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동네

2948종의 전자책이 판매중입니다.

공산토월 (한국문학전집 004)

도서정보 : 이문구 / 문학동네 / 2014년 11월 11일 / EPUB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문학동네 한국문학전집의 제4권은 2003년 타계한 소설가 이문구의 대표중단편선 『공산토월』이다. 한국문학사에서 이문구는 그 이름 자체로 고유명사이자 일반명사다. 구수한 충청도 사투리로 이루어진 토박이의 생생한 입말, 엎치고 뒤치는 이야기들의 사이에서 여지없이 툭툭 터져나오는 풍자와 해학은 그 자체로서 하나의 ""문학""이라고 부를 만하다. ""농촌 최후의 시인""이라는 문학평론가 유종호의 말처럼, 이문구는 빠르게 진행되는 산업화에 휩쓸려 아무도 눈여겨보지 않던 농촌의 풍경과 사람들을 소설 속에 실감 있게 그려놓았다.

구매가격 : 10,900 원

푸른빛으로 사라진 아이

도서정보 : 백은하 글 유기훈 그림 / 문학동네 / 2019년 01월 02일 / EPUB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새로운 발상과 만만찮은 문제의식으로 심사위원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제7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우수상 수상작
『푸른빛으로 사라진 아이』는 영혼들이 사는 시공간을 여행하며 태아 영혼을 만나는 이야기로, 발상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이 작품에서는 낙태나 사고로 인해 어린 시절 목숨을 잃은 영혼들이 등장한다. 작가는 억울하게 또는 불행하게 죽음을 맞은 어린 영혼들의 목소리를 빌려 생명의 소중함에 대해 다시 한 번 되새겨보게 한다. 또한 두 가정의 이야기를 통해 가족이란 끊임없이 노력하고 만들어 가는 집단임을 일깨우고 있다. “남들이 떠나 보지 못한 태아 영혼의 세계를 여행하면서 우리에게 삶의 진실, 목숨에 대한 동정의 상상력을 심어 준다.”는 평을 받으며 제7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우수상을 수상했다.

영혼 세계로 떠난 현실의 아이들
슬기는 할머니가 돌아가시는 바람에 7년 만에 가족들이 사는 서울 집으로 오게 된다. 하지만 누구 하나 따뜻하게 맞아 주지 않는다. 먹고 사는 일에 쫓겨 마음까지 각박해진 엄마 아빠, 어려운 집안 형편 때문에 늘 툴툴대는 오빠, 슬기의 촌스러운 겉모습과 불퉁불퉁한 성격 탓에 함께 어울리려 하지 않는 반 아이들. 그런데 반에서 가장 모범생인 솔찬이가 슬기에게 먼저 손을 내민다. 솔찬이는 엄마 아빠의 지나친 관심과 기대 때문에 불만이 많은 아이다. 하지만 가족의 무관심 속에 사는 슬기는 그런 솔찬이가 부럽기만 하다. 그러던 어느 날, 슬기와 솔찬이는 신나게 자전거를 타다가 갑작스러운 사고를 당한다. 그렇게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선 두 아이는 어디선가 나타난 푸른빛 한 줄기를 따라 태아 영혼의 세계로 발을 딛게 된다.

영혼도 하나의 인격체이다
이 작품에서 푸른빛은 세상의 빛 한 번 보지 못하고 죽은 낙태아를 상징한다. 슬기와 솔찬이를 영혼 마을로 이끈 푸른빛의 정체가 바로 낙태 당한 아이 가련이였다. 가련이는 슬기의 언니로, 엄마 뱃속에서 죽은 뒤 영혼 마을로 와 살게 되었다. 자신의 억울함을 조금이나마 풀기 위해 가련이는 동생 슬기를 따라다니면서 괴롭히다가, 슬기가 위험에 처하자 무작정 영혼 마을로 데리고 온 것이다. 슬기는 위험한 상황에서 자신을 지켜 주려고 애쓰는 언니 가련이의 모습을 보며 조금씩 마음을 연다. 그리고 영혼에게도 하나의 인격이 존재한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결국 아이들은 서로를 돕고 이해하며 화합하는 과정에서, 가족에 대한 오해와 갈등의 고리를 하나씩 풀어 나간다.

생명의 존엄성, 그리고 가족의 화합
어른들이 무심코 행한 일들이 아이들에게는 큰 상처로 남을 수 있다. 이 작품에서는 부모의 이기심과 무관심 또는 지나친 간섭으로 고통 받는 아이들이 등장한다. 그들의 아픔을 통해 가족 간의 사랑과 화합이 삶에서 얼마나 중요한 작용을 하는지 깨닫게 한다. 낙태와 관련한 이야기를 다루는 것은 동화 창작에서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럼에도 작가는 차분하면서도 힘있는 문체로 생명 존엄이라는 주제를 명확하게 드러내고 있다. 생활 속 소소한 문제에서 벗어나 사회적인 큰 문제를 동화 속으로 끌어들였다는 점에서 신인 작가의 패기와 열정이 느껴진다. 몽환적이면서도 현실적인 듯한, 차가운 것 같으면서도 따뜻하고 부드러운 색감의 펜화가 글만큼이나 긴 여운을 남긴다.

구매가격 : 8,100 원

바르도의 링컨

도서정보 : 조지 손더스 / 문학동네 / 2019년 01월 02일 / EPUB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이것은 읽는 책이 아니라 경험하는 책이다.
소설의 경계를 확장하는 압도적 걸작!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 1위
<워싱턴 포스트> <뉴욕 타임스> NPR 선정 올해의 책

“완전히 독창적인 이 소설의 구성과 스타일은 위트 있고 지적이며 지극히 감동적인 내러티브를 보여준다. 에이브러햄 링컨의 어린 아들이 다다른 사후세계를 배경으로, 그곳에서 고통받는, 그리고 독자를 고통스럽게 하는 영혼들의 이야기를 통해 작가는 역설적으로 생생하고 생명력 넘치는 캐릭터를 창조해낸다. 『바르도의 링컨』은 역사에 뿌리를 두고 있으면서 동시에 역사를 재치 있게 활용하며 타인에 대한 공감의 의미와 경험을 탐구하게 한다.” _롤라 영(2017년 맨부커상 심사위원장)

Original. ‘본래의’ ‘독창적인’ ‘최초의’ ‘기발한’ 등의 뜻을 가진 이 단어가 누구보다 잘 어울리는 작가가 있다. “현존하는 영어권 최고의 단편소설 작가” “영미문학계의 천재” “작가들의 작가”라는 평을 듣는 조지 손더스가 바로 그다. 첫 단편집 『악화일로를 걷는 내전의 땅』을 발표한 이래, 손더스는 독창적이고 독보적인 스타일, 풍자적이고 위트 있는 목소리로 현대 영미문학을 대표해왔다. “작가들 사이에서 손더스는 그냥 작가가 아니라 그 이상의 존재”(조슈아 페리스), “그와 같은 작가는 아무도 없다. 그는 유일무이하다”(로리 무어), “손더스는 마치 소설이라는 것을 처음 읽는 듯 느끼게 만든다”(할레드 호세이니)는 작가들의 말은 손더스가 문학계에서 차지하는 위상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오랜 시간 단편소설만을 써오던 그가 첫 장편소설을 선보인다고 했을 때, 문학계와 미디어 그리고 독자들이 호들갑스럽다 할 정도의 반응을 보인 것도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엄청난 관심 속에 2017년 출간된 그의 첫 장편 『바르도의 링컨』은 출간 즉시 뉴욕 타임스, 아마존 베스트셀러에 올랐고, <워싱턴 포스트> <뉴욕 타임스> NPR 등 무려 20개가 넘는 매체에서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제이디 스미스는 “걸작”이라는, 군더더기 없는 한마디로 이 작품의 가치를 인정했고, “아주 보기 드문, 천재적인 소설”(<인디펜던트>) “거의 은총을 받은 느낌”(<파이낸셜 타임스>) “문학적 환각제”(<이브닝 스탠더드>) 같은 찬사가 잇따랐다. 그리고 2017년, 영어로 쓰인 최고의 소설에 수여되는 맨부커상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폴 오스터, 아룬다티 로이, 알리 스미스 등 영미문학을 대표하는 쟁쟁한 작가들의 작품이 후보에 올라 있던 터라, 더욱 의미 있는 수상이었다.


대담하고 파격적인 형식으로 불러낸 링컨의 시대
소설의 경계를 확장하다!

『바르도의 링컨』은 링컨 대통령이 어린 아들을 잃은 후 무덤에 찾아가 아들의 시신을 안고 오열했다는 실화를 모티브로 한 소설이다. 오래전 손더스는 워싱턴을 방문했다가 지인에게서 링컨에 관한 이야기를 듣게 된다. 링컨의 셋째 아들 윌리가 장티푸스에 걸려 열한 살이라는 어린 나이로 세상을 떠나자, 비탄에 잠긴 링컨이 몇 차례나 납골묘에 들어가 아이의 시신을 꺼내 안고 오열했다는 것이었다. 이 이야기를 들은 손더스의 머릿속에 즉각 하나의 이미지가 떠올랐다. 링컨기념관과 피에타가 합쳐진 이미지. 이것이 『바르도의 링컨』의 출발점이었다. 손더스는 오랫동안 이 이미지를 마음에 품어오다, 2012년 본격적으로 소설을 집필하기 시작했다.

‘바르도’는 ‘이승과 저승 사이’ ‘세계의 사이’를 뜻하는 티베트 불교 용어로, 죽은 이들이 이승을 떠나 저세상으로 가기 전 머물러 있는 시공간을 가리킨다. 이 작품은 어린 나이에 세상을 떠난 윌리 링컨을 중심으로, 아직 바르도에 머물러 있는 영혼들이 대화를 나누며 서사를 이끌어가는 독특한 형식의 소설이다. 바르도에 있는 40여 명의 영혼들이 등장해 각자의 목소리를 들려주는 것이 이 소설의 주요 골자이지만, 사이사이 링컨과 그의 시대에 관한 책, 서간문, 신문 등에서 인용한 문장들로 이루어진 챕터가 끼어들면서, 가상의 세계와 실제 세계가 서로 이야기를 주고받고 보완하는 형태로 소설이 진행된다. 이런 생경한 형식이 독자들을 다소 어리둥절하게 할 수도 있는데, 작가 자신조차 소설을 집필하면서 “나 말고 이 소설을 끝까지 읽을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하는 고민을 했다고 한다. 하지만 170여 개의 목소리가 펼쳐내는 언어의 향연은 때로 독창으로, 때로 중창으로, 때로는 거대한 합창으로 울려퍼지며 정밀한 언어의 콜라주를 선사한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오디오북 역시 화제가 되었는데, 줄리앤 무어, 벤 스틸러, 수전 서랜던, 리나 던햄 등 유명 배우들이 대거 참여해 엄청난 스케일을 자랑했기 때문이다. 작가인 조지 손더스 역시 오디오북에 참여해 한 목소리를 담당했다.


모두가 슬픔에 잠겨 있거나, 잠겨 있었거나, 곧 그렇게 될 것이었다.
영원한 삶은 없기에……

아직 삶에 대한 미련으로 자신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이들이 머무는 곳 바르도. 이곳에 있는 존재들은 자신들이 죽었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거나 인정하지 못한다. 이 존재들은 ‘죽음’에 관계된 어떤 말도 입 밖에 내지 않는다. ‘관’은 ‘병자-상자’로, ‘시신’은 ‘병자-형체’으로, ‘이승’은 ‘이전 그곳’으로 부르는 식이다. 이곳의 존재들은 자신들의 몸이 다 나으면 언젠가 다시 가족에게로, 자신의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 거라고 믿고 있다.
1862년 2월, 이곳에 나이 어린 신참이 나타난다. 눈을 깜빡이며 조심스레 주위를 살피는 열한 살의 귀여운 소년 윌리. 이곳에는 저세상으로 가는 것을 적극적으로 거부한 존재들이 머무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순수하고 죄 없는 어린 영혼들은 오래 지체하지 않는다. 더욱이 이곳에 오래 머물면 머물수록 고통만 커지므로, 어린아이들이라면 마땅히 바로 저세상으로 떠나야 한다. 하지만 윌리는 그럴 생각이 없다.
윌리는 링컨 대통령이 끔찍하게 아끼던 셋째 아들. 사랑하던 아들을 잃고 큰 슬픔에 잠긴 링컨은 한밤중에 몰래 다시 묘지를 찾는다. 그리고 관에서 아들의 시신을 꺼내 끌어안는다. 말이 안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마치 이렇게 하면 죽은 아들이 다시 살아 돌아올 수 있기라도 한 것처럼. 이런 링컨이 모습을 보고 이곳의 존재들은 감동받는다. 아무리 사랑이 지극해도 다시 찾아와 시신을 만지고 끌어안는 것은 유례없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링컨은 또 찾아오겠다는 말을 남기고 묘지를 떠난다. 윌리는 아버지가 자신을 찾아올 거라는 약속을 했기 때문에 이곳을 떠날 수 없다고 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윌리는 점점 궁지에 몰리고 고통스러운 상황에 놓이게 된다. 이를 안타까워한 한스 볼먼, 로저 베빈스 3세, 에벌리 토머스 목사는 어떻게 해서든 윌리를 빨리 저세상으로 보내려 한다. 아이를 설득해 ‘제대로 죽을 수 있도록’ 돕고 싶은 것이다. 하지만 윌리는 고집을 꺾지 않는다. 이들 세 존재는 윌리를 저세상으로 보낼 방법은, 링컨 대통령을 묘지에 다시 오게 해 윌리의 마음을 바꾸는 것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살아 있는 존재가 아닌 이들이 링컨을 다시 불러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링컨에겐 그들의 모습이 보일 리도, 그들의 목소리가 들릴 리도 만무하므로. 그들은 이곳에 머물고 있는 다른 존재들에게 도움을 청하고, 이제 더 많은 존재들이 합세해 링컨의 발길을 돌리기 위해 애쓴다.


우리 시대 가장 독창적인 작가 조지 손더스가 그려낸
기이하게 웃기고 애처로운 슬픔의 강령회

표면상으로 ‘바르도의 링컨’은 죽은 윌리 링컨을 가리키지만, 동시에 미국의 위대한 대통령 에이브러햄 링컨을 가리키는 것이기도 하다. 윌리 링컨이 사망한 1862년 2월 20일은 미국 내전이 발발한 지 열 달 정도가 지나 전쟁이 본격화되어 엄청난 사망자가 발생하기 시작한 시점이다. 어찌 보면 국가 전체가 거대한 삶과 죽음의 경계에 놓여 있던 때라 할 수 있다. 계속해서 중대한 결정을 해나가며 나라의 운명을 결정지어야 하는 대통령으로서, 링컨 역시 일종의 ‘바르도’에 있었던 셈이다.

이 소설의 큰 줄기는 링컨과 그의 아들 윌리의 죽음에 관한 것이지만, 더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바르도’를 떠도는 영혼들이 저마다 가지고 있는 매듭을 푸는 것, 저마다 가지고 있는 삶에 대한 미련이나 슬픔, 분노나 집착을 털어내고 진정한 죽음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바르도에 등장한 어린 신참, 그리고 그 아버지의 지극한 사랑에 영혼들의 세계가 술렁대기 시작하고, 이것이 기폭제가 되어 이들은 자신들의 과거를 청산하고 하나둘 진정한 죽음의 세계로 향한다. 이러는 와중에 서로에 대한, 더 넓게는 인간과 삶에 대한 깊은 공감을 경험하게 된다. 역설적이게도, 『바르도의 링컨』은 죽은 영혼들의 목소리에 생명력을 불어넣어 삶과 죽음 그리고 인간의 존재 조건에 대해 탐구하게 한다. 지극히 슬픈 서사에도 불구하고, 작품 전반에 흐르는 위트는 결국 삶이란 이렇듯 ‘희극과 비극이 함께 존재하는 것’임을 다시 한번 일깨워준다.

일반적인 소설의 형식과 틀을 과감하게 벗어나 소설의 경계를 확장하며 독자에게 전혀 새로운 경험을 안겨주는 『바르도의 링컨』. 이 소설의 후반부가 주는 깊은 울림과 감동은 <이코노미스트>의 표현처럼, 당신의 마음을 유령처럼 붙들고 놓아주지 않을 것이다.


▶ 이 책에 쏟아진 찬사

당신이 올해 읽게 될 가장 이상하고 가장 훌륭한 작품. 극강의 상상력을 보여준다. 너무도 친밀하고 인간적이며, 너무도 심오하여 거의 은총을 받는 느낌이다. _파이낸셜 타임스

아주 보기 드문, 천재적인 소설. 획기적이고 강렬하며 감동적이고 흥미진진하다. 작가는 오직 가장 위대한 소설가들만이 가능한 방식으로 인간의 존재 조건을 포착해낸다. 그렇다, 정말 그토록 훌륭하다. _인디펜던트

거의 초월적인 아름다움이 느껴지는 장면들이 잠들기 직전 당신의 의식 가장자리에 나타날 것이다. 아름답게 구현된 목소리들이 정밀하게, 때로는 의식의 흐름을 따라 흘러나온다. _NPR

마지막 50쪽 가량은 정말이지 소설 속 용어처럼 ‘물질빛피어나는 현상’이다. 소란하고 거대하다. 슬픔으로, 그보다 더 큰 희망으로 폭발한다. 독자가 직접 그 끝에 도달할 때까지 더이상의 설명은 접어두는 편이 낫겠다. _타임

한 가지 약속할 수 있는 게 있다면, 이 책은 당신이 전혀 읽어본 적 없는 유형의 책이라는 것이다. 완벽하게 독보적인 작품.
_리베카 존스(BBC 문화담당 기자)

설명이 필요 없는 걸작. 에이브러햄 링컨이라는 주제와 작가의 천재성이 완벽히 결합된 작품. 책을 읽으며 눈물을 흘렸다.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작품. 이런 소설은 어디서도 보지 못했다. _뉴욕 타임스

넋을 잃게 만드는, 단테적인 미국판 유령 발라드. _퍼블리셔스 위클리

기이하게 웃기고 애처로운 슬픔의 강령회. 손더스의 작품을 읽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예상하겠지만, 그의 첫번째 장편소설 역시 충격적일 정도로 독창적이다. _워싱턴 포스트

이 책은 손더스가 처음으로 시도한 장편소설이지만, 그가 완성한 작품은 그 자체로 하나의 장르다. _애틀랜틱

의심의 여지 없이 내가 생각하는 최고의 소설 중 하나. 이토록 따뜻하고 온화하면서도 혁명적인 소설이라니. 이토록 섬세하고 무게 있는 유머 감각이라니. 나는 이 작품을 사랑한다. _맥스 포터(소설가)

손더스는 매력적인 탁월함과 독창성, 작품의 소재에 대한 확고한 감각과 절대 고갈되지 않을 것 같은 다양한 목소리를 지닌 작가다. 무섭고, 웃기며, 잊을 수 없는 작품. _토바이어스 울프(소설가)

수십 년 동안 마법 같은 단편들을 써온 손더스의 첫번째 장편소설. 유령처럼 마음을 붙들고 놓아주지 않는 이 기묘한 소설은 죽은 자들이 산 자들에게 미치는 영향과, 산 자들이 죽은 자들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한 작품이다. _이코노미스트

조지 손더스가 『바르도의 링컨』으로 맨부커상을 수상해서 너무나 기쁘다. 그의 작품은 문학적 환각제 같아서, 당신을 혼비백산하게 만든 다음 완전히 새로운 세계를 펼쳐 보인다. _이브닝 스탠더드

손더스의 비범한 언어적 에너지는 일상의 페이소스를 포착하는 데 집중한다. 이 작품을 추동하는 힘은 아름답게 구현된―시대의 변곡점에, 즉 자신만의 바르도에 갇혀 있던―링컨의 초상이다. _뉴욕 타임스(미치코 가쿠타니)

희극과 비극 사이를 눈부신 솜씨로 오간다. 독보적인 소설. 화려한 광고 문구를 믿어도 좋다. _시카고 리뷰 오브 북스

그의 작품 속 세상이 얼마나 기이하든 간에 그 중심에는 늘 정서적으로 익숙한 무언가가 있다. 그는 이 소설에서 마음속의 믿음을 지켜내기 위해 필요한 작은 변화의 순간들을 보여준다. 『바르도의 링컨』은 결국 공감에 대한 탐구다. _가디언

짜릿하다. 이 소설은 링컨과 그가 처한 고난뿐 아니라, 우리 모두가 처한 존재론적 상황을 무자비하고 가차없이 소환해낸다.
_커커스

구매가격 : 11,100 원

쾌락독서

도서정보 : 문유석 / 문학동네 / 2019년 01월 07일 / EPUB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책 한 권을 쓰기 시작한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1만 피스짜리 지그소 퍼즐을 맞추기 시작하는 것과도 같다. 분명 재미있을 것 같기도 하고, 다 맞추면 뿌듯할 것 같기도 하지만, 산더미같이 널려 있는 조각들과 거대한 퍼즐 매트를 보면 첫 조각을 끼워넣을 엄두가 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쓰기 시작한 이유는 어느 날 불쑥 문학동네에서 제안한 제목 한마디가 머리에 들러붙어서 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쾌락독서’. 마치 황금시대의
홍콩 영화 같은 바이브가 느껴지지 않나? 큼지막한 한자로 快. 樂. 讀. 書. 네 글자가 쾅! 쾅! 쾅! 쾅! 떠오르고 그사이로 홍금보와 성룡, 젊은 날의 주성치가 고개를 들이밀 것만 같다. 이 인간들, 나에 대해 너무 정확히 알고 있다. 세상에는 뻔히 보이는데 피할 수 없는 펀치도 있는 법이다. 인간이란 판단력이 없어서 결혼을 하고, 인내력이 없어서 이혼을 하며, 기억력이 없어서 재혼을 한다는 말이 있다. 나는 그래서 또 책의 프롤로그를 쓰기 시작한다.

책은 언제나 수다 떨고 싶어지는 주제다. 책과 여행, 이 두 가지에 관해서라면 나는 언제 어디서든 숨도 안 쉬고 몇 시간 떠들고 싶어진다. 하지만 슬프게도 내게 들어오는 책 기획안의 대부분은 내 직업과 관련된 엄숙한 책 아니면 이렇게 살라, 저렇게 살라고 충고하는 책들이었다. 나 자신이 즐겨 읽지 않는 종류의 책을 써서 남들에게 권하고 싶진 않았다(참고로 수많은 기획안 중에서 ‘쾌락독서’ 이외에 유일하게 마음이 흔들렸던 것은 ‘걸그룹’에 대해 써달라는 제안이었다). 물론 그동안 썼던 책들은 분명 사회에 아주 작은 도움이라도 되었으면 하는 의무감, 또는 세금 내는 기분을 떨쳐내지 못한 채 마음 한구석에 무거움을 안고 썼던 것도 사실이다. 이 책만큼은 깃털처럼 가벼운 마음으로 내 즐거움을 위해 쓴다. 언제나 내게 책이란 즐거운 놀이였기 때문이다. 나는 그저 심심해서 재미로 읽었고, 재미없으면 망설이지 않고 덮어버렸다. 의미든 지적성장이든 그것은 재미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얻어걸리는 부산물에 불과했다. 그렇다고 그런 내 ‘독서법’의 유용성을 전파하고자 이 책을 쓰는 것도 아니다. 그냥 내가 그랬다는 얘기들일 뿐이다. 거기서 뭔가 쓸모 있는 것을 발견할지 말지는 읽는 이마다 다를 거다. 단지 내 얘기가 재미있기를 바랄 뿐이다.

먼저 얘기해둘 것이 있다. 내 독서 취향은 그리 특별하지 않다. 난 항상 그 시기에 누구나 좋아했던 뻔한 책들을 좋아했다. 남들이 아다치 미츠루 만화를 열심히 볼 때 나도 그랬고, 남들이 하루키에 열광할 때 나도 그랬고, 남들이 김용 무협소설에 대해 침 튀기며 얘기할 때 나도 그랬다. 그래서 본의 아니게 사람들을 실망시킬 때도 있었다.

첫 책을 내고 북토크를 했을 때의 일이다. 대학 때 즐겨 읽었던 책이 뭐냐고 눈이 초롱초롱한 여학생이 묻길래 『토지』나 『태백산맥』 같은 대하소설들을 즐겨 읽었다고 대답했다. 순간 감추지 못한 실망의 탄식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한번은 ‘작가의 책’이라는 릴레이 인터뷰에서 어릴 적 가장 좋아했던 책을 묻길래 『삼국지』와 만화 『유리가면』을 얘기했는데 0.5초 정도 정적이 흐르더라. 이런 반응을 접할 때면 괜히 살짝 미안해지기도 한다. 사람들은 책을 쓰는 작가라면 뭔가 어릴 때부터 길고 이국적인 이름의 작가가 쓴 특별한 책을 좋아했을 거라고 기대하는 게 아닐까. 아고타 크리스토프의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이라든가.

나는 솔직히 취향으로 차별화하는 우아한 ‘인생 책’ 리스트를 볼 때마다 궁금해진다. 저 책들도 물론 좋았으니 언급했겠지만, 정말 저 책들이 평생 가장 재미있게 읽은 책들이었을까? 『캔디 캔디』나 『굿바이 미스터 블랙』을 보며 가슴이 설렌 적은 없었을까? 『슬램덩크』에서 삶의 지혜를 발견하지 않았을까? 마이클 크라이튼이나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은 재미없었나? 하물며 ‘인문학 고전을 읽어야 성공한다’ ‘대입을 위해 서울대 추천 인문 고전 50선을 꼭 읽어야 한다’는 등의 조언 또는 겁주기를 볼 때면 의문은 더 커진다. 『키케로의 의무론』 『실천이성비판』 『아함경』 『우파니샤드』 『율곡문선』…… 잠시 서울대 교수님들 중 이 50선을 모두 읽은 분이 몇 분이나 될지 불경스러운 의문을 가져보았다. 나는 달랑 세 권 읽었더라.

나의 경우, 사춘기 초반의 책 선정 기준은 명쾌했다. 야한 장면 유무다. 집에 있는 어른들 책을 샅샅이 뒤졌다. 가구로 비치돼 있던 한국문학전집에 의외로 ‘왕거니’가 많았다. 이효석의 『화분』, 송병수의 「쇼리 킴」, 조해일의 『아메리카』 등등. 『춘향전』과 『아라비안나이트』는 원본으로 봐야 보물임도 곧 발견했다. 아마 요즘 소년들은 엄마나 아빠가 남들 따라 충동구매한 한강의 『채식주의자』 2부에서 보물을 발견할지도 모른다. 난 이런 보물찾기 과정을 통해 문학이라는 것이 의외로 재밌다는 것도 부수적으로 발견했다.

고등학생 시절엔 뜬금없이 순정만화에 빠졌다. 스포츠 아니면 무협 일색인 소년만화보다 소재가 다양했기 때문이다. 꽃미남 귀족에 대한 소녀들의 선호 때문인지 유럽 배경이 많았다. 『베르사유의 장미』와 『테르미도르』를 보고 나니 프랑스혁명사에 익숙해졌고, 『불새의 늪』을 본 후 교과서에서 위그노전쟁을 만나니 반갑더라. 『유리가면』으로 연극이라는 장르에 흥미를 갖게 됐고, 『스완』으로 평생 발레에 관해 아는 척하고 있다. 허영만의 만화로 랭보와 로트레아몽의 시를 접하고, 클래식기타곡인 알베니스의 <전설>을 좋아하게 되었다.

허 화백 덕은 판사가 된 후에도 보았다. 『타짜』 덕분에 발뺌하는 사기도박 사건 피고인 앞에서 ‘병목’ ‘환목’ ‘깜깜이 바둑이’ 등의 전문용어를 구사할 수 있었다. 대학 때 김용의 무협소설 전작을 탐독했더니 사시 1차 공부할 때 중국사와 다 연결되었다. 『녹정기』의 위소보는 강희제의 명으로 소피아 공주와 네르친스크 조약을 체결한다.

결국 재미있어서 하는 사람을 당할 수 없고 세상 모든 것에는 배울 점이 있다. ‘성공’ ‘입시’ ‘지적으로 보이기’ 등등 온갖 실용적 목적을 내세우며 ‘엄선한 양서’ 읽기를 강요하는 건 ‘읽기’ 자체에 정나미가 떨어지게 만드는 지름길이다. 자꾸만 책을 신비화하며 공포 마케팅에 몰두하는 이들이 있는 것 같은데, 독서란 원래 즐거운 놀이다. 세상에 의무적으로 읽어야 할 책 따위는 없다. 그거 안 읽는다고 큰일 나지 않는다. 그거 읽는다고 안 될 게 되지도 않는다.

이 책에 등장하는 책들은 ‘추천도서’나 ‘필독도서’가 아니다. 누구 마음대로 ‘필독’이니? 난 ‘필’자만 들어도 상상력이라고는 하나도 없어 보이는 완장 찬 사감 선생이 고리타분한 책을 코앞에 억지로 들이미는 느낌이 든다(물론 그 필독도서가 내가 쓴 책인 경우에는 팅커벨이 반투명 날개를 흔들어대며 보물 상자에서 책을 꺼내주는 느낌이지만). 여기 등장하는 책들은 ‘그
저 어떻게든 나에게 영향을 주었던 책’이다. 선정 기준은 ‘지금도 뭔가가 강렬하게 기억에 남아 있는지 여부’. 시냇가에서 사금을 채취하듯 모래알을 잔뜩 흔들어대다보면 반짝반짝 빛나는 알갱이들이 남지 않을까. 그게 금이든 사금파리든. 얼마나 유명하고 대단한 책을 읽었든 지금 내 기억에 남아 있는 것이 없으면 최소한 현재로서는 내게 존재하지 않는 책이다. 한 줄의 문장, 또는 한 단어가 기억에 남아 있다면 내게 그 책은 그 한 줄, 또는 한 단어다. 만약 책 내용은 하나도 기억나지 않는데 그 책을 읽던 시간과 장소의 감각이 되살아난다면 내게 그 책은 그 감각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쥘리앵 뒤비비에 감독의 고전 영화 <무도회의 수첩> 같기도 하다. 남편과 사별하고 혼자가 된 주인공 크리스틴이 이십 년 전 사교계에 데뷔했을 때 함께 춤추었던 남자들의 이름이 적혀 있는 낡은 수첩을 우연히 찾아내고는, 추억을 회상하며 수첩 속의 남자들을 차례차례 찾아가는 심정이랄까.

그렇다고 예전 읽은 책들 내용을 구구절절 소개하고 싶지는 않다. 원래 지나간 인연은 다시 만나지 않는 게 나은 법이다. 이 책을 쓰기 위해 그 시절 그 책들을 죽 찾아서 읽어볼까 생각도 해보았지만, 그냥 지금 내게 남아 있는 기억들만 쓰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책들은 그저 그 시기에 거기 있었기에 우연히 내게 의미가 있었을 뿐이다. 지나간 연인들도 그렇듯 말이다.

사실 우리에게 중요한 건 지나간 인연들이 아니라, 그로 인해 우리 안에 생겨났던 그 순간의 감정들이다. 헛된 허세나 과시욕 따위를 배제하고 그때 그 책의 무엇을 왜 좋아했고, 그로 인해 나는 어떤 영향을 받았던 것인지, 그리고 내가 생각하는 ‘책을 가지고 노는 여러 가지 방법들’에 대해 얘기하려 한다. 솔직히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딱 두 가지다. 어떤 책이든 자기가 즐기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것. 그리고 혼자만 읽지 말고 용기 내어 ‘책 수다’를 신나게 떨어야 더 많은 이들도 함께 읽게 된다는 것. 그걸 위해 기억 속의 책들을 찾아간다.

……그래도 그 수첩 속의 남자들이 너무 늙고 배 나오지 않았기를.

구매가격 : 10,200 원

너는 나의 달콤한 □□

도서정보 : 이민혜 글 오정택 그림 / 문학동네 / 2018년 12월 28일 / EPUB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두 개의 표지, 두 명의 화자, 두 개의 이야기, 같은 사건, 서로 다른 시선

내 이름은 서지혜
아이들은 나를 대놓고 ‘따’ 시킬 만한 용기가 없다.
싸가지 없어 보이긴 해도 불쌍해 보이고 싶진 않다.
엄만 나를 밀어 내고 자주 운다. 아빤 술을 마신다.
나는 살아가는 데 행복과 불행을 따질 만큼 어리석지 않다.
시소를 탄다.
엄마와 아빠, 혼자와 둘,
자존심과 현실, 체념과 바람,
나와 또다른 나 사이에서.
그래도 너는 나의 달콤한 □□

내 이름은 이일진
여덟 살엔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엄마 아빠의 이혼 소식을 들었다.
열세 살엔 여자한테 뺨을 맞았다, 그것도 모두 다 보는 데서.
사랑을 받기 위해 끊임없이 뭔가를 해야 하는 건 피곤한 일이다.
왜 나만 이렇게 힘든 걸까?
언제나 균형을 맞추는 싸움이다.
엄마, 아빠, 새아빠,
변명과 진실, 용기와 비굴,
나와 너 사이에서.
그래도 너는 나의 달콤한 □□

동화가 정말 이래도 될까?
“젠장, 제기랄, 미친 새끼, 날라리 같은 게!”
이 책은 곱디고운 심성을 가진 아이들이 나와 노인들에게서나 들을 법한 말을 내뱉는 이야기도 아니고, 모든 걸 포용하고 해결해 주는 신적이고 도덕 교사 같은 어른이 나와 훈계나 일삼는 이야기도 아니다. ‘동화니까’ ‘동화라면’이라는 말은 첫 장부터 무색해져 버린다. 교실에 난무하는 욕설, 나름의 원칙이 존재하는 학교와 집과 무리에서 살아남는 요령, 한 겹 덧씌우지 않은(독자에게 잘 보이려고 애쓰지 않는) 뻔뻔한 심리가 적나라하게 묘사된다. ‘문제아’는 ‘문제어른’과 ‘정상적인 아이들’을 꼬집고, ‘모범생’은 ‘철없는 어른’과 ‘문제아’를 야유한다. 그렇다고 ‘문제의 작가’는 그 아이들을 무조건 감싸지 않는다. 그만큼 이야기 속 캐릭터들은 현실의 아이들 모습을 그대로 닮아 다면적이고, 생동감과 개성이 넘친다. 동화가 정말 이래도 될까 싶을 만큼.

일진과 지혜의 캐릭터는 그 어떤 인물보다 개성이 넘친다. 일진도 그렇지만 지혜의 시니컬함은 동화가 이래도 될까 싶을 정도로 우리 상상을 넘어서기도 한다. 이 작품 속 여러 인물들은 세상이나 주변 인물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보지 않는다. 지혜나 일진이 자신의 상처로 냉소적 시선을 갖게 된 면도 있지만 실제 현실의 아이들은 많은 동화 작가들이 그려내는 방식처럼 자신들의 또래를 그렇게 따뜻하게 보거나 동정적 시선으로 보지 않는다._유영진(아동문학평론가)

누가 말하느냐에 따라 사건은 전혀 다르게 전개된다

『너는 나의 달콤한 □□』는 이제 열세 살이 된 남자아이와 여자아이가 따로 또 같이 겪는 사건(연애담, 가정사, 학교 생활 등)들이 각자의 시선에 따라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아주 유머러스하게 그려져 있다. 이 책에 담겨 있는 「지혜 이야기」와 「일진이 이야기」는 따로 읽어도 하나의 작품으로 완결성을 갖추고 있지만, 두 편을 함께 읽으면 누가 바라보느냐에 따라 사건이 어떻게 왜곡되고 어떻게 기억되는지, 왜 그 사건이 그렇게 흘러갈 수밖에 없었고, 왜 그 인물은 그렇게 행동할 수밖에 없었는지 보다 넓은 관점으로 파악할 수 있게 된다. 한 아이의 시선에 치우쳐서 바라보았던 사건들은 다른 아이의 이야기를 마저 읽으면서 퍼즐 맞추듯 재배열된다. 독자들은 오해와 착각으로 인해 얼마나 엉뚱한 결과가 초래되는지 발견하고 폭소하며 때론 씁쓸한 미소를 짓게 된다.
*이야기 특성에 맞추어 독자들이 먼저 읽고 싶은 이야기를 선택해 읽을 수 있도록 표지를 양면으로 제작하였다.

착각에서 비롯된 연애, 가족과 친구 사이에 놓인 소통 불능의 벽을 허물어뜨리기까지
우울증과 술독에 빠져 지내는 엄마, 폭력 아니면 무관심으로 일관하며 바람까지 피는 아빠와 함께 사는 지혜는 전교 깡패다. 가족 해체 직면에 놓인 지혜는 뼛속까지 스민 화를 풀어낼 길이 없어 욕설과 폭력으로 아이들을 대하고 스스로 외톨이를 택한다. 하지만 마음 한편으론 물과 한데 섞이고 싶은 동경을 갖고 있는 기름이다.
일진이는 누가 봐도 예의바른 모범생이며 학급 회장이다. 겉으론 공손해 보이지만 인간관계에 대한 계산이 빠르고 소심한 면도 갖고 있다. 자기중심적인 엄마와 이해심 많은 새아빠와 함께 살면서 가끔 친아빠와 하룻밤을 보내는 일진이는 물이면서 때론 지혜를 물과 섞이게 하는 비눗물 같은 존재다.
이런 둘이 만나 연애를 시작한다. 험한 말과 뺨 한 대로 삐거덕거리며 시작된 관계는 알고 보면 다른 속사정과 착각에서 비롯되었지만, 한데 섞일 수 없었던 둘을 통하게 만든다. 비록 속엣말을 한 톨 남김없이 털어놓는 사이는 아니어도 상처를 보듬어가며 가족, 또래집단 사이에 놓인 소통 불능의 벽을 조금씩 허물기 시작한다. 그렇다고 단번에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처럼 달콤하게 속삭이는 해피엔딩은 아니다. 작가는 아이들을 속이지 않는다. 현실이 그러하듯, 이야기 속 인물들은 문제 해결에 이제 한 발짝 다가설 뿐이다.

“이렇게 따로 떨어뜨려놓아도 하나의 독자적 작품으로 읽힐 수 있는 두 개의 이야기로 한 작품을 완성한 것은 우리 동화사에서 매우 드문 경우이다. 아이들 관점에서 아이들의 육성을 생생하게 들려준다는 장점이 있으며, 하나의 눈으로 보지 않고 겹눈으로 봄으로써 소통 불능을 넘어서려는 방법이 재미있다.”_심사평 중에서

성장한다는 건, 끊임없는 갈등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시소타기
지혜와 일진이는 각기 다른 가정환경 속에서 자신의 내면과 외면의 갈등 요소들 사이에서 늘 시소를 탄다. 균형을 잡기 위해 애쓰지만 결국 한쪽으로 치우쳐 방황도 하고, 도망치기도 하고, 욕설과 폭력을 행사하기도 하고, 고민도 하고, 포기하기도 한다. 지혜와 일진이에게 서로는, 부모는, 선생은, 우정은, 체념은, 바람은, 고민은, 시련은 달콤한 그리고 씁쓸하기도 한 성장통이다. 그래서 너는 나의 달콤한 친구, 적수, 멘토, 시련, 사랑, 슬픔……□□다.

두 가지 색조, 독특한 시점으로 그린 일러스트
즉흥적이고 불꽃을 닮은 지혜와 차분한 일진이의 심리를 붉은 톤과 푸른 톤의 두 가지 색조로 대비되게 그렸다. 「일진이 이야기」 편은 일진이가 바라보는 관찰자 시점으로, 「지혜 이야기」 편은 지혜 자신까지 관찰의 대상으로 표현한 점이 흥미롭다. 그림 작가는 아이들 앞에 놓인 문제를 있는 그대로 보여 주면서, 심각하지 않게 표현해 내는 재주가 있다. 또한 이야기의 독특한 형식처럼 그림 역시 한 가지 사건을 서로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데, 한 컷 한 컷이 담고 있는 이야기의 무게가 그림 작가의 고민을 엿볼 수 있게 한다.

구매가격 : 7,700 원

이 버스를 타지 마시오

도서정보 : 고재은 글 나오미양 그림 / 문학동네 / 2018년 12월 28일 / EPUB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숟가락을 사용하지 마시오.’ ‘문으로 내리지 마시오.’ ‘손을 씻지 마시오.’
기존 세상의 질서가 뒤틀어진 이상한 세상.
금지된 일을 어기면 ‘마라’에게 잡혀 회초리를 맞고 벌을 받는 곳.
누구라도 두려워하고 거스를 수 없는 힘을 가진 ‘그 누구’에 의해 지배되는 땅.
준수는 ‘이 버스를 절대 타지 마시오’ 버스를 타고,
이 독특하고 비밀스러운 환상세계의 출입문을 연다.
잃어버린 동생을 찾아, 그리고 지금의 자신이 아니기 위해.

“하지 마라. 그러지 않으면 훌륭한 사람이 될 수 없어.”
“내 말 들어. 다 널 위해 그러는 거야.”
아빠의 회초리가 가르치는 대로 세상을 보는 아이, 준수
정말 그럴까? 하라는 대로만 하면 모든 것이 좋아지고 훌륭해지는 것일까? 준수는 한 번도 의심해 보지 않았다. 아빠 말을 따르면 언제나 사람들로부터 칭찬을 들었다. 그때마다 준수는 아빠 말이 옳다고 생각했다. 물론 아빠는 준수를 사랑한다. 하지만 그 방식은 준수를 숨 막히게 한다. 준수에겐 자신의 목소리라는 게 없다.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 수도 없다. “하고 싶은 것도 갖고 싶은 것도 없느냐?”는 일곱 살짜리 동생의 물음에 묵묵히 땅만 내려다는 게 다일 뿐이다. 아빠가 휘두르는 회초리가 가르치는 대로 세상을 보는 것이 몸에 익은 탓이다. 그런 준수의 세상에 균열을 일으킨 사건이 일어난다. 버스 정류장에서 동생을 잃어버린 것이다. 파란 풍선을 사들고 좋아하던 동생은 풍선을 쫓아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어디로 갔을까?
준수는 아빠가 무서워 차마 동생을 잃어버렸다고 말할 수 없었다. 다음 날, 걱정 가득한 얼굴로 정류장에 앉아 있는 준수 앞에 “마라마라!” 소리를 내는 버스가 도착한다. ‘이 버스를 절대 타지 마시오.’라고 쓰인 희한한 버스. 언뜻 버스 안에 준기의 풍선이 보인다. 준수는 처음으로 하지 말라는 일을 어기고, ‘이 버스를 절대 타지 마시오’ 버스에 오른다. 그것이 여행의 시작이었다.

아빠의 질서가 무너진 세계, ‘그 누구’가 가르치는 대로 세상을 보는 준수
아빠의 서늘한 눈빛과 밤바람 같은 목소리를 닮은 버스 기사가 준수를 데려간 곳은 ‘그 누구’가 지배하는 세계. 온통 ‘금지’ 표지판으로 가득 차, ‘해서는 안 되는 일’들이 해야 할 일로, ‘해야 할 일’들이 해서는 안 되는 일로 질서가 재편된 곳이다. 하지만 이곳도 현실과 다르지 않다. 현실에서 아빠의 목소리가 그랬듯, 이곳에선 ‘그 누구’의 목소리가 힘을 얻을 뿐이다. 그 어디에서도 자신의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준수. 하지만 준수는 달라져야 했다. ‘그 누구’가 보낸 ‘마라’들에 의해 얼음골로 잡혀간 동생을 되찾기 위해서는.
준수는 ‘그 누구’에 의해 매듭 없는 줄로 묶인 암벽 위의 남자를 만나 ‘마라아니’를 손에 넣는다. ‘마라아니’는 얼음골로 가는 열쇠이며, 금지된 일을 허용할 수 있는 힘을 가진 물건으로, 준수는 이 물건을 이용해 새로운 세계의 법칙을 하나하나 깨뜨려 간다. 그리고 이 이상한 세계가 현실 세계와 맞닿아 있음을 깨닫게 된다. 이곳은 바로 자신이 동생을 잃어버린 버스 정류장이었던 것. 여행의 막바지에 준수는 줄곧 피해 다니기만 했던 ‘마라’들 앞에 똑바로 나선다. 자신의 목소리가 없던 준수는 ‘마라’를 향해, 자신을 짓누르고 있던 금지어들을 향해 참고 참았던 비명을 내지른다. 그리고 줄곧 의지해 왔던 ‘마라아니’와 ‘고요부리’를 제 손으로 놓아 버린다. 얼음골로 가는 열쇠는 ‘마라이니’지만, 그 얼음골을 녹이는 열쇠는 바로 자신의 의지라는 것을, 자신이 이곳에 오게 된 분명한 이유가 무엇인지를 깨닫게 된 순간이다.

진짜 이야기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하지 마라. 그러지 않으면 훌륭한 사람이 될 수 없어.” 정말 그럴까? 준수는 조금씩 의심하기 시작한다. 잘못을 하고도 아니 잘못하지 않고서도 아빠 앞에서 아무 말도 못 했던 준수는 더 이상 어제의 준수가 아니었다. 다시 현실계로 돌아와 아빠 앞에 선 준수는, ‘암벽 위 남자’가 일러 준 대로 속으로 되뇐다. ‘모든 것은 나에게 달려 있다, 바로 나에게.’ 여행의 끝에서 준수가 찾은 건 동생만이 아니었다. ‘그 누구’의 진짜 정체와 맞닥뜨린 뒤 준수는 억눌려 있던 자신의 참모습을 찾게 된다. 그리고 깨닫는다. 미래를 바꾸고 자신을 바꾸는 힘은 바로 자신에게 달려 있음을. 준수의 이야기는 이제 시작이다.

자신의 눈과 목소리로 세상을 마주한 준수
‘그 누구’는 혹시 우리가 아니었을까
암벽 위 남자, 폭포 할아버지, 그리고 ‘얼음골행’ 기차를 탄 ‘그 누구’의 가족. 준수는 다양한 만남을 통해 세상을 대하는 새로운 눈을 갖게 된다. 새로운 눈과 자세, 용기와 자신감은 어느 순간 ‘갑자기’가 아니라 ‘차근차근’ 점진적으로 견고해지고 커져 나간다. 빈틈없이 구축된 환상 세계의 질서는, 현실계에서 준수를 얽매던 것들을 허용하고 허용된 것을 금지된 것으로 만들었지만 그렇다고 준수가 잠깐이나마 달콤한 해방감을 맛본 것은 아니다. 작가는 아이들에게 신기루 같은 짧은 즐거움을 선사하려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허용되지 않는 것들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극복하며 화해해야 하는지 알려주고 싶어 할 뿐이다. 책을 다 덮고 나면 아이들은, ‘어디든 가기 위해선 일어서야 한다는 걸 안다.’는 준수의 말처럼, 목적지가 어디든 가기 위해선 길잡이가 필요하지만 걸어가는 것은 자신이라는 것을 다짐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누구’의 모습은 혹시 우리가 아닌지 스스로 물어볼 시간을 갖게 될 것이다.

판타지와 추리 소설 요소로 가장 현실적인 문제를 직조해 내다
『강마을에 한번 와 볼라요?』로 제4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을 수상하며 역량을 검증받은 작가의 두 번째 작품이다. 『강마을에 한번 와 볼라요?』는 ‘놀라운 작품’이라는 수식어와 함께 그해 가장 많은 평론가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사투리로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살리고 새로운 모험을 시도했으며, 생생한 인물과 시공간을 뛰어넘는 진실한 삶의 향기를 아이들과 어른들 모두에게 선사했다는 점에서 평론가들의 호평을 이끌어 냈다. 4년 동안 작가는 새 작품을 준비하며 다음 도약을 위한 숨을 골랐다. 이번 작품은, 토속적 정감이 묻어나는 사투리로 70년대 삶을 건강하고도 천연덕스럽게 그려 낸 전작과 달리 판타지와 추리 소설 요소가 뒤섞여 있다. 하지만 그 어느 동화보다 우리 아이들의 현실을 아주 현실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현실 공간과 환상 공간이 맞닿은 무대에서 한 아이가 폭력과 억압의 상징인 ‘그 누구’로부터 잃어버린 동생을 찾고 나아가 내면에 가둬 둔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까지, 작가는 마음 저 안쪽을 건드리는 감수성과 풍부한 상징, 긴장감 넘치도록 꽉 짜인 구성과 반전으로 이야기를 멋지게 직조해냈다. 속도감 있는 문장, 입체적인 캐릭터, 탄탄한 스토리, 의미를 담고 있는 소재 하나하나…… 무엇 하나 나무랄 데 없는 이 작품을 만나고 나면 작가의 다음 행보가 못내 궁금해진다.
현실계에선 선명하게, 환상계에선 ‘얼음골’의 ‘물길’을 따라가는 주인공의 심리를 담아, 물에 젖은 듯 표현한 일러스트가 환상적이다. 각 컷마다 화가가 의미를 심어놓은 상징물들이 길잡이처럼 독자들을 목적지로 이끈다.

구매가격 : 7,400 원

계간 문학동네 2018년 겨울호 통권 97호

도서정보 : 문학동네 / 문학동네 / 2018년 12월 27일 / EPUB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문학동네』는 문학의 존엄과 자긍을 다지며, 한국문학의 미래를 열어가는 젊은 문예지입니다. 우리 문학의 드높은 성취를 갈무리하며, 문학의 미답지를 개척, 수호해갈 『문학동네』는 문학의 진정성을 채굴하는 든든한 굴착기로서, 매호 돋보이는 기획과 성실한 편집으로 두고두고 귀한 자료로서 가치를 지니는 고급 문예지입니다.

구매가격 : 7,500 원

유빙의 숲

도서정보 : 이은선 / 문학동네 / 2018년 12월 26일 / EPUB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잔혹한 현실의 끝에서 마주하는
삶에 대한 지극한 애정

누구도 똑같지 않은 삶이라는 드라마를 가혹하지만 생생하게, 그러나 끝내 따뜻한 문장으로 희망을 놓지 않고 그려내는 이은선의 신작 소설집 『유빙의 숲』이 출간되었다. 2010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해 첫 소설집 『발치카 No. 9』을 출간한 이후 4년 만에 펴내는 두번째 소설집이다. 이은선은 등단작부터 “상징적 압축미가 뛰어나다” “독자에게 시적인 울림을 선사한다”(신춘문예 심사평)는 평을 들으며 자신만의 단단한 소설세계를 구축해나갈 능력이 충분하다는 것을 실감케 했다. 그리고 첫 소설집을 펴내며, 이미지를 압축해 제시하는 개성 있는 소설세계로 향하는 눈에 띄는 징검돌 하나를 내놓았다. 그리고 다시, ‘세월호’라는 충격적인 사건을 목도한 이후 4년 동안 써낸 8편의 작품을 모아 두번째 소설집을 선보인다. 이은선은 개인의 힘으로 막아낼 수 없는 재난이나 사고, 질병의 유전, 친구나 가족의 범죄를 묵과했다는 자책감과 거기서 기인한 도피생활 등에 처한 다양한 인물들의 고통을 그 극한까지 몰아붙인 뒤, 잔혹한 현실을 어떻게든 통과해 살아낸 그들이야말로 삶에 대한 가장 지극한 애정을 가진 존재들임을 역설해 보인다.


“이 넓은 바다 어딘가에 그 사람이 떠 있다고 생각하면
겨울 해는 정말 따뜻했고 여름 해는 진짜 시원했어요.”

소설집을 여는 작품인 「유리 주의」에서부터 다양한 과거와 사정을 지닌 인물들이 등장한다. 중국의 어느 휴양지로 패키지여행을 온 일행은 괴생명체가 산다는 호수나 “유리창의 일부나 다름없”이 유리창에 매달려 유리를 닦는 청소부들 따위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다. 따로 여행을 왔다가 눈이 맞아 오로지 육체관계에만 몰두하는 커플, 오래전 계획한 환갑 기념 여행을 와서도 자신들의 속사정에 따라 행동하는 여고 동창 삼인방, 끊임없이 서로를 의심하는 신혼부부, 불륜관계이면서도 부부를 연기하는 커플 등은 모두 각자의 욕구나 잇속을 챙기기에 바쁘다. 소설은 한 호텔에 묵는 이들의 동상이몽을 다소 우스꽝스럽게 그려내면서, 읽는 이로 하여금 마치 패키지여행의 일원이 된 듯한 생생한 재미를 느끼게 한다. 그러나 마냥 웃을 수만 없는 것은 투명한 유리창을 없는 것으로 착각해 끊임없이 유리창에 머리를 박고 죽는 새들을 보고도, 혹은 눈앞에서 유리창을 닦는 청소부들을 보고도 자신들의 행각을 투명하게 들여다보지 못한 채 파국으로 치닫는 이들의 모습이 남의 일로 여겨지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영혼결혼식’이라는 희귀한 소재를 다룬 「뼈바늘」 역시 이야기가 주는 무게감과는 다르게 빠르게 읽히는 작품이다. 이른 나이에 비명횡사한 남녀의 영혼을 맺어주기 위한 혼례에서 벌어지는 한바탕 소동을 그리는데, 비현실적인 요소가 개입됨에도 우리가 살아가는 참담한 현실과 직접 맞닿아 있다. 혼례를 치러선 안 된다는 사실을 직감하고도 돈봉투를 챙기는 일에만 급급한 주지 스님의 모습은 차치하더라도, 남녀의 생전 악연이 밝혀지는 충격적인 장면조차도 현실에서 불가능한 일이 아님을 알기에 선연하고 섬뜩하게 다가온다.

소설집을 닫는 작품인 「커피 다비드」는 작은 섬에 자리한 카페를 드나드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다. 한정된 공간을 배경으로 풀어지는 인물들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유리 주의」와 그 궤를 같이하지만 소설의 결은 사뭇 다르다. 「유리 주의」가 두루뭉술한 윤리 감각이나 이타심 상실 같은 우리 사회의 불편한 현실을 드러내 보여준다면, 「커피 다비드」는 그럼에도 삶은 계속되어야 하고 애정을 가져볼 만한 것임을 따뜻한 시선으로 짚어낸다. 바다에서 남편을 잃고도 바다를 떠나지 않거나, 말기 암으로 죽음을 목전에 두고도 복역중인 아들의 장래를 걱정하거나, 끈질기게 자신을 괴롭히던 같은 반 친구를 끝내 좋아하게 되어버리는 마음 같은 것들이 활기찬 남도의 사투리로, 톡톡 튀는 ‘고딩이’의 언어 등으로 현장감 있게 그려진다.

이은선은 소설집의 마지막에 「커피 다비드」를 위치시킴으로써 결국에는 누구도 이 삶을 떠나지 못할 것이며, 그렇다면 좀더 애정을 가지고 살아봐야 하지 않겠느냐며 우리를 위로하는 듯하다. 인상깊은 점은 삶을 관조하는 시선이 더욱 깊어진 것과 마찬가지로, 현실의 참혹함을 드러내는 방식 역시 더욱 거침없어졌다는 것이다.

표제작 「유빙의 숲」은 세월호 사고로 조카를 잃은 조형사와 어미를 잃고 바다를 홀로 떠도는 상어, 그리고 할아버지로부터 신체의 일부가 문드러지는 병을 대물림받은 유진의 이야기가 정교하고 환상적으로 뒤섞인다. 따로 떼어 읽어도 좋을 소재를 이물감이나 감정의 과잉 없이 하나의 얼개로 축조해내는 능력은 이은선의 가장 큰 장기라고 할 수 있는데, 「유빙의 숲」에 이르러 그러한 장기가 좀더 진일보했음을 보여준다. 이은선은 ‘제주’라는 공간을 구심점 삼아 다양한 뼈대의 이야기를 어느 것 하나 허물어뜨리지 않고 소설의 끝까지 끌고 가는 가운데, 어떤 부분에서도 현실을 미화하거나 감추지 않는다. 해경이 되어 조카를 구하지 못했다는 자책감이나 해경이 되었더라도 스러져가는 배에 접근하지 못했을 것이란 조형사의 절망감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대목 등이 그렇다. “누구든 스스로 살아남아야만 하는, 서로가 서로를 보호해주지 못하는 삶의 민낯”(김나영, 작품 해설)을 가감 없이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는데, 작가 스스로도 “행복과 사랑, 성취 대신 ‘안전’이라는 말에 온기가 오래 머문다”(작가의 말)고 밝힌 것처럼 ‘세월호’라는 엄청난 사건을 경험한 작가의 소설적 동선이 조금은 달라졌다는 것을 눈치채게 한다.

「귤목(橘木)」에서도 같은 사건으로 손자를 잃고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한 채 젊은 시절을 보낸 제주로 향하는 남자의 이야기가 가슴 아프게 그려진다. 남자의 며칠간 행적을 담담히 따라 읽다보면, 남자의 고통이 남자 혼자 감내해야 할 것이 아닌 우리가 분담해야 할 사회적 고통임을 분명히 알 수 있게 된다.

‘도주’ 연작 세 편(「귤(橘), 화(花) -도주 1」 「쇳물의 온도 -도주 2」 「파도의 온도 -도주 3」)에서는 이야기꾼으로서 이은선의 면모를 살펴볼 수 있다. ‘이화’는 누군가의 밀고로 사주전(위조 주화)을 만들던 서방이 적발되면서 갑작스레 쫓겨 달아나는 처지가 되고, 그 와중에 서방과 아이까지 잃는다. 서방은 망나니의 칼에 목이 잘려 죽고, 어떻게든 지켜내려던 아이 ‘귤(橘)’은 재물에 눈이 먼 가짜 맹인 의원에게 배를 짓밟혀 잔인한 죽임을 당한다. 삶의 끝까지 내몰린 듯 보이던 이화는, 그러나 의원에게 쇳물을 부어 죽음을 되갚는 방식으로 삶을 이어나간다. 하지만 복수는 또다른 도주를 시작하게 만들고, ‘도주’ 연작은 이화가 끊임없이 도망치면서도 삶을 이어갈 수밖에 없는 까닭을 속도감 있는 문장으로 풀어낸다.

이은선은 소설의 인물들을 참혹한 현실에 그대로 노출시키지만, 결코 그들을 아무렇게나 내버려두진 않는다. 끊임없이 현실을 뛰어넘어 살아갈 동력을 추동하게 만들고, 끝내는 그들에게 손을 내밀어 지나온 시간이 헛되지 않았음을 기억하게 만든다. 설령 이미 세상에 없는 존재일지라도 ‘숨’이라는, ‘기포’라는 환상적인 이미지를 불러내 그들을 기억하게 만든다. 그러한 지극한 애정, 떠나는 누군가의 안녕을 바라며 카페 안의 등을 모두 켜고 촛불까지 켜두는 마음(「커피 다비드」)이 이은선이 소설과 삶을 대하는 마음일지도 모르겠다.



이 책은 나의 두번째 분나 마프라트다. 생두에서 원두, 그리고 한 잔의 커피가 당신 곁에 다가서는 그 속도를 사랑하게 되었다. 이 소설들이 삶의 추위에 몽롱하게 얼어 있는 당신에게 따뜻한 위로가 될 수 있기를, 그러고도 남는 것이 있다면 그 마음을 내 잔에 따르고 우리 같이 건배. _‘작가의 말’에서


★ 추천의 말 ★

어떤 분노는 쇳물을 끓게 하고 어떤 슬픔은 귤나무를 심게 한다. 이은선의 두번째 소설집엔 떠났지만 떠나보내지는 못한 이름들이 혼과 숨이 되어 편편마다 내려앉아 있다. 첫번째 소설집에서부터 그 숨방울들을 불러냈던 이은선은 이번엔 더없이 아픈 시선으로 개개의 숨이 겪은 사건들을 펼쳐놓는다. 참으며 토하며 우는 인물들. 고요히 분노하는 문장들. 참혹한 상황 속에서도 끝내 마음을 만져주는 생명들. 소설의 끝에 다다르면 하나의 귤이 하나의 전구가 되어 나무 가득 매달린 어떤 풍경을 떠올리게 된다. 그것은 어두운 하늘로 이송되는 응급 환자를 위해 카페 안의 등을 모두 켜는 마음, 떠도는 숨들의 미미한 무늬 하나까지도 끝까지 그려내는 소설의 마음이 된다. _최은미(소설가)

구매가격 : 9,100 원

다른 소년

도서정보 : 이신조 / 문학동네 / 2018년 12월 26일 / EPUB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같은 채로 다른 존재가 된다는 것,
달라진 모습으로 시간을 통과한다는 것,
아니 달라져야만 시간을 통과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해

소설가 이신조의 네번째 소설집 『다른 소년』이 출간되었다. 리듬감이 느껴지는 감각적인 문체와 현실에 대한 첨예한 사유가 돋보였던 『감각의 시절』 이후 8년 만에 선보이는 소설집이다. 이신조는 1998년 『현대문학』 신인추천에 단편소설 「오징어」가 당선되어 등단한 이래로 현실을 바라보는 긍정의 시선과 작가적 성실함을 한순간도 늦추지 않은 채 세 권의 소설집과 다섯 권의 장편소설을 펴냈다. 그리고 등단 20년을 맞아 펴내는 신작 소설집 『다른 소년』을 통해 불운한 현실에 에너지가 소진돼버린 다양한 인물들과 그들이 지나온 삶의 인과과정을 세심하게 들여다봄으로써, 어떠한 삶도 ‘다른’ 방향으로 또다시 나아가볼 수 있다는 희망과 그 실현의 가능성을 작가 특유의 탄탄하고 시적인 문장들로 그려내고 있다.

“어떤 선택을 해도 잘못일 수밖에 없는 일이 있어.”

표제작인 「다른 소년」은 이번 소설집에서 작가 이신조의 소설세계가 도달한 성취를 잘 보여주는 수작이다. 주인공 열여덟 살 소년은 버스에서 우연히 주운 스물한 살 대학생의 신분증을 이용해 낯선 도시를 헤맨다. 대학생의 이름으로 고시원의 방을 빌리고, 근처를 지나는 또래의 고등학생들에게 자신이 대학생으로 보이기를 기대한다. 소년이 ‘다른’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결심한 건 엄마를 죽인 고3 소년에 대한 뉴스를 접하고부터다. 고3 소년은 엄마에게 오랜 정서적, 육체적 학대를 받아왔고, 사건이 벌어진 날에도 아홉 시간 동안 골프채로 이백 대를 맞고 견디다못해 엄마의 눈을 찔렀다. 그러나 그는 별거중이던 아버지를 붙잡고 “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 나 안 버릴 거지”라며 두려움에 몸을 떨었다. 엄마를 죽인 고3 소년에게 알 수 없는 동질감을 느끼며, 난생처음 와본 인천의 차이나타운에서 “짜장면을 팔지 않는 중국집”을 보고 “그래도 되는 것”이란 당연한 진실을 깨닫는 소년은, 어쩌면 그가 박탈당한 ‘다른’ 삶으로 나아갈 기회를 떠올린 것인지도 모른다. 실제 사건에서 모티프를 얻었을 이 소설은 존속살인이라는 충격적인 사건의 이면을 냉정한 눈으로 되짚어보면서 ‘다른’ 삶의 가능성을 차단하는 비극적인 현실과 함께 타인의 이름을 빌려서라도 ‘다른’ 삶으로 나아가보려는 인물의 용기 있는 시도를 긴장감 있고 밀도 높게 그린다.

총기 난사 사건이 일어난 부대에서 근무한 「야간 정비」의 ‘완’ 역시 ‘다른’ 삶으로 나아가려 한다. 완은 ‘그 새끼’라는 말로 지칭되는 범인에게 맹렬한 적개심을 느끼는데, 이것은 연인이었던 ‘현’에게 이별을 통보받고 부모마저 큰 빚을 지고 낯선 지역으로 쫓기듯 이주하게 된 자신의 현실에 대한 분노의 표출이기도 하다. 그런데 소설은 여기서 더 나아가 완을 심야에 터널이나 지하 차도 등을 청소하는 고된 일에 복무시킴으로써, 자신이 처한 고통스러운 현실의 원인을 타인이 아닌 스스로에게서 찾도록 하며 ‘완’이 자신의 힘으로 ‘다른’ 삶으로 이행하도록 만든다.

아빠의 수감으로 시골의 이모할머니 댁에서 지내게 된 열세 살 소녀 ‘다민’의 이야기(「살구 줍기」)도 그렇다. 친구들과 떨어져 낯선 집에서 지내게 된 다민은 엄마의 바람대로 ‘다른’ 환경에 그런대로 적응해나가지만, 아빠의 수감 사실이 친구들에게 알려지면서 한순간에 엄청난 조롱을 당하고, 때마침 시작된 초경의 두려움까지 더해져 패닉 상태에 빠져버린다. 그러나 결혼과 가정폭력, 이혼, 이별이 예정된 사랑, 투병 등 삶의 지난한 과정을 거쳐온 이모할머니 ‘수옥’의 세심한 보살핌 아래 다민은 차츰 안정을 되찾는다. 세대와 환경을 뛰어넘어 오직 사람이 사람에게만 전할 수 있는 마음의 온기를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낸 아름다운 작품이다.

지진과 방사능 유출로 인해 일순간에 삶의 기반을 잃어버린 ‘미리’(「B구역에 내리는 비」), 수술과 이혼, 사직을 겪은 뒤 ‘그림자 여행’을 통해 자신의 내면을 찾는 ‘태은’(「그림자 가이드」), 유년 시절을 함께 보냈지만 지금은 완전히 다른 삶을 살고 있는 두 사촌과, 벌판의 외딴 천막집에서 노파를 돌보며 사는 소녀, 암 투병을 하며 격리실에서 지낸 경험 이후 삶의 방향이 달라진 여자(「비와 바람과 숲」), 서울 도심의 레지던스 호텔에서 남자친구와 하루를 보내는 ‘예슬’(「1105호」) 등 여성 인물이 등장하는 일련의 작품들도 함께 주목할 만하다. 잘 짜인 단편소설의 본보기라 할 만큼 높은 완성도를 지닌 작품들임과 동시에, 쉰여덟 수옥에서 대학 2학년인 예슬까지 동시대를 살아가는 여러 세대 여성이 겪는 삶의 국면들을 사실적으로 드러내 보여주기 때문이다. 수옥은 “강고한 가부장 사회에서 극소수의 여학생으로 대상화”되거나 “따귀를 맞고 목이 졸”리는 등 여성에게 가해지는 사회적, 신체적 폭력을 경험해왔고, 예슬 역시 대학원생 선배 ‘강민’으로부터 지질하고 교활한 데이트 폭력을 당한다. 이러한 여성의 현실은 작가가 노골적으로 그것을 부각시켰다기보다 각계각층의 삶의 모습을 그려내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드러나는 것이어서 더욱 아프게 다가온다. 그런 맥락에서 “난 뭐든 네가 싫다면 하고 싶지 않아”(「1105호」)라는, 지극히 당연하지만 어쩐지 이상적으로 느껴지는 예슬의 남자친구 ‘지혁’의 말도 귀담아듣게 된다.

이신조는 소설의 인물들을 살인, 지진, 방사능 유출, 이혼, 데이트 폭력, 테러, 암 등 감내하기 어려운 현실에 자주 처하게 만들지만, 바로 그러한 환경에서 ‘다른’ 삶을 꿈꾸어볼 수 있는 가능성이 생겨난다는 사실을 섬세하고 정밀한 소설의 언어로 보여준다. 삶의 다양한 방면 중에서 하나의 방향으로만 살아가기는 쉽지 않다. 누구나 살아가는 동안 언젠가는 삶의 이편에서 저편으로 옮겨가야만 한다는 사실을 떠올려보면, 이신조의 소설이 바로 우리의 이야기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된다.



원(圓), 지난 이십 년, 적어도 글을 쓰는 동안은 감히 원의 중심에 있었다고 말하고 싶다. 미처 알지 못한 채로 그럴 수 있었던 것 같다. 글을 쓴다는 것은 스스로 원을 만들어내는 일이었다. 그 원들이 어째서 그런 것들이었는지, 어디로 가 무엇을 할 수 있었는지는 알지 못한다. 메아리 같은, 비눗방울 같은, 빵 반죽 같은, 그릇 같은, 살구 같은, 고양이의 동공 같은, 아주 가끔은 만다라 같은, 그런 동그라미들…… 예전 그때처럼, 다시 가을이 왔다. ‘작가의 말’에서

낯선 공간에서 깨어난 인물이 자기에게로 돌아가는 과정, 곧 어제의 ‘나’로부터 ‘다른 나’로 이행해가는 시간을 보여준다. 삶의 한 국면에서 다른 국면으로 건너가면서 벌어지는 틈, 그 일상으로부터 탈구된 시간을 천천히 따라가면서 익숙한 세계로부터 떨어져나온 인물의 내면을 탐구하는 것이 『다른 소년』이 내건 화두다. 그것은 ‘다르다’라는 술어가 소설집 전체를 관통하여 줄곧 반복된다는 것을 굳이 증명하지 않아도, 소설집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이 이혼, 파산, 살인, 총기 난사 사건, 낙태, 테러, 재난, 병 등을 직면하여 삶의 이쪽에서 저쪽으로 건너가고 있다는 데서, 그 두려운 이행의 시간을 소설의 언어가 함께 견뎌내고 있다는 데서 명백해진다. _이지은(문학평론가)

구매가격 : 9,500 원

나 제왕의 생애

도서정보 : 쑤퉁 / 문학동네 / 2018년 12월 21일 / EPUB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가장 아름다운 인생이란 불과 물, 독과 꿀이 함께 어우러진 것이다.
이것이 이 책을 쓰게 된 최초의 동인이다.”_쑤퉁

『나 제왕의 생애』의 첫인상은 역사소설이다. 하지만 소설에 등장하는 인명, 지명, 역사적 사건은 모두 상상의 산물이다. 작가 쑤퉁은 현실에는 없었던 ‘섭국’이라는 왕조를 배경으로, 어린 나이에 제왕이 된 소년 단백의 이야기를 펼쳐보인다.
단백은 정치적 음모에 휘말려 열네 살의 나이에 갑작스레 제왕이 된다. 왕이 될 준비도 하지 않았고 왕이 되길 원하지도 않았던 그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력한 왕이다. 수렴청정의 틈바구니, 비빈들의 암투, 변방 외적의 침입, 왕위를 노리는 경쟁자들이 시시때때로 시도하는 암살에 일상적으로 노출된 상황에서 소년 단백이 할 수 있는 일이란 실제로 미미하다. 숨막히는 생활 속 단백은 늘 악몽에 시달리고 죽은 자들의 망령에 쫓긴다. 소심하고 겁이 많았던 단백은 점점 무기력해지고 히스테릭하게 변하는 한편 마음 깊은 곳에선 하늘을 나는 새를 동경하며 매인 데 없이 훨훨 날 수 있기를 강렬히 소망한다. 그러던 어느 날 서민의 옷을 입고 궁 밖으로 나가 줄타기꾼의 멋진 기예를 감상할 기회를 얻고, 그의 자유로운 모습에서 해방감을 느낀다.
이후 단백은 음모와 정치적 투쟁의 결과 제왕의 자리에서 쫓겨나 서민으로 전락한다. 서민의 삶이 고단하고 불편하긴 하지만 수치스럽진 않다. 기형적으로 억눌렸던 그간의 자신을 돌아본 후 숨겨진 재능을 찾은 그의 앞에 완벽히 다른 새로운 삶이 펼쳐진다. 겉모습은 물론, 속모습까지 완벽히 탈바꿈한 그는 도읍으로 돌아가지만 섭국을 집어삼킨 팽국의 군대와 불에 타 재가 된 섭궁만 그를 맞는다.
제왕의 삶이란 지극히 고유하고 특별한 그 무엇이리라 예상하지만, 작가 쑤퉁이 그려내는 제왕의 삶은 다르다. 작가 자신의 말처럼 불과 물, 독과 꿀이 함께 어우러져 있다. 제왕에서 서민이 되는, 불가능한 상황들이 발생하고, 무한정의 권력과 자유를 누릴 것 같으면서도 주어진 선택의 폭은 협소하다. 굴곡과 모순으로 점철된 삶이란 특정한 어느 개인이 아니라 결국 우리 보편의 모습이 아니던가. 때문에 이 소설은 『나 (제왕)의 생애』라 읽을 수 있겠다. 소설가 김숨이 이 소설을 두고 “상상 속 고대 왕국 섭의 제왕이었던 단백의 생애와 나의 생애, 두 생애가 물아일체의 경지에 도달하는 황홀함에서 깨어나는 순간, 우리는 “불과 물, 독과 꿀”이 어우러진 인생에 어쩔 수 없이 너그러워지게 된다”고 평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 볼 수 있다.

성장이 멈춰버린 ‘제왕’

제왕으로서 단백은, “문무백관의 격렬한 논쟁을 듣고도 결코 끼어들지 않는, 무능한 허수아비 왕”(본문 137쪽)이며 “섭국의 재난이 머지않았다”(본문에서 이 표현은 무려 스무 번이나 등장한다)는, 메아리처럼 반복되는 저주 혹은 예언을 감내해야 하는 궁지에 몰린 왕이다. 세상은 단백이 왕으로 성장하길 바라지 않는다. 아니, 하나의 온전한 인격체로서 성장하는 것도 막는다.
“조회중에 함부로 입을 놀리는 것을 막기 위해 입을 천으로 틀어막고 두 손을 옥좌에 결박”(본문 102쪽)해 발언권을 막아 왕으로서 기본적인 직무를 방해하는 일은 예사고 “궁 밖으로 한 걸음이라도 나가는 걸 허락지 않”는다(본문 46쪽). 자유가 없다. 첫 몽정을 하고 속옷이 젖자 궁녀들은 “이게 뭔지 아느냐?”는 그의 물음에 답하는 대신 그 속옷을 잡아채 수렴첨정을 하는 할머니 황보부인에게 대령하기 바쁘다. 신체의 변화를 겪으며 사춘기에 접어든 그에게 그 누구도 이렇다 할 설명을 해주지 않는다. 몸은 커지지만 정신은 성장하지 않는다. 때문에 단백은 소년이 되기보다 유아기 상태에 머물러 있게 된다. 회의 시간에 정사에 귀를 기울이는 대신 귀뚜라미를 들여다보고 있는가 하면, 하얀 꼬마귀신을 보는 착란 증상을 보이고, 죽은 자와 관계되는 일이라면 무조건 경계하는 등 정신적 지체를 겪는다.
정신적?정서적 지체는 악순환을 낳는다. 정사를 장악하는 실질적 권한과 정세를 파악하는 통찰이 부재한 상황에서 필연적으로 시국은 어려워진다. 변방에 외적이 침입하고, 이를 막기 위한 순행 길에서 “날씨가 너무 추워서 떠나고 싶지 않단 말이다!”라는 논리로 수비를 위해 움직이자는 장수의 간언을 무시한 후 나아가 그를 베어 없애버린다. 이 일은 훗날 단백을 해하려는 음모가 되어 되돌아온다. 무지막지한 세금 부과에 반발해 들고 일어난 농민의 반란도 막지 못한다. 유일하게 사랑했고, 자신의 아이를 임신한 여인에게는 ‘흰여우’를 출산하게 하고, 궁 밖으로 쫓겨나는 기구한 운명을 가져다준다. 종국에는, 왕위를 이어받은 후 끊임없이 자신과 경쟁했던 장자 단문에게 자리를 빼앗긴다. 스스로를 왕의 자리에서 끌어내린 것이다.

‘서민’으로 전락한 후 진정한 자신으로 서다

무더운 여름, 세속의 삶으로 내팽겨쳐진 단백. 제왕의 용포를 벗자, 단백은 벌거벗은 자신을 바라보게 되었고, 진정 자신이 원하는 바를 추구하고자 한다. 자유가 극도로 제한된 궁 안에서 줄곧 갈망해온 자유로운 ‘줄타기꾼’의 길을 가리라 결심한다. 그에게 줄타기는 “재능을 타고났으나 삶 때문에 묻혀버렸던 아름다운 기예”(본문 293쪽)였다. 왕이었을 때는 매사 어디로 가야할지, 어떻게 해야 할지 그 답을 남에게 묻기 바빴으나 줄타는 방법만큼은 스스로 찾기 위해 분투한다.

“나는 왼쪽의 멧대추나무를 타고 올라가 허공의 밧줄 위에 흔들흔들 서다가 아래로 쿵 떨어졌다. 그다음에는 오른쪽 멧대추나무를 타고 올라가 밧줄 위에 서다가 역시 아래로 쿵 떨어졌다. 그러기를 반복하면서 내 마음속 깊은 곳의 외침이 얼마나 뜨겁고 비장한지 깨달았다. (…) 스승 없이 모두 스스로 깨우쳤다. 그러다 어느 가랑비 내리는 아침, 그 긴 밧줄을 수월하게 다 건넜다. (…) 구월의 가을비가 내 얼굴 위에 뚝뚝 떨어지자 이미 시들어버린 지난 일들이 내 마음속에서 다시 피어났다. 나는 만면에 눈물을 흘리며 밧줄 한가운데에 서서 밧줄의 반동에 따라 위아래로 출렁거렸다. 내 몸과 영혼이 함께 솟구쳤다가 떨어져내렸다.”(본문 292~293쪽)

가장 높은 자리에서 가장 낮은 자리로 내려왔으나 그가 보고 주유하는 세상은 밀폐된 공간에서 열린 공간으로 바뀌었다. 수직적 지위 하락이 역설적으로 수평적 시야 확장을 일궈냈다. 그는 더 나아가 초연함까지 얻는다. “나는 서민이고 줄 타는 광대다. 내 앞에 있는 것은 망국 군주의 죄업이 아니라 삶과 죽음의 선택일 뿐이다. 그래서 나는 이미 무서울 게 없다(본문 317쪽).” 단백은 그렇게 뒤늦게 도약을 이루고, 줄 위에서 진정한 자신으로 곧추선다.

“이토록 예스럽고 우아한 정조는 어디서 왔을까”
가상역사소설의 짙은 센티멘털리즘 출처=옮긴이 김택규의 블로그 https://blog.naver.com/luxun2004/80030493034

전통과 모던이 공존하는 작법

왕들의 솔직한 심정을 알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기록으로 남은 실록이나 왕의 일기를 통해서 ‘추측’을 해볼 수는 있겠지만, 왕의 용포를 입고 있는 자라면 철저한 자기검열을 했을 테고, 그렇다면 기록된 그 심정은 ‘진짜’일까. 게다가 폐위된 왕의 그것이라면, 그 심정을 알 리 만무하다. 작가 쑤퉁은 궁금했다. ‘역사소설 쓰기 벽癖’이 있는 작가로 알려져 있고, 정사正史보다는 야사野史나 전설 속 소재들을 재구성해 새로운 세계를 고안하길 즐겨하는 그다(구습이 남겨진 1920년대, 어느 일가의 이야기를 다룬 「처첩성군」이나 맹강녀 설화를 다룬『눈물』등이 그러하다). 『나 제왕의 생애』에서는 역사에서 길어올린 소재뿐 아니라 작법이나 기술적인 측면에서 중국 고대소설의 요소들을 빌려와 양이(?毅)의 논문 <서정 스타일의 재현과 재구성-쑤퉁 소설론(抒情?格的再??重????童小??)>을 참고했다.
‘진짜’ 같은 왕의 일대기를 완성시켰다.
『나 제왕의 생애』는 주인공 단백이 자신의 마음 깊숙이 숨긴 이야기들을 마음껏 펼쳐보이는 1인칭 시점이다. 단백이 느끼는 실존에 대한 공포와 불안, 자아 분열이 의식의 흐름을 따라 서술되어, 한국 문학 모더니즘의 선두주자인 이상李箱의 시나 소설을 떠오르게도 한다.

나는 내가 진짜 섭왕 같지 않았다. 단문이 나보다 더 진짜 섭왕 같았다.
그것은 말 못할 내 마음의 병이었다. 나는 이처럼 스스로를 비하하는 의심을 누구에게도 말하면 안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가장 가까운 연랑에게도 예외가 아니었다. 하지만 위태로워 보여도 진정한 위험은 없었던 내 제왕의 생애 초반에 그러한 의심은 커다란 바위가 되어 깨지기 쉬운 내 왕관을 누르며 내 정신에 영향을 끼쳤다. 그래서 나는 괴팍하고 고집 센 소년 천자가 되었다.
나는 예민했다. 나는 잔인하고 난폭했다.(본문 106~107쪽)
*
“그러면 나는? 나는 아직 살아 있느냐?”
“폐하는 만수무강하실 겁니다.”
연랑이 말했다.
“하지만 나는 내가 점점 죽어가고 있는 것 같다. 아무래도 이 『논어』를 다 읽기는 그른 듯하구나.”
소란스러운 말발굽 소리가 마침내 밀물처럼 광섭문을 통과해 왕궁으로 쏟아져들어왔다. 나는 손가락으로 귀를 막고서 말했다.
“들었느냐? 이렇게 섭국의 마지막날이 왔다.”(본문 238쪽)

인물의 심리 상태를 전면에 내세우는 이러한 작법은 모던하면서도, 인물의 성격을 행동이나 언행을 통해 간접적으로 보여주기보다 자신의 감정을 발화해 욕망과 상태를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중국 고대소설과 닮아 있다. 전통과 모던의 공존이다. 한편 이미지나 몽환적인 암시 등을 통해 작품의 분위기를 주조하고 복선으로 작용하게 하는 것도 중국 전통소설의 예술적 흔적이다. 소설에서는 ‘새’가 단백의 심경을 대변하고, 분위기를 전환하는 주요한 소재다.

정말 숲속의 한 마리 새가 되어 날아가고 싶었다.
“날자!”
나는 갑자기 크게 소리쳤다. 그것은 오래 앓아온 내가 입 밖으로 뱉어낸 두 음절이었다.(본문 104쪽)
*
잿빛 새 한 마리가 내 머리 위를 날아가는 것을 보았다. 기괴한 새 울음소리가 여름날의 하늘에 울려퍼졌다. 내 귀에는 그것이 마치 사람 소리처럼 들렸다.
“망했노라…… 망했노라…… 망했노라……”(본문 240쪽)
*
청년이 되어서는 자유로이 창공을 나는 새들을 가장 좋아했다. 이십여 종의 새 이름을 알았으며, 그 새들의 울음소리를 구별하고 흉내내기도 했다. 외로운 여행길에서 나는 나처럼 홀로 길을 가는 학자나 장사꾼을 숱하게 만났지만 그들과 이야기를 나누지는 않았다. 하지만 새들과는 적막한 길에서 늘 대화를 시도했다.
“망했노라…… 망했노라……”
나는 공중의 새를 향해 외쳤다.
“망했노라…… 망했노라…… 망했노라……”
곧 새떼의 응답이 내 목소리를 덮었다.(본문 280쪽)

무엇보다 참언讖言, 즉, 예언의 적절한 사용이 도드라진다. 참언의 사용은 중국 고대소설에서 찾아볼 수 있는 독특한 특징이다. 앞서 언급했듯, 『나 제왕의 생애』는 소설 전체가 “섭국의 재난이 머지않았다”는 거대한 저주에 휩싸여 있다. 이 주문은 소설의 시작부터 끝까지 반복되고, 많은 인물들에 의해 말해짐으로써 힘을 가져 섭국은 결국 소멸하고 만다.
작가 쑤퉁이 전통소설의 작법에서 빌려온 특징들과 ‘폐위된 왕’에게도 눈을 돌리는 작가 고유의 시선, 의식의 흐름을 좇는 모던한 작법으로, 소설은 “예스럽고 우아한 정조”를, “처연함의 미학”’(옮긴이의 말 341쪽)을, “가상역사소설의 짙은 센티멘털리즘”이라는 모순적이고도 독특한 울림을 선사한다.

구매가격 : 10,500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