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전자책
이순신의 심중일기 2
도서정보 : 유광남 | 2024-01-17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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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신의 ‘난중일기’와 ‘심중일기’는 어떻게 다를까?
조선을 그리고 백성을 위해 역성혁명을 꿈꾼 이순신!
이순신이 꿈꾸던 나라는 도대체 어떤 나라였을까?
이 소설은 이순신이 역성혁명을 단행해 조선에 새로운 하늘을 열어줘야 했다는 아쉬움으로 시작되었다. 작가는 이순신의 삶을 따라가면서 혁명으로 이어질 수 있었던 시기를 포착했고, 이 시기를 배경으로 흥미진진한 팩션(Faction)을 그려냈다. 이순신이 당시 조정 대신들의 상소로 살아난 것이 아니라 스스로 무죄를 입증할 명분을 찾았다고 확신하면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또한, 이순신은 구금으로 인해 난중일기 대신 마음속의 심중일기를 작성하게 된다. 조선의 미래와 백성을 위해 무능한 선조와 전쟁 중에도 사익을 위해 당파싸움에 매몰된 조정을 뒤엎을 것인가 아니면 전쟁이 끝나고 어명을 거역한 죄로 고역을 치를 것인가에 대한 갈등. 고뇌하는 이순신의 인간적인 모습도 함께 엿볼 수 있다.
이순신의 “心中日記”
풍전등화의 조선을 구한 삼도수군통제사 이순신의 마음속 절규!
난중일기의 이순신이 결코 남길 수 없었던 언어는 과연 무엇이었나?
이순신이 소리치고 싶었던 마음속 울림 심중일기!
이순신의 “魂”
혼으로나마 조선을 구하고자 했던 위대한 영웅 이순신의 마음속 일기
왕 선조의 시기와 모략으로 인해서 죽음 앞에 서야 했던 이순신은 스스로 자신을 구명했다.
그리고 이순신 장계의 미스터리!
이순신의 “선택”
조선 왕실의 명령을 거역한 항명죄로 의금부에 투옥된 죽음 앞의 이순신, 역성혁명의 반역자가 될 것인가, 아니면 충성의 순교자가 될 것인가. 이순신은 과연 어떤 선택을 하였는가?
이순신의 “절규”
풍전등화의 조선을 구한 삼도수군통제사 이순신의 마음속 외침!!
조선 왕 선조와 그 붕당 정치의 중신들에게 토해내고 싶었던 칼날의 소리는 반역이었다.
바꿔야 한다, 변해야 한다, 행동해야 한다.
이순신의 “역심”
만고의 충신 이순신을 항명죄를 처단하고자 했던 조선의 왕 선조를 향한 이순신의 마음속 도발! 이순신이 남긴 마음속 일기 심중일기.
길은 외길이다. 반역!
구매가격 : 9,000 원
안녕, 지금 이 순간
도서정보 : 이태형 | 2024-01-19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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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이라는 것은 가장 큰 거짓말이다.
결국 모두 불행한 존재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이태형은 작중인물들이 직면한 숨막힐 듯한 ‘무거운 공기’를 탁월하게 그려내는 데 더 집중한다.
이태형은 그와 같은 치밀한 자연주의적 묘사에서 자신의 문학적 ‘출구’를 발견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_고영직(문학평론가)
탈정(脫井)의 상상력으로 그려내는
이태형의 두번째 소설집
소설가 이태형의 두번째 작품집이 나왔다. 아홉 편을 묶은 이번 작품집은 2017년 발표한 『그랑기뇰』 이후 6년 만에 세상에 내놓는 작품집이다. 인물들은 악몽과 환각을 맞닥뜨린다. 그 환각 속에는 그들의 공포와 두려움, 트라우마의 실체가 담고 있다. 환각에 발목을 잡힌 고통스러운 시간 속에서 그들은, 살아야겠기에 회피로, 살 수 없기에 죽음으로 그들의 세상을 ‘리셋’하기를 갈망한다. 문학평론가 고영직은 “저 아버지의 삶이 그러했듯이, 아들 세대인 작중인물들이 세상이라는 ‘막장’에서 지금 사투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려 했”는지도 모른다고 평한다.(「해설」) 사라지지 않는 두려움과 치료되지 못한 트라우마에 잠식당한 그들의 영혼은 세상을 ‘리셋’할 수 있을까. 소설가는 단지 “응원”만 할 수 있을 뿐이다.
당신은 현실에서 크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할 수 없습니다. 결국 문학이 예술인지 아닌지를 차치하고 봐도. 응원 이외에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더구나 당신처럼 응원이나 위로보다 인간성의 치부를 우회하여 비난하는 글을 쓰는 사람은 더더욱 그렇습니다.
_「질병보고 2—코로나 레거시」에서
번아웃의 사회, 리셋을 갈망하는 사람들
작가의 첫번째 작품집 『그랑기뇰』은 “극단적이며 폭력적인 전개를 통해 독자들에게 불쾌함을 느끼게 하려는 의도”로 썼다고 작가 스스로도 밝혔듯이 무자비한 폭력성과 이에 따른 환각을 드러내고 있다. 이번 작품집 인물들 역시 전작에 이어 악몽과 환각을 마주한다.
「그림 속의 화재」에 등장하는 준희는 지방 소도시 화재조사관이다. 7급 간부직으로 들어온 주임은 준희보다 열 살 정도 어리다. 준희에게 밀리고 싶지 않은 주임은 공개적으로 준희에게 면박을 준다. 준희는 1주일째 수면장애로 고생하고 있다. 주임은 골칫거리인 관내 허위 민원을 준희에게 떠넘기고 반복되는 민원인의 전화에 준희는 신고지이기도 한 불타는 오두막에 갇혀 빠져나오지 못하는 자신을 바라보는 꿈을 꾸기 시작한다.
「단지, 그는 피곤했을 뿐이에요」에서 작은 카페를 하는 ‘나’의 앞에 미술 중개업 시절 만났던 조각가 우즈가 우연히 카페에 들른다. 우즈가 커피 찌꺼기를 받아가 만들어 보내준 부정형의 조형물은 지역의 명물이 되고 “평생 적자만 보고 살아왔던 삶이 갑자기” 바뀌어 “살면서 처음으로 안도감을 얻”는다. 어느 날 조각가는 조형물을 다시 가져가겠다고 했지만 “나의 성공”을 빼앗기는 것이라 생각한 ‘나’는 조형물을 돌려주지 않는다. 우연히 우즈를 소개해주었던 오너의 사망 뉴스 화면에서 책상에 있는 부정형의 조형물을 발견하는데 그 조형물 안에 들어 있는 틀니가 “내가 너를 찾아가겠다”고 말하는 소리를 들은 것만 같은 ‘나’는 악몽을 꾸기 시작한다.
「숨, 기다리는 죽음」에서 과거 무너진 갱도에서 유일하게 구출된 노인은 “항상 뒤를 돌아봤다. 항상 죽은 동료들의 눈들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고 생각”했다. 동료들은 죽음이 옮을까 걱정했는지 그와 작업하기를 꺼려했고 그의 가족들에게도 말을 걸지 않았다. 딸은 산재로 죽고, 죽은 딸을 찾아 아내는 집을 나갔다. “3년만 일하면 귀향해서 자신의 가게를 가질 수 있다는 말을” 듣고 시작한 탄광일에 남은 것은 진폐증에 걸려 망가진 육신과 그를 쫓아다니는 노란 눈동자뿐이다.
「스위치백」에 등장하는 화자는 서비스업에서 프리랜서로 1년간 일을 하는 동안 타인과의 관계에 지쳐 있다. 언제부턴가 가위에 눌린 듯 “눈이 있어야 할 자리에는 깊고 검은 허공이 이어”지는 그림자에 시달리며 잠을 이루지 못한다. “별것 아닌 모든 것들이” 그를 불안하게 만들었고 일상은 망가져갔다. 일거리는 점점 줄어들었고 그렇게 한 달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이제 그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한두 달은 버틸 수 있을 것이다. 그다음에는?” 불안정했던 삶은 더욱 흔들린다.
「검은 얼음 속에서」에 등장하는 ‘나’는 진폐증으로 입원 중인 아버지가 사라졌다는 소식을 받고 고향을 찾는다. 그의 어린 시절의 기억이란 “눈이 내리면 소통이 단절되는 검은 얼음이 지배했던 잿빛 비석처럼 늘어선 사택촌”, 어머니의 죽음, 그리고 이후 이어진 아버지의 폭력이다. 눈이 오던 날 운전하던 어머니의 차가 절벽 아래로 추락했다. 그때부터 ‘나’는 “추운 겨울, 차에 갇혀 떨고 있는 어머니의 꿈을 꾸기 시작했다.” 그 마을의 어머니들은 아버지 앞으로 생명보험을 들고 갱도가 무너지길 기도했다. 그렇게 해서라도 그곳을 떠나고 싶었던 어머니들. 그리고 자신이었다.
“진폐증이라더라. 나는 그 자리에 멈춘다. 손에 들고 있던 스패너를 떨어뜨린다. 눈 속으로 깊이 파고든다. 차가운 스패너에 들러붙은 눈은 더욱 딱딱한 얼음으로 굳는다. 아버지는 그 자리에 뿌리를 내리고 멋대로 돌이 되기 시작한다. 나는 그런 제멋대로인 아버지를 용서할 수 없다. 멋대로 자기만 편하자고 돌이 되려는 아버지를 인정할 수 없다. 아니다. 이것은 존재했던 기억이 아니다. 어디서부터인가 변했다.”
_「검은 얼음 속에서」에서
「죽음이 우리를 갈라놓을 때까지」 작품 속 ‘나’의 환각은 누나이다. 어릴 적 그림을 그리겠다고 했을 때 아버지는 누나의 그림을 부엌칼로 찢고 누나의 오른손을 붕대로 묶어버렸다. ‘나’의 환각 속 누나는 붕대로 묶인 오른손에 붓을 잡고 그림을 그리고 있다. 아버지가 아들인 ‘나’에게 “난, 널 낳은 것을 한순간도 후회하지 않은 적이 없다”라는 말은 그 속내를 따져볼 필요도 없을 만큼 너무나 솔직하다. “위선적이며 냉소적이지 않으려 노력했던 나날들, 비참한 기억들 그리고 서운했던 감정들. 그는 길을 잃은 지 너무나 오래되었다.” 어제보다 좋은 사람이고 싶어 “한때는, 행복할 수 있다는 착각에 빠져” 노력했던 적도 있지만 그 노력들이 무의미하게 느껴졌을 때 자신은 “껍데기만 남았”음을 발견한다. ‘나’는 더이상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가능하다면 죽음이 자신을 갈라놓을 수 있길” 바랄 뿐이다.
인물들이 꾸는 악몽과 환각은 그들에게는 또 하나의 시간이다. 그들에게 이 사회는 폭발하고 금이 가고 분열되어 있다. 환각에 발목 잡혀 벗어나지 못하는 그들은 ‘리셋’을 갈망하지만 아무것도 바꾸지 못하고 그 자리를 떠나거나(「그림 속의 화재」 「검은 얼음 속에서」), 죽음으로 그 시간을 멈춘다(「숨, 기다리는 죽음」 「죽음이 우리를 갈라놓을 때까지」). 단 한 인물만이 조난으로 죽음의 문턱에서 살아 돌아와 타인의 손의 온기를 느꼈을 때 겨울을 끝내고 봄을 맞이한다(「스위치백」).
일상의 틈새에서 발견한 이미지들에 입히는 ‘탈정’(脫井)의 상상력
마지막 작품인 「질병보고 2—코로나 레거시」는 코로나 시절에 대한 1년간의 기록이다. 소설가인 ‘나’가 주사위 게임을 통해 얻은 건강, 힘, 크기, 민첩, 지능, 정신력, 재산 등의 능력치가 팬데믹 1년을 겪으며 변화하는 과정을 월간 보고서 양식으로 그리고 있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살아오면서 당신이 겪은 어떤 상황과도 다를 것이며 가이드라인도 정답도 없”는 1년 동안 ‘나’의 모든 능력치는 떨어진다.
여기서 할 수 있는 조언은 죽음으로 예술을 완성하거나 오래 살아남아 언급되는 것입니다.
점차 졸피뎀이 잘 듣지 않습니다. 불면증이 다시 찾아옵니다. 정신력이 5 하락하여 15가 되었습니다. 당신은 정상적인 사고를 하기 힘들어집니다. 지능이 10 하락합니다. 지능이 70이 되었습니다.
_「질병보고 2—코로나 레거시」에서
얼마전 한 인터뷰에서 작가는 일상의 틈새에서 발견한 이미지들을 상상과 허구로 재조립하다보면 일부의 작품은 환상소설로 자리잡기도 하고, 또 일부는 극단적 리얼리즘의 한 방식인 자연주의 소설의 방식으로 쓰이기도 한다고 밝혔다.
첫번째 작품 「승마교본」과 표제작 「안녕, 지금이순간」은 후자의 과정에서 창작된 작품일 듯하다. 「승마교본」은 제목 그대로 승마를 배우는 방법이다. “나”는 승마 개인교습을 하고 있다. 작품은 소개로 찾아온 수강생에게 한 달간 승마를 교육하는 과정으로 전개된다. ‘나’는 수강생에게 말의 주인이 되기보다는 풍경이 되어 친구가 될 것을 권한다. 「안녕, 지금이순간」은 관광승마장에서 사람을 태우는 말들의 이야기다. 「승마교본」의 말들에게 인간은 친구이지만 「안녕, 지금이순간」의 말들에게 그들은 주인이다. 말등에 오르면 채찍부터 드는 사람을 태우다 다리가 부러진 ‘지금이순간’, 다리가 역관절로 태어나 제 이름보다는 ‘고기’로 불리는 말, 사산한 새끼조차 뼈가 굳기 전에 약으로 쓰기 위해 웃돈을 주고 사가는 사람들. ‘나’는 “단 한 명의 교감할 대상을 얻을 기회를 갖지 못한 말들”에게 안타까움을 느끼며 “억지로 하루종일 여러 사람들을 태워야만 하는 장사 말들을 보면 가끔은 일종의 포주가 된 것만 같다”고 생각한다. 인간의 용도에 맞추어 쓰임을 당하는 말에 대한 작가의 따뜻한 시선과 안타까움이 작품 곳곳에 배어 있다. 두 작품에 대해 문학평론가 고영직은 작가의 이전 글쓰기와 가장 두드러지게 다른 점은 “기존의 위악(僞惡)적 글쓰기와 자기혐오의 감정에서 벗어나 새로운 창작의 경향으로 자연주의의 모습을 보여준다”고 평한다.
그는 철학자 들뢰즈식으로 말하자면, 지금껏 경험한 소우주를 깨고 자발적으로 새로운 ‘배치’(agencement)를 적극적으로 고민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사물이나 현상 또는 환경과 시스템의 배치를 바꿈으로써 우리는 새로운 추진 동력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그는 ‘탈정’(脫井)의 상상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 폐허를 담담히 응시하기 위하여. 인간뿐만 아니라 비인간 존재를 온전히 응시하려는 이태형의 새로운 글쓰기를 예감해도 되는 것일까.
_「해설」에서
구매가격 : 10,500 원
소유의 시작
도서정보 : 소스타인 베블런(Thorstein Veblen) | 2024-01-23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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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 활동은 사회 내에서 산업공동체의 협력을 통해서만 이루어진다. 이러한 산업공동체는 크고 작은 다양한 형태가 있으며, 그 범위는 대체로 명확하게 정해져 있지 않다. 그러나 이러한 집단들은 전통, 도구, 기술 지식, 관습 등을 유지하고 전수하는 데 충분히큰 규모를 가진다. 이 같은 전통과 같은 기반 없이는 산업 공동체가 존재할 수 없으며, 개인들이 서로나 환경과 맺는 경제적 관계도 성립될 수 없다. 고립된 개인은 생산적인 행위자가 아니며,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최대한 비군집성 동물처럼 계절을 이겨내는 것 정도이다. 기술적 지식 없이는 생산 활동이 불가능하며, 개인 소유건 공동 소유건 소유해야 할 축적된 재산이나 부도 존재할 수 없다. <본문 중에서>
구매가격 : 1,000 원
해명
도서정보 : 유두진 | 2024-01-18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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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가십시오. 길이 아닙니다.”
직진하는 욕망, ‘속물성’에 대한 경고
유두진의 중편소설
“이렇게 예정된 파멸로 직진하는 소설을 실로 오랜만에 만났다.”
_조형래(문학평론가)
· 2023 경기예술지원 문학창작지원 선정작
작가 유두진의 중편소설이 나왔다. 2012년 〈머니투데이〉 경제신춘문예에 단편 「옵션」이 대상을 받으며 작품활동을 시작한 작가는 장편소설 『그 남자의 목욕』 『일렁이는 시절』, 단편·콩트집 『급소』, 산문집 『끼니』 등 ‘소외된 그 누군가’에 대한 애정이 담긴 작품들을 발표해왔다. 이번 작품집은 ‘가지 말아야 할 길’임을 알면서도 돌아서지 못하는 인물에 대한 이야기다. 잘못 들어선 길임을 깨달았으면서도 몸을 돌리지 못하는 순간. 그 순간에는 타인을 설득해 침묵하도록 만들고, 스스로를 이해시켜 당당히 합리화하도록 만들 ‘해명’이 필요하다. 하지만 순리를 거스르는 ‘해명’의 끝이 모두의 행복이 될 수 있을까. 비평가 조형래가 “이렇게 예정된 파멸로 직진하는 소설을 실로 오랜만에 만났다”(「해설」)고 말했듯 작가는 ‘가지 말아야 하는 길’을 선택한 이번 작품 작중인물 수희에게 ‘변명의 여지’가 없음을 그녀의 파국으로 보여준다.
‘가지 말아야 할 길’에 대한 당당한 자기변호 ‘해명’
메모장 입력을 마친 뒤 휴대폰을 핸드백에 넣었다. 그리고 해안선을 따라 계속 걸었다. 얼마 후 연한 불빛이 나타났다. 군사용 해안경계선에서 내뿜는 빛이었다. 철조망에 걸린 전등들이 안내 간판을 비추고 있었다.
돌아가십시오. 길이 아닙니다.
-「해명」에서
초등학교 교사인 수희는 “유력 공공기업체에서 중역을 역임한 남편, 미국 사립고등학교에서 유학중인 수재 아들, 시집(詩集)을 펴낸 자신의 이력까지” 누군가 물어오면 내세울 만한 게 꽤 많다고 자부하는 인물이다. 그러니 마지못해 참석한 중학교 동창회에서 “오랜만에 만난 자신에게 별 질문을 하지 않는 친구들이 얄밉기”까지 하다. 촌스러움과 음식 앞에서의 게걸스러움, 그리고 알 수 없는 그들만의 대화가 수희는 못내 불편하다. 그곳에 명주가 나타난다. 명주는 여전히 예뻤고 재일교포 재력가와 결혼했다는 그녀는 부(富)로 치장하고 있었다. 게다가 그녀는 자신처럼 시집을 출간한 시인이었다. 학창시절 자신을 동경했던 명주의 변화는 수희를 가지 말아야 할 길로 들어서게 한다. 세속적 욕망으로 달려간 그 길의 끝에서 수희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직진하는 속물성이 이르는 파멸
담담한 척 말했다. 곧바로 수락하면 값싸 보일 것 같아 확답은 안 했지만, 이미 머릿속에선 ‘어떤 시를 새기면 좋을까?’ 선별 작업을 하고 있었다. 시를 새로 쓸 필요까진 없을 것 같았다.
_「해명」에서
일부러 말끝을 흐려 상대방이 알아서 질문하도록 만드는 수희는 ‘내보이고 싶은 것이 많은’ 속물적 인물이다. 욕망은 채워지지 않으면 불안을 낳고, 그 초조함은 다른 길은 보지 못한 채 한 곳만을 향해 달려가게 한다. 그렇게 타인에게 자신을 전시하고자 하는 속물성은 빛처럼 직진한다. 작가는 수희를 통해 불을 향해 달려드는 부나비처럼 자신의 욕망을 채워줄 것만을 보고 달리다보면 그 끝에서 “돌아가시오. 길이 아닙니다”라는 삶의 경고 같은 안내판을 만나게 될 것임을 이야기한다. 몰론 안내판 앞에서 돌아설지 아니면 계속 직진할지는 각자의 몫일 것이다.
한 시절, 문학작품에서 인간의 ‘속물성’은 진부할 정도로 자주 등장했다. 하지만 이번 작품에서 그것은, 전작에서 “그래도 바람직한 방향은 있다고 믿으며 그것을 위해 노력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소시민”이라 자신을 소개한 작가의 믿음이 더해져 진부함에 가려져 폐기되어서는 안 될 의미를 전한다.
인간의 허영과 속물성(과 부차적으로 역사 이후의 인간의 동물성의 문제)에 관해 오래전부터 지적되어왔던 문제를 다루고 있다는 것도 분명하다. 하지만 이러한 내용과 형식의 한국소설을 좀처럼 찾아볼 수 없게 된 지 오래되었다는 사실을 감안할 필요는 있겠다. 하물며 ‘작가의 말’에서 드러나는 바와 같이 이것을 오늘날의 문제의식과 결부시키려는 나름의 치열한 노력이 경주되고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으므로 더욱 그렇다.
_「해설」에서
구매가격 : 6,000 원
화이트, 블랙
도서정보 : 은연필 | 2024-01-18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경계 안을 허락하지 않는 ‘평범’의 폭력
걔네들 생머리하고 화장 싹 지운 다음, 얌전한 청바지에 흰 티셔츠 입고 오빠, 오빠 하면 누가 그런 애들인지 알겠어요. 남성분들 정말이지 조심해야 합니다. 인생 망치고 싶지 않으시면 우리들처럼 먼저 나서야 합니다. 뻔뻔스레 일반인인 것처럼 나오니 다른 방법 없잖아요.
_「화이트: 화인」에서
첫번째 작품 「화이트: 화인」의 등장인물 화인은 성노동자이다. 으레 까다로운 고객을 만났고, 만취상태였던 화인은 “평소와 다를 것 하나 없던 어느 퇴근길”, 불법 택시인 ‘나라시’에 오르기 무섭게 밀려드는 답답증에 숨이 막힐 것 같았다. 화인은 택시에서 내려 충동적으로 지하철을 탄다. 두 정거장이면 되는 거리이지만 그녀는 지금까지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않았다. “두 정거장을 통과하는 일이 사막 한가운데를 통과하는 것처럼 기약 없이 막막하거나, 좁고 컴컴한 골목을 지나는 것만큼 위험한 시간”으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날 화인은 “일종의 뿌듯함”을 느낀다. 그 감정은 무엇을 해낸 것에서 오는 성취감만이 아니었다.
첫차를 타고 자신만의 목적지로 향하는 사람들, 하루의 시작대 위에 당당히 올라서 아침을 여는 그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들이 화인에게 무엇인가를 환기시켰다. 오래전에 잃어버린 무엇이었다. 놓쳐서는 곤란한, 반드시 붙잡아야 할, 아마도 이제는 화인 자신과 멀어진 무엇.
_「화이트: 화인」에서
처음으로 자리에 앉았던 날, 화인이 잠깐 조는 틈을 타 그녀의 무릎 위에 누군가 영화 티켓을 올려놓는다. 화인은 평소 흑백영화를 좋아하는 주홍에게 티켓을 전한다. 주홍은 오래전부터 화인과 같은 일을 하고 있었다. 화인이 보기에 주홍은 “세상에 더이상 존재하지 않는 시간과 풍경, 특히 인물들이 흑백의 화면에서 건네는 말들, 예사롭지 않은 눈빛, 지금에서는 은막에 생의 흔적으로만 남은 격한 몸동작을 바라보면서 일종의 안정감을 되찾는 것” 같았다.
주홍은 영화를 보러 나갔던 그날 밤 집으로 돌아오지 못한다. 주홍의 실종신고를 내고 수소문하다 옛 고객이었던 검사를 찾아간 화인은 한 인터넷 사이트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다. 여성의 알몸 사진과 심지어 노골적인 성행위가 담긴 동영상이 실시간으로 오르는 그 사이트에서 ‘직업여성란’을 클릭한다. 그곳에는 첫차에 올랐던 자신의 모습이 가득한다. 그리고 익명성 뒤에 숨어 달린 욕설들.
아아, 아침마다 정말 짜증납니다, 향수 냄새 너무 심해요. 얼굴과 몸매로 보면 돈은 충분히 벌겠군요. 저도 3번 칸으로 가야겠네요, 주위에도 막 추천중. 누가 그년 좀 안 말려주나요. 왜 하필 첫차를 타는 건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안 그래도 새벽 출근길이라 힘든데 하루일 시작하기도 전에 술이나 향수 냄새 장난 아니니, 꼭 사람들 발정 일으키려고 작정한 것 같아요. 죽여버리고 싶어.
_「화이트: 화인」에서
끝내 주홍은 처참한 모습의 주검으로 돌아왔다. 화인은 잠시 원했던 일상적인 삶, 그리고 그 삶이 가능할지도 모른다는 기대와 함께 다시 무너지기 시작한다. “출입문 사이를 지나는 사소한 발걸음이나 차분히 내릴 때를 기다리는 누군가의 일상적인 모습이 눈부”셨던 화인은 그들과 함께하고 싶었을 뿐이다.
‘존중’과 ‘예의’에서 배제되는 도시의 저편 사람들
두번째 작품 「블랙: 개를 데리고 다니는 동안」에서 인석은 ‘개호텔’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그날, 인석은 “정성이 부족했고” “애정과 존중이 없어” 개를 불편하게 했다는 이유로 고객에게 뺨을 맞고 개에게 사과할 것을 요구받는다. 개를 태우기 위해 고객의 차를 이동하다가 그의 돌아올 수 없는 질주가 시작된다. 동물과 함께하면서 생명의 소중함을 느끼던 인석의 평범한 삶에 균열이 생긴 것은 병원에서 사라진 가난한 형 때문이다. 응급수술 중 암을 발견한 형이 인석에게 이를 말하지 않고 평소처럼 듬직한 목소리로 안심하라며 전화를 건 이후였다. 억대 치료비를 서슴없이 내는 개들이 인석의 균열을 비집고 들어왔다. 인석은 고급 외제차에 앉아 “평생 처음 느껴보는 기분. 몇 기통인지 몰라도 엔진이 부르릉 거리는 소리는 무슨 교성처럼 아찔”함을 느낀다. 다시 돌아올 생각이었지만 공사중이었고, 교통경찰이 불법을 단속하고 있었고, 휴대전화를 떨어뜨려 신호를 놓쳤기 때문에, 인석은 ‘유턴’하지 못한다. 그렇게 인석은 의전을 받기라도 하는 듯 ‘존중’과 ‘예의’ 속에서 황실에서 자랐다는 고객의 카발리에 킹 찰스 스패니얼종의 개와 “자신과는 무관한 세상” 속으로 들어간다.
왕자의 옷을 입은 거지를 대하듯 세상의 태도가 확연히 달라진 것을 인석은 차츰 인정해나갔다. 그것을 돈의 힘이라고 해야 할지, 장인과 명품에 대한 경이라고 해야 할지 알 수 없었지만 이제껏 자기와는 무관한 세계였으며, 아마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었다. 흥분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_「블랙: 개를 데리고 다니는 동안」에서
결국 사고를 내고 개와 함께 쫓기던 인석이 찾은 곳은 “학대당하거나 버려져 이곳저곳을 떠돌다 병들고 부상을 입은 개들이” 모여 있는 유기동물보호소였다.
흑과 백으로 도시의 지형도를 그려내는 영화적 상상력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주변을 도는 순환선이라는 경계에서 화인은 “어쩐지 이곳에서 한 발자국도 물러서고 싶지 않았다.” “오래전부터 제자리로 돌아가기만을 소망했다는 사실을 별안간 깨달았”지만 자신이 꿈꾸었던 삶에서 너무 멀리 와버린 것을, 그리고 다시 돌아갈 수 없음을 깨닫는 순간이었다. 인석은 자신의 존재의 의미가 한없이 낮음을 느끼는 순간 “어딘가 먼 곳으로 떠나고 싶다는” 생각에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에 급급했다. 하지만 숨 한 모금조차 힘든 지금의 현실에서 탈출하고 저쪽 세계로 넘어가는 일은 이들에게 허용되지 않는다. 사회는 그들 세계에서 그들이 이탈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 작품을 읽고 표제 ‘화이트, 블랙’을 마주하면 하얀빛과 검은빛 속으로 페이드아웃되는 화인과 인석의 모습이 그려진다.
요컨대 은연필은 이탈의 이야기를 통해 도시의 진정한 지형도를 그려내고 있다. 그는 도시에서 정해진 경로를 이탈한 청년을 뒤따라간다. 그 여정은 우리를 도시의 반대편으로 안내한다. 그러나 거기에서 우리는 뜻밖에도 도시의 양극이 서로 접합되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이때 도시는 이탈의 가능성으로 가득하면서도 사실은 도저히 탈출할 수 없는 시공간으로 나타난다. 여기서 은연필의 글쓰기는 진정 도시적인 이탈, 나아가 진정 도시적인 플롯을 그려내고 있다.
_「해설」에서
구매가격 : 6,000 원
합법적으로 세금 안 내는 110가지 방법_개인편(2024년판)
도서정보 : 신방수 | 2024-01-26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세금의 원리를 이해하면 빠져나가는 돈을 막을 수 있다
우리는 일상에서 각종 세금과 마주한다. 세금은 나와 상관없는 문제라고 생각하는 직장인들도 사실 세금과 아주 밀접한 생활을 하고 있다. 아침 출근길에 산 커피 한잔, 샌드위치 하나에도 이미 세금이 포함되어 있다. 매달 받는 월급에도 물론 세금이 있다. 집을 사고팔거나 재테크로 목돈을 손에 쥐었을 때만 세금과 맞닥뜨리는 것이 아니다. 돈이 오가는 모든 과정에 세금이 뒤따른다.
누구나 법이 정한 대로 형편에 맞게 세금을 내야 한다. 세법은 기본적으로 소득이 많은 사람에게는 많이 부과되고, 소득이 적은 사람에게는 그만큼 적게 부과된다. 하지만 비슷한 규모의 재산을 상속받거나 같은 시세의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는데도 누구는 세금을 더 내고 누구는 덜 내는 일이 종종 발생한다. 같은 회사에 다니는 같은 직급의 동료라 할지라도 누가 더 꼼꼼하게 연말정산을 챙기는지에 따라 환급받는 세금이 크게 차이 나기도 한다. 소득 수준이 비슷하다고 해서 세금 부담까지 비슷한 것은 아니다. 세금 공부가 귀찮다고, 혹은 어렵다고 미뤄 둘 수 없는 이유다.
열심히 모은 돈을 지키고 싶다면 세금을 잘 관리해야 한다. 세금을 내지 않을 방법은 없지만, 세금의 원리를 이해하면 빠져나가는 돈을 막을 수 있는 수단이 생기기도 한다. 『합법적으로 세금 안 내는 110가지 방법 · 개인편』은 바로 이 세금의 원리를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는 동시에 지금 우리에게 꼭 필요한 세금 문제의 해법을 체계적으로 알려 준다.
베테랑 세무사가 전하는 아주 손쉬운 실전 세테크
세금의 원리란 무엇일까? 세금의 종류와 목적, 그리고 세금을 계산하는 방법을 말한다. 20년이 훌쩍 넘는 경력의 베테랑 세무 전문가인 신방수 세무사는 『합법적으로 세금 안 내는 110가지 방법 · 개인편』을 통해 누구에게나 꼭 필요한 세금 이야기를 전한다. 세금이 부과되는 이유와 세금을 적게 낼 수 있는 방법 등 우리가 반드시 알아야 할 세금에 관한 모든 것을 짜임새 있게 정리했다.
이 책에는 자산관리 컨설턴트를 목표로 세금 관련 공부에 매진하고 있는 증권회사 직원 ‘이절세’와 미래의 세무 전문가를 꿈꾸며 든든세무법인에 들어간 이절세의 아내 ‘야무진’, 그리고 든든세무법인의 간판급 세무사이자 야무진의 직장 상사인 ‘고단수’ 등 세 명의 인물이 등장한다. 저자는 그들 주변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세금 문제와 그에 관한 해법을 재미있게 풀어내며 자칫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세금 지식을 최대한 알기 쉽게 설명했다.
다양하고 흥미진진한 에피소드를 읽다 보면 합법적이고도 효과적인 절세의 방법을 하나씩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다. 그렇게 서서히 절세와 재테크의 기술에 다가갈 수 있다는 것이 이 책의 아주 큰 미덕이다. 등장인물을 통해 이야기하는 세세하고 사려 깊은 설명은 누구에게나 맞춘 듯 훌륭한 절세 지침서가 되어 준다.
2024년을 맞아 한층 더 업그레이드된 개정판
매년 베스트셀러를 기록하며 그 가치를 인정받아 온 『합법적으로 세금 안 내는 110가지 방법 · 개인편』은 2024년을 맞아 한층 더 업그레이드되었다. 각 상황에 맞는 연말정산 환급법, 취득세·보유세·양도소득세를 비롯해 상속·증여세 등 부동산 전반에 대한 세금 관리 노하우, 수익률 높은 재테크를 위한 맞춤별 절세 전략 등에 관해 자세하게 풀어낸다. 이와 더불어 다양한 세제 혜택을 비롯해 실생활에 꼭 필요한 세금 관련 지식을 알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
또한 이번 개정판에서는 최근의 변화된 재테크 시장의 흐름에 따라 월급 생활자들이 꼭 알아야 할 세금 내용을 대폭 보강했다. 소득공제에서 세액공제로 바뀐 연말정산 항목들, 변경된 1세대 1주택자에 대한 비과세 제도, 주택임대소득 과세 제도, 양도소득세 중과세 제도 등을 상세히 다루었다. 더 나아가 부동산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2020년 7월 10일에 발표된 7·10대책과 2023년 이후에 적용되는 개정 세법 등도 충실히 반영했다. 예를 들어 2023년 1월 12일 이후부터 일시적 2주택의 양도소득세 비과세, 취득세 일반과세 등을 위한 처분 기한이 3년으로 단일화되었으며 2024년부터는 1억 원의 혼인·출산 증여공제가 신설될 예정이다.
불안한 경기 속에서 돈을 모으는 일의 중요성은 거듭 강조된다. 그러나 아무리 열심히 저축하고 투자로 성과를 올려도 새어 나가는 세금을 잡지 못하면 재산을 모을 수 없다. 부자가 되고 싶다면 재산을 모으기에 앞서 세금 문제를 포함한 금융 계획을 철저히 세워 둬야 한다. 어떤 재테크 방법도 세금에 관해 잘 모른다면 큰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 이제 절세는 재테크의 기본이다. 그 절세의 기본기를 튼튼히 하고 재테크 고수로 나아가기 위한 여정에서 이 책은 무엇보다 든든한 나침반 역할을 할 것이다.
구매가격 : 15,400 원
사라진 일본
도서정보 : 알렉스 커 | 2024-01-16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일본의 잔상, 그 희미한 빛을 주워가며 걷는 책
4세기째 접어든 일본의 빈집에서
아름다움과 추악함의 잔상을 주워 담는 에세이
긴 세월 일본은 외국인들에게 이국정취를 자아내는 나라였다. 특히 서양인들을 향한 일본인의 환대는 그들이 일본 땅에 부드럽게 안착하는 데 디딤돌이 되었다. 일본에 푹 젖어든 서양인들은 일본에 관한 책을 쓰기 시작했다. 크게 두 갈래로 나뉘었는데, 하나는 일본에 대한 경외를 드러내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일본 때리기였다. 알렉스 커의 『사라진 일본』은 경외심과 비판, 빛과 어둠 모두를 담고 있다.
1964년, 열두 살 때 일본에 처음 온 저자는 마법에 이끌리듯 이곳에 정착하겠다고 마음먹었다. 하지만 시시각각 변하는 외부의 사물은 인간의 결심을 흐려놓기 마련이다. 도시화에 박차를 가해 마을 여기저기가 망가지자 그는 어느덧 이곳은 내가 원하는 나라가 아님을 깨달았다. 짐을 꾸리려던 찰나, 무언가가 그의 발목을 잡아당겼다. 갑자기 서예를 배우게 된다거나, 불현듯 가부키의 세계로 끌려들어가는 식이었다.
그는 십대 때부터 일본어를 배웠고, 한자에 매력을 느꼈다. 이는 일본에 오래 살면서도 영어를 쓰는 외국인들과 변별되는 지점이다(그는 예일대학에서 일본학을 전공했고, 옥스퍼드대학에서 중국학 석사과정을 밟았다. 이 책도 일본어로 직접 썼다). 더욱이 그는 다른 여행자들처럼 교토가 아름답다고 말하지 않고, “추하다”고 말한다. 교토 사람들이 콧대가 높다고 말하지 않고, “위축되고 불안해하는 기색”이라고 말한다. 탑처럼 정교한 형식을 쌓은 일본은 사회가 순하게 굴러가는 모양새지만, 그 속에는 타인에 대한 짜증과 질시가 숨겨져 있다고 읽어낸다.
요즘 우리는 일본을 묘사할 때 ‘잃어버린 30년’이란 수식어를 쓴다. 이 말은 경제 선진국의 지위를 잃었다는 뜻이지만, 저자가 보기에 일본이 진정 잃은 것은 풍광과 아름다움이다. 그는 일본의 과거 잔영을 좇아 아름다움을 발견하는데, 어느 찰나에 그것은 눈 밖으로 사라진다. 그의 시선은 사물과 풍경을 낚아채려 하지만, 현대화를 추구하는 일본인들은 움직이는 손발을 갖고 있다. 운동에너지가 없는 눈은 손발을 당해낼 수 없으며, 과거와 현재의 경쟁에서 승자는 언제나 현재다. 따라서 이 책은 미의 상실, 쇠퇴에 대한 이야기다.
저자는 아름다움이 덜 훼손된 이야 계곡을 찾아 들어가 빈집을 백 군데 넘게 탐험하는 것으로 이 책의 첫 장을 연다. 그에겐 일본의 과거에 대한 기억이 백지 상태이지만, 그것을 상상으로 메울 식견은 있었다. 마침내 저자는 마음에 꼭 드는 빈집을 발견해 구입했다. 사람이 살지 않는 그 집에는 먼지가 10센티미터 넘게 쌓여 있었다. 먼지 1센티미터마다 최소 20~30년의 세월을 응축하고 있었는데, 그가 바닥을 쓸고 광을 낼 때마다 역사는 한 층 한 층 자기 존재를 드러냈다. 시골 사람들이 등지고 황급히 달아난 그곳에서 한 서양인은 사라진 일본을 목격한다.
그 집에 살면서, 또 일본 사회로 스며들면서 그는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경력을 쌓았다. 미술품 수집가가 되기도 하고, 기업에 근무하면서 비즈니스 감각도 익혔다. 한편 주말이면 교외의 집으로 돌아가 동아시아의 문인 같은 삶을 살았다. 그런 삶이 일본을 비춰주는 거울이 되어 구석구석을 담아내다가 이 한 권의 아름다운 문장들로 모였다. ‘빈집 사냥’에서 시작해 도쿄의 파친코 분석에 이르기까지 저자는 우리가 갖고 있던 일본에 대한 빈약한 경험과 한쪽으로 치우친 생각들을 상당 부분 반대 방향으로 돌려놓는다.
이 책은 외국인으로서는 처음으로 신초학예상을 받았다. 논픽션 부문에서 가장 권위 있는 상인데, 심사위원인 시바 료타로가 평가한 알렉스 커의 문장 예찬은 되새겨볼 만하다.
“알렉스 커의 문장은 가부키 배우 다마사부로의 춤을 떠올리게 한다. 모순, 이율배반, 상반하는 감정의 양립으로 두 요소가 얽힌 채 알기 쉽고 밝은 일본어가 짜여나간다. 한쪽 발은 추악함에 걸치고 다른 발은 아름다움을 밟은 채. 이런 유니크한 일본어 문장의 표현은 그가 창조한 것이다.”
빈집에서 본 일본
얼룩진 시골과 전봇대의 나라
이 책이 독특한 것은 이방인이 타국을 여행하는 이야기가 아닌, 빈집에 들어가 그곳에 남겨진 몇십 년 몇백 년 전 일본인의 삶을 엿보는 데서 시작한다는 점이다. 1970년대에 일본 지방의 집들은 이미 버려지고 있었다. 시골에서의 삶이 전망 없어 불안했던 사람들은 싱크대에는 수저를, 화장실에는 칫솔을 남겨둔 채 급히 터전을 떠났다. 그 덕분에 저자는 쓰루기산에서 시작해 가가와현, 고치현, 도쿠시마현 등에서 백 채쯤 되는 집에 들어가 옛 주인들의 일상을 목격할 수 있었다. 점점 전통 가옥에 매료된 그는 빈집을 사자고 결심했지만, 웬만한 곳은 콘크리트와 알루미늄으로 덧대어져 볼품없었고, 10년 넘게 방치된 집들은 바닥이 기울고 있었다.
1973년 1월, 이야 계곡 동쪽에 있는 쓰루이 마을에 갔다. 거기서 18세기에 지어진 집 하나를 발견했는데, 바로 자신이 찾던 집임을 알아차렸다. 17년째 폐허였던 그 집을 사서 6월에 입주한 뒤 치이오리篪庵라는 이름을 지었다. 그의 나이 스물한 살 때의 일이다.
대공사와 청소가 시작됐다. 먼지 제거는 보물찾기처럼 흥미로웠다. 집에서 발견한 가장 놀라운 물건은 1950년대에 조부모와 함께 이 집에 살던 젊은 여성의 일기였다. 거기엔 마을의 궁핍, 어두운 집, 도시에 대한 갈망이 아프게 적혀 있었다. 그러다 일기는 그녀 나이 열여덟 살에 돌연 멈춘다. 알고 보니 그녀는 가출했고, 조부모는 손녀가 돌아오길 바라는 마음으로 ‘아이가 돌아오지 않는다’라는 문구를 써서 문에 거꾸로 붙여놨다. 그리고 그 부적은 저자에 의해 발견되었다.
집은 가로 네 칸 세로 여덟 칸의 넓이다. 마루, 툇마루, 침실, 부엌, 작업 공간으로 나뉘어 있었다. 집은 숨이 막히도록 어두웠다. 젊은 여자가 도시의 형광등 불빛을 쫓아 가출한 것이 이해될 정도였다. 하지만 미닫이문을 모두 철거하자 어두웠던 그곳은 환히 빛을 머금었다. 저자는 그곳에 앉아 다니자키 준이치로의 『그늘에 대하여』를 떠올렸다. 다니자키는 그늘의 아름다움을 깨닫지 못하는 현대 일본을 애통해하지만, 저자가 치이오리에서 느낀 그림자와 어둠은 너무 밀도 높았다. 이 때문에 일본은 형광등의 나라가 된 것이 아닐까? 형광등과 긴자의 화려한 간판들에 너무 익숙해지다보니 영화예술에서 색감 조절을 잘 못하고 단조로운 조명만 사용하는 건 아닐까?…… 시골 집에서 그의 머릿속 회로는 일본 사회 전체로 뻗어나간다.
치이오리의 내부를 복원하자 이제 비가 새는 지붕을 수선할 차례였다. 이 집은 스스키(억새)라는 가야 짚을 엮어 지붕에 올렸는데, 짚과 지붕장이가 모두 사라진 현시대에 지붕 수선 작업은 어마어마한 비용과 노력을 요구했다. 저자는 거기서 다시 일본의 거대한 단면을 봤다. “일본이 초가지붕을 거부한 일은 비극이다.” 단순히 전통을 외면해서 그렇다기보다 교토의 황궁과 이세신궁의 지붕이 초가로 돼 있는 이 나라가 특수한 자연 소재를 버린 것은 “심장을 때리는 아픔”이라는 인식이다.
그저 집을 들여다봤을 뿐인데 그곳에서 저자는 사회를 읽을 수 있었다. 그가 처음 이야 계곡에 발을 들여놓았던 때에도 이미 환경은 파괴되고 있었지만, 이상한 점은 시민들의 저항이나 공론화가 거의 전무했다는 것이다. 파괴에 가속도가 붙자 저자는 “이제 일본은 세계에서 가장 추한 나라”임을 깨달았다. 저자는 친구들이 일본을 방문하면 곤혹스러웠다. 친구들은 이렇게 물었다. “간판이나 전선, 콘크리트가 안 보이는 데는 없어?” 그의 눈에 이제 시골은 얼룩투성이다. 3만 개의 강과 하천 중 단 세 곳만 빼고 모두 댐이 설치됐으며, 해안선도 콘크리트가 덮고 있다. 일본이 산림 관리에 투자하는 수억 달러는 오로지 조림산업에만 쓰이며, 전깃줄을 매설하지 않아 거대한 철탑과 전봇대가 전국 각지의 도시 풍광을 지배하고 있다.
관능성과 형식미 사이에서 잡은 완벽한 균형
가부키에서 다도, 파친코로 펼쳐지는 이야기
일본의 자연과 거리 풍경이 망가지자 저자는 추상의 세계로 눈을 돌렸다. 가부키 배우 다마사부로를 만난 것이 계기가 되어 수년간 가부키 극장만 들락거렸다. 가부키는 일본 문화의 두 축 사이에서 완벽한 균형을 잡고 있다. 한쪽에는 에도시대의 자유분방한 성문화 즉 관능미가 있고, 다른 한쪽에는 예술과 삶을 순수한 정수만 남을 때까지 다듬고 줄이는 형식미가 있다. 일본 예술은 이 두 경향이 경합을 벌여온 역사다. 무로마치 시대 말기에는 황금 병풍이 인기를 얻다가 다도의 대가들이 출현하자 투박한 흙색 다기가 미학적인 것으로 떠받들여진 것이 그 한 가지 예다. 오늘날에도 이 경쟁은 계속된다. 한쪽에는 정원이란 정원은 모두 갈퀴로 긁어놓는 ‘멸균 과정’이 있는가 하면, 다른 쪽에서는 파친코와 외설적인 심야 TV 방송이 버젓이 사람들의 이목을 잡아끌고 있는 식이다.
가부키에서 얻은 미적 감식안을 저자는 다도와 서예, 그리고 미술품 수집으로 확장시켜간다. 감식안은 일본의 중심으로 들어가는 출입문이 되어주지만, 그는 늘 경계인으로서의 자각을 잃지 않았다. 시골 폐가의 바닥을 쓸고 닦으며 한 줌의 빛을 집 안으로 끌어들이다가도, 도시의 세련된 문화 속으로 들어가 가장 정제된 형식미를 간취해내는 것처럼 이 책 전체는 늘 구석과 중심을 아우른다.
한때 비즈니스에 몸담기도 했지만, 저자의 직업은 미술품 수집가다. 본문에는 그가 어떻게 예술 감식안과 물건을 고르는 눈을 갖게 됐는지 그 과정이 흥미롭게 펼쳐진다. 그는 처음 빈집을 구입했을 때부터 그곳을 오래된 톱, 바구니, 바가지, 반닫이, 대나무 조각으로 채워 민속박물관처럼 꾸몄다. 한참의 세월이 흘러 그는 교토 교외에 있는 가메오카에 폐가 하나를 더 구입했다. 교토로 가니 미술품 수집이 본격화되었다. 누구도 눈독 들이지 않아 가격이 저렴했던 시키시와 단자쿠에서 시작된 저자의 컬렉팅은 족자로 올라갔고, 병풍, 도자기, 가구, 불교 조각까지 눈여겨보게 되었다. 하지만 호주머니가 얇았던 터라 그는 값나가는 작품을 사기 위해 자기가 갖고 있던 것을 지인들에게 조금씩 팔았고, 그러다보니 어느새 미술품 거래상이 돼 있었다.
저자는 자신의 컬렉션 능력이 오로지 하나의 사실에 기대고 있다고 말한다. 일본인들의 아시아 미술에 대한 무관심! “그들의 무관심이 지속되는 한 나는 컬렉션을 계속 늘려갈 수 있다.” 그가 던진 농담 같은 이 한마디는 일본인을 향한 뼈아픈 지적이었다.
이 책 9장의 제목은 ‘교토는 교토를 싫어한다’이다. 저자는 과거 영광스러운 수도의 백성이었던 그들의 오만함에 감춰진 자기혐오를 읽어낸다. 그것은 이 책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 중 하나다. 왜냐하면 그들이 극도의 예의와 형식을 내세워 감추는 속내를 저자가 훤히 드러내기 때문이다. 이 장을 읽으면 저자의 시선이 일본을 어떻게 꿰뚫는지 알 수 있다.
저자는 지금 일본의 전원과 저잣거리에 있다. 이미 50년 가까이 됐다. 그는 여전히 과거의 거사처럼 붓글씨를 쓰고, 서예 개인전을 열고, 교토의 아이러니한 골동품 가게와 얼굴을 맞대고 옛 그림을 감정하면서 살고 있다. 일본의 남은 잔상의 희미한 빛을 주워가며 걸으려면 그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는 듯이.
구매가격 : 15,000 원
하얼빈 (꼭 읽어야 할 한국 대표 소설 184)
도서정보 : 이효석 | 2024-01-09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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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이 키타이스카야의 중심지에 있자 방이 행길 편인 까닭에 창 기슭에 의자를 가져가면 바로 눈 아래에 거리가 내려다보인다. 삼 층 위의 창으로는 사람도 자그만하게 보이는데…….
구매가격 : 1,000 원
정원의 말들
도서정보 : 정원 | 2024-02-05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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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 가꾸기는 더 이상 특별한 몇 사람의 고상한 취미가 아니다. 베란다나 책상 한편에 조그만 화분 하나를 들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정원을 만들 수 있다. 『정원의 말들』은 저자가 식물에게서 배운 삶의 지혜와 아름다움을 담았다. 식물에 얽힌 다양한 이야기와 직접 식물을 기르며 터득한 경험을 모은 이 책은 식물과 더불어 사는 삶을 힘껏 권한다.
구매가격 : 8,400 원
아무튼, 타투
도서정보 : 오희라 | 2024-01-22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출판 편집자이자 독립출판물 『나는 나의 팬이 될래요』를 펴낸 오희라 작가는 약 스무 개의 기록을 몸에 지니고 산다. 그림과 선으로, 색채와 형태로 새긴 것이다. 출판사에 투고를 한 기념으로 오른팔에 그리핀도르 검 타투를 새길 만큼 못 말리는 그의 타투 사랑이 한 권의 책에 고스란히 담겼다. ‘아무튼 시리즈’의 예순 번째 이야기 『아무튼, 타투』이다.
스물두 살 때 친구들과 설렘 반 두려움 반으로 도전한 첫 타투, 스무 번도 넘게 본 인생 영화의 주인공 모습을 새긴 타투, 퇴사 후 무작정 떠난 여행의 추억이 깃든 타투, 친언니와의 우정 타투, 사랑하는 할머니를 떠나보내는 마음을 담은 타투까지…… 책 속에는 저자가 지나온 삶의 다양한 시간들로 빼곡하다. 그에게 타투는 자신을 드러내는 패션이기보다 특별했던 순간의 기억을 영원히 간직하는 방법에 가깝다.
대한민국은 전 세계에서 타투가 합법화되지 않은 유일한 국가다. 그래서 사회적인 시선과 자주 맞서야 하며, ‘신체발부수지부모’를 주장하는 기성세대와의 갈등도 각오해야 한다. 저자는 타투에 편견을 가지고 있거나 관심은 있지만 망설이는 이들에게 말한다. 타투는 글을 쓰는 행위와 마찬가지로 “나를 알아나가는 과정”이며 “내 취향과 가치관과 잊고 싶지 않은 기억과 감정을 내 몸에 기록으로 남”기는 일이라고. 그러면 “신기하게도 나라는 사람이 더욱 궁금해지면서 내일의 나를 기대하게 된다”고.
구매가격 : 8,500 원
만약, 내가 나라를 다스린다면
도서정보 : 리치 나이트 | 2023-12-05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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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 와, 나라를 다스리는 건 처음이지?
너는 이제 새로운 나라의 보스가 되었어!
정치 체계, 정부 부처, 세금까지, 모두 새로 시작해야 하지.
어떻게 준비하고 어떻게 운영해야 할지 차근차근 알아볼까?
우리 아이들에게 정치란 너무 먼 이야기일 뿐이다. 학교에 갔다가 학원에 가고 시험공부만 하기도 바쁜데 정치까지 공부하기에는 시간이 없다. 부모님이 알아서 하겠지, 어른들이 알아서 하겠지 싶은 생각뿐이다. 어차피 투표권도 없는데 정치를 공부해서 뭐 하나 싶다. 과연 그럴까? 정치는 우리 아이들에게도 떼려야 뗄 수 없는 삶의 길잡이자 삶의 방향을 제시한다. 학교에서 무엇을 배울지, 시험은 어떻게 치러야 하는지, 미래를 어떻게 계획할지, 학교로 가는 길에 무엇을 만날지 등 모든 것이 정치와 연결되어 있다. 그리고 우리 아이들 또한 몇 년만 지나면 정치에 대한 권리와 의무를 가진다. 차근차근 배우고 차곡차곡 공부해야만 정치와 삶을 분리하지 않고 올바른 가치관을 쌓을 수 있다. 세계 시민으로 살아갈 우리 아이들에게 정치 수업이 꼭 필요한 이유다.
이 책은 개성 있는 일러스트와 친근한 설명으로 쉽고 재밌게 정치를 알려준다. 1장에서는 민주주의, 군주제, 독재 등을 알아보고 전 세계에는 어떤 정치 체계가 있는지, 어떤 특징이 있는지, 우리가 추구해야 할 정치 체계는 무엇인지 고민한다. 2장에서는 정부를 제대로 운영하려면 정부 부처를 어떻게 구성하고 누구와 함께 일해야 하는지를 알아보고 전 세계에는 어떤 국가 연합이 있는지를 찾아본다. 3장에서는 보수주의, 자본주의, 페미니즘 등 우리가 지켜야 하는 가치는 무엇인지 공부한다. 4장에서는 공정성이란 무엇인지, 과정의 공정과 결과의 공정 중 무엇이 더 중요한지를 비교해 본다. 5장에서는 전 지구적 문제이며 모든 국가가 힘을 합쳐야 하는 기후 변화, 인공 지능, 세계 빈곤에 대응하는 방법을 고민해 본다. 6장에서는 국가의 지도자도 아니고, 한 나라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지도 않지만 한 명의 시민이자 국민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을 알아본다. 읽으면 읽을수록 더 궁금하고 배우면 배울수록 더 재미있는 정치 이야기를 따라가 보자.
구매가격 : 11,800 원
광릉숲에서 찾는 미래
도서정보 : 김한정 | 2023-11-01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기후위기 시대, 인간에게 주어진 절대절명의 과제
도시와 자연이 함께하는 공존의 길을 찾아서
코로나19로 온 세계가 몸살을 앓았고 우리 한국도 예외가 아니었다. 코로나 팬데믹은 우리에게 많은 가르침을 주었다. 그중 하나가 자연을 함부로 대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모두 안전해질 때까지 나 혼자만 결코 안전할 수 없다는 점일 것이다. 빈번해지고 극심해지고 있는 기후재난은 지구시민의 각성과 행동을 촉구하고 있다.
이 책은 자동차만 다니던 광릉 숲길에 사람이 다니는 길을 열고 숲 지킴이 ‘광릉숲친구들’을 모아 숲길을 가꾸고 지키는 일을 해온 김한정 의원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자각하며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길을 모색하던 그는 광릉숲에서 깨달음을 얻었고 기후위기 시대의 새로운 정치를 펼쳐 나가고자 한다.
김한정 의원은 숲에 길을 내는 일은 단순히 숲 산책로를 내는 일만이 아니었음을 깨달았다. 그것은 사람 사이에 길을 내고 사람을 잇는 일이었으며 외면하고 있었던 자연과 화해하는 과정이었다. 그런 깨달음을 통해 김한정 의원은 이 땅에서 살아갈 우리 자손들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기후위기 시대에 왜 정치를 하고, 정치는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깊이 고민하게 되었다.
김한정 의원은 이제 광릉숲친구들과 새로운 정치를 시작하고자 한다. 이 책에는 그 각오도 담았다. 그는 이제 그동안 당연하게 생각해왔던 것, 불편하면서도 참아왔던 것들과 헤어질 결심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는 미래를 위한 가장 현명한 투자이며 우리 삶을 더욱더 행복하게 만드는 지름길이라는 것이다.
이 책의 마지막 부분에 저자는 생태학자 최재천 교수와 기후위기 시대 인류의 각성과 더불어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길에 대해 심층적인 대담을 나눈다. 최재천 교수는 광릉 숲이 섬이 되지 않도록 생태적 연결과 학장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한다면, 우리는 도시와 자연이 함께하는 공존의 길을 찾아낼 수 있을 거라고 말한다. 그것이 인류에게 주어진 절대절명의 과제임을 강조하면서, 자연과 공존하지 않으면 인류의 미래는 없음을 경고한다.
우리는 광릉숲에서 배운 교훈을 모범 사례로 삼아 탄소중립전환과 기후위기 극복으로 가는 방안을 실행할 수 있을 것이다. 광릉숲길에서 만난, 각성된 시민들이 우리 미래를 더욱더 평화롭고 풍요롭게 만들 것이다. 숲 사랑 속에서 형성된 연대, 배려의 정신이 광릉숲을 지키고, 그 정신과 실천이 확장되면 우리의 자연을 지켜나갈 수 있을 것이다.
김한정 의원은 광릉숲길을 함께 연 남양주 시민들이 자랑스럽다고 말한다. 광릉숲을 지키고 가꾸는 데 열성적으로 봉사하고 있는 광릉숲친구들에게 무한한 존경과 감사를 보낸다. 결국 세상은 깨어있는 시민이 바꾼다.
구매가격 : 14,400 원
에도 예술론
도서정보 : 나가이 카후(永井荷風) | 2024-02-05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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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본: 『江戸藝術論』(巖波文庫)
우키요에(浮世繪)(풍속화)는 나에게 진정한 몽환의 세계로 유람하게 한다. 풍속화는 외국인들이 칭송하는 것처럼 단지 미술적 가치에만 그치지 않고, 나에게는 실로 종교와 같은 정신적 위안을 주었다. 우키요에는 목판화의 종이 질과 안료의 조합이 만들어 내는 독특한 색조와 극히 작은 규모로 인해 매우 특징적인 미술 작품이다. 우키요에는 서민의 일상을 사실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탄생했다. 그러나 그 표현 방식은 종종 사실에서 벗어나 특수한 문양이나 풍경을 그리는 경우가 많다. 마찬가지로 에도 시대의 연극도 일반인의 정서를 사실적으로 표현하는 예술이지만, 종종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는 기괴한 외형을 가지고 있다. 우키요에는 아름답고 경쾌한 예술이며, 조금은 연약한 예술이기도 하다.<본문 중에서>
구매가격 : 8,000 원
흠결 없는 파편들의 사회
도서정보 : 김현미 | 2024-01-10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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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스트 문화인류학자가 조감한
동시대 일하는 여성들의 감정과 생태
세대를 불문하고, 현대 한국 여성들은 구조적 곤경에 처해 있다. 갈수록 미래가 불투명해지는 세계에서 우리 각자는 어떤 심리와 욕구를 오가며 일하고 있을까? 여성들은 언제 침묵하고, 언제 이야기할까? 젊은 여성들은 왜 보수화되었을까? 젊은 남성들은 왜 여성들을 증오하기 시작했을까? 여성들은 직장의 선후배를 보며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평등을 바라지만 일할수록 혼자만의 분투 속에 파편이 되는 여성들에게 페미니즘은 자원이 될 수 있을까?
저자는 오랫동안 다양한 세대 여성과 남성의 일 경험을 듣고 동시대 일터가 나아질 수 있는지 질문했다. 그리고 각 세대 여성들이 각자의 싸움을 떠안고 파편화되는 대신 어떤 변화를 만들 수 있을지 골몰했다. 이 책은 페미니스트 문화인류학자가 여성과 일터에 관해 오랜 시간 묻고 탐구해 그려낸 동시대의 지도다. 이 지도는 현대의 일터에서 여성들이 처한 구조적 조건과 감정 상태, 서로의 위치를 알려준다. 각자의 일터에서 겪는 위태로움이 우리를 침묵시킬 때, 이 지도를 함께 펼쳐본다면 침묵은 깨지고 수많은 이야기가 시작될 것이다. 지도는 현재와 다른 미래를 가리키고 있다
구매가격 : 15,300 원
벙어리 삼룡이
도서정보 : 나도향 | 2024-03-04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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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신문학사상 가장 우수한 작품 중에 대표적으로 꼽히는 소설!!
『벙어리 삼룡이』는 『물레방아』와 마찬가지로 주인공이 지주에 대한 저항을 통해 해방감을 느끼는 데에 머물지 않고 죽음을 통한 자기구현으로 빠져들고 있다는 점에서 신경향파 소설과는 차이를 지니고 있다. ‘불’이라는 상징적 매개물 속에는 약한 자의 분노와 울분에 못지않게 진실한 사랑에 대한 본능적인 열정이 녹아 있는 것이다. 이처럼 신분적·육체적 제약을 넘어서는 인간의 진실한 애정을 통해 당대 사회 현실을 그려내고 있다는 점에서 낭만적인 것과 사실적인 것이 잘 조화를 이루고 있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나도향의 소설세계
백조에 발표되었던 초기작 『젊은이의 시절』, 『별을 안거든 우지나 말걸』 등은 대체로 환상적, 감상적, 낭만적인 경향을 보인다. 이 계열에서는 우발적인 충동이 강하게 드러나며 환상적인 처리가 돋보인다. 이 시기의 작품들은 신변잡기적 성격이 지나쳐서 수식의 과잉, 감정 편향성 등이 약점으로 지적되기도 한다. 그러나, 「『여이발사』」이후에 사실적인 경향으로 변하여 사소한 사건이라도 냉철하게 관찰하여 객관적으로 조명함으로써 사실주의 소설의 전형인 『뽕』, 『물레방아』, 『벙어리 삼룡이』」같은 수작을 남겼다. 이 경향의 작품들은 『행랑자식』 『하녀』 『머슴』 『창녀』 『벙어리』 등과 같이 사회적 하층민을 작품의 주인공으로 등장시키고 있다. 현실의 어두운 면에 대한 작가의 관심이 주인공의 삶을 통하여 독자에게 전달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가난으로 인한 성의 매매에 대한 주목은 성(性)을 타락시키는 사회에 대한 비판적 의식과 함께 인간 내면에 잠재한 본능적인 애욕을 아울러 보여주는 것이다.
구매가격 : 9,800 원
발가락이 닮았다
도서정보 : 김동인 | 2024-03-04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자연주의적 수법을 사용하면서도 그 본질은 휴머니즘에 바탕을 둔 소설!!
매우 불안정한 회사의 가난한 월급쟁이인 M은 서른 두 살이 되도록 혼인을 하지 않은 노총각이다. M은 학생시절부터 대단히 방탕한 생활을 거듭한다. 성욕을 이기지 못해 유곽으로 달려가곤 하다가 결국은 성병으로 인해 생식능력을 잃고 만다.
그러한 M은 어느 날 의사인 나를 찾아와 자신의 생식능력 여부를 묻고 가고, 그 며칠 후 M이 친구들 몰래 혼인을 하였다는 소리가 들려온다. M이 결혼한 지 2년이 거의 다 된 어느 날 저녁 M을 만난 나는 침통해하는 그에게서 생식능력 여부를 검사하겠다는 말을 듣는다. 며칠이 지난 뒤 나는 M의 아내가 임신을 하였다는 소문을 듣고 매우 놀라며, 며칠 전의 M의 태도를 이해한다.
M은 검사를 하겠다고 두 번이나 나의 병원에 찾아왔으나 그냥 돌아가고 만다. 이에 나는 아마도 M이 아내의 부정에 대한 의혹이 사실화되고 자신의 지난날의 과오가 드러날까 두려운 마음에 검사를 기피한 것이라 생각한다. M의 아내가 드디어 아들을 낳고 그 아이가 반년쯤 자랐을 때 M이 기관지가 좀 좋지 않은 아이를 안고 나를 찾아온다.
<김연실전> 관리의 소실인 퇴기(退妓)의 몸에서 태어난 연실은 어릴 때부터 남녀관계가 문란한 환경에서 자란다. 소녀시절에 그녀는 일본어 개인교사에게 정조를 빼앗기지만, 남자와 여자는 으레 그렇게 하는 것이려니 정도로밖에 생각하지 않는다. 동경으로 유학의 길을 떠나는 연실은 여성계의 선구자가 될 것을 결심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봉건의 굴레에서 벗어나 몸소 자유연애를 실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남녀의 애정을 육체관계로만 알고 있는 연실은 많은 남성들과 접촉하여 닥치는 대로 몸을 내맡긴다. 여류문학가가 되어 우매한 조선 여성들을 깨우치리라 결심하는 연실은 문학이란 곧 남녀의 연애를 아기자기하게 그린 것이 소설이요, 연애를 찬미하여 짧게 쓴 것이 시라고 생각하고, 무절제한 육체관계를 가진다. 그녀는 귀국 후 한때 사교계의 여왕으로 군림하였으나, 곧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받고 남성들로부터도 경원당한다. 몰락한 연실은 어느 날 셋방을 구하려고 복덕방을 찾아갔다가, 이제는 복덕방 영감이 된 소녀시절의 일본어 개인교사를 다시 만난다. 홀아비와 노처녀의 새로운 인연이 맺어진다. 당시 일본유학생들의 생활의 단면과 허영에 놀아나는 일부 여자 유학생들의 방탕한 일면을 파헤친 작품이다.
구매가격 : 9,400 원
까마귀
도서정보 : 이태준 | 2024-02-15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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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에서 소외된 인물들의 삶을 연민어린 시선으로 그려낸 소설!!
1930년대 한국사회의 지식인층에 만연되었던 일종의 ‘사(死)의 찬미’류에 해당되는 작품이다. 까마귀 소리가 들리는 겨울 별장을 배경으로 비인기작가인 젊은 남자와 폐병환자인 젊은 여자와의 짧은 만남을 그리면서 인간의 근원적 고독과 죽음의 문제를 다루었다. 음습한 별장, 반복되는 까마귀의 울음소리, 여인의 죽음으로 이어지는 어둡고 음울한 분위기의 묘사를 통해 모든 것을 아름답게만 바라보는 작가의 유미주의적 시각이 두드러진 작품이다.
이태준의 다른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현실에서 소외된 인물들의 삶을 연민어린 시선으로 그려낸 작품으로 고색창연한 별장의 시각적 묘사와 까마귀 울음소리라는 청각적 묘사를 통해 작품의 분위기를 이끌어나가는 감각적 묘사가 돋보인다. 특히 까마귀의 울음소리는 젊은 여인의 죽음을 암시하는 복선구실을 할 뿐만 아니라 작품의 전체적인 정조를 우울하고 음습하게 하는 장치로서, 소설의 주제 표출에 크게 기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복덕방》 1930년대 서울 변두리의 한 복덕방에서 소일하다 몰락하는 노인들의 모습을 그린 소설이다. 복덕방 주인인 서 참의, 서 참의의 친구인 박희완 영감, 사업실패로 몰락해 서 참의의 복덕방에서 신세를 지고 있는 안 초시 등 3명의 노인이 주인공이다. 안 초시는 재기를 꿈꾸는데, 어느날 박 영감이 안 초시에게 부동산 투자에 관한 정보를 일러준다. 안 초시는 딸과 상의하여 투자를 결심하지만 시간이 흘러도 이 땅에 대한 긍정적인 소식은 하나도 들려오지 않는다.
《돌다리》 정거장에서 샘말 십리길을 내려 오노라면 샘말 동네보다는 그 건너편 산 기슭에 노인 공동묘지가 눈에 먼저 띈다. 샘말 동네를 가는 창섭은 의사의 오진으로 맹장이 터져 죽은 오누이 창옥의 무덤이 있는 공동묘지를 바라보며 묵례를 보낸다.
누이의 죽음에 충격받은 창섭은 농사를 짓는 아버지의 뒤를 잇지 않고 의사가 되기로 결심한다. 그는 아버지가 권하는 고농을 마다하고 의전으로 들어갔고, 오늘에 이르러서는 맹장수술로 권위를 떨치고 있다.
의사가 돼 서울에서 어느정도 성공한 삶을 누리고 있는 창섭이 이번에 병원을 늘려보기 위해 도움을 청하러 아버지를 찾아가는 길이다.
구매가격 : 9,800 원
소년의 비애
도서정보 : 이광수 | 2024-03-04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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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의 천국은 영원히 지나갔네그려.”
18세의 감정적이고 다혈질인 문학청년 문호(文浩)는 사촌 누이동생인 16세의 문학소녀 난수(蘭秀)에게 애정을 느낀다. 그런데 난수는 부모의 뜻에 따라 15세 되는 양가의 자제와 약혼을 한다. 문호는 이 소식을 듣고 백방으로 말렸으나 아버지와 작은아버지가 듣지 않자, 돈을 구하여 난수에게 서울로 함께 도주할 것을 권하였으나 난수는 응하지 않았다.
이로부터 2년 뒤, 동경 유학에서 돌아온 문호는 난수가 맞아주지 않아 3년 전에 느꼈던 즐거움이 사라졌음을 새삼 아쉬워 한다. 이미 혼인하여 어린아이의 아버지가 된 문호는 사촌 문해(文海)와 자기의 턱에 난 수염을 보며 “흥, 우리도 벌써 아버질세그려. 소년의 천국은 영원히 지나갔네그려.” 하고 웃으면서 눈에는 눈물이 괸다. 대단원에서는 아름답고 애달픈 추억 때문에 소년시절을 못내 아쉬워하는 무상감이 깃들여 있다.
<무명(無明)> 이 소설의 배경은 미결수들의 병감이다. 인장 위조죄로 투옥된 폐병 3기 환자 「윤」과 방화 혐의로 수감된 노인 「민」, 사기 혐의의 「정」과 공갈취재 혐의의 지식인 「강」 등이 주요 등장 인물이다. 이광수는 소설의 일인칭 화자로 등장하여 병감 내부의 비참한 생활과 수감자들 사이의 사소한 갈등을 별다른 장치 없이 진솔하게 묘사하고 있다. 수감자들은 대부분이 옥고와 병고라는 이중의 괴로움에 시달리고 있으며, 그 와중에서도 음식과 자리를 가지고 갈등을 일으킨다. 회복하기 어려운 병에 걸려 있으면서도 사소한 이익에 다툼을 벌이는 인물들을 향해 작가는 연민의 시선을 던진다. 이러한 시선의 근저에는 인생이 결국 괴로움의 바다이자 불붙은 집이라는 불교적 인식과, 정신의 평화는 종교적 신념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는 사고가 깔려 있다.
구매가격 : 9,400 원
운수 좋은 날
도서정보 : 현진건 | 2024-03-04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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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0년대 사회의식과 반어적 단편 양식이 가장 적절히 결합된 사실주의적 소설!!
이 소설의 배경을 이루는 ‘비’는 작품 전체의 분위기를 음울한 색조로 채색한다. 하지만, 이러한 분위기와는 달리 비가 오면 인력거를 탈 수밖에 없기 때문에 가난한 인력거꾼은 오랜 만에 큰 행운을 얻게 된다. 이렇듯 주인공의 행운과 작품의 우울한 분위기 사이에서 소설적인 긴장이 형성된다. 이러한 긴장은 배고픔과 병마에 시달리고 있는 아내로 인해 더욱 고조된다. 이러한 긴장은 ‘집’이라는 공간적 상징을 통해서 효과적으로 드러난다. 김첨지는 집이 가까워지면 아내에 대한 생각에 다리에 힘이 빠지다가도 집에서 멀어지면 아내에 대한 생각에서 벗어나 신나게 인력거를 끄는 것이다. 김첨지가 일을 끝마친 후 집으로 곧장 돌아가지 않는 것도 이러한 심리적 갈등과 무관하지 않다. 그에게 집은 돌아가야 하지만, 돌아가고 싶지 않은 그런 현실을 떠올리게 만드는 공간인 것이다.
그런데, 김첨지의 불길한 예감처럼 집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싸늘한 아내의 주검이었다. 인력거꾼 김첨지가 만났던 운수 좋은 날이 바로 아내가 굶주림 속에서 외롭게 죽어가는 날이었던 것이다.
《빈처》 가난한 무명작가와 양순하고 어진 아내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지식에 목말라 중국·일본을 방랑하다 돌아와 보니 아내의 이마에는 어느덧 주름이 잡혀 있었다. 이제는 더 바랄 것도 없는 막다른 지경에서 아내는 차차 가난을 원망하는 눈치였고, 그런 눈치를 챈 나는 역정을 내었다. 그러나 문득 아내가 가엾게 여겨져 나도 어서 출세하여 호강을 시켜 주고 싶다고 했다. 순간 꼭 그렇게 될 것이라고 반색하면서 나를 위로하는 아내의 모습에서 눈시울을 적신다.
《술 권하는 사회》 일제의 탄압하에서 많은 애국적 지성들이 어쩔 수 없이 절망하고 술을 벗삼게 되어 주정꾼으로 전락하는데, 그 책임은 바로 ‘술 권하는 사회’에 있다고 자백한다.
새벽 2시에 대취하여 돌아온 남편에게 아내는 누가 이렇게 술을 권했느냐고 안타까워한다. 남편은 조선 사회가 술을 권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아내는 그의 말뜻을 알아듣지 못하고 남편은 “아아 답답해!” 하며 또다시 밖으로 나간다. 아내는 멀어지는 발자국 소리를 원망하며 “그 몹쓸 사회가 왜 술을 권하는고!” 하고 말한다.
구매가격 : 9,800 원
우덕송
도서정보 : 이광수 | 2024-03-04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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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위해 일생을 봉사하다가 죽은 후까지도 살과 뼈와 가죽을 사람에게 내어 주는 소를 통해 인간이 계발하고 수행해야 할 몇 가지 미덕을 제시하는 이광수의 수필이다. 을축년을 맞이해 소의 덕성을 찬양한 내용으로 예찬적이며 교육적인 성격의 글이다. 이 작품의 특징은 시종일관 비교를 위한 사항들을 나열하고 있다는 점이다. 소의 행동들에 각기 의미를 부여하고, 작가의 풍부한 상상력을 통해 거기서 발견할 수 있는 덕성을 여러 유형의 인물에 비유하고 있다.
이 작품은 소의 덕성(德性)을 다른 동물들과 비교해서 설명해 놓은 글이다. 머리말과 맺음말을 제외하면 본문의 내용은 두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우선 우리 민족의 전통에 담겨 있는 소에 대한 인연을 밝히고 있고, 그 다음으로 그 소가 지닌 덕성을 이야기하고 있다. 작가는 소의 행동들에 제각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소의 믿음직스러움을 성인이나 영웅, 애국자, 종교가 등의 위대한 인물에 비유함으로써 소는 어질고 인자한 품성을 지닌 동물로 받아들여진다.
구매가격 : 9,400 원
화수분
도서정보 : 전영택 주요섭 박화성 한설야 이인직 이해조 | 2024-03-04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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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하고 무식하지만 스스로 희생하면서 어린 생명을 구하는 한 선량한 부부의 삶을 그린 소설!!
남의 집 행랑살이를 하는 주인공 화수분은 30세 전후로 양평에서 농업에 종사하다가 서울에 올라왔다. 그의 생활은 날품팔이를 하는 가난의 연속이다. 그러다가 발을 다친 고향의 형으로부터 추수를 도와달라는 부탁을 받고 시골로 내려간다. 남편을 기다리던 아내는 굶주리다 지쳐 추운 겨울인데도 어린 자식을 업고 남편을 찾아 나선다. 화수분은 서울로 올라오다가 길가에 주저앉아 있는 가족을 발견한다. 거의 동사(凍死)에 이른 아내를 보고 어쩔 수 없이 아내와 함께 길에서 밤을 새운다. 그들 부부는 어린 자식을 품에 안은 채 꼭 껴안고 밤을 지낸다. 그리고 부부는 죽고 어린 자식은 부모의 체온으로 살아남는다. 가난하고 무식하지만 스스로 희생하면서 어린 생명을 구하는 한 선량한 부부의 삶을 그린 소설이다.
이 작품은 생명의 소중함을 그리고 있다. ‘이튿날 아침에 나무장사가 지나가다 그 고개에 젊은 남녀의 껴안은 시체와 그 가운데 아직 막 자다 깬 어린애가 등에 따뜻한 햇볕을 받고 앉아서 시체를 툭툭 치고 있는 것을 발견하여 어린 것만 소에 싣고 갔다.’ 이 작품의 인용문에서처럼 사물을 객관적으로 관찰하고 그것을 그대로 묘사하고 서술하려는 사실주의적 창작 태도를 보여주고 있다.
<사랑손님과 어머니> 딸을 가진 젊은 과부와 사랑에 하숙하게 된 교사 사이에 발생하는 미묘한 애정의 세계이다. 두 사람은 상대방에 대하여 깊은 연정을 갖게 되지만, 사회의 윤리적 규범으로 말미암아 헤어지고 만다.
사랑손님과 어머니가 보여주는 사랑은 꽃, 풍금, 달걀 등을 통하여 구체화된다. 꽃은 옥희 어머니를 향한 사랑손님의 연정을 상징하며, 구슬픈 곡조로 연주되던 풍금소리는 사별한 남편에 대한 그리움과 새롭게 시작되는 연애 감정 사이에서 갈등하는 한 여인의 내면풍경과 일치한다. 그리고 달걀은 사랑손님에 대한 옥희 어머니의 사랑의 감정을 표현한다. 그래서 사랑손님이 떠났을 때 어머니는 찬송가 책갈피에 넣어 두었던 마른 꽃잎을 버리고, 풍금 뚜껑을 닫아 쇠를 채우고, 달걀을 먹을 사람이 없다고 달걀 장수를 돌려보내야만 했던 것이다. 작가는 이처럼 어머니와 사랑손님 사이에 생겨나는 사랑의 감정을 ‘객관적 상관물’을 통해 간접화시킨다. 두 사람은 작품 속에서 직접적인 만남이 없이 매개물을 통해 감정을 주고받음으로써 정신적인 사랑으로 승화시킨다.
구매가격 : 9,800 원
백치 아다다
도서정보 : 계용묵 | 2024-03-04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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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구의 육체적 조건과 돈의 횡포로 인해 비극적 생을 마쳐야 했던 수난의 여성상을 형상화한 소설!!
백치이자 벙어리인 ‘아다다’란 인물을 통해 인간의 애욕과 물욕을 형상화한 소설이다. 벙어리이며 백치인 아다다는 가난뱅이 노총각에게 시집을 갔다. 시집갈 때 논 한 섬지기를 가지고 간 아다다는 처음 5년간은 다시 없이 행복했다. 아다다 덕분에 살게 된 남편은 투기에 손을 대어 큰돈을 벌게 되고 그러자 새 색시를 얻어 아다다를 내쫓는다. 친정에서마저 쫓겨난 아다다는 수롱이를 찾아간다.
수롱이는 부모 형제도 없이 사는 30이 넘은 노총각으로 아다다를 끔찍이 사랑해 주었다. 아다다는 수롱과 함께 마을을 떠나 신미도라는 섬에 정착한다. 어느날 수롱이는 모아 두었던 돈 1천 500냥을 보이며 전답을 사자고 한다. 아다다는 갑자기 슬퍼지는 것이다. 돈 때문에 남편에게서 쫓겨난 아다다는 돈 한푼 없는 줄 알았던 수롱이에게 돈이 있다니 몸서리가 쳐질 수밖에 없었다. 수롱이가 전답을 사서 장차 돈을 벌면 전 남편처럼 자기를 내쫓을 것이 뻔했다. 아다다는 잠을 이루지 못하다가 그 돈을 몰래 가지고 나와 바다에 뿌린다. 뒤쫓아 온 수롱이는 떠내려가는 돈을 건질 길이 없게 되자 말없이 벌벌 떨고 있는 아다다를 사정없이 발길로 찼다. 아다다는 바닷물 속에 잠겼다.
《마부》 생계가 어려워진 응팔은 거지처럼 이리저리 밀려돌다가 이 진초시네 머슴을 살게 되기까지의 쓰라린 경험이 이미 있었건만 오직 자기를 해친 그 사람만이 대하지 못할 사람이라 욕을 해넘길 뿐, 그 사람의 마음에 비추어 다른 사람까지도 의심할 생각은 조금도 않았다. 이렇게도 이상히 사람을 믿는 그라, 주머니에도 못 넣고 손에 쥐고 다녀야 안심할 수 있는 그런 돈이었건만 마치 지난날 아내를 의심없이 믿고 돈을 맡기듯, 주인 진 초시에게도 돈을 벌어다가는 이렇게 맡기기를 잊지 않았다.
《장벽(障壁)》 음전이네는 아버지가 없다. 아무도 만나려 하지도 않고 친하려 들지도 않는 백정이었던 그 아버지가 죽은 뒤, 어머니는 백정의 설움을 면하기 위해 아이들을 데리고 딴 마을로 이사를 한다. 모진 가난 속에서도 백정의 때를 벗었다는 생각으로 기뻐하며 산다. 열 다섯 된 음전이와 두 살 위의 오라비는 열심히 가마니를 짠다. 모레가 설날, 음전이는 빨간 댕기와 예쁜 고무신을, 오라비는 조끼와 양말을 생각했다. 음전이는 새옷을 입고 오빠가 사다 준 박가분을 바르고 마을로 나갔다. 세배갈 데가 없었다. 그래서 널마당에 갔으나 아무도 같이 뛰어 주는 아이가 없었다.
구매가격 : 9,800 원
낙엽을 태우면서
도서정보 : 이효석 | 2024-03-04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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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주의를 경계하고 일상의 현실을 충실히 살아갈 것을 다짐하는 내용을 담은 이효석의 수필!!
‘가을이 깊어지면 나는 거의 매일 같이 뜰의 낙엽을 긁어모으지 않으면 안 된다. 날마다 하는 일이건만, 낙엽은 어느덧 날아 떨어져서 또 다시 쌓이는 것이다.’
‘낙엽타는 냄새같이 좋은 것이 있을까? 갓 볶아낸 커피의 냄새가 난다. 잘 익은 개암 냄새가 난다. 갈퀴를 손에 들고는 어느 때까지든지 연기 속에 우뚝 서서 타서 흩어지는 낙엽의 산더미를 바라보며 향기로운 냄새를 맡고 있노라면 별안간 맹렬한 생활의 의욕을 느끼게 된다.’
낙엽을 쓸거나 목욕물을 데우는 일 등은 일상에서 꼭 해야 할 것이지만, 우리는 그것을 무가치하고 번거로운 일로 여기기 쉽다. 또한 여름의 무성함을 뒤로 하고 바싹 말라 떨어지는 낙엽을 보고 있노라면, 자연의 무상함에 대한 감상에 젖고 화려한 지난날에 대한 추억에 빠지는 것이 일반 경향이다.
이효석은 그 같은 감상성과 무기력을 경계하고, 오히려 그처럼 일상적이고 사소한 일에서 생활인으로서의 현실감각과 삶의 보람을 찾을 것을 스스로 다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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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과 제1장
도서정보 : 이무영 | 2024-03-04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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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 생활에 적응해 나가는 과정을 섬세하게 묘사한 목가적인 농민 소설!!
“사람이란 흙내를 맡아야 하느니라.”
수택의 귀향은 관념적인 이념에 들뜬 계몽운동가의 면모도, 도시생활에 염증을 느낀 패배자의 모습도 가지고 있지 않다. 서울에서 그는 신문사라는 좋은 직장에 다니고 있고, 소설가로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과감하게 서울을 버리고 농촌으로 찾아든 것은, 보다 원초적이고 진정한 삶을 회복하려는 결단에 따른 것이다.
도시의 근대적 생활과 그 속에서의 익명적 삶에 익숙해져 있던 수택이 힘든 노동의 보람과 인간에 대한 공동체적 사랑으로 구축된 농촌적 세계관에 발을 들여놓기까지의 내적·외적 갈등과 진지한 자기 반성의 과정으로 짜여져 있다. 그는 토속음식에 적응하지 못해 설사를 일으키는 아내와, ‘흙냄새’와 ‘된장내’에 더 높은 가치를 두는 아버지 사이에서 의식적으로 풀과 흙에 사랑을 쏟아붓는다.
《흙의 노예》 김 영감은 지금은 남의 땅이 된 지난날의 자기 땅을 찾아가 물끄러미 바라보는가 하면, 휴지가 되어버린 땅문서를 뒤적이기도 한다. 수택이 자신의 원고료와 퇴직금 그리고 일부 세간을 판 돈을 합해서 그 땅을 도로 사겠다고 하니 김 영감은 뛸 듯이 기뻐한다. 하지만 이미 병든 몸이다. 자신의 약값 때문에 땅값이 축날 것을 염려한 김 영감은 “찾어―땅―” 한마디를 남기고 양잿물을 마시고 자결한다. 김 영감에게 있어서 땅은 그의 전부였고, 그는 철저한 흙의 노예였다.
《청개구리》 사십이 다 되도록 남의 집 머슴살이를 하던 최 첨지는 생과부와 결혼을 하여 살림을 난다. 송곳 꽂을 땅도 없는 형편이라 동리 사람들이 서둘러 천수답 서 마지기에 따비밭 한 뙈기를 마련해 주어 농사를 시작했다. 그러나..... 빗속에 서서 며칠씩이나 방죽을 지켜보던 최 첨지는 쓰러지고 만다. 흐려져 가는 의식의 한 가닥을 붙들고 안간힘을 쓰던 최 첨지는 다시 일어섰다. 물난리 속에서 다시 살아난 것이다. 방죽도 터지지 않았고 사람도 살아난 것이다. 최 첨지의 끈질긴 투쟁이 결국 자연의 거대한 힘을 이겨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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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밤
도서정보 : 이태준 | 2024-02-15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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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해가는 세태 속에서도 아름답게 남아 있는 인정미의 소중함을 따뜻하게 부각시킨 소설!!
1930년대의 서울 성북동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풍속소설이다. 못난이라 불리는 황수건이란 인물과 화자인 ‘나’와의 사이에서 벌어지는 몇 가지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변해가는 세태 속에서도 아름답게 남아 있는 인정미의 소중함을 따뜻하게 부각시킨 작품이다. 작가는 우둔하지만 순박한 품성을 지닌 황수건이 세상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해 실패를 거듭하는 인생담을 이야기하면서 인간적인 정이 사라져가는 각박한 세태를 넌지시 꼬집고 있다.
《방물장사 늙은이》 도시를 배경으로, ‘돈’과 ‘허영’을 중심으로 한 인간의 물질적 욕망을 적나라하게 서술한 작품이다. 박물장수 노파는 자신의 물욕을 위해 남을 속이고 이용하며, 그를 둘러싼 주변 인물들 모두 자신의 욕망을 채우는 데 여념이 없다. 그러나 작품 말미에 이르면 노파는 자신의 잘못을 깨닫는다. 작중인물의 이러한 심리 변화를 통해 물질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삶의 진정한 가치란 무엇인가 하는 물음에 이르고 있다.
《애욕의 금렵구》 심완호는 잡지사 현대공론의 필자이다. 그는 여기자 채남순을 좋아하는데, 잡지사 사장 박승권이 그녀에게 관심을 보이자 마음이 불편하다. 완호에게 친구 방협이 찾아와 남순의 본명이 포리나이며, 기독교인이고 자신과 알던 사이임을 알려 준다. 한편 남순은 승권에게 추행당할 위기를 모면한다. 그녀가 잡지사를 그만두자, 승권은 이것이 완호 때문이라 생각해 그를 해고한다. 어느 날 남순이 완호를 찾아오자, 완호는 방협에게 들은 남순의 과거사에 대해 물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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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 수필
도서정보 : 이상 | 2024-03-04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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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생활에 익숙한 모더니스트 이상에게 시골 농촌의 자연과 그 속에서의 삶은 아무런 흥분거리를 제공하지 않는 정적이고 권태로운 것일 따름이다. 하루 동안 작은 마을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면서 마주친 모든 사물과 생명들—푸른 산과 들, 사람, 소와 개 같은 짐승, 놀이하는 아이들—에서 아무런 역동성이나 열정을 발견하지 못하고 지루함만을 느낀 필자의 조바심과, 변함없을 내일에 대한 두려움이 생생하게 담겨 있다.
……차라리 어두워 버리기나 했으면 좋겠는데……
벽촌의 여름날은 지루해서 죽겠을 만큼 길다.
<권태(倦怠)> 도시 생활에 익숙한 모더니스트 이상에게 시골 농촌의 자연과 그 속에서의 삶은 아무런 흥분거리를 제공하지 않는 정적이고 권태로운 것일 따름이다. 하루 동안 작은 마을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면서 마주친 모든 사물과 생명들—푸른 산과 들, 사람, 소와 개 같은 짐승, 놀이하는 아이들—에서 아무런 역동성이나 열정을 발견하지 못하고 지루함만을 느낀 필자의 조바심과, 변함없을 내일에 대한 두려움이 생생하게 담겨 있다.
<산촌여정(山村餘情)> 이상이 요양차 친구의 고향인 평안북도 성천에 갔던 경험을 바탕으로 쓴 것으로, 궁벽한 산촌의 하루를 경쾌한 어조로 세밀하게 그려냈다. 작가는 ‘MJB의 미각’, ‘하도롱빛 소식’, ‘파라마운트회사 상표’ 등 도회적 감수성으로 성천의 자연과 그곳 사람들을 재해석하고 있다. 또 시각, 청각, 후각 등 다양한 감각을 동원하여 묘사하였다. 이상은 느리게 전개되는 성천의 시간과 평온한 풍경 속에서 자신의 죽음에 대한 불안과 가난한 가족에 대한 근심을 유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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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염
도서정보 : 최서해 | 2024-03-04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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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를 잃어버린 식민지인으로서의 부당한 차별이라는 민족문제를 그려낸 소설!!
중국인이 지배하는 만주에서 고통 받고 있는 문 서방의 모습 속에는 지주와 소작인이라는 계급문제 뿐만 아니라 중국인과 한국인이라는 민족문제까지 함축하고 있다. 자신의 모국에서 쫓겨나 낯선 땅에서 떠돌아다니는 상황은 제국주의 일본에게 강제로 나라를 빼앗긴 채 이국땅으로 이민을 떠나야만 했던 한민족의 운명이 아로새겨져 있다. 그리고 빚 대신에 딸을 빼앗겨야만 하는 부당하고 야만적인 상황 아래에서도 누구의 도움도 받을 수 없었던 상황은 자신들을 지켜 줄 민족국가를 잃어버린 까닭에 세상 모든 곳에서 낯선 타자로 살아가야만 하는 식민지 출신의 슬픔이 배어 있다.
《기아와 살육》 이 소설의 주인공은 중학과정을 마친 정수라는 청년이다. 그는 일자리를 얻지 못해 어머니와 아내, 딸을 데리고 북만주로 간다. 그러나 거기서도 추위와 가난 속에 아내는 산후풍으로 약 한첩 못 쓰고 누워 있고, 어린 딸은 아랫도리조차 제대로 가리지 못한 채 굶주려 있고, 노모는 집주인의 집세 독촉을 알리다가 아내가 경련을 일으킨다. 정수는 한의원에게 달려가 아내의 구원을 호소하나, 한의원은 치료비를 못 갚으면 머슴을 살겠다는 각서를 받은 뒤에야 왕진에 응한다.
《탈출기》 자전적 요소가 강한 소설로 체험 문학의 걸작으로 꼽히는 작품이다. 동양적 윤리관으로 볼 때 절대적인 것으로 치부되는 가족에 대한 애정과 인간적 의리라는 덕목을 저버리고 집을 나온 주인공 ‘박군’이, 독립단이 될 수밖에 없었던 과정을 ‘김군’에게 고백하는 편지 형식의 소설이다. 박군이 사회적 심리적 조건을 들어 자기 행동의 정당성을 변명하는 것이 편지의 주 내용을 이루고 있다. 박군은 부지런히 일했지만 먹고 살 수가 없어 간도로 이주한다. 그러나 그곳도 기대했던 이상적 사회와는 거리가 멀다. 땅을 얻어 농사를 지으려 해도 땅을 얻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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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따라기
도서정보 : 김동인 | 2024-03-04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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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해가 빚어낸 형제간의 파멸의 이야기를 그린 소설!!
『배따라기』의 가장 안쪽에 자리 잡고 있는 것은 오해가 빚어낸 형제간의 파멸의 이야기이다. 양순하고 다감한 아우와 붙임성 있으면서도 성미 급한 형수, 그리고 선량하나 성미가 급한 형 사이의 관계는 어느날 ‘쥐잡기’로 요약된 순간적인 오해로 말미암아 파멸에 이르게 된다. 가운데 이야기는 형(사공)의 방랑 과정이다. 그는 옛날에 있었던 일을 조금이나마 회복하기 위해 동생을 찾아나서지만 그 뜻을 이루지 못한다. 뱃사람으로서의 유랑은 밖으로는 아우를 찾지만 안으로는 자책과 회한을 통해서 진정한 자아를 찾아가는 길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부분을 통해서 안쪽의 이야기는 더 이상 되돌아갈 길 없는 원초적인 세계로 구성된다. 바깥쪽에 자리잡고 있는 ‘나’의 존재는 형제의 비극적인 사건을 더 이상 간여할 수 없는 ‘남’의 이야기이자 ‘과거의’ 이야기로 고정시킨다. 그래서 한 가족의 삶에 갑작스럽게 닥친 비극은 운명적인 성격을 띠게 된다.
《감자》 게으르고 무능한 20년 연상의 사나이에게 시집을 간 복녀는 칠성문 밖 빈민굴에 살면서 송충이잡이 등 고된 일을 해 가며 생활을 이어가던 중, 중국인 왕서방네 채마밭에 감자를 훔치러 갔다가 들켜 몸을 팔게 된다. 그 뒤부터 왕서방은 수시로 복녀를 찾아왔다. 그러던 차에 왕서방은 어떤 처녀에게 장가를 들게 되는데, 질투심에 불탄 복녀는 칼을 품고 신방에 뛰어들었으나 왕서방 손에 죽고 만다. 사흘 후 복녀의 시체는 돈 몇 푼에 매수된 남편에 의해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실려 나간다.
《붉은 산》 일제강점기에 조국(고향) 상실의 의식이 밑바닥에 짙게 깔리면서 그로 비롯되는 한국인으로서의 뼈저린 비애와 분노가 담겨 있다. 억눌렸던 민족의 복수감정을 ‘삵’의 행동이 어느 만큼은 해소시켜주기까지 한다. ‘삵’의 이러한 행동에는 ‘밥버러지 기생충’ 생활만을 해온 자신의 비도덕적인 행위를 뉘우치고 남을 위해 무엇인가 헌신해야겠다는 속죄 의식이 담겨 있다. 그리고 같은 민족으로서의 울분이 동시에 작용하였기 때문으로 이해된다. 민족감정에 부딪힘으로써 민족애를 고취시켜준 비극미를 표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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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숙
도서정보 : 채만식 | 2024-03-04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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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민지 체제의 사회, 경제적 탄압이 빚어낸 모순과 부조리를 간접적으로 비판하는 풍자소설!!
일본인 밑에서 만족을 느끼며 사는 한 소년의 입을 빌려 무능한 지식인 아저씨의 비극이 조롱되고, 그 이면에서 그 아저씨의 사상 실천적 삶이 옹호되고 있는 풍자소설이다.
일제 강점기에서의 민족적 비극이 당연한 것이라는 표현에서 현실과 타협해 사는 당대 일상인의 삶의 실제를 엿볼 수 있는 동시에 그러면서도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일제에 의한 지배구조에 맞싸우는 노력이 참으로 값진 것이라는 진실을 알려주는 역논리기법이 발휘되어 있다. <레디메이드 인생>과 더불어, 지식인을 대상으로 삼은 채만식 풍자문학의 대표작이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두 인물은 나름대로 특징을 가지고 있다. 주인공 아저씨는 현실을 추악하게 보고 개인적 파멸을 감수하면서 현실에 대항하는 인물이다. 그러나 조카인 나는 현실을 아름답게 보고 만족하며 사는 인물이다. 시대 상황에 대한 유식층과 무식층의 반응을 표현한 것이다. ‘칭찬-비난의 역전’의 형태로 작가는 ‘나’의 생활 방식을 칭찬하고 아저씨의 비현실적인 사고 방식을 비난하고 있지만, 그 심층적인 의미에서는 ‘나’의 생활 방식을 은근히 비판하면서 아저씨의 입장에 긍정적인 평가를 하고 있다.
채만식의 소설세계
채만식은 1924년 단편 『세 길로』가 이광수의 추천으로 《조선문단》에 발표됨으로써 문단에 등단하였다. 1930년대에 들어서면서 농민의 현실을 그려낸 『부촌』」이나 소시민의 가난한 삶을 유머러스하게 그린 『산적』과 같은 작품을 발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채만식만의 독특한 세계를 창조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채만식의 작품 속에는 식민지 상황 하에서의 농민의 궁핍과 지식인의 고뇌, 도시 하층민의 몰락, 광복 후의 혼란상 등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초기에는 지식인의 자의식을 날카롭게 투시한 지식인소설로 독특한 작가적 면모를 획득하였으며, 지식계급으로서의 자의식이 민중적 현실과 폭넓게 접촉하였을 때는 비극적 리얼리즘의 창작방법을, 그렇지 않고 대상에 대한 통렬한 비판적 정신이 지배하게 되었을 때는 강렬한 풍자적 리얼리즘의 소설세계를 이루었다. 또한 판소리 사설체와 같은 전래의 구전문학 형식을 오늘에 되살리는 특유한 진술 형식은 그의 소설을 특징짓는 또 다른 요소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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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촌
도서정보 : 강경애 | 2024-02-15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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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촌’이라는 은유적 공간에서 비정상적인 삶을 살아가는 불구 청년의 순정과 절망을 그려낸 소설!!
1930년대 우리 민족의 가난은 극도에 달했다. 그 중에서도 농민과 도시 노동자들이 특히 가난했다. 게다가 남편을 잃고 어머니 혼자 세 아이를 데리고 사는 칠성네 같은 집이야 오죽했으랴. 땅뙈기 하나 변변한 것도 없고, 한몫을 할 아이들은 불구자이니 더더욱 생활의 고통이 극심했을 것이다. 이렇듯 처절한 상황과 큰년이를 향한 칠성이의 마음은 분명하게 대비되고 있다. 현재 생활이 절망이라면, 큰년이를 향한 사랑은 희망이다. 칠성이 집 사람들의 삶이 음울하고 칙칙한 빛깔이라면 큰년이를 향한 칠성이의 마음은 분홍빛이다.
칠성이는 동냥을 하여 연모하는 이웃집 눈먼 처녀인 큰년이에게 인조견 옷감을 떠다 주지만, 그녀는 이미 부잣집 첩살이로 떠나게 된다. 극심한 빈부의 격차가 보여주는 자본주의 사회의 모순된 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돈 때문에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할 수도 없고, 또한 돈 때문에 원하지도 않는 첩살이를 해야 하는 하층민의 극한 상황을 잘 보여주고 있다.
강경애의 소설세계
강경애는 카프 조직과 직접적인 관련을 맺지 않으면서도 식민지적 갈등과 모순에서 계급 문제를 읽어내고 그것을 사실적으로 형상화한 작가로 꼽힌다. 특히 간도 체험을 기반으로 하여 많은 작품을 창작하였는데, 계급 문제를 추상적인 관념이 아니라 개인적인 체험에 근거하여 형상화했다는 점에서 최서해의 경향을 이은 것으로 평가되기도 한다. 또한 여성으로서의 체험을 바탕으로 여성적 시선에서 여성 문제를 다룬 작품을 발표하였다. 그녀에게 있어서 여성 문제는 남성과의 관계 속에서 설정되는 것이 아니라 자본가·지주 내지는 식민지 국가권력과의 다면적인 관계 속에서 설정된다. 소설 속의 주인공이 식민지의 질곡 속에서 이중으로 수탈당하던 하층 여성으로 설정된 것은 이 때문이다. 1930년대 식민지 조선의 현실을 총체적으로 반영한 작품으로 꼽히는 장편소설 『인간문제』」역시 가난과 억압을 견디다 못해 농촌을 탈출, 농민에서 노동자로, 노동자에서 각성된 노동자로, 그리고 다시 조직적 활동가로 변모해 가는 여성의 비극적 운명을 통해 계급 문제·여성 문제를 총체적으로 제기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강경애는 하층 계급의 여성을 통해 민족적, 계급적, 성적 억압에 고통 받는 여성들의 목소리를 대변한 작가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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