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반짝이던 순간

도서정보 : 이진순 | 2018-12-07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누구의 인생도 완벽하게 아름답지만은 않다.
그러나 누구에게나 한 방은 있다.”

세상을 밝히는 건, 잠깐씩 켜지고 꺼지기를 반복하는
평범한 사람들의 반짝임이다


2013년 6월, 첫번째 인터뷰는 이렇게 시작한다.

“희망을 찾고 싶었다. 개인적 경험의 틀 속에 갇히지 않고 낯선 것, 새로운 것, 나와 다른 것에 자신을 열어 그 신선한 소통으로 스스로 진화하는 열린 사람들을 만나고 싶었다. ‘혁명’이나 ‘진보’조차 낡고 진부한 용어가 되어버린 시대, 열린 사람들의 심장 소리만이 우리를 꿈꾸게 한다. 그들 심장의 고동 소리를 찾아 떠나는 모험의 이름은 ‘열림’이다. ‘열린 사람들의 어울림’이 되면 더할 나위 없겠고, 스스로를 ‘열기 위한 몸부림’에 그치더라도, 나는 이 탐험에 많은 이들이 동참하기를 소망한다. 세상을 바꾸는 건, 오래된 진보의 화석이 아니라, 그치지 않고 자라나는 열린 성장판이므로.”

그리고 6년 후, 마지막 인터뷰에 대한 이진순의 소회는 이러했다.

“열림의 마지막 인터뷰, 예멘 난민 살와의 기사가 온라인에 떴다. 살와와 그 아버지 자말에게 이메일과 문자를 보내며 마음을 졸였다. 그들이 혐오와 적대로 가득한 댓글이 달리기 전에 이 기사를 보길 원했다. 구글번역기로 기사를 읽으면서 살와가 그린 사랑스런 그림과 그들이 한 말이 제대로 실렸는지만 볼 수 있기를.
(…) 열림의 내 마지막 취재여행은 이렇게 끝났다. 수천 개의 악플이 달리는 걸 보면서도 나는 고래가 멀리 있지 않을 거라고 믿는다. 살와가 가진 기대와 꿈이 헛되지 않을 거라고, 차라리 그와 한편이 되어 매를 맞겠다.” _이진순 페이스북 글 중에서(2018. 7. 24.)

『당신이 반짝이던 순간』은 2013년부터 2018년 8월까지, 6년간 한겨레신문 토요판에 ‘이진순의 열림’이라는 제목으로 인기리에 연재된 122개의 인터뷰 가운데 가장 화제가 되었던 12편의 인터뷰를 묶은 책이다. 평범한 “삶의 어느 길목에선가 자신의 가장 선량하고 아름다운 열망을 끄집어내 한순간 반짝 빛을 더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진순의 인터뷰는 기사가 될 때마다 큰 반향을 일으켰으며, 인터뷰 대상이 된 인물들도 세간의 큰 주목을 받았다.
대중의 뜨거운 관심이라는 너울이 지나간 후, 그들의 삶에는 어떤 변화가 생겼을까. 그들의 ‘반짝이던 순간’은 계속되고 있을까. 저자는 ‘이진순의 열림’을 통해 주목 받았던 인물 중 세심하게 12명을 고르고 추가 인터뷰를 진행하여, 지면에 미처 다 싣지 못했던 기나긴 뒷이야기를 더했다.


누구의 인생도 완벽하게 아름답지만은 않다. 그러나 누구에게나 한 방은 있다. 삶의 어느 길목에선가 자신의 가장 선량하고 아름다운 열망을 끄집어내 한순간 반짝 빛을 더하는 사람들이 있어 세상은 망하지 않고 굴러간다. 세상을 밝히는 건, 위대한 영웅들이 높이 치켜든 불멸의 횃불이 아니라 크리스마스트리의 점멸등처럼 잠깐씩 켜지고 꺼지기를 반복하는 평범한 사람들의 짧고 단속적인 반짝임이라고 난 믿는다. 좌절과 상처와 굴욕이 상존하는 일상 속에서 최선을 다해 자신만의 광채를 발화하는, 평범한 사람들의 비범한 순간을 담고 싶었다.
_프롤로그에서


6년, 122명, 원고지 8000매로 기록한 진심들

이진순이 그간 인터뷰를 통해 만난 인물은 총 122명, 녹취록 분량만 원고지 8000매에 이른다. 일주일간의 사전 자료 조사와 질문지 작성 그리고 이어지는 인터뷰, 그다음 일주일 동안 원고 구성을 비롯해 추가 자료 조사와 추가 인터뷰를 진행하고 기사를 송고하는 일. 그 일을 이진순은 6년간 해왔다. 6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작업을 꾸준히 해올 수 있었던 건, 삶을 긍정하고 사랑하며 살고자 했던 이들의 이야기가 많은 이들에게 용기와 감동을 줄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었다. 또한 인터뷰가 어렵게 인터뷰에 나선 이들의 진심에 대한 기록이자 진심이 전해지는 작은 통로라는 믿음 때문이었다.

이진순의 인터뷰를 통해 관심을 받았던 이들은 김민기, 이국종, 채현국 그리고 고 김관홍 잠수사의 아내 김혜연과 노태강 등 헤아리기 어렵다. 인터뷰에 응하지 않았던 인물들도 이진순과의 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진심을 알렸다. ‘이진순은 자신의 짧은 글로는 삶과 죽음에 대한 표현이 정밀하게 나아가질 못한다고 답답해했지만, 나는 이진순이 써내려간 글 행간의 날카로운 단면에서 진정성 있는 그녀의 목소리를 느꼈다. 나는 진실로 이진순이 진정성을 가지고 보낸 많은 시간들에 대해 감사한다.’(외과의사 이국종) ‘세상에 알려진 작가로서의 ‘나’라는 객관성이 무엇인가를 배웠다. 그리고 까맣게 잊고 있었던 내 숨겨진 과오들이 드러나는 고통과 자책도 느낄 수 있었다.’(소설가 황석영) ‘발견당한 기분을 오래도록 음미하고 싶었다’(소설가 손아람)는 인터뷰이의 소회는 말 한마디 숨소리 하나마저 세심하게 담아내고자 했던 이진순을 드러내준다.

책에는 그중 12명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1부 ‘마음이 이끄는 길을 따라’에서는 세월호 민간잠수사인 고 김관홍 잠수사의 아내 김혜연, 아주대학교 경기남부권역중증외상센터장 이국종, 전 문체부 체육국장이자 현 문체부 제2차관 노태강 그리고 영화감독 임순례를 담았다. 이들은 그 투박한 진심과 업(業)에 대한 단호함 하나로 자신의 길을 뚜벅뚜벅 걸어온 이들이다. 2부 ‘상처의 자리를 끌어안다’에서는 대한민국 꼰대의 삶을, 베트남전 민간인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성소수자들의 상처를, 그리고 90년대 운동권 청년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최현숙 구술생애사 작가와 구수정 베트남 평화활동가, 성소수자부모 뽀미와 손아람 소설가의 인터뷰를 통해 상처의 자리를 보듬고 껴안아 한 발씩 나아가는 이들의 목소리를 실었다. 인터뷰이들은 살며 활동하며 받았던 상처들을 고백하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그 용기 있는 고백이 누군가에게 가닿아 또다른 희망을 틔울 것임을 알기 때문이다. 3부 ‘저항하고 거부하며 선택한 삶’에서는 세상에 몸으로 직접 맞선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발달장애인 동생을 데리고 시설 밖으로 나와 일상을 꾸려가는 다큐멘터리 감독 장혜영, 안정된 중산층 주부의 삶을 박차고 일흔이 넘은 현재까지 현역 화가로 활동중인 윤석남, 생이 곧 현대사의 굴곡과 일치했던 소설가 황석영, 잘나가던 탄광업을 정리하고 전 재산을 사회에 환원한 채현국 선생이 그들이다.


“사람들은 ‘옳다, 그르다’를 따지는 게 생각인 줄 알아요.
생각은 저항하고 거부하는 거예요.”

인터뷰를 통해 ‘노인들을 봐주지 말라’는 채현국 선생의 쓴소리가 전해졌을 때, 사람들은 이를 신선하고 유쾌한 충격으로 받아들였다. 그후 4년이 지났고 책에는 선생과의 추가 인터뷰가 담겼다. 인터뷰는 촛불민심으로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되고 남북정상회담이 성사된 때 이뤄졌다. 채현국 선생은 지배세력이 ‘대가리’를 자른 것일 뿐이며 몸통은 그대로 남아 있으니, 세상이 바뀌었다고 착각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진리라 믿는 모든 것을 의심하고 거부하는 진짜 ‘생각’을 해야 한다고 했다.

사람들은 ‘옳다, 그르다’를 따지는 게 생각인 줄 알아요. 그걸 생각이라고 훈련시키니까. 생각은 그런 게 아녜요. 생각은 저항하고 거부하는 거예요. ‘그게 아닐 텐데……’ 하면서 모든 진리에 대해 회의하는 것. 그게 진짜로 생각하는 거라고요. _본문 313쪽

저자 이진순은 말한다. 대중이 이 인물들에게 그토록 환호했던 건, 이들이 세상을 빛내려는 원대한 목표를 가졌기 때문이 아니라 아무도 보지 않는 세상을 홀로 묵묵히 비추었기 때문이라고. 『당신이 반짝이던 순간』은 입지전적 성공을 거둔 사람이 아닌, 매 순간 망설이고 갈등하지만 결정적 순간에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어낸, 보통사람들을 조명함으로써 많은 독자들에게 위안을 줄 것이다. 누구에게나 반짝 빛나는 순간이 있다. 어려움을 딛고 타인과 함께하겠다는 결심이 빛나는 순간이 있다. 그 순간을 믿으며 희망의 끈을 놓지 않도록 하는 것이 이진순 인터뷰의 힘일 것이다. 누구도 완벽하진 않지만, 누구에게나 한 방이 있다.

구매가격 : 12,000 원

클래식클라우드 - 모차르트

도서정보 : 김성현 | 2018-12-05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천재라는 말로도 모자란, 신이 소유했던 펜”

신의 재능으로 인간의 삶을 살다간 불멸의 작곡가, 그 천재적 재능의 비밀을 찾아 떠나는 여행

10년 2개월 2일, 3,720일의 여행 기간, 인생의 3분의 1을 ‘길 위에서’ 보낸 모차르트,
여행을 통해 완성된 천재 음악가의 삶을 쫓다



- 모차르트 불후의 걸작과 천재성의 발원지를 찾아 떠나는 음악기행
- 시대와 세대를 뛰어넘어 이어지는 거장과 명작의 인사이트
- 한눈에 살펴보는 거장의 삶과 예술의 공간과 키워드, 결정적 장면
- 내 인생의 거장을 만나는 특별한 여행, ‘클래식 클라우드’ 시리즈







◎ 도서 소개

“천재라는 말로도 모자란, 신이 소유했던 펜”
피가로의 결혼, 마술피리, 돈 조반니…
신의 재능으로 인간의 삶을 살다간 불멸의 작곡가,
그 천재적 재능의 비밀을 찾아 떠나는 여행

총 3,720일의 여행 기간, 인생의 3분의 1을 길 위에서 보낸 모차르트,
여행을 통해 완성된 천재 음악가의 삶을 쫓다

- 모차르트 불후의 걸작과 천재성의 발원지를 찾아 떠나는 음악기행
- 시대와 세대를 뛰어넘어 이어지는 거장과 명작의 인사이트
- 한눈에 살펴보는 거장의 삶과 예술의 공간과 키워드, 결정적 장면
- 내 인생의 거장을 만나는 특별한 여행, ‘클래식 클라우드’ 시리즈

‘모든 재능을 타고난 천재’, ‘신이 내려준 기적’, ‘작곡을 위해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 모차르트가 당대 최고의 작곡가로 이름을 날리던 18세기부터 오늘날까지 그의 이름 앞에는 늘 최고의 찬사가 함께한다. 하지만 그런 화려한 미사여구에 가려 당대는 물론 서양음악사를 통틀어 불세출의 명작을 남긴 모차르트의 실체는 그간 적지 않게 왜곡되어 왔다. 모차르트가 죽은 뒤 가속화된 추모 열풍은 ‘모차르트 신격화’로 이어졌고, 여기에 그의 죽음에 관한 미스터리가 더해지면서 실존인물 모차르트의 삶과 인간적 고뇌, 지난한 창작과정은 영화나 희곡으로 사실과 다르게 각색된 면이 없지 않다.
이 책은 ‘신동 연주자’, ‘천재 작곡가’라는 후광에 가린 모차르트의 실체를 제대로 마주할 기회를 준다. 여러 매체를 통해 클래식 음악을 대중에게 쉽게 전해온 김성현은 모차르트 내면의 인간적 고뇌, 작곡가로서의 성장 과정을 되짚기 위해 탄생지 잘츠부르크에서 마지막 숨을 거둔 빈은 물론 뮌헨과 만하임, 아우크스부르크, 런던과 파리, 밀라노, 프라하에 이르기까지 전 유럽에 걸친 모차르트의 행적을 낱낱이 뒤쫓았다. 음악적 교류 속에 탄생한 모차르트 작품들의 연결고리를 이어주는 것은 물론, 마지막 유작 〈레퀴엠〉의 창작 과정과 그의 죽음을 둘러싼 의문들, 사후 그의 음악이 어떻게 재조명되어 왔는지까지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민낯의 모차르트를 가감 없이 소개한다.



영화와 희곡, 뮤지컬 등 모차르트에 관한 수많은 작품 덕분에 우리는 그를 잘 알고 있다고 여긴다. 어릴 적부터 재능을 꽃피웠던 모차르트의 삶은 흡사 온실 속의 화초처럼 보인다. 하지만 잘츠부르크의 구체제 질서에서 벗어나 빈의 프리랜서 음악가로 거듭나기까지, 모차르트의 길지 않았던 35년 인생은 눈부신 성공과 쓰라린 좌절, 영광과 고통으로 가득했다. 그 결정적 단절의 지점을 살피는 것도 이번 여행의 목표였다. —「프롤로그」 중에서




“천재성은 타고나는가, 길러지는가?”

천재성은 타고난 능력이나 유전적 요인에 좌우된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사례로 가장 많이 등장하는 인물이 모차르트다. 동시대의 거장 요제프 하이든은 자신보다 24살이나 어린 모차르트의 곡을 “감히 따라갈 수 없는 작품”이라 칭했으며, 7살 소년 모차르트의 연주를 직접 관람했던 독일 문호 괴테는 훗날 “악마가 (평범한) 인간을 조롱하기 위해 세상에 내보낸, 누구나 목표로 삼을 만큼 매력적이지만 결코 도달할 수 없는 위대한 인물”로 모차르트를 꼽았다. 또 다른 천재로 손꼽히는 물리학의 대가 아인슈타인은 “예술가나 음악인으로서 모차르트는 이 세상 인간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모차르트의 천재성은 하늘이 선사한 것이기 때문에 보통 인간과는 도무지 비교 불가능하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익히 알려진 것처럼 모차르트의 재능은 오롯이 타고난 것일까? 그의 인생에는 과연 예술적 단절이나 굴곡이 없었을까? 그가 신동에서 불멸의 작곡가로 진화할 수 있었던 진정한 동력은 과연 무엇인가? 모차르트의 천재성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지만, 그것이 오직 선천적 재능이나 유전적 요인에 기반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모차르트는 작곡을 하기도 전에 이미 모든 곡이 머릿속에 완성돼 있었다’는 믿기지 않는 일화도 전해지지만, 모차르트 스스로 “길고 고된 작업의 결실”이라고 불렀던 현악 4중주처럼 퇴고를 거듭했던 경우도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모차르트의 경우 그의 재능을 일찌감치 발견해 더 큰 세상에서 선보일 기회를 마련하고 모든 교육적 환경을 제공한 아버지가 존재했다. 더욱이 전 유럽을 상대로 유년 시절부터 계속된 순회공연은 비단 재주를 뽐내는 자리에 그쳤던 것이 아니라, 모차르트 스스로를 신동 연주자에서 장르를 넘나드는 천재 작곡가로 거듭나게 해준 산교육의 무대였다.


“예술가가 여행을 할 수 없다면 그저 비참한 존재일 뿐“

모차르트는 35년이라는 짧은 인생 동안 17차례에 걸쳐 여행을 떠났다. 총 여행 기간은 10년 2개월 2일, 즉 3,720일에 이른다. 인생의 3분의 1을 여행으로 보낸 ‘길 위의 삶’을 살았던 셈이다. 1763년 6월 잘츠부르크에서 출발한 모차르트의 여행길은 1766년 11월에야 끝났다. 후대에 ‘그랜드 투어’라 불리게 된 이 여행은 3년 5개월간 지속되었으며, 당시 모차르트는 무려 88개 지역에서 연주했다. 서양음악사에서 전무후무한 기록이다. 곧이어 모차르트는 1769년에서 1772년까지 세 차례에 걸쳐 이탈리아 여행에 나섰고, 이 여행을 통해 종교 음악과 오페라에 눈뜨게 되었다.
모차르트의 행적을 현장에서 직접 확인한 저자는 ‘여행’이야말로 모차르트가 신동 연주자에서 불멸의 작곡가로 완성될 수 있었던 방법론이었다고 설명한다. 첫 여행이 모차르트의 출현을 유럽 전역에 알리는 기회가 됐다면, 두 번째 이탈리아 여행은 모차르트가 전 장르를 넘나드는 ‘전천후 작곡가’로 거듭나는 계기가 되었다는 것이다. 여섯 살에 시작해 타계 3개월 전까지 계속된 여행에서 모차르트는 문화 예술계의 거장들을 두루 만났고, 그들과의 교류를 통해 협주곡과 교향곡, 소나타, 실내악, 종교 음악, 오페라 등 전 장르를 총망라한 불멸의 작곡가로 재탄생할 수 있었다. 모차르트의 교향곡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요한 크리스티안 바흐, 모차르트로 하여금 종교 음악에 눈을 뜨게 해준 조반니 바티스타 마르티니 신부, 모차르트를 아들처럼 아끼며 이끌어준 ‘교향곡의 아버지’ 요제프 하이든, 모차르트의 오페라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대본 작가 로렌초 다 폰테 등은 모두 고향을 떠나 타지에서 만난 사람들이다. 저자는 여행을 통해 성사된 이들과의 만남이 없었더라면, 모차르트는 한낱 잘츠부르크의 지역 작곡가로 남았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한다.
더욱이 기록으로 남아 있는 모차르트의 세 연인도 모두 구직을 위한 여행 중에 만났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여섯 살 꼬마 모차르트가 손등에 입을 맞춘 뒤 청혼했다고 전해지는 마리 앙투아네트 역시 순회공연 중에 만났으니, 모차르트에게 있어 여행이란 불멸의 작곡가로 변화하는 결정적 계기를 넘어 삶 그 자체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때문에 저자는 모차르트의 삶과 여행, 그 속에서 만났던 인물과 음악 작품을 맞물려 연대기 순으로 설명한다. 여행지와 그곳에서 만난 사람, 그 만남을 통해 탄생한 작품을 소개하는 방식은 다른 예술가의 경우라면 작위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모차르트의 경우 예술적 교류와 작품 탄생, 그로 인한 삶의 변화들이 즉각적으로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배운 것을 곧바로 응용해 작곡 영역을 넓히는 것은 물론 이전까지는 볼 수 없었던 독특한 음악 세계를 구축한 것이 오늘날의 모차르트를 있게 한 열쇠다.


“축조, 해체, 재건축을 밟아온 비운의 작곡가”
당신이 아는 모차르트는 진짜 모차르트인가?

“모차르트, 날 용서해주게. 자넬 죽인 건 바로 날세.”
영화 〈아마데우스〉의 첫 장면에서 모차르트 살해범 살리에리가 자살을 기도하며 외친 말이다(후대에 밝혀졌지만, 실제 살리에리는 모차르트를 독살하지 않았다). 영화를 통해서도 알 수 있듯 미완성 유작 〈레퀴엠〉의 창작과정과 의문에 쌓인 모차르트의 죽음, 오페라 〈마술피리〉와 프리메이슨 사이의 연관성, 아내 콘스탄체와의 불화설 등 모차르트의 삶과 그의 작품은 당대부터 수많은 의문과 억측을 만들어냈다. 이후 모차르트에 대한 평가가 숭배적 차원으로 격상되면서, 본질의 모차르트는 온데간데없고 포장된 모차르트만 존재했던 것도 사실이다. 낭만주의 시대에는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 나치시절에는 ‘독일의 민족적 영웅’, 냉전시대 동구권에서는 ‘봉권주의에 맞선 인민 작곡가’로 불리다가, 오늘날에 이르러서는 모차르트 음악이 두뇌발달에 효과가 있다는 ‘모차르트 이펙트’가 모차르트의 실체를 대신하고 있다.
여기에 ‘순진무구한 천재’이면서 다른 한 편으로는 ‘음담패설을 일삼는 악동’이라는 모차르트의 이중성은 모차르트에 대한 다양한 해석과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원인이 되었다.
저자는 모차르트 사후 출간된 수많은 전기와 후대 학자들의 연구, 편지와 신문기사 등 당대 자료를 통해 우리가 미처 알지 못하거나 잘못 알고 있는 모차르트의 인생과 작품 세계를 기자 특유의 객관적 시각으로 하나하나 파헤치고 재조명한다. 저자의 말처럼 “본래 얼굴은 하나였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수많은 가면을 뒤집어쓰게 된” 모차르트의 진짜 모습을 퍼즐 조각을 맞추듯 하나씩 제시해준다. 미국 음악학자 제슬로이 말했듯 ‘축조와 해체, 재건축의 과정’을 밟아온 모차르트의 역사를 되짚어보면서, 익히 알려진 모차르트의 음악들이 과연 어떤 배경 속에 탄생했는지, ‘신이 내린 재능’ 뒤에 가린 ‘인간 모차르트’의 참모습이 무엇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 책 속에서

◆ 어릴 적부터 재능을 꽃피웠던 모차르트의 삶은 흡사 온실 속의 화초처럼 보인다. 하지만 잘츠부르크의 봉건적 질서에서 벗어나 빈의 프리랜서 음악가로 거듭나기까지 모차르트의 길지 않았던 35년 인생은 눈부신 성공과 쓰라린 좌절, 영광과 고통으로 가득했다. 그 결정적 단절의 지점을 살피는 것도 이번 여행의 목표였다.
- 〈프롤로그〉 중에서

◆ 우리는 천재 탄생이라는 신화에만 관심을 쏟는 나머지 신화 이면의 인물들을 간혹 잊고 지나친다. 모차르트 신화에서 주연 배우가 모차르트라면, 모차르트의 재능을 누구보다 일찍 알아보고 절대적 확신을 가졌던 연출가는 아버지 레오폴트다. 레오폴트의 눈에 비친 모차르트는 ‘신이 잘츠부르크에 내려준 기적’이었다.
- 〈1장 신이 내려준 선물―잘츠부르크의 신동〉 중에서

◆ 요한 크리스티안 바흐의 영향을 받아 작곡한 교향곡 1번은 모차르트의 스펀지 같은 흡수력을 보여주는 사례 가운데 하나다. 1764년 5월 레오폴트는 친구 하게나워에게 보낸 편지에 “우리가 잘츠부르크를 떠날 때 볼프강이 알고 있던 건 지금 터득한 것에 비한다면 그저 하찮을 뿐이라네. 독창력과 상상력이 넘쳐흐르고 있지”라고 적었다.
- 〈2장 모차르트 신화의 시작―1차 그랜드 투어〉 중에서

◆ 모차르트에게 지난 3년간의 유럽 투어가 순회공연이었다면, 이번 이탈리아 여행은 현지 유학에 가까웠다. 우선 베네치아와 나폴리, 로마의 음악 조류를 배우는 동시에 상대적으로 취약했던 이탈리아어를 습득하는 기회가 될 터였다. 이탈리아 현지에서 든든한 인맥을 쌓고, 더 나아가 이탈리아 북부를 다스리고 있던 합스부르크 왕가의 궁정 음악가로 취직할 가능성도 타진해볼 수 있었다. 음악과 언어 공부, 인맥과 취업까지 노린 다목적 포석이었다.
- 〈3장 신동 연주자에서 오페라의 거장으로―2차 그랜드 투어〉 중에서

◆ 모차르트는 유럽 전역에서 순회공연을 마치고 돌아온 ‘월드 스타’였지만, 잘츠부르크로 돌아온 뒤에는 다시 평범한 궁정 음악가의 처지가 되고 말았다. 유럽의 ‘월드 스타’와 잘츠부르크의 ‘직장인’ 사이에는 도무지 양립 불가능한 거리가 존재했다. 이러한 간극이야말로 모차르트를 끈질기게 따라다닌 존재론적 고민이었을 것이다. 모차르트가 훗날 “잘츠부르크는 내 재능에 걸맞은 곳이 아니다. 우선, 전문 음악가들을 소중하게 여기지 않는다. 다음으로, 극장도 오페라도 없기에 들을 것도 없다”고 푸념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
- 〈4장 속박과 억압의 사슬―대주교와의 악연> 중에서

◆ 콘스탄체가 모차르트의 훼방꾼보다는 영감을 주는 뮤즈에 가까웠던 것만은 분명하다. 그런데도 콘스탄체가 부당한 평가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건, 모차르트 사후에 덴마크 출신의 외교관 게오르크 니콜라우스 폰 니센과 재혼했다는 사실 때문이기도 하다. 모차르트의 미망인이 평생 수절하지 않았다는 낡은 고정 관념이 온전한 평가를 가로막은 것이다.
- 〈5장 완성을 기다리는 음악과 사랑―모차르트의 세 여인〉 중에서

◆ 역사에 가정은 없지만, 만약 모차르트가 아버지의 뜻대로 잘츠부르크에 머물렀다면 교향곡 〈파리〉와 오페라 〈이도메네오〉의 작곡가로만 남았을지 모른다.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과 〈돈 조반니〉, 〈코시 판 투테〉와 〈마술피리〉, 후기 교향곡과 피아노 협주곡은 모두 빈 시절의 걸작이다. 오늘날 우리가 기억하는 모차르트는 역설적으로 레오폴트의 뜻을 거역했기 때문에 탄생할 수 있었다.
- 〈6장 새장 밖으로 날아오른 새―빈의 자유음악가〉 중에서

◆ 〈피가로의 결혼〉이 오늘날에도 흥미로운 건 ‘직장 성희롱’ 문제를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오페라의 배경인 귀족 저택을 직장으로 바꿔보면 성희롱 신고 센터에 당장 고발해야 하는 사건이 된다. 이런 주제의 민감성 덕분에 〈피가로의 결혼〉은 현대적 설정으로도 즐겨 공연된다. 1988년 미국 연출가 피터 셀러스가 뉴욕 맨해튼의 트럼프타워 52층에서 하루 동안 일어난 사건으로 재구성한 〈피가로의 결혼〉이 대표적이다.
- 〈7장 스스로 포기하고 추락한 자―세 번째 고향, 프라하〉 중에서

◆ ‘순진무구한 천재’이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음담패설을 일삼는 악동’이라는 모차르트의 이중성이야말로 후세의 다양한 해석과 오해를 불러일으킨 원인일 것이다. 누구에게나 선악과 미추美醜가 내면에 공존하게 마련이다. 하지만 모차르트의 경우에는 어느 한쪽으로 기우는 법 없이 두 가지 모습이 팽팽하게 대치하고 공존한다는 점이 특이하다. 때로는 어느 쪽이 진짜 모습인지 가늠하기 힘들 정도로 후대에 덧씌운 이미지들은 층층이 쌓여갔다. 본래 얼굴은 하나였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수많은 가면을 뒤집어쓰게 됐다고 할까.
- 〈8장 천사가 된 천재―죽음, 그 이후〉 중에서

◆ 숨 가쁘게 쫓아온 모차르트의 생애를 한마디로 압축하면 그는 ‘타고난 천재’보다는 ‘만들어진 천재’에 가깝다. 그를 천재로 만든 건 우선 아버지 레오폴트였고 그다음엔 ‘18세기 유럽’이라는 드넓은 세상이었다. 아무리 타고난 재주가 뛰어나더라도 평생 타고난 재주로만 먹고사는 사람은 없다. 천하의 모차르트도 마찬가지였다. 모차르트의 ‘원천 기술’은 선천적으로 물려받은 재능이 아니라 오히려 거침없이 받아들이고 소화하는 흡수력과 학습 능력에 있었다.
- 〈에필로그〉 중에서

구매가격 : 15,040 원

18세기 도시

도서정보 : 정병설 김수영 주경철 외 | 2018-12-05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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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스테르담을 휩쓴 ‘튤립 광기’와
루이 14세가 베르사유 궁전에 구현한 권력…
베네치아 축제에서는 가면무도회가 열리고
한양 ‘군칠이집’은 술꾼들로 흥성거렸다

인간의 욕망과 낯선 이들의 조우가 그려낸 18세기 도시 풍경
우리가 걸어다니는 도시 곳곳에는 거리마다 역사가 숨어 있다!

인문학자의 발걸음으로 도시의 이야기를 탐사하다
파리, 피렌체, 에든버러, 이르쿠츠크, 뉴욕, 평양, 서울…
대한민국 대표 인문학자와 함께하는 18세기 세계 일주


도시인의 생활은 어쩌면 18세기에 시작됐을지도 모른다. 시장의 풍요와 자본주의의 시작, 무르익은 여흥과 축제, 권력과 자유…… 18세기 도시 풍경에서 양상은 달라도 현대적 도시의 면면을 느낄 수 있는 장면을 찾을 수 있다.
『18세기 도시』는 한국18세기학회에서 활동하는 인문학자 스물다섯 명이 ‘도시’를 키워드로 18세기 장소의 역사성을 탐구한 책이다. 현대적 도시 성장에 가장 중요한 시기인 18세기와 그 전후를 중심으로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쓴 글을 엮었다. 당시 유럽 주요 도시였던 암스테르담, 베를린, 파리, 빈은 물론이고 고대 스파 도시인 영국 바스, 축제가 유명한 베네치아 등 여러 도시를 망라했다. 또한 뉴욕과 보스턴 등 북아메리카, 아시아의 방콕과 자카르타, 한국의 서울과 평양, 수원 등까지 포괄해 18세기 도시의 다양한 측면을 보여주었다. 책에 실린 글은 2016년 9월부터 2017년 7월까지 ‘18세기, 세계 도시를 걷다’라는 제목으로 네이버 지식백과에 연재되며 큰 호응을 얻기도 했다.

돈과 시장
네덜란드의 암스테르담은 자본주의 경제와 부르주아 문화가 일찍 꽃핀 곳이다. 18세기 유럽 경제를 이야기하려면 17세기 네덜란드의 ‘튤립 광기(tulipomania)’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1630년대 ‘튤립 광기’는 황금기 네덜란드의 투기 광풍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에피소드다. 이로 인해 오늘날 선물 거래라고 부르는 현상이 일찌감치 시작됐다. 사람들은 실물 없이 거래가 이루어지는 이런 현상을 ‘바람장사(windhandel)’라고 불렀다. 튤립 구근 값이 마침내 정점을 찍은 순간, 투매가 시작됐고 막차를 탄 사람들은 망했다. 투기는 인생 역전을 노리는 가난한 사람들의 꿈을 먹고 자랐다가, 바람과 함께 사라졌다.
풍요가 있으면 빈곤도 있다. 가난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나폴리의 ‘라차로니(lazzaroni)’다. 라차로니는 “나폴리에서 가장 낮은 계층의 야만적인 민중 집단”을 가리키던 말이다. 이들은 “변변한 직업이 없는 거지들”로, “대부분 길과 광장을 거처로 삼아” 살아갔다. 나폴리는 이탈리아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도시로, 그 인구가 런던과 파리에 견줄 만했는데, 몽테스키외는 그중 라차로니가 5만~6만 명에 이른다고 봤다. 나폴리에 들어선 여행자들은 이렇게 아름답고 비옥한 땅을 가진 나라에서, 그토록 많은 하층민이 아무런 일도 하지 않고 빈둥거리는 데 당혹스러워했지만 혹자는 나폴리의 비옥함이 오히려 라차로니를 양성했다고 보기도 했다.
그 밖에도 오늘날엔 금융가의 상징으로 통하는 월스트리트(Wall Street)에 원주민의 공격을 방어하기 위한 실제 성벽(wall)이 있었다는 이야기, 그리고 <평양감사향연도>에 나타난 평양의 화려함과 풍요, 대동강 뱃놀이 풍경 등이 모두 흥미롭다.

예술과 축제
18세기에는 문화와 예술이 융성하고 축제와 여흥도 발달했다.
영국 귀족들은 고대 스파 도시 바스의 펌프 룸에 모여 온천수를 마시고 사교계 활동을 했다. 오스틴의 『노생거 사원』에서 펌프 룸은 젊은이들의 연애 장소로 등장하며, 여주인공 캐서린이 좋아하는 남자를 만나려고 이른 아침부터 이곳으로 달려갔다가 그가 나타나지 않자 크게 실망하는 장면이 있다. 한편, 바스에는 사교계의 주인으로 불리던 ‘보(Beau, 멋쟁이) 내시(Nash)’가 있었다. 그는 1704년부터 약 반세기 동안 바스 사교계의 주인 격인 ‘마스터 오브 세레머니(Master of Ceremonies)’로 활약하면서 스스로를 ‘바스의 왕’이라 칭했다. 그는 새롭게 방문한 사람들이 사교계에 참여할 자격이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고, 이들을 서로 소개하고, 무도회나 음악회 등 다양한 사교 모임과 오락거리를 주선함으로써 사교계가 원활히 돌아가도록 관리했다.
18세기 베네치아는 ‘그랜드 투어’라 불리는 견문 넓히기 여행의 주요 종착지였다. 하지만 매매춘과 도박 등 퇴폐적인 산업도 함께 발달했다. 카르네발레 축제에서는 가면무도회가 성행했다. 특히 베네치아 여성들 사이에서 많은 인기를 끌었던 가면은 검은색이라는 뜻을 가진 모레타(Moretta)였다. 이 가면을 쓰면 말을 할 수 없었기 때문에 대화를 하려면 가면을 벗어야만 했다. 마음에 드는 상대에게만 가면을 벗고 자신의 실체를 보여줄 수 있다는 점에서 여성에게 자유와 선택권을 부여한 가면이라 할 것이다. 한편, 베네치아 남자들은 가면 축제 기간을 싫어한다는 소문이 있었다.
같은 시기, 서울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었을까? 18세기 서울 술집의 대명사 ‘군칠이집’ 이야기가 흥미롭다. 종로에서 청계천 가까운 쪽에 있던,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아는 유명한 술집이 군칠이집이다. 한편, 당시 서울은 소설에 푹 빠져 있었다. 규방 처자들은 물론이고 임금과 비빈까지 소설에 재미를 붙여 책을 빌려주는 산업이 발달했다. 그 밖에 ‘하룻밤 넘긴 돈은 가지고 있지 않다’는 도쿄 토박이 에도코 이야기도 새롭다.

권력과 자유
베르사유궁은 그 자체로 절대왕정 권력의 상징이다. 궁전과 정원의 화려함은 여행객들에게도 익히 알려져 있지만 그게 다가 아니다. 루이 14세는 모든 곳에 존재하지 않으면서도 모든 곳에 영향을 미치는 한 가지 방법을 고안해냈다. 이 광활하고 화려한 궁전에, 자신이 직접 등장하지 않아도 마치 자신이 어느 곳에나 있는 것처럼 모두가 행동하게 하는 장치를 만들어낸 것이다. 그 장치란 바로 섬세하고 엄격하게 조직된 궁정 예절과 의례들이었다. 궁정 예절과 예식들은 이미 중세 말 이래 크게 발전했지만 루이 14세는 산만하고 불규칙한 여러 관행을 일괄적으로 종합하고 정리해 베르사유에서 엄격하게 적용되는 규범 체계를 만들었다. 이러한 예절과 예식들은 베르사유 궁정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위계적인 관계들을 몸으로 체득하게 했다. 세세하게 나뉘어 적용되는 몸짓과 표정, 말투와 어법은 미묘하고 복잡한 차별의 위계를 새롭게 재생산해냈고 왕의 총애를 둘러싼 치열한 경쟁은 이 위계의 자리를 차지하는 자들을 계속해서 갈아치웠다.
인간 권력의 정점을 구현한 자금성과 신이 노니는 곳을 상징한 원명원이 있는 북경 이야기, 세계에서 가장 긴 이름을 자랑하는 태국의 수도 방콕 이야기 역시 흥미롭다.

이방의 만남과 교류
18세기에는 이방의 만남과 교류도 활발했다.
베를린을 여행할 일이 있다면, 이방인을 사랑했던 18세기 프로이센 왕국의 흔적을 따라가보는 것도 뜻 깊은 일이 될 것이다. 18세기에는 프랑스에서 건너온 신교도들과 유럽에서 모여든 유대인들 역시 프로이센 왕국의 자랑스러운 국민이었다.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장다르메마르크트 광장에서 대칭을 이루고 있는 두 개의 돔이다. 광장에는 가운데 화려한 음악 홀을 중심으로 좌우에 독일 돔과 프랑스 돔이 우뚝 솟아 있다. 왜 같은 모양의 웅장한 교회를 나란히 지었을까? 하나는 기존 베를린 시민인 루터파 신교도를 위한 교회, 다른 하나는 새로운 시민인 위그노파 시민을 위한 교회였다.
현재 자카르타 북부에 해당하는 바타비아는 ‘열대의 네덜란드’로 불렸다. 바타비아는 17세기 이후 유럽의 아시아 무역을 주도한 네덜란드 동인도회사 무역망의 중심지였다. 유럽인뿐 아니라 중국인을 비롯한 다양한 종족과 문화가 동인도회사의 선박을 통해 이 도시로 유입되었다. 이들이 때로 충돌하고 때로 혼합하면서, 18세기 바타비아에는 차별과 혼종성(hybridity)이 공존했다.


전임 한국18세기학회 회장이자 이 책의 저자 중 한 사람인 정병설 교수는 머리말에서 “나는 이 작은 책이 느긋하게 천천히 읽히기를 바란다. 단체여행객이 버스를 타고 다니며 이 명승 저 박물관 어디를 가는지도 모르게 서둘러 찍고 다니는 여행이 아니라, 수천 년 역사의 옛 도시 구도심에 내려 호텔에 짐을 풀고 천천히 시내를 걸어다니다가 노천카페에 앉아 커피 한 잔 마시는 자세로 읽히기를 바란다”고 했다.

구매가격 : 16,500 원

매운 인생, 달달하게 달달하게

도서정보 : 우석훈 | 2018-11-30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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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도록 노력하다가 정말 죽을 것 같고
쉼 없이 일하다가 쉰이 될 것만 같은 우리
이제는 조금 달달하게 살아도 괜찮지 않을까?

《매운 인생, 달달하게 달달하게》는 《88만원 세대》로 불평등한 경제구조에 분노를, 《나와 너의 사회과학》으로 정치·사회에 해학을, 《국가의 사기》로 지난 정부의 거짓말에 고발장을 보냈던 우석훈 작가의 본격 지속가능하고도 현실적인 행복해지기의 이야기다.
지금까지 너무 맵고 짜게 살아온 우리네 삶을 달달하게 하기 위해 저자는 ‘내일을 위해 오늘의 행복을 양보하지 마라’, ‘적당주의와 뻔뻐니즘으로 무장하라’, ‘워라밸과 소확행을 쟁취하라’는 메시지를 던진다. 언뜻 너무도 당연한 말 같으면서도 한국에서는 결코 당연하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 모두가 불행했다. 저자는 그러한 원인을 1장 ‘워라밸과 소확행의 임시대피소’에서 세대 간의 소통 부재와 윗세대의 꼰대질이라고 진단하고 통렬한 비판을 가한다.
저자는 불같은 청춘을 보냈지만 ‘나와 가족을 위해 살겠다’고 결심한 후 돌연 많은 것을 내려놨다고 고백한다. 그리고 행복을 되찾자 “분노는 짧고, 즐거움은 길고, 행복은 가득한 삶”이 시작되었다고 한다. 이 책은 저자가 행복해지기 위해 시도했던 여러 도전이 담긴 자전적 에세이이기도 하다. 혹시 미래의 불확실한 행복을 위해 오늘을 희생한 당신이라면, 지금 당장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을 이 책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구매가격 : 9,800 원

아빠가 되는 시간

도서정보 : 김신완 | 2018-11-30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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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쁘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방송 PD의 ‘아빠가 되는 시간’

“차라리 회사에 나가 일하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갈수록 아이들과 함께하는 이 시간이 행복하다.”

한동안 아빠 육아 프로그램이 TV 시장을 휩쓴 분위기도 그렇고, 불과 10여 년 전만 해도 육아는 온전히 엄마의 몫이었으나 최근 육아에 열심히 참여하려고 노력하는 아빠들이 늘고 있다. 여전히 현실은 녹록치 않지만 그럼에도 조금 더 많은 역할을 해내겠다고 의지를 불태우는 아빠들이 전보다 더 자주 목격된다. 3040 부모 세대, 특히 아빠들은 어떻게 가정을 꾸릴지 제대로 배운 적도 본 적도 없지만, 우리의 아버지 세대가 살아온 길을 버리고 부부가 함께 책임지고 아이를 키우는 새로운 길을 택하고 있다.

이 책의 저자 김신완 피디는 이제 막 마흔에 접어든 세 아이 아빠로, 육아에 ‘욕심’이 많다. 회사에서 인정받는 피디로 살고 싶은 만큼 집에서도 좋은 남편, 좋은 아빠로 살고 싶다. 집안일도 메인과 서브로 사람을 나누어선 안 된다고 생각해 여건이 닿는 대로 서로 할 수 있는 일을 책임지고 하는 부부 관계를 만들어왔다. 그러나 실제 육아 문제에선 어땠을까?

잘해보겠다는 의욕과는 정반대로 모든 일이 쉽지 않았다(심지어 아내가 첫아이 임신 소식을 전했을 때는 기쁨보다 앞으로 짊어져야 할 삶의 무게가 먼저 떠올랐다고 고백한다). 회사에서 퇴근하면 집으로 출근하는 심정이었다. 본질적으로 육아가 그렇게 다이내믹한 일이 아니다 보니 아빠들에게 가장 힘든 부분이 바로 어제와 같은 오늘을 받아들이는 문제였다. 게다가 육체적으로뿐만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바닥을 자주 경험해야 했다. 어디 그뿐인가. 직장 생활이든 아빠 노릇이든 어느 것도 포기하지 않은 채 기존대로 살아서는 두 가지 모두 언제 탈선할지 모르는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차라리 회사에 나가 일하는 게 낫지 않을까’ 하고 생각할 때도 더러 있었다.

『아빠가 되는 시간』은 방송 PD인 저자가 세 아이를 키우는 과정에서 격한 변화의 순간들을 꼼꼼하게 기록한 에세이로, 이 책은 한 아빠의 적극 육아기이자 동시에 좌절기이고, 결국 아이를 통해 이제야 진짜 어른이 되어가는 성장기다. 지금도 육아에 고군분투하는 아빠들이 아이와 함께 더 많은 경험을 찾고, 공유하며, 새로운 세상을 만드는 일에 이 책이 하나의 단서가 되지 않을까 기대한다.

구매가격 : 9,100 원

2035 황제의 길 : 21세기 황제, 시진핑의 강국 로드맵

도서정보 : 유상철 | 2018-11-30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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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는 ‘팍스 차이나’의 시대가 될 것인가
오늘날 중국의 권력구조, 성격, 전망까지
시진핑 집권 2기를 가장 정확하게 분석하고 예측한 최초의 책!

국가주석의 임기 제한을 폐지함으로써
장기 집권이 가능하게 하고 ‘황제의 길’을 걷기 시작한 시진핑
거침없이 질주하는 시진핑의 야심 앞에서 한반도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가
중국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2018년 3월 중국 헌법상 최고 권력기관인 전국대표대회가 현행 헌법의 5차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무려 헌법의 21군데가 수정되었지만 세계는 ‘중국 국가주석의 연속 임직은 두 번을 초과할 수 없다’는 항목이 삭제된 단 한 가지 사실에만 주목했다. 이론상으로 국가주석이 언제까지라도 재직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사람들은 이른바 이 ‘10글자 삭제’를 두고 시진핑이 죽어서야 권좌에서 물러나는 ‘황제’의 자리에 올랐다고 말한다.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서는 ‘황제’라는 단어가 금지어가 되었고 인터넷에는 이 규제를 피해 시진핑을 비판하는 게시물이 쏟아지고 있다.
시진핑은 집권 초부터 새로운 국가 비전으로 ‘중국몽(中國夢)’을 내세우며 아편전쟁 이전 중국이 세계 GDP의 30퍼센트를 차지했던 때로 돌아가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이루겠다고 선언했다. 집권 2기에 들어서는 중국몽이 이뤄지는 ‘신시대(新時代)’를 이룩하자고 외치고 있다. 이를 위한 국가적 차원의 발전 로드맵 또한 제시했는데 2020년까지는 모든 인민이 먹고사는 걱정 없이 약간의 문화생활도 즐길 수 있는 ‘전면적 소강사회(小康社會)’를 이룩하고, 2035년까지 ‘사회주의 현대화 국가를 건설’하고 21세기 중엽에는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을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사람들은 헌법을 개정해 국가주석의 임기 제한을 폐지함으로써 시진핑이 이 로드맵의 중간 단계인 2035년까지 집권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그야말로 2035년까지 ‘황제의 길’이 펼쳐진 것이다.
이러한 시진핑의 행보가 중요한 이유는 중국의 정치 상황이 우리의 삶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다. 오늘날 중국을 빼고 우리의 미래를 설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사드 파문으로 가해진 보복 조치로 한국 경제가 큰 타격을 받은 것이 그 예이다. 하물며 중국은 우리와 지리적으로 근접해 있으며, 미국과 세계 1위를 놓고 다툴 정도로 국제적 영향력 또한 지금보다 커질 것이 분명하다. 앞으로 시진핑이 이끄는 중국이 어디로 가려는지 면밀하게 살피고 연구해야 할 필요성이 여기에 있다.
중국 전문기자로 오랫동안 한국 사회에 중국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을 제시해온 저자는 다년간의 중국 취재 경험에서 우러나온 날카로운 시각으로 시진핑체제를 낱낱이 분석한다. 이 책은 지난 5년간의 시진핑 집권 1기를 돌아보는 것은 물론 앞으로 펼쳐질 집권 2기의 성격과 전망, 권력구조까지 모든 것을 분석한 최초의 결과물이다.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시진핑이 앞으로 중국이라는 거대한 배를 어디로 이끌고 가려는지, 그로 인해 동북아 정세 및 한반도의 운명이 어떻게 변할지를 짐작해볼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우리가 앞으로 어떤 국제적 감각으로 중국을 대해야 할지에 대한 화두까지 던지고 있다.

구매가격 : 11,200 원

따로, 또 같이 살고 있습니다

도서정보 : 김미중 | 2018-11-30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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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보편적 주거공간 아파트에서는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
아파트 생활에 대한 오해와 현명한 갈등 해결 및 중재 방안은 무엇인가
남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올바른 아파트 문화를 모색하다

층간소음, 담배 연기 민원부터 주민 공동재산, 주차장, 편의시설 갈등과 해법까지
20년 경력의 아파트 관리소장, 각양각색의 주민들이 공동주택에서 한데 어울려
현명하게 지내는 방법과 조화로운 아파트 문화에 대한 질문을 던지다
국토교통부가 작성한 ‘국가지표체계’에 따르면 2018년 7월 기준 전국의 공동주택은 15,875단지, 세대수는 9,388,275개로 나타났다. 이는 주택법에 의한 의무관리단지만을 대상으로 작성된 자료로, 여기에 포함되지 않는 곳까지 더하면 그 수는 더 늘어날 것이다. 그야말로 오늘날의 한국은 공동주택, 정확히 말하면 ‘아파트 공화국’이라 할 수 있다. 1990년대부터 아파트는 한국의 보편적인 주거공간으로 자리매김하였고 현재 많은 사람들이 아파트에 살고 있거나 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에 따라 아파트 전셋값 변동 추이는 늘 사람들의 관심거리다. 하지만 정작 이런 거대한 수요에 비해 그곳에서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는 방법에 대해서는 별다른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이 책은 ‘한국 사회의 보편적 주거공간이 된 아파트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라는 질문을 던진다. 아파트 관리소장인 저자는 단지 내의 모든 일을 도맡아 처리하면서도 정확히 어떤 일을 하는지는 알려져 있지 않은 관리소 직원의 업무와 이들이 어떻게 주민들의 이해관계를 조율하고 갈등을 풀어나가는지를 담담하게 서술한다. 아파트 관리소 직원을 마치 아랫사람인 양 대하며 ‘갑질’ 하는 사람, 이웃에게서 받는 피해에는 엄격하면서도 자신이 다른 세대에 피해를 주는 것에는 한없이 관대한 사람, 아파트에 살고는 있지만 공동주택의 생활양식에 맞지 않는 사람 등의 이야기를 비롯해 누구나 한 번쯤은 관리소에 제기했을 법한 민원과 갈등이 세세하게 담겨 있다.
독자들은 아파트에서 벌어지는 이 보편적이면서도 다양한 이야기에 공감하면서 한편으로는 그 안에서 그려지는 주민의 모습이 바로 나 자신의 이야기가 아닌지 반성적으로 돌아볼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공동주택인 아파트에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고민하고, 타인과 함께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구매가격 : 9,800 원

마지막 퍼즐

도서정보 : 백승희 | 2018-11-29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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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필자가 겪었던 약간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것이다.
지금으로부터 5년 전 어느 여름날, 안개 낀 신천 변에서 운동을 하던 중 나와 마주쳤던 이 세상사람 같지 않던 어느 기이한 남자와의 만남과, 우연한 기회에 그와 내가 잠시 나누었던 대화와, 1971년 가족들과 함께 갔던 여름 여행 중 피서객들 틈바구니에서 아버지 손을 놓쳐버리고 미아가 될 뻔했었던 유년 시절의 필자의 기억들을 모티브로 하여 이 소설을 쓰게 되었다. 다시 말해 소설 속에 등장하는 미스터리의 사나이 미스터 D는 내가 창작해 낸 100퍼센트 허구의 인물이다.
처음에 추리소설의 기법을 도입한 공포소설을 쓰려했던 내 의도는 내용이 전개되면서 지금껏 살아오면서 평소 나의 철학이나 죽음 저편의 세계에 대한 생각들을 소설에 녹여보자는 쪽으로 방향을 전환하게 되었다. 이를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판타지 쪽으로 소설의 장르가 바뀌는가 싶다가 마지막 부분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처음 내가 의도했었던 추리 소설의 형식으로 되돌아가게 되었다.
나는 직업적으로 글을 쓰는 사람이 아닌, 그저 일과 후 시간이 날 때마다 짬짬이 글 쓰는 걸 좋아하는 순수한 아마추어 작가이다. 그래서 내 소설은 정형화된 작가들의 틀을 따르지 않았다. 나 역시도 글을 쓰면서 내 글이 어느 방향으로 튈지 미리 예상하지 못했다.
소설의 도입부에서 미스터 D와 백 선생이 신천 변에서의 첫 만남을 가지는 장면이나 D의 초대로 찾은 카페chaos로의 방문 장면은 브램 스토커의 소설 드라큘라의 음산하고 기괴한 분위기의 고딕 소설의 양식을 충실히 따르려 노력했으며, 카페 내부에서 미스터 D와 백 선생이 대화하는 장면이나 전생 체험 여행에서 백 선생이 600년 전의 자신인 블라드 드라큘라와 만나 대화하는 장면은 내가 좋아하는 이문열의 삼국지에서 조조와 곽가가 천하 대사를 논하는 장면에서 하던 두 사람의 대화의 어투를 흉내 내어 보았다. 또 카페 내부에서 D와 단둘이 마주하고 있는 분위기나 지구로부터 440광년이나 떨어진 타이게타 행성에서 필자가 태양신 라와 대면하는 기이한 장면은 내가 좋아하는 러시아 작가 솔제니친의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에서 주인공 슈호프가 광활한 시베리아 벌판에서 강제 노역에 시달리다 문득 주위 환경을 돌아보며 느꼈던 기이한 풍경을 독자들이 느낄 수 있도록 그의 필체를 흉내 내어 보았으며, 주인공 백 선생 자신이 여섯 살이던 1971년의 포항의 밤바다를 회상하는 장면에서는 박찬욱 감독의 영화 ‘올드보이’에서 주인공 오대수가 과거로 돌아가 고등학생이었던 자신을 지켜보며 그의 행적을 쫓는 장면을 빌려봤다. 그 외 지구상에 존재하는 미스터리 유적이나 거인 화석에 대한 이야기는 내가 좋아하는 프랑스 작가 쥘 베른과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에서 약간의 영감을 얻었고, 지구상에 존재했다가 몰락했을지도 모를 초고대 문명에 대한 이야기는 찰스 헵굿 교수의 지각 이동설을 신봉하던 스코틀랜드 출신의 기자이자 작가인 그레이엄 헨콕의 저서 신의 지문에서 힌트를 얻었다.
또한 알 만한 사람은 알겠지만 과거 1950년대 플레이아데스 성단에서 온 셈야제란 여인이 스위스 농부 마이어에게 들려주었다던, 과거에 지구를 지배했던 외계인 이야기를 고대 그리스 신화와 이집트 신화에 등장하는 신들의 이야기와 적당히 버무려 소설의 골격을 만들었다.
이제 더 이상 크리스마스에 눈이 내리지 않듯이 어느 순간에서부터인가 사람들이 인생에 대해, 종교에 대해, 철학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기 시작했다. 그저 만나서 쉽고 재미있는 것만 추구하고 지루하고 어려운 이야기들은 하지 않게 된 것이다. 난 누군가와 만나 밤새 삶과 죽음에 대해, 종교에 대해, 철학에 대해 미친 듯이 토론하고 논쟁하고 이야기해 보고 싶었다. 하지만 나와 그런 이야기를 밤새 나눌 상대를 아직 만나지 못했다. 그래서 난 매일 새벽 3시에 일어나 컴퓨터 앞에 앉아 누군가에게 미치도록 하고 싶었던 이야기들을 내 소설 속에 쏟아 부은 것이다.
나는 이 소설 속에 지금껏 살아오면서 내가 알고 있던 혹은 내가 관심가진 모든 이야기들을 집어넣었다. 내가 생각하는 죽음과 죽음 저편의 세계, 현생의 삶 이전의 전생의 삶, 프로이트의 무의식, 데자뷔, 꿈에 대한 이론들, 아일랜드 작가 브램 스토커에 의해 흡혈귀라는 오명을 쓰게 된 600년 전의 왈라키아의 군주 블라드 드라큘라와 그가 살았던 시대의 동유럽에 대한 역사 이야기들, 고대 그리스 로마와 이집트의 신화들, 빅뱅, 웜홀, 평행우주이론, 그리고 이 넓은 우주 어디에선가 틀림없이 존재하면서 우릴 지켜보고 있을 외계인에 대해서까지도….
내용이 난해해서 조금은 어려울지도 모를 이 소설을 통해 앞으로 우리나라를 이끌어갈 주인이 될 젊은이들이 자신의 삶과 철학에 대해 한번쯤은 진지하게 생각해 봤으면 하는 게 이 소설을 마무리 지으며 가지는 자그마한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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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진짜 일본이다 | 개정판

도서정보 : 유정래 | 2018-11-27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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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흘이면 떨어지는 벚꽃의 화려함과 허무함을 사랑하고 짙은 가부키 화장 속에 표정을 감췄던 ‘진짜’ 일본을 만나다 이 책은 늦은 나이에 꿈을 품고 일본으로 떠났던 한 남자가 일본에서 맨몸으로 경험했던 일본 그리고 일본인의 모습을 담고 있다. 만학도였던 저자는 으리으리한 직함이나 엄청난 경력을 가지지는 못했다. 그렇기 때문인지 일본 역시 꾸밈없이 그에게 자신의 민낯을 드러낸다. 뉴스나 쇼 프로에서처럼 포장되거나 어느 한쪽 면만을 보여주는 것이 아닌 현실적이고 또 그래서 더 적나라한 일본의 모습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하겠다. 저자는 일본이라는 나라에 대한 어떤 판단이나 지침을 내리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미래를 위한 현명한 선택을 하기 위해서는 일본의 과거 현재를 명확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 정말 가깝고도 먼 나라인지 우리 눈으로 직접 보고 판단해야 한다. 저자는 바로 그 눈을 독자들에게 빌려주고자 한다. 어떻다더라 하는 풍문이나 방송에서 나온 모습이 아닌 옆집에 사는 일본 할아버지 펜팔 친구였던 일본 여인 등 직접 경험한 일을 글로 풀어냈기에 생생한 일본을 만날 수 있다. 일본이 어떤 나라인지 알고 그들을 어떻게 대할지는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의 몫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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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 생태론의 혁명

도서정보 : 정홍규 | 2018-11-27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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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토리의 꿈

대구 가톨릭대학 기숙사 뒷산에는 도토리나무와 참나무가 많다. 바람이 불면 도토리가 후두둑 떨어진다. 길을 걷다가 도토리가 떨어지면 마치 보물찾기라도 하듯 걸음을 멈추고 풀숲을 뒤진다. 흔히 경상도에서 꿀밤이라고 부르는 도토리는 떡갈나무 또는 참나무의 열매를 말하는데 다람쥐를 비롯한 산토끼와 멧돼지 등이 아주 좋아하는 먹거리다. 또 도토리는 공기놀이하는 아이들에게는 친구와 다름없다. 우리가 설익은 도토리를 까서 먹어보면 약간 떫지만 먹을 만하다.
이 도토리로 맛있는 묵을 만들었고, 배고픈 시절에는 거뜬하게 사람들의 한 끼 식사가 되기도 하였다. 이렇게 도토리는 동물이나 사람 모두에게 서로 뗄 수 없는 관계가 있다. 도토리뿐만 아니다. 우주 속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 산비탈의 숲에는 도토리들이 여기 저기 ‘무상(無償)의 감사함’으로 떨어져 싹이 나고 성장한다. 수많은 도토리에서 그 작고 연약한 싹이 돋아나지만, 그 중 몇 알의 도토리만 살아남아 거대한 참나무로 성장하게 된다. 필자는 이 도토리와 참나무를 보면서 우리 자신들이 수많은 도토리 중 하나의 위치에 놓여 있다는 생각을 한다. 또한 숲속에서 찾아낸 도토리가 햇빛에 반짝거리는 모습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떡갈나무 기적’은 우연히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우리 가톨릭 인본주의는 무상성(無償性)으로 무수히 산속에 떨어진 도토리처럼 자라왔다. 교부들에 의해서, 선교사들의 순교에 의해서, 혹은 우리들의 덕행에 의해서 인본주의를 뿌려 왔기 때문에 인류역사에 커다란 참나무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이다. 우리를 지금 있는 곳에 있을 수 있게 하기 위해 무명의 도토리들의 기적이 있었던 것처럼, 우리를 움직이게 하는 또 하나의 기적 즉 확장하는 인본주의 또는 ‘현대 인간중심주의 위기’를 재 극복하는 인본주의가 필요한 시대가 절박하게 요청된다. 왜냐하면 우리가 사는 이 지구가 오늘날 이토록 황폐하게 된 것은 성경과 서구 전통이 자연세계가 아니라 인간만이 선택되었다는 특수성을 지나치게 과장했기 때문이다. 자연세계를 포함한 시간과 공간을 확장하는 인본주의가 이 책의 키워드다. 무엇보다도 가톨릭 인본주의 안에서 ‘생태 스페이스’라고 함은 프란치스코 교종님이 지적하신 ‘통합 생태론’을 뜻한다. 21세기 인간이 초래한 생태 위기의 근원 앞에서 가톨릭 인본주의가 오늘날 요구에 더욱더 잘 응답하려면 바로 ‘생태 스페이스’로 돌아가야 한다.
필자가 ‘제4회 이원길 가톨릭 인본주의상’ 반열에 서게 되고, 제 자신의 스토리를 공유하게 된 것은 바로 그런 시대적 맥락과 깊은 관련이 있다. 이것이 이 책을 펴내게 된 첫 번째 배경이다. 확장하는 인본주의의 비전이 무엇인지 깨달음으로써 또 다른 참나무의 기적을 위한 공간과 행동양식을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 배경은 바로 ‘지리학적 상상력’이다. 필자에게는 늘 들어도 듣고 싶은 명곡처럼 무한 리필 되는 것은 ‘생태학적 지리학’이다. 우리는 흔히 신토불이(身土不二)라는 말을 사용한다, 그동안 사목현장에서 풀어낸 상상력과 창의성 그리고 프로젝트나 대안들은 필자의 아이디어가 아니다. 그 아이디어는 어릴 때 자연과의 깊은 교감에서 나왔다. 이처럼 어린 시절에 경험했던 ‘장소의 패턴’이 정신과 육체에 가장 근본적 방식으로 각인된다. 자연과 나의 공감적 방식에서 나의 영감, 실천, 활동들이 나왔다. 점처럼 나의 활동들이 이것저것 다르게 보이지만 하나의 선으로 일관성 있게 연결되는 지점은‘통합 생태적 자아’이다.
내가 태어난 곳은 경주다. 그 당시 고향 경주에서는 가축이 한집에 살았다. 그땐 ‘변소’라고 불렀던 화장실은 소와 사람이 같이 하는 공간이었다. 개와 닭도 우리와 함께 살았다. 닭이 콩깍지 더미에서 알을 낳으면 달려가서 방금 낳은 따끈따끈한 달걀을 가지고 왔다. 산에 가면 산딸기, 밭에 가면 감홍시가 달려 있었다. 밤에는 오리온과 카시오피아 별이 보이고, 겨울밤에 씽씽 불던 바람소리는 나를 무섭게 했다, 통합교육은 따로 과외를 해서 배우는 것이 아니다. 자연스럽게 몸에 익혀진다. 산에 가서 나무하고, 소를 먹이고, 아궁이에 불을 넣고, 감을 따고, 보리타작을 하고, 냇가에 가서 통발을 놓아 미꾸라지를 잡았다. 한 가지 접근법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은 하나도 없다. 나무만 보지 않고 숲을 보는 다양한 방법을 통하여 ‘통합적 이해’를 배운다.
CCTV가 없었던 그 시대, 마을은 따뜻하였고 열려있는 공동체였다. 모든 것이 동시적으로 제 자리에 있었고. ‘시간과 공간’이 우리에게 존재해 있었다. 마을에서는 동무들과 땅따먹기를 하면서 놀았다. 강아지와 개에게 친밀감을 느끼듯이
거주지와의 친밀감을 이루며 살았다. 이렇게 필자가 어렸던 시절에는 시간과 공간이 주어져 있었다. 우리의 먹거리인 밀사리는 제철이었고, 우리가 먹는 것은 어느 곳에 자랐는지 스스로가 잘 알고 있었다. 당시 우리의 밥상에는 시간과 그 지역 공간이 가득했다. 시간과 공간이 있는 자리는 ‘우주적 동시성’이다.
2003년부터 시작한 영천 보현산 자락의 우리 오산 자연학교는 시간과 공간이 있는 식탁, 자연식 유기농 식사를 하였다. 지금도 그 원칙은 변함이 없다. 지금 TV에서 벌어지고 있는 먹방은 무시간 무공간이다. 쿡방에도 시간과 공간이 사라지고 후다닥 만들어 내는 식품이 많다. 유사 이래 이렇게 무질서한 식탁은 처음이다. 필자가 가는 본당마다 유기농 소비자 생활협동조합을 만들었던 이유가 여기 있다. 시간과 공간이 있는 밥상이 도시나 농촌에게 생태적으로 가장 근본적으로 중요하기 때문이다.
필자는 사람이 어린 시절부터 장소와의 만남을 통해 어떻게 성장하는지 정확하게 알게 되었다. 우리가 사는 환경에 따라, 지리학적 배경에 따라 관계에 대한 우리의 감성이 성장하거나 떨어진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자연의 풍경은 마음의 풍경에 분명한 영향을 끼친다. 우리가 어디에 있으며, 우리가 어디에서 왔으며 우리가 누구인지, 우리가 어떤 사람이 되는가 하는 것에는 거주지나 장소가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깊은 영향을 끼친다. 그래서 장소에 대한 모독은 마
음과 정체성을 손상시킨다. 거주지나 장소 그리고 대지를 모독하는 것은 신성모독에 가깝다. 장소를 파괴하는 것은 상상력과 경이로움을 억압한다. 하느님의 성사들을 파괴하는 것이다. 생태적 빈곤이나 영혼의 빈곤은 동전의 양면이다.
이처럼 우리의 마음을 거주지와 다시 연결하는 것은 시급한 교육적 과제이다. 변화는 동기부여와 교육적 과정 없이는 불가능하다. 필자가 시골에 대안학교를 만들었던 가장 큰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리가 아이들을 사랑한다면 아이들의 먹거리, 공기와 물, 흙 등에 수천 개의 화학첨가물과 유전자 조작식품을 섞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아이들을 사랑한다면 회사의 로고나 광고를 세뇌하기 보다는 아이들이 살고 있는 식물과 동물의 이름을 가르쳐 주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는 일주일에 평균 6시간을 쇼핑에 할애하지만 아이들과 놀아주는 시간은 겨우 40분이라고 한다. 진심으로 아이들을 사랑한다면 우리 아이들을 숲속에, 야생에, 대지에 접촉하도록 도와야 한다.
우리가 자연 생태계, 먹거리, 공공 정체성, 휴식의 공간, 살림, 생태 공동체를 혁신적인 가치로 삼는 것은 고지식하거나 유토피아적 생각이 아니다. 우리가 지속가능한 공동체를 만들고자 한다면 우리의 인본주의가 우리보다 앞서 성공을 거둔 지속가능한 지구 생명공동체에서 배워야 할 것이다. 인간이 존재한 기간보다 더 오랫동안 생태계를 유지하였던 지구의 생물권을 존중할 필요가 절실하다. 가장 근본적인 수준에 현재 우리 세계 시스템은 여러 관점에서 보더라도 더 이상 지속될 수 없다. 엄청난 재앙이 도사리고 있고 언제 터질지 시간은 촉박하다. 우리로서는 하나 뿐인 행성 지구를 포기할 수도 없고 더 이상 물러설 수도 없다. 위기는 또 하나의 기회이다. 불가능한 일이 갑자기 가능할 것처럼 보이는 이 순간들은 대단히 드물고 소중한 기회다. 그렇다고 하여 생태위기는 혼자만의 힘으로 감당해야 하는 과제가 아니다. 한 분야에 국한 된 문제는 하나도 없다. 한 가지 접근법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우리에게는 ‘통합적 마인드’가 절실히 필요하다. 통합이라는 의미는 우리가 좋아하는 비빔밥이나 밥상보에 비유할 수 있다. 할머니의 밥상보처럼 작은 천 조각 하나가 다른 조각들과 연결될 때, 각각의 지혜가 다른 지혜와 비벼질 때 아름다움이 창조된다. 강물은 수많은 지류의 집단적인 힘을 끌어 모아야만 강력한 물살을 만들어 바다에 이르는 것처럼 지금까지 인간종이 생존할 수 있었던 비결은 ‘공감과 협동의 인본주의’ 아니었던가? 공감 즉 아파하는 연민의 마음, 협동의 인본주의 즉 세계적 연대의 영성이다. 인간 최상의 면모를 보여 주는 인본주의가 이 행성지구를 구하기 위하여 우주적 동시성으로 통합 생태적 부름에 지금 응답할 때이다.

“통합 생태론은 사회 윤리에서 핵심적이고 통일적인 원리인 공동선의 개념과 분리될 수 없습니다. 공동선은 집단이든 구성원 개인이든 자기완성을 더욱 충만하고 더욱 용이하게 추구하도록 하는 사회생활의 조건의 총화입니다”

- 교종 프란치스코 회칙 <찬미 받으소서> 156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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