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 애송이 1

도서정보 : 진아 | 2017-10-31 | PDF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카카오페이지 60만 독자를 울고 웃긴 인기 웹툰
번번이 연애에 실패하고 원치 않는 살만 찌는
보통의 당신에게 보내는 웃음 펀치!




◎ 도서 소개

혼자라도 신나게! 외로워도 꿋꿋하게!
어디서 좀 웃길 줄 아는 싱글러들을 위한 꿀잼 공감만화!

매주 수요일, 금요일 카카오페이지에서 인기리에 연재되고 있는 웃음 유발, 공감 유발 일상툰 〈괜찮아 애송이〉가 출간되었다. 2014년 4월에 연재를 시작해 현재까지 카카오페이지 구독자 60만, 댓글 11만을 넘어선 화제의 웹툰이다. 〈괜찮아 애송이〉는 서른 살 진입과 함께 본격적으로 시집가라는 잔소리를 듣기 시작한 웹툰 작가 애송이의 개그 충만한 일상생활을 다루고 있다. 계란 한 판이 꽉 차는 나이가 되었지만 결혼은커녕 남자 친구의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고, 다이어트는 결심했지만 운동은 싫은, 흔한 삼십대에게 이 책을 권한다.

웃긴 데 가슴까지 따뜻해진다!
소녀 같은 엄마, 철부지 아빠, 염장 지르는 남동생이 펼치는 시트콤 일상!
짝사랑에 웃고 울고, 몸무게의 앞자리가 바뀌어도 오늘도 행복한 우리 모두의 서른을 위하여!

꽃처녀 시기는 지나갔고, 노처녀라 불리기엔 아직은 어설픈 나이, 서른. 덩치만 컸지, 아직 일도, 연애도, 인간관계도 다 어렵기만 한 애송이다. 이름마저도 애송이인 그녀는 다이어트가 생활이지만 치킨을 사랑하고, 만화를 그리는 것이 행복한 웹툰 작가이다. 실제로도 긍정적이고, 사랑스러운 진아 작가 그 자체가 투영된 캐릭터라고 할 수 있다.
애송이뿐 아니라 그녀의 가족들도 귀엽기는 마찬가지이다. 하루 빨리 딸이 시집가는 날만을 손꼽아 기다리는 엄마, 옛날에는 딸 바보였지만 지금은 고양이 바보가 된 아빠, 엄친아를 능가하는 스펙 부자, 얼굴 부자 남동생까지! 물고 뜯다가도 한마음이 되고, 진지하다가도 배꼽 잡게 만드는 그들의 유쾌한 언변은 우리네 모습과 너무 닮아서 어깨를 들썩이게 만든다. 마치 CCTV로 우리 집을 들여다본 듯한 에피소드들로 인해, 항간에서는 ‘민간 사찰 만화(?)’로 불리기도 한다. 오늘이 어제 같고, 내일도 오늘 같은 일상에 지쳤다면, 오늘 메마른 내 삶에 웃음을 뿌려 보자.
〈괜찮아 애송이〉에서 더 주목할 만한 것은 자기 살을 깎아 먹으며 웃기던 애송이가 때때로 자신의 자존감을 돌아보는 대목이다. ‘난 오징어야!', ‘난 뚱뚱해!'를 입에 달고 살던 애송이가 스스로를 위로할 때 ,우리 자존감도 안녕한지를 묻게 된다. 나아가 엄마 집밥, 아빠의 아재개그, 남동생의 짓궂음 등 드러내놓고 사랑이라고 말하지는 않지만 사랑 그 자체인 소박한 마음들은 이 작품을 따뜻하게 만드는 요소들이다.

단행본에서만 만날 수 있다!
웹툰에 담지 않은 스폐셜 만화 2편 수록!
특별선물, 애송이 일러스트 컬러링 도안!

연재 웹툰에서 볼 수 없었던 스폐셜 만화 〈29, 그리고 30〉, 〈30대가 되어도 바뀌지 않는 것〉 및 '애송이 컬러링 도안' 등을 담아 더욱 알차게 구성했다. 주2회 연재에 갈증을 느낀, 만화가 고픈 독자들에게 큰 선물이 될 것이다. 공감하며 같이 웃으며 이제 곧 서른한 살이 될 애송이를 살포시 기대해 보자.

구매가격 : 8,800 원

청춘시대 시즌2 - 상

도서정보 : 박연선 | 2017-10-31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그 시절, 세상 모든 것은 나를 사랑하기 위해 존재했다”

드라마 화제성 1위! 매 회 자체 최고 시청률 경신!

당신이 상상한 그 이상의 극사실주의 셰어하우스

새 하메와 함께 돌아온 〈청춘시대〉 1년 후 이야기




◎ 도서 소개

드라마 화제성 1위, 매 회 자체 최고 시청률 경신!
1년을 기다렸다! 베일을 벗은 〈청춘시대 시즌2〉 순항 알림!

2017년 8월, JTBC 드라마 〈청춘시대2〉는 첫 방송부터 시즌1 최고 시청률을 웃도는 2.2%를 달성하며 순조로운 시작을 알렸을 뿐 아니라 굿데이터코퍼레이션에서 집계한 화제성 드라마 부문에서 1위를 차지하며 1년을 기다린 애청자들의 파워와 팬심을 증명했다. 시즌1에 이어 『청춘시대 시즌2 대본집』이 아르테팝에서 출간된다. 〈청춘시대〉는 여성 캐릭터가 주축이 되는 이야기로, 여대생들끼리 공생하며 생기는 미묘한 감정의 흐름과 상처를 치유해가는 과정을 감동적으로 그려냈다. 삼각관계도, 신데렐라 코드도 없이 다섯 여대생들이 셰어하우스에서 살아가는 이야기를 다룬 〈청춘시대〉 시리즈는 ‘현재의 20대를 가장 훌륭히 대변했다’, ‘인생작’, ‘웰메이드 드라마’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청춘시대 시즌2 대본집』은 멜로, 코미디, 미스터리 등 장르를 총망라하는 집필 경력의 박연선 대본집이기도 하다. 박연선 작가는 로맨틱 코미디 〈동갑내기 과외하기〉로 데뷔한 뒤 남녀노소가 감정이입한 명품 멜로 〈연애시대〉를 비롯, 드라마스페셜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 평가받는 8부작 미스터리 〈화이트 크리스마스〉 외에도 〈백야행〉, 〈얼렁뚱땅 흥신소〉, 〈그녀를 믿지 마세요〉 등을 집필했다.

“그 시절, 모든 것은 나를 사랑하기 위해 존재했다”
더 이상 세상의 중심이 될 수 없음을 깨달은 상처투성이 다섯 여자의 맨몸 분투기
리얼심리 상처 치유 드라마 〈청춘시대〉

“언제는 지 몸처럼 만졌으면서… 이제는 손 좀 닿았다고 미안이래?” - 미친X 널뛰듯 실연 중 유은재
“딱지 떼는 그날! 일간지에 광고 낼 거예요. ‘축 송지원 여자 되다!’” - 취직보다 섹스! 송지원
“나 그렇게 착한 사람 아니에요. 착한 사람이면 이렇게 미움받을 리가 없잖아요.”
- 집에선 핑크 다람쥐, 밖에선 다크 포스 정예은
“말해봐요. 더 좋아하는 사람 생기면 또 버리고 떠날 거냐구요." - 키 큰 애 조은
“왜 하필 그 기적이 당신에게 일어나야 하죠? 노력하는 모든 사람에게 기적이 일어나진 않아요.”
- 이제는 정규직, 벨 에포크 최종 보스 윤진명

센 언니 강이나가 떠나고 10개월 후, 하메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청춘시대2〉는 연남동 셰어하우스 벨 에포크에 새 하메 조은이 섬뜩한 증오가 담긴 ‘분홍 편지’를 들고 등장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그렸다. 1년 6개월 만에 과 선배와의 첫 연애에 종지부를 찍고 감정기복이 널뛰듯 하는 유은재, 데이트 폭력을 당한 후, 집 밖에선 상복처럼 노출 없는 검은 옷만 입는 정예은, 생존만을 꿈꾼 끝에 마침내 정규직의 성지에 입성한 윤진명, 강박적인 거짓말이 점점 심해지자 자신이 어디 아픈 게 아닐까 불안한 송지원. 짧은 머리만큼 까칠한 태도로 하메들과 거리를 두는, 도무지 속을 알 수 없는 조은. 조은이 벨 에포크에 온 이유는 바로 ‘분홍 편지’의 수신인을 찾기 위해서다. 이토록 강렬한 증오를 살 만큼 나쁜 사람은 대체 누구인가? 누가 남의 인생을 망가뜨려놓고 하하호호 웃고 있는가? 삶을 돌아보기 시작한 하메들은 편지의 주인이 자신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두려워지는데….

살아 숨 쉬는 캐릭터, 심금을 울린 명대사, 한 편의 시와 같은 에피소드
‘보는 맛’을 넘어 ‘읽는 맛’을 극대화하다!
시즌1보다 한층 강력해진 코미디와 로맨스 그리고 미스터리!

〈청춘시대2〉는 한층 강력해진 코미디와 로맨스, 미스터리를 자랑한다. 송지원 자신도 기억 못 하는 과거와, 무시무시한 증오가 담긴 ‘분홍 편지’의 주인, 정예은에게 협박성 문자를 보내는 범인의 정체 등은 극을 흥미진진하게 이끌면서도 하메들이 삶을 돌아보게 만드는 계기가 된다. 또한 시청자들이 ‘이번엔 제발 사귀게 해달라’고 외쳤던 송지원과 임성민의 코믹한 ‘썸&쌈’도 담겼다. 일상의 소소한 디테일과 미스터리를 엮어내는 능력이 탁월한 박연선 작가의 진면목을 볼 수 있다.
대본집은 작품성과 시청률,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작품에게 주어지는 기회라고들 한다. 무엇보다 대본집의 매력은 작품의 빈 공간이 새롭게 다가온다는 점이다. 영상에서는 보지 못한 설정과 지문에서 작가의 필력을 느끼고, 반대로 대본에 표현되지 않은 빈 공간에서는 연출의 상상력을 읽을 수 있다.
『청춘시대 시즌2 대본집』은 ‘읽는 맛’이 남다른 박연선 작가의 대본을 지면에 맛깔나게 살려냈다. 〈청춘시대〉의 시그니처가 된 재치 있는 에필로그 뿐 아니라, 소지문 역시 대사만큼이나 감각적이어서, 드라마에 나타나지 않았던 인물의 속마음을 엿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배경음악, 날씨, 옷차림과 화장, 벨 에포크의 공간까지 다방면에 걸쳐 섬세하고 치밀하게 창조한 작가의 내공이 느껴지는 대본으로, 영상의 ‘보는 맛’을 넘어 글로 ‘읽는 맛’을 선사한다.


◎ 책 속에서

14. 조은의 방(밤)

조은이 침대에 누워 핸드폰을 본다. 노크 소리 들린다. 또냐? 귀찮다. 일어나서 문을 연다. 윤진명이다.

윤진명 잠깐 나와볼래요.
조은 왜여?

․인서트 ≫

맥주와 안주를 세팅하던 세 명의 하메, 놀란다. ‘왜요? (유)’ ‘왜요? (정)’ ‘왜요라고라. 어디서 감히 (송)’

윤진명 (역시 윤 선배다. 흔들리지 않는다) 첫날이잖아요. 간단하게 맥주 한잔해요.

․인서트 ≫

아, 역시 윤 선배… 믿음직스럽다. 유, 정, 송은 고개를 끄덕인다.

조은 (싫은 티를 감추지 않는다) 아… 좀 피곤한데…

․인서트 ≫

세 명의 하메… 저런 시건방진. 유은재는 윤진명을 향해 주먹을 불끈 쥔다. ‘지지 마요. 윤 선배!’

윤진명 (여유 있다) 잠깐이면 돼요. 할 말도 있구.


15. 거실(밤)

윤진명이 돌아 나온다. ‘아아! 윤 선배!’ 유은재가 존경의 념을 가득 담아 바라본다. 송지원은 양손 엄지 척을 한다. 조은이 나오자 얼른 표정, 시선 수습한다.

․점프 ≫

어쨌거나 네 명의 하메와 조은이 모여 앉았다. 건배한다.

윤진명 셰어하우스 해봤어요?
조은 아뇨.
윤진명 형제는?
조은 (도전적이다) …왜여?
윤진명 또래랑 어울리는 걸 잘 못하는 거 같애서… 형제 없죠?
조은 에… 뭐…

조은의 밀어내는 듯한 단답형 대답에 대화가 이어지질 않는다. 분위기 싸해진다. 조은은 의자 앞다리를 들게 해서 까딱까딱 몸을 흔들며 딴청 피운다. 이런 자리에 관심 없다는 걸 노골적으로 보여주듯. 조은의 시야에서 벗어나자 하메들은 자기들끼리 눈짓하고 입으로 의견 교환한다.

윤진명 (입으로) 물어볼 거 많다며?
송지원 (입으로) 키?
유은재 (그건 곤란하다는 듯 고개 흔든다. 입으로) 그거 물어봐요. 비욘세.
조은 (그 순간 유은재를 본다) …
유은재 (헉! 얼떨결에) 비욘세… 좋아해요?
조은 (뭐냐 그 질문은? 물끄러미 쳐다보다가) ………………아녀!
유은재 (왠지 패배감이… 고개를 떨군다) …
송지원 (그렇다면 매뉴얼을 사용할 수밖에… 맥주를 원샷한다) 오빠 있어?
조은 (바보냐) 형제 없다고 방금 그랬는데…
송지원 아, 맞다… 삼촌은 있지? 막내 삼촌 몇 살이야?
조은 (빤히 본다) …
송지원 아니, 이게 되게 재밌는 농담이거든. 네가 뭐라고 대답을 해야 내가 소개시켜달라거나 나가라거나… 그럼 빵 터지면서…
조은 (한숨 쉰다) …

왠지 부끄러움은 정예은과 유은재의 몫이다.

윤진명 (평점심을 유지한다) 처음엔 부딪힐 일이 많을 거예요. 생판 모르는 사람들이니까… 꼭 할 말은 해야겠지만, 참기도 해야겠죠. 아무튼 잘 지내봐요.
조은 (통한 걸까) 에, 뭐… (그러나 곧바로 일어나며) 다 됐죠?

하메들, 어이없다. 뭐냐? 쟤.

윤진명 저기요.
조은 (돌아본다) …?
윤진명 (빠직 했다) 같이 먹은 건 같이 치우는 거예요.
조은 (그런 거였어) 아… (자기 맥주를 헹궈서 재활용 쓰레기통에 버린다. 퉁!)

네 명의 하메는 눈으로 조은의 동선을 쫒는다. 조은이 방으로 들어간다. 아! 네 명의 하메들, 입 벌린 채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한다.
1회 - 겁쟁이가 난폭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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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 조은의 방(낮)

조은이 수첩에 쓴다. 수첩에는 윤진명, 정예은, 송지원, 유은재란이 있다. 유은재 페이지를 펼쳐서 ‘손바닥의 상처, 칼로 그은 듯한’을 쓴다.

․인서트 ≫

소파에 자고 있는 유은재. 손바닥의 상처.

조은이 『당신은 나의 분노를 갖을 수 없다』책을 꺼낸다. 그 안에서 반으로 접힌 분홍색 편지지를 꺼낸다. 급하게 연남로 22번지 2층이라는 주소가 적혀 있다. 이것은 조은이 맨 첫날 이곳에 왔을 때 들고 있던 그 종이다. 반으로 접힌 편지지를 펼친다. 분홍색 편지에는 전체적으로 희미하게 크리스마스트리의 모습이 인쇄되어 있고, 편지지 아래쪽에는 水&秀라고 인쇄되어 있다. 즉, 회사나 가게에서 고객들에게 보내는 성탄 편지지 같은 느낌이다. 그러나 편지의 분위기와는 상관없이 그 위에 쓰여진 글씨는 난폭하고 정신없다.

‘그래, 내 인생을 망가트린 건 너야. 너였어. 내가 이 모양 이 꼴이 된 게 다 너 때문이었어. 근데 넌 하하호호 웃더라. 행복하니? 행복하겠지. 앞으로도 잘 먹고 잘 살겠지. 하하호호 웃겠지. 너 때문에 망가진 사람이 있다는 것도 모른 채. 개 같은 년. 개 같은 년. 개 같은… 가만 안 둘 거야. 다시는 그렇게 웃지 못하게 만들 거야. 웃고 있는 네 입을 찢어놓을 거야. 내가 당한 고통 그대로… 널 죽여버릴 거야.’

편지는 그렇게 뚝 끝났다.

1회 - 겁쟁이가 난폭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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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클럽 화장실 입구(밤)

송지원이 화장실에서 나오다가 팔찌선배를 발견한다.

송지원 (웨이터처럼, 혹은 마술사처럼 두 손으로 휘저어 한쪽을 가리키며) 남자는 저쪽! (지나가려는데)
팔찌선배 (화장실에 가려던 게 아니다) 너 그거 진짜냐?
송지원 (해맑다) 뭐가요?
팔찌선배 취직보다 더 급한 게 남자랑 자는 거라는 거?
송지원 (헤헤 웃는다) …
팔찌선배 진짜면 …나갈래?
송지원 (여전히 해맑다) 어딜요?
팔찌선배 하러.
송지원 (그제야 상황 인식이 되었다. 눈을 깜박인다) …
팔찌선배 난 너 괜찮은데…
송지원 (당황한 걸까? 웃는 얼굴 그대로 눈만 깜빡이는데) …
팔찌선배 가자. (송지원의 손을 잡아끈다) …

너무 좋아서 그런 걸까? 송지원은 넋을 반쯤 유실한 것 같다. 팔찌선배가 끄는 대로 따라간다.


13. 클럽 앞, 엘리베이터(밤)

팔찌선배가 송지원의 손목을 잡고 나온다.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른다. 그때까지도 송지원은 아까와 같은 표정이다. 웃는 모습 그대로 굳어버린 얼굴! 팔찌선배가 송지원을 끌어당겨 어깨에 손을 얹는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린다. 팔찌선배가 가볍게 송지원을 엘리베이터 쪽으로 미는데, 줄이 끊어진 마리오네트처럼 송지원이 풀썩 쓰러진다. 팔찌선배가 가까스로 바닥에 부딪치려는 송지원을 받는다. 엘리베이터에 타려던 사람, 내리던 사람들이 주춤대며 그들을 에워싼다. 송지원은 기절한 게 아니다. 모든 감각이 희미해진 거다. ‘119… 야야… 송지원… 뭐야, 왜 이래?’ 사람들의 말소리가 아득하다. 시야도 마찬가지다. 송지원은 한곳을 응시하고 있지만 눈동자는 열려 있다. 천장의 불빛이 순간순간 블랙아웃된다.
웨이터가 나오고, 임성민과 동료들, 선배들이 달려온다. 임성민이 팔찌선배를 밀어내고 송지원을 받아 안는다. ‘지원아, 지원아, 송지…’ 아득하던 목소리가 갑자기 터진다. 마치 고막에 찼던 물이 갑자기 빠진 듯.

임성민 …원! 누가 119좀…
송지원 (중얼거린다) 예쁜 구두!
임성민 뭐?
송지원 (정신이 들었다. 주변을 둘러본다) 어… ?
임성민 괜찮어? 정신 들어?
송지원 (고개를 끄덕인다. 팔찌선배와 눈이 마주친다) …
팔찌선배 (안도하면서도 어이없다)

상황은 끝났다. 임성민이 송지원을 일으키고, 사람들은 흩어진다.
-2회, 나는 널 미워하기로 마음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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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서트 ≫

밑에 지나가던 사람들이 소리 나는 곳을 본다.

윤진명 (사람들의 시선이 향하자 얼른 주저앉는다)
헤임달 원래 이런 건 32층 옥상에서 해야 폼이 나는데… 그런덴 문이 잠겨 있어서…(밑을 확인한다. 사람들의 시선이 흩어졌다. 일어난다) … 이건 1호 팬한테만 특별히 해주는 애긴데. 나 데뷔하고 첫 무대 망쳤을 때… 그땐 진짜 속상해서 확 죽어버릴까 그런 생각도 했거든요. (걱정 말라는 듯) 아, 아주 살짝 잠깐… 근데 그때 죽어봤자 <연예가중계>엔 안 나올 거 같더라구. 그래서 안 죽었어요. 억울하잖아. 죽었는데 아무도 모르면. (혼자 낄낄댄다) 나중에 성공하면 이 얘기 할 거예요. 예능 프로 나가서. 그때 누나 얘기도 할게요.
윤진명 진짜… 성공할 거라 생각해요?
헤임달 또, 또 그런다. 누난 왜 그렇게 부정적이에요? 무슨 팬이 그래? 걱정 말아요. 반드시 성공하니까… 내가 아직 성공 못 한 건 노력이 부족해서예요. (뭔가 깨달은 듯 갑자기 조그만 수첩을 꺼내서 적는다)
윤진명 (너 뭐 하니) ?
헤임달 이 말 멋있죠? ‘내가 아직 성공 못 한 건 노력이 부족해서다…’ 나중에 인터뷰할 때 써먹어야지. (수첩 들어 보이며) 내 명언집인데요… ‘꿈이 없으면 인간은 아무것도 아니다’ 또… ‘꿈꾸는 사람은 늙지 않는다’ 또…
윤진명 (헤임달을 보고 있기가 괴롭다. 외면한다) …
헤임달 그만 가야겠다. (부른다) 누나!
윤진명 (보면) …
헤임달 (막대사탕 하나를 내민다) 이거 먹고 힘내요.
윤진명 (얼떨결에 받는다) …
헤임달 (가다가 돌아서서 특유의 포즈 해 보이며) 파이팅, 1호 팬!
윤진명 (막대사탕을 바라본다) …
-5회, 나는 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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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임성민 차 안(밤)

송지원이 조용하다. 송지원은 어린 시절 문효진과 함께 찍은 사진을 본다. 임성민이 송지원을 흘깃 본다. 조용한 송지원은 적응이 안 된다.

임성민 자?
송지원 아니.
임성민 뭐라고 좀 주절거려봐. 심심하잖아.
송지원 (침묵을 덜어내기 위해 한숨을 쉰다. 가볍게) 더는 찾을 방법이 없겠지?
임성민 뭐, 흥신소를 고용하지 않고서야…
송지원 (장난스럽게) 예쁜 구두의 비밀은 이렇게 묻히는 건가요. 영원히!
임성민 예쁜 구두… 진짜 구두가 예뻐서 그런 걸 수도 있잖아.
송지원 그렇지.
송지원 예쁜 구두라고 말한 그 기억 자체가 왜곡된 걸 수도 있구.
송지원 그럴 수도 있구…
임성민 진짜 기억해야 되는 거면 기억하고 있을 거야. 잊어버려.
송지원 잊어라. 레드썬. (자신을 향해 최면을 걸듯 손가락을 튕기면서 잠깐 기절했다가 깨어나는 시늉한다.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노래에 맞춰 흥얼거리며 창밖을 본다. 창밖이 어둡다. 송지원 노랫소리는 점점 작아지고. 표정은 점점 어두워진다. 문득 몸을 떤다)
임성민 추워?
송지원 응.
임성민 (에어컨을 끄며 송지원을 슬쩍 본다) …
(송지원) (창밖을 보며 팔뚝을 쓸어내린다. 오소소 돋은 소름을 잠재운다) 사실은 겁이 났다. (어린 시절 사진을 본다) 두 아이는 비슷하다. 생긴 것도 비슷하고, 키도 비슷하고 옷 입은 것도 비슷하고… 웃는 것까지 비슷한 아이 둘.


65. 들판(낮-과거)

(소리) 자, 여기 보고, 하나, 둘, 셋!

사진을 찍은 아이 두 명이 움직인다. 서로 뛰어가고 쫓아가고, 깔깔 웃는다.

(송지원) 그중 하나는 겪어서는 안 될 일을 겪고. 그게 소문이 나고, 쫓기듯이 이사를 가고, 아마도 그 일이 계기가 되어 엄마를 잃고 고아가 된다. 친척집에 얹혀살다가 구박을 당하고 가출을 하고, 소식이 끊겨버렸다. 아마도 그 아이는 지금도 힘든 삶을 살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또 한 아이는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생이 됐다. 그 아이는 앞으로도 평범하고 무난하게 살아갈 것이다. 비슷한 두 아이. 같은 시간, 다른 삶! 그 차이는 뭘까? 도대체 무슨 이유로 두 아이의 운명이 갈린 걸까?

두 아이가 민들레 홀씨를 후욱 분다. 홀씨가 날아간다. 누군가 불렀나 보다. 두 아이가 뛰어가다가 한 아이가 돌아본다. 카메라를 유심히 본다.

(송지원) 그 이유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아주 사소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주아주 사소한 것. 누구도 알아차리지 못한 아주 작은 이유로 내 인생이 지금과는 전혀 다른 곳으로 치달았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겁이 났다. 그리고 안도하는 내가 있다.


66. 임성민 차 안(밤)

송지원이 사진 속 문효진을 본다.

(송지원) 그 사소한 이유가 내 것이 아니어서 다행이구나! 안도하면서 나는 또 다른 아이에게 미안해졌다.
-5회, 나는 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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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회의실(낮)

윤진명이 토르의 이력서를 본다. 확실히 성격 있게 생겼다. 노크 소리가 난다. 윤진명이 고개를 든다. 테이블 너머 문을 응시한다.

윤진명 (기합을 넣듯 짧은 심호흡한다) 예!

문이 열리고. 들어오는 건 토르다. 키가 크다. 근육도 상당하다. 토르가 맞은편에 앉는다. 테이블 위로 두 손을 올려놓고 주먹을 쥔다. 힘줄이 불거진다. 토르가 윤진명을 바라본다. 눈싸움하듯, 윤진명 역시 시선을 돌리지 않는다. 토르의 표정이 점점 무서워진다. 윤진명이 책상 밑에서 핸드폰의 긴급전화 버튼에 손을 댄다. 여차하면 전화할 셈이다. 갑자기 토르의 얼굴이 일그러지더니 눈물을 뚝뚝 흘린다.

토르 (오열하며) 한 번만 봐주시면 안 돼요? 열심히 할게요. 진짜 열심히 할 수 있어요. 뭐든 할 수 있어요. 저 이거 아니면 할 줄 아는 거 아무것도 없어요. 중3때부터 지금까지 이것만 했는데… 7년 동안 이것만 했는데… (흐느끼느라 말이 안 나온다) …
윤진명 (냉정한 얼굴을 허물어트리지 않는다. 책상 위 휴지를 밀어준다) …
토르 (아예 테이블에 엎어져 흐느낀다) 나 이제 어떡해요? 내 인생 다 끝났어요. 엄마 아빠한테는 뭐라 그래요? 친구들한테는 또 뭐라 그래요? (주먹으로 책상을 쿵쿵 두드리며 운다)
윤진명…

․점프 ≫

퉁퉁 부은 얼굴로 토르가 나간다. 윤진명이 ‘토르의 전속계약해지서’ 서류를 철한다. 토르와 엇갈려 발두르가 들어온다. 곱게 생겼다. 생긴 거와는 딴판으로 입이 거칠다.

발두르 쪽팔리게 울고 지랄이야. (윤진명을 향해 서류를 집어던진다) 씨발. 안 될 거 같으면 왜 뽑았어? 지들이 뽑아놓고 이렇게 하면 뜬다고 뽐뿌질 할 때는 언제고 안 되니까 관두래. 병신새끼들, 잘되면 지들이 잘해서 잘된 거고 안 되면 우리가 못나서 안 된 거구. 개새끼들. 이럴 거면 진즉 자르든가. 그 시간에 노가다라도 뛰었어봐.
윤진명 (비속어마다 삑삑이 난무하지만, 역시나 표정 변화 없다. 발두르를 바라본다) …
발두르 (의자를 걷어찬다) 씨발아, 뭘 봐!! 확 불질러버릴라. 에이, 개새끼들, 폭망해라.

쾅! 문이 부서져라 닫힌다. 윤진명이 바닥에 떨어진 서류를 집어 철한다. 우르가 들어온다. 맞은편에 앉더니 다리를 꼰다. 이 아이는 되게 쿨하다.

우르 (서류를 툭 던진다) 사인 제대로 한 거 맞죠?
윤진명 (서류를 쭈욱 훑는다) …
우르 (쿨하다) 차라리 잘됐어요. 누가 봐도 안 되는 거 붙잡고 있어봤자 뭐 해요? 돈은 돈대로 들어가고 시간은 시간대로 흘러가고. 이제 와서 얘기지만 아스가르드가 뭐야? 아스가르드! 쪽팔리게. 토르, 발두르, 헤임달… 아우, 쪽팔려. 안 뜬 게 다행이지. 자칫 떴어봐? 어쩌다 유럽 진출이라도 했다간… 아우, 쪽팔려. 아우, 창피해. (낄낄 웃으며 나간다) 아스가르드 좋아하네. 웬만해야지.
윤진명 (서류 철한다) …

노크 소리.

윤진명 예.
티르 (들어오자마자 90도 각도로 인사한다) 안녕하십니까?
윤진명 (마주 인사한다) …
티르 (두 손으로 서류를 전달한다) 이거…
윤진명 (두 손으로 받는다) …
티르 (맞은편 자리에 앉는다) …
윤진명 됐습니다.
티르 예… (일어나지 않는다)
윤진명 (당황스럽다) …그동안 수고하셨습니다.
티르 예… 힘드시죠?
윤진명 예?
티르 우리가 좀 더 잘했으면 이런 일 없었을 텐데… 다 저희 탓이에요.
윤진명 아, 그건…
티르 데뷔 무대에서 실수만 안 했어도… (자기 머리를 쿵쿵 때린다) 바보, 바보, 바보…
윤진명 저기…
티르 그동안 회사에서 정말 많이 밀어줬는데… 죄송합니다. (일어나서 인사한다) …
윤진명 (괴롭다. 마주 일어나서 인사한다) …
티르 수고하세요. 죄송합니다.
티르가 끝까지 인사하며 문을 조심스럽게 닫고 나간다. 이제까지 어떤 멤버보다도 힘이 들다. 윤진명이 물을 마신다. 마음을 다잡고 문을 바라본다. 문은 열리지 않는다.

윤진명 (핸드폰을 꺼내 아스가르드 매니저에게 전화한다) 이실장님! 경영지원팀 윤진명인데요. 헤임달이 아직 안 와서요. …(듣다가) 예, 그럼 연락 되면 저한테 전화 달라고 전해주세요.

전화를 끊는다. 숨을 크게 쉰다. 자리에서 일어난다.
-6회, 나는 세상의 중심이었다

구매가격 : 11,200 원

청춘시대 시즌2 - 하

도서정보 : 박연선 | 2017-10-31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그 시절, 세상 모든 것은 나를 사랑하기 위해 존재했다”

드라마 화제성 1위! 매 회 자체 최고 시청률 경신!

당신이 상상한 그 이상의 극사실주의 셰어하우스

새 하메와 함께 돌아온 〈청춘시대〉 1년 후 이야기




◎ 도서 소개

드라마 화제성 1위, 매 회 자체 최고 시청률 경신!
1년을 기다렸다! 베일을 벗은 〈청춘시대 시즌2〉 순항 알림!

2017년 8월, JTBC 드라마 〈청춘시대2〉는 첫 방송부터 시즌1 최고 시청률을 웃도는 2.2%를 달성하며 순조로운 시작을 알렸을 뿐 아니라 굿데이터코퍼레이션에서 집계한 화제성 드라마 부문에서 1위를 차지하며 1년을 기다린 애청자들의 파워와 팬심을 증명했다. 시즌1에 이어 『청춘시대 시즌2 대본집』이 아르테팝에서 출간된다. 〈청춘시대〉는 여성 캐릭터가 주축이 되는 이야기로, 여대생들끼리 공생하며 생기는 미묘한 감정의 흐름과 상처를 치유해가는 과정을 감동적으로 그려냈다. 삼각관계도, 신데렐라 코드도 없이 다섯 여대생들이 셰어하우스에서 살아가는 이야기를 다룬 〈청춘시대〉 시리즈는 ‘현재의 20대를 가장 훌륭히 대변했다’, ‘인생작’, ‘웰메이드 드라마’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청춘시대 시즌2 대본집』은 멜로, 코미디, 미스터리 등 장르를 총망라하는 집필 경력의 박연선 대본집이기도 하다. 박연선 작가는 로맨틱 코미디 〈동갑내기 과외하기〉로 데뷔한 뒤 남녀노소가 감정이입한 명품 멜로 〈연애시대〉를 비롯, 드라마스페셜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 평가받는 8부작 미스터리 〈화이트 크리스마스〉 외에도 〈백야행〉, 〈얼렁뚱땅 흥신소〉, 〈그녀를 믿지 마세요〉 등을 집필했다.

“그 시절, 모든 것은 나를 사랑하기 위해 존재했다”
더 이상 세상의 중심이 될 수 없음을 깨달은 상처투성이 다섯 여자의 맨몸 분투기
리얼심리 상처 치유 드라마 〈청춘시대〉

“언제는 지 몸처럼 만졌으면서… 이제는 손 좀 닿았다고 미안이래?” - 미친X 널뛰듯 실연 중 유은재
“딱지 떼는 그날! 일간지에 광고 낼 거예요. ‘축 송지원 여자 되다!’” - 취직보다 섹스! 송지원
“나 그렇게 착한 사람 아니에요. 착한 사람이면 이렇게 미움받을 리가 없잖아요.”
- 집에선 핑크 다람쥐, 밖에선 다크 포스 정예은
“말해봐요. 더 좋아하는 사람 생기면 또 버리고 떠날 거냐구요." - 키 큰 애 조은
“왜 하필 그 기적이 당신에게 일어나야 하죠? 노력하는 모든 사람에게 기적이 일어나진 않아요.”
- 이제는 정규직, 벨 에포크 최종 보스 윤진명

센 언니 강이나가 떠나고 10개월 후, 하메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청춘시대2〉는 연남동 셰어하우스 벨 에포크에 새 하메 조은이 섬뜩한 증오가 담긴 ‘분홍 편지’를 들고 등장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그렸다. 1년 6개월 만에 과 선배와의 첫 연애에 종지부를 찍고 감정기복이 널뛰듯 하는 유은재, 데이트 폭력을 당한 후, 집 밖에선 상복처럼 노출 없는 검은 옷만 입는 정예은, 생존만을 꿈꾼 끝에 마침내 정규직의 성지에 입성한 윤진명, 강박적인 거짓말이 점점 심해지자 자신이 어디 아픈 게 아닐까 불안한 송지원. 짧은 머리만큼 까칠한 태도로 하메들과 거리를 두는, 도무지 속을 알 수 없는 조은. 조은이 벨 에포크에 온 이유는 바로 ‘분홍 편지’의 수신인을 찾기 위해서다. 이토록 강렬한 증오를 살 만큼 나쁜 사람은 대체 누구인가? 누가 남의 인생을 망가뜨려놓고 하하호호 웃고 있는가? 삶을 돌아보기 시작한 하메들은 편지의 주인이 자신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두려워지는데….

살아 숨 쉬는 캐릭터, 심금을 울린 명대사, 한 편의 시와 같은 에피소드
‘보는 맛’을 넘어 ‘읽는 맛’을 극대화하다!
시즌1보다 한층 강력해진 코미디와 로맨스 그리고 미스터리!

〈청춘시대2〉는 한층 강력해진 코미디와 로맨스, 미스터리를 자랑한다. 송지원 자신도 기억 못 하는 과거와, 무시무시한 증오가 담긴 ‘분홍 편지’의 주인, 정예은에게 협박성 문자를 보내는 범인의 정체 등은 극을 흥미진진하게 이끌면서도 하메들이 삶을 돌아보게 만드는 계기가 된다. 또한 시청자들이 ‘이번엔 제발 사귀게 해달라’고 외쳤던 송지원과 임성민의 코믹한 ‘썸&쌈’도 담겼다. 일상의 소소한 디테일과 미스터리를 엮어내는 능력이 탁월한 박연선 작가의 진면목을 볼 수 있다.
대본집은 작품성과 시청률,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작품에게 주어지는 기회라고들 한다. 무엇보다 대본집의 매력은 작품의 빈 공간이 새롭게 다가온다는 점이다. 영상에서는 보지 못한 설정과 지문에서 작가의 필력을 느끼고, 반대로 대본에 표현되지 않은 빈 공간에서는 연출의 상상력을 읽을 수 있다.
『청춘시대 시즌2 대본집』은 ‘읽는 맛’이 남다른 박연선 작가의 대본을 지면에 맛깔나게 살려냈다. 〈청춘시대〉의 시그니처가 된 재치 있는 에필로그 뿐 아니라, 소지문 역시 대사만큼이나 감각적이어서, 드라마에 나타나지 않았던 인물의 속마음을 엿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배경음악, 날씨, 옷차림과 화장, 벨 에포크의 공간까지 다방면에 걸쳐 섬세하고 치밀하게 창조한 작가의 내공이 느껴지는 대본으로, 영상의 ‘보는 맛’을 넘어 글로 ‘읽는 맛’을 선사한다.


◎ 책 속에서

32. 1201호 앞(낮)

조은과 서장훈이 일단 문 앞으로 오긴 왔다.

서장훈 (나름 예리하다) 누가 있나 본데. 집 앞이 깨끗하잖아.
조은 관리실에서 청소하는 거지.
서장훈 서울은 그래?
조은 (초인종 보며) 눌러봐.
서장훈 내가? 여자가 누르는 게 낫지 않겠어?
조은 나?
서장훈 그럼 네가 여자지. 모자 벗고 머리 넘기고. (모자 벗기지만, 자기보다 더 짧다. 넘길 머리가 없다. 모자를 거꾸로 씌운다)
조은 (피하며) …왜 이래?
서장훈 그나마 이게 낫네. 미인계라고는 도저히 못 하겠고 여자계 하자, 여자계. 립스틱 없냐?
조은 없어.
서장훈 이쁜 표정. (눈 동그랗게 뜨고 이쁜 표정 짓는다)
조은 (그게 뭔지 모른다) 됐어.
서장훈 이게 내 일이냐?
조은 (그건 그렇다. 나름 눈 똥그랗게 뜨고 이쁜 표정 짓는다) …
서장훈 (픽 웃는다) …
조은 (인상 쓴다) …
서장훈 이뻐, 이뻐…
조은 (어쨌거나 이쁜 표정 하고 누른다) …

두근두근한다. 아무 소리 없다.

조은 없나 봐.
서장훈 이사 갔나… (생각난다) 아, 우편함!
조은 갔다 와.
서장훈 (가다가) 어째 나만 바뻐?
조은 기분 탓이라니까…


33. 엘리베이터 앞(낮)

서장훈이 마침 도착한 엘리베이터에 탄다. 막 문이 닫히려는 찰나, 맞은편 임성민이 탄 엘리베이터가 열린다. 임성민이 서장훈을 봤다. 서장훈도 임성민을 본다. 서로를 의식한다. 서장훈이 탄 엘리베이터 문이 닫힌다. 임성민이 1201호 앞으로 다가간다. 조은이 다가오는 임성민을 보고 긴장해서 뒷걸음질 친다.

임성민 (조은을 스윽 본다) 1201호?
조은 ……
임성민 고두영 찾아왔어요?

조은은 고두영이라는 말에 한 발 물러서고, 임성민은 한발 다가서는데… 야아! 소리와 함께 서장훈이 부웅 날아온다. 임성민이 슬쩍 피한다. 서장훈이 날아차기가 허공을 갈랐다. 어쨌거나 임성민과 서장훈이 엉겨 붙는다. 개싸움이 벌어진다.

서장훈 (임성민을 붙잡고 붙잡힌 채로 조은에게) 야, 뭐 하고 있어. 얼른 가!
조은 어…?
서장훈 내 걱정은 말고 얼른… 윽!

그사이, 송지원이 다가온다.

임성민 (엉겨 붙은 채로 송지원을 봤다) 야! 왜 왔어? 꼼짝 말랬잖아! 윽!
송지원 (이잉? 하다가 조은을 본다) 넌 왜 여깄냐?
조은 선배는요?
송지원 너도 고두영 찾아왔냐?
조은 예…

그사이에도 임성민과 서장훈은 최선을 다해 상대를 붙잡고 꺾는 중이다.

송지원 (쭈그리고 앉는다) 야!
임성민 (여전히 흥분한 상태로) 빨리 가! 내 걱정은…
송지원 네 걱정 안 하는데… 그만해, 우리 팀이야.

임성민, 서장훈이 동작을 멈춘다. 여전히 상대를 움켜쥔 채다.

송지원 (두 사람 등짝을 툭툭 두드리며 복싱 심판처럼) 떨어져!


34. 임성민 차 안(낮)

임성민, 송지원이 앞자리에, 뒷자리에 조은과 서장훈이 앉았다. 임성민은 코피가 났고, 서장훈은 입술이 터졌다. 백미러를 통해 서로를 의식한다.

송지원 학교에도 안 나타났다?
조은 예… 봤다는 사람이 없어여.
송지원 집은 아직 고두영 명읜데…


35. 벨 에포크 앞(낮)

임성민의 차가 도착한다. 조은과 서장훈, 송지원이 내린다. 조은이 임성민에게 태워다줘서 고맙다고 꾸벅 인사한다. 서장훈이 내리다가 움찔한다.

임성민 (고개 내밀며) 어이쿠, 허리 뼜나 보네. 삔 데는 냉찜질 해주는 게 좋아요.
서장훈 (빠직하지만 웃으며) 아까 코피 터트린 거 미안해요. (하하하 웃는다) …
임성민 어깨 괜찮아요? 아까 암바가 너무 세게 들어갔어. (하하하)
서장훈 (팔을 쌩쌩 돌리며) 아무렇지도 않은데… 쌩쌩한데. (하하하하)
송지원 (임성민과 서장훈 사이로 스윽 들어오며) 왜 웃어? 같이 웃자.
임성민 (웃음 뚝 그친다) 알 거 없어. (차를 출발시킨다)
-7회, 나는 나를 부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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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지원 조장군이 학교에 가봤는데 복학도 안 했나 봐.
윤, 유, 정 (조은을 본다) …
조은 (변명하듯) 그냥… 뭐 심심하기도 하고 해서…
유은재 예은 선배 아까 보니까 남자랑 같이 오던데, 조심해요.
정예은 응?
유은재 새 남친 생긴 거 알고 더 열 받으면 어떡해요?
윤진명 남자친구 생겼어?
송지원 누구? 권호창?
정예은 아직 사귀는 건 아니구…
송지원 아, 살기 싫다. 어떤 년은 얻어걸린 남자가 IT 천재구…
정예은 (싫지는 않다) 천재는 무슨…
송지원 복 없는 년은 남탕에서 자빠져도 고자 옆이라고… (갑자기 생각났다) 정 여사, 이러다가 잡스 마누라 되는 거 아니야?
정예은 또, 또, 과속한다.
송지원 (손바닥 비빈다) 정 여사 차 더 줄까? (자기 빵 내주며) 빵 더 먹을래?
유은재 누굴 만나든 좀 알아보고 만나요. 아무나 막 만나지 말고…
정예은 야, 내가 뭘 막 만나냐?
유은재 선배가 저번엔 그랬잖아요. 그 남자 이상하다고.
정예은 내가?
유은재 말하는 것도 이상하고 생긴 것도 이상하다고 그랬으면서…
정예은 생긴 게 이상하다고는 안 했다. (핸드폰이 진동한다) 예, 변호사님.

정예은이 전화 받는 동안 하메들 각자 할 일 한다. 윤진명은 옷을 갈아입으러 들어가는데…

정예은 (통화 중이다) 아뇨. 아직은 별일 없었어요. 예… (놀란다) 네?
하메들 (본다) …
정예은 (뭔가 놀라운 소식을 들었다. 당황했다) 예… 예… 예, 들어가세요. (전화 끊고 하메들을 하나하나 본다) 고두영이 아니래. 고두영, 출소하자마자 캐나다 갔대. 한 변호사님이 확인했대.

고두영인 줄 알았는데… 하메들은 생각에 빠지고. 조은은 그런 하메들을 보다가 방으로 들어간다.

유은재 고두영 아니면… 또 누구지?
정예은 (살짝 기분이 상한다) …
윤진명 누구 짐작 가는 사람 없어?
정예은 (고개를 흔든다) …
유은재 어떻게 모를 수가 있어요. 잘 생각해봐요.
정예은 (짜증이 난다) 너 아까부터 말 이상하게 한다.
유은재 (놀란다) 내가 뭘요?
정예은 넌 지금 내가 이 남자 저 남자 아무나 만나서 이런 일 당하는 거라고 생각하지?
유은재 (조금 찔린다. 그래서 과잉 반응한다) 아뇨, 왜 그렇게 생각해요?
조은 (분홍색 편지를 들고 다시 나왔는데) …
정예은 (점점 목소리 높아진다) 네가 그런 식으로 말하니까.
유은재 (따라서 높아진다) 내가 언제요?
정예은 고두영 아니면 또 누구냐는 말은 뭐야? 내가 아주 못돼 처먹어서 날 미워하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라는 뜻이잖아.
유은재 왜 사람 말을 그렇게 들어요? 난 그냥 걱정돼서 그런 건데… 그리고 누가 그렇게 날 미워하는데 어떻게 그걸 모를 수가 있대요.
정예은 몰라, 모른다고! 난 못돼서 여기저기서 미움받어. 그래서 모르겠어. 됐어? (방으로 들어간다) …
송지원 (쫓아가며) 정 여사, 왜 그래… 은재도 걱정돼서 그런 걸 가지고…
유은재 왜 나한테 그런대요? (생각할수록 억울하다. 말하면서 손바닥의 상처를 비벼댄다) 솔직히 말해서 우리가 누구 땜에 이 고생인데… 맘대로 돌아다니지도 못하고 더운데 창문도 못 열고… 남들 다 불편하게 해놓고선 자기만 아무렇지도 않게… 남자친구나 만들고. (방으로 들어간다) …
윤진명 (쉽지 않다. 문득 조은을 본다) 왜?
조은 (분홍색 편지를 보다가) 예, 아뇨… 뭐…
-7회, 나는 나를 부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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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오앤박 앞(밤)

퇴근 시간도 지나갔다. 회사 앞은 한적해졌다. 헤임달이 무릎 운동을 한다. 스트레칭도 한다. 가방을 챙기는데… 발소리. 올려다보면, 윤진명이다.

윤진명 이런다고 뭐가 달라져요?
헤임달 (빈정댄다) 뭔 참견?
윤진명 시위에는 목적이 있을 거잖아요. 원래 계약대로 2년 채운다고 해봐요. 그래서 좋을 게 뭐예요?
헤임달 그사이 빵 뜨지.
윤진명 5년 동안 안 된 게 왜 그때 되겠어요?
헤임달 원래 기적이란 건 마지막의 마지막의 마지막에 일어나는 거예요. 포기하지 않는 사람한테! 10년 무명이다가 한순간에 빵 뜬 사람도 있고. 어쩌다 라디오에 한 번 나왔는데 차트 역주행도 하고. 사람일 어떻게 될지 누가 알아? 싸이는 뭐 원래 월드 스타였나. 우연에 기적이 겹친 거지.
윤진명 왜 하필 그 기적이 당신에게 일어나야 하죠?
헤임달 노력하니까!
윤진명 노력하는 모든 사람에게 기적이 일어나진 않아요.
헤임달 (말에 밀리다 보니 흥분한다) 그래. 너 잘났는데, 그래도 난 한다구! 난 성공할 거라구! 그러니까 참견하지 말라고!
윤진명 (짜증난다) 한 번만 제대로 생각해봐요. 이런다고 뭐가 달라지나? 아스가르드 일곱 명 중에 여섯 명이 팀 해체를 받아들였어요. 일곱 명 중에 여섯 명이 더 이상 해봤자 소용없다고 생각한 거예요. 근데 혼자만 못 받아들이고 있잖아요. 본인한테 진짜 재능이 있다고 생각해요?
헤임달 있어!
윤진명 좀 잘하는 거 말고 모두가 인정하는 재능!
헤임달 (필사적이다. 아이처럼 우긴다) 있어, 재능!! 나 재능 있다구! 네가 뭘 안다고?! 인턴 주제에. 언제 잘릴지 말지 지도 모르는 주제에. 네 걱정이나 해. 아하, 나 자르면 정직원 시켜준대? 그래? 그래서 이러는 거야?
윤진명 (발끈한다) 나 인턴 아니야. 정직원이야.
헤임달 (비꼰다) 어유, 그러셨어요. 정직원이셨구나. 훌륭하네, 정직원! (양손 엄지척까지 하며) 대단해요.
윤진명 (열 받았다) 그래, 너보다 잘났다. 지 못난 건 생각 안 하고 남 탓만 해대는 너보다 백배는 잘났다. 네가 진짜 재능이 있었어봐. 어떡해서든 살아남았겠지. 아스가르드 중에도 두 명은 살아남았잖아. 너 재능 없어. 꼴찌 아스가르드 중에서도 넌 또 꼴찌야. 그거나 알고서…

헤임달이 윤진명을 밀어버린다. 윤진명이 뒤로 넘어지면서 손을 짚는다. 아까부터 큰 소리에 나와서 지켜보던 경비가 달려온다. 헤임달이 윤진명을 쳐다보다가 가버린다.

경비 (윤진명을 부축하려 한다) 괜찮아요?
윤진명 (혼자 일어선다) 예. (바닥을 짚었던 손이 아프다) …
-8회, 나는 상처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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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안으로 들어가려는데 임성민이 붙잡는다. 남자가 임성민의 멱살을 잡아 벽에 밀어붙이고 주먹을 꽂으려는데. 누군가 몸을 부딪쳐온다. 송지원이다. 충격은 거의 없다. 남자가 그냥 돌아봤을 뿐이다.

송지원 뭘 어쩌려는 거예요?
남자 그 개새끼, 죽여버릴 거야.
송지원 안 돼요.
남자 왜?
송지원 효진이가 원하는 건 그게 아니니까!
남자 네가 어떻게 알아?
송지원 (지지 않는다) 내 이름을 썼으니까! 나랑 같이 사은회 가기를 원했으니까!!
남자 …
송지원 효진이는 그 자리에 내가 있기를 원했어요. 한관영 선생과 마주하는 자리에 내가 있기를 원했다구요.
남자 (송지원을 노려보다가) 그럼 넌 네가 하고 싶은 걸 해. 난 나대로 할 테니까. (밀고 들어가려 한다)
송지원 (남자의 앞을 막아선다) 당신 맘대로 하면 내가 하려는 걸 못 해요. 내가 하려는 걸 못 하면 효진이가 하려던 일도 못 하는 거예요.
남자 …

송지원 누군 뭐 생각 안 해본 줄 알아요? 한밤중에 쫓아가서 뒤통수 내려칠까도 생각해봤고, 칼 들고 담장을 넘을까도 생각해봤어요. 나도 생각해봤다구요. 내가 생각해봤다면 효진이도 생각해봤을 거예요. 근데 안 했어요. 왜? 그게 아니었으니까. 효진이가 원한 건 그런 게 아니었으니까.
남자 …
송지원 효진이는 나하고 같이 사은회 자리에 가려고 했어요. 그리고 왜 죽어버렸는지 모르겠지만… 이제 내가 할 수밖에 없어요. 그러니까 내가 할 거예요.
-12회 나는 나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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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헌경 제가 선생님한테 들은 최고의 칭찬이 생각납니다. ‘난 네가 질투 난다’ 무슨 선생님이 제자를 질투합니까?

송지원은 숨을 쉬기가 힘들다. 침을 넘기기도 힘들다. 눈에 눈물이 고인다. 이명이 들린다. 그동안에도 제자들의, 지인들의 미담은 계속 된다. 박수를 치고 웃는다.

사회자 이러다가는 밤샐 것 같으니까 우선 다음 순서로… (하다가 손을 든 송지원을 본다)
송지원 저도 꼭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사회자 (잠깐 망설인다) …
송지원 (한난호와 그녀의 품에 안긴 딸을 본 다음) 부탁드립니다.
한관영 (송지원을 본다. 송지원은 지난번에 왔을 때와는 분위기가 달라서 알아보지 못한다)
한난호 (어디서 본 것 같다고만 생각한다) …
송지원 그게… 초등학교 3학년 때였습니다. 여름이었는데 수업이 다 끝나고 친구랑 운동장에서 놀고 있었습니다.

이명이 커진다. 이명은 매미 소리로 변한다.

4. 초등학교 운동장(낮-과거)

초등학교 3학년 송지원과 문효진이 땅바닥에 선을 긋는다. 사방치기를 위한 선이다. 송지원은 새로 산 구두를 신고 있다. 가끔 구두코 의 먼지를 손바닥으로 닦아낸다. 문효진이 구두코를 닦는 송지원을 보다가 시선이 마주치자 줄긋기를 계속한다. 그림자가 진다. 키가 큰 40대의 한관영이다.

(송지원) 선생님이 말씀하셨습니다.
한관영 누가 선생님 좀 도와줬으면 좋겠는데… (두 아이를 번갈아 본다)

어린 송지원과 문효진이 선생님을 올려다본다.

•인서트 - 한관영의 집 정원 〉〉
송지원 ‘저요’라고 말하고 싶었습니다. 근데 저는 숫기가 없었습니다. 그냥 속으로 선생님이 ‘너’라고 말해주기를 기다렸습니다.
한관영 (아직은 무슨 이야기인지 모른다) …

어린 송지원이 한관영을 올려다본다. 자기를 지목해달라는 염원을 담아서. 그건 문효진도 마찬가지다. 한관영이 송지원의 새로 산 신발 과 문효진의 낡은 운동화를 번갈아본다.

한관영 (누군가를 가리킨다) 너!

•점프 〉〉
어린 송지원이 멀어지는 두 사람, 한관영과 문효진을 바라본다. 부러움과 불만으로 입이 나왔다. 새 구두코로 땅바닥을 콩콩 찧는다.

•인서트 - 한관영의 집 정원 〉〉
송지원 나는 친구가 부러웠습니다. 부러워서 밉기까지 했습니다.

사람들은 송지원의 이야기가 길어지자 슬슬 잡담을 하고, 딴짓을 시작한다. 사회자는 시계를 본다.

송지원 좀 있다가 다른 친구들이 도착했고…
아이 (축구 골대나 나무기둥에 얼굴을 대고) 열하나, 열둘, 열셋…

아이들이 숨느라 소리 없이 부산을 떤다. 어린 송지원이 숨으려고 하는 곳엔 이미 누군가가 숨어 있다. 송지원이 창틀 위로 올라간다. ‘여름철 안전사고에 대비하자’ 따위의 표어가 써진 팻말을 끌어당겨 몸을 숨긴다. 두근두근한다. 건물 안은 미술실이다. 아그리파, 이젤, 아이들이 그린 그림들.

•인서트 - 한관영의 집 정원 〉〉
한관영이 맥주잔을 내려놓는다. 그는 뭔가가 생각났다.

술래가 오나 안 오나,에만 관심을 쏟던 송지원이 미술실 쪽으로 고개를 돌린다. 좀 전까지 비어 있던 커튼 틈으로 문효진이 뒷걸음질 쳐 등장한다. 문효진은 겁먹은 듯 보인다. 어린 송지원도 겁을 먹는다. 본능적으로 몸을 움츠린다. 가능하면 작게, 누구에게도 보이지 않도록. 술래에게도 문효진에게도 다른 누구에게도 보이지 않게. 문효진의 시선이 자기 쪽을 향한다. 자기 발쪽이다. 송지원은 발끝을 최대한 뒤로 물린다. 어른의 손이 문효진에게 다가온다. 어린 송지원이 몸을 떤다.

5. 한관영의 집 정원(낮)

송지원이 덜덜 떨면서도 한관영을 똑바로 본다. 한관영은 천천히 고개를 젓는다. 관심 없던 사람들이 두 사람에게 집중하기 시작한다. 한난호는 뭔가 불안을 느낀다. 사회자에게 눈으로 재촉한다.

사회자 자, 그럼 다음 순서로…
송지원 (덜덜 떨린다. 겁이 나서 그런 것만은 아니다) 그때 선생님이 무슨 짓을 했는지 기억하십니까? 그 이후에 그 아이가 어떤 일을 겪었는지 아십니까? 그 아이가 누군지는 아십니까? 문효진! 문효진입니다.
한관영 (송지원을 똑바로 바라보며 고개를 젓는다)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참담하다는 듯 한숨을 쉰다) 남들 보기엔 어떨지 모르겠지만 이 자리는 나에게 아주 영광되고 소중한 자립니다. 나한테 왜? 나한테 이러는 이유가 뭡니까?
송지원 (덜덜 떨고 있다) 선생님, 제발, 선생님이 한 짓을 인정하고 사과하세요.
한관영 (당당해진다. 손님들에게) 죄송합니다. 지난번에도 내 제자라고 찾아와서 이상한 소리를 하더니… 뭔가 오해를 했거나 어디가 아픈 거거나…

몇 명이 송지원을 데려가려 한다.

송지원 (반항한다) 봤어요! 내가 봤다구요. (왜 그런지 자꾸 눈물이 나려 한다) 선생님이 미술실에서 한 짓을 내가 봤어요. 그리고!

6. 초등학교 교실(낮-회상)

문효진이 전학 가는 날이다. 공식적인 인사가 끝나고 몇몇 친한 아이들과 작별한다. ‘전화할게’ ‘방학 때 놀러와’ … 드디어 송지원 앞에 섰다.

문효진 (송지원 신발을 본다. 그날의 신발이 아니다) 오늘은 안 신었네, 그 예쁜 구두…

7. 한관영의 집 정원(낮)

송지원 (끝내 눈물이 난다) 내가 봤다는 걸 효진이도 알고 있었어요.

사람들이 수군댄다. 송지원에게서 진심이 느껴진 탓이다.

송지원 (흐느끼며 소리친다) 내가 봤다는 걸 효진이도 알고 있었다구요!

순간, 송지원 뺨이 홱 돌아간다. 한난호가 송지원의 뺨을 후려쳤다. 한난호도 울고 있다. 한난호는 분해서 눈물이 난다.

한난호 (송지원을 노려본다. 조용하지만 위협적이다) 네 거짓말, 나는 안 믿어. 왜? 우리 아버지를 아니까! 여기 있는 사람 누구도 네 말 안 믿어. 다들 우리 아버지를 아니까.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인다.

한난호 (사람들에게) 누가! 누가 경찰 좀 불러줘요.
-13회, 그들은 그들의 거울이 있다

구매가격 : 11,200 원

시간이 반짝, 하는 기분

도서정보 : 김순 | 2017-10-30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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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살아도 괜찮네, 뭐] 로 시작하여
'아직도' 이렇게 살아도 괜찮은 저자의 3번째 캘리 에세이.

일상에서 시간이 반짝, 하는 순간들을 모아
책 속에 차곡차곡 담아 선물한다.

제주에서의 삶이 여행에서 일상이 되어가는 모습과 함께 면접, 일, 퇴사 같은 생활인으로서의 고민도 담겨있다.

구매가격 : 3,300 원

꽃길보다 내 인생

도서정보 : 이지연 | 2017-10-30 | PDF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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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잘했다고 칭찬해주지 않아도,
내 인생 별 것 아니라고 뒷자리로 밀쳐낸다 할지라도
그동안 열심히 살아와 준 나를 위하여 위로하고 응원하고,
나를 좋아한다고 말해주고 싶다.


▶ 열심히 살아온 나를 응원한다

누구에게나 중년은 찾아온다. 짧든 길든 갱년기도 맞이한다. 중년이 되면 열심히 살아온 결과물로 뭔가 내놓을만한 것이 있어야 할 것 같은데 어느 날 뒤돌아보면 별것도 없다. 인생을 잘못 살아온 게 아닌가 허무함이 찾아오기도 하고, 가까운 사람들과의 관계도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어쩌면 중년을 거쳐 가는 이들 대부분이 이런 평범한 생각을 거치지 않을까 싶다. 그렇지만 남들에게는 평범하고 별것 아닌 것 같아도 자신에겐 모두 특별한 인생이다. 어느 누구의 인생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한 번 뿐인 인생이고 내 인생이니까.
삶의 전환기에서 자신의 삶을 다시 돌아보게 되는 여성들, 엄마를 이해해주기 원하는 청년이 된 아들, 딸들, 중년 아내의 마음을 알아 줘야 하는 이 땅의 모든 남편들이 함께 읽어도 좋다. 우리는 모두 평범하지만 특별한 자신만의 삶을 열심히 살아내고 있는 모든 여성들에게, 엄마들에게 그 인생도 충분히 멋지다고 말해줄 수 있는 책이다.


▶ 인생은 해석하기 나름이다. 불리는 이름이 달라지면 인생도 달라진다!

지금껏 내가 살아온 모습이다.
비록 갱년기라는 시간을 통하여 잠시 멈춤의 시간을 가지게 되었지만 오히려 내겐 유익한 시간이었다. 그 길 가운데 서 있을 때는 외롭고, 아프고, 힘들고, 많이 울기도 했지만 나를 돌아보는 그 시간을 통하여 이제부터 진짜 내 인생을 사는 것이 아닐까 기대된다.
다른 사람 인생을 함부로 비난하고 평가해서는 안 되듯이 내 인생을 내가 비난해서도 안 되며 남이 비난하도록 해서도 안 된다. 내 글은 내 인생이고 바로 나인 것이다.

구매가격 : 7,500 원

파의 목소리 (문학동네시인선 071)

도서정보 : | 2017-10-30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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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마지막 얼굴은 빈 트럭
이것이 가끔 나였구나"

문학동네시인선 071 최문자 시집 『파의 목소리』

최문자 시인의 일곱번째 시집 『파의 목소리』가 출간되었다. 앞선 시집들에서도 그 역량을 유감없이 발휘했듯 이번 시집에서도 시인 특유의 유연한 목소리와 자유자재로 뻗는 상상력의 자발성과 그럼에도 다소곳한 성품의 차분함이 읽는 내내 어떤 울컥함으로 내 안에 차고 고임을 느끼게 된다. 관록이라 부름직하지만 41년생, 우리 나이로 일흔다섯의 시인이 써나가는 시라 할 때 이토록 엄살 없이 아플 수 있을까, 이토록 긴긴 달굼 없이 뜨거울 수 있을까, 이토록 풍만하고 이토록 군살 없으며 이토록 처음 시를 쓸 때의 그 긴장의 허리뼈를 여전히 곧추세울 수 있을까.

구매가격 : 7,000 원

발 달린 벌 (문학동네시인선 072)

도서정보 : | 2017-10-30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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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모습을 하고 부처로 사는 일"
문학동네시인선 072 권기만 시집 『발 달린 벌』

여기 한 권의 시집이 있다. 한 시인의 첫 시집이다. 권기만이라는 이름의 시인. 그의 나이 올해로 쉰일곱. 1959년생 나이에 처음으로 가져보는 자기만의 시집은 어떤 느낌일까. 그에게 물으려 하였으나 그럴 연유가 없는 것이 이 한 권의 시집 속에 답이 다 있기 때문이다. 완독이 곧 답이 되어주었다. 밑줄 긋고 접어 읽은 그의 시집은 총 108페이지로 얇은 편에 속하는데, 내 나름의 내 시집으로는 제법 통통함을 유지하게 되었다. 천천히 썼구나. 천천히 쓰고 오래 가다듬었구나. 빨리 달리지 않았구나. 빨리 달리지 않고 두리번거리면서 걸었구나. 깊이 보았구나. 깊이 보면서 여러 번 곱씹었구나. 이토록 탄탄한 기본기의 소유자인 그가 수줍게 내민 이번 시집 『발 달린 벌』은 굵직한 뼈와 같은 시들의 모음이다. 쫀쫀한 근육들이 유기적으로 뒤엉켜 육질의 씹는 맛을 연상케도 하는 시들의 모음이다. 결국은 머리가 아닌 몸이 써낸 기록들이란 얘기다. 중년의 한 사내가 수줍게 선보이는 시편들 속에서 그가 무수히 썼다 지웠을 시어들과 문장들과 시들을 동시에 떠올려본다. 시의 지문 속에 시인의 지문이 한데 섞여 있다. 그걸 발견하고 나니 시를 읽는 기분이 달랐다. 매 편 앞에서 공손해졌다.

구매가격 : 5,600 원

구구 (문학동네시인선 073)

도서정보 : | 2017-10-30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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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동네 시인선 73권. 가질 수도 버릴 수도 없는 것, 이토록 애매한 그것을 우리는 무엇이라 정의할 수 있을까. 2002년 「문학사상」 신인상을 통해 등단한 이래 <악어>, <공손한 손>, <사슴공원에서> 이 세 권의 시집을 펴냈던 시인 고영민이 신작을 선보인다. ´구구´라는 제목으로 ´구구´라는 이름으로.

구구, 마치 비둘기가 모이를 쪼듯 구구, 뒤로 풀어야 할 절절한 사연이 있음에도 그 뒷말을 지운 듯한 말 줄임의 구구… 또 한편 달달한 아이스크림의 대명사로 불리기도 한 이 구구가 이토록 씁쓸하게, 더불어 슬프게 들리는 이 느낌은 아마도 입이 있어도 할 말을 다 못 하고 사는, 살 수밖에 없는 우리네 인생의 이름표로도 읽히기 때문일 것이다.

총 4부로 나뉘어 전개되고 있는 고영민의 이번 시집에 담긴 시들은 총 83편이다. 시인은 주어진 현실을 부정하지 않고, 주어진 현실을 두 손으로 공손히 넙죽 받아든 채 그다음에 행할 첫 발걸음을 고민한다. 조심한다.

부모는 늙어버렸고, 부모는 죽어버렸고, 이제 중년이 된 그가 있다. 그러나 그에게 이 생은 알아먹을 수 있는 쉬운 이야기가 아닌, 살아도 모를 이야기 가운데 하나다. 그래서인지 그는 가방 안에 제 욕심을 꾸역꾸역 챙기는 이가 아니라 가방 안에서 제 욕심이랄 것이 있다면 죄다 털어버리고 헐렁한 빈 가방을 짊어진 우리의 아버지이자 시대의 성자로 분할 줄 안다.

구매가격 : 7,000 원

무명시인 (문학동네시인선 074)

도서정보 : | 2017-10-30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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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동네 시인선 74권. 1991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한 이후 1998년 첫 시집 <빛을 찾아선 나뭇가지>를 낸 뒤 지금껏 잠잠했던 그가 오랫동안의 침묵을 깨고 두번째 시집을 상재했다.

16년의 숨죽임은 오롯이 책을 만드는 편집자이자 기획자로서 제 역할을 다하기 위함도 있었지만, 시에 대한 그만의 어려움은 시에 대한 두려움은, 임종 때까지 곁을 지켰던 소설가 최인호 선생의 문학하는 자세를 너무 일찍, 너무 자주, 너무 깊이 배우고 익혀왔다는 데서 그 연원을 따져볼 수도 있겠다.

시를 쓰라고, 시집을 내라고 유언처럼 말씀을 남기신 최인호 선생이 아니었더라도 함명춘 시인은 어느 순간부터 시의 언저리를 빙빙 맴돌며 그 원주의 자장을 따랐다. 발표를 하기 위해 시를 썼다기보다 이것이 시인가, 시가 될 수 있는가, 혼자만의 점을 치듯 제 시를 객관적 위치에 놓고 지웠다 다시 썼다 버리기를 반복했다. 이번에 그가 펴낸 두번째 시집은 그래서인지 첫 시집과는 사뭇 다른 행보를 보인다.

시 안에서 이야기가 화수분처럼 터진다. 첫 시집이 나뭇가지 위에 올라앉은 새의 자세였다면 이번 시집은 그 새가 나뭇가지를 디딤으로 삼아 다른 나뭇가지로 날아가는 역동성과 활력을 띤다. 한 편의 이야기가 어떻게 시가 될 수 있는지, 그 이야기가 어떻게 한 편의 시로 읽히는지 그는 시 한 편마다 익숙한 듯 새롭게 전개하고 있다.

구매가격 : 5,600 원

눈부신 꽝 (문학동네시인선 075)

도서정보 : | 2017-10-30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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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동네 시인선 75권. 김연숙 시집. ´딱 우리 얼굴의 앳된 여자´가 있다. 평생 시를 꿈꿔왔고 시를 살아냈지만 한 권의 시집에 제 이름이 적힌 문패를 달아주기까지 너무도 오래 걸린 것 또한 사실이다. 2002년 「문학사상」으로 데뷔해 첫 시집을 펴내기까지 13년의 시간이 걸렸다.

1953년 태어나 2015년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 곳곳을 돌았고 그리고 한국에 정착에 오늘에 이르기까지 시인은 시가 아니고서는 제 삶의 둑이 늘 무너져 있다고 스스로의 기울음에 평생 아파한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일까. 평생을 매만진 그의 첫 시집의 밀도는 촘촘하면서도 그 누구도 거울을 삼지 않았다는 데서 독특함이 인다.

눈으로 읽는 맛도 스스럼없이 샘솟지만 소리 내어 시들을 하나하나 읽어내려갈 때 뭔가의 아련함과 더불어 여전히 유지하고 있는 어떤 동심, 어떤 장난기, 튼튼한 어떤 모터의 엔진 소리로 우리를 안심하게 함과 더불어 전진하게 한다. 시 안에서의 전진은 시를 넘기는 페이지에 침을 묻히는 횟수를 잦게 한다는 것. 63년의 생애 동안 쓰고 버리고 물고 빨면서 오늘에 남긴 이 시들의 흔적은 총 61편에 달한다.

구매가격 : 5,600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