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동네

1892종의 전자책이 판매중입니다.

그레구아르와 책방 할아버지

도서정보 : 마르크 로제 / 문학동네 / 2020년 03월 13일 / EPUB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책 읽는 즐거움, 함께 읽는 기쁨이 전파되는
수레국화 노인요양원 28호실의 기적!

독서를 두려워한 소년과 문학 애호가 할아버지의 유쾌하고 감동적인 만남
책 읽기를 통한 소통과 연대, 노년의 삶에 대한 사색


가장 가까운 곳에서 독자들을 만나온 28년 경력의 프랑스 대중 낭독가
마르크 로제가 들려주는 책과 사람, 문학, 인생에 관한 생생한 이야기

프랑스 대중 낭독가 마르크 로제의 첫 소설 『그레구아르와 책방 할아버지』는 책과 담을 쌓고 살아가던 소년과 작은 서점을 운영하며 평생 책과 문학을 사랑해온 노인의 우정, 두 사람이 책 읽기를 통해 고독한 노인요양원에 변화를 만들어내는 소통과 연대, 성장에 관한 이야기다. 계급이나 문화적 배경, 나이나 학력이 전혀 다른 두 인물의 만남과 화합, 그리고 이를 통한 긍정적 변화를 다룬 서사는 이미 낯설지 않다. 하지만 노인요양원 안에서 벌어지는 유쾌하고 감동적인 에피소드들, 책과 책을 둘러싼 세상을 누구보다 생생하게 묘사하는 현직 낭독가인 작가의 목소리, 사회 초년생의 혼란과 노년의 삶에 대한 사색, 소설 속에 소개되는 다양한 프랑스 문학작품 등이 풍부하게 곁가지를 더하며 이 소설을 특별하게 만든다.

작가 마르크 로제는 프랑스 전역의 서점과 도서관 등을 순회하며 대중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일을 해온 전문 낭독가이다. 1992년부터 28년 동안 독자들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만나며 책 읽는 기쁨을 전파해온 마르크 로제는 책이 가장 생생하게 살아 숨쉬는 현장에서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책과 문학, 독서, 낭독, 서점, 도서관 등 그만이 선보일 수 있는 ‘책 세상’의 이야기를 선명하게 그려낸다.


은밀하게 책과 낭독의 세계로 유혹하려는 책방 할아버지와
관심 없는 ‘척하는’ 소년의 밀고 당기는 심리 싸움!

책은 혼자서 읽는 것만이 아니라 누군가가 누군가에게 읽어주는 것이기도 하다. 따라서 ‘책 읽어주는 일’은 사람과 사람을 서로 이어주는 일이다. _마르크 로제

학교에서는 유령처럼 지내다 수업 시간에 이름이 불릴까 늘 불안에 떨던 소년 그레구아르. 80퍼센트 이상 통과하는 대학 입학 자격시험에도 떨어지고, 적당한 일자리를 찾는 일도 만만치 않다. 막연히 나무를 좋아한다는 그의 말에 진로상담 선생님은 ‘산림청’에 취업하라며 엉뚱하게 이과형 입학시험을 제안한다. 수학엔 ‘젬병’인 그에게! 몇 차례 방황을 거치던 그레구아르는 마침내 수레국화 노인요양원에 주방 보조로 취직한다. 초년생이라는 이유로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보수를 받으며 온갖 허드렛일을 하던 소년은 요양원 각 방에 식사 배달 임무를 맡으며 피키에 씨와 운명적으로 만난다.

‘곁가지 문학’이라는 작은 서점을 운영하며 평생토록 문학을 사랑해온 피키에 씨는 파킨슨병이 악화되자 재산을 모두 정리하고 수레국화 노인요양원 28호실에 입주했다. 그가 세상에서 가장 아끼는 책 삼천 권과 함께. 요양원 방안의 사방 벽을 가득 메울 만큼 많은 수이지만, 그는 미처 챙겨 오지 못한, 더는 읽을 수 없게 된 나머지 이만 칠천 권의 책을 생각하면 아직도 ‘환상통증’에 시달리는 것 같다고 말한다. 식사 배달을 위해 온통 책으로 둘러싸인 작은 방에 매일 드나들며 그레구아르는 조금씩 책과 친숙해진다. 그리고 이 시대 최고의 지략가 피키에 할아버지에게 조금씩 물들어가며 책 속으로, 또 세상으로 한 걸음 내딛는다.

책방 할아버지는 나에게 책 얘기는 입도 뻥긋하지 않는다. 하지만 나도 마냥 바보만은 아니라서 곧 그의 속셈을 알아차린다. 그가 늘어놓은 책표지. 다른 무엇보다 나를 유혹할 만한 책제목. 그건 우리 사이의 게임이다. 나는 그에게 ‘책 읽기요? 됐거든요’ 하는 태도를 보이는 척하고, 그는 털끝만큼도 나를 설득하려는 의도가 없는 척하기. 졸업한 지 이 년이 넘었는데도 ‘학교’ 하면 곧바로 내 머릿속에 책이 떠오른다. 단 한 페이지도 못 넘기고 나를 질리게 만들던 그 책들. 내가 책을 아직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은 아마도 학창시절의 불편했던 기억이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이리라. 그런데 그 책들이 이제 나를 매료시킨다. (23~24쪽)

피키에 할아버지는 책과는 담을 쌓고 살던 그레구아르에게 책 읽는 즐거움을 알려준다. 그리고 그 즐거움을 타인과 나누는 방법, 다른 사람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일이 얼마나 행복한 것인지 직접 느낄 수 있도록 곁에서 독려하고, 때로는 운동 코치처럼, 낭독하는 기술을 훈련시킨다. 수레국화 노인요양원 28호실, 파킨슨병과 녹내장 때문에 더이상 책을 읽을 수 없게 된 피키에 할아버지를 위해 큰 목소리로 책을 읽어주던 그레구아르의 낭독회는 점차 옆방의 할머니들에게로, 요양원 전체로 번져간다. “소리 없이, 말썽 없이 죽어가는” 공간에 살아가던 노인들은 낭독을 통해 열광과 기쁨을 되찾으며 어린아이들처럼 즐거워하고, 거주자들, 직원들, 방문자들 모두가 동시적인 공감으로 행복해한다. 소설 낭독을 통한 긍정적인 변화를 인정받아, 그레구아르는 요양원 내에서 주방일을 줄이는 대신 낭독 시간과 장소를 늘려가며 더 많은 사람들에게 책을 읽어준다. 요양원의 주치의 제레미 박사는 환자들에게 항우울제 대신 그레구아르의 책 낭독을 들으라는 처방을 내리기도 한다.

“아주 멋진 일이에요, 피키에 씨, 젊은 제자와 함께하는 작업 말이에요. 육 개월만 더 계속한다면 약국이 싹 사라질 거예요.”
“걱정하지 마시게, 대신 책방이 생길 테니까.” (112쪽)


그레구아르와 책방 할아버지의 맞춤 독서 큐레이팅
순수한 즐거움을 위한, ‘있는 그대로의 문학’ 산책

“책은 우리를 타자에게로 인도하는 길이란다. 그리고 나 자신보다 더 나와 가까운 타자는 없기 때문에, 나 자신과 만나기 위해 책을 읽는 거야. 그러니까 책을 읽는다는 건 하나의 타자인 자기 자신을 향해 가는 행위와도 같은 거지. 설령 그저 심심해서, 시간을 때우기 위해 책을 읽는다 해도 마찬가지야.” (53쪽)

사람들을 책의 세계로 이끄는 안내자 피키에 할아버지는 절대로 억지로 강요하지 않는다. 인물과 상황을 고려한 적절한 큐레이팅을 통해 낭독을 듣는 청자 스스로 책 속에 빠져들게 만드는 지략가다. 학창시절의 트라우마를 간직한 그레구아르에게는 샐린저의 『호밀밭의 파수꾼』을, 이웃 할머니들에게는 「목걸이」 「투안 영감」 「비곗덩어리」 등 기 드 모파상의 짧은 단편을 추천한다. 고전문학이나 으레 ‘문학성’이 높다고 평가받는 작품들만 고집하지도 않는다. 고요하고 온기 없는 듯했던 요양원 입주자들을 대상으로 ‘뜨거운’ 소설을 읽어 요양원 전체를 발칵 뒤집어놓으며 활기를 불어넣기도 한다.

어린이들을 위한 그림책부터 휘트먼, 잭 케루악, 잭 런던, 니콜라 부비에, 마르셀 파뇰, 가스통 바슐라르, 알레산드로 바리코, 루이 아라공, 조지 R. R. 마틴, 기욤 아폴리네르, 베르나르 노엘, 마르그리트 오두, 모리스 준부아, 장 주네, 파블로 네루다의 작품에 이르기까지, 책방 할아버지와 그레구아르가 이 소설 속에 그려놓는 폭넓고 다양한 독서 안내도를 따라 독자는 가벼운 마음으로 문학 산책의 즐거움 또한 만끽할 수 있다.


풍성하게 곁가지를 더하는
사랑과 죽음, 이별에 관한 빛나는 단상들

소설 속에는 그레구아르와 피키에 씨와 그들의 책 이야기 외에도 요양원에 입주한 노인들의 사연, 그레구아르와 간호사 디알리카의 사랑 등 요양원 안에서 벌어지는 다채로운 이야기가 펼쳐진다. 초년생으로 사회에 첫발을 디디는 그레구아르의 고군분투, 세네갈인 간호사 디알리카를 통한 외국인 노동자로서의 삶의 조건, 몰개성적인 좁은 방에서 무력하고 고독하게 죽음을 향해 가는 노년의 삶, 노화와 죽음에 대한 단상들이 곳곳에 빛난다.

특히 그레구아르가 요양원 입주자 셀레스틴 모렐의 임종 직전까지 함께하며 책을 읽어주는 장면, 마들렌 지루 부인과의 갑작스러운 이별, 피키에 씨가 평생 자신의 살갗 아래 남몰래 간직해온 사랑을 그레구아르 앞에서 고백하는 장면 등은 유쾌한 일화에 웃음 짓던 독자의 마음을 때때로 뭉클하게 만든다.

평생의 즐거움이었던 책 속을 벗어나 “몸을 움직여 앞으로 나아가는” 진짜 인생을 맛보고 싶어했던 책방 할아버지는 마지막 순간 그레구아르에게 자신을 대신해 도보 여행을 떠나달라 부탁한다. 그리고 책과 인생에 대한 뜨거운 사랑을 물려주고자 했던 피키에 씨를 통해 차츰 책 읽기의 즐거움을 발견해가던 그레구아르는 지략가 피키에 씨가 치밀하게 준비해둔 도보 여행을 통해 또하나의 나이테를 새기게 된다. 나무를 좋아했고 나무가 되고 싶었던 소년은 그 길 끝에 마침내 우뚝 선 아름드리나무가 되어 자신의 가지를 더욱 멀리, 풍성하게 뻗어갈 것이다.

구매가격 : 9,700 원

광기와 치유의 책

도서정보 : 레지나 오멜버니 / 문학동네 / 2020년 03월 24일 / EPUB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르네상스시대 베네치아,
시대를 앞서간 여성 의사의 우아하고 감각적인 여정

NPR 선정 ‘올해의 역사소설’ (2012)
“현실적이면서도 감각적인 생기가 가득하다. 사랑할 수밖에 없는 소설.” 엘르

『광기와 치유의 책』은 16세기 베네치아에서 의사로 일하며 의학서를 집필하던 여성 가브리엘라가 실종된 아버지를 찾아 떠나는 여정과 모험을 그린 작품으로 작가 레지나 오멜버니의 소설 데뷔작이다. 시인으로 먼저 데뷔해 콘플럭스 프레스 시 문학상, 브라이트 힐 프레스 시 문학상 등을 수상한 작가는 세계 이곳저곳을 여행하면서 짧은 산문들, 특히 질병에 대한 글을 썼고, 어느 날 이 짧은 글들 뒤에 공통된 목소리가 있다는 것, 그 목소리가 하나의 이야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여성이 사회활동을 하는 것이 흔치 않던 시대, 특히나 의술을 펼치는 여성은 마녀로 몰리던 시대에 두려움 없이 자기만의 길을 걸어간 의사 가브리엘라의 이야기를 써내려가기 시작했다.

이 소설이 탄생한 데는, 이탈리아계 화가였던 작가의 어머니와, 작가가 열여섯 살 때 가족을 떠난 아버지의 존재가 큰 영향을 미쳤다. 이탈리아에서 태어나 미국으로 이주한 어머니는 평생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안고 살며 심한 우울증을 앓았고, 그런 어머니를 견디다못한 아버지는 아내와 두 딸을 두고 떠나버렸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버림받았다는 상실감을 품고 있는 작가가, 역시 아버지가 실종된 주인공을 떠올리게 된 것은 필연적인 일이었다.

작가는 어머니와 함께 베네치아를 처음 방문한 이후 그 아름다운 운하 도시의 풍경을 마음속에 늘 간직해왔다. 공기 중에 소금물의 냄새가 알싸하게 배어 있고, 창문 밑 돌벽에 조수가 요란하게 밀려와 부딪히는 베네치아의 모습은, 그래서 더욱 오감을 자극하며 실감나게 그려진다. 작가는 소설 속에서 가브리엘라가 아버지를 찾기 위해 방문한 곳들 또한 직접 찾아다니며 철저하게 자료 조사를 했고, 그 덕분에 르네상스시대 유럽 곳곳의 공간들이 시적이고 감각적인 언어로 완벽하게 재현됐다. 소설 중간중간 삽입된, 가브리엘라가 집필한 미스터리한 질병들에 대한 글은 신비로우면서도 기발한 내용으로 소설을 읽는 재미를 더하고, 유럽을 가로질러 아프리카까지 이어지는 여정은 흥미진진한 모험과 의미 있는 만남들로 가득하다. 시대를 앞서간 여성의 이야기를 더없이 우아하게 그려낸 이 소설은 “시적이고 기발하다” “사랑할 수밖에 없는 소설”이라는 평을 들으며 NPR에 의해 ‘올해의 역사소설’(2012)로 선정됐다.

“상상은 해봤지만 살아보지 못한 삶,
두려움에 잠식되지 않는 삶,
그런 삶으로 나아가지 않으면 내가 사라져버릴지도 몰라.”

16세기 말 베네치아, 가브리엘라는 의사인 아버지의 영향으로 그 시절에는 흔치 않은 여성 의사가 된다.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를 도와 환자들을 돌본 것은 물론 대학에서 정식으로 의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당시 여성의 결혼 적령기인 열여섯 살을 훌쩍 넘어 서른 살이 되었지만, 결혼 생각은 전혀 없고 스스로를 “의사라는 직업과 결혼한 여자”라고 생각하며 환자를 돌보는 것, 그리고 아버지를 도와 『질병백과』를 완성하는 것에만 몰두하고 있다.

하지만 십 년 전, 책을 집필하기 위해 여행을 떠난 아버지가 미스터리한 편지들만 보내올 뿐 베네치아로 돌아오지 않자, 의사 길드는 멘토가 없는 여성 의사는 인정할 수 없다며 가브리엘라의 진료를 금지한다. 그러자 가브리엘라는 그 상황에 순응하기보다는 직접 자기 삶을 찾아 나서기로 한다. “차테레 선착장이 내려다보이는 창가에 몇 시간이고 앉아 아버지가 돌아오기를, 내 삶이 천우의 바람을 돛에 가득 안고 항구로 들어오는 거대한 함선처럼 나타나기를” 기다리지는 않겠다고, 직접 아버지를 찾아 『질병백과』를 완성하겠다고 결심한 것이다.

그동안 아버지가 보낸 편지들을 단서 삼아 아버지의 행로를 추적하며 여행을 시작한 가브리엘라의 곁에는 충직한 하인 올미나와 로렌초 부부가 함께한다. 가브리엘라가 태어났을 때부터 거의 부모나 다름없는 역할을 해오던 두 사람은 가브리엘라가 안전하게 여행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지만, 16세기 말 유럽은 여성이 돌아다니기에 결코 안전한 곳이 아니었다. 약초를 다룰 줄 알거나 의학적 지식이 있는 여성은 마녀로 몰아 처형하는 곳이 워낙 많아 남장을 한 채 인가를 피해 이동하기도 하고, 홍수 때문에 불어난 호수를 건너다 물에 빠져 죽을 고비를 넘기기도 한다.

가브리엘라는 그렇게 위기를 넘겨가며 독일과 네덜란드를 거쳐 스코틀랜드까지 갔다가 다시 남쪽으로 내려와 프랑스 남부와 에스파냐, 더 멀리 모로코까지 여정을 이어가지만, 아버지의 행적은 묘연하기만 하다. 아버지의 편지에 등장한 사람들을 모두 만나보아도, 아버지가 정체 모를 병을 앓고 있었고 달의 영향을 받아 미쳐가고 있었다는 믿을 수 없는 이야기만 반복해서 들을 뿐이다. 가브리엘라는 아버지를 영영 찾지 못하게 될까봐, 혹은 아버지의 시신을 찾게 될까봐 두려워하면서도 틈틈이 환자를 돌보고 『질병백과』에 실을 원고를 쓰면서 마음을 다잡는다. 그리고 용기를 내 미지의 세계를 향한 또 한 걸음을 성큼 걸어나간다.


▶ 추천의 말

16세기 베네치아에서 의술을 펼치던, 시대를 앞서간 여성의 우아한 초상. 여성이 중심에 있으면서도 로맨스에 치중하지 않는 역사소설에 끌리는 독자라면 마음을 빼앗길 만한 작품이다. 라이브러리 저널

가브리엘라의 여정엔 현실적이면서도 감각적인 생기가 가득하다. 작가는 철저한 조사를 통해 과거의 시공간을 완벽하게 불러내 시적으로 써내려갔다. 사랑할 수밖에 없는 소설. 엘르

아버지와 딸 사이에 오간 서간체 소설이자, 귀족의 일기이며, 모험가의 여행기. 시적이고 기발한 이 소설은 독자에게 기쁨을 선사할 것이다. 퍼블리셔스 위클리

과학과 의학에 대한 디테일이 가득한 아름다운 소설. 잊히지 않을 데뷔소설이다. 클리블랜드 플레인 딜러

아주 흥미로운 소설. 새로운 챕터가 시작될 때마다 새로운 모험이 시작되며 또다른 퍼즐 조각이 등장한다. 워싱턴 인디펜던트 리뷰 오브 북스


▶ 책 속에서

축축한 달의 영향 아래 그렇게 덧없는 시간을 보내는 동안, 내가 과거를 추적할 미래를 이미 계획하고 있었음을 그땐 미처 깨닫지 못했다. 나는 내가 들여다보는 유리만큼 투명해졌고, 위험하게도 나 자신에게마저 보이지 않는 존재가 되었다. 내 인생을 앞으로 나아가게 하지 않으면 내가 사라져버릴지도 모르겠다고 깨달은 건 바로 그때였다. 14쪽

“사랑과 위안을 주는 사람들을 내친다면 대체 어떤 삶이 살아낼 가치가 있는데요?” 66쪽

“우리가 아는 게 좀 있잖아요. 근데 뭘 아는 여자들은 위험하다고 생각하니까.” 121쪽

“어떤 상처는, 어떤 잘못처럼 결코 되돌릴 수 없으니까요.” 241쪽

“꽃은 차별하지 않잖아요. 우월한 이성을 가진 인간만이 차별을 하지요.” 337쪽

“여름 한철에 불과한 생도 나비에게는 긴 시간이잖아요. 우리는 수십 년을 살길 바라지만 상실만 차곡차곡 쌓아간다면 수십 년을 산들 무슨 소용이겠어요? 저는 한 해 한 해를 꼽느니 하루하루를 손꼽으며 살겠어요.” 348쪽

구매가격 : 11,100 원

아직 멀었다는 말

도서정보 : 권여선 / 문학동네 / 2020년 03월 20일 / EPUB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권여선소설 #한국소설 #이효석문학상 #소설가들이뽑은올해의소설 #평론가들이뽑은올해의소설 #소설의품격과깊이 #새로운전환 #정확함이주는위로 #치유와유머

“소설이 주는 위로란 따뜻함이 아니라
정확함에서 오는 건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들었다.” _김애란(소설가)

소설의 품격과 깊이, 권여선 4년 만의 신작 소설집
제19회 이효석문학상 수상작 「모르는 영역」 수록

“한국문학의 질적 성장을 이끈 대표적 작가 가운데 하나”(문학평론가 소영현)라는 평에 걸맞게 발표하는 작품마다 동료 작가와 평단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며 한국문학의 품격과 깊이를 더하는 작가 권여선의 여섯번째 소설집 『아직 멀었다는 말』이 출간되었다. 제47회 동인문학상 수상작이자 ‘소설가들이 뽑은 올해의 소설’ 1위에 선정되며 여전히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안녕 주정뱅이』(창비, 2016) 이후 4년 만에 선보이는 이번 소설집에는 “권여선 특유의 예민한 촉수와 리듬, 문체의 미묘한 힘이 압권”이라는 평과 함께 제19회 이효석문학상을 수상한 「모르는 영역」을 포함해 8편의 작품이 실려 있다.

『안녕 주정뱅이』로 ‘주류문학’의 한 경지를 이룬 권여선 작가에게 우리가 기대하는 것이란 무엇일까. 술을 마실 수밖에 없는 상황 속에서도 안간힘을 쓰며 인간다움의 위엄을 보여준 그에게 또하나의 주류문학을 기대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일 것이다. 하지만 그는 이번 소설집에서 새로운 변화로의 이행을 감행한다. 소설집이 출간되기 전 진행한 한 대담에서 “술을 먹이지 말아야지 결심을 하고, 술을 안 먹는 인물들을 하이에나처럼 찾아다녔고(…). 뭐 하나를 딱 막아놓으니까 딴 쪽으로 퍼져나간 식입니다”(『문학동네』 2019년 가을호)라고 언급한 것처럼 권여선 작가는 소설을 쓸 때 어쩔 수 없이 이끌리게 되는 ‘익숙한 것’에서 벗어나 자신이 ‘모르는 영역’으로 한 발 한 발 걸어들어간다. 스물한 살의 스포츠용품 판매원인 ‘소희’(「손톱」)에서부터 레즈비언 할머니인 ‘데런’과 ‘디엔’(「희박한 마음」)에 이르기까지, 기존의 익숙한 것을 금지시킴으로써 어느 때보다 다양한 인물들을 향해 뻗어나가는 이번 소설집은 권여선 소설의 전환을 보여주는 작품으로 우리에게 “한 번도 먹어본 적 없는 생선의 맛처럼 부드러운 놀람”(「전갱이의 맛」)을 선사할 것이다.


“소희는 강변을 달리는 통근버스 차창에 바짝 붙어앉아
아침햇살에 반짝이는 강물을 본다.
슬프면서 좋은 거, 그런 게 왜 있는지 소희는 알지 못한다.”

찌를 듯 무자비하면서도 따스한 햇빛처럼
황량한 폐허 속에서도 무언가를 찾아내는 손길처럼
끝인 듯 시작을 예고하는, 아직은 무엇도 끝나지 않았다는 말

소설집의 제목인 ‘아직 멀었다는 말’은 「손톱」 속의 “문득 소희는 새처럼 목을 빼고 어디까지 왔나 확인하듯 창밖의 거리를 내려다본다. 할머니가 아흐 어하 소리를 내며 하품을 한다. 그건 아직 멀었다 소희야, 하는 말 같다”라는 문장에서 가져온 것이다. 소희는 일하는 매장에서 박스를 들어올리다 박스 아래에 튀어나와 있던 굵은 고정쇠가 손톱을 뚫고 나와 손톱 절반이 뒤로 꺾이고 살이 찢기지만, 대출금과 옥탑방 월세 등을 생각하면 아득해지는 탓에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한다. “친구도 못 만나고 친구도 못 만들”며, 갚아야 할 빚과 모아야 할 돈을 백원 단위까지 끊임없이 계산하는 스물한 살의 소희. 그런 소희에게 유일한 사치는 아침 통근버스를 탈 때 쏟아져들어오는 햇빛이다. ‘찌르는 듯 따스하고 무심하면서도 공평한’ 햇빛처럼 소희의 하루하루는 거칠 것 없이 무자비하지만 그러나 끝내 온기가 전해져온다. 그건 “대화가 안 된다 매가리가 없다 무나아안하다 생각이 없다”는 말 대신 손톱이 다친 소희에게 “조심해야지” 하고 말해주는 할머니의 존재 덕분일 것이다. 함부로 희망을 말하거나 섣부르게 위로를 전하려는 것이 아니라, 다만 조심해야 한다고, 아직 멀었다고 말함으로써 그만큼의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 때문에 ‘아직 멀었다는 말’은 끝을 단정짓지 않음으로써 우리에게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듯하다.

「너머」의 N도 소희와 사정이 비슷하다. 기간제교사로 두 달간 고등학교에서 일하게 된 N은 “복잡해 보이는 사태도 정규와 비정규를 가르는 경계만 알면 대부분 참으로 간단히도 이해가 되”는 그 세계에서 은근히 비정규를 무시하는 교사들의 속내를 예민하게 간파하고 “치사하고 악질적인 쪼개기 계약과 계약 연장 꼼수”에 넌더리가 나 계약기간이 끝나면 학교를 깨끗이 그만둘 생각을 한다. 하지만 N은 요양병원에 어머니를 모시고 있는 상황이기도 하다. 「손톱」의 소희가 일반 짬뽕보다 오백원 더 비싸다는 이유로 매운 짬뽕을 포기하는 것처럼, 「너머」의 N은 계약기간을 연장함으로써 받게 되는 한 달 치 월급과 “그 돈으로 버틸 수 있는 시간”을 가늠하다 끝내 흐느끼면서 생각한다. “버릴 수 없는 것들이 있다고. 세상천지 N에게는 어머니밖에 없고 어머니에게는 N밖에 없다고” 말이다.

이처럼 이번 소설집은 촘촘한 묘사와 생생한 캐릭터로 한국사회의 문제 지점을 에두르지 않고 짚어나가는 권여선만의 특기가 여전한 가운데, 한편으로는 『안녕 주정뱅이』 이후 권여선 소설의 새로운 결을 느끼게 한다는 점에서 또한 주목할 만하다. 「희박한 마음」의 레즈비언 할머니인 데런은 연인 디엔이 떠난 뒤 혼자 살며 디엔과의 일을 꼼꼼히 짚어나간다. 디엔과 같이 살던 몇 년 전, 한밤중에 어디선가 섬뜩한 의문의 소리가 들려온 적이 있었다. 숨이 막히는 듯한 컥 소리와 끼이이이 하는 비명 같던 그 소리는 실은 옆집 수도계량기에서 나는 소리였다. 디엔이 떠나고 없는 지금도 여전히 소름끼치는 그 소리는 반복된다. 혼자 사는 여자를 두렵게 하는 그 소리는, 대학 시절 데런과 디엔이 함께 벤치에 앉아 담배를 피울 때 갑자기 나타나 담배를 끄라며 소리지르던 한 복학생 남자의 위협과도 닮아 있다. 그러면서도 데런은 복학생 남자가 디엔을 후려쳤을 때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무기력하게 지켜보기만 했던 그 순간으로 끊임없이 돌아가는데, 이 소설은 그간의 한국문학에서 드물었던 레즈비언 할머니의 모습을 그려냈다는 점에서도 특기할 만하지만, 레즈비언 커플을 향한 외부의 압력을 묘사하는 것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가 그들 사이에 해소되지 않고 남아 있는 어떤 감정을 집요하게 응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아니야. 그건 우리가 모르는 영역이다.”

삼 년 만에 재회한 커플의 하루를 담은 「전갱이의 맛」과 가족묘를 둘러싼 가족들의 왁자지껄한 소동극인 「송추의 가을」 등 이전과 비교해 조금 더 유머러스하고 산뜻한 작품이 소설집의 곳곳에 자리한 가운데, 소설집이 「모르는 영역」으로 시작되어 “요즘 모르겠다는 말을 많이 한다”는 ‘작가의 말’로 마무리되는 점이 의미심장하다. 「모르는 영역」에서 ‘명덕’은 사진에 찍힌 무언가를 보며 유에프오가 아니라 낮달이 맞지 않느냐는 딸의 물음에 이렇게 말한다. “모르지 그건. (…) 그건 우리가 모르는 영역이다.”

등단 이후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수많은 작품을 써내고도 권여선은 아직 무언가를 잘 모르겠다고, “해 입장에서 밤에 뜨는 달은 영영 모르는” 것처럼 어떤 것은 영영 알 수 없다고 말하는 듯하다. 그런데 모르겠다는 그 말은, 무언가를 딱 잘라 판단하지 않겠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 모름의 힘으로 권여선은 인물을 둘러싼 사건을 면밀하게 살피고, 인물의 감정을 고스란히 느끼기 위해 아주 깊은 바닥까지 내려가는 것이 아닐까. 그리고 그 덕분에 우리가 사건을, 인물을, 소설을 이해할 수 있는 폭 또한 넓어지는 게 아닐까. 명덕이 잘 모르겠다고 답을 하는 순간 사사건건 부딪치는 딸에게서 (엄마가 아빠 같은 사람을 왜 만났는지) “이해가 된다”는 말을 듣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요즘 모르겠다는 말을 많이 한다.
때로 어긋나고 싶고 종종 가로지르고 싶고 옆도 뒤도 안 돌아보고 한 번은 치달리고 싶은데
못 그러니까,
깊은 모름 가파른 모름 두터운 모름까지 못 가고
어설픈 모름 속에서,
잔바람에도 진저리치며 더럽고 질긴 깃털만 떨구는 늙고 병든 새처럼,
다 떨구고 내 앙상한 모름의 뼈가 드러날 때까지
그때까지만 쓸 것인가.

모르겠다.

그래도 독자여 나의 눈물겨운 독자여 내가 더는 아무것도 쓸 수 없는 그날이 오면 부디 우리 다시 만날까 작가의 말도 모르겠다는 말도 아직 멀었다는 말도 하지 말고 나는 식어 차고 당신의 손은 따뜻할 그날에 _‘작가의 말’ 중에서



비정해서 공정한 눈이란 이런 걸까요? 단순한 명암이 아니라 빛을 쪼개서, 어둠을 쪼개서 보여주는 작가를 보며, 소설이 주는 위로란 따뜻함이 아니라 정확함에서 오는 건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소설은 ‘이후’를 살피는 장르이지만 ‘너머’를 고민하는 형식이기도 하다는 것 역시요. _김애란(소설가)

우리가 어떤 심원한 고통에 붙들렸다 해도, 어떤 말도 안 되는 악폐에 몸부림치는 중이라 해도, 그조차 살아 있음의 의미로서 여전히 아름다워야 할 생의 몫이라 해야 할지 모른다. (…) 우리의 생이 지금도 죽음으로 다가간다고 하든 죽는 순간까지 예비된 삶의 길을 간다고 하든, ‘아직 멀었다는 말’로밖에는 가리킬 수 없는 것이리라. 그 고단함과 불확실함에 기쁘게 충실하라는 역설이야말로, 살아 있는 내가, 나를 이 세계에 연루시킨 생에게 감사를 표할 유일한 길인지도 모르겠다. _백지은(문학평론가)

구매가격 : 9,500 원

조용한 아내

도서정보 : A.S.A 해리슨 / 엘릭시르 / 2020년 03월 23일 / EPUB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사회적으로 성공하고 아름다우며 헌신적인 아내.
그녀에게서 살인자의 모습이 튀어나오기까지,
앞으로 단 며칠뿐!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 · 니콜 키드먼 주연 영화화 확정!

아들러 연구자로서 심리상담사로 일하는 조디. 건축 사업가로서 야망을 하나씩 이뤄가는 토드. 토드가 몇 번이나 외도를 했지만 두 사람은 이십 년간 부부 생활을 이어왔다. 토드는 결국 자기 자리로 돌아왔고, 표면적이나마 평온한 생활을 유지했으니까. 조디는 모두 용서했다. 그러나 그것도 이제 끝이다.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인 가정 스릴러 『조용한 아내』가 엘릭시르에서 출간되었다. 캐나다 작가 A.S.A. 해리슨의 데뷔작이자 유고작인 『조용한 아내』는 바람둥이 남편을 둔 심리학자 아내의 이야기다. 저자 A.S.A. 해리슨은 예술과 심리학 공부를 하며 쌓아온 인간과 사회에 대한 통찰력과 글솜씨를 첫 소설에 전부 쏟아 부었고, 『조용한 아내』는 “결혼과 인간관계의 어두운 면에 대한 소설 중 단연 최고”라는 평과 함께 27개 언어로 번역, 출간되었다.

● 교차 서술의 묘미
조디는 남편 토드가 습관적으로 바람을 피우는 것을 알고, 왜 그러는지 이유도 알고 있다. 하지만 일단 두 사람이 부부라는 형태로 안정적인 가정을 이루고 있기 때문에 대놓고 비난하지는 않았다. 조디에게 중요한 것은 현재의 평온한 삶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토드가 돌이킬 수 없는 짓을 저질러 조디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안정’이 위협받게 되었다. 이제껏 조용히 살아온 조디는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변해야 함을 깨닫는다.
『조용한 아내』는 조디와 토드의 입장을 번갈아 보여주는 식으로 전개된다. 이런 전개 방식을 통해 두 사람의 생각 차이를 명확하게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토드는 불륜 상대와 여행을 가기 위해 조디에게 ‘친구들과 낚시 여행을 간다’고 말한다. 토드는 이 거짓말에 크게 죄책감을 느끼지도 않고 불화를 피하는 합리적인 수단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가정이 주는 안정감과 불륜이 주는 짜릿함이 모두 필요한 남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조디는 그의 거짓말을 눈치챘을뿐더러, 토드의 사고방식까지도 파악하고 있다. 토드는 스스로를 무척 합리적인 판단력을 지닌 너그러운 남성이라고 여기지만, 심리상담사 조디가 보기에는 책임을 회피하고 문제를 축소시키는 경향이 있으며, 오이디푸스콤플렉스를 가진 탓에 아직도 어머니에게서 벗어나지 못한 채 모든 여성에게 성적 욕망을 투사하고 있다. 토드의 과장된 자기 인식과 조디의 냉철한 분석에서 오는 시각 차이는 『조용한 아내』의 빼놓을 수 없는 재미다.

● 말하지 않는 아내, 칼을 든 아내. 가정 스릴러의 주인공.
『조용한 아내』는 제목에서부터 알 수 있듯 가정과 부부 관계를 소재로 한 가정 스릴러다. 2010년대로 접어들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기 시작한 이 장르는 길리언 플린의 『나를 찾아줘』(강선재 옮김, 푸른숲 펴냄)를 선두로 ‘살인자 아내’를 선보인다. 그들은 기혼 여성에 대한 사회적인 고정관념을 깨부수고 기대를 배반하며 생생하게 살아 있는 인물들이다.
『나를 찾아줘』의 에이미가 파격적인 모습으로 카타르시스를 제공했다면, 『조용한 아내』의 조디는 우리 주변에서 있을 법한 모습으로 깊은 공감을 이끌어낸다. 감정의 줄다리기를 하는 두 사람의 모습은 현실 세계의 부부와 다름이 없다. 조디가 가정의 평안을 위해 침묵하기로 선택한 것이나, 조디의 노력을 배반하고 애인에게 떠난 토드에게 느끼는 분노는 누구라도 공감할 만한 이야기다. 덕분에 담담하고 절제된 문장으로 적힌 작품임에도 마치 친구의 친구 이야기를 듣는 듯 몰입할 수 있다. 조디가 그 분노를 어떤 식으로 해소하는지 알아내기 위해 독자들은 끝까지 책을 놓을 수 없을 것이다.

구매가격 : 10,200 원

2012 제3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도서정보 : 손보미,김미월,황정은,김이설,정소현,김성중,이영훈 / 문학동네 / 2014년 02월 10일 / EPUB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이 일곱 명의 젊은 개성들에 대해서 한국문학은 마땅히 경의와 기대를
표해야 한다는 데 나는 동의했다."

제3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이 출간되었다.
지난 2010년 제정되어 올해로 3회째를 맞는 "젊은작가상"은, 한국 문단의 최전선에서 활동중인 젊은 작가들을 격려하고 독자에게는 새로운 감각과 대담한 정신으로 충만한 젊은 소설의 기운을 느끼게 해주고 있다. 대상작을 등단 십 년 이내의 작가들의 작품으로 제한하여, 아직 집중적으로 조명되지 않았으나 특별한 개성을 간직한 한국문학의 미래와 함께하는 2012년 제3회 수상자는 손보미 김미월 황정은 김이설 정소현 김성중 이영훈 일곱 명의 신예다. 이중 손보미 정소현 이영훈 세 명의 작가는 아직 단행본이 한 권도 출간되지 않았으며, 특히 대상 수상자인 손보미는 2011년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한 1년차 신인소설가이다. 또한 김성중은 올해로 3회 연속 수상자가 되어, 독자들에게 다시 한번 그 이름을 각인시켜주었다.

*

여덟 명의 젊은 평론가들로 이루어진 선고위원들은 2011년 한 해 동안 발표된 단편소설 가운데 2002년 이후 등단한 작가들의 작품을 검토했다. 계간지와 월간지는 물론 각종 웹진, 문예지 발표 없이 바로 단행본으로 묶인 작품들까지 포함, 총 223편의 단편들이 심사 대상이 되었다.
문학동네 계간지 리뷰 좌담을 위해 일 년 동안 꾸준히 작품들을 읽어온 선고위원들은 심사를 위해 다시 세 번의 긴 논의를 거쳐 최종 후보작 16편을 추천해주었으며, 이 16편의 작품을 놓고 김화영 남진우 신형철 은희경 이혜경 다섯 분의 심사위원이 역시 긴 회의 끝에 일곱 편의 수상작을 뽑았다. 지난해에 이어 다시 본심을 맡은 김화영 선생은, "내게는 상대적으로 덜 익숙한, 그야말로 "젊은" 작가들의 약진에 특히 시선이 간다"며, 젊은작가상 심사라면 매년 할 수 있겠다, 농을 하기도 했다.

구매가격 : 7,700 원

정신병원을 폐쇄한 사람

도서정보 : 존 풋 / 문학동네 / 2020년 03월 05일 / EPUB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정신질환자가 더 위험할까?

한국 사회에서 조현병을 비롯한 정신질환자에 대한 사회적 이해도는 대단히 낮은 형편이다. 우울증과 공황장애 등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는 사람은 급증하고 있지만, 조현병 환자의 범죄를 다루는 선정적인 언론 보도를 통해 정신질환에 대한 혐오를 키우는 일도 빈번하고, 정신병원 강제 입원이나 환자에 대한 비인간적 처우도 여전히 횡행하고 있다.
그렇기에 이 책에서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는 1960~70년대 이탈리아의 정신보건 혁명은 우리에게 먼 과거의 일이 아니다. 오히려 우리가 당장 직면한 현실이고, 미래의 청사진이다.
문명사회에서 정신병원의 역할은 ‘미친’ 사람들을 가두어 사회를 ‘보호’하는 것이었다. 정신병원의 일차적 기능은 ‘치료’가 아니라 ‘구금’이었다. 하지만 격리와 감금은 정신질환자의 상태를 호전시키기는커녕 오히려 악화시킨다. 바잘리아식 정신보건 혁명의 핵심은 정신질환자를 정신병원에 가두는 것이 아니라 일상으로 돌려보내 사회 공동체 안에서 돌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때 지역사회 곳곳에 자리잡은 정신보건센터 같은 곳이 정신질환자 돌봄의 구심점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극단적인 일부 사례를 통해 정신질환자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뿌리 깊게 존재하지만, 실상 범죄 통계를 보면 정신질환자보다 비정신질환자에 의한 범죄율이 훨씬 더 높게 나타난다. 또한 정신질환은 환자 본인이나 가족의 책임으로 떠넘길 수 없는 사회적 질환으로서 공동체가 함께 책임져야 할 문제임을 보여주는 바잘리아의 개혁 과정은 지금 우리 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정신병원 개혁에 나서다

1924년 베네치아에서 태어난 바잘리아는 반파시스트 활동을 벌이다가 1944년에 체포되어 반년간 감옥에서 보냈다. 당시 감옥은 공포와 폭력, 고통, 빈대와 오물, 질병의 장소였다. 이후 대학에 진학해 정신의학으로 박사과정을 마치지만 학계에 자리잡지 못하고 1961년 말 고리치아의 정신질환자 보호소(asylum: 정신질환자 수용소, 사실상의 정신병원) 소장으로 부임하게 된다. 그런데 바잘리아가 고리치아에서 마주친 현실은 지난 시절 겪었던 감옥과 전혀 다를 바가 없었다. 그곳은 병원이 아니라 강제수용소였다. 정신질환자 보호소에 들어가는 순간 환자는 ‘비인격자’가 되어 인격을 박탈당한다. 창문에는 창살이 꽂혀 있고 병동 문은 자물쇠로 잠가놓는다. 고문과 자살은 너무나 흔한 일이어서 많은 환자에게 그곳을 벗어나는 유일한 길은 죽음뿐이었다.
바잘리아의 병원 개혁은 1960년대 내내 점진적으로 이루어졌다. 바잘리아는 처음부터 환자들을 묶어놓은 사슬을 풀어 그들이 다시 인간으로 돌아가게 해주었다. 바잘리아와 뜻을 같이하는 이들이 하나둘 고리치아에 모여들기 시작했고 하나의 팀(에퀴페)을 이루어 개혁을 추진했다.
고리치아는 이탈리아에 ‘치료 공동체’를 세우려는 최초의 시도였다. 이후 고리치아는 세계에서 가장 전면적이고 급진적인 치료 공동체의 모범 사례이자 정신병원 개혁의 이정표가 된다. 1960년 중반에 이르면 고리치아는 이미 민주적으로 개방된 정신질환자 보호소가 되어 있었다. 외견상 의사와 환자 간의 위계가 사라졌고, 환자들은 부분적으로 자기 결정권을 갖게 되었다. 이제 환자들은 환자복이 아니라 자기 옷을 입었고, 언제 잠자리에 들고 언제 일어날지를 스스로 결정했으며, 자기 관리를 위한 공간(주점, 클럽 등)도 스스로 만들어 운영했다.
1965년 11월 이후로는 병원 구성원 전체가 참석하는 정기 아셈블레아(전체 집회)가 매일 오전에 열렸다. 간호사, 의사, 환자는 물론이고 이따금 학생, 영화 제작자, 기자, 활동가, 정신의학도 등도 모습을 드러냈다. 환자들이 이 집회를 운영하고 회의록을 작성했다.
1960년대 후반에, 고리치아는 68세대의 성지가 되었다. 68혁명의 이념이 현실화된 공간으로 여겨졌던 것이다. 당시의 개혁 과정이 고스란히 담긴 공동의 기록물 『부정되는 공공시설』(바잘리아를 대표 저자로 삼아 에이나우디 출판사에서 간행되어 베스트셀러가 된 책)은 68세대의 살아 있는 지침서가 되었다. 많은 사람이 직접 고리치아를 방문하거나 『부정되는 공공시설』을 읽거나 다큐멘터리 <아벨의 정원>을 보고 바잘리아 추종자가 되었다.

이 정신병원은 개방되어 있고, 방문 시간이 따로 없으며, 대부분의 환자가 단지 내를 자유로이 다니고 심지어 병원 밖 도시 안으로까지 들어갈 수 있었다. 환자가 자기들을 위해 직접 운영하는 주점이 있었다. 의사 중 흰 가운을 입은 사람은 거의 없었고, 심지어는 자신을 의사라고 말하는 사람조차 드물었다. 환자에게는 노동의 대가로 진짜 돈을 지급했다. 이 시점에는 어느 병동도 잠겨 있지 않았다(잠겨 있던 마지막 병동이 1967년 말까지 개방되었다). 전체 집회와 병동 집회를 비롯한 여러 가지 집회에서 바깥나들이뿐 아니라 병원 운영과 관련된 중요한 문제를 결정했다. 모든 것이 긴 시간을 두고 공개적으로 논의되었다.(214쪽)

정신병원을 폐쇄하다

『부정되는 공공시설』의 성공 이후 바잘리아는 유명인이 되었고 1968년의 지도자 중 한 사람으로 인정받았다. 급진적 정신의학은 68세대가 보기에 가장 실천적인 학문 분야였다. 반권위주의, 해방 이론이 힘을 얻으면서 정신병원 반대 운동이 고리치아를 넘어 이탈리아 전역과 유럽으로 확산되었다.
이 운동의 일환으로 1969년에는 한 무리의 학생 등이 콜로르노의 정신질환자 보호소를 점거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정신병원에서 보낸 저 24시간 덕분에 나는 대학교에서 수강한 모든 정신의학 과정에서보다 더 많은 것을 배웠다.”(이탈라 로시)
그러나 바잘리아는 고리치아 시절을 겪으면서 정신병원 체제의 한계를 절감하게 된다. 정신병원 시설을 그대로 둔 채 근본적인 개혁은 불가능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바잘리아 사람들이 하나둘 떠나면서 고리치아는 점점 과거로 회귀하고 있었다. 트리에스테 정신질환자 보호소로 자리를 옮긴 바잘리아는 과감히 병원 폐쇄의 길로 나아갔다.
1970년대에 트리에스테는 사회·문화·의료 혁명의 상징이었다. 트리에스테는 고리치아를 훨씬 넘어서는 실용적 유토피아가 되었다. 트리에스테 정신질환자 보호소의 폐쇄는 대중 이벤트, 일련의 ‘해프닝’처럼 진행되었다. 그중 가장 유명한 것은 옛 병동에서 환자와 미술가와 활동가가 파란색의 커다란 모형 말(일명 ‘마르코 카발로’)을 제작하여, 수레에 실어 병원을 빠져나가 거리 행진을 벌인 일이다. 이 해방을 상징하는 이벤트는 바잘리아 운동의 핵심 장면으로 기억되었다.
이제 담장만 허무는 데 그치지 않고 새로운 대안이 모색되었다. 우선 지역 곳곳에 협동조합이 구성되었다. 환자들이 일터의 세계로 들어갈 수 있게 도와주는 이 협동조합은 정신보건 환자를 사회 속에 다시 통합하기 위해 이탈리아 전역에서 널리 활용되었다.
한편 응급 정신보건 환자는 트리에스테의 시립 병원 안에 있는 개방형 센터에서 맡는데, 이 센터는 병원 병동이라기보다는 호텔을 연상시키는 시설을 갖추었다. 내부 인테리어와 가구, 용어 사용에서도 병원에 있다는 생각이 들게 하지 않게끔 세심히 배려했다. 이곳에서는 의사도 평상복을 입었다. 이 응급 센터는 바잘리아의 원칙을 정신보건 서비스에 적용한 모범적 사례이다. 오늘날에도 트리에스테의 정신보건 서비스는 세계 최고로 꼽힌다. 1980년대와 1990년대 내내 전세계의 젊은 정신의학자들이 이곳을 찾았다.

정신병원 없는 나라

바잘리아의 개혁 운동은 이탈리아에서 모든 정신병원을 폐쇄하게 한 ‘180호 법’(바잘리아 법)의 제정으로 결실을 맺었다. 이 법을 통해 몇 가지 확고한 원칙이 세워졌다. 우선 정신질환자를 인격을 가진 사람으로 인정하여, 이들에게 정당한 권리(투표권, 자신의 치료에 대한 통제권, 바깥세상에서 살 권리)를 돌려주었다. 또 폐쇄적인 정신질환자 보호소는 없어지게 되며 적어도 새 환자를 수용할 수 없게 되었다. 당연히 더이상 새 정신병원도 세울 수 없었다.
바잘리아 혁명은 정신병원의 폐쇄로 끝나지 않았다. 이는 시작에 지나지 않았다. 바잘리아식의 개혁 조치는 모든 보건 서비스에 전면적으로 적용되기 시작했다. 정신병원의 대안으로 뿌리내린 여러 제도, 즉 공공주택, 보조금, 협동조합, 정신보건센터, 시 병원 안의 응급센터 등은 아주 실제적인 사례가 되어 세계 각국의 정신보건 정책에 반영되었다. 이러한 지원 시설과 기관 네트워크를 통해 정신질환자가 지역사회 안에 자리잡을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었다.
이 책은 오늘날 이탈리아가 정신병원 없는 나라가 되기까지 바잘리아를 중심으로 한 소수의 급진적 정신의학자들이 벌인 노력과 헌신의 기록이다. 이 개혁은 수많은 간호사, 의사, 자원봉사자, 그리고 무엇보다도 개혁적인 행정가와 정치가의 도움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 또한 정신질환자들 자신이 이 운동의 일부이고 더 나아가 주역이었다. 이탈리아의 정신질환자 보호소들은 이제 상당수가 아름다운 공원으로 변했다. 그곳에 수용되어 있던 10만 명의 환자는 대부분 사회로 흡수되었다.

구매가격 : 18,800 원

나는 새를 봅니까?

도서정보 : 송미경 / 문학동네 / 2020년 03월 06일 / EPUB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새를 처음 본 것은 지난겨울,
어깨의 눈을 털기 위해 고개를 돌렸을 때

발표하는 작품마다 우리 문단과 독자에게 흥미로운 충격을 안겨 주는 송미경 작가의 신작이 출간되었다. 물기가 가득 어린 눈동자의 흔들림 같기도, 보였다 순식간에 사라진 눈송이 같기도, 시간이 멈춰 버린 어느 저녁의 하늘빛 같기도 한 여섯 편의 이야기를 담은 청소년소설, 『나는 새를 봅니까?』이다. 송미경은 ‘나’를 주어로 하는 생경한 의문문을 우리의 귀에 고리처럼 걸어 놓는다. 마음에 드는 신발을 찾지 못해 외출하지 않는 나, 흰 새를 보았다는 얘기는 아무에게도 하지 말라는 말을 듣는 나, 나지 않는 냄새를 맡고, 외진 골목에서 눈감아 버린 기억과 맞닥뜨리는 나, 멈춰 버린 시간 속을 반복해서 걷는 나 들이 등장한다.

작가 송미경이 눈 맞춘
수많은, 은빛, 반짝이는 눈동자들

「신발이 없다」의 유주는 편안하게 맞는 신발을 구하지 못해 하루의 대부분을 온라인 쇼핑몰 검색으로 보내던 중 ‘발사랑’ 카페를 운영하는 주은발을 만나게 된다. 또래 친구인 주은발의 신발 시착 서비스를 이용하다가 그 애의 창고에 방문하게 되는데, 유주는 거기서 완전히 새로운 종류의 해방감을 경험한다. 「나는 새를 봅니까?」의 동준은 수학 학원을 오가던 길에 크고 흰 새를 본다. 동준의 성적에 집착하는 아빠는 그런 것은 중요하지 않다고 말한다. 친구 유하가 사라진 뒤 나날이 닳아 가던 동준은 그저 하루만 편안한 잠을 자고 싶다. 유리의 윗집에 새 이웃이 이사를 온 뒤부터 동네를 뒤덮은 달콤하고 역한 냄새에 대한 이야기 「나지 않는 냄새」. 하지만 정작 유리는 어떤 이유에서인지 끝내 그 냄새를 맡을 수 없었다. 「겨울이 오기 전에」에서는 어린 동생 인주를 데리고 꽤 떨어진 외삼촌의 집에 방문했다 돌아오는 동주의 저녁 풍경이 차분히 펼쳐진다. 택시 기사의 말에 따르면 “한국에서 엄청난 부자들만 사는 아파트”에 사는 외삼촌에게 수많은 선물을 받고 돌아오는 길이지만 막막한 마음의 동주다. 소라와 효주, 승우 세 아이의 지난 시간과 앞으로에 대한 이야기 「나를 기억해」, 순간의 실수로 멈춰 버린 세상 속 은희와 조지의 다른 색 욕망을 그린 「마법이 필요한 순간」까지, 섬세한 묘사와 또렷한 이미지로 풍성한 단편들이다.

모든 이야기들은 아이들의 내면에 어느 순간 생겨나기 시작한 찰나의 균열로부터 시작된다. 미세하지만 분명한 징후를 안은 채, 기이한 사건들과 태연한 이 세계 사이를 위태롭게 걷는 아이들의 목소리는 송미경의 예민한 문장으로 몸을 얻어 우리의 내밀한 부분에 착지한다.

그림책, 동화, 희곡 등 다양한 장르의 이야기를 만들어 온 작가이지만 청소년 단편집으로는 이번이 첫 작품이다. 오랜 시간을 거쳐 한 겹씩 쌓아 온 이야기들을 묶었다. 출간을 준비하는 동안 이 아이들이 자신에게 찾아왔던 순간들을 꾹꾹 눌러 되짚으며 다시 한번 가다듬었다.

가장 반짝거리는 농담,
아주 작고, 곧 잊혀도 되는 이야기

“친구들은 수업이 시작되면 내게 ‘미경아, 네 쪽지 받고 싶어.’라고 적힌 쪽지를 보내곤 했어요. 그러면 나는 작은 종잇조각에 가장 반짝거리는 농담, 우리들만의 우스꽝스러운 비밀 같은 것들을 궁리해서 쓰고 그렸어요. 아마 종이가 커서 채워야 할 이야기가 많았다면, 보다 나은 문장이나 보다 나은 그림을 그려야 하는 거였다면 나는 쪽지 주고받기를 그만큼 즐기지 못했을 거예요. 쪽지를 보내 달라는 쪽지를 보내 주던 친구들, 쪽지를 바닥에 떨어뜨리거나 어른들에게 걸리지 않고 잘 전달해 준 친구들, 간혹 우리의 쪽지 놀이를 눈감아 준 선생님들께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작가의 말’에서 송미경은 『나는 새를 봅니까?』를 채운 이야기들을 아주 작고, 곧 잊혀도 되는 우리만의 쪽지에 비유한다. 쪽지가 오가는 시공간의 친밀함과 아늑함은 무겁고 힘겨운 마음을 어느 틈에 휘발시키고 옅은 자국만을 남긴다. “쪽지를 보내 달라는 쪽지”를 받을 만큼 언제나 무언가를 끄적거리던 아이, 작은 종이에 최대한 또렷하게 글자를 적기 위해 펜촉이 얇은 제도펜을 구비할 만큼 엉뚱한 아이, 그 시절의 쪽지 덕분에 학교를 견디고 늘 뭔가 쓰고 그리는 어른이 되었다고 말하는 작가는 여전히 일상의 많은 순간을 다양한 매체로 기록한다. 『나는 새를 봅니까?』의 표지로 사용된 사진도 작가가 찍어 놓은, 깃털만큼 많은 사진 가운데 한 장이다. 작가는 오늘도 성실하게 어딘가로 발신하는 이야기들을 가득 적고 있다. 꼭꼭 접힌 쪽지 속 그의 반짝거리는 농담이 영롱한 불안 속을 걷는 아이들을 찾아가기를.

구매가격 : 8,100 원

지복의 성자

도서정보 : 아룬다티 로이 / 문학동네 / 2020년 03월 03일 / EPUB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작은 것들의 신』 아룬다티 로이가
20년 만에 발표한 신작 소설!

맨부커상 후보(2017),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 최종 후보(2017)
〈워싱턴 포스트〉 〈보스턴 글로브〉 〈가디언〉 〈파이낸셜 타임스〉
〈커커스〉, 아마존, NPR 선정 ‘올해의 책’

현실의 그림자로 살다가 역사의 얼룩으로 스러지는
가장 비속하고 성스러운 이들에게 바치는 찬가


“모든 것이 무너질 때, 유일한 윤리적 행위는 그것에 대해 말하고, 쓰고, 행동하고, 노래하는 것이다.” _아룬다티 로이(〈이코노믹 타임스〉 인터뷰 중에서)

1997년 데뷔작 『작은 것들의 신』으로 단번에 부커상을 수상하며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던 인도 작가 아룬다티 로이의 신작 장편소설 『지복의 성자』가 출간되었다. 첫 작품 이후 인권운동가이자 환경운동가로 왕성하게 활동하며 사회참여적인 에세이에 힘을 쏟아온 그가 무려 20년 만에 내놓은 두번째 소설이다. 소설가로서 긴 침묵 끝에 발표한 신작이었기에, 평단과 독자의 반응도 뜨거웠다. 출간과 동시에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작은 것들의 신』에 이어 이 작품 역시 맨부커상 후보에 올랐다.

인도 델리와 카슈미르 지역을 주요 배경으로, 1950년대부터 현재까지 수십 년을 오가며 펼쳐지는 이 장대한 이야기 속에는 다양한 형태와 양상을 띤 삶과 죽음이 처절할 만큼 생생하게 담겨 있다. 작가는 종교와 계급과 파벌 간의 첨예한 갈등으로 죽음이 일상이 되어버린 인도의 참혹한 현실을, 특히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채 억압받고 배척당하는 이들의 고난을 강렬하고 유려한 문장으로 적나라하게 묘사한다. 그러나 작가가 분열로 고통받는 고국을 바라보는 눈길은 타자를 향한 대상화의 시선이 아니라 공감과 연민이 담긴, 철저히 내부자적인 것이기에 혹독하면서도 애처롭고 애틋하다. 그 시선은 매일같이 수많은 이들의 삶이 무참하게 저무는 황폐한 땅 위에서 멎지 않고, 더 깊은 곳까지, 벌어진 상처 깊숙이 희망이 끝내 뿌리를 내리는 곳까지 가닿는다.

아룬다티 로이는 『지복의 성자』를 10년 동안 집필했다. 이야기의 씨앗을 품은 세계가 다가와 내면에 터를 잡고, 길을 닦고, 서서히 모양새를 갖출 때까지 재촉하지 않고 묵묵히 기다렸다. 그렇게 기나긴 숙고의 시간을 거쳐 섬세하고 생동감 넘치는 언어로 쌓아올린 이 작품 속에서는 모든 것이 살아 있다. 인물과 동식물뿐 아니라 사물과 공간까지도. 중요한 것은 이러한 생동감이 단순한 문학적 기교가 아니라 작가가 추구하는 작품 세계의 본질이라는 점이다. 로이가 지향하는 문학은 그저 눈으로 감상하는 평면적인 풍경이 아니라 독자들이 직접 거닐며 체험할 수 있는 삼차원적인 공간이다.

작가는 실체적 진실이 힘을 잃어가는 시대에, 오직 소설만이 우리 사회의 본모습을 거짓 없이 보여줄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지복의 성자』가 정치적인 선언이라는 평가에 대해서는, “소설은 현실을 다루어야 하지만, 나는 현실을 다루기 위해 이 소설을 쓴 것이 아니라, 그저 현실을 외면하지 않았을 뿐”(〈보그〉 인터뷰 중에서)이라 반박했다. 물론 이 작품은 인도가 영국으로부터 분리독립한 이후 분쟁과 내전이 끊이지 않는 카슈미르의 현실과, 2002년 구자라트에서 이슬람교도를 상대로 벌어진 학살 등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그러한 역사적 사건들은 작품 외적인 맥락 때문이 아니라, 등장인물들이 처한 작품 내적인 현실로서 온전히 기능하기에 설득력을 가진다. 그리고 그럴 때에야, 소설이 소설로서 완전할 때에야 문학은 현실에 균열을 일으킬 수 있다. 로이는 20년 전에 그랬던 것처럼, 오직 훌륭한 문학만이 낼 수 있는 목소리로 세상의 작은 존재들에게 진실한 애도와 사랑과 혁명의 시를 바친다.


규정될 수 없기에 존재하지 않는 자들을 위한 낙원,
남성도 여성도 아닌 이가 지키고 있는 그곳에
어느 길 잃은 여인이 찾아온다.
절망이 낳았으나 끝내 희망으로 자라날 작은 생명을 안고.

소설은 크게 두 갈래의 이야기로 나뉘는데, 그중 한 축의 중심에는 ‘안줌’이라는 인물이 있다. 안줌은 1950년대 중반, 인도 델리에서 남성과 여성의 성기를 한몸에 지닌 채 태어났다. 안줌의 부모는 절망하는 한편 아이를 남성으로 키우고자 노력하지만, 안줌은 우연히 시장에서 여성의 옷을 입고 거리를 자유롭게 활보하는 ‘히즈라’(통념적인 남성이나 여성에 속하지 않는 제3의 성)를 보고 자신도 그 사람처럼 되고 싶다고 느낀다. 스스로를 여성으로 정체화한 안줌은 결국 가족을 떠나 히즈라들이 모여 사는 공동 거주지 ‘콰브가’에서 살게 된다. 이제 그녀의 새로운 소망은 어머니가 되는 것이다. 그러던 중 사원 계단에 버려진 채 홀로 울고 있던 여자아이를 발견하면서 그 꿈은 현실이 된다. 안줌은 아이를 콰브가로 데려와 자이나브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극진한 사랑을 쏟는다.

그러던 어느 날 안줌은 이유 없이 온갖 병치레를 하는 자이나브의 건강을 빌러 다른 지역의 사원에 갔다가 구자라트를 경유하게 되는데, 그곳에서 이슬람교도를 상대로 한 힌두 폭도들의 무차별적인 린치에 휘말린다. 히즈라를 죽이면 불운이 따른다는 이유로 목숨을 건진 안줌은 큰 충격을 받고 돌아온다. 그 사건이 남긴 트라우마로 인해 그녀는 이전의 생활로 돌아가지 못하고 결국 콰브가를 떠나 마을의 허름한 공동묘지로 거처를 옮긴다. 그곳에는 안줌의 가족들과 신원을 알 수 없는 낮은 계층의 사람들이 묻혀 있다. 안줌은 그곳에 작고 볼품없는 집을 짓고 살아가기 시작한다. 새로운 터전에서 서서히 기운을 회복한 안줌은 거주지를 점점 확장해, 가난하고 갈 곳 없는 이들을 위한 게스트하우스를 만들고 ‘잔나트’, 즉 파라다이스라는 이름을 붙인다. 그리고 얼마 뒤 늘어난 식구들과 함께 또다른 사업도 시작하게 된다. 바로 누구도 받아주지 않는 시신을 염하고 간단한 장례를 치러 묻어주는 일이다. 그리하여 안줌이 건설한 새로운 둥지는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이 삶과 죽음을 모두 의탁할 수 있는 기묘한 안식처가 된다.

이야기의 다른 한 축을 담당하는 중심인물은 틸로, 무사, 비플랍, 나가라는 네 명의 동년배 친구들이다. 이들이 처음 만난 것은 1980년대 중반 대학에서다. 비플랍과 나가는 부유한 상류층 출신으로 어린 시절부터 알고 지낸 사이다. 당시 역사학과 대학원생이었던 이들은 건축학부 학생인 틸로를 연극 연습에서 만나게 된다. 틸로의 곁에는 연인인 듯 형제인 듯 붙어 다니는 과묵한 청년 무사가 있다. 비플랍과 나가는 비밀스러운 과거와 남다른 삶의 방식을 가진 틸로에게 사랑을 느끼지만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고 졸업 이후 연락이 끊어진다. 세월이 흘러 비플랍은 인도 정보국의 고위 공무원이 되고 나가는 유명 신문기자가 된다. 카슈미르에 발령을 받아 근무하고 있던 비플랍은, 어느 날 밤 전화 한 통을 받는다. 흉악한 이슬람 전사를 사살한 뒤 그와 함께 있던 수상한 여자를 잡아왔는데 비플랍에게 ‘가슨 호바트’라는 메시지를 전해달라고 했다는 것이다. ‘가슨 호바트’는 대학 시절 연극에서 비플랍이 맡은 역할 이름이었고 그는 메시지를 듣자마자 잡혀온 여성이 틸로임을 알아챈다. 그러나 보안상 당장 움직일 수 없는 처지였던 비플랍은 카슈미르 특파원으로 활동하고 있던 나가를 대신 보내 그녀를 안전하게 데려온다. 그 일이 있고 얼마 후 틸로는 나가와 결혼한다.

그로부터 십 년이 넘는 세월이 흐른 뒤, 두 갈래의 이야기는 마침내 어느 혼잡한 거리에서 하나로 모인다. 늘 시위하는 사람들로 가득한 델리의 광장에서 버려진 갓난아이가 발견된다. 시간이 지나도 부모가 나타나지 않자 사람들은 아기를 경찰에 넘기자고 한다. 그런데 어디선가 불같이 화를 내며 자신이 아이를 데려가겠다는 사람이 나타난다. 바로 시위를 구경하러 나왔던 안줌이다. 이내 아기를 경찰에 넘겨야 한다는 사람들과 안줌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지고 혼란한 사이 아기는 사라진다. 아기를 데려간 사람은 틸로였고 그녀는 불가사의한 삶의 조류에 의해 그녀 앞에 도착한 이 작은 생명을 운명처럼 받아들인다. 그녀가 몰랐던 한 가지 사실은 그 불가사의한 삶의 조류를 타고 더 많은 가족이, 그리고 진정한 보금자리가 그녀에게 다가오고 있다는 것이었다.


오직 사랑으로 결속된 삶과 죽음의 공동체

소설의 제목이자 작품 속에서 ‘지복의 성자’로 언급되는 ‘하즈라트 사르마드’는 페르시아 출신의 성인(聖人)이다. 그는 일생의 사랑을 찾아 인도 델리로 온 뒤 유대교를 버리고 이슬람교를 받아들였으며 힌두교인 소년과 사랑에 빠졌다. 그러나 황제가 알라만이 유일신이라는 내용의 이슬람교 신앙 고백문을 암송하라고 명하자, 그는 영적 추구를 완성해 진정으로 알라를 받아들일 수 있을 때까지는 증언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결국 끝까지 자신의 신념을 굽히지 않은 그는 처형되었고, 목이 잘린 뒤에도 그의 입에서는 신앙 고백문 대신 사랑의 시가 흘러나왔다. 그리하여 사르마드는 위로받지 못하고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자들을 보살피는 성자가 되었다.

“산산조각이 난 이야기를 어떻게 말해야 할까? 서서히 모든 사람이 되어서. 아니. 서서히 모든 것이 되어서.” _본문 570∼571쪽

사르마드가 상징하는 종교적 포용력과 경계 없는 사랑은 소설의 핵심에 자리한 다양성이라는 가치와 맞닿아 있다. 작가는 다양한 언어와 종교와 삶의 방식이 혼재된 인도 사회의 다양성은 극복되고 정리되어야 할 혼란이 아니라 삶을 더 다채롭고 자유롭게 만드는 해방의 가치라고 말한다. 그런 의미에서 성별과 카스트와 종교 같은 세속적인 경계를 뛰어넘어, 오로지 서로에 대한 이해와 사랑으로 결속된 안줌의 공동체는 사르마드의 가치가 고스란히 실현된 장소다. 그리고 무수한 갈래의 삶과 그 각각에 깃든 이야기들을 차별 없이 끌어안는다는 점에서 『지복의 성자』역시 안줌의 파라다이스와 닮아 있다. 작가는 죽음을 앞둔 순간에도 배척의 기도문이 아닌 사랑의 시를 노래하는 사르마드의 마음으로 자신이 창조한 광대한 세계 곳곳에 공평한 빛을 비춘다. 그 순간 무수한 삶의 파편들은 제각기 다른 무한한 색채의 물결로 독자를 향해 깜빡인다. 그때 소설은 그저 하나의 이야기가 아니라 모든 사람이, 아니 모든 것이 된다.


▶ 추천의 말

아름다운 화성을 이루는 음악적인 작품. 아룬다티 로이가 그려내는 은은한 로맨스에는 영화적인 정서와 가슴 아픈 진정성, 그리고 그윽한 감정적 깊이가 있다. 사적인 세계를 다루는 작가의 탁월한 재능은 시적인 묘사를 통해, 사랑과 소속감이 형성하는 복잡한 지도를 정교하게 펼쳐내는 능력을 통해 드러난다. 눈앞에 닥친 비극에서 끝내 희망을 이끌어내는 소설. 뉴욕 타임스

보석 같은, 거대한 폭풍 같은 소설. 로이의 문장은 마치 최면을 걸듯 소용돌이쳐서 종이 위에 적힌 글자가 아니라 물에 풀어놓은 잉크처럼 느껴진다. 이 광대한 이야기에 담긴 분노의 열기와 연민의 깊이는 당신에게 경외감을 선사할 것이다. 워싱턴 포스트

대담하고 충격적일 만큼 아름다운 작품. 작가는 일련의 상호 연결된 이야기를 통해 당파적인 증오와 폭력이 삶을 어떤 식으로 변형시키는지 보여준다. 수많은 국가들이 민족주의와 권력이라는 이름으로 폭력을 자행하며 망가져가는 이 시대에 소설은 어떻게 쓰여야 하는가? 『지복의 성자』는 아룬다티 로이가 그 질문에 대해 내놓는 황홀하고도 필수적인 답이다. 보스턴 글로브

아룬다티 로이의 탁월함이 일회적 사건이라고 생각했던 사람이 있다면, 이 책은 그에 대한 전면적인 반박문이다. 위대한 소설이 무엇을 성취해낼 수 있는지 상기시키는 황홀한 작품. 뉴스데이

로이는 도로의 갈라진 틈을 비집고 자라나는 꽃처럼 모든 역경을 딛고 기어이 사랑과 희망이 움트는 세상을 그린다. 강렬하고 감동적이다. 로이의 정교하면서도 격정적인 문장은 여러 갈래의 이야기를 실어나를 수 있는 진귀한 매개체다. 작가는 그러한 문장을 통해 한편으로는 현실에서 벌어지는 잔혹한 사건들의 공포를, 다른 한편으로는 시와 꿈을 나누는 연인들의 고요한 순간을 포착해낸다. 로이의 두번째 작품은 소설이라는 장르의 힘을 다시금 확인시켜준다.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

『작은 것들의 신』에서와 마찬가지로, 로이는 카스트제도, 종교, 젠더 정체성에 내재한 정치와 특권의 작동 방식을 낱낱이 파헤친다. 여러 시대와 인도아대륙의 다양한 지역을 가로지르며 펼쳐지는 이 눈부신 작품은 다양한 등장인물들의 이야기를 조화롭게 엮어내는 데 거뜬히 성공한다. 그 속에서 타인은 친구가 되고, 친구는 가족이 되며, 권리를 빼앗긴 자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되찾기 위해 투쟁할 힘을 얻는다. 미니애폴리스 스타 트리뷴

로이의 작품을 읽는 것은 마음속에 경이감을 쌓아나가는 과정이다. 『지복의 성자』에서 사랑이란 참혹하고 연약하고 복잡하며 희생을 통해 증명되는 것이지만, 또한 예상을 뛰어넘는 것이기도 하다. 이 작품은 내면에서 폭동을 경험하는 이들을 향한 작가의 헌신을 보여준다. 역사 속에서 ‘누락’되기를 거부하는, 자신들이 역사에 남긴 아주 작은 흔적이 ‘미래라는 깎아지른 듯한 절벽을 오르는 하나의 발판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하는 이들에 대한 헌신을. 글로브 앤드 메일

작가의 상상력을 촉발시키는 것은 그가 세상에 대해 품은 결이 고운 애정이며, 그로부터 어떤 윤리적인 요구가 도출된다. 세상을 보호하려는 욕구가 없는 사람이 어떻게 그것의 가치를 진정으로 체감할 수 있겠는가? 세상을 위협하는 것은 그저 전쟁이나 정치적인 재앙만이 아니다. 세상은 자연적이고 보다 은밀한 현상, 즉 ‘망각’으로부터도 보호되어야 한다. 애틀랜틱

감동적이고 강력하다. 읽고 나면 몇 번의 생을 거듭 살아낸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고통과 기쁨, 사랑과 전쟁, 죽음과 삶을 포함해, 인간 존재의 거의 모든 것이 들어 있다. 『지복의 성자』는 세상을 거칠게 열어젖히고 그 속에 있는 눈부시게 아름다운 것부터 끔찍하게 추한 것들까지 남김없이 보여준다. 작가는 약하고 보이지 않는 존재들을 작품의 중심에 놓고, 피부색이나 국적의 경계를 넘어 개개인의 진정한 만남을 가능하게 하는 유일한 방법은 사랑이라는 것을 강조한다. 이 작품에서는 감정이나 사람뿐 아니라 국가 자체까지 모든 것이 살아 있다. 인간과 동물과 사물을 포함해 모든 존재에 생기를 부여했다는 사실이 이 소설의 비범함을 보여준다. 『지복의 성자』는 인도라는 국가, 나아가 세계의 풍부함과 복잡성을 향해 보내는 궁극의 러브레터다. 로이는 인도의 보물이자 세계의 보물이다. LA 리뷰 오브 북스


▶ 책 속에서

늙은 새들은 어디에 가서 죽나요? 하늘에서 우리 머리 위로 돌처럼 떨어지나요? 길거리에서 새들의 시체가 우리 발부리에 걸리나요? 우리를 이 지구에 보낸 전지전능한 존재가 우리를 데려갈 적당한 방도를 마련해놓았을까요? 본문 16∼17쪽

중요한 건 그것이 존재했다는 사실이었다. 한낱 낄낄거림으로라도 역사에 존재하는 건 부재하는 것, 완전히 누락되는 것과 천지 차이였다. 그 낄낄거림은 결국 미래라는 깎아지른 듯한 절벽을 오르는 하나의 발판이 되었으니까. 본문 76쪽

그는, 자신이 늘 옳다고 믿었다. 그녀는, 자신이 완전히, 늘 잘못되었다고 믿었다. 그는, 자신의 확실성으로 인해 축소되었다. 그녀는, 자신의 모호성으로 인해 확대되었다. 본문 166쪽

우리의 세계에서 정상성은 삶은 달걀과 약간 비슷하다. 그 단조로운 껍질 속 중심부에 지독한 폭력성을 지닌 노른자가 들어 있다는 점에서 말이다. 우리처럼 복잡하고 다양한 사람들이 계속 공존하기 위한?계속 함께 살면서 서로를 참아내고, 그러다 이따금 서로를 살해하기 위한?규칙들을 정하는 건, 우리가 그 폭력성에 대해 늘 느끼는 불안감, 그것이 과거에 행한 일들에 대한 기억, 그것이 미래에 발현할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다. 중심부가 흔들리지 않는 한, 노른자가 흘러나오지 않는 한 우리는 괜찮을 것이다. 본문 201쪽

결국 영원히 실현되지 못할 공연을 위해 연습을 하는 것, 어쩌면 그게 인생이 아닐까? 혹은 인생 대부분의 결말이 그런 식이 아닐까? 본문 202쪽

그녀를 처음 본 순간, 나의 일부가 내 몸에서 걸어나가 그녀를 감쌌다. 그리고 여전히 그런 상태로 남아 있다. 본문 203쪽

우리는 서로에게 끔찍한 짓을 저지른다. 서로에게 상처를 입히고 서로를 배신하고 죽인다. 하지만 우리는 서로를 이해한다. 본문 258쪽

안녕이라는 말로 우리 앞에 어떤 작별이 기다리고 있는지 그 누가 알 수 있으랴. 본문 341쪽

희망이 없는 듯하다. 그러나 희망에 차 있는 것처럼 가장하는 것이 우리가 가진 유일한 품위…… 본문 356쪽

모든 곳에 죽음이 있었다. 죽음은 모든 것이었다. 경력. 욕망. 꿈. 시. 사랑. 젊음 그 자체. 죽음은 또다른 방식의 삶이 되었다. 본문 415쪽

내가 확실히 아는 건 이것뿐이야. 우리 카슈미르에서는 죽은 사람들이 영원히 살게 된다는 것, 그리고 살아 있는 사람들은 살아 있는 척하는 죽은 사람들일 뿐이라는 것. 본문 452쪽

“몸만 가지고는 이 싸움에서 이길 수 없어. 우리의 영혼도 함께 징집해야 해.” 본문 487쪽

산산조각이 난 이야기를 어떻게 말해야 할까? 서서히 모든 사람이 되어서. 아니. 서서히 모든 것이 되어서. 본문 570∼571쪽

구매가격 : 11,600 원

슈퍼보스

도서정보 : 시드니 핑켈스타인 / 문학동네 / 2020년 03월 03일 / EPUB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위대한 리더들은 자석처럼 인재를 끌어당긴다

의 프로듀서 론 마이클스, 패션계의 대부 랠프 로런, 미국의 요리사 앨리스 워터스, 오라클의 창업자이자 CEO인 래리 엘리슨, 헤지펀드계의 전설 줄리언 로버트슨, 미국 광고계의 거물 제이 치아트, <스타워즈> 시리즈의 조지 루커스… 몸담은 업계도, 하는 일도 제각각이지만 이들을 하나로 묶는 공통점이 있다. 무엇일까? 이들은 다른 리더들과 달리 ‘특별한 성공’을 거뒀다. 이들은 자신만 성공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유능한 인재를 길러내 후배들 또한 성공하게 이끌었다는 점에서 다른 리더들과는 차별화된다. 이들은 자신만 빛나는 ‘슈퍼스타’가 아닌, 자신과 더불어 다른 사람까지 빛나게 하는 리더, 바로 ‘슈퍼보스’였다.

당신이 속한 업계를 누가 움직이고 뒤흔드는지 관심을 기울여왔다면, 그들 중 놀라울 정도로 많은 사람이 어느 시점에 모두 ‘한 사람’ 밑에서 일한 적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할지도 모른다. 또한 동종 업계 사람들이나 업계 밖 사람들이 친근함과 경외감을 미묘하게 섞어 ‘이 사람’의 이름을 언급한다는 사실을 알아채게 될 것이다. 심지어 어떤 사람들은 지나가는 말로 ‘이 사람’을 언급하면서 당연히 누구를 지칭하는지 알 거라고 여기는데, 만일 상대가 모를 경우 마치 그 사람이 어떤 시험에서 떨어지기라도 한 양 군다. 당신은 점차 ‘이 사람’과의 만남이 빠른 성공가도를 달리게 해주는 열쇠라는 걸 깨닫는다. 당신이 그와 함께 일한 적이 있다면 더욱더 그렇다. ‘이 사람’과 함께 일할 수 있다면 분명 당신은 성공할 것이다. 하지만 그와 멀리 떨어져 있다면 그와 가까운 사람들에 비해 영원히 불리한 입장에 놓일 것이다. _31쪽

세계 최고의 리더십 구루가 10년간 추적한
리더를 키우는 리더, 슈퍼보스의 비밀!

‘세계 경영학계의 오스카상’이라 불리는 ‘싱커스 50’에 수차례 이름을 올린 세계 최고의 리더십 구루이자 다트머스대 터크 경영대학원 교수인 시드니 핑켈스타인은 지난 10년간 인재를 키운 ‘슈퍼보스’에 대해 추적해왔다. 200차례 이상 인터뷰를 실시하고, 수천 개의 기사, 책, 논문, 구술 기록을 샅샅이 살피고, 서른여섯 편의 사례연구를 작성하는 등 광범위하고도 철저하게 연구를 진행해 IT업계, 스포츠계, 광고계, 식료품계, 헤지펀드계, 패션계, 방송계 등 다수의 업계를 아우르는 한 가지 패턴을 발견한다. 각 업계에서 잘나가는 리더 50명 중 15~20명은 한때 한 명 또는 몇몇 ‘인재 육성자들’ 밑에서 일한 경험이 있었다. 『슈퍼보스』를 통해 시드니 핑켈스타인은 10년간 추적한 결과물을 집대성해 ‘리더를 키우는 리더’ 슈퍼보스의 비밀을 낱낱이 파헤친다.

슈퍼보스를 둘러싼 비밀이 밝혀지자 경영자들과 전문가들에게 진정 필요한 성배를 내가 우연히 얻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인사 전문가들이 아무리 애를 쓴다 해도 여러 조사 결과를 보면 대부분의 직장인은 직장에서 무기력하고 불행하다. 매킨지 등이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대부분의 경영진이 조직의 생존에 있어서 인재가 절대적으로 중요하다고는 인식한다. 하지만 조직은 강하고 자기주도적인 리더들을 어떻게 성장시키는지는 ‘이해하지’ 못한다. 슈퍼보스들은 새로운 종류의 대답, 즉 인재를 키우거나 신성들을 무궁무진하게 배출해내는 파이프라인을 만들기 위해 누구라도 차용할 만한 해결책을 내놓는다. 이는 소위 밀레니얼 세대 직장인들의 동기부여, 자기계발, 관심 유도라는 과제에 특히 적절한 듯하다. 이런 해결책 중 일부라도 널리 퍼진다면 직장은 보다 활기차고, 수익성도 높아질 수 있다. 전문가들은 더 많은 성과를 거두고, 업무 만족도를 높이며, 조직을 더 민첩하고 탄력적으로 만들 수 있다. 일터는 무미건조하고 따분한 장소에서 혁신의 발전소로 바뀔 수 있다. 하지만 이보다 더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 슈퍼보스들의 성공 사례가 확산되면 궁극적으로 더 많은 기업들이 살아남게 될 것이다. _19쪽
?
『슈퍼보스』는 총 9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1장에서는 슈퍼보스를 정의하면서 연구과정에 대해 종합적으로 설명한다. 2장부터 8장까지는 ‘슈퍼보스의 전술’을 하나씩 공개한다. 세계 정상급 리더들은 사용하지만 다른 리더들은 사용하지 않는 그들만의 기술, 사고방식, 철학, 비밀을 낱낱이 소개한다. 9장에서는 관리자들과 리더들이 슈퍼보스식 접근법을 자신의 커리어뿐 아니라 경영방식, 조직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는지 안내한다. 그동안 상식, 심리학과 빅데이터 등 다양한 방식으로 인재를 다룬 책은 많았지만, 낯설고 특이해 보이는 방식으로 인적 자원을 누구보다 잘 키워내는 소수의 사람들에 대한 연구는 없었다. 우리에겐 조직을 성공으로 이끄는 인재를 육성하기 위한 새로운 전략이 절실하다. 시드니 핑켈스타인은 다채로운 슈퍼보스의 모습을 체계적으로 분석해 우리가 어떻게 최고의 인재를 끌어오고 고용할지를, 어떻게 리더로 키워낼 수 있을지를, 즉 인재 관리 및 개발에 대한 종합적인 패러다임을 제시한다.

좋은 리더를 넘어 슈퍼보스로 혁신하라

슈퍼보스들은 인재를 육성한다는 큰 틀에서 보면 같지만, 직원들을 어떻게 동기부여하느냐에 따라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구분된다. 전통 파괴형, 최고 지향형, 그리고 양육형이 그것이다.
먼저 전통 파괴형 슈퍼보스들은 전적으로 자기 비전에만 골몰하기 때문에 직관적이고 유기적인 방식으로 인재를 키운다. 즉 이들이 열망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인재가 양성된다. 대개 창의적인 천재라 여겨지는 예술가 부류에서 이런 슈퍼보스들을 찾을 수 있는데 조지 루커스 감독, 랠프 로런, 인텔의 창립자 로버트 노이스 등이 이 유형에 속한다. 일례로 마일스 데이비스는 자신의 실력 향상을 위해 젊은 뮤지션들과 협업을 진행했고 그 과정에서 빌 에번스, 허비 행콕, 존 콜트레인 등의 재즈 뮤지션들을 키워낼 수 있었다.
다음으로는 인재 육성보다는 무슨 일에서건 이기는 데 능한, 승리만이 중요한 최고 지향형 슈퍼보스가 있다. 이들은 이기기 위해서는 최고의 인재와 팀을 확보해야 하기에 같이 일하는 사람들에게 이기는 법을 가르치고, 그들을 동기부여해 더 높은 성과를 거두도록 밀어붙인다. 미국 광고계의 거물 제이 치아트, 조지 소로스와 함께 헤지펀드계의 양대산맥으로 꼽히는 줄리언 로버트슨 등이 이 유형이다. 일례로 『비즈니스위크』에서 ‘지구상에서 가장 경쟁심이 강한 사람’으로 꼽은 래리 엘리슨은 자기 후배들을 사정없이 몰아쳐 그들이 ‘자기 한계를 넘어서게’ 만들었고 그 결과, 실리콘밸리의 리더 중 절반이 그를 거쳐갔을 정도다.
마지막으로 부하직원들의 성공에 깊은 관심을 쏟는 자애로운 양육형 슈퍼보스가 있다. 미식축구 감독 빌 월시, 외식업계의 대부 노먼 브링커 등 이 책에 등장하는 슈퍼보스 중 상당수가 이 유형인데 단순히 멘토처럼 몇 가지 유용한 조언을 해주는 데서 그치지 않고 마치 장인을 사사하는 것처럼 바로 지척에서 업무에 관해 정확히 피드백을 해주며 적극적으로 지도하고 가르친다.

핵심은 그들의 정체가 아니라 행동이다!

세 가지 유형으로 나뉘지만, 이들 슈퍼보스는 모두 자신의 아이디어를 발전시키는 일에 엄청난 자신감을 보이고, 경쟁을 추구하며,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해 열정적으로 꿈꾸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한다. 또한 자신이 중시하는 믿음과 가치를 일관성 있게 추구하며 평판을 위해 자기 이미지를 연출하지 않고 진정성 있게 자신을 표현할 줄 안다. 하지만 이런 슈퍼보스의 정체를 파악했다고 해서 그들의 비기(?器)를 배울 수는 없다.
스펙이나 경력을 따지는 전통적인 방식이 아닌 ‘특별한 지능’을 가진 사람을 찾아내는 그들만의 채용 방식, 미래의 가능성을 그려줌으로써 ‘불가능’을 ‘가능’으로 이끄는 동기부여 방식, 현실에 안주하지 않게끔 끊임없이 혁신하게끔 이끄는 방식, 더 좋은 제안을 받아 다른 곳으로 떠나더라도 계속 연락을 주고받으며 인맥 네트워크를 만들어가는 방식 등 실질적인 전술 또한 공개한다. 핑켈스타인 교수는 “사람은 모든 전략의 핵심이며, 어떤 리더라도 생존하고 번영하려면 무엇보다도 인재 풀을 활성화해야 한다. 슈퍼보스들은 이 점을 잘 알고 있으며, 그렇기 때문에 각자의 분야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영향력을 행사하고 사업상 성공을 거둔다”고 강조한다. 즉 이 책은 제이크루의 밀러드 드렉슬러 회장의 추천사처럼 “리더들이 실제로 왕성한 호기심과 재능을 겸비한 사람들을 어떻게 찾아내는지, 그리고 그들을 어떻게 독려하고 성장시키는지 그 놀라운 인재관리법을 보여준다”.

슈퍼보스가 되는 일이 불가능하다는 생각의 함정에 빠지지 마라. 그렇지 않다. 우리 모두 직장생활을 좌우하는 핵심성과지표를 갖고 있지만, 슈퍼보스들의 전술에 시간을 투자한다면 성과는 향상될 것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슈퍼보스들은 비범한 사람들(자연의 힘)이지만 우리도 그들처럼 못 될 이유는 없다. 슈퍼보스들의 전술은 많은 부분들로 이뤄지지만 모든 부분들을 한 번에 점검할 필요는 없다. 조직 문화는 종종 우리에게 불리하게 작용하는 거대한 힘처럼 보이지만, 당신은 여전히 진정한 변화를 도모할 정도로 당신의 팀에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한다. 변명은 때려치우고, 당신의 스타일에 맞으면서 조직이 전하는 맥락에서 무엇이 최고의 효과를 내는지 알아내는 데 집중하라. _301쪽

구매가격 : 13,500 원

소년을 위로해줘

도서정보 : 은희경 / 문학동네 / 2010년 11월 25일 / EPUB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오 년 전 처음 이 소설이 시작되었다.
그동안 수많은 장소에서 짓고 부수고 만들고 찢고를 반복했다.
그래서 이 책이 나온 게 더 기쁘다.”

은희경 신작 장편소설 『소년을 위로해줘』

오 년 만이다. 『비밀과 거짓말』(2005, 문학동네)이 나온 직후였다. 작가가 처음 이 작품을 쓰기로 마음먹은 것은.

몇 년 전이었어요.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여덟 시간을 울었습니다. (……) 한동안 그 일이 머리를 떠나지 않더군요. 나, 그때 왜 그렇게 울었을까. 곰곰이 생각해봤지만, 복합적이고 미묘할 뿐 그다지 명쾌해지진 않았어요.

그로부터 몇 달이 지난 뒤 <소년을 위로해줘>라는 노래를 듣게 됐지요. 부탁을 받고 외국으로 부치려던 CD였는데, 대체 뭐길래 그렇게 좋아하지, 하는 마음에 한번 들어본 거였습니다. 듣고 있는 동안 움직일 수가 없었어요. 한 삼십 분쯤은 내내 가슴이 아팠던 것 같아요. 그리고 우체국 가는 길에, 왜 그때 그렇게 오래 울었는지 다시 또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결국은, 소설로 써보고 싶어졌어요.

무슨 이야기라고 말해야 할까요. 아직 다는 모르겠어요. 열일곱 살 소년을 둘러싼 가족 이야기라고 하기에는 관계가 좀 비정상적이고, 풋사랑과 우정이 담긴 성장담이라고 하기에는 지나치게 환상이 없다고 할 수도 있겠군요. 어쨌든 소년의 이야기입니다. 다양한 연령층의 남녀가 등장하겠지만 모두 소년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이 소설을 쓰기로 한 것이 2005년이었습니다. 드디어 ‘소년’을 만난다고 생각하니 저도 설렙니다. 드디어 출근했으니 이제 곧 퇴근도 할 수 있겠지. 약간의 수사를 사용해도 된다면요, 출근을 안 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오 년 동안 한 번도 퇴근한 적이 없었답니다.
_‘연재를 시작하며’(이 소설은 2010년 1월부터 7개월 동안 문학동네 카페에서 연재되었다)

꼬박 오 년 동안, 단 하루도 작가를 퇴근시킨 적이 없는 이 소설은 일일연재가 끝나고도 꼬박 4개월을 더 기다려 책으로 출간되었다. 이십 년 가까이 글을 써온 작가가 이토록 붙들려 있던 이야기가 더 궁금할 수밖에 없다.

타인을 이해하고 사랑하는 또하나의 방식
우리 모두는 낯선 우주의 고독한 떠돌이 소년

사실 나는 위로를 잘 믿지 않는다. 어설픈 위안은 삶을 계속 오해하게 만들고 결국은 우리를 부조리한 오답에 적응하게 만든다. 그 생각은 변함없다. 하지만 이런 생각도 하게 되었다. 시간은 흘러가고 우리는 거기 실려간다. 삶이란 오직, 살아가는 것이다. 사랑이란 것이 생겨나고 변형되고 식고 다시 덥혀지며 엄청나게 큰 것이 아니듯이 위로도 그런 것이 아닐까. 그러니 잠깐씩 짧은 위로와 조우하며 생을 스쳐 지나가자고 말이다. _‘작가의 말’ 중에서

은희경은 출세작인 『새의 선물』에서부터 최근의 소설집 『아름다움이 나를 멸시한다』에 이르기까지, 특유의 서정적인 감수성과 냉철한 관찰력을 바탕으로 현대인의 삶의 조건을 예리하게 묘파해왔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그것은 타인을 이해하려는 그만의 방식이었을 것이다. 냉소와 위악으로 포장되어 있지만, 한 꺼풀 벗겨보면 나와는 같을 수 없는, 해서 절대로 완벽하게 이해할 수는 없는 타인과 세상을 그의 방식으로 이해하려는 다른 몸짓. 그것이 아니었을까. 위로할 수 없고 이해할 수 없고 결국은 혼자인 우리는 결국은, 자기만의 방식으로 타인을, 그래서 결국은 자신까지를 위로하고 오직,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

“작가로 데뷔한 지 15년 됐는데, 제 자신이 자꾸 무거워지는 거예요. 그런데 문학은 기본적으로 무거우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문학은 새로운 것을 발견해내고 불편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자꾸만 이미 성취한 것들을 깊게 천착하는 단계로 들어갔던 것 같습니다. 이제 첫 장편소설 『새의 선물』을 썼던 그 서툴고 불안하고 미숙했던 마음으로 돌아가고 싶어요.”
_경향신문, 2009. 08

첫 소설 『새의 선물』의 주인공이 어른의 눈을 가진 열두 살 진희였다면, 처음의 마음으로 돌아간 새로운 이야기 『소년을 위로해줘』의 주인공은 열일곱 살 고등학생 연우다. 힙합을 즐기는 이 시대의 평범한 소년, 그러나 개개인이 특별할 수밖에 없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

“아들이 즐겨듣는 힙합 노래를 듣고 제가 경직돼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현실에 대한 불만을 정제되지 않은 형식으로 쏟아내는 걸 듣고 진실된 힘과 에너지를 느꼈습니다. 소설은 굉장히 정제된 스타일의 완성도를 추구하는 것이었는데, 이번에는 제 스타일에서 벗어나 새로운 도전을 해보려고요.” _경향신문 2009. 8

“힙합이란 장르가 기본적으로 사회에 대한 불만을 내포한 것이잖아요. 그런 소년의 정서가 어떻게 발전하는지 그린 일종의 ‘성장소설’로 구상하고 있어요. 소설이 어떤 모습으로 태어날지는 모르겠지만 지금까지와는 최대한 다른 방식으로 써보려고 합니다.”
_매일경제 2009. 5



연우는 이혼한 엄마와 단둘이 사는 평범한 소년이다. 이사 후 새학기를 앞두고 새로 전학 갈 학교를 추첨하는 자리에서 마주친 동급생 태수의 헤드폰에서 흘러나오는 낯선 음악, 어느새 비트에 맞추어 함께 움직이는 심장의 박동. 그것이 시작이었다. 새로운 우정, 이 세상이 낯설고 두렵기만 한 소녀 채영과의 만남, 떨림, 첫사랑, 외부세계와의 갈등, 원치 않는 작별, 그리고 재회까지.

여름부터 겨울까지, 그리고 봄눈이 내리는 새로운 계절에 이르기까지, 소년들의 이야기, 결국은 영원히 소년인 우리들의 이야기는 그렇게 시작된다. 그리고 책장을 덮고 나면 우리는, 조금쯤은 그들을, 그리고 우리 자신을 이해하고 사랑하게 될지도.

이 소설 속 인물들이 고독하지만 유쾌하고 불안하긴 해도 냉정하기를 바랐다. 그들의 눈에, 우리가 상투적으로 생각해왔던 현실보다 더욱 현실에 가깝기 때문에 오히려 낯설게 느껴지는 삶의 모습 같은 게 포착되었으면 했고, 그들만의 라이프스타일이라고 할까, 뻔뻔스럽거나 엉뚱하게 비칠지도 모르지만 이 세계의 개인으로서 타인을 사랑하는 방식 하나를 보태고 싶었다. _‘작가의 말’ 중에서

구매가격 : 10,400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