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전자책
사냥꾼들
도서정보 : 주톈신 | 2023-12-19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이 책은 거리에서 살아가는 동물을 문명적으로 대하는 길을 모색하고 추구한
우리 세대의 기록이다”
-어떤 날은 차도에서, 어떤 날은 인간의 침대 위에서……
집 안팎을 넘나들며 인간과 엇갈리고 마주치는 고양이들
-그런 그들에게 바치는 타이완 국민 작가 주톈신의 근심 어린 서한
-약자에 대한 폭력과 차별이 난무한 세상을 향해 외치는 포용에의 주문
작은 것들, 단절된 것들, 사라진 것들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글쓰기를 선보여온 주톈신이 오랫동안 품고 안고 먹인 도시의 사냥꾼, 고양이의 생애에 대해 말한다. 주톈신은 소설가이자 각본가인 언니 주톈원, 타이완 최고의 문화비평가이자 전방위 학자로 인정받는 남편 탕누어와 함께 타이완을 대표하는 문학가로, 2012년 소설 『고도』로 국내 독자들을 만났다. 불의한 세태에 대한 치열한 고발정신을 특유의 서정적인 문체로 표현하는 그는 『사냥꾼들』을 통해 ‘길고양이를 괴롭히지 말라’는 다소 해묵은 주문을 다시금 주목해야 할 낯선 주장으로 새롭게 건져 올린다. 소파 위에서, 식탁 아래서 생생하게 겪어낸 경험을 문장가다운 아름다운 말로 엮어냄으로써.
고양이에 대한, 고양이를 바라보는 마음에 대한
완전히 새로운 묘사
이 책은 고양이를 그려내는 기존의 이미지를 소비하면서도 그것을 거부한다. 주톈신이 소개하는 고양이는 마냥 사랑스럽지 않으며, 심지어 불량하다. 「모든 고양이가 사랑스러운 건 아니다」에서는 고양이의 고약한 면모를 ‘겁쟁이 고양이’ ‘못생긴 고양이’ ‘말하기 좋아하는 고양이’ ‘훔쳐 먹는 고양이’ ‘꽁한 고양이’ ‘집에 붙어 있지 않는 고양이’ ‘독신남 고양이’ ‘불량소녀단’과 같은 항목별로 분류하여 ‘귀엽고 예쁜’ 동물이라는 고양이의 신화에 구태여 흠집을 낸다. 그는 “그가 암암리에 폭력에 가까운 행위로 늙거나 어린 묘족을 괴롭히는 모습을 한두 번 본 게 아니”라든가 “한한은 진짜 진짜 못생겼다” “예전에 우리 집에 살았던 커다란 흑백 무늬 수고양이는 추한 생김새 때문에 아추라는 이름이 붙었고, 때때로 히틀러라 불리기도 했다”라고 쓴다.
이로써 얻어지는 건 무엇인가. 그가 ‘비방’하는 목적은 분명하다. “다들 아름다운 인연이 시작되리라는 기대에 부풀어 길고양이를 입양하려는 마음을 먹었을 터. 그러다 보니 나에게는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릴 의무가 생겼다”라는 말로 미루어 볼 때 작가는 고양이의 다양한 면모를 알지 못한 채 귀엽다는 이유만으로 덥석 입양해 쉽게 파양할 경우를 미연에 방지코자 한다. 동시에 달성되는 또 다른 가치도 있다. 동물이 귀엽지 않아도, 심지어 ‘불량’해도 사랑스럽다는 작가의 자연스러운 태도는 어느새 읽는 이조차도 ‘못생긴 한한’을 자연스레 긍정하고 사랑하게끔 만든다. 대상을 조건 없이, 자연히, 저절로 사랑하기. 주톈신은 자신의 사랑을 통해 무조건적이고 맹목적인 사랑의 가능성을 증명해 낸다.
소설적 상상 또한 이 책의 묘미다. 고양이를 오래 바라보던 작가는 스스로 고양이가 되어 자신에게 고한다. “아이고, 똘똘하고 모든 걸 다 안다 싶은 내 집사도 이 즐거움은 결코 알 수 없겠지. 갖가지 소식을 실은 산들바람이 풀 끝을 스치고, 풀 끝은 가장 예민하고 가느다란 배털을 사박사박 훑고, 그 빛과 그림자는 초 단위로 또는 그보다 더 미세하게 달라지고, 백만 년간 뜨거운 핏속에 응축된 조상들의 목소리에 소환되는 그 순간, 시간은 시간이 아니다.”(42) 문장을 읽고 난 독자는 인간을 벗어나 고양이의 몸이 되어 배털을 스치는 가상의 공기를 체험하게 된다. 주객이 뒤바뀐 상황 속에서 작가는 대상으로 고정되어 있던 고양이에 대한 더 큰 이해에 도달하게 되고, 독자 역시 같은 경험을 통해 고양이와 더욱 가까워진다. 이 책을 읽고 난 우리는 이로써 고양이를 더 잘 알게 되었노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사냥꾼이 사냥당하는 도시,
주톈신이 고발하는 타이베이
주톈신이 타이완에서 마주하는 고양이들의 공통적인 특징이 있다. 야성이다. 그들 묘족은 인족(주톈신의 표현)을 경계하며, 인족의 “목소리와 몸짓이 아무리 상냥하고 온화해도, 조금도 위협적이지 않아도” 그들과 가까워질세라 냅다 도망치기 바쁘다. 얼핏 그들은 도시의 질서에 길들지 않은, 문명의 반대말로서의 야성성을 갖고 있는 듯 보인다. 하지만 조금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들 야성성에는 다른 이유가 있다. 주톈신은 방어적이고 회피적인 타이완 고양이들을 보며 탄식한다. “대체 무엇 때문에 그들은 그토록 사람을 경계하며 죽어라 달아나는 걸까? 무엇 때문에 그들은 에게해 작은 섬의 고양이들처럼 우리를 쓱 보고는 기지개를 켜고 단잠을 잘 수 없는 걸까?” 동시에 작가는 묘족이 야성적일 수밖에, 인간에게 적대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를 이해한다. “내가 만약 이 섬나라의 묘족이라면, 나 역시 그럴 테니까.”
호기심에 이끌려 고양이에게 다가가는 아이에게 “더러우니까 떨어지라”고 다그치는 부모부터 길고양이에게 끓는 물을 뿌리는 노점상 주인, 학생들이 보는 앞에서 아기 들고양이를 4층 창밖으로 던져버린 교사, 묘족이 지나다니지 못하도록 마당에 울타리를 두르고 철조망까지 친 어느 고급 주택의 집주인까지. 타이베이에서 고양이는 그들에게 붙여진 사냥꾼이란 별명만큼 호령하고 군림하지 못한다. 이 도시의 사냥꾼들은 죽거나 버려진 것만을 ‘사냥’해야 하는 비운을 감내해야 하며, 도처에 도사린 사냥‘당할’ 위험을 감지하며 살아가야 한다.
이 책이 현재의 우리에게 유의미한 이유는 책이 가진 문제의식이 바다 건너 한반도에 그대로 와닿기 때문이다. 책에서 그리는 고양이의 무대는 사적 공간인 집이 아닌 공적 공간인 도시다. 도시인들에게 박해받는 도시 고양이의 비운을 읽는 독자는 비단 그곳에만 머무르지 않고, 내가 사는 이곳 도시 고양이의 삶으로까지 생각을 옮겨오게 된다. 이 책을 읽으며 우리는 타이완에서 박해받는 고양이를 상상함과 동시에 당장 내가 앉아 있는 건물 밖에서, 담벼락 사이에서, 주차장 구석에서 울고 있는 이쪽의 고양이 역시 떠올리게 된다. “공공연히 통치자의 이익과 선호에 부합하는 사람만 골라 유권자로 삼으려고 하는데, 하물며 ‘내 종족이 아닌’ 이들의 사정을 봐줄 리가?”라고 묻는 주톈신의 물음 앞에서 우리는 이 책이 애초에 다른 언어로 쓰였던 번역서라는 사실에 놀라게 될 것이다.
사냥꾼 아닌 사냥꾼을 두고도 주톈신이 책 제목을 『사냥꾼들』이라고 지은 데는 이러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제목은 고양이의 본능을 지켜주고 싶다, 뛰놀도록, 배회하도록, 살아 있는 개체와 섞이도록, 그렇게 내내 진정한 사냥꾼이도록 해주고 싶다는 소망을 품고 있다. 인간의 생존만이 유일한 과제가 된 도시에서 고양이 애호가는 필연적으로 수호자일 수밖에 없다. “우리 집에는 이미 개 여섯 마리에 토끼 세 마리가 있었고, 고양이는 수도 없이 많(았)으니까!”
구매가격 : 11,900 원
2024 운전면허 필기시험(문장형)
도서정보 : 도로교통공단 | 2024-01-03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 2024년도 운전면허시험 유형별 실전문제 / 680문제(문장형)/(보통 • 대형 • 특수)
운전면허시험 유형별 실전 문제은행 전자책 시리즈
2024년 새로 바뀐 도로교통법 실제문제 수록 !!
• 문장형 문제: 1~680(680문항)
• 사진형 문제: 681~780(100문항)
• 일러스트형 문제(안전표지 포함): 781~965(185문항)
• 동영상 문제<도로교통공단 홈페이지 참조>(35문항)
구매가격 : 7,000 원
부자 사장님은 어떻게 세금을 절세했을까?
도서정보 : 최대현 | 2024-01-05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성공한 기업인과 부자들은 무엇을 궁금해 하는가?
돈 버는 것보다 세금에 더 신경 쓰는 사람들,
그들의 질문에 대한 답의 중심에는 세무회계가 있다!
부자들은 줄곧 어려운 질문을 한다. 막상 간단히 설명하기에는 까다로운 주제다. 이 책에서는 그들이 궁금해 하는 것들 중에서 뻔하지 않으면서도 상담 빈도수가 높은 주제를 선정하여, 최대한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도록 스토리텔링 형식으로 담아냈다. 그렇게 부자가 되는 과정에서 부딪히는 세무회계 이슈들을 알 수 있고, 그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알려준다. 물론 이는 성공한 부자뿐만 아니라 초보 사장님에게도 도움이 될 내용이다. 또한 그들을 매일 마주해야 하는 금융 영업인에게는 필수 지식이다. 그들이 궁금한 것이 무엇인지 알아야지 그들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부자의 기준은 돈 버는 것보다 세금에 더 신경 쓰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기업 생애주기별 필요한 세무회계 이슈를 해결하고 다음 단계로 도약한다. 돈을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번 돈을 잘 관리해야만 부자가 될 수 있다. 그 중심에는 세금과 회계가 있다.
구매가격 : 16,000 원
출생을 넘어서
도서정보 : 황경문 | 2023-12-29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한국 사회는 왜 명문대 졸업장에 집착하며
특권과 인정의 서열 속으로 줄을 세우는가?
『출생을 넘어서』는 중인, 향리, 서얼, 무반, 서북인 등 제2 신분집단에 대한 최초의 역사적 연구이자 이 집단의 후손들이 현대 한국이란 국가와 사회가 출현하는 데 미친 영향을 처음으로 고찰한 유일한 단행본이다. 제2 신분집단 후손들의 사회적 지위 상승은 거의 전적으로 출생에 의존했던 조선시대 신분사회가 ‘교육’과 ‘부’를 포함한 훨씬 복합적인 요소들에 의해 결정되는 상황으로 한국 사회가 전환되었음을 보여준 획기적 현상이었다. 이 책이 보여주듯이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전반에 이르기까지 지배 엘리트층의 일원으로 떠오른 그들의 새로운 위상은 그들이 정치, 교육, 사업은 물론 문화, 문학, 예술 분야에서도 두각을 나타내는 배경이 되었다.
황경문 교수(호주 국립대)는 그들은 자신들이 성취한 성공 스토리 이상으로 훨씬 중요한 무언가를 현대 한국 사회에 남겼다고 한다. 가능성에 관한 의식, 즉 외관상 이미 결정된 경로가 있다 해도 그 역시 습득될 수 있다는‘지위’를 향한 강력한 믿음이 그것이다. 한국 사회구조의 변화는 그 핵심 동학이 지위(신분)의 제거에 있지 않았다. 한국인의 강력한 지위의식은 진보라든가 변화를 지체시키지 않았다. 높은 지위가 주로 세습적 면모를 가진 것으로부터 성취가 가능한 것으로 전환된 것이며, 그 역동성에 비춰 볼 때 한국의 경제성장을 ‘기적’이라고 부르는 것은 저평가된 표현이라고도 했다. 새로운 전환기를 맞은 한국사회가 직면한 문제는 특권과 기회 불평등의 안착이다. 『출생을 넘어서』는 이 문제의 깊은 뿌리를 한국의 과거로부터 이해하는 데 새로운 안목을 제공할 것이다.
구매가격 : 22,000 원
발전하는 사회
도서정보 : 사방천 | 2023-12-22 | PDF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시음사 시선 418, 사방천 제4시집
구매가격 : 8,400 원
2024 운전면허 필기시험(동영상형)
도서정보 : 도로교통공단 | 2024-01-03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 2024년도 운전면허시험 유형별 실전문제 / 35문제(동영상형)('영상'은 도로교통공단 홈페이지 참조)(보통 • 대형 • 특수)
운전면허시험 유형별 실전 문제은행 전자책 시리즈
2024년 새로 바뀐 도로교통법 실제문제 수록 !!
• 문장형 문제: 1~680(680문항)
• 사진형 문제: 681~780(100문항)
• 일러스트형 문제(안전표지 포함): 781~965(185문항)
• 동영상 문제<도로교통공단 홈페이지 참조>(35문항)
구매가격 : 3,000 원
2분의 1
도서정보 : 2분의 1 | 2023-12-13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절반의 철학으로 인생 반전을 일으켜라! 호모 헌드레드(100세) 시대, 누구나 느리게 나이 들고 행복하게 오래 살고 싶다. 하지만 어떻게 해야 노후에도 편하게 잘 살 수 있을지 고민할 시간도 없이, 하루하루 해야 하는 일에 치여 보내는 경우가 대부분. “40대부터 인생 이모작을 준비해야 한다”는 말을 지겹게 들어도, 제2의 삶을 진지하게 대비할 겨를도 없이 넘어가는 달력만 바라볼 뿐이다. 몸이나 정신은 전처럼 팔팔하지 않고 돈 들어갈 일은 많아지는데 언제까지 일할 수 있을지 불안해지기도 한다.
용접공에서 교수가 되고, 책 100여 권을 쓰며 세바시(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 등 수많은 채널과 매체에서 강연을 하고, 나이 오십을 앞두고 사막 마라톤에 도전할 만큼 끊임없는 자기계발로 멋지게 나이 듦을 증명 중인 유영만 교수가 신작 《2분의 1》에서 인생 후반전 출발선에 선 당신의 삶에 반전을 일으켜줄 ‘절반의 철학’을 공개한다. 절반의 철학은, 인생 전후반을 나누는 반환점에서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고민하는 사람을 위한 철학으로 저자의 풍부한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한 인생 설계 처방전이다.
마지못해 해오던 습관과 관습을 벗어던지고, 나에게 의미와 가치를 주지 않거나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주지 못하는 모든 일들은 절반(1/2)으로 줄인다. 그러면 두 배(2)로 늘려야 할 것들이 보이고,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유일(1)한 나를 만날 수 있다. 이것이 절반의 철학이 제안하는 성공 공식이며 수식화하면 ‘1/2(절반) x 2(두 배) = 1(유일한 나)’이다.
《2분의 1》에는 이 공식을 삶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실천법이 담겨 있다. 저자는 중년부터 특히 중요한 다섯 분야(건강, 공부, 말, 인간관계, 행복)에서 절반으로 줄여야 할 습관과 두 배로 늘려야 할 습관 50가지를 소개한다. “같은 말이라도 유영만 교수에게 들으면 귀에 들어온다”는 인지심리학자 김경일 교수의 말처럼, 저자는 고차원적 위트와 통찰력으로 재미있고 의미 있는 인생 설계 비법을 풀어낸다. 내 인생 절반(2분의 1)을 후회 없이 설계하고 싶다면, 장기적 관점에서 삶을 다시 디자인하고 싶다면 이 책을 적극 권한다. 제2의 인생을 시작하는 가족과 지인에게 응원하는 마음을 담아 선물할 책으로도 추천한다.
구매가격 : 12,250 원
부동산 그룹핑으로 저평가 흐름 투자하기
도서정보 : 호치s | 2024-01-01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투자의 기본은 싸게 사서 차익을 내는 것입니다. 부동산 투자에서 싸게 사는 방법은 아직 저평가된 곳을 찾아 매수하는 것이죠. 그런데 어디가 저평가인지 알 수 있을까요? 바로 그루핑을 이용하면 됩니다. 그루핑을 통해 진짜 투자할 물건을 찾는 연습을 할 수 있습니다.
이 책은
그루핑을 체계적으로 하고
그 자료를 바탕으로 전국 아파트를 분석하고
분석에 따라 저평가 여부를 판별하고
최종적으로 투자 물건을 찾는 방법까지 소개합니다.
이 책은
전국 아파트 입지를 그루핑하고 싶은 독자
본인의 관심 지역의 고평가 혹은 저평가 여부가 궁금한 독자
탑다운 방식으로 지역을 분류하고 싶은 독자에게 적합합니다.
구매가격 : 16,200 원
책 사냥꾼의 도서관
도서정보 : 앤드루 랭, 오스틴 돕슨 | 2023-12-13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책이라네, 책, 그리고 다시 한번 책이라네. 책은 우리의 주제라네.”
고대의 철학자와 태고의 왕부터 왕비와 교황, 도둑과 처세가까지
책 속에 파묻히고 도서관에 묶이고자 하던 이들의 이야기
책이 융성하던 시대가 있었다. 책의 장정, 제지, 제본에 많은 사람이 열 올리고 왕족과 성직자마저 희귀한 책을 탐내서 훔치던 시대. 지식의 보고로서뿐 만 아니라, 미적 취미의 대상이자 문학적이고도 역사적인 유물로서 책이 다뤄지던 시대. 영상이나 게임 등 각종 미디어가 넘쳐나는 현대에도 책에 애정을 품고 그로부터 눈 돌리지 못하는 독자들에게는 이 시기는 그야말로 호시절이라 부름 직하다.
물론 그 시기는 오래전에 지나갔다. 그러나 세상 모든 것이 그러하듯, 쓸려나간 과거는 역시 책 속에 고스란히 보관됐다. 앤드루 랭과 오스틴 돕슨의 『책 사냥꾼의 도서관』은 책을 무척이나 사랑한 덕에 종내는 책으로서 전해지게 된 애서가들의 이야기다. 동시에 지금 우리가 접하는 책들을 찾아내고 보존한 사람들의 발랄하고도 생생한 모험담이다.
제목에 등장하는 ‘책 사냥꾼’은 거리와 경매장, 시장통 등 다양한 장소에서 책을 ‘찾고’‘낚는’ 애서가들을 뜻한다. 그들은 매일 책 사냥에 나서며 오래도록 소망하던 장서를 찾아내길 꿈꾼다. 그 과정은 때로 무척이나 극적으로 나타난다. 우연히 발견한 책에서 가장 사랑하던 작가가 남겨둔 꽃잎을 발견하고 밤새 잠 못 이루던 수집가부터 도서관을 만들기 위해 한 도시의 책을 “회오리바람이 나뭇잎을 모두 휩쓸어간 듯”(64쪽) 사들인 학자, 본인이 탐내던 책을 사들인 자들을 공격한 책 도둑까지. 이 책 속에는 ‘한 권의 책’을 위해 살아가던 이들의 유쾌한 고군분투가 담겨 있다. 책이 가장 귀중하고 위대하던 시대, 누구보다 책을 사랑했던 책 사냥꾼들의 이야기 속으로 한 발짝 내디뎌보자.
“이상이 책 수집에 대한 우리의 변명이다.”
책을 찾고, 구하고, 모으고, 지켜내던 열정적인 ‘책 사냥꾼’들의 시대
자신만의 도서관을 만들고자 시장통과 거리, 경매장을 헤매던 사람들
표준국어대사전의 정의에 따르면 책이란 ‘종이를 여러 장 묶어 맨 물건’이며, ‘일정한 목적, 내용, 체재에 맞추어 사상, 감정, 지식 따위를 글이나 그림으로 표현하고 적거나 인쇄하여 묶어 놓은 것’이다. 글과 그림으로 묶인 이 발명품은 오랜 시간 인류의 기억과 기록을 책임져왔다.
『책 사냥꾼의 도서관』은 책이라는 매체가 여전히 강력하고 독자적인 힘을 발휘하던(비록 작가는 당시에도 영국의 독자들이 줄어드는 중이라고 불평하지만) 시대에 적힌 ‘책 이야기’다. 저자인 앤드루 랭과 오스틴 돕슨은 국내에 19세기의 중후반과 20세기 초반을 두루 겪었던 작가들로 문학과 역사에 대해 다양한 책을 펴냈다. 소설가이자 민속학자, 시인이자 전기작가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저자로서 활동하던 그들에게 ‘책’은 분명히 대체 불가능한 존재였을 테다. 책 첫머리에 들어간 오스틴 돕슨의 짤막한 시(“그 작고 진귀한 책, 고색창연한 그 책”을 칭송하리라)만으로도 충분히 그 사실을 짐작할 수 있다.
이 책의 주 저자인 앤드루 랭은 디브딘 박사의 말을 인용하며 서문을 연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만의 도서관 사서가 되고 싶어한다”(19쪽). 21세기를 사는 우리에게 이 말이 얼마나 큰 공감을 불러올지는 잘 모르겠다. 그러나 뒤이어 랭이 펼쳐내는 각종 애서가의 일화를 보면 오랜 역사에서 ‘자신만의 도서관’을 만들고자 고군분투하던 이들이 얼마나 많았는지 알 수 있다. 호메로스, 단테와 밀턴, 셰익스피어와 소포클레스 등 우리가 잘 아는 빛나는 이름들부터 리브리나 뒤몽스티에처럼 해당 분야에 깊이 관심을 품지 않으면 분명히 낯설 이름들이 연달아 등장한다. 책을 사랑하고 탐내던 이들의 계보는 꾸준히 이어진다. 그로부터 파생된 이야기는 가끔 오싹하고 때론 우스꽝스러우며 종종 감명 깊다. 헌책방에서 우연히 루소의 저작을 발견하고 밤새 잠 못 이루던 수집가는 책장 사이에서 루소가 보관한 페리윙클 꽃잎을 보고 “극한의 행복”을 느꼈다. 자신이 원하던 귀중한 기도서를 찾아내기 위해 500킬로미터를 한달음에 달려간 수집가도 있다. 어떤 책 도둑은 본인이 놓친 책을 포기하지 못하여 책 수집가들을 습격하고 그들의 집을 불태웠다. 이 다종다양한 애서가들이 끝내 바라던 풍경은 모두 같았다. 세상의 진귀한 책들을 한데 모아둔 자신만의 도서관이 그것이다.
대규모로 제작된 책들을 살 수 있게 된 오늘날, 현대의 독자에게 『책 사냥꾼의 도서관』 속의 이러한 일화들은 아무래도 낯설게 다가온다. 그렇다고 아주 멀기만 한 이야기는 아니다. 이미 절판된 책들, 혹은 아주 오래전 사람의 손으로 만들어져 세상에 단 한 권뿐인 책들은 여전히 어마어마한 가격 아래 팔려나간다. 이 책들을 찾아내기 위해 비밀스러운 거래에 뛰어드는 자들도 존재한다. 19세기이건 20세기이건 21세기이건 간에, 이들의 목적은 모두 같다. 우리가 잘 알거나 아직 모르는 목적, 사상, 체제에 맞추어 사상, 감정, 지식을 충실히 옮겨놓은 발명품. 『책 사냥꾼의 도서관』은 바로 그 발명품의 가치가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 말하고 있다.
우리는 책 속에서 시대를 뛰어넘어 과거의 작가와 손을 마주 잡는다
“문학적 유물”이자 “타인의 영혼”이 담긴 책들을 구하는 여정
앤드루 랭은 책의 가치를 ‘아름다움’‘희귀함’‘기묘함’ 등 세부적인 항목으로 구분한다. 비록 문학적 관점에서는 별다른 가치가 없을 작품일지라도, 책 자체로는 유의미한 작품도 있다. 먼 과거에 제작되어 만든 이의 손길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책이라거나, 희귀한 삽화가 수록된 작품 등이 좋은 사례다. 마리 앙투아네트나 뒤바리 부인, 나폴레옹 등 역사적으로 저명한 인물이 소유한 책 역시 큰 관심을 받는다. 알두스 마누티우스처럼 전설적인 출판인이 펴낸 책에는 마니아들이 따라붙는다.
랭은 이러한 책 수집의 매력을 “감상적인 측면”으로 설명한다. “고서들은 문학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문학적 유물로서 신성하고 귀중한 가치”를 지니며, “이는 종교의 신자들이 종교적 유물을 신성하게 여기는 것과 다르지 않다”(49~50쪽). 책을 모으는 이들은 한때 작가가 미래를 전혀 예견치 못한 채 설레고도 두려운 마음으로 출판한 바로 그 작품을 바란다. 작가가 제작에 직접 의견을 내고, 훗날 부끄럽게 여길 작품을 손수 다듬어 수록한 바로 그 책 말이다. 독자는 “이런 판본을 통해 작가의 영혼에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선다”(50쪽)고 느낀다. 책이란 여러 기록이 담긴 인쇄물을 넘어, 타인의 영혼을 가까이서 접할 수 있는 유물이기도 한 것이다.
그러므로 『책 사냥꾼의 도서관』은 책을 읽기를 위한 도구로만 다루지 않는다. 본문에서 책이란 오래될수록 귀하며, 희귀할수록 탐나는 대상이다. 『몽테뉴의 수상록』은 현대 한국에서도 당장 읽을 수 있는 책이지만, 1698년에 암스테르담에서 펴낸 판본이 주는 감동은 어디서도 느낄 수 없다. 해당 판본 속 삽화에는 17세기 파리의 대중이 본 복장을 그대로 차려입은 등장인물의 모습이 수록되어 있으며, 독자는 이를 통해 먼 과거의 사람들과 연결됨을 느낀다. 이때 책은 ‘읽기’를 위한 도구일 뿐만 아니라 한 시대가 여실히 드러나는 흔적이 된다. 저자는 “우리가 책에 생생한 애정을 느끼는 까닭은 바로 이 감상적인 측면”에 있다고 설명한다. “책을 통해 우리는 이미 오래전에 죽은 위대한 시인들, 학자들과 교류할 수 있다. 우리의 손은 시대를 뛰어넘어 그들의 손을 마주 잡는다”(56쪽). 우리는 마주 잡은 손에서 시와 소설을 발견하고, 기도나 노래를 마주하기도 한다.
이처럼 타인과 교류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매체가 책이었던 시절, 사람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책에 열정을 쏟아부었다. 본문에서는 이 과정을 무척 생생하게 묘사한다. 장서와 서가를 관리하는 법은 지금 보아도 흥미롭다. 자신만의 책장을 가꾸거나 오래된 책을 고치는 요령 모두 현대에는 거의 배울 수 없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이 책이 쓸 당시만 해도 작가는 책 표지에 광택제를 바른다거나 책장 안에 흑단을 대는 일이 완전히 생소해지리라고는 예상치 못했을 것이다. 『책 사냥꾼의 도서관』이 ‘책’이 어떻게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지에 주목하고 있음을 떠올리면, 19세기에 쓰인 이 책과 오늘날 우리가 만나게 되었다는 사실은 새삼스레 묵직한 울림으로 다가온다.
기도가 담긴 책, 삽화가 아름다운 책, 오래도록 살아남은 책
19세기의 애서가들이 현대의 우리에게 건네는 ‘책을 향한 연가’
책의 1장과 2장이 애서가와 책 수집가, 그리고 그들의 기록에 대해 두루 다룬다면 3장과 4장은 고서와 삽화 책이라는 더욱 구체적인 주제에 집중한다. 이 중 3장이 주목하는 고서는 ‘필사본’으로, 유물로서의 책 중에서도 그 가치가 가장 높이 평가된다. ‘세상에 단 한 권뿐인 책’이라는 필사본의 특징은 많은 수집가에게 사랑받기 충분한 조건이었다. 앤드루 랭은 같은 장에서 채식 필사본을 수집하는 이들이 배워야 할 여러 지식을 전수하는데, 중세의 서체나 책장 차례의 순서, 낙장 조사 방법 등이 그것이다.
물론 오늘날의 독자 중에서 필사본을 수집하는 이는 매우 드물 것이다. 그럼에도, 어쩌면 그렇기에 필사본을 손에 쥐고자 온 힘을 다하는 수집가들의 노력은 더욱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가치를 모르는 이에게는 사소한 오자나 얼룩으로 다가옴 직한 책의 오류조차 애서가들에게는 과거의 세계를 들여다볼 수 있는 통로가 된다. 15세기 이탈리아에서 필사된 성서에서 발견된“책을 끝냈으니, 우리는 언제나 그리스도 안에서 산다”(147쪽)는 구절은 그러므로 더욱 강렬한 반향을 준다. 오늘날 책은 더는 가장 큰 주목을 받지 못하며, 귀족과 도둑을 막론하고 온갖 사람의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대상도 아니게 되었다. 그러나 여전히 책장 속 활자들은 시공간을 뛰어넘어 독자와 작가를 연결하고 있다.
물론 활자만이 책 속의 연결 고리인 것은 아니다. 오스틴 돕슨이 쓴 4장 「삽화가 들어간 책」은 그림책이나 삽화를 좋아하는 이들에겐 선물과도 같은 장이다. 오스틴 돕슨은 책이 쓰일 당시만 해도 신식 문화였던 ‘삽화’가 어떻게 책의 울림을 더하고 아름다움을 배가하는지 서술한다. 르네상스의 대표적 화가로 알려진 알브레히트 뒤러나 빛의 묘사로 이름을 떨친 윌리엄 터너,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시리즈의 삽화가로 잘 알려진 존 테니얼이 그린 그림과 그 뒷이야기는 지금 보아도 흥미롭다. 돕슨은 삽화라는 예술 분야가 어떤 식으로 성장하고 발전해왔는지를 다양한 사례를 통해 짚어나며, 이 과정은 책이 우리에게 주는 다양한 감각적 접근을 골똘히 생각해보게 만든다.
책이 융성하던 시절은 이미 떠나갔다. 다만 책은 여전히 쓰이고, 만들어지며, 읽히고 있다. 이 책을 비롯하여 과거의 책들은 다시 다채로운 글과 그림으로 살아나 현대의 독자에게 전해진다. 우리는 여전히 인쇄된 글과 그림을 통해 타인과 맞닿으며 다른 시공간을 체험한다. 때로는 책 안의 내용에만 감동하지만, 어떤 때에는 책이라는 사물 그 자체에 지극한 애정을 품는다. 『책 사냥꾼의 도서관』은 이 감동과 애정의 근원을 파고 들어가는 책이다. 19세기 유럽을 살았던 애서가들의 삶을 정확히 공감할 수야 있겠으나, 그들이 ‘책을 향해 바치는’ 연가의 진실성에는 충분히 고개를 끄덕일 수 있다. 이 연서 역시 책을 통하여 우리에게 전해졌다는 사실에 놀라워하면서 말이다.
구매가격 : 13,500 원
존 치버의 일기
도서정보 : 존 치버 | 2024-01-12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가슴을 울리는 경이로운 작가노트, 한 가족의 연대기,
잔인할 정도로 솔직한 자서전, 존 치버의 미완성 소설……
이 책을 그 무엇으로 읽어도 좋다.
바로 이것이 미국 현대문학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린
혁신적인 문장이다.”
_뉴욕 타임스
‘교외의 체호프’ ‘단편소설의 거장’으로 불리는 미국 소설가 존 치버의 이야기이다. 세계문학사를 통틀어도 매우 희귀하고 유의미한 기록으로 꼽히는 『존 치버의 일기』가 문학동네에서 출간되었다. 한국어판 924쪽, 방대한 분량의 이 일기는 존 치버가 1940년대 말부터 1982년 암으로 세상을 떠나기 불과 며칠 전까지 35년간 써내려간 일기 중 일부이다. 존 치버는 평생 29권의 일기장을 남겼고, 그중 그의 삶을 대표할 만한 20분의 1가량의 일기들만이 선별되어 이 책에 실렸다.
존 치버는 노년에 이르러, 평생 가족들에게조차 신경증적으로 보여주길 꺼렸던 이 일기들을 도서관 사서에게 가져다주기도 하고 아들에게 꺼내 보이며, 누군가로부터의 이해와 인정을 애타게 갈구하는 듯했다. 그는 이 일기를 통해 무엇을 남기고 싶었을까. 이미 세인들로부터 충분히 기억할 만한 작가로 인정받은 그가 죽기 전, 무엇을 그토록 이해받고 싶었던 것일까. 그리고 그의 아들이 비로소 이 일기를 읽어나가기 시작했을 때, 존 치버는 왜 조용히 눈물을 흘렸을까.
여기 아주 가끔 구원받고 대부분의 시간을 절망했던,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견뎌내야 했던 매일을 처절할 정도로 생생하고 집요하게 기록한 한 작가가 있다.
완벽한 작품에 이르기 위한 한 소설가의 투쟁의 기록,
한 남자의 상처투성이 인생을 위한 연습장
일기 속의 아버지는 (…) 그렇게 재치 있고 매력적인 인물이 아니었다. 일기의 내용은 침울한데다 자주 천박했다. 일기엔 동성애에 관한 내용이 아주 많았다.
(…) 아버지가 지니고 있었던 양성애적인 면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극소수의 사람들만이 아버지가 지녔던 그와 같은 배반의 범위를 알고 있었을 뿐이다. 아버지 내면의 인생에 깃들어 있던 분명한 절망을, 아버지의 통찰력에 담겨 있던 냉소적인 본성을 예상했던 사람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아버지가 콘플레이크가 되는 일에 큰 관심을 가졌다곤 생각하지 않는다. 아버지는 아침식사 메뉴인 콘플레이크이기 이전에 작가였다. 아버지는 또 한 남자이기 이전에 작가였다. _벤저민 치버의 서문에서
존 치버의 아들 벤저민 치버는 아버지의 일기를 읽어내려가며 크게 놀라게 된다. 그 일기는 잔인할 정도로 솔직하고도 의외의 내용들로 가득했다. 대외적으로 알려진 소설가 존 치버는 교외에서 개를 키우며 가족들과 단란하게 살아가고, 일부일처제를 열렬히 옹호하며 중산층의 평범한 삶을 누리면서 자신과 비슷한 이웃들의 삶을 예리하게 응시하는 ‘영국 신사’와도 같은 이미지의 작가였다. 그러나 일기장 속의 남자는 여기저기 망가져 있었고 위태로워 보였다.
동성애라는 단어를 듣게 될 때마다 나의 세계는 둘로 쪼개지는 듯하다.
_1966년의 일기에서
존 치버는 양성애자였다. 그는 자신의 양성애 성향에 대해 수치심을 느끼고 깊은 회의감에 빠지면서도, 끊임없이 남자들과 육체관계를 맺었다. 그러나 그는 사람들 앞에서는 일부일처제를 지지한다고 밝히곤 했다. 그는 아들이 자신의 양성애 성향을 선천적으로 물려받았을까봐 두려워하고 경계했다. 자신의 ‘힘든 성향’이 아들에게 물려지지 않기를 간절히 바랐다.
그때는 모든 미국인들이 동성애를 걱정하던 해였다. 물론 다른 것들도 걱정하긴 했지만 그들의 그 다른 걱정은 출판되고, 논의되고, 또 사람들에게 환기되었던 반면, 동성애에 대한 우려는 말해지지 않고 어둠 속에만 잠겨 있었다. 그 사람이? 그가 그랬을까? 그들이? 내가? 내가 그럴 수 있을까? _1959년의 일기에서
그가 아내 메리를 사랑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아내는 존 치버가 “인생에서 알게 된 모든 것”이었다. 그는 아내와의 평화로운 결혼생활과 아이들에게 제공할 안정적인 환경이 계속 유지되길 꿈꿨지만, 결혼생활은 매일 서로를 조금씩 허물어뜨리는 전쟁과도 같았다.
최근 며칠 사이에 있었던 일들을 적어봤자 무슨 의미가 있으랴. 화요일에 우리는 연인이었고 수요일에는 전사(戰士)였다. 난 미친놈이라는 소리도 들었는데 심지어 애정 어린 행동을 할 때도 그랬다. 메리는 집을 떠날 계획을 세우고 있으며 이는 이번주에만 두번째다. 오늘 저녁식사를 하던 중 앞으로 내가 잊어야 하고 또 다시는 언급하게 되지 않을 말을 메리로부터 들었다. “여자에게 더 나쁜 일은 뭘까? 전립선에 문제가 있는 남자와 결혼하는 것? 아니면 동성애자와 결혼하는 것?”
_1970년의 일기에서
그의 단편소설에 겉으로는 아무 문제 없어 보이는 부부가 등장해 고요한 파국에 이르는 장면들이 유난히 많은 것은 이러한 존 치버의 실제 결혼생활과도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1975년 지독한 알코올중독을 치료하기 위해 요양소에 머물렀던 시간들도 생생하게 기록되어 있다. 그가 스스로 요양소에 들어갈 수밖에 없는 구제불능의 알코올중독자였다는 사실은, 교도소라는 폐쇄된 공간을 배경으로 인간성의 극치를 보여준 걸작 『팔코너』를 낳았지만, 그의 인생에는 지울 수 없는 상처였다. 그는 요양소에서 갇혀서도 일기를 쓴다. 금단증상과 이 요양소를 벗어나는 순간 다시 술을 마시게 될 스스로에 대한 두려움과 환멸에 사로잡힌 채로.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존 치버는 계속 썼다.
그러니, “인생이란 얼마나 불가해한가”
어둠 속에 벌거벗은 채 앉아 있는 한 작가의 초상
존 치버는 ‘교외의 체호프’라는 낭만적인 별칭으로 불려왔지만, 이웃들의 삶을 저 높은 곳에서 조망하고 관조하는 작가는 아니었다. 자기분열과 갈등의 한복판에서, 치버는 너무나 많은 고통을 받고 그 속에서 몸부림치며 살아간 작가였다. 외로움에 뼈가 저리고 그래서 남녀불문 끝없이 사랑을 찾아다니며, 다른 작가들을 질투하기도 하고 원고료와 출판사들의 관심을 갈구하던 작은 인간이었다.
그는 한 시대를 같이 살아간 존 업다이크, 헤밍웨이 등을 동경하면서도 강렬한 경쟁심을 느꼈다. 심지어 소설가 필립 로스가 치버의 장편소설 『팔코너』를 잘 읽었다고 지나가는 말로 칭찬하고는, 그에게 곧바로 업다이크의 전화번호를 좀 알려달라고 말하자, 그는 묘한 감정을 느끼며 이렇게 쓴다.
소설가들 사이의 경쟁의식은 소프라노들 사이의 그것만큼 강하다. _1977년의 일기에서
그러나 존 업다이크가 사망했다는 부고를 받자 그는 자신의 일기장에 통렬한 추도문을 쓴다. 알고 보니 그 부고는 장난전화로 밝혀졌지만, 이렇게 존 치버의 일기장에는 그의 하루에 일어난 자잘한 사건들과 감정의 파고가 그대로 포착되어 있다.
이런 것들은 사소하지만, 그야말로 사소하기 이를 데 없지만 난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전에 수백 번이나 그랬듯이 나는 벌거벗은 채 식당으로 가서 어둠 속에 앉아 있었다.
_1969년의 일기에서
존 치버의 일기는 어둠 속에 벌거벗은 채 앉아 있는 한 남자의 독백이다.
온갖 사소한 아픔과 불행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인생의 국면들과 한 작가가 완벽에 이르기 위해 거쳐간 35년간의 여정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흔치 않은 기록물이다. 그리하여 이 책은 오늘날의 작가지망생에게는 가난과 중독, 우울 속에서도 매일 빈 종이를 메우는 일만은 멈추지 않았던 한 대가의 지독한 성실성에 대한 자극과 창작의 영감을 불러일으키고, 일반 독자들에게는 이 불가해한 인생의 문제들을 끝내 외면하지 않고 직시하려 했던 한 인간의 집요함과 위대함에 감탄하게 한다.
이미 문학사에 위대한 족적을 남긴 작가마저도 숨을 거두는 마지막 순간까지 이토록 고뇌하고 몸부림치며 자기 스스로를 증명할 한줄기 빛을 찾아 헤맸다는 것은, 지극히 평범한 우리들에게는 희망일까, 절망일까.
이제, 당신이 이 일기장을 열어 확인할 차례다.
구매가격 : 19,600 원
내면의 삶
도서정보 : 프레데리크 르누아르 저/강만원 역 | 2023-12-25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내면의 삶 : 인생은 어떻게 풍요로워지는가』는 ‘행복하게 사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한다. 우리는 피아노를 배우고 요리를 배우고 돌과 나무로 조각하는 방법을 배우듯 우리는 ‘행복하게 사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그러나 현대 사회는 점점 실용적 관점에서 ‘성공하는 방법’에 몰두할 뿐, ‘행복하게 사는 방법’을 말하려 하지 않는다. 외부의 도전에 대해서는 많은 말을 하면서도 정작 ‘좋은 삶’을 살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내부의 도전에 대해서는 별로 말하지 않는다. ‘좋은 삶’은 외부의 조건을 향상시키는데 만족하지 않는다. ‘내면의 삶’을 아름답게 가꿔야 하며, 삶의 본질에 대해 과감하게 묻고 답할 수 있어야 한다.
구매가격 : 14,000 원
연말정산 소득공제
도서정보 : 퇴사준비러 | 2024-01-01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1인가구가 절대로 놓치면 안되는 연말정산 소득공제 핵심 포인트를 담았다.
구매가격 : 10,800 원
코페아신드롬 커피 테이스팅 가이드
도서정보 : 김나영 | 2021-10-21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코페아신드롬의 브랜드 스토리, 일본의 커피문와, 코페아신드롬에서 취급하고 있는 로스팅 레벨에 따른 커피 맛의 특징과 함께 그동안 써왔던 글들을 요약해서 정리했습니다.
커피 맛에 관해 설명되는 커피들은 모두 코페아신드롬에서 상품으로 취급하고 있는 제품들입니다. 이 가이드북을 읽는 분들이 커피를 통해 심신을 풍요롭게 만들 수 있는 수단으로써 커피문화와 커피 맛에 관한 기준을 이해하는 것에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구매가격 : 25,000 원
일과 공간의 재창조
도서정보 : 제레미 마이어슨, 필립 로스 | 2023-12-15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100년 전인 1920년 초반, 현대적인 모습의 사무실이 등장했다. 개인별로 지급된 책상에 타자기와 전화기, 서류함이 놓여 있다. 대중교통이 사람들을 일터까지 실어나르고, 엘리베이터로 이동해야 할 만큼 고층 건물들이 빽빽하게 들어섰다. 직원들은 깔끔하게 줄지은 책상 앞에 앉아서 타이핑을 하고 서류철을 만든다. 들어오고 나갈 때는 출근 기록을 남기고, 퇴근 시간이 되면 어둑해진 거리로 나와서 수천 명의 인파에 떠밀린다. 지금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은 듯하다.
이 책의 저자 제레미 마이어슨과 필립 로스는 영국 왕립예술대학 디자인 분야의 명예교수와 미래학자로, 일과 업무 공간에 대해 20여 년간 탐구해 왔고 전 세계 30개 이상의 나라·도시에서 일류 연사들과 아이디어를 나누고 트렌드를 전망하며 강연하는 워크테크 콘퍼런스를 열어 왔다. 폭넓은 시야와 깊은 인사이트를 갖춘 저자들은 ‘모던 오피스’라고 불리던 사무실의 100년 변천사를 통해 일과 업무 공간의 과거와 현재 진화하고 있는 모습을 짚어보고, 앞으로 변해갈 직업 세계를 내다본다. 그 과정에서 일하는 삶의 리듬, 도시 경관, 업무 공간에서 얻는 경험에 대해 설명하고, 기존의 틀이 깨지고 일의 미래를 새롭게 바라보는 사고의 전환에 대해 이야기한다. 한때 벽 안에서 누가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는 ‘멍청한 컨테이너 박스’였던 업무 공간이 어떻게 하이브리드 워크가 시행되는 장소로 변모했는지, 직원들에게 초경험을 선사하는 공간으로 재창조되었는지 궁금하다면 『일과 공간의 재창조』의 두 저자가 펼쳐둔 직업 세계의 변화를 함께 들여다보자.
구매가격 : 13,860 원
은어는 안녕하신가?
도서정보 : 이상엽 | 2023-12-26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다큐멘터리 사진가이자 르포르타주 작가 이상엽,
카메라와 펜을 들고 우리 땅·우리 풍경을 담아내다
기후 위기 시대,
사진으로 보는 우리 땅 24절기
2023 우수출판콘텐츠 선정작
111장에 담긴 우리 땅, 30년간의 한반도 기후변화
다큐멘터리 사진가이자 르포르타주 작가로 활발하게 활동하는 이상엽 작가가 기후변화로 인해 새롭게 바뀐 24절기를 우리 땅 풍경을 담은 111장의 사진과 함께 전한다.
입춘에 폭설이 쏟아진 솔숲, 눈도 녹지 않은 1월에 봄비 같은 부슬비가 내린 가야산 해인사, 가뭄으로 말라붙은 안동호에 물을 찾아 내려온 고라니, 최근 몇 년간 축구장 80개 규모의 백사장이 유실된 강원도 해수욕장, 자연산 전복 보기가 귀해진 제주 앞바다 등 기후변화가 생생히 전해지는 듯한 사진은 물론, 맑은 산물이 흘러넘치는 섬진강 여울, 가마구지가 나른히 쉬고 있는 백령도 기암괴석, 한때 우리나라 에너지 생산의 1등 공신이었던 탄광 도시 철암, 시원하게 펼쳐진 제주도의 청보리밭, 충주호 건설로 수몰된 마을의 유적을 그대로 이전해놓은 제천 청풍문화단지, 강화도에서 바라본 북한땅, 매해 상강이면 초가지붕을 새로 잇는 고성 왕곡마을 등등 우리땅 곳곳의 풍경을 사진으로 담아 전한다.
어떠한 풍경들 앞에서는 이제는 쉽게 볼 수 없게 된 모습에 안타까움을 느끼고, 어떤 풍경들 앞에서는 우리가 언제까지고 이런 모습을 당연하다는 듯 볼 수 있을지 염려도 든다. 기후위기 시대, “성장보다는 지속을 선택”하고 “소비보다는 절약을 다시 배”우며 이 기후변화에 맞서야 하는데, “우린 정말 그렇게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까?”
24절기, 그거 맞는 거예요?
많은 사람이 음력으로 절기를 나눈다고 생각하고 절기가 도통 맞질 않는다며 의아해하는데, 사실 24절기는 태양의 기울기를 기준으로 나눈 것이라 양력이다. 하지만 양력으로 따져봐도 뭔가 이상하다. 열대야로 잠을 잘 수가 없는데 입추라고? 왜 처서에도 모기 입이 안 비뚤어질까? 대한이 소한 집 가서 얼어 죽는다더니, 소한이 이렇게 포근해? 사실, 무언가 잘못됐다고 느끼는 사람들의 감각은 옳다. 2020년 국립기상과학원이 발간한 〈우리나라 109년(1912~2020년) 기후변화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절기는 지난 30년 전과 실제로 많이 달라졌다. 기후변화의 영향이다. 저자는 지난 30년간의 한반도 기후변화를 적용해 새롭게 바뀐 24절기를 111장의 사진과 함께 소개한다.
물범은 까나리 생태계를 걱정하고, 꽃게는 전어에게 서해안을 내어주고
백령도에서는 희귀한 해양 포유류 물범을 볼 수 있는데, 최근 백령도 일대의 해수 온도 변화로 물범이 위기에 처했다. 서해와 남해의 연안해역을 중심으로 이상 고수온 현상이 지속적으로 나타나면서 물범의 먹이인 까나리가 백령도 앞바다에 나타나는 시기가 계속 앞당겨지고 있기 때문이다. 어부들과 물범은 언제까지 백령도가 까나리로 넘치는 풍요로운 바다로 남을까 걱정이다. 서해안에서는 기후변화로 꽃게와 전어의 희비가 엇갈린다. 서해안 수온이 꾸준히 올라가면서 찬물을 좋아하는 꽃게는 지속적으로 조업량이 줄고, 따듯한 바다를 좋아하는 전어는 남해안에서 서해안 동해안 등지로 북상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그 흔하던 은어도 생태계 환경 오염으로 이제 섬진강 정도에서나 볼 수 있게 되었는데, 그마저도 기후변화로 강의 생태계가 변하면서 더욱 보기 힘든 존재가 되었다. 은어는 자갈이 깔린 1급수에 사는데, 강수량의 변화로 강의 얕은 곳이 풀로 덮이면서 모래나 자갈이 있어야 할 부분이 식물로 덮여 하천 고유의 모습이 사라지고 있는 탓이다.
이 책은 양질의 콘텐츠 생산과 출판 생태계를 위해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에서 주관한 ‘2023 우수출판콘텐츠 제작 지원 사업’에 선정된 작품이다. 이러한 지원이 없었다면 환경에 대한 문제의식과 우리 땅의 아름다움을 담은 이 책이 세상에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구매가격 : 19,500 원
세계사와 포개 읽는 한국 100년 동안의 역사 7 : 조선 왕비 시해되다
도서정보 : 김용삼 | 2023-11-30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세계사와 포개 읽는 한국 100년 동안의 역사’ 일곱 번째 책이다. 이번 책은 청일전쟁이 마무리되고 조선 내부적으로 일본이 등을 떠민 갑오개혁이 진행되는 시기부터 일본의 민 왕후 시해와 그에 따른 고종의 아관파천까지의 이야기다. 청일전쟁은 늙은 대국 청나라의 허약함을 드러내며 일방적으로 끝났고, 일본은 이제 청이라는 배후의 존재를 떨어버린 조선을 손아귀에 넣기 위한 작업을 본격화한다. 그들은 친일 관료들을 이용해 국왕을 제끼고 자기네 입맛에 맞는 조선의 내정 개혁을 추진했다. 그러나 실권을 빼앗긴 고종과 민 왕후는 러시아에 접근해 일본을 배제하려 하고, 이를 용인할 수 없었던 일본은 남의 나라 왕비를 궁궐로 쳐들어가 살해한다는 기상천외한 일을 벌인다. 그들의 엄청난 음모는 무기력한 조선을 상대로 성공할 수밖에 없었고, 굴욕을 당한 고종은 자기 나라 안에서 다른 나라 공사관으로 망명한다는 역시 기상천외한 반격으로 맞선다.
구매가격 : 10,500 원
How to Invest Money
도서정보 : George Garr Henry | 2024-01-01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How to Invest Money 원서
구매가격 : 9,000 원
일본 성씨 이야기
도서정보 : 야나기타 쿠니오(柳田國男) | 2024-01-02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 저본: 『柳田國男全集20』」(ちくま文庫、筑摩書房)<名字の話>
왜 이렇게 많은 성(名字)이 우리 일본에 존재하는지, 사회 상층부에서 하층부에 이르기까지 일본 민족이라고 자칭하는 사람들이 어떤 필요로 이렇게 많이 나뉘게 되었는지 생각해 보자. 지금까지 이것을 생각한 사람은 적지만 실제로는 매우 흥미로운 문제입니다. 타로(太郎)라는 이름의 사람이 몇 명 있는 가운데 키요시(清)라는 성씨의 사람도 몇 명 존재하는데, 이를 구분하기 위해 이상한 성을 붙일 필요는 없다.<본문 중에서>
구매가격 : 2,500 원
날마다, B
도서정보 : 현택훈 | 2023-12-22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현택훈 작가는 온기를 나누기 위해서라면 젖은 성냥을 말려서라도 모닥불을 피워낼 사람이다. 음악을 사랑하지만 악기를 못 다뤄서 시를 쓴다는 고백은, 상황에 굴하지 않고 한계를 포용해본 사람만이 할 수 있는 말이다. 나는 이것이 B의 기품이자 의지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_강건모(작가, 『무탈한 하루』 저자)
약하고 외롭고 소외된 이들을 위한 B의 에세이
이 책은 세상의 B들을 위한 위로의 에세이다. 모두가 A의 주류를 꿈꾸는 세상에서 성공하지 못해도 따듯한 품성으로 서로 보듬어주는 B의 정서를 담아냈다. 양극화된 사회에서 아이러니하게도 주류를 이루는 부류는 A가 아닌 B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목받지 못하는 B가 우리라는 공동체를 이루며 약하고 소외되고 외로운 이의 편에 서서 공감하는 마음을 전한다. 저자는 자칭, 타칭 무명 시인으로 살아가는 B의 마음을 솔직하게 표현했다. 세상의 인정을 받지 못하는 비주류로 살아야 한다면 ‘어떻게 살아야 하는 것일까’에 대한 고민을 이야기하며 통칭 B급이 아니라 B라 하게 된 이유를 풀어놓는다.
A급은 주류, B급은 비주류?
세상의 B급에게 내미는 따스한 손
우리는 흔히 정품보다 못하거나 아류 혹은 이름 없는 예술에 B급이라 등급을 매긴다. 하지만 예술에 급을 매겨 줄을 세우는 것은 좀 아니다. 그래서 나는 그냥 B라 하겠다. 그런데 B의 삶을 쓰려니 약간 비참한 생각이 든다. 열패감에 허우적대야만 한다. 그러다 위안을 얻은 것이 B의 마음이다. 약하고 외롭고 소외된 이의 편에 서는 것이 B다. B의 정서는 비록 성공하지 못했어도 따뜻한 품성으로 서로 이해하며 사는 마음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우울한 마음이 한결 나아졌다.
_「들어가며」에서
흔히 말하는 A급과 B급은 어떤 기준으로 분류한 것일까. 사회 구성원 중 대다수를 차지하는 주류의 B급은 어쩌다 비주류로 불리게 되었을까. 주류가 아닌 비주류는 열패감을 안고 살아야 할까. B급에도 예술과 삶이 있고 B급은 B급만이 누릴 수 있는 색깔의 행복이 있다고 말하는 저자는 성공하지 못했어도 따뜻한 품성으로 서로 이해하며 사는 B급 정서에서 위안을 얻었다. B급 정서는 이상의 세계를 꿈꾼다. 일종의 자기 최면이 필요한 일이지만 이루지 못한 꿈은 동경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질 수 있다.
저자는 각자 주관적으로 평가하는 것이 예술이므로 등급을 정할 수 없다고 말한다. 시세계의 B급, 이름이 널리 알려지지 않은 무명 시인은 스스로 만족하며 자신만의 길을 묵묵히 가는 사람이다. 그러므로 현재의 내 상황을 즐길 수 있으면 그것이 행복이다. 알아주는 이 없어도 시를 읽으며 위안을 얻고 시를 쓰는 즐거움이 있다면 그것이 시를 쓰는 원천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도 저자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편애라는 말은 부정적인 말로 들릴 수 있지만 소외받는 대상에게는 편애가 필요하다. 그것은 우표나 시나 처지가 비슷하다. 시 역시 누군가에게 편지를 쓰는 일이지 않은가. 오늘 밤 시를 쓰고 우리의 시간을 기념할 기념우표 한 장 붙여 너에게 편지로 보내야지.
_「우표 편애」에서
무명 시인, 향토 시인
누구나 B급이 아닌 A급을 꿈꾸지만 현실에서는 녹록지 않다. 하지만 B급으로 살면 어떠랴. B급은 나쁜 것이 아니다. 한계를 인정할 때 각자만의 세계를 만들 수 있다. 이는 일부 생각의 차이로 달라질 수 있다. 빛을 발하지 못한 무명 시인. 저자는 그 무명 시인의 시를 읽는 단 한 명을 위해, 아니 설령 없다고 해도 시가 좋아 시를 쓴다. 그렇게 나이가 지긋하게 들 때까지 무던히 시를 쓰다보면 누군가 저자를 향토 시인이라 불러주리라. 제주도에서 나고 자란 저자는 제주를 노래하며 오늘도, 내일도 시를 쓴다.
오늘도, 내일도, 날마다 파이팅!
‘날마다’ 시리즈는 날마다 같은 듯 같지 않은 우리네 삶을 담습니다.
날마다 하는 생각, 행동, 습관, 일, 다니는 길, 직장……
지금의 나는 수많은 날마다가 모여 이루어진 자신입니다.
날마다 최선을 다하는 우리를 응원하는 시리즈, 날마다 파이팅!
구매가격 : 8,400 원
곽곽선생뎐
도서정보 : 곽경훈 | 2023-12-26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피도 눈물도 없는 왕의 사냥개
무엇을 위해 칼을 휘두르는가!
목적이 있는 자는 죽음도 마다하지 않는다!
피냄새를 놓치지 않는 기이한 사내의 이야기
“밀정의 아들로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밀정으로 살 수밖에 없는 사내,
어디에도 소속되지 못하며 반인반신 같은 능력을 지녔으나
암울한 현실을 바꾸지 못하는 사내의 신나고 서글픈 모험에 당신을 초대한다.”
_「작가의 말」에서
가는 곳마다 피바람을 일으키는
곽곽 선생의 짜릿한 모험 활극
이 작품은 환상의 제국을 그려내고 매혹적인 이야기를 빚어내는 이야기꾼이 되고 싶었던 곽경훈 작가의 첫 소설이다. 작가는 가상의 나라 쥬와 와 카락을 배경으로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혈한이지만, 암울한 현실에서 무엇을 위해 피바람을 일으키고 꿈꾸는 이상사회가 무엇인지 고뇌하는 한 인물의 모험 이야기를 담아낸다. 첫 소설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작가의 풍부한 소설적 상상력으로 밀도 높게 촘촘히 짜인 이야기는 왕의 밀정으로 태어나 밀정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암행총관 곽곽 선생의 박진감 넘치는 짜릿한 모험 활극의 매력을 전한다.
또한 작가는 디테일한 인물 묘사를 통해 다층적 이야기의 서사를 풀어낸다. 부조리한 제도와 사회에서 다양한 인물 군상이 보여주는 서사는 곽곽 선생이 그럴듯한 명분을 내세워 피바람을 일으키고 깔깔거리며 즐거워하는 괴물이 될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당위성을 뒷받침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코 바뀌지 않는 암울하고 부조리한 현실을 반인반신 같은 능력을 지닌 곽곽 선생이 어떻게 타개해나갈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곽곽 선생이라 들어보았는가?
그게 날세.”
보통 남자보다 머리 하나쯤 큰 키에 어깨가 벌어진 탄탄한 체격을 지녔고 특히 쌀 한 섬을 가볍게 지탱할 만큼 허벅지가 튼실했다. 찢어진 눈매는 날카로웠으며 콧날은 오뚝했고 입술은 얇았으며 피부는 햇볕에 갈색으로 그을렸다. 또 검은 두건을 쓰고 검은 옷을 입은 남자. 목적을 위해서라면 수단, 방법 가리지 않고 가는 곳마다 피바람을 불러일으키는 괴물. 겉으로는 아무 말이나 함부로 지껄이는 듯해도 정교하게 계산된 함정을 숨겨놓는 주도면밀한 인물. 그가 바로 쥬의 암행총관 곽곽 선생이었다.
왜 그는 왕의 사냥개로 태어나
사냥개로 죽을 운명일 수밖에 없는가
곽곽 선생에게 선택권 따위는 없었다. 아버지 곽현이 왕의 목숨을 살려주고 하사받은 암행총관의 직위와 철권은 그의 장자 곽곽 선생에게도 이어졌다. 그렇게 왕의 사냥개로 태어나 왕의 사냥개로 살다가 왕의 사냥개로 죽을 운명은 정해져 있었다. 암행총관 외에는 아무것도 될 수 없었고 암행총관의 임무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러다보니 왕정복고를 이루고 권력을 잡은 위선자로 가득한 백색당을 처단하는 것이 곽곽 선생이 누릴 수 있는 유일한 기쁨이었다.
하지만 열교를 믿는 백색당은 내수교를 믿는 곽곽 선생을 싫어했고 한때 과두제로 나라를 다스렸던 흑색당의 평현 곽씨 자체를 경계했다. 곽곽 선생은 암행총관으로 백색당의 일탈을 처벌하고 부패를 척결할수록 국왕의 힘과 권위도 커졌다. 백색당의 우두머리는 국왕이었으며 그들이 내세우는 신념의 본질과도 같아 곽곽 선생이 백색당을 처단할수록 백색당 정권은 더욱 공고해졌다.
이 이율배반적인 상황에서도 곽곽 선생은 부조리한 사회를 변혁하고자 피바람을 일으키며 통쾌하고 짜릿한 모험을 펼친다.
암울한 현실을 바꾸지 못하는 사내의
신나고 서글픈 모험 이야기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반도로 이루어진 쥬. 흑색당의 과두제를 무너뜨리고 왕정복고를 이룬 백색당이 통치하는 나라. 신분제도가 엄격했으며 농업을 근본으로 삼아 쇄국정책으로 문호를 폐쇄한 나라. 국왕을 대신하여 대리청정하고 있는 왕세자는 백색당 구파를 몰아내고 신파와 협력하여 권력 장악을 꿈꾼다. 그리하여 색목인을 이용하여 새로운 군대를 육성하고자 은산군을 수장으로 한 사절단은 곽곽 선생을 필두로 조근, 칼잡이 후야와 함께 길을 떠난다.
암도에 도착한 사절단 일행은 인신매매 조직에게 붙잡혀 노예로 팔려와 거래되는 쥬의 백성들을 목격하고 쥬의 안전과 백성들을 위해 은밀히 상군부의 상군과 혈교의 주교를 만나 거래한다. 곽곽 선생은 고민 끝에 상군을 선택하지만 괴물의 눈빛을 띤 상군을 알현하는 순간 자신의 판단이 잘못되었음을 깨닫게 된다. 그는 왜 상군을 선택한 것일까?
구매가격 : 11,500 원
교회 여자들의 은밀한 삶
도서정보 : 디샤 필리야 | 2023-12-22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당신은 나를 구원할 수 없다.
나는 위험에 빠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구원받기를 거부하고 가장 날것의 욕망까지 탐험하는
그리고 끝끝내 자유롭게 전락하는
교회 여자들의 은밀한 삶
데뷔작으로 펜/포크너상을 수상하고 전미도서상 최종 후보에 오른 미국 문학의 새로운 반향, 디샤 필리야의 소설집이 문학동네에서 출간되었다. 디샤 필리야는 문학을 전공하거나 창작 프로그램을 이수한 작가가 출판사의 지원을 받으며 데뷔하는 미국 문단의 대세적인 흐름과는 사뭇 떨어져 있는 길을 걸었다. 학부에서 경제학을, 대학원에서 교육학을 전공한 그는 은행에서 근무하다가 전업 작가로 전향했다. 그리고 데뷔작인 『교회 여자들의 은밀한 삶』으로 단숨에 독자와 문단이 주목하는 중요한 작가가 되며 유수의 상을 수상했고 백만 달러 이상의 선인세를 받으며 차기작을 계약하는 이례적인 사건을 일으켰다.
안정적인 문장과 개성 있는 인물, 탄탄하면서도 재치 넘치는 구성이 돋보이는 디샤 필리야의 첫 소설집 『교회 여자들의 은밀한 삶』은 우리로 하여금 이 놀라운 현상을 완전히 납득하게 만든다. 느슨하게 연결되어 기시감을 주며 이어지면서 9편의 단편소설은 길지 않은 분량 안에 여성의 섹슈얼리티와 기독교 신앙의 교차성 문제를 밀도 있게 담아낸다. 필리야는 세대를 넘나드는 다양한 흑인 여성들의 삶을 통해 그들이 겪는 여러 층위의 억압과 폭력 그리고 한계를 넘어서는 그들의 진짜 욕망과 자유로운 도약을 생생하게 그린다. 오직 작품의 힘만으로, 우리에게 매섭도록 매혹적인 충격을 선사하는 이 책은 분명 미국 문학의 새로운 시대를 힘차게 알리고 있다.
온몸으로, 떨면서, 넘쳐나게, 두려움 없이
깊고 비밀스러운 곳에서 길어낸 강력한 욕망
필리야는 ‘순정한 교회 여자들’이라는 허울좋은 프레이밍 뒤에 숨겨진 현실과 그들의 진짜 욕망을 거침없는 문장과 절묘한 형식으로 까발린다. 『교회 여자들의 은밀한 삶』에는 새로운 욕망을 발견하는 여성들이 있다. 교리에서 어긋난 욕망, 위험하고 낯선 욕망, 도덕적으로 옳지 않은 욕망을 자기 자신에게서 발견하는 순간, 이들은 당황하고 때론 절망에 빠진다.
「율라」에서 소꿉친구인 율라와 캐럴레타는 세계가 혼란에 빠진 새로운 밀레니엄의 밤, 여느 때처럼 둘만의 밀회를 즐긴다. 두 사람은 매년 제야가 되면 호텔에서 육체적 친밀감을 나누지만 독실한 신자인 율라는 그들의 관계가 신 앞에 죄악이 될까봐 두려워하고, 밤이 지나면 언제나 모든 것이 실수였으며 자신은 여전히 동정이라고 말한다. 한편 「물리학자와 어떻게 사랑을 나누는가」의 라이라는 엄격하게 자유를 통제하는 기독교도 어머니 아래서 자라 마흔두 살이 된 지금도 여전히 자신의 몸이 낯설다. 학술대회에서 만난 물리학자 에릭과 서로 마음이 통하지만, 그가 원하는 걸 자신이 줄 수 없으리란 생각에 관계를 진전시키기 꺼린다. 「안-대니얼」에서 암 투병중인 어머니를 보살피는 ‘나’는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유부남과 호스피스 센터 주차장에서 섹스를 하는 사이가 된다. 중학교 동창인 대니얼을 닮았지만 대니얼은 아닌 ‘안-대니얼’과 비좁은 차의 뒷좌석에서 몸을 움직이면서도 ‘나’는 비참한 현실을 완전히 잊기가 힘들다.
믿음과 욕망이 충돌하는 지점에서 망설이는 자들의 이야기는 비단 ‘교회 여자들’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사회가, 종교가, 때로는 사랑하는 사람들이 요구하는 바를 충족하기 위해 살아온 이들이 그것과 완전히 반대되는 자신의 진짜 모습을 서서히 알아갈 때, 익숙한 세계는 분열되고 새로운 충격이 찾아온다. 그러나 날것의 자유를 맛본 자들은 이미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 이 책을 펼친 우리가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게 된 것처럼.
“내 인생은 절대 엄마 인생하고 같지 않을 거야.
아름다울 거니까, 부스러기가 아닐 거니까.”
은밀한 비밀들은 할머니에게서 엄마로, 엄마에게서 다시 그 딸로 전해지며 계속되고 변화한다. 필리야는 짧은 분량 속에 촘촘하게 서사를 구성해 사회적, 종교적 억압과 폭력이 여성들에게 어떠한 방식으로 답습되는지, 또 모녀를 비롯한 여성 집단이 어떻게 그 틀에 갇히거나 그 틀을 깨고 나오는지에 대해 그린다. 이들이 서로에게 느끼는 애증과 죄책감, 상실감과 같은 복잡하고 인간적인 감정들은 때로는 일기로, 편지로, 지침으로 생동감 넘치게 전해진다.
「자엘」에서는 증손녀인 자엘의 일기와 외증조모 시점의 이야기가 번갈아 진행된다. 아이가 태어나면 대대로 성경 속 인물의 이름을 붙일 정도로 독실한 집안에서 태어난 자엘은 목사 부인인 세이디에게 성적 매력을 느낀다. 외증조모는 그런 자엘을 걱정하지만 결국 결정적인 사건이 일어나자 모든 일에 대해 함구하며 자엘을 보호한다. 외증조모는 어린 나이에 아이를 낳은 자기 자신, 그리고 자신의 딸과 손녀를 생각하며 자엘은 적어도 남자아이들에게 곁을 내주지 않아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한편 「자매에게」의 네 이복자매는 아버지의 죽음을 계기로 할머니 집에 모인다. 이들은 세 명의 여자와 네 딸을 낳고도 평생 가정에 소홀했던 아버지에게 또다른 숨겨진 딸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그녀에게도 아버지의 사망 소식을 알리려 편지를 쓰기 시작한다. 「복숭아 코블러」의 올리비아는 외딴 빈민가에서 어머니와 단둘이 살아간다. 어머니는 월요일이면 찾아오는 ‘하느님’을 위해 정성스레 복숭아 코블러를 준비한다. 그가 코블러 접시를 비우고 두 사람이 침실로 들어가면 여지없이 어머니의 “오, 하느님!” 하는 외침이 들려온다. ‘하느님’이 교회의 유부남 목사라는 걸 알 만큼 올리비아가 자란 뒤로도 어머니와 목사의 부정한 관계는 계속되고, 고등학생이 된 올리비아는 목사의 아들에게 과외를 하게 된다.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복숭아 코블러를 만드는 엄마는 결코 딸에게 레시피를 전해주려 하지 않는다. “달콤함을 맛보면 그걸 너무 원하게 되고, 자라서 그 부스러기나 맛보면서 살 테니까”라고 말하며 코블러의 맛조차 보지 못하게 한다. 하지만 『교회 여자들의 은밀한 삶』은 거기에 굴하지 않고 밤중에 부엌에 몰래 내려가 쓰레기통 바닥에 붙은 코블러를 핥아먹는 여자애에 대한 이야기다. 이 이야기에는 원망과 절망과 공포가 있지만 오로지 자신만이 자신에게 줄 수 있는 구원도 남아 있다. ‘구원받기’를 거부한 여성들은 자신을 억압하는 것들과 투쟁하며 끝끝내 저마다의 짜릿한 전락을 맞이한다. 여기 살아 숨쉬는 비밀들이 만들어내는 놀라운 합창은 사랑과 삶에 대한 우리의 믿음을 송두리째 뒤흔들 것이다. 그 기분좋은 덜컹거림을 기대해봐도 좋다.
구매가격 : 10,500 원
사소한 문제들
도서정보 : 안보윤 | 2023-12-26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사소한 문제를 숨기고 살아가는 불길한 존재들의 이야기.
우리 사회의 병리학적 현상들을 주목해 냉정한 시선과 필체로 파헤치는 작가 안보윤의 세번째 장편소설『사소한 문제들』이 문학동네에서 출간되었다. 그녀는 2005년 제10회 문학동네작가상수상작『악어떼가 나왔다』로 문단에 데뷔한 이래 줄곧 사회에서 발붙일 곳 없는 사회적 약자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무방비로 노출된 폭력과 절망적인 상황 등을 집요하게 파고들어 그녀만의 독특한 소설세계를 구축해왔다. 이번 신작 장편『사소한 문제들』또한 작가가 천착해온 주제의 연장선상에 있는 작품으로 가정과 학교의 폭력에 내몰린 여자아이 ‘권아영’과 사회에서 이탈해 자신의 방에 틀어박힌 동성애자 ‘배두식’의 삶을 묶어 세상의 음지에서 몸부림치며 불행해할 수밖에 없는 불길한 존재들의 이야기를 그녀만의 하드보일드한 문체로 그려내고 있다.
불행한 어른으로 성장하는 아이들의 잔혹동화 같은 세상
소설의 첫 장면은 텅 빈 놀이터의 묘사로 시작된다. 핏물이 배어든 고무매트, 헐겁게 늘어진 그넷줄, 요새처럼 사방이 가로막힌 놀이터 일층의 빈 공간. 놀이터를 장악하고 있는 건 학교에 가지 않은 아이들 무리이다. 그 음침하고 위험한 놀이터에서의 아이들 놀이란, 고등학생 남자아이들이 중학생 남자아이 ‘황순구’를 괴롭히는 것. 또한 황순구에게 여중생을 겁탈하라 명령하고 그 모습을 낄낄대며 지켜보는 것이다. 남자아이들과 황순구 사이에는 폭력으로 서열화된 명령과 복종만 있을 뿐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남자아이들에게 정기적으로 돈을 상납해야 하고, 그들이 시키는 나쁜 일 모두를 도맡아 해야 한다. 그 아이들에게 삶의 원리란 자신보다 더 센, 더 지독한 폭력에 굴복하는 것. 폭력의 내리물림 현상. 어쩌면 황순구를 거느리는 남자아이의 위에는 어른의 폭력이, 그 어른들 위에는 더 높은 서열의 폭력이 끊임없이 존재할 것만 같다.
“황순구 역시 상당한 액수의 돈을 남자아이에게 뜯기고 있었다. 이번 달에 갖다바친 돈만 해도 벌써 이십만원이 넘었다. 용돈은 다 떨어진 지 오래고 부모에게 더이상 돈을 받아내는 것도 무리다. 오늘 놀이는 황순구 주머니에 돈이 하나도 없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었다. 앞으로는 더욱더 많은 놀이가, 황순구를 중심으로 이루어질 것이다.”
그런 황순구에게 어느 날 초등학생 여자아이 ‘권아영’이 눈에 띄게 된다. ‘슈렉’이라 불리는 여자아이 권아영. 못생기고 뚱뚱한데다 우스꽝스러울 정도로 짧은 팔다리를 가진 먹잇감 소녀. 그런 그녀를 발견한 황순구는 자신이 당해왔던 폭력을 고스란히 슈렉인 아영에게 되풀이한다. 돈을 상납하게 하며 게임방 아저씨에게 돈을 받고 ‘슈렉’의 몸을 팔기도 한다. 마치 그런 일들이 당연하다는 듯이 혹은 이게 바로 ‘삶의 규칙’이라는 듯 설명하고 황순구는 권아영을 폭력의 지배하에 두게 된다. 아영은 도망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생각할 겨를이 없다. 그저 그 순간을, 그곳에서 빠져나오는 것만이 황순구라는 괴물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길이라 믿는다. 아영은 충동적으로 가출을 시도한다. 우연히 발견한 책으로 가득 찬 헌책방. 모든 일에 심드렁해 보이는 주인 ‘배두식’이 사는 책들로 묻혀 있는 집, 그 안으로 아영은 몰래 숨어든다.
“오늘 하루 무사하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다. 내일은, 또 그 다음날의 일은 아무도 모르는 것이다. 황순구는 언제 어디서든 아영을 찾아낼 수 있다. 그러니 도망쳐야 했다. 황순구에게서, 안전하다고 생각되지만 실은 손톱만큼도 아영을 지켜주지 않는 허울뿐인 학교와 집에서. 헌책방을 떠올린 건 우연이었다.”
헌책방은 아주 많은 사람들의 손때 묻은 책들이 묻히는 무덤이다. 헌책에 실려 온 특유의 냄새는 죽음의 냄새와 흡사하다. 세월에 묵은 책장과 썩어가는 벌레 시체, 먼지와 곰팡이가 뒤섞여 만들어진 것이다. 그 눅눅하고 그늘진 곳에서 아영은 오히려 따듯함을, 집에서도 느껴보지 못한 온전한 아늑함을 느끼게 된다. 누구도 아영을 괴롭히지 않고, 관심을 두지 않는 그곳. 세상과 격리된 헌책방에서 아영은, 단 하나뿐인 안식처를 처음 경험하게 된다.
‘독한’ 이야기와 구원의 희망
헌책방 주인 두식. 사실, 두식 또한 침묵과 고독뿐인 책들의 무덤 속에 숨어사는 서른아홉 살 동성애자이다. 그는 자신의 성정체성과 마음속에 품어온 사랑에 대한 배신으로 인해 스스로를 파괴하러 은밀한 성벽과도 같은 헌책방 안에서 은둔하고 있었던 것. 소설은 재빨리 몸을 바꿔 헌책방 주인 ‘배두식’의 불행했던, 세상에서 거부되었던 지나온 과거 이야기로 카메라 앵글을 돌린다.
“누군가의 농담 한마디에 마음을 다칠 그. 끝내 자신의 갈망을 무시하고 주변 권유에 따라 평범한 여자와 결혼할 그. 일반적인 삶에 비로소 섞여들었음에 안도하면서도 뻥 뚫린 가슴을 어쩌지 못하고 방황할 그. 욕망과 위화감, 죄책감, 혼란 속에 오늘도 불안한 하루를 보내고 있을 그. 소심하고 겁 많은 게이들이 행복해질 수 있는 확률은 한없이 제로에 가깝다. 기대에 찬 시선으로 바라보면 돌아오는 건 경멸뿐이다. 그런 것이다.”
우리 사회가 동성애자에게 보내는 싸늘한 시선. 모두가 알고 있음에도 심각성만큼의 관심이나 합의가 쏠리지 않는 차별의식. 두식에게 세상은 스스로 포기하게끔 만드는, 배제와 차별만 존재하는 그런 울타리밖에 되지 못했다. 그런 두식이 울타리를 벗어나 그나마 자유롭게 숨쉴 수 있는 곳은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헌책방뿐이었다. 두식은 자신의 집에 숨어든 아영을 발견하자마자 심하게 훼손당한 아영의 모습을 보며 동류의식을 느낀다. 아영이 아이들의 따돌림과 폭력에 의해 내쳐진 것이라면, 자신 또한 사람의 눈으로부터 세상의 시선으로부터 내쳐진 것과 비슷하다고 느끼던 터. 어떻게 보면 그 둘은 사회적으로 ‘문제아’라 낙인찍힌 자들인 셈이었다. 자신도 모르게 ‘문제아’가 되어버린 약자였던 것. 그런데 이들이 바라는 소망은 누군가의 따듯한 체온, 한 뼘의 체온이면 충분하다고 말한다.
“꿰맨 상처에서 다시 피가 배어나오는 것과 상관없이 두식은 자신에게 구체적으로 닿는 이 체온이 기쁘다. 누군가가 곁에 있는 것이, 이렇게 이야기를 하고 살을 맞대는 것이 한없이 기쁘다. 한동안 잊고 있었지만 그렇기에 더더욱 갈구해왔던 이만큼의 체온. 고작 이만큼, 이만큼의 체온을 원했을 뿐인데.”
두식과 아영은 천천히 그 체온만큼 더디게 세상에 대해 닫아두었던 빗장을 풀기 시작한다. 잊고 있었던, 아니 잊어야만 했던 사람과 사람 간의 따스한 체온을 다시 기억하게 된 것이다. 서로에게 그동안 누락되었던 삶의 온기를 되새겨보기도 하고, 서로의 안위에 대해 의논도 하며, 미래와 가족의 소중함에 대해 어렴풋하게나마 깨달아가게 된다. 엉뚱하게 숨어들어온 웃자란 아이 아영, 그 작은 소녀가 책들의 무덤으로 둘러쳐진 헌책방 그곳에서 삶을 훼손당한 남자 두식에게 삶의 회복이라는 화두를 던져준 셈이었던 것.
“딸이야. 두식은 제 입에서 나온 말이 어쩐지 부끄럽지 않다. 거짓말을 하려고 할 때마다 화끈거리던 뺨도 지금은 아무렇지 않다. 두식이 안개 낀 골목에 발을 내딛는다. 아영은 어디로 갔을까. (……) 두식은 서슴없이 뛰기 시작한다. 뚱뚱하고 뻔뻔한, 버릇없는 불청객이지만 지금 이 순간은, 아영은 두식에게 체온을 나눠준 유일한 사람이다.”
뒤돌아보지 않는다. 낡은 몸으로 걸어내야 한다
칠 년 남짓한 시간 동안 작가 안보윤이 꾸준하게 이야기해온 키워드들은 하나같이 주로 우리 사회의 음지에서 벌어지는 난폭한 사건 사고에 관해서였다. 음지에 사는 이들에게 그 사건 사고는 평범한 일상이 된 지 오래고, 잔잔한 수면 아래 잠복하고 있는 절망은 어느 새 희망이라는 단어를 대체하고 있다. ‘미래’란 말을 믿지 않는다. 희망은 더이상 그들에게 일상의 치료제가 아니며, 이미 절망이 내성화된 공간 안에서 더욱 편안함을 느낀다. 그런 그들에게 유일한 구원의 제스처는 그 낡은 몸으로 자기 앞에 놓인 삶의 앞을 향해 걸어가는 것뿐이다. 절대 뒤를 돌아봐서는 안 된다. 그들이 사는 음지의 일상이 앞이 보이지 않는 캄캄한 터널 속 같더라도, 부서지고 훼손당한 몸이더라도, 그저 묵묵히 앞을 향해 걸어가는 수밖에 없다. 방법은 없다. 삶을 견뎌내야 하는 것이다. 이 불편한 진실을 작가 안보윤은 삶의 양지에 있는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구매가격 : 9,800 원
천연기념물 1호
도서정보 : 신표균 엮음 | 2023-12-07 | PDF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약 15년여에 걸쳐 도동 측백나무숲 인근 동산에 시비 100여 기를 건립해 오던 비영리법인 문학단체인 도동시비동산(설립자 권대자 시인)이 측백나무숲의 천연기념물 제1호 지정 61주년(2023. 12. 7.)을 기념하여 이 숲을 주제로 한, 예순한 명 시인의 시 61편을 엮어 시집 『천연기념물 1호』를 펴냈다.
“백향천리(柏香千里), 시향만리(詩香萬里) 시향은 백향에 실려 만 리 길 열고(신표균 시인)” 측백나무숲의 백향(柏香)을 시향(詩香)에 실어 숲과 자연을 사랑하는 모든 이들에게 전하고 싶다는 문학인들의 향기로운 소망을 담은 시집이다. 수록된 시편 한 편 한 편마다 측백나무숲의 백향(柏香)을 닮은 청정하고 은은한 시의 향기가 담겨 있다. 백향(柏香)의 언어로 하나가 된 측백나무숲과 시인들의 의미 깊은 만남, 자연과 인간의 깊은 교감을 보여주는 뜻깊은 시집 『천연기념물 1호』이다.
구매가격 : 9,000 원
수림의 보이차 이야기
도서정보 : 박수림 | 2023-08-31 | PDF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수림의 보이차 이야기』에 보이차에 대한 정보는 거의 없다. 생차니 숙차니 고수차니 건창차니 반장이니 빙도니 하는 정보는 이력서의 스팩과도 같은 것이다. 참고는 하되 그게 전부도 아니고 가장 핵심도 아니다.
『수림의 보이차 이야기』는 보이차를 마시는 사람들 이야기다. 보이차가 발효하면서 보여주는 성장과 변화는 늘 놀랍고 신비롭고 경이롭기까지 하지만 정작 내게 가장 흥미로운 것은 그런 보이차를 찾아서 차관에 온 사람들이었다. 아직 세상의 주류도 아닌, 유명하지도 화려하지도 않은 보이차를 찾아온 사람들. 그들의 이야기가 가장 경이롭고 그들이 보이차를 마시면서 보여주는 성장과 변화가 가장 신비롭다.
『수림의 보이차 이야기』는 내가 직접 만나지는 않았어도 나처럼 보이차를 좋아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이웃 차벗들의 이야기다. 1부는 차예사인 나의 이야기이고 2부는 지난 20년 동안 지유명차에서 만난 차벗들의 이야기다.차관에서의 인연은 물같이 바람같이 흘러가지만 그중에서도 좀더 오래 잔상을 남기는 만남과 헤어짐이 있었다. 아픔이 있었고 즐거움도 있었으며 실망도 있었고 열정도 있었다. 모두 소중한 삶이다. 소중한 사람이다. 마치 차관의 티 바에 앉아 차를 마시며 옆 사람 이야기를 귀동냥 하듯 편안하게 읽어주셨으면 하는 바램이다.
구매가격 : 15,000 원
로버트 랭의 완벽한 종이접기 : 초급부터 고급까지 종이접기 뇌 운동
도서정보 : 로버트 J. 랭 | 2023-08-25 | PDF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종이접기의 새 지평을 연 세계적인 거장,
로버트 J. 랭의 종이접기 바이블
종이접기에는 많은 것이 필요하지 않다. 그저 종이 한 장과 도전하는 마음만 있으면 준비 끝이다. 사실적인 표현으로 종이접기의 한계를 넘어섰다는 평가를 받는 로버트 J. 랭의 종이접기 바이블 『로버트 랭의 완벽한 종이접기』에는 종이접기의 처음과 끝이 모두 들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비교적 쉬운 난이도인 ‘워밍업’ 단계부터 시작해, 섬세한 표현이 돋보이는 ‘레벨업’ 단계를 지나, 움직이는 모형이 등장하는 ‘끝판왕’ 단계까지 총 37개의 오리지널 종이접기 작품을 소개한다.
저자는 공학자 출신답게 조형미가 돋보이는 1,000개가 넘는 아름다운 도안을 이 책에 수록했는데, 도안과 설명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손끝에서 예술 작품이 탄생함과 동시에 두뇌가 깨어나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 도안을 보면서 설명에 따라 접고, 또 접다 보면 어느새 기가 막히게 멋진 사슴벌레, 독수리, 전갈이 완성된다. 잠깐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종이접기에 도전해 보자. 잡념이 사라지고 집중력이 높아지며, 두뇌가 자극되는 완벽한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구매가격 : 12,500 원
귤의 모험
도서정보 : 박산솔 | 2023-12-13 | PDF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아름다운 바다가 보이는 길가에 떨어진 귤
아침이 되고,
해녀 할머니들이 바다로 출근을 합니다.
바다를 보며 달리기를 하는 사람도 지나가고
산책을 나온 강아지도 지나가고
바다에서는 돌고래들이 인사를 하네요.
어느덧, 바다에는 노을이 지고
해녀 할머니들이 퇴근을 합니다.
귤을 발견한 할머니가 하는 말!
"무사?"
구매가격 : 10,000 원
별이 된 눈사람
도서정보 : 주야옥 | 2023-12-22 | PDF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주야옥 동화
<<작가의 말 중에서>>
“별이 된 눈사람”은 따뜻한 감동을 전달하는 아름다운 이야기입니다.
이 책은 눈사람과 강아지 만복이 사이의 진심 어린 우정과 서로에 대한 배려를 다루고 있습니다. 작은 것들이 얼마나 큰 감동을 줄 수 있는지, 그리고 우리 주변에 있는 사랑과 따뜻함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그림과 글을 통해 표현하고 있습니다.
구매가격 : 7,000 원
사랑은 시를 만들고 제3집
도서정보 : 염규식 | 2023-12-20 | PDF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시음사 시선 414, 염규식 제3시집
<<시인의 말 중에서>>
사랑은 시를 만들고 제 3집을 발간하면서~
어느덧 독자와 문우들의 사랑으로 벌써 3집을 발간합니다
숨가쁘게 달려온 한 해가 턱걸이합니다.
글을 쓰면 쓸수록 더욱 어려워지는 것이 시인가 봅니다
시란 보이지 않는 무형의 건축물을 짓는 것과 같다고
선배 시인님들의 말씀이 이제야 피부로 느낍니다.
구매가격 : 9,100 원
여기 있어요
도서정보 : 달항아 | 2023-12-22 | PDF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여러가지 모양 친구들이 있어요.
동그라미는 축구공이 되고,
네모는 창문이 되었네요.
그럼 하트 모양은 무엇이 될까요?
타고난 것을 이겨내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과
다른 사람들과 달라서 고민하는 사람들에게도
어떤 모양이든 무엇이든 될 수 있다는 위로를 담은 이야기입니다.
구매가격 : 6,300 원
미래를 준비하는 실전 무역물류 실무
도서정보 : 김호승 | 2024-01-22 | PDF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무역, 이론서로만 배웠다간 낭패당한다?!
To. 무역실무를 처음 접하는 실무자, 실무 전반을 알고 싶은 수험생
최대한 쉬운 용어, 다양한 사례를 이용해 무역 초심자도 실무에 써먹을 수 있도록!
물류 스타트업에 뛰어든 세관 공무원 출신 관세사 저자의 이지 솔루션!
AI에게 질문할 수 있을 정도로 쉽게 풀어 설명한 무역물류 실무!
무역은 1도 모르는 편집자도 무역 새내기로 만들어준 책!
수출입 최전선의 세관 공무원 입장과 필드에서 실제 수출입 기업의 입장을 모두 겪어본 경험을 녹여서 집필한 책이다.
구매가격 : 15,000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