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의 미사

도서정보 : 아나톨 프랑스 | 2020-06-08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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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어느 마을에서 전해지는 전설처럼 단순하면서도 아름다운 단편 소설.
한적한 마을에서 가난한 삶을 살고 있는 늙은 부인, 캐서린 퐁텐은 레이스를 짜는 것으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품격 있는 그녀의 태도와 교양이 돋보이는 말 등을 통해서 마을 사람들은 그녀가 귀족 출신이라고 믿고 있다. 그리고 그녀를 따라다니는 소문 중 하나는, 그녀가 젊은 시절 젊은 귀족 기사와 사랑에 빠졌으나, 그 기사가 요절하는 바람에 평생을 혼자서 살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런 마을 사람들의 수군거림을 알지 못하는 듯, 캐서린 퐁텐은 매일 새벽 규칙적으로 미사에 참석하는 경건한 삶을 보낸다. 그리고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습관처럼 성당 종 소리에 잠에서 깨 몸 단장을 하고 미사를 드리기 위해서 집을 나선다. 그러나 그날 따라 너무나도 짙은 안개와 어둠 때문에 그녀는 성당을 찾는 데 어려움을 느낄 정도이다.

구매가격 : 500 원

플로리다

도서정보 : 로런 그로프 | 2020-06-05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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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과 분노』의 젊은 거장 로런 그로프 최신작

“이 절박한 시대에 마음을 회복시켜주는 소설.” 뉴욕 타임스

로런 그로프의 신작 소설집. 한국 독자에게도 커다란 사랑을 받은 『운명과 분노』 이후 삼 년 만에 발표한 최신작으로, 총 11편의 단편이 수록되었다. 작가가 십이 년간 플로리다에 거주하며 쓴 이 작품들은 모두 플로리다를 직접, 간접적인 배경으로 한다. 소설 속 인물들은 플로리다에서 태어나고 자랐거나, 미국 북부의 다른 주에서 태어나 플로리다로 이주해왔거나, 때로는 플로리다를 벗어나 이국적인 곳으로 잠시 여행을 떠나지만 정서적으로 그곳에 계속 매여 있다.

구매가격 : 10,200 원

사생아

도서정보 : 윤기정 | 2020-06-05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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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저어 정옥이는 가방매고 학교에 가”
아침밥을 먹고 좀 가뻐서 방바닥에 그대로 드러누워 있던 경애의 가슴은 이 소리에 바늘로나 찔리는 것처럼 뜨끔하였다.
‘저게 머 내 자식인가 아무 때든 제 애비가 찾아가면 고만일걸’ 하고 아주 정떨어지는 생각을 하다가도, 아무리 외할머니가 흠살굽게하고 엄뚜드린다 하더라도 외삼촌의 변변치않은 벌이로 겨우겨우 입에 풀칠만 하다시피 살아가는 외가라 밥먹을 때면 눈칫밥을 먹이는 것 같고 조금만 시침한 소리를 들어도 눈총을 받는 것 같아 아무튼 제 간줄기에서 딸려진 자식이라 가슴이 뭉클하고 두 눈에서 더운 눈물이 핑 돈다. 그럴 적마다 시골 제 애비한테로 당장 내리쫓고 싶은 생각이 불현듯 났다. 허나 몇 번 편지로 데려 내려가라고 하여도 지금 같이 사는 새로 얻은 여자가 뭐라고 했는지 더 좀 맡아두라고 하면서 종시 안 데려갈 뿐만 아니라 혜숙이년조차 한사하고 외할머니를 떨어지지 않으려고 하며 어머니 역시 외손녀에게 애미 이상으로 정을 쏟아 사부주가 드러맞어 오늘날까지 미적미적거려 내려온 것이다.
한 달 동안을 두고서 학교 논란을 신이기듯 논이기듯 하다가 건넛집, 혜숙이의 동무요 같은 동갑인 정옥이만이 학교에 들어가게 되고 혜숙이는 민적이 없어서 그만 미끄러져 버리고 말았다. 그래 개학날인 오늘에 정옥이가 호기 있게 우쭐거리며 학교에 가는 꼴을 혜숙이가 바깥에 놀러 나갔다가 부러운 듯이 한참동안 넋잃고 바라보다 말고 안으로 뛰어들어와 무슨 신기한 것이나 발견한 듯이 또는 하소연 하는 듯이 어머니를 불러 정옥이가 학교 가는 것을 말한 것이다.
드러누웠던 경애는 일어나 앉으며 방문둑겁다지에 기대 선 혜숙이를 바라보았다. 제 또래를 둘셋씩 윽박지르는 왈패요 부끄럼과는 아주 담을 쌓고 누구 앞에서나 깔딱대고 수선만 피는 말괄량이로 소문난 혜숙이지만 지금만은 평상시와 걸맞지 않게 새치무례한 그 모양이라든가 얼굴에는 밖에서부터 부러워하던 기색이 아직까지 가시지 않은 것을 본 경애의 가슴은 전기나 통한 듯이 찌르르하게 쓰라렸다. 그 모양이 측은하고 가엾어 보였다.
“이제 너도 학교 보내주마”
“뭘, 거짓말…난, 다 안다”
“알기는 뭘 다 알어”
“할머니가, 너는 민적이 없어서 학교 못 들어…”
“예이 요년! 꼴베기 싫다. 어서 나가 놀아라.”
경애가 이렇게 소리를 버럭 지르는 바람에 가뜩이나 서먹서먹하게 서서 풀 없이 하던 말을 다 마치지도 못하고 무안당한 사람처럼 슬며시 돌아서서 방문 밖으로 나가는 뒷모양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그는 억제할 수 없는 더운 눈물이 앞을 가려 그만 고개를 돌이켰다.
경애는 참으로 진정할 수 없는 자기의 가슴을 두 손으로 지그시 누르고 있다가 자기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이따금씩 꿈틀거리는 만삭된 배위로 슬며시 손이 내려가 옷 위로 통통한 배를 어루만지니 기막힌 생각이 더한층 복받쳐 올라 방 한구석에 볼품없이 쌓아 논 이불귀퉁이에 픽 쓰러져 얼굴을 폭 파묻고 흑흑 느껴가며 울기를 시작하였다.
어린 것 하나도 부모를 잘못 만나 남과 같이 먹이지도 못하고, 입히지도 못하는 것도 원통하고 원통한데 더구나 가르칠 시기에 가르치지 못하고 배울 때 배워주지 못하고 그만 때를 놓쳐 눈뜬 장님을 만들고마는 비극을 눈앞에 뻔히 보면서 빚어내고 있는것도 사람으로서 그 태도 뜻 있는 부모로서 차마 못 볼 노릇인데 지금 이 뱃속에 들어 앉은 새로운 생명 조차 불운한 혜숙이와 마찬가지로 똑같은 경우를 만들성 싶으니 차라리 두생명이 함께, 아니 자기만 죽는대도 뱃속의 것은 저절로 힘 안들이고 죽을 것이니까 당장 죽어 없어져 버리고 싶은 생각이 불현 듯 난다.

구매가격 : 500 원

아씨와 안잠이

도서정보 : 윤기정 | 2020-06-05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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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게 게 있나? 세숫물 좀 떠오게."
여태까지 세상모르고 자거나 그렇지 않으면 깨서라도 그저 이불 속에 드러누워 있을 줄만 안 주인아씨의 포달부리는 듯한 암상스런 음성이 안방에서 벼락같이 일어나 고요하던 이 집의 아침공기를 뒤흔들어 놓았다.
“내! 밥퍼요.”
새로 들어온 지 한달 쯤밖에 안 되는 노상 앳된 안잠재기가 밥 푸던 주걱을 옹솥 안에다 그루박채 멈칫하고서 고개를 살짝 들어 부엌 창살을 향하고 소리를 지른다.
“떠오고 나선 못 푸나 어서 떠와 잔소리 말고.”
먼저보다도 더 한층 독살이 난 째지는 듯한 목소리였다. 어지간히 약이 오른 모양이다.
“내 곧 떠 들여가요.”
젊은 안잠재기는 이렇게 대답하고 나서 바로 옹솥 옆에 걸린 그리 크지 않은 가마솥 뚜껑을 밀쳐 연 다음 김이 무럭무럭 나는 더운 물을 한바가지 듬뿍 떠가지고 부엌문턱을 넘어설 제 슬며시 골이나 해가 일고삼장해 똥구멍을 찌를 때까지 잘 적은 언제고 이렇게 물이 못나게 재촉할 적은 언제고 하고 혼자 입 안으로 가만히 중얼거렸다.
얼굴이 비치도록 길이 번들번들 들은 뒤주와 찬장 사이 틈에 끼워둔 놋대야를 집어가지고 급하게 재촉하는 품 봐서는 바가지의 물을 그대로 불까 하다가 혹시 먼지라도 뜰라치면 가뜩이나 심사가 뒤집힌 판이라 더욱 펄펄 뛰며 쨍쨍거릴까봐 얼추라도 한번 부시려고 마루 끝으로 나오니 마루 끝으로 나오니 마루 반을 넘어 들이비친 가을볕으론 유난히 쨍쨍하고 두꺼운 광선이 잘 닦아 번쩍거리는 대야에 가 반사되어 으리으리하게 번쩍거린다.
“뭘 그렇게 꿈지럭거려 굼벵이 천장하듯 어서 들여오지 않고.”
안방에서는 여전히 톡 쏘는 듯한 아씨의 날카로운 음성이 또 화살처럼 안 잠재기의 귀를 따갑게 드리 쏜다.
“내 지금 곧 들여가요.”
안잠재기도 약간 짜증이 난 듯한 말씨였다. 허나 남한테 맨 목숨이라 꿀꺽 참고서 안방미닫이를 조심성스럽게 연 다음 간반통 이간이나 되는 덩그런 방 한가운데다가 물대야를 갖다 놓고 나니 아랫목 쪽으로 혼자 오도카니 앉아 있는 삼십이 될락말락한 어느 모에 내놓든지 미인이라고 할 만한 제법 요염하게 생긴 주인아씨가 뾰로통한 얼굴을 해가지고 살기가 등등한 눈초리로 안잠재기를 갈아 마실 듯이 노려보면서
“자네꺼정 내 속을 태나, 왜 그리 꿈지럭거려……에이 화나 죽겠네 죽겠어. 자네마저 내 맘을 편치 않게 해주려거든 오늘이라도 썩 나가게 썩 나가.”
하고 대야를 와락 잡아 당기다가 물이 좀 방바닥에 엎질러졌다.
공연히 생트집을 해가지고 사람을 들볶는 것이 몹시 배리가 꼴려 견디다 견디다 못해 여볏 입에서 뭐라고 말대답이 터져나올 듯한 것을 삽시간에 생각을 돌려 꿀꺽 참았다. 요 때만 지나 성깔이 꺼질라치면 그야말로 정답게 살을 비어 맥일 듯 하고 싹싹하기 봉산 참배같은 아씨의 성미를 들어 온 지 얼마 안된 터이지만 잘 아는지라 가슴에서 금방 불덩이가 치밀어 오르는 것을 꿀꺽꿀꺽 참고서 윗목 한구석에 틀어 박힌 걸레를 얼핏 집어다가 방바닥에 튄 물방울을 그저 잠잠히 훔치고만 있었다. 아무 죄 없이 뿌옇게 몰려댄 안잠재기가 아까 푸다가 내버려둔 밥을 마저 푸려고 부엌을 향하여 발을 옮기면서 하루 이틀 밤도 아니고 사흘 저녁씩이나 나가 잤으니, 그것도 딴 계집에 미쳐 다니는 줄 번연히 아는 아씨로서 골을 내는 것은 그럴 법도 한 노릇이지만 제 남편 안 들어온 화풀이를 나한테 하는 것은 여간 거북한 일이 아니며 살이 내리도록 성가신 노릇인걸 하고 생각한 다음 상을 약간 찌푸렸다.

구매가격 : 500 원

괴승신수

도서정보 : 윤백남 | 2020-06-05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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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坡州) 낙수(落水) 남편에 있는 승(僧) 신수(信修)의 암자에는 오늘밤에 무슨 일이 있는 모양으로 불빛이 절 밖에까지 비치어 흐르며 흥에 겨운 듯한 사람들의 말소리까지 드믄드믄 들려온다.
때는 여말(麗末) 홍건적의 난리입네, 김용(金鏞)의 반란입네 하고 온 나라가 물끓듯하건만 이 파주 한 고을만은 세상사를 등진듯이 지극히 평화하게 지내가는 터이다.
『또 이 화상 한잔 하시나보군.』
하고 마침 그 암자 앞을 지나가던 사람 하나가 발을 멈추고 절 속을 기웃거렸다.
『흥 저자의 한잔이란 남의 백잔꼴은 되거든.』
같이 가던 한 사람이 이렇게 말을 받으며 역시 발을 멈춘다.
신수는 이미 육십 가까운 노승으로 몸이 비록 승상(僧相)이나 원체 술을 잘 먹어 얼마든지 있는대로 한자리에서 마셔 버리고 마는고로 이것을 보는 사람들은 그 모양을 바닷속의 고래가 물먹듯한다고 모두 웃었다.
더욱이 그 음주하는 태도가 유쾌하니 사람들이 실없이 놀리느라고 혹 소(牛) 오줌 같은 것을 가져다주며 먹으라고 졸라도 허허 웃고 단숨에 들이키면서,
『이 술이 심히 쓰다.』
하고 배를 두드렸다.
또 음식을 잘 먹어 쉰 고기나 마른 떡일지라도 가림 없이 다 먹어 없애며 심지어 많은 사람이 모이는 회중에서라도 고기, 생선을 가리지 않고 양껏 먹으니 그 상좌가 민망해하며,
『좀 삼가시오.』
하고 주의를 시키나 못들은척 하므로 사람들이 모두 웃으니 그제야 자기도 허허 대소하면서 하는 말이,
『고기는 원래 물에 있는 것인데 이 고기가 땅에 있으니 내가 죽인 것이 아님은 알겠지요? 그러니 먹은들 무슨 상관이 있겠소.』
다른 사람들은 웃고 상좌도 웃고 신수도 또한 가장 웃으운 듯이 박장대소하였다.
이날 밤도 신수는 상당히 먹고 취한 모양으로 그 활달한 웃음소리가 길 가는 두 사람의 귀에까지 들려와 이렇게 발을 멈추게 하였으나 먼저 가던 나이 좀 지긋해 보이는 사람이 오늘 신수의 절에 무슨 일이 있는 것을 짐작하는 모양으로 공연히 열심으로 그 속을 들여다 보고 서 있다. 뒤따라가는 친구는 딱해졌다.
그러나 동무가 이처럼 열심으로 귀를 기울이고 있는지라 차마 탓할 수는 없고 이맛살을 찌푸리며 눈치를 살피다가,
『어서 가세.』
하고 그 소매끝을 잡아다닌다. 그러나 친구는 무엇을 생각하는 듯이,
『참 세상에 횡재하는 놈도 많으이.』
하며 혼자 탄식하였다.
같이 가던 친구는 더욱 못 마땅한 듯이 입맛을 쩍쩍 다시더니,
『이 사람 정신이 바뀌었네.』
하고 기가 막혀 하늘을 쳐다볼 뿐이다.

구매가격 : 500 원

우연의 기적

도서정보 : 윤백남 | 2020-06-05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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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사(金進士)는 그 동안 몇 해를 두고 아들의 혼담이 거의 결말이 나다가 도 종당은 이상스런 소문에 파혼이 되고 말고 되고 말고 해서 인제는 아마 도 내 대에 와서 절손이 되고 마는가 보다하고 절망을 한 것이 이번에 뜻 밖에 혼담이 어렵지 않게 성립되고 택일날짜까지 받아 놓았은즉 의당 기뻐 서 날뛸 일이고 혼수만단에 안팎으로 드나들며 수선깨나 늘어 놓을 것인데 실상은 택일 첩지를 받은 날부터 안방에 꽉 들어 백혀 앉아서 무슨 의논인지 부인 곽씨와 수군거리기를 이틀이나 하였다.
이틀이나 하였건만 시원스럽지 못하였던지 눈살을 꽉 찌푸리고는 얼마 전부터 병으로 누어 있는 아들의 방에를 하루도 몇 차례 씩 들락 날락 하였다.
아들 경환(景煥)이는 김진사에게는 여벌이 없는 독자이라 그야말로 쥐면 깨여질가 불면 날가 애지중지 기른 것이 년전부터 얼굴에 이상스런 종기가 나기 시작하여 한 군대가 합창이 된 듯하면 또 다른 데에 이들이들하고도 시뻘건 종기가 툭 불거지기 시작하여 걷잡을 수가 없었다.
김진사는 대대 벼 백이나 착실히 하는 재산가이라 의원이라 약이라 하고 써 볼대로는 써 보았지만 일향 효험이 있기는 고사하고 얼굴빛이라던지 눈섭이 문정 문정 빠져가는 것이라던지 갈 데 없는 천형병(天刑病)의 증세이었다.
그 동안에 의원들이 경환이의 증세를 보고는
『나는 의술이 미숙해서 이게 무슨 병인지 알 수가 없다.』
하고 물러가기를 일수하였다. 그럴 때마다 일만의 의운이 김진사의 머리에 피어오르기는 했지마는 그래도 자식을 아끼는 욕심에
『설마하니 내 자식이 문둥이라니.』
하고 스스로가 간신히 위로하여 왔었다. 그것이 인제는 누가 보든지 현저히 천형병 환자의 증세가 나타나고 본즉 김진사는 몇 백길 깊은 골에 거꾸로 박히는 듯 싶은 절망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재산도 아깝지 않다, 누구라도 이 병만 고쳐주었으면 하는 생각과 하루 바삐 장가를 들이어서 그 몸에서 손을 얻는다는 것보다 그 병으로 말미암아 장가도 들어보지 못하고 총각으로 죽는다는 원한이나마 풀어 주고 싶은 생각에 초조한 날을 보내게 되었다.

그러나 김진사의 이 애절한 희망 ─ 경환이의 장가들인다는 것도 거의 절망이 되어 왔었던 것이다. 왜 그러냐 하면 동네 사람들은 김진사 듣는 데서 는 차마 아무개 아들은 문둥이라 하는 말을 하지 않았지만 돌려 세워 놓고는 『제기, 참 재산이 아깝지, 천석 만석을 하면 무얼해, 누가 문둥이한테 딸을 줄라구.』
하여 비웃기도 하고 가여워 하기도 하였다.
그리고 본즉 이 소문이 자연이 퍼져서 누가 청혼을 하는 사람도 없었거니와 간혹 그 사실을 모르고 청혼하는 사람이 있다가도 세상에는 남의 험담이라면 밥을 싸 가지고 다니며 하는 무리가 있는지라
『여보, 딸을 어디다가 못 주어서…….』
하고 훼방을 놓는 바람에 매양 허사가 되고 마는 것이었다.

구매가격 : 500 원

소설정획점고인

도서정보 : 윤백남 | 2020-06-05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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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세창(成世昌)은 부친의 엄하고도 인자한 향념으로 이 망월암(望月庵)으로 나온지 벌써 열흘이 넘었다.
부친 성판서가 아들에게 말하기는
『망월암은 문안서 그리 멀지두 않을 뿐 아니라 너의 벗될 만한 사람들이 거기서 글을 읽고 있다니 두말 말고 너두 거기나 가서 글이나 좀 읽어라.』
하는 것이었지마는 기실 성판서의 내심은 공부에 칭탁하여 피접을 보내자는 것이었다. 평안감사로 아들 세창이를 데리고 서경에 오래 유하고 있던 성판서가 내직으로 승차가 되어 올라온 이후로 아들 세창은 나날이 초췌하여 갔다. 일문에 영화가 빛나고 주인 판서의 신색도 오히려 날로 젊어 가듯이 화려하고 유쾌스러움에 정반하여 세창이는 작은 사랑 컴컴한 방구석에 책만 끼고 앉아서는 글을 읽는지 꿈을 꾸는지 다만 응얼거리는 소리만 들릴 뿐으로 책장을 넘기는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그리하여 얼굴은 나날이 창백하여 가고 몸은 야위어 간다.
자식을 사랑함에 한층 더 자상스런 모친은 조석을 자시러 들어오는 판서를 보고는 말 끝마다
『대감 어쩌실라구 그리시우. 큰 애가 요새는 도무지 밥도 잘 먹지 않고 얼굴에 핏기가 없구려. 약을 좀 먹일 생각을 아니 하시고 내버려 두시니 쌍말씀에 중이 제 머리 못 깎는다구 이편에서 어떻게 좀 해 주셔야죠.』
하고 조를라치면 성판서는 쓰린 웃음을 지으며,
『그놈이 약을 먹으려구 하겠소. 공연히 헛돈만 없애는 게지. 가만 내버려두. 좀 생각하는일이 있으니.』
하고 말을 막아 버린다.
『생각이 무슨 생각이슈. 몸이 편치 못하길래 그렇게 말라가는게죠.』
『부인은 모릅낸다. 좀 더 두고 봅시다.』
하여 말을 들어 주지 않는다. 부인은 남편 판서의 말 뜻을 충분히 헤아릴 수는 없지마는 점잖은 남편이 생각하여 하는 일을 여자의 몸으로 자꾸 캐물어 볼 수가 없어서 일상 불만하면서도 그대로 내버려 두는 수 밖에 없었다.
그래도 참을 수가 없어서 아들을 보고 직접으로 약을 먹으라고 권하면,
『왜 어디가 아픈가요.』
하고 이것은 애초에 코대답을 해 버리는 통에 더 붙여볼 나위도 없다.
과연 아버지 되는 성판서의 관찰은 틀림 없었다. 세창이는 아버지를 따라서 평양 감영으로 내려가서 책방에서 공부를 하고 있는 동안에는 아무 탈도 없었다. 그런 것이 어느듯 감영에 출입하는 옥소선(玉蕭仙)이를 알게 된 후부터는 딴 사람이 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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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장기

도서정보 : 이광수 | 2020-06-05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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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4년 홍지동에 산장을 지어 살다가 6년 후, 집을 팔면서 자신이 겪은 일을 XX군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으로 저술한, 자전적이고 자기고백적인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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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노예 소년과 폼페이

도서정보 : 제니 홀 지음 | 이택근 옮김 | 2020-06-04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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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예 소년 아리스톤은 주인의 방에서 벽에 아폴로 신을 그리고 있다. 그때 갑자기 천지를 뒤흔드는 소리와 함께 베수비오산이 폭발한다! 시커먼 연기 구름이 하늘을 뒤덮고 돌멩이들이 비처럼 쏟아진다. 그리고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며 뛰쳐나와 뒤엉키면서 거리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고 마는데... 해적에 납치되어 폼페이에 노예로 끌려온 그리스 소년이 화산이 폭발하는 순간부터 탈출하는 과정이 마치 재난 현장에 있는 것처럼 박진감 있고 실감 나게 전개된다. 노예 소년은 주인 아들과 함께 이 생지옥을 무사히 빠져나갈 수 있을까? - 본문 중에서 땅 밑이 여러 번 요동쳤다. 마치 폭풍우를 만난 배가 흔들리는 것 같았다. 이번에는 천둥이 치자 집 전체가 흔들거렸다. 아리스톤은 길고 가느다란 기둥 위에 서 있는 작은 동상을 보았다. 지진이 일면서 동상은 무너질 듯 이리저리 위태롭게 비틀거렸다. 그렇게 버티는 듯하다가 이내 쓰러지더니 높게 쌓인 돌무더기 위로 떨어져 산산이 조각났다. 그 위로 돌이 계속 떨어지면서 얼마 지나지 않아 동상 부스러기를 완전히 덮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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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월 이야기

도서정보 : 담복화 | 2020-06-04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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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복화 작가의 단편소설 처녀작품이다. 이 책은 어쩌면 작가 본인의 이야기 일지도 모른다. 어린 시절 무당이었던 친 할머니 곁에서 자라면서 봐왔던 할머니의 징 소리라던가 무언의 한이 무의식적으로 자리 잡혀 삶의 조각 같은 기억들을 풀어 오늘의 일월 이야기를 썼던 것 같다.

구매가격 : 1,000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