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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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나를 알게 될 거야

도서정보 : 메건 애벗 / 엘릭시르 / 2019년 01월 28일 / EP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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틴에이지 걸 누아르의 선두주자 메건 애벗의 대표작으로, 국내에 메건 애벗의 이름을 소개하는 데 모자람이 없는 작품이다. 배리상, 에드거상을 수상하고 앤서니상에 노미네이트된 실력파 작가인 메건 애벗은 십 대 소녀의 야망과 성장을 누아르 필름처럼 어둡고 미스터리하게 그려냈다.

데번은 천재적인 재능을 가진 체조 선수다. 언제나 완벽한 경기를 해내는 딸 데번을 보며 케이티는 자랑스럽고 뿌듯하다. 시니어 엘리트 선발전을 앞둔 어느 날, 체육관의 인기 많은 청년 라이언이 뺑소니 사고로 사망하고, 이어 데번은 2차 성징을 겪는다. 케이티는 데번 경기 준비에 집중하게 돕지만, 데번은 갑자기 다른 사람이 된 것처럼 엄마를 피하고 비밀을 숨긴다. 케이티가 알았던 데번은 어디로 간 걸까. 데번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구매가격 : 9,800 원

젤리피시는 얼어붙지 않는다

도서정보 : 이치카와 유토 / 엘릭시르 / 2019년 01월 28일 / EP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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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회 아유카와 데쓰야상 수상작
2017 본격 미스터리 베스트 10 3위

소형 비행선 젤리피시의 장거리 비행 성능을 시험하던 중 밀실 상태인 선내에서 멤버 중 한 명이 시체로 발견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자동 항행 시스템이 망가져 젤리피시는 설산에 갇힌다. 이윽고 희생자는 하나둘 늘어가고……. 상공의 밀실에서 벌어지는 기묘한 연쇄살인! 혜성 같은 신예가 첨예하게 그려내는 새로운 본격 미스터리!
작가 이치카와 유토는 『젤리피시는 얼어붙지 않는다』로 아유카와 데쓰야상을 수상하며 화려하게 데뷔했다. 『젤리피시는 얼어붙지 않는다』는 요즘 찾아보기 힘든 정통 본격 미스터리 작품으로, 2017 본격 미스터리 베스트 10 3위에 오른 것은 물론, 다른 미스터리 순위에 올라 평론가와 독자들에게 호평을 얻었다. 애거사 크리스티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를 연상케 하는 플롯이 특징인 이 작품은, 진공 기낭이라는 SF적 설정을 접목해,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를 오마주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한발 더 나아가 독자적인 본격 미스터리를 구축했다. 이후 『젤리피시는 얼어붙지 않는다』에 등장하는 마리아와 렌을 주인공으로 한 『블루로즈는 잠들지 않는다』, 『글래스버드는 돌아가지 않는다』를 잇따라 발표해 호평을 얻고 있다.

구매가격 : 9,800 원

나이트우드 (세계문학전집 167)

도서정보 : 주나 반스 / 문학동네 / 2019년 01월 25일 / EP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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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더니스트 주나 반스가 낳은 퀴어문학의 고전
오직 사랑으로, 심장 하나로 삶에 매달려 쓴 시적 서사

"나는 기이한 것으로부터 사랑을 받았고, 이제 그게 나를 잊었어요."


전설적인 모더니스트 주나 반스. 1892년 뉴욕에서 태어나 1920~30년대 파리에 거주하며 제임스 조이스, 거트루드 스타인과 교류했고, 저널리스트이자 일러스트레이터, 작가로 활동한 그의 대표작 『나이트우드』가 우리말로 처음 번역되어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67번으로 소개된다. 작가의 영혼에 지대한 영향력을 끼친 연인 셀마 우드와의 결별 후 집필된 『나이트우드』는 1936년 T. S. 엘리엇이 편집을 맡아 영국에서 처음 출간되었다. 엘리엇을 비롯해 에즈라 파운드, 그레이엄 그린, 딜런 토머스 등 동시대 작가들로부터 찬사와 지지를 받았으며, 오늘날에는 퀴어문학의 고전으로 손꼽히는 작품이다. "오늘의 시점에서 더욱 흥미로운 선구적 위상을 갖"게 된 『나이트우드』에 대한 이해를 높이려 "Djuna"를 필명으로 써온 작가 듀나의 발문과 고려대학교 영어영문학과 윤조원 교수의 해설을 더했다.

구매가격 : 9,100 원

소년왕

도서정보 : 조은이 글 유준재 그림 / 문학동네 / 2019년 01월 24일 / EP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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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대상 수상작
조은이의 『소년왕』은 “환상계와 현실계를 교차시키면서 역동적 서사구조를 짜내고 있다.”는 심사위원의 평을 받으며 공모 7회만에 처음 탄생한 대상 수상작이다.


소년의 목소리
경표는 소년이다. 소년이란 “아직 완전히 성숙하지 아니한 어린 사내아이”, 혹은 “젊은 나이. 또는 그런 나이의 사람”을 말한다. 완전히 성숙하면 힘들지 않게 살 수 있게 되는 건지 어떤 건지 모르겠지만, 당장 경표는 사는 게 참 힘들다. 텔레비전만 보는 엄마와 오디오만 끼고 사는 아빠는 각자의 취향 차이만큼이나 서로를 이해하지 않고, 선생님이건 친구건 아무도 경표에겐 가깝게 느껴지지 않는다. 유난을 떨며 나 힘든 것 좀 봐 달라고 할 만한 성격도 아니고, 듣는 사람이 눈물을 뚝뚝 흘릴 만큼 기구한 사연도 아니지만, 상처란 원래 보이지 않는 것일수록 살 속 깊이 파고드는 법이라, 경표는 그렇게 날마다 미모사처럼 웅크리고 잠이 든다.


소년의 여행
경표는 어느 날 자기와 똑같은 모습의 ‘달온’이라는 아이를 만나고, 달온을 따라 꿈 너머의 세계로 걸어 들어간다. 그 곳은 거울왕이 지배하는 ‘달섬’이라는 공간이다. 그 곳 사람들은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진 달온이 다시 돌아왔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경표는 그 곳에서 마치 달온인 것처럼 지내게 된다. 처음 왔는데도 어쩐지 이 곳에 온 적이 있는 것 같은 이상한 느낌, 어리둥절한 사건들과 언덕 꼭대기에 번쩍거리는 거울의 집. 꿈이라기에는 너무나 생생하고, 현실이라고도 믿을 수 없는 곳 달섬에서 마침내 경표는 오랫동안 외면해 왔던 자신의 솔직한 감정들과 마주하게 된다.

달섬은 경표 내면에서 자기와의 싸움이 일어나는 무대 같은 곳이다. 그리고 달온에게는 쌍둥이와 같은 내면의 조력자 ‘해온’이 있다. 작가가 선택한 몽유병이라는 장치는 가상의 세계와 현실 세계를 잇는 지점에 개연성을 부여할 뿐 아니라, 두 세계를 속도감있게 드나들 수 있는 적절한 설정으로 기능한다. 몽유를 통한 내면 여행에 독자가 더욱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이유는 억눌린 무의식이 드러나는 유일한 통로가 꿈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환상계로 우연히, 혹은 외부의 다른 힘에 이끌려 들어간 게 아니라 스스로 ‘걸어’ 그 곳에 간 경표는 자기 손으로 가장 중요한 문제를 해결한다. 거울왕과 달온으로 분열되어 고통받던 자아를 정면으로 맞닥뜨리고, 두꺼운 가면을 제 손으로 벗겨 낸다. 몽유와 달섬에서의 일이 자신에게 어떤 의미인지 당장은 깨닫지 못하지만 경표는 달라진다. 그리고 주변 사람들을 천천히 달라지게 한다.

이야기는 “시간이 해결해 주는 법. 슬픈 일은 그저 잊어라. 지금의 모습에 만족하라. 이만하면 행복하다고 생각하라”는 전 사회적인 강요에 저항하며, 슬픔도 기쁨도 모두 삶의 일부라는 사실을 받아들이라고 말하고 있다. 존재에게는 모두 자리가 필요하다. 자리를 빼앗긴 외면당한 슬픔은 사라진 게 아니라 다만 어딘가에 무겁게 가라앉아 있을 뿐이다.

이처럼 낡은 문법을 깨고 좀더 새롭고 솔직한 해결을 제시한 『소년왕』은 많은 응모작들 가운데 단연 눈에 띄면서 제7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대상을 거머쥐었다. 평범한 듯한 이야기 속에 강력한 힘을 숨긴 이번 작품이 작가의 다음 행보를 주목하게 한다.


■ 환상계는 이러한 갈등 때문에 야기되는 몽유병 증상의 경계에서 나타난다. 그 환상계는 몽유병 증상일 수도 있고 몽유병 증상을 훨씬 넘어서는 것일 수도 있다. 『소년왕』의 환상계는 고통스러운 현실을 외면하다가 받아들이기까지에 이르는 성장 과정의 심리극이라 할 수 있다. 그만큼 이 작품의 현실계와 환상계는 긴밀한 관계에 있다. _김진경(동화작가, 시인), 심사평에서

■ 작가는 냉정하지만, 아이들이 제대로 알아야 할 진실을 알려주려 합니다. 그것이 이 책이 사려깊은 책이 되는 이유입니다. 그것은 그림자의 중요성입니다. 경표가 소년왕인 것은 다소 예측할 수 있는 뻔한 결말입니다만, 그러면 달리 대장이 누구일 수 있겠어요. 좋은 기억이나 나쁜 기억만을 가질 수는 없다는 것을, 이 세상과 우리의 인생은 좋은 기억과 나쁜 기억, 행복과 불행, 본질과 그림자가 뒤섞일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아마도 죽을 때까지 그렇다는 것을, 비로소 작가는 아이들을 동정하고 연민하는 어법으로 이야기해 줍니다. _김현진(시나리오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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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 옷을 입은 아이들

도서정보 : 김진경 글 조성흠 그림 / 문학동네 / 2019년 01월 24일 / EP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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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새의 춤, 그리고 거울 옷을 입은 아이들
선영, 미나, 지희는 성격이 아주 다른 한 반 친구들이다. 말이 친구지 지희는 5학년 때 미나를 집단적으로 따돌리는 데 앞장섰고 6학년이 된 지금도 미나를 못마땅해한다. 그런 미나를 언니처럼 감싸고 챙겨 주는 건 선영이다.
선영이는 한때 집안 형편으로 어려움을 겪어선지 나이에 비해 어른스럽게 행동하고 그럴수록 더 어른스러운 역할을 하도록 요구받는다. ‘어른스러운 아이’라는 가면을 쓰고 살아가는 셈이다. 하지만 사실 선영이는 어른스러운 역할에 지쳐 있고 또래의 평범한 아이들처럼 누구에겐가 기대고 싶어 한다. 그런데 엄마 아빠는 아들을 잃은 슬픔이 너무 커서 동생을 잃은 선영이의 슬픔을 돌볼 여유가 없다. 급기야 선영이는 지희의 지갑을 훔쳤다는 누명까지 쓰면서 아이들에게 따돌림을 당하고 마음의 병을 앓는다.
미나는 ‘부모와 선생님의 사랑을 받는 착하고 귀여운 아이’라는 가면을 쓰고 있다. 하지만 미나의 본모습은 이기적이고 의존적이다. 그런데 5학년 때 공주병이라고 공격을 받으면서 ´부모와 선생님의 사랑을 받는 착하고 귀여운 아이´라는 가면에 상처를 받고, 이기적이고 의존적인 미나의 겁에 질려 더욱 뒤틀린다. 어느 날 미나는 교실에서 지희의 지갑을 줍는데 그때 마침 지희가 교실에 들어온다. 미나는 도둑으로 몰려 또 따돌림을 당할 것 같은 두려움에 지갑을 얼른 가까이 있는 선영이의 책상에 집어넣는다. 그런데 미나는 자기가 그렇게 한 기억을 감쪽같이 잊어버린다. ‘부모와 선생님에게 사랑받는 착하고 귀여운 아이´라는 가면을 되찾는 일에 필사적인 미나가 그에 방해되는 기억을 자기도 모르게 지워 버린 것이다.
지희는 집안의 둘째딸로 아빠 엄마에게 소홀하게 대접받았다는 섭섭함을 느끼곤 했지만 오히려 더 건강하게 잘 자랄 거라는 아빠의 말을 믿고 지내 왔다. 그런데 아버지가 딴 여자를 만나 엄마와 이혼하면서 심한 배반감을 느끼고 자기는 아무에게도 의존하지 않고 독립적으로 살겠다고 생각한다.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지나치게 독립적인 얼굴, 그것이 지희의 가면이다. 하지만 지희에게는 여전히 아빠에게 의존적인 모습이 남아 있다. 이 때문에 지희는 어른에게 의존적으로 보이는 미나를 공격하여 따돌린다.
세 아이의 담임 선생님은 반에서 지희의 지갑이 없어지고, 선영이가 도둑으로 몰리고, 그런 선영이를 희화하는 만화를 아무렇지도 않게 그리는 반 아이들을 보면서 무거운 마음으로 ‘벌거벗은 임금님 뒷이야기’를 들려준다. 어린아이가 임금님이 벌거벗었다고 소리치는 바람에 아무도 임금님의 권위를 인정하지 않아 질서가 엉망이 되자 한 재단사가 꾀를 부린 이야기였다.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던 재단사는 마침내 꾀를 하나 냈어요. 사방에 거울을 붙인 옷을 하나 만들어 자기가 싫어하는 사람 중 하나를 골라 궁궐 앞 광장으로 불러냈어요. 그리고 화해하는 뜻이라며 그 사람에게 거울 옷을 입혀 주었어요. 그러자 아주 우스꽝스럽고 무서운 일이 벌어졌죠. 지나가던 사람들이 거울 옷에 비친 자기 모습을 보고는 소리를 지르며 그 사람에게 달려들기 시작했어요.
‘이 사기꾼! 드디어 잡았다. 너 때문에 우리 동네가 이 모양이야!’
‘이 강도 자식, 너만 없으면 우리도 행복해질 수 있어.’
사람들은 거울에 비친 자기 모습을 돌과 몽둥이로 두드려 패기 시작했어요. 결국 거울 옷을 입은 사람은 쓰러지고 말았지요. (p68)

이야기 속에서 거울 옷을 입은 사람을 공격하는 마을 사람들의 폭력은 선영이네 마당에서 깨진 거울 속에 비친 제 모습을 보고 공격하던 박새의 처절한 몸짓과 닮아 있다. 담임 선생님은 왕따를 당하는 아이는 곧 거울 옷을 입은 사람이고 따돌리는 아이들은 마을 사람들과 박새와 다를 것이 없다고 말하고 있다.


세상에서 가장 큰 용기는 자기 자신을 제대로 보는 것
선영이는 축대에서 떨어지는 사고를 당한 뒤 깊은 잠에 빠진다. 그리고 꿈속에서 유아 시절로 되돌아가는 환각에 사로잡힌다. 꿈속에서 그리움이 묻어나는 선율을 들으며 햇볕이 따스한 봄 언덕을 거닐던 선영이는 거대한 우윳빛 덩어리가 나타나자 그 안에 푹 파묻히고 싶다. 그러나 동시에 무시무시한 공포를 느끼기도 한다. 유아 시절로 돌아가는 것은 유혹적이긴 하지만 동시에 두려운 것이기도 하고 유아 시절에 대한 그리움에 잡혀 있으면 독립된 한 인간으로 살아갈 수가 없기 때문이다. 선영이는 환각 속에서 벗어나려 애쓴 끝에 번쩍 눈을 뜬다.
미나는 선영이 책상에 지희의 지갑을 넣은 사실을 기억 밖으로 밀어냈지만 그 진실은 끊임없이 미나에게 되돌아온다. 자기도 모르게 필통과 아빠의 선물을 냉장고에 집어넣기도 하고, 자기 필통을 지희의 가방에 집어넣는 등 비슷한 행동을 반복하는 것이다. 거울 속에서 자꾸만 검은 그림자를 보곤 하던 미나는 어느 날 지하철 거울 광고판에서 기억 밖으로 밀어낸 진실을 또렷이 보게 된다.
지희는 아빠에게 의존적으로 구는 식구들에게 화를 내지만 언니는 오히려 지희가 더 아빠에게 매달리고 있다고 말한다. 보란 듯이 아빠를 찾아가 당당하게 따져야겠다고 마음 먹지만 막상 아빠를 대하니 눈물부터 쏟아진다. 지희는 자기가 아직도 아빠에게 의존하고 있다는 걸 어렵사리 인정한다.

언뜻 보면 다른 아이들을 서슴지 않고 괴롭히는 지희에게만 문제가 있는 듯이 보이지만, 작가는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는 자신의 모습에 갇혀 제 안을 들여다보지 못하는 것은 미나와 선영이도 마찬가지임을 보여준다. 작가에 따르면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지, 모두가 다른 사람들이 자신에게 요구하는 가면을 쓴 채 본모습을 뒤에 숨기고 살아가고 있다. 문제는 겉모습과 뒤에 숨겨진 본모습이 지나치게 거리가 멀면 다른 사람과 진정한 관계를 맺기 어려울 뿐 아니라, 마음의 병이 생긴다는 것에 있다.
김진경 작가가 초등학교 6학년 여자아이들의 무의식 안으로 파고들어가 이런 이야기를 하고자 한 것은 의미가 있어 보인다. 이 시기는 자기 자신을 만들어 가는 아주 중요한 때이고 그런 만큼 남의 눈으로 본 자기 모습과 본모습 사이에서 많은 갈등을 겪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실 어른들도 자신의 모습을 정면으로 바라보는 것을 피하거나 그런 능력을 잃어버리는 경우가 많다. 이런 어른들이 넘치는 사회에서 진정성 있는 관계를 찾아보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거울 옷을 입은 아이들』은 이제 곧 청소년의 시기에 접어들 아이들에게 다른 사람의 눈으로 자기를 보는 게 아니라 자기 눈으로 자신을 보아야 마음의 힘이 생기고 다른 사람과도 진정한 관계를 맺을 수 있다고 말한다. 이 세상에서 가장 큰 용기는 자기 자신을 제대로 보는 것임을 깨닫는다면 이들은 앞으로 맞게 될 어려움들로 뿌리째 흔들리는 일 없이 오히려 스스로를 더 단단하게 다듬어 가는 기회로 삼을 수 있으리란 것이 작가의 생각이다.

구매가격 : 8,100 원

닥터 지바고 1 (세계문학전집 171)

도서정보 : 보리스 파스테르나크 / 문학동네 / 2019년 01월 24일 / EP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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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 사건과 인간 존재의 참담한 간극
삶을 잃어버린 자들에 대한 소환과 애도

『닥터 지바고』는 1905년 혁명 전야부터 1914년 1차세계대전과 이어지는 내전, 1922년 러시아에 세계 최초의 사회주의정권이 수립되기까지 대격변의 시기를 살았던 유리 지바고의 생애를 통해 인간의 존엄과 삶의 가치를 되새기는 작품이다. 시인이자 소설가 파스테르나크의 삶이 투영되어 있으며, 자유롭지 않은 세상의 한계를 뛰어넘어 인간을 인간답게 살게 하는 것이 무엇인가라는 근본적 질문을 던진다. 전대미문의 격동기에 의사로서 시인으로서 앞날을 촉망받던 주인공 유리 지바고의 교양 있고 윤택했던 삶은 현저히 굴절된다. 개인의 생활과 존엄, 인간다운 감정조차 허용되지 않는 수난의 시대였다. 이야기는 자유로운 개인을 상징하는 지바고, 가정을 상징하는 토냐, 강인한 생명력의 표상 라라, 혁명을 대표하는 파샤(스트렐니코프)와 악을 대변하는 코마롭스키를 주축으로 전개되고, 그 밖의 다양한 인물의 상징적인 삶들이 빠른 속도로 교차한다. 그들의 인생은 혁명이라는 열차가 달려간 러시아 격변의 역사와 같은 시간, 같은 레일을 달린다.
『닥터 지바고』가 출간된 뒤 파스테르나크는 소비에트작가연맹에서 제명되는 시련을 겪었고, 작가 생전 모국에서는 출간되지 못하다가 약 삼십 년 후인 1988년에 비로소 출간되었다. 이 소설을 쓰기 전에도 그는 반혁명적 작가라는 꼬리표 때문에 창작활동은 거의 접은 채 번역으로 남은 나날을 잇고 있었다. 『먹구름 속의 쌍둥이』 『방책을 넘어서』 등의 시집을 발표하며 시인으로서 먼저 주목받았던 파스테르나크의 『닥터 지바고』는 냉전시대에 사회주의 체제에 반대하는 선전을 위한 상징적 작품으로 자주 이용되고 거론되었지만, 정작 작가는 결코 그러한 목적으로 이 소설을 쓰지 않았다. 파스테르나크는 정치적인 인물이 아니었다. 그는 체제에 대한 저항으로서가 아니라, 혁명 정부의 냉혹한 검열과 처단으로 사라지거나 죽거나 조국을 떠나간 사람들을 애도하고 그들을 추억하기 위해, 그 혼란 속에서 온전히 살아남은 사람으로서 마음에 진 무거운 빚을 갚기 위해 이 소설을 구상하고 써내려갔다 그리고 그것은 20세기 러시아에서 벌어진 역사적 사건, 소비에트의 들끓었던 역사를 더듬어가는 일이 되었다.
시인의 소설 마지막 17장은 25편의 시로 이루어져 있다. 그는 이 소설을 구상하며 시를 먼저 썼고 나중에 그것을 줄기로 서사를 이어나갔다. 시와 산문의 혼합이라는 독특한 형식을 통해 파스테르나크는 심오한 세계관과 자연주의적 인생관을 드러내는 동시에 사람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과 해답을 그만의 독자적인 방식으로 노래했다. 그는 “어리석게 고양된 암담한 인간의 웅변보다 자연의 외관상의 침묵 속으로, 길고 고된 노동의 정적 속으로, 깊은 잠과 진정한 음악 속으로, 영혼의 충만함에서 오는 조용하고 마음이 오가는 무언 속으로 들어”가길 바랐다. 후에 이 소설에 대해 “예술과 복음, 역사 속 개인의 삶, 그 밖의 많은 것에 대한 나의 견해를 표현한 것”이라 말하기도 했다.


결국은 돌아온다,
생명이 있는 모든 존재의 삶이라는 제자리

첫 장면은 이 소설을 통틀어 가장 의미심장하다. 어머니의 무덤가에서 소년 유리 지바고는 흐느껴 운다. 장례 행렬에 길을 비켜주는 행인들은 누구의 장례냐고 묻는다. “지바고의 장례”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주인공의 성 지바고(Живаго)는 러시아어와 교회슬라브어의 지보이(живой)에서 파생한 것으로, ‘생명이 있는, 살아 있는’ 모든 것을 뜻하며, 이것은 살아 있는 자의 장례와도 같았던 암울한 현실, 민중에게 닥친 죽음과도 같은 미래를 의미한다. 이때부터 유리 지바고의 삶에서 ‘안전’은 모조리 파괴되었고, 그는 그것을 아내와 가족에게서, 사랑하는 여자에게서, 시에서, 예술에서, 대자연에서, 노동에서, 복음서에서 찾으려 한다.
고리키와 숄로호프의 소설처럼 『닥터 지바고』 역시 러시아 혁명이 낳은 소설이었다. 또한 『닥터 지바고』는 러시아 역사상 가장 어두운 시기라 일컬어지던 스탈린 체제 때 쓰였다. 그러나 파스테르나크는 대부분의 소비에트 작가들처럼 혁명의 한복판에서 외부의 진폭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톨스토이 소설 세계로, 인본적인 세계로 돌아갔다. 그의 목표는 자유정신을 되찾고 현대의 정신에 러시아 정신을 부여하는 것이었다. 파스테르나크가 살았던 시대 분위기를 감안할 때 톨스토이 소설 세계로의 귀환은 그야말로 해방적 행동이었다. 유리 지바고는 톨스토이의 인물들처럼 자연과 예술을 사랑하고, 묵상하는 삶을 추구하고, 인간 삶의 연속성을 주장한다. 또한 자유롭지 않은 세상의 사회적 한계를 뛰어넘어 인간이 가질 수 있는 의식적인 희열에 대해 이야기한다. 때문에 이 소설에서 볼셰비키 혁명은 결코 정면으로 묘사되는 법이 없고, 일련의 사건들에 대한 묘사도 지극히 짧다. 하지만 소설은 끝까지 시대의 우울함과 긴장감을 놓지 않는다. 추운 겨울 장작을 구하기 위해 썰매를 끌고 거리를 헤매는 사람들, 식량징발에 굶주릴 대로 굶주려 땅속에 감자를 숨기는 사람들, 거리에서 벌어지는 총격전, 조금이라도 먼 곳으로 피난하기 위해 아우성치며 열차에 오르는 사람들. 변혁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결코 혁명에 흡수되지 않았던 러시아 인텔리겐치아를 대표하는 인물 지바고 역시 그를 심판하려는 자들을 피해 자유가 있을 만한 더 먼 곳 더 조용한 곳으로 떠나지만, 그의 바람은 번번이 어긋나고, 계획은 실패하고, 재앙이 잇따른다.

기나긴 중단 후에 일어난 최초의 진정한 사건은 현기증이 날 것 같은 열차를 타고 집으로 가고 있다는 것, 온전히 살아남아 돌멩이 하나까지 그리운 집을 향해 간다는 것이었다. 그것이 바로 인생이고, 그것이 바로 경험이며, 그것이 바로 모험하는 자들이 좇고 있었던 것이고, 그것이 바로 예술이 추구하는 것이었다?혈육에게 돌아가는 것, 자기 자신으로의 복귀, 존재의 회복. (1권, 257쪽)

노벨문학상은 파스테르나크의 운명에서 비극적인 역할을 했지만, 소설의 세계적인 명성에 공헌했다(한림원은 그의 수상 거부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1989년 그의 아들이 대리 수상했다.) 또한 1965년 데이비드 린 감독, 오마 샤리프, 줄리 크리스티 주연의 동명 영화가 크게 성공하면서 눈 덮인 시베리아 벌판, 끝없이 달려가는 열차는 오랫동안 러시아의 상징이 되었다. 『닥터 지바고』는 20세기의 가장 중요한 러시아 문학작품의 하나로 인식되고 있으며, 소비에트시대 이후의 독자들에게는 예술가의 전체주의 권력에 대한 저항의 상징으로도 읽히고 있다. 가장 절박하고 절망적인 시대에 쓰인 만인을 향한 인간적이고 예술적인 증언이자 삶의 힘과 인간의 존엄을 되새기는 이 소설은 러시아문학의 황금시대를 잇는 가교이자, 사회주의 리얼리즘 문학들과 궤를 달리하는 독보적인 작품으로 널리 사랑받고 있다.


1958년 노벨문학상
타임 선정 ´20세기 최고의 책 100권´
미국대학위원회 선정 SAT 추천도서


*사랑에 대한 이 위대한 이야기는 어떤 당파에도 속하지 않는 보편적이고 전 세계적인 소설이다. _알베르 카뮈

*혁명 이후 러시아에서 나온, 천재의 첫번째 작품. _빅터 소든 프리쳇(소설가, 평론가)

*우리 시대의 가장 의미 있는 소설. 나는 노벨상위원회가 특정한 정치적 고려로 파스테르나크에게 상을 주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의 소설은 그 자체로 자격이 있다. _프랑수아 모리아크

*러시아 고전의 밀도 있는 관조와 사색은 어떤 열매를 맺을 수 있는가? 파스테르나크의 소설은 이 질문에 대한 첫번째 답이다. _이탈로 칼비노(평론가)

*『닥터 지바고』는 인간의 문학적, 도덕적 역사에서 일어난 가장 위대한 사건 중 하나다._에드먼드 윌슨(평론가)

*푸시킨의 『예브게니 오네긴』이 ‘시로 쓴 소설’이라면 파스테르나크의 『닥터 지바고』는 ‘소설로 쓴 시’다. 지바고는 구시대의 압제와 폭력 혁명이 맞부딪쳤던 격동의 시대를 살았다. 미래를 위해 현재의 삶을 저당잡힐 수밖에 없었던 시대에 그는 삶을 살고자 했다. 그리고 그가 남긴 시가 그의 삶이 되었다. 『닥터 지바고』는 파스테르나크가 살아가야 했던 시대의 증언이자 서정적 기록이다. 무엇이 삶이고 혁명이며 시인가를 우리는 다시 생각한다. 『닥터 지바고』를 읽는 것은 들판을 건너는 일이 아니다. _이현우(『로쟈의 인문학 서재』 저자)

구매가격 : 9,500 원

닥터 지바고 2 (세계문학전집 172)

도서정보 : 보리스 파스테르나크 / 문학동네 / 2019년 01월 24일 / EP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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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 사건과 인간 존재의 참단한 간극
삶을 잃어버린 자들에 대한 소환과 애도

『닥터 지바고』는 1905년 혁명 전야부터 1914년 1차세계대전과 이어지는 내전, 1922년 러시아에 세계 최초의 사회주의정권이 수립되기까지 대격변의 시기를 살았던 유리 지바고의 생애를 통해 인간의 존엄과 삶의 가치를 되새기는 작품이다. 시인이자 소설가 파스테르나크의 삶이 투영되어 있으며, 자유롭지 않은 세상의 한계를 뛰어넘어 인간을 인간답게 살게 하는 것이 무엇인가라는 근본적 질문을 던진다. 전대미문의 격동기에 의사로서 시인으로서 앞날을 촉망받던 주인공 유리 지바고의 교양 있고 윤택했던 삶은 현저히 굴절된다. 개인의 생활과 존엄, 인간다운 감정조차 허용되지 않는 수난의 시대였다. 이야기는 자유로운 개인을 상징하는 지바고, 가정을 상징하는 토냐, 강인한 생명력의 표상 라라, 혁명을 대표하는 파샤(스트렐니코프)와 악을 대변하는 코마롭스키를 주축으로 전개되고, 그 밖의 다양한 인물의 상징적인 삶들이 빠른 속도로 교차한다. 그들의 인생은 혁명이라는 열차가 달려간 러시아 격변의 역사와 같은 시간, 같은 레일을 달린다.
『닥터 지바고』가 출간된 뒤 파스테르나크는 소비에트작가연맹에서 제명되는 시련을 겪었고, 작가 생전 모국에서는 출간되지 못하다가 약 삼십 년 후인 1988년에 비로소 출간되었다. 이 소설을 쓰기 전에도 그는 반혁명적 작가라는 꼬리표 때문에 창작활동은 거의 접은 채 번역으로 남은 나날을 잇고 있었다. 『먹구름 속의 쌍둥이』 『방책을 넘어서』 등의 시집을 발표하며 시인으로서 먼저 주목받았던 파스테르나크의 『닥터 지바고』는 냉전시대에 사회주의 체제에 반대하는 선전을 위한 상징적 작품으로 자주 이용되고 거론되었지만, 정작 작가는 결코 그러한 목적으로 이 소설을 쓰지 않았다. 파스테르나크는 정치적인 인물이 아니었다. 그는 체제에 대한 저항으로서가 아니라, 혁명 정부의 냉혹한 검열과 처단으로 사라지거나 죽거나 조국을 떠나간 사람들을 애도하고 그들을 추억하기 위해, 그 혼란 속에서 온전히 살아남은 사람으로서 마음에 진 무거운 빚을 갚기 위해 이 소설을 구상하고 써내려갔다 그리고 그것은 20세기 러시아에서 벌어진 역사적 사건, 소비에트의 들끓었던 역사를 더듬어가는 일이 되었다.
시인의 소설 마지막 17장은 25편의 시로 이루어져 있다. 그는 이 소설을 구상하며 시를 먼저 썼고 나중에 그것을 줄기로 서사를 이어나갔다. 시와 산문의 혼합이라는 독특한 형식을 통해 파스테르나크는 심오한 세계관과 자연주의적 인생관을 드러내는 동시에 사람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과 해답을 그만의 독자적인 방식으로 노래했다. 그는 “어리석게 고양된 암담한 인간의 웅변보다 자연의 외관상의 침묵 속으로, 길고 고된 노동의 정적 속으로, 깊은 잠과 진정한 음악 속으로, 영혼의 충만함에서 오는 조용하고 마음이 오가는 무언 속으로 들어”가길 바랐다. 후에 이 소설에 대해 “예술과 복음, 역사 속 개인의 삶, 그 밖의 많은 것에 대한 나의 견해를 표현한 것”이라 말하기도 했다.


결국은 돌아온다,
생명이 있는 모든 존재의 삶이라는 제자리

첫 장면은 이 소설을 통틀어 가장 의미심장하다. 어머니의 무덤가에서 소년 유리 지바고는 흐느껴 운다. 장례 행렬에 길을 비켜주는 행인들은 누구의 장례냐고 묻는다. “지바고의 장례”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주인공의 성 지바고(Живаго)는 러시아어와 교회슬라브어의 지보이(живой)에서 파생한 것으로, ‘생명이 있는, 살아 있는’ 모든 것을 뜻하며, 이것은 살아 있는 자의 장례와도 같았던 암울한 현실, 민중에게 닥친 죽음과도 같은 미래를 의미한다. 이때부터 유리 지바고의 삶에서 ‘안전’은 모조리 파괴되었고, 그는 그것을 아내와 가족에게서, 사랑하는 여자에게서, 시에서, 예술에서, 대자연에서, 노동에서, 복음서에서 찾으려 한다.
고리키와 숄로호프의 소설처럼 『닥터 지바고』 역시 러시아 혁명이 낳은 소설이었다. 또한 『닥터 지바고』는 러시아 역사상 가장 어두운 시기라 일컬어지던 스탈린 체제 때 쓰였다. 그러나 파스테르나크는 대부분의 소비에트 작가들처럼 혁명의 한복판에서 외부의 진폭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톨스토이 소설 세계로, 인본적인 세계로 돌아갔다. 그의 목표는 자유정신을 되찾고 현대의 정신에 러시아 정신을 부여하는 것이었다. 파스테르나크가 살았던 시대 분위기를 감안할 때 톨스토이 소설 세계로의 귀환은 그야말로 해방적 행동이었다. 유리 지바고는 톨스토이의 인물들처럼 자연과 예술을 사랑하고, 묵상하는 삶을 추구하고, 인간 삶의 연속성을 주장한다. 또한 자유롭지 않은 세상의 사회적 한계를 뛰어넘어 인간이 가질 수 있는 의식적인 희열에 대해 이야기한다. 때문에 이 소설에서 볼셰비키 혁명은 결코 정면으로 묘사되는 법이 없고, 일련의 사건들에 대한 묘사도 지극히 짧다. 하지만 소설은 끝까지 시대의 우울함과 긴장감을 놓지 않는다. 추운 겨울 장작을 구하기 위해 썰매를 끌고 거리를 헤매는 사람들, 식량징발에 굶주릴 대로 굶주려 땅속에 감자를 숨기는 사람들, 거리에서 벌어지는 총격전, 조금이라도 먼 곳으로 피난하기 위해 아우성치며 열차에 오르는 사람들. 변혁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결코 혁명에 흡수되지 않았던 러시아 인텔리겐치아를 대표하는 인물 지바고 역시 그를 심판하려는 자들을 피해 자유가 있을 만한 더 먼 곳 더 조용한 곳으로 떠나지만, 그의 바람은 번번이 어긋나고, 계획은 실패하고, 재앙이 잇따른다.

기나긴 중단 후에 일어난 최초의 진정한 사건은 현기증이 날 것 같은 열차를 타고 집으로 가고 있다는 것, 온전히 살아남아 돌멩이 하나까지 그리운 집을 향해 간다는 것이었다. 그것이 바로 인생이고, 그것이 바로 경험이며, 그것이 바로 모험하는 자들이 좇고 있었던 것이고, 그것이 바로 예술이 추구하는 것이었다?혈육에게 돌아가는 것, 자기 자신으로의 복귀, 존재의 회복. (1권, 257쪽)

노벨문학상은 파스테르나크의 운명에서 비극적인 역할을 했지만, 소설의 세계적인 명성에 공헌했다(한림원은 그의 수상 거부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1989년 그의 아들이 대리 수상했다.) 또한 1965년 데이비드 린 감독, 오마 샤리프, 줄리 크리스티 주연의 동명 영화가 크게 성공하면서 눈 덮인 시베리아 벌판, 끝없이 달려가는 열차는 오랫동안 러시아의 상징이 되었다. 『닥터 지바고』는 20세기의 가장 중요한 러시아 문학작품의 하나로 인식되고 있으며, 소비에트시대 이후의 독자들에게는 예술가의 전체주의 권력에 대한 저항의 상징으로도 읽히고 있다. 가장 절박하고 절망적인 시대에 쓰인 만인을 향한 인간적이고 예술적인 증언이자 삶의 힘과 인간의 존엄을 되새기는 이 소설은 러시아문학의 황금시대를 잇는 가교이자, 사회주의 리얼리즘 문학들과 궤를 달리하는 독보적인 작품으로 널리 사랑받고 있다.


1958년 노벨문학상
타임 선정 ´20세기 최고의 책 100권´
미국대학위원회 선정 SAT 추천 도서

*사랑에 대한 이 위대한 이야기는 어떤 당파에도 속하지 않는 보편적이고 전 세계적인 소설이다. _알베르 카뮈

*혁명 이후 러시아에서 나온, 천재의 첫번째 작품. _빅터 소든 프리쳇(소설가, 평론가)

*우리 시대의 가장 의미 있는 소설. 나는 노벨상위원회가 특정한 정치적 고려로 파스테르나크에게 상을 주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의 소설은 그 자체로 자격이 있다. _프랑수아 모리아크

*러시아 고전의 밀도 있는 관조와 사색은 어떤 열매를 맺을 수 있는가? 파스테르나크의 소설은 이 질문에 대한 첫번째 답이다. _이탈로 칼비노(평론가)

*『닥터 지바고』는 인간의 문학적, 도덕적 역사에서 일어난 가장 위대한 사건 중 하나다._에드먼드 윌슨(평론가)

*푸시킨의 『예브게니 오네긴』이 ‘시로 쓴 소설’이라면 파스테르나크의 『닥터 지바고』는 ‘소설로 쓴 시’다. 지바고는 구시대의 압제와 폭력 혁명이 맞부딪쳤던 격동의 시대를 살았다. 미래를 위해 현재의 삶을 저당잡힐 수밖에 없었던 시대에 그는 삶을 살고자 했다. 그리고 그가 남긴 시가 그의 삶이 되었다. 『닥터 지바고』는 파스테르나크가 살아가야 했던 시대의 증언이자 서정적 기록이다. 무엇이 삶이고 혁명이며 시인가를 우리는 다시 생각한다. 『닥터 지바고』를 읽는 것은 들판을 건너는 일이 아니다. _이현우(『로쟈의 인문학 서재』 저자)

구매가격 : 10,200 원

왕은 안녕하시다 1

도서정보 : 성석제 / 문학동네 / 2019년 01월 21일 / EPUB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천하무적 입담의 최고봉!

근엄한 역사를 뒤집는, 웃기고 울리는 이야기 한판

이것은 성석제만이 쓸 수 있는 역사소설이다. _권희철(문학평론가)





가히 따를 자가 없는 천하무적의 입담과 해학, 절대고수의 반열에 오른 이야기꾼 성석제가 신작 『왕은 안녕하시다』로 돌아왔다. 『투명인간』 이후 5년 만의 장편소설이자 원고지 3천 매에 달하는 본격 대작 역사소설로, 문학동네 네이버 카페에서 전반부를 연재한 뒤 오랜 시간을 들여 후반부를 새로 쓰고 전체를 대폭 개고해 완성했다. 조선 숙종 대를 배경으로 우연히 왕과 의형제를 맺게 된 주인공이 시대의 격랑 속에서 왕을 지키기 위해 종횡무진하는 모험담이 특유의 흥겹고 유장한 달변으로 펼쳐진다. 묵직한 역사소설과 날렵한 무협소설을 넘나드는 분방한 이야기 속에 역사의 흐름과 권력의 맨얼굴, 당대를 살아간 보통 사람들의 희로애락이 손에 잡힐 듯 생생하다. 인간과 역사, 웃음과 눈물이 어우러진 한바탕 신나는 놀이, 그야말로 ‘성석제만이 쓸 수 있는 역사소설’(문학평론가 권희철)이다.





“그래, 너는 너를 지켜라. 나 또한 너를 지키리니.”

조선 제일의 파락호, 왕의 의형제가 되다!



주인공 성형은 한양에서 제일가는 기생방 주인인 할머니 덕에 놀고먹는 “장안에 호가 난 알건달에 파락호”. 이야기는 그가 어느 날 우연히 비범한 풍모의 꼬마를 만나 그와 의형제를 맺으면서 시작된다. 알고 보니 꼬마는 장차 대위를 이을 세자(숙종)였고, 얼마 뒤 그가 열네 살 어린 나이에 왕위에 오르자 성형은 졸지에 그림자처럼 왕의 주위에 머물며 왕을 지키는 왕의 최측근이 된다.



나는 한날한시에 죽기로 한 우리 두 사람의 맹약을 결코 저버리지 않을 거야. 이제부터 형은 언제나 내 곁에 가까이 있으면서 (…) 내 편이 되어줘야 해. 그래서 형이 간절하게 필요해. 무엇이든 털어놓을 수 있는 사람, 나를 위해 무슨 일이든 해줄 수 있는 사람이.(1권 66~67쪽)



어린 왕이 남인과 서인으로 나뉘어 목소리를 높이는 조정 신하들 사이에서 위태로운 왕위를 지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가운데, 성형은 궁궐 안팎을 오가며 각계각층의 사람살이를 경험하고 왕을 둘러싼 여러 인물들을 판별하며 왕의 안위를 위해 동분서주한다. 이야기의 바탕이 되는 숙종 연간의 정치사가 권력의 중심이 남인에서 서인으로, 다시 남인으로, 다시 서인으로 뒤바뀌는 세 차례의 어지러운 환국으로 점철되어 있으며, 그 과정에 희빈 장씨의 등장에서 폐비, 인현왕후의 복위로 이어지는 왕실의 권력투쟁이 얽혀 있음은 익히 아는 바. 하지만 왕의 숨은 형으로 암약하는 가상의 인물, 시정잡배 출신답게 지체 높은 이들에게 고분고분한 법이 없는 성형의 눈과 귀에 포착되고 그의 입으로 전해지는 이야기를 통해 익숙한 역사적 소재는 흥미진진한 이야깃거리로 탈바꿈한다.

성형은 자신의 정체를 감춘 채 권력의 향방을 가르는 결정적인 국면을 목도하거나 은밀히 그에 개입하며, 할머니의 배경과 인맥을 바탕으로 장사 수완을 발휘해 왕실의 재산을 불리는 데 힘쓰기도 한다. 진기한 칼을 얻어 위기에 처한 왕의 목숨을 구하기도 하고, 청나라의 무예 고수와 대결을 벌이는 활약도 펼친다. 『구운몽』과 『사씨남정기』를 쓴 김만중을 형님으로 모시며 가까이하기도 하고, 강직한 선비로 이름높은 박태보를 지켜보며 흠모하기도 하고, 훗날 희빈 장씨가 될 장옥정에게 연심을 품기도 한다. 종횡무진 숨가쁘게 이어지는 사건의 갈피마다 성석제 특유의 능청스러운 유머가 곁들여져 이야기의 완급을 조절하면서 읽기를 쉬이 멈출 수 없게 한다.





“한 사람이 천 사람, 만 사람의 뜻을 이길 수는 없어요.”

시대의 격랑 속에서 기필코 살아남으려는 사람들…

그들의 슬픔과 기쁨이 끝내 역사를 바꾼다



왕과 왕을 둘러싼 세력들 사이의 갈등과 암투, 대립과 이합집산이 거듭되면서, 주인공 성형과 갖가지 인연으로 맺어진 이들의 운명도 권력의 향방에 따라 부침을 거듭한다. 왕은 어느덧 자신의 자리를 위해 숱한 목숨을 마음대로 좌지우지하는 두려운 존재가 되어가고, 성형과 왕의 관계도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한다. 그렇게 『왕은 안녕하시다』는 왕의 의형제 성형의 모험담인 동시에 권력의 본질에 관한 이야기로 다가온다. 명분과 도리, 왕의 말 한마디와 신하와 유생의 상소 한 장이 엄청난 위력을 지닌 무기가 되어 진퇴와 생사를 가르고, 진위를 알 수 없는 소문이 민심을 움직이고 어느새 실체가 되어 드러나는 과정이 신랄하게 그려진다. 숙적을 끝내 죽음으로 몰고야 마는 잔인한 권력의 맨얼굴과, 그럼에도 대의를 위해 목숨을 기꺼이 내놓는 이들의 결기가 선명하게 맞부딪친다.



“한 사람이 천 사람, 만 사람의 뜻을 이길 수는 없어요. 한 사람의 뜻이 아무리 지당하고 그가 아는 게 많다고 하여도 언제나 옳을 수는 없고. 한 사람을 이기려 하기보다는 만인을 얻어야죠. 그러면 저절로 그 한 사람을 이기게 돼요.”(1권 171쪽)



그러면서도 『왕은 안녕하시다』는 역사가 결국 뭇사람들의 오욕칠정에 관한 이야기라는 점을 잊지 않는다. 당대의 정세와 경제, 문화뿐 아니라 세태와 풍속, 보통 사람들의 생활상과 음식과 시정의 패설과 속요에 대한 관심이 이야기의 바탕에 짙게 깔려 있는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그 생생한 무대 위에서 어떤 이는 웃고 어떤 이는 웃으며, 누군가는 누군가를 살리기 위해 애쓰고, 어떤 이는 사라지고 어떤 이는 남는다는 것, 그러면서 세상과 사람은 조금씩 다른 것이 되어간다는 것. 그렇게 성형의 이야기는 곧 작가의 말처럼 “역사에서 흔적을 찾아볼 수는 없지만 역사의 흐름을 바꾸거나 역사 그 자체가 된 무명 또는 익명의 존재”(‘작가의 말’)에 관한 이야기로 다가온다.

그런 점에서 이 이야기가 노량진 헌책방에서 구한 『국역 연려실기술』 전집 사이에 끼어 있던, 여러 사람이 보태고 고쳐 쓴 원고를 소설 속 작가가 다시 고쳐 쓴 것이라는 설정도 흥미롭다. 마치 원래 이야기란 것이 그렇게 생겨난 것이 아니냐는 듯이. 어떻게든 ‘살려 애쓰고 애써 살아내어’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남기려는 사람들의 뜻이, 그것이 실제이든 허구이든, 이어지고 이어져 역사를 만들고 이야기를 만든다는 것, 그것이 어쩌면 『왕은 안녕하시다』가 우리에게 보여주는 성석제식 이야기, 성석제식의 역사일지도 모른다. 웃기지만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슬프지만 마냥 울게 되지만은 않는, 끝내 알 수 없는 뭉클함이 남는 이야기, 그야말로 성석제만이 쓸 수 있는 이야기다.











역사에서 흔적을 찾아볼 수는 없지만 역사의 흐름을 바꾸거나 역사 그 자체가 된 무명 또는 익명의 존재를 주인공으로 하는 소설을 써보려고 한 건 기억하기 힘들 정도로 오래되었다. 악습을 무너뜨리고 불합리한 체제에 균열을 낸 그들은 치열한 생존경쟁에서 살아남아 스스로의 유전자를 후손에게 물려주었는데, 그 후손이 바로 현재의 우리 자신이다. 결국 이 소설은 나, 또는 우리 조상에 관한 이야기이다. _‘작가의 말’에서



『왕은 안녕하시다』는 물론 ‘역사’소설이다. 그러나 그것은 이 소설이 숙종 연간의 역사적 사실들에 충실히 기초하고 있기 때문이 아니다. 비굴하고도 반항기 어린 어느 하류 인생이 우연한 기회에 어린 세자와 의형제를 맺는 바람에 한 나라의 높고 낮은 온갖 영역들을 두루 경험하는 가운데 그와 그의 주변이 차례로 변화하다가 결국 한 시대의 집합적 변화의 흐름이 제 모습을 드러내도록 하기 때문에, 『왕은 안녕하시다』는 진실한 역사소설이 된다.

『왕은 안녕하시다』는 물론 역사‘소설’이다. 그러나 그것은 이 소설이 역사적 사실들 사이에 가상의 인물을 하나 끼워 넣고 무협지를 연상시키는 모험담으로까지 나아가기 때문이 아니다. 이 모험담이 삶은 그 자체로 살아 움직인다는 것, 인간은 이러한 움직임에 저항하거나 합류하거나 가속화하는 방식으로 저마다의 작은 삶을 결정한다는 것, 그렇게 결정된 작은 삶들은 서로에게 간섭하며 변화를 일으키는 동시에 그러한 변화 전체가 다시 총체화된 삶의 움직임을 다른 방향 다른 진폭으로 출렁거리게 만든다는 것, 이와 같은 삶의 진실과의 한바탕 놀이로까지 나아가기 때문에 『왕은 안녕하시다』는 흥미진진한 역사소설이 된다. 이런 식의 역사소설을 그가 아니면 누가 쓸 수 있을까. _권희철(문학평론가)

구매가격 : 10,200 원

왕은 안녕하시다 2

도서정보 : 성석제 / 문학동네 / 2019년 01월 21일 / EPUB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천하무적 입담의 최고봉!

근엄한 역사를 뒤집는, 웃기고 울리는 이야기 한판

이것은 성석제만이 쓸 수 있는 역사소설이다. _권희철(문학평론가)





가히 따를 자가 없는 천하무적의 입담과 해학, 절대고수의 반열에 오른 이야기꾼 성석제가 신작 『왕은 안녕하시다』로 돌아왔다. 『투명인간』 이후 5년 만의 장편소설이자 원고지 3천 매에 달하는 본격 대작 역사소설로, 문학동네 네이버 카페에서 전반부를 연재한 뒤 오랜 시간을 들여 후반부를 새로 쓰고 전체를 대폭 개고해 완성했다. 조선 숙종 대를 배경으로 우연히 왕과 의형제를 맺게 된 주인공이 시대의 격랑 속에서 왕을 지키기 위해 종횡무진하는 모험담이 특유의 흥겹고 유장한 달변으로 펼쳐진다. 묵직한 역사소설과 날렵한 무협소설을 넘나드는 분방한 이야기 속에 역사의 흐름과 권력의 맨얼굴, 당대를 살아간 보통 사람들의 희로애락이 손에 잡힐 듯 생생하다. 인간과 역사, 웃음과 눈물이 어우러진 한바탕 신나는 놀이, 그야말로 ‘성석제만이 쓸 수 있는 역사소설’(문학평론가 권희철)이다.





“그래, 너는 너를 지켜라. 나 또한 너를 지키리니.”

조선 제일의 파락호, 왕의 의형제가 되다!



주인공 성형은 한양에서 제일가는 기생방 주인인 할머니 덕에 놀고먹는 “장안에 호가 난 알건달에 파락호”. 이야기는 그가 어느 날 우연히 비범한 풍모의 꼬마를 만나 그와 의형제를 맺으면서 시작된다. 알고 보니 꼬마는 장차 대위를 이을 세자(숙종)였고, 얼마 뒤 그가 열네 살 어린 나이에 왕위에 오르자 성형은 졸지에 그림자처럼 왕의 주위에 머물며 왕을 지키는 왕의 최측근이 된다.



나는 한날한시에 죽기로 한 우리 두 사람의 맹약을 결코 저버리지 않을 거야. 이제부터 형은 언제나 내 곁에 가까이 있으면서 (…) 내 편이 되어줘야 해. 그래서 형이 간절하게 필요해. 무엇이든 털어놓을 수 있는 사람, 나를 위해 무슨 일이든 해줄 수 있는 사람이.(1권 66~67쪽)



어린 왕이 남인과 서인으로 나뉘어 목소리를 높이는 조정 신하들 사이에서 위태로운 왕위를 지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가운데, 성형은 궁궐 안팎을 오가며 각계각층의 사람살이를 경험하고 왕을 둘러싼 여러 인물들을 판별하며 왕의 안위를 위해 동분서주한다. 이야기의 바탕이 되는 숙종 연간의 정치사가 권력의 중심이 남인에서 서인으로, 다시 남인으로, 다시 서인으로 뒤바뀌는 세 차례의 어지러운 환국으로 점철되어 있으며, 그 과정에 희빈 장씨의 등장에서 폐비, 인현왕후의 복위로 이어지는 왕실의 권력투쟁이 얽혀 있음은 익히 아는 바. 하지만 왕의 숨은 형으로 암약하는 가상의 인물, 시정잡배 출신답게 지체 높은 이들에게 고분고분한 법이 없는 성형의 눈과 귀에 포착되고 그의 입으로 전해지는 이야기를 통해 익숙한 역사적 소재는 흥미진진한 이야깃거리로 탈바꿈한다.

성형은 자신의 정체를 감춘 채 권력의 향방을 가르는 결정적인 국면을 목도하거나 은밀히 그에 개입하며, 할머니의 배경과 인맥을 바탕으로 장사 수완을 발휘해 왕실의 재산을 불리는 데 힘쓰기도 한다. 진기한 칼을 얻어 위기에 처한 왕의 목숨을 구하기도 하고, 청나라의 무예 고수와 대결을 벌이는 활약도 펼친다. 『구운몽』과 『사씨남정기』를 쓴 김만중을 형님으로 모시며 가까이하기도 하고, 강직한 선비로 이름높은 박태보를 지켜보며 흠모하기도 하고, 훗날 희빈 장씨가 될 장옥정에게 연심을 품기도 한다. 종횡무진 숨가쁘게 이어지는 사건의 갈피마다 성석제 특유의 능청스러운 유머가 곁들여져 이야기의 완급을 조절하면서 읽기를 쉬이 멈출 수 없게 한다.





“한 사람이 천 사람, 만 사람의 뜻을 이길 수는 없어요.”

시대의 격랑 속에서 기필코 살아남으려는 사람들…

그들의 슬픔과 기쁨이 끝내 역사를 바꾼다



왕과 왕을 둘러싼 세력들 사이의 갈등과 암투, 대립과 이합집산이 거듭되면서, 주인공 성형과 갖가지 인연으로 맺어진 이들의 운명도 권력의 향방에 따라 부침을 거듭한다. 왕은 어느덧 자신의 자리를 위해 숱한 목숨을 마음대로 좌지우지하는 두려운 존재가 되어가고, 성형과 왕의 관계도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한다. 그렇게 『왕은 안녕하시다』는 왕의 의형제 성형의 모험담인 동시에 권력의 본질에 관한 이야기로 다가온다. 명분과 도리, 왕의 말 한마디와 신하와 유생의 상소 한 장이 엄청난 위력을 지닌 무기가 되어 진퇴와 생사를 가르고, 진위를 알 수 없는 소문이 민심을 움직이고 어느새 실체가 되어 드러나는 과정이 신랄하게 그려진다. 숙적을 끝내 죽음으로 몰고야 마는 잔인한 권력의 맨얼굴과, 그럼에도 대의를 위해 목숨을 기꺼이 내놓는 이들의 결기가 선명하게 맞부딪친다.



“한 사람이 천 사람, 만 사람의 뜻을 이길 수는 없어요. 한 사람의 뜻이 아무리 지당하고 그가 아는 게 많다고 하여도 언제나 옳을 수는 없고. 한 사람을 이기려 하기보다는 만인을 얻어야죠. 그러면 저절로 그 한 사람을 이기게 돼요.”(1권 171쪽)



그러면서도 『왕은 안녕하시다』는 역사가 결국 뭇사람들의 오욕칠정에 관한 이야기라는 점을 잊지 않는다. 당대의 정세와 경제, 문화뿐 아니라 세태와 풍속, 보통 사람들의 생활상과 음식과 시정의 패설과 속요에 대한 관심이 이야기의 바탕에 짙게 깔려 있는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그 생생한 무대 위에서 어떤 이는 웃고 어떤 이는 웃으며, 누군가는 누군가를 살리기 위해 애쓰고, 어떤 이는 사라지고 어떤 이는 남는다는 것, 그러면서 세상과 사람은 조금씩 다른 것이 되어간다는 것. 그렇게 성형의 이야기는 곧 작가의 말처럼 “역사에서 흔적을 찾아볼 수는 없지만 역사의 흐름을 바꾸거나 역사 그 자체가 된 무명 또는 익명의 존재”(‘작가의 말’)에 관한 이야기로 다가온다.

그런 점에서 이 이야기가 노량진 헌책방에서 구한 『국역 연려실기술』 전집 사이에 끼어 있던, 여러 사람이 보태고 고쳐 쓴 원고를 소설 속 작가가 다시 고쳐 쓴 것이라는 설정도 흥미롭다. 마치 원래 이야기란 것이 그렇게 생겨난 것이 아니냐는 듯이. 어떻게든 ‘살려 애쓰고 애써 살아내어’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남기려는 사람들의 뜻이, 그것이 실제이든 허구이든, 이어지고 이어져 역사를 만들고 이야기를 만든다는 것, 그것이 어쩌면 『왕은 안녕하시다』가 우리에게 보여주는 성석제식 이야기, 성석제식의 역사일지도 모른다. 웃기지만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슬프지만 마냥 울게 되지만은 않는, 끝내 알 수 없는 뭉클함이 남는 이야기, 그야말로 성석제만이 쓸 수 있는 이야기다.











역사에서 흔적을 찾아볼 수는 없지만 역사의 흐름을 바꾸거나 역사 그 자체가 된 무명 또는 익명의 존재를 주인공으로 하는 소설을 써보려고 한 건 기억하기 힘들 정도로 오래되었다. 악습을 무너뜨리고 불합리한 체제에 균열을 낸 그들은 치열한 생존경쟁에서 살아남아 스스로의 유전자를 후손에게 물려주었는데, 그 후손이 바로 현재의 우리 자신이다. 결국 이 소설은 나, 또는 우리 조상에 관한 이야기이다. _‘작가의 말’에서



『왕은 안녕하시다』는 물론 ‘역사’소설이다. 그러나 그것은 이 소설이 숙종 연간의 역사적 사실들에 충실히 기초하고 있기 때문이 아니다. 비굴하고도 반항기 어린 어느 하류 인생이 우연한 기회에 어린 세자와 의형제를 맺는 바람에 한 나라의 높고 낮은 온갖 영역들을 두루 경험하는 가운데 그와 그의 주변이 차례로 변화하다가 결국 한 시대의 집합적 변화의 흐름이 제 모습을 드러내도록 하기 때문에, 『왕은 안녕하시다』는 진실한 역사소설이 된다.

『왕은 안녕하시다』는 물론 역사‘소설’이다. 그러나 그것은 이 소설이 역사적 사실들 사이에 가상의 인물을 하나 끼워 넣고 무협지를 연상시키는 모험담으로까지 나아가기 때문이 아니다. 이 모험담이 삶은 그 자체로 살아 움직인다는 것, 인간은 이러한 움직임에 저항하거나 합류하거나 가속화하는 방식으로 저마다의 작은 삶을 결정한다는 것, 그렇게 결정된 작은 삶들은 서로에게 간섭하며 변화를 일으키는 동시에 그러한 변화 전체가 다시 총체화된 삶의 움직임을 다른 방향 다른 진폭으로 출렁거리게 만든다는 것, 이와 같은 삶의 진실과의 한바탕 놀이로까지 나아가기 때문에 『왕은 안녕하시다』는 흥미진진한 역사소설이 된다. 이런 식의 역사소설을 그가 아니면 누가 쓸 수 있을까. _권희철(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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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들 (세계문학전집 168)

도서정보 : 앙리 드 몽테를랑 / 문학동네 / 2019년 01월 18일 / EPUB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20세기 프랑스 문단의 총아 몽테를랑이 남긴 ‘인생 작품’


앙리 드 몽테를랑은 소설과 희곡, 에세이 등 다양한 장르에서 수많은 작품들을 남긴 다재다능한 작가다. 아카데미 프랑세즈의 종신회원이었으며, 아카데미 프랑세즈 문학상을 비롯한 유수 문학상들을 수상했고, 4부작 소설 ‘젊은 여성들’ 시리즈로 대대적인 인기를 끌어 수백만 권의 판매고를 올리는 등 비평가들뿐만 아니라 대중들에게도 사랑받았던 20세기 프랑스 문단의 스타였다.

그가 자살로 생을 마감하기 삼 년 전인 1969년에 세상에 내놓은 『소년들』은 50여 년에 걸쳐 완성된 소설로, 그의 삶과 작품 전체의 요약본이라 부르기에 손색이 없다. 집필이 시작된 때는 1914년으로, 소설의 모티브가 된 몽테를랑의 퇴학 사건 이 년 후다. 생트크롸 드 뇌이 콜레주의 철학반 학생이던 몽테를랑은 이 년 후배인 필리프 지켈과 특별한 우정을 나눴다는 이유로 퇴학당한 바 있다. 인생의 한 시점, 십대 시절 일어난 충격적인 사건을 이해하기 위해 오랜 세월 곱씹으며 의미를 찾고자 하는 절대적인 필요에서 나온 작품이기에 『소년들』을 그의 ‘인생 작품’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다.

『소년들』은 사랑의 다채로운 모습을 때로는 유머러스하게, 때로는 감성적이고도 철학적으로 풀어내는 놀라운 소설이다. 주인공 알방 드 브리쿨과 세르주 수플리에의 뜨거운 우정을 중심으로 세르주를 향한 알방의 티 없는 사랑과, 역시 세르주를 사랑하는 드 프라츠 신부의 배타적이고 맹목적인 사랑, 원장 신부가 말하는 신의 사랑과 성스러운 사랑, 알방 어머니의 아들에 대한 사랑 등 사람들이 저마다 사랑을 생각하고 사랑을 하는 다양한 방식을 보여준다. 이러한 사랑의 다양한 양상은 종교와 믿음의 화두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보다 깊은 차원의 철학적 논의로 확장된다. 불문학자 퍼트리샤 오플래허티가 논했듯, 『소년들』은 “신보다는 인간을 믿는 종교적 삶의 방식을 탐색”하는데, 그 방식이란 다름 아닌 사랑이다.



순수하면서도 타락한 천사의 둥지인 소년들의 학교

그곳에서 벌어지는 뜨거운 열정의 변주곡



파르크 콜레주의 철학반 우등생인 알방은 학교를 대표하는 신설 기구인 아카데미의 회원으로 선출된다. 아카데미에 소속된 열 명의 엘리트 학생들은 선배가 자신이 점찍은 후배를 돌보는 ‘보호 그룹’이라는 활동을 시작한다. 알방은 몇 년 전부터 좋아하던 이 년 후배인 세르주에게 몰두해 있던 터라 그를 자신이 보호할 후배로 정한다. 그러면서 둘 사이의 천진무구한 사랑, 특별한 우정이 시작된다. 알방은 이 놀라운 모험을 통해 인생의 신비하고 믿을 수 없는 측면을 차츰 발견하게 된다.

알방은 세르주를 이전에 다니던 에콜 모코르네에서 만났다. 세르주는 태도가 불량스럽고 거칠어서 친구들과 선생들의 미움을 한몸에 받는 아이다. 속절없이 사랑에 빠져버린 알방은 세르주가 빌려준 연필에 입을 맞추고, 세르주가 침을 발라 붙여놓은 이름표를 몰래 떼어오고, 세르주의 머리카락 한줌을 얻어 수납형 펜던트 안에 넣고 다닌다. 세르주가 파르크 콜레주로 전학을 가자 어머니를 설득해 같은 학교로 옮기기까지 한다. 이전에도 타인을 향한 매혹을 경험했던 알방이지만, 세르주에게 느끼는 감정에는 “무언가 매우 흥분되고, 심각하고, 약간 고통스러운 면”이 있다.

알방과 세르주의 관계는 파르크 콜레주의 보호 그룹 아래서 좀더 내밀하고 열정적인 빛깔을 띠게 된다. 어느 목요일 저녁, 어스름이 짙어가는 시간에 알방은 인적이 드문 펠로타 경기장의 탈의실에서 세르주를 만난다. 열정 때문에 어둠 속에서 집게손가락에 피가 나고 외투의 안감이 찢어지기까지 했던 그 만남으로, 알방은 믿을 수 없이 놀라운 무언가에 도달했다고 생각한다. “꿈만 같고”, “존재하는 건 이 순간뿐”이었던 그 경험 후 놀라운 충만감과 행복감이 그를 감싼다. 알방은 생각한다. ‘겁이 날 정도로 행복하다. 나는 그애를 너무 사랑한다. 이렇게 계속된다면 미쳐버릴 거다. 그런데 나는 그렇게 되기를 열렬히 바라고 있다.’

보호 그룹의 분위기는 점차 육체적 쾌락에 몰두하는 방향으로 변해간다. 알방은 보호 그룹의 궁극적인 목적이 후배의 교육, “정신적 고양”이어야 한다고 생각하기에, 세르주와의 관계에서 새생활을 시작하여 다른 학생들의 모범이 되고 콜레주의 분위기를 개혁하기로 결심한다. 순수한 의도에도 불구하고 알방의 개혁에 대한 의지는 다른 친구들의 반감을 산다.

이 커플이 초콜릿 보관실에 단둘이 있을 때, 세르주를 유별나게 예뻐하고 알방에게 질투심과 적의를 품은 드 프라츠 신부가 갑작스레 나타난다. 그는 “파리를 잡기 위해” 둘이서만 있었느냐면서 몰아붙인다. 결국 처음에는 둘의 관계가 종교적 성숙과 자비를 배울 기회가 될 거라며 관대함을 보이던 원장 신부도, 그리고 알방과 친하게 지내려고 애쓰던 친구들 또한 부정하다고 지목당한 이 우정에 등을 돌린다. 퇴학 처분을 받은 알방은 학교 밖에서 세르주와 만나지 않겠다고 드 프라츠 신부에게 약속하고, 순수한 열정만으로 뭐든지 헤쳐나갈 수 있으리라 믿었던 인생의 한 시절이 막 끝났음을 깨닫는다.

파르크 콜레주를 떠난 후 알방은 마음을 달래려 애쓰지만 여전히 슬픔을 피할 수 없고, 이 년이 지난 뒤에도 “여전히 생생하게 피가 흐르는 이 상처”는 아물지 않는다. 그렇지만 이 고통이 완전히 헛된 것만은 아니다. 세월의 흐름에도 불구하고 세르주는 알방에게 “바람조차 건드릴 수 없는 서늘한 저 깊은 곳”에 가라앉아 있는 “강렬한 추억”으로 남았으니 말이다.



“그들은 언제까지나 자신의 열정을 기억할 겁니다. 그리고 종교는 그 열정과 함께 남을 겁니다.” _본문에서



소설 속 인물들이 경험하는 다양한 모습의 사랑은 종교와 믿음의 주제와 엮여 한층 더 다채로운 빛깔을 드러낸다. 몽테를랑은 자신이 무신론자라고 단언했지만 종교가 주요 동기로 작용하는 작품을 여러 편 남겼고, 『소년들』 또한 종교적인 배경을 취하여 가톨릭 학교를 무대로 삼고 있다. 서문에서 작가는 어느 신부가 무신론자 사제라는 이야기를 듣고, 『소년들』 의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말한다.



나는 무신론자 사제에 대한 소설을 구상하기 시작했다. 감히 훌륭한 사제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신자들의 가장 큰 선을 위해, 그리고 그들을 부단히 교화하기 위해 끝까지 임무를 완수하는 사제. 여기에 바로 나 자신, 그리스도교를 느끼면서도 신앙이 없는 나와 같은 사람을 위한 주제가 있었다. (13~14쪽)



종교에 큰 관심이 없는 알방과 세르주, 매우 독실한 원장 신부, 무신론자이면서 신부가 된 드 프라츠 신부 등 종교와 신앙에 대한 태도가 가지각색인 인물들이 사랑의 서사에 또다른 층위를 더한다.

파르크 콜레주의 원장 신부는 자신의 종교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너는 가톨릭이니?’ 하고 묻는 것은 ‘너는 사랑을 믿니?’ 하고 묻는 것과 같다고요.” 사랑을 강조하는 원장 신부의 행보는 보다 긍정적이고 자연스러운 종교를 탐색하려는 작가의 시도로 보이기도 한다. 반면 알방을 퇴학당하게 하는 장본인인 드 프라츠 신부는 신앙심이 전혀 없는데, 어린 소년들 가까이 있을 수 있는 직업을 찾다가 성직에 몸담게 되었다. 사제라는 가면을 쓰고 연기하듯 예식을 거행하는 그에게 종교란 “거대한 속임수”일 뿐이다. 그는 이렇게 생각한다. “가톨릭은 하나의 거짓말이다. 소년들은 거짓말 속에 살고 있었다. 그가 알고 있는 한, 사회적 도덕 또한 하나의 거짓말이었다. 머리가 모자라는 자가 아니라면, 그 누가 가면을 쓰지 않겠는가?” 그런데 평생 표리부동한 생활을 성공적으로 지켜온 그에게 임종의 자리에서 놀라운 변화가 생기는데, 그것 또한 사랑의 신비한 작용이다.

『소년들』은 미학적인 서사를 통해 사랑의 다양한 얼굴을 아우르는 걸작이다. 작품이 보여주는 사랑의 양상은 때로는 코믹하고 때로는 고통스럽지만, 결국에는 달콤씁쓸한 아련함을 독자에게 선사한다. 그와 동시에 소설 속에 배어 있는 종교의 새로운 차원에 대한 몽테를랑의 고민은 『소년들』을 여러 겹의 의미들이 다성악처럼 공명하는 잊을 수 없는 작품으로 승화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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