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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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인권선언

도서정보 : 제랄드 게를레 / 문학동네 / 2018년 10월 29일 / EP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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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꼭 한번 읽어 봐야 할 인권의 바이블, 세계인권선언 전문 수록

만 2년 동안 무려 1400여 번의 투표를 거쳐 만들어진 30개 조항은,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모든” 사람의 기본적인 자유와 동등한 권리를 상세히 명시했다. 이후 수많은 나라의 헌법과 법률이 세계인권선언을 반영하여 만들어졌다. 또한 수많은 인권 국제조약들이 세계인권선언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매년 12월 10일은 인류가 진보를 향해 내딛은 첫걸음을 기념하고자 ‘세계 인권의 날’로 지정되었다.

오늘날 당연하게 여겨지는 권리들이 처음부터 당연하지는 않았다. 세계인권선언이 모든 것의 시작이다. 세계인권선언 전문을 아직 한 번도 읽어 본 적 없다면, 또는 읽어 본 적 있지만 어렵고 먼 얘기로만 느껴졌다면, 새로이 출간된 『세계인권선언』을 펼치자. 목수정의 번역을 통해 오늘날 한국 시민들에게 쉽고 명료한 언어로 재탄생한 『세계인권선언』은 더 앞으로 나아가려는 우리에게 든든한 힘이 되어 줄 것이다.


2. 카를 마르크스, 에밀 졸라, 시몬 베유, 말랄라 유사프자이, 나혜석, 전태일, 조영래 등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자유와 권리를 외친 역사적 인물들의 말과 글 수록

세계인권선언은 인류 역사상 가장 빛나는 성과지만, 모든 사람의 권리를 최대한 다 인정하기 위해서 다듬고 벼린 문장들이기에 구체적이기보다는 포괄적인 단어로 이루어져 있다. 그렇기에 때로는 선언문의 행간에서 실제 ‘삶’을 읽어 내는 일이 어렵게 느껴지기도 한다.

『세계인권선언』에는 선언의 각 조항에 더하여 역사적 인물들의 생생한 목소리가 함께 담겼다. 카를 마르크스, 한나 아렌트, 빅토르 위고, 시몬 드 보부아르 등 그 이름만으로도 우뚝한 인물들의 책, 연설문, 편지 중 인권과 관련된 부분을 한데 모아 볼 수 있다.

수천 년 동안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자유와 권리를 외친 사람들의 목소리는 그 자체로도 벅찬 감동을 안겨 준다. 역자 목수정의 말대로, “30개 조항의 선언문을 직접 다듬고 정리한 것은 9인의 초안 작성 위원회였지만, 선언에 담긴 인권에 대한 의지는 빅토르 위고, 카를 마르크스, 한나 아렌트의 목소리에 담긴 의지와 같고 세종대왕, 최시형, 전태일이 실천해 온 생각과도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특별히 『세계인권선언』 한국어판에는 세종, 나혜석, 전태일, 조영래, 박래군, 한상균, 류은숙, 박경석 등 한국 인권의 역사를 만든,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한국의 역사를 만들고 있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추가로 수록되었다. 대한민국헌법 조항, 416연대의 선언문,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의 성명문 등 한국 독자들에게 더욱 유의미하게 다가갈 문헌 또한 대거 발췌 수록되었다.

시대적 맥락과 각 발화자의 정체성-노동자, 여성, 장애인, 성소수자 등-을 생생히 드러내는 ‘살아 있는 목소리’가 함께 들려올 때, 비로소 보편의 단어로 이루어진 세계인권선언은 그 의미를 확장하여 우리 삶에 더욱 밀접하고 긴밀한 언어로서 다가올 것이다.


3. 오늘의 한국을 살아가는 시민 99명의 권리 선언문 특별 수록

세계인권선언이 채택된 지 70년. 우리는 여전히 안녕하지 않다. 아직 가야 할 길이 남았다. 그러나 2018년의 우리는 또한 알고 있다. 개개인의 폭로와 외침과 선언이 모여 큰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을.

『세계인권선언』의 앞뒤 면지에는 여섯 페이지에 걸쳐 한국 시민 99명의 목소리가 실렸다. “충분히 놀고 쉴 권리”를 외치는 12세 시민, “의견을 가질 권리”를 외치는 15세 시민, “노동자의 권리”를 외치는 31세 가정주부, “관음당하지 않을 권리”를 말하는 24세 여성, “다양성이 존중받는 사회”를 바라는 40세 채식주의자….

세계인권선언은 어느 날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이 아니다. 번역을 맡은 목수정의 말처럼, “불의가 세상에 차고 넘칠 때마다 거리로 뛰쳐나와 항거한 이름 없는 시민들”의 부단한 외침이 쌓이고 쌓였을 때에야 세계인권선언의 선포와 같은 역사가 만들어지고, 비로소 인류는 진보를 향해 큰 한걸음을 내딛는다.

『세계인권선언』에 수록된, 오늘을 함께 살아가는 동료 시민들의 목소리는 서로의 용기가 되고 함께 나아갈 힘이 될 것이다. 그리고 새로운 역사가 될 것이다. 이 책의 부제 ‘인권의 역사를 만든 목소리’가 진정으로 가리키는 것은 오늘날 권리의 주체가 되어야 마땅한 모든 시민들의 목소리에 다름 아니다.


4. 세계가 주목하는 동시대 아티스트 30명의 일러스트레이션까지

제랄드 게를레, 마르크 부타방, 카롤 트레보르, 세바스티앵 플롱 등 동시대를 살아가는 아티스트 30명이 선언의 각 조항에 그린 일러스트레이션 또한 『세계인권선언』 독자들에게 또 다른 연대의 목소리가 되어 준다. 언론, 어린이책,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며 세계의 주목을 받는 아티스트들이 지금의 현실을 날카로운 비판의 시선으로 담아 낸 일러스트가 세계인권선언의 함의를 더욱 풍성하게 전달해 줌은 물론이다.

이 책이 출간된 당시 프랑스는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의 언론 테러로 들끓고 있었다. 테러범이 어디에 도사리고 있을지 모르는 공포를 이겨 내고, 프랑스 시민들은 언론의 자유를 수호하고자 기꺼이 거리로 뛰쳐나왔다. 그들은 거리를 가득 메운 채 세계인권선언에 담긴 신성한 권리들을 외쳤다. 이 책이 당시 프랑스에서 크게 주목받은 것은 단순한 책 그 이상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지금, 우리의 목소리에도 기꺼이 힘을 실어 줄 『세계인권선언』이 한국에 출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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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입자

도서정보 : 김리리 김민령 김진나 신현이 이금이 전삼혜 정은숙 / 문학동네 / 2018년 10월 29일 / EP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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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록 작품 소개]

「혜성이 지나가는 밤」 _김민령
늘 울고 싶지만 울어 본 지가 언제인지 까마득한 정은. 더 이상 울지 않는 승조. 어느 비 오는 날 우연히 마주친 두 사람은 그저 서로의 옆자리를 가만히 채워 주는 것으로 서로의 위안이 되어 간다. 84년 만에 찾아온다는 혜성 이야기로 세상이 떠들썩해도 정은과 승조가 함께하는 시간은 고요하기만 하다. 정은은 도시를 떠나기 위해 공부를 해야 하고 승조는 도시에 남아 어린 동생을 챙겨야 하기에, 둘에게 남은 시간은 그리 길지 않을지 모른다. 두 번 다시 볼 수 없을지도 모르는 혜성이 저 멀리 지나가는 밤, 궤도가 다른 두 사람은 함께 혜성을 볼 수 있을까.

「모르는 이야기」 _전삼혜
보통 사람에겐 그저 잿빛이어도 소년에게는 수십 가지 색이다. 수많은 색을 분간해 내는 특별한 눈을 가진 소년이 새로 얻은 일자리는 ‘귀신의 집’이라고 불리는 외딴 저택. 그곳에는 기괴한 소설을 쓰는 미스 캣토닉과 살갑지 않은 하녀 에이프릴이 있었다. 소년은 둘만의 세계에 침입한 것 같다고 느끼고, 차츰 저택을 떠도는 감정의 빛깔들을 목격하기 시작한다. 무척 아름다운 색을 지녔지만 ‘두려움’이라는 구름에 가려져 있는 감정은 무엇이라 부르면 되는 것일까.

「숲 지나서 천문대」 _신현이
은서는 이성진의 존재를 멀리서도 느낄 수 있다. 앉아 있는 쪽으로 자꾸만 신경이 쏠리고, 똑바로 쳐다보지 않아도 환히 보고 있는 것만 같다. 하지만 어쩐 일인지 다가갈 수가 없다. 왜 인력이 아닌 척력이 작용하는 걸까? 유진 언니에게 도움을 요청하기로 한 은서. 사랑에 닿기 위해서는 미리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데……. 은서는 어둡고 막막한 숲을 지나, 푸른빛 베일 너머 별이 있는 곳에 도착할 수 있을까. 그곳에 있는 ‘별’은 이성진일까, 아니면 또 다른 누군가일까.

「아일랜드 베이비」 _이금이
여기가 내가 태어난 곳이라고? 크리스마스 휴가를 보내러 한국 제주에 온 제이든 켈리는 모든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동생 레오와 부모님은 잔뜩 들떴지만 제이든은 한 가족이 아닌 양 퉁명스럽게 비켜서 있을 뿐이다. 백인 부부와 동양인 아이들. 한눈에 가족사를 알 수 있는 조합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에는 동정이 묻어 있는 것만 같다. 결국 제이든은 가족들을 뒤로한 채 무작정 제주의 거리로 뛰쳐나가고, 모든 것을 품어 줄 것 같은 설화 속 설문대 할머니에게로 향하는데…….

「댐퍼 마이너 14」 _김진나
댐퍼 마이너 14는 인공지능 도플갱어봇이다. 구매자의 내, 외면을 그대로 구현하여 단 하루 동안 그 사람의 삶을 대신 살아 낸 뒤 소멸할 운명이다. 치명적 결함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지만, 큰 문제는 없다. 결함은 지극히 예외적인 상황에서만 발생하기 때문이다. 43세 여성 오공서가 댐퍼 마이너 14를 구매했다. 이제 댐퍼 마이너 14는 오공서가 되어 하루를 살아 내야 하는데, 고단함의 연속이며 비참함을 감내해야 하고 부조리함을 목격해야 하는 오공서의 삶은… 댐퍼 마이너 14에게는 예외적인 상황이었다. 누구도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결함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경우의 사랑」 _정은숙
철커덩 쿵, 경우와 연재가 탄 엘리베이터가 갑자기 멈췄다. 평소 티격태격 다투기만 하는 남매지만, 문도 열리지 않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각자의 속마음을 털어놓기 시작한다. 경우는 절친 준호와 연적이 되게 생겼는데도 예리에 대한 마음을 도무지 누를 수가 없고, 연재는 팍팍한 현실에 지쳐 ‘탈조선’을 준비하던 중 연애마저 포기하게 되었다. 시작하는 것도 끝내는 것도 어렵기만 한 남매의 사랑은 어떤 엔딩을 맞이하게 될까.

「우주 소녀」 _김리리
신기가 있어 사람의 운명을 볼 수 있다는 소문이 있는 그 아이, 조하나. 가출 아닌 가출을 감행하던 재민은 우연히 조하나와 마주치고, 그 아이의 놀라운 비밀을 알게 된다. 바로 조하나가 우주에서 온 ‘우주 소녀’라는 것. 집에서 천덕꾸러기 신세였던 재민의 운명은 우주 소녀의 힘 덕분인지 조금씩 바뀌어 간다. 그러던 어느 날 재민에게 들려온 믿을 수 없는 이야기. 뭐? 조하나가 거짓말쟁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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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흑인이었던 남자의 자서전 (세계문학전집 028)

도서정보 : 제임스 웰든 존슨 / 문학동네 / 2012년 11월 08일 / EP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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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인은 미국 생활의 창조자이며 기여자로 인정되어야 한다.
인종편견을 타파하는 데 그 이상 중요한 것은 없다.” _제임스 웰든 존슨

1871년 미국 플로리다 주 잭슨빌에서 태어난 제임스 웰든 존슨은 애틀랜타 대학을 졸업하고 고향으로 돌아와 스탠턴 학교에서 교장으로 교편을 잡았다. 동시에 독학으로 법학을 공부하기 시작해 플로리다 주 최초로 흑인 변호사 자격을 취득했다. 그리고 서른 살부터는 음악을 공부한 동생 로저먼드 존슨과 함께 200편가량의 뮤지컬 곡을 만들기도 했다. 1906년에는 루스벨트 대통령에 의해 베네수엘라 영사에 임명되었으며, 1909년에는 니카라과 총영사직을 맡았다. 외교관으로 활동하면서도 꾸준히 시를 발표했는데, 이 시기에 백인의 외모를 가진 한 혼혈 남자의 이야기를 그린 『한때 흑인이었던 남자의 자서전』을 익명으로 출간한다.
작가의 이름도 밝히지 않은 채 조그만 출판사에서 소량 발행된 초판본은 미국 흑인 작가들이 당면한 당시의 출판 상황에 대해 시사하는 바가 컸다. 흑인의 인종 문제를 진지하게 다룬 대부분의 흑인 작가들은 다수의 백인 독자들에게 반응을 얻지 못했고, 반면 흑인 작가들의 노예시절 경험담이나 자전적 기록은 호응도가 높은 편이었다. 존슨이 그의 소설에 ‘자서전’이라는 말을 붙이고 작가의 이름을 밝히지 않은 것은 이러한 이유였다. 발표 당시 대부분의 독자들도 이 작품이 한 익명 흑인 작가의 자서전이라 생각했다.

미국 문학에 그려진 미국 흑인의 이상적이고 정형화된 문학적 개념은 너무 강해서 일반 독자들이 흑인들을 어떤 다른 배경에서 생각해본다는 것이 거의 불가능할 정도이다. (……) 흑인의 모습은 다리를 끌며 밴조나 뜯고 희죽거리는 만사태평형으로 정형화되어 있으며 일반 독자들은 아직 흑인을 진지하게 생각하도록 설득되지 않았다. 흑인이 사회적으로 자기 향상을 시도하는 노력은 ‘백인 문명’의 우스꽝스러운 희화 같은 것으로 여겨진다. 또한 점잖은 집에서 상당한 문화를 누리며 살고 당연히 ‘백인들과 마찬가지로’ 행동하는 유색인들을 다루는 소설은 코믹 오페라 식으로 받아들여진다. 이런 점에서 흑인은 비극을 연기하기 위하여 더 가벼운 역할들을 포기하는 훌륭한 희극 배우의 입장과 흡사하다. 그가 자신의 깊은 열정의 감정을 아무리 잘 표현하다 해도 일반 대중은 예전에 맡았던 그의 역할을 포기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들은 그를 다시 희극으로 돌아가도록 강요하기 위하여 심지어는 서로 공모해서 그가 진지한 작품에서 실패하도록 만들기도 한다.(159~160쪽)

존슨의 『한때 흑인이었던 남자의 자서전』은 ‘미국 흑인소설의 전통을 따르되 그 전통에 새로운 조명을 시도’한 작품이다. 옅은 피부색의 혼혈 주인공, 도시와 농촌에서의 다양한 흑인들의 삶, 흑인에 대한 남부 백인들의 왜곡된 인종적 태도, 혼혈 흑인의 ‘백인 행세’등, 외양적으로는 이전의 흑인소설들이 다뤄온 주제와 소재를 다시금 다룬 듯 보인다. 하지만 그들에게 접근하는 작가의 시각은 사뭇 다르다. 우선 『한때 흑인이었던 남자의 자서전』의 주인공은 이전 흑인소설의 ‘그들’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그려졌다. 소설의 첫 장면에서부터 독자들은 주인공의 내밀한 의식 공간으로 곧장 안내되어 고백록 같은 그의 담담한 서술에 귀 기울이게 된다. 주인공의 모든 성장과 방황의 이야기를 독자들은 줄곧 그의 심리세계 속에서 함께 머물며 경청하는 것이다. 주인공이 겪는 외적 사건에 대한 묘사와 그러한 사건이 주인공의 내면과 심리세계에 어떻게 투영되어 내적 삶의 리얼리티를 이루며 그것이 한 인간으로서 자기성찰과 자아형성에 어떻게 기여하는가를 독자들은 이로써 생생하게 목격할 수 있다.
또한 이 책에서 주인공은 ‘뿌리 없음’ ‘소외감’ ‘불안정성’을 확인하며 흑인인 동시에 미국인이어야 하는 ‘이중의식’의 늪에서 ‘정체성의 위기’를 경험한다. 이러한 내면적 삶의 중요성은 이전의 흑인소설에서는 좀처럼 찾아볼 수 없는 새로운 것이며, 이 책의 가장 중요한 문학사적 의의는 바로 이 ‘현대성’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인종 주제와 사회 항변을 강조하는 전통적인 흑인소설의 폭 좁고 경직된 프로파간다 문학의 한계를 벗어날 수 있었던 이유는 이 현대성이 뒷받침됨으로써 가능했고. 그런 의미에서 이 작품을 “미국 흑인문학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린 최초의 현대 흑인소설”로 평가할 수 있는 것이다. 더불어 이 작품에서는 노예해방 이후 고등교육을 받은 흑인들의 다양한 삶의 양태와, 래그타임과 케이크워크 같은 흑인 대중예술문화의 면면 등을 살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구매가격 : 7,700 원

싸우는 소년

도서정보 : 오문세 / 문학동네 / 2016년 05월 23일 / EP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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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 수상작 『그치지 않는 비』 의 작가
오문세 두 번째 장편소설!
언젠가는 한국어로 씌어진 『호밀밭의 파수꾼』의 저자가 될 수 있을 것(신형철 문학평론가), 오랜 수련 끝에 나온 것임에 틀림없는 문학적 기량(안도현 시인), 읽는 내내 멈칫거리고 끊임없이 무언가를 사유해야 하는(유영진 아동청소년문학평론가), 이라는 평을 받으며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을 수상한 작가 오문세. 혹한기의 몸살을 앓고 있는 이들에게 위로를 건넸던 『그치지 않는 비』이후 두 번째 장편소설『싸우는 소년』을 출간했다. 단단한 문장, 진실된 목소리에 눌러 담은 메시지는 “싸워”.
당연하지 않은 것들이 당연한 세상, 그리고 당연하지 않았어야 할 것들이 당연하게 자리 잡아 온 세상. 끊어 내지 않으면 언제까지고 계속될 부당함 속에서 해야 할 싸움을 외면하지 않고 싸우기를, 달아나지 말고 자기가 있어야 할 자리를 찾기를, 그렇게 끊임없이 싸워 나가는 이들의 건투를 빌며 이야기는 시작되었다. 응급실에서 눈을 뜬 소년이 자신보다 네 체급이나 높은 태권도 선수를 향해 남모르게 결사의 싸움을 다짐하면서.

“왜 싸우려는 거야? 아무 이득이 없잖아.”
나는 안승범을 생각했다. 안승범에게 주먹을 날린다고 뭐가 달라지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변하는 게 없다는 걸 알면서도 뭐든 해야만 할 때가 있다. 저절로 나아지는 상황 같은 건 없는 것이다.
“그 새끼가 맞을 짓을 한 거야. 아무도 안 때리니까 나라도 때려야지.” _본문 발췌

당연하지 않은 것들이 당연해질 때, 사람은 병신 같아지는 거야
소년과 소년은 친구였다. 친구였다고 말할 수밖에 없는 한 소년의 책상엔 흰 꽃이 놓여 있다. 또 한 소년은 호흡기를 댄 채 응급실 벽에 새겨진 문구를 한 자 한 자 되새김한다. 치열한 사투를 치른 누군가의 증언인 양 벽에 똑바르게 새겨진 문구, ‘싸워’. 뉴스는 그날의 일을 불운한 사고로 짧게 요약해 놓았다. 왜 아무도 그 사고를 궁금해하지 않는 거지, 왜 다들 당연하게 여기는 거지, 응급실의 소년은 생각했다. 그리고 바랐다. 아무렇지 않게 친구와 농담을 주고받던 시절로 돌아갈 수 있으면 좋겠다고. 그만큼 현실은 교복 안주머니에 간직한 유서만큼 절박하고, 이름이 기억나느냐고 묻는 의사의 질문만큼 터무니없는 것이었다.
병원이라는 작은 세계는 나쁘지 않았다. 소년은 누군가를 때려 주기 위해 복싱을 시작한 산이 누나를 만났고, 산이는 예쁘다는 말을 달고 사는 뻔뻔한 트레이너 주 관장을 알았으며, 이따금 티브이는 왜 네모야 하고 맥락 없는 질문을 던지는 박 할아버지와 사람들의 숨은 특질을 간파해 의인화된 새로 묘사해 내는 도도새 아줌마를 알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싸가지 없고 고약하지만 얼굴은 예쁜 양아영이 규칙적으로 찾아와 던져 주는 노트가 좋았다. 하지만 가슴 한편에 박힌 이름 하나는 줄기차게 악몽을 끌고 왔다. 오랜 병원 생활을 끝내고 바깥세상으로 돌아온 날, 소년은 주 관장의 명함 한 장을 들고 권투 도장을 찾는다. 안승범을 향해 머릿속에서 수없이 내뻗던 펀치를 실현하기 위해, 상상으로만 수없이 되뇐 싸움의 결말을 짓기 위해.

“싸움이 운동처럼 정당하게 이루어질 거라고 생각했다면 착각이야.”
“이기기 위해서는 뭐든지 해야 한다는 거예요? 자전거 체인 같은 걸 손에 들고?”
“어쨌거나 싸우기로 마음먹었다면, 할 수 있는 한 최고로 치사하고, 더럽고, 악랄하게 싸워라. 그럴 각오가 없으면 너는 무조건 져. 하지만 할 필요가 없는 싸움은 하지 말아야 해.”
“나는, 나는 싸워야 해요.” _본문 발췌

모든 수단을 다 동원해. 싸우는 걸 멈추지 마
교실을 떠나 있었던 육 개월 동안 변한 건 없었다. 복도엔 안승범의 동메달 획득 기사가 여전히 걸려 있었고 상담실은 몇 마디 알량한 말로 고민을 해결해 줄 것처럼 굴었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옥상문 비밀번호와 서찬희의 책상 위에 놓인 하얀 꽃.

링 위에서 맞는 건 그렇게 나쁘지 않다. 권투는 규칙이 있는 스포츠다. 학교에는 아무것도 없다. 라운드의 끝을 알리는 벨도, 지저분한 반칙을 감시하는 심판도, 의욕을 잃은 선수를 위해 수건을 던져 줄 세컨드나 이쪽이 쓰러지지 않도록 응원해 주는 사람도 없다. 교실은 룰이 존재하지 않는 싸움판이었다. 나는 진짜 몸으로 느끼는 권투가 뭔지 모르지만 이것만큼은 확실하게 알고 있었다. _본문 발췌

세상은 반칙이 난무하고 선수가 쓰러져도 아무도 타임아웃을 외치지 않는다. 그러니 싸우지 않고는 살 수 없다는 박 할아버지의 말을 소년은 알았다. 그날로부터 반년이나 지났지만 아무도 타임을 외치지 않았다. 소년은 안승범의 스파링 상대가 되어 두들겨 맞던 서찬희를 관망하거나 은근히 즐기던 아이들, 좆밥 새끼라며 비웃던 안승범, 니네 때는 다 그런 거야, 우리 모두의 잘못이야라는 편리한 말로 책임을 회피하는 어른들에게 꽂아 넣듯 펀칭 패드에 주먹을 내리꽂는다.

“때리면 기분이 나아질 것 같냐?”
“결국 똑같은 놈이 될 뿐이라는 건가요? 참고 견디는 게 이기는 거라고?”
“참고 견디는 건 이기는 게 아니야. 그냥 참고 견디는 거지.” _본문 발췌

그날을 기억하는 증표처럼 교복 안주머니에 간직한 유서
그날의 옥상에서처럼 마주한 학교 대표 태권도 선수 안승범 그리고
세상을 향한 카운터펀치
병원과 체육관에서 차근차근 몸을 단련하며 소년은 알게 되었다. 매일같이 군것질을 하며 오지랖을 떠는 산이 누나도, 소년의 글러브의 원래 주인인 ‘I’라는 이름의 누군가도 그리고 양아영도 역시 싸우고 있다는 것을. 포기하고 싶어질 때마다 소년은 다잡는다. 싸우는 걸 멈출 수는 없다고. 마침내 기회는 찾아왔다. 땡, 하고 라운드의 벨이 울리기도 전에.
소년이 안승범에게 하고 싶은 말은 하나뿐이었다. “나랑 싸워. 이 좆밥 새끼야.”
이 도발은, 독자의 가슴에서 날카로운 파편이 된다. 온힘을 실은 소년의 펀치가 진짜로 향한 곳이 실은 안승범이 아니었다는 것, 동시에 그 펀치가 이 책을 읽고 있는 독자를 비껴가지 않는다는 얼얼한 진실에 멍해지고 마는 것이다.
옥상 위에 선 소년은 친구에게 했던 말을 완전히 기억해 낸다. 순간순간으로 조각나 있던 기억이 하나로 잇대어져 되살아난 그날의 풍경 속에서 소년은 “링 사이드에 바짝 붙어 세컨드의 조언을 듣는 권투 선수처럼 가볍게 숨을 고른다.” 서찬희, 걱정하지 마. 내가 할게. 더 이상 도망치지 않고, 싸우면서. 비겁한 핑계들을 쓰러뜨리면서.
당연하지 않은 것을 당연하게 만든 건 소년 자신이었다. 소년의 싸움은 모두의 기억 속에서 그날을 바로잡기 위한 싸움이었고, 자신의 망각 속에서 제 이름 석 자를 되찾기 위한 싸움이었으며, 자신이 있어야 할 자리로 가야 하기에 치른 싸움이었다. 독자는 이 싸움의 결말이 어찌 될지 알 수 없어도 적어도 분명한 사실 한 가지는 믿게 된다. “어쨌거나 내가 앞으로 걸어갈 거라는 사실”을.

엄마, 내 교복 아직 집에 있지? 새로 산 거 말고, 전에 사고 날 때 입고 있던 거 말이야. 거기 안주머니에 중요한 게 있어. 아주, 아주 중요한 거야.
나는 잠시 말을 멈추고 엄마의 얼굴을 본다. 이제부터 내가 꺼내려는 건 정말 비참한 이야기였다. 자신만을 바라보며 살아온 부모를 배신한 등신 같은 아들의 이야기. _본문 발췌


나는 안다. 나는 사람들이 싸운다는 걸 안다. 아주 많은 사람들이 지금 이 순간에도 싸우고 있다. 그리고 당신도, 싸운다. 만일 그 싸움이 우리를, 우리의 관계를, 우리가 사는 세계의 풍경을, 조금 더 괜찮은 것으로 만들어 주는 싸움이라면. 그런 싸움을 위해 이 글을 썼다. 이겨야 한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건투를 빈다. _작가 후기

구매가격 : 8,100 원

사월의 미, 칠월의 솔

도서정보 : 김연수 / 문학동네 / 2018년 10월 10일 / EP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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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쓴다는 건 그게 야즈드의 불빛이라고 믿으며 어두운 도로를 따라 환한 지평선을 향해 천천히 내려가는 일과 같다. 이 책에 실린 소설들을 쓰는 동안, 나는 내가 쓰는 소설은 무조건 아름다워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실제 이 세상이 얼마나 잔인한 곳이든, 우리가 살아온 인생이 얼마나 끔찍하든 그런 건 내게 중요하지 않았다. (…) 내가 쓰는 소설에 어떤 진실이 있다면, 그건 그날 저녁, 여행에 지친 우리가 조금의 의심도 없이 야즈드의 불빛이라고 믿었던, 지평선을 가득 메운 그 반짝임 같은 것이라고 믿었으니까. 중요한 건 우리가 함께 머나먼 지평선의 반짝임을 바라보며 천천히 나아가는 시간들이라고. 그게 야즈드의 불빛이라서, 혹은 야즈드의 불빛이 아니라고 해도._‘작가의 말’에서

이야기는 어디에서 시작되는 것일까. 이 삶이 아득하기만 하다고 느껴지는 어떤 순간, 삶은 더욱 선연하게 눈앞에 떠오르곤 한다. 내내 고개를 들지 못하고 앉아 있던 어떤 이의 정수리께에서 설명할 수 없는 슬픔을 보아버린 어느 순간, 문득 멎어버린 시계처럼 갑자기, 그리고 뒤늦게. 멈춰 선 시곗바늘은 언제부터였는지도 모를 그 시간을 불러들이고, 어쩌면, 그 자리에서 이야기는 시작되는 것인지도.

저는 계속 선생님만 보고 있었는데, 선생님은 한 번도 고개를 들지 않으셨어요. 먹는 내내 선생님 정수리께를 보는데, 뭔지 제대로 설명할 수 없는 어떤 슬픈 마음이 들더라구요. (…) 영화든 소설이든 뭔가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그때 처음 했어요. 선생님 그 정수리를 보면서. _「사월의 미, 칠월의 솔」

올해로 등단 20주년이 된 소설가 김연수가 다섯번째 소설집을 엮었다.

함께 시간을 보낸 사람들에게는 서로 나눌 수 있는 이야기가 저절로 생긴다. 이야기는 사람들 사이에 있다. 이야기를 듣는다는 건 함께 경험한다는 뜻이다. _「파주로」

소설 속 화자의 말을 작가 김연수의 그것으로 이해해도 될까. 소설이 결국 사람들을 위한 이야기라면, 소설에서 언제나 가장 새로운 것은 바로 그 인물 자체일 것이다. 각 개인의 역사에서 개별적으로 존재하던 어떤 고유명사를, 하나의 인물을, 이곳을 데려와 소개하는 것, 그것이 어쩌면 작가의 일일 것이다. 그리고 이 인물들을 대하는 작가 김연수의 태도는 더없이 신중하다.

삶을 이해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입니다. 눈 귀 코 입만으로는 부족해요. 온몸을 모두 사용해야 합니다. _「푸른색으로 우리가 쓸 수 있는 것」

최근 업로드된 문학동네 팟캐스트 ‘문학 이야기’에서, 작가 김연수는 말한다. “나 자신을 이해하는 것은 다른 사람을 속일 수 있지만, 타인을 이해하는 문제는 다르다. 속일 수가 없다. 쓸 수가 없다. 쓸 수 없다는 걸 알고 있다. 타인의 삶을 쓸 수 없다, 는 걸 인정하고 포기하는 데서부터 나는 오히려 시작한다.” 너의 삶을 이해한다, 안다, 라고 함부로 말하지 않는 것. 어쩌면 김연수의 소설이 가지는 힘은 바로 거기에서 비롯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타인의 삶과 이 세계를 제 식으로 해석하는 것이 아니라, 끝까지 이해하려 애쓰고, 결국은 이해할 수 없음을 받아들이는 것, 그래서 그들의 이야기 자체를 받아들이는 것.

그래서일까. 특히 이번 작품집에 실린 열한 편의 소설은, 작가(혹은 작중 화자)의 개입 없이 소설 속 인물들이 직접 들려주는 이야기를 듣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한다. 엄마가, 누나가, 이모가, 들려주는 제 삶의 이야기들.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겠지만, 우리 머리 위에는 거대한 귀 같은 게 있을 거야. 그래서 아무리 하찮고 사소한 말이라도 우리가 하는 말들을 그 귀는 다 들어줄 거야. (…) 그런 귀가 있어 깊은 밤 우리가 저마다 혼자서 중얼거리는 말들은 외롭지도 슬프지도 않은 거야. _「깊은 밤, 기린의 말」

김연수의 소설이 우리에게 위로를 준다면, 또한 그 때문일 것이다. 너를 이해한다, 서툴게 위로하지 않고, 그저 삶이 거기에 그렇게 존재한다는 것을 있는 그대로 보여줌으로써. 삶이 아득해지는 어떤 순간 뜻없이 중얼거리는 말들을 커다란 귀가 되어 그저 그 자리에서 들어줌으로써. 그리고 그 순간 결국 우리는 어떤 식으로든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다시 확인하게 함으로써.

옷을 꺼내 입을 때마다 엄마는 그 옷에 얽힌 이야기를 큰누나에게 들려줬고, 큰누나 역시 자신이 기억하는 그 시절의 엄마에 대해서 얘기했단다. (…) 엄마의 기억과 큰누나의 기억은 조금씩 달랐다고 한다. 아마도 엄마와 큰누나의 기억은 나의 기억과도 많이 다를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큰누나는 두 사람의 삶이 서로 겹친다는 것을 알게 됐단다. 그래서 엄마가 다시 한번 인생을 살 수 있다면, 그건 우리도 또 한번의 삶을 사는 게 된다는 사실을. 다시 말하면, 우리가 또 한번의 삶을 살 수 있다면 엄마 역시 다시 한번 인생을 살 수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그렇게 연결돼 있다는 사실을. _「주쌩뚜디피니를 듣던 터널의 밤」

이야기하는 인물들의 존재감은 그들이 하는 이야기에, 그들이 사랑하는 타인들에게 늘 빚지고 있다. (…) 우리가 타인에게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은 기쁨과 더불어 우울을 선사할 때가 있다. 우리의 이야기를 듣고, 우리로 하여금 말하게 하고, 우리의 이야기 자체가 되는 주체가 우리 자신이 아닌 다르고 낯선 존재들이어서 우리가 늘 빚진 채로 살아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_허윤진(해설 「Wedding」에서)

나와 타자, 고통과 행복, 소통과 이해…… 흔하디흔한 이 말들이 결국 “우리 삶의 근본적인 문제이고, 이에 대해 답이 쉽게 나오지 않도록 정확한 질문을 던지는 것이 문학이라면, 우리에겐 너무 익숙해서 오히려 잘못 이해되기 쉬운 인생의 문제들을”(신형철), 김연수는 소설이라는 예술장르의 본질에 대한 깊은 고민과 함께 밀고 나간다

“그보다 더 싫은 건 사람들이 이렇게 말할 때죠. 그건 일단 네 몸이 나은 뒤에 그때 얘기하자. 그럼 저는 그렇게 말했어요. 내 몸은 이제 영영 낫지 않아. 지금 얘기해.” _「산책하는 이들의 다섯 가지 즐거움 」

결국, 다시 한번, 우리는 서로를, 타인을 이해하기는 불가능하다. 그러나 이를 인정하고 함께 걸을 수는 있을 것이다.

혼자서 걷기 시작할 때,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곳에서부터 걷기 시작한다. 저처럼 한낮과 다름없이 환하고도 파란 하늘에서, 혹은 스핀이 걸린 빗방울이 떨어지는 골목에서, 분당보다도 더 멀리, 아마도 우주 저편에서부터. 그렇게 저마다 다른 곳에서 혼자서 걷기 시작해 사람들은 결국 함께 걷는 법을 익혀나간다. 그들의 산책은 마치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동물들과 함께하는 산책과 같았다. 그들의 산책은 마치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동물들과 함께하는 산책과 같을 것이다. 앞으로도. 영원히. _「산책하는 이들의 다섯 가지 즐거움 」

좋은 서사란 어떤 것이냐는 질문에 김연수는 답한다. “글을 왜 쓰느냐 하면 타인을 이해하기 위해서 글을 쓴다. 최대한 노력했을 때 그 사람이 겪었던 일을 쓸 수 있으므로 우선 타인을 이해하기 위해 갖은 애를 쓰지만, 늘 실패한다. 하지만 그 순간부터 글을 쓸 수 있다. 독자들은 자기 자신을 이해하기 위해서 책을 읽는다. 좋은 이야기란, 이야기 속에서 자기의 삶과 고민과 나를 둘러싼 세계의 공통된 부분을 찾아내는 것이다. 독서란 자신이 혼자만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하는 길이다.”(문학동네 팟캐스트_문학 이야기)

사랑하는 이의 어깨에 몸을 기대는 것은, 몸이 아니라 마음을 기대는 일이다. 그래야 기대는 쪽도 의지가 되는 쪽도 불편하지 않다. 이제, 그의 커다란 귀를 열어둔 소설에 마음을 기댈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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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백을 채워라

도서정보 : 히라노 게이치로 / 문학동네 / 2018년 10월 10일 / EP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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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아쿠타가와 상 수상작 『일식』으로 데뷔한 이후 발표하는 작품마다 높은 평가를 받으며 일본 현대문학의 기수로 자리매김해온 히라노 게이치로의 여덟번째 장편소설. 죽은 자들이 살아 돌아온다는 SF적 상상력과 설정을 발판으로 현대사회의 병폐라 할 수 있는 자살 문제를 정면으로 다뤘다. 생과 사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은 물론, 그동안 꾸준히 천착해온 개인과 사회의 관계를 보다 깊이 파고들어간 작품이다.

장마를 앞둔 평온한 여름날,
죽은 자들이 살아 돌아오기 시작했다

제관회사에서 일하던 평범한 삼십대 가장 쓰치야 데쓰오는 어느 날 회사 회의실에서 눈을 뜬 뒤, 자신이 삼 년 전 회사 옥상에서 뛰어내려 죽었다는 충격적인 사실과 맞닥뜨린다. 아내와 어린 아들과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신제품 개발에 여념 없던 그는 왜 극단적인 선택에 내몰렸는가? 만약 타살이었다면 범인은 누구이고 동기는 무엇인가? 죽은 자들이 되살아나는 전 세계적인 기현상 속에서 데쓰오는 자신의 죽음에 대한 진실을 찾아나서고, 스스로도 몰랐던 내면의 목소리를 마주하는데……

『공백을 채워라』는 히라노 게이치로가 자신의 ‘제3기’ 작업 중 마지막에 해당한다고 밝힌 작품이다. 제1기에 해당하는 초기 로맨틱 3부작과 실험적인 단편 창작에 몰두한 제2기를 거쳐, 2008년 『결괴』부터 범죄소설의 형식을 빌려 현대사회의 여러 문제를 조명해온 그가 이 작품에 이르러 그간의 결과물을 종합하고 일종의 결실을 맺었다고 보는 셈이다. 근대의 ‘개인’ 개념에 대비되는 ‘분인(分人, dividual)주의’를 비롯해 지금까지 소설과 외적 활동을 통해 보여온 철학적 사유와 주장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소설의 주인공 쓰치야 데쓰오는 착실하고 평범하게 살아온 가장이자 회사원으로, 일명 ‘번아웃 증후군’에 시달리다 자살을 결심한 인물로 묘사되지만 스스로는 그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죽기 얼마 전에 남긴 수첩 속 메모, 마지막으로 만났던 회사 사람들의 증언, 옥상 문 앞 CCTV의 흐릿한 영상 등을 통해 그날의 기억을 더듬어가던 데쓰오는 도저히 납득되지 않는 자신의 모습에 마치 딴사람을 보는 듯한 괴리감을 느낀다. 명쾌하지 않은 죽음의 동기는 타살에 대한 의심을 낳고, 급기야 사소한 계기로 갈등을 빚었던 회사 동료를 살인범으로 추정하기에 이른다. 우리나라와 일본은 물론 전 세계적으로도 젊은 세대의 자살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된 지금, 소설가로서 동세대의 화두를 진지하게 고민해온 히라노 게이치로는 ‘사람은 왜 스스로 목숨을 끊는가?’라는 묵직한 명제에 미스터리 소설의 수수께끼를 풀듯이 흡인력 있게 접근해간다.

과감한 상상력과 치밀한 작가의식으로
생과 사, 행복의 의미를 묻는 문제작

서스펜스 성격을 띤 전반에 비해 중반 이후로는 세계 곳곳에서 발생하는 기현상에 대한 현실적인 대처법, 환생자들의 연대와 죽기 전의 가족관계와 사회생활을 되찾으려는 그들의 노력 등이 묘사되며 보다 넓은 감정의 진폭을 보여준다. 죽음으로 헤어진 소중한 이들을 다시 만나게 된 기쁨도 잠시, ‘그는 자살할 만한 사람이 아니다’ ‘내가 자살했을 리 없다’는 확신이 얼마나 무너지기 쉬운지 깨달은 주인공과 주위 인물들이 진실을 맞닥뜨리고 부정하고 또 수용해가는 과정이 지극히 현실적으로 그려진다. 특히 한 사람은 항상 일정한 개인으로서가 아니라 대인관계에 따라 각기 다른 분인을 드러내며 살아간다는 작가 고유의 사상이 직접적으로 펼쳐지는 후반부는, 스스로를 죽음으로 몰아넣은 자기부정과 강박의 원인을 깨닫고 그로부터 벗어나는 방법을 찾게 되는 데쓰오뿐 아니라 많은 독자들에게도 공명할 만한 부분이다. 그것은 중세 유럽을 배경으로 한 데뷔작 『일식』 이후로 현대라는 시대를 이해하기 위해 긴 여정을 이어온 히라노 게이치로가 내놓은 나름의 해답이기도 할 것이다.

이 소설을 쓴 해, 나는 돌아가신 아버지와 같은 서른여섯 살이 되었다. 글을 쓰기 시작한 후로 이 나이가 되면 인간의 삶과 죽음을 정면으로 다룬 작품을 쓰고 싶다고 생각해왔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그해 동일본 대지진이 일어났다. 오랜 과거에 죽은 한 사람의 육친과 눈앞의 수많은 희생자들 사이에서 소설가로서의 생각을 다잡는 것이 내가 할 일이었다.
_히라노 게이치로

구매가격 : 11,100 원

계간 문학동네 2018년 가을 통권 96호

도서정보 : 문학동네 / 문학동네 / 2018년 09월 21일 / EP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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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동네』는 문학의 존엄과 자긍을 다지며, 한국문학의 미래를 열어가는 젊은 문예지입니다. 우리 문학의 드높은 성취를 갈무리하며, 문학의 미답지를 개척, 수호해갈 『문학동네』는 문학의 진정성을 채굴하는 든든한 굴착기로서, 매호 돋보이는 기획과 성실한 편집으로 두고두고 귀한 자료로서 가치를 지니는 고급 문예지입니다.

구매가격 : 7,500 원

알려지지 않은 예술가의 눈물과 자이툰 파스타

도서정보 : 박상영 / 문학동네 / 2018년 09월 21일 / EP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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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젊은작가상 수상 작가 박상영 첫 소설집

2016년 단편 「패리스 힐튼을 찾습니다」로 문학동네신인상을 수상하며 그야말로 (진부한 표현이지만) 혜성처럼 등장해 뛰어난 소설적 재능을 마음껏 펼쳐 보이고 있는 ‘젊은 작가’ 박상영의 첫 소설집이 출간되었다. 그는 등단작부터 “1990년대에 초기 김영하가 한국문학에 했던 역할을 21세기에 이 예비 작가에게 기대해도 좋겠다”(문학평론가 김형중), “다수의 사람들에게 공통적인 공감과 매력을 불러일으킬 것 같다”(소설가 정용준), “어쩐지 세번째 작품도, 네번째 작품도 이미 자신만의 스타일대로 쓸 준비가 되어 있는 것 같다”(소설가 윤고은)라는 평을 들으며 엄청난 작가적 역량을 지니고 있음을 짐작게 했다. 이후 특유의 리드미컬하고 유머러스한 문장으로 사회적인 문제와 소재들을 두려움 없이 작품들에 녹여내며, 표제작 「알려지지 않은 예술가의 눈물과 자이툰 파스타」로 2018년 젊은작가상을 수상하는 등 그 짐작이 사실이었음을 스스로 증명해내고 있다. 한국문학의 경계를 넓히고 깊이를 더해갈 재능 있는 젊은 작가들의 목록 가장 앞쪽에 박상영의 이름과 그의 첫 소설집을 놓는 데 망설일 이유가 없을 것이다.


“그때는 몰랐었어
누굴 사랑하는 법.“

박상영 소설의 인물들은 끊임없이 ‘사랑’을 하고, 그러다 그것에 ‘실패’하고, 결국 ‘망한다’. 그들이 사랑하는 대상에는 일정한 공통점이 없다. 사랑이라는 감정에 어떤 준칙을 들이댈 근거도 없거니와 이들의 사랑은 특히나 더 스펙터클하다. 무일푼인 제 처지에 아랑곳없이 근사한 호텔에서 매일 새로운 남자와 하룻밤을 보내는 자신의 일을 사랑하는 게이 남창 ‘제제’, 그리고 그런 제제를 이해하지 못하면서도 그에게 곁을 내주는 ‘나’(「중국산 모조 비아그라와 제제, 어디에도 고이지 못하는 소변에 대한 짧은 농담」), 끊임없이 서로의 사랑을 의심하고 확인받고 싶어하면서도 온라인과 오프라인이라는 이중생활을 마다하지 않는 연인(「패리스 힐튼을 찾습니다」 「부산국제영화제」), ‘자이툰 부대’라는 제한된 공간에서 “포인트가 묘하게 게이스럽”다고 느끼지만 “우리 쪽 사람”인지 확신하지 못하거나 “남자와 그러는 사람이 아니”라고 부정하는 ‘나’와 ‘왕샤’(「알려지지 않은 예술가의 눈물과 자이툰 파스타」)의 감정도 사랑이 아니라고 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들이 이토록 사랑에 집착하는 이유는 모두 ‘주류 세계’에서 밀려나 있거나 그곳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이들에게는 자신이 사랑하는 대상을 좀더 ‘열심히’ 사랑하는 일이 ‘최선의 삶’이다. 경제활동과 거리가 멀거나 남들에게 환영받고 인정받지 못하더라도 이들은 개의치 않는다. 박상영 소설의 가장 빛나는 지점도 여기에 있다. 박상영은 주류 세계에서 벗어난 사람들의 삶과 사랑과 꿈과 욕망을 생생하게 그려냄으로써 한국사회의 ‘주류 지향’ ‘타인 지향’ 세태를 날카롭게 꼬집는다. 작금의 현실이 압도적이라도 거기에 발 묶이지 않고 나름의 방식으로 사랑하며 살아가는 이들을 통해 “물질적으로 구성된 ‘한국적인 것’의 한 측면을 어떤 사회과학적 통찰보다 정확하게 형상화”(윤재민, 작품 해설)해낸다.

여기서 더 나아가 박상영의 소설은 실패하고 망하는 것 역시 그럴싸한 삶의 한 방식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2018년 젊은작가상 수상작이자, 언젠가 한국 ‘퀴어 소설’의 계보에 반드시 언급될 작품인 「알려지지 않은 예술가의 눈물과 자이툰 파스타」의 ‘나’와 왕샤의 모습이 대표적이다. ‘나’는 칸영화제의 총아가 되겠다는 꿈을 가지고 게이들의 현실을 그린 영화, 그러니까 이성애자 감독이 그리는 퀴어 영화처럼 “감정 과잉의 신파이거나 정치적 프로파간다에 빠지지 않은” “세상에 없는 퀴어 영화”를 만들고자 하지만, ‘나’의 처음이자 마지막 장편영화는 이성애자 영화평론가로부터 현실성이 없다며 혹평을 듣는다. ‘나’에게 게이들의 현실이란 이성애자들의 그것과 마찬가지로 “그냥 젊은 사람이 술 먹고 섹스하는” “그냥 연애하는” 일과 다르지 않지만 결국 ‘나’는 ‘짝퉁 홍상수’ 취급을 당하며 영화판에서 밀려날 뿐이다. 왕샤 역시 “동양의 찰스 와이드먼”을 꿈꾸며 현대무용에 매진하지만 결국 자신이 연기한 작품의 제목처럼 “세상의 작은 점”조차 되지 못한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이들의 실패가 전혀 낙담스럽거나 비참하게 느껴지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문학평론가 신형철의 말처럼 “누군가의 실패를 감히 선언할 수 있는 자격이 있는 사람은 자기 자신뿐인데, 이 소설은 실패를 선언할 자격이 있는 바로 그 사람들의 실패 선언이기 때문에 유례없이 당당”(젊은작가상 심사평)하고 오히려 패기가 넘친다. 자신이 망했다고 큰 목소리로 외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우리는 망한 것이 아니라 “완성된 것”이라 말하며 ‘나’와 왕샤가 유채영의 테크노 넘버(“그때는 몰랐었어 누굴 사랑하는 법”)에 맞춰 함께 춤을 추는 장면이 짜릿하게 느껴지는 까닭이다.

동상이몽의 형태로 인스타그램에 빠져 사는 삼십대 커플, 의외로 순진하고 “커야 할 것들이 적당히 큰” 이십대 군인, 퀴어, “SNS 활동으로 얄팍한 영향력”을 유지하는 ‘가짜 게이’ 영화감독, 끝내 데뷔하지 못하는 아이돌 연습생, 엄마의 폭력에 억눌려 지내는 십대 소년 등 박상영 소설에 등장하는 다양한 인물들의 “희비극적 모험담”은 “경쾌하면서도 쓸쓸한 청춘소설의 면모”(소설가 이장욱, 젊은작가상 심사평)를 잘 보여준다. 특히 이른 나이에 걸 그룹 데뷔조에 발탁되어 “시간을 쪼개가며 데뷔를 준비”했으나 끝내 실패하는 ‘나’(「햄릿 어떠세요?」)와 학자금과 생활비 마련에 쫓겨 출장 매춘에 나서다 급기야는 연인에 의해 촬영된 자신의 은밀한 동영상을 스스로 파일 공유 사이트에 업로드하며 환금의 수단으로 삼는 지경에까지 이르는 ‘수’(「조의 방」)의 모습은, 각자의 꿈을 향해 최선을 다해 살아가지만 편견과 사회적 계급에 의해 좌절당하고 마는 우리 시대 청춘의 현실을 생생하게 드러내 보인다. 그렇지만 박상영은 이러한 현실을 쓸쓸하고 아프게만 그리지 않는다. 한국 문단의 ‘대표적 유머리스트’라고 할 수 있는 소설가 이기호가 박상영을 두고 “‘생래적 유머리스트’의 출현”(추천사)이라며 후배의 등장을 반긴 것처럼 박상영의 소설은 유머러스하고 리듬감 있게 읽는 재미가 있다.
박상영은 농담을 에둘러 흘리기보단 부끄러워하지 않고 직접 던지는 편에 가깝다. 제제가 ‘나’에게 보내온 “오늘의 웃긴 얘기”를 듣고 우리는 피식피식 웃지 않을 수 없고, ‘나’와 왕샤가 ‘샤넬 노래방’과 ‘비욘세 순대국밥’에서 한바탕 소동을 벌이며 나누는 대화는 급기야 우리를 파안대소하게 만든다. 그리고 그 소동과 웃음을 넘어 끝내 우리를 눈물짓게 만들고, 동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의 이야기에 “속수무책으로 공감”(정이현, 추천사)하게 만드는 것이 바로 박상영의 소설이다.



이 글들을 묶어낼 용기를 낼 수 있었던 것은 세상 어딘가에 나와 비슷한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였다. 이를테면 필름이 끊기기 위해 술을 마시는 사람, 만취해 택시를 타면 이유 없이 눈물이 쏟아지는 사람, 스스로를 씹다 버린 껌이나 바람 빠진 풍선처럼 여기는 사람, 사후 세계를 믿지 않는 사람, 함부로 누군가를 이해한다는 말을 하는 것을 경계하는 사람, 그렇게 잘난 척을 하며 살다보니 나 아닌 누군가에게 한 번도 제대로 가닿아본 적이 없다는 것을 문득 깨달아버린 사람. 이 책은 좀체 웃을 일이 없는 그들에게 건네는 나의 수줍은 농담이다. _‘작가의 말’에서


★ 추천의 말 ★

내 주위 사람들은 다 아는 이야기이지만, 박상영의 등단작인 「패리스 힐튼을 찾습니다」를 처음 읽은 그 순간부터 나는 사랑에 빠져버렸다. 그가 말하는 방식도 좋았고, 그가 그려놓은 무대도 마음에 들었으며, 심지어 그가 만들어낸 인물(박소라)은 꿈에 나타나기까지 했다. 나는 팬심으로 무장해 그의 전화번호를 알아냈고, 그의 동문 선후배들에게 남몰래 취재했으며, 문예지가 오면 제일 먼저 그의 소설부터 찾아 읽곤 했다. 그리고 지금 ‘성덕’의 심정으로 그의 첫 소설집 추천사를 쓰고 있다. 내가 박상영의 소설을 사랑한 이유는 자명하다. 그가 ‘유머’와 ‘자멸’이 사실은 같은 반 절친한 짝꿍임을 알고 있는, 흔치 않은 작가이기 때문이다. 그의 소설은 유머리스트와 마조히스트가 어깨동무를 한 채 어두운 밤거리를, 작은 점이 될 때까지 걸어가는 이야기이다. 거기에는 결핍이나 금지 따위는 없다. 통제니 절제니 설득이니 하는 것들도 없다. 오로지 직진할 뿐. 망하면 망했지 가식이나 위선은 떨지 않겠다는 태도. 이런 태도는 계산하고 설정한다고 해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무언가에 쫓기는 연약한 동물의 본능처럼 저절로 튀어나오는 것이다. 이른바 ‘생래적 유머리스트’의 출현, 그것이 바로 내가 사랑한 박상영의 다른 이름이다. _이기호(소설가)

이 소설을 읽는 동안 나는 무척 여러 번 표정을 바꾸었다. 피식거리다가 파안대소하다가 갑자기 진지해졌다가 콧날을 찡그렸다가 손등으로 눈가를 훔치기도 했다. 하나의 소설을 읽으면서 작중인물이 토해내는 무력감에 속수무책으로 공감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박상영의 소설은 그 일을 아무렇지 않게 해낸다. 이 작가가 한국소설의 경계를 한층 넓히고 한계를 지워갈 수 있으리라 믿는다. _정이현(소설가)

구매가격 : 9,500 원

하루키를 읽다가 술집으로

도서정보 : 조승원 / 싱긋 / 2018년 09월 19일 / EP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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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를 다룬 책들은 차고 넘치지만,
아직 술과 연관된 책은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 아무도 안 쓸 것 같다면 더 늙기 전에 나라도 쓰자.
내가 직접 써서 내가 맨 먼저 읽어보자."

문장은 한 점의 모호함도 없이 명석하고,
내용은 백과사전만큼이나 정확하고 풍부하다. _장석주(시인)


하루키스트라면 절대로 놓치면 안 될 책
이 책은 음악과 술을 사랑하는 미주가(美酒家)이자 하루키스트인 저자가 하루키의 모든 작품을 읽고 또 읽으며 작품 속에 나오는 음악을 듣고 술을 마시며 쓴 매혹적인 책이다. 하루키의 소설과 에세이에 등장하는 술을 맥주, 와인, 위스키, 칵테일로 분류하여, 해당 작품 스토리의 흐름과 주인공 사이의 대화에서 나오는 술은 어떤 역할을 하는지 살펴보고, 나아가 해당 술을 주제로 한 문명사와 술 제조법까지 담고 있어 흥미진진하다. 주인공의 행적을 추적하며 술과 연관된 작품 속 장면을 간결하게 설명하고 있어 하루키의 해당 작품을 읽지 않은 독자도 편하게 읽을 수 있으며, 술에 대한 특징을 상세하게 다루고 있어 술을 즐기지 않거나 마시지 못하는 사람도 술의 맛과 역사를 즐길 수 있다. 저자는 평생 음악에 빠져 음악을 업으로 삼고자 국내 모든 라디오PD 시험에 응모할 정도로 음악을 사랑한 자신의 특기를 살려 각 장의 끝에 하루키 작품에 나오는 음악에 관한 설명도 덧붙였다. 부록으로 실은, 저자가 발품을 팔아가며 하루키가 즐겨 찾던 술집을 취재한 내용과 국내의 가볼 만한 곳, 그리고 술과 관련된 하루키의 문장들은 또다른 재미를 준다.

호프집에서 맥주 한잔 마시거나 바에서 칵테일 한잔 하는 건
어쩌면 하루키 소설의 문장 하나를 읽는 거나 마찬가지다. _「들어가며」에서

하루키는 소설을 쓰기 전 바텐더였다
하루키는 소설가로 정식 데뷔하기 전, 자신이 기르던 고양이의 이름을 딴 "피터 캣"이라는 재즈 바를 운영했던 바텐더였다. 아르바이트를 포함하면 바텐더 경험은 10년 남짓, 이때의 경험이 여러 소설에 녹아 있다. 『국경의 남쪽, 태양의 서쪽』에는 "재능 없이는 맛있는 칵테일을 만들지 못한다"는 말이 나오는데, 저자는 하루키도 칵테일을 만들고 글을 쓰는 일과 관련해서는 재능의 선천성과 후천성 사이에서 깊이 고민했던 것 같다고 추측한다. 술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만들고, 국가 공인 조주기능사 자격증이 있을 만큼 술 전문가인 저자는 하루키의 작품에 등장하는 술을 좇는 것으로 모든 이야기를 시작한다. 주인공이 어떤 기분일 때 맥주를 마시고 위스키를 마시는지, 주인공이 선택한 술은 평소 하루키가 어떻게 생각하던 술이며 어떤 맛과 역사를 지니고 있는지.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하루키와 해당 술의 인연과 그 술에 대한 정보를 종횡무진 집요하게 추적한다. 맥주의 저장 온도는 몇 도가 나은지, 병맥주와 캔맥주 중에서는 어느 쪽이 더 맛있는지, 라거는 어떤 맥주이며, 하루키는 왜 유럽 맥주를 좋아하는지, 왜 키안티 와인을 좋아하는지, 맥주와 와인과 위스키의 기원은 무엇인지, "쿠바 서민의 술"인 모히토가 어떻게 헤밍웨이가 사랑한 술로 둔갑했는지, 나아가 위스키나 보드카가 의약품으로 취급받은 사실이나 술의 문화사에 관한 글도 무척 재미있다.
저자는 이 책을 쓰면서 하루키의 작품이나 여러 매체의 인터뷰를 제외하면 총 47종의 책을 참고했는데, 그중 35종이 술에 관한 책이다. 그만큼 이 책에는 술의 역사가 풍부하게 담겨 있다.


♣ 추천사

하루키 소설에는 실로 다양한 종류의 음악, 술, 음식들이 나온다. 그것은 작중인물이 제 감정과 문화 취향을 드러내는 기호로 작동한다. 이 책의 저자는 하루키의 소설과 에세이를 훑으면서 "술"에 관련된 것을 일일이 적시하고, 그 의미를 따져 문장을 적어 내려간다. 술과 함께한 인류의 문명사를 짚어내고, 하루키 주인공들이 술에 기대어 제 마음을 어떻게 진정시키는지를 보여주는 문장은 한 점의 모호함도 없이 명석하고, 내용은 백과사전만큼이나 정확하고 풍부하다. 처음엔 "술"이라는 코드로 "하루키 문학"을 탐사하는 아이디어에 감탄하고, 나중엔 기대를 넘어서는 책의 몰입도에 반했다. 책 말미에 부록으로 붙인 "이 책을 읽고 가볼 만한 곳"도 개인적으로 매우 흥미로웠다. 하루키스트라면 절대로 놓치면 안 될 책이다! _장석주(시인)

40년 동안 숙성된 고급 위스키 같은 하루키의 글에는, 잉크 대신 검정색 알코올로 글을 쓴 듯 여러 빛깔의 술 향기가 묻혀 있다. 이 책을 통해, 어렸을 적 하루키 소설에 나오는 잘 몰랐던 음악과 술들을 알게 된다면, 한 번 더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 지을 수 있을 듯. 허무하지만 간절함이 느껴지는 맥주, 우아하지만 왠지 쓸쓸함이 느껴지는 와인, 영혼의 진통제 위스키, 클래식한 칵테일들까지 저자는 술에 얽힌 이야기들과 역사를 바텐더처럼 친절하게 안내한다. _"캡틴락" 한경록(크라잉넛)

햇살 좋은 날이면 학교 가던 길을 멈추고 하루키 소설 한 권을 손에 든 채 공원으로 가던 시절이 있었다. 벤치에 앉아 바람의 노래를 들으며 넘기던 페이지마다 적혀 있던 술에 대한 문장들을 읽어 내려가며, 나도 한 번쯤 25미터 수영장을 가득 채울 만큼의 맥주를 여름내 마셔보고 싶었다.
이 책은 바로 그 시절을 떠올리게 만든다. 하루키의 글들에 숨겨진 술에 관한 보석 같은 이야기들을 다양하고 풍성하게 풀어낸다. 하루키식으로 말하자면, 햇살이 눈부시게 쏟아지는 잔디밭에 나가 차가운 라거 병맥주와 함께 읽고 싶은 책이다. 작지만 "확실한" 행복이 귓가를 간질일 것만 같다. _김양수(웹툰 작가)

맥주 반잔을 겨우 마시는 나도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 속에서 술 이야기를 접할 때면 그와 함께 여유로운 어른의 세계로 들어가는 기분이 들곤 했다. "술알못"도 즐길 수 있는 흥미로운 가이드이자 하루키 월드를 속속들이 파헤쳐주는 유니크한 팬북! _양수현(『기사단장 죽이기』 책임편집자)

구매가격 : 12,600 원

이빨 (교유서가 첫단추시리즈 26)

도서정보 : 피터 S. 엉거 / 교유서가 / 2018년 09월 19일 / EPUB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생존 경쟁의 최전선, 이빨 5억 년의 진화사
이빨과 먹이는 어떻게 연관되는가?
인간은 왜 이갈이를 한 번만 할까?

이빨의 맞물림과 씹기 능력은 중요한 에너지원이다
새 이빨은 새로운 가능성을 낳는다
이빨의 구조와 기능, 인간 치아의 질환 등 이빨의 모든 것!


이빨은 5억 년에 걸쳐 진화해왔다. 지구상의 다양한 생물의 진화를 추동한 것은 이빨의 진화와 그로 인한 섭식 효율의 증가였다. 저자는 최초의 이빨 가진 어류에서 인간에 이르기까지 이빨의 역사를 풀어내며 이빨의 구조와 기능을 탐구하고 이를 통해 진화와 과거의 식생을 들여다본다. 우리는 왜 이빨에 끌리는가? 이빨에는 우리의 본능을 자극하는 게 있다. 우리의 옛 조상들이 이빨로부터 달아나려고 기를 썼기 때문인지도 모르고, 어쩌면 이빨이 우리를 규정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평생을 이빨 연구에 매진해온 저자의 주된 관심사는 자연이 어떻게 일하는지, 생명이 어떻게 오늘날의 모습이 되었는지, 인류가 어떻게 적응했는지 등인데, 이빨은 이런 궁금증을 해소하는 데 더없이 적절한 도구다. 이빨의 크기와 모양, 구조, 마모, 화학 조성에 대한 이 책의 서술은 이빨이 어떻게 작용하고 오늘날 동물이 어떻게 이빨을 이용하며 과거에 어떻게 이용했는지에 대한 새로운 통찰을 선사한다. 이빨 진화의 역사를 총괄하는 이 책은 이빨의 해부학적 구조와 기능에서 포유류의 이빨, 인간 치아에 이르기까지 이빨의 모든 것을 흥미롭게 설명한다.


상어는 이갈이를 수백 번 할 수 있다
대부분의 척추동물은 이빨이 빠지고 새로 난다. 상어는 이갈이를 수백 번 할 수 있어, 평생 수만 개의 이빨이 입을 거쳐 간다. 새로 난 이는 크기, 모양, 구조가 전과 달라질 수 있다. 포유류의 경우, 치열에 큰 틈이 생기지 않도록 이갈이는 한 개 걸러, 또는 두 개 걸러 진행되는 경향이 있다. 이처럼 이갈이가 특이한 것은 성체가 되었을 때 턱의 성장이 멈추기 때문이다. 인간은 치아가 여러 세대에 걸쳐 점차 커질 필요가 없다. 두 세대면 충분하다. 젖니는 대체로 작으며 법랑질이 얇고 희다. 큰어금니를 제외한 젖니 스무 개를 전부 가는데, 턱에 여유 공간이 생김에 따라 여남은 개가 더 난다. 마지막 큰어금니는 턱 성장이 끝나는 시기에 난다. 하지만 대다수 포유류는 이갈이 패턴이 인간과 다르다. 생쥐는 태어날 때부터 성치이며, 이빨고래는 성치가 나지 않는다. 송곳니의 경우, 고양이와 원숭이 같은 일부 종은 단검 모양으로 길며, 날카롭고 뾰족한 끝은 싸울 때나 먹잇감을 찌르고 물고 붙잡을 때 쓴다. 바다코끼리, 하마, 멧돼지 등은 송곳니가 엄니로 변형된다.


포유류의 내온성, 그리고 다양한 이빨
포유류는 풀을 먹거나 다른 식물 부위를 뜯고, 미세 플랑크톤이나 덩치가 큰 동물까지 먹는다. 입맛이 까다로워 몇 가지 먹이에만 집중하기도 하고, 입에 넣을 수 있는 것이면 무엇이든 먹기도 한다. 이 놀라운 다양성의 비결은 무엇일까? 그 비결은 몸속에서 체온을 유지하는 능력인 내온성(內溫性)에 있다. 이것은 단순한 온혈이 아니라, 음식물에서 열을 발생시킨다는 뜻이다. 포유류는 추운 기후에서도 활동할 수 있다. 따라서 내온성은 몸의 화학 반응을 더욱 정교하게 조절할 수 있는 조건이 된다. 내온성이 없으면 포유류는 포유류일 수 없다. 하지만 몸의 난로를 계속 지피려면 에너지가 많이 필요한데, 기온이나 수온이 낮을수록 에너지가 더 많이 필요하다. 휴식을 취하는 포유류는 주위 환경에서 열을 흡수하는 비슷한 크기의 변온동물에 비해 5∼10배의 연료를 소비한다. 그런 만큼 음식물에서 최대한의 열량을 짜내야 하는데, 거기에서 이빨의 진가가 드러난다. 자연은 포유류가 내온성에 필요한 에너지를 얻을 수 있도록 이빨에 거센 압박을 가하는 것이다.


탄수화물 섭취량 증가와 충치의 만연
인간에게 충치나 치주질환이 만연한 것은 19세기 이후부터다. 치태 세균은 탄수화물을 분해하면서 부산물로 산을 배출한다. 이빨 표면의 피에이치(pH)가 낮아지면 무기질이 유실되고 최종적으로 충치가 생기거나 법랑질과 상아질이 점차 삭는다. 그런데 초기 현생 인류에게는 충치가 별로 없었다. 선사 시대에 살았던 텍사스 남부와 멕시코 북부의 수렵·채집인은 치과 질환을 지독하게 앓았는데, 이것은 탄수화물이 풍부한 야생 식이가 충치를 일으키는 치태 세균에 양분을 제공했기 때문일 것이라고 저자는 분석한다. 탄수화물은 신석기 농업 혁명과 함께 인류가 곡물을 재배하기 시작하면서 그 섭취량이 급증했고, 그에 따라 충치율도 다섯 배가량 증가했다. 19세기 이후에는 당분이 많은 식품과 정제 설탕을 쉽게 구할 수 있게 되면서 충치율이 더욱 치솟았다. 치태 세균은 당을 여느 탄수화물보다 훨씬 빨리 분해하기 때문에 산도가 높아지고 충치가 더 빨리 생긴다. 물론 유전적 성향이나 병리적 타액 등의 요인도 작용했겠지만, 신석기 혁명과 산업 혁명으로 인한 식이 변화가 충치율 증가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 것은 분명하다.


너무 많이 씹으면 되레 소화 효율이 낮아진다
입을 다물었을 때 입술 위로 튀어나오는 엄니는 앞니나 송곳니가 커진 것으로, 과시나 싸움에 주로 쓰이지만 다른 역할을 할 수도 있다. 코끼리는 엄니로 땅을 파거나 나무에 표시를 하며, 일각돌고래는 엄니를 감각기관으로 이용하여 물의 온도, 압력, 화학 조성을 감지한다. 그런데 음식물의 처리는 무엇보다 씹기를 뜻한다. 이빨은 식물의 세포벽과 곤충의 외골격 같은 보호용 덮개를 찢어 영양소를 흡수한다. 음식물을 작은 조각으로 자르면 삼키는 덩어리의 크기가 작아지면서 동시에 소화효소가 작용할 표면적이 커진다. 표면적이 커지면 효소의 작용이 늘어나 음식물을 더 완벽하게 소화할 수 있다. 하지만 씹기에는 에너지와 시간이 들기 때문에 비용과 편익을 견주어야 한다. 씹는 시간이 늘수록 섭취에 드는 시간과 섭식량이 줄기 때문이다. 한 연구에서는 씹는 횟수를 15회에서 40회로 늘렸더니 섭취 열량이 12퍼센트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각이 너무 작으면 장을 너무 빨리 통과하여 세균이 음식물 분해를 도울 시간이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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