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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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복원하는 남자

도서정보 : 김겸 / 문학동네 / 2018년 12월 05일 / EP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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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는 아직도 낯선 분야인 복원가의 작업과 일상을 담담하게 서술한 책이 나왔다. 보존복원전문가 김겸의 책이다. 우리가 일상에서 마주했던 광화문 이순신 동상, 클래스 올덴버그의 <스프링>이 모두 그의 손길을 거쳤다. 김겸은 로댕, 마르셀 뒤샹, 살바도르 달리, 안젤름 키퍼, 헨리 무어, 호안 미로, 백남준, 권진규, 이성자 등 여러 작가의 작품을 복원했을 뿐 아니라 이한열 열사의 운동화와 문익환 목사의 피아노 등 다양한 근현대 기록물도 복원했다. 모두가 숨 가쁘게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고 재빨리 폐기 처분하기 바쁜 시대에 가까이는 수십 년, 멀리는 수백 년 전 태어난 작품을 붙잡고 사라져가는 기억을 되살리는 그의 손길이 특별한 울림을 준다.


작품을 치료하는 의사: 복원 이야기

그는 스스로를 ‘작품을 치료하는 의사’로 칭한다. 예술가가 작품을 태어나게 한 존재라면, 복원가는 작품이 살아가는 동안 다치거나 노화로 특별한 처치가 필요할 때 이를 치료하는 역할을 맡는다.

책 서두에 나오는 이한열 열사의 운동화를 복원한 이야기는 시대의 질곡과 맞물려 있다. 2015년 김겸은 신촌 이한열기념관 전시실에 밑창이 바스러져가는 형태로 누워 있는 이한열의 운동화를 만났다. 1987년 이한열이 최루탄을 맞고 쓰러졌을 때 현장에 있던 바로 그 운동화였다. 운동화는 한 짝뿐이었고 세월 속에 노화가 진행되고 있었지만 그는 운동화 밑창 모양까지 집요하게 추적해 마침내 운동화를 복원해냈다. 기억해야 할 역사를 복원한 것이다. 최근 김겸은 문익환 목사의 피아노를 복원하기도 했다.

한편, 동상들의 목욕 이야기는 보존복원 분야에서 아직도 전문적인 접근이 아쉬운 한국의 실상을 보여준다. 사실 동상은 섣불리 ‘목욕’을 시켜서는 안 된다. 거친 솔로 표면을 싹싹 문지르면 정작 제거되어야 할 오염물은 떨어지지 않고 보존돼야 할 파티나층(파티네이션으로 만든 동상의 표면층)만 떨어져나가기 때문이다.


예술의 숨결

작가를 제외하면 복원가는 가장 가까이서 작품의 세밀한 결을 볼 수 있는 사람이다. 이 책에는 복원가가 경험한 예술 이야기도 있다.

이를테면 김겸은 오랫동안 권진규의 작품을 복원하면서 그가 무척 섬세한 사람이라고 느꼈다. 보통 점토 작업을 할 때 일반적으로는 수제비를 뜨는 정도의 밀가루 덩어리만큼을 붙이고 매만지며 세부를 표현하지만 권진규는 유난히 작은 콩알만한 크기의 점토를 붙여가며 작업했다. 복원을 위해 확대경을 끼고 내부를 들여다보고 손끝으로 더듬는 동안 이 작은 분자들의 결합이 보이기 시작한다. 김겸은 <지원의 얼굴>이나 <마두馬頭>로 대표되는 권진규의 형상들 안에서 살아 움직일 듯한 생명의 긴장감을 느낀다. 그리고 그 힘은 아마도 작가가 고집스럽게 심어넣은 작은 세포들의 떨림에서 온다고 말한다. 그는 “감상자들이 눈을 통해서만 작품과 작가를 만난다면 복원가는 좀더 많은 감각의 힘을 빌릴 수 있다. 과장처럼 들리겠지만 깊은 밤, 작품을 고요히 홀로 마주하고 안과 밖을 조심스레 살피다보면 작가의 세심한 숨결과 손길이 느껴짐은 물론 어떤 날은 작품이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한다”고 썼다.

한편, 나날이 기술이 발전해가는 시대에 백남준의 비디오아트는 보존전문가에게 화두를 던져준다. 백남준의 작품에 사용된 모니터는 수명이 한계에 이르렀고 브라운관 모니터는 세계적으로 제조가 중단된 지 오래인데, 백남준은 언젠가 이런 상황이 도래할 것을 예측이라도 한 듯 미디어 변화나 교체에 관해 인지하고 있었고 그 방법을 후세에 자유롭게 맡겨두었다. 그러나 설령 작가가 교체를 용인했다 하더라도 과연 수명이 다한 의 머리를 최신형 모니터로 바꾸는 게 옳은 일일까? 이미 백남준의 작품은 작가만의 것이 아니라 사회적 맥락 안에 들어와 있다. 백남준 작품의 복원 문제는 리쾨르가 ‘소격화’ 현상을 통해 설명한, 예술작품은 잠재적 담론의 장이며 감상자와의 만남에 종속된다는 이론을 떠올리게 한다.


시간에 대한 성찰이 선사하는 특별한 삶의 태도

가만히 두면 사라지고 풍화해버릴 것을 끝없이 돌보고 되살리는 일이란 시간에 숨결을 불어넣는 일과도 같다.

그는 영국에서 유학하던 시절, 링컨 대성당 복원 팀에서 일했다. 그때 그를 압도한 것은 시간을 멀리 내다보는 사람들의 시각이었다. 문화재로 지정된 이 성당의 복원 작업은 1년 365일 계속 이어지고 있다. 성당 외벽을 한 바퀴 돌며 복원하는 데만 70년이 걸린다. 작업에 참여하며 그는 소위 문화 선진국에서 보존복원은 일회성 작업이나 연례행사가 아니라 꾸준한 돌봄과 치료를 뜻한다는 것을 체감했다.

복원가의 시선에서, 현재에 충실하고 미래를 내다보는 시각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바로 과거를 찬찬히 돌아보는 일이다. 인생은 찰나지만 인간에게는 순간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그는 “현재의 나는 수백 년, 수천 년을 지내온 유물을 통해 과거 선조부터 태어날 후세까지의 삶에 관여하는 영원성과 시간을 구체적으로 체험한다”고 언급한다. 그는 이렇게 썼다. “오직 열심히 사는 현재가 미래를 만들고 그 자취가 훗날 자랑스러운 과거로 남으리라고 믿는 태도는, 긴 안목으로 미래를 상상하고 설계하고 예측하는 인간의 특성, 꿈꾸는 인간 본성을 발목잡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부조리한 인간을 이해하고 현실에는 없는 것을 상상하고 꿈꾸기 위해 우리는 유물을 만나고 예술을 감상한다.


어떤 사물은 시간을 기억한다. 이한열의 운동화는 1987년 신촌 대학가를 거닐던 한 청년의 삶이 멈추는 순간 역사가 되었다. 역사의 목격자인 운동화를 다시 숨쉬게 하는 것이 내가 맡은 일이었다. 참으로 조심스럽고도 지난한 작업이었다.

유물이나 예술작품의 가치는 물질로서의 존재보다 그것을 둘러싼 이야기로부터 나온다. 명작들은 과거의 이야기뿐 아니라 동시대 사람들로부터 새로운 이야기를 통해 새로운 가치를 덧입으며 새 생명을 획득해나간다. 보존복원이란 행위는 새로운 이야기가 유물에 덧입혀지는 과정이다. 그 끊임없는 과정 속에서 유물은 살아 있는 역사가 된다.

유물을 복원한다는 것은 기억과 가치를 복원하는 것이며 잃어버리고 싶지 않은 시간을 복원하는 것이다. 잃어버린 시간을 복원한다는 것은 새로운 시간, 새로운 기억을 맞이하려는 의지의 진행형이다. 먼 훗날의 기억이 될 우리의 운동화는 지금 어떤 길을 걷고 있는가. _프롤로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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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세기 도시

도서정보 : 정병설 김수영 주경철 외 / 문학동네 / 2018년 12월 05일 / EP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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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스테르담을 휩쓴 ‘튤립 광기’와
루이 14세가 베르사유 궁전에 구현한 권력…
베네치아 축제에서는 가면무도회가 열리고
한양 ‘군칠이집’은 술꾼들로 흥성거렸다

인간의 욕망과 낯선 이들의 조우가 그려낸 18세기 도시 풍경
우리가 걸어다니는 도시 곳곳에는 거리마다 역사가 숨어 있다!

인문학자의 발걸음으로 도시의 이야기를 탐사하다
파리, 피렌체, 에든버러, 이르쿠츠크, 뉴욕, 평양, 서울…
대한민국 대표 인문학자와 함께하는 18세기 세계 일주


도시인의 생활은 어쩌면 18세기에 시작됐을지도 모른다. 시장의 풍요와 자본주의의 시작, 무르익은 여흥과 축제, 권력과 자유…… 18세기 도시 풍경에서 양상은 달라도 현대적 도시의 면면을 느낄 수 있는 장면을 찾을 수 있다.
『18세기 도시』는 한국18세기학회에서 활동하는 인문학자 스물다섯 명이 ‘도시’를 키워드로 18세기 장소의 역사성을 탐구한 책이다. 현대적 도시 성장에 가장 중요한 시기인 18세기와 그 전후를 중심으로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쓴 글을 엮었다. 당시 유럽 주요 도시였던 암스테르담, 베를린, 파리, 빈은 물론이고 고대 스파 도시인 영국 바스, 축제가 유명한 베네치아 등 여러 도시를 망라했다. 또한 뉴욕과 보스턴 등 북아메리카, 아시아의 방콕과 자카르타, 한국의 서울과 평양, 수원 등까지 포괄해 18세기 도시의 다양한 측면을 보여주었다. 책에 실린 글은 2016년 9월부터 2017년 7월까지 ‘18세기, 세계 도시를 걷다’라는 제목으로 네이버 지식백과에 연재되며 큰 호응을 얻기도 했다.

돈과 시장
네덜란드의 암스테르담은 자본주의 경제와 부르주아 문화가 일찍 꽃핀 곳이다. 18세기 유럽 경제를 이야기하려면 17세기 네덜란드의 ‘튤립 광기(tulipomania)’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1630년대 ‘튤립 광기’는 황금기 네덜란드의 투기 광풍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에피소드다. 이로 인해 오늘날 선물 거래라고 부르는 현상이 일찌감치 시작됐다. 사람들은 실물 없이 거래가 이루어지는 이런 현상을 ‘바람장사(windhandel)’라고 불렀다. 튤립 구근 값이 마침내 정점을 찍은 순간, 투매가 시작됐고 막차를 탄 사람들은 망했다. 투기는 인생 역전을 노리는 가난한 사람들의 꿈을 먹고 자랐다가, 바람과 함께 사라졌다.
풍요가 있으면 빈곤도 있다. 가난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나폴리의 ‘라차로니(lazzaroni)’다. 라차로니는 “나폴리에서 가장 낮은 계층의 야만적인 민중 집단”을 가리키던 말이다. 이들은 “변변한 직업이 없는 거지들”로, “대부분 길과 광장을 거처로 삼아” 살아갔다. 나폴리는 이탈리아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도시로, 그 인구가 런던과 파리에 견줄 만했는데, 몽테스키외는 그중 라차로니가 5만~6만 명에 이른다고 봤다. 나폴리에 들어선 여행자들은 이렇게 아름답고 비옥한 땅을 가진 나라에서, 그토록 많은 하층민이 아무런 일도 하지 않고 빈둥거리는 데 당혹스러워했지만 혹자는 나폴리의 비옥함이 오히려 라차로니를 양성했다고 보기도 했다.
그 밖에도 오늘날엔 금융가의 상징으로 통하는 월스트리트(Wall Street)에 원주민의 공격을 방어하기 위한 실제 성벽(wall)이 있었다는 이야기, 그리고 <평양감사향연도>에 나타난 평양의 화려함과 풍요, 대동강 뱃놀이 풍경 등이 모두 흥미롭다.

예술과 축제
18세기에는 문화와 예술이 융성하고 축제와 여흥도 발달했다.
영국 귀족들은 고대 스파 도시 바스의 펌프 룸에 모여 온천수를 마시고 사교계 활동을 했다. 오스틴의 『노생거 사원』에서 펌프 룸은 젊은이들의 연애 장소로 등장하며, 여주인공 캐서린이 좋아하는 남자를 만나려고 이른 아침부터 이곳으로 달려갔다가 그가 나타나지 않자 크게 실망하는 장면이 있다. 한편, 바스에는 사교계의 주인으로 불리던 ‘보(Beau, 멋쟁이) 내시(Nash)’가 있었다. 그는 1704년부터 약 반세기 동안 바스 사교계의 주인 격인 ‘마스터 오브 세레머니(Master of Ceremonies)’로 활약하면서 스스로를 ‘바스의 왕’이라 칭했다. 그는 새롭게 방문한 사람들이 사교계에 참여할 자격이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고, 이들을 서로 소개하고, 무도회나 음악회 등 다양한 사교 모임과 오락거리를 주선함으로써 사교계가 원활히 돌아가도록 관리했다.
18세기 베네치아는 ‘그랜드 투어’라 불리는 견문 넓히기 여행의 주요 종착지였다. 하지만 매매춘과 도박 등 퇴폐적인 산업도 함께 발달했다. 카르네발레 축제에서는 가면무도회가 성행했다. 특히 베네치아 여성들 사이에서 많은 인기를 끌었던 가면은 검은색이라는 뜻을 가진 모레타(Moretta)였다. 이 가면을 쓰면 말을 할 수 없었기 때문에 대화를 하려면 가면을 벗어야만 했다. 마음에 드는 상대에게만 가면을 벗고 자신의 실체를 보여줄 수 있다는 점에서 여성에게 자유와 선택권을 부여한 가면이라 할 것이다. 한편, 베네치아 남자들은 가면 축제 기간을 싫어한다는 소문이 있었다.
같은 시기, 서울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었을까? 18세기 서울 술집의 대명사 ‘군칠이집’ 이야기가 흥미롭다. 종로에서 청계천 가까운 쪽에 있던,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아는 유명한 술집이 군칠이집이다. 한편, 당시 서울은 소설에 푹 빠져 있었다. 규방 처자들은 물론이고 임금과 비빈까지 소설에 재미를 붙여 책을 빌려주는 산업이 발달했다. 그 밖에 ‘하룻밤 넘긴 돈은 가지고 있지 않다’는 도쿄 토박이 에도코 이야기도 새롭다.

권력과 자유
베르사유궁은 그 자체로 절대왕정 권력의 상징이다. 궁전과 정원의 화려함은 여행객들에게도 익히 알려져 있지만 그게 다가 아니다. 루이 14세는 모든 곳에 존재하지 않으면서도 모든 곳에 영향을 미치는 한 가지 방법을 고안해냈다. 이 광활하고 화려한 궁전에, 자신이 직접 등장하지 않아도 마치 자신이 어느 곳에나 있는 것처럼 모두가 행동하게 하는 장치를 만들어낸 것이다. 그 장치란 바로 섬세하고 엄격하게 조직된 궁정 예절과 의례들이었다. 궁정 예절과 예식들은 이미 중세 말 이래 크게 발전했지만 루이 14세는 산만하고 불규칙한 여러 관행을 일괄적으로 종합하고 정리해 베르사유에서 엄격하게 적용되는 규범 체계를 만들었다. 이러한 예절과 예식들은 베르사유 궁정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위계적인 관계들을 몸으로 체득하게 했다. 세세하게 나뉘어 적용되는 몸짓과 표정, 말투와 어법은 미묘하고 복잡한 차별의 위계를 새롭게 재생산해냈고 왕의 총애를 둘러싼 치열한 경쟁은 이 위계의 자리를 차지하는 자들을 계속해서 갈아치웠다.
인간 권력의 정점을 구현한 자금성과 신이 노니는 곳을 상징한 원명원이 있는 북경 이야기, 세계에서 가장 긴 이름을 자랑하는 태국의 수도 방콕 이야기 역시 흥미롭다.

이방의 만남과 교류
18세기에는 이방의 만남과 교류도 활발했다.
베를린을 여행할 일이 있다면, 이방인을 사랑했던 18세기 프로이센 왕국의 흔적을 따라가보는 것도 뜻 깊은 일이 될 것이다. 18세기에는 프랑스에서 건너온 신교도들과 유럽에서 모여든 유대인들 역시 프로이센 왕국의 자랑스러운 국민이었다.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장다르메마르크트 광장에서 대칭을 이루고 있는 두 개의 돔이다. 광장에는 가운데 화려한 음악 홀을 중심으로 좌우에 독일 돔과 프랑스 돔이 우뚝 솟아 있다. 왜 같은 모양의 웅장한 교회를 나란히 지었을까? 하나는 기존 베를린 시민인 루터파 신교도를 위한 교회, 다른 하나는 새로운 시민인 위그노파 시민을 위한 교회였다.
현재 자카르타 북부에 해당하는 바타비아는 ‘열대의 네덜란드’로 불렸다. 바타비아는 17세기 이후 유럽의 아시아 무역을 주도한 네덜란드 동인도회사 무역망의 중심지였다. 유럽인뿐 아니라 중국인을 비롯한 다양한 종족과 문화가 동인도회사의 선박을 통해 이 도시로 유입되었다. 이들이 때로 충돌하고 때로 혼합하면서, 18세기 바타비아에는 차별과 혼종성(hybridity)이 공존했다.


전임 한국18세기학회 회장이자 이 책의 저자 중 한 사람인 정병설 교수는 머리말에서 “나는 이 작은 책이 느긋하게 천천히 읽히기를 바란다. 단체여행객이 버스를 타고 다니며 이 명승 저 박물관 어디를 가는지도 모르게 서둘러 찍고 다니는 여행이 아니라, 수천 년 역사의 옛 도시 구도심에 내려 호텔에 짐을 풀고 천천히 시내를 걸어다니다가 노천카페에 앉아 커피 한 잔 마시는 자세로 읽히기를 바란다”고 했다.

구매가격 : 16,500 원

‘아무거나’라는 메뉴는 없다

도서정보 : 요헨 마이 / 문학동네 / 2018년 12월 07일 / EP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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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하루종일 내리는 결정, 최대 2만 건
‘옳은’ 결정보다 중요한 건 ‘후회하지 않는’ 결정이다!

세상의 모든 결정장애를 위한 선택의 실전 기술!

오전 11시가 넘어가면 드는 생각. ‘오늘 점심은 뭘 먹지?’ 회사를 나서며 일행에게 결정권을 일임하는 일도 다반사다. 메뉴판 앞에서도 고민은 계속된다. ‘날씨가 쌀쌀하니 뜨거운 국밥을 먹을까? 아니면 얼큰한 국수를 먹을까?’ 고민을 거듭하다 그냥 ‘아무거나’ 선택해버리고 만다. 우리가 겪는 고민이 메뉴 선택뿐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싶은 일을 선택할 것인가, 잘할 수 있는 일을 선택할 것인가? 회사를 옮겨야 할까, 좀더 버텨서 경력을 쌓아야 할까? 나를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야 할까, 내가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야 할까?

『‘아무거나’라는 메뉴는 없다』는 직업 선택부터 인간관계까지 우리가 삶에서 마주하는 다양한 선택의 상황에서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돕는 실전 기술에 대해 알려주는 책이다. 독일의 인기 저널리스트이자 인지심리학 전문가인 요헨 마이는 흥미롭고 공감 가는 생활 밀착형 사례를 통해 우리가 왜 결정 내리는 일을 어려워하는지, 무엇이 우리의 선택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자세히 제시한다. 또한 여러 선택지를 비교하고 조정하는 다양한 결정 기법을 소개한다. 18개 챕터에 걸친 세세한 가이드는 우리의 결정력을 자연스럽게 키워줄 것이다.


당나귀는 왜 건초더미 사이에서 굶어 죽었을까?
합리화에 능한 우리의 뇌가 결정을 지연시킨다!

프랑스 철학자 뷔리당이 소개한 당나귀 일화가 있다. 굶주린 당나귀 한 마리가 먹이를 찾아다니다 두 개의 건초 더미를 발견했다. 둘 다 양이 비슷해 보였다. ‘좋아. 그럼 더 가까이에 있는 건초 더미를 고르자.’ 그런데 둘 다 거리가 비슷했다. 그렇게 망설이느라 몇 시간이 흘렀고, 결국 당나귀는 건초 더미 사이에서 굶어 죽었다. 결정 내리는 일은 왜 이렇게 어려운 걸까? 사실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건 우리의 뇌 때문이다. 뇌는 합리화에 능하다. 설령 선택의 오류를 깨닫는 경우에도 오류를 시인하지 않고 자신과 타인에게 상황을 합리화하는데, 이를 가리켜 선택맹(choice blindness)이라고 한다. 원래 지니고 있는 견해와 지각에 어긋나는 상황을 참기 힘들어하는 인지 부조화(cognitive dissonance), 어떤 정보들을 대할 때 우리가 이미 가진 이론이나 의견을 뒷받침하는 부분만 편향적으로 수용하는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 또한 결정을 쉽게 내리지 못하는 요인이다. 워싱턴포스트의 다음 실험은 일상의 확증편향이 우리의 시야를 얼마나 흐릿하게 만드는지를 잘 보여준다.

그래피티 아티스트이자 거리의 예술가 뱅크시가 뉴욕 센트럴파크 근처 길가 매대에 자신의 작품들을 한 개당 60달러에 내놓았다. 정말이지 말도 안 되는 가격이었다. 뱅크시가 직접 서명한 작품들이 경매에서 이미 일곱 자리 가격대로 팔리는데 말이다. BBC는 이 실험을 비디오카메라로 찍었는데, 가령 어떤 여성은 아이들에게 준다고 그림 두 점을 사면서, 가격을 절반으로 깎기까지 했다. 그날 하루 매출은 420달러였다. _본문 87~88쪽


우유 사러 나갔다가 자전거를 사 오다니…
결정장애를 활용한 마케팅 전략

마케팅 업계에서는 이러한 지각 오류로 인한 결정장애를 판매에 교묘히 활용한다.

• 상호호혜 전략
‘가는 정이 있으면 오는 정도 있다’를 활용한 단순한 전략이다. 마트 쇼핑을 하는 즐거움 가운데 하나는 다앙한 시식 맛보기다. 하지만 뭔가를 제공받으면 빚진 것 같은 마음이 무의식적으로 작용해 그 제품을 구입하게 된다고 한다. 식당에서 계산서를 건넬 때 한 조각의 초콜릿이나 사탕을 함께 가져다주면 팁 액수가 평균 10퍼센트 올라가는 것도 이와 같은 이치다.

• 빠듯함 전략
“마지막 하나 남은 것”이라는 말을 들으면 우리 머릿속에 경종이 울린다. 이를 이용해 판매 직원들은 물건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알려 조급해지게 만든다. 고객들은 물건이 다 떨어져서 싸게 살 수 있는 기회를 놓칠까봐 얼른 구매를 결정한다.

• 비교 전략
우리는 상품과 가격을 서로 비교해보면서 무언가가 비싼지 아니면 적절한지를 판단할 수밖에 없다. 이런 비교 심리를 활용한 마케팅도 있다. 가령 웨딩드레스 숍에서 한 벌에 몇백만 원짜리 드레스를 고르고 나면, 10만 원짜리 베일은 되레 저렴하게 여겨진다. 그래서 가격대가 높은 물건과 상대적으로 저렴한 물건을 끼워 파는 마케팅이 생겨난다.


모든 문을 다 열어볼 수는 없다
선택의 고통을 덜어주는 의사결정 기법

그렇다면 결정장애의 악순환에 빠지지 않는, 마케팅 전략에 현혹되지 않는 현명한 결정을 내리기 위한 의사결정 기법이 있을까? 포털 사이트에서 검색만 해봐도 수십 수백 가지의 의사결정 기법이 나오는 통에, 결정을 내리기도 전 벌써 혼란스러워진다. 요헨 마이는 전통적인 몇 가지의 결정 기법을 혼용하기를 권한다.

• 찬반 리스트: 논지를 찬반 목록화하여 비교하는 방식.
• 프랭클린 리스트: 마음에 드는 후보가 여러 개일 경우 장점만 나열해 비교해보는 방식.
• 의사결정 나무: 운동 경기의 토너먼트처럼 대안을 두 가지씩 견주어보고 더 좋은 대안을 다음 라운드로 보내는 방식.
• 의사결정 매트릭스: 선택지를 표식화하여 점수를 매겨 선택하는 방식.
• 모든 선택지를 목록화하기/ 딱 하나만 고려하기
• 조각내기: 해결해야 하는 문제를 여러 개로 잘게 나누어 결정을 단순화하는 방식.
• 최상의 경우/최악의 경우 분석하기
• 시간여행하기: 내 선택은 10일 후․10개월 후․10년 후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장기적 관점에서 생각해보는 방식.


옳은 결정보다 중요한 건 후회하지 않는 결정이다

오류 없이 절대적으로 옳은 결정을 내리는 일은 가능할까? 요헨 마이는 단번에 완벽해질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모든 상황에서 실수 없는 결정을 내리기란 불가능하다. 따라서 우리는 여러 방향을 가늠해보고, 가능성을 고려해보고, 관련성을 찾아내고, 실수로부터 배우면서 계속 나아가야 한다. 잘못된 결정일지라도 장기적으로 보면 모든 결정은 우리를 목표로 더 가까이 이끈다. 결과적으로는 성공의 방향을 향해 나아가는 셈이다.
결정이 어려운 이유는 사실 비슷하다. 불안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어떤 대안이 더 좋을지, 무엇이 우리의 필요에 더 잘 맞을지 알지 못한다. 그래서 옳은 결정을 내리는 것보다 중요한 일은 후회하지 않는 결정을 하는 것이다. 상황에 딱 맞는 결정을 내리겠다며 고민만 거듭한다면 제자리걸음만 할 뿐이다.

좋은 결정이든 나쁜 결정이든 결정의 순간이 나를 만든다. 결과를 바꿀 수 없을 때도 있다. 하지만 우리가 그 일에 부여하는 의미는 바꿀 수 있다. 그러니 명심하라. 결정이 온전히 우리의 몫이라는 걸! _ 본문 299쪽

구매가격 : 11,300 원

나는 울 때마다 엄마 얼굴이 된다

도서정보 : 이슬아 / 문학동네 / 2018년 12월 07일 / EPUB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누드모델, 기자, 글쓰기 교사...
그리고 결국, 연재노동자!
매일 구독자들의 마음을 훔친
파격의 이메일 연재 <일간 이슬아>
SNS 세계의 셰에라자드 이슬아 작가의 그림에세이

“복희는 알려주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난에 지지 않고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를.”

신문과 잡지 하나 정기구독하는 이가 드문 젊은층 사이에서 최근 폭발적인 화제를 모은 ‘일간지’가 있다. 매체명 <일간 이슬아>.
아무도 청탁하지도, 플랫폼을 활짝 열어주지도 않았지만, 한 20대 작가가 ‘이 글을 써서 2500만 원의 학자금 대출을 갚아보겠다’며 매일 한 편의 수필을 구독자의 이메일로 전송해주는 셀프 연재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한 달 만 원, 글 한 편에 500원. 거리의 붕어빵이나 오뎅만큼 저렴하지만, 하루하루 고단한 이들의 마음을 데워주는 이야기들이 메일함에 쌓였다. ‘이 언니, 패기 쩐다!’ ‘출퇴근길엔 일간 이슬아’ 등의 놀람과 감탄이 SNS상에서 술렁였고, <일간 이슬아> 프로젝트는 6개월간 성황리에 이어졌다.
<일간 이슬아>의 발행인 ‘인간 이슬아’는 어떤 사람일까? 누군가에게 반드시 선택받거나 청탁받지 않아도 스스로 판을 만들어 작가로 살아갈 수 있음을 입증한 이 사람은 왜 글을 쓰기 시작했을까?
매일 구독자들의 마음을 훔친 파격의 이메일 연재 <일간 이슬아>의 이슬아 작가의 그림에세이가 문학동네에서 출간되었다. 이 책은 ‘인간 이슬아’의 작은 자서이자 그와 눈물샘과 삶이 연결된 복희라는 여성에 대한 이야기이다. 대학을 나오지 않은 60년대생 여자와, 등록금과 생활비를 스스로 벌어 대학을 다녀야 했던 90년대생 여자가 한국 사회에서 어떻게 노동하고 삶을 견디고 우정을 나누는가에 대한 기록이기도 하다.
누드모델, 기자, 만화가, 글쓰기 교사 등의 직업을 거쳐 마침내 독자들에게 자신의 이름이 박힌 책을 안고 다가온 작가, 이슬아. 연필로 슥슥 그린 듯한 만화와 함께 자신의 평범하고도 비범한 가족사를 담담한 문장으로 묘사한 이슬아 작가의 필력이 어우러진 이 책은, 지금 우리 시대 새로운 유형의 작가가 탄생하고 있음을 예고한다.

전화기 너머로 엄마 목소리를 듣자 엄마가 덮고 있을 이불이 생각났다. 그 이불에 묻은 커피 자국도 생각났고, 엄마의 배꼽 아래에 생긴 주름들이랑 엄마 발가락에 난 얇은 털도 생각났다. 그리고 엄마를 앓게 만들었을 일들을 생각했다. 그런 걸 생각할 때마다 나는 꼭 돈이 아주 많아지고 싶었다.
내가 돈이 많아지면 엄마에게 가장 주고 싶은 것은 시간이었다.
일을 멈춰도 되는 시간을 엄마에게 선물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207~208쪽)

태어나보니 가난이 디폴트!
숭고하지도 비참하지도 않은, 두 여성의 돈벌이 역사

가난한 집에서 태어난 우리의 엄마들은 왜 이다지도 비슷한 역사를 지닌 것일까. 공부하고 싶었고 그만한 재능이 있었지만, ‘가난이 디폴트 상태’인 집안에 태어난 60년대생 복희는 합격증을 받고도 대학 등록을 포기해야 하는 순간이 오자, 다락에 올라가 운다. 그리고 3일 뒤 부은 눈으로 양푼비빔밥을 한가득 비벼먹고 돈벌이 전선에 나선다. 복희는 수많은 직업을 전전한다. 이 사회가 아무런 배경도, 권력도 없고 학력조차 변변치 않은 여성에게 허락하는 돈벌이의 영역이란 비좁고 험하다. 부품 공장 경리, 식당 주방일과 서빙, 보험회사 직원, 소매점 카운터…… 복희는 수많은 직업을 전전하면서 자신의 삶을 지탱하고 결혼하고 마침내 자신의 아이를 낳는다. 복희의 딸 슬아는 때론 귀엽고 때론 감동적인 엄마 복희와 함께 울고 웃으며 유년기를 보낸다.
복희는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슬픈 순간을 슬아에게 대물림하지 않는다. 아프리카에까지 가서 일자리를 구하는 분투 끝에 복희는 어린 슬아의 삶을 지켜내고, 슬아는 무사히 성장해서 대학에 입학한다.

그러나 스스로 등록금과 생활비를 벌기 위해 각종 알바를 전전하던 슬아는 자꾸만 ‘시간’을 잃어간다.
‘돈이 없는 것보다 불행한 것은 시간이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 딸 슬아가 선택한 아르바이트는 시간 대비 고수익이 가능한 ‘누드모델’. 이 사실을 엄마 복희에게 말할까 말까 망설이던 슬아는 엄마에게 담담하게 자신이 하려는 누드모델 일에 대해 털어놓고, 엄마 복희는 새로운 일을 시작하려는 슬아에게 놀라운 선물을 건네는데……
구제 옷을 파는 엄마가 남들 앞에서 옷을 벗는 일로 돈을 벌겠다는 딸에게 준 선물은 무엇이었을까.

복희가 준 선물들, 복희와 나눈 모든 순간과 대화로 인해 슬아는 씩씩하게 돈을 벌고 읽고 쓰고, 계속해서 살아간다. 시급 4천 원짜리 서빙 알바를 하다가 시급 3만 원의 누드모델 일을 하기 위해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슬아가 겪은 일들에 대한 묘사는 이 책의 가장 빛나는 대목 중 하나다. 백화점 문화센터 누드모델 일을 하면서 아주머니들의 수다와 그녀의 ‘궁둥이’에 감탄하는 강사를 견딘 뒤, 슬아는 백화점 화장실에서 조금 운다. 그리고 마치 그 언젠가의 복희처럼, 눈물을 닦고 백화점 푸드코트에 내려가 열심히 밥을 먹는다.

온몸이 못 견디게 뻐근해질 즈음. 타이머가 울립니다. 드디어 네 시간짜리 일이 끝났습니다. 진이 빠집니다. 저는 무대에서 인사한 뒤 탈의실로 가서 옷을 입습니다. 탈의실이 무척 싸늘하다는 걸 이제야 실감합니다.
강의실을 빠져나오자 일하느라 잠시 구겨놨던 민망함과 서러움이 슬쩍 고개를 듭니다. 변덕스러운 저는 백화점 화장실로 가서 잠깐 눈물을 훔칩니다. 넓고 쾌적한 백화점 화장실에서는 울 맛이 나니까요. 더러운 화장실이라면 절대 안 울었을 것입니다. 아까 무대 위에서 모른 척하며 잠시 곱게 접어놓았던 느낌들을 다시 쫙쫙 펴서 곱씹습니다. 골반뼈의 통증과 어깨와 무릎의 뻐근함과 톡톡 튀는 다리 저림과 으스스한 추위와 중간에 지루한 듯 붓을 내려놓던 아줌마의 표정과 강사가 내 엉덩이보고 궁둥이라고 말할 때의 입모양 같은 것들을 떠올리며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립니다. 엄마가 보고 싶어져서 조금 더 웁니다.
이제 대충 다 울었습니다. 울고 나니 서러울 거 하나 없습니다. 오늘 번 돈만으로도 이번 달 전기세와 도시가스비와 인터넷 요금을 내고도 남는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조금 점잖아집니다. (…)
“돈 때문에 누드모델이 돼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시간 때문에 누드모델이 돼요. 시간을 버는 일이기도 하잖아요.”
(…) 상인들 중에서도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사람은 빌딩을 가진 사람도 아니고 자동차를 가진 사람도 아닌, 시간을 가진 상인이라고 믿는 우리. 시급 3만 원짜리 모델들. 비참한 마음 없이 벗은 몸을 팔 수 있는 상인들. (227~232쪽)

엄마 복희는 딸 슬아의 인생에 그 어떤 간섭도, 거짓말도, 잔소리도, 허황된 희망도 말하지 않는다. 그저 삶을 씩씩하게 견디고 살아내는 딸에게 ‘나는 그저 영원한 짝사랑을 하고 있어’라고 애틋한 말을 속삭여줄 뿐이다.
사람마다 나를 영원히 짝사랑하는 엄마가 등뒤에 있다는 것은 인생의 빛나는 축복이자 아련한 슬픔이다. 『나는 울 때마다 엄마 얼굴이 된다』는 문득 나의 유년기와 내가 돈을 벌기 위해 해내야 했던 일들, 그리고 그런 내 등 뒤에 조용히 서 있는 엄마를 돌아보게 하는 책이다.

책의 마지막 장면. 오토바이를 타고 책장 밖 거친 세상을 향해 달려나가는 듯한 슬아의 뒤에 복희가 올라타 있다. 복희는 슬아의 허리를 꼭 끌어안고 있다. 책장 밖에서 여전히 만만치 않은 삶을 이어갈 두 모녀의 삶을 독자들은 가만히 응원하게 될 것이다.
숭고하지도, 비참하지도 않은 돈벌이를 이어오며 이 삶을 살아낸 나의 엄마와 우리 각자의 삶도.

태어나보니 제일 가까이에 복희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가 몹시 너그럽고 다정하여서 나는 유년기 내내 실컷 웃고 울었다.
복희와의 시간은 내가 가장 오래 속해본 관계다. 이 사람과 아주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자라왔다. 대화의 교본이 되어준 복희. 그가 일군 작은 세계가 너무 따뜻해서 자꾸만 그에 대해 쓰고 그리게 되었다. 엄마와 딸, 서로가 서로를 고를 수 없었던 인연 속에서 어떤 슬픔과 재미가 있었는지 말하고 싶었다.
무엇보다 우정에 관한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우연히 만난 두 사람의 우정.
나를 씩씩하게 만든 이야기니까 누군가에게도 힘이 된다면 좋겠다.
_작가의 말에서

구매가격 : 9,700 원

당신이 반짝이던 순간

도서정보 : 이진순 / 문학동네 / 2018년 12월 07일 / EPUB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누구의 인생도 완벽하게 아름답지만은 않다.
그러나 누구에게나 한 방은 있다.”

세상을 밝히는 건, 잠깐씩 켜지고 꺼지기를 반복하는
평범한 사람들의 반짝임이다


2013년 6월, 첫번째 인터뷰는 이렇게 시작한다.

“희망을 찾고 싶었다. 개인적 경험의 틀 속에 갇히지 않고 낯선 것, 새로운 것, 나와 다른 것에 자신을 열어 그 신선한 소통으로 스스로 진화하는 열린 사람들을 만나고 싶었다. ‘혁명’이나 ‘진보’조차 낡고 진부한 용어가 되어버린 시대, 열린 사람들의 심장 소리만이 우리를 꿈꾸게 한다. 그들 심장의 고동 소리를 찾아 떠나는 모험의 이름은 ‘열림’이다. ‘열린 사람들의 어울림’이 되면 더할 나위 없겠고, 스스로를 ‘열기 위한 몸부림’에 그치더라도, 나는 이 탐험에 많은 이들이 동참하기를 소망한다. 세상을 바꾸는 건, 오래된 진보의 화석이 아니라, 그치지 않고 자라나는 열린 성장판이므로.”

그리고 6년 후, 마지막 인터뷰에 대한 이진순의 소회는 이러했다.

“열림의 마지막 인터뷰, 예멘 난민 살와의 기사가 온라인에 떴다. 살와와 그 아버지 자말에게 이메일과 문자를 보내며 마음을 졸였다. 그들이 혐오와 적대로 가득한 댓글이 달리기 전에 이 기사를 보길 원했다. 구글번역기로 기사를 읽으면서 살와가 그린 사랑스런 그림과 그들이 한 말이 제대로 실렸는지만 볼 수 있기를.
(…) 열림의 내 마지막 취재여행은 이렇게 끝났다. 수천 개의 악플이 달리는 걸 보면서도 나는 고래가 멀리 있지 않을 거라고 믿는다. 살와가 가진 기대와 꿈이 헛되지 않을 거라고, 차라리 그와 한편이 되어 매를 맞겠다.” _이진순 페이스북 글 중에서(2018. 7. 24.)

『당신이 반짝이던 순간』은 2013년부터 2018년 8월까지, 6년간 한겨레신문 토요판에 ‘이진순의 열림’이라는 제목으로 인기리에 연재된 122개의 인터뷰 가운데 가장 화제가 되었던 12편의 인터뷰를 묶은 책이다. 평범한 “삶의 어느 길목에선가 자신의 가장 선량하고 아름다운 열망을 끄집어내 한순간 반짝 빛을 더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진순의 인터뷰는 기사가 될 때마다 큰 반향을 일으켰으며, 인터뷰 대상이 된 인물들도 세간의 큰 주목을 받았다.
대중의 뜨거운 관심이라는 너울이 지나간 후, 그들의 삶에는 어떤 변화가 생겼을까. 그들의 ‘반짝이던 순간’은 계속되고 있을까. 저자는 ‘이진순의 열림’을 통해 주목 받았던 인물 중 세심하게 12명을 고르고 추가 인터뷰를 진행하여, 지면에 미처 다 싣지 못했던 기나긴 뒷이야기를 더했다.


누구의 인생도 완벽하게 아름답지만은 않다. 그러나 누구에게나 한 방은 있다. 삶의 어느 길목에선가 자신의 가장 선량하고 아름다운 열망을 끄집어내 한순간 반짝 빛을 더하는 사람들이 있어 세상은 망하지 않고 굴러간다. 세상을 밝히는 건, 위대한 영웅들이 높이 치켜든 불멸의 횃불이 아니라 크리스마스트리의 점멸등처럼 잠깐씩 켜지고 꺼지기를 반복하는 평범한 사람들의 짧고 단속적인 반짝임이라고 난 믿는다. 좌절과 상처와 굴욕이 상존하는 일상 속에서 최선을 다해 자신만의 광채를 발화하는, 평범한 사람들의 비범한 순간을 담고 싶었다.
_프롤로그에서


6년, 122명, 원고지 8000매로 기록한 진심들

이진순이 그간 인터뷰를 통해 만난 인물은 총 122명, 녹취록 분량만 원고지 8000매에 이른다. 일주일간의 사전 자료 조사와 질문지 작성 그리고 이어지는 인터뷰, 그다음 일주일 동안 원고 구성을 비롯해 추가 자료 조사와 추가 인터뷰를 진행하고 기사를 송고하는 일. 그 일을 이진순은 6년간 해왔다. 6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작업을 꾸준히 해올 수 있었던 건, 삶을 긍정하고 사랑하며 살고자 했던 이들의 이야기가 많은 이들에게 용기와 감동을 줄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었다. 또한 인터뷰가 어렵게 인터뷰에 나선 이들의 진심에 대한 기록이자 진심이 전해지는 작은 통로라는 믿음 때문이었다.

이진순의 인터뷰를 통해 관심을 받았던 이들은 김민기, 이국종, 채현국 그리고 고 김관홍 잠수사의 아내 김혜연과 노태강 등 헤아리기 어렵다. 인터뷰에 응하지 않았던 인물들도 이진순과의 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진심을 알렸다. ‘이진순은 자신의 짧은 글로는 삶과 죽음에 대한 표현이 정밀하게 나아가질 못한다고 답답해했지만, 나는 이진순이 써내려간 글 행간의 날카로운 단면에서 진정성 있는 그녀의 목소리를 느꼈다. 나는 진실로 이진순이 진정성을 가지고 보낸 많은 시간들에 대해 감사한다.’(외과의사 이국종) ‘세상에 알려진 작가로서의 ‘나’라는 객관성이 무엇인가를 배웠다. 그리고 까맣게 잊고 있었던 내 숨겨진 과오들이 드러나는 고통과 자책도 느낄 수 있었다.’(소설가 황석영) ‘발견당한 기분을 오래도록 음미하고 싶었다’(소설가 손아람)는 인터뷰이의 소회는 말 한마디 숨소리 하나마저 세심하게 담아내고자 했던 이진순을 드러내준다.

책에는 그중 12명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1부 ‘마음이 이끄는 길을 따라’에서는 세월호 민간잠수사인 고 김관홍 잠수사의 아내 김혜연, 아주대학교 경기남부권역중증외상센터장 이국종, 전 문체부 체육국장이자 현 문체부 제2차관 노태강 그리고 영화감독 임순례를 담았다. 이들은 그 투박한 진심과 업(業)에 대한 단호함 하나로 자신의 길을 뚜벅뚜벅 걸어온 이들이다. 2부 ‘상처의 자리를 끌어안다’에서는 대한민국 꼰대의 삶을, 베트남전 민간인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성소수자들의 상처를, 그리고 90년대 운동권 청년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최현숙 구술생애사 작가와 구수정 베트남 평화활동가, 성소수자부모 뽀미와 손아람 소설가의 인터뷰를 통해 상처의 자리를 보듬고 껴안아 한 발씩 나아가는 이들의 목소리를 실었다. 인터뷰이들은 살며 활동하며 받았던 상처들을 고백하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그 용기 있는 고백이 누군가에게 가닿아 또다른 희망을 틔울 것임을 알기 때문이다. 3부 ‘저항하고 거부하며 선택한 삶’에서는 세상에 몸으로 직접 맞선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발달장애인 동생을 데리고 시설 밖으로 나와 일상을 꾸려가는 다큐멘터리 감독 장혜영, 안정된 중산층 주부의 삶을 박차고 일흔이 넘은 현재까지 현역 화가로 활동중인 윤석남, 생이 곧 현대사의 굴곡과 일치했던 소설가 황석영, 잘나가던 탄광업을 정리하고 전 재산을 사회에 환원한 채현국 선생이 그들이다.


“사람들은 ‘옳다, 그르다’를 따지는 게 생각인 줄 알아요.
생각은 저항하고 거부하는 거예요.”

인터뷰를 통해 ‘노인들을 봐주지 말라’는 채현국 선생의 쓴소리가 전해졌을 때, 사람들은 이를 신선하고 유쾌한 충격으로 받아들였다. 그후 4년이 지났고 책에는 선생과의 추가 인터뷰가 담겼다. 인터뷰는 촛불민심으로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되고 남북정상회담이 성사된 때 이뤄졌다. 채현국 선생은 지배세력이 ‘대가리’를 자른 것일 뿐이며 몸통은 그대로 남아 있으니, 세상이 바뀌었다고 착각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진리라 믿는 모든 것을 의심하고 거부하는 진짜 ‘생각’을 해야 한다고 했다.

사람들은 ‘옳다, 그르다’를 따지는 게 생각인 줄 알아요. 그걸 생각이라고 훈련시키니까. 생각은 그런 게 아녜요. 생각은 저항하고 거부하는 거예요. ‘그게 아닐 텐데……’ 하면서 모든 진리에 대해 회의하는 것. 그게 진짜로 생각하는 거라고요. _본문 313쪽

저자 이진순은 말한다. 대중이 이 인물들에게 그토록 환호했던 건, 이들이 세상을 빛내려는 원대한 목표를 가졌기 때문이 아니라 아무도 보지 않는 세상을 홀로 묵묵히 비추었기 때문이라고. 『당신이 반짝이던 순간』은 입지전적 성공을 거둔 사람이 아닌, 매 순간 망설이고 갈등하지만 결정적 순간에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어낸, 보통사람들을 조명함으로써 많은 독자들에게 위안을 줄 것이다. 누구에게나 반짝 빛나는 순간이 있다. 어려움을 딛고 타인과 함께하겠다는 결심이 빛나는 순간이 있다. 그 순간을 믿으며 희망의 끈을 놓지 않도록 하는 것이 이진순 인터뷰의 힘일 것이다. 누구도 완벽하진 않지만, 누구에게나 한 방이 있다.

구매가격 : 12,000 원

걷는 사람, 하정우

도서정보 : 하정우 / 문학동네 / 2018년 12월 07일 / EPUB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걸어서 출퇴근하는 배우, 하정우

그에게 걷기란,
두 발로 하는 간절한 기도
나만의 호흡과 보폭을 잊지 않겠다는 다짐
아무리 힘들어도 끝내 나를 일으켜 계속해보는 것

영화배우, 감독, 그리고 그림 그리는 사람. 스크린과 캔버스를 넘나들며 자신만의 활동을 펼쳐온 배우 하정우가 이번엔 새 책을 들고 에세이 작가로 찾아왔다. 문학동네에서 출간된 하정우 에세이의 제목은 『걷는 사람, 하정우』.
이 책에서 하정우는 무명배우 시절부터 트리플 천만 배우로 불리는 오늘에 이르기까지 서울을 걸어서 누비며 출근하고, 기쁠 때나 어려운 시절에나 골목과 한강 변을 걸으면서 스스로를 다잡은 기억을 생생하게 풀어놓는다. 이 책에는 ‘배우 하정우가 지금까지 그가 걸어온 길’과 ‘자연인 하정우가 실제로 두 발로 땅을 밟으며 몸과 마음을 달랜 걷기 노하우와 걷기 아지트’, 그리고 걸으면서 느낀 몸과 마음의 변화’에 대한 이야기가 모두 담겨 있다.
배우 하정우는 하루 3만 보씩 걷고, 심지어 하루 10만 보까지도 기록한 적 있는 유별난 ‘걷기 마니아’로 알려져 있다. 손목에 걸음수를 체크하는 피트니스밴드를 차고서 걷기 모임 친구들과 매일 걸음수를 공유하고, 주변 연예인들에게도 ‘걷기’의 즐거움과 효용을 전파하여 ‘걷기학교 교장선생님’ ‘걷기 교주’로도 불린다.
그는 강남에서 홍대까지 편도 1만 6천 보 정도면 간다며 거침없이 서울을 걸어다닌다. 그에게 웬만한 이동거리의 단위는 ‘차로 몇 분 거리’ ‘몇 킬로미터’가 아니라 ‘도보로 편도 몇 분’이 더 익숙하다. 심지어 비행기를 타러 강남에서 김포공항까지 8시간에 걸쳐 걸어간 적도 있다는 그에게 ‘걷기’란 단순한 운동이 아니라, 숨쉬고 명상하고 자신을 돌보는 또다른 방식이다.
“엄청 바쁠 텐데 왜 그렇게 걸어다니나요?”
“언제부터 그렇게 걸었어요?”
희한하다 싶을 정도로 걷고 또 걷는 배우 하정우를 향한 이 질문들에, 이제 그가 이 책 『걷는 사람, 하정우』로 답하려 한다.
하정우 에세이 『걷는 사람, 하정우』는 서점에 풀리자마자 주문이 쇄도해 출간 당일 2쇄에 돌입하며, 연말 서점가와 출판계에도 훈풍을 불어넣고 있다.

글쎄, 언제부터였을까? 돌아보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오직 걷기밖에 없는 것만 같았던 시절도 있었다. 연기를 보여줄 사람도, 내가 오를 무대 한 뼘도 없었지만, 그래도 내 안에 갇혀 세상을 원망하고 기회를 탓하긴 싫었다. 걷기는 가진 게 아무것도 없는 것만 같았던 과거의 어느 막막한 날에도, 이따금 잠까지 줄여가며 바쁜 일정을 소화해야 하는 지금도 꾸준히 나를 유지하는 방법이다.
이 점이 마음에 든다. 내가 처한 상황이 어떻든, 내 손에 쥔 것이 무엇이든 걷기는 내가 살아 있는 한 계속할 수 있다는 것. _서문에서

강남에서 홍대까지 걷는다, 하루 3만 보, 가끔은 10만 보…
좋아하는 사람들과 나란히 걷고,
맛있는 것을 먹고, 많이 웃고, 오래 일하고 싶은
자연인 하정우의 발자국

영화 속 찰진 ‘먹방’으로도 자주 회자되는 그는 스스로 ‘걷기를 즐기지 않았더라면 족히 150kg은 넘었을 것 같다’고 말할 정도로 실제로도 잘 먹고 많이 먹는다. 그러나 그는 좀 덜 먹고 덜 움직이기보다는 좋아하는 사람들과 이 세상의 맛있는 것들을 직접 두 손으로 요리해 먹고 두 발로 열심히 세상을 걸어다니는 편을 택하겠다고 말한다. 그는 이 세상의 맛있고 아름답고 좋은 것들을 충분히 만끽하고 감탄할 줄 아는 사람이다.
그는 한강 주변을 ‘내 집 앞마당’이라 생각하고 걷는다. 이 책에는 그가 길 위에서 바라본 ‘매직 아워’의 하늘, 노을, 무지개, 그의 새벽 걷기의 쉼터이자 간이카페가 되어주는 한강 편의점, 함께 걷는 길동무, 종일 걸은 후에 그가 직접 요리해 먹는 단순하지만 맛깔나는 음식 등, 그가 채집한 일상의 조각들이 스냅사진으로 실려 있다.
영화 <터널>을 촬영할 때, 터널 안에 매몰된 ‘정수’의 초췌하고 마른 몸을 표현하기 위해 촬영중 단기간에 혹독한 다이어트를 해야 했을 때도 그가 택한 것은 역시 ‘걷기’였다. 그러나 그에게 걷기는 단지 몸관리의 수단만은 아니다.
하정우에게 걷기란 지금 손에 쥔 것이 무엇이든, 어떤 상황에 처해 있든 두 다리만 있다면 굳건히 계속할 수 있는 것이다. 슬럼프가 찾아와 기분이 가라앉을 때, 온 마음을 다해 촬영한 영화에 기대보다 관객이 들지 않아 마음이 힘들 때, 그는 방 안에 자신을 가둔 채 남 탓을 하고 분노하기보다 운동화를 꿰어신고, 그저 걷는다.
걸으면서 복기하고 스스로를 추스른다. 일희일비하지 말자고, 지금 이 순간조차 긴 여정의 일부일 뿐이라고, 그리고 결국은 잘될 것이라고.

2015년 내가 주연과 감독을 맡은 <허삼관>이 개봉했을 때, 나는 한창 <암살>의 주요 장면을 촬영하고 있었다. <허삼관>은 기이할 정도로 관객이 들지 않고 있었다. 부랴부랴 이유를 찾다가, 나 자신을 질책하다가, 눈떠보면 <암살> 촬영 시간이 닥쳐와 있었다.
촬영장에 가는 것조차 너무나 힘이 들었다. 왜냐하면 사람들이 분명 나를 위로하려 할 테니까. 어떤 사람은 별일 아닌 척 담담하게 나를 토닥일 테고, 또 누군가는 까맣게 타는 내 속마음을 눈치채고 어떤 말을 꺼내야 할지 조심스러워할 것이다. 그 모두가 고스란히 느껴져서 나는 더 불편했다.
갑자기 바보가 된 것 같았다. 사람들 앞에서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도 모르겠고, 나의 아픈 마음을 어떻게 털어놓아야 하는 건지, 사람들의 위로는 어떻게 받아야 하는 건지 아무것도 알 수가 없었다. 촬영장에서 유쾌하게 농담을 건네고 사람들을 웃기던 하정우는 사라져버리고, 무슨 짓을 해도 사람들과 어울리기 힘든 어둡고 우울한 남자만 거기 남아 있었다.
아침에 촬영장으로 향하는 출근길, 나는 한 시간씩 기도했다. 제발 내가 맡은 연기만은 무사히 소화하게 해달라고. _「왜 자꾸만 나를 잃어버리지?」, 35~36쪽

‘믿고 보는 배우’로 불리는 하정우에게도 성공과 실패는 해가 뜨고 지는 것처럼 거듭 찾아온다. 때론 댓글에서 “하정우씨, 감독은 하지 말고 그냥 배우만 하세요!” 같은 신랄한 평도 뜬다. 그럼에도 그는 계속 간다. 배우뿐만 아니라 감독과 제작자라는 멀고 험하지만 영화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길로 조금 더 멀리 걸어가보려 한다.

사실 배우로서든 감독으로서든 새 영화를 시작할 때 나는 늘 두렵다. 그러나 그 두려움이 나를 주저앉히거나 새로운 시도를 아예 못하도록 막지는 않는다. 또한 성공과 실패란 단순히 흥행의 그래프만으로는 확정할 수 없는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허삼관>은 흥행에는 실패했지만 ‘나의 실패작’은 아니다. 내가 <허삼관>을 연출하면서 받은 선물들은 물질로는 다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누군가 내게 “하정우씨, 배우만 하세요”라고 말할 때 나는 예전에는 상처받았지만, 앞으로는 상처받지 않으려 한다. 그건 내가 배우로서는 대중들에게 꽤 친숙하고 그럭저럭 잘해왔다는 뜻 아닌가. 감독 하정우는 배우 하정우에게 빚졌지만, 언젠가는 감독 하정우가 배우 하정우에게 그 빚을 갚을 날도 있으리라 생각한다. 배우 하정우는 지금까지 많은 행운과 사랑을 누렸고 순탄한 길을 걸어온 편이지만, 스무 살에 연극무대에 오른 이후 서른 무렵 10년 만에 간신히 빛을 본 사람이기도 하다. 그에 비하면 영화감독 하정우는 이제 데뷔한 지 고작 몇 년밖에 안 된 신출내기다. 감독으로서의 성공과 실패를 운운하기엔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 _「왜 사랑받지 못했을까?」, 229~231쪽

화려한 필모그래피 너머
그가 흘린 땀과 간절한 기도의 기록―
하정우는 어떻게 영화를 선택하고 만들어가는가

<군도> <암살> <터널> <베를린> <아가씨> <신과 함께> 등 그의 화려한 필모그래피 뒤에 숨어 있는 그의 땀과 기도를 엿볼 수 있다는 것은, 이 에세이를 읽는 특별한 즐거움이자 감동이다.
많은 사람들이 그에게 영화를 고르는 안목이 범상치 않다고들 하지만, 그는 작품을 결정할 때 ‘책’(시나리오)만 보는 것이 아니라 그 ‘책’을 들고 온 ‘사람’을 들여다본다. 그가 영화를 찍는 동안 동행으로 삼아야 할 사람이 어떤 길을 걸어온 사람인지를 살피는 것이다. 실제로 배우가 처음 받아보는 단계에서 이미 완벽하게 짜인 시나리오는 드문 편이라고 그는 말한다. 영화 시나리오도 스태프와 배우들이 모두 꾸려지면, 함께 대화하고 고민하며 완성본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1편과 2편 모두가 천만 관객을 넘어선 <신과 함께>에 합류하기로 결심할 때도, 그는 전작 <미스터 고>에서 처음으로 쓴 맛을 본 김용화 감독이 자신에게 ‘가장 절실한’ 가족 이야기로 되돌아왔다는 점에 주목했다. 한국에서 판타지물이 성공을 거둔 사례가 드물고, 손익분기점이 까마득하게 높다는 점도 그의 결단에 큰 영향을 끼치진 못했다.
중요한 것은 ‘누구’와 동행이 되어 한 편의 영화라는 먼 길을 함께 걸어가느냐였다.

<신과 함께—죄와 벌>은 알고 보니 김용화 감독이 실제로 어머니와의 관계에서 못다 한 이야기를 극에 담은 것이었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신과 함께> 1편을 ‘돌아가신 어머니를 향한 진혼곡’이라 표현했다. 언뜻 일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부수적인 요인처럼 보이지만, 내겐 그것이 이 영화를 선택하는 무엇보다 확실하고 결정적인 요소가 되었다. 나는 이 영화가 잘될 수 있다는 확실한 느낌을 받았다. 때로 이 확실한 예감은 영화에 관계된 누군가의 ‘절실함’에서 나온다. 나는 그의 절실함에 공감했고, 그의 동행이 되어주고 싶었다.
내게는 ‘어떻게 시나리오를 고르는가?’라는 질문보다 ‘어떤 사람들과 일하길 좋아하느냐’라는 질문이 더 맞는 것 같다. 배우가 받아보는 단계에서 사실 완벽하게 짜인 시나리오는 거의 없다. 시나리오는 언제나 배우와 스태프가 모두 구성된 후 함께 이야기하고 토론하며 개선해나가는 것이다. 한 절반 정도는 바꿀 생각을 하고 들어가는 거다. 나는 현재 시나리오의 반을 더 낫게 바꾸어나갈 열린 생각과 에너지를 가진 사람, 나와 절실함을 나눌 수 있는 사람들과 일하길 좋아한다. _「내가 동행을 선택하는 법」, 239쪽

그가 걷기를 통해 배운 것은 걷기도, 일도, 인생도, ‘내 숨과 보폭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남 탓을 하고, 여건을 탓하고, 대중을 탓하고, 분위기를 따지는 법이 없다. 그저 건강한 두 다리가 있다는 것에 감사하며 자신의 앞에 펼쳐진 길을 기꺼이 즐기면서 걸어간다.
사람들이 쉽게 ‘성공’과 ‘실패’의 양극단으로 나누어 단정지어버리는 순간조차 자신이 끝까지 걸어야 할 긴 여정의 일부라 믿는 그의 시야로 세상을 바라보다보면, 문득 하정우처럼 내 숨과 보폭으로 걷고 싶어진다. 살아가면서 그 어떤 조건과 시선에도 휘둘리지 않고 두 다리만 있다면 ‘계속할 수 있는 것’이 있다는 것은 든든한 일이다.
좋아하는 사람들과 나란히 걷고, 맛있는 것을 함께 먹고, 많이 웃고, 오래 일하고 싶은, 자연인 하정우의 발자국이 이 책에 활자로 남았다.
하정우에게 ‘걷기’는 두 발로 하는 간절한 기도, 그리고 어떤 경우에도 계속되어야 할 ‘삶’ 그 자체다.


삶은 그냥 살아나가는 것이다. 건강하게, 열심히 걸어나가는 것이 우리가 삶에서 해볼 수 있는 전부일지도 모른다.
살면서 불행한 일을 맞지 않는 사람은 없다. 나 또한 마찬가지일 것이다. 인생이란 어쩌면 누구나 겪는 불행하고 고통스러운 일에서 누가 얼마큼 빨리 벗어나느냐의 싸움일지도 모른다.
누구나 사고를 당하고 아픔을 겪고 상처받고 슬퍼한다. 이런 일들은 생각보다 자주 우리를 무너뜨린다. 그 상태에 오래 머물면 어떤 사건이 혹은 어떤 사람이 나를 망가뜨리는 것이 아니라 내가 나 자신을 망가뜨리는 지경에 빠진다. 결국 그 늪에서 얼마큼 빨리 탈출하느냐, 언제 괜찮아지느냐, 과연 회복할 수 있느냐가 인생의 과제일 것이다. 나는 내가 어떤 상황에서든 지속하는 걷기가 나를 이 늪에서 건져내준다고 믿는다.

티베트어로 ‘인간’은 ‘걷는 존재’ 혹은 ‘걸으면서 방황하는 존재’라는 의미라고 한다.
나는 기도한다.
내가 앞으로도 계속 걸어나가는 사람이기를.
어떤 상황에서도 한 발 더 내딛는 것을 포기하지 않는 사람이기를.
_「걷는 자를 위한 기도」, 291~292쪽)

구매가격 : 10,900 원

살아서 가야 한다

도서정보 : 정명섭 / 교유서가 / 2018년 11월 30일 / EP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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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념과 이론, 역사와 이슈를 총망라한 가장 완벽한 ‘진화’ 책

‘진화’만큼 일상에서 흔하게 쓰이는 과학 용어도 드물다. 대개는 진보와 개선 같은 긍정적 변화에 대한 은유적 표현으로 자주 언급된다. 또한 ‘진화’경제학, ‘진화’심리학, ‘진화’의학, ‘진화’ 컴퓨팅 등 최근 주목받는 융합 학문의 접두사로도 종종 사용된다. 창조과학 논쟁과 더불어 뉴스에서도 이 ‘진화’라는 단어가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하지만 막상 과학으로서의 ‘진화’는 낯설기 그지없다. 진화론은 교과 과정에서 적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전공자가 아닌 이상에야 접하기 어렵다. 개인적인 호기심에 이끌려 생물학 교과서나 『종의 기원』 같은 고전을 열어보더라도 높은 난이도에 좌절하기 십상이다. 시중에 나와 있는 진화 관련 교양서 대부분은 세부 주제나 특정 이슈를 다루는 데 집중되어 있어 산발적으로 습득한 지식을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것은 결국 독자의 몫이다.
『진화: 모든 것을 설명하는 생명의 언어』는 진화론의 역사부터 진화의 핵심 개념과 원리, 풍부한 연구 사례와 인물 중심의 다양한 에피소드에 이르기까지, 진화의 모든 것을 총망라하며 대중서와 전공서 간의 훌륭한 가교가 되어줄 과학 교양서다. 『기생충 제국』, 『바이러스 행성』 등으로 국내에서도 잘 알려진 과학 저술가 칼 짐머가 쓰고 스티븐 제이 굴드, 제인 구달, 스티븐 핑커, 로빈 던바 등의 세계적 과학자들이 자문으로 참여한 이 책은 탄탄한 줄거리와 풍부한 스토리텔링, 구체적이고 엄밀한 과학 지식을 두루 갖추고 있다. 《디스커버》와 《뉴 사이언티스트》에서 ‘최고의 과학책’으로 선정되며 그 우수성을 인정받은 『진화』는 2006년 칼 짐머의 서문과 새로운 연구 결과가 반영된 개정판을 따른 것으로 과학으로서의 진화를 이해하고자 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훌륭한 입문서가 될 것이다.

진화, 세상을 보는 새로운 프레임으로 우뚝 서다

1836년 비글호 항해에서 돌아온 다윈은 자신이 수집한 지질학, 고생물학, 생태학 증거들을 바탕으로 생물종들이 가지를 쳐나가는 계통도를 그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1859년 “살인을 자백하듯” 세상에 수줍게 내놓은 다윈의 『종의 기원』은 첫날에 초판 1,250부가 모두 팔려나갈 정도로 큰 파장을 일으켰다. 그의 자연선택 이론은 종교적 세계관을 능가하는 탁월한 설명력으로 사람들을 매료시키기도, 공분을 사기도 했다.
하지만 오늘날의 진화론은 다윈의 자연선택 메커니즘에 국한되어 있지 않다. 이 책은 다윈의 아이디어가 지구의 나이 문제나 형질의 유전 문제를 훌륭하게 극복하고 ‘현대적 종합론’으로 거듭나는 과정을 흥미진진하게 묘사한다. 그 과정에서 독자들은 다윈의 진화론 전파에 앞장서며 논쟁도 서슴지 않았던 ‘다윈의 불도그’ 토머스 헉슬리를 비롯해 지구의 나이 문제로 다윈을 ‘멘붕’에 빠뜨렸던 윌리엄 톰슨, 유전의 법칙을 발견한 그레고어 멘델부터 종의 다양성을 유전학적으로 설명해낸 테오도시우스 도브잔스키, 화석 연구로 다윈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데 성공한 조지 심슨, 44년간 섬에 머물며 갈라파고스핀치의 진화를 목격한 그랜트 부부까지, 현대 진화 연구의 초석을 마련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생명의 다양성과 자연의 경이를 우아하게 설명해주는 진화의 통찰

생명은 언제 어떻게 시작되었는가? 생물종이란 무엇이며 새로운 생물종은 어떻게 탄생하는가? 대량 멸종은 생물의 역사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가? 이에 대해 사람들은 어떤 절대자의 의지와 목적에서 그 답을 찾으려 애썼다. 대표적으로 영국 사제였던 윌리엄 페일리는 길에 떨어진 시계를 보면 그 제작자의 존재를 자연스레 떠올리듯, 시계보다 훨씬 정교한 생명체들은 당연히 신의 창조물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진화는 신 같은 초월적 존재의 통제 밖에서도 얼마든지 생명의 다양성과 자연의 경이로움을 설명할 수 있다는 점을 충분히 보여줬다. 특히 자연선택에 더해 공진화나 성선택 개념이 등장하면서 진화의 통찰은 더욱 깊어졌다. 공진화는 인간을 정점으로 하는 피라미드를 무너뜨리고 긴밀하게 상호작용하는 관계의 그물로 생태계의 그림을 새로 그렸다. 성선택은 자기 유전자를 퍼뜨리고자 하는 욕구를 통해 공작의 화려한 깃과 수탉의 커다랗고 붉은 볏을 비롯, 영아 살해, 이타주의와 같은 자연의 미스터리를 훌륭하게 해결했다. 그 외에도 진화의 핵심 개념과 주요 원리가 다양한 사례와 함께 이 책에서 알기 쉽게 소개되고 있다.

인류 기원의 수수께끼를 풀고 형이상학적 목적론에서 인간 존재를 해방시킨 진화의 힘

인류의 기원은 진화 과학에서 가장 흥미진진한 분야다. 다행히도 우리 조상은 뼈 화석뿐만 아니라 의복, 도구, 예술 등의 여러 흔적을 남겼다. 오늘날 가장 유력한 가설은 현생 인류(호모 사피엔스)가 20만 년 전 아프리카에서 처음 나타나 뛰어난 정신적 능력을 바탕으로 네안데르탈인이나 호모 에렉투스와의 경쟁에서 모두 승리하고 전 세계를 지배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언어, 마음, 사회의 탄생에 대해서도 진화적 사고는 새로운 관점을 제공한다.
하지만 일부 종교는 신의 존재와 인간의 특별한 지위를 부정한다고 생각해 오늘날에도 진화론을 인정하지 않는다. 저자는 이 책 말미에서 미국을 배경으로 한 진화론과 창조론 간의 논쟁을 상세하게 다룬다. 우리나라 또한 진화론-창조론 논쟁에서 자유롭지 않기에 이 책은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불과 지난 몇 년 사이에 국내 유명 대학에서 창조과학 수업이 개설될 뻔하고 연구개발(R&D) 예산권을 가진 정부 부처 장관에 창조과학회 활동 이력이 있는 후보자가 지명되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최근에는 고인류학 연구 결과를 왜곡 보도한 외신 기사가 그대로 번역되어 ‘진화론이 근거를 잃었다’는 식의 제목으로 퍼져 한바탕 소동이 일었다. 이런 상황에서 이 책은 오늘날 과학과 종교 간의 바람직한 관계를 깊게 생각해볼 수 있는 지적 토대를 제공해준다.

구매가격 : 9,400 원

소설의 기술

도서정보 : 존 가드너 / 교유서가 / 2018년 11월 30일 / EP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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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비커밍(Becoming)」은 미국 최초의 흑인 퍼스트레이디 미셸 오바마의 첫 자서전이다.
2009년 전 세계를 놀라게 하며 백악관에 입성한 그녀는, 이후 놀라운 행보를 거듭하면서 전 세계 여성들과 아이들을 위해 일했다. 미셸은 아동 비만과 전쟁을 벌였고 건강한 식탁을 만들기 위해 식품회사들과 싸웠다. 전 세계 소녀들의 교육을 위해 캠페인을 벌이는 한편, 흑인 여성에 대한 편견에 당당하게 맞섰다. 그녀는 귀여운 두 딸과 함께 백악관을 역사상 가장 따뜻한 곳으로 만들었으며, 고루한 권위를 깨뜨리는 가장 지적이고 검소한 퍼스트레이디가 되었다. TV 쇼에 나가 펑크뮤직에 맞춰 춤을 추고, 차 안에서 비욘세의 노래를 불렀던 그녀는 이제 수많은 배척과 질투, 뿌리 깊은 두려움을 물리치고 세계 여성들의 롤모델이자 희망과 가능성의 아이콘이 되었다.

역대 최고 730억 판권액,
예약 판매만으로 아마존 1위에 등극한 화제작

이런 그녀의 자서전 출간은 그 사실만으로 이미 큰 화제가 되었다. 남편 버락 오바마와 그녀의 자서전 판권은 이전 미국 대통령들의 판권 가격의 4배를 넘어서면서 사상 최고액으로 판매되었고(약 730억 원 추정), 오바마 부부가 남태평양의 테티아로아섬에서 집필에 들어갔다는 사실까지 보도되며 화제를 모았다. 국내에서도 치열한 판권 경쟁 끝에 웅진씽크빅에서 한국어판 판권을 따냈으며, 힐러리 클린턴의 자서전「살아 있는 역사」를 40만 부 판매한 경험을 살려 11월 13일(한국 시간 14일) 전 세계 동시 출간할 예정이다(버락 오바마의 자서전은 2019년 하반기에 출간될 예정). 번역은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 」 등 페미니즘 관련 도서들을 번역해 최근 더욱 유명해진 김명남 번역가가 맡아 원서의 섬세한 결까지 담아냈다.

특히 이 책 「비커밍」
은 미셸 오바마의 첫 자서전일 뿐 아니라, 유례없는 솔직함과 드라마틱한 인생 스토리로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 「비커밍」은 예약 판매만으로 이미 아마존 종합순위 1위를 기록한 바 있으며, 그녀의 출간 기념 세계 투어는 모든 도시에서 매진 행렬을 이어가고 있다. 또한 「비커밍 」의 집필 및 제작 과정은 007 작전을 방불케 하는 보안 속에 이루어지고 있어, 아직까지 표지를 제외한 그 어떤 내용도 알려진 바 없다. 미국 펭귄랜덤하우스 출판사에서도 초판 150만 부라는 전례 없는 제작 부수로 독자들의 기대를 증명하고 있다.

세상에서 가장 드라마틱한 인생,
편견과 배척을 뛰어넘어 세상을 바꾸고자 한 삶의 기록

「비커밍」은 시카고의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난 한 여자아이의 드라마틱한 인생 역정이자, 우리 시대가 낳은 소중한 희망과 가능성의 연대기이다. 이 책에서 미셸은 어릴 적 자신을 낳고 키워주신 부모님의 따뜻한 애정과 단단한 가르침, 고향의 추억들을 전한다. 그러면서도 미국 사회에서 흑인 여성으로 자라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또 그것들을 넘어서서 당당하게 살아남기 위해 어떤 노력과 행운이 필요했는지를 솔직하게 이야기한다. 그리고 그렇게 안간힘을 쓰면서 살아가던 자신에게 어느날 갑자기 날아든 한 남자, 버락 오바마를 만나면서 인생이 어떻게 새로운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게 됐는지, 그와의 연애와 결혼, 삶은 어땠는지 한 번도 공개한 적이 없었던 내밀한 이야기까지 털어놓는다.
「비커밍」은 한 소녀가 여성, 엄마, 퍼스트레이디로 거듭나면서 인생과 사람을 알아나가는 성장 스토리이자, 수많은 배척, 편견과 싸워나가면서 세상을 바꾸고자 한 치열한 삶의 기록이다. 그녀는 일과 육아에 지쳐 남편과 매일 싸워야 했던 여성으로서의 고통을 들려주는 한편, 악랄한 음해를 실력과 당당함으로 넘어서야 했던 흑인으로서의 경험을 생생하게 들려준다. 자신의 꿈이 뭔지도 모르고 좋은 직업을 위해 내달리던 모습과 실패들을 솔직하게 고백하는가 하면, 수많은 사람들로부터 받은 도움을 통해 껴안게 된 가슴 뭉클한 희망과 비전을 펼쳐 보이기도 한다.
흑인 노예의 후손으로 태어나 백악관의 주인이 되기까지, 가장 드라마틱한 삶을 살아온 그녀는 그 소중한 경험을 통해 우리에게 절대 자신의 인생을 포기하지 말라고 말한다.

“희망 말고는 줄 것이 없습니다.
걱정 말고, 미래를 그리세요.”

구매가격 : 13,500 원

결국 왔구나

도서정보 : 무레 요코 / 문학동네 / 2018년 11월 30일 / EP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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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루리웹, 디시갤러리, 웃긴대학… 아니, 주식 카페에까지?
‘친절한 티벳여우’가 도대체 뭔데 이래?

2017년 어느 날부터 각종 유머 게시판, 개발자 커뮤니티, 덕후(일본어 오타쿠를 한국식으로 발음한 ‘오덕후’의 줄임말) 사이트는 물론이고 주식 카페, 맘 카페에까지 오르내리는 이름이 하나 있었다. 일명 ‘친절한 티벳여우’. 정체는 대사 하나 없는 일본의 네 컷 만화다.

만화의 주인공은 우리나라에서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요.” 무념무상의 상징이 된 중년의 티베트모래여우 스나오카 씨. 일본의 만화가 큐라이스가 취미로 트위터에 올리기 시작한 이 네 컷 만화는 일본 열도를 넘어 소리 소문 없이 한국으로 흘러들어왔고, 사람들은 자체적으로 이 만화에 ‘친절한 티벳여우’라는 제목을 붙여 곳곳에 퍼 나르기 시작한다.

▶ “늑대한테 설렌 거 처음이다” “멋져… (두근)”
“이건 그냥 무조건 힐링” “근데 왜 이렇게 짠하지?”

덥수룩한 털, 무념의 눈빛, 험상궂은 표정. 이건 늑대인가 곰인가 여우인가. 티베트모래여우 스나오카 씨는 고단한 직장생활부터 혼자 딸을 키우는 싱글대디 생활까지, 기대 이상으로 넓고 깊고 다양한 이야기로 우리를 열광케 한다.

어깨를 주물러주는 척하며 여직원을 추행하려는 상사를 막아내고, 한여름 자동차에 갇힌 아이를 구하기 위해 차 유리창을 돌로 깨부순다. 강력한 체술로 강도를 때려잡는가 하면, 지하철 쩍벌남 정도는 눈빛 하나로 제압한다.

강자에겐 이토록 강하지만 반면 약자에게는 한없이 약한 스나오카 씨. 극장의 뒷자리 꼬마아이를 위해 몸을 낮춰주고, 택배 배달원에게는 말없이 음료수를 건넨다. 편식하는 딸아이를 위해 거의 모든 음식을 직접 만들고, 우는 딸을 달래기 위해 꿀렁꿀렁 댄스를 선보이는 세상 최고 다정한 아빠. 비닐백 대신 에코백을 즐겨 사용하고, 있던 자리는 깨끗이 치우고 가는 개념남이기도 하다.

▶ “어머, 이건 꼭 책으로 내야 해!”
일본에서 책으로 나오기도 전에 한국 출판권을 문의하다

스나오카 씨 그는 누구인가. 정확한 나이는 알 수 없으나 차장, 부장 어디쯤 되어 보이는 중년의 직장인. 홀로 딸 스나코를 키우는 마음 짠한 싱글파파. 수영, 달리기, 격투는 기본이요 요리, 악기 연주, 도자기 공예 등 못하는 게 없는 사기 캐릭터. 딸아이를 재우고 좋아하는 영화를 혼자 보는 게 삶의 낙인 옆집 아저씨. 어려움에 처한 이들이 있으면 말없이 도와주고 사라지는 츤데레(차가운 모습과 따뜻한 모습이 공존하는 사람을 일컫는 신조어).

“완전 사이다!” “대박 스윗하네요.” “청혼하고 싶어요.” 싱글들의 열렬한 구애.
“이런 부장님 어디 없나요? 제발 우리 사무실에도 스나오카 씨를 보내주세요” 직장인들의 호소.
“츤데레 같은 모습이 꼭 나 같네요.” 자기 얘기라 주장하는 아저씨들의 공감 댓글.

한국 커뮤니티를 휩쓴 ‘친절한 티벳여우’ 열풍을 일찍 맞닥뜨린 담당 편집자는 일본에서 책이 출간되기도 전에 한국 판권 수출을 문의, 우여곡절 끝에 2018년 폭염의 8월에 한국어판을 출간하기에 이른다. 10대부터 50대까지 세대를 아우르는 큰 사랑을 받은 만화인 만큼 부디 한국의 만화책 시장에서도 독자들의 애정과 지지를 받기를 기대한다.

구매가격 : 9,700 원

아저씨, 진짜 변호사 맞아요?

도서정보 : 천효정 신지수 / 문학동네 / 2018년 11월 23일 / EP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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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보적 캐릭터와 짱짱한 서사, 지금껏 없었던 새로운 동화가 온다!

빙빙(44세, 변호사) : “이래서 겨울이 싫다니까!”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시절 내내 1등을 한 번도 놓친 적 없는 수재. 법대를 졸업도 하기 전에 사법시험에 합격, 빗발치는 스카우트 제의를 마다하고 시내 한복판에 법률사무소를 개업했으나 불행히도 변호사라는 직업은 그의 적성에 맞지 않았다. 본성이 까다롭기 짝이 없는 빙빙 씨에게 의뢰인들의 온갖 문제는 다 그들 스스로가 자초한 것으로 보였다. 무성의한 변호로 패소를 거듭하던 빙빙 씨가 망하기까지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힘겹게 빚을 청산하고 마음을 다잡아 변두리 동네에 두 번째 법률사무소를 개업한 날엔 그 해의 마지막 진눈깨비가 흩날리고 있었다. 옥탑에 사는 주인집 부부가 가져온 화분만 덩그러니 놓인 썰렁한 사무실, 이러니 겨울이 싫을 수밖에.

하록(12세, 학생) : “롹이라고 부르라고요. 폼 나게. 히히히.”
빙빙법률사무소가 입주한 상가 건물 주인 부부의 손자. 본명은 하록이지만 ‘롹’으로 불리길 선호한다. 록이에게 가장 중요한 건 ‘폼’이니까. 전교 꼴찌이자 담임 선생님의 골칫덩어리지만 어떤 순간에도 풀죽지 않는다. 커서 돈을 많이 벌어 할머니 할아버지의 빚을 갚고 낡은 집을 ‘폼 나게’ 고친 다음 남는 돈은 잉어빵을 원 없이 사 먹겠다는 원대한 포부를 품은 아이다. 빙빙 씨의 새로운 사무실로 찾아온 첫 번째 의뢰인.

작가 천효정은 2012년 『도깨비 느티 서울 입성기』로 데뷔한 이래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대상과 비룡소 스토리킹을 동시에 수상하며 두터운 독자층을 구축해 왔다. 유구한 시공간을 산뜻한 구성으로 압축한 새로운 스타일의 창작 옛이야기에서부터 본격 무협 동화, 건강한 세계관의 현실 동화까지 다양한 범주를 오가며 활약하는 천효정의 창작활동은 활기찬 속도로 현재 진행 중이다. 비교적 짧은 시간에 이만큼 단단한 팬층을 확보할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도 한번 손에 잡으면 이야기가 끝날 때까지 놓을 수 없게 만드는 짱짱한 서사와, 그 어디에서도 본 적 없는 매력 넘치는 캐릭터 덕분이다.
『아저씨, 진짜 변호사 맞아요?』의 빙빙과 하록 역시 독보적인 개성을 뽐낸다. 적절한 속도감과 문장 곳곳에 숨겨진 유머를 딛고 두 인물을 둘러싼 흥미로운 사건이 전개된다. 그림으로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힘이 대단한 화가 신지수가 힘을 보탰다. 따뜻하면서도 세련된 드로잉으로 이야기 속 사람들이 살아가는 정다운 마을은 물론, 인물들의 내면까지 재치 있게 그려 냈다.


빙빙 vs 롹, 패소 전문 변호사와 전교 꼴찌 원숭이의 한판 승부

월세를 마련하지 못한 빙빙 씨가 건물주 하 씨 영감에게 내민 한 통의 계약서가 화근이었다. 월세 대신 계약 기간 동안 하 씨 가족의 고문 변호사가 되기로 한 것. 곧이어 빙빙 씨는, 자기를 꼴찌라고 놀리는 친구 우성이를 고소하겠다고 찾아온 첫 번째 의뢰인을 맞닥뜨린다. 싫어하는 것이 백만 개쯤 되는 빙빙 씨지만 그중에서도 제일 싫어하는 거라면 애들이랄까. 무참하게 쫓겨난 록이의 대담한 복수극과 함께 빙빙과 하록의 한판 승부는 시작된다.
1승 1패씩을 차곡차곡 반복하며 빙빙 씨와 록이의 늦겨울은 초봄으로 접어든다. 여전히 손님이 하나도 없는 사무실에서 록이와 단둘이 하루하루를 보내며 빙빙 씨는 여러 가지 경험을 하게 된다. 동네 구석구석 전단지 붙이기 작전, 생애 첫 길거리 군것질에 이어 오랜만에 변호사 모드로 돌아가 잉어빵 아줌마를 괴롭히던 악덕 사채업자도 퇴치한다. 수임료로 받은 잉어빵은 한결 달고 고소했고, “빙변, 오늘 짱 멋있었어요.”라는 록이의 말은 이상하게 오랫동안 머릿속에 남았다.


특종, 진실은 어디에

탕탕탕! 아침부터 요란하게 문 두드리는 소리가 저혈압인 빙빙 씨의 귓전을 때린 건 빙빙 씨의 마음이 푹해진 날씨만큼이나 푸근했던 어느 날이었다.
“빙변! 빙변! 급한 부탁이 있어서요!”
“이런, 젠장!”
록이가 학교에서 받아 온 ‘말썽 통신’을 계기로 5학년 6반 교실에 찾아가게 된 빙빙 씨는 그만 엄청난 사건에 휘말린다. 살쾡이처럼 록이를 몰아붙이던 우성이 엄마에게 따끔하게 한마디 하려던 것뿐인데, 우성이 엄마가 인터넷에 올린 게시글로 인해 하루아침에 ‘재벌 3세 H군의 고문 변호사 B씨’가 되어 악플러들의 먹잇감이 되어 있었던 것이다. 왜곡과 모함, 황색 언론의 공세로 탈출구가 보이지 않던 사건의 실마리는 록이가 들고 온 단서 하나로 인해 풀리기 시작한다. 두 사람은 이 누명을 벗을 수 있을까?


냉랭한 세상, 우리를 구원하는 것은 잉어빵처럼 달달하고 따뜻한 우정

자존심 하나로 살아온 마흔넷 후줄근한 변호사와 밤톨 같은 꼬마 록이 사이에 슬그머니 들어앉은 이 특별한 감정을 ‘우정’이라고 불러도 좋을 것이다. 내면이 성장할 틈도 없이 온몸으로 세월의 풍파를 통과한 어른아이와, 너무 빨리 자라 버려 안쓰럽기도 한 애어른 사이의 우정은 영화 <어바웃 어 보이>의 감동을 떠올리게도 한다. 빙빙 씨가 록이를 매개로 만난 것은 열두 살의 빙빙이었다. “공부만 잘하면 돈도 많이 벌고, 친구도 많아지고 신나게 인생을 즐기면서 살게 된다”고 했던 어른들의 말만 믿었던 빙빙 씨는 이제야 나지막하게 내뱉는다. “속았어.”
더불어 록이가 만난 것은 ‘의지가 되는 어른’이다. 그게 빙빙 씨였던 것으로 보아, 꼭 훌륭한 어른일 필요는 없다. 작가는 이 요란하고 통쾌한 소동을 통해 록이를 닮은 아이들에게 너희가 옳다, 전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자기 삶의 주인이 되어 살아가는 일이라고 말이다. 인생의 진짜 맛은 허울 좋은 숫자가 아니라 푸근한 아줌마에게 덤으로 받은 잉어빵, 보글보글 끓는 된장찌개 냄새, 스트레스 풀리라고 짝짝 씹어 대는 단물 빠진 풍선껌 같은 것들 속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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