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삶은 빛난다

도서정보 : 안드레아 콜라메디치 마우라 간치타노 | 2023-01-10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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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 즉시 이탈리아 아마존 인문 부분 베스트셀러 1위

“하나하나의 삶은 저마다 다른 색깔의 빛을 내뿜는다”
수천 년 동안 존재했지만 현대 사회에서는 거의 잊힌 고대의 지혜를 만나다

철학 프로젝트 ‘틀론(Tlon)’을 통해 고대 철학을 대중에게 소개하는 안드레아 콜라메디치와 마우라 간치타노는 이탈리아 현지에서 주목받는 젊은 철학자들이다. 그들의 신작 《모든 삶은 빛난다》는 출간 즉시 이탈리아 아마존 인문 분야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며 주목을 받았고 지금까지도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

두 철학자는, 삶의 답을 찾는 현대인들에게 먼저 인생이 힘들어진 원인에 주목하라고 말한다. 우리가 무거운 짐을 지고 숨 가쁘게 걷는 이유는 인생을 ‘곧은 선’으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삶을 곧은 레이스가 펼쳐진 경주처럼 바라보면 남과 자신을 비교하고 남들을 좇아 뛰느라 스스로가 어떤 사람인지, 무엇을 원하고 있고 무엇을 잘하는지 모르게 된다. 여기에 모든 문제가, 모든 괴로움이 있다. 자신을 알 기회를 놓친 채 뜀박질만 하다가 어느 순간 다리 힘을 잃고 마는 것이다.

철학의 궁극적 목표는 ‘자기 이해’에 이르는 것이다. 델포이 신전에 소크라테스의 격언 “너 자신을 알라”가 새겨진 것처럼, 자신을 안다는 것은 아주 오랜 옛날부터 지금까지 세월을 뛰어넘어 모든 현자가, 모든 인문학이 지향한 태도였다. 두 저자는 수천 년 동안 존재했지만 현대 사회에서는 거의 잊힌, 존재 전체를 다루는 구체적인 성찰이자 삶의 기술로서의 철학을 이 책에 되살려놓는다. 또한 문학과 심리학, 과학에도 의지하여 우리의 생각과 감정, 신체를 이해하고 다스리는 데 도움을 줄 전략을 찾고 이것을 일상에 탁월하게 적용하는 법을 일러준다.

구매가격 : 12,200 원

프랑스 바칼로레아 철학 논제 탐구(45)

도서정보 : 김상규 | 2022-12-23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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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프랑스 대학입학 자격시험인 바칼로레아 철학 논제들을 다루고 있습니다. 논제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사회적, 역사적, 문화적 접근을 시도하고자 합니다. 이러한 시도는 ‘사유하는 인간’이라는 바칼로레아 시험의 취지에도 부합되지만, 우리나라 대학입시 시험 중 하나인 논술시험에도 도움이 되리라 생각됩니다. 짧은 글이지만, 다양한 각도에서 함께 생각하는 시간이 되었으면 하는 것이 저자의 바람입니다.

구매가격 : 2,450 원

에피쿠로스 쾌락 (그리스어 원전 완역본)

도서정보 : 에피쿠로스 | 2022-12-22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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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욕망에도 흔들림 없이 살게 하는 ‘아타락시아’를 누리는 길
국내 최초, 에피쿠로스의 현존 원고 전체 8편 그리스어 완역

에피쿠로스가 활동하던 시대는 제1-2차 펠로폰네소스 전쟁이 발발해 아테네의 국력이 쇠퇴하고, 알렉산드로스가 이끌던 마케도니아가 전 세계를 휩쓸던 때였다. 도시국가(폴리스)가 몰락하고 혼란기에 들어서면서, 폴리스 중심의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가 아닌 헬레니즘 시대를 살아가게 하는 개인주의적이고 실존주의적인 철학이 필요했고, 에피쿠로스는 바로 그런 사유가 가능한 철학을 했다.
그는 기본적으로 데모크리토스의 자연철학을 토대로 한 원자론적 유물론자였기 때문에, 인간의 영혼과 신도 물질적인 존재로 보고, 신화적인 신의 개입을 배제했다. 그에 따르면, 인간의 최고선은 세계의 작동 원리와 욕망, 쾌락, 고통의 한계에 대한 참된 지식을 통해 ‘아타락시아’(αταραξ?α, 마음이 두려움에서 해방되어 평정한 상태)와 ‘아포니아’(?πον?α, 몸 고통의 부재)라는 소박하고 정적이며 지속 가능한 ‘쾌락’을 누리는 것이라고 믿었다.
이런 삶을 누리기 위해 그들은 야심과 경쟁으로 마음의 평정을 해칠 수 있는 삶을 멀리하고, 단순하고 소박한 삶을 살았으므로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육체적 쾌락이 아닌,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추구하며, 미니멀리즘이나 마음챙김과 같은 평정심으로 이어질 수 있는 지식을 구했다.
현대지성 클래식이 47번째로 출간한 『에피쿠로스 쾌락』은 국내 최초로 현존 원고 8편 전체를 소개하는 그리스어 완역본이다. 에피쿠로스는 300권이 넘는 책을 썼다고 하지만, 온전히 남아 있는 것은 본서에 소개된 8편이 거의 유일하다(게다가 그중 4편은 후대 편집본이다). 마음과 몸의 고통으로부터 해방되고 평생 평정심을 누리며 사는 것이 가장 행복한 길이라고 강조한 그의 쾌락주의 사상은 무한경쟁과 비교, 성공과 자극적인 흥밋거리를 찾아 헤매는 현대인들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본문 자체는 길지 않지만 283개의 각주와 35쪽의 방대한 해제를 통해, 독자들이 조금이라도 궁금해할 만한 부분에 어김없이 꼼꼼하고 해박한 설명을 추가해 독자들의 깊은 이해를 돕고 있다.

구매가격 : 6,600 원

자유주의

도서정보 : 에드먼드 포셋 | 2022-12-16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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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종 빛나면서
기만과 위선, 오만, 비극을 품은 자유주의

자유주의의 진화―궁지―전환!
한 사상의 생애사를 깊이 파내려간 지적 고고학
그 흉중에는 어떤 감정들이 존재하고 있을까


이 책은 자유주의를 마치 인간의 일생처럼 다룬다는 점에서 뛰어나다. 이와 동시에 사상이 어떻게 현실 정치와 맞물려 진화와 전환을 반복하는지 밝혀낸다는 점에서도 뛰어나다. 저자는 1830년을 자유주의의 탄생 기점으로 잡아 2017년까지 200여 년의 연대기를 고찰한다. 즉 이 책은 고도로 복잡한 정치사상의 세계를 하나의 줄기로 담아냈다는 점에서 굉장한 통찰력과 지적 밀도를 지니고 있다. 자유주의의 변종이나 반대파, 혹은 그 주변에서 어른거리는 잡다한 그림자를 배제하지 않은 채, 그렇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무대의 주인공은 오로지 ‘자유주의’로만 삼아 그것의 가치를 설파하는데, 그 힘이 실로 대단하다.
이 책은 훈련된 제너럴리스트의 미덕을 품고 있다. 미국 후버연구소의 피터 버코위츠는 저자 포셋이 “역사, 경제사상, 정치이론을 능숙한 솜씨로 결합시키며 대학에서조차 나올 가능성이 드문 일종의 통사를 썼다”고 평가했다. 게다가 포셋은 언론인의 면밀한 관찰력과 여러 학문 분야에서 닦은 문인적 기량을 결합시켰다. 그는 중요한 사상가와 정치인들의 ‘자유주의관’을 검토하는 가운데 해당 인물의 성장 배경을 크로키하듯 훑거나 때론 얼굴이나 신체에서 풍기는 분위기로 그가 지닌 사상을 은유하곤 한다. 이런 점은 시대적으로 중요한 어떤 인물 안에서 사상이 한 보 전진했다가 반보 후퇴하고, 다시금 한 보 내딛으며 자유주의가 어떻게 진보, 변형, 변질되는지를 잘 보여준다.
자유주의는 진화하다가 벽에 부딪혔고, 심기일전해 다시 전환의 시기를 맞았다. 1830년에서 출발한 책은 800여 쪽을 지나 우리를 21세기로 데려다놓는다. 자유주의의 생애사를 거침없이 한 번에 통과한 독자들은 각자가 처한 정치 지형 속에서 자유주의가 어떤 모양새를 하고 있는지, 자신을 자유주의자라고 생각한다면 그건 합당한 평가인지, 근미래에 사회주의나 보수주의가 아니라 자유민주주의가 더 지속적인 힘을 얻을 가능성이 있는지 나름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1830~1880년의 자유주의자들은 청사진을 그렸다. 1880~1945년의 자유주의자들은 집을 지었지만 곧 그 집을 거의 다 태워먹었다. 1945년 자유주의자들은 두 번째 기회를 붙잡았고, 1989년에 이르러서 자유주의자들은 축배를 들었다. 하지만 먹구름이 몰려왔다. 자유주의는 1990년대 이후 다시 갈피를 못 잡기 시작한다.

대부분의 사람이 자신을 ‘자유주의자’라고 한다

자유주의자들은 자신이 ‘자유’를 믿는다고 말한다. 문제는 대부분의 비자유주의자도 자신이 자유를 옹호한다고 말한다는 것이다. 그러니 ‘자유’만으로 사람들 사이의 신념을 구분하기란 불가능하다. 이런 개념적 혼란이 있긴 하나, 대표적인 서구 사회 네 곳인 프랑스, 영국, 독일, 미국에서 ‘자유주의’는 논쟁의 여지 없이 정치 관행으로 인정되었다. 그리고 이 관행은 이제 ‘자유민주주의’라는 말로 널리 퍼져 있다.
누가 자유주의자고 누가 아닌지를 따지는 문제가 걸핏하면 불거져왔다. 자유주의자라면 네 요소(갈등 인정, 권력에 저항, 진보에의 믿음, 모든 이를 시민으로 존중) 가운데 어느 것도 빠짐없이 고수해야 했지만, 그로 인해 변형을 겪거나 스펙트럼을 넓히는 것을 피할 순 없었다. 토크빌은 자유주의자고 마르크스는 아니지만, 마르크스를 자유주의자로 보는 이들도 있었다. 자유주의자인가 여부는 ‘정도’에 달려 있었다. 기조와 밀은 분명 자유주의자였지만, 더 순도 높은 쪽은 밀의 자유주의였다. 후버도 자유주의자로 분류할 수 있겠지만 루스벨트보다는 약했다. 이런 점은 그가 누구와 협력했는지로 판가름할 수 있다. 19세기 말의 친기업적 자유주의자는 친기업적 보수주의자와 잘 변별되지 않았다. 마찬가지로 사회지향적 자유주의자는 1945년 이후 친자유주의적 사회주의자와 구별하기 힘들었다.
두드러진 예를 들자면 글래드스턴과 링컨은 19세기의 대표적인 자유주의자였고, 베버리지와 린든 존슨은 20세기의 대표적인 자유주의자였다. 사상가 중에서는 밀, 베버, 롤스가 대표적인 자유주의자였다. 흥미로운 열외자와 주변적 사례도 있었다. 19세기의 정치가 중 독일의 리히터와 프랑스의 라불레는 비자유주의 체제에서 소수자인 자유주의자들의 목소리를 대변했다. 사상가 중 사르트르나 오크숏은 자신한테 자유주의자의 꼬리표가 달리는 걸 경멸했다. 그렇더라도 우리는 지고의 개인성에 대한 사르트르의 철학적 숭배나 시스템과 계획에 대한 오크숏의 조롱하는 듯한 의심에서 자유주의적인 무언가를 감지한다.
자유주의는 가슴속에 많은 감정을 품고 있다. 거기에 배어든 사회적 정서와 도덕적 감정은 자유주의가 역사의 격랑 속에서도 힘을 발휘하도록 이끌었다. 지배에 대한 증오(저항), 자신이 속한 사회에 대한 자부심이나 수치심(진보), 부당 행위에 대한 분노(존중), 경쟁적인 도전에 대한 열정(갈등)이 그것이다. 이것들 모두 자유주의의 속성은 아니지만, 이 감정들이 정치 안으로 들어왔을 때 자유주의는 거기에 적절히 목소리를 부여했다. 다른 한편 힘, 부, 도덕적 영광이 딸린 권력은 자유주의의 시기심과 원한 감정을 자극했다. ‘진보’에 대한 열망으로 자유주의자들은 집단적 병폐에 대해 눈을 감기도 했고, 수많은 갈등에 맞닥뜨리면 약간 비자유주의적 태세를 취하며 세상이 평온해지길 바랐다.
좌우 이념 관계없이 자유주의의 날카로운 비판자인 메스트르, 마르크스, 니체, 모라스, 슈미트 등은 모두 자유주의적 정서의 그늘진 면으로 자신의 사상을 구축했다. 자유주의의 위대한 연설가인 기조와 링컨과 글래드스턴, 자유주의의 달변가인 클레망소와 로이드 조지, 자유주의의 위대한 작가인 오웰과 카뮈 그리고 절반의 자유주의자인 사르트르는 자유주의적 정서의 양지와 음지를 모두 이해했다. 이들 자유주의자의 면모가 이 책에서 사상들을 관통하며 세밀히 다뤄지고 있다. 따라서 자유주의를 이해하려면 독자는 우선 그것의 독특한 기질과 변하기 쉬운 분위기를 유념하며 따라올 필요가 있다.

자신감 넘치는 자유주의자와 타협에 능한 자유주의자

이 책은 자유주의를 연대기적으로 다루는 만큼 구성이 시대순으로 돼 있다. 사상은 시대의 요구 속에서 변신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1부는 19세기 자유주의자들을 다루는데, 특히 자유주의 시조들의 사상 간 경쟁을 드라마틱하게 그려낸다. 여기에는 인간 능력의 무한함을 소중히 여긴 자유주의자(훔볼트)도, 개인의 프라이버시의 절대성을 강조한 자유주의자(콩스탕)도 있었다. 또한 사람들에게 주도권을 발휘해 자기 삶을 책임지라고 촉구한 자유주의자들도 있었다. 창의력과 근면을 통해 물질적으로든(스마일스), 시민적 참여와 대의에의 헌신을 통해 도덕적으로든(채닝) 말이다. 가치 있는 삶의 방식과 개별성의 증진에 대한 개방적 실험을 주장한 자유주의자(밀)도, 불편한 의견과 비정통적인 믿음을 가진 비판자들에 의해 견제되지 않을 경우 무제한의 권력이 어떻게 군림하게 되는지를 탐구한 자유주의자(기조)도 있었다. 그리고 낡은 규칙들이 어떻게 사람들의 혁신과 상업적 목표를 방해하는지(코브던), 다수의 압력으로 탁월함의 추구가 어떻게 위기에 부딪히는지(토크빌), 큰 기업과 중앙집권적 정부의 동반 성장이 어떻게 소기업과 지역의 통치권을 붕괴시키는지(슐체-델리치)에 몰두한 자유주의자도 있었다. 이들은 모두 인간의 기획과 능력의 가치를 권력으로부터 보호해야 한다고 외쳤다.
후대의 자유주의자들은 19세기 선배들이 지닌 ‘자신감’에 주목했다. 기조의 논조는 세상살이에 지친 듯해도 통찰력을 지녔고, 토크빌의 논조는 힘이 없는 듯해도 승리에 차 있었으며, 리히터의 논조는 완강했고, 밀의 논조는 단호했다. 링컨의 논조는 성경 말씀 같았고, 글래드스턴의 논조는 호메로스처럼 웅장했다.
1880년에서 1945년까지 다룬 2부는 민주주의와 타협했을 때의 자유주의의 성패를 포함해, 지배적 위치에 오른 자유주의에 대해 고찰한다. 즉 자유주의는 목표도 이뤘고 이상도 드높였다. 이 시기 가장 특징적인 점은 자유주의가 민주주의와 역사적인 타협을 이룬 것으로, 자유민주주의가 출현한 것이다.
1880년대 이후 계급 갈등이 고조돼 각국 정부는 수십 년간 사회 개혁을 펼치고 국가는 새 임무를 떠맡았다. 대부분의 자유주의자는 새로운 상황에 맞게 자유주의 원칙을 적용한 것으로 받아들이며 이런 흐름을 환영했다. 하지만 실제 상황은 그렇지 못했다. 첫째, 교육과 문화 발전은 자유주의자들의 기대와 달리 합리적이고 공정한 시민을 양성하는 데 큰 효과가 없었다. 공격적 국가주의, 호전적 제국주의, 반가톨릭주의, 인종차별, 반유대주의, 배타적 증오가 선거에서 승리했고, 자유주의적 엘리트들은 이런 사태에 직면해 종종 기회주의적으로 처신했다. 둘째, 무역과 경제적 상호 의존은 평화와 친선을 보장하지 못했다. 체임벌린과 바서만의 활동에서 드러나듯이, 이는 자유주의적 제국주의의 경쟁을 야기해 식민주의가 시대를 지배했다. 이로써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했고, 많은 사람은 자유주의가 끝장났다고 여겼다. 이 전쟁을 계기로 두 가지 새로운 정치 유형이 두각을 나타냈다. 하나는 군사적 힘으로 자유주의 가치를 수호하려는 자유주의적 매파였고, 다른 하나는 경쟁 국가들 사이의 다자적 협상과 평화적 협력을 촉구하는 자유주의적 국제주의자였다. 마지막으로, 1930년대의 불황 속에서 자유주의자들은 시장이 스스로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자유방임 원칙을 더는 고집할 수 없었다.
자유주의와 민주주의의 타협은 원활하지도 자동적이지도 않았고, 강력한 저항 속에서 마지못해 이뤄졌다. 안타깝게도 이 시기 자유주의자들은 선배들이 누린 청년의 자신감을 상실했다. 그들은 가끔 시험에 들었고 흔들렸다. 교육과 시민적 자유와 물질적 진보는 편견, 불관용, 분파적 증오를 없애지 못했다. 국제 무역과 금융은 전쟁을 몰아내지 못했다. 균형을 잃은 시장 경제는 스스로를 바로잡지 못했다. 저자는 자유민주주의가 우발적인 것이었고, 언제든 되돌려질 수 있는 것이라고 본다.

자유주의가 치른 대가, 안갯속으로 빠져드는 자유주의

1945년경에는 세 가지 자유주의적 자본주의의 거대 서사가 존재했다. 궁극적 쇠락, 조건적 회복, 지속적 성공. 조건적 회복을 이야기하는 쪽엔 리프먼과 하이에크가 있었고, 이들보다 패기 넘쳤던 포퍼는 과학기술 정신의 창의성이 자유주의 정치에서 결실을 맺을 거라 여겼다. 포퍼 생각에 자유주의적 개방성은 힘과 지속의 원천이었다. 1960년경 가장 설득력을 지닌 자유주의 서사는 역사적 성취를 이야기하는 것이었다. 자유주의 질서가 꿈이 아닌 성취 가능한 것으로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즉 이 시기에(1945~1989, 3부) 자유주의자들에게는 두 번째 기회가 주어졌고 그들은 기회를 잡았다. 이제 서구에서는 승자 패자 모두 피해야 할 게 뭔지 알고 있었다. 소비에트라는 타자로 인해 정체성이 뚜렷해지고 복지국가에 의해 승인된 자유민주주의는 서구의 규범이 되었다. 개인들은 새로 재단된 권리를 장착하고 중앙 무대에 올랐다. 대학에서는 그간의 연륜으로 자유주의 사상을 반성적으로 들여다보기 시작했고, 그 고상한 ‘동기들’에 대해 철학적인 숙고를 했다. 많은 이에게 자유민주주의 사회는 살고 싶은 곳으로, 그 매력은 널리 퍼져나갔다.
1945년 이후 자유민주주의가 성공하자 자유주의자들에게 유혹의 손길이 엄습했다. ‘갈등은 불가피하다’는 자신들의 지론을 무시해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스민 것이다. 사회가 부유해지고 중간계층이 두터워지자 갈등이 완화될 만한 어떤 단계에 이르렀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지위와 재산이 지배했던 18세기는 헤겔, 기조, 마르크스에게 정치적 갈등을 계급투쟁으로 묘사한 그림을 물려주었다. 20세기 중반에 이르자 이 그림은 타당성을 잃었다. 즉 계급 갈등이 끝나가자 갈등 자체가 끝나간다고 여겨졌다.
하지만 경제와 관련된 분쟁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 분쟁은 정부 대 정부 고용인, 어린아이 대 연금생활자, 주주 대 경영인, 부유한 도시 대 가난한 지방, 신기술 대 퇴조하는 산업의 분쟁처럼 다면적이었다. 삶이 편안해질수록 자유주의 정치는 복잡해졌다. 1945~1989년의 자유주의자들은 학습했고, 대가를 치렀고, 결과를 얻었다. 그리고 그들은 강력한 결과를 남겼다. 장벽을 제거함으로써 세계화된 세상을 만들어낸 것이다.
1989년 이후 자유주의자들은 다시 걱정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자유민주주의가 지속 가능한지, 한때 강점이었던 자유민주주의의 다양한 약속 사이의 긴장이 약점으로 바뀌진 않았는지, 세계적으로 자유민주주의가 동맹보다는 더 빠르게 경쟁자를 얻고 있는 것은 아닌지 염려했다. 자유민주주의 국가들 내에서 비자유주의적 우파가 부상하는 상황에 직면한 자유주의자들은 깜짝 놀라며 이제 자신들이 자유주의 이후의 세계로 진입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불안해했다.
그리하여 마지막 4부에서는 21세기의 첫 20년 동안 자유민주주의가 겪은 격변과 좌절을 이야기한다. 과연 자유주의의 꿈은 계속 추구해도 되는 걸까? 자유민주주의는 여러 방식으로 부식될 수 있다. 오늘날엔 포퓰리즘이 강력한 부식제다. 저자는 비자유주의적이고 반민주주의적인 강경 우파의 득세, 경제난, 자유민주주의의 심화되는 지정학적 고립, 유럽 진영과 영미 진영으로의 명백한 분열, 광범위한 지적 불만에 대해 기술한다. 이 모두가 그것들의 희망인 민주주의적 실현 가능성에 대한 자유주의의 믿음을 흔들고 있다.
과거에는 어려운 과제들이 자유주의 지식인들의 상상을 초월하거나 자유주의 정부들의 즉흥적 대처를 초월하는 것으로 판명된 적이 없었다. 자유주의는 전략적 비전, 지역적 실험, 파멸적 실수로부터의 학습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덕분에 살아남았다.
하지만 2010년대 말 앞으로 어떤 패턴의 경제성장이 전개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서구를 지배했던 1945~1989년의 민주주의적 자유주의가 일시적 현상으로 판명되고, 불평등이 심화되는 각자도생의 경쟁사회가 곧바로 뒤따를지 알 수 없다. 불확실한 상황에서, 영국과 미국의 노기를 띤 이민배척주의적 정치가 우세할지 아니면 프랑스와 독일의 좀더 수렴적이고 실용적인 정치가 우세할지 알 수 없다. 필연적인 것은 없다. 하지만 자유주의자들이 논쟁에서 지는 확실한 방법이 하나 있으니, 바로 논쟁을 그만두는 것이었다.

***

안개 자욱한 풍경을 지나오면서 저자는 자유주의자들에게 상황이 아주 절망적이지는 않다고 말한다. 그들은 희망과 절망의 근거를 모두 갖고 있다. 그러니 저자는 메커니즘의 유혹에 저항하라고, 정치의 우선성을 믿으라고 호소한다. 자유주의자들에게 정치는 논쟁·교섭·타협이 지배하는 일상적 관행이다. 정치의 우선성을 주장할 때 자유주의자들은 공공 영역에서의 우연성과 선택의 힘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되돌릴 수 없는 사회적·경제적·역사적·진화적 추세가 자유민주주의가 반드시 실패하거나 성공할 거라고 하는 데 저항해야만 한다.

구매가격 : 33,800 원

철학이 삶을 위로할 때

도서정보 : 람머트 캄푸이스 | 2022-12-15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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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매번 흔들리는 이유는 삶의 철학이 없기 때문이다.”

☆네덜란드 아마존 베스트셀러

혼란스러운 시기를 건너는 당신을 위한
소크라테스, 쇼펜하우어, 사르트르, 니체의 철학 처방전
어떻게 하면 일을 잘할 수 있을까?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의미 있는 하루를 살 수 있을까? 스스로를 괴롭히는 습관은 어떻게 버릴 수 있을까? 우리들의 크고 작은 질문에 대답하기 위하여 『철학이 삶을 위로할 때』는 소크라테스, 칸트, 니체, 롤스 등의 위대한 철학자들의 말을 빌려 온다. 우리는 디오게네스를 통해 진짜 내가 되는 방법을 배우고, 에피쿠로스를 통해 욕망을 다스리는 방법을 배운다.

이 책은 철학자의 생각이 완전한 해답이라고 말하지는 않는다. 답은 우리가 스스로 찾아야 하며, 자신만의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우리는 좀 더 깊어지고 넓어진다. 이런 책의 태도는 독자에게 위로이기도 하고, 영감이기도 하며, 새로운 관점을 안겨주는 세계의 확장이기도 하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나를 더 나은 삶으로 이끄는 기술들이 모두 철학 안에 있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구매가격 : 12,000 원

보드리야르 연구

도서정보 : 김상범 | 2022-11-21 | PDF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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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에 파묻혀 사는 시대, 진실을 향해 눈을 들어라.”
“우린 무엇을 보며, 어떤 것이 ‘진짜’인가?”
“이 세상은 이미 현혹되었다. 우린 그곳에 살고 있다.”

보드리야르가 현대 사회를 분석하는 제대로 된 ‘형이상학’을 형성하기 위해 어떻게 철 지난 마르크스주의와 ‘소외’의 철학을 극복해왔는지를 탐구하고, 『시뮬라시옹』에 이르러 완성된 그의 형이상학을 분석하고 있습니다.

“『시뮬라시옹』 원전과 번역본을 교차 검토하며 번역본의 오류를 교정했고, 많은 해설자들의 오류 또한 교정했습니다. 현대 사회를 ‘읽는’ 통찰력을 가지고 싶으신 분에게 추천합니다. 보드리야르는 현대 사회의 ‘거의 모든 것’에 대한 탁월한 식견을 가진 사상가이기 때문입니다.”
- 저자 인터뷰 중에서

구매가격 : 8,000 원

영혼이 이끄는 삶

도서정보 : 샘 토로드 | 2022-11-02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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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나로 깨어나 삶과 하나가 되는 법
“영혼의 목소리를 듣지 못한다면,
온 세상이 나의 적이 된다”

“삶을 바라보는 내 관점을 완전히 바꾼 환상적인 책. 이 안에 쓰인 모든 단어가 다 좋았다.” “가장 심오한 주제의 이야기를 가장 쉬운 언어로 풀이한 위대한 책”- 독자 서평 중에서

인간의 영혼과 마음에 관한 랄프 왈도 에머슨 사상의 정수를 간결하고 강렬한 언어로 풀이한 책. 독립출판물로 세상에 나와 독자들의 입소문을 타고 미국 아마존 베스트셀러에까지 올랐다. 수많은 독자가 이 책에 매료된 이유는 그동안 뜬구름 잡는 것처럼 느껴졌던 영혼에 관한 이야기를 실질적으로 우리 삶에 도움이 되도록 재해석하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특히 에머슨의 사상을 토대로 보편적인 영혼과 마음이라는 광대한 힘에 접근하는 법과 영혼의 목소리를 듣고 그것이 이끄는 대로 사는 법을 알려주는데, 독자들은 이를 통해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자신만의 답을 찾게 된다.

실제로 저자는 선택의 기로에 설 때마다, 그리고 삶의 어려움이 닥칠 때마다, 에머슨의 가르침에서 답을 찾고 영혼이 이끄는 대로 나아갔다. 마치 소로, 니체, 간디, 오바마 등이 에머슨의 글을 읽으며 자기 인생과 역사를 바꿨듯이 말이다. 에머슨의 가르침처럼 우리는 개인적 한계를 넘어 다른 사람들의 마음, 심지어 우주 전체의 마음과 연결될 수 있다. 그리고 이로써 더 큰 지혜와 창조성을 얻을 수 있다. 자유롭고 조화로운 삶은 그럴 때 비로소 가능해지는 것이다. 이 세상과 나 자신을 바라보는 관점을 완전히 바꿔놓는 동시에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해 필요한 실용적인 조언도 아끼지 않는 책.

구매가격 : 11,000 원

소크라테스

도서정보 : 글 프란체스코 바릴리, 그림 알레산드로 란기아쉬 | 2022-10-07 | PDF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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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노블로 생생하게 그려낸 소크라테스의 삶과 죽음, 그리고 철학

소크라테스는 철학자의 대명사로, 4대 성인으로 추앙받는 인물이지만 정작 그의 철학을 이해하고 있는 사람은 드물다. 많은 사람이 그가 남긴 몇 마디 명언들로 그의 가르침을 기억하기도 하지만 그 의미를 온전히 이해하자면 그의 삶과 죽음을 살펴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이 책의 작가들은 그래픽노블이라는 현대적인 형식의 글과 그림으로 2,400여 년 전의 아테네 아고라 광장에 독자들을 초대한다. 작가들은 소크라테스의 재판을 중심으로 《에우튀프론》《소크라테스의 변론》《크리톤》《파이돈》《고르기아스》《향연》 등 플라톤 저작들을 넘나들며 소크라테스과 남긴 죽음의 의미와 철학의 알맹이를 알기 쉽게 전해 준다.

구매가격 : 12,600 원

자유론

도서정보 : 존 스튜어트 밀 | 2022-09-14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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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이라는 형태로 나타나는 다수자의 폭정은
인간의 마음을 노예화한다


★밀의 생애와 사상, 그 현재적 의의를 정리한 옮긴이 해제 수록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한 소제목과 시대 맥락을 짚는 상세한 옮긴이주 추가


대중민주주의와 포퓰리즘의 시대,
다시 자유의 의미를 묻는다

‘악마의 대변인(Devil’s advocate)’이라는 표현이 있다. 그는 가톨릭교회가 성인 후보로 지명한 사람에게 성인의 자격이 없다고 비난하는 역할을 맡는다. 즉, 악마의 대변인이 제기한 모든 반대론에 납득할 만한 대답을 내놓을 수 있는 자만이 성인이 될 수 있다. 존 스튜어트 밀이 1859년에 쓴 《자유론》은 현대사회의 ‘악마의 대변인’을 옹호하는 책이다. 밀은 사상과 토론의 자유가 위기에 처했다고 진단했다. 현대의 개인은 군중 속에 매몰되었다. 여론이 세계를 지배하는 시대다. 자신을 다수자라 인식시키는 데 성공한 사람들의 의견이 ‘대중’의 의견으로 둔갑해 횡포를 부리고 다른 의견을 침묵시킨다. 인류의 모든 창조적 성취가 다수 의견에 의문을 품은 소수와 그들에게 귀 기울인 집단 덕에 나왔다는 사실을 잊고 자기 의견만 절대시하는 것이다.

밀이 《자유론》을 쓴 지 어느덧 160여 년이 훌쩍 넘었지만 그의 문제의식은 오히려 오늘날 더욱 선명하다. 좌우파를 막론하고 포퓰리즘이 넘쳐나고 자신과 다른 의견에는 가혹한 비난을 가하는 시대에 타인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선에서 절대적 자유를 주장하는 밀의 논의는 더욱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자유론》은 명료한 주장과는 별개로 다소 난해한 서술로도 유명하다. 이번에 문예인문클래식으로 개정 출간되는 《자유론》은 영남대 박홍규 명예교수의 적확한 번역, 책의 역사적 맥락과 의의를 짚는 옮긴이 해제,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한 소제목, 시대상을 엿볼 수 있는 상세한 옮긴이주를 더해 독자들에게 가까이 다가가고자 했다. 자유와 다양성을 인간성의 기초로 본 밀의 사유는 서로가 서로를 감시하고 검열하는 현대사회를 비판하는 단단한 토대가 되어줄 것이다.

구매가격 : 8,050 원

상상계의 인류학적 구조들 (인문 라이브러리 22)

도서정보 : 질베르 뒤랑 | 2022-09-05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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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인류학, 신화학, 종교사를 아우르며
신인류학의 기틀을 마련한 상상력 연구의 고전

“번뇌에 빠진 우리 시대가 수많은 결정론의 폐허 위에서 무정부주의적으로 찾아 헤매고 있는 ‘영혼의 보완물’은 바로 이러한 상상력의 기능 안에 존재한다.”
질베르 뒤랑

프로이트-마르크스주의와 구조주의로 실컷 배를 채운 한 세대 전체를 위한 치유자. _프랑수아즈 보나르델(파리1대학 철학 교수)

철학, 인류학, 신화학, 종교사를 아우르며 신인류학의 기틀을 마련한 상상력 연구의 고전 『상상계의 인류학적 구조들』을 문학동네 인문 라이브러리 22권으로 출간한다. 1960년 프랑스에서 초판이 출간된 이래 12판에 이르도록 재발간되며 현대의 고전으로 자리매김한 역작 『상상계의 인류학적 구조들』. 2007년 한국어판을 문학동네에서 출간한 이후 새로운 장정으로, 초역본을 세심하게 다듬고 바로잡아 다시금 내어놓는다. “바슐라르를 갈릴레이에 비교할 수 있다면 뒤랑은 코페르니쿠스에 해당한다”는 철학자 뷔넨뷔르제의 말처럼 질베르 뒤랑은 『상상계의 인류학적 구조들』을 통해 인간에 대한 보편적이고 종합적인 동시에 획기적인 이해의 틀을 제공한다.

“나는 상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이토록 거대하고 유연하고 섬세한 인간 이해의 틀

“나는 상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옮긴이의 말」에서) 데카르트의 유명한 명제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를 질베르 뒤랑의 관점에서 다시 쓴다면 저와 같은 문장이 탄생하지 않을까? 뒤랑에 의하면 합리주의의 이름으로 평가절하되어온 ‘상상력’은 인간 인식의 불변적 토대이다. 인간은 구체적 작품(표현) 없이는 존재할 수 없으며, 인간의 구체적 작품은 모두 상상력의 소산이라는 것. 그는 인간이 이룩한 문화는 인간의 상상력의 결실이며, 나아가 상상계의 범주에 인간의 모든 문화적 산물이 포함된다고 말한다. “상상력이란 헛된 정념이 아니라 (…)‘욕망의 인간’을 따라 세상을 변모시키는”(553쪽) 위대하고도 거대한 힘인 것이다.
이 책은 고대의 신화로부터 현대의 예술작품에 이르기까지, 인간이 이룩한 온갖 상상력의 산물들을 구체적으로 참조할 뿐만 아니라 광기-분열의 표현까지 연구의 대상으로 삼는다. 뒤랑의 상상계의 구조에는 인간 내부의 동물적 충동부터 합리적인 표현의 영역까지 두루 포함된다. 그는 ‘인간은 상징적 동물이다’라는 신념을 통해, 인간 인식의 중심에 ‘이성’이 아니라 ‘상상력’이 존재하고 있음을 다양한 학문적 성찰과 상상력의 산물에 대한 구체적 탐사를 통해 이를 증명하고 그 의미를 밝힌다. 질베르 뒤랑의 작업은 무수한 상상력이 흩어져 흐르는 은하수에서 별 하나하나를 관찰하고, 성좌를 발견해 이름을 붙이고, 상상계라는 거대한 지도를 그려내는 일에 다름 아니다.

이론적이든 실천적이든 인간 정신의 창조는 애초에 모두 상상력의 기능에 의해 지배받고 있다. 이러한 상상력의 기능은 인간이라는 종족 전체에 두루 펼쳐진다는 의미에서만 보편적인 것이 아니다. 인간의 이해의 기본을 이룬다는 의미에서도 보편적인 것이다. 상상력은 인간 의식의 전 과정의 뿌리를 이루고 있으며 인간 정신이 원초적으로 지니고 있는 표지이다.(본문 중에서)

상상력의 절대성과 자주성을 주장하는 측면에서 뒤랑은 바슐라르의 연장선상에 있다. 우리는 바슐라르를 통해, ‘오류와 거짓의 원흉’이자 ‘꿈과 거짓의 박물관’이라는 낙인이 찍힌 상상력이 실은 합리주의에 물든 영혼의 소외를 막아주는 수호신이며, 상상력이 이루는 세계 또한 과학의 세계만큼 현실적이고 체계적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뒤랑은 철저히 바슐라르의 계보를 잇고 있으나 바슐라르의 현상학이 시의 현상학에 국한된 점, 바슐라르가 과학의 축과 상상력의 축을 엄밀히 구분하는 점에서 이의를 제기하며 출발한다. 뒤랑에 의하면 상상력과 과학의 축은 구분되는 것이 아니라 보다 폭넓은 상상적 기능 속에서 통합되는 것이다. 즉 ‘과학적 진실’은 상상력이 보여주는 현실과 다른 계에 위치한 것이 아니라 상상적인 것의 총체적 구조 속 한 부분에 불과할 뿐이라는 것. 『상상계의 인류학적 구조들』은 바로 이 상상력에 입각한, 총체적 인류학의 구조를 세워보는 야심차고도 실증적인 작업의 결과물이다.

구매가격 : 32,300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