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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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학교 파리편 1

도서정보 : 김진경 김재홍 / 문학동네 / 2018년 11월 23일 / EP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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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불 수교 130주년 파리도서전에 공식 초청된 고양이 학교
한국과 프랑스에서 동시 출간되는 고양이 학교 파리편(전2권)

‘고양이 학교’는 2001년 국내에 첫 책이 출간된 뒤, 프랑스, 일본, 중국, 대만, 태국, 폴란드 등에 번역 출간된 한국의 대표적인 판타지 동화다. 2006년에는 프랑스 어린이들의 직접 투표로 그해 가장 훌륭한 어린이청소년문학 작품에 주는 앵코륍티블상을 받으며 한층 위상을 높였다. 총 14권에 이르는 이 연작 판타지 동화는 동서양의 신화와 전설의 토대 위에, 상생의 메시지와 고양이 마법사들의 모험으로 골조를 세웠다. 15년 동안 함께 고양이 학교를 집필하고 그려온 김진경 작가와 김재홍 화가는 크고 작은 국제 도서전과 사인회에서 우리 아동문학을 널리 알려왔다. 2016년에는 한불 수교 130주년을 맞아 열리는 파리도서전 주빈국 전시에 두 작가 모두 공식 초청받아 프랑스 독자들과 만남을 갖는다. 때맞춰 문학동네와 프랑스 피키에 출판사가 고양이 학교 파리편(전2권)을 출간한다. 이번 파리편은 피키에 출판사에서 먼저 집필을 의뢰했으며, 큰 호응 속에 출간이 이뤄졌다. 지난 3월 11일 프랑스 대표 일간지인 『리베라시옹』에서는 한국의 아동문학을 소개하면서, ‘고양이 학교 파리편’을 일러스트와 함께 크게 다뤘다.

자연과 인간, 과거와 미래와의 연대를 꿈꾸며,
수정 고양이들 한국에서 앙코르와트를 지나 파리로 향하다

‘고양이 학교’ 3부작은 동서양 신화를 재창조한 이야기 안에 생명의 존엄성, 문명의 폭력성, 다문화사회의 사각지대 등 사회적 문제를 담아 현실에 밀착시킨 판타지 동화다. 고양이의 몸으로 세상을 체험하게 함으로써 한 개의 눈이 아닌 겹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했다. 그것은 일원적, 이분법의 사고에서 벗어나 다원적, 다분법의 세계를 향한다. ‘고양이 학교’ 3부작에 이은 ‘고양이 학교 세계편’은 세계사의 큰 전환기였던 과거의 현장을 누비며 어떻게 현재를 살아가야 할까 하는 태도를 고민하게 했다.

‘고양이 학교’의 프리퀄 격이었던 세계편의 『앙코르와트의 비밀』은 고양이 학교가 어떻게 세워졌는지, 고양이 학교의 첫 입학생은 누구였는지 등을 알아보는 재미와 함께, 어린 독자들의 청원에 힘입어 ‘메산’이라는 캐릭터를 되살려내 새 임무를 맡겼다. ‘보는 자’로서 여러 곳을 다니며 경험을 쌓는 메산이는 마첸과 함께 다음 목적지로 파리를 택했다. 악마의 화신이라는 이름하에 제도권 밖의 고양이와 인간 학살이 횡행했던 마녀사냥의 시대로 거슬러 올라가 400년 전, 300년 전의 중상주의 시대와 2000년대 파리를 오가며 가슴 두근거리는 모험이 펼쳐진다. 작가가 곳곳에 심어둔 수수께끼를 풀어가는 과정과 속도감 넘치는 전개는 흥미를 돋우고, 인물들이 저마다의 현실에서 거듭나는 계기, 페스트와 마녀사냥이 휩쓸었던 과거가 건네는 현재적인 질문은 의미 있는 시간을 선사할 것이다.

수백 년 전 파리와 현재를 잇는 시간 여행!
장난꾸러기 고양이 볼롱떼르와 떼떼, 마법 스승으로 활약하는 마첸과 메산
그리고 진이와 토마가 파리에서 펼치는 새로운 고양이 학교!

『불로뉴 숲의 마녀』 1권
비밀의 정원을 되살릴 열쇠를 찾아라!

400여 년 전 파리, 세 사람이 불로뉴 숲에 모여 비밀의 정원을 만들었다. 비단 기술자인 동양인 진 선생은 동양 신비주의 마법으로 아무도 정원에 들어올 수 없게 진을 쳤고, 마녀로 몰렸던 카타리파의 여사제는 고양이들과 함께 이집트 고양이의 마법으로 정원을 현실과 다른 시공간으로 만들었다. 거울 기술자인 카스텔랑은 고양이들에게서 얻은 수정돌과 연금술의 힘으로 정원에 거울의 문을 세웠다. 거울의 문은 어느 시대로든 갈 수 있는 시간의 문이었다. 수백 년의 시간이 흐른 뒤, 비밀의 정원은 사라질 위기에 처하고 불로뉴 숲 주변은 바짝 말라 죽은 고양이들이 생겨난다. 오랜 시간 그곳을 지켜온 여사제는 마첸, 메산과 함께 정원을 되살릴 비밀의 열쇠를 가지고 있다는 진 선생과 카스텔랑의 후손, 그리고 그 후손들과 함께 사는 어린 고양이 볼롱떼르와 떼떼를 만나게 되는데.

구매가격 : 7,700 원

고양이 학교 파리편 2

도서정보 : 김진경 김재홍 / 문학동네 / 2018년 11월 23일 / EP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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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불 수교 130주년 파리도서전에 공식 초청된 고양이 학교
한국과 프랑스에서 동시 출간되는 고양이 학교 파리편(전2권)

‘고양이 학교’는 2001년 국내에 첫 책이 출간된 뒤, 프랑스, 일본, 중국, 대만, 태국, 폴란드 등에 번역 출간된 한국의 대표적인 판타지 동화다. 2006년에는 프랑스 어린이들의 직접 투표로 그해 가장 훌륭한 어린이청소년문학 작품에 주는 앵코륍티블상을 받으며 한층 위상을 높였다. 총 14권에 이르는 이 연작 판타지 동화는 동서양의 신화와 전설의 토대 위에, 상생의 메시지와 고양이 마법사들의 모험으로 골조를 세웠다. 15년 동안 함께 고양이 학교를 집필하고 그려온 김진경 작가와 김재홍 화가는 크고 작은 국제 도서전과 사인회에서 우리 아동문학을 널리 알려왔다. 2016년에는 한불 수교 130주년을 맞아 열리는 파리도서전 주빈국 전시에 두 작가 모두 공식 초청받아 프랑스 독자들과 만남을 갖는다. 때맞춰 문학동네와 프랑스 피키에 출판사가 고양이 학교 파리편(전2권)을 출간한다. 이번 파리편은 피키에 출판사에서 먼저 집필을 의뢰했으며, 큰 호응 속에 출간이 이뤄졌다. 지난 3월 11일 프랑스 대표 일간지인 『리베라시옹』에서는 한국의 아동문학을 소개하면서, ‘고양이 학교 파리편’을 일러스트와 함께 크게 다뤘다.

자연과 인간, 과거와 미래와의 연대를 꿈꾸며,
수정 고양이들 한국에서 앙코르와트를 지나 파리로 향하다

‘고양이 학교’ 3부작은 동서양 신화를 재창조한 이야기 안에 생명의 존엄성, 문명의 폭력성, 다문화사회의 사각지대 등 사회적 문제를 담아 현실에 밀착시킨 판타지 동화다. 고양이의 몸으로 세상을 체험하게 함으로써 한 개의 눈이 아닌 겹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했다. 그것은 일원적, 이분법의 사고에서 벗어나 다원적, 다분법의 세계를 향한다. ‘고양이 학교’ 3부작에 이은 ‘고양이 학교 세계편’은 세계사의 큰 전환기였던 과거의 현장을 누비며 어떻게 현재를 살아가야 할까 하는 태도를 고민하게 했다.

‘고양이 학교’의 프리퀄 격이었던 세계편의 『앙코르와트의 비밀』은 고양이 학교가 어떻게 세워졌는지, 고양이 학교의 첫 입학생은 누구였는지 등을 알아보는 재미와 함께, 어린 독자들의 청원에 힘입어 ‘메산’이라는 캐릭터를 되살려내 새 임무를 맡겼다. ‘보는 자’로서 여러 곳을 다니며 경험을 쌓는 메산이는 마첸과 함께 다음 목적지로 파리를 택했다. 악마의 화신이라는 이름하에 제도권 밖의 고양이와 인간 학살이 횡행했던 마녀사냥의 시대로 거슬러 올라가 400년 전, 300년 전의 중상주의 시대와 2000년대 파리를 오가며 가슴 두근거리는 모험이 펼쳐진다. 작가가 곳곳에 심어둔 수수께끼를 풀어가는 과정과 속도감 넘치는 전개는 흥미를 돋우고, 인물들이 저마다의 현실에서 거듭나는 계기, 페스트와 마녀사냥이 휩쓸었던 과거가 건네는 현재적인 질문은 의미 있는 시간을 선사할 것이다.

수백 년 전 파리와 현재를 잇는 시간 여행!
장난꾸러기 고양이 볼롱떼르와 떼떼, 마법 스승으로 활약하는 마첸과 메산
그리고 진이와 토마가 파리에서 펼치는 새로운 고양이 학교!

『불로뉴 숲의 마녀』 2권
베르사유 궁전 고양이 실종 사건을 파헤쳐라!

루이 14세가 아끼던 고양이 아폴론과 귀족들의 고양이들이 사라졌다. 고양이들이 간 곳은 2000년대 파리. 고양이들의 실종 사건을 의뢰받은 카타리파 여사제는 파리에 사는 한국인 소녀 진이와 진이의 단짝인 토마가 갖고 있는 어떤 것이 그 열쇠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것들은 비밀의 정원을 되살리고 아폴론과 고양이들을 제자리로 돌아가게 할 수 있는 힘을 갖고 있다. 과연 두 가지 열쇠는 무엇일까? 진이와 토마, 볼롱떼르와 떼떼는 아폴론과 귀족들의 고양이들을 베르사유로 무사히 돌려보낼 수 있을까? 아폴론과 고양이들이 먼 과거에서 현재로 온 이유는? 과거와 현재, 신화와 역사, 환상과 현실, 자연과 인간, 동양과 서양이 공존하는 고양이 학교의 세계에서, 아이들은 ‘나’, 나아가 ‘나’와 연결된 세상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될 것이다.

구매가격 : 7,700 원

다 같이 돌자 동시 한 바퀴

도서정보 : 이안 / 문학동네 / 2018년 11월 23일 / EP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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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평은 창작을 의미 있게 밀고 나가기 위한 하나의 방편이자, 새로운 창작의 전위를 내 안에서 찾아내기 위한 몸부림이며, 아직 오지 않은 시를 맞이하기 위한 준비 단계 같은 것이다. 나에게 비평안(批評眼)은 감상안에서 연유하는 것이며, 비평안은 다시 창작안으로 열려야 하는 무엇일 뿐이다. ―「책머리에」에서

동시 동네에 들어선 당신을 마중하는 단 한 권의 동시 평론집!
김소월, 정지용, 윤동주, 백석 등 빼어난 시인들은 시와 동시를 함께 썼다. 쉽고 간결한 언어로 쓰인 동시는 아이부터 어른까지 두루 즐길 수 있는 문학임에도 불구하고 동화에 밀려 아동문학의 변방에 머물러왔다. 2000년대 이후로 우리 동시가 새로운 중흥의 토대를 다져가고 있음은 분명하나, 여전히 동시 창작층과 비평층이 좁고 이를 수용할 지면과 출판사가 부족한 실정이다. 그 가운데 오롯이 동시만을 다룬 평론집 『다 같이 돌자 동시 한 바퀴』가 출간되었다. 지금의 아동문학 환경에 비추어볼 때 이는 매우 반갑고 고무적인 일이다.

저자 이안은 1998년 『녹색평론』에 「성난 발자국」 외 두 편의 시를 발표하고, 1999년 『실천문학』에 「우주적 비관주의자의 몽상」 외 네 편의 시가 당선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한 시인이자 동시집 『고양이와 통한 날』 『고양이의 탄생』을 펴낸 바 있는 동시인이다. 또한 동시를 향한 애정을 바탕으로 가장 활발하게 비평 활동을 하고 있는 비평가이며, 격월간 동시 전문지 『동시마중』의 편집위원이기도 하다. 그는 ‘오늘’의 동시 독자들, 시인들과 끊임없이 소통하고 있다. “『동시마중』은 어여쁘고 중요한 실험”이라 평한 안도현 시인의 말처럼 그는 “동시 문단의 지형을 바꾸고 동시 부흥의 기틀을 다지는” 장본인인 셈이다.

이안의 첫 평론집 『다 같이 돌자 동시 한 바퀴』는 5년간 여러 지면에 발표한 글 중 35편을 가려 한데 묶은 것으로, 동시를 향한 그의 마르지 않는 애정을 보여준다. ‘지금’ ‘오늘’의 동시를 창작과 비평의 측면에서 읽을 수 있는, 현실적이고도 구체적인 평론서가 절실했던 때에, 이 책의 출간 소식은 동시를 사랑하는 이들에게 단비와 같이 반가운 일이리라. 밝은 시안(詩眼)으로 가려낸 좋은 동시들과 이에 대한 깊이 있는 해석까지, 저자의 수고가 담긴 이 책이 빛나는 까닭이다.

동시의 길에서 만난 모든 벗들에게 건네는 인사말
이 책의 「책머리에」에는 ‘동시의 길에서 만난 모든 벗들에게’라는 제목이 달렸다. 그래서일까. 이 책에 담긴 글들은 한 통의 연서처럼 다정하게 읽힌다. 이안의 비평은 쉽고 친절하고 유쾌하다. 그러면서도 한 편의 시를 속단하여 읽는 법이 없고, 편향된 시각으로 독자들을 몰아가지도 않는다. 그저 읽는 이의 보폭과 속도에 맞춰 동시 길을 걷는다. 그러니 독자들이 동시 동네의 아름다운 저녁별과, 이웃들과, 풍경들을 빠짐없이 둘러볼 수가 있는 것이다. 이 책을 따라 많은 이들이 동시 여정을 즐기길 바란다. 길목에서마다 동시 벗을 만나게 될 것이다.

‘맛있는 동시’를 만나러 가는 서른다섯 편의 발걸음
동시집을 펼쳐든 당신—동시를 사랑하는 어른 독자, 동시인, 아동문학평론가, 학부모, 교사, 동시집 기획․편집자, 아동문학연구자 등—은 이내 수많은 궁금증에 휩싸일 것이다. 좋은 동시란 무엇인지, 동시의 내용과 소재의 범위는 어디까지인지, 동시 독자인 어린이의 연령과 시적 감수성, 독서력은 어느 정도로 상정해야 할지, 시와 동시의 경계를 어떤 기준으로 나눌 것인지 등 대부분 한마디로 정의 내리기 쉽지 않은 이 문제들은 동시 동네의 뜨거운 논쟁거리다. 미로와도 같은 길에서 헤매지 않고 그야말로 ‘맛있는’ 동시를 맛보고 싶다면 이 책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책은 총 4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 ‘다 같이 돌자 동시 한 바퀴’는 동시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와 감상을 돕는다. 저자는 동시가 다른 장르에 비해 쉽고 단순해 보이지만 “작품이 거느리고 있는 시의 세계”는 결코 “좁지 않다”고 말한다. “단순한 웃음으로 주저앉지 않는” “건강한 웃음의 상상력”을 지닌 시, “금기”에 “도전”하고 “기존의 지배적 관념에 균열을 가하”는 시, “새로운 명명을 통해 새롭게 태어나”는 좋은 동시를 소개한다.

작품은 가슴으로만 쓰는 것도, 손끝으로만 쓰는 것도, 머리로만 쓰는 것도 아니다. 김수영의 말마따나, “시작(詩作)은 ‘머리’로 하는 것도 아니고 ‘심장’으로 하는 것도 아니고 몸으로 하는 것이다. ‘온몸’으로 밀고 나가는 것이다.” 작품 감상 역시 마찬가지다. 어느 하나로만 하는 것이 아니다. 아이들이 온몸, 온 감각으로 자라듯, 입으로, 머리로, 눈으로, 가슴으로, 그리하여 온몸, 온 감각으로 끌어당기듯 하는 것이다.(85~86쪽)

2부 ‘경계의 안과 밖’은 주목할 만한 동시를 엄선하고 2000년대 동시단의 흐름을 살펴봄으로써, 우리 동시의 자리와 경계, 그리고 그 너머 가능성을 짚는다. 저자는 동시인들이 “관습적 상상력에서 벗어나” 작품에 대한 치열한 “문제의식”과 “자기 시관”을 부단히 갱신하며 밀고 나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동시는 우리의 행복한 문학 유산”이자 “미래를 향해 열려 있는 가능성”이라고 말하는 그의 목소리가 미덥게 느껴진다.

시가 아니라 동시이기 때문에 가능한 지점들에 예민하게 주목하고 그것에 가까이 다가서려는 노력을 통해 동시는 시의 이상(理想)에 이를 수 있다. 그것은 “아이들이 읽으면 동요가 되고, 젊은이들이 읽으면 철학이 되고, 늙은이가 읽으면 인생이 되는 그런 시”(괴테)의 상태가 아닐까 한다. 시는 그 난해성으로 인하여 좋은 시가 모두 이런 역할을 해낼 수 있는 건 아니다. 그러나 좋은 동시는 이 역할을 해낼 수 있다. 이것이야말로 시보다 넓은 동시의 경계이자 가능성이다.(114~115쪽)

3부 ‘천착과 전망’은 개성적인 언어로 자기 시세계를 성공적으로 일군 동시인들의 작품을 세밀하게 살핀다. 감상 주체에 대한 관심과 애정으로 청소년 독자들과 소통한 박성우, 사람과 자연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으로 시적 대상을 품어 안은 성명진, 다양한 실험과 모색 끝에 시편마다 형식과 내용의 조화를 이끈 정유경, 발랄하고 거침없는 개성적인 시를 보여준 김개미, 특유의 감각과 가락으로 아이들에게 건강한 삶의 자리를 지어주는 안도현 등의 창작방법을 낱낱이 들여다본다. 작품에 대한 단편적인 비평이 아니라 창작자의 관점에서 다각도로 작품을 분석함으로써, 독자로 하여금 우리 동시의 지평을 넓혀 나가게 한다.

우리 동시는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지금까지가 ‘동시 일반(一般)’의 시기였다면 이제부터는 ‘동시 특수(特殊)’의 시기다. 자기 목소리를 독창적으로 일구어내지 못하면, 개성적인 언어와 세계의 돌파가 보이지 않으면 존립이 어려운 상황이 되었다. 시인은 많지만 자기 이름을 자기 작품에 새기는 이는 여전히 손으로 꼽을 정도다. 문제는, 다시 문제의식이다. 도약기를 맞은 우리 동시단의 과제다.(225~226쪽)

마지막으로 4부 ‘동시집의 뒷자리’는 김륭, 송찬호, 강정규, 안진영 동시집의 해설을 담고 있다. 각 시인의 개성과 시적 실험, 다양한 해석의 층위와 지점을 짚어줌으로써, 그의 해설은 시와 시인, 시인과 독자, 독자와 시 사이에 징검돌 역할을 한다. 덕분에 독자들은 가볍게 발을 디뎌 동시의 세계로 건너갈 수 있다.

더 적게 말하는 것으로 더 많은 것을 전달하는 것이 바로 다른 장르와 구별되는 시만의 특징이자 전략인 셈인데, 이는 우리 동시에 크게 부족한 부분이기도 하다. 너무 많이 말해서 독자의 입을 봉해버리고 껴들고 싶은 욕구를 허용치 않는 것. 시를 읽는다는 건 시인이 남겨둔 여백과 여지에 깃드는 일이기도 하다. 그것이 시 독자의 행복이다.(299쪽)

동시 동네의 골목골목을 누벼온 그의 글이 동시 길에 들어선 독자들을 마중한다. 동시를 쓰는 이에겐 어떤 방향으로 자기 시세계를 밀고 나갈 것인가에 대한 나침반이, 동시를 읽는 이에겐 동시에 대한 이해를 돕는 것은 물론 동시 감상의 즐거움을 일깨워주는 좋은 길동무가 될 것이다.

구매가격 : 12,600 원

여름이 반짝

도서정보 : 김수빈 김정은 / 문학동네 / 2018년 11월 23일 / EP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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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반짝』은 왜 우리가 동화를 읽어야만 하는가에 대한 대답을 들려준다. 우리는 서로 사랑했고 용감했으며 누구나 어린이이거나 어린이였다. 그런 좋은 세계는 먼빛처럼 아스라이 떠났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알고 보면 우리 앞에 있다. 이 작품 속에는 아름다운 장면이 비눗방울처럼 많고 책을 덮고 나면 마음에 하나씩 내려와 앉는다. 정말 잊을 수 없는 것은 이렇게 연약한 것들이다. 그래서 우리는 동화를 읽는다. 연약한 것들의 힘을 가슴에 오래 간직하기 위해서. 주목할 만한 이야깃거리를 내세워 독자의 흥분을 먼저 공략하려 드는 작품들은 이 젊은 작가의 담담한 공력 앞에서 빛을 잃을 수밖에 없다._심사평

처음 쓴 동화로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대상 수상

김려령의 『내 가슴에 해마가 산다』, 이영서의 『책과 노니는 집』, 전성희의 『거짓말 학교』, 한윤섭의 『봉주르, 뚜르』를 거쳐 시대가 빼앗은 아이들의 모험 세계를 문학으로 충족시켜 준 김선정의 『방학 탐구 생활』, 창작 옛이야기의 결정판으로 극찬받은 천효정의 ‘삼백이의 칠일장’ 시리즈(『얘야, 아무개야, 거시기야!』『삼백이는 모르는 삼백이 이야기』)에 이르기까지, 어린이문학의 스펙트럼을 넓히며 독자들의 반향을 불러일으킨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이 16회 대상 수상작을 내놓았다. 신인 작가 김수빈은 첫 책으로, “등장인물 어느 하나 함부로 하지 않고 정성스럽게 그려 주는 따뜻함과 사람과 사람, 자연과 사람의 관계를 서정적으로 묘사해 내며 아련한 인상”을 남겼다.

7시 7분, 아이들의 숨을 담고 비눗방울이 날아오를 때마다 들려오는 유하의 목소리

뜻밖의 사고로 유하가 세상을 떠난 이후, 세 아이의 비밀스러운 만남이 시작되었다. 7일마다 7시 7분이면 파란 지붕 집 담을 넘는 세 아이. 잠시 할머니 집에서 지내기 위해 시골로 내려왔지만 낯선 환경이 불만투성이인 린아, 전학 온 린아에게 유하의 옆자리를 뺏기고 린아만 보면 가자미눈을 뜨는 김사월, 어디든 무엇이든 유하와 함께였던 단짝 이지호. 아이들이 함께 부는 비눗방울이 커다랗게 날아오를 때마다 유하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세 아이들은 비눗방울 속의 유하에게 한목소리로 약속한다. ‘보물찾기’에서 받은 유하의 목걸이를 꼭 찾아 주겠다고. 그렇게 서로 닮은 데가 없는 아이들은 의기투합, 유하의 발길이 닿았던 곳마다 유하의 분신과도 같았던 목걸이의 흔적을 찾아다니며 유하가 남긴 추억 위에 새로운 여름날을 덧쌓는다.

이 동화는 빛과 같은 이야기다. 고개를 들면 무지막지한 사건 제목이 가득하고 “하지 마라.”는 협박이 발 디딜 틈 없이 쿵쿵 떨어지는 세상이지만 이 책을 펼치면 마음이 푹 놓인다. 여기 좋은 친구들이 있으니 염려 말고 오라고 고요히 반짝인다. 이 작품에는 허위의 경쟁률만 번뜩이는 네온사인의 시대에 문학이 어린이에게 줄 수 있는 정직하고 온전한 격려가 담겨 있다._심사평

같은 시간, 같은 장소, 꼭 지키고 싶은 약속
한눈에 알아봐야 해. 스무 살이 되고 서른 살이 돼도 우리가 꼭 친구 해 줄게.

“신기하지 않나, 내 숨이 하늘을 난다는 게.”
“갑자기 무슨 엉뚱한 소리야?”
“저 비눗방울 안에 든 숨 말이다, 내 숨. 하늘을 나는 것도 신기하고 어디까지 닿을 수 있는지도 궁금하고.”_본문 중에서

유하가 비눗방울을 불며 한 말에 린아는 코웃음 쳤었다. 줄 게 있으니 꼭 만나자는 부탁을 거절했었다. 그런데 느닷없이 유하가 떠나 버렸다. 아빠의 죽음 이후, 생애 두 번째 장례식을 맞은 린아. 그런 린아를 유하가 위로하려고 찾아온 것일까, 아니면 미안함에 린아가 유하를 부른 것일까. 숨을 불어 넣어야만 존재하는 ‘비눗방울’을 매개로, 세상을 떠난 유하와 세상에 남은 린아는 다시 만난다. 괜찮으냐고 무섭지 않느냐고 묻는 아이들에게, 내가 귀신인데 뭐가 무섭노 하며 왼쪽 뺨의 보조개를 드러내며 웃는 유하는 엊그제처럼 씩씩하다. 유하를 볼 수 있는 시간은 49일, 딱 7번. 쌀쌀맞았던 린아는 이제 유하를 만나기 위해 유하가 기다리고 있는 그곳으로 달려간다. 색색의 수국이 흐드러진 언덕길을 결코 친해질 것 같지 않았던 사월이, 지호와 함께 숨 가쁘게 달린다.

어린이들은 이승과 저승을 넘어 어린이와 탄탄하게 연대한다. 어른이 자신들을 구해 주지 못하는 세상을 향해 ‘우리는 스스로 자라겠다.’는 당당한 선언을 남기는 것이다. 두려움과 한숨 말고 보태 준 것이 없는 오늘날의 어른들은 이처럼 해맑고 용감한 작품을 읽을 자격이 없다._심사평

따분하고 심술궂던 여름을 눈부시게 만들어 준 마지막 보물찾기
이제야 알았어, 네가 주려던 게 무엇인지.

비밀이 만들어 내는 묘한 유대감 속에서 아이들은 유하를 위한, 그리고 자신들을 위한 새로운 ‘보물찾기’를 시작한다. 사월이의 피구공이 유하의 코피를 터뜨렸던 운동장, 눈보라 속에서 유하가 구해 낸 아기 돼지 유리가 어느새 어미가 된 지호네 돼지우리, 사과를 따기 싫어 도망쳤다가 붙들려온 사월이네 과수원, 가을이 되기도 전에 아이들의 가슴을 들뜨게 했던 밤나무가 그늘진 뒷산, 그리고 이따금 이장 할아버지네 미친 소 정식이가 외양간에서 뛰쳐나와 한바탕 소동을 벌이는 논길……. 무수히 많은 햇살과 빗방울들, 자연과 마을의 품안이 반짝반짝 빛나는 것투성이지만 아이들이 찾는 단 하나의 반짝임은 쉽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유하와의 약속은 지킬 수 없는 것일까.
독자들은 아이들과 함께 목걸이가 있음 직한 곳을 뒤져 나가며, 유하와의 마지막 만남을 향해 시곗바늘이 움직여 갈 때마다 몇 번이고 가슴이 덜컥하고 웃음 짓고 거듭 감동으로 묵직해지는 순간들을 경험한다. 아이들은 하마터면 가질 수 없었고 끝내 모를 뻔했던 보물을 발견하는데, 그것이 유하가 진정 쥐여 주고 싶어 했던 선물이 아니었을까.

여름 내내 돌아다니는 돼지우리와 사과밭은 그 어떤 화려한 공간보다 묵묵한 방식으로 친구의 죽음으로 상처 입은 아이들의 마음을 달래 주고 독자를 위로한다. 우리는 이 장면들을 읽으면서 지난 한 해의 어두운 기억들을 조금씩 털어낼 수 있었는데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어린 영혼인 유하로부터 이런 위로를 받는 것이 당치도 않은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다시 읽어 보니 우리를 위로한 것은 유하 한 사람의 목소리가 아니라 이 작품이 우리를 데리고 다니는 공간과 행위 전체였다._심사평

어린이문학이 일반문학과 다른 것은, 주인공이 어린이여서가 아닙니다.
독자가 어린이라는 점이 어린이문학의 특성을 만들어 냅니다.

『여름이 반짝』은 누군가에게는 둘도 없는 친구였으며, 누군가에게는 잠깐 같은 반 친구였던 유하의 죽음을 계기로, 아이들이 불가항력의 경계를 넘어 다시 만나고 제대로 작별하고 성장의 한 마디를 넘어가는 이야기이다. 요즘의 응모작들이 멋진 상상력을 지녔음에도, 주인공만 어린이일 뿐 소설에 다름 아닌 추세 속에서 『여름이 반짝』은 동화적 아름다움을 간직한, 작고 소박한 것을 통해 우물처럼 깊고 깊은 저마다의 무의식을 불러낸 작품이라고 평받았다.
“어린이문학이 일반문학과 다른 것은, 주인공이 어린이여서가 아닙니다. 독자가 어린이라는 점이 어린이문학의 특성을 만들어 냅니다. 어린이문학 작가가 되고 싶다면 어린이문학 형식에 대한 공부를 하고 몸에 익히는 게 필요합니다. 어린이문학 작품은 읽으면서 짐작하는 것보다 쓰는 게 힘듭니다. 긴 시간을 갖고 어린이의 삶을 살피고, 인문학 공부도 충실히 하고, 습작도 충분히 해야 합니다. 쉽게 읽힌다고 해서 쓰는 것도 쉬운 것은 아닙니다. 쉽게 읽히도록 쓰기 위해 많은 작가가 어른의 욕망을 비웁니다. 부디 중단하지 마시고 건필하시길 바랍니다.”_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심사를 마치며, 심사위원

양지쪽으로 우리의 마음을 데려가는,
타박타박 걸어가는 담담한 문장, 소중한 순간을 앨범처럼 담은 그림

아이들이 아픔으로부터 단단해지고 편견과 외로움으로부터 서로를 찾아내고 마침내 반짝이는 선물을 발견하는 순간들은, 단정한 문장과 맑은 그림으로 재현되었다. 차가웠던 외동딸 린아와 감정에 솔직한 8남매집 넷째 딸 김사월, 짓궂은 이지호와 다정한 유하가 부드럽게 섞여 가고, 미친 소 정식이며 정 많은 할머니와 친구들 이 모두가 아름다운 풍경과 투명한 색채 안에 깃들어 우리의 마음을 볕드는 양지쪽으로 데려간다. 웅크린 마음을 풀어놓는다.

구매가격 : 8,100 원

첫사랑 쟁탈기

도서정보 : 천효정 한승임 / 문학동네 / 2018년 11월 23일 / EPUB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평단의 지지와 독자의 사랑을 한꺼번에 거머쥔 작가 천효정의 신작

『첫사랑 쟁탈기』는 제14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대상과 비룡소의 스토리킹문학상을 연이어 수상하며 대형 작가의 탄생을 예고했던 천효정의 신작이다. 어린이문학계에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등장한 작가는 놀라운 속도로 성장하며 다양하게 진화하는 작품 세계를 보여 주고 있다. 이번에 출간되는『첫사랑 쟁탈기』는 단숨에 읽히는 유려한 문장과 빠르게 전진하는 서사, 사랑스럽고 입체적인 인물 설계와 가볍지 않은 메시지까지 천효정의 장기가 빠짐없이 발휘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주도면밀 완벽주의 김세라에게 찾아온 뜻밖의 사건, 『첫사랑 쟁탈기』

이야기는 사립 명문 학전초등학교로의 전학 첫날로 시작된다. 교실로 올라가는 계단참 전신 거울 앞에서 세라는 완벽하게 정돈된 자신의 모습을 다시 한번 점검한다. 마스크팩과 숙면으로 완성한 뽀얀 피부, 어깨까지 올라온 결 고운 생머리에 샤라랑 스마일을 장착하면 준비 완료다.

“내 입으로 말하긴 그렇지만 나는 좀 예쁘고, 좀 똑똑하고, 좀 사는 집 딸이다. 『소공녀』의 주인공 쎄라는 인생 초반이 고생바가지였지만 나는 지금껏 고생이라곤 해 본 적이 없다. 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내 것이 되었으니까.”(본문 9쪽)

날카로운 관찰력으로 빠르게 교실 안의 세력 구도를 파악한 세라는 연착륙을 위한 행동에 돌입한다. 짝이 된 여자애들의 우두머리 표예린에게 눈꼬리를 접어 살짝 웃음을 날리고, 표예린이 짝사랑하는 서다니엘 이야기에는 가벼운 험담을 섞어 준다. 삼돌이처럼 나대는 반장 황대호에게는 토끼 눈에 순진무구 표정으로 응수한다.

그러던 중 교실 맨 뒷자리에 혼자 앉은 남자애가 세라의 눈에 들어온다. 온갖 액세서리와 세련된 헤어스타일로 멋을 낸 아이들 틈에서 다른 행성의 외계인처럼 이질적인 모습이다. 몽상에 빠진 천재처럼 부스스한 머리에 초연한 태도, 모든 걸 꿰뚫어 보는 듯 맑은 눈동자를 가진 그 아이는, ‘명구’라고 했다.

천하의 김쎄라가 남자 하나 때문에 이렇게까지 발버둥 칠 줄이야!

명구는 학교가 후원하는 보육원에 산다. 지적 장애를 가진 명구를 담임 선생은 ‘명규’라고 부르고, 반 애들은 ‘멍구’라고 부른다.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그 아이는 자꾸만 세라의 심장을 들었다 놓는다.

“명구를 신경 쓰는 건 E반에서 나 혼자뿐이다. 그건 순전히 그 애의 눈 때문이다. 가끔씩 그 애의 눈빛은 찌르는 것처럼 강렬해진다. 모든 걸 다 꿰뚫어 보고 있다는 듯 깊은 눈동자.”(본문 36쪽)

세라는 명구가 시리도록 맑은 눈동자로 자신을 바라볼 때면 오소소 소름이 돋는다. 명구의 시선이 아무도 모르게 숨겨 둔 자기 안의 구멍에 가닿는 느낌 때문이다. 애써 부정하려 해 봐도 명구를 향해 뛰는 심장은 부지런하기만 하고, 세라는 어쩔 수 없이 작전 변경, 명구의 마음을 얻기 위한 고투를 시작한다. 동물을 좋아하는 명구의 관심을 끌기 위해 1학년 때나 했던 유치한 고양이 귀고리를 다는 것까지 감수하며. 때마침 애초부터 너무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 연적까지 등장한다. 명구와 같은 보육원에 살며 명구랑 결혼할 거라고 노래를 부르고 다닌다는 순미다. 같은 남자를 좋아하는 여자의 육감으로 순식간에 세라의 비밀을 알아챈 순미는 아무리 세라라도 만만치 않은 상대다.

쉽지만은 않은 세라의 분투, 그 뒤에 숨은 작가의 사려 깊은 시선

자신을 둘러싼 모든 상황을 완벽하게 장악하고자 하는 세라의 태도는 거꾸로 그만큼 위태롭고 깨지기 쉬운 자신의 내면을 비춘다. 의사 아빠의 외도와 그것을 모른 척하는 엄마, 서로 사랑하지 않는 가족 안에서 소외되고, 노회한 어른들의 세련된 위장술을 그대로 복사하여 내면화한 아이들 틈바구니에서, 사랑스러운 아이 세라는 누구도 감히 다가올 수 없는 아이 “쎄라”가 되어야만 했던 것이다.

세라는 열세 살 인생에 갑자기 나타난 첫사랑, 명구의 마음을 얻기 위해 집중하면서 스스로의 내면을 관찰하기 시작한다. 그렇게 조율된 시선은 차차 정글이라고 생각했던 교실을 메우고 있는 친구들의 천진한 속마음과, 완강하게 가려져 있던 어른들의 비겁함까지 들추어낸다. 작가 천효정은 입에 달라붙는 능청스러운 일인칭의 발화와 유쾌한 에피소드의 연쇄를 통해 세라와 세라를 둘러싼 세계의 성장을 뭉클하게 그려 냈다.

장대한 세계관을 압축한 새로운 스타일의 창작 옛이야기에서부터 본격 무협 동화로, 귀엽고 건강한 저학년 동화에 이어 열세 살 여자아이의 심리에 밀착한 즐거운 현실 동화까지, 다양한 범주를 오가며 활약하는 작가의 시원한 보폭이 이어질 작품을 기대하게 한다.

구매가격 : 8,100 원

친애하는 악몽 도둑

도서정보 : 이민혜 안경미 / 문학동네 / 2018년 11월 23일 / EPUB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뒤죽박죽 악몽이 있는 세계의 빗장을 풀고,
나무세계에서 만난 일곱 살의 나와 열두 살의 나
나의 일곱 살은 미완성이었지만 나의 열두 살은 이제 괜찮아

악몽을 꾸는 아이들에게, 악몽 도둑이 들려주는 비밀

***

날이 저물면 나타나는 손님들, 왜 나한테만 무서운 것이 찾아오는 걸까
내 악몽을 훔쳐 가, 악몽 도둑
개 사료 맛이 궁금해서 먹어본 것뿐인데, 벽을 보고 말하는 게 편할 뿐인데, 생각을 말하려면 시간이 걸리는 것뿐인데, 왜 엄마는 나를 붙잡고 울고 어른들은 이상하게 여기는 걸까. 시윤은 그런 사람들이 싫다. 깜깜한 서랍에 손을 넣는 것만큼, 비뚤게 놓인 인형만큼, 시윤이 싫어하는 것을 하려고 태어난 듯한 동생과, 못된 장난으로 시윤을 놀리는 같은 반 삼총사만큼. 하지만 한밤에 찾아오는 그들만큼 싫지는 않다. 자야 할 시간이면 방에 나타나는 그것들이 시윤은 무섭다. 호박색 눈빛의 소년, 이상한 언니, 머리카락 뱀 들……. 그것들은 시윤을 어딘가로 데려가려 한다.
‘왜 나한테만 무서운 것들이 찾아오는 걸까. 누군가 내 악몽을 훔쳐 가 주면 좋을 텐데.’
그때 응답하듯 시윤의 방 벽이 무너지고 봉인된 세계가 문을 열었다. 그 문으로 발을 내딛으며 호박색 눈빛의 소년, 점가는 말했다.
“무서워하지 마. 난 네가 만들었고, 여긴 네 의지가 만든 세계야.”
이제 시윤은 밤마다 그 세계의 빗장을 연다. 그곳에서 시윤을 부르는 무언가를 찾기 위해.

길을 잃었을 때 열리는 저쪽, 나무세계
비밀한 기억이 갇혀 있는 곳
사춘기 소년 소녀를 위한 달콤 쌉쌀한 연애 성장담 『너는 나의 달콤한 ☐☐』로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을 받은 이민혜 작가는 감수성 풍부한 개와 심약한 악동의 우정을 그린 『쫄쫄이 내 강아지』로 유쾌한 재담가의 면모를 드러냈었다. 완벽하게 다른 두 존재가 서로의 세계로 도킹을 시도했던 전작들과 달리, 『친애하는 악몽 도둑』은 한 아이가 시도하는 과거의 자신을 향한 접속이다. 왜 눈을 감으면 이상한 손님들이 찾아오는지, 왜 불쑥불쑥 낯선 감정들이 발작하는지, 밤마다 몰래 일어나 함께 논 뒤 잘 자, 하며 인사했던 다정한 언니는 어디로 사라졌는지, 그 답이 있음 직한 가장 후미진 기억의 연결부에 접속하는 것이다.
머릿속에 글자를 떠올려본다. 그 글자의 의미대로 눈앞에 광경이 펼쳐진다. 필요한 것은 손에 쥐여지고, 믿는 것은 진짜가 된다. 네 머릿속이 세상에 알려진다면 모두 널 재밌는 아이라고 생각할 텐데, 라는 점가의 말처럼 괴괴한 종들과 북적북적한 사연들이 시윤의 중력장 안에 거대한 우주를 이루고 있다. 얄미운 동생도, 무리 밖으로 밀어내는 친구들도, 대답할 때까지 기다리는 선생님도 없는 이곳, 나무세계로의 방문은 시윤을 들뜨게 했다. 초처럼 녹아내리며 울고 있는 ‘초의 늪’을 만나기 전까지는.

모든 존재가 끝말잇기처럼 연결된 곳
시윤의 세계에서 시윤의 의지보다 강한 힘으로 그 세계를 무너뜨리려는 또 다른 주인
그즈음 나무세계 어디선가 불길한 기척이 느껴지고, 시윤과 점가는 그 기척의 발원지를 향해 나아간다. 시윤의 의지보다 강한 힘으로 나무세계 주민들을 집어삼키는 거기, 커튼 뒤에 숨어 울고 있는 일곱 살 꼬마가 있다. 언니의 죽음과 동생의 탄생으로 세계가 난파당한 아이. 아이는 여전히 슬프고 무서운데 어른들은 웃었다. 언니와 동생을 바꿔치기한 어른들이, 애도의 자리를 밀고 들어온 행복이 아이는 밉다. 돌보지 못한 마음은 무의식에 자리 잡아 몸을 부풀렸다. 그것은 모든 존재의 슬픔을 닥치는 대로 삼키는 ‘슬픔의 무덤’이 되었고 스스로를 바늘로 찔렀다. 슬픔의 무덤 안에서 아파하는 바늘 뭉치, 이 세계의 또 다른 주인. 일곱 살의 시윤. 나무세계 주민들은 외친다.
“바늘 뭉치를 도울 수 있는 건 너뿐이야. 너만이 바늘 뭉치를 설득해서 이 세계를 살릴 수 있어.”
시윤은 어렵게 용기를 내 바늘 뭉치에게 속삭인다. 그 옛날 언니처럼 따듯한 목소리로.
“울지 마. 지금부터 언니가 하는 거 잘 봐.”

마음이 내는 작은 기척에 귀 기울여 봐
빛나는 동화의 언어가 선사하는 속수무책의 감동
마음에서 태어난 것들은 저마다 의지를 갖고 자라난다. 제대로 돌봐주지 않은 그것들은 의식세계까지 삐걱이게 했다. 작가는 등을 맞댄 의식과 무의식의 세계가 몸을 돌려 마주하는 순간을 빛나는 동화의 언어로 그려냈다. 초의 늪, 콧대 높은 가오리, 모기약을 좋아하는 오천발, 나비꽃 등 현실과 환상 세계의 존재들을 짜임새 있게 연결하고, 한 아이의 내면세계가 어떻게 세상 모든 존재들의 세계와 닿아 있는지 다층적인 에피소드로 드러낸다. 그래서 시윤은 단짝이었던 은진에게, 삼총사에게, 엄마 아빠에게, 동생에게 아주 작은 용기를 내어 말할 수 있었다. 적절한 형용사로는 표현할 수 없었던 마음을. 그리고 자신처럼 다른 사람에게도 저마다의 나무세계에 묻어 놓은 비밀이 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이제 일곱 살의 자신과 제대로 작별하게 된 열두 살 시윤은 악몽을 훔칠 수 있는 건 오직 자신뿐이라는 걸 안다. 어른이 되어 가면서 더러 길을 잃겠지만 그때마다 호박색 눈빛의 소년이, 시윤의 고립된 방으로 찾아와 문을 열어 줄 것이다.
아무리 어른스러운 아이라도 어른에게 이해받을 권리가 있다, 고 말해 온 작가는 뭉클하고 흥미진진한 밤의 항해를 통해 내면의 작은 기척에 귀 기울이라고 속삭인다.

눈을 감자 나의 우주가 왜 나무인지 어렴풋이 알 것 같았다. 내가 아는 사람들, 알게 모르게 나와 연결된 사람들과 내 생각이 만들어 낸 생명들 모두 하나의 나무에서 뻗어 나간 가지들이 아닐까. 어떤 나뭇가지는 ‘초의 늪’이 되고, 어떤 나뭇가지는 ‘점가’가 되었지만, 우리 모두는 하나의 나무에서 뻗어 나간 닮은 존재들일지 모른다._본문 중에서

또 하나의 페이지터너, 드라이포인트로 완성한 아름다운 그림
2015년 볼로냐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로 선정된 안경미 화가는 은유로 가득 찬 나무세계를 드라이포인트와 수채로 완성했다. 『돌 씹어 먹는 아이』(송미경 글)에서 강렬한 구성과 다양한 기법을 선보였던 화가는 인물의 심리와 공간의 긴장감을 살려 『친애하는 악몽 도둑』의 몰입감을 한층 높여 주었다. 몽환적이고 아름다운 그림은 아이들에게 또 다른 페이지터너가 될 것이다.

구매가격 : 8,100 원

단 하나의 문장

도서정보 : 구병모 / 문학동네 / 2018년 11월 22일 / EPUB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그의 소설이 강력하게 환기하는 것은 공상적 상상력이 아니라
차라리 지금-여기에 이미 와 있는 위협과 공포다."
_신샛별(문학평론가)

"생각할 수 없다면 그것을 소유하라. 소유할 수 없다면 부수라."
약동하고 전복되는 언어와 세계의 스펙터클

오늘의작가상 수상 작가, 구병모 신작 소설집
등단 10년, 이야기의 힘은 여전히 강력하고, 사유는 한 발 더 깊은 곳으로 나아간다

그간 『네 이웃의 식탁』 『아가미』 『파과』 『한 스푼의 시간』 『위저드 베이커리』 등에서 한계가 보이지 않는 상상력을 속도감 있는 서사로 거침없이 펼쳐 보여 독자들을 매료시킨 구병모. 그는 이번 소설집을 통해 그 어느 때보다도 현실적인, 말 그대로 우리가 발 딛고 살아가는 세계 그 자체를 재현함으로써 지금-여기에 대해 이야기한다.

우리는 이 소설집에서 지금까지와는 조금 다른 구병모를 만나게 될 것이다. 『단 하나의 문장』은 주로 아이를 기르는 여성, 소설을 쓰는 여성을 중심인물로 내세워 사회적 존재로서의 개인, 실존적 불안, 다가올 시대의 윤리 등에 대해 나름의 답을 제시하고 있다. 동시에 새로운 질문을 야기하며 삶과 사회를 바라보는 다층적 시각을 제공한다. 현재는 물론이고 아직 당도하지 않은 시대의 기미를 감지하는 데에도 탁월한 감각을 지닌 구병모는 상상이라는 도구를 통해 삶의 표층을 뚫고 들어가 그 어느 때보다도 깊은 심층부에 가닿는다. 공상과 실재를 이토록 긴밀하고도 집요하게 접속시키는 작가가 국내에 또 있을까?

그는 책 말미 "작가의 말"에 "이제는 이야기의 너머에 또는 기저에 닿고 싶어진 것이다. 현전의 재현을 넘어 보이지 않는 것을 보고 잡히지 않는 것을 만질 수 있는 날이, 내게도 올까"라고 썼다. 작가는 마치 『단 하나의 문장』을 통해 그 질문에 대해 자답하는 듯하다.
독자를 빨아들이는 이야기의 힘은 여전히 강력하고, 세계에 대한 통찰은 더욱 폭넓어졌으며, 사유는 한 발 더 깊은 곳으로 나아간다.

구매가격 : 9,500 원

아름다웠던 사람의 이름은 혼자 (문학동네시인선 111)

도서정보 : 이현호 / 문학동네 / 2018년 11월 21일 / EPUB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한 얼굴을 오래 들여다보고 있으면,
사랑일까 사랑이 일까”
마음에 묻어나는 투명한 얼룩들

문학동네시인선 111번째 시집으로 이현호 시인의 『아름다웠던 사람의 이름은 혼자』를 펴낸다. 2007년 『현대시』로 등단, 2014년 첫 시집 『라이터 좀 빌립시다』 이후 사 년 만에 선보이는 두번째 시집이다. 극도로 예민하고도 섬세한 언어 감각을 바탕으로 때로는 미어질 만큼 슬프고 때로는 아릴 만큼 달콤한 시를 선보여온 이현호. “너는 내가 읽은 가장 아름다운 구절이다”라는 그의 첫 시집 속 한 문장은, 세계를 바라보는 시인의 고유한 시선을 느낄 수 있는 주요한 한 문장이자, 바로 이현호 시를 설명할 결정적인 한 문장이기도 하겠다.

이번 시집은 총 두 파트로 나뉘어 있다. 지난 시절의 아날로그를 떠올리게도 하는 ‘Side A’ 그리고 ‘Side B’라는 구성. 그래서일까? 이번에 선보이는 그의 신작 시집은 빙글빙글 돌아가는 LP의 음색처럼 따뜻하고 인간적이다. 또한 원하는 곡으로 바로바로 넘어갈 수 없는 카세트테이프처럼 하나하나 차근차근 음미해주길 바라는 아름다운 시들로 가득하다. 총 60편의 시, 60개의 곡으로 구성된 『아름다웠던 사람의 이름은 혼자』는 지난날과 지날 날에 대한 궤적이 빼곡히 기록된(record) 하나의 음반이라고도 말할 수 있겠다.

“오늘은 슬픔과 놀아주어야겠다”(「말은 말에게 가려고」)는 구절에서, “슬프다는 한마디, 그 속에 벌써 우리가 산다”(「문장 강화」)는 말에서, “울음은 울음답고 사랑은 사랑답고 싶었는데/ 삶은 어느 날에도 삶적이었을 뿐”(「아무도 아무를 부르지 않았다」)이라는 문장에서 알 수 있듯, 시인 특유의 멜랑콜리가 묻어나는 아름다운 시편이 물기와 회한을 머금고 이어진다. 사랑과 사람과 삶에 대한 그리움, “분명 살아 있는데 자꾸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염리동 98-13번지」)곤 하는 갈망, 스쳐가거나 떨어져내리거나 멀어져가는 것을 바라보는 자의 노스탤지어. 시인은 시로 쓰여진 노스탤지어 속에서 다시 한번 살고, 노스탤지어가 될 것만 같은 순간을 예감하고, 그것을 우리에게 지어 건넨다.

좁은 골목까지 들지 못하는 택시에서 내린 우리는 습관처럼 손을 잡고 걸었다. 삼천오백원어치만큼 하늘이 밝아 있었다. 슬픔을 화폐로 쓰는 나라가 있다면 우리는 거기서 억만장자일 거야. 반지하방에서 옥탑방을 거쳐 볕이 고만고만 드는 이층집으로 옮겨 앉는 동안 당신도 슬픔에 대해 몇 마디 농담쯤은 할 수 있게 되었다.
_「만하(晩夏)」 부분

두 남녀가 손가락을 걸고 걷는다
당신이 없으면 나는 사랑에 대해 아무 말 못해요
당신이 없었으면 나는 사랑을 이야기할 수조차 없어요
그런데 당신을 말하려고 하면
손끝만 닿아도 스륵 풀려버릴 것 같은 매듭들
_「투명」 부분


비문(非文)에서 비문(碑文)으로
비문(悲文)에서 비문(秘文)까지

몇 번을 고쳐 써서 겨우 나의 마음을 표현한 문장이 문법에 어긋나는 비문의 형태로만 적힐 때, 그리하여 사랑하는 상대뿐만 아니라 누구에게도 그 의미를 명확하게 전달하지 못할 때, 그때의 절망과 비참을 어떤 이는 “나는 나를 생활했다”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_김나영(문학평론가), 해설 「투명하게 얼룩진 말」에서

이현호의 시를 이야기할 때 비문을 빼고 말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나는 나를 생활했다”라거나 “나는 너를 좋아진다”(「말은 말에게 가려고」)와 같은 문장, “나는 미래를 기억하고 있었다”(「명화 극장」) 같은 비문들. “오래 들여다보아도 손댈 수 없는 비문만이 남을 때”(「나라는 시간」), “침묵이라는 비문(非文)과 침묵이라는 귀신들의 회화(會話)”(「눈[目]의 말」)와 같은 구절을 곰곰 되짚어보면, 시인에게 비문은 그저 수사의 한 방법으로 그치는 것이 아닌 삶의 태도이자 불가능한 글쓰기의 한 방식임을 알 수 있다.

“매 순간 새로 쓰는 유언”(「마음에 내리는 마음」), “서로의 눈동자 가만가만 들여다보며 거기 쓰인 비밀한 밤의 문장들”(「눈[目]의 말」)에 귀기울이며 시편을 읽어나가는 어느 순간, 비문(非文)으로밖에 쓰일 수 없는 문장은 시인이 남기고자 하는 단 하나의 문장일 비문(碑文)임을, 비문(悲文)으로밖에 쓰일 수밖에 없는 사랑의 기억은 시인의 극도로 내밀한 문장으로 출발했지만, 그가 우리에게 건네는 비문(秘文)이었음을 알게 될 것이다. 이현호는, 이현호의 시는 우리가 읽을 가장 아름다운 구절이 될 것이다.

구매가격 : 8,400 원

모래도시

도서정보 : 허수경 / 문학동네 / 2018년 11월 21일 / EP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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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원의 발로, 기억의 발굴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우리가 되찾을 시간들

2018년 10월 3일, 시인 허수경이 독일 뮌스터에서 생을 마감했다. 1964년 경남 진주에서 태어난 시인은 대학을 졸업한 이후 상경, 방송국에서 스크립터로 일하다 어느 날 문득 독일로 떠났다. 독일 뮌스터 대학에서 동방문헌학을 공부하며 시집 네 권과 소설 세 권, 에세이 네 권 등을 더 펴냈다. 정처 없는 몸을, 누추하고 스러지는 마음을, 상처를 특유의 애잔하고도 물기 어린 목소리로 어루만져주었던 시인 허수경. 우리보다 한 발 앞서 외로웠고, 쓸쓸했고, 머나먼 곳으로 떠난 시인 허수경. 그의 노마드적 감성은 일찍이 한국문학에서 볼 수 없었기에 신선함으로 가득했고, 쓸쓸함의 이면에 묻어나는 고유의 따스함은 위로의 문장이 되어 독자들에게 다가왔다.

첫 장편소설 『모래도시』를 22년 만에 문학동네에서 다시 펴낸다. 2018년 11월 20일, 시인의 49재에 바치는 헌화이자,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그리운 목소리를 되새기고자 하는 작은 모뉴먼트라고 소개하고자 한다. 발표 당시 서른셋의 젊은 나이, ‘처음’이기에 가득한 에너지와 그래서 더욱 생생한 문장이 『모래도시』에는 살아 숨쉰다. 시간과 삶의 지층을 탐사하는 고고학적 상상력의 기원이자 시인이 시로 다 풀어내지 못한 삶과 기억의 편린을 우리는 바로 이 소설에서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이야기는 세 명의 화자가 번갈아가며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방식으로 이어진다. 마치 시인처럼 고향과 가족을 떠난 세 사람의 만남과 회상, 각자의 모래도시 속에서 난분분 흩어져내리는 과거와 현재를 이미지와 목소리로 포착해 눈앞에 펼쳐 보인다. 난마 악수의 바둑판과도 같은 서울을 떠나 독일로 유학을 간 ‘나’, 천체망원경으로만 보이는 머나먼 곳을 꿈꾸는 ‘슈테판’, 내전중인 레바논을 떠나 기원전의 사람들이 동경했던 이상향 딜문을 지금-이곳에서 그려보는 ‘파델’. 머나먼 곳을 꿈꾸는 세 명의 젊은이들이 독일의 한 대학에서 만나 이어지고 스치며 마음과 기억이 교차한다.

그녀는 도대체 어디에서 저런 사무친 얼굴을 가지게 되었는가. 너의 시간, 내가 너에게서 너의 이야기를 듣는다고 나는 너를, 너의 지나온 시간을 해독할 수 있겠는가. _142쪽

나는 그때 이 세상에는 이해라는 방식을 통하지 않고도 그냥 전해져오는 사람들 사이의 느낌이 있다는 것을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다. (…) 커튼이 내어놓은 아주 작은 틈으로 들어온 햇빛이 이야기하고 있는 그의 얼굴 위로 잠시 잠시 스쳐지나갔다. 그때마다 그의 주름 사이로 햇빛은 마른 건초를 말리는 가을빛처럼 스며들었다. 그 빛은 그를 조금씩 조금씩 말리고 저러다 그는 다 말라 가루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상한 일은 그는 마르지만 내 마음은 우윳빛 은하수가 가득 차오르는 것 같았다는 것이다. _24쪽


“내가 이 먼 여행을 한 것은
‘머나먼 곳’이라 불리는 당신을 만나기 위해서입니다.”

소설은 뚜렷한 줄거리 없이 이미지와 회상, 파편적인 삽화들로 이루어져 있다. 이는 시인이 추구해온 유목의 삶이 문득 떠오르고 사라지는 이미지-기억들과 닮아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남성적 구조라고 말할 수 있을 기승전결의 서사가 아닌 방사형으로 촘촘하게 직조한 글쓰기를 선보이는 까닭이기도 할 터이다. 기존의 서사가 하나의 굵은 줄기를 따라 이루어져 있다면, 허수경 시인의 첫 장편소설은 까만 잉크가 여기저기 떨어져내리고 거기에 물기가 스며 천천히 원을 그리며 퍼져나가는 모습으로 상상해볼 수 있다.

‘회상’과 ‘또다른 회상’으로 진행되는 목차 역시, 삶과 기억과 시간은 단선적으로 직진하는 것이 아니라 굴절하고 번복하며 때로는 난데없고 켜켜이 쌓이고 또다른 모습으로 다가옴을 반영하고 있다. 나, 슈테판, 파델 모두 가족과 시대의 상처로부터 자유롭지 못하지만, 망막한 폐허와도 같은 모래도시 속에서 반짝이는 파편을 쥐고 생을 감각한다. 생의 아름다움과 고통은 저마다 다르기에 시인은 자신과 자신의 삶을 닮은 모습으로 이야기를 펼쳐나간다.

아, 아, 나는 지독히도 살고 싶었던 것이다, 그 도시에서. 희망이 없다고 말하기에도 지쳐버린 그 도시에서, 나는 희망이 있다는 말을 진심으로 하며 살고 싶었다. 희망이 있다, 나에게, 그 도시에서 사는 나에게 희망이 있다…… 진심으로 말하며 나는 살고 싶었다. 내가 원한 새로운 문장…… 그것은 희망을 이야기하는 문장이었다. _72쪽

『모래도시』는 끝없이 유랑하는 청춘들의 슬프고도 아름다운 이야기로 읽을 수도 있지만, 모래로 덮인 표층을 조심스럽게 걷어내보면, 이 세상으로 왔다 저곳으로 떠나는 삶의 본질을 포착해 그려낸 작품으로 읽을 수도 있을 것이다. 세 명의 주인공으로 그려지는 인물들은 모두 시인 허수경의 분신이기에 뒤미처 더욱 반갑다. 언제나 우리보다 조금 더 아팠고, 알았고, 조금 더 앞서 걸었던 시인 허수경. 마치 시인이 몰두해온 작업처럼 우리 역시 오래된 시간의 더께를 걷어내고, 머나먼 곳으로 떠난 그를, 처음으로 되돌아가, 천천히 그리고 아주 길게 만나보자. 다시 한번 허수경을 만날 시간이다.

내가 타고 있는 기차는 지금 나를 어디로 데려가는가. 나는 그곳에서 아마도, 한참을 쓸쓸하게 걸어다니리라. 그녀는 없고 나는 혼자 남아 있으므로. 그녀와 나의 미래는 이런 것, 이런 것이었는가. 이런 미래라면, 난, 미래로 가는 것이 두렵다. 이 기차가 나를 데려다놓을 그곳에서 나는 내 최근의 꿈처럼, 그런 움직이는 그림이 되지는 않을까, 그리고, _233~23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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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이 오시겠다는 전갈 (문학동네시인선 110)

도서정보 : 한영옥 / 문학동네 / 2018년 11월 21일 / EP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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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3년 『현대시학』을 통해 등단한 이후 특유의 섬세하고 차분하며 어조로 묵묵히 시작 활동을 해온 한영옥 시인의 신작 시집을 펴낸다. 문학동네시인선 110번째 시집으로 펴내게 된 『슬픔이 오시겠다는 전갈』은 제목에서 유추가 되듯 행과 연 사이 이미 들어찼거나 곧 들어찰 슬픔의 전조로 눈물이 그렁그렁한 시들 천지다. 우리들의 숙명이라 함은 몸이 아프거나 마음이 아플 수 있다는 두 가지 아픔에 언제나 노출되어 있다는 거. 일상에서의 ‘전갈’은 사람을 시켜 말을 전하거나 안부를 물을 때의 단어로 풀이될 수 있겠으나 시에서의 ‘전갈’은 상징이자 비유의 얼굴일 터, 이 시집에 실린 시들에 얼굴을 묻고 있자니 우리가 삶을 걸고 맞닥뜨려야 할 다양한 슬픔들이 뚜렷한 형태나 실루엣 없이 어떤 비애의 비릿함으로 훅 끼친다. 기쁘고 신나게 읽을 수만은 없겠으나 때때로 예상치 못한 슬픔의 예고를 미리 준비하는 것도 심신의 미약을 예방할 수 있는 좋은 시의 처방이 되겠다는 생각… 긍정적으로 해보자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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