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저마다의 속도로 슬픔을 통과한다

도서정보 : 브룩 노엘, 패멀라 D. 블레어 | 2019-02-13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모든 사람은 오직 자신만의 방식으로 애도하고
저마다의 속도로 슬픔을 통과한다

사랑하는 이를 갑작스레 잃고 애도 중인 모든 이,
그리고 그들을 지켜보는 모든 이에게


상실을 겪고도 우리 사회 특유의 여러 금기, 개인적인 고통을 쉽게 드러내지 않는 문화, 죽음을 입에 올리기 어려워하는 분위기, 개인사가 일에 영향을 끼치는 것이 민폐로 간주되는 성공주의적이고 결과론적인 사회, 부정적인 감정의 공유가 거리낌을 넘어 터부시되는 안타까운 곳에서 혼자만 이런 고통을 겪는다고 느끼며 더욱 위축되고 있는 많은 분에게, 꼭 이 책을 보여드리고 싶었습니다. _옮긴이의 말

예기치 못한 죽음을 다루는 사람으로서, 비극에 눈먼 영혼들에게 진정 가치 있는 책을 발견하게 되어 기쁘다.
_찰스 두빌, 포틀랜드 병원 흉부외과 의사

실용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면서도 사적이고 따뜻한 시선을 보인다. … 특별한 상황과 어려움을 다룬 부분은 각별하다. 강력히 추천한다. _에드워드 백, 교육학 박사

애도의 고통이 무엇인지 알고자 한다면, 유족들이 겪을 일을 이해하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야 할 것이다.
_헬렌 피츠제럴드, 『애도하는 아이』 저자

극히 고통스러운 삶의 길들을 현실의 언어와 경험으로 포착해냈다. 이로써 우리는 생활 깊숙이 파고드는 애도에 관해 좀더 실질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을 것이다. _샬럿 토메이노, 신경심리학자

애도의 고통을 통과하면서 손잡고 영혼을 위로해줄 많은 이를 만날 수 있다, 바로 이 탁월한 책을 통해서.
_조지 캔들, 목회 심리치료사

15년 이상 응급의학과 간호사로 일하면서 갑자기 닥치는 죽음을 숱하게 목격해왔다. … 응급의학과 전문의나 간호사들과 이 책을 공유하려 한다.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인 완벽한 안내서다. _캐슬린 라일리, 간호사

애도하는 이들이 생각하거나 맞닥뜨리게 될 모든 문제를 다룬다. 섬세하면서도 현실적이다.
_『유어 라이프 매거진』

죽음에 철학적으로 난해하게 접근하지도 않고, 그것을 너무 쉬운 일상의 이야기로 풀어놓지도 않는 균형 감각이 탁월하다. _ ‘지식의 씨앗’

당신을 이해하고, 지지하며, 위로해준다. 빛을 비추고 손을 잡아준다. 견디기 힘든 비통함과 절실함의 순간에 애도에 있어 다른 어떤 책도 할 수 없는 방식으로 당신을 위해 존재할 것이다.
_아트 클레인, 『아버지와 아들』 저자




오로지 애도에만 집중할 것

죽음에는 망인亡人 외에 또 다른 당사자가 있다. 바로 그를 알고 살아온, 그를 기억하며 살아갈 우리다. 누구든 어느 순간 부모를 잃으며, 형제자매도 우리 곁을 떠나간다. 자식을 앞세우는 부모는 자기 목숨이 붙어 있는 것에 죄책감을 느끼고, 커다란 사회재해로 친구를 잃은 또래들은 트라우마를 극복하지 못한다. 애도하는 자들이 가장 먼저 느끼는 감정은 죄책감이다. 그를 옆에서 지켜보는 또 다른 이들은 위로를 제대로 할 줄 몰라 자책한다. 한 사람의 죽음은 자책의 연쇄고리를 낳는 것이다.
『우리는 저마다의 속도로 슬픔을 통과한다』는 우리가 애도의 슬픔을 제대로 겪고 나오도록 일러주는 안내서다. 이 책은 가까운 이의 죽음을 겪은 사람과 애도 중에 있는 그를 지켜보는 이들 모두 저마다의 속도로 슬퍼하는 게 필요하며, 일상을 되찾는 것은 한발 한발 천천히 해도 된다고 말하고 있다. 애도엔 지름길이 없고, 우리는 ‘회복탄력성’ 같은 그럴듯한 말을 되새기며 눈물을 닦지 않아도 된다. “애도의 형태와 깊이는 전적으로 자신에게 달려 있다.”
우리 사회는 애도하는 방법을 제대로 가르쳐준 적이 없다. 그래서 이것마저 배워야 하는 일이 되었고, 이 책은 애도의 한가운데를 통과해서 나온 수많은 사람이 슬픔은 어떻게 위로하면 되는지 일러준다. “일상으로 돌아가요” “1년이나 지났으니 이제 많이 나아졌을 거야”라는 말은 금물이다. 상실을 겪은 이와 겪어보지 않은 이는 커다란 강을 사이에 두고 있는 전혀 다른 존재다. 그 간극은 어쩌면 좁혀지기 어렵지만 우리는 그들 곁에 있어주고, 그들의 일상사 처리를 도우면서 애도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고 이 책은 알려준다. 때론 유가족의 아이를 보살펴주고, 그들의 공과금 납부를 대신 해주거나 음식을 만들어 먹이는 게 그들의 삶을 지탱시켜줄 것이다. ‘당신에게 다가가고 싶지만 너무 비탄에 빠져 있어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라는 태도를 취한다면 그와 당신의 관계는 영원히 깨져버릴 수도 있다.
가까운 친구가 죽었다면, “친구 삶의 일부를 가져와 당신의 것으로 만들어라”라고 저자들은 말한다. 그럼으로써 그는 당신 속에 남아 있게 된다. 남편이나 아내를 급작스레 잃었다면 우리는 자기 정체성을 끊임없이 정의하고 또 정의하는 일에 직면하게 된다. 배우자끼리 너무 친밀한 삶을 살아왔다면 애도를 깊숙이 통과한 후 “그에 대한 의존성을 줄여나가야 한다”고 이 책은 현실적으로 조언한다.
동일본 대지진 때 일본인들이 애도를 표한 방식이나, 베트남 전쟁 이후 베트남 국민이 전쟁의 혼을 위로한 방식에 비하면 한국은 애도 행위에 있어 취약한 모습을 보여왔다. 그것은 개인의 짐으로 떠넘겨져 어느덧 사회적 대사고가 발생하면 모두들 낮은 우울증의 늪을 알아서 건너야 하는 처지가 되어버렸다. 우리는 자기 자신에 대한 의무뿐 아니라 타인에 대한, 사회에 대한 의무를 지닌 존재다. 그러니 마음이 무거워져야 할 의무에서 너무 빨리 벗어나서는 안 된다. 그건 그 존재의 의미를 의도적(비의도적)으로 삭제하는 일이다.
이 책은 상실을 대하는 우리가 언젠가 황폐화된 죽음의 경험에서 삶으로 건너올 수 있다고 위로하는 일도 놓치지 않는다. 그래서 마지막은 ‘재건’ 작업에 집중되어 있고, 그것은 우리 모두가 이제 다시 ‘죽음’이 아닌 ‘삶’에 초점을 맞추도록 부드럽게 촉구한다.

저는 울고 소리를 질러요. 저는 상처를 입었어요

“저는 그것을 통과해나가려고 고군분투하고 있어요. 저는 넘어져요. 울어요. 저는 소리를 질러요. 고래고래 고함을 질러요. 그리고 저는 서성이고 서성이고 서성거려요. 그러나 저는 그것을 통과해나가려는 중이에요.”

“슬픔은 끈적거리는 것이고 마음에 끔찍한 짓을 해요. 그 일 이후 결코 예전 같을 수 없어요. 모든 것이 바뀌고 인생의 현실은 잔혹해요. 제가 동일시할 수 있는 것은 상처를 핥는 동물뿐이에요. 저는 상처를 입었고, 제 자신의 시간과 제 자신의 방법으로 치유할 시간이 필요해요.”(열일곱 살의 딸을 자살로 잃은 엄마 다이애나)

애도가 검은 날개를 펼쳐 감싸면 우린 종종 심각한 병에 걸린 사람처럼 된다. 한번 끔찍한 상실을 겪고 나면 더 이상 예전과 같은 방식으로 삶을 바라볼 수 없게 된다. 취약함의 느낌은 내 앞날조차 단축시키는 것 같고, 다른 가족이나 연인, 친구도 어쩌면 죽을지 모른다는 강한 공포감을 불러일으킨다. 이때 세상의 철학은 당신에게 일어난 일을 설명할 수 없다. 많은 애도자가 상실을 처음 겪을 때 “미칠 것 같았다”고 말한다. 죽음으로 인한 상실은 이처럼 자아와 세계를 완전히 뒤흔들어놓는다. 애도 중인 사람은 “인간이 견딜 수 있는 가장 극한의 재난 상황”에 처해 “심장을 틀어쥔 고통”을 느낀다. 그런데 애도하는 이들을 곁에서 지켜보는 이들은 물론 애도를 직접 겪는 사람들조차 이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해 더 힘든 시간을 보낸다. 우리는 먼저 애도에 대한 오해를 바로잡고, 애도라는 여행을 다시 이해해야만 한다.
브룩 노엘과 패멀라 블레어는 자신들의 경험과 그들이 만난 수많은 내담자의 사례를 통해 애도자에게 일어나는 일을 현실적인 차원에서 제시하고 설명한다. 동시에 어떤 애도도 객관화하거나, 일반화하지 않으며 그것의 고유함을 잊지 않는다. 애도를 단계별로 설명하면서도 어느 순간 애도가 그런 단계와 전혀 무관하게 이루어질 수 있음을 상정하고, 애도를 부모·자식·배우자·친구 등 관계에 따라 세분화하면서도 그것들이 서로 뒤엉키고 교차할 수 있음을 일깨워준다. 이들의 조언은 그래서 더 현실적인 것이 된다. 다 아문 줄 알았던 상처가 갑자기 치명적인 고통으로 되살아나는 순간, 혹은 인생에서 가장 가까운 친구이기도 했던 배우자를 잃었을 때 겪게 되는 이중의 고통…… 이 책을 읽은 수많은 독자가 입을 모아 “내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고 말하는 이유는, 이처럼 복잡한 모습을 하고 있는 우리의 애도를 가능한 한 여러 각도에서 세밀하게 직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애도의 신체적·감정적·정신적 증상들

애도 과정에서 우리의 몸과 마음은 커다란 변화를 겪는다. 특히 충격과 혼란이 극심한 시점에는 신체적인 증상 또한 명백하게 나타난다. 가슴 부위의 불편감, 수면 장애, 무기력, 식욕 저하/과식, 입 마름, 떨림, 마비감, 두근거림, 어지러움, 방향감각의 상실, 두통/편두통, 탈진, 숨 참 등은 일반적인 증상이다. 또한 많은 애도자가 정신 산만, 현실 부정, 분노, 약물 의존 경향, 우울감과 불안감, 두려움, 충동적인 생각, 강박적인 생각, 목적 상실 등과 같은 정신적·감정적 증상을 호소한다.
매복해 있던 감정이 평온하던 시기에 갑자기 덮쳐오기도 한다. 저자들은 애도자가 불편하거나 비정상적이라고 느낄 수 있는 분노와 두려움 같은 감정에도 이유가 있다고 설명한다. 분노는 자연스럽고 타당한 감정이며, 표출됨으로써 치유의 길을 열어줄 수 있다. 책은 표출되지 않은 분노는 내면의 우울 혹은 외부로의 공격성으로 변화할 수 있다면서, 안전한 방식으로 분노를 표출할 실질적 방법들을 제시한다. 두려움도 마찬가지다. 애도 초기의 두려움은 애도자로 하여금 죽음에 관한 생각에 매몰되지 않도록 정신을 분산시켜주고, 잠재적인 통제감을 준다. 모든 것이 통제 밖에 있다고 여기는 애도자들에게 이러한 감각은 안도감을 주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한편 신체적 증상도 중요한 고려 요인이다. 그러나 이런 변화가 극단적인 회피 행동, 자기 관리의 포기, 장기간 지속되는 우울·불안·부정, 전치된 분노, 자기파괴적인 생각들, 약물 중독 등으로 나타날 때는, 몸과 마음의 엄중한 경고 신호로 받아들이고 즉시 전문가를 찾아가야 한다고 저자들은 조언한다.

애도에 관한 오해,
상실을 직접 겪은 이들이 말하는 애도

갑작스러운 상실은 애도자들을 이방인으로 만든다. 거기에는 애도에 관한 잘못된 믿음들이 중요하게 작용한다. 저자들은 10년간 수많은 유족과 긴밀히 접촉하며 가장 흔하게 발견되는 스물여덟 가지 애도에 관한 오해를 다음과 같이 제시한다.
바쁘게 살면 벗어날 수 있다, 너무 오래 끌지 말아야 한다, 분노는 부적절하다, 검은 옷을 입어야 한다, 약이나 술로 잊을 수 있다, 상실을 입에 올리면 더 고통스러울 것이다, 강해야 한다, 고인이 더 이상 고통받지 않아 다행이다, 죄책감을 느껴야 마땅하다, 울어야만 한다…… 이 모든 오해와 편견은 자기만의 애도를 통과 중인 많은 애도자로 하여금 스스로의 상태를 ‘비정상적인 것’으로 인식하고 자기의심을 놓지 못하게 만든다.
두 저자는 일찍이 가족을 떠나보낸 이들로서, 또 전문가로서 애도 과정에서 흔히 갖는 사회적 편견과 오해로부터 애도자들을 변호하고 보호한다. 애도에는 매뉴얼도 시간표도 없고, 삶이 제각각이듯 애도 또한 고유한 과정임을 상기시켜준다. 술과 약물로 애도를 회피할 수 없음을 알려주고, 마음 깊이 아끼던 누군가가 사라졌다는 현실을 직면할 수 있도록 곁에 있어준다. 미쳐도 괜찮다고 말해주며, 전문가와 상담을 받아야 하는 상태를 일러준다. 분노와 고통을 표현하라고 이야기하며, 스스로에게 관대해지라고 주문한다. 상실감의 깊이가 근거 없는 기준에 의해 함부로 평가받지 않도록 애도자의 편에서 그들을 지지해준다. 혼자서는 감당할 수 없는 고통임을 인지키시면서도, 홀로 있고 싶을 때는 그렇게 해도 좋다는 것을 상기시킨다.
이 책에는 애도를 경험한 수많은 평범하고 선량한 사람이 등장한다. 생명줄과도 같았던 오빠를 잃은 브룩 노엘, 파트너이자 친구였던 전남편을 잃은 패멀라 블레어뿐 아니라 형제자매를 잃은 사람, 남편을 잃은 아내, 둘도 없던 친구를 잃은 이, 연인을 잃은 사람 등 수많은 애도자가 등장한다. 또 이들은 벌알레르기, 교통사고, 군軍 사고, 범죄 피해, 자살, 9·11 테러 같은 대형 참사 등 각기 다른 사망의 원인과 그로부터 오는 저마다의 곤란을 털어놓는다. 책에 등장하는 애도자들은 자신이 애도 과정에서 몸소 깨달은 바를 독자와 공유함으로써, 애도가 단지 상실의 고통을 통과하는 과정을 차원이 아닌 성장의 일부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리고 이들의 이야기는 모이고 쌓여 사회적 차원에서 더 성숙한 애도의 문화를 만들어낸다.

애도 여정의 안내서

이 책은 무엇보다 애도자들이 실제 애도 과정에서 유용한 조언을 얻고, 그것을 자기만의 애도에 적용시키며 삶을 재건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쓰였다. 그렇기에 갑작스럽게 상실을 경험한 사람들이 애도의 시기와 단계에 따라, 고인과의 관계에 따라, 상황에 따라 여러 방식으로 도움을 얻을 수 있도록 구성되었다.
특징적인 점은 부모를 잃었을 때와 자녀를 잃었을 때, 배우자를 잃었을 때와 친구를 잃었을 때, 자살로 누군가를 잃었을 때와 사회적 재난으로 잃었을 때 애도의 속도와 방식은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저마다의 사례로 세밀한 경험들을 나누고 있다는 점이다.
2부는 매우 실용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는데, 애도 중에 있을 때 직장 사람들이나 이웃과 어느 정도로 거리를 두어도 되는지, 아이들에겐 아빠나 엄마가 세상을 떴다는 사실을 어떤 식으로 설명해주면 되는지, 남성과 여성은 슬픔에 대하는 자세가 어떻게 다른지 등을 일러준다. 이것은 다른 이들과의 연결 속에서 애도하는 당신 자신에게 오로지 집중하도록 하는 조언들이다.
애도는 거대한 행위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배우자의 사망 후 새로운 삶의 단계에 이르기까지는 보통 3~5년이 걸리지만, 아이를 잃은 부모의 애도는 10~20년 또는 평생 계속될 수 있다고 한다. 그렇지만 이런 경우에도 애도자들은 결국 삶을 향해 한 걸음씩 내딛는다. 애도하면서 토대를 하나씩 쌓아올려가는 것이다. 애도를 통과해 나온 이들은 말한다. “우울증은 여전히 따라다니지만, 산산조각 났던 그 끔찍한 날로부터 나는 먼 길을 왔다”고.
그렇기에 이 책은 수많은 고통을 남김없이 나누면서도 결국엔 터널을 빠져나올 수 있다는 재건의 희망을 보여주고 있다.

구매가격 : 14,900 원

당신을 기억하는 밥

도서정보 : 윤혜선 | 2019-02-13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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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음식 안엔 남모를 기억이 스며 있다
뭉근하도록 오래 졸여진 사람 한 그릇, 눈물 한 모금
어쩌면 당신의 이야기일지도 모를 서른두 편의 에세이


내게 두부는 그런 이미지다.
뙤약볕 아래서 견디며 여무는 콩. 그 딱딱한 것이
액체로 흐물흐물 갈아졌다가 다시 팔팔 끓어 고체가 되는 과정,
수건을 쓴 뽀얗고 붉은 할머니 그리고 땀을 닦는 수건,
그것으로 깊이 각인되어 있다.
아들을 사랑하는 내 일이 심장을 눈물에 담가 불려 천천히 갈아서
그것을 더 큰 사랑과 지혜와 노력이라는 연료로 다시 가열하고 가열해
눈처럼 하얀 형태로 다시 모양을 잡아가야 하는 일은
아니었는지 생각에 잠긴다. _ ‘두부요리’(p.65)



■ 책 소개

돼지 불고기, 달래 된장찌개, 미나리 전, 가지올리브유절임……
인생극장을 공연 중인 ‘심야식당’

일본 후쿠오카에서 두 시간 남짓 달려, 다시 택시를 타고 10여 분 들어가면 오카와치야마라는 자그마한 마을이 나온다. 임진왜란 이후 끌려온 조선 도공들이 터를 잡은 이곳은 기술을 전수받은 이 지역 장인들이 대를 이어 도자기를 만들고 있는 장인촌이다. 이색적이면서도 친근감이 가는 소박한 자기들 중에서도 유독 눈길을 오래 붙잡은 것이 있었으니 청색 기운이 도는 투명한 백자 밥공기였다. 저기에 따뜻한 쌀밥을 담아 명란을 얹어 먹고 싶은 마음에 냉큼 구입했다. 햇살을 받아 투명해진 도자기 속에서 김이 모락모락 나는 하얀 밥. 그것만으로도 사람의 마음은 따뜻해진다.

한 편 한 편 특별한 레시피, 특별한 사연

『당신을 기억하는 밥』은 김이 모락모락 나는 갓 지은 밥 같은 책이다. 저자가 특별히 아끼는 음식 서른두 가지에 얽힌 이야기를 통해 삶을 돌아보고 다시 따뜻하게 보듬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책의 부제가 ‘사람에 지친 당신을 위한 음식 치유 에세이’다. 한 편 한 편 읽을 때마다 눈을 감게 되고, 눈을 감고 가만히 글쓴이의 마음을 짐작해보게 된다. 음식만큼 전염력이 강한 글감이 있을까. 어떤 글에서든 마음은 이미 현을 팽팽하게 당겨 소리 낼 준비를 하고 있다.
누구의 인생이 평범하랴만, 이 책의 저자 또한 평범함과는 거리가 있는 인생 경력의 소유자다. 이혼 후 홀로 남자아이 셋을 키우며 학원을 경영해왔다는 사실 하나로도 소금 1톤을 삼킨 것 같은 기분이지 않은가. 그간 있었던 남편과의 전쟁, 아들들과의 지지고 볶음, 결연한 삶의 재건, 여러 가지 것들과의 피할 수 없는 투쟁이 강퍅하게 감아들어 온다. 만약 이 책이 하나의 요리라면 짠맛을 내는 기본 조미료가 이런 부분들이다. 사람에 지친 저자는 음식을 통해 많은 치유를 받았기 때문에 여기엔 여러 가지 달콤하고, 구수하고, 쫄깃하고, 슴벅슴벅한 맛도 스며든다. 외할머니와의 추억, 엄마와의 해후를 장식하는 양미리 조림, 친한 언니가 비결을 찔러준 주먹밥, 고교 시화전 에피소드의 끝을 장식한 순대볶음 등이 그러하다.

타인의 삶을 단풍잎처럼 꽂아둔 자서전

읽다보면 음식으로 읽는 한 개인의 파란만장한 자서전인데, 단풍잎처럼 접혀 있는 타인들의 삶을 꺼내 읽는 맛이 아주 옹골차게 좋다. 권위 있는 셰프가 알려주는 공식같은 레시피는 이 책에 없다. 이 책이 아니었다면 우리가 평생 존재했는지도 몰랐을 사람들, 저자를 키워낸 사람들로부터 자연스럽게 후대로 전이되어온 실시간 음식 조리법 전수의 역사를 목도하는 재미도 좋다.
아무리 좋은 식재료라도 정성과 손맛이 없다면 평범해진다. 자신만의 방식과 도전이 없다면 내놓을 만하다고 할 수 없다. 이 두 가지 철학이 믹싱되어서 이 책의 음식들이 탄생했고, 그와 어울리는 배경의 삶이 펼쳐진다는 게 매력이기도 하다. 특히 식재료에 대한 독특한 해석과 의미 부여는 이 책의 커다란 특징 중 하나다. 앞에도 인용했지만 저자에게 두부는 “뙤약볕 아래서 견디며 여무는 콩. 그 딱딱한 것이 액체로 흐물흐물 갈아졌다가 다시 팔팔 끓어 고체가 되는 과정, 수건을 쓴 뽀얗고 붉은 할머니 그리고 땀을 닦는 수건, 그것으로 깊이 각인되어 있다.”
저자에게 김치는 안개꽃과 같다. 어디에나 잘 어울리고 홀로 접시에 담겨 있어도 단아하고 그윽하다. 아침에 밥솥을 열었더니 “생쌀들이 팅팅 부은 얼굴로 메롱”했던 날이 있었다. 취사 버튼을 누르지 않고 잔 것이다. 김치볶음밥은 그럴 때 구원투수처럼 등장한다. 김치볶음밥에서 가장 중요한 게 뭘까? 김치볶음밥은 저자에게 음식을 할 때 중요한 것이 “적당한 시간과 온도”라는 걸 알려줬다.

요리는 삶을 되새김질하는 시간

만날 때마다 새로운 느낌을 주는 사람이 있다. 음식도 그렇다. 저자에게 요리할 때마다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오는 식재료가 있다면 단연 버섯이다. 그중에서도 느타리버섯! 탱글거리면서도 아삭하고 아삭하면서도 쫄깃하다. 어떻게 요리할까? 저자는 기름을 두르지 않고 달군 팬에 노릇노릇 구워 기름장에 찍어먹는 걸 선호한다.
음식이 치유라는 걸, 이 책을 통해 우린 어떻게 알 수 있을까. 꼭 알아야 하는 건 아니겠지만 ‘닭백숙’(p.52)과 ‘굴국밥’(p.114)과 ‘고추잡채’(p.128) 챕터를 보면 어렴풋이 그 작용의 섭리가 그려진다. 저자의 삶에 아직도 많은 그늘을 드리우고 있는 전남편은 이 책 전반에 걸쳐 등장한다. 가령 “전남편은 군인이었다” “전남편이 외도를 해서 내 신뢰를 깬 것은 아니었다”는 식으로 서두를 열고 사연이 펼쳐진다. 그와의 관계를 되씹고 따져보는 시간은 고통스럽다. 하지만 되새김질은 고통을 소화시키기 위한 것이다. 고추잡채는 “결혼시절 살던 감옥 같았던 군인아파트에서 배운 것”이다.

“나라는 나무를 땅에서 억지로 파내 뿌리를 싹뚝 잘라 외딴 곳에 갖다 박아둔 듯 쓸쓸하고 외롭던 시절 배운 요리가 지금은 여러 사람에게 맛나다는 인사를 듣는 요리가 되었다. 고추잡채를 먹을 땐 그러니 항상 웃는다. 오늘 울었다고 내일도 울라는 법이 없다는 것은 이것만 봐도 확실하다.”(p.132)

만두전골은 “외손주가 너무 이뻐서 나까지 이뻐하신” 전남편의 외할머니를 생각나게 하는 요리다. 절에 다니시던 그 분은 어느 날 성경책을 꺼내 읽으셨는데 빵 터진 가족들이 이유를 묻자 “천국 갈라고 그런다!”고 외치듯 대답하신 분이었다. 집에 가면 텃밭에서 따준 생강잎에 쌈을 싸주신 할머니가 저자에게 어느 날 건네주신 것이 전골냄비다. 뙤약볕을 걸어 마을회관을 지나 버스를 탈탈탈 타고 장에 나가 사왔을 이 냄비를 저자는 버릴 수 없었다. 저자는 백숙을 할 때 만두전골을 따라붙인다. 그 닭육수를 사용하는 게 가장 좋기 때문이란다.

모든 좋은 영양분은 아이들에게 간다

팝콘처럼 톡톡 튀는 세 아들과의 이야기는 이 책 구석구석에 떨어져 있는데 저자가 하는 음식의 팔할이 저 아이들을 먹이기 위한 것이다. 귀갓길에 큰아들이 문자를 보내 주문한 ‘참치비빔밥’(p.133), 1000밀리리터 우유곽을 통째로 얼려뒀다가 깍둑썰기로 만드는 여름간식 ‘팥빙수’(p.138), “뜨거운데 시원하다는 게 무슨 말인지 알 것 같아요”라고 아이들이 외치게 만든 ‘어묵탕’(p.146), 다 큰 성인인 척 하는 아이가 아이다움을 드러낼 때 그런 아이가 사랑스러워지는 엄마가 살이 통통 오른 하지감자를 써서 만든 ‘닭볶음탕’(p.157) 등 누군가를 먹이기 위해 고민하는 사람들이 공감할 내용이 많다.
이 책을 읽다보면 어딘가의 물줄기들이 한 곳으로 모이는 듯한 느낌을 준다. 마음에 깊은 수원지를 가진 사람은 퍼내서 베푸는 데 익숙하지만 그 수원지는 말라 사라지지 않는다. 엄마와 아내로서, 자식으로서, 친구와 선후배로서 살아오면서 만들어진 ‘나’는 비록 세상을 향해 도드라지진 않았지만 자신만의 깊고 아늑한 세계를 만들어 타인을 초대할 수 있는 품을 갖게 되었다. 이런 것이 우리에게 필요한 소중한 이야기다.

구매가격 : 8,400 원

인공지능과 윤리

도서정보 : 김효은 | 2019-02-12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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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윤리의 문제들은 그 사안들의 파급속도가 직접적이고 빠르다. 인공지능의 응용, 그리고 인공지능과 뇌의 연결 기술 등은 비교적 파급력이 크고 즉각적으로 효용을 제공하기 때문에 충분한 윤리적 숙고의 기회 없이 사회에 수용되는 경향이 있다. 이와 관련된 윤리적 문제들을 미리 예측하고 논의해 방향을 설정해 두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렇지 않으면 사회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구매가격 : 7,840 원

미루기의 천재들

도서정보 : 앤드루 산텔라 | 2019-02-12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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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으른 게 아니라 바쁠 뿐입니다"
문학, 예술, 심리, 종교, 과학사를 넘나들며 길어 올린 미루는 사람들을 위한 강력한 변명

구매가격 : 9,600 원

노자 도덕경

도서정보 : 노자 | 2019-02-08 | PDF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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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교사상이 중국의 문화와 철학에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하였음은 누구나 인정하는 바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덕경』에 대한 표준적인 번역서를 구해보기란 좀처럼 어렵다. 물론 중국어로 된 것과 한글로 된 것이 많이 나와 있긴 하다. 그러나 역자의 눈에는 기존의 번역서가 지나치게 분석적이어서 초심자들이 읽기가 쉽지 않거나, 아니면 지나치게 의역으로 되어서 본문과 유리된 점이 많았다. 그리하여 역자는 평소에 이 책을 반복하여 읽고 사색한 결과를 토대로 하여 새로운 번역서를 만들어 보기로 작정하게 되었다. 노자의 사상에 대하여 관심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읽기 쉬운 번역서를 구하지 못하여 고심했던 여러 학생과 일반인들에게 이 책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구매가격 : 10,000 원

싱킹 스피치

도서정보 : 박경식 | 2019-02-08 | PDF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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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문학, 신학을 전공하고 연간 500회 이상 강연을 하는 지은이가 인간관계에서 핵심능력인 소통을 잘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자 스피치 발표훈련 지침서를 펴냈다. 소통을 잘한다는 것은 유창은 언변이 아니라 필요한 말을 필요한 때에 필요한 만큼 하는 것이라 한다. 또 스피치는 경청으로부터 출발한다고 한다. 상대방의 말을 선입견 없이 듣고 상대방의 말을 끝까지 들은 후 자신에게 질문하고 들려오는 대답소리를 듣고 상대의 말을 듣는다면 온전한 경청이 된다고 한다.
이 책은 5장에 걸쳐 스피치 개념, 음성언어 훈련, 낭독훈련, 멘탈훈련, 발표훈련, 기억훈련, 문자언어 훈련, 몸짓언어 훈련을 예시를 들어가며 설명하고 있다.
지은이는 대중스피치 발표의 성공조건으로 심리적인 안전감, 효과적인 전달력, 논리적인 내용 구성이라 한다. 천천히 여유 있게 말하고 또박또박하게 말하고 큰소리로 자신 있게 말하고 자연스럽게 말하고 끝말을 정확하게 말하라고 조언한다. (매일신문 김동석 기자)

구매가격 : 17,000 원

나의 책 읽기 수업

도서정보 : 송승훈 | 2019-02-07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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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여 년간 책 읽기 수업을 해온 최고의 교사,
그의 수업 현장을 다큐멘터리처럼 한 권의 책에 담았다!
2017년 초등학교, 2018년 중·고등학교에서 시행된 한 학기 한 권 읽기, 그 실제의 모습

산전수전뿐만 아니라 공중전까지 겪어온 21년차 국어 교사 송승훈. EBS 선정 ‘최고의 교사’이자 대입수능 출제위원이기도 했던 그가, 신임 교사 시절의 부끄러운 경험을 되짚어보면서 그 실패를 넘어설 수 있는 책 읽기와 글쓰기 수업의 비법을 한 권의 책으로 선보인다.

그는 고백한다. 처음 교사가 되어 학생들에게 자신이 아끼는 책을 권했더니, 나중에 그 책이 교실 뒤에 있는 재활용품함에 들어가 있었다고. 바로 그 재활용품함이야말로 자신이 이제까지 해온 독서교육의 둥지였다고. 학생들과 토론을 하면 아주 멋질 줄 알았는데, 학생들은 토론을 시키면 어느새 딴 얘기만 잔뜩 하더라고. 그러나 그는 좌절하지 않고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되물었다. ‘대체 왜 실패한 걸까.’ 새로운 시도라고 해서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지만, 그는 거듭된 실패를 거치면서 그다음을 찾아 나간다.

구매가격 : 12,000 원

중국문학 50년사

도서정보 : 이육사 | 2019-02-04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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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복(嚴復)으로 말하면 영문(英文)이나 옛 중문(中文)의 정도가 매우 높은데도 불구하고 그가 항상 주의하고 구차히 하지 않았으므로 비록 일종의 ‘사문자(死文字)’를 사용하여도 완전히 ‘달(達)’한다는 데까지 성공을 하였던 것이다. 그가 책을 번역할 때의 정중한 마음이라든지 태도에는 아주 감사하여 잊지 않았다.

구매가격 : 5,000 원

참된 삶

도서정보 : 알랭 바디우 | 2019-02-01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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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할 말은 상당히 간명하다. 나의 목적은 젊은이들의 타락이다.”

젊은이들이 진리의 주체로서 참된 삶을 살아가기를
소년들, 그리고 소녀들에게 보내는
‘늙은’ 철학자 알랭 바디우의 제언


“나는 젊은이들의 타락을 요구한다”
바디우가 이 글을 시작한 2015년, (프랑스어판은 2016년 출간) 바디우의 나이는 일흔아홉이었다. 그는 글을 시작하면서 가장 먼저 일흔아홉인 자신이 왜 젊은이들에게 젊음에 관해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지 밝힌다. 늙은이가 젊은이에게 훈계한다는 오해, 소위 자신은 꼰대가 아니라는 변명을 하고자 한 듯하다. 그가 젊은이들에게 말을 걸려는 이유는 복합적이지만, 무엇보다 그는 젊은이들이 겪는 중대한 방황을 관찰해왔다. 아들딸과 그들의 친구들이 있는 그대로의 세계를 헤쳐나가며 그 가운데 자기의 자리를 찾는 것을, 그리고 젊은이들의 자기비하 경향을 목도했다. 그는 계속해서 학생들을 가르쳤고, 이주민 숙소나 공장에서 정치 활동가로 일하며 이주 노동자 젊은이들을 만났다. 미래에도 여전히 가치 있을 법한 것을 전수하기 위한 것이 철학이라면, 철학의 청중은 당연히 젊은이여야 하고, 그렇기에 “젊음의 문제는 바로 철학자의 문제”라고 그는 이야기한다.
그러면서 소크라테스가 “젊은이들을 타락시켰다”는 이유로 사형선고를 받은 아주 유명하고도 오래된 이야기에서부터 논의를 풀어나간다. 여기서의 ‘타락’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듯 타락의 삼요소로 불리는 돈, 쾌락, 권력에서의 타락이 아니다. 오히려 젊은이들에게 이 모든 것보다 우월한 ‘무언가’가 있음을, 바로 ‘참된 삶’이 있음을 보여줌으로써 시작되는 타락이다. 그것은 노력할 가치가 있는, 살아갈 보람이 있는, 돈이나 쾌락이나 권력을 훨씬 능가하는 무엇이다.
오늘날 젊음을 바라보는 시각은 이중적이다. 젊은이들은 이중으로 대상화된다. 젊음은 찬란하고 아름다운 것으로서 ‘숭배’의 대상이 되는 반편, 기성세대에게 미래를 위한 재료로 간주되는 ‘착취’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과거 소크라테스 시대에 젊음이 이용 가능한 대상이 되는(가문과 나라의 미래를 위해 재산을 물려받고 공적인 삶을 꾸려나가야 하는) 상황에서, 보다 나은 참된 삶이 있다는 생각을 유포하는 일은 불온한 것으로 취급되었다. 그러나 비단 고대 아테네에서의 일만이 아니다. 현대사회에서도 이러한 일은 반복된다. 오늘날 이러한 충돌은 ‘세대 갈등’이라는 이름으로 드러난다. 그렇다면 바디우는 도대체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걸까?
바디우는 1장 첫 부분에서 이렇게 이야기한다. “왜 (나는) 젊은이들 자신에게 젊음에 관해 이야기하고자 하는 보충적인supplementaire 관심을 가지는가?” 여기서 ‘보충적인’이라는 말은 어떤 것에 무언가를 더한다는 의미를 넘어, 다른 것을 더함으로써 원래의 것의 성격을 아예 바꿔버린다는 의미로 이해해볼 수 있다. 다시 말해 바디우는 젊은이들을 문제와 분석의 대상으로, 위로를 필요로 하는 측은한 대상으로 보는 것을 거부하고, 젊은이의 타락을 요청하는, 즉 젊은이들이 스스로 어떤 대상이 되기를 거부하고 진리의 ‘주체’로 살아갈 것을 요청하는 철학의 오래된 주제를 재차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입문의례 없는 입문의례를 거치는 소년들
알랭 바디우는 소년들(2장)과 소녀들(3장)에게 각각 한 장씩 할애한다. 그는 양성의 차이가 ‘오늘날의 젊은이들을 사유하는 일’에 분명하게 다른 영향을 준다고 이야기한다. 전통의 동요로 인해 젊은이들은 이전 시대에 비해 한층 자유로운 입장에 서게 되었다. 사회가 정해놓은 입문의례가 사라지고 과거 전통 사회에서 이어져온 노년 숭배도 사라졌기 때문이다. 여기서 바디우가 전통에서의 입문의례로 들고 있는 예시는 소년의 경우 군복무이고, 소녀의 경우 결혼이다. 이는 프랑스 사회의 경우이기 때문에 한국 상황에 완전히 대입할 수는 없겠지만 방향성은 일정하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소년들, 즉 남자 젊은이들 혹은 아들들의 장래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며 바디우는 프로이트의 『토템과 타부』, 『모세와 일신교』에서 원시 부족 무리의 모티프를 차용하여 이를 전제로 이야기를 전개해나간다. 원시 부족 무리 안에서 모든 향유(주이상스)의 수단을 독점하는 아버지가 있다. 어느 날 아버지의 아들들은 모여서 함께 아버지를 죽이고 공동체 내의 향유 수단을 공유한다. 그러나 이러한 부친 살해의 죄책감은 오히려 아버지를 유일신의 형상으로 만들고, 결국 ‘아버지에 대한 봉기’는 일종의 아들들의 입문의례로 자리 잡는다.
하지만 지독한 반反자본주의자이자 마오주의자인 바디우의 표현에 따르면, “자본주의라는 얼음물”에 빠져 전통적 상징화가 사라지는 과정에서 현대 사회는 이러한 아들들의 입문의례가 사라져버렸으며, 젊음은 숭배의 대상이 되었고 오히려 아버지가 아들의 젊음을 질투하는 형상이 된다. 아들들은 ‘입문의례가 없는 입문의례’를 거쳐 어른의 몸이 되어서도 온전한 어른이 되지 못한다. 즉, 성인의 유아화를 겪는다. 바디우는 이러한 형상들에서 벗어나기 위한 해독제로 (사랑, 정치, 예술, 과학을 통한) 진리의 네 가지 절차를 제시한다. 도착倒着된 몸은 진정한 사랑의 마주침에 이름으로써, 희생된 몸은 참된 정치에 동참함으로써, 능력 있는 몸은 예술과 과학에 힘씀으로써, 자본주의에 의해 붕괴된 상징의 부재에서 벗어날 수 있다. 오늘날의 젊은 아들들에게는 새로운 폭력과 상징이 필요한 것이다.


‘여성-일자’를 벗어나 새로운 여성상으로
그러나 소년들보다도 전통의 붕괴로 인해 더 많은 변화를 맞는 건 소녀들, 즉 여자 젊은이들 혹은 딸들이다. 소녀들의 장래를 다룬 마지막 3장에서 바디우가 주목하는 수는 ‘둘’이다. ‘둘’을 생각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시몬 드 보부아르의 『제2의 성』에서 이야기하는 남성이라는 ‘하나’(1-일자)에 비추어 남성의 타자로서 제시되는 두 번째 성으로서의 둘이다. 그러나 이 책에서 바디우가 강조하는 바는 순서를 나타내는 둘로서의 둘이 아니라 수의 크기를 나타내는 기수 체계에 따른 둘이다. 즉 여성을 나타내는 숫자 둘이 남성을 나타내는 하나에 비해 더 크다는 의미가 된다.
바디우는 헤겔의 주인-노예 변증법을 통해 전통에서 자본주의로 가는 남자-여자의 관계를 설명한다. 주인은 모든 일을 노예에게 시키고 결국 본인은 할 줄 아는 일이 하나도 없게 된다. 그러므로 노예는 어느 순간 주인의 역량을 능가하게 되고, 이를 계기로 주인과 노예의 관계는 역전될 가능성이 다분해진다. 점점 물리적인 힘의 필요가 사라지고 있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남성의 입지는 계속해서 줄어들고 있다. 게다가 남자는 입문의례가 사라져버린 탓에 어른이 되지 못하지만, 여자는 소녀들이라도 해도 이미 성인 여성과 같이 조숙하다.
전통 사회에서 소녀들의 문제는 단순하다. 결혼을 하느냐 마느냐. 그러나 자본주의 사회에서 딸은 더 이상 결혼의 논리로만 환원되지 않는다. 전통의 세계에서 딸(소녀)과 여자를 가르는 것이 남자였다면, 소녀들은 점점 남성적 억압이나 오래된 세계에 퍼져 있던 결혼에 대한 의존성에서 벗어나게 된다. 소녀들은 동시대를 사는 소년들보다 훨씬 편하게 지내고, 실제로 학업 면에서 특히 더 나은 성취를 보인다.
이때 한 가지 바디우가 지적하고 넘어가는 것은 “부르주아적이면서도 위압적인 페미니즘” 조류인데, 이러한 페미니즘 담론은 기존의 남성 중심의 질서를 그대로 여성으로 옮겨오고 싶어한다. 말하자면 남성적 의미의 하나-일자를 남성-일자에서 여성-일자로 가져오고 싶어하는 것인데, 바디우는 이러한 여성-일자를 지양하고, 위계 구도 자체를 타파하는 장래의 새로운 여성상을 찾기를 주장하고 있다. 바디우는 이 이야기를 하면서 약간은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는데, 스스로도 3장의 첫머리에서 이야기한다. “소녀들에 대해, 어린 딸들 또는 젊은 여자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늙은 남자라면 그 자체로 매우 위험한 일이다”라고.
결국 바디우가 젊은이들에게, 소년과 소녀들에게 호소하는 젊은이들의 타락이란, 소년들은 스스로에게 규율을 부여할 새로운 상징을 찾으라는 것이며(즉 어른이 되라는 것이며), 소녀들은 자본주의적 ‘여성-일자’의 유혹에서 벗어나 기존에 없던 새로운 여성상을 정립하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 목적지는 결국 결코 실존하지 않지만 언제나 젊은이들 안에 간직되어 있을 ‘참된 삶’에 대한 호소다.

구매가격 : 9,000 원

심야의 철학도서관

도서정보 : 토린 얼터, 로버트 J. 하월 | 2019-02-01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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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지하실 환풍기 냄새에서 시작된
의식에 관한 일주일간의 심야 철학 토론

세계의 선율과 심상은 어떻게 우리 마음속에 존재하는가?

“의식에 관한 수수께끼를 명료하고 이해하기 쉽게 풀어내면서 대화를 시작한다.
대화가 끝날 무렵이면 독자는 의식에 관한 주요 논제를 대부분 살펴보고
최신 이론까지 접하기에 이른다. 두 저자가 의식 분과에 중대한 기여를 한 철학자들인 만큼
대화는 철학적으로 깊이가 있다. 더불어 즐겁게 읽을 수 있다.
_데이비드 차머스, 호주국립대 의식연구소 전 소장

“의식 문제를 명쾌하게 다룬다. … 첫 장을 펼치자마자 이 책에 빠져들었다.”
_존 하일, 워싱턴대 세인트루이스·모내시대 교수

“독자의 관심을 사로잡는다. 주요 논제에 관한 여러 입장과 논증을 개괄적으로 제시한다.”
_앨프리드 밀리, 플로리다주립대 교수


‘의식이 없다’ ‘의식이 깨어 있다’고 말할 때 의식이란 무엇일까? 의식이 없는 사람을 바라볼 때의 막막함과 인간 의식의 무한한 가능성을 이야기할 때의 경이로움 사이에는 분명한 간극이 존재한다. 우리가 꿈을 꿀 때, 깨어서 이런저런 감각과 생각에 사로잡혀 있을 때…… 어느 때에나 우리 머릿속에는 ‘말 없는 회색 물질’인 뇌가 들어 있을 뿐이다. 이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너무도 생생한 우리 자신의 의식 경험과 우리가 결코 알 수 없고 가늠할 수조차 없는 타인의 의식 경험, 심지어는 동물과 식물의 ‘의식’까지도 과학은 물리적으로 완벽히 설명 가능한 대상이라고 여긴다. 또 그에 관한 과학적(물리적) 증거들도 날로 쌓여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물리적으로 구현될 수만 있다면 과학이 인간 의식을 만들어낼 수 있으리라는 가능성, 알파고가 우리와 같은 의식을 지닌 존재가 될 수 있으리라는 전망에 대해 의심의 여지없는 명징함보다는 신비감을, 때로는 회의감을 더 느낀다. 의식의 정체正體는 사실, 의식을 두뇌활동의 산물로 설명하고 그것을 인공지능이라는 기계적 의식으로 구현한 과학의 시대인 지금보다 더 오래전부터 인간의, 특히 철학의 주된 관심사였다. 이 책은 의식에 대한 우리의 그 오랜 관심이 철학이라는 학문 속에서 어떻게 탐구되고 논의되어왔는가를 다룬다.

이야기의 시작은 깊은 밤 도서관. 대학원생 톨렌스와 포넨스는 지하실에서 ‘어떤’ 냄새를 맡는다. 두 사람이 숨 막혀 죽을 뻔한 냄새가 ‘알싸한 단내’라는 법대생 톨렌스와 ‘쉰내’라는 철학과 학생 포넨스. 둘은 동일한 화학물질로 구성된 공기를 두고 서로 다른 경험을 한다. ‘냄새’라는 객관적 사실에 대해 이견이 있을 수 없다고 말하는 톨렌스에게 답하며, 포넨스는 (이 책의 원제인) ‘의식에 관한 대화A Dialogue on Consciousness’의 포문을 연다. “공기 중에 어떤 화학물질이 있느냐는 객관적 사실의 문제이지만, 그 화학물질의 냄새는 우리 마음이 그 물질을 어떻게 지각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거야. 네 마음은 이렇게 지각하고, 내 마음은 저렇게 지각할 수 있다는 말이지. 네가 냄새 분자를 말하는 거라면, 냄새 자체는 같아. 하지만 우리가 냄새 맡을 때의 느낌을 말하는 거라면, 다르지.” 톨렌스의 생각은 다르다. “우리가 냄새를 어떻게 지각하느냐는 객관적인 문제여야 한다고 봐. 그저 뇌가 정보를 처리하는 방식의 문제일 뿐이니까. … 해답은 전부 뇌 안에 있어.”

마음과 몸, 영혼의 존재
책에는 두 주인공 톨렌스와 포넨스 외에, 의식에 관해 각기 다른 이슈를 들고 대화에 참여하는 등장인물들이 등장한다. 그 첫 인물은 “누가 뭐래도 영원한 영혼의 존재를 믿”는다고 말하는 ‘누스’. 그는 몸과 마음을 영혼과 구분 지으면서, 몸이 썩으면서 생각하고, 느끼고, 개성을 나타내고, 감정을 품는 뇌(마음)도 함께 썩었을 때, 그래서 영혼이 텅 비게 되었을 때조차 그 영혼은 자신이라고 주장한다. 누스와의 대화는 의식 문제를 본격적인 철학 논의로 끌어오며 그 유명한 17세기 데카르트의 상상가능성 논증을 소환한다.

데카르트의 상상가능성conceivability 논증
1. 나는 내 마음이 내 몸 없이 존재하는 것과 내 몸이 내 마음 없이 존재하는 것을 맑고 또렷하게 상상할 수 있다.
2. X가 Y 없이 존재하는 것과 Y가 X 없이 존재하는 것을 맑고 또렷하게 상상할 수 있으면, X는 Y 없이 존재할 수 있고 Y는 X 없이 존재할 수 있다.
3. 그러므로, 내 마음과 몸은 제각기 독립적으로 존재할 수 있다.
4. 그러므로, 내 마음과 몸은 다르다.

세 사람은 데카르트의 논증, 우리가 상상할 수 있다는 사실(자연적/법칙적 가능성과 대비되는 형이상학적 가능성)을 죽어서 마음 없이 관에 놓인 몸, 스키 타기, 슈퍼맨이 된 클라크 켄트 등의 상상 가능한 사례를 들어 알기 쉽게 설명한다. 그러나 상상가능성이 존재 여부를 결정하는가는 또 다른 문제다. 영혼이 존재한다는 누스의 주장, 데카르트의 상상가능성 논증은 신학자 앙투안 아르노의 반론과 데이비드 흄의 명저로 꼽히는 『인간 본성에 관한 논고』, 보헤미아의 엘리자베스 공주가 지적한 공간관계에 의해 재차 반박되면서 그 모순을 드러낸다.

과학이 마음을 다루는 방식
누스에 이어 등장한 인물은 과학도서관에서 온 벨라. 그녀는 신경과학, 인지과학에서 기술공학까지 광범위한 영역에서 의식에 관한 과학의 설명을 대변한다. 벨라에 따르면 과학자들은 이미 ‘생각하는 기계’, 즉 컴퓨터를 만들었다. 알파고가 등장하기 한참 전인 1997년에 이미 컴퓨터 디프블루는 인류 역사상 최고의 체스 선수인 가리 카스파로프를 이긴 바 있다. 20세기 중반 이후 마음은 줄곧 과학적으로 탐구될 수 있는 대상이라고 여겨져왔다. 심지어 마음은 물리적으로 기술하는 세계의 일부에 불과하며, 우리의 모든 감각과 우리가 경험하는 모든 현상은 과학적으로 증명되고 설명될 수 있다는 사실도 어떤 이들에게는 당연하게 받아들여진다.
과학이 마음이 작동하는 방식 혹은 의식과정, 나아가 의식 자체를 남김없이 설명하는 것은 과연 시간문제일 뿐일까? 의식을 인식과 동일시하는 벨라에게 포넨스는 또 다른 의식 개념이 있음을 상기시킨다. “마이크로프로세서가 과열될 때, 컴퓨터가 일자리를 못 구하는 실직자처럼 느낄까? 컴퓨터가 뭐라도 느끼긴 할까? 자기 점검을 포함한 컴퓨터의 활동에 느낌이 따라다닐까? 난 의심스러운걸.” 이것이 단지 복잡함의 문제일 뿐, 현상이 추가된 것은 아니라는 벨라에게 포넨스는 다시 신경과학의 ‘맹시blind-sight’와 토머스 네이글이 자신의 유명한 논문 「박쥐가 된다는 건 어떤 느낌일까?」에서 제시한 반향정위 개념 등을 들어 ‘물리적인 것’이 전부가 아닐 가능성을 제기한다.

네이글의 논증
1. 어떻게 주관적으로 보이는 현상적 속성이 사실은 객관적이며 물리적인 속성일 수 있는지를 설명하는 이론적 틀이 있을 경우에만, 물리주의가 어떻게 참일 수 있는지를 이해할 수 있다.
2. 우리에겐 그런 틀이 없다.
3. 그러므로, 우리는 물리주의가 어떻게 참일 수 있는지 알 수 없다.

네이글의 논증에 따르면 과학은 물리주의가 참인지 여부를 결정할 틀을 제공하지 못한다. 포넨스는 과학의 객관적 정보로부터 현상적 성질의 주관성을 뒷받침하는 틀을 어떻게 만들지, 만들 수 있기나 한지조차 알기 힘들다고 말한다. 프랭크 잭슨은 물리주의의 문제점을 드러낼 사례로서 가상의 인물 ‘메리’를 끌어온다. 평생 흑백 방에 갇혀 흑백 강의로 색시각에 관한 ‘모든 물리적 사실’을 배운 메리가 자신이 살던 방에서 나와 난생처음 빨간 장미를 본다면, 물리적 진리 외에 새로운 무언가를 알게 될까? 메리가 방을 나가 빨간색을 보는 순간, 모든 것이 달라진다고 말할 수 있을까? 지식 논증은 이를 그럴듯하게 설명한다.

지식 논증
1. 물리적 진리로부터 연역할 수 없는 진리가 있다. 즉, 메리가 흑백 방을 나갈 때 새로 알게 되는 진리가 있다.
2. 물리적 진리로부터 연역할 수 없는 진리가 있다면, 물리적 진리가 함축하지 않는 진리가 있고, 따라서 물리주의는
거짓이다.

지식 논증에서 본격화된 물리적 사실 및 물리적 속성과 의식에 관한 세 사람의 대화는 메리 사례에서 현존하는 심리철학자들의 주요 개념을 아우르며 잭슨의 지식 논증, 차머스의 좀비 논증 등 구체적인 반물리주의 논증으로 나아간다. 마음이 세계를 표상하는 방식, 경험의 투명성, 설명 간극, 인식론적 간극, (과학의 객관적 용어로 기술할 수 없는) 경험의 주관성 등은 물리주의를 주장하는 벨라의 예리한 반박들에 의해서도 쉽게 격파되지 않고, 심지어 우리가 아직 무지無知하다는 사실로도 속 시원히 반박되지 않는다. 이 책의 묘미는 바로 이 치열한 논증과정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한 철학자의 긍정식은 다른 철학자의 부정식이다

‘한 철학자의 긍정식은 다른 철학자의 부정식이다.’ 책의 시작에 붙은 이 철학 격언은 포넨스와 톨렌스, 누스, 벨라, 아니무스, 에피스타인 등 여러 등장인물이 나누는 대화를 따라가며 그 논증의 엄격함을 들여다보다 보면 좀더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이들은 각자 뚜렷한 입장과 그것을 드러내는 말하기 방식을 갖고 있다. 누군가 무엇을 주장하면, 다른 사람이 이를 반박하고, 그 반박은 또다시 반박된다. 포넨스와 톨렌스를 중심으로 한 이들의 대화는 매일 밤 의식의 세계를 집요하게 파고든다.
책은 현상적 의식의 주관성을 완벽하게 설명해내지 못하는 물리주의의 문제에 대해 다루면서도, 조건부로 물리주의 입장을 취하는 톨렌스와 끝까지 다른 가능성을 열어둔 채 반물리주의 논증을 펼치는 포넨스를 화해시키지 않는다. 독자가 과학을 절대적으로 신뢰하는 벨라의 편에 있든, 그보다는 회의적인 물리주의에 다가서 있는 톨렌스의 편에 있든, 반물리주의 쪽에서 다른 주장들을 두루 이해하는 포넨스의 입장에 가까이 있든, 이 책의 엄격한 논증 방식은 ‘의식’이라는 까다롭고 신비로운 주제에 관해 저마다의 자리에서 생각해봄직한 논의를 제공한다. 『심야의 철학도서관』은 의식이라는 심오한 주제를 젊은 대학원생들의 농담, 심지어 인간이 아닌 트롤의 입까지 빌려 대화 형식으로 알기 쉽게 풀어내지만, 의식을 다루는 심리철학에서 중대한 기여를 한 저자들이 쓴 책인 만큼 그 논의가 결코 가볍게 다루어지지는 않는다. 의식 문제에 오랫동안 깊이 천착해온 두 심리철학자 토린 얼터와 로버트 J. 하월이 대화체로 써내려간 심야 철학 토론은 ‘의식이란 무엇인가’라는 단순해 보이는 질문이 우리 자신에 관해 얼마나 많은 물음을 던질 수 있는지를 일목요연하게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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