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가 위험해

도서정보 : 양철수 | 2019-11-15 | PDF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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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Welcome, Come on! - 학주, 설대, 유아의 합창

합창
Welcome, Come on, Welcome, come on
학생주임
우리는 선생님입니다. 학생을 가르치는 건 우리의 큰 기쁨이지요.
지식만 가르치는 건 아닙니다.
우린 인성을 가장 중요시하는 대한민국의 선생이거든요.
그러니 우린 바쁠 수밖에 없죠. 하지만 난 이 일에 사명감을 가지고 있답니다.
적어도 겉으로는 말이죠.

합창
Welcome, Come on, Welcome, come on
설대(국어)
나 역시 선생님입니다. 하지만 사명감 따위 잊어버린 지 오래됐지요.
그래도 티를 내지는 않습니다.
나는 인성을 가장 중요시하는 대한민국의 선생이거든요.
그리고 나는 성적을 최고로 친답니다. 그래도 아이들은 평등하게 대하는 척하죠.
적어도 겉으로는 말이죠.

합창
Welcome, Come on, Welcome, come on
유아(영어)
저는 초보 선생님입니다. 그리고 저는 모든 아이들을 사랑으로 대합니다.
하지만 그게 잘 안 될 때도 있습니다.
나는 인성을 가장 중요시하는 대한민국의 선생인데 말이죠.
저 역시 성적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지식만으로 순서를 정할 수도 없죠.
(풀죽어)적어도 겉으로는 말이죠.

합창
Welcome, Come on, Welcome, come on
Welcome, Welcome, come on, come on
come on, come on, Welcome, Welcome
Everybody Welcome ~~

구매가격 : 2,000 원

이만희 희곡집 1 - 가벼운 스님들

도서정보 : 이만희 | 2019-10-31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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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과 공간을 견디는 정전(正典)의 힘”
일상의 즐거움부터 삶의 깊이까지, 인간 본연의 모습을 다각도로 고찰하는 거장의 세계
한국 연극의 거장 ‘극작가 이만희’의 40년 작품 세계를 집대성하다!





◎ 도서 소개

고단한 일상을 경쾌하게 풀어내며
독자와 관객들에게 다시 살아갈 힘을 전하는

시대를 관통해 살아 숨 쉬는 명작 18편, 이만희 희곡 전집

작품성과 대중성을 모두 좇으며 일상의 비애를 발랄하고 유머러스하게 풀어내온 극작가 이만희가 등단 40주년을 맞아 희곡 전작 18편을 한 번에 묶어냈다. 1992년 초연 당시 3년 6개월간 공연하며 20만 명의 관객을 동원한 〈불 좀 꺼주세요〉는 서울시 정도(定都) 600주년 기념 타임캡슐에 수장되기도 했으며, 〈용띠 개띠〉는 10년간 장기 공연된 작품이기도 하다. 그 외에도 잊거나 묻어버린 삶의 세목에서, 가장 중요한 인간에 대한 애정을 잔잔하게 일깨워주는 작품이 많다. 미학적 완성도를 자랑하는 작품 〈돌아서서 떠나라〉는 영화 〈약속〉으로 만들어져 당시 최고의 흥행 기록과 더불어 지금까지 한국의 대표적인 멜로영화로 꼽히고 있다. 아울러 1993년 국립극단에서 초연된 이래 지속적으로 공연되고 있는 〈피고 지고 피고 지고〉는 인생을 달관한 자가 아니면 보여줄 수 없는 맑은 경지를 보여주고 있다.
1979년 《동아일보》 장막 희곡상을 받으며 등단하여 올해로 등단 40주년을 맞아. 2004년 10편의 작품으로 출간되었던 전집에 새로운 작품 8편이 더해져 새로운 전집으로 출간되었다. 이 작품집이 시간과 공간의 압력을 견디는 정전의 힘으로 또 다른 무대와 장면을 새롭게 연출해낼 것을 기대한다.



이만희 작가의 작품은 1년 내내 공연됩니다. 때로는 대학로에서, 때로는 지방의 크고 작은 극장에서, 혹은 연극영화학과의 실습 작품으로 끊임없이 공연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간혹 그의 작품이 엉뚱한 대본으로 개작되어 공연되는 걸 본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늘 정본(定本)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드렸고, 그 결과 네 권의 ‘이만희 희곡집’이 나오게 되었습니다. 여기에 수록된 18편의 작품은 모두 정전(正典, canon)입니다. 공연은 시대 상황이나 사회문화적 배경에 따라 조금씩 달라질 수 있지만, 정전은 그러한 시간과 공간의 압력을 견디는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본래의 자리로 되돌아오게 합니다. _ 이종대(교수, 평론가)




◎ 지금, 이만희 희곡집이 필요한 이유

희곡의 목적은 무대에 오르고 관객을 만나는 것이다. 극작가 이만희를 한국 연극의 거장이라 부르며 연극과 함께한 그의 40년을 특별히 기억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그의 작품은 과거에 남겨져 있지 않고, 여전히 무대에 올라 현재의 관객을 웃기고 울리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경남 김해에서 문을 연 ‘명배우 봉하극장 콜로노스’의 첫 번째 작품은 〈언덕을 넘어서 가자〉였다. 이 작품은 70을 바라보는 초등학교 동창생들의 이야기로, 철없고 오해 많던 시기를 지나 뜻대로 풀리지 않는 인생을 살아온 세 명의 초등학교 동창생의 우정과 사랑을 또 다른 희망의 모습으로 그려낸 작품이다. 초연은 2008년. 이후 10년 동안 꾸준히 상연되어왔다. 또한 그에 앞서 지난해 9월에는 열악한 환경에서 오랜 시간 무대를 지켜온 원로들의 업적을 기리고자 만들어진 ‘늘푸른연극제’가 3회째를 맞아, 연극제의 마지막 공연으로 〈피고 지고 피고 지고〉를 무대에 올렸다. 이 작품은 젊은 시절 각종 범죄로 이름을 날렸던 세 명의 남자가 한 몸 누일 곳도 마땅치 않은 처지가 되자, 우연히 만난 혜초 여사의 제안에 따라 신라 시대 유물이 묻힌 돈황사 절터에서 도굴을 하는 이야기이다. 왕오, 천축, 국전으로 개명한 이들은 아무리 파도 나오지 않는 유물에 실망하지 않고 서로 부딪치고 화해하면서 인생을 이야기한다. 1993년에 초연되어 국립극단 최고 흥행작으로 꼽히는 이 작품은 여전히 관객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이처럼 이만희의 희곡은 의미 있는 연극 무대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명실상부 한국 연극의 정전이다. 그러니 그의 작품에 출연한 배우들 역시 주목을 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특히 2009년 〈돌아서서 떠나라〉에는 공상두 역에 유오성, 채희주 역에 진경?송선미가 출연하여 화제가 되기도 했다. 영화 〈약속〉을 기억하는 많은 관객은 가슴 아픈 남녀의 사랑이 영화와 어떻게 다르게 전달될지 많은 관심을 가졌다. 2013년에는 〈그것은 목탁구멍 속의 작은 어둠이었습니다〉 공연에서 오현경이 방장스님 역을, 최종원이 망령 역을 맡았다. 특히 오현경, 박팔영, 이문수, 민경진 네 명의 배우는 스님 역할을 위해 조개사에서 삭발을 해서 이 연극에 대한 각별한 마음을 보여주었다. 한편 이만희 작가의 작품으로 데뷔를 한 유명 배우도 있다. 송새벽은 1998년 〈피고 지고 피고 지고〉에 출연하며 연기를 시작했다고 잘 알려져 있다.

이만희의 작품이 배우들에게만 특별한 것은 아니다. 극작과 연출을 하는 후배들에게도 이만희는 멘토이자 롤모델로 존경을 받고 있으며, 그의 작품들은 훌륭한 가르침이 된다. 특히 어둡고 진지한 이야기로 관객들의 외면을 받고 장르적 변화를 꾀하는 과정에서 고민을 하는 후배들에게는 ‘코미디’가 우리 삶에 어떤 힘이 되는지, 그 위대함에 대해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과연 그의 작품은 삶의 비루와 고통을 무겁게 품고 있으면서도 유머와 희망을 잃지 않는다. 바로 이러한 점이 시간의 흐름이 무색하리만치 그의 작품이 오랫동안 ‘지금’의 이야기로 관객들 곁에서 사랑받을 수 있는 이유이다.

때문에, 교수이자 평론가로 활동하는 이종대가 발문에서 밝히고 있듯이 이만희의 작품은 1년 내내 공연이 된다. 앞서 예로 든 의미 있는 무대뿐만 아니라 대학로의 소극장에서, 지방의 크고 작은 극장에서, 연극영화학과의 실습 작품으로 여러 학교에서. 하지만 읽는 책보다는 공연을 위한 대본으로 연극판을 떠도는 인쇄물 위주로 볼 수 있는 희곡의 특성상, 연출 과정에서 개작을 거치면서 원본이 아닌 엉뚱한 대본이 그 자리를 대신하게 되는 경우도 생기게 되었다. 2004에 출간한 전집 이후 발표된 작품의 경우에는 더욱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다. 이렇게 정본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었고, 비로소 이만희의 극작 40년을 맞아 지금까지 발표한 희곡 18편을 네 권의 책으로 엮어내기에 이르렀다. 이것은 관련 전공자들은 물론 연극을 사랑하는 이들에게도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또한 이 네 권의 책에 담긴 18편의 작품은 동시대의 한국 희곡을 극장에서 연극의 형태로 관람하는 것을 넘어서 문학 작품으로 읽는 새로운 재미와 감동을 독자들에게 선사해줄 것이다.


◎ 본문 소개

견숙 내기할까예?

용두 내기? 내…… 내가 말입니더, 친구들하고 먹기 내기해서 져가, 달성공원을 알몸으로 한 바퀴 돈 사람입니더. 신문에 난 거 못 봤습니꺼? 달밤에! 달성공원! 스트리킹!

견숙 내기라면 내 앞에서 언급을 말아주세요. 내도요, 짜장면 다섯 그릇 먹기 내기에 져서 불침을 한꺼번에 아흔아홉 방 맞은 사람입니더. 그 흉터가 이겁니더.

용두 잘 만났심니더.

견숙 (수첩과 볼펜을 꺼내며) 쓰소 마.

용두 당신도 틀리면 내 하라는 대로 다 하는 깁니더.

견숙 걱정 마소.

용두 무조건!

견숙 나 프롭니더.


어둠 속에서

「결혼행진곡」이 우렁차게 울려 퍼진다.

_(「용띠 개띠」, pp. 22~23)



지월 그럼 워치켜. 종팔이는 니 두 눈 읎인 뭇 살겄다고 하고, 넌 죽어도 종팔이하구는 뭇 살겄고 하니, 그 냥 니 두 눈을 뽑아서 줘버리면 다 되는 거 아녀. 두 눈이 읎다고 중노릇 뭇 하는 것도 아니고, 또 보 는 게 보는 게 아니고, 또 본다고 해서 다 보이는 것도 아닌디, 그냥 쓸데읎는 거 달고 다닐 필요 읎 이 줘버리자니깨.

우남 진짜루유?

지월 이.

우남 알았슈. 생각 좀 해보구유.

지월 생각허구 말 것도 읎다니깨. 당장 햐.

우남 아, 그래도 워치케 아무런 각오도 안 하고 막 뽑아 준대유? 안 그류?

지월 죽으면 다 먼진디, 먼지 주제에 뭔 각오를 하고 말고 그랴.

우남 아, 그래두유.

지월 그려 그럼. 각오가 끝나면 곧바로 실행하는 겨.

우남 예. 헌디 이 두 눈을 워치케 뽑을 뀨?

지월 그건 걱정 말어. 손으로 푹 찌르면 그냥 튀어나와.

우남 ……예?

지월 막상 뽑았는디, 후회되면 말햐. 도로 넣어줄 테니깨.

_(「가벼운 스님들」, pp. 188~189)



민두상 아프리카는 처음이신가요? 선생님 나이가 쉬흔서넛쯤? 저도 선생님 나이에 이곳에 와 정착했지요. 저한테도 선생님 같은 친구가 있었습죠. 행운의 숫자 7을 끔찍이도 좋아하는. 세수할 때도 얼굴을 일곱 번 문대고, 양치질은 일흔일곱 번, 밑도 일곱 번 닦는 친구였어요. 하여 그 친구를 칠칠이라 불렀습니다.

안광남 뭐어? 칠칠이?

민두상 예, 칠칠이요. 자 한번 써보시라니깐요? (씌워준다.)

안광남 (내던진다.)

민두상 (구석에 떨어진 모자를 주우며) 선생님 성깔 참 대단하십니다. 이게 일명 아프리카 모자라는 겁니다. 칠칠이가 선물한 거죠. 비행기를 타야만 아프리카를 가는 게 아닙니다. 전 이 모자를 썼다 하면 그냥 가요, 아프리카로. 순수의 땅입죠. (조심스럽게 다시 씌워준다.)

안광남 미친놈.

민두상 너무하십니다그려. 제 나이가 일흔일곱입니다. 못 돼도 스무 살은 위인 이 늙은이한테 놈 자라니. ……너무 상심하지 마세요. 아직도 제 나이에 비하면 앞날이 창창하신 양반께서 돈 몇 푼 때문에 기죽고 그러십니까. 아, 사람 나고 돈 났지 돈 나고 사람 났답니까. 자 툴툴 털고 일어서십시다. 내 아프리카에 온 기념으로 술 한잔 사겠습니다.

_(「아름다운 거리(距離)」, pp. 139~140)



월명 뽀뽀만 해도 그래요. 순진한 나로서는 전혀 이해가 안 가지만요, 뽀뽀할 때 상대방의 침을 쪽쪽 빨아 먹는다고 합디다.

탄성 예끼 이 녀석.

월명 그 뽀뽀를 이렇게 해보자 이 말입니다.

탄성어떻게?

월명 서로 주둥이만 살짝 갖다 대고 침은 각자 사발에 칵칵 뱉어 건네준 다음 상대방의 것을 핥아 먹는 거죠. 똑같은 재료에 똑같은 양인데도 병신이 아닌 다음에야 누가 그것을 핥아 먹겠어요. 역시 마음의 조화라 이거죠.

탄성 옳고 옳고. 그 아름답고 추한 것이 다 지 마음속에 있는 것을…….

월명 결국 사람들은 똥이라면 더럽다고 오두방정 다 떨면서, 밑 닦은 다음 똥을 확인하고 휴지를 접고, 닦고 보고 접고, 닦고 보고 접고 하는 엉망진창 괴물 단지라 이겁니다. 더럽다면서 뭘 그리 쳐다본답니까요?

탄성 그래 그래. 네놈 말이 맞다.

월명 일체유심조라. 해가 떠서 밝다고 보는 것도 한때의 마음이며 해가 져서 어둡다고 보는 것도 한때의 마음인 것이니라. 탄성아, 알아듣겠느냐?

탄성 예, 큰스님.

월명 둥근 그릇엔 둥근 물, 각진 그릇엔 각진 물. 그런데도 너는 그 사실을 잊고 물의 모양에만 마음을 팔고 있어. (바닥을 세 번 치고 나서) 돼지 궁둥짝에 목련이야, 할!

탄성 큰스님의 말씀 명심하겠습니다.

월명 말씀 낮추시게. 손님이 가고 없다고 하여 여관이 없어진 것은 아닌 것처럼 자네와 나와의 나이 차이야 어디 가고 없어진 것이 아니지 않는가?

탄성 무진 법문이옵니다. 하오면 (월명의 허벅지를 세게 꼬집으며) 이젠 안 아프시옵니까?

월명 (꾹 참으며) 그 아픔과 안 아픔이 다 이 마음속에 있느니라.

탄성 관세음보살.

월명 니미에미티불.

_(「그것은 목탁구멍 속의 작은 어둠이었습니다」, pp. 240~241)



천축 난 노인 호텔을 지을 거다. 만 60세 이상만 투숙할 수 있는. 미래의 주역은 노인이야. 이젠 노인들도 자식들한테 하도 당해서 유산을 미리 주지 않는다고. 자연 노인들이 갑부지. 그들을 위해 멋진 호텔을 지을 거야. 수영장, 골프장, 목욕탕, 이발소, 소극장, 도서관을 모두 갖춘 일류 호텔을. 거기서 인생을 정리하게 만들 거야.

국전 제발이지 골골거리지 말고 그때까지 호호야처럼 살아남아 있거라.

천축 사람은 세 번 태어나. 살기 위해 태어나고 살아남기 위해 태어나고 고쳐 살기 위해 다시 태어나는 거야.

왕오 고쳐 살다니?

천축 묘지를 봐두고 수의를 장만하며 인생을 정리하는 거지. 까짓거 회개도 한 번쯤 해보고.

국전 그게 죽을 준비 하는 거지 고쳐 사는 거냐?

천축 그게 그거지 뭘 그래?

국전 제대 말년에 고칠 건 또 뭐 있누?

왕오 고칠 거야 많지. 나발나발대기 좋아하는 니놈의 말버릇 입버릇 고쳐야지, 그 알쏭달쏭한 손버릇 고쳐야지, (똥 누는 시늉) 명중 못 하는 사격술 고쳐야지.

천축 대저 인생은 공수래공수거 아니던가. 백일홍이 피었다 진다 한들 어찌 세월을 탓할 쏘며, 이 몸 죽어 무소귀면 산천 또한 더불어 황천행이 아니던가.

국전 미친놈, 자기 비문을 자기가 쓰는 놈이 어딨냐?

_(「피고 지고 피고 지고」, pp. 139~140)

구매가격 : 12,000 원

이만희 희곡집 2 - 언덕을 넘어서 가자

도서정보 : 이만희 | 2019-10-31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시간과 공간을 견디는 정전(正典)의 힘”
일상의 즐거움부터 삶의 깊이까지, 인간 본연의 모습을 다각도로 고찰하는 거장의 세계
한국 연극의 거장 ‘극작가 이만희’의 40년 작품 세계를 집대성하다!





◎ 도서 소개

고단한 일상을 경쾌하게 풀어내며
독자와 관객들에게 다시 살아갈 힘을 전하는

시대를 관통해 살아 숨 쉬는 명작 18편, 이만희 희곡 전집

작품성과 대중성을 모두 좇으며 일상의 비애를 발랄하고 유머러스하게 풀어내온 극작가 이만희가 등단 40주년을 맞아 희곡 전작 18편을 한 번에 묶어냈다. 1992년 초연 당시 3년 6개월간 공연하며 20만 명의 관객을 동원한 〈불 좀 꺼주세요〉는 서울시 정도(定都) 600주년 기념 타임캡슐에 수장되기도 했으며, 〈용띠 개띠〉는 10년간 장기 공연된 작품이기도 하다. 그 외에도 잊거나 묻어버린 삶의 세목에서, 가장 중요한 인간에 대한 애정을 잔잔하게 일깨워주는 작품이 많다. 미학적 완성도를 자랑하는 작품 〈돌아서서 떠나라〉는 영화 〈약속〉으로 만들어져 당시 최고의 흥행 기록과 더불어 지금까지 한국의 대표적인 멜로영화로 꼽히고 있다. 아울러 1993년 국립극단에서 초연된 이래 지속적으로 공연되고 있는 〈피고 지고 피고 지고〉는 인생을 달관한 자가 아니면 보여줄 수 없는 맑은 경지를 보여주고 있다.
1979년 《동아일보》 장막 희곡상을 받으며 등단하여 올해로 등단 40주년을 맞아. 2004년 10편의 작품으로 출간되었던 전집에 새로운 작품 8편이 더해져 새로운 전집으로 출간되었다. 이 작품집이 시간과 공간의 압력을 견디는 정전의 힘으로 또 다른 무대와 장면을 새롭게 연출해낼 것을 기대한다.



이만희 작가의 작품은 1년 내내 공연됩니다. 때로는 대학로에서, 때로는 지방의 크고 작은 극장에서, 혹은 연극영화학과의 실습 작품으로 끊임없이 공연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간혹 그의 작품이 엉뚱한 대본으로 개작되어 공연되는 걸 본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늘 정본(定本)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드렸고, 그 결과 네 권의 ‘이만희 희곡집’이 나오게 되었습니다. 여기에 수록된 18편의 작품은 모두 정전(正典, canon)입니다. 공연은 시대 상황이나 사회문화적 배경에 따라 조금씩 달라질 수 있지만, 정전은 그러한 시간과 공간의 압력을 견디는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본래의 자리로 되돌아오게 합니다. _ 이종대(교수, 평론가)




◎ 지금, 이만희 희곡집이 필요한 이유

희곡의 목적은 무대에 오르고 관객을 만나는 것이다. 극작가 이만희를 한국 연극의 거장이라 부르며 연극과 함께한 그의 40년을 특별히 기억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그의 작품은 과거에 남겨져 있지 않고, 여전히 무대에 올라 현재의 관객을 웃기고 울리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경남 김해에서 문을 연 ‘명배우 봉하극장 콜로노스’의 첫 번째 작품은 〈언덕을 넘어서 가자〉였다. 이 작품은 70을 바라보는 초등학교 동창생들의 이야기로, 철없고 오해 많던 시기를 지나 뜻대로 풀리지 않는 인생을 살아온 세 명의 초등학교 동창생의 우정과 사랑을 또 다른 희망의 모습으로 그려낸 작품이다. 초연은 2008년. 이후 10년 동안 꾸준히 상연되어왔다. 또한 그에 앞서 지난해 9월에는 열악한 환경에서 오랜 시간 무대를 지켜온 원로들의 업적을 기리고자 만들어진 ‘늘푸른연극제’가 3회째를 맞아, 연극제의 마지막 공연으로 〈피고 지고 피고 지고〉를 무대에 올렸다. 이 작품은 젊은 시절 각종 범죄로 이름을 날렸던 세 명의 남자가 한 몸 누일 곳도 마땅치 않은 처지가 되자, 우연히 만난 혜초 여사의 제안에 따라 신라 시대 유물이 묻힌 돈황사 절터에서 도굴을 하는 이야기이다. 왕오, 천축, 국전으로 개명한 이들은 아무리 파도 나오지 않는 유물에 실망하지 않고 서로 부딪치고 화해하면서 인생을 이야기한다. 1993년에 초연되어 국립극단 최고 흥행작으로 꼽히는 이 작품은 여전히 관객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이처럼 이만희의 희곡은 의미 있는 연극 무대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명실상부 한국 연극의 정전이다. 그러니 그의 작품에 출연한 배우들 역시 주목을 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특히 2009년 〈돌아서서 떠나라〉에는 공상두 역에 유오성, 채희주 역에 진경?송선미가 출연하여 화제가 되기도 했다. 영화 〈약속〉을 기억하는 많은 관객은 가슴 아픈 남녀의 사랑이 영화와 어떻게 다르게 전달될지 많은 관심을 가졌다. 2013년에는 〈그것은 목탁구멍 속의 작은 어둠이었습니다〉 공연에서 오현경이 방장스님 역을, 최종원이 망령 역을 맡았다. 특히 오현경, 박팔영, 이문수, 민경진 네 명의 배우는 스님 역할을 위해 조개사에서 삭발을 해서 이 연극에 대한 각별한 마음을 보여주었다. 한편 이만희 작가의 작품으로 데뷔를 한 유명 배우도 있다. 송새벽은 1998년 〈피고 지고 피고 지고〉에 출연하며 연기를 시작했다고 잘 알려져 있다.

이만희의 작품이 배우들에게만 특별한 것은 아니다. 극작과 연출을 하는 후배들에게도 이만희는 멘토이자 롤모델로 존경을 받고 있으며, 그의 작품들은 훌륭한 가르침이 된다. 특히 어둡고 진지한 이야기로 관객들의 외면을 받고 장르적 변화를 꾀하는 과정에서 고민을 하는 후배들에게는 ‘코미디’가 우리 삶에 어떤 힘이 되는지, 그 위대함에 대해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과연 그의 작품은 삶의 비루와 고통을 무겁게 품고 있으면서도 유머와 희망을 잃지 않는다. 바로 이러한 점이 시간의 흐름이 무색하리만치 그의 작품이 오랫동안 ‘지금’의 이야기로 관객들 곁에서 사랑받을 수 있는 이유이다.

때문에, 교수이자 평론가로 활동하는 이종대가 발문에서 밝히고 있듯이 이만희의 작품은 1년 내내 공연이 된다. 앞서 예로 든 의미 있는 무대뿐만 아니라 대학로의 소극장에서, 지방의 크고 작은 극장에서, 연극영화학과의 실습 작품으로 여러 학교에서. 하지만 읽는 책보다는 공연을 위한 대본으로 연극판을 떠도는 인쇄물 위주로 볼 수 있는 희곡의 특성상, 연출 과정에서 개작을 거치면서 원본이 아닌 엉뚱한 대본이 그 자리를 대신하게 되는 경우도 생기게 되었다. 2004에 출간한 전집 이후 발표된 작품의 경우에는 더욱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다. 이렇게 정본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었고, 비로소 이만희의 극작 40년을 맞아 지금까지 발표한 희곡 18편을 네 권의 책으로 엮어내기에 이르렀다. 이것은 관련 전공자들은 물론 연극을 사랑하는 이들에게도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또한 이 네 권의 책에 담긴 18편의 작품은 동시대의 한국 희곡을 극장에서 연극의 형태로 관람하는 것을 넘어서 문학 작품으로 읽는 새로운 재미와 감동을 독자들에게 선사해줄 것이다.


◎ 본문 소개

견숙 내기할까예?

용두 내기? 내…… 내가 말입니더, 친구들하고 먹기 내기해서 져가, 달성공원을 알몸으로 한 바퀴 돈 사람입니더. 신문에 난 거 못 봤습니꺼? 달밤에! 달성공원! 스트리킹!

견숙 내기라면 내 앞에서 언급을 말아주세요. 내도요, 짜장면 다섯 그릇 먹기 내기에 져서 불침을 한꺼번에 아흔아홉 방 맞은 사람입니더. 그 흉터가 이겁니더.

용두 잘 만났심니더.

견숙 (수첩과 볼펜을 꺼내며) 쓰소 마.

용두 당신도 틀리면 내 하라는 대로 다 하는 깁니더.

견숙 걱정 마소.

용두 무조건!

견숙 나 프롭니더.


어둠 속에서

「결혼행진곡」이 우렁차게 울려 퍼진다.

_(「용띠 개띠」, pp. 22~23)



지월 그럼 워치켜. 종팔이는 니 두 눈 읎인 뭇 살겄다고 하고, 넌 죽어도 종팔이하구는 뭇 살겄고 하니, 그 냥 니 두 눈을 뽑아서 줘버리면 다 되는 거 아녀. 두 눈이 읎다고 중노릇 뭇 하는 것도 아니고, 또 보 는 게 보는 게 아니고, 또 본다고 해서 다 보이는 것도 아닌디, 그냥 쓸데읎는 거 달고 다닐 필요 읎 이 줘버리자니깨.

우남 진짜루유?

지월 이.

우남 알았슈. 생각 좀 해보구유.

지월 생각허구 말 것도 읎다니깨. 당장 햐.

우남 아, 그래도 워치케 아무런 각오도 안 하고 막 뽑아 준대유? 안 그류?

지월 죽으면 다 먼진디, 먼지 주제에 뭔 각오를 하고 말고 그랴.

우남 아, 그래두유.

지월 그려 그럼. 각오가 끝나면 곧바로 실행하는 겨.

우남 예. 헌디 이 두 눈을 워치케 뽑을 뀨?

지월 그건 걱정 말어. 손으로 푹 찌르면 그냥 튀어나와.

우남 ……예?

지월 막상 뽑았는디, 후회되면 말햐. 도로 넣어줄 테니깨.

_(「가벼운 스님들」, pp. 188~189)



민두상 아프리카는 처음이신가요? 선생님 나이가 쉬흔서넛쯤? 저도 선생님 나이에 이곳에 와 정착했지요. 저한테도 선생님 같은 친구가 있었습죠. 행운의 숫자 7을 끔찍이도 좋아하는. 세수할 때도 얼굴을 일곱 번 문대고, 양치질은 일흔일곱 번, 밑도 일곱 번 닦는 친구였어요. 하여 그 친구를 칠칠이라 불렀습니다.

안광남 뭐어? 칠칠이?

민두상 예, 칠칠이요. 자 한번 써보시라니깐요? (씌워준다.)

안광남 (내던진다.)

민두상 (구석에 떨어진 모자를 주우며) 선생님 성깔 참 대단하십니다. 이게 일명 아프리카 모자라는 겁니다. 칠칠이가 선물한 거죠. 비행기를 타야만 아프리카를 가는 게 아닙니다. 전 이 모자를 썼다 하면 그냥 가요, 아프리카로. 순수의 땅입죠. (조심스럽게 다시 씌워준다.)

안광남 미친놈.

민두상 너무하십니다그려. 제 나이가 일흔일곱입니다. 못 돼도 스무 살은 위인 이 늙은이한테 놈 자라니. ……너무 상심하지 마세요. 아직도 제 나이에 비하면 앞날이 창창하신 양반께서 돈 몇 푼 때문에 기죽고 그러십니까. 아, 사람 나고 돈 났지 돈 나고 사람 났답니까. 자 툴툴 털고 일어서십시다. 내 아프리카에 온 기념으로 술 한잔 사겠습니다.

_(「아름다운 거리(距離)」, pp. 139~140)



월명 뽀뽀만 해도 그래요. 순진한 나로서는 전혀 이해가 안 가지만요, 뽀뽀할 때 상대방의 침을 쪽쪽 빨아 먹는다고 합디다.

탄성 예끼 이 녀석.

월명 그 뽀뽀를 이렇게 해보자 이 말입니다.

탄성어떻게?

월명 서로 주둥이만 살짝 갖다 대고 침은 각자 사발에 칵칵 뱉어 건네준 다음 상대방의 것을 핥아 먹는 거죠. 똑같은 재료에 똑같은 양인데도 병신이 아닌 다음에야 누가 그것을 핥아 먹겠어요. 역시 마음의 조화라 이거죠.

탄성 옳고 옳고. 그 아름답고 추한 것이 다 지 마음속에 있는 것을…….

월명 결국 사람들은 똥이라면 더럽다고 오두방정 다 떨면서, 밑 닦은 다음 똥을 확인하고 휴지를 접고, 닦고 보고 접고, 닦고 보고 접고 하는 엉망진창 괴물 단지라 이겁니다. 더럽다면서 뭘 그리 쳐다본답니까요?

탄성 그래 그래. 네놈 말이 맞다.

월명 일체유심조라. 해가 떠서 밝다고 보는 것도 한때의 마음이며 해가 져서 어둡다고 보는 것도 한때의 마음인 것이니라. 탄성아, 알아듣겠느냐?

탄성 예, 큰스님.

월명 둥근 그릇엔 둥근 물, 각진 그릇엔 각진 물. 그런데도 너는 그 사실을 잊고 물의 모양에만 마음을 팔고 있어. (바닥을 세 번 치고 나서) 돼지 궁둥짝에 목련이야, 할!

탄성 큰스님의 말씀 명심하겠습니다.

월명 말씀 낮추시게. 손님이 가고 없다고 하여 여관이 없어진 것은 아닌 것처럼 자네와 나와의 나이 차이야 어디 가고 없어진 것이 아니지 않는가?

탄성 무진 법문이옵니다. 하오면 (월명의 허벅지를 세게 꼬집으며) 이젠 안 아프시옵니까?

월명 (꾹 참으며) 그 아픔과 안 아픔이 다 이 마음속에 있느니라.

탄성 관세음보살.

월명 니미에미티불.

_(「그것은 목탁구멍 속의 작은 어둠이었습니다」, pp. 240~241)



천축 난 노인 호텔을 지을 거다. 만 60세 이상만 투숙할 수 있는. 미래의 주역은 노인이야. 이젠 노인들도 자식들한테 하도 당해서 유산을 미리 주지 않는다고. 자연 노인들이 갑부지. 그들을 위해 멋진 호텔을 지을 거야. 수영장, 골프장, 목욕탕, 이발소, 소극장, 도서관을 모두 갖춘 일류 호텔을. 거기서 인생을 정리하게 만들 거야.

국전 제발이지 골골거리지 말고 그때까지 호호야처럼 살아남아 있거라.

천축 사람은 세 번 태어나. 살기 위해 태어나고 살아남기 위해 태어나고 고쳐 살기 위해 다시 태어나는 거야.

왕오 고쳐 살다니?

천축 묘지를 봐두고 수의를 장만하며 인생을 정리하는 거지. 까짓거 회개도 한 번쯤 해보고.

국전 그게 죽을 준비 하는 거지 고쳐 사는 거냐?

천축 그게 그거지 뭘 그래?

국전 제대 말년에 고칠 건 또 뭐 있누?

왕오 고칠 거야 많지. 나발나발대기 좋아하는 니놈의 말버릇 입버릇 고쳐야지, 그 알쏭달쏭한 손버릇 고쳐야지, (똥 누는 시늉) 명중 못 하는 사격술 고쳐야지.

천축 대저 인생은 공수래공수거 아니던가. 백일홍이 피었다 진다 한들 어찌 세월을 탓할 쏘며, 이 몸 죽어 무소귀면 산천 또한 더불어 황천행이 아니던가.

국전 미친놈, 자기 비문을 자기가 쓰는 놈이 어딨냐?

_(「피고 지고 피고 지고」, pp. 139~140)

구매가격 : 12,000 원

이만희 희곡집 3 - 돌아서서 떠나라

도서정보 : 이만희 | 2019-10-31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시간과 공간을 견디는 정전(正典)의 힘”
일상의 즐거움부터 삶의 깊이까지, 인간 본연의 모습을 다각도로 고찰하는 거장의 세계
한국 연극의 거장 ‘극작가 이만희’의 40년 작품 세계를 집대성하다!





◎ 도서 소개

고단한 일상을 경쾌하게 풀어내며
독자와 관객들에게 다시 살아갈 힘을 전하는

시대를 관통해 살아 숨 쉬는 명작 18편, 이만희 희곡 전집

작품성과 대중성을 모두 좇으며 일상의 비애를 발랄하고 유머러스하게 풀어내온 극작가 이만희가 등단 40주년을 맞아 희곡 전작 18편을 한 번에 묶어냈다. 1992년 초연 당시 3년 6개월간 공연하며 20만 명의 관객을 동원한 〈불 좀 꺼주세요〉는 서울시 정도(定都) 600주년 기념 타임캡슐에 수장되기도 했으며, 〈용띠 개띠〉는 10년간 장기 공연된 작품이기도 하다. 그 외에도 잊거나 묻어버린 삶의 세목에서, 가장 중요한 인간에 대한 애정을 잔잔하게 일깨워주는 작품이 많다. 미학적 완성도를 자랑하는 작품 〈돌아서서 떠나라〉는 영화 〈약속〉으로 만들어져 당시 최고의 흥행 기록과 더불어 지금까지 한국의 대표적인 멜로영화로 꼽히고 있다. 아울러 1993년 국립극단에서 초연된 이래 지속적으로 공연되고 있는 〈피고 지고 피고 지고〉는 인생을 달관한 자가 아니면 보여줄 수 없는 맑은 경지를 보여주고 있다.
1979년 《동아일보》 장막 희곡상을 받으며 등단하여 올해로 등단 40주년을 맞아. 2004년 10편의 작품으로 출간되었던 전집에 새로운 작품 8편이 더해져 새로운 전집으로 출간되었다. 이 작품집이 시간과 공간의 압력을 견디는 정전의 힘으로 또 다른 무대와 장면을 새롭게 연출해낼 것을 기대한다.



이만희 작가의 작품은 1년 내내 공연됩니다. 때로는 대학로에서, 때로는 지방의 크고 작은 극장에서, 혹은 연극영화학과의 실습 작품으로 끊임없이 공연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간혹 그의 작품이 엉뚱한 대본으로 개작되어 공연되는 걸 본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늘 정본(定本)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드렸고, 그 결과 네 권의 ‘이만희 희곡집’이 나오게 되었습니다. 여기에 수록된 18편의 작품은 모두 정전(正典, canon)입니다. 공연은 시대 상황이나 사회문화적 배경에 따라 조금씩 달라질 수 있지만, 정전은 그러한 시간과 공간의 압력을 견디는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본래의 자리로 되돌아오게 합니다. _ 이종대(교수, 평론가)




◎ 지금, 이만희 희곡집이 필요한 이유

희곡의 목적은 무대에 오르고 관객을 만나는 것이다. 극작가 이만희를 한국 연극의 거장이라 부르며 연극과 함께한 그의 40년을 특별히 기억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그의 작품은 과거에 남겨져 있지 않고, 여전히 무대에 올라 현재의 관객을 웃기고 울리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경남 김해에서 문을 연 ‘명배우 봉하극장 콜로노스’의 첫 번째 작품은 〈언덕을 넘어서 가자〉였다. 이 작품은 70을 바라보는 초등학교 동창생들의 이야기로, 철없고 오해 많던 시기를 지나 뜻대로 풀리지 않는 인생을 살아온 세 명의 초등학교 동창생의 우정과 사랑을 또 다른 희망의 모습으로 그려낸 작품이다. 초연은 2008년. 이후 10년 동안 꾸준히 상연되어왔다. 또한 그에 앞서 지난해 9월에는 열악한 환경에서 오랜 시간 무대를 지켜온 원로들의 업적을 기리고자 만들어진 ‘늘푸른연극제’가 3회째를 맞아, 연극제의 마지막 공연으로 〈피고 지고 피고 지고〉를 무대에 올렸다. 이 작품은 젊은 시절 각종 범죄로 이름을 날렸던 세 명의 남자가 한 몸 누일 곳도 마땅치 않은 처지가 되자, 우연히 만난 혜초 여사의 제안에 따라 신라 시대 유물이 묻힌 돈황사 절터에서 도굴을 하는 이야기이다. 왕오, 천축, 국전으로 개명한 이들은 아무리 파도 나오지 않는 유물에 실망하지 않고 서로 부딪치고 화해하면서 인생을 이야기한다. 1993년에 초연되어 국립극단 최고 흥행작으로 꼽히는 이 작품은 여전히 관객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이처럼 이만희의 희곡은 의미 있는 연극 무대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명실상부 한국 연극의 정전이다. 그러니 그의 작품에 출연한 배우들 역시 주목을 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특히 2009년 〈돌아서서 떠나라〉에는 공상두 역에 유오성, 채희주 역에 진경?송선미가 출연하여 화제가 되기도 했다. 영화 〈약속〉을 기억하는 많은 관객은 가슴 아픈 남녀의 사랑이 영화와 어떻게 다르게 전달될지 많은 관심을 가졌다. 2013년에는 〈그것은 목탁구멍 속의 작은 어둠이었습니다〉 공연에서 오현경이 방장스님 역을, 최종원이 망령 역을 맡았다. 특히 오현경, 박팔영, 이문수, 민경진 네 명의 배우는 스님 역할을 위해 조개사에서 삭발을 해서 이 연극에 대한 각별한 마음을 보여주었다. 한편 이만희 작가의 작품으로 데뷔를 한 유명 배우도 있다. 송새벽은 1998년 〈피고 지고 피고 지고〉에 출연하며 연기를 시작했다고 잘 알려져 있다.

이만희의 작품이 배우들에게만 특별한 것은 아니다. 극작과 연출을 하는 후배들에게도 이만희는 멘토이자 롤모델로 존경을 받고 있으며, 그의 작품들은 훌륭한 가르침이 된다. 특히 어둡고 진지한 이야기로 관객들의 외면을 받고 장르적 변화를 꾀하는 과정에서 고민을 하는 후배들에게는 ‘코미디’가 우리 삶에 어떤 힘이 되는지, 그 위대함에 대해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과연 그의 작품은 삶의 비루와 고통을 무겁게 품고 있으면서도 유머와 희망을 잃지 않는다. 바로 이러한 점이 시간의 흐름이 무색하리만치 그의 작품이 오랫동안 ‘지금’의 이야기로 관객들 곁에서 사랑받을 수 있는 이유이다.

때문에, 교수이자 평론가로 활동하는 이종대가 발문에서 밝히고 있듯이 이만희의 작품은 1년 내내 공연이 된다. 앞서 예로 든 의미 있는 무대뿐만 아니라 대학로의 소극장에서, 지방의 크고 작은 극장에서, 연극영화학과의 실습 작품으로 여러 학교에서. 하지만 읽는 책보다는 공연을 위한 대본으로 연극판을 떠도는 인쇄물 위주로 볼 수 있는 희곡의 특성상, 연출 과정에서 개작을 거치면서 원본이 아닌 엉뚱한 대본이 그 자리를 대신하게 되는 경우도 생기게 되었다. 2004에 출간한 전집 이후 발표된 작품의 경우에는 더욱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다. 이렇게 정본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었고, 비로소 이만희의 극작 40년을 맞아 지금까지 발표한 희곡 18편을 네 권의 책으로 엮어내기에 이르렀다. 이것은 관련 전공자들은 물론 연극을 사랑하는 이들에게도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또한 이 네 권의 책에 담긴 18편의 작품은 동시대의 한국 희곡을 극장에서 연극의 형태로 관람하는 것을 넘어서 문학 작품으로 읽는 새로운 재미와 감동을 독자들에게 선사해줄 것이다.


◎ 본문 소개

견숙 내기할까예?

용두 내기? 내…… 내가 말입니더, 친구들하고 먹기 내기해서 져가, 달성공원을 알몸으로 한 바퀴 돈 사람입니더. 신문에 난 거 못 봤습니꺼? 달밤에! 달성공원! 스트리킹!

견숙 내기라면 내 앞에서 언급을 말아주세요. 내도요, 짜장면 다섯 그릇 먹기 내기에 져서 불침을 한꺼번에 아흔아홉 방 맞은 사람입니더. 그 흉터가 이겁니더.

용두 잘 만났심니더.

견숙 (수첩과 볼펜을 꺼내며) 쓰소 마.

용두 당신도 틀리면 내 하라는 대로 다 하는 깁니더.

견숙 걱정 마소.

용두 무조건!

견숙 나 프롭니더.


어둠 속에서

「결혼행진곡」이 우렁차게 울려 퍼진다.

_(「용띠 개띠」, pp. 22~23)



지월 그럼 워치켜. 종팔이는 니 두 눈 읎인 뭇 살겄다고 하고, 넌 죽어도 종팔이하구는 뭇 살겄고 하니, 그 냥 니 두 눈을 뽑아서 줘버리면 다 되는 거 아녀. 두 눈이 읎다고 중노릇 뭇 하는 것도 아니고, 또 보 는 게 보는 게 아니고, 또 본다고 해서 다 보이는 것도 아닌디, 그냥 쓸데읎는 거 달고 다닐 필요 읎 이 줘버리자니깨.

우남 진짜루유?

지월 이.

우남 알았슈. 생각 좀 해보구유.

지월 생각허구 말 것도 읎다니깨. 당장 햐.

우남 아, 그래도 워치케 아무런 각오도 안 하고 막 뽑아 준대유? 안 그류?

지월 죽으면 다 먼진디, 먼지 주제에 뭔 각오를 하고 말고 그랴.

우남 아, 그래두유.

지월 그려 그럼. 각오가 끝나면 곧바로 실행하는 겨.

우남 예. 헌디 이 두 눈을 워치케 뽑을 뀨?

지월 그건 걱정 말어. 손으로 푹 찌르면 그냥 튀어나와.

우남 ……예?

지월 막상 뽑았는디, 후회되면 말햐. 도로 넣어줄 테니깨.

_(「가벼운 스님들」, pp. 188~189)



민두상 아프리카는 처음이신가요? 선생님 나이가 쉬흔서넛쯤? 저도 선생님 나이에 이곳에 와 정착했지요. 저한테도 선생님 같은 친구가 있었습죠. 행운의 숫자 7을 끔찍이도 좋아하는. 세수할 때도 얼굴을 일곱 번 문대고, 양치질은 일흔일곱 번, 밑도 일곱 번 닦는 친구였어요. 하여 그 친구를 칠칠이라 불렀습니다.

안광남 뭐어? 칠칠이?

민두상 예, 칠칠이요. 자 한번 써보시라니깐요? (씌워준다.)

안광남 (내던진다.)

민두상 (구석에 떨어진 모자를 주우며) 선생님 성깔 참 대단하십니다. 이게 일명 아프리카 모자라는 겁니다. 칠칠이가 선물한 거죠. 비행기를 타야만 아프리카를 가는 게 아닙니다. 전 이 모자를 썼다 하면 그냥 가요, 아프리카로. 순수의 땅입죠. (조심스럽게 다시 씌워준다.)

안광남 미친놈.

민두상 너무하십니다그려. 제 나이가 일흔일곱입니다. 못 돼도 스무 살은 위인 이 늙은이한테 놈 자라니. ……너무 상심하지 마세요. 아직도 제 나이에 비하면 앞날이 창창하신 양반께서 돈 몇 푼 때문에 기죽고 그러십니까. 아, 사람 나고 돈 났지 돈 나고 사람 났답니까. 자 툴툴 털고 일어서십시다. 내 아프리카에 온 기념으로 술 한잔 사겠습니다.

_(「아름다운 거리(距離)」, pp. 139~140)



월명 뽀뽀만 해도 그래요. 순진한 나로서는 전혀 이해가 안 가지만요, 뽀뽀할 때 상대방의 침을 쪽쪽 빨아 먹는다고 합디다.

탄성 예끼 이 녀석.

월명 그 뽀뽀를 이렇게 해보자 이 말입니다.

탄성어떻게?

월명 서로 주둥이만 살짝 갖다 대고 침은 각자 사발에 칵칵 뱉어 건네준 다음 상대방의 것을 핥아 먹는 거죠. 똑같은 재료에 똑같은 양인데도 병신이 아닌 다음에야 누가 그것을 핥아 먹겠어요. 역시 마음의 조화라 이거죠.

탄성 옳고 옳고. 그 아름답고 추한 것이 다 지 마음속에 있는 것을…….

월명 결국 사람들은 똥이라면 더럽다고 오두방정 다 떨면서, 밑 닦은 다음 똥을 확인하고 휴지를 접고, 닦고 보고 접고, 닦고 보고 접고 하는 엉망진창 괴물 단지라 이겁니다. 더럽다면서 뭘 그리 쳐다본답니까요?

탄성 그래 그래. 네놈 말이 맞다.

월명 일체유심조라. 해가 떠서 밝다고 보는 것도 한때의 마음이며 해가 져서 어둡다고 보는 것도 한때의 마음인 것이니라. 탄성아, 알아듣겠느냐?

탄성 예, 큰스님.

월명 둥근 그릇엔 둥근 물, 각진 그릇엔 각진 물. 그런데도 너는 그 사실을 잊고 물의 모양에만 마음을 팔고 있어. (바닥을 세 번 치고 나서) 돼지 궁둥짝에 목련이야, 할!

탄성 큰스님의 말씀 명심하겠습니다.

월명 말씀 낮추시게. 손님이 가고 없다고 하여 여관이 없어진 것은 아닌 것처럼 자네와 나와의 나이 차이야 어디 가고 없어진 것이 아니지 않는가?

탄성 무진 법문이옵니다. 하오면 (월명의 허벅지를 세게 꼬집으며) 이젠 안 아프시옵니까?

월명 (꾹 참으며) 그 아픔과 안 아픔이 다 이 마음속에 있느니라.

탄성 관세음보살.

월명 니미에미티불.

_(「그것은 목탁구멍 속의 작은 어둠이었습니다」, pp. 240~241)



천축 난 노인 호텔을 지을 거다. 만 60세 이상만 투숙할 수 있는. 미래의 주역은 노인이야. 이젠 노인들도 자식들한테 하도 당해서 유산을 미리 주지 않는다고. 자연 노인들이 갑부지. 그들을 위해 멋진 호텔을 지을 거야. 수영장, 골프장, 목욕탕, 이발소, 소극장, 도서관을 모두 갖춘 일류 호텔을. 거기서 인생을 정리하게 만들 거야.

국전 제발이지 골골거리지 말고 그때까지 호호야처럼 살아남아 있거라.

천축 사람은 세 번 태어나. 살기 위해 태어나고 살아남기 위해 태어나고 고쳐 살기 위해 다시 태어나는 거야.

왕오 고쳐 살다니?

천축 묘지를 봐두고 수의를 장만하며 인생을 정리하는 거지. 까짓거 회개도 한 번쯤 해보고.

국전 그게 죽을 준비 하는 거지 고쳐 사는 거냐?

천축 그게 그거지 뭘 그래?

국전 제대 말년에 고칠 건 또 뭐 있누?

왕오 고칠 거야 많지. 나발나발대기 좋아하는 니놈의 말버릇 입버릇 고쳐야지, 그 알쏭달쏭한 손버릇 고쳐야지, (똥 누는 시늉) 명중 못 하는 사격술 고쳐야지.

천축 대저 인생은 공수래공수거 아니던가. 백일홍이 피었다 진다 한들 어찌 세월을 탓할 쏘며, 이 몸 죽어 무소귀면 산천 또한 더불어 황천행이 아니던가.

국전 미친놈, 자기 비문을 자기가 쓰는 놈이 어딨냐?

_(「피고 지고 피고 지고」, pp. 139~140)

구매가격 : 12,000 원

이만희 희곡집 4 - 피고 지고 피고 지고

도서정보 : 이만희 | 2019-10-31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시간과 공간을 견디는 정전(正典)의 힘”
일상의 즐거움부터 삶의 깊이까지, 인간 본연의 모습을 다각도로 고찰하는 거장의 세계
한국 연극의 거장 ‘극작가 이만희’의 40년 작품 세계를 집대성하다!





◎ 도서 소개

고단한 일상을 경쾌하게 풀어내며
독자와 관객들에게 다시 살아갈 힘을 전하는

시대를 관통해 살아 숨 쉬는 명작 18편, 이만희 희곡 전집

작품성과 대중성을 모두 좇으며 일상의 비애를 발랄하고 유머러스하게 풀어내온 극작가 이만희가 등단 40주년을 맞아 희곡 전작 18편을 한 번에 묶어냈다. 1992년 초연 당시 3년 6개월간 공연하며 20만 명의 관객을 동원한 〈불 좀 꺼주세요〉는 서울시 정도(定都) 600주년 기념 타임캡슐에 수장되기도 했으며, 〈용띠 개띠〉는 10년간 장기 공연된 작품이기도 하다. 그 외에도 잊거나 묻어버린 삶의 세목에서, 가장 중요한 인간에 대한 애정을 잔잔하게 일깨워주는 작품이 많다. 미학적 완성도를 자랑하는 작품 〈돌아서서 떠나라〉는 영화 〈약속〉으로 만들어져 당시 최고의 흥행 기록과 더불어 지금까지 한국의 대표적인 멜로영화로 꼽히고 있다. 아울러 1993년 국립극단에서 초연된 이래 지속적으로 공연되고 있는 〈피고 지고 피고 지고〉는 인생을 달관한 자가 아니면 보여줄 수 없는 맑은 경지를 보여주고 있다.
1979년 《동아일보》 장막 희곡상을 받으며 등단하여 올해로 등단 40주년을 맞아. 2004년 10편의 작품으로 출간되었던 전집에 새로운 작품 8편이 더해져 새로운 전집으로 출간되었다. 이 작품집이 시간과 공간의 압력을 견디는 정전의 힘으로 또 다른 무대와 장면을 새롭게 연출해낼 것을 기대한다.



이만희 작가의 작품은 1년 내내 공연됩니다. 때로는 대학로에서, 때로는 지방의 크고 작은 극장에서, 혹은 연극영화학과의 실습 작품으로 끊임없이 공연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간혹 그의 작품이 엉뚱한 대본으로 개작되어 공연되는 걸 본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늘 정본(定本)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드렸고, 그 결과 네 권의 ‘이만희 희곡집’이 나오게 되었습니다. 여기에 수록된 18편의 작품은 모두 정전(正典, canon)입니다. 공연은 시대 상황이나 사회문화적 배경에 따라 조금씩 달라질 수 있지만, 정전은 그러한 시간과 공간의 압력을 견디는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본래의 자리로 되돌아오게 합니다. _ 이종대(교수, 평론가)




◎ 지금, 이만희 희곡집이 필요한 이유

희곡의 목적은 무대에 오르고 관객을 만나는 것이다. 극작가 이만희를 한국 연극의 거장이라 부르며 연극과 함께한 그의 40년을 특별히 기억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그의 작품은 과거에 남겨져 있지 않고, 여전히 무대에 올라 현재의 관객을 웃기고 울리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경남 김해에서 문을 연 ‘명배우 봉하극장 콜로노스’의 첫 번째 작품은 〈언덕을 넘어서 가자〉였다. 이 작품은 70을 바라보는 초등학교 동창생들의 이야기로, 철없고 오해 많던 시기를 지나 뜻대로 풀리지 않는 인생을 살아온 세 명의 초등학교 동창생의 우정과 사랑을 또 다른 희망의 모습으로 그려낸 작품이다. 초연은 2008년. 이후 10년 동안 꾸준히 상연되어왔다. 또한 그에 앞서 지난해 9월에는 열악한 환경에서 오랜 시간 무대를 지켜온 원로들의 업적을 기리고자 만들어진 ‘늘푸른연극제’가 3회째를 맞아, 연극제의 마지막 공연으로 〈피고 지고 피고 지고〉를 무대에 올렸다. 이 작품은 젊은 시절 각종 범죄로 이름을 날렸던 세 명의 남자가 한 몸 누일 곳도 마땅치 않은 처지가 되자, 우연히 만난 혜초 여사의 제안에 따라 신라 시대 유물이 묻힌 돈황사 절터에서 도굴을 하는 이야기이다. 왕오, 천축, 국전으로 개명한 이들은 아무리 파도 나오지 않는 유물에 실망하지 않고 서로 부딪치고 화해하면서 인생을 이야기한다. 1993년에 초연되어 국립극단 최고 흥행작으로 꼽히는 이 작품은 여전히 관객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이처럼 이만희의 희곡은 의미 있는 연극 무대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명실상부 한국 연극의 정전이다. 그러니 그의 작품에 출연한 배우들 역시 주목을 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특히 2009년 〈돌아서서 떠나라〉에는 공상두 역에 유오성, 채희주 역에 진경?송선미가 출연하여 화제가 되기도 했다. 영화 〈약속〉을 기억하는 많은 관객은 가슴 아픈 남녀의 사랑이 영화와 어떻게 다르게 전달될지 많은 관심을 가졌다. 2013년에는 〈그것은 목탁구멍 속의 작은 어둠이었습니다〉 공연에서 오현경이 방장스님 역을, 최종원이 망령 역을 맡았다. 특히 오현경, 박팔영, 이문수, 민경진 네 명의 배우는 스님 역할을 위해 조개사에서 삭발을 해서 이 연극에 대한 각별한 마음을 보여주었다. 한편 이만희 작가의 작품으로 데뷔를 한 유명 배우도 있다. 송새벽은 1998년 〈피고 지고 피고 지고〉에 출연하며 연기를 시작했다고 잘 알려져 있다.

이만희의 작품이 배우들에게만 특별한 것은 아니다. 극작과 연출을 하는 후배들에게도 이만희는 멘토이자 롤모델로 존경을 받고 있으며, 그의 작품들은 훌륭한 가르침이 된다. 특히 어둡고 진지한 이야기로 관객들의 외면을 받고 장르적 변화를 꾀하는 과정에서 고민을 하는 후배들에게는 ‘코미디’가 우리 삶에 어떤 힘이 되는지, 그 위대함에 대해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과연 그의 작품은 삶의 비루와 고통을 무겁게 품고 있으면서도 유머와 희망을 잃지 않는다. 바로 이러한 점이 시간의 흐름이 무색하리만치 그의 작품이 오랫동안 ‘지금’의 이야기로 관객들 곁에서 사랑받을 수 있는 이유이다.

때문에, 교수이자 평론가로 활동하는 이종대가 발문에서 밝히고 있듯이 이만희의 작품은 1년 내내 공연이 된다. 앞서 예로 든 의미 있는 무대뿐만 아니라 대학로의 소극장에서, 지방의 크고 작은 극장에서, 연극영화학과의 실습 작품으로 여러 학교에서. 하지만 읽는 책보다는 공연을 위한 대본으로 연극판을 떠도는 인쇄물 위주로 볼 수 있는 희곡의 특성상, 연출 과정에서 개작을 거치면서 원본이 아닌 엉뚱한 대본이 그 자리를 대신하게 되는 경우도 생기게 되었다. 2004에 출간한 전집 이후 발표된 작품의 경우에는 더욱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다. 이렇게 정본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었고, 비로소 이만희의 극작 40년을 맞아 지금까지 발표한 희곡 18편을 네 권의 책으로 엮어내기에 이르렀다. 이것은 관련 전공자들은 물론 연극을 사랑하는 이들에게도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또한 이 네 권의 책에 담긴 18편의 작품은 동시대의 한국 희곡을 극장에서 연극의 형태로 관람하는 것을 넘어서 문학 작품으로 읽는 새로운 재미와 감동을 독자들에게 선사해줄 것이다.


◎ 본문 소개

견숙 내기할까예?

용두 내기? 내…… 내가 말입니더, 친구들하고 먹기 내기해서 져가, 달성공원을 알몸으로 한 바퀴 돈 사람입니더. 신문에 난 거 못 봤습니꺼? 달밤에! 달성공원! 스트리킹!

견숙 내기라면 내 앞에서 언급을 말아주세요. 내도요, 짜장면 다섯 그릇 먹기 내기에 져서 불침을 한꺼번에 아흔아홉 방 맞은 사람입니더. 그 흉터가 이겁니더.

용두 잘 만났심니더.

견숙 (수첩과 볼펜을 꺼내며) 쓰소 마.

용두 당신도 틀리면 내 하라는 대로 다 하는 깁니더.

견숙 걱정 마소.

용두 무조건!

견숙 나 프롭니더.


어둠 속에서

「결혼행진곡」이 우렁차게 울려 퍼진다.

_(「용띠 개띠」, pp. 22~23)



지월 그럼 워치켜. 종팔이는 니 두 눈 읎인 뭇 살겄다고 하고, 넌 죽어도 종팔이하구는 뭇 살겄고 하니, 그 냥 니 두 눈을 뽑아서 줘버리면 다 되는 거 아녀. 두 눈이 읎다고 중노릇 뭇 하는 것도 아니고, 또 보 는 게 보는 게 아니고, 또 본다고 해서 다 보이는 것도 아닌디, 그냥 쓸데읎는 거 달고 다닐 필요 읎 이 줘버리자니깨.

우남 진짜루유?

지월 이.

우남 알았슈. 생각 좀 해보구유.

지월 생각허구 말 것도 읎다니깨. 당장 햐.

우남 아, 그래도 워치케 아무런 각오도 안 하고 막 뽑아 준대유? 안 그류?

지월 죽으면 다 먼진디, 먼지 주제에 뭔 각오를 하고 말고 그랴.

우남 아, 그래두유.

지월 그려 그럼. 각오가 끝나면 곧바로 실행하는 겨.

우남 예. 헌디 이 두 눈을 워치케 뽑을 뀨?

지월 그건 걱정 말어. 손으로 푹 찌르면 그냥 튀어나와.

우남 ……예?

지월 막상 뽑았는디, 후회되면 말햐. 도로 넣어줄 테니깨.

_(「가벼운 스님들」, pp. 188~189)



민두상 아프리카는 처음이신가요? 선생님 나이가 쉬흔서넛쯤? 저도 선생님 나이에 이곳에 와 정착했지요. 저한테도 선생님 같은 친구가 있었습죠. 행운의 숫자 7을 끔찍이도 좋아하는. 세수할 때도 얼굴을 일곱 번 문대고, 양치질은 일흔일곱 번, 밑도 일곱 번 닦는 친구였어요. 하여 그 친구를 칠칠이라 불렀습니다.

안광남 뭐어? 칠칠이?

민두상 예, 칠칠이요. 자 한번 써보시라니깐요? (씌워준다.)

안광남 (내던진다.)

민두상 (구석에 떨어진 모자를 주우며) 선생님 성깔 참 대단하십니다. 이게 일명 아프리카 모자라는 겁니다. 칠칠이가 선물한 거죠. 비행기를 타야만 아프리카를 가는 게 아닙니다. 전 이 모자를 썼다 하면 그냥 가요, 아프리카로. 순수의 땅입죠. (조심스럽게 다시 씌워준다.)

안광남 미친놈.

민두상 너무하십니다그려. 제 나이가 일흔일곱입니다. 못 돼도 스무 살은 위인 이 늙은이한테 놈 자라니. ……너무 상심하지 마세요. 아직도 제 나이에 비하면 앞날이 창창하신 양반께서 돈 몇 푼 때문에 기죽고 그러십니까. 아, 사람 나고 돈 났지 돈 나고 사람 났답니까. 자 툴툴 털고 일어서십시다. 내 아프리카에 온 기념으로 술 한잔 사겠습니다.

_(「아름다운 거리(距離)」, pp. 139~140)



월명 뽀뽀만 해도 그래요. 순진한 나로서는 전혀 이해가 안 가지만요, 뽀뽀할 때 상대방의 침을 쪽쪽 빨아 먹는다고 합디다.

탄성 예끼 이 녀석.

월명 그 뽀뽀를 이렇게 해보자 이 말입니다.

탄성어떻게?

월명 서로 주둥이만 살짝 갖다 대고 침은 각자 사발에 칵칵 뱉어 건네준 다음 상대방의 것을 핥아 먹는 거죠. 똑같은 재료에 똑같은 양인데도 병신이 아닌 다음에야 누가 그것을 핥아 먹겠어요. 역시 마음의 조화라 이거죠.

탄성 옳고 옳고. 그 아름답고 추한 것이 다 지 마음속에 있는 것을…….

월명 결국 사람들은 똥이라면 더럽다고 오두방정 다 떨면서, 밑 닦은 다음 똥을 확인하고 휴지를 접고, 닦고 보고 접고, 닦고 보고 접고 하는 엉망진창 괴물 단지라 이겁니다. 더럽다면서 뭘 그리 쳐다본답니까요?

탄성 그래 그래. 네놈 말이 맞다.

월명 일체유심조라. 해가 떠서 밝다고 보는 것도 한때의 마음이며 해가 져서 어둡다고 보는 것도 한때의 마음인 것이니라. 탄성아, 알아듣겠느냐?

탄성 예, 큰스님.

월명 둥근 그릇엔 둥근 물, 각진 그릇엔 각진 물. 그런데도 너는 그 사실을 잊고 물의 모양에만 마음을 팔고 있어. (바닥을 세 번 치고 나서) 돼지 궁둥짝에 목련이야, 할!

탄성 큰스님의 말씀 명심하겠습니다.

월명 말씀 낮추시게. 손님이 가고 없다고 하여 여관이 없어진 것은 아닌 것처럼 자네와 나와의 나이 차이야 어디 가고 없어진 것이 아니지 않는가?

탄성 무진 법문이옵니다. 하오면 (월명의 허벅지를 세게 꼬집으며) 이젠 안 아프시옵니까?

월명 (꾹 참으며) 그 아픔과 안 아픔이 다 이 마음속에 있느니라.

탄성 관세음보살.

월명 니미에미티불.

_(「그것은 목탁구멍 속의 작은 어둠이었습니다」, pp. 240~241)



천축 난 노인 호텔을 지을 거다. 만 60세 이상만 투숙할 수 있는. 미래의 주역은 노인이야. 이젠 노인들도 자식들한테 하도 당해서 유산을 미리 주지 않는다고. 자연 노인들이 갑부지. 그들을 위해 멋진 호텔을 지을 거야. 수영장, 골프장, 목욕탕, 이발소, 소극장, 도서관을 모두 갖춘 일류 호텔을. 거기서 인생을 정리하게 만들 거야.

국전 제발이지 골골거리지 말고 그때까지 호호야처럼 살아남아 있거라.

천축 사람은 세 번 태어나. 살기 위해 태어나고 살아남기 위해 태어나고 고쳐 살기 위해 다시 태어나는 거야.

왕오 고쳐 살다니?

천축 묘지를 봐두고 수의를 장만하며 인생을 정리하는 거지. 까짓거 회개도 한 번쯤 해보고.

국전 그게 죽을 준비 하는 거지 고쳐 사는 거냐?

천축 그게 그거지 뭘 그래?

국전 제대 말년에 고칠 건 또 뭐 있누?

왕오 고칠 거야 많지. 나발나발대기 좋아하는 니놈의 말버릇 입버릇 고쳐야지, 그 알쏭달쏭한 손버릇 고쳐야지, (똥 누는 시늉) 명중 못 하는 사격술 고쳐야지.

천축 대저 인생은 공수래공수거 아니던가. 백일홍이 피었다 진다 한들 어찌 세월을 탓할 쏘며, 이 몸 죽어 무소귀면 산천 또한 더불어 황천행이 아니던가.

국전 미친놈, 자기 비문을 자기가 쓰는 놈이 어딨냐?

_(「피고 지고 피고 지고」, pp. 139~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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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드로마케

도서정보 : 에우리피데스 (Euripides) | 2019-10-14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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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우리피데스의 비참한 처지는 에우리피데스의 전작 ≪트로이 여인들≫에서도 드러난다. 트로이 왕자비였던 그녀는 트로이 전쟁으로 조국과 남편, 아들까지 모조리 잃는다. 그러고도 모자라 남편을 죽인 원수 네오프톨레모스에게 포로로 잡혀 그를 수발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트로이 여인들≫에서 안드로마케는 적군의 배에 실려 트로이를 떠나며 이런 자신의 신세를 한탄한다. 그로부터 시간이 흘러 안드로마케는 노예 신분으로 네오프톨레모스의 아들을 낳는다. 한편 네오프톨레모스는 메넬라오스의 딸 헤르미오네와 결혼한다. 헤르미오네는 안드로마케의 간계로 자신이 남편에게 미움 받고 자식도 낳지 못하는 것이라며 네오프톨레모스가 없는 틈을 타 안드로마케와 그 아들을 살해할 계획을 세운다. 하지만 네오프톨레모스의 조부인 펠레우스의 저지로 그녀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간다. 전쟁으로 인한 비극은 전쟁이 끝나도 오래도록 지속된다.
트로이 전쟁으로 사랑하는 사람들을 모두 잃은 안드로마케의 비탄과 사랑하는 아들과 손자를 잃은 펠레우스의 비탄이 이어지는 이 작품에서 에우리피데스는 전쟁과 다툼으로 인해 고통 받는 인간의 비극적인 상황을 재현했다. 여기에 진정한 영웅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욕망의 광기에 사로잡혀 고통 받고 허망하게 사라진 인간들이 있을 뿐이며 이들의 절망과 허무, 고통과 상처, 비탄과 애도가 무대를 가득 채운다.

구매가격 : 10,240 원

네덜란드 매춘부

도서정보 : 존 마스턴 (John Marston) | 2019-09-25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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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매춘부 프라세스치나는 연인 프리빌이 결혼 소식을 전해 오자 극도로 분노한다. 급기야 프리빌의 결혼 상대 베아트리스를 죽일 계략을 꾸민다. 합법적인 사랑을 위해서 창녀와의 관계를 청산하려는 프리빌을 통해 마스턴은 여성을 정숙하고 순종적인 아내 아니면 타락하고 사악한 창녀로 이분화하는 가부장제 사회의 남성 중심적 사고방식의 횡포와 모순을 잘 보여 준다. 자신과의 관계를 청산하고 점잖은 집안의 정숙한 처녀와 결혼하려는 프리빌에게 격렬하게 분노하며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복수할 것을 다짐하는 프란세스치나와 달리 베아트리스는 자신에 대한 사랑과 지조를 시험하려는 프리빌의 잔인하고 무책임한 시도에도 그를 비난하지 않고 끝까지 헌신적인 태도를 보인다. 이런 차이는 감정과 본능에 따라 행동하는 프란세스치나보다 희생적이고 순종적인 베아트리스가 가부장제에 쉽게 편입될 수 있는 바람직한 여성상임을 보여 준다. 그러나 성적인 매력에 이끌려 내연 관계를 유지했던 프란세스치나를 쉽게 버리는 프리빌은 결혼 관계에서도 아내 베아트리스를 동등한 인격체로 대우하지 않을 것이 우려된다. 슬픔과 비탄에 빠져 거의 자살 직전까지 갔던 베아트리스에게 제대로 된 사과의 말도 하지 않는 프리빌은 자신이 그녀에게 저지른 잘못이 무엇인지 깨닫지도 못한다. 게다가 타락하고 사악한 창녀를 버리고 정숙하고 온순한 베아트리스를 취함으로써 자신에게 돌아올 이익이 무엇인지 생각하는 뻔뻔스러움을 보인다.
여기에 마스턴은 크리스피넬라라는 다소 진보적인 인물을 등장시킴으로써 당시 결혼에서 여성을 대하는 남성의 위선과 남녀 관계의 불평등함에 주목하게 한다. 그녀는 동등한 남녀 관계가 없는 결혼 생활에서는 절대로 미덕이 존재할 수 없다고 믿으며 따라서 자신의 자유를 침해당하지 않기 위해 결혼하기를 거부한다. 또한 그녀는 자기 생각을 솔직하게 말로 표현하고 심지어 미덕이라는 관념을 부정하고 자신이 성적 욕망을 느끼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을 정도로 사회적 관습에 따르기를 거부한다. 크리스피넬라의 여성 중심적인 솔직한 발언은 여성을 창녀와 아내로 나누는 이분법이 부자연스러움을 고발하며 나아가 사랑을 빼앗긴 프란세스치나의 항변과 분노에 좀 더 공감할 수 있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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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에는 자살 금지

도서정보 : 알레한드로 카소나 (Alejandro Casona) | 2019-09-25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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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7년 멕시코에서 처음으로 무대에 오른 <봄에는 자살 금지>에서 스페인의 극작가 카소나는 ‘자살자의 집’이라는 비현실적인 공간으로 삶의 다양한 굴곡 앞에서 생을 포기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초대해 아름다운 거짓말 같은 이야기를 전한다. 물질적인 세상이 싫어 식사도 제대로 하지 않고 아름답게 죽고 싶어 하는 슬픈 귀부인, 은행 말단 직원이면서 오페라 여가수와의 낭만적인 사랑을 꿈꾸다 자신의 초라함을 깨닫고 좌절한 청년 상상 연인, 배고프고 외로운 나날을 보내다 죽음만큼은 누군가와 함께 맞이하고 싶어서 그리고 다른 불행한 사람들을 만나고 싶다는 기대감으로 이 기관을 찾은 알리시아, 피해의식과 열등감에 빠져 형을 증오하면서 자기가 죽지 않으면 형을 죽일 것 같다는 후안, 전쟁으로 부인과 자식들을 잃고 절망하다 이곳을 찾은 안스, 인기가 떨어지자 스캔들을 만들려고 찾아온 오페라 가수 코라….
얼핏 보기에 ‘자살자의 집’은 자살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과 장소를 준비해 놓고 자살을 망설이는 사람들이 자살하도록 돕는 기관 같다. 하지만 사실은 자살 시도를 통해 죽음을 가까이서 접해 보게 할 뿐, 죽음이 삶의 문제들에 해결책이 될 수 없음을 깨닫게 하고, 자연과 음악, 묵상, 산책 등을 통해 자살 충동을 치유하고 삶에 대한 욕구를 느끼도록 하는 곳이다. 즉, ‘자살’을 결심했던 사람들이 ‘살자’로 다짐하며 살아가기 위한 힘을 얻고 다시 세상으로 돌아가게 하는 곳이다.

구매가격 : 10,240 원

아울리스의 이피게네이아

도서정보 : 에우리피데스 (Euripides) | 2019-09-19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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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연합군이 트로이 원정을 결의하고 아울리스 항구에 속속 도착한다. 하지만 아울리스 항구에는 2년째 바람 한 점 없어 배가 전혀 나아가질 않는다. 고민에 빠진 그리스군 총사령관 아가멤논에게 신탁이 떨어진다. 이피게네이아를 제물로 바치라는 것. 아가멤논은 대의를 좇아 딸을 제물로 바칠지를 두고 깊은 고민에 빠진다. 이피게네이아를 아울리스로 불러들일 편지를 썼다 지웠다 반복하며 갈등하는 아가멤논에게 메넬라오스는 온갖 비난을 퍼붓는다. 우여곡절 끝에 이피게네이아는 어머니 클리타임네스트라와 함께 아울리스 항구에 도착한다. 모두 앞에서 신탁의 내용이 공개되고, 딸을 구하려는 클리타임네스트라와 대의를 위한 희생이 불가피하다고 사정하는 아가멤논 사이에 갈등이 고조된다. 이피게네이아는 모두를 진정시키며 의연하고 담담하게 스스로 신전을 향한다. 마침내 아울리스 항구에 기다리던 순풍이 불기 시작하고, 그리스군은 출정을 준비한다.
이피게네이아의 희생은 여러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불어넣었다. 에우리피데스가 두 편의 비극 ≪아울리스의 이피게네이아≫, ≪타우리스의 이피게네이아≫에서 이피게네이아 이야기를 쓴 뒤로 라신과 괴테도 그녀를 소재로 한 극을 선보였으며 여러 미술가들이 그녀를 화폭에 담았다. 이처럼 예술가들이 이피게네이아에게 매료된 것은 삶과 죽음 앞에서 그녀가 보여 준 의연함과 그녀의 고결한 성품 때문이다. 딸을 제물 삼는 비정한 아버지조차 용서하고 포용한 그녀의 숭고한 희생은 종교적 경외심마저 자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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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코스 여신도들

도서정보 : 에우리피데스 (Euripides) | 2019-09-19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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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원전 406년경 공연된 것으로 추정되는 ≪박코스 여신도들≫은 포도주와 광란과 황홀경의 신 디오니소스의 신성을 부정한 펜테우스 일가의 몰락을 그리고 있다. 테베 왕이었던 펜테우스는 테베 여인들 사이에서 확산되던 디오니소스 숭배를 막고자 안간힘을 쓴다. 디오니소스를 숭배하는 여신도 무리에는 펜테우스의 어머니와 이모도 포함되어 있었다. 펜테우스는 키타이론산에서 디오니소스 축제가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그 광경을 직접 보고자 여신도 복장을 한 채 축제 현장을 찾고, 광기에 사로잡힌 그의 어머니와 이모가 디오니소스의 신성을 부정했다는 죄목으로 펜테우스를 붙잡아 사지를 찢어발긴다. 펜테우스 일가에 닥친 불행이 디오니소스의 뜻이었음이 밝혀지고, “모든 게 신의 뜻”이라는 코로스의 합창으로 극이 마무리된다.
작품의 소재가 된 디오니소스 숭배 의식은 고대 그리스에서 실제로도 행해졌다. 이는 이후 디오니소스 밀교로 발전했고 주로 여성들이 이 밀교에 빠져들었다. 신도들은 ‘박카이’ 즉 ‘박코스를 따르는 여신도들’로 불리며 짐승이나 어린아이를 디오니소스 신께 바쳤는데, 광란 상태에서 살아 있는 제물을 뜯어먹고 그 피를 마셨다. 밀교 의식은 이후 소아시아, 이집트까지 퍼졌고 로마에까지 전파되었다. 신도들의 학살과 간음을 방치할 수 없었던 로마 당국은 밀교 확산을 제재하기도 했다.
에우리피데스는 섣불리 신의 뜻을 부정했다 몰락한 펜테우스 일가의 사례를 통해 코로스의 입을 빌려 주어진 운명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지혜롭게 처신하는 법을 배우라고 주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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