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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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 학교 (보름달문고 35)

도서정보 : 전성희 글 소윤경 그림 / 문학동네 / 2019년 02월 07일 / EP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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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대상 수상작

거짓말이 승리하는 사회에 대한 흥미롭고 날카로운 풍자, 『거짓말 학교』!

해마다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은 어린이문학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을 신선한 작품들을 수상작으로 내놓았다. 김려령의 『내 가슴에 해마가 산다』, 조은이의 『소년왕』 그리고 지난해 수상작인 이영서의 『책과 노니는 집』이 대표적이다. 특히 묵직한 이야기를 안정된 문체로 탄탄하게 끌어 나간 『책과 노니는 집』은 역사동화의 진수를 보여주며 2009년 한해 독자들의 큰 사랑을 받았다.

이번에 출간된 제10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대상작 『거짓말 학교』는 독특한 소재와 자신 있는 이야기 전개로 대상 수상이 결정되면서부터 많은 관심을 받아 왔다. 문학상 예심을 맡았던 동화작가 이현은 “어디서도 볼 수 없었던 동화,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동화!”라는 말로 『거짓말 학교』의 새로움을 표현했다. 수상자 전성희는 엉겁결에 이과 대학에 진학했다가 뒤늦게 철학 공부를 시작했고, 비로소 문학에서 자신의 길을 발견한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이며, 작품 곳곳에 작가의 이런 이력이 묻어 있다. SF적인 디테일, 거짓과 진실을 놓고 벌이는 논리 대결이 궁극적으로 ‘인간에 대한 믿음’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이 작품은 ‘거짓말 학교’라는 진실 같은 거짓말의 세계로 우리를 안내한다.

거짓말 같은 진실을 들려주는 진실 같은 거짓말의 세계

우수한 아이들만을 골라 세계를 뒤흔들 창의적인 거짓말 인재를 양성하는 거짓말 학교. 지도에도 표시할 수 없는 작은 섬에 위치한 이 학교는 보통의 중학교와 달리 거짓말을 창조하는 데 꼭 필요한 거짓학, 진실학, 논리학, 등을 필수 과목으로 배운다. 이 학교의 정체는 국가기밀이다. 따라서 입학함과 동시에 학생과 학부모는 비밀 유지 서약서에 서명하고 학생들은 3년 동안 외딴 섬에 갇혀 생활해야 한다. 그러나 입학하는 순간부터 대학 졸업 때까지 국가의 지원을 받는 특별한 혜택 때문에 경쟁률은 말할 수 없이 치열하다. 그런데 이 학교에서 1년도 안 된 사이에 세 명의 아이들이 쓰러진다. 쓰러진 아이들은 곧 회복되어 정상적인 생활을 하지만 어쩐 일인지 교장은 이 일을 쉬쉬하려고 한다. 각자 다른 환경에서 자라 다른 사연을 안고 입학한 인애, 나영, 준우, 도윤은 우연히 교장실에서 외부인 의사를 만나 학교의 비밀을 파헤치는 일에 가담하게 된다. 여기에 아이들의 존경을 받는 진실학 선생님이 관계되면서 거짓말 학교를 둘러싼 비밀은 점점 더 미궁 속으로 빠져든다.

‘거짓말 학교’라는 인큐베이터 시스템에 질문을 던지는 아이들

1년이 지나면 입학생 30명 중 10명이 학교를 떠나야 하는 경쟁 상황 속에서 아이들은 서로 치열하게 눈치 보고 치열하게 서로를 속인다. 이 경쟁 과정 자체가 학교에서 지향하는 거짓말 교육의 하나인 것이다. 더구나 거짓말 학교의 교장은 학생들을 ‘거짓말 기계’로 양성하기 위해 ‘메티스 프로젝트’라는 모종의 실험을 비밀리에 진행한다. 그러나 아이들은 이에 순응하지 않는다. 교장의 음모가 무엇인지 알아내려 하고, 자신들이 어떤 상황에 처한 것인지 끝까지 파헤쳐 맞서려고 한다. 빈틈 하나 없는 교육 인큐베이터 안에서 살아가고는 있지만 그 속에서도 아이들은 시스템을 향해 질문을 던지고 있는 것이다. 작가는 이 과정에서 거짓과 진실을 선과 악의 대립항에 두지 않는다. 우리 실제 삶이 그러하듯 무엇이 거짓이고 무엇이 진실인지는 영원히 알 수 없을 때가 많을뿐더러 진실이라고 해서 무조건 선하다고 할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다만 “무엇이 진실인가?”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 집요하게 달려가는 아이들을 보여줄 뿐이다.

어린이문학의 경계를 넓히는 작품

본심 심사를 맡은 작가 김진경은 문학은 ‘그래서 행복한가?’라고 묻는 것이지 ‘이렇게 저렇게 하면 잘 적응해서 살 수 있다.’고 답을 주는 것이 아니라면서, 『거짓말 학교』는 ‘그래서 행복한가?’라는 질문을 끝까지 밀고 나가고 있다고 평한다. 교장의 음모에 가담한 사람이 누구인가를 놓고 의심과 불신에 사로잡히다 못해 서로의 아픔을 하나하나 짚어 만신창이가 되어 버린 네 아이들. 나영이는 “처음부터 널 믿은 적은 없어. 내가 네 거짓말에 속고 있었다고 생각하니?”라는 인애의 말을 듣고 충격에 사로잡힌다. 가장 소중한 친구이기 때문에, 가장 존경하는 선생님이기 때문에 가지는 무조건적인 믿음, 논리적 근거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닌 그 사람 자체를 믿는 데서 비롯되는 인간에 대한 신뢰를 아이들은 서서히 잃어 가고 있는 것이다. 나영이는 자신이 거짓말 학교에 오려고 한 것도, 그리고 지금까지 열심히 공부해서 부모님을 기쁘게 하려고 무던히 노력했던 것도 결국 스스로 원한 것이 아니었음을 깨닫는다. 인애 역시 “너 역시 나처럼 자신을 속이고 있다고 말해 주고 싶었어.”라는 나영의 말에 아무 대답도 하지 못하고 고개만 끄덕일 뿐이다. 작품은 인애와 나영이가 번갈아 자신의 이야기를 서술함으로써 같은 사건에 대한 엇갈리는 판단, 그래서 더욱 불투명해지는 거짓과 진실의 모습을 부각한다. 『거짓말 학교』는 강한 리얼리티와 역동적인 전개로 ‘그래서 행복한가?’라는 질문에 대해 아이들이 해답을 찾는 과정을 끝까지 추적하고 있으며 전통적인 동화 문법을 훌쩍 뛰어넘는 결말로 어린이문학의 한 경계를 넘어서고 있다.

‘솔직하기로 따지자면 『거짓말 학교』는 그 어떤 동화에도 뒤지지 않는다. 우리네 세상이 거짓말로 쓰인 치밀한 각본이라는 사실을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또한 거짓말을 잘하기로 따져 보아도, 역시나 『거짓말 학교』는 돋보이는 동화다. 구체성을 확보한 능숙한 거짓말에 독자는 그만 홀딱 속아 넘어가지 않을 수 없으니까. 실감나는 SF 설정에 반전을 거듭하는 추리가 드러내는 현실에 대한 날카로운 풍자! 거짓말 같은 진실을 들려주는 진실 같은 거짓말이 당돌한 빛깔로 우리 동화의 사각지대를 밝혀 준다. -이현(동화작가)

『거짓말 학교』는 주제의식을 끝까지 말고 나가는 치열함이 돋보이는 선이 굵은 작품이다. 게다가 그 치열함과 굵은 선을 생경하게 드러내지 않고 SF적 기법, 추리적 기법을 도입하여 긴장감 있고 재미있는 이야기로 만들어 내고 있다. 또한 치밀한 세부 설정과 묘사가 큰 골격들을 맏치고 있어 가까운 미래를 시간적 배경으로 설정했음에도 불구하고 살아 있는 지금의 현실처럼 다가온다. 작가의 인문 교양적 축적과 문학수업의 힘이 느껴진다. 작가의 역량이 죽 이어지길 기대해 본다. -김진경(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본심 심사위원)

구매가격 : 8,100 원

책과 노니는 집 (보름달문고 30)

도서정보 : 이영서 글 김동성 그림 / 문학동네 / 2019년 02월 07일 / EP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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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동화의 진수를 보여 주다!
제9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대상 수상작

『책과 노니는 집』은 “역사물의 교훈주의를 깨끗하게 뛰어넘어 본격적인 역사동화의 장을 열고 있다.”는 평을 받으며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대상을 거머쥐었다. 조선 시대 천주교 탄압이라는 역사적 사건을 배경으로 한 이 작품은 필사쟁이의 삶을 통해 사회와 개인의 이데올로기, 지식계층과 일반 백성들의 생활사 및 문제의식 등을 내밀하면서도 섬세하게 그려내고 있다.
보통 역사동화들은 어린이 독자를 위한 문학성 향상보다는 업적이 돋보이는 주인공을 내세워 학습적 효과와 연결 지으려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책과 노니는 집』은 안일한 구성과 상투적인 이야기 전개를 벗어 던진 독창적인 역사동화이다. 무엇보다 주인공 ‘문장’의 어린 시절을 통해 어린아이의 시각을 끝까지 놓치지 않고 있는 점이 그렇다. 한 아이의 눈으로 혼란에 휩싸인 시대상을 잔잔하지만 정밀하게 그리고 있다는 것은, 작가의 역사적 안목과 작가적 내공이 만만치 않음을 의미한다.
고난과 역경 속에서도 밝고 건강하게 살아가는 주인공 장이를 보며, 오늘을 사는 어린이들이 보다 깊고 따듯한 마음으로 우리 사회와 역사에 눈을 돌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대개 문제적인 역사 시기를 다룰 때 작가는 그 시대 문제를 더 전면으로 드러내고 싶은 유혹에 끊임없이 시달리기 마련이고 일정 정도는 그 유혹에 넘어가기도 한다. 그러나 이 작품의 작가는 그러한 유혹에서 냉정하게 느껴질 정도로 벗어나 있다. 장이라는 어린아이가 보고 이해할 수 있는 범위에서 정확하게 그 시대 삶을 그리고 있다. 상당한 문학적 훈련의 결과라 여겨졌다._심사평 중에서


천주교 탄압, 그리고 필사쟁이의 굴곡 많은 삶

조선 시대에 중요한 사건 가운데 하나가 서학(천주학) 금단이다. 서학은 명나라에서 들여온 『천주실의』라는 책이 전파되면서 나중에는 신앙으로까지 받아들여졌으며 상민, 부녀자, 기생, 양반 등 신분에 상관없이 퍼져 나갔다. 서학에서는 세상 모든 사람의 평등을 주장하고 제사 의식 등을 금지하며 기존 성리학 중심의 사회를 부정했다. 이때 나라에서는 서학, 천주교를 쫓는 건 기존 질서를 무너뜨리고 잘못된 문화를 전파하는 거라 여겨 가혹한 탄압을 일삼게 되었다.
『책과 노니는 집』은 이러한 시대적 상황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주인공 장이의 아버지는 필사쟁이로, 밤낮 가리지 않고 언문(한글) 이야기책을 비롯해 수많은 한자 책을 베껴 쓰며 생활을 이어 나간다. 그런데 어느 날, 천주학 책을 필사했다는 이유로 천주학쟁이라는 오명을 쓰고 관아에 끌려간다. 천주학 책을 사간 사람들에 대한 신의를 끝까지 지키며 장이의 아버지는 장독이 오를 만큼 매를 맞고 나와 산송장처럼 누워 사경을 헤맨다. 이처럼 아버지와 장이에게 ‘필사’라는 일은 꿈과 시련을 동시에 안겨 주는 것이다. 손이 펴지지 않을 정도로 밤새 필사를 하며 꿈을 잃지 않았던 아버지. 한순간에 불어 닥친 태풍 앞에서 가진 것 없는 장이네 부자는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


책방 심부름꾼 장이, 세상 밖에 발을 내딛다

장이는 책방 주인 최 서쾌의 말에 따라 책방 심부름꾼 생활을 시작한다. 새로 들어온 이야기책을 정리하고, 주문 받은 책들을 배달하며 장이는 바쁜 나날을 보낸다. 외롭고 고된 생활 속에서도 늘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세상을 보며 영특하고 의젓하게 성장해 나간다.
장이는 최 서쾌의 심부름으로 홍 교리를 찾아가게 된다. 홍 교리는 조선에서 알아주는 수재로 일찍이 높은 벼슬을 받은, 장이 같은 사람이 쉽게 만날 수 없는 대단한 사람인 것이다. 홍 교리의 서고를 찾아 사랑으로 간 장이는 ‘책과 노니는 집’이라는 뜻을 가진 ‘서유당’이라는 현판에 마음을 빼앗긴다. 소문난 장서가이자 애서가인 홍 교리는 듣던 대로 책에 대한 애정이 매우 특별한 사람이다. 그런 홍 교리와의 만남은 장이에게 많은 변화를 불러일으킨다. 그러던 어느 날, 천주교 탄압이라는 태풍이 또다시 불어 닥친다. 그 순간 장이의 머릿속에는 자신을 인정하고 다독여 준 홍 교리와 얄밉지만 자꾸 생각나는 기생집 ‘도리원’의 낙심이가 떠오른다. 몸을 피하라는 최 서쾌의 말을 뒤로 하고 장이는 이끌리듯 어딘가로 향하는데…….


탄탄한 이야기 구조, 살아 있는 캐릭터, 마음을 움직이는 그림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탄탄한 구성력을 발휘해 깔끔한 문장과 세련된 묘사로 이야기를 구성해 나가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주인공 장이의 캐릭터를 비롯해 인물 하나하나의 특성이 눈앞에 그려지듯 생생하게 다가온다. 이 작품을 더욱 매력적으로 빛내 주는 것 가운데 하나가 바로 김동성의 그림이다. 한국적 정서가 진하게 묻어나는 그림이 어우러지면서 글의 깊은 맛이 더해진다. 소박하면서도 화려한 멋이 담긴 김동성의 그림에는 보는 이로 하여금 그 시대, 그 사건 속으로 빠져들게 하는 마법과도 같은 힘이 존재한다.
이처럼 『책과 노니는 집』은 최고의 글과 그림으로 공들여 빚은 전혀 새로운 역사동화이다. 2009년 새해, 『책과 노니는 집』과 함께하며 ‘책’의 의미와 깊이를 음미해 보면 더욱 값진 책읽기 시간이 되지 않을까 싶다.

구매가격 : 7,400 원

꿈꾸는 행성 (보름달문고 32)

도서정보 : 고재현 글 노준구 그림 / 문학동네 / 2019년 02월 07일 / EP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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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과 호기심이 통제된 미래 사회
지구의 다섯 번째 식민지별 E-5.
누구도 잘못되었다고 믿지 않는 ‘지금 이 순간’에
용감하게 질문을 던진 소녀 모하.
모하에게 돌아온 대답은 무엇이었을까?



‘먼 미래, 어딘가’가 아니라 ‘오늘, 여기’, 우리의 살갗을 파고드는 생생한 목소리
『꿈꾸는 행성』은 작가가 세상에 내놓는 첫 번째 작품이다. 대개의 첫 작품들은 풋풋한 신선함과 아울러 미숙한 점들을 품기 마련인데, 이 작품에서는 그런 허술함이 잘 느껴지지 않는다. 시종 치밀하고 옹골차다. 감옥별에서 탈출해 마침내 자유를 찾아 우주로 떠나는 주인공의 이야기는 제법 흥미진진하면서도 뭉클한 감동을 준다. 단순한 공상의 경계를 뛰어넘어 ´오늘 여기´ 우리 현실을 성찰하게 하는 힘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판타지가 여러 차례 시도된 적이 있었으나 정작 성공을 거둔 작품은 그리 많지 않았음을 상기하면, 우리 어린이문학은 이 영역에 믿음직한 작가 한 사람을 새로 맞이하게 된 셈이다. _김제곤(어린이문학 평론가)


-“원래부터 당연한 거야.”
-“정말 그럴까?”
여기 아닌 어딘가를 향한 꿈과 도전이 바꾸어 내는 그 무엇
꿈과 호기심, 질문이 통제된 미래 사회, 지구의 다섯 번째 식민지별 E-5. E-5는 일찍이 꿈의 힘을 안 티탄 제국의 지배자들이 ‘D유전장애인’들을 보통의 사람들과 격리시키기 위해 개척한 별이다. ‘D유전장애’란 공상이나 상상으로 자신의 마음을 조절하지 못하는 1급 장애를 가리키는 말로, ‘D’는 ‘Dream’의 첫 글자이다. 티탄 제국의 지배자들은 아이가 태어나면 백 일 이내에 ‘호기심 제거 백신’을 주사했고, 그로 인해 내일을 꿈꾸지 않는 것이 자연스럽고 정상적이라고 믿게 된 사람들은 과거와 현재를 빼앗기고 미래까지도 티탄 제국의 손아귀에 넘겨줘 버렸다. 하지만 ‘꿈’을 꾸는 힘은 계속 사람의 몸속에 살아남았다. 눈앞의 생활에 젖어 누구도 깨닫지 못하고 있었을 뿐이다. 그들 아닌 비정상인, 질문을 해대고 꿈을 꿀 줄 아는 D유전장애인들은 지구에서 떨어진 황량한 유배지, 바람의 세기와 횟수까지 중앙통제실에서 계획되고 일거수일투족을 감시당하는 E-5에서 ‘꿈의 지수 억제제’를 먹으며, 일상을 통제당하고, 교화된 뒤 지구로 돌려보내진다. 그러나 이 유배지에서조차 ‘꿈’은 사라지지 않았고, E-5의 땅 밑에서는 여기 아닌 어딘가를 향한 시도와 실패가 되풀이되고 있었다.


‘꿈은, 꿈을 꾸는 사람만이 이룰 수 있다.’
발 닿고 서 있는 지금 이곳, 우리 아이들의 이야기
‘꿈은, 꿈을 꾸는 사람만이 이룰 수 있다.’ 이것은 작품 전반을 관통하는 중심 줄기다. 삼십 년 전 E-5에 유배된 1세대들이 모하를 포함한 2세대에게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에서도, 작가의 목소리는 또렷하고 정직하게 드러난다. 이 작품을 쓰기에 앞서 작가는 사람과 침팬지의 유전자 중 98%의 동일 유전자가 아닌 일치하지 않는 2%에 주목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 2%가 호기심이며, 그것이 침팬지와 사람의 차이를 만들어 냈다는 데 충격과 궁금증을 느낀 작가는 그 2%가 변화시킬 수 있는 것에 질문을 던진다. 그래서 이 이야기는 미래의 가상사회를 다루고 있지만, 회색빛 폐허나 진보된 첨단 과학문명사회의 외관보다 제대로, 올바로 살아가는 것이란 무엇인가, 무엇이 나를 변화시키는가, 지금 여기가 정답인가에 무게중심을 맞추고 있다. 너무나 당연하게 받아들여 왔던 것에 의문을 품고 다른 무엇을 꿈꾸기 시작한 모하, 남과 다른 2%의 그것이 모하의 주변, 오늘과 내일, 삶의 태도까지 바꿔 놓는 것을 보고 있자면, 이 이야기는 발이 가 닿지 않는 멀고 먼 우주의 어느 별, 허황된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라 바로 이곳, 지금 아이들의 이야기이며, 일관된 시스템 아래 조립제품처럼 규격화되어 살아가거나 남과 다르다는 이유로 별종 취급받고 밀려난 아이들에게 들려주어야 할 이야기라는 것에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 없게 된다.


평범하지만 꿈을 꾸는 힘만 있으면 너는 특별해
모하는 동생인 지노와 엄마 아빠와 함께 지구로 돌아갈 날을 손꼽으며 E-5에서 생활하고 있다. 자신 때문에 E-5에 끌려와 자유를 빼앗기고 사는 가족들 때문에라도 모하는 호기심과 꿈을 억제하고 싶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판박이 같은 나날 속에서 아빠는 정다웠던 옛날과 달리 차가운 얼굴로 모하를 대할 뿐이다. 밤이면 어둠 속의 누군가가 뒤통수에 차가운 총구를 겨누는 꿈만도 몇 번째. 그러던 어느 날 모하를 향해 새로운 세계가 문을 연다. 창문으로 날아든 비둘기 다리에서 암호로 쓰인 쪽지를 발견한 뒤, 없던 길이 보이기 시작하고 그늘에 감추어져 있던 티탄 제국의 본모습이 하나둘 얼굴을 드러낸다. 그때부터 모하의 가슴은 세차게 방망이질한다. 평생 인공 꽃만 만들다가 유기물분해실에서 사라지거나 지구로 돌아가 남들처럼 평범하게 살아가는 미래만 남은 모하에게 그것은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신호였다. 약을 먹고 기억을 지워 가면서 지구귀환행 우주선을 택한 다른 아이들과 달리 모하는 모험을 선택한다. 지하 기지에서 E-5를 탈출할 계획을 차근차근 진행해온 티탄 제국의 왕족 오리온, 바닷속 하층민이자 투사 제이미, 로봇 박사 유진, 치유의 능력을 갖고 있으면서 실질적 책임자인 시원 등 모하는 그들을 만나 ‘새로운 삶’을 꿈꾸며 삼십 년 동안 지하 동굴에서 잠자고 있던 ‘보키니 1호’의 엔진을 가동한다. 그리고 처음으로 설렘 속에 내일을 기다린다. 새로 맞닥뜨릴 ‘무언가’들이 모하를 두근거리게 한다. 모하는 ‘지금 이 순간’을 거부하고 세상에 없는 삶을 꿈꾼다. 그러자 세상에 없는 것이 만들어지고 미래의 모습을 바꾸어 놓기 시작한다. 마지막 순간, 가족과 이별하고 타임머신의 시계를 지구의 21세기로 맞추어 놓은 모하와 지노, 아이들의 선택은 틀렸을 수도 있다. 하지만 모하와, 함께한 이들은 두려워하지 않을 것이다. “어디서든 꿈꿀 것이기 때문이다.”

“모하는 포기하지 않았다. 그래서 우연히 나타난 비둘기의 편지를 놓치지 않았다. 동굴을, 친구들을, 보키니 1호를 찾아냈다. 사실 그 모든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모하가 간절히 원했던 마음이 거기에 있던 것을 발견한 것뿐이다. 꿈은 꿈을 꾸는 사람만이 이룰 수 있다. 모하와 지노, 시원과 오리온, 그리고 제이미와 유진. 그들은 남과 다른 2퍼센트의 꿈으로, 2퍼센트의 호기심으로 자유를 찾았다. 미래를 열었다. 비록 가족과의 이별을 치러야 했지만 그 아픔이 없었다면 새로운 삶도 없었을 것이다. ‘한 세계가 열리려면 또 한 세계가 깨져야 한다’는 어느 철학자의 말처럼 그것이 우리의 삶이기도 하다.”
_작가의 말 중에서


신인 작가와 신인 화가의 조화로 이뤄낸 신선한 매력
이 작품으로 아동문단에 발을 내딛은 고재현은 첫 작품답지 않은 안정된 문체와 일관되고 단단한 주제의식, 짜임새 있는 극적 구조로 다음 작품에 대한 기대를 한껏 높여 놓았다. 하고자 하는 이야기에서 한 치의 벗어남이 없이 독자들을 재촉해 가면서, 마음결을 들었다 놓았다 한다. 꿈속에서 모하를 쫓던 자의 정체가 무엇인지 마음 한편에 의문부호를 남겨둔 채, 이 이야기가 혹시 모하의 꿈은 아닌지 혼란을 일으키기도 하고, 아버지와 딸의 대립에 마음이 아리기도 하고, 순간순간 들이닥치는 위기와 아이들의 앞날에 대한 궁금증과 걱정으로 독자는 잠시도 마음을 놓을 수 없다. 시종일관 정체를 숨기고 있다가 마지막에서야 드러나는 두 가지 반전(이 책을 쓴 작가는 누구이고, 모하의 꿈속에 나타난 얼굴의 정체)은 이 책의 묘미다. 더불어 직선의 선과 따스하면서도 차가운 색감 속에 감정이 배제된 노준구의 그림은 우주 공간 어느 행성의 붉은 하늘 아래에서 책을 읽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지게 한다. 기존 어린이책에서 접하기 힘들었던 그의 그림체는 주인공들의 친근한 차림새에서도 낯선 미래를 떠올리게 하기 충분하다.

구매가격 : 8,400 원

반걸음 내딛다 (보름달문고 33)

도서정보 : 은이정 글 안희건 그림 / 문학동네 / 2019년 02월 07일 / EP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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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을까?
얼굴이 예쁘거나 말을 잘하거나 성격이 밝거나 공부를 잘하거나
춤을 잘 추거나 노래를 잘하거나 그림을 잘 그리거나 하면
나를 좋아하는 사람이 생길까?"
_주인공 희영의 독백 중에서


독고빈 또는 희영. 두 개의 이름을 가진 아이, 희영은 등굣길에서도 하굣길에서도 늘 혼자 걷는다. 심지어 집에서조차 희영은 혼자다. 제 둘레에 문도 없는 담을 만들고 고치처럼 몸을 만 채 희영은 밖으로 나서길 거부한다. 그것은 희영이 세상을 견뎌내는 방식이다. 내세울 것 없는 자신에게 용기가 없을 수도 있고, 가정 안에서의 소통 부재에 길들여져 기댈 곳을 잃어버렸기 때문일 수도 있다. 하지만 엄마의 일기장과 한 소년과의 만남을 통해 희영은, 다른 사람에게 어떻게 다가가야 하는지, 자신의 마음을 어떻게 드러내야 하는지, 문제에 맞닥뜨렸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배우게 된다. 자신이 변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변하지 않으리라는 것 또한.


#1. 먼 출발선
희영의 가족은 평범하다. 경제적으로 모자라지도 않고, 폭력도, 격렬한 갈등도, 특별한 소란도 없다. 하지만 아파트라는 좁은 공간 안에서 가족은 서로 부대끼기보다 각자의 자리를 하나씩 꿰차고 그 안에 웅크리고 있다. TV 앞 소파, 컴퓨터 의자, 식탁 누구누구의 자리, 그리고 ‘내 방’. 마치 그곳이 가장 안전하고 평화로운 은신처라도 되는 양 말이다. 엄마 아빠 사이에서 오고가는 대화는 고작 ‘밥’이 다이고, 그나마 네 식구가 한자리에 모여 얼굴을 마주하는 때라곤 식탁 앞에서 식사할 때뿐이다. 희영은 시시콜콜한 이야기조차 편하게 나눌 수 없는 식구들 때문에 숨이 막히고, 집 안에 발을 들여놓기가 점점 괴로워진다.
학교에서도 희영은 있는 듯 없는 듯 조용하다. 또래 친구들보다 도서실 사서와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눌 만큼 홀로 책 읽는 시간을 즐기고, 그렇게 늘 ‘혼자 있는 자신’을 ‘낭만’을 좋아하는 것뿐이라는 핑계로 포장한다. 하지만 그것이 꼭 진짜 이유가 아니라는 것을 희영은 어렴풋이 알고 있다. 실은 누군가에게 다가가고 거절당하는 것이 어색하고 두렵기 때문이기도 하다는 것을. 그래서 비밀을 공유하고 어깨를 겯고 걸어가는 친구가 그립다가도 누군가 다가오면 움찔 한발 물러서고, 애써 다가가 둘이 되는 것보다 혼자만의 세계에 집을 짓고 그곳에 머물러 있기를 택한다.
그 런… 희 영 앞 에… 두 가 지… 사 건 이… 일 어 난 다.
하나는 엄마가 중학교 시절 썼던 일기장을 발견한 것이고 또 하나는 소년의 등장이다.


#2 출발선 앞
이사하는 날 버려진 책더미 속에 끼어 있던 낡은 일기장을 발견한 희영은, 엄마가 써내려간 기록을 훑으며 엄마에게서 중학생 소녀 시절의 흔적을 좇는다. 미래의 계획과 꿈으로 반짝이던 엄마. 하지만 삼십 년이 흐른 지금, 엄마는 그때와는 전혀 다른 삶을 살고 있다. 이제껏 자신이 보아온 엄마가 다가 아니라는 것에 놀라움과 안쓰러움을 느끼는 희영. 왜 엄마는 이러고 사는 것일까? 엄마와 아빠는 왜 자신들 안의 깊숙한 문제에 대해 서로 터놓지 못하고 상대방이 알아서 해주기만을 바라는 것일까? 왜 혼자서 자기 안에 갇혀 사는 것일까? 그 물음은 결코 희영 자신에게서도 비껴가지 않는다.
농구대 앞에서 갈깃머리를 휘날리며 허공을 향해 힘차게 튀어오르는 재준을 보는 순간 희영은 심장이 세차게 뛰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자신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것이 겁이 나, 희영은 자신이 재준을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해버린다. 그렇지만 아무리 아닌 척해도 희영은 재준에게 가까이 가고 싶은 마음을 숨길 수 없다.
그래서 희영은 상상 속의 재준과 중학생 소녀인 엄마와 대화를 시작하며 속내를 털어놓는다. 현실에서는 어렵지만 상상 속에서라면 무엇이든 가능하고 편안하니까.


#3 반걸음
하지만 마냥 상상 속에서 사는 것만으로는 아무것도 변화시킬 수 없었다. 희영은 조금씩 엄마를 이해하기 시작하면서, 엄마에게 자기 자신을 되찾으라며 일기장을 내민다. 엄마가 변해간다. 그 변화는 아빠에게 이르고, 희영의 동생인 준영에게 이르고 얼어붙었던 가족은 녹기 시작한다. 상대가 알아서 이해해주기를 바라기 전에 제 속을 뒤집어보여야 할 때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 희영이네 가족. 아빠가 앓고 있는 상처를 들여다보면서, 다시 거듭나는 엄마를 보면서, 희영은 용기를 얻는다. 희영은 재준에게 가까이 가고 싶으면 가까이 가는 것, 설사 그것이 실패하더라도 시도하는 것에 큰 의미가 있음을 깨닫고 환상 속에서 걸어나와 출발선 앞으로 나아간다. 상상 속에서만 숱하게 내밀었던 반걸음, 혼자서 연습했던 대화를, 이제 둘이 하기 위해 희영은 재준 앞에 선다. 진짜 멋진 관계가 숨 쉬는 곳은 혼자만의 낭만 공간인 환상 속에서가 아니라 현실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너를 좋아하는 사람이 분명히 있을 거야. 네가 기회를 준다면 말이야. 너는 네 주변에 담을 세워 놓았잖아.”
걸음을 뗄 준비를 마친 희영에게 건네는 누군가의 이 속삭임은 자신을 내보이기 힘들어하던 희영의 내적 성장과 변화였으며, 희영이 담을 허물고 앞으로 나아가도록 떠밀어주는 에너지인 셈이다.


네가 선 바로 그 자리에서 반걸음을 떼어봐, 세상이 달라질 테니까.
그 어떤 커다란 변화도 그 반걸음이 있었기에 가능한 거야.
『반걸음 내딛다』는 소통 부재 앞에 길을 잃어버린 어느 가족, 그리고 그 가족 구성원 중 하나인 희영의 눈을 통해 인물들의 면면을 비추고, 그들이 어떻게 은신처에서 빠져나와 그들의 문제를 마주하고 그 안에 발을 내딛는지 보여준다. 각자가 내민 ‘반걸음’은 가족의 관계를 다시 복원시킬 희망을 제시했고, 잃어버린 꿈을 되찾아주었으며,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보여주었다. 고작 반걸음일 뿐이지만 그것이 그 어느 걸음보다 의미 있는 것은, 그 어떤 변화도 처음 내민 그 ‘반걸음’이 있어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결국 세상을 변화시키는 에너지는, 일상 너머에 있는 그 무엇이 아니라 일상의 작은 변화임을 이야기해주고 있다. 가족의 이야기와 재준의 이야기가 희영의 시선 안에서 적절히 균형을 이루는 가운데, 그 안에 녹아든 안정된 문장, 섬세한 심리 묘사가 돋보인다. 언뜻 정적으로 보이지만 섬세하면서 부드럽고 역동적인 희영의 캐릭터는 현실과 조응하여, 꼭 ‘내 것’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구매가격 : 8,100 원

낮에는 낮잠 밤에는 산책 (문학동네시인선 115)

도서정보 : 이용한 / 문학동네 / 2019년 02월 01일 / EPUB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죽고 싶은 것과 살고 싶지 않은 것은 달라요

둘 사이의 공백을 견디는 게 삶이죠”

―살아가는 것과 살아지는 것에 대하여. 나의 속도와 세상의 속도에 대하여.

데뷔 23년, 시인 이용한의 세 번째 시집



문학동네시인선 115 이용한 시집 『낮에는 낮잠 밤에는 산책』을 펴낸다. 1995년 『실천문학』 신인상을 받으며 등단해, 첫 시집 『정신은 아프다』을 1996년에, 두 번째 시집 『안녕, 후두둑 씨』를 10년 뒤인 2006년에 펴냈으니 무려 12년 만이다. ‘등단 후 10년은 여행가로 떠돌았고, 이후 11년은 고양이 작가로 활동’했다 말하는 그. “돌아갈 곳 없는 이상한 방랑”은 그칠 줄 모르고, “삶은 복잡하지만 생존은 단순한 거”라는 ‘묘생’을 곱씹는 시에서 지난 삶의 흔적이 엿보인다.


총 4부로 나누어 담긴 55편의 시는 ‘인생’에서 시작해(1부 ‘불안들’), 2부의 ‘묘생’을 거쳐, 떠돌며 보고 느낀 허허로움과 충만함(3부 ‘코펜하겐’)을 지나, 또다른 시선으로 마주하는 삶-아닌 삶(4부 ‘조캉사원의 기타리스트’)으로 돌아온다. 떠도는 사람, 고양이를 지켜보는 사람, 시를 쓰며 삶을 살아가는 사람. 시인의 이러한 정체성은 독자로 하여금 세계를 이전과는 다른 속도감으로, 다른 방식으로 바라보게 한다. 가령 이런 구절들로 말이다.





티베트의 시간은

말과 야크가 걷는 속도로 흘러간다

_「티베트의 시간」 부분



평생 밖에서 떠도는 것도 나쁘지 않아요

낮에는 낮잠 밤에는 산책

골목은 갸륵하고 지붕은 달콤하죠

_「고양이 아가씨」 부분



오늘도 가장 멀리서 온 발자국을 하나씩 내다버리지 이왕 망하는 거 우리 최선을 다해 멸망에 도착하는 거야 내일은 또 일찍 일어나야 하니까

_「고백」 부분



“마두역을 열두 바퀴 돌면 알타이 아이막이다”(「마두역에서 알타이 가는 법」). 요컨대 마두역을 알타이 아이막의 속도로 거닐면 마두역이 알타이 아이막이 된다는 것 또한 마찬가지일 터이다. 방랑자와 고양이, 그리고 시인으로서 살아가기. 탈현실하여 자연 혹은 이상, 초현실로 나아가는 작업이 아니다. 이용한은 세상이 정한 속도에 휩쓸려 이 정체성들을 잃지 않도록 분투하는 듯하다. “무중력상태인// 나에게 잡다한 균열을 파종”(「날조된 측면」)하는 속도의 부산물들. “웃는 표정을 걸어놓고 나는 울었다”고 말하는 사람, “보세요, 여기가 이미 바닥이에요/ 뛰어내릴 수도 없는 반지하 창문에 박힌 노란 달”을 바라보며 “불면을 건너면 불안”(「불안들」)이라 느끼는 사람은 살아가는 것인가, 살아지는 것인가.


“모든 연민은 구석에서 식어가요/ 마음속에서 마음을 찾는 것만큼 외로운 일도 없을 거예요/ 그런 건 아무래도 좋아요/ 누구나 혼자 걸어가는 망령인걸요”. “어차피 처음으로 돌아갈 순 없어요/ 묘생은 짧고 달밤은 깊어요/ 야옹 이야옹 거기 누구 없어요?/ 야옹 이야옹 그냥 한번 울어봤어요”. ‘불가능한 다방’에서 ‘고양이 아가씨’에게 듣는 삶의 비밀. “알라신의 도움 없이는 아무도 이 골목을 빠져나갈 수 없”(「미친 골목」)에서 “떠나고 보니 나는 떠나고 싶어졌다”(「아홉시의 랭보 씨」)는 생각을 하게 되는 타지에서의 나라는 존재.


삶은 때로 회한과 심란함으로 가득하다. 웃는 표정을 걸어놓고 우는 시간들이 도처에 널려 있다. 이 시집을 읽는 우리의 삶 또한 크게 다르지 않으리라. 미로 같은 골목 9000개가 나 있는 모로코의 도시 ‘페스’에서 시인에게 손 내밀던 소년을 떠올린다. 150디르함이면 왔던 곳으로 돌아가게 해주겠다던. 이쯤 되면 궁금해진다. 그의 손에 이끌려 도착한 곳이 정말 ‘왔던 곳’ 바로 거기일까. 이 시집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 난 우리는 이전과 똑같은 높이와 방향에서 삶을 바라볼까. 자기만의 무드로 ‘낮에는 낮잠 밤에는 산책’, 단순명료하게 뒤집힌 삶을 택한 존재들을 의식하지 않을 수 있을까.





■ 시인의 말



비루의 혀를 나무에 매달았으니

너는 훨훨 낙엽 져서

멸망에 닿으리라.



2018년 겨울

이용한

구매가격 : 7,000 원

악몽 조각가

도서정보 : 박화영 / 문학동네 / 2019년 01월 30일 / EPUB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현실과 환상의 미묘한 시차를 감각하는 작가,
박화영이 조각하는 기괴하고도 따스한 악몽

박화영이 상상한 이 모든 이야기들, 평행세계로 가는 화장실, 불길한 공터, 유령들이 걸어다니는 골목, 사람이 알을 낳는 닭 가공 공장 등을 배경으로 하는 수많은 도시 괴담, 정체불명으로 출현한 기둥과 벽에 대한 목격담들, 신체의 한 기관이 신체 전부를 삼키는 꿈은 좀처럼 깨어나기 힘든 악몽이라고 해도 좋겠다. 그렇다면 이 작가를 ‘악몽 조각가’라고 명명해볼 수 있을까. 비유컨대 작가는 “악몽의 바다 위에 떠 있는 구명정 같은 곳에서 작업을 하는” 존재이고, 악몽은 제아무리 “살아서 날뛰는 거대한 공룡” 같더라도 일단 “마음의 돌”에 조각하고 구체화할수록 “분석 가능한 것” “돌에 새겨진 화석” “거리를 두고 객관적으로 보기 시작”할 수 있는 어떤 것이 된다. 게다가 고통과 울분에 짓눌리지 않으려는 소설 곳곳의 유머러스한 문장은 박화영의 첫 소설집을 더욱 빛낸다. 이제 작가가 어떠한 상상의 날개를 달고 이야기의 하늘로 승천할지 여유롭게 지켜볼 일만 남았다. _복도훈(문학평론가)



일상이 다른 용법으로 구부러질 때
조용히 우글거리기 시작하는 기담의 세계

2009년 세계일보 신춘문예에 단편 「공터」가 당선되어 등단한 박화영의 첫 소설집 『악몽 조각가』가 출간되었다. 「공터」는 동네 사람들이 버려진 공터에 쓰레기와 함께 감추고 싶은 비밀을 투기하면서 벌어지는 불길한 사건을 그린 작품이다. 당시 신춘문예 심사를 맡았던 문학평론가 김윤식, 소설가 오정희는 흔한 유형에서 벗어난 글쓰기를 통해 “소설을 내면성에 가두지 않고 과감히 공터로 끌어내어 속도감 있는 단문, 드라이한 문체로” 펼쳐냈다고 평했다. 이후 박화영은 “풍부한 ‘스토리’들과 장면 전환의 자연스러운 흐름”(신춘문예 심사평)을 무기로 남들과는 다른 기묘한 소설세계를 풍부하게 일구어왔다.

그렇게 묶인 이 소설집의 도처에는 생명력을 지니고 꿈틀거리는 섬?한 공포가 도사리고 있다. 평범해 보이는 화장실이 안에 든 사람을 그 사람의 의지와 관계없이 평행세계로 보내버리고(「화장실 가이드」), 어느 날 도심의 광장 한가운데 나타난 벽이 점점 높고 길게 자라 도시를 반으로 가르며(「벽」), 더이상 아기가 태어나지 않는 ‘무정란 도시’에서 한 여자가 예감이 좋지 않은 무언가를 잉태한다(「무정란 도시」). 달아날 수 없는 악몽을 제대로 마주하기 위해 꿈속의 작업실에서 악몽을 조각하거나(「악몽 조각가」), 갑자기 혀가 몸속으로 빠져들어가 이리저리 돌아다니면서 각 부위에 얽힌 과거의 상처들이 되살아나기도 하고(「혀」), 모두가 잠든 밤에 어두운 골목이 다른 차원의 세계로 깨어나면 머리 없는 유령이 자기 머리를 발로 차며 그 길 위를 걸어다니기도 한다(「골목의 이면」).


기묘하고 공포스러운 현상을 일상 속에 침투시키는 박화영 소설의 환상성에 주목할 때, 눈에 띄는 점은 작가가 환상세계를 그리는 방식이다. 박화영 소설에서 “환상은 현실과 다른 차원에 속한 어떤 것”이 아니라, 익숙한 일상 공간이 특별한 사연을 만나 “조금 다른 용법으로 구부러질 때 열리는” 세계다(복도훈, 해설). 즉, 박화영은 현실과 동떨어진 환상세계를 만들어내기보다는 현실 밑에 겹쳐진 채 이미 존재하고 있을 법한 환상을 현실 위로 올려놓는다. 그래서 『악몽 조각가』를 읽을 때 우리는 3D 입체 안경을 쓴 것처럼 하나의 화면 위에서 현실과 환상을 동시에 보고, 그 사이의 미묘한 시차를 감각하는 즐거운 경험을 할 수 있게 된다.

박화영 소설이 단순한 괴담으로 종결되지 않는 또하나의 이유는 박화영이 내세우는 서술자들이 비현실적일 정도로 담담하다는 사실에서 찾을 수 있다. 이 소설집에서 발생하는 대부분의 사건은 인간의 힘으로는 도저히 해결할 수 없는 초자연현상들이다. 그런데 박화영의 서술자들은 소름 끼치고 절망스러운 상황을 자신이 처한 현실로 애써 받아들이고 나서야 이야기를 시작하는 듯하다. 인물들의 차분한 행적은 그들이 갑작스레 내던져진 괴기스러운 현재와 충돌하며 묘한 충격을 불러온다. 그리고 이들의 입을 빌려 박화영이 태연하게 구사하는 정련된 문장과 그 속에 담긴 냉소 섞인 유머가 작가의 소설을 독특하고 세련된 기담으로 완성시킨다. 그렇게 우리는 『악몽 조각가』를 읽으며 슬프면서도 웃음이 나고, 기괴하면서도 따뜻한 감정을 느끼게 된다.



그 어떤 것과도 닮고 싶지 않다는 열망
박화영 소설세계의 기원을 새기다

어떤 방식으로든 자신만의 시그니처를 소설 속에 새겨내려는 박화영의 시도는 단편 「주」에 이르러 과감한 형식 실험으로 이어진다. 가상의 책에 달린 후주라는 형식만으로도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이 작품은 『악몽 조각가』의 마지막 소설로 자리하여 얼핏 소설집의 후주처럼도 보이도록 위장되어 있다. 땅속 깊이 거꾸로 박혀 있는 정체불명의 거대한 기둥柱에 관해 부연하는 이 60여 개의 주註는우리로서는 읽을 수 없는 책의 내용을 짜맞출 퍼즐 조각이다. 쓰이지 않은 이야기와 주석의 행간에 숨겨진 이야기를 조합해 독자 스스로 또다른 상상을 펼쳐볼 수 있는 흥미로운 작품이다.

책의 맨 마지막에 실린 ‘작가의 말’도 남다르다. 박화영은 ‘작가의 말’ 원고 쓰기의 어려움을 토로하며 ‘작가의 말’을 쓰기 위해 누구의 조언을 구했고, 어떤 도서를 참고했으며, 그 책에는 어떤 중요한 주의사항들이 적혀 있었는지 구구절절 늘어놓는다. 사실과 허구가 뒤섞인 이 ‘작가의 말’은 단순한 집필 후기로 남는 것이 아니라, 박화영이라는 작가와 그의 소설이 지닌 분위기를 집약해 전달하는 또다른 장치로 기능한다.

『악몽 조각가』는 박화영이 무엇과도 같지 않으려는 기발한 시도를 책의 처음부터 끝까지 밀고 나가 완성한 첫 결과물이다. 덕분에 이 책을 읽을 독자도 마지막 페이지까지 흥미롭게 책장을 넘길 수 있게 되었다. 박화영만이 꿈꾸고 조각할 수 있는 이 악몽 같은 이야기들은 한동안 우리의 의식에 달라붙어 끈질기게 감각될 것이다.

*

여기까지 썼으니 이제 물을 한 모금 마셔도 괜찮을 듯하다. 사실 작가의 말을 쓸 때 주의해야 할 점 가운데 하나가 물은 글을 다 쓰고 나서 마셔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훌륭한 지침은 물론 『작가의 말 작법』에 실려 있는 것이다. 이 책을 쓴 저자는 물과 관련된 조언과 함께 불우했던 19세기 어느 영국 작가의 사연을 전하고 있다. 이 무명 작가는 생애 첫 책의 출판을 앞두고 마지막 작업으로 작가의 말만 남겨두었다고 한다. 작가의 말만 마무리지으면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할 대작이 잉크 냄새를 풀풀 풍기며 미천한 서점 진열대 위에 강림하실 예정이었으나 결국 그 책은 계속 하늘 위에 머무를 수밖에 없었다. 작가의 말을 쓰다 말고 저자가 콜레라로 사망했기 때문이다. 이 불우한 저자가 잘못한 일이라곤 글을 쓰기 직전 물을 한 잔 마신 것뿐이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 물은 콜레라균에 감염되어 있었고 가뜩이나 대작을 쓰느라 심신이 지쳐 있던 작가는 병을 이겨내지 못했다. (…)
내 책이 물론 그 불우한 작가의 책에 비할 바는 못 되지만 그래도 나름 고생한 만큼 서점 진열대의 미미한 구석에라도 자리잡기를 바란다. 그런 의미에서 작가의 말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번 되새기게 된다. _‘작가의 말’에서

구매가격 : 9,100 원

백작부인

도서정보 : 하스미 시게히코 / 문학동네 / 2019년 01월 30일 / EPUB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세계를 압도하는 천재 영화평론가 하스미 시게히코
22년 만의 장편소설!

제29회 미시마 유키오상 수상작
구병모(소설가) & 정성일(영화평론가) 추천!

“승리하는 것은 언제나 성숙한 여성입니다.
이해할 수 있겠어요? 지로 도련님.”

일본을 대표하는 석학이자 열정적이고 천재적인 영화 비평으로 더욱 잘 알려진 하스미 시게히코가 22년 만의 장편소설 『백작부인』을 발표했다. 2016년 이 소설이 처음 게재된 일본의 문예지 『신초新潮』는 발간 당시 품절 사태를 일으켰고, “전도유망한 신예의 작품에 수여한다”는 상의 취지를 뒤엎고 일본 문학계의 대가大家 하스미 시게히코에게 제29회 미시마 유키오상이 돌아가면서 화제성은 더욱 커져갔다.
소설은 2차세계대전중 일본의 도쿄를 배경으로 단 하루 동안 일어난 일을 그리고 있다. 영화를 좋아하는 남고생 ‘지로’와 어떤 연유로 지로네 별채에 살고 있는 정체불명의 여성 ‘백작부인’이 우연히 시내에서 마주치는 장면으로 시작되는 이야기는 추문과 진실, 현재와 과거가 혼란하게 뒤섞이며 화려한 한바탕 꿈처럼 전개된다.
감각적으로 난무하는 언어, 독특하고 치밀한 묘사, 농밀한 에로티시즘, 풍부한 영화적·문학적 레퍼런스, 기묘하고 신비스럽기까지 한 캐릭터들이 자아내는 실소와 유머 등이 하스미 특유의 만연체 안에서 그야말로 현란하게 범람하며 연쇄하는 이 소설은, 주로 그의 영화 비평을 접해온 이들을 비롯해 국내의 독자와 문학계에도 신선한 충격과 자극을 전할 것이다. 더불어 작중에서 중요한 요소로 등장하는 영화배우 ‘루이스 브룩스’의 실제 촬영 사진(1928년)을 일본 원작과 동일하게 한국어판 표지에 사용했다.

성숙한 여성 ‘백작부인’과 풋내기 남고생 ‘지로’의 하루
작품의 줄거리 및 특징

영화광 남고생 지로는 영화를 보고 나오는 길에 우연히 백작부인과 마주친다. 백작부인은 지로네 별채에 살고 있는 정체불명의 여성으로, ‘상하이에서 온 고급 창부다’ ‘전쟁 스파이다’ ‘지로 할아버지의 첩의 소생이다’ 등 온갖 추문에 둘러싸인 존재다. 근처 호텔의 다실로 차를 마시러 가자는 부인의 제안에 따라나선 지로는 예기치 않은 인물들과 마주쳐 엉겁결에 부인과 포옹 장면을 연출하다 사정射精을 해버리고 만다. 호텔 내 탈의실에서 옷을 갈아입으라는 부인의 지시에 따라 혼자서 어느 남장 여성의 안내를 받는데, 그곳에서도 여성의 요설에 정신이 혼란해지고 성기를 잘릴 뻔한 위험에 처하기도 한다. 우여곡절 끝에 백작부인과 재회한 지로는 또다시 장황하게 몰아치는 부인의 이야기에 빠져든다. 그건 바로 부인의 과거와 추문에 관한 진실들이었지만, 지로는 자신의 생각을 전부 간파하고 있는 듯한 부인의 이야기를 들을수록 진실과 거짓을 구분하기가 더욱 어려워진다. 모든 것이 불투명하게만 느껴지는 지로는 대체 이곳이 어디냐고 부인에게 묻지만 그녀는 “그 어디도 아닌 장소”라는 말을 남기고 잠시 자리를 비우는데…… 과연 이 혼란한 밀회의 끝은 어디일 것인가?

전쟁이라는 소용돌이 안에서 농밀한 삶을 살아온 백작부인의 과거를 응축한 하루, 혹은 풋내기 남고생 지로와 성숙한 세계와의 조우로 읽을 수 있는 이 소설은 “(위와 같은 내용이) 정말로 이 작품의 줄거리인가 하면 물론 그렇지 않다. (…) 이 소설을 실제로 읽는다면 스포일러가 문제될 작품이 아님을 바로 알 수 있을 것”이라는 일본의 언론평(『유리이카ユリイカ』 하스미 시게히코 특집, 2017. 10.)처럼 한 가지 줄거리만으로 요약해낼 수 없는 압도적인 스펙트럼을 지녔다.
현대 일본어사전에 등재되지 않은 의성어가 등장하는 첫 문장부터 감각적이고 현란하게 난무하는 언어, 유쾌한 유머와 에로티시즘, 우연적이고 단절적으로 작동하는 서사 안에서도 절묘하게 연결되는 에피소드, 백작부인의 정체를 추적해가는 서스펜스, 풍부한 영화적·문학적 연상 효과 등 어느 하나로 압축해낼 수 없는 이 소설을 읽는 행위는 독서를 넘어 모험을 떠나는 일이며, 독자들에게는 그 즉자적인 세계에 몸을 맡기고 오로지 즐길 것을 권한다.

과연 그 남자의 그곳을 성공적으로 짓바술 수 있었을까?
전쟁, 남근 조롱, 그리고 변신하는 정체들

이 소설은 성숙하고 요염한 중년 여성인 백작부인이 여자를 안기만 해도 사정해버리는 풋내기 남고생 지로를 데리고 다니며 그녀 자신이 살아온 파란만장한 삶을 들려주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2차세계대전 당시 일본의 사회상, 승산 없는 전황과 군부의 무능함, 전쟁의 현실과 허상이 묘사되는 가운데 부인은 자신의 성적 체험을 노골적으로 늘어놓으며 궁극적으로는 전쟁을 주도하는 고위급 장교들을 응징하는 일에 가담한 경험을 이야기한다. 그 응징이라 함은, 성판매를 가장해 장교에게 접근해 성행위 도중 고환을 짓바수어 불능으로 만드는 것. 과연 응징에 성공할 수 있었을까 하는 긴장감, 이따금 실소를 터지게 하는 백작부인의 노련한 농담, 남성들 사이에 떠도는 추문을 겁내지 않고 자유자재로 조작하는 여성 주인공들의 모습이 유쾌하게 펼쳐지는 한편, 하녀들에게 교묘히 성기를 품평당하는 순진한 지로의 일화와 맥없이 응징의 순간을 맞는 남성들의 모습을 절묘하게 교차시키면서 소설은 전쟁에 대한 비판과 함께 남근 조롱과 권력 전복의 메시지를 시사한다.

이 소설에서 또다른 인상적인 요소는 등장인물들의 불투명한 정체와 동일한 문장의 반복 효과다. 두 주인공 외에도 지로의 사촌누이 호코, 하녀 고하루, 호텔 탈의실의 남장 여성, 생선가게 심부름꾼 등 다양한 인물이 등장하는데, 이들은 변장해 모습을 바꾸거나 진실과 거짓의 경계가 모호한 이야기를 들려주며 정체에 관한 의문을 남기는 동시에, 미성년인 지로에게도 혼란을 가중시키며 전쟁이라는 현실 안에서 세계의 균형과 개인의 정체성이 흔들리는 양상을 보여준다. 하스미는 ‘인간의 변신’이 이 소설의 테마 중 하나라고 말하면서, 아이덴티티가 이중화하고 흔들리는 것과 함께, 반복되는 동일한 문장이 문맥에 따라 의미가 달라지는 효과도 의도했다고 밝혔다.

쓰고 싶은 걸 썼을 뿐인데, 무슨 대답을 원하신 거죠?
‘전쟁’이라는 ‘현상’을 정면으로 바라보기

이 소설은 하스미 시게히코가 22년 만에 발표한 장편소설이자 그 강렬한 내용으로 주목받았지만, “신예의 작품에 수여”한다는 취지를 뒤엎고 결정된 제29회 미시마 유키오상 수상과 그후 회견 자리에서 보인 하스미의 냉담한 태도도 화제가 되었다. “민폐라고 생각한다. 여든 먹은 사람에게 이런 상을 주는 계기가 일어난 것은 일본 문화에 상당히 한탄스러운 일” “바보 같은 질문은 그만둬달라” “오직 지적 조작에 의해 쓰인 작품” “(자신의 역작) 『보바리 부인론』에 들인 노력의 100분의 1도 들이지 않았다” 등 직설적인 태도로 일관한 하스미는, 자신이 쓰고 싶은 걸 썼을 뿐이며 여성들의 평가가 가장 좋았던 작품이라고만 간략한 소감을 밝혔다.
다만 추후의 몇몇 언론 인터뷰에서는 “기억에서 말소되어가는 전쟁 전이라는 시기에 사람들이 좀더 시선을 보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고 (…) 묘하게 밝았던 전쟁 전의 분위기를 언어로 표현하고 싶었다”고 집필 의도를 밝혔다. 덧붙여 기승전결 구성과 등장인물의 심리를 명확히 그리는 방식이 싫다고 밝힌 하스미는 “인물의 심리 따위 개나 줘버리고” 독자들 마음대로 해석하고 재미있게 읽어주면 좋겠다는 바람을 말하기도 했다.

구매가격 : 10,200 원

사라진 소방차

도서정보 : 마이 셰발, 페르 발뢰 / 엘릭시르 / 2019년 01월 28일 / EPUB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세상 어떤 경찰소설보다 진실하고
흥미진진하며 심오한" 마르틴 베크 시리즈
다섯 번째 권 출간!

요 네스뵈, 헨닝 망켈 등 유수의 범죄소설 작가들이 가장 사랑하는 시리즈, 북유럽 미스터리의 원점, 경찰소설의 모범 "마르틴 베크" 시리즈의 다섯 번째 작품『사라진 소방차』가 엘릭시르에서 출간되었다. 시리즈의 최고 걸작이라 평가받는 『웃는 경관』의 다음 권으로, 베크는 새롭게 합류한 동료와 함께 범죄 조직의 뒤를 쫓는다. 『사라진 소방차』 에는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사건 현장의 지도가 첨부되어 있어 작품 속 범죄와 수사를 구체적으로 그려볼 수 있다.
열 권으로 이루어진 "마르틴 베크" 시리즈는 스웨덴 국가범죄수사국에 근무하는 형사 마르틴 베크를 주인공으로 하는 경찰소설이다. 공동 저자인 마이 셰발과 페르 발뢰는 이 시리즈에 "범죄 이야기"라는 부제를 붙여 부르주아 복지국가인 스웨덴이 숨기고 있는 빈곤과 범죄를 고발하고자 했다. 또한 긴박한 전개와 현실적인 인물이 자아내는 위트도 갖추고 있어 대중소설로서 뛰어난 오락성도 동시에 제공하는, 두 마리 토끼를 훌륭하게 잡은 작품이다.
작품성과 대중성을 모두 갖춘 이 시리즈를 기점으로 북유럽 범죄소설은 "셜록 홈스" 식 수수께끼 풀이에서 탈피하여, 현실적이고 입체적인 인물이 등장해 사회의 문제점을 고발하는 방향으로 흘러갔다. 스웨덴 범죄소설작가 아카데미는 이 시리즈가 북유럽 범죄소설에 기여한 바를 기리기 위해 마르틴 베크상을 제정하여 매년 훌륭한 범죄소설에 시상하고 있다.

구매가격 : 9,700 원

죽은 자들의 메아리

도서정보 : 요한 테오린 / 엘릭시르 / 2019년 01월 28일 / EPUB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평화로워 보이는 스웨덴의 욀란드 섬에 어떤 미스터리가 숨겨져 있을까? 작가는 섬의 풍경을 정교하게 그려내어 독자들을 스웨덴의 욀란드라는 낯선 섬으로 데려다놓는 것은 물론, 이십 년 전에 벌어진 미스터리한 실종 사건을 독자에게 던져준다. 단순히 어린아이의 실종 사건인 줄 알았던 사건은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복잡한 양상을 드러낸다.

다섯 살배기 남자아이 옌스가 사라지고 그렇게 이십 년이 지났다. 옌스의 가족은 철저하게 망가졌다. 가족들은 서로를 원망했고 각각 나름의 죄책감을 떠안았다. 아이가 죽었다고 생각하고 어떻게든 떨쳐낸 구성원도 있었지만 아이 엄마 율리아에게 그것은 불가능했다. 율리아는 고통 속에서 매일을 보냈다. 그러던 어느 날 옌스의 할아버지 옐로프에게 옌스가 실종 당일 신었던 신발 한 짝이 배달된다. 율리아와 옐로프는 누가 신발을 보냈는지 탐문을 시작한다.

실종된 옌스의 할아버지인 옐로프는 이 작품에서 탐정 역할을 톡톡히 한다. 혼자서는 몸도 가누기 힘든 노인이지만, 자리에 앉아 다른 사람을 부리지 않는다. 그는 지팡이를 짚고 동네 노인을 탐문하고 느리지만 꼼꼼하게 섬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직접 수색한다. 하루하루 죽음에 가까워지는 옐로프는 마지막 기력을 옌스 수색에 사용하려는 듯 몰두하는데...

구매가격 : 11,600 원

가장 어두운 방

도서정보 : 요한 테오린 / 엘릭시르 / 2019년 01월 28일 / EPUB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북유럽 최고의 범죄소설상 유리 열쇠상
영국 추리작가협회 인터내셔널 대거상
스웨덴 범죄소설작가 아카데미 최우수 장편상

『가장 어두운 방』은 스웨덴의 욀란드 섬을 무대로 한 ‘욀란드의 사계’ 4부작 시리즈의 겨울 편으로, 유리 열쇠상, 영국 추리작가협회상 등 세계 유수의 추리소설상을 휩쓸며 요한 테오린을 단숨에 인기 작가로 끌어올린 수작이다. 시리즈 전반에 흐르는 서정적인 분위기와 아름다운 풍광을 배경으로 상실을 겪은 사람의 고통과 극복이 미스터리와 결합되어 읽는 이의 마음을 깊게 울린다. 엘릭시르는 2017년 가을 편 『죽은 자들의 메아리』, 2018년 겨울 편 『가장 어두운 방』에 이어 남은 두 권을 순차적으로 소개할 예정이다.

아내가 자살한 후 깊은 슬픔에 빠진 주인공 요아킴은 아이가 죽은 엄마의 목소리를 듣기 시작하며 더욱 괴로워한다. 요아킴은 크리스마스에 죽은 자들이 돌아온다는 욀란드의 전설에 기대어 아내의 죽음에 관한 수수께끼를 파헤치려 하는데, 과연 그들은 불가사의한 슬픔의 시간에서 빠져나갈 수 있을까? 세심하게 직조된 플롯으로 죽음에 대한 고찰과 상실을 겪은 사람의 고통이 담은 북유럽 미스터리의 걸작 시리즈 두 번째. 담담하고 건조한 표현은 한층 깊은 감동을 선사한다.

구매가격 : 11,600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