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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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편지하지 않다

도서정보 : 장은진 / 문학동네 / 2011년 01월 01일 / EP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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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중앙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등단한 장은진 작가의 장편소설로, 제14회 문학동네작가상 수상작이다. 소설은 눈먼 개와 모텔을 전전하는 남자 주인공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고독한 삶에 대한 묘한 아픔과 추억 속 한 켠의 슬픔을 따뜻하고 정감어린 작가만의 문체로 어루만지고 있다.

소설 속 '나'는 여행자다. 발길 닿는 곳으로 혹은 버스나 기차가 멈추는 대로 정처 없이 '나'는 어디든 여행한다. 삼 년 동안 길 위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난다. '나'는 만난 사람을 일련번호로 호칭한다. 숫자는 무한하기 때문에. 친구를 밀어서 식물인간으로 만든 아이 239, 바닥에 버려진 껌딱지로 예술을 하는 사람 99, 첫사랑을 잊지 못해 기차에 머무는 사람 109….

'나'는 길 위에서 그들을 만나 다양한 슬픔의 무늬를 바라본다. 그리고 모텔로 돌아와 그 사람들에게 편지를 쓴다. 편지를 쓰며 아프고 고독한 그들의 삶을 위로한다. '나' 또한 외롭기 때문에 외로운 그들에게 위로의 편지를 보낸다. 하지만 그 누구도 '나'에게 답장하지 않는다. 소설은 '나'와 자기 책을 팔러 다니는 여자소설가 751과의 여정을 차분하게 따라간다.

구매가격 : 8,400 원

고양이 학교 1부 1권 - 수정동굴의 비밀

도서정보 : 김진경 글 김재홍 그림 / 문학동네 / 2011년 09월 15일 / EP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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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들이 펼치는 짜릿한 모험과 신비한 마법의 세계,

고양이 학교 시리즈가 출간됩니다!
전체 5권으로 기획된 이 판타지 동화에, 작가는 인간과 자연의 조화라는 생태학적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메시지를 날것으로 전하지 않습니다.

아이들이 재미있는 이야기에 자연스레 빨려들어 가게 합니다. 판타지 동화가 지닌 환상성과 신비로움을 속도감 있게 전개하고 있는 이 작품의 강점은 만만치 않은 주제의식을 놀랄 만큼 재미있게 풀어냈다는 점입니다.

서구의 이분법적 세계가 아닌 상생과 조화라는 동양철학이 은은하게 밑바탕에 흐르고 그 위에 북구 신화와 이집트 신화에서 길어 올린 지혜와 철학적 사유를 농익은 솜씨로 풀어 내고 있습니다. 우리 아이들은 스릴 넘치는 모험과 신비의 세계에 빠져 책장을 넘기는 사이에, 상상력과 창의력의 거대한 그물망을 지니게 될 것입니다.

이 작품의 삽화도 눈여겨볼 만합니다. <인간과 환경>을 주제로 작업을 해 온 젊은 화가 김재홍 씨가 자신이 직접 그림으로 추구하고 싶은 세계를 만났다며, 심혈을 기울인 작품입니다. 버마 고양이와 샴 고양이, 아비시니안 고양이와 리비아 들고양이, 노르웨이 숲 고양이에 이르기까지 각 고양이들이 가진 특징을 잘 살려냈을 뿐만 아니라 털끝과 수염 하나하나에까지 섬세한 묘사가 이루어진 작품입니다.


수정동굴이 짙은 달 그림자에 휩싸이면 아찔한 환상과 모험의 문이 열린다!


수정동굴은 이 작품 전체를 꿰뚫고 있는 중요한 공간입니다.

고양이의 눈에만 보이는 수정동굴은, 한국과 일본, 중국과 인도, 이집트, 앙코르 와트가 하나로 연결된 신비의 공간입니다. 지구상에 살았던 모든 종들의 역사가 담겨 있는 곳이고, 멸종된 생물 종들의 기억과 무덤이 있는 공간입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저녁에 서쪽으로 진 태양이 밤새 동쪽을 향해 지나가는 태양의 길이기도 합니다.

이 수정동굴을 지키며 지구의 모든 생물이 평화와 조화 속에 공존할 황금시대를 열고자 하는 수정 고양이들과, 자연 파괴와 다른 생물 종을 파멸로 이끄는 인류를 멸종시키고자 하는 그림자 고양이들이 이 작품의 주인공들입니다.

그림자 고양이들의 왕인 블랙캣은 수정동굴에 묻힌 멸종된 생물 종들의 슬픈 기억을 보여주며 절규합니다.

"이곳에 인간 종의 무덤이 생기기 전에는, 결코 이 슬픔이 사라지지 않는다"

이 엄청난 싸움에 인간의 아이들이 개입하면서 고양이 학교는 더욱 박진감 넘치게 전개됩니다. 인간의 아이들도 고양이 세계와 관련이 있는 아이들입니다. 전생에 고대 이집트에서 태양신으로 숭배 받던 암코양이의 현신들이기 때문입니다. 그 두 아이들이 바로 예언에서 말하는 고양이의 혼입니다. 태양의 고양이가 출현해서 황금시대를 열어갈 때, 고양이의 혼이 태양의 고양이를 돕는다는 예언은 이야기의 커다란 줄기입니다. 이 예언을 두고 수정 고양이들과 그림자 고양이들의 대결 구도가 펼쳐집니다.


우리 아이들을 위한, 우리의 판타지 동화!
고양이 학교가 안내하는 특별한 세계!
고양이 학교는 엄격한 학교, 공부하는 학교를 떠나 자유로운 학교, 놀이하는 학교를 보여줍니다. 그 속에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고 배우는 교실이 열립니다.


첫째 우리 감각, 우리 정서에 맞는 독특한 판타지의 세계로 안내합니다!

금발에 파란 눈, 드래곤과 마법 빗자루에 익숙해진 우리 아이들에게 또래 친구가 주인공으로 나오고 동양철학이 밑바탕에 깔린 고양이 학교는 가슴 뭉클한 판타지를 보여드릴 것입니다.

둘째 전설과 신화 속의 고양이 세계로 안내합니다!

각 지역의 신화와 전설에서 발견되는 고양이의 모습을 흥미롭게 구성했습니다. 이집트 신화와 북구 신화, 불교의 윤회사상 그리고 인류의 역사적인 사실들에 근거해서 고양이에 관한 생각을 비교해보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카이로와 서울, 벵가지와 후지, 태산과 푸나, 앙코르 와트 등 세계 각 지역에서 동서고금을 거침없이 활보하는 상상력을 맛볼 수 있습니다.

셋째 고양이 백과사전이 필요 없는 유익한 동화의 세계로 안내합니다!

버마 고양이, 샴 고양이, 아비시니안 고양이, 리비아 들고양이, 노르웨이 숲 고양이까지 선생님도 모르는 고양이의 종류와 역사, 습성과 생김새 등 고양이의 신기한 세계가 담겨 있습니다. 특히 오천 년 전부터 인간과 함께 생활해 온 고양이가 인간 역사에서 차지하고 있는 위치를 고양이의 입장에서 되짚었습니다. 한때는 신성시 된 동물로 또 한때는 마녀의 심부름꾼으로 오늘날은 가장 사랑 받는 애완동물로 변신을 거듭해 온 고양이의 위상이 엿볼 수 있습니다.

넷째 오래 전에 잃어버린 동물의 세계로 안내합니다!

인간의 무분별한 남획과 이기심으로 잃어버린 이름들, 휘아새, 도도, 주머니 이리, 바다오리, 쾌거…… 하루에도 100여종이 넘는 생물 종이 지구상에서 자취를 감춥니다. 포유류의 4분의 1을 포함하여 약 1만1046종이나 되는 생물이 멸종 위기에 직면했습니다. 고양이 학교는 살아있는 3,000만종의 생물 종을 보호하고 인간과 다른 생물이 더불어 살아가는 상새의 세계로 안내합니다.

다섯째 단번에 눈길을 붙드는 강렬한 삽화의 세계로 안내합니다!

사람처럼 행동하는 장난스런 고양이의 몸짓과 표정, 각지에 분포하는 고양이의 특징이 생생히 살아있습니다. 어린이책 삽화는 곱고 예뻐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뛰어넘어서 과감하고 파격적인 삽화의 세계로 아이들의 숨겨진 감성을 이끌고 들어갑니다.


소중한 아이에게 주는 아빠의 선물!


고양이 학교가 탄생하게 된 배경은 동화보다 흥미롭습니다.

글쓴이는 15년 이상을 고양이와 함께 지냈습니다. 한 번은 잠을 자고 있는데 고양이가 이불 속으로 들어와 새끼를 낳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고양이 학교를 읽다보면 오랫동안 고양이와 지내 본 사람만이 발견할 수 있는 표현들이 살아 있습니다. 예를 들어 발 털기에 대한 묘사는 글쓴이의 고양이에 대한 애정 어린 시선과 관찰력을 짐작하게 합니다. 자녀들도 자연스럽게 고양이와 어울렸습니다. 고양이 학교의 탄생도 이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얼마 전 외출했다가 돌아온 작가는, 우편함에 적힌 식구들 이름 옆에서 모리라는 이름을 발견했습니다. 모리는 집에서 기르는 고양이의 이름입니다. 죽을 때가 돼서 집을 나간 버들이와 같이 자란 고양이입니다. 아이들은 태어나면서부터 13년 넘게 함께 뒹굴며 자란 버들이의 가출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모리마저 사라져 버릴까 봐 얼른 가족 명단에 모리를 올린 것입니다.

작가는 버들이를 잃고 슬퍼하는 아이들을 위해 버들이를 주인공으로 한 글을 씁니다. 이렇게 해서 버들이는 죽지 않고 사람 눈에 보이지 않는 고양이 학교에서 재탄생한 것입니다.

글쓴이는 말합니다.

"고양이 학교는 고양이를 잃은 아이들에게 아빠가 준비한 사랑의 선물입니다."

구매가격 : 7,700 원

2020 제11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도서정보 : 강화길,김봉곤,김초엽,이현석,장류진,장희원,최은영 / 문학동네 / 2020년 04월 28일 / EP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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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내일을 상상케 하는 눈부신 터닝 포인트!

등단 10년 이하의 젊은 작가들이 한 해 동안 발표한 중단편소설 중 가장 눈부신 성취를 보여준 일곱 편의 작품에 수여하는 젊은작가상. 지난 10년간 독자들과 상호작용하며 굳건한 신뢰를 쌓아온 이 상이 2020년대로 진입한 첫해 새로이 호명한 수상자는 강화길 최은영 김봉곤 이현석 김초엽 장류진 장희원이다. 다시 한번 젊은작가상을 거머쥔 작가들의 탄탄한 행보와 낯선 기대를 품게 하는 신예 작가들의 신선한 기운이 한 권의 책 속에서 조화를 이루게 되었다. 이들이 각자의 문학세계를 부단히 갱신한 끝에 탄생시킨 일곱 편의 수상작에는 현재를 박차고 새로운 내일로 뻗어나가려는 전복의 에너지가 응축되어 있다. 한 시절의 전환점에 서서 이전까지와는 다른 세계를 겨누며 쓰인 각각의 단편들에서 한국문학이 앞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과 함께 다가올 미래를 고대하는 작가들의 고요한 열망 또한 엿볼 수 있을 것이다.



강화길의 「음복(飮福)」은 가부장제하에서 모든 갈등을 간파해야만 자신을 지킬 수 있는 아내의 삶을 아무것도 모를 수 있는 권력을 지닌 남편과 날렵하게 대비하며 전 세대 여성을 옭아매고 있는 거대한 구조를 들춰낸다. 새댁으로서 처음 참석한 시가 제사에서 낯설고 비호의적인 상황에 놓여 난처해하는 와중에도 한 가족의 갈등의 내력을 꿰뚫어보는 화자의 기민한 감각은 모든 여성들의 생존을 위한 공통감각이기도 하다는 것을 드러내 보이는 이 작품은 “한 번 읽었을 때보다 두 번 읽었을 때 가부장제 구조의 둔중한 배음(背音)이 서늘하게 들려오는 큰 작품”이라는 평을 받으며 대상작으로 선정되었다. 최은영의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는 방황 끝에 꿈을 좇아 대학으로 돌아온 화자가 단단한 관점과 다정한 배려를 보여준 선배 여성 강사와 만나고 헤어졌던 애틋한 시절을 복원해내면서 때로 연한 빛처럼 희미해지기도 하지만 분명 존재하고 있는 여성 간의 유대를 아름답게 펼쳐 보인다. 김봉곤의 「그런 생활」은 외도한 애인을 향한 배신감과 증오까지 끌어안는 사랑의 힘을 기록하는 과정에서 김봉곤식 자전소설을 받치고 있던 일상과 글쓰기라는 두 개의 축이 완전히 합일하는 경지를 보여준다. 이현석의 「다른 세계에서도」는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을 둘러싸고 뜨겁게 요청되어온 여성의 재생산권에 관한 고찰을 여러 여성들의 입장에서 다각도로 풀어내며 복합적인 사안을 둘러싼 어떤 사소한 갈등도 놓치지 않고 건져올린다. 김초엽의 「인지 공간」은 오직 상상을 통해서만 방문할 수 있는 가공의 공간을 설득력 있게 설정하고, 그 공간으로 상징되는 세계의 동일성으로부터 배제되고 소외된 존재만이 지닐 수 있는 특별한 의미를 도출한다. 장류진의 「연수」는 앞 세대 여성들에게서 독립하려고 애써왔음에도 문득 그들에게 기대고 싶어지기도 하는 순간 청년 여성이 경험하게 되는 복잡한 감정과, 그 감정들을 소화해낸 끝에 다시 홀로 나아갈 동력으로 삼는 강단을 경쾌한 문체로 그려나간다. 장희원의 「우리〔畜舍〕의 환대」는 촘촘히 짜놓은 구도 안에서 아들의 성 지향성을 받아들일 수 없었던 아버지가 아들의 찬란한 일상에 초대받았을 때 겪는 혼란감을 점차 고조시킨다. 우리의 안과 밖을 나누는 한, 어떤 존재든 혐오의 주체에서 그 대상으로 뒤집힐 수 있음을 소설은 차분한 어조로 경고한다.



김건형, 김녕, 이지은, 한설 평론가가 2019년 한 해 동안 발표된 대상 작품 이백오십여 편을 꼼꼼히 읽고 토론해 선별해주었고, 선우은실, 오은교, 조대한 평론가가 합류해 최종 선고 작업을 도왔다. 그렇게 열여덟 명의 작가가 쓴 스무 편의 작품이 본심 심사위원(강지희, 권여선, 서영채, 오정희, 전성태)에게 전달되었다.

일곱 편을 뽑아놓고 보니 기수상자는 강화길, 김봉곤, 최은영 세 분이었고 김초엽, 이현석, 장류진, 장희원 네 분이 첫 수상자들이었다. 믿고 읽어온 작가들의 안정적인 약진과 더불어 이미 눈 밝은 독자들에게 발견되고 있는 신예 작가들이 조화롭게 섞여 있는 결과였다. 일곱 편을 뽑은 이후 대상을 선정하는 과정은 수월한 편이었다. 강화길 작가의 「음복(飮福)」은 한 번 읽었을 때보다 두 번 읽었을 때 가부장제 구조의 둔중한 배음(背音)이 서늘하게 들려오는 큰 작품이라는 의견에 다수가 동의를 표했다. 이 작가가 그간 치열하게 쌓아온 소설세계 속에서도 특별한 성취를 이루어낸 작품이라는 것에 대해서도 지금 한국문학에 관심을 가지고 계신 많은 분들이 흔쾌히 고개를 끄덕일 거라 확신한다. 강화길 작가의 대상작을 비롯해 어디 하나 빠질 데 없이 좋은 일곱 편의 작품을 이렇게 소개할 수 있게 되어 충만하고 기쁘다. _‘심사 경위’ 중에서



강화길, 「음복(飮福)」 강화길이 여기까지 왔다. 더 아프고 시린, 생채기가 덧나고 아물고 다시 그렇게 되기를 반복한, 생의 표면에 새겨진 유구한 주저흔을 이토록 태연한 저주파의 배음으로 재생하고 있다. 강화길은 이제 어디로 가려는가. 나는 조마조마한데, 이보다 더 두근거리는 기다림은 드물다는 걸 알고 있다. _권여선(소설가)

나는 늘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네가 딸이었으면 좋겠다고. 그리고 부디 너를 위해 이것만큼은 내가 진짜로 선택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이다. 그래. 그래서 나는 그날 대답했던 거야. 이것이 너의 드라마, 복(福)이 되길 바라며.(『문학동네』 2019년 가을호)

■ 2012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방」이 당선되어 등단. 소설집 『괜찮은 사람』, 장편소설 『다른 사람』 등이 있다. 한겨레문학상, 2017년 젊은작가상, 구상문학상 젊은작가상을 수상했다.

최은영,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 힘겹게 통과한 청춘의 시간은 곧 욕망과 상처와 죄의식과 분노, 고통의 연대의식, 수치심 들이 온 힘을 다해 살아낸 시간이며 그 아픔과 슬픔과 부끄러움들이 바로 빛으로 존재한다는 것, 그것이 혼탁하고 무기력한 현실을 강한 환기력으로 흔들어 다시금 살아갈 힘을 준다는 것을, 인간으로서의 예의와 품격을 지켜나가게 한다는 것을 단정하고 예민하고 뜨거운 글쓰기로 보여주고 있다. _오정희(소설가)

어쩌면 그때의 나는 막연하게나마 그녀를 따라가고 싶었던 것 같다. 나와 닮은 누군가가 등불을 들고 내 앞에서 걸어주고, 내가 발을 디딜 곳이 허공이 아니라는 사실만이라도 알려주기를 바랐는지 모른다. 어디로 가는지 모르지만, 적어도 사라지지 않고 계속 나아갈 수 있다는 걸 알려주는 빛, 그런 빛을 좇고 싶었는지 모른다. 그리고 나는 그 빛을 다른 사람이 아닌 그녀에게서 보고 싶었다.(『릿터』 2019년 2/3월호)

■ 2013년 『작가세계』 신인상에 중편소설 「쇼코의 미소」가 당선되어 등단. 소설집 『쇼코의 미소』 『내게 무해한 사람』이 있다. 허균문학작가상, 김준성문학상, 이해조소설문학상, 2014년, 2017년 젊은작가상, 한국일보문학상을 수상했다.

김봉곤, 「그런 생활」 나는 김봉곤의 어떤 소설보다 이 소설이 좋았다. 정말 우리의 삶이 쇠사슬에 매인 것 같고 곳곳에서 쇠사슬 소리 사무치고 허공에 쇳내 가득한 난장판이라 해도, 이 소설은 그 사슬 마디마디에 하나하나 기름을 치고 빛을 비추고 그 비루한 반짝임에서 어떤 의연함을 길러낸다. _권여선(소설가)

꿈인지 생각인지 혼미한 문장-풍경 사이로 여름을 예비하는 작은 잎들이 내 눈앞에서 세차게 흔들렸다. 나는 여름의 춤, 이라는 단어를 떠올렸고 어쩌면 이것이 이 소설의 제목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소설의 제목은 그런 생활이 될 것이며, 그건 내가 바로 그런 생활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문학과사회』 2019년 여름호)

■ 2016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중편소설 「Auto」가 당선되어 등단. 소설집 『여름, 스피드』가 있다. 2019년 젊은작가상을 수상했다.

이현석, 「다른 세계에서도」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전후의 뜨거운 논쟁들을 섬세하고 엄정한 시선과 감수성으로 갈무리해낸 소설이다. 임신중지를 선택한 여성이 모성에 얽매여 고통스러워하지 않아야 한다는 메시지에 이르는 과정이 설득력 있다. 삶의 층위에서 발생하는 딜레마를 간단히 처리하지 않은 균형감도 돋보였다. _전성태(소설가)

당신이 없는 지금 이곳을 상상합니다. 당신의 어머니, 그러니까 나의 동생 해수가 나와 함께 정동길을 걸으며 서로가 꿈꾸었던 미래를 이야기하던 그때와 다름없이, 우리가 나란히 각자의 두 발로 자기만의 길을 걸어가는 모습을 말입니다. 당신이 없는 그곳에서도 당신에 대한 나의 사랑은 다르지 않으리라는 것을, 그 다른 세계에서도 당신에 대한 나의 사랑은 분명 굳건할 것임을,
당신이 이해하는 날이 오기를.(『문학동네』 2019년 겨울호)

■ 2017년 단편소설 「참(站)」으로 중앙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등단.

김초엽, 「인지 공간」 한 개인을 세계에서 지워버리는 무신경함이 곧 우주의 무한함을 감각하지 못하는 무지함과 다르지 않다는 사실은 우리를 기이한 전율에 잠기게 한다. 세계가 깜박할 만큼 작고 사소한 존재에게 온 우주의 무게를 실어 그 존재 증명을 해내는 것이 소설의 역할이기도 하다는 걸 김초엽은 이번에도 다시 한번 우리에게 알려준다. _강지희(문학평론가)

공동체의 미덕은 잊고 보내주는 것이었다. 한정된 인지 공간에 세계의 모든 기억을 남길 수는 없었다. 기록되는 것은 짧은 생을 살다 떠나는 사람들이 아니라 불변하는 것, 자연적인 것, 법칙과 이치들이어야 했다. 이브를 기억하기 위해서, 나는 인지 공간을 떠나야 했다.(『오늘의 SF』 2019년 1호)

■ 2017년 「관내분실」과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으로 제2회 한국과학문학상 중단편 대상과 가작을 수상하며 데뷔. 소설집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이 있다. 2019년 오늘의 작가상을 수상했다.

장류진, 「연수」 장류진씨의 서사는 어떤 장식도 우회도 없습니다. 너절한 것은 너절한 대로 고급진 것은 또 그대로, 삶이 날것 그대로 살아 있어서 신통하게 느껴집니다. 장차 장인이 될 작가의 풋풋한 젊은 시절을 미리 보는 것 같아 신기함은 놀라움으로 바뀌었습니다. _서영채(문학평론가)

그전에도 엄마의 삼십 평생, 사십 평생에 가장 기쁜 순간들은 나로 인해 만들어졌다. 내가 반에서 일등을 하고, 원하던 대학에 들어가고, 장학금을 받고, 공인회계사 시험에 합격하고, 회계법인에 입사할 때마다, 엄마의 인생에서 가장 기쁜 순간이 차례로 갱신되었다. 나는 그럴 때마다 겨우 이런 일이, 결국은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의 손끝에서 결정되어버리는 일이, 일생의 가장 기쁜 순간씩이나 되는 그런 삶은 결코 살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하곤 했다.(『창작과비평』 2019년 겨울호)

■ 2018년 단편소설 「일의 기쁨과 슬픔」으로 창비신인소설상을 수상하며 등단. 소설집 『일의 기쁨과 슬픔』이 있다.

장희원, 「우리〔畜舍〕의 환대」 어떤 묘사 하나도 넘치거나 흐트러지지 않은 채 완벽하게 제자리에 놓여 있는 축조술이 놀라운 소설이다. 어떤 주체라도 타인에게 경멸과 두려움과 혐오의 대상이 될 수 있는 하나의 몸뚱어리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영리하게 보여준다. _강지희(문학평론가)

마당엔 가로등도 하나 없었다. 건너편에서 집집마다 노란 불빛들이 일렁이고 있었다. 그는 아들이 저런 곳 중 한 곳에 살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는 자신이 지금 너무나도 저쪽으로 가고 싶어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간절히 저쪽을 바라보고 있는 자신의 꼴이 우스웠다. 쌀쌀한 바람이 불었다. 그래, 난 분명히 용기를 냈어. 그는 들릴 듯 말 듯 작게 중얼거렸다.(『Axt』 2019년 3/4월호)

■ 2019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폐차」가 당선되어 등단.

구매가격 : 3,900 원

내 휴식과 이완의 해

도서정보 : 오테사 모시페그 / 문학동네 / 2020년 04월 22일 / EP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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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나(작가)_좋아할 만한 주인공은 누구나 좋아한다. 오테사 모시페그의 독보적인 재능은 도저히 좋아하기 힘든 인물을 등장시키고, 그 어둡고 뒤틀린 면을 다 알고 나서도 그의 상황이 나아지기를 진심으로 바라게 만드는 데 있다. 읽는 이의 세계를 더 넓히는 건 아마도 후자일 것이다. 반쯤 몽롱한 상태로, 자주 큭큭대며 읽었다. 깨어 있거나 잠든 채로 우리는 낙하하곤 한다. 벨벳 같은 암흑을 향해, 또는 가차없는 땅바닥을 향해. 이 이야기는 우리가 삶이라는 고통에 내동댕이쳐질 때 눈을 감느냐 뜨느냐의 문제다. 나는 이 책이 삶에 대한 애착을 말한다고 믿는다. 잠이 아니라.

마거릿 애트우드_비호감 여자 주인공 가문에 탄생한 신랄하고 웃기고 어두운 새 식구.

조이스 캐럴 오츠_소름 돋게 냉정한 문장으로 숙성시킨 세련된 블랙코미디와 예리한 풍자, 드라마 <섹스 앤드 더 시티>와 영화 <레퀴엠>의 삐딱한 만남이 극강의 강렬함을 선사한다.

뉴욕 타임스_지독히도 염세적인 냉담함으로 글을 쓰지만 모시페그의 작품을 읽는 것은 늘 진정으로 즐겁다. 『내 휴식과 이완의 해』 의 배경은 이십 년 전이지만 현재의 일처럼 다가온다. 동면이라는 발상이 매력적이다.

뉴요커_모시페그는 살아 있는 게 끔찍할 때 살아 있다는 문제를 다루는 가장 흥미로운 현대 미국 작가다. 존재의 소외라는 주제에 이상하고도 순수한 방식으로 접근한다.

가디언_모시페그의 지칠 줄 모르는 무자비함이 읽는 즐거움을 더한다. 코믹의 외피를 입고 있으며 실제로도 코믹하지만, 그렇다고 마냥 웃기다고만은 할 수 없고, 그럼에도 웃음이 터진다.

런던 리뷰 오브 북스_모시페그의 글은 은연중에 두려움에 들게 하는 힘이 있다.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드러내는 솔직함, 부드럽게 가슴을 찌르는 문장들이 그렇다. 따라서 이 작품을 그 어떤 것과 비교하는 게 부적절하게 느껴진다.

보스턴 글로브_가슴 찡하고, 섬세하고, 성숙하다. 감히 말하건대, 이 재능 넘치는 작가가 지금까지 써온 작품 중 가장 진솔하다.

NPR_기이하게 매력적인 작품이다. 모시페그는 심술과 도발을 매력으로, 음침함을 뜻밖의 따뜻함으로 만들 줄 안다.

뉴욕 포스트_그저 약동하며 광적으로 재미있기만 한 작품이 아니다. 발칙하고도 속 깊은 걸작이다.


인간의 ‘동면’이라는 환상의 소재를 현실화한 자비 없는 블랙코미디
오테사 모시페그, 『아일린』에 이은 두번째 장편소설

독보적인 개성을 발산하며 영미 문학계의 뜨거운 주목을 받고 있는 오테사 모시페그의 두번째 장편소설 『내 휴식과 이완의 해』는 ‘고통스러운 현실에서 벗어나고자 일 년간 동면에 들기로 계획하는 주인공’의 이야기를 차갑고 신랄한 블랙코미디로 그려내 십여 개 이상의 언론사로부터 ‘올해의 책’에 호명되었고, 마거릿 애트우드와 조이스 캐럴 오츠의 호평을 받았다.

현실에서 만난다면 도저히 좋아하기 힘든 인물의 이야기를 집요하고 거침없이 써 보이며 절묘하게도 공감의 스펙트럼을 확장시키는 작가 모시페그. 소년원에서 비서로 일하며 자기혐오로 똘똘 뭉친 24세 여성의 젊은 날을 그린 첫 장편소설 『아일린』에 이어 『내 휴식과 이완의 해』에서는 사망한 부모의 유산을 상속받아 말 그대로 가만히 앉아 있어도 돈을 버는 26세 뉴요커 여성의 염세와 절망어린 나날이 펼쳐진다.

동면에 들겠다는 내 결심이 어느 한 사건의 결과라고 특정할 순 없다. 처음에는 생각과 판단을 막아줄 진정제를 원했을 뿐인데, 왜냐하면 그 끊임없는 공세가 모든 사람과 사건을 싫어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들어버렸기 때문이다. 내 뇌가 주변 세상을 비난하는 짓을 조금 덜 하면 삶이 더 참을 만해질 거라고 생각했다. (31p)

“가끔 내면이 죽은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나는 말했다. “그리고 모든 사람이 싫어요.” (33p)

주어진 부를 그대로 누리고 살아간다면 세상살이의 허들이 꽤나 낮아질 테지만 주인공 ‘나’의 정신은 극복하지 못한 과거의 상처, 끊임없이 떠오르는 온갖 기억, 모든 사람에 대한 혐오와 모든 일에 대한 허무로 매일같이 고통의 정점을 찍는다. “풍자적 냉소를 구사하는 모시페그가 부럽다”고 한 로런 그로프(『운명과 분노』 저자)의 말처럼, 작가는 주인공의 입을 통해 직설적이고 냉담한 유머를 쏟아내며 삶에 따르는 환멸과 허무에 대해 태연하게 정곡을 찌른다.

구매가격 : 10,500 원

켈리 갱의 진짜 이야기

도서정보 : 피터 케리 / 문학동네 / 2020년 04월 20일 / EPUB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지금 호주에서 가장 중요한 작가 피터 케리
그에게 두번째 부커상을 안긴 기념비적 작품?

<가디언> 선정 ‘최고의 영문소설 100’ ‘21세기 최고의 책 100’
러셀 크로, 조지 매케이 주연 영화 원작소설

『켈리 갱의 진짜 이야기』는 오늘날 오스트레일리아의 가장 중요한 소설가 피터 케리에게 두번째 부커상을 안긴 기념비적 작품으로, 영국의 식민지배에 항거한 전설적인 민중 영웅 네드 켈리의 파란만장한 삶을 재현해낸 역작이다. 경찰의 추격을 피해 구두점을 생략한 채 거칠게 써내려간 열세 통의 편지를 통해 경찰과 사법조직이 부패한 19세기 오스트레일리아의 현실과 폭압에서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치는 하층민의 삶이 생생히 되살아난다.

부커상을 두 번 수상한 네 명의 작가 중 하나인 피터 케리는 국제적으로 가장 명성이 높은 오스트레일리아 작가로, 대부분의 작품이 영미권의 주요 문학상을 수상했거나 후보에 올랐다. 첫 장편소설 『더없는 기쁨』부터 부커상 최종 후보에 오른 『사기꾼』, 부커상과 오스트레일리아의 권위 있는 문학상인 마일스 프랭클린 상을 동시에 수상한 『오스카와 루신다』 등 주요 작품에서 그가 천착한 주제는 오스트레일리아의 역사와 정체성이다. 척박한 환경에서 분투한 초기 정착민의 삶, 광활한 대지의 신화적 세계에서 유리된 현대 도시인의 공허함을 두루 그려온 그는 국가의 정체성을 전 세계에 알린 공로를 인정받아 2012년 오스트레일리아 훈장을 수훈했다. 이런 그가 국가적 아이콘 같은 인물인 네드 켈리에 주목한 것은 자연스러운 결과였다. 오스트레일리아인이라면 누구나 자유를 위해 투쟁했던 네드 켈리의 짧고도 격렬한 삶의 이야기를 듣고 자라고, 2000년 시드니 하계 올림픽 개막식 때는 경찰에 맞서 스스로 만든 철갑옷과 투구로 무장한 그의 상징적인 모습이 무대 중앙에 오르기도 했다. 그가 진실과 정의를 부르짖으며 남긴 편지 ‘제릴데리 레터’를 접한 피터 케리는 어법이 부정확한 편지 속 날것의 목소리로 그 삶을 재구성하기로 결심하고 2000년 일곱번째 장편소설 『켈리 갱의 진짜 이야기』를 발표했다.

철저한 조사와 작가적 상상력의 결합으로 복원된 전설적 영웅의 일대기는 “거부할 수 없는 문학적 복화술의 역작”(<가디언>) “피터 케리가 네드에게 부여한 바로 그 목소리에서 마법이 시작된다”(<옵저버>) “잘 알려진 대상을 다룬다는 대담한 시도가 멋들어지게 성공했다”(<데일리 텔레그래프>) 등의 찬사와 함께 영연방작가상을 수상하고 그해 오스트레일리아의 주요 문학상을 석권했다. 무엇보다 큰 영예는 이 작품으로 두번째 부커상을 거머쥔 것이었다. 이언 매큐언의 『속죄』, 데이비드 미첼의 『넘버 나인 드림』과 나란히 후보에 올라 마지막까지 경쟁했으며 특히 판매고가 세 배에 달하던 『속죄』를 제쳤다는 점에서도 큰 화제가 된 수상이었다. 명실공히 피터 케리의 대표작으로 자리잡은 이 작품은 <가디언>에서 2015년 선정한 ‘최고의 영문소설 100’, 2019년 선정한 ‘21세기 최고의 책 100’에 이름을 올리며 세월이 흘러도 꾸준히 호명되는 작품성을 입증했고, 러셀 크로, 니컬러스 홀트, 조지 매케이 주연으로 영화화되어 개봉을 앞두고 다시 한번 뜨거운 관심을 모으고 있다.


나는 그저 시민이 되길 바랐을 뿐이다
나는 말을 하려고 했지만 그 개××들이 내 혀를 훔쳐갔다
나는 정의를 요구했지만 놈들은 내게 아무것도 주지 않았다
딸아, 지금부터 읽게 될 이 글이 진짜 내 이야기다

아일랜드 태생 전과자의 아들이라는 이유로 어린 시절부터 멸시와 협박에 시달린 네드 켈리. 무허가 술집을 운영하는 홀어머니를 도와 지독한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치던 그는 뜻하지 않게 악명 높은 무법자 해리 파워의 조수로 들어간다. 산악지대의 지형과 쓸 만한 은신처, 도피에 유용한 요령을 배우던 그는 불안정한 생활에 염증을 느끼고 집으로 돌아와 성실하게 땅을 일구며 가축을 키우는 농부의 삶을 꿈꾼다. 하지만 식민지의 현실은 소박한 희망을 허락하지 않고, 열다섯 살 나이로 얼결에 노상강도 혐의를 받아 경찰에 끌려간 이후 부당한 체포와 투옥을 거듭하는 사이 그는 식민 당국으로부터 요주의 인물로 낙인찍힌다. 가까이 지내던 경찰 피츠패트릭의 배신으로 체포영장이 발부된 후 동생 댄과 산속에 숨어들고, 평소 이들을 따르던 친구 스티브 하트와 조 번이 합류한다.

?당국은 이들을 체포하기 위해 경찰을 파견하지만 접전 끝에 경찰 셋이 사망하자 ‘캘리 갱’이라는 이름으로 현상금을 내건다. 그때부터 이들 넷은 식민정부에 대한 항거의 표시로 영국 출신 목장주의 재산을 약탈하고 정부 소유 은행을 털어 도피자금을 챙기는 한편 가난하고 억압당하는 식민지 농부들에게 돈을 나눠준다. 폭압의 역사가 피에 새겨진 하층민들은 그에게 지지를 보낸다. 그사이 네드는 같은 아일랜드 출신의 메리 헌을 만나 사랑에 빠지고 그녀의 권유로 자신의 인생 이야기를 글로 남기기 시작한다. 도피생활이 길어지자 메리는 뱃속의 아이와 함께 미국으로 몸을 피하고, 네드는 자기 때문에 체포된 어머니를 감옥에서 빼내기 위해 오스트레일리아에 남아 의회 의원과 신문사에 편지를 보내 자신들의 입장을 알리려 하지만 번번이 실패로 돌아간다. 마침내 경찰은 대대적인 수색작전을 펼치고 수백 명의 병력에 포위당한 켈리 갱은 직접 제작한 철갑옷과 투구로 무장한 채 최후의 결전에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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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민지 오스트레일리아를 온몸으로 살아낸 전설적 영웅
날것으로 쏟아내는 분노와 저항감
살아 숨쉬는 이야기의 압도적 힘!

당시 오스트레일리아는 영국의 정치범이나 반체제 인사, 특히 아일랜드의 독립을 주장했던 인물이 추방되는 유형지였다. 뉴사우스웨일스주의 전과자 4분의 1은 아일랜드 출신이었고, 영국인의 이름을 당당히 부를 수조차 없던 이들은 토지를 불하받아도 대대로 빈곤을 벗어나기 어려웠다. 일부는 울창한 숲에서 노상강도를 일삼으며 경찰과 치안판사의 적이자 가난한 자의 친구, 자유의 상징이 되었으며 해리 파워와 그의 가르침을 받은 작품의 주인공 네드 켈리가 그 대표적인 예다.

소설은 극빈한 어린 시절부터 경찰과 마지막 총격전을 벌이기까지의 짧고도 격정적인 삶을 네드 켈리가 아직 만나보지 못한 딸에게 편지를 통해 전하는 형식으로 전개된다. 그 자신이 조 번에게 남긴 실제 편지에서 영감을 얻어 탄생한 문체는 교육받지 못한 하층민이자 공권력에 쫓기며 정의를 호소하는 도망자의 절박한 목소리를 고스란히 담아낸다. 쉼표와 마침표를 생략하고 줄임말과 기호를 과감히 사용하며 내달리는 언어는 부당한 폭압의 역사에 온몸으로 항거하는 분노를 맹렬하게 전하고, 아일랜드 출신 농민이 많은 지역에서 나고 자란 작가의 경험은 한층 더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네드가 몸담고 있던 공동체에서 극히 자연스러웠을 비속어는 작가의 상상력으로 탄생한 인물 메리 헌과 둘 사이의 딸을 위해 검열되어 있다. 단순하고 직설적이며, 소탈하고 때때로 시적이기까지 한 입말은 지식과 어휘에 한계가 있지만 영리하고 재치 있는 청년, 식민의 폭압에 마주한 가족을 위해 어둠의 길을 걸어야 했던 헌신적인 아들, 의리 있는 친구, 사랑이 넘치는 남편이자 아버지의 다채로운 내면을 굴곡진 삶의 여정과 함께 펼쳐 보인다.

오스트레일리아에서는 이미 여러 편의 전기가 나와 있고 누구나 잘 안다고 생각하는 인물의 일대기가 뜨거운 반응을 불러일으킨 것은 네드 켈리라는 인물을 저 먼 곳의 신화적 존재가 아닌 살과 뼈가 있고 온기가 도는 인간으로 그려냈기 때문일 것이다. 교수대에서 스물여섯 해의 짧은 삶을 마감했지만 『켈리 갱의 진짜 이야기』를 통해 다시 한번 화려하게 부활한 그는 최소한의 자존을 유지할 수 있는 정당한 권리를, 자유와 정의를 부르짖었던 한 사람으로 오래도록 남을 것이다.


▶ 본문에서

내 나이 12살에 아버지를 잃었으니 거짓과 침묵 속에 자라는 게 어떤 건지 안다 내 사랑하는 딸아 너는 지금 너무 어려서 내가 쓰는 글을 조금도 이해 못하겠지만 이 이야기는 너를 위한 것이고 거짓은 하나도 없다 내가 거짓을 말한다면 지옥불에 떨어질 것이다.
하느님이 허락하신다면 네가 이 글을 읽을 때까지 목숨을 부지해서 지금 이 시대에 우리 불쌍한 아일랜드인들이 얼마나 억울하게 살았는지 네가 알고 놀라서 검은 눈이 휘둥그레지고 입이 딱 벌어지는 모습을 보고 싶구나. (19쪽)

나는 비치워스 감옥으로 돌아갔고 거기서 교도관들이 나를 홀딱 벗기고는 베이고 피 나는 머리를 박박 밀면서 협박과 모욕을 해댔다. 하지만 불이 너무 뜨거우면 생나무도 타는 법이다 나는 강물이 세차게 흐르는 강가에 앉아 숱한 밤을 보냈다 비는 그칠 줄 몰랐고 새파란 생나무들이 비도 끌 수 없는 분노의 불길 속에서 거품을 일으키며 활활 타올랐다. (261쪽)

어머니가 말했다 넌 내 인생이 얼마나 한심한지 몰라 여기서 사는 게 어떤지 잊었다 염×할 이웃들은 틈만 나면 닭이나 송아지를 훔쳐다 가두지 경찰은 날마다 찾아와 내 새끼들 잡아가려고 문을 두드리지. (273쪽)

나는 평생 어머니를 곁에서 지켰다 10살 때 어머니에게 고기를 주기 위해 머리 씨의 암소를 죽였다 우리 불쌍한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는 어머니를 도와 일했다 나는 맏아들이라 농사일을 거들기 위해 12살 때 학교를 그만뒀다 어머니가 금을 가질 수 있도록 해리 파워를 따라나섰다 먹을 게 없을 때는 열심히 일했다 돈이 없을 때는 훔쳤다 그리고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프로스트&킹이 사슬에 묶인 암캐에게 접근하는 비겁한 들개처럼 주위를 맴돌 때 어머니를 보호하려고 애썼다. (365~366쪽)

내 딸아 어떤 이야기를 더 듣게 될지 기다려보렴 결국 가난하고 못 배운 우리 같은 사람들도 불속에서 고귀해질 테니까. (406쪽)

어머니는 갓난아기까지 빼앗겼소 내가 말했고 그들은 대답하지 않았다. 오스트레일리아인들인 그들은 무자비한 법의 공포를 너무나 잘 알았다 그들의 피에는 부당함에 대한 역사적 기억이 새겨져 있었다 그래서 은행원이나 목장 감독이라고 해도 아무것도 아닌 일로 체포된 적이 없다고 해도 강제로 감옥에서 흰 두건을 쓰는 게 어떤 건지 마음속 깊이 알고 있었다 간수 눈을 똑바로 봤다고 채찍질을 당하는 게 어떤 건지 알았다 상류층 말을 쓰는 나방도 그런 공기를 마시며 살았기에 부당함이라면 골수에 사무치도록 잘 알았다. (476쪽)

대영제국이 지원자를 부족함 없이 대줬다 단지 우리 친구라는 죄로 땅을 임대받지 못한 사람 정부의 강요로 밀을 심었다가 녹병으로 농사를 망친 사람 밴 디멘스 랜드 감옥의 삼각 형틀에서 몸이 망가진 사람 아들을 감옥에 보낸 사람 힘들게 얻은 땅을 목장주에게 빼앗긴 사람 위증으로 억울하게 옥살이한 사람 허구한 날 가축을 몰수당하는 데 진저리난 사람. (518쪽)

나는 그저 시민이 되길 바랐을 뿐이다 나는 말을 하려고 했지만 그 개××들이 내 혀를 훔쳐갔다 나는 정의를 요구했지만 놈들은 내게 아무것도 주지 않았다. (5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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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켈리 갱의 진짜 이야기』에 쏟아진 찬사

오스트레일리아에서는 누구나 네드 켈리의 전설을 듣고 자란다. 극빈한 어린 시절부터 교수형을 당한 스물여섯 살 때까지, 피터 케리가 탁월하게 복원해낸 그의 생애는 다이아몬드 원석처럼 순수하다. 딸을 위해 비속어를 검열하고 쉼표와 마침표를 생략한 채 이어지는 문장이 당시 오스트레일리아 사회의 질감을 생생하게 재현해낸다. 퍼블리셔스 위클리

실존하는 기록으로까지 읽히는 이 작품은 진지한 소설이자 전통적인 ‘엔터테인먼트’다. 찰스 디킨스와 코맥 매카시, 오스트레일리아의 멜랑콜리한 정조가 결합된 크고 꽉 찬 소설.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

작가는 세피아톤의 전설을 눈부시고 강렬하게 채색했고, 저 먼 곳의 신화에 온기가 도는 살과 뼈를 붙여주었다. 코미디와 파토스가 생동하는 『켈리 갱의 진짜 이야기』는 당신이 소설에 기대하는 거의 모든 것을 담고 있다. 뉴욕 타임스

스스로 네드 켈리가 된 작가의 독창성과 공감능력, 시인의 귀는 아무리 상찬해도 부족하다. 교육받지 못한 무법자의 문체가 모든 페이지에서 독자를 기쁘게 한다. 존 업다이크(소설가)

피터 케리는 노련하고 영리한 작가다. 액션과 사건으로 가득차 있고 오스트레일리아 미개척지의 모든 현란한 빛깔이 담긴 작품. 뉴욕 리뷰 오브 북스

피터 케리가 네드에게 부여한 바로 그 목소리에서 마법이 시작된다. 한 페이지도 빠짐없이 실감나고 충격과 신선한 기쁨이 이어진다. 단순하고 직설적이고 생생한 구어체는 유머러스하고도 품격 있으며, 무엇보다 시적이다. 숨기는 것 없이 정직한 목소리와 투명한 언어가 진정 위대한 영웅의 마음속으로 우리를 데려간다. 옵저버

거부할 수 없는 문학적 복화술의 역작. 구두점을 생략한 육성이 통쾌하게 쏟아진다. 때로는 신화적이고 때로는 섬세한, 잃어버린 미개척지의 거짓말 같은 이야기. 가디언

피터 케리는 지금까지도 탁월한 작품을 발표했지만, 이 소설은 단언컨대 그의 최고작이다. 잘 알려진 대상을 다룬다는 대담한 시도가 멋들어지게 성공했다. 제대로 빚어진 강렬한 소설. 데일리 텔레그래프

피터 케리는 사실에 충실하면서도 보다 깊이 있고 풍성한 이야기를 전할 수단과 방법을 찾아냈다. 워싱턴 포스트

주목할 만한 성취. 강렬한 감정을 경험할 것이다. 월스트리트 저널

군더더기 없이 날렵한 속도감. 오스트레일리아 미개척지의 모험 서사로서, 심리·역사 드라마로서 전적으로 설득력 있는 작품이다. 상상력의 스펙터클한 묘기. 보스턴 글로브

전설적인 민중 영웅의 황홀한 연대기. 덴버 포스트

구두점을 생략하고 때때로 어법에 맞지 않는 켈리의 글은 이해가 어렵기는커녕 마음속 깊은 곳에서 길어낸 모더니스트의 살아 숨쉬는 독백으로 느껴진다. 피터 케리의 손에서 되살아난 그의 목소리는 최면을 거는 듯하고, 이제껏 보지 못한 시적인 간결함 속에 연민과 신랄함, 분노와 저항감이 모두 담겨 있다. 선 헤럴드

구매가격 : 11,600 원

컬러 퍼플 (세계문학전집 187)

도서정보 : 앨리스 워커 / 문학동네 / 2020년 04월 14일 / EPUB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 1983년 퓰리처상
★ 1983년 미국도서상
★ 뉴스위크 선정 ‘역대 최고의 명저 100’
★ 미국대학위원회 SAT 추천도서

퓰리처상을 수상한 최초의 흑인 여성 작가이자
열정적인 사회운동가 앨리스 워커

미국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중 한 명으로, 아프리카계 미국인의 삶과 문화, 역사를 조명해온 앨리스 워커는 1944년 미국 조지아주 이턴턴에서 태어났다. 부모는 모두 소작농이었으며 워커는 여덟 남매 중 막내였다. 여덟 살 때 오빠가 쏜 비비탄 총에 맞아 오른쪽 눈을 실명했다. 눈가의 흉터와 시각장애로 또래에게 놀림받으며 점점 남들 앞에 나서기를 꺼리게 되었고, 자신이 “속한 세상이 너무나도 힘들어 책을 자신의 세상으로” 삼았다. 몇 년 뒤 흉터를 제거하면서 차츰 외향적인 성격으로 바뀌었으나 그럼에도 여전히 스스로를 아웃사이더라고 느꼈다. 1961년 장애인 장학금을 받아 애틀랜타의 스펠먼대학교에 입학했고, 당시 교수였던 역사가이자 사회운동가인 하워드 진과 스토턴 린드의 영향으로 흑인민권운동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이 년 뒤 뉴욕의 세라로런스대학교로 편입했고, 졸업 후 인권운동을 위해 남부로 귀향해 조지아주와 미시시피주에서 흑인 유권자 등록 운동을 펼쳤으며 이때 만난 유대인 변호사 멜빈 로즌먼 레벤탈과 1967년 결혼했다. 1968년 원치 않는 임신과 중절로 겪은 정신적, 육체적 고통을 담은 첫 시집 『한때』를 발표했고, 1970년 폭력적이고 무책임한 미국 남부의 흑인 소작농 그레인지 코플랜드의 삶을 그린 첫 장편소설 『그레인지 코플랜드의 세번째 인생』을 출간했다. 이후 단편집 『사랑과 고통』, 시집 『혁명하는 피튜니아』, 장편소설 『머리디언』 등의 작품을 선보이며 왕성한 창작활동을 이어갔다. 한편 웰즐리대학교와 매사추세츠대학교 등 여러 대학에서 문학을 강의했고, 1980년대에는 여성주의 저널 『미즈』의 편집인으로 활동했다. 1982년 『컬러 퍼플』을 출간해 이듬해 미국도서상과 흑인 여성 최초로 퓰리처상을 수상하며 세계적인 작가로 자리잡았다. 1983년 첫 산문집 『어머니들의 정원을 찾아서』를 발표했고, 이 책에서 처음으로 ‘우머니스트’라는 말을 쓰며 새로운 사상인 ‘우머니즘Womanism’을 주창했다. 우머니즘은 ‘흑인 또는 유색인 페미니즘’을 뜻하며 흑인 여성과 페미니즘 운동을 결합시키는 것이 그 목적이다. 또한 반핵·반전·환경보호에 관한 의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아프리카와 중동에서 여성에게 행해지는 할례 등의 폭력적인 관습에 반대하며 열정적인 사회운동가로서 꾸준히 목소리를 내왔다.

『컬러 퍼플』은 출간되자마자 문단과 대중을 모두 사로잡은 작품으로, 그의 세계관이 집약된 대표작이라 할 수 있다. 워커는 이 소설을 통해 가정 내 강간과 폭력 등 그간 쉬쉬대던 사회문제를 세상에 드러내고 대화의 장을 마련했다. 제목인 ‘컬러 퍼플(보라색)’은 “자신과 공동체를 사랑하고 음악과 춤, 달과 영혼을 사랑하는 강렬한 열정으로 가득찬” 여성, 우머니스트를 표현하는 색이자 상처 입은 영혼에게 고통과 억압, 차별적인 현실 속에도 해방과 구원의 메시지가 자연 곳곳에 숨어 있음을 알려주는 신비로운 빛깔이다.

“우리가 보랏빛 일렁이는 어느 들판을 지나가면서도 그걸 알아보지 못하면 신은 화가 날걸.” _본문에서


사랑하고 사랑받음으로써 새로운 주체로 다시 태어나는
여성들의 뜨거운 결속에서 발화하는 희망의 불꽃

『컬러 퍼플』은 1900년대 초 미국 조지아주의 시골 마을을 배경으로 가부장제, 인종차별, 성차별의 다층적인 억압 상황에 놓인 흑인 여성 ‘셀리’의 삼십여 년에 걸친 인생 역정을 다룬다.

셀리는 아빠에게 여러 차례 강간당하고 두 아이를 낳기까지 하나 둘 모두 아빠가 어디론가 보내버려 생사조차 알지 못한다. 이후 아빠의 강요로 학교를 그만둔 뒤, 아내가 세상을 떠나고 남겨진 아이들을 키워줄 여자를 찾는 ○○ 씨와 결혼한다. 동생 네티와의 연락도 끊긴 채 ○○ 씨의 아이들을 돌보며 힘든 생활을 이어가던 어느 날 ○○ 씨가 사랑했던 여자 슈그가 집에 와 머물게 되고, 셀리는 그와의 만남을 통해 서서히 자신이 귀중한 존재, 충만한 신성神性의 일부임을 깨달아간다.

『컬러 퍼플』의 주인공 셀리는 남편에게 강간과 학대를 당하고, 그의 연인에게 사랑을 느꼈던 워커의 할머니를 모델로 고안되었다. 서문에 따르면 이 책은 “영적 포로로 인생을 시작하지만 자신의 용기와 타인의 도움으로 자유를 얻는 사람, 그 과정에서 자신 역시 자연과 마찬가지로 지금껏 멀게만 느꼈던 신성의 아름다운 표현임을 깨닫는 사람의 힘겨운 여정을 탐구”하고 있는데, 남편의 연인인 슈그는 셀리로 하여금 고유한 종교적 경험을 통해 신의 존재를 느낄 수 있게 하고 자신의 섹슈얼리티를 발견하도록 이끄는 인물이다. 그는 셀리가 스스로를 가치 있고 사랑받을 만한 존재로 자각하게 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소설 속에서 두 사람의 사랑은 아주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진다. 인종차별과 성차별이 만연한 현실에서도 섹슈얼리티에 따른 차별은 존재하지 않는다. 더해, 워커는 전통적 성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을 해체한다. 여성의 영역으로 여겨졌던 바느질에 ○○ 씨를 참여시키고, 아들 부부인 하포와 소피아 역시 집안일을 나누는 데 있어 성역할의 전형성을 따르지 않는다. 또 슈그와 소피아는 남성의 폭력에 굴복하지 않고 당당하게 맞서 싸우는 모습을 보인다.

『컬러 퍼플』은 출간 당시 많은 찬사를 받는 한편으로 상당한 비난을 받았다. 법적 평등은 이루었지만 현실의 인종차별이 여전히 맹위를 떨치는 상황에서, 인종문제보다 남녀문제를 더욱 두드러지게 제시하고 흑인 남자는 ‘미개하고 폭력적’이라는 편견을 강화한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그러나 워커는 성차별적 현실 속에서 여성이 경험하는 고난을 전면적으로 드러내 보이는 동시에, 가부장제와 인종차별의 고통을 함께 겪는 남성들 또한 사랑으로 이해하고 포용하고자 했다. 소설 속 ○○ 씨는 홀로 남겨진 뒤 삶의 의욕을 잃고 방에 틀어박히는데, 이때 쇠약해진 그를 다시 일으켜 세우고 집밖으로 나오게 하는 것 역시 주위 사람들의 이해와 사랑, 그리고 위로다. 워커는 흑인 남자들이 “끔찍한 사람”처럼 보일지라도 종내에는 “사랑 많고 너그럽고 다정한 사람”이 될 수 있다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워커는 흑인들이 겪는 이 같은 고통이 개개인의 특수한 경험이 아니라 공동체가 공유하는 역사적 경험임을 깨달았고, 그들의 고통을 완화시키고 희망을 품게 하는 것은 다름 아닌 상처 입은 영혼들 사이의 사랑과 연대라고 생각했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비극적인 상황에서도 서로에게 손을 내민다. 혹사당하고 박탈당하는 삶 한가운데서도 각자가 지닌 내면의 힘을 발견하고 용기를 내 살아갈 수 있도록 서로 돕는다. 워커는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온전한 공동체를 꿈꾸며, 이러한 참혹한 현실과 그로부터 얻은 자신의 통찰을 고스란히 녹여낸 작품을 완성해냈다. 그의 작품은 “타격을 줄이려 하지 않으면서 가능성에 대한 믿음, 용서와 친절과 희망에 대한 믿음을 확고하게 붙들 수 있도록 확신을” 안겨준다.

아름다운 상상력과 공동체에 대한 깊은 연민으로 쓰인 이 소설은 사랑이 지닌 구원에의 가능성을 증언한다. 인종·성·종교에 따른 편견과 억압에서 벗어나 모든 인간이 자유롭고 즐겁게 사는 세상,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온전한 사회, 모두의 자유와 해방을 꿈꾼 앨리스 워커. 그의 말처럼 “사랑하는 사람들만이 세상을 구할 것이다”.

구매가격 : 9,800 원

실낙원 2

도서정보 : 존 밀턴 / 문학동네 / 2012년 11월 08일 / EP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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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문학사에 길이 남을 최고의 종교 서사시로 평가되는 『실낙원』은 구약 성서의 ´낙원상실 모티프´를 토대로 한 대서사시로 10,565행에 달한다. 밀턴은 서사시라는 일정한 형식에 격조 높은 문장과 아름다운 시적 언어로 17세기 정신세계와 인문적 교양을 작품 속에 훌륭히 담아냈다. 이 작품으로 밀턴은 셰익스피어 다음가는 대시인이라는 지위를 얻었고, 『실낙원』은 종교적 통찰을 보여주는 최고 고전의 반열에 올랐다. 논문 「실락원에 나타난 밀턴의 인간관」으로 국내 제1호 영문학 박사학위를 받은 후 일생 동안 밀턴의 생애와 문학을 연구해온 조신권 교수의 번역으로 만나볼 수 있다.

구매가격 : 7,700 원

그리운 동방 (김소진 전집 6)

도서정보 : 김소진 / 문학동네 / 2011년 05월 01일 / EP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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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진 전집』을 펴내며 작가 김소진이 우리의 곁을 떠난 지 다섯 해째가 되는 시점에서 그의 전집을 펴낸다. 여기 저기 흩어져 있는 그의 흔적들을 한데 모음으로써 그새 풀이 자라고 관목들이 우거진, 그에게로 가는 길을 닦기 위함이다. 생전에 김소진은 네 권의 소설집과 두 권의 장편소설, 각각 한 권의 창작동화와 산문집, 두 권의 짧은 소설집, 그리고 책으로 묶이지 못한 미완성 장편 한 편(『동물원』 - - 96년 겨울호부터 이듬해 봄호까지, 『실천문학』에 2회분 연재)을 남겼다.

김소진의 소설은 고난의 시대를 살아온 서민들의 삶의 애환을 절실하고도 아름다운 문체로 그려냈다는 평가를 받았으며, 그러므로 우리 문학사의 귀중한 자산 목록에 올려져 있다. 습작기부터 그가 세상을 뜨기 직전까지 쓴 글들을 모은 이 전집이 김소진 문학의 전체적 면모를 조망하는 지도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그리하여 작가가 다양한 축도와 시선으로 작성한 삶의 지형도를 통해 이 책의 독자들이 인생과 사회를 보다 넓고 깊게 응시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었으면 한다.

이 전집은 모두 여섯 권으로 구성되어 있다. 우선 작가의 중단편을 시기별로 재구성하여 세 권으로 묶었다. 새로운 지식인 소설의 탄생으로 평가받았던 그의 초기작으로부터 아버지의 자리를 고통스럽게 확인하는 기억의 서사를 거쳐 새로운 소설적 가능성을 시도했던 후기작들에 이르는 김소진 소설세계의 흐름을 일목요연하게 드러내기 위함이다. {장석조네 사람들}은 연작의 형식임을 고려하여 따로 독립시켜 한 권으로 묶었고, 짧은 소설들을 한 권에 담았다. 그리고 작가의 산문, 그 외의 자료들을 또 한 권에 담았다. 매권 끝에는 새로 해설을 달아 김소진 문학의 현재적 의미를 가늠해보고자 하였다. 그리고 전집과는 별도로 김소진의 삶과 문학에 바쳐진 글들을 엮어 가까운 기일 내에 출간할 예정이다.

전집을 펴내는 과정에서 발견된 명백한 오자와 탈자는 바로잡았으나 애매하거나 작가의 고유한 표현이라고 생각되는 것들은 그대로 두었다. 그것을 수정할 수 있는 이는 단 한 사람이지만 그를 이곳으로 불러낼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새로 붙인 해설은 각각 진정석(1권), 류보선(2권), 김만수(3권), 손정수(4권), 성석제(6권-발문)가 맡았다. 김소진의 육성을 기억하는 이들이기에 그의 작품을 말하기가 더욱 조심스러웠으리라 짐작해본다. 그런 그들의 한마디를 더한다.

김소진 소설의 일관된 관심사는 전혀 인공낙원과 무관한 자리에서 삶을 일구어가는, 문명의 주변부를 그야말로 인간적 본성으로 살아가는 존재들이었다. 한마디로 김소진은 언제부턴가 어느 누구에게서도 호명받지 못하던 스러져가는 주변부의 인간 존재에 대한 가장 충실한 서기관이자 대변인이었다. 김소진은 문명과 개념의 개입을 받고 주변부의 인간들이 만들어낸 아름다운 통일성(권태와 일탈, 부정과 긍정, 금기와 허용의 변증법적 조화)에 주목하고 이 아름다운 통일성을 거울로 어설픈 개념화와 자연의 수탈로 점철된 문명의 악마적인 속성을 정확하게 비춰낸 작가였으며, 동시에 최첨단의 문화적 삶에만 관심을 기울이는 한국문학사의 일면적인 성격을 누구보다도 철저하게 비판한 한국문학사의 반성적 거울이었다고 할 수 있다. 류보선(문학평론가)

김소진은 정결한 사람이다. 그의 산문은 그의 심성처럼 정결하고 허튼 군더더기가 없으며 경기도 사투리처럼 아름답다. 짧은 소설은 허욕이 없고 속임이 없다. 환한 대낮 토방 앞에 놓여 있는 항아리처럼 무뚝뚝히 명백하다. 사람은 가고 복숭아꽃은 피었다 지고 또 글은 열매와 마른 씨앗처럼 남는다. 나도 남아 있다. 아, 슬프다. 성석제(소설가)

구매가격 : 7,700 원

킬트, 그리고 퀼트 (문학동네시인선 131)

도서정보 : 주민현 / 문학동네 / 2020년 04월 10일 / EP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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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울어진 채로 걸어가는 이 길은 흔들리고
나는 이렇게 이마에 멍이 드는 시간이 좋아”
-그리고 하나의 말을 던질 수 있다면 ‘미래의 여자들은 강하다’라고 할 거야

“세계를 바라보는 시선에 역동성이 있고 의욕이 넘친다”는 평을 받으며 2017년 한국경제 신춘문예로 등단한 주민현 시인의 첫 시집을 선보인다. 페미니즘 리부트 이후 “역사는 이야기하고자 하는 욕망이 가장 강한 자의 것이므로, 이제 문학의 역사는 지금 말하는 당신들의 것이 될 것”(문학평론가 강지희, 「이 밤이 영원히 밤일 수는 없을 것이다」 『문학동네』 2016년 겨울호)이라 여기며 새로운 목소리를 기다려온 이들에게 반가운 소식일 것이 분명한 시집. 오래 겪고 오래 응시한 자만이 가질 수 있는 언어로 정치하게 꾹꾹 눌러쓴 55편의 시를 4부-1부 우리는 계속 사람인 척한다, 2부 이곳의 이웃들은 밤잠이 없는 것 같아, 3부 코를 고는 사람을 코만 남은 것처럼, 4부 사랑은 있겠지, 쥐들이 사는 창문에도-로 나눠 담았다. 생명이라고 다 같은 생명이 아니고, 인간이라고 다 같은 인간이 아니며, 여성이라고 다 같은 여성이 아님을, 부러 이목을 집중시키는 큰 목소리 하나 내지 않고 치열하고 올곧게 쓰는 그다. 이소연?이서하 시인, 전영규 평론가와 함께 창작동인 ‘켬’을 꾸렸으며 ‘켬’에서는 에코페미니즘을 기조 삼아 입장료 대신 쓰레기를 받아 진행한 ‘쓰레기 낭독회’ 등을 통해 독자와 함께 새로운 방식의 시 쓰기, 시 읽기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표제 ‘킬트, 그리고 퀼트’는 수록작 「킬트의 시대」의 시구에서 따왔다. 비슷한 듯 다른 2음절 단어 둘과 그 연결이 주민현 시인의 시세계를 잘 드러낸다. ‘킬트’는 스코틀랜드의 남성이 전통적으로 착용하는 치마이며, ‘퀼트’는 천과 천 사이에 심이나 솜을 넣고 기워 무늬를 두드러지게 하는 기법 혹은 그렇게 박음질한 천을 일컫는다. 「킬트의 시대」의 화자는 치마를 입고 스코틀랜드 어느 광장에서 킬트 차림의 남자들과 춤을 춘다. 치마가 넓게 퍼지며 돌고 그것이 만들어내는 새로운 무늬가 시야에 들어오는데, 그렇게 ‘돌면서’ 화자는 자신에게 ‘돌았니’ 하고 묻던 사람, 조용히 하라고 하던 사람들을 떠올린다. “치마를 입고 상스럽게 앉은 어느 날의 일이었”다. “치마를 입고 함께 춤을 춘다고 해서/ 우리의 성이 같아지는 건 아니지만” 그 광장에서 그와 ‘나’는 “모호하게 기워져 있”다. “깁다, 라는 것은 깊다는 것과 별 관계”는 없지만, “허리나 엉덩이 주변을 감싸는 천/ 또는 그런 손에 대하여” 복고풍 치마를 입은 ‘나’는 타탄무늬 킬트 차림의 그와 함께 춤을 추며 생각에 잠긴다.

「킬트의 시대」가 치마를 입고 함께 춤추는 다른 두 성(性)을 보여준다면, 「철새와 엽총」은 같은 음식을 먹으며 티브이를 보고 있는 두 여성을 내세운다.


오늘은 나의 이란인 친구와
나란히 앉아 할랄푸드를 먹는다

그녀는 히잡을 두르고 있고
나는 반바지 위에 긴 치마를 입고
우리는 함께 앉아서 텔레비전을 본다

(…)

오늘 친구와 나는 나란히 앉아 피를 흘리고
우리는 가슴이 있어서 여자라 불린다

마치 생각이 없다는 것처럼
그녀는 검은 히잡을 두르고 있고

철새를 사냥하듯이 총을 들고 숲을 뒤졌다고 했다
그녀의 친구가 옆집 남자와 웃으며 대화했다는 이유로

(…)

그녀의 히잡은 검고
내 치마는 희고

우리는 나란히 앉아
이 세계에 허락된 음식을 먹는다
_「철새와 엽총」에서


‘나’와 나의 ‘이란인 친구’는 “나란히 앉아 피를 흘리고” “가슴이 있어서 여자라 불린다”. ‘우리’는 둘 다 여성이지만, 남편 아닌 남자와 이야기했다는 이유로 살해당할 수도 있는 건 친구이지 ‘나’가 아니다. 친구 역시 그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비교적 안전한 상황에 ‘나’와 함께 있는 것으로 보이므로, 친구와 친구의 다른 친구들 역시 같은 상황이라 할 수 없으리라.

김상혁 시인이 발문에서 지적한 바, 주민현 시인은 주체와 타자를 한 프레임 안에 ‘더블’로 놓으며 두 존재의 연대의식을 그리는 동시에 둘의 차이를 드러내는 데까지 골몰해 나아간다. “그렇게 다르면서도 그들은 같다. 아니, 둘이 그토록 다르기에 그들은 오히려 같음을 주장할 수 있다. 서로 그토록 다름에도 불구하고 (…) 둘은 오직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똑같이 위태롭다. (…) 주민현의 주체는 남성이 여성에게 심어둔 찢긴 자아와 ‘운집/분열’ ‘동등/위계’ ‘갱신/왜곡’ 등의 요소로 대응하면서, 전혀 폭력적이지 않은 ‘둘’, 권력 차이 없이 같은 공간에 존재할 수 있는 ‘둘’이 가능함을 보여준다.”(김상혁, 발문 「우리는 하지, 돌이켜 하지」에서)

주민현 시인의 시 속 여성들은 능동적으로 대처하거나 분노하거나 복수하지 않는다. 광기 어린 시어들로 억압해왔던 것들을 낱낱이 표출하거나 칼을 들고 맞서지 않는다. 그는 이란인 친구와 함께 할랄푸드를 먹고 나란히 앉아 티브이를 보며 그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쪽이다. 감시와 위계가 없는 교감을 통해서만이 회복될 수 있는 관계를 응시하는 쪽이다.


눈을 감고 걸어도 암흑과 지팡이의 세계를
이해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기울어진 채로 걸어가는 이 길은 흔들리고
나는 이렇게 이마에 멍이 드는 시간이 좋아
_「이미 시작된 영화」에서

네가 신이라면 새들에겐 그림자
인간에겐 견딜 만한 추위와 허기를 주고

그들의 기쁨과 슬픔을 공깃돌처럼 가지고 놀겠지

나는 구멍난 공깃돌에서 흐르는
작은 슬픔을 엿보네
_「네가 신이라면」에서


이렇듯 기울어진 채 걷고, 작은 슬픔을 엿보는 시인. 그의 이마에 얼마간 더 멍이 들지라도, 쉬이 규정할 수 없는 자기만의 윤리로 기워갈 존재와 세계가, 그로부터 끊임없이 갱신되고 또한 확장될 그 존재와 세계가 벌써부터 기대된다.


■ 시인의 말
문을 열고 나오면 언제나 두 개의 길이 있다
하나는 교외의 해변으로 통하는 길, 하나는 작은 성당과 식료품점을 지나
도시로 가는 길;
놀러온 꼬마들은 신발을 벗어둔 채 해변으로 가고
동네 사람들은 반대의 길을 간다

2020년 3월
주민현

구매가격 : 7,000 원

모월모일

도서정보 : 박연준 / 문학동네 / 2020년 04월 10일 / EP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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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1퍼센트의 찬란과 99퍼센트의 평범으로 이루어진 거라면,
나는 99퍼센트의 평범을 사랑하기로 했다.”

잊어버려서 잃어버린 것들로 가득한 날들
박연준 시인이 발견한 모월모일의 특별한 평범함

눈에 보이지도, 손에 잡히지도 않는 바이러스와의 전쟁으로 일상이 한순간에 달라졌다. 타인과의 접촉은 물론이고, 가급적 말도 섞지 않는 것이 예의인 요즘, 마스크와 에탄올 소독제가 생활의 필수품이 되었고 사람들은 가능한 한 외출하지 않는 것으로 자신을 보호하고 있다. 잠깐 집앞 카페에 들러 커피 한 잔을 사는 지극히 사소한 일상마저 이전과는 전혀 다른 것이 되었다.

평범한 일상이 그 어느 때보다 특별하게 느껴지는 때에 박연준 시인의 산문집 『모월모일』을 펴낸다. 끔찍한 날도 좋은 날도, 찬란한 날도 울적한 날도, 특별한 날도 평범한 날도 모두 ‘모월모일’이 아닐지. “빛나고 싶은 적 많았으나 빛나지 못한 순간들, 그 시간에 깃든 범상한 일들과 마음의 무늬”가 시인 특유의 깊고 섬세한 관찰을 통해 새로이 발굴된다.

시집 『속눈썹이 지르는 비명』 『아버지는 나를 처제, 하고 불렀다』 『베누스 푸디카』 『밤, 비, 뱀』과 산문집 『소란』 『밤은 길고, 괴롭습니다』 『인생은 이상하게 흐른다』 등으로 탄탄한 작품세계를 구축해온 박연준 시인. 그의 네번째 산문집 『모월모일』은 지금껏 그가 써온 작품 가운데 가장 평범하고 친근한 일상을 소재 삼았다. ‘겨울 고양이’ ‘하루치 봄’ ‘여름비’ ‘오래된 가을’ 총 네 개의 부로 구성된 것에서 알 수 있듯 계절감이 도드라지는 글이 많으며, 그 계절에만 포착되는 풍경과 소리, 맛과 감정들이 읽는 이의 감각을 활짝 열게 한다. 또한 순환하는 계절이 소환하는 과거의 기억과 그것을 바라보는 지금의 ‘나’ 사이의 간극에서 생겨나는 가만한 통찰과 그것을 감싼 경쾌하고 리드미컬한 문장이 절묘한 감동으로 밀려온다. “우리에게 주어진 모든 날은 작고 가볍고 공평하다. 해와 달이 하나씩 있고, 내가 나로 오롯이 서 있는 하루”가 있다. 거기서 모든 특별함이 시작된다. “매일 뜨는 달이 밤의 특별함이듯.”(‘서문’에서)

서문을 지나 만나는 첫번째 글에서 우리는 겨울밤, 얼려놓은 곶감을 종지에 담아 녹을 때까지 기다리는 ‘나’를 만난다. 가만히 앉아 고요한 그 시간을 그대로 누리며 낮에 ‘당신’과 나눈 짧은 대화를 떠올린다. 겨울에 나무들이 잎을 다 떨구고 회초리처럼 서 있는 게 나무들로선 겨울을 지나기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일 거라던 당신의 말. 나무의 태만이라 섣불리 여기고 말았던 것이 최대한 고요해지고자 최선을 다하는 일일 수 있다니, 곰곰 생각에 잠기는 겨울밤. 가만히 그 옆에 앉아 함께 골몰하고 싶어진다.

겨울밤은 야박하지 않다. 길고 길다. 먼 데서 오는 손님처럼 아침은 아직 소식이 없을 것 같으니, 느릿느릿 딴생각을 불러오기에 알맞다. 곶감이 녹으려면 더 있어야 한다. 그런데 누가, 감을 말릴 생각을 했을까? 말린 감은 웅크린 감처럼 보인다. 누구에게나 웅크릴 시간이 필요하다. 병든 자의 병도 잠든 자의 잠도 자라는 자의 성장도 비밀이 많은 자의 비밀도 겨울밤을 빌어 웅크리다가, 더 깊어질 것이다._14쪽, 「밤이 하도 깊어」에서

어느 날은 카페에서 책을 읽다가 ‘일곱 살의 나’를 내 앞에 앉혀두는 이야기를 만나기도 한다. “일곱 살의 나는 조그맣고 딱딱한, 붉은 간처럼 생긴 슬픔을 손바닥에 올려놓”은 채 그것이 아직도 붉고 싱싱하다고 말한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카페에서 고개를 숙인 채 앉아 우는 것. “잠잠해지도록, 슬픔을 달래”기 위해. “그도 나이고, 나도 그이”기에.(「조그맣고 딱딱한, 붉은 간처럼 생긴 슬픔」) 불시에 습격하는 건 음악도 못지않다. 대학 시절 친구와 반지하방에 앉아 문학에 대해 이야기 나누고 서로의 창작시를 비평하며 자주 다투고 치열했던 기억을 불러온 건 조용필의 노래 이다.

그 작은 방에서, 우리는 스물셋이었다. 벽에 기대앉아 목이 터져라 부르던 노래가 다. (…) 그때 우리는 우리가 청춘의 한복판에 있음을 몰랐다. 우리는 얼마나 뾰족하고 빛났던가. 청춘은 별안간 끝난다. (…) 그게 누구의 봄이든 봄날은 간다. 그리고 이따금 노래에 실려, 돌아온다._95~97쪽, 「조용필과 위대한 청춘」에서

읽는 이의 마음을 특히 충만하게 하는 것은 ‘난 지금의 내가 마음에 들어!’ 하고 스스로를 받아들이고 아끼는 대목들일 것이다. 남편과 다툰 뒤 감정에 휘말려 일상을 내팽개치지 않고 할 일을 잘 마친 뒤 짐을 싸 홀로 여행을 떠날 수 있는 나, 낯선 도시를 혼자 걷고 현재를 부정하지 않고 그대로 바라볼 줄 알게 된 나에 대한 긍정. 그 여유가 나와 타인의 관계 또한 건강하게 하리라.

둘이 되지 못해 안달인 시간이 있는가 하면 혼자이지 못해 누추해지는 시간도 있다. 인간에겐 햇빛, 음식, 타인의 사랑만큼이나 ‘혼자인 시간’ 역시 필요한 법. 지금 당신도 멀리서, 나처럼 혼자일 거라 생각하니 그조차 마음에 들었다. 아무리 좋아도 오래 붙어 있다보면 종종 상대의 빛을 보지 못한다. 혼자일 때 빛날 수 있어야 한다. 다시 둘이 될 때, 내 빛남으로 당신을 돌볼 수 있도록. 그 반대가 되어선 곤란하다._73쪽, 「호락호락하지 않은 발전」에서

‘안마기’를 ‘당나귀’로 알아듣고, 생선가게에서 ‘얼지 않은 동태’를 찾기도 하고, 벚꽃 흩날리는 풍경 앞에서 ‘장관’ 대신 ‘가관’을 외치기도 하지만 그런 스스로가 재미있어서 좋다고 말하는 박연준 시인. 그는 “이제 겨우 말할 수 있다. 나는 나를 좋아한다. 이걸 깨닫는 데 사십 년이나 걸리다니! 당신이 나보다는 좀더 빨리, 자신을 좋아했으면 좋겠다. 자신을 좋아하면서 아닌 척 딴청을 피우는 시간, 스스로를 괴롭히는 시간을 멀리 내다버렸으면 좋겠다”(‘서문’에서)며 자신의 좌충우돌과 시행착오를 진솔하고 유머러스하게 고백한다.

작가는 산문집을 엮는 동안 내내 ‘모과’를 생각했다고 한다. 딱히 예쁘다고 하기엔 조금 모자란 울퉁불퉁한 과일. 향을 맡고, 손에 쥐어보고, 무게도 가늠해보고, 모과 한 알로 무얼 할 수 있을지 고민해볼 수도 있을 테고,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그저 두고 보기만 할 수도 있을 터이다. 그런 모과 한 알이 평범한 하루와 닮았을지도 모르겠다. ‘모월모일의 모과’ 같은 오십 편의 글이 쉽지 않은 매일을 보내고 있을 독자들에게 기분좋은 위로가 되리라 기대한다.

표지에 쓴 사진은 구본창 사진작가의 ‘비누’ 연작 가운데 하나, (2004)이다. 작가가 매일 세수하고 손 씻으며 쓰다 남은 비누를 수집, 촬영한 작품으로 마치 어여쁜 자갈 혹은 근사한 추상화처럼 보이기도 한다. 시간이 가고 손길이 닿은 만큼 저마다 다른 모양으로 닳고 작아진 비누를, 박연준 시인이 고른 모과 한 알과 함께 독자에게 보내고 싶다.

구매가격 : 9,100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