궁금했을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 의심은 접었던 것 같다. 그 어떤 정부도―적어도 우리 쪽 정부들은 모두―암살을 주도하지 않으니까. 그렇다면 내가 단독으로 움직인 것이란 말인가? 단독 범행 가능성은 매우 적어 보였을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아무런 범행 동기도 없이, 내 주장대로 그저, 추적 불가능한 상대에게 접근해보고 싶은 유혹을 뿌리치지 못한 사냥꾼일 뿐인 걸까? -본문 중에서

나는 늪으로 곤두박질쳤다. 작지만 깊은 늪이었다. 지금, 나는 살아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 이 순간에는 살아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살아 있는 상태가 어느 정도 지속될지 예측하기는 망설여졌다. 상처가 얼마나 나았는지 볼 수도, 느낄 수도 없었다. 사방이 어둡고, 거의 아무 것도 느낄 수 없었다. 무성하게 자란 풀을 붙잡고 몸을 일으켰다. 나는 진흙 덩어리 같은 존재, 붕대를 감은 채 진흙으로 뒤덮인 존재였다. 늪으로 이어지는 가파른 자갈 비탈이 있었다. 그 비탈로 굴러떨어진 것이 분명했다. 더 이상 통증이 느껴지지 않았다. 나는 그자들이 나를 절벽에서 밀기 전보다 더 심하게 다친 데는 없다고 스스로를 안심시켰다. 그들이 내 시체를 찾으러 오기 전에 몸을 움직여서 숨을 용기를 내야 했다. -본문 중에서

이제 내가 납득할 수 있는 행동을 해야만 했다. 이 고백―이 글을 고백록이라고 불러야 할까?―은 머릿속에서 같은 일을 자꾸만 반복하지 않기 위해, 내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이해하기 위해, 겪은 일을 순서대로 기록한 것이다. 머릿속으로 생각만 해서는 그런 상황에 대해 만족스러운 설명을 얻을 수가 없다. 이 노트에 상황을 기록함으로써, 어느 정도나마 만족스러운 설명을 찾아보고자 한다. 나는 제2의 자아를, 나의 현 상태를 판단하는 기준이 되는 과거의 자아를 만들어내고 있다. 우연이든 의도적으로든 이 글이 집단의 이익에 이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 내가 누구인지는 언급하지 않겠다. 내 이름은 널리 알려져 있다. 나는 싸구려 언론매체에서 내건 현수막의 찬양 문구에 자주 오르내리는 사람이다. -본문 중에서

나는 밤에만 움직였다. 낮에는 산림이나 잡초 속에서 지냈다. 사냥감을 향해 접근하던 때가 그처럼 즐거운 적은 없었다. 짐승을 3킬로미터쯤 뒤쫓아본 사람이라면, 사람 무리, 보초, 갑자기 산기슭에서 나타나는 수컷 짐승들을 뚫고 160킬로미터 이상 발각되지 않고 추적하는 것이 얼마나 흥분되는 일인지 이해할 것이다. 돌팔매 한 번으로 새 두 마리를 잡는 셈이었다. 그것은 내 속에 잠들어 있던 모험 정신을 일깨웠다. -본문 중에서

결론은 이렇다. 나는 그 나라에서와 마찬가지로 내 나라에서도 범법자였고, 내가 죽어야 한다면 쉽게 죽일 수 있는 사람이었다. 그들이 내 죽음을 사고나 자살로 위장할 수 없다고 하더라도, 어떤 살인 동기도 밝혀낼 수 없을 테니 살인범은 잡히지 않을 것이다.
당시에 나는 베이너 씨가 생각 없이 한 말에 괜히 걱정하는 것이고, 이런 불안은 얼토당토않은 것이라고 여겼다. 그들이 영국에서 나를 제거하느라 불필요한 위험을 감수할 필요가 대체 어디 있단 말인가? 내가 또다시 사냥하러 가서 그들에게 겁을 줄 거라고 생각한단 말인가?
하지만 그들은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을, 결국 인정하게 되었다. 그들은 내가 원한다면 그들의 나라로 되돌아가 그 거물의 신경을 건드릴 수 있는, 만만찮은 상대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내가 그런 선택을 할 것이냐에 대해서 말하자면……. 유명한 사냥꾼들 중에서는 한 번 놓친 사냥감을 다시 찾아가고 싶은 유혹을 완전히 떨칠 수 없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기는 하다. -본문 중에서

홀본에 도착한 뒤, 내 추측이 맞는지 확인하려고 자리에 계속 앉아 있었다. 역시나 검은 모자는 열차에서 내려 플랫폼에서 얼쩡대더니 문이 닫히기 직전에 다시 탔다. 그들은 내가 당해내기에는 너무나 똑똑했다! 필시 검은 모자에게 홀본과 올드위치 사이를 오가며 내가 망할 열차에 올라타거나, 내가 다른 경로로 떠났다는 신호를 보낼 때까지 계속 자리를 지키라고 명령한 것이 분명했다. 내가 해낸 것은 퀴브-스미스를 블룸즈버리로 보낸 것인데, 분명 그는 벌써 택시를 타고 내 이동 경로를 전화로 모두 전달하는 중앙 연락 지점 같은 곳으로 향했을 것이다.
올드위치로 다시 떠날 때, 검은 모자는 열차 뒤쪽에, 나는 앞쪽에 있었다. 우리는 가능한 한 멀찍이 떨어져 앉아 있었다. 우리 둘 다 서로를 죽일 수도 있는 잠재적 암살자였지만, 마주 보고 앉기에는 어색함을 느낀 것 같다. 그가 뻔뻔하게 나를 마주 보고 앉았거나, 비인간적인 면모를 드러냈다면 좋았을 것이다. -본문 중에서

사이드카 쪽으로 몸을 기울이는데 누군가 아주 작은 목소리로 내 이름을 불렀다. 몸을 세웠지만 너무 놀라고 넋을 잃은 상태라 한순간 움직일 수가 없었다. 가느다란 빛이 내 얼굴을 비추더니 굉음과 엄청난 충격과 함께 내 심장으로 떨어졌다. 나는 사이드카를 가로질러 뒤로 자빠졌고 내 왼쪽 옆구리는 진흙탕에, 머리 절반은 물속에 빠졌다. 쓰러진 기억은 없고, 빛과 동시에 터진 폭발음만이 기억난다. 진흙 속에서, 심장이 뛰는 습관을 회복하는 동안 의식을 잃었을 것이다. -본문 중에서

오늘 내 얼굴을 가만히 들여다보았다. 낚시하던 사람이 빌려준 거울을 처음 보았을 때 놀란 것처럼, 내 얼굴에서 영적인 면을 발견하기를 바랐다. 내 얼굴에서 위안을 얻기를 바랐고, 지난번에 겪은 고통처럼 이 고통이 내 얼굴을 섬세하게 바꾸어놓았기를 바랐다. 흙이 묻어 더러워진 눈, 피처럼 붉은 진흙을 뚝뚝 떨어뜨리는 머리털과 수염, 짓이긴 지렁이처럼 잿빛으로 부어오른 피부가 보였다. 굴속에서 겁에 질려 떨고 있는 짐승의 낯이었다. -본문 중에서

“하지만 나를 건드리지 않을 거라고 믿습니다. 나를 죽인다면 경찰의 추격을 받을 뿐이고, 당신이 떠났다고 내가 믿게 하는 편이 분명 더 현명하니까. 실제로도 그렇게 했고.”
그의 음성에서 피곤하고 냉혹한 기색이 느껴졌다. 농장에서 지내던 내내 목숨을 잃을까 두려웠을 것이다. 나보다 더 용감하고 약은 사람이지만―윤리 의식이 없다고 쓰려고 했다. 하지만 내게 그런 소리를 할 권리가 있을까? 내게는 잔인함도, 야심도 없는 것 같다. 퀴브-스미스와 나의 차이는 그것뿐이다.
“이보다 더 깨끗하게 죽여줄 수 있습니까?” 내가 물었다.
“이보시오, 당신이 죽는 걸 원하지 않습니다.” 그가 말했다. “지금은 그렇군요. 이곳을 봉쇄하는 동안 당신이 지각을 잃지 않아 다행입니다. 이런 처지가 되다니, 당신도 놀랍겠지만 나도 놀랍습니다. 약속할 수 있는 것은 없지만, 당신의 죽음은 완전히 불필요한 것 같군요.”
“죽음이 아니면 갈 곳은 동물원뿐이지.” 내가 말했다.
-본문 중에서

구매가격 : 12,000 원

클래식클라우드 - 뭉크

도서정보 : 유성혜 | 2019-02-19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절규〉의 화가, 노르웨이의 국민 화가
하나의 내면에서 모두의 감정을 길어 올린 절규의 화가

“숨 쉬고, 느끼고, 아파하고, 사랑하는 인간을 그려야 한다”
모두 겪었거나 모두 겪고 있는 삶의 생생한 감정들, 고독과 절규의 무대 노르웨이 그리고 뭉크 예술의 영감을 찾아서

“나는 보이는 것이 아니라 본 것을 그린다.“ - 에드바르 뭉크



- 뭉크의 작품들의 영감이 된 배경지를 탐방하는 특별한 예술기행
- 시대와 세대를 뛰어넘어 이어지는 거장과 명작의 인사이트
- 한눈에 살펴보는 거장의 삶과 예술의 공간과 키워드, 결정적 장면
- 내 인생의 거장을 만나는 특별한 여행, ‘클래식 클라우드’ 시리즈







◎ 도서 소개

2012년 소더비 경매 최고가를 기록한,
오늘날까지 수많은 패러디를 낳는 걸작 〈절규〉,
노르웨이의 국민 화가이자 전 세계인의 예술가, 뭉크!

“숨 쉬고, 느끼고, 아파하고, 사랑하는 인간을 그려야 한다”
모두 겪었거나 모두 겪고 있는 삶의 생생한 감정들,
고독과 절규의 무대 노르웨이 그리고 뭉크 예술의 영감을 찾아서

- 뭉크의 작품들의 영감이 된 배경지를 탐방하는 특별한 예술기행
- 시대와 세대를 뛰어넘어 이어지는 거장과 명작의 인사이트
- 한눈에 살펴보는 거장의 삶과 예술의 공간과 키워드, 결정적 장면
- 내 인생의 거장을 만나는 특별한 여행, ‘클래식 클라우드’ 시리즈

뭉크의 대표작 〈절규〉는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미술 작품 중 하나다. 뭉크는 몰라도 〈절규〉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정도다. 이 작품의 파스텔 버전은 2012년 소더비 경매에서 1,400억 원에 이르는 당시 사상 최고가에 판매되었고, 두 번의 도난 사건으로 세계적인 이슈를 낳기도 했으며, 노르웨이 오슬로는 이 작품을 보기 위한 전 세계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영화나 텔레비전 등에서는 여전히 〈절규〉의 해골 같은 얼굴과 표정과 제스처를 따라 하고, 앤디 워홀을 비롯한 현대 미술가들은 뭉크의 작품들을 모티프로 한 새로운 작품을 만들어내고 있다.
노르웨이인이 가장 사랑하는 노르웨이의 ‘국민 화가’이자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예술가 뭉크. 그는 당시 대부분의 화가들처럼 풍경이나 사물을 눈에 보이는 대로 그리지 않았다. 대상을 관찰해서 그리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본 것, 자신만의 기억을 그리려고 했다. 자신의 감정에 지극히 솔직했으며, 자기 내면의 심연으로부터 그림의 대상을 찾았다. 그래서 그의 작품들은 뭉크 자신의 ‘그림일기’와 같다고도 할 수 있다. 뭉크가 서양 미술사에서 ‘현대 표현주의 미술의 선구자’로 평가되는 까닭이 바로 여기에서 비롯된다.
이 책은 세계 최고의 걸작 〈절규〉가 탄생한 배경에서 시작해, 고독했던 한 인간 뭉크가 위대한 화가가 되기까지 그의 삶과 예술을 이해하는 여정을 담고 있다. 그가 태어나 자라고 생을 마감한 노르웨이에서 화가로서 전성기를 이끈 베를린과 파리까지, 뭉크의 발자취를 따라 걷다 보면 인간 뭉크의 대한 깊은 연민과 함께 그의 작품을 마음으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고독’과 ‘절망’의 아이콘 뭉크,
비극적 삶을 예술로 승화시킨 화가

뭉크의 인생을 관통하는 키워드를 꼽으라면 단연 ‘고독’이다. 그는 평생 외롭고 고독한 삶을 살았다. 다섯 살 때 어머니를 여의고, 열세 살 때는 누이 소피에의 죽음으로 큰 충격을 받아 평생 죽음에 대한 공포에 짓눌려 살았다. 중년 이후에는 알코올 중독과 신경 쇠약으로 고통받았으며, 말년에는 오슬로 외곽에 있는 에켈리에 정착해 외부와 차단한 채 스스로를 고립시켰다. 자연스럽게 그는 삶과 죽음의 실존적인 고민에 몰두했다. 그의 대표작 〈절규〉를 비롯해 〈아픈 아이〉 〈칼 요한 거리의 저녁〉 〈마돈나〉 등은 그 고뇌를 정면으로 마주하여 매혹적인 예술로 승화시킨 작품들이다.
뭉크 스스로가 “오스고쉬트란드를 걷는 것은 내 그림들 사이로 걷는 것과 같다.”라고 말할 정도로 그에게 예술적 영감을 준 곳은 그의 고국인 노르웨이이다. 국토의 95퍼센트가 야생의 땅이고, 무채색의 황량한 겨울 풍경과 강렬한 원색의 여름 풍경이 공존하는 곳, 노르웨이는 뭉크에게 거대한 고독의 무대이기도 했다. 이 책에서 유성혜 작가는 뭉크의 예술을 꽃피우게 된 요소로 노르웨이의 광활하고 황량한 자연환경과 극단적인 계절 변화 속에서 생존해온 노르웨이인들의 기질에 주목한다. 거친 자연조건 속에서 기나긴 겨울의 혹독한 추위와 어둠을 견뎌내야 하는 노르웨이 사람들은 고독에 익숙하다는 것이다. 뭉크에게 고독은 그림을 그리게 된 동기이자 동시에 원동력이기도 했다. 뭉크는 혼자여서 외로웠지만, 평생에 걸쳐 철저하게 혼자인 삶을 추구했다. 그래서 뭉크의 삶 그리고 뭉크의 작품에서 북유럽 특유의 고독한 감성이 묻어난다고 할 수 있다.


〈생의 프리즈〉, ‘오슬로 대학 강당 벽화’
혁신적인 예술가 뭉크의 새로운 모습

뭉크는 여러 번의 혁신적인 시도를 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한 모티프를 어디까지 변주할 수 있는지 실험했고, 이러한 시도를 회화뿐만 아니라 판화에까지 확장했다. 그래서 〈절규〉 〈마돈나〉 〈아픈 아이〉 등 그의 작품들은 다수의 버전이 존재한다.
또한 그는 전시 기획에 있어서도 시대를 앞서간 예술가였다. 뭉크가 살던 시대에 화가들은 그림에 담을 모티프, 주제, 화풍, 기법에 집중했을 뿐 작품을 어떻게 전시하고 어떻게 보여줄 것인지에 대한 생각은 중요하게 여기지 않았다. 그러나 뭉크는 그림 자체로도 의미가 있고 중요하지만, 어떻게 하면 그림 하나하나를 모아 조화롭게 배치할 수 있을지, 그림을 어떻게 전시해야 가장 효과적으로 자신의 의도를 대중에게 전달할 수 있을지에 관심을 가졌다. 이 연장선상에서 뭉크 예술과 인생의 집대성이라 할 만한 〈생의 프리즈〉가 탄생했다. 〈생의 프리즈〉는 삶과 사랑과 죽음 등 인간 삶의 여러 모습을 주제별로 엮어 보여주는,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연작 아이디어였다.
또 그는 공공 미술에까지 자신의 예술 영역을 넓혀나갔다. 작품 활동 초기부터 자신의 주변 환경과 심리적 경험에 집중했던 뭉크는 중년을 지나면서 좀 더 원대한 주제에 관심을 기울이게 되는데, 그 작품이 바로 오슬로 대학 강당 벽화다. 많은 노르웨이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뭉크의 작품으로 ‘오슬로 대학 강당 벽화’를 꼽는다. 지금도 이 벽화를 보기 위한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면서 오슬로 대학은 노르웨이의 유명한 관광 명소로 자리를 잡았다.


작품에 아로새긴 사랑, 죽음, 삶……
예술에서 삶의 의미를 찾다

죽을 때까지 손에서 붓을 놓지 않았던 뭉크는 죽기 전, 오슬로 시에 자신의 작품들을 기증했다. 그 작품의 수를 헤아려보면 회화 약 1,150점, 판화 약 1만 7,800점, 드로잉 및 수채화가 약 4,500점에 이른다.
뭉크는 인생에서 경험한 크고 작은 순간들을 모두 그림에 담아냈다. 〈절규〉 〈키스〉 〈이별〉 〈마돈나〉 〈마라의 죽음〉 등이 대표적이다. 그래서 뭉크의 그림을 보고 있노라면, 그의 인생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뭉크가 평생에 걸쳐 그림으로 표현한 고독과 절망과 죽음은 오히려 두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방법이었다. 비극적 경험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자신도 언젠가 겪게 될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예술로 승화시키면서 역설적으로 삶을 갈구한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뭉크의 작품들은 뭉크 자신의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한 것이지만, 거기에는 보편적 인간의 삶에 대한 애정 어린 연민과 성찰, 철학이 녹아 있다. 한 세기가 지난 지금도 그의 작품들이 우리에게 큰 울림을 주는 까닭은, 뭉크가 느낀 감정들이 특별했던 것이 아니라 살면서 누구나 한번쯤은 생각해봤던 고민들과 경험들, 느껴봤던 감정들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21세기를 살고 있는 지금의 우리에게도 뭉크의 그림들은 여전히 큰 감동을 선사한다. 뭉크의 작품이 한 세기를 뛰어넘어 오늘날까지도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나는 예술로 삶과 그것의 의미를 설명하고자 노력한다. 그래서 내 그림들이 다른 이들에게 자신의 삶을 좀 더 명확하게 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_「에필로그」 중에서

구매가격 : 15,040 원

사랑하는 아내가 정신병원에 갔다

도서정보 : 마크 루카치 | 2019-02-08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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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아내가 정신이 나간 것 같아요.”
마음의 병을 앓는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
그 사람의 가족으로 평생을 함께한다는 것에 관하여

신입생 시절, 저자는 대학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겉돌았다. 그러던 그에게 아내 줄리아와의 첫 만남은 그야말로 일생일대의 사건이었다. 저자의 말에 따르면, 그의 사랑은 “중력처럼 피할 수 없는 운명이자, 벗어나고 싶지 않은 필연적 결론”이었다. 그와 아내는 연인이 되었고, 졸업 후 결혼했다. 함께 눈떠 출근을 하고, 퇴근 후에는 마주 앉아 저녁을 먹고 설거지를 하며 신나게 춤을 추는 ‘완벽에 가까운 나날’들이 이어졌다.
자신감 넘치는 커리어 우먼인 아내에겐 뚜렷한 인생의 목표가 있었다. 서른다섯에 마케팅팀 부장이 되고, 세 아이의 엄마로 살고 싶다는 꿈이었다. 그러나 스카우트된 직장에 들어간 지 1년 반 만에 금융위기가 왔고, 회사는 문을 닫고 말았다. 노력한 만큼 좋은 결과가 따라오리라는 믿음을 한 번도 버린 적이 없었던 아내에겐 처음 겪는 시련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새 회사에 취직했지만, 아내는 끊임없이 불안해하며 먹지도 잠들지도 못했다. 그러다 망상에 시달리기 시작했다. 악마의 목소리가 들린다며 발버둥 치는 아내를 차에 태워 응급실로 달려 들어갔다. 그리고 말했다. “제 아내가 정신이 나간 것 같아요.” 자신의 입에서 나오는 말을 그 조차도 믿을 수가 없었다.
아내는 ‘5150 환자’로 분류되어 활력도 색도 없는 정신병원에 입원했다. 갖가지 종류의 약을 먹어야 했으며, 약 복용을 거부하면 억지로 침대에 누워 주사를 맞아야 했다. 함께 세웠던 계획, 부모가 되고 싶다는 목표가 한순간에 무너졌다. 키스, 노래, 웃음 같은 따스한 단어들이 사라진 자리엔 병, 약물, 환자 같은 싸늘한 단어들만 남았다.
이제 두 사람의 삶은 어떻게 되는 걸까?

“상대가 뭐라고 하든 따뜻하게 대해주는 것,
그게 사랑이 아닐까?”
낭만보다 소중한 일상의 몸짓들

한 달 간의 입원 후, 아내는 퇴원했다. 집으로 돌아와서도 정신 질환은 지독한 감기처럼 변덕스럽게 드나들었다. 무기력, 둔한 걸음걸이, 30킬로그램에 가까운 체중 증가 등의 약물 부작용과 극심한 우울증도 아내를 괴롭혔다.
저자는 직장도 친구들도 모두 뒤로 한 채 아내를 낫게 하는 데만 매달렸다. 약 기운에 취한 아내를 일으켜 매일 정해진 시간에 운동을 했다. 의료진과 끊임없이 면담하며 효과가 있는 약을 찾아냈다. 그 결과, 아내의 병은 서서히 사라졌다.
병이 물러난 후에야 비로소 관계의 상흔이 보이기 시작했다. 바라보기만 해도 마냥 행복해하던 두 사람은 어느 새 가시 돋힌 말만 주고받는 냉랭한 사이가 되고 말았다. 첫 만남의 열정은 식어버렸고, 불신과 원망만이 켜켜이 쌓여 있었다. 사랑은 불꽃처럼 한 순간에 찾아왔지만, 그 불씨를 지켜나가려면 노력이 필요했다.
사랑한다고 해서 늘 같은 불꽃이 튀는 건 아니라는 저자의 말에 아내는 이렇게 대답한다.

“어쩌면 가장 순수한 의미의 사랑은 상대방이 어떻게 반응할지에 대한 예측이나 기대 없이 무조건 따뜻하게 대해주는 게 아닐까 싶어. 상대방이 내 호의를 거절할 수도 있고 열 배로 되돌려줄 수도 있겠지만, 그런 거 따지지 않고 꾸준히 따뜻하게 대해주는 거. 그게 사랑이 아닐까?” (본문 222~223페이지)

매일 아침, 두 사람은 서로를 다정하게 대하는 법을 연습했다. 아내가 커피를 내리는 동안 저자는 오늘 하루는 어떤 일들이 있을지, 몇 시쯤 집에 오는지를 물었다. 아내는 저자의 글쓰기 작업에 관해 물었고, 수입이 적어도 그것으로 저자의 일을 판단하지 않았다. 이런 사소한 행동은 그다지 낭만적이지는 않았지만, 두 사람에겐 낭만보다 소중한 일상의 몸짓들이었다.

“나는, 우리는 더 이상 이 병이 두렵지 않습니다.”
6년의 연애, 세 번의 입원
그리고 끝나지 않는 사랑 이야기

병을 앓은 후 3년이 흘렀고, 아내는 임신을 했다. 아들 조나단이 태어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병이 재발했다.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면서 수많은 의사를 만났다. 의사는 아내의 병에 조현병, 양극성 장애, 산후 우울증 등 다양한 이름을 붙였지만, 누구도 정확한 병명을 찾아내지 못했다.
병은 완치되지 않았다. 언제 재발할지도 알 수 없다. 어쩌면 평생 아내를 따라다닐지도 모른다. 하지만 저자와 아내는 더 이상 이 병이 두렵지 않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언젠가 또다시 병이 찾아오더라도 두 사람의 삶을 송두리째 뒤흔들지는 못할 것이다.
정신 질환과 싸웠던 나날들은 부부에게 사랑의 의미를 찾아가는 여정이기도 했다. 갑작스레 들이닥친 병에 맞서 두 사람은 서로에게 버팀목이 되어주었다. 그리고 이전의 삶이 무너진 자리에 새로운 삶을 세워나갔다. 그 과정에서 사랑은 더욱 단단해졌다.
이 책은 평범한 남자의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담이다. 그러나 미국과 영국에서 출간된 후, 많은 독자들이 ‘내 이야기처럼 가슴이 뭉클해진다’는 평을 남겼다. 어떤 상황에서도 지켜주고픈 우리 곁의 한 사람, 그 사람과 함께하는 일상의 소중함을 떠올리게 되기 때문이다.

구매가격 : 9,800 원

착한 여자의 사랑

도서정보 : 앨리스 먼로 | 2019-01-14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이 이야기들을 읽으며 나는 평범한 불행이 그 일을 겪는 당사자에게는 얼마나 절대적이고 특수한 일인지 다시금 이해할 수 있었다. 내가 잊었던 순간의 기억들이 돌아와 내 어깨에 손을 얹는 것만 같았다. 너만 그랬던 건 아니야, 속삭이듯이.”
최은영(소설가)

1999 트릴리엄 북 어워드 수상
1998 길러상,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 수상

“현대 단편소설의 거장”이라는 평을 들으며 2013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이래, 앨리스 먼로는 이제 한국 독자에게도 그 이름만으로 신뢰감을 주는 작가가 되었다. 이번에 소개되는 『착한 여자의 사랑』은 1998년에 발표한 작품으로, 작품세계가 한층 원숙해지고 무르익은 먼로의 중·후반기 대표작 중 하나다. 먼로에게 처음으로 길러상 수상의 영예를 안긴 이 소설집은,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과 트릴리엄 북 어워드까지, 총 세 개의 문학상을 수상하며 작품의 가치를 인정받았다.

『착한 여자의 사랑』에는 표제작 「착한 여자의 사랑」을 비롯해, 「코테스섬」 「자식들은 안 보내」 「우리 엄마의 꿈」 등 총 여덟 편의 중?단편이 실려 있다. 1950~60년대 캐나다를 주 배경으로(「추수꾼들을 제외하고는」처럼 1990년대를 배경으로 하는 작품도 있다) 하는 이 소설들에서, 주인공은 대부분 평범한 여자들이다. 이들은 여성들에게 억압적인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민감하게 감지해내지만, 그것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는 못한다. 앨리스 먼로는 이런 여성들의 삶을 통해, 예측 불가능한 사랑, 그 사랑의 모호함, 예기치 못한 길로 인도하는 열정, 격식을 차린 사회의 표면 아래 도사린 긴장과 기만, 그리고 이상하고도 종종 우스꽝스럽기까지 한 인간의 욕망과 본성을 예리하면서도 명징하게 보여준다.


앨리스 먼로라는 문학적 기적,
그가 보여주는 인간 본성에 대한 탐색과 통찰

“앨리스 먼로의 소설은 아무렇지 않게 시작해 이야기가 어디로 흘러갈지 모르게 전개된다. 그러다 마지막에 흩어졌던 조각들이 한꺼번에 모이면서 섬광을 쏘고 내뿜는다.” _은희경(소설가)

먼로의 다른 작품에서와 마찬가지로, 『착한 여자의 사랑』의 소설들도 아무렇지 않게 시작해 어디로 흘러갈지 모르게 전개된다. 신기한 물건을 소장하는 데 전념해온 박물관을 소개하며 시작한 글은 곧 강둑에서 발견된 한 구의 시체로, 그리고 죽음을 앞둔 젊은 여자를 돌보는 재택 간호사의 이야기로 옮겨가고(「착한 여자의 사랑」), 어린 신부의 이야기로 시작한 글은 수십 년 전 한 섬에서 일어난 의문의 화재 사건으로 이어진다(「코테스섬」). 어린 손주와 드라이브를 하는 평화로운 장면으로 시작한 글은 난데없는 곳에 도착해 위기에 처하는 상황으로 전개된다(「추수꾼들을 제외하고는」).

먼로의 소설들은 독자들이 예상하는 일반적인 전개에서 벗어나 있다. 그가 그려내는 이야기는 앞으로도, 뒤로도, 옆으로도 흘러간다. 자연스럽게 흘러간 이야기 속에서 인물들은 언제나 다른 삶, 다른 순간들을 만나게 된다. 그리고 삶의 확고한 형태가 확정되기 직전, 어떤 선택의 순간에 직면하게 된다. 이 책의 등장인물들 역시 이런 선택의 순간에 놓여 있다. 「착한 여자의 사랑」의 이니드는 자신이 알게 된 비밀과 이제 시작될지도 모를 사랑의 가능성 사이에서 고민한다. 「자식들은 안 보내」의 폴린은 가정과 새롭게 시작된 사랑 사이에서 갈등한다. 「추수꾼들을 제외하고는」의 이브는 자신에게 위협이 될지도 모를 낯선 사람을 도울지 말지 선택해야 한다. 「변화가 일어나기 전」의 ‘나’는 자신이 알게 된 아버지의 비밀, 그리고 B 부인의 비밀을 어떻게 할지 고민한다. 그들은 선택을 하고, 모든 선택에는 그에 대한 대가가 따른다. 먼로의 세계에서 치러야 하는 대가는 대개 고통, 그것도 만성적인 고통이다.

“이건 극심한 고통이다. 만성적인 고통이 될 것이다. 만성적이라는 말은 영원하긴 하지만 한결같다는 뜻은 아니다. 또한 그 때문에 죽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벗어날 수는 없어도, 그 때문에 죽지는 않는다. 매 순간 느끼지는 않겠지만, 고통 없는 상태가 여러 날 지속되지는 않는다. 그리고 이런 고통을 감내하면서까지 얻은 그것을 파국으로 몰아가지 않기 위해 애쓰면서, 그 고통을 무디게 하거나 유배시키는 요령을 익힐 수 있을 것이다.” _「자식들은 안 보내」 357-358쪽

『착한 여자의 사랑』 속 여성들은, 여성에게 기대하는 전통적인 가치와 그들이 희망하는 새로운 삶 사이에서 갈등한다. 먼로는 정제된 언어로 이런 인물의 심리를 밀도 있게 파고들며 단지 여성의 삶뿐만 아니라, 인간의 본성, 더 나아가 삶의 본질을 탐색한다.
먼로의 소설은 대개 그 안에서 명확한 결론이나 판단을 유보하고, 그것을 독자의 몫으로 남겨둔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결말의 모호함이 삶의 본질을 보다 명징하게 보여주는 듯도 하다. 먼로의 소설을 읽다 그 끝에 도달하면, 이야기가 처음 시작할 때는 우리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경로를 통해 여기에 도달했음을 깨닫게 된다. 우리의 삶도 사실 그렇지 않은가. 시작할 때는 우리가 전혀 예상치 못했던 경로를 통해 지금 이 자리에 와 있으니까.


「착한 여자의 사랑」
1951년 이른봄 어느 토요일, 강둑에 놀러 갔던 소년들이 익사체를 발견한다. 사체는 이 마을의 검안사 윌렌스로, 물에 빠지면서 타고 있던 차의 운전대에 부딪혔던 것이 사인으로 밝혀진다. 재택 간호사 이니드는 사구체신염을 앓고 있는 퀸 부인을 돌보고 있다. 퀸 부인은 스물일곱이라는 젊은 나이에 죽음을 목전에 두고 있다. 퀸 부인의 남편인 루퍼트는 이니드와 고등학교 동창. 하지만 두 사람은 서로 알은체하지 않는다. 죽음을 앞둔 환자를 돌보는 일은 언제나 힘들지만, 이번 환자는 유난히 이니드를 힘들게 한다. 숨을 거두기 전 퀸 부인은 이니드에게 깜짝 놀랄 비밀을 털어놓는다.

「자카르타」
캐스와 소녜는 막역한 사이다. 그들은 가끔 같이 산책도 하고, 책에 관한 토론도 한다. 하지만 두 사람은 아주 다르다. 심지어 사랑에 대해서도. 캐스는 ‘자신의 삶이 남편인 코타에게 달렸다’고 이야기하는 소녜를 이해할 수 없다. 캐스는 평범한 남자와 결혼해 아이가 있다. 소녜와 그녀의 남편 코타는 둘 다 미국인이었는데, 기자인 코타가 중공에 방문했었다는 이유로 소녜는 다니던 도서관을 그만두게 되었다. 어느 날 캐스와 켄트 부부는 초청을 받아 소녜 부부의 집을 방문한다. 급진적인 사람들이 모인 그 모임에서 켄트는 묘하게 그들과 겉돌고, 작은 논쟁을 벌인다. 캐스는 이런 남편이 신경쓰인다. 이날 이후, 캐스와 소녜는 이 일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는다. 얼마 후 코타는 동남아로 떠나고 소녜는 미국으로 돌아가기로 하면서, 둘을 위한 작별파티가 열린다. 그 파티에서 캐스는 생각지 못한 삶의 전환점을 맞는다.

「코테스섬」
‘나’는 스무 살의 어린 신부다. 최근 결혼을 했고, 밴쿠버의 어느 건물 지하층에 살고 있다. 위층에는 집주인 레이의 부모인 고리 부부가 살고 있다. 고리 부인은 식료품점에 가는 간단한 외출에도 꼭 화장을 하고 구두까지 갖춰 신는 사람이다. 고리 부인은 불쑥 현관문을 두드린다든가, 갑자기 티타임에 초대한다든가 하며 내 삶에 관심을 보인다. 관심이라기보다는 참견에 가깝지만. ‘나’는 일자리를 알아보지만 생각처럼 쉽게 구해지지 않는다. 어느 날 고리 부인이 아르바이트를 제안한다. 자기가 외출하는 낮 동안 거동이 불편한 고리 씨를 돌봐달라는 것. 내키지 않지만 나는 승낙한다. 고리 씨는 나에게 스크랩해둔 신문을 읽어달라고 부탁한다. 기사 중에 고리 씨가 유난히 관심을 보이는 것이 있다. 바로 1923년에 코테스섬에서 일어난 화재 사건. 그는 왜 이 사건을 내게 알려주고 싶어하는 것일까?

「추수꾼들을 제외하고는」
이브는 오랫동안 소원했던 딸 소피와 호숫가 펜션에서 여름휴가를 보내고 있다. 손주 필립과 데이지도 함께여서 더없이 즐거운 나날. 소피가 늦게 합류하는 남편을 마중하러 나간 동안, 이브는 아이들을 데리고 드라이브를 한다. 필립과 외계인 놀이를 하며 트럭을 쫓아가던 이브는 문득 어린 시절 기억이 떠올라 낯선 길로 접어든다. 그리고 그곳에서 예상치 못한 위험과 맞닥뜨린다.

「자식들은 안 보내」
한 가족이 밴쿠버섬 동쪽 해안에서 휴가를 보내고 있다. 젊은 아빠 엄마, 어린 두 딸, 그리고 남자의 부모. 젊은 엄마 폴린은 휴가를 보내며 짬짬이 연극 연습을 하고 있다. 가정주부인 폴린에게 연극 출연 제안은 특별한 것이었다. 비록 아마추어 연극이라 해도. 바비큐 파티에 참석했다가 『외리디스』를 읽었다는 이유만으로 오디션도 없이 캐스팅되었다. 잔잔한 폴린의 삶에 연극 연습은 활력이 되어준다. 폴린은 점점 연극 연습 시간이, 어쩌면 연출가인 제프리가 기다려진다.

「돈냄새가 진동할 만큼 부자」
부모의 이혼 후 아빠, 새엄마와 살고 있는 카린은 여름방학을 맞아 친엄마 로즈메리에게 온다. 출판사에 일하는 로즈메리는 원고 작업 때문에 저자인 데릭의 집 근처에 트레일러를 마련해 지내고 있다. 로즈메리와 데릭은 최근 원고에 관한 의견 차로 약간 갈등이 있다. 그전에도 몇 차례 이곳을 방문했던 카린은 데릭과 그의 아내 앤과 함께 어울리는 시간을 좋아한다. 데릭과 로즈메리 사이에 흐르는 미묘한 기운을 눈치챈 카린은, 지금 네 사람의 이 관계가 유지되려면 자신이 뭔가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변화가 일어나기 전에」
논문을 준비하던 ‘나’는 휴식을 핑계로 집에 내려와 있다. 의사인 아빠는 늘 조금 엄격하고 어딘지 뻣뻣한 구석이 있다. 그런 아빠가 일을 돕는 B 부인에게만은 왠지 좀 태도가 다르다. 아빠와 B 부인 사이엔 나에겐 감추고 싶은 모종의 비밀이 있는 것 같다. B 부인이 자리를 비운 어느 날, 드디어 나는 그 비밀이 뭔지 알게 된다. 이것을 아빠에게 반격할 무기로 사용할까, 나는 고민한다.

「우리 엄마의 꿈」
이야기는 ‘내’가 태어난 1945년으로 거슬러올라간다. 우리 엄마 질은 바이올린 연주자다. 아빠와 만나 사랑에 빠졌고, 그 덕분에 내가 생겼다. 하지만 공군 조종사인 아빠는 전쟁에 나가 목숨을 잃었다. 심지어 아직 내가 세상에도 나오기 전에. 임신부인 질은 아빠 가족의 집에서 그들의 보살핌을 받으며 지낸다. 할머니는 정신이 온전치 않고, 에일사 고모는 선임하사관처럼 무뚝뚝하고, 아이오나 고모는 신경쇠약을 앓고 있다. 드디어 내가 태어나고, 까다로운 나 때문에 가족들은 애를 먹는다. 내가 아이오나만 따르자, 집에서 늘 천덕꾸러기 신세였던 아이오나의 위상이 갑자기 높아진다. 나는 알고 있다, 엄마가 이 상황을 답답해한다는 걸, 엄마의 꿈은 여전히 음악을 연주하는 거라는 걸. 나는 선택의 시간이 다가옴을 느낀다. 나의 생존, 나의 안녕한 삶을 위해서 과연 누굴 택해야 하는지.


▶ 추천의 글

앨리스 먼로의 소설은 언제나 여자들을 향한다. 호감이 가지 않는, 감정 이입을 할 수 없는, 어딘가 문제가 있고 도무지 행복할 수 없을 것만 같은 여자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녀의 소설 속 인물들은 우리들 대부분이 그러하듯이 평범한 불행 속에서 살아간다. 『착한 여자의 사랑』은 여자들의 죄의식, 자기 처벌, 체념,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은밀한 상처를 구체적으로 그린 이야기들의 모음이다. 이 이야기들을 읽으며 나는 평범한 불행이 그 일을 겪는 당사자에게는 얼마나 절대적이고 특수한 일인지 다시금 이해할 수 있었다. 내가 잊었던 순간의 기억들이 돌아와 내 어깨에 손을 얹는 것만 같았다. 너만 그랬던 건 아니야, 속삭이듯이. _최은영(소설가)

먼로는 논쟁의 여지 없는 대가다. 이보다 더 훌륭한 단편집은 상상하기 어렵다. _워싱턴 포스트

이 놀라운 단편들은, 앨리스 먼로라는 문학적 기적이 여전히 계속된다는 것을 다시 한번 일깨워준다. _엘르

마음을 빼앗는 아름답고 시적인 순간들이 실감나는 이 이야기들에 꼭 알맞은 방식으로 구두점을 찍는다.
_샌프란시스코 크로니컬

탁월하고…… 눈부시다. 주인공들에 대한 먼로의 감각은 체호프의 그것만큼이나 순수하다. _뉴욕 타임스

구매가격 : 11,800 원

소녀와 여자들의 삶

도서정보 : 앨리스 먼로 | 2019-01-14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먼로는 이 두번째 작품에서 이미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줄 목소리를 확실히 완성했다.”

앨리스 먼로는 1968년 발표한 첫 소설집 『행복한 그림자의 춤』부터 절필을 선언하기 전 출간한 마지막 작품 『디어 라이프』(2012년)에 이르기까지, 줄곧 캐나다의 작은 마을에서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려왔다. 그중에서도 특히 먼로는 ‘여성’들의 이야기에, ‘소녀들과 여자들의 삶’에 주목했고, 본인 스스로가 20세기를 살아낸 한 명의 여성으로서 그들의 복잡하고 미묘한 감정을 포착해 누구보다 탁월하고 섬세하게 묘사했다.
1971년 출간된 먼로의 두번째 작품 『소녀와 여자들의 삶』은 그런 먼로 작품세계의 기반을 볼 수 있는 소설이다. “현대 단편소설의 거장”이라는 노벨문학상 수상 이유에서 드러나듯 주로 단편소설을 써온 앨리스 먼로이지만, 이 작품은 유일하게 ‘장편소설’의 형식을 띠고 있다. 1940년대 온타리오주 시골 마을에서 주인공 델 조던이 성장해가는 이야기가, 델의 1인칭 시점으로 느슨하지만 시간의 흐름에 따라 이어진다. 강에서 개구리를 잡으며 놀던 어린 여자아이가 자의식이 생기고, 첫 경험을 하고, 스스로를 소설가로 인식하고, 결국엔 새로운 삶을 향해 첫발을 내딛기까지 그 내밀한 감정들이 먼로 특유의 통찰력으로 세밀하게 그려진다.


‘여성으로 살아간다는 것’의 모든 측면을 그린
앨리스 먼로의 자전적 소설

『소녀와 여자들의 삶』의 배경은 온타리오주의 작은 타운 주빌리로, 주인공 델 조던은 그곳으로 이사하기 전 어린 시절을 타운과 시골의 경계에 자리한 플래츠 로드에서 보냈다. 아빠는 여우농장을 했고 엄마는 시골 농부들에게 백과사전을 팔러 다녔다. 온타리오주 시골 마을에서 농장을 운영하는 아버지와 교사인 어머니 사이에서 자란 먼로와의 유사성 때문에, 그리고 작가가 되고자 하는 젊은 여성의 이야기를 그린 소설이라는 점 때문에 이 책은 때때로 먼로의 자전적인 경험이 크게 반영된 소설로 읽히곤 한다.
소설 속 델은 집요한 호기심과 남다른 감수성으로 “망명자 혹은 스파이처럼” 타운을 돌아다니며 주변 사람들의 삶을 면밀히 관찰한다. 특히 엄마를 포함해 델 자신의 삶에 직접적,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여성들의 삶을 주의깊게 지켜본다. 20세기 초중반 여성의 삶이라는 그리 폭 넓지 않은 스펙트럼의 한쪽 끝에는 이웃 베니 아저씨와 잠깐 결혼생활을 한 매들린이 있다. 딸 하나를 둔 미혼모로 ‘보호자’인 오빠에 의해 베니 아저씨와 강제로 결혼하게 된 매들린은 폭력적이고 비사교적이며 무엇보다 아내로서의 의무를 전혀 다하지 않는다. 그리고 매들린만큼 극단적이지는 않지만 당시의 기준으로 보면 비교적 독립적이고 깨어 있는 델의 엄마가 있다. 불가지론자에 직접 차를 몰고 백과사전을 팔러 다니는 엄마의 세상은 “심각하고 회의적인 의문들, 끝이 없지만 얼마간 손을 놓은 집안일, 으깬 감자 속의 덩어리, 정착되지 않는 생각들”로 이루어져 있다. 엄마는 델에게 “내 생각엔 처녀들, 여자들의 삶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어. 분명히 그래. 하지만 그 변화를 가능하게 하는 건 우리 손에 달려 있어”라고 충고를 건네지만, 엄마에게 늘 반감을 갖고 있는 델은 엄마의 말에 거부감을 느끼며 모든 것을 스스로 관찰하고 경험하고 판단하고자 한다.
한편 그 반대쪽 끝에는 대고모들의 삶이 존재한다. 평생을 오빠 크레이그의 그늘 속에서 살아가지만 그 그늘을 오히려 편안하게 여기는 대고모들은 “일과 유쾌함, 편안함과 질서, 복잡하고 형식적인 예절”로 이루어진 세상 속에 살며 남자의 일과 여자의 일 사이에는 분명한 선이 그어져 있다고 믿는다. 야망을 갖고 능력을 드러내는 삶보다 좋은 기회를 겸허히 거절하는 삶을 더 지혜롭다고 생각하며, 똑똑한 조카손녀 루스가 대학 장학금을 받고도 집에 남기로 하자 그 결정을 가치 있는 것으로 여긴다.
델이 좀더 자라고 엄마와 함께 타운 주빌리로 이사하면서 델의 삶에는 또다른 여성들이 등장한다. 델과 친구가 된 나오미와, 델의 집에서 하숙을 하는 펀 도허티가 그들이다. 결혼적령기가 훌쩍 지났지만 결혼하지 않은 채 오페라를 듣고 춤을 추러 다니고 연애를 하는 펀 도허티의 삶은 세상 사람들에게 웃음거리로 치부된다. 특히 나오미처럼 결혼을 목표로 하는 여자들은 펀 도허티 같은 ‘노처녀’들에게 일말의 연민도 보이지 않는다. 델과 나오미는 어린 시절 매일을 함께하는 단짝이었지만 델이 대학 진학을 준비하고 나오미가 상업반으로 옮기며 자연스레 소원해진다. 나오미가 유제품 공장에 취직하고 결혼생활에 필요한 살림을 사 모으며 다음 단계로 생각되는 삶에 착착 다가가는 모습을 보면서 델은 자신이 평범한 삶을 거부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절대, 그렇게는 살 수 없다고. “남자들과 똑같이 할 거라고.”

평범하게 산다는 게 뭘까? 그건 유제품 공장 사무실에 취직한 여자들의 삶을 의미했다. 결혼과 출산 때의 선물 파티, 리넨과 냄비와 팬과 은제 포크, 그런 복잡한 여성적인 질서를 의미했다. (중략) 다른 길은 없었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는 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절대. 샬럿 브론테가 되는 편이 더 나았다. _본문 349쪽


“나는 내가 내 삶에서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소설을 쓰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델의 종조부 크레이그는 카운티의 역사와 가계도를 기록하는 취미가 있었다. 눈에 띄는 업적이나 특별한 사건이 없어도 집안의 모든 사람의 생일과 혼일과 사망일을 신중하게 순서대로 기록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여기는 사람이었다. 그에게 중요한 건 일상생활을 기록하는 것이었다. 날씨가 어떻다는 묘사, 달아난 말에 대한 설명, 장례식에 참석한 사람들의 명단 같은 지극히 평범한 사실들을 기록하는 것. 델의 대고모들은 크레이그의 이 일을 아주 중요하게 생각했고, 그래서 그가 죽자 그 기록 전체를 델에게 전달한다. 델이 글쓰는 재주가 있으니 언젠가 이 작업을 끝마쳐달라고. 하지만 어린 델은 크레이그 종조부의 기록이 가치 있다고 여기지 않는다. 델이 보기에 그 글은 “완전히 죽은 것, 아주 무겁고 진부하고 쓸모없는 것”에 불과하다. 자신에게 그 기록을 맡기는 대고모들을 보며 그들이 “작가의 유일한 의무가 걸작을 내놓는 거라고 믿는 사람”에게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우스워한다.
“작가의 유일한 의무”라는 말에서 볼 수 있듯 델은 어린 시절부터 작가가 되겠다는 생각이 확고한 아이였다. 도서관에 가면 행복했고 인쇄된 페이지들로 이루어진 세상에 마음이 편안해졌다. 닥치는 대로 책을 읽어나가고 시와 소설을 써 매트리스 밑에 보관하면서 “내가 내 삶에서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소설을 쓰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델이 어린 시절을 보낸 1930∼1940년대, 그러니까 앨리스 먼로가 어린 시절을 보낸 그 시기에 캐나다에서, 그것도 온타리오주의 작은 타운에서 작가가 되겠다고 진지하게 마음먹는 것은 터무니없는 일이었다. 1950년대와 1960년대까지도 캐나다에는 변변한 출판사가 없었고, 있었다 해도 영국이나 미국에서 책을 수입해오는 역할을 하는 것이 고작이었다. 그런 시절에 델은, 그리고 먼로는 이미 작가로서의 정체성을 확고히 하고, 결국은 캐나다를 대표하는 세계적인 작가가 된 것이다.

크레이그 종조부의 기록을 무가치하게 여기던 델은, 훗날 시간이 좀더 흐르고 나면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그때는 내가 언젠가 주빌리에 대해 탐욕스러운 갈망을 품을 거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고. “크레이그 종조부가 게걸스럽고 잘못 이해한 상태로 그만의 역사를 써나갔듯 나 또한 훗날에 뭔가를 쓰고 싶어질 거라는 생각은 떠오르지 않았다”고.

훗날 나는 목록을 만들어보려 했다. 중심가를 따라 늘어서 있던 가게와 업체와 그 주인 들의 목록, 가족의 성과 묘석에 적힌 이름과 그 밑에 새겨진 묘비명의 목록. 라이시엄극장에서 1938년에서 1950년까지 상영했던 영화의 대략적인 목록. 전몰장병기념비에 적힌 이름(2차대전 때보다 1차대전 때가 더 많았다). 거리의 이름과 거리가 배열된 형태.
우리가 그런 작업에서 정확성을 바란다면 그건 고통스럽고 미친 일이다.
어떤 목록도 내가 원한 것을 다 담아낼 수는 없었다. 내가 원한 것은, 하나도 빼놓지 않은 모든 것, 말과 생각의 모든 층위, 나무껍질이나 벽에 내려친 모든 번개, 모든 냄새, 길바닥의 움푹 팬 모든 곳, 모든 아픔, 모든 균열, 모든 망상을 가만히 한곳에?찬란하고 영원하게?모아놓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_본문 453∼454쪽

델이 원했던 목록, 쓰고자 했던 모든 것에서 우리는 결국 앨리스 먼로가 쓰고자 했던 것이 무엇이었는지를 짐작해볼 수 있다. 정확히 포착된 인생의 한순간,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일상 속 에피파니의 순간들. 그런 것들을 쓰겠다고 마음먹고 계획하는 것은 고통스럽고 벅찬 일이겠지만, 그래도 소설 속 델은 그 “진정한 삶”을 향해 한 발을 내디딘다. “집을 떠나고 수녀원을 떠나고 애인을 떠나는 영화 속 여자들처럼” 짐가방을 들고 버스에 올라탄다. 환상도, 자기기만도 없이 오로지 자기 자신의 삶을 살기 위해.


▶ 추천의 말

이 소설에 대해 어떤 식으로 말해야 할까? 어떻게 말해야 이 소설이 가지고 있는 이상한 슬픔과 매혹을 이해시킬 수 있을까? 만약 당신이 이 소설에서 소녀와 여자들이 느끼는 삶의 좌절감을 찾는 데 주력한다면, 엄청난 만족감을 얻지는 못할 것이다. 앨리스 먼로는 이 소설의 주인공인 델이 바라본, 온갖 ‘원자’로 ‘조합’된 삶의 지도를 보여주는 것에 주력한다. 델은 무엇을 보았을까? 그녀는 욕망을 봤고, 상실을 봤고, 사랑을 봤고, 죽음을 보았다. 앨리스 먼로는 이것들을 과장하거나, 농담이나 아이러니 혹은 알레고리로 장식하지 않는다. 앨리스 먼로는 자연스럽고 천연덕스러운 목소리로 이렇게 말하는 것 같다. 욕망은 욕망이고, 상실은 상실이며, 사랑은 사랑이고, 죽음은 죽음이라서 그것을 다른 식으로 발음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승리도 없고 패배도 없으며, 거기에는 그저 삶이 있을 뿐이라고. 그러니까, 바로 소녀와 여자들의 삶이. 소녀와 여자로서, 델은 한 번도 다른 사람이 되고 싶었던 적이 없다. 그녀는 언제나 자기 자신의 삶을 살고 싶어했다. 이 소설을 읽는 동안 어쩌면 당신은 때때로 속절없이 멈춰 서고 어안이 벙벙해지는 경험을 할지도 모른다. 바로 그때에, 비로소 당신은 이제껏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방식으로 소녀와 여자들의 삶을 이해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리고 종내에는 각자 한 번쯤 마음속 깊은 곳에 그려봤었던―자기 자신도 미처 깨닫지 못했던―추잡하면서 아름다운, 혹은 아름다우면서 추잡한 세계의 모습을 또다시 떠올리게 될 것이다. 아, 나는 이 소설이 가지고 있는 이상한 슬픔과 매혹을 이해시키지 못할까봐 걱정했지만, 이건 아주 어리석은 생각이다. 왜냐하면 그걸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저 이 책의 첫 장을 펴고 문장을 읽기 시작하기만 하면 되니까. 손보미(소설가)

어린 시절에만 스치듯 지나가는 감수성, 그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에피파니를 천재적으로 포착해냈다. 인디펜던트

먼로는 이 두번째 작품에서 이미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줄 목소리를 확실히 완성했다. 가디언

등장인물은 우리에게 현실의 인물로 다가오며, 연민이 더해져 더없이 생생해진다. 뉴요커

먼로는 일상적인 것에서 비일상적인 것을 폭로하는 재능을 타고났다. 뉴스위크

구매가격 : 11,100 원

데드키

도서정보 : D. M. 풀리 | 2019-01-10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금기를 향한 인간의 끊임없는 탐욕…
그들이 죽음 직전까지 침묵했던 ‘데드키’의 진실은 무엇인가?”

100개가 넘는 대여금고의 귀중품이 사라졌지만, 모두가 침묵한 채 파산해버린 클리블랜드 퍼스트뱅크!
스캔들, 도난, 살인 사건, 불신과 부정부패까지… 은행 곳곳을 추적하다 보면 유령을 뒤쫓는 듯한 두려움과
범죄 현장을 엿보는 듯한 스릴감을 만끽할 것이다! _《커커스리뷰》

1978년 겨울, 미국 오하이오주의 클리블랜드 퍼스트뱅크. 지역 내 거물급 인사들과 내로라하는 부유층 집안이 거액의 귀중품을 수탁한 ‘대여금고’가 운영되었음에도 은행은 석연찮은 이유로 파산한다. 1,300여 개의 대여금고는 먼지와 함께 잠들고, 20년이 흐른 후에야 은행 건물 매각을 이유로 신참 건축공학기술자 아이리스가 투입된다. 그러나 그녀는 여느 건축기사들과 달리 ‘1978년에 시간이 멈춰버린 듯한’ 은행의 자취를 수상히 여긴다. 한편, 그녀가 앤서니 맥도넬 형사와 함께 파산 직전에 일어난 몇몇 사건들을 파헤치는 사이, 행적이 묘연한 은행 비서(베아트리스, 맥스)들의 신원 파일, 은행 건물 3층에서 발견된 남자의 사체 등이 목격되면서 지난 20년간 탐욕 어린 손을 뻗은 자들의 잿빛 욕망이 점차 수면 위로 떠오르는데…….


2014년 아마존 브레이크스루 미스터리·스릴러 소설 1위!
2017년 프랑크푸르트 도서전 ‘리더의 선택’ 소설 부문 1위!
'구조공학자'로서의 경험과 천재적 스토리라인이 빚어낸 범죄 스릴러의 절정!

저자는 이 작품에서 1978년과 1998년을 살아가는 두 명의 여주인공(은행 비서 베아트리스 vs 건축기술공학자 아이리스)을 내세워 은행의 비밀을 풀어가는 ‘복선적 구성’을 채택해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복선적 구성은 사건이 핵심부에 다다르기도 전에, 자칫 싫증을 느끼기 쉬운 소설 기법이지만, 저자는 그러한 한계를 극복하고 충격적인 결말을 향해 빠르게 달려 나간다.
은행을 둘러싼 수많은 단서들과 거대한 사건·사고에 얽힌 수많은 등장인물들이 수시로 교차함에도, 중심축을 잃지 않고 마지막 페이지까지 단숨에 내달릴 수 있는 까닭은 ‘구조공학자’로서의 저자의 경험이 스릴러 영화를 감상하는 듯한 생동감을 안기고, 저자의 천재적인 상상력이 탄탄한 스토리라인과 허를 찌르는 반전을 빚어냄으로써 스릴러 소설의 묘미를 절정까지 끌어올리는 덕분이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저자가 인터뷰를 통해 밝힌 『데드키』의 집필 동기다.

“『데드키』는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의 구조공학자로 일했던 나의 직업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이다. 버려진 건물을 조사하는 동안 (소유자가 분명하지 않은 대여금고들로 꽉 찬) 지하의 금고실을 발견했는데, 그중 특별해 보이는 한 금고에 얽힌 미스터리는 계산기를 내려놓고 글을 쓰기 시작할 때까지 뇌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_ D. M. 풀리

이처럼 출발선부터 남다른 모티프와 소설가로서의 빼어난 자질이 작품 속에 군더더기 없이 녹아든 덕분에 『데드키』는 데뷔작임을 의심케 하는 놀라운 완성도를 자랑하며, 2014년 아마존 브레이크스루 미스터리·스릴러 소설 1위, 2017년 프랑크푸르트 도서전 ‘리더의 선택’ 소설 부문 1위로 선정되는 영예를 안았다.

모두가 침묵한 채 파산해버린 클리블랜드 퍼스트뱅크!
스캔들, 도난, 살인 사건, 불신과 부정부패까지…
숨죽이며 페이지를 넘길 만큼, 심장을 압도하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 작품에서 표면적으로는 1978년과 1998년대를 사는 두 명의 여주인공이 이야기의 주축을 이루고 있다. 그러나 소설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세 명의 여주인공(베아트리스, 아이리스, 맥스)과 감초 역할을 하는 주변인물(도리스 이모, 앤서니 맥도넬 형사, 경비원 레이먼)로 확장된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세 명의 여주인공 사이에 공통점이 있다는 것인데, 그녀들은 ‘클리블랜드 퍼스트뱅크 파산’에 얽힌 음모를 밝혀줄 ① ‘데드키(마스터키)’를 손에 쥐게 되며 ② 은행 비리와 관련된 인물들에게 성적 노리개로 농락당한 적이 있고 ③ 그들의 꾐에 빠져 ‘대여금고’ 속의 귀중품을 탐낸 적이 있으나 ③ 대여금고를 향해 검은 손길을 뻗는 자들을 저지하는 과정에서 목숨까지 내건다는 사실이다.
이처럼 이들은 서로 같은 공간, 다른 시간 속에서 자신의 운명을 산산조각내버릴 ‘데드키’를 거머쥔 채 대여금고 속의 진실을 파헤쳐나간다. 목숨을 걸고 악의 대력에 맞서나가는 불굴의 의지와 미래를 장담할 수 없는 거친 운명 속에서 그녀들은 은행 안에서 일어나는 온갖 스캔들, 도난, 살인 사건, 불신과 부정부패를 밝혀내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다.

“왜 그것들을 ‘데드키’라고 부르죠?”
“금고가 여러 해 동안 이용되지 않으면, 우린 그걸 ‘죽었다’고 해요. 우린 데드키를 이용해 죽어버린 금고를 열고 자물쇠를 바꾸곤 했어요. 당연히 짐작하겠지만, 드릴로 구멍을 뚫는 건 엄청난 낭비이니까요.”
“대여금고가 자주 죽나요?”
“깜짝 놀랄 정도로 자주요.” _본문에서

하룻밤 사이에 읽어내기에는 적지 않은 분량임에도, 독자들이 단숨에 이 책을 독파할 수 있는 까닭은 비리와 부정부패가 만연한 우리 사회의 단면을 날카롭게 묘사했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악의 근원에 맞서는 등장인물들의 매력적인 캐릭터, 다양한 인간군상과 인간 내면의 탐욕을 성공적으로 그려냄으로써 마지막 페이지에 이르러서는 통쾌함과 안도감, 멋진 영화 한 편을 감상한 듯한 만족감을 안기며 독자들의 오감을 단숨에 사로잡을 것이다.

구매가격 : 11,000 원

Flappers and Philosophers (영어로 읽는 세계문학 395)

도서정보 : 스콧 피츠제럴드 | 2019-01-09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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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괄량이와 철인(哲人)> 영문판.
1920년에 출간된 스콧 피츠제럴드의 단편집.
‘The Offshore Pirate’ 등 6편의 작품 수록.

구매가격 : 4,000 원

The Book of Snobs (영어로 읽는 세계문학 399)

도서정보 : 윌리엄 새커리 | 2019-01-09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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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물열전> 영문판.
잡지 <펀치Punch>에 연재된 〈영국의 속물들 The Snobs of England, by One of Themselves>(1846~1847)을 1848년 단행본으로 엮은 풍자소설로, 런던 사람들의 속물 근성(俗物根性)을 날카롭게 묘사하였다.

구매가격 : 4,000 원

Just So Stories (영어로 읽는 세계문학 400)

도서정보 : 러디어드 키플링 | 2019-01-09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그냥 이야기> 영문판
1902년에 출간된 러디어드 키플링의 우화집(偶話集)
‘How the Whale Got His Throat’ 등 12편의 작품 수록.

구매가격 : 2,500 원

Days Without End (영어로 읽는 세계문학 402)

도서정보 : 유진 오닐 | 2019-01-09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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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는 나날> 영문판
1934년에 발표된 유진 오닐의 희곡.
삶의 진실과 믿음을 추구하는 ‘존(John)’과, 존에 반박하는 또 다른 자아 ‘러빙(Loving)’의 인생 탐구에 관한 이야기로, 전4막으로 구성되어 있다.

구매가격 : 2,000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