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움은 소문일 뿐이다

도서정보 : 최현숙 | 2023-07-14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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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인찍힌 삶을 타협 없이 마주하며
비로소 ‘나’를 해명하는 글쓰기

가난하고 아픈 사람들, 못 배운 사람들, 힘없는 사람들 곁에서 그들 각자의 생애를 귀기울여 듣고 기록해온 구술생애사 작가 최현숙. “흔해빠진 사람들의 흔해빠진 이야기”를 글의 주재료로 삼고 타인의 아픔과 실패, 한계를 깊이 살펴 사회적·역사적 맥락 속에서 해석해 통찰을 길어올리는 것이 그가 지금껏 누구보다 열심하게 해온 일이다. 생생한 목소리로 전해듣는 보통 사람들의 생은 저마다 각별했다. 『두려움은 소문일 뿐이다』는 구술생애사 작가 최현숙이 다른 누구도 아닌 자신의 삶에 귀기울여본 흔적이다. 그는 어쩌다 홈리스 활동가이자 구술생애사 작가가 되었을까. 홀로 혼돈 속을 헤매던 청년 시절부터 소외된 사람들과 부대끼며 살게 된 지금에 이르기까지 그가 통과해온 곡절을 되짚는다. 도둑년, 미친년, 냄새나는 여자로 낙인찍힌 삶을 살아오며 겪어야 했던 고통은 다른 사람의 아픔에 대한 공감의 바탕이 되어주었다.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을 좋아하고, 그런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에 가고 싶”은 마음, 그들에게 이끌리며 느끼는 “무작정한 설렘”은 다른 무엇이 아닌 바로 자신의 생애 내력에서 비롯하는 것이라고 그는 해석한다. 어린 시절부터 이어진 부모와의 갈등으로 인한 자기분열, 액취증과 도벽증을 앓는 스스로에 대한 자기멸시는 현재의 삶이 발아한 씨앗이다. ‘아버지의 집’에서 벗어나기 위해 궁곤한 남자와 결혼해 제 발로 빈곤 속으로 걸어들어간 그는 이십 년 넘게 결혼생활을 해오던 중 사랑하는 여자를 만났고, 커밍아웃하며 이혼했다. 이후 부모의 죽음을 겪으며 원가족과의 관계도 단절했다. 그는 이 책을 통해 중독, 소외 등 시간이 흘러도 도저히 되돌아보기 힘들었던 묵은 상처의 기억들을 뜯어내며, 지금에 닿은 ‘나’ 스스로를 해명하고자 했다. 질곡의 생애 마디마다 타협하거나 회피하기는커녕 거역과 배반, 저항을 택한 사람, 세상을 미워한 힘으로 자신만의 길을 만들어나간 사람. 예순일곱인 지금도 그는 “거리의 냄새나는 노숙인들과 쪽방촌 사람들, 어딘가에 중독된 사람들과 미쳐버린 여자들을 하염없이 쫓아다니고 있다”.

불가해한 희망을 안고 세상과 충돌하며
제 길을 만들어나간 한 생生의 기록

최현숙은 십대와 이십대 시절 액취증과 도벽증으로 혼란의 한가운데에서 청년기를 보냈다. 활발한 성격으로 어린 시절에는 여러 친구들과 어울려 놀기를 좋아했고 함께 운동도 곧잘 했다. 그러나 사춘기에 접어들며 시작된 액취증은 그에게 뼈아픈 모멸감과 수치심을 안겨주었다. 몸에서 나는 나쁜 냄새는 어떻게 해도 감출 수 없었다. 사람들은 코를 틀어막거나 수군거렸다. 남들이 자신을 밀어내기 전에 먼저 타인을 멀리하는 것만이 자신을 지키는 방법이었다. 그는 적극적으로 혼자가 되기를 선택했다.
한편 발각을 통해서만 멈출 수 있다고 생각했던 도벽은 “젊은 시절 치명적인 상처이자 혼돈의 핵심”이었다. 엄마의 돈 심부름을 하던 중 ‘삥땅’한 경험이 쌓이며 지속된 돈을 훔치는 버릇은 스물세 살 동급생에게 들켜 망신을 겪은 후에도 완전히 없어지지 않았다.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겉돌며 소외와 고독을 자처하던 시기, 낮보다는 밤을, 빛보다는 어둠에 탐닉하던 시절, 스스로도 납득할 수 없었던 혼돈과 방황 속에서도 나중의 ‘좋은 나’에 대한 희망을 결코 놓을 수는 없었다고, 그는 회고한다. 그 불가해한 희망 탓에 더욱 자괴감이 심했다. 1부 ‘혼돈과 어둠 속에서’는 칠십 줄을 앞둔 이제야 스스로에게 조금씩 해명되기 시작한 어린 시절과 청년기를 돌아보는 기록이다. 가족 내에서 불거진 숱한 갈등과 충돌, 폭력의 기억을 회상하고, 엄마의 죽음 이후 남매들과 절연하기까지의 과정도 속속들이 꺼내 보인다. 모든 족族으로부터 해방되어 마침내 자유로워진 최현숙의 고유하고 내밀한 이야기가 담겼다. 자신의 모순과 상처를 모조리 도마 위에 올려 살과 뼈를 발라 내어놓으면서도 순간순간 돌출하는 유머와 호쾌한 통찰은 우리 시대 독보적 에세이스트가 탄생했음을 강렬히 예감하게 한다.

“두려움의 뒷면은 혐오다”
실체 없이 흉흉하게 떠도는 소문의 진실을 확인하다

2부 ‘두려움은 소문일 뿐이다’에는 노쇠해가는 몸과 정신을 마주하고 주변의 죽음을 관찰하며 써내려간 글들을 묶었다. 한국에서 나이든 여성으로, 경제적으로 여유롭지 않은 비혼 1인 가구로 살아가며 일상에서 경험하는 크고 작은 사건들이 담겼다. 무너지는 치아와 갈수록 심해지는 몸 곳곳의 통증, 느려지는 움직임뿐만 아니라 여전히 생동하는 노인의 섹슈얼리티 역시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늙어가는 몸과 정신을 확인하며 다가올 죽음을 어떻게 맞이할지 생각한다. 요양보호사와 독거노인 생활관리사로 일하며 아픈 노인들, 없이 사는 노인들을 돌보았고, 부자 노인이라 할 수 있을 부모의 노쇠와 죽음 과정 역시 밀착해 관찰한 바 있는 그는 노화와 질병, 죽음이야말로 “오만 가지가 불공정한 세상에서 모처럼 공정한” 현상임을 안다. 그러니 “생로병사의 어쩔 수 없음”은 혐오하거나 두려워할 것이 아니라 기꺼이 수긍하며 받아들여야 하는 것일 테다. 3부 ‘희망 없이, 하염없이’에는 2020년부터 현재까지 서울역 인근 홈리스 현장에서 활동하며 몸소 관찰하고 느낀 바를 담았다. 거리에 사는 상처 입고 냄새나고 가난한 사람들의 목소리를 통해 일탈적이고 비정상적이라 여겨지는 삶의 면면을 거침없이 들춰낸다. 가난한 사람들이 삶을 버텨온 힘, 그들이 지닌 긍지와 지혜를 들여다보며 “더 추락해도 그럭저럭 살아지겠구나” 하는 값진 깨달음을 얻는다.

세상이 정해놓은 기준을 노려보며 가늠하는 삶의 향방
타협하지 않고 “전략하며” 나아가기

남들에게 내놓고 선뜻 이야기하기 꺼려지는 생의 갈래까지 이토록 활짝 펼쳐 보이는 이유는 “모든 오류는 스스로 까놓고 떠들면 조금씩 벗어나”지기 때문이다. 퀴어이자 여성 독거노인인 그의 몸을 통과해 불려나오는 여러 사회적 의제들은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정치적인 것’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실감하게 한다. 뒤엉킨 가족사와 그가 여태껏 거쳐온 여러 가족의 형태를 살피다보면 소위 정상가족이라는 허상을 인식하게 되고, 노인이 일상에서 보편적으로 겪는 불편과 곤란을 발견하면서는 장애인 이동권과 사회적 약자에 대한 문제의식을 확장하게 된다. 몸 누일 방 한 칸이 없어 거리를 떠돌다 길에서 죽어가는 사람들의 모습은 사회와 국가에 뿌리박힌 불평등을 고민하게 한다.
그가 기록한 수많은 구술생애사 주인공들처럼, 아픔과 시행착오로 점철된 그의 생애 역시 “읽는 이들에게 다양한 쓸모”를 남긴다.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것들에는 그 이면에 무엇이 숨어 있을지 의심부터 든다는 그는 규범과 제도, 일상 곳곳에 깃든 부조리를 노려보다가 결코 그에 타협하지 않기로 삶의 향방을 정했다. 오늘도 그는 사회가 ‘비정상’이라 못박은 이들이 모인 재난의 광장에서 놀며 싸우며 살아간다. “위가 아닌 아래로, 상승이 아닌 추락으로, 냄새나는 존재들”에게로 한걸음 더 내디디면서.

구매가격 : 12,600 원

최선을 다하면 죽는다

도서정보 : 황선우, 김혼비 | 2023-07-13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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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선우×김혼비―과로와 번아웃, 그리고 회복에 관한 이야기

그만 일하고 더는 아프지 말고
이젠 나가서 놀자고
내 등을 힘껏 밀어준 어떤 우정에 대하여

황선우×김혼비, 최근 여성 독자들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두 에세이스트가 심상치 않은 제목으로 함께 책을 썼다. 제목은 ‘최선을 다하면 죽는다.
우리 시대의 여성들에게 새로운 화두와 용기를 전해주는 팟캐스트 <여자 둘이 토크하고 있습니다>를 진행하며 똑부러지게 일하고 말하는 ‘멋언니’로 각광받는 황선우 작가, 그리고 『우아하고 호쾌한 여자 축구』와 『아무튼, 술』 등의 독보적인 에세이로 축구와 술 등 여성의 영역이 아니라 여겨졌던 것들의 경계를 호쾌하게 걷어차버린 김혼비 작가―이 두 작가는 어떻게 편지를 주고받게 됐을까? 또 소위 ‘갓생’을 살아가면서 ‘열일’하는 서로를 응원하고 북돋울 것만 같은 이 두 사람이 결코 ‘죽을 만큼 최선을 다하진 말자’고 결의한 이유는 무엇일까?
황선우, 김혼비 작가의 『최선을 다하면 죽는다』는 누구나 한 번쯤 지나왔을 번아웃과 과로에 대한 이야기이다. 종일 피로와 무례에 시달렸음에도 너무 고단해서 오히려 잠들 수조차 없던 어느 힘겨운 밤에 대한 기록이며, 일상의 단어들을 자꾸만 잃어버려 건망증을 의심하면서 막막하게내 머릿속을 뒤적여보던 어떤 날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느닷없이 장염을 겪으며 내 육신이 내장기관의 부속 껍데기처럼 느껴지던 어느 ‘한풀 꺾인’ 날에 대한 기억인 동시에, ‘젖은 물미역’이 되어 샤워기 아래 유령처럼 서서 물을 떨굴 수밖에 없었던 어떤 시절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 책은 누구나 겪곤 하는 이런 답답하고 막막한 시절을 지나는 동안 서로를 웃겨주고 일으켜주는 여자들의 유머와 우정에 대한 이야기이다. 사람에게 시달리고 무너진 마음이 사람의 다정과 우정으로 회복되어 번아웃으로부터 끝내 회복에 이르는 길을 보여주는 책이다. 그래서 이 책은 무례한 세상과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자신을 죽이지 않기 위해 ‘우리가 하지 말아야 할 일’들에 대한 꽤 묵직한 주제를 담고 있지만, 핑퐁처럼 편지를 주고받는 두 작가의 목소리에는 말랑하고 산뜻한 웃음이 배어 있다.
“서로를 웃긴다는 건 사람이 사람에게 줄 수 있는 가장 좋은 선물 중 하나일 거예요.”
황선우×김혼비 두 유머 사냥꾼이 채집한 유머와 다정은 바쁘게 스쳐가고 스러지는 하루 속에서 팍팍해진 마음과 무표정한 얼굴에 끝내 웃음이 터져나오게 한다."

구매가격 : 10,500 원

느네 아버지 방에서 운다

도서정보 : 백가흠 | 2023-07-13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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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얻지 못했지만 살면서 보니
그 아무것이 아무것은 아닌 것 같더라”

“내가 하는 일은 목숨걸어 매일 넘어야 하는 거대한 산이다”

누군가와 가장 소중한 것을 주고받는
‘미지’에 대한 통 큰 보답,
모두가 눈감은 진실을 잔인하도록 파고드는
소설가 백가흠의 첫 산문집


모두 말함으로써 말로는 다 할 수 없는 마음을 전하는 그만의 방식, 지금 이 산문집에서도 빛을 낸다.
_박준(시인)

이 책에는 여러 개의 방이 있다. 아버지가 울려고 들어간 아들의 방, 눈만 마주쳐도 금세 울고 마는 어머니의 안방이 있다. 그리스와 몽골, 그리고 안나푸르나의 방이 있다. 그 모든 방이 깃든 거대한 집, 언젠가는 무덤으로 남기를 꿈꾸는 집이 바로 이 책이다. 도굴당한 유물처럼 주인 없이 떠도는 이야기, 선배가 바라는 삶도 그런 거였을까.
_황현진(소설가)

소설가 백가흠이 데뷔 후 썼던 산문 원고를 모은 첫 산문집이 나왔다. 2001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광어」가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저자는 소설집 『조대리의 트렁크』 『같았다』, 장편소설 『나프탈렌』 『향』 『마담뺑덕』 등을 발표하며 “잔혹하다 못해 그로테스크한 느낌”(문학평론가 안서현)의 독보적인 작품 세계를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일반인으로서 저자는, 어머니만 모르던 ‘험’ 많은 서른일곱, ‘평범하고 정상적이며 일반적인 생활을 하는 것’이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임을 알았던 마흔, “꼭 지금 뭔가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님에도 자꾸 뭔가를 챙기려 드는 자신의 모습에 결국 나도 평범한 꼰대가 되어버렸다”고 고백하며 쉰을 맞이했다.
20년이 넘는 시간을 소설가로 살아온 저자의 평범하지 않은 삶의 기억들과 작가로서의 문학에 대한 생각을 담은 이번 산문집에는 특별히 섬세한 감수성으로 내면의 소리에 천착하는 이상선 화백의 그림이 함께 담겨 깊이를 더한다.

부쩍 공중을 바라보는 일이 잦아졌다. 그러다보니 어딘가로 향하는 비행기도 보고 달이 지는 모습도 보게 되었다. 땅만 보고 걷다보면 엉뚱한 곳에 서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여기가 오고자 했던 곳인가, 아닌가. 아쉬움이 없지 않겠지만 흘러와서 흘러가니 딱히 지금 서 있는 이곳에서 더 바라는 것도 없겠다, 싶다. _「작가의 말」에서


“일찍 자야, 내일 일어나서 같이 아침 먹지”

1부는 가족에 대한 이야기다. 한 장의 사진이 아닌 색깔과 냄새가 함께 저장된 기억은 시간을 먹고 저 혼자 자라 어느 날 불쑥 튀어나온다. 환타와 시루떡, 그리고 아주 신맛 나는 과일로 차려졌던 열 살의 생일상, 서울에서 재수할 것을 권했던 아버지와 단둘이 탔던 기차 안에서의 철없던 스무 살의 불편함, 밤새 머리를 싸매고 일하는 저자의 방에 들어와 그만 좀 자라고 다그치며 불을 끄려는 어머니. 마흔이 넘어서야 저자는 환타와 시루떡의 의미를 알고 열 살 때의 민망함이 어머니에 대한 짠함으로 바뀌었고, 기차에서 아버지가 하신 “아무것도 얻지 못했지만 살면서 보니 그 아무것이 아무것은 아닌 것 같더라”는 말을 이해하게 되었다. 짜증을 내는 아들에게 “일찍 자야, 내일 일어나서 같이 아침 먹지”라는 어머니의 말씀이 가장 큰 진리와 일상이 포함되어 있는 말임도 알게 되었다. 저자는 “소설이라는 것이 미지의 얼굴 모르는 남을 위한 것이라는 것에 골똘하는 지금, 어머니가 내게 하는 말은 문학의 본령”이라고 자각한다. 1년에 한 번, 설에만 집을 찾는 아들에게 “이렇게 보면 이제, 정말 나 죽기 전에 한 열 번쯤 얼굴을 보겠구나”라고 쓸쓸히 던지는 아버지의 말은 저자의 삶이 자유를 꿈꾸는 작가로만 머물지 않음을 생각하게 한다.

금기와 도덕에 있어 상상력은 자유로울 수 있지만 인간 된 도리와 형식은 지켜야 한다는 것도 막연히 깨달은 게 30대 중반의 일이다. 나는 여전히 이 땅의 한 부모의 아들이라는 사실에서 하나도 바뀐 것이 없다는 것은 인간으로서 자유의지나 문학을 하는 작가의 상상력과는 별개의 일이라는 것도 겨우 깨달을 무렵이었다. _「새해 단상」에서


“그럼에도 여전히 마음이 편치 못한 것은 혹,
소설 속 인물이 날 원망할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2부에서는 작가로서 삶과 문학에 대한 상념들을 담았다. 저자의 직업은 소설가이다. ‘직업’의 사전적 의미를 따져보자면, ‘생계를 유지하기 위하여 자신의 적성과 능력에 따라 일정한 기간 동안 계속하여 종사하는 일’이다. 생계를 유지할 수 있어야만 직업이라는 이야기인데 한때 “연봉 천만 원”을 새해 소망으로 말하고, “서울에서 한 평이라도 제 땅이 있는 가로수마저 부러워”했던 저자의 이야기에서 작가를 업으로 사는 이의 고단함을 느낄 수 있다. 작가로 사는 고단함은 단지 경제적인 문제에만 있지 않았다. 군대에서 11개월에 걸쳐 2천2백 페이지나 되는 사전을 옮겨 쓰기도, ‘졸음이’란 별명을 가질 정도로 처친 눈꼬리가 소설가로 살며 세상을 졸린 눈으로 보지 않게 되면서 서서히 올라가 인상마저 바뀌었다고 한다. 소설가로서 “목숨걸고 매일 거대한 산을 넘어왔”지만 마흔을 앞두었던 저자는 이유 없고 정체 없는 불안함으로 채워졌었다고 토로한다. “지난 시간이 나는 사라지고 간혹 몇몇 소설이나 조 대리 같은 인물로나 남았으니, 그저 불연속적인 연대기에 지나지 않는 것 같아” 쓸쓸함만 는다는 고백이다.

인간의 불행을 목격하고 직시하던 자신감은 점점 사라져가고 있다. 냉정하고 냉소적이었던 시선도 서서히 거두어들이고 있다. 의도적인 것이 아니라 자연스러워지고 있는 것이라 치부하고 있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불안함이 늘어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이러다가 소설을 쓰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언제나 머릿속 한구석에 자리잡고 나를 지켜보고 있다. 나는, 실재하지 않는 사람들의 눈치를 보고 뭔가를 쓸지 말지 고민만 한다. _「소설이 내게」에서


“서울이 촌스러운 것이 아니라, 현재 그 안에서 살아가고 있는
우리의 모습이 촌스러운 것이다”

3부는 도시에 대한 이야기다. 익산이 고향인 저자는 스무 살 이후 줄곧 서울에서 살았고 이제는 어머니마저 저자에게 서울 사람 다 되었다고 이야기할 정도로 서울 사람이다. “다닥다닥 붙어 있는 다세대주택가, 반지하방에 모여 사는 이주노동자들, 늦은 시간 골목마다 들리는 재봉틀 소리”, 누구도 말해주지 않은 서울의 모습을 마주했던 스물의 어느 밤, 값비싼 독일 브랜드 싱크대 상판을 깨먹고는 들키지 않기 위해 정말 열심히 일을 했던 날, 받은 일당을 모두 털어 술을 마시고 밤새 걸었던 남가좌동의 새벽길, 서울의 여름은 공평하지 않다는 것을 알려준 남가좌동 옥탑방까지, 저자는 서울에 대한 기억들을 조각조각 꺼내놓으며 “도시는 공간이고 공간은 사람의 역사이자 숨이”라고 이야기한다. 문화가 없는 서울은 촌스러운 도시라고 말하는 저자는 “실은 도시가, 서울이 촌스러운 것이 아니라, 현재 그 안에서 살아가고 있는 우리의 모습이 촌스러운 것이다”라고 지적한다. 역사를 품고 있는 그리스와 울타리 없는 초원의 삶을 아직 잃지 않고 사는 몽골의 도시를 여행한 후기를 함께 전한 저자의 “현대도시의 공간은 무엇을 위한 것인가, 자문해야만 한다”는 질문은 우리를 품은, 또한 우리가 품은 도시의 의미를 생각하게 한다.


“꼭 지금 뭐가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님에도 자꾸 뭔가를 챙기려 든다.
결국 나도 평범한 꼰대가 되어버렸다”

4부는 20년이 넘게 소설가를 업으로 살다 쉰을 맞이한 저자의 ‘잠시 멈춤’ 같은 장이다. 누구나 문득 떠오른 과거의 한 장면에 혼자 낯을 붉히는 순간이 있지 않을까. 시간이 지나서야 깨닫는 후회다. 그 후회는 산 날이 많을수록 무거울 수밖에 없다. “매일 고통에 빠지고, 절망의 보편화를 꿈꾸던, 젊은 치기로만 살아가던” 20대에는 “30대가 되면 그렇게 어렵게, 몸으로, 시간으로 때우며 마련한 개똥철학을 어떻게든 실현하며 살 줄” 안다. 하지만 서른을 “갈팔질팡하며 맞이”했다는 저자는 쉰을 맞이한 지금, 꼭 지금 뭔가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님에도 자꾸 뭔가를 챙기려 드는 스스로의 모습에 “결국 나도 평범한 꼰대가 되어버렸다”고 고백한다.

문학이란 것은 진실의 이면을 비춤으로써 진실을 드러내는 것이 아닐까. 그러니 사실이 아닌 것에 문학의 재미가 숨어 있는 것 아닐까. 하나의 진실에 아흔아홉 개의 거짓이 덧대어 만들어지는 것. 그러니까 문학은 역사적인 사건이나 사료에 비해 간접적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결국, 우리가 바라는 바의 다른 면으로 반대 면을 비추는 것이 문학이 갖는 효용일 수도 있겠다. _「쌍릉을 아시나요?」에서

저자는 이번 산문집 원고를 정리하며 “10여 년 전을 떠올려보고, 자신을 둘러싸고 있던 세계를 복원해보고, 하지 말았어야 하는 일과, 꼭 했어야만 했던 일을 가늠해보았다”고 하는데 새삼 그 10여 년 동안 참 많은 것이 바뀌었음을 깨달았다고 전한다. “서른아홉의 나는 소설 쓰는 데 두려움이 없었으나, 마흔아홉의 나는 그렇지 못하다”는 고백은 평범하지 않은 삶을 살아온 저자가 중년의 중턱에서 고단하게 찍어보는 쉼표 같다. 하지만 평범하지 않은 이야기들이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하기에 이 산문집은 한 방향의 고백이 아니라 소통하고자 하는 “누군가와 가장 소중한 것을 주고받는 ‘미지’에 대한 통 큰 보답”(소설가 황현진 추천사)이 될 것이다.

구매가격 : 10,500 원

창조적 시선

도서정보 : 저자명 : 김정운 그린이ㆍ사진 : 윤광준 감수ㆍ해제 : 이진일 | 2023-07-12 | PDF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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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의 비밀을 밝혀낸 베스트셀러 『에디톨로지』 이후 10년 연구 완결판!

‘창조성creativity’의 구성사構成史에 관한 탁월한 통찰!
메타언어 창출을 위한 새로운 글쓰기 실험으로
창조적 시선의 출발점과 에디톨로지의 본질을 제시하다.



◎ 도서 소개

“인간은 도대체 언제부터 ‘창조적’이었는가?”
사소한 질문에 답하기 위한 집요하고 창조적인 공부의 결과물

“창조는 편집이다”라는 파격적 주장과 내용으로 베스트셀러가 된 『에디톨로지』 이후, 문화심리학자 김정운에게는 또 다른 질문이 생겼다. 그렇다면 도대체 “인간은 언제부터 창조적이 되었는가?” 조사 결과는 놀라웠다. 오늘날 일상어가 된 ‘창조’ 개념은 불과 100년도 안 된 단어였다. 1920년대부터 적극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하여 1980년 이후에나 비로소 꽃을 피운 단어였다. 그렇다면 다시 궁금증이 생긴다. “왜 그때 창조라는 단어가 필요해졌을까?” 이 사소한 질문에 문화심리학자로서 답하기 위해 공부했고, 그 결과물이 바로 『창조적 시선』이다.
저자는 ‘창조’ 개념이 사용되기 시작한 1920년대, 변화와 혁신에 앞장선 예술가들이 모여 새로운 교육을 시도한 독일의 바우하우스에 주목했다. 1919년 바이마르에 설립되어 1933년 나치 정권에 의해 폐쇄되기까지 14년간 유지됐던 독일의 예술종합학교 바우하우스. 저자는 바우하우스를 ‘재현의 시대’에 얻어진 인류의 모든 성과를 해체하고, 예술과 산업의 창조적 편집 가능성을 모색하며 ‘편집의 시대’로 이끈 전환점이자 인류 최초의 ‘창조 학교’로 평가했다. 이는 19세기 말~20세기 초에 걸쳐 일어난 재현에서 표현으로의 ‘시각적 전환’과 ‘의식의 흐름’이라는 심리학 개념의 등장으로 ‘창조의 시대’가 시작되자, 그 시각적 전환의 결과들이 바우하우스에 깔때기처럼 모여들면서 모더니티의 구체적 실험장이 되었기에 가능한 평가다.
바우하우스 설립 과정의 역사적 배경과 인물들 간의 스토리를 지식구성사적으로 연결시켜 ‘창조적 사고의 계보학’으로 완성시킨 이 책은 창조적 관점과 안목을 갖고 싶은 이들에게 최고의 안내서 역할을 할 것이다.

구매가격 : 86,400 원

괜찮아 힘내렴

도서정보 : 박희홍 | 2023-07-11 | PDF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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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음사 시선 395, 박희홍 제5시집

<<시인의 넋두리 중에서>>
연필을 놓지 않으려는
끈질김이 필요한 것이 글쓰기란 생각을 한다.

글쓰기가 업業이 아니지만, 남이 알아주지 않아도
남과 비교하지 않고 나름 자신만의 길을 가는 것
즉 절제된 생각과 언어로 쓸 수 있을 때까지 쓰는 일이
몸과 마음이 평화로운 상태가 되어 행복해지니까 쉼 없이 쓴다.

내 글이 비록 유려한 문장은 아니더라도
읽는 누군가가 작은 만족이라도 얻어 간다면 다행스러운 일이다.

구매가격 : 7,000 원

새롭게 만나는 공자

도서정보 : 김기창 | 2023-07-11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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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해와 왜곡을 벗어던지고 만나는,
‘진정한 자유인’ 공자

공자는 오랫동안 우리 사회에서 개선되고 타파해야 하는 인습의 상징처럼 여겨지곤 했다. 현실과는 동떨어진 말을 두고 ‘공자왈 맹자왈’ 한다고 일컫는가 하면, 공자의 가르침을 담은 논어는 고리타분하다는 이미지가 강하다. 하지만 정말 공자가 그런 인물이었다면, 논어가 그런 책이었다면 왜 진나라의 법가 사상가들은 공자의 추종자들을 억압하지 못해 안달이었을까. 『새롭게 만나는 공자』는 그 질문에서부터 시작한다. 2500년이 지나도록 살아남으며 동양 최고의 철학자로 칭송받는 ‘공자’의 진면모를 우리는 너무 모르고 있는 게 아닐까? 저자 김기창은 다양한 문헌을 꼼꼼하게 살피며 지금까지 오해받아왔던 논어의 메시지를 다시 해석해내고, 우리가 잘 모르던 공자를 복원해낸다.

재구성된 공자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모습과는 조금 다르다. 어린 나이에 고아가 된 공자, 고급스러운 옷과 음식을 좋아했던 공자, 타인에게 깊이 공감했던 공자… 누구보다도 인간적이었던 공자가 모습을 드러낸다. 게다가 통념과 달리 공자는 어느 한 가지 관점에 매몰된 인물이 아니었다. 다양한 관점을 취하는 것 자체가 공자의 관점이었다. 이 책에서 공자를 ‘진정한 자유인’이라고 명명한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 공자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알려진 것보다 더 유연하고 더 날카롭다.

구매가격 : 12,000 원

교양 고전 독서

도서정보 : 노명우 | 2023-07-11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한 번 사는 인생, 교양 있는 삶을 위해
서점 주인이자 사회학자인 노명우와 함께 읽는 고전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도 고전은 ‘언젠가 읽어야 할 책’이지만 아무래도 ‘선뜻 손이 가지 않는 책’이다. 두려움이 앞서는 고전의 깊은 바닷속을 안내하기 위해 나선 가이드는 서점 주인이자 사회학자인 노명우다. 이 책 《교양 고전 독서》에서 노명우는 엄정한 학자의 기준으로 선택한 고전 열두 권을, 손님들에게 책을 골라주는 푸근한 서점 주인의 말투로 소개하고 있다. 그래서 이 책에 담긴 고전 리스트는 진부하지 않고 글을 읽는 재미도 확실하다.
이 책은 개인적인 서평 모음집도, 두꺼운 고전들의 요약본도 아니다. 저자 노명우는 독자들이 고전을 직접 읽을 수 있도록, 본인의 완독 경험을 바탕으로 독자들에게 새로운 독서법을 제안하거나, 관련된 배경지식을 알려주거나, 책 속 핵심 키워드들을 귀띔해줄 뿐이다. 고전의 권위에 기죽지 말 것을 강조하는 성실한 가이드의 친절하고 흥미진진하고 위트 있는 조언을 따라가다보면 누구라도 고전을 스스로 펼쳐 들 용기가 생길 것이다.
이 책은 명확한 목표를 지향하는데, 바로 ‘교양’이다. 고전을 읽는 이유는 교양을 쌓기 위해서다. 노명우가 말하는 교양이란, 정보와 지식을 습득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것을 “능동적 사유의 소재로 삼아 성찰을 거쳐 인식의 성장을 이룸으로써 지혜에 도달”하는 과정이다. 그래서 ‘교양인’이란 “강한 호기심”을 갖추고, “지식을 공공선을 위해 기꺼이 사용”하고, “세계의 다양성을 수용”할 줄 알며, “타인을 설득하는 역량”을 가지고 “선하지 않은 권력에 지속적인 비판”을 할 수 있는 사람이다. 어느 때보다 교양이 필요한 시대, 어제보다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교양인이 되는 데 도움이 될 고전이라는 기준으로 최종 열두 권이 선택되었다.
고전을 이렇게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니!
고전 읽기에 도전할 용기를 주는 친절하고 실용적인 안내서
너무도 유명하지만 먼 옛날에 쓰여서 지금의 독서 방법으로는 감당이 되지 않는 고전일수록 노명우의 조언은 구체적이고 실용적이다. 아리스토텔레스의 《니코마코스 윤리학》을 읽기 위해서는 이 책이 현대적인 편집 과정이 없이 만들어진 것임을 염두에 두고 이해할 수 없는 문장은 우선 넘기라는 식이다. 호메로스의 《일리아스》에서는 트로이아 전쟁에 대한 서사시일 것이라고 오해했던 자신의 완독 실패담을 들려주면서, 《일리아스》를 ‘최종 영웅’을 선발하는 입장에서 읽어볼 것을 주문한다. 또한 이름부터 낯설기만 한 이븐 칼둔의 《무깟디마》를 읽어내는 데 필요한 이슬람 배경지식을 찬찬히 알려주기도 한다. 946쪽이나 되는 잠바티스타 비코의 《새로운 학문》에 관해서는 먼저 책의 구조를 분석하고, 앞과 뒤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독서를 권한다. 노명우는 자칫 방대한 문헌들 속에서 독자들이 길을 잃지 않도록 핵심을 관통하는 실마리를 슬쩍 던져놓는 것도 잊지 않는다.
이어서, 말과 글, 문자와 영상의 시대를 아우르며 독자들에게 책의 미래를 생각해보게 하는 고전들을 소개한다. 월터 옹의 《구술문화와 문자문화》는 ‘말의 세계’에서 문자의 출현으로 의식이 재구조화되는 과정을 담은 책이다. 자아의 내면화를 이끈 문자문화는 영상문화의 시대를 맞아 구술문화와 다시 만나는데, 이 역사는 텔레비전 시대의 문화풍경을 분석한 닐 포스트먼의 《죽도록 즐기기》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이어진다. 《죽도록 즐기기》의 내용을 바탕으로, 인쇄문화가 융성했던 시기와 반지성주의가 창궐하게 된 시기를 대비하면서 교양의 의미를 고민해보는 기회를 제공한다.
홉스봄이 말한 “가장 별스럽고 끔찍한 한 세기”인 20세기의 거대한 역사와 구체적인 현실을 조망하는 고전들도 선택되었다. 영국의 산업화와 그 결과를 분석한 칼 폴라니의 《거대한 전환》과, 정치와 산업 혁명을 잇는 민중의 문화 혁명을 모색하는 레이먼드 윌리엄스의 《기나긴 혁명》이 그것이다. 노명우는 우선 폴라니와 윌리엄스가 살았던 20세기와 그들이 겪었던 경험들을 정리해준다. 아울러 각 책의 핵심 개념을 설명하면서, 시장경제 시스템에 내몰린 보통 사람들의 역사를 2020년대 한국 사회와 연결시킨다.
후반부에 가서는, 개인의 사고와 감정을 사회적 맥락에서 해석하는 세 권의 책이 나온다. 고든 올포트의 《편견》에서 노명우는 ‘병렬독서’를 제시한다. 2차대전 나치 협력자를 다룬 두 책 을 병렬해서 읽으며 편견의 일상성과 평범성이 가져오는 사회적 파장을 살펴본다. 시대의 사회적 맥락에 따라 변화하는 사랑의 양상에 현미경을 들이댄 에바 일루즈의 《사랑은 왜 아픈가》에서는 노래가사, 리얼리티 프로그램, 클럽 문화 등 한국 대중문화를 예로 들며 일루즈의 주장을 한국 사회에 적용해본다. 19세기를 지배한 허영심의 기원을 찾는 르네 지라르의 《낭만적 거짓과 소설적 진실》은 문학비평서이지만 노명우는 사회학적으로 읽는다. 독자들로 하여금 욕망의 재생산 메커니즘에 주목하고 속물적 욕망에서 벗어나는 법을 고민하게 한다. 그가 이 책을 21세기형 수신서修身書로 추천하는 이유다.
이 고전 여행의 마지막 여정은 1,092쪽에 달하는 게오르크 짐멜의 《돈의 철학》이다. 노명우는 인간 상호작용의 매개가 되는 돈을 분석함으로써 현대 사회의 특성을 분석하는 이 방대한 저작의 핵심구조를 독자들에게 이해시키면서, ‘문화의 비극’이라는 19세기에 대한 짐멜의 진단이 우리가 살고 있는 21세기에 맞닿아 있음을 상기시킨다. 마지막 장과 연장선상에 있는 에필로그에서는 노명우의 목소리에 힘이 실린다. 그는 이미 선진국이 된 한국에서 부는 어느 방향을 향해야 하는지 질문을 던지며 ‘페어뫼겐’이라는 개념을 끌어들인다. 축적된 힘이자 능력인 ‘페어뫼겐’의 적극적 활용을 위해 결국 우리가 다시 마주하는 것은 보편적인 교양의 필요성이다. 그러므로 노명우는 이렇게 선언한다. “우리는 계속 읽을 것입니다.”

본문 중에서
교양은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입니다. 교육은 무엇을 위한 수단이지만, 교양은 그 자체가 목적입니다. 교육은 졸업과 함께 끝이 나는 과정이라면, 교양은 삶에서 지속적인 노력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입니다. ─〈프롤로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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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바보가 바보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전문지식을 파헤치는 게 아니라 전문지식의 깊지만 좁은 시야에서 벗어나 포괄적인 관점을 얻을 수 있는 교양의 습득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전문지식이 현미경으로 좁은 분야를 들여다본 결과라면, 교양은 현미경만 들여다보면 놓칠 수 있는 전문지식 사이의 상호 연결을 조망하는 눈을 제공합니다. 원자폭탄을 만들 수 있는 전문지식을 가지고 있지만, 자신의 지식으로 개발된 원자폭탄에 잠재되어 있는 재앙의 위험성을 교양의 관점에서 점검할 수 없는 사람은 때늦은 후회를 하지요. ─〈프롤로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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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스트를 읽을 때 우리가 주목해야 할 단어는 ‘어떤’입니다. ‘어떤’은 예를 들면 이렇게 사용됩니다. “쾌락은 좋은 것입니까”라고 누가 질문을 했을 때 “그렇다” “아니다”라고 양자택일적으로 쉽게 말하는 사람은 쾌락을 총괄적으로 생각하는 겁니다. 쾌락에 대한 이데아적인 판단이 있는 거죠. 그런데 아리스토텔레스는 현실주의자입니다. 삶의 딜레마에 주목하는 사람입니다. 그렇기에 아리스토텔레스는 총괄적인 결론을 내리지 않고 ‘어떤’ 쾌락은 좋을 수 있고 ‘어떤’ 쾌락은 나쁠 수도 있다고 대답합니다. ─1장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할까요〉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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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의 인문학은 두 가지 뿌리로부터 성장한 나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 뿌리가 헬레니즘, 즉 그리스의 지적 전통이고 또 다른 뿌리가 기독교입니다. 헬레니즘의 대표작인 호메로스의 서사시는 워낙 오랜 기간 서양문화권에서 수용되면서 수많은 책에서 재해석되었기에 호메로스의 서사시에 대한 이해 없이 서양의 인문학을 깊이 이해하려면 장벽에 부딪히지요. ─2장 〈이 남자들은 대체 뭘 얻겠다고 싸우는 걸까요〉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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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븐 칼둔은 이슬람 문화 내부에서 이슬람 전통을 상식처럼 공유하고 있는 독자를 상대로 《무깟디마》를 썼습니다. 이 책을 이슬람에 대한 배경지식이 아주 부족한 21세기의 동아시아인이 읽으리라 예상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제가 읽어보고 말씀드립니다만, 《무깟디마》는 결코 이론적으로 어려운 책이 아니에요. 어려움의 원인은 단순해요. 이슬람에 대한 배경지식 부족입니다. 고전은 대부분 현대의 독자와는 다른 문화적·역사적 배경 속에서 탄생한 책이니 배경지식 확보는 고전을 읽기 위해 필수불가결한 준비운동입니다. ─3장 〈낯선 세계 속으로 들어가봅니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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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증은 예증이다’라는 자신감이 필요해요. 예증은 부연설명입니다. 핵심은 예증에 있는 게 아닙니다. 학자마다 핵심 주장이 있습니다. 글 쓰는 사람은 지식을 총동원해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모든 사례를 써놓고 싶어합니다. 그래야 읽는 사람에게 훨씬 더 설득력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이건 작가의 관점입니다. 그런데 독자가 작가보다 사전지식과 배경지식이 부족하다면 독자는 독해에서 어려움을 겪습니다. 비코 같은 다독의 작가를 읽는 독자의 대다수는 비코보다 희박한 지식을 지니고 있습니다. 비코만큼 지식이 있는 사람이 지구상에 몇 명이나 있겠어요. 나만 못난 게 아닙니다. 비코가 박식한 거죠. ─5장 〈스스로 가르친 사람에게서 배웁니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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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작가의 번뜩이는 순발력으로 쓰이지 않습니다. 긴 호흡으로 생각에 생각이 더해진 결과가 모여 책으로 빚어집니다. 책 속에서 끊임없이 이어지는 문장은 사유의 나이테와도 같지요. 저는 책을 읽을 때 그 결과가 만들어진 과정, 즉 사유의 흔적에 주목합니다. 동일한 책을 처음 읽을 때는 책에 담긴 정보를 쫓아가기 급급하지만, 같은 책을 반복해서 읽다보면 자연스레 작가의 사유 과정에 눈을 뜨게 되지요. 반복 독서를 하면 낯선 타인이었던 작가와 어느 사이 거리감이 좁혀지고 독자는 작가의 편에 서게 됩니다. 저는 이 과정을 감정이입에 빗대어 사유이입思惟移入이라 하고 싶습니다. ─7장 〈우리가 가야 할 교양 넘치는 나라가 있습니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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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나를 돌아보게 합니다. 우리는 속물적 욕망을 충족하기에는 돈이 충분하지 않습니다.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평생 자괴감을 느끼며 살아야 할까요? 그런 의미에서 더 많은 돈을 벌어 욕망을 실현하라는 자기계발서와 달리 지라르의 《낭만적 거짓과 소설적 진실》은 지성의 힘으로 욕망의 체계에서 탈출구를 생각하게 하는 21세기형 수신서修身書라 생각합니다. 현대 생활에 가장 어려운 건 욕망을 다스리는 문제잖아요. 저는 지라르로부터 21세기 방식으로 나를 지키는 방법의 실마리를 찾았습니다. 좋은 책은 삶의 지혜와 이렇게 연결되지요. 문학이 전공이 아님에도 문학비평서를 교양독서로 읽은 덕택입니다. ─11장 〈낭만적 거짓과 소설적 진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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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크스의 《자본》은 자본을 분석하고 짐멜의 《돈의 철학》은 돈을 대상으로 삼습니다. 자본과 돈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돈이 있다고 모두 자본가는 아닙니다. 자본은 돈으로 구성되어 있지
만 돈의 규모가 임계치를 넘어서 임금노동자를 고용할 수 있는 정도가 되어야 자본이 되지요. 《자본》을 읽으면 나의 처지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까요? 물론 《자본》으로 임금노동자의 처지를 설명할 수는 있지만 우리의 일상을 분석하는 게 목적이라면 소수의 사람만 갖고 있는 자본보다는 누구나 갖고 있는 돈에 대한 해석이 요긴합니다. 짐멜은 자본이 아니라 돈에 주목합니다. 대부분의 사람에겐 자본이 없지만 돈 없는 사람은 없습니다. ─12장 〈돈으로 할 수 있는 것과 돈이 있어야 하는 것이 있습니다〉 중에서

구매가격 : 16,500 원

말에 구원받는다는 것

도서정보 : 아라이 유키 | 2023-07-10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누구의 인생도 요약되게 하지 않을 거야. 당신의 인생도, 나의 인생도.”
빈약한 언어가 축적될 때 사회는 왜 끔찍해질까? SNS에 넘쳐나는 이상한 말, 듣기 괴로운 권력자들의 말 속에 매몰된 우리 삶을 구원하는 새로운 언어를 고찰하다! 17개의 다채로운 테마를 바탕으로 짚어보는 ‘말에 구원받는다는 것’의 의미란? 잃어서는 안 될 말의 존엄이 여기에 있다.

말은 사람의 가치관을 형성한다. 그런데 유독 2010년대부터 증오ㆍ모멸ㆍ폭력ㆍ차별ㆍ혐오에 가담하는 말, 삶을 편안하게도 즐겁게도 하지 않는 ‘파괴된 말’이 늘어났다. 말의 역할과 존재감도 변하고 있다.

높은 사람들이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자신의 허상을 부풀리기 위해, 적을 만들어 걱정을 해소하기 위해, 누군가를 위압해 입 다물게 만들기 위해, 말이 계속 그런 일들을 위해서만 쓰인다면 어떻게 될까? 많은 사람이 말을 포기하고 계속 경시하면 세상에는 무슨 일이 일어날까?

《말에 구원받는다는 것》은 파괴된 말이 만연한 세상에서 장애인, 환자, 워킹맘, 여성해방 운동가, 괴롭힘 피해자 등의 이야기를 통해 말의 존엄성을 탐구하고 우리에게 없는 말, 격려와 회복의 말을 찾을 수 있게 도와주는 가이드북이다.

‘짧고 이해하기 쉽게 요약될 수 없는 말의 존엄성’을 요약 없이 온전하게 밝히려는 시도가 담긴 이 책은 일본에서 발표되자마자 서점 관계자와 독자 사이에서 큰 화제를 불러일으키며 증쇄를 거듭했다. 이 책의 높은 평가에 힘입어 저자 아라이 유키는 철학자 이케다 아키코를 기념해 1년에 단 한 명에게 수여되는 ‘나, 즉 Nobody 상’을 2022년에 수상했다.

구매가격 : 14,800 원

수필조선

도서정보 : 데라다 토시오(寺田壽夫) | 2023-07-06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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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본 『수필조선(隨筆朝鮮)』(1935)(상권) 경성잡필사 刊
이 책에 수록된 기사들은 지난 수십 년 동안 《경성잡필(京城雜筆)》에 기고된 글들을 다시 쓴 것입니다. 이 글들은 모두 과거의 읽을거리로 기억의 저편에 묻어두기에는 아까운 것들이었습니다. 나는 새롭게 꾸며서 책상 위에 두어야 할 것이라고 믿었으며, ‘조선의 사람과 물건’을 아는 데는 좋은 취미의 책이라고 믿었습니다. 조선의 역사, 문화, 사회, 정치 등 다양한 분야의 글들이 실려 있습니다. 이 책은 조선에 대해 알고 싶은 분들에게 좋은 참고서가 될 것입니다.<편자 말 중에서>

구매가격 : 8,000 원

여덟 단어

도서정보 : 박웅현 | 2023-07-05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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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만나는 『여덟 단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광고인 박웅현이 말하는
삶을 바로 세우기 위한 여덟 가지 화두

이 책은 출간 후 50만 부 이상 판매된 베스트셀러이자 스테디셀러인 『여덟 단어』의 개정판이다. 대한민국 대표 광고인이자 『책은 도끼다』를 써내며 인문학 열풍을 이끌었던 박웅현이 ‘살면서 한 번쯤 생각해보면 좋을 여덟 가지 단어’를 이야기한다. 재출간되는 개정판은 ‘여덟 개의 단어를 통해 나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본다’라는 콘셉트의 새로운 표지를 입혔고, 세월이 지나도 변함없이 전하고 싶은 핵심에 주목해 전체적인 내용과 글을 다듬었으며, 새로운 사례를 추가하기도 했다. 몇 가지 도판은 새로 갈음했고 각 장의 핵심이 되는 메시지는 저자가 직접 쓴 글씨를 이미지로 활용해 넣었다. 본문 속 “모든 것은 변하지만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Everything changes but nothing changes)”라는 말처럼 전체적인 외형은 바뀌었으나 자존이 살아가는 데 왜 중요한지, 고전 작품을 왜 궁금해해야 하는지, 깊이 들여다보는 것(見)을 통해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 소통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의 본질적인 메시지는 그대로 담았다.

구매가격 : 12,000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