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세기의 사랑

낭만의 혁명과 연애의 탄생

이영목·김영욱·민은경 외 | 문학동네 | 2024년 01월 31일 | EP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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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소개

‘낭만적 사랑’은 18세기의 위대한 발명품이다!
인류 역사의 역동을 이끈 아름다운 힘
사랑은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한다!
예술과 생각의 새로움을 이끈 사랑의 모험


누구나 사랑을 한다. 인간은 사랑 없이 살아갈 수 없다. 이번에는 사랑이다. 일면 변덕스럽고 종잡을 수 없어 보이지만 끝내 탐구해야 할 인간의 조건이다. 학문의 궁극은 인간을 향한다. 인류 역사의 동력인 사랑은 문학과 역사, 철학과 사회에 대한 성찰에도 커다란 흔적을 남기고 때론 변화를 이끌었다.
『18세기의 사랑: 낭만의 혁명과 연애의 탄생』은 한국18세기학회에서 활동하는 인문학자 열네 명이 ‘사랑’을 키워드로 18세기 사랑에 얽힌 이야기와 역사를 탐구한 책이다. 사랑은 지극히 사적인 문제처럼 보이지만 개인의 갈망과 욕망은 사회를 변화시켰고, 반대로 세상의 억압이나 시대의 변화가 사랑이란 관념에 혁명적인 전환을 가져오기도 했다. 이 책에서는 문학가와 철학가의 지적이고도 환희에 찬 연애, 사교계 남녀의 은밀한 유혹, 자화상과 신화화(神話畵)에 나타난 다양한 사랑의 모습을 통해 사랑을 진지하게 탐구했다. 각자의 사랑 이야기에 계몽주의, 낭만주의의 시작, 개인의 등장과 제국주의와 인종주의의 그늘, 그리스 로마 신화 등 제법 묵직한 주제가 갈피갈피 끼어들지만, 결말이 궁금한 로맨스 드라마 다음 회 재생하듯 어느새 단숨에 읽힌다. 역시 사랑은 인류의 영원한 주제이기 때문일까.
책에 실린 글은 2023년 ‘18세기의 사랑’이라는 제목으로 네이버 문학동네 포스트에 연재되며 큰 호응을 얻었다. 『18세기의 맛: 취향의 탄생과 혀끝의 인문학』 『18세기 도시: 교류의 시작과 장소의 역사』 『18세기의 방: 공간의 욕망과 사생활의 발견』과 궤를 나란히 하는 한국18세기학회의 네번째 책이다.

‘낭만적 사랑’이라는 혁명
삼자결혼은 행복의 트라이앵글? 우정의 찬미에서 사랑의 합일로
유럽의, 특히 프랑스의 18세기는 ‘빛의 세기’이자 ‘철학자들의 세기’이다. 이 시기 사랑은 혁명적 변혁을 겪으며 도약했다. 유럽 18세기의 위대한 발명품, ‘낭만적 사랑’이란 개념이 탄생했다. 이를 통해 사람들은 드디어 영혼과 육체를 분리해서 바라보는 이분법적 사고에서 벗어나 온전한 개인으로 존재하며, ‘영혼의 반쪽’을 만나는 합일의 관계를 꿈꿨다.
「낭만적 사랑의 혁명」에서는 슐레겔의 소설 『루친데』를 통해, 사랑과 우정 사이의 우열 관계에 대한 오랜 논쟁에 종지부를 찍고 사랑이 “인간관계 가운데 가장 총체적인 것이자 가장 배타적인 것”으로 격상하는 낭만적 사랑이라는 이데올로기의 형성 과정을 보여준다.

이런 율리우스를 구원해준 것이 루친데와의 낭만적 사랑이다. 그는 화가 루친데와 같이 밤을 보내면서 그녀와 완벽한 일체감을 느끼고 자신이 그토록 갈망했던 존재의 통일성을 체험한다. 그녀와의 사랑이 개인의 분열된 관계를 극복하는 총체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루친데와의 관계에서 진정한 사랑의 본질을 깨닫는다. “사랑에는 모든 것이 담겨 있어요. 우정, 아름다운 사교, 감각적 욕망과 열정, 그리고 이 모든 것이 사랑 안에 있어야 […] 해요.” 여기서 처음으로 육체적 사랑이 높은 평가를 받는다. 진정한 사랑은 성적 사랑에서 절정에 이르며, 성적 사랑이야말로 진정한 사랑의 필수 전제가 된다. 물론 육체적 관계만을 강조하는 것은 아니다. 낭만적 사랑의 의미는 감각적 사랑과 정신적 사랑의 구분을 넘어섰다는 데 있다. 진정한 사랑이란 분리를 모르는 것이어야 한다. 사랑이란 한 개인의 고유한 인격을 사랑하는 일일진대, 어떻게 연인의 정신과 몸을 분리해서 사랑할 수 있단 말인가. 슐레겔은 이렇게 사랑을 새롭게 규정함으로써 사랑의 유구한 이원론적 전통을 파괴한다. 낭만적 사랑은 이런 점에서 ‘혁명’이라 불려도 마땅하다. -「낭만적 사랑의 혁명」 63~64쪽

그전까지만 해도 사랑은 그다지 존중받는 감정도, 인간이 추구할 최고의 가치도 아니었다. 오히려 이 시기 독일에서는 배우자 외에 다른 이성 친구를 두거나 “삼자결혼(die Ehe zu Dritt)” 관계를 맺으려는 시도가 발견된다. 예컨대 게오르크 포르스터(제임스 쿡의 세계일주에 동행해 유명해진 민속·박물학자이자 프랑스 혁명을 지지했던 공화주의자)는 자신의 아내 테레제의 친한 남자 친구이자 작가인 마이어(F. L. W. Meyer)를 질투하기는커녕 이렇게 말했다고 알려져 있다. “우리 테레제의 형제이자 친구로서 서로 사랑합시다.” 또한 작가이자 여권론자였던 에밀리에 폰 베를랩슈는 소설가 장 파울에게 다른 여성과의 결혼을 권하면서 자신은 그 옆에서 친구로 함께 살고 싶다고 제안했다. 이러한 삼각관계는 사교계에서 이례적인 것이 아니었고 심지어는 “행복의 트라이앵글”로 찬미되기도 했다. 삼자결혼은 친구와 연인, 부부가 서로 침범해서는 안 되는 고유한 관계라는 굳건한 믿음에서 비롯되었다. 그것은 현재 우리가 생각하듯 외도나 ‘정신적 바람’으로 쉽게 치부될 수 없었다. 사랑의 진정한 배타성이 형성되지 않았던 때의 이야기다.

욕망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영혼의 갈증, 사랑하므로 인간이다
에로티슴, 자기색정… 사랑을 향한 지적 유희와 탐구
실제로 있었던 아름다운 귀족 아가씨와 가난한 가정교사의 안타까운 사랑 이야기, 중세의 아벨라르와 엘로이즈 이야기는 많은 철학자와 예술가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들의 비극적 사랑에서 영감을 받은 루소는 『쥘리, 신 엘로이즈』를 썼다. 그 밖에도 많은 문필가의 손 끝에서 당대의 새로운 엘로이즈/엘로이자는 수용되고 변형되면서 낭만적 사랑의 여러 특성을 보여주었다. 미셸 공드리 감독의 영화 〈이터널 선샤인〉의 원제 ‘Eternal Sunshine of the Spotless Mind’는 1717년에 발표된 영국 시인 알렉산더 포프의 시 「엘로이자가 아벨라르에게Eloisa to Abelard」에서 따온 것이다. 각본을 쓴 찰리 카우프먼이 엘로이즈와 아벨라르 이야기에 깊이 매혹된 흔적은 그의 전작 〈존 말코비치 되기〉의 인형극 장면에서도 확인된다.
18세기 문인의 대표인 볼테르의 삶에서 샤틀레 부인은 거의 유일한 사랑이었다. 규범에 맞지 않으나 용인되었던 이들 커플은 당대 최고 지성인의 사교계에서 “개인적 삶을 공연히 드러냄으로써 사회라는 무대에 배우로서 등장”했다. 이들의 사랑엔 과학에 대한 순수한 탐구와 지적 대화가 끊이지 않았다.
어떤 철학자들은 “생명을 얻게 된 석상이 점차 지식을 얻고 사랑의 감정을 갖게 되는 과정”에 주목한다. ‘자기색정’과 ‘에로티슴’은 무슨 말인가? 「피그말리온의 사랑」에서는 피그말리온 신화의 18세기적 변형이 로크의 감각론과 함께 어떤 새로운 의미를 갖게 되는지 추적한다.

유혹과 기록
가짜 점과 부채, 신화 속 사랑, 모차르트의 오페라
18세기 프랑스에서는 가짜 점이 유행했다. 부채를 펼치고 흔드는 동작에도 다 의미가 있었다. 모두 이성을 유혹하는 은밀한 암호였다(「가짜 점, 부채 그리고 사랑의 커뮤니케이션」). 「프랑스 신화화의 장면들」에서는 ‘페트 갈랑트’라는 장르의 유행에서 개인의 존재, 감각과 사랑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읽어냈다. 「모차르트의 풀리지 않는 사랑 방정식과 그의 오페라에 투영된 성」에서는 모차르트가 계몽주의자라는 신화에 대한 비판적 접근에서 시작해, 그의 오페라에서 새로운 개인의 성적 정체성의 확립과 혁명 직전의 격동하는 사회의 상징이 있음을 간파했다.

사랑은 덧없이 사라지는 순간의 감정이지만 오래도록 우리에게 여운과 잔상을 남긴다. 이성적 존재인 인간이 느끼는 사회적 감정의 메커니즘으로서 사랑은 종족 번식을 위한 동물의 교미나 쾌락을 위한 섹스와는 달라야 한다는 18세기의 계몽주의적 태도는, 강박적으로 사랑의 완수를 위한 사회적 과정과 태도에 집착했다. 연애 장면과 성애 장면을 포착해 생생한 감각을 화폭에 담은 회화 작품은 그 자체로 사랑의 완수에 대한 시각적 증거로 기능했다고 할 수 있는데, 찰나의 사랑이 신화가 되는 순간을 기록해 영원으로 박제하는 일은 회화의 근본적인 존재 이유에 대한 사유와도 맞닿아 있다. -「프랑스 신화화의 장면들」 104, 106쪽

시대의 사랑
신분을 뛰어넘고 금기를 비웃으며 이념과 제도의 벽을 가뿐히 부수고 달려가는 힘
18세기는 전시대의 ‘지리상의 발견’의 여러 좋고 나쁜 가능성들이 실현되는 시대다. 타자와의 만남이라는 새로운 성찰의 계기는 노예무역이라는 가장 비인간적인 현상과 동전의 양면을 이룬다. 「잉클과 야리코의 이야기」는 이 불행한 결합의 전형적인 예를 보여준다. 영국의 몰락한 왕당파 라이곤은 신대륙을 찾아 떠났다가 바베이도스섬에 도착해 그곳의 원주민 야리코를 만난다. 원주민 부족의 공격에 노출된 라이곤을 발견한 야리코는 그를 보고 한눈에 반해 그를 동굴에 숨겨주고 지극정성으로 보살피는데…… 실화였던 이 이야기는 그러나 우리가 알고 있는 디즈니 애니메이션 <포카혼타스>(‘잉클과 야리코’ 이야기를 모티프로 삼았다)의 낭만적 결말로 끝나지 않았다. 야리코는 나중에 어떻게 되었을까?
현실의 지배를 받지만 그 현실의 질곡조차 뛰어넘게 만드는 것, 그것이 사랑일 것이다. 어떤 사랑은 기적처럼 세상의 편견과 굴레를 뛰어넘었다. 캐서린(캐서린 데스파드의 어머니는 자메이카의 노예였거나 자유민이었던 것으로 추정된다)과 에드워드 데스파드 대령의 결혼은 인종 간 결혼으로 주목을 받았다. 데스파드 대령은 스스로를 “빈민의 친구”라 칭한 평등주의자였다. 점령지에서는 흑인이건 백인이건 관계없이 동등하게 토지 분할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해 공분을 샀다. 점령지에서 런던으로 돌아온 그는 이후 캐서린을 아내로 소개했다. 세상은 그들의 사랑을 받아들였을까?

사랑이라는 주제와 관련된 이 수많은 현상, 욕망, 그리고 이데올로기를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18세기의 사랑’ 프로젝트를 이끈 한국18세기학회장 이영목 교수(서울대학교 불어불문학)는 이렇게 말한다. “사랑의 다양한 표현에서 어떤 인간의 본성을 읽기에는 우리의 이성이 너무 제한적”이라고. 그러면서 이렇게 덧붙인다. “다만 지금 현재로서는 ‘알려는 용기’를 가지고 ‘우리의 정원을 경작’할 뿐”이다. 그런 지적 겸손이 어쩌면 사랑을 사랑하는 마음이리라.

누구나 사랑을 한다. 인간은 사랑 없이 살아갈 수 없다. 혹여 생명을 부지하는 일은 가능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가능하다 한들 숨만 붙어 있고 사랑 없는 삶, 그런 삶은 계속 호흡하고 싶은 삶일까? 이번에는 사랑이다. 일면 변덕스럽고 종잡을 수 없을 것 같지만 끝내 탐구해야 할 인간의 조건이다. 학문의 궁극은 인간을 향한다. 인류 역사의 동력인 사랑은 우리가 탐구하는 문학과 역사, 철학과 사회에 대한 성찰에도 커다란 흔적을 남기고 때론 변화를 이끌었다. 우리는 사랑을 진지하게 연구했다. 사랑의 마음으로. 볼테르가 말했듯이, “사랑하고 사유하는 데 바쳐진 삶이 진정한 삶”이기에.
유럽의, 특히 프랑스의 18세기는 ‘빛의 세기’이자 ‘철학자들의 세기’이다. ‘낭만적 사랑’은 유럽 18세기의 위대한 발명품 중 하나다. - 머리말에서

저자소개

■ 한국18세기학회
한국18세기학회는 한국의 18세기를 비롯하여 세계의 18세기를 다채롭고 참신한 시각으로 연구하는 인문학자들의 모임이다. 국제18세기학회의 한국지부로서 1996년에 창립된 이래 문학, 역사, 철학을 아우르는 다양한 분야의 학자들이 학문의 경계를 넘어 활발한 학술 활동을 펼치고 있다.

■ 글쓴이
고은임_아주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강사
김영욱_서울대학교 불어불문학과 부교수
김한결_전남대학교 사학과 조교수
류혜원_고려대학교 교양교육원 초빙교수
민은경_서울대학교 영어영문학과 교수
박재연_아주대학교 문화콘텐츠학과 조교수
이경진_서울대학교 독어독문학과 부교수
이영목_서울대학교 불어불문학과 교수
이욱진_충북대학교 중어중문학과 조교수
이충훈_한양대학교 프랑스학과 교수
정희원_서울시립대 도시인문학연구소 교수
채승기_톡클래식그룹 대표
최요환_이화여자대학교 불어불문학과 조교수
최형섭_경상국립대학교 중어중문학과 교수

목차소개

머리말_ 인류의 역동을 이끄는 아름다운 힘

1부_ 사랑
유혹과 암호: 가짜 점, 부채 그리고 사랑의 커뮤니케이션
유물론자의 연애편지: 1759년 10월 15일 디드로가 소피 볼랑에게
문인, 유명인, 사랑: 볼테르의 경우
사랑은 우정보다 좋은 것이다: 낭만적 사랑의 혁명
낭만적 사랑, 첫눈에 반하는 것: 루소의 『쥘리, 신 엘로이즈』와 엘로이자의 후예들
돌의 꿈과 생명의 감각: 피그말리온의 사랑
우아한 연회, 페트 갈랑트: 프랑스 신화화의 장면들

2부_ 사회
식민지 시대의 인종 간 사랑: 잉클과 야리코 이야기
피부색을 넘어선 사랑: 혼혈 여성과 결혼
〈피가로의 결혼〉 〈돈 조반니〉 〈코지 판 투테〉: 모차르트의 풀리지 않는 사랑 방정식과 그의 오페라에 투영된 성
여성 화가의 자화상: 비제 르 브룅과 자화상 속 사랑의 모습
조선시대의 사랑과 결혼: 규방 여성의 로맨스
재자가인 소설 『홍루몽』: 남자를 미워한 남자 가보옥의 사랑 이야기
남녀의 사랑과 군신의 의리: 경전이자 사랑 노래로서의 『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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