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스(piece)_종이인간이 사는 방법

도서정보 : 윤혜연 | 2017-05-30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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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 오세요.”

새벽부터 자정까지 손님이 끊이지 않아 언제나 열려있는 릭의 사진관은 가끔 문을 닫기도 한다.
인화된 사진을 찾지 않는 고객들에게 직접 사진을 전달하기 위해서,
구겨지면 죽어버리는 종이인간의 세계에서 사진은 어떤 의미일까?


[본문]

“페기 도리스 씨?”

릭이 물었다.

“어디서 왔지?”

겁먹은 채 릭이 물을 때다. 50대 남성이 릭을 향해 인상을 구긴 채 물었다. 릭은 갑작스러운 질문에 의아했다. 그러자 정육점 남자는 릭의 멱살을 붙잡았다.

“제 때 갚는다고 했을 텐데. 그때 했던 이야기는 허투루 들은 건가?”

정육점 남자가 릭의 멱살을 잡았다. 남자는 성이 난 건지 잔뜩 목소리를 깐 채 단호히 이야기했다. 깡통이라도 찌그러뜨리는 것처럼 정육점 남자는 릭을 향해 인상을 잔뜩 썼다. 이러다 곧 남자의 몸이 구겨질 것 같았다.

“리, 릭 프랭크라고 합니다. 페기 도리스 씨가 제 사진관에 사진인화를 부탁해서요.”

릭의 얼굴이 잔뜩 창백해졌다. 정육점 남자 꽤나 커다란 덩치를 가지고 있었다. 그에 반해 릭은 깡마른 체구를 가지고 있었는데, 상대방이 찌푸리는 인상에 그는 사색이 될 수밖에 없었다. 이러다 한 대 맞을 것 같은지 그는 말을 더듬으며 정육점 남자에게 사진 봉투 하나를 내밀었다. 남자는 이내 잡았던 멱살을 풀었다. 그리고 릭이 건넨 봉투를 받았다. 남자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다만 그는 릭이 건넨 봉투 속 사진들을 보았다. 남자의 표정은 담담했다. 골목에서 이따금씩 발걸음이나 자전거 경적소리가 들렸다. 그런 소리들이 몇 번이나 더 들리고 나서야, 남자는 사진에서 눈을 뗐다.

구매가격 : 900 원

피스(piece)_이너라이트(Inner light)

도서정보 : 윤혜연 | 2017-05-25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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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노르 에이 제로, 여러분의 밤을 환하게 밝혀줄 것입니다.”

사람이 물건이 됐다.


아이만이 빛을 낼 수 있는 세상, 아이들은 공장에 갇혀 빛을 생산해내는 물건으로 전락했다.
이미 오래 전에 폐기처분 된 피터 팬은 신분위조자로 조용히 숨어 살아가고 있었는데
어느 날 그에게 상품으로 유명한 오리지널 미노르가 찾아오게 되는데..


[본문]

피터는 포레스트가 미쳤다고 생각했다. 미노르를 여기까지 데려온 자신도 미쳤다고 생각했다. 이러다 발전소 제품인 걸 알려면 어쩌려고 그러는지, 피터는 속에서 욕지거리가 튀어나왔다. 언제나 그랬지만 오늘따라 더 사악해 보이는 포레스트의 모습이 달갑지 않다. 그러나 언제나 약이 오르는 사람은 피터였다. 때문에 그는 포레스트의 이야기를 한 번 들어보기로 했다. 포레스트는 서른다섯의 미노르를 제이라고 불렀다. 계속 미노르라고 부를 수 없는 탓에 찻집 첫 알파벳 J가 눈에 띄었다. 제이를 일단 찻집 음식을 주문하게 한 뒤, 포레스트가 이야기를 꺼내려 했다.

“자네는 친구가 필요해.”

포레스트는 피터가 이 일을 빨리 그만 두길 바랐다. 피터는 동의하지 못했다. 제자리에서 박차고 일어나는 그를 포레스트가 막았다. 포레스트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도 피터는 그만 둘 수 없었다. 그건 자신이 부서지는 거라고 생각했다. 때문에 한참 동안 말씨름이 계속 됐다. 그러나 피터가 원하는 대답은 나오지 않았다.

“그럼 딱 일주일만요.”

미노르가 말했다.

구매가격 : 1,200 원

피스(piece)_리시안셔스

도서정보 : 윤혜연 | 2017-05-24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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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을 깨뜨리러 온 거라면 돌아가세요.”

콘이라는 이름의 형을 가진 소년은 형이 돌아오지 않는 날을 기점으로 형의 이름을 빌려 세상에 나오게 된다.
기사학교를 졸업하고 배려금을 갚기 위해 왕국에서 내건 바위를 처치하라는 공고를 보고 바위가 있는 곳으로 향한다. 그리고 바위가 아닌 돌멩이 산에 앉은 소녀를 만나게 되는데....

[본문]

그건 돌멩이 산이었어요. 이윽고 달빛이 환하게 비추던 돌멩이 산꼭대기에 울고 있는 소녀를 보았습니다. 저는 그런 소녀에게 다가갔어요. 돌멩이 산꼭대기까지 올라가는 것에 시간이 조금 걸렸습니다. 그녀가 저를 봤을 때, 그 눈물을 조금 그치는 것 같았죠. 그녀는 저를 보고 놀란 표정을 지었습니다. 하얗고 옅은 노란 달 아래 소녀의 얼굴에 돌멩이들이 가득했습니다.

“누, 누구세요?”

소녀는 겁에 잔뜩 질린 목소리를 내뱉었습니다. 그리고 달빛아래 비치던 자신의 얼굴을 소녀는 두 손으로 가렸습니다.

“……콘이라고 해요.”

제가 답했습니다.

달에 비춰지는 소녀의 손에도 얼굴처럼 돌멩이가 가득했죠. 마치 손이 전부 돌로 되어있는 것 같았습니다. 한참동안 제가 소녀의 두 손을 바라보고 있을 때였어요. 소녀가 자신을 잡으러 왔냐며 물었습니다. 저는 단지 이 돌멩이들을 깨뜨리려고 왔을 뿐이라고 답했죠. 그러자 소녀는 자신을 깨뜨리러 왔냐며 물었습니다. 저는 소녀가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알 수 없었어요. 그녀는 유리도 아니고 커다란 바위도 아녜요. 물론 그녀의 얼굴과 손이 조금 의아했지만, 어쨌든 저는 알 수 없는 물음에 의아했지요.

구매가격 : 1,000 원

피스(piece)_파란

도서정보 : 윤혜연 | 2017-05-17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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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처음으로 신을 신발로 괜찮을 거 같아."

《피스(piece)_아상블라주(Assemblage)》의 찻집주인 클락의 과거, 클락은 계산대 밑 서랍장에서 자물쇠가 잠긴 상자를 발견한다. 상자의 자물쇠가 어디 있는지 생각나지 않고, 알 수 없는 초조함에 불면증에 시달리는데...

[본문]

쩔렁, 쩔렁, 팔락, 팔락, 죄수들은 묶인 손으로 책을 집어 들고 책장을 마구 넘겼다. 묶인 손으로 억지로 책장을 넘기는 탓에 쇠사슬이 서로 부딪히는 소리가 났다. 팔락, 팔락, 책장을 빠르게 넘기는 소리도 들렸다. 쇠사슬에 묶인 탓에 그들의 손발에서 조금씩 피가 났다. 살갗을 쇠사슬이 서로 꼬집었다. 그러나 얼굴 없는 죄인들이 책 한쪽을 찢어 먹기 시작할 때부터, 클락의 공포심은 점점 극한으로 몰렸다. 찢은 책장을 입에 넣어 씹어 먹는 소리가 그를 더 두렵게 했다. 모두들 묶인 손으로 책장을 찢어서 자신의 목구멍에 집어넣었다. 클락은 이곳에서 당장이라도 벗어나고 싶었다. 그러나 발목을 잡은 책들과 얼굴 없는 죄수들에 도망칠 수 없었다. 이곳을 당장 나가라며 온몸이 떨며 아우성치고 있었지만 정작 그럴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런 그에게 또 다른 위기가 찾아왔다. 책장을 찢어 목구멍에 마구 밀어 넣던 얼굴 없는 죄수들이 갑자기, 그것도 일제히 책장을 먹던 행동을 멈췄다. 모두들 클락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얼굴이 없어서 그 눈동자가 어디를 향하는지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클락은 자신을 보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그는 어쩔 줄을 모르고 몸과 동공이 흔들렸다.

구매가격 : 1,000 원

피스(piece)_아상블라주(Assemblage)

도서정보 : 윤혜연 | 2017-05-16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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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에게 헤어지자는 말을 들은 이후 잭은 어떤 일도 손에 잡히지 않는다. 그러던 중 항상 가던 찻집으로 향하는데, 가게가 바뀌어 있었다. 주인 클락은 잭에게 한 송이 꽃과 조언을 해주는데... 몽환적인 찻집 "아상블라주"


[본문]

“아상블라주?”

찾은 찻집에 아상블라주(Assemblage) 라는 글씨가 눈에 띄었다. 똑같은 가게 모양과 똑같은 골목에 들어선 찻집이다. 그러나 잭이 찾아 헤맸던 찻집은 아니었다. 의아해서 다시 차를 몰까 했지만 이내 가시지 않은 안개에 그 찻집을 향하기로, 마음먹었다. 잭은 어제와 똑같은 찻집의 문을 열었다. 추위는 찻집 난방에 눈 녹듯 사라졌다. 그렇지만 난방이 좀 더운 건지 옅어지던 뺨이 다시 붉어졌다. 참 사람 몸 하나가 변덕스럽다. 그러나 속은 따뜻하지 못했다.

“어서 오세요.”

찻집 주인으로 보이는 남자가 그를 반겼다.

주인은 중년의 남성이었다. 남자는 머리가 참 길었고 묶고 있었다. 그런 머리카락 색은 참 화려했다. 잭은 찻집 주인의 머리카락에 눈이 조금 갔다. 그러다 잭이 찻집을 한 번 둘러봤다. 찻집이 선 곳도 또 골목도 같았지만 안은 달랐다. 아침에다가 또 골목이라 그런지 손님은 없었다. 어제 들렀던 찻집 보다 아예 손님을 찾아볼 수 없는 곳이다. 그러다 이내 정신 차린 잭이 차 한 잔을 주문했다. 겨울에 따뜻한 차만한 게 없다며 찻집 주인은 빙긋이 웃었다.

“새로 개업한 거요?”

잭이 물었다.

“언제나 새벽이면 이 가게를 여는 걸요.”

찻집 주인이 웃으며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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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스(piece)_수상한 양과자점

도서정보 : 윤혜연 | 2017-05-11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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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백의 아이만이 무사히 빠져나갈 수 있다!

항상 놀림 받는 진이의 소중한 회중시계가 석이의 손에 던져졌다.
아이들 사이에서는 괴담이 도는 불이 켜지지 않는 양과자점에 들어간 시계를 진이는 찾으러 들어가고, 진이에게 사과하려했던 석이 또한 따라 들어가는데....

[본문]

「이곳에 누가 함부로 들어오랬지?」

허공에서 목소리 하나가 울렸다. 아이 둘은 눈과 고개를 돌려보았다. 캄캄한 공간은 눈에 익어서 헤매는 서로를 볼 수 있었다. 선명한 목소리지만 목소리의 주인은 알 수 없었다.

“누, 누구야?”

한참 후에야 석이가 허공에 물었다.

「너희는 내게 물을 수 없어.」

허공에서 다시 똑같은 목소리가 들렸다.

「내가 너희들에게 물을 수 있지. 이제부터 너희들은 내 물음에 대답해야 할 거야.」

허공에서 말했다.

“왜, 왜 그래야 하는 거야?”

진이가 물었다.

「너희들이 이곳을 함부로 들어왔으니까. 그러니까 이제부터 세 가지 문제를 낼 거야. 너희는 그 세 가지 문제를 꼭 풀어야 할 거야. 그렇지 않으면 이곳에서 나갈 수 없을 거야.」

석이와 진이는 다시 물을 틈도 없었다. 어둠 속 음성은 이내 첫 번째 문제를 냈기 때문이다.

구매가격 : 900 원

피스(piece)_동등인간

도서정보 : 윤혜연 | 2017-05-09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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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낮 사람과 밤 사람으로 나누어져 있고, 낮 사람 하우와 밤 사람 제로는 어느 날 갑자기 만나게 된다.

[본문]

제로와 깊은 이야기를 나누지는 않았다. 나는 제로에게 상처를 줄 수 있었다. 제로도 내게 상처를 줄 수 있었다. 때문에 쓸데없는 안부는 묻지 않았다. 묻지 않는 안부가 제로를 섭섭하게 만들 수 있었다. 그녀의 얼굴에 섭섭함은 없었다. 나는 그 앞면만을 본 채 안심했다. 우리는 밤하늘의 별과 달을 보며 이야기했다. 나도 책을 좋아했고 그녀도 책을 좋아했다. 그들은 우리와 다를 게 없었다. 명석한 사람이 있는 반면 어리석은 이들도 있었고 갈등은 언제나 존재했다. 그런 것들을 나는 제로에게 들을 수 있었다. 제로와 나는 조금씩 가까워졌다. 어서 해가 져서 밤이 오기를 기다렸다. 제로를 밤낮 없이 보고 싶었다.

“태양이 보고 싶어.”

어느 날 제로가 말했다.

구매가격 : 900 원

피스(piece)_안부

도서정보 : 윤혜연 | 2017-05-04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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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여덟 소녀 마리는 여름방학을 일주일 남겨두고 온 할아버지의 전화를 받는다. 버스 터미널에서 주인 녹음기를 들고 할아버지네 댁에서 보내는 여름방학을 그리고 있다.


[본문]

“더워 죽겠는데 차는 무슨 차.”

조부가 인상을 찌푸렸다. 마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다만 조부의 맞은편에 앉아 차 한 모금 마실 뿐이었다. 조부가 차를 싫어한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또 여름날에 따뜻한 물을 마셔야 하니 곤욕이 될 수밖에 없었다.

“잡생각이 많이 나서 안 마시련다.”

추운 겨울 날 이곳을 찾은 부모가 따뜻한 차를 내밀자, 조부가 했던 이야기다. 조부는 끓는 물에 우러나는 차를 싫어했다. 원래부터 끓인 차를 싫어하는 것은 아니었다. 마리가 알지 못하는 사실이 하나 있었다. 조모는 손발이 차가운 편이었다. 때문에 몸을 따뜻하게 해준다는 생강차를 매번 마셨다. 혼자 마시면 맛이 없다며 항상 남편에게까지 권하는 조모였다. 그 알싸한 생강차를 마신 뒤 박하 맛 사탕을 먹던 조모를 보며 그게 뭐가 쓰냐며 핀잔을 주던 조부였다. 그것은 마리가 중학교 때 있던 일이었다. 중학교 1학년이었던 마리는 그해 겨울이 참 추웠다는 사실을 떠올릴 수 있었다. 중학교 1학년 겨울 그 어느 날, 조부는 끓인 차를 먹지 않았다. 그날은 조모가 돌아가신지 딱 1년이 되는 날이었다.

구매가격 : 900 원

피스(piece)_천국행 지도

도서정보 : 윤혜연 | 2017-04-27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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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아인 소녀는 철도에 몸을 던졌다. 그리고 태엽을 감는 노인을 만난다. 천국으로 향하는 지도를 발견한 소녀는 이후 눈 밭에 사는 사내와 달빛을 닮고 싶은 반딧불이를 만난다. 천국행 지도를 따라 소녀는 천국에 다다랐을까?

[본문]
“아흔 여섯, 아흔 일곱, 아흔 여덟…….”

노인은 한참동안 태엽을 감았고 세던 숫자는 더 커졌다. 무언가 외우듯이 숫자는 칠백 서른여덟에서 멈췄다. 감던 태엽도 칠백 서른여덟에서 멈췄다. 그러자 갑자기 어디선가 절그럭거리는 소리가 났다. 감겼던 태엽이 풀렸고 쇠붙이 들이 이리저리 부딪혔다. 은은한 종소리라도 울리듯, 쇠붙이들이 서로 부딪히는 소리는 아름다웠다. 때문에 소녀는 앉았던 소파에서 노인의 옆으로 다가갔다.

“아름답지?”

소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참 알 수 없는 곳이었다. 전철의 빛에 감았던 두 눈을 다시 떴을 때, 소녀는 노인의 공간에 들어왔다. 노인의 책상 앞을 비추는 등불처럼, 소녀는 전철의 빛을 따라 이곳까지 새어 들어온 것 같다.

“천국행 지도란다.”

구매가격 : 1,200 원

피스(piece)_세상 단 하나뿐인 거인

도서정보 : 윤혜연 | 2017-04-25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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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수술비가 필요했던 청년은 8구역의 거인을 잡으러 나선다. 거인을 꾀어내어 미로 밖으로 나오지만 돌아오는 건 해고와 어머니의 죽음이었다. 청년에게 속아 사람들에게 팔린 거인은 컨테이너 박스에 갇히고 괴로운 시간을 보내게 된다. 결국 탈출한 거인은 자신을 속인 청년과 만나게 되는데...


[본문]

“차라리 날 으깨버리지 그랬어.”

청년이 말했다. 청년은 나빴다. 거인을 미로 속에서 끄집어낸 것도 모자라서 이제는 사람까지 죽이라니, 청년은 자신이 말해놓고서는 한숨을 쉬었다. 청년은 거인을 안식처에서 빼냈다. 거인이 지금까지 어디에 있었는지 그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자신처럼 거인도 별로 좋지 못하게 지냈다는 사실은 짐작할 수 있었다. 도심 너머로 보이는 산을 매일 보며 걸었지만, 거인은 다시 미로 속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걸 알았다. 돌아가고 싶었지만 돌아갈 수 없었다.

거인에게서는 이제 돌아갈 곳은 없었다. 다만 하염없이 숲을 향해 걸을 뿐이었다. 걸을 때마다 사람들의 눈초리에 쫓겨 가듯 했다. 자신이 왜 쫓겨야만 하는지 거인은 알 수 없었다. 이내 자신이 왜 걸어야 하는지도 알 수 없었다. 돌아갈 곳도 없이 떠돌아야 하는 이유를 거인은 알 수 없었다. 청년은 죽고 싶었다. 살아야 하는 이유가 없었다. 배고픔도 무더위도 느껴지지 않는 듯, 청년은 초점 없는 눈으로 잠을 청할 뿐이었다.

“죽으면 행복한가요?”

거인이 물었다. 청년은 단지 벗어나는 것뿐이라고 이야기했다. 행복하기 위해 죽는 게 아니었다. 이 지독한 현실을 벗어나고 싶을 뿐이라는 건 거인도 알아차릴 수 있었다. 거인은 청년의 일에 동참하기로 했다. 죽고 싶어 하는 청년을 따라 거인도 죽기로 했다. 하지만 못내 겁이 나는 듯 보였다. 죽으면 어떤지, 죽을 때는 아픈지 거인은 청년에게 물었다. 청년은 죽음 뒤는 알지 못한다고 답했고 아프다고 답했다. 그러자 거인은 고통스럽지 않게 죽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세상에서는 죽는 게 나쁘다고 이야기했다. 아아, 옥상에서 떨어지면 도로가 더러워지고 사람들에게 역겨움을 선사한다고, 청년은 깨달았다.

“커다란 기계를 만들자.”

구매가격 : 1,400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