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잔불 밝히고

도서정보 : 서강홍 | 2023-12-29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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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서강홍 저자의 에세이책이다. 저자의 감동적이고 따뜻한 내용들이 수록되어 있다.

구매가격 : 7,000 원

읽는 약

도서정보 : 하늘나무 | 2023-12-29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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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산은 죽음으로 인해 남겨지는 무엇이다.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 죽음이 완성하는 유산. 분분히 꽃은 졌지만 갈라진 꽃술에서 나온 씨앗 하나가 내 가슴속 검붉은 질흙 속에 남았다.”
- 「남기고 떠나다」 중에서

“저마다 반짝이며 입을 모아 세상의 원리를, 이 세상에 우연이란 하나도 없다고, 어려운 때일수록 더 힘을 내서 진실된 마음을 지키라고, 견뎌 내고 나면 아름다운 보석이 되어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거라고, 조용하지만 분명한 목소리로 또박또박 말해 주고 있다는 걸.”
- 「모래알 같은 사람」 중에서

구매가격 : 8,400 원

옥순이의 화려한 외출

도서정보 : 박옥순 | 2023-12-29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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겁 없이 글쓰기에 뛰어든 것도 같다. 가난하고 아팠던 젊은 날의 기억들과 마주한다는 게 그리 쉬운 일만은 아니었다. 이 글은 자랑할 것 하나 없는 내 인생의 작은 흔적이다.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의 시간을 기억나는 대로 담았다. 목에 걸린 듯 서럽고 아팠던 내 삶의 작은 현장에 관한 이야기이다. 항상 곁을 지켜준 소중한 가족들 그리고 녹록치 않은 인생길 걸어오는 동안 우정을 나눠온 고운 벗들이 있음을 든든하게 생각한다.
- 저자의 <머리글> 중에서

구매가격 : 9,000 원

내 인생의 아넥도트

도서정보 : 홍소자 | 2023-12-29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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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나먼 여정 뒤안길에서 써 내려간 ‘오랜 기억의 이야기’, 아넥도트(Anocdote)!
근현대사 가슴 시린 가족사 견디며 분투했던 홍소자 前 적십자사 부총재의 특별한 회고록

아넥도트(anecdot)는 한 사람 마음속에서 오랫동안 기억하고 간직하고 있는 일화를 의미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 『내 인생의 아넥도트』는 저자 홍소자 인생의 가장 소중한 기억 속 장면을 한땀 한땀 꺼집어낸 생생한 자필 기록물이다. 이 책은 격동의 대서사시를 펼쳐놓은 것 같은 긴 여정의 이야기가 숨 쉴 틈을 허락하지 않은 채 끝없이 이어진다. 그만큼 저자가 걸었던 지난 삶의 서사가 범상치 않아서다.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저자의 옛이야기들에는 굴곡 많은 우리 근현대사의 슬픈 상처가 고스란히 담겨 있을 뿐 아니라, 혹독한 가족사를 온몸으로 버텨야 했던 저자와 저자의 가족 얘기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있다. 특히 한국전쟁 당시 최고의 엘리트 남편이 납북되면서 남겨진 8남매를 홀로 키우며 단칸방 대구 피란 시절을 견뎠던 저자 어머니의 치열한 삶이 인상적이다. “무인도에서도 살아남아야 한다.”라며 자녀들을 독려하며 생사가 오가는 험난한 세월을 끝내 이겨내며 8남매 모두를 성공적으로 장성시킨 장면은 ‘어머니의 위대한 사랑과 헌신’을 실감나게 보여준다. 저자 본인도 이 같은 어머니의 가르침이 자신의 삶을 곧추세울 수 있었던 초심이었다고 고백하며 훗날 어머니가 설립한 혜원여중고를 맡으며 교육현장에서 20년간 활동하게 된 것 역시 어머니의 유훈을 따르기 위함이었다고 밝힌다.

구매가격 : 20,000 원

다시 태어나도 이 길을 : 100인선집 수필로그리는자화상9

도서정보 : 김혜숙 | 2023-12-29 | PDF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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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수필집에 밥을 건네는 손이 되어 서로 정 나누고 다독이며, 세상에 선한 영향력이 미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습니다. 또한, 예술 마당에서 예술적 감수성을 찾으며 위로와 치유를 경험했던 수필이 다수 실려 있지요. 꿈결처럼 여겨졌던 국내외 여행 후에 썼던 기행 수필도 펼쳤습니다. 푸른 지구가 병들지 않게 생명의 순환과 자연에 대한 경외심도 빠져서는 안 되겠지요.”
김혜숙 수필가의 『다시 태어나도 이 길을』이 한국현대수필 100년 100인 선집 <수필로 그리는 자화상> 9번째 책이다. 작가는 삼십 년 수필가의 인생길 동안 치열하고 꾸준한 창작활동으로 지금까지 7권의 수필집과 2권의 기념집을 출간하였다. 생애 마지막까지, 다시 태어나도 삶을 꽃피우는 문학의 길을 걷겠다는 김혜숙 작가가 선정한, 온기 넘치고 영혼이 따뜻해지는 작품들이 실려 있다.

구매가격 : 8,400 원

나는 대한민국 경찰입니다

도서정보 : 류삼영 | 2023-12-28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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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바로 내가 목이 터져라 경찰국 반대를
부르짖었던 이유고, 끝내 사표를 쓴 이유다.”

검찰 공화국의 부당한 경찰국 신설에 맞선
류삼영 전 총경의 에세이

2022년 7월 23일, 전국경찰서장회의가 열리는 사상 초유의 사건이 벌어졌다.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에서 열린 이 회의에서 총경 357명이 윤석열 정부의 부당한 경찰국 신설에 맞서 반대의 목소리를 높였다. 사상 초유의 총경 회의를 주도한 이는 당시 울산중부경찰서장이었던 류삼영 총경. 《나는 대한민국 경찰입니다》의 저자이기도 한 그는 윤석열 정부의 경찰국 신설이 정치권력이 경찰을 예속시키는 것으로 경찰의 안정은 물론 국민의 안전까지 해하는 일이라고 지적하며 저항에 나섰다.

《나는 대한민국 경찰입니다》는 경찰을 권력의 하수인으로 만들겠다는 역사적 퇴행에 맞서 저항의 첫걸음을 뗀 경찰 류삼영의 첫 에세이다. 이 책에는 대기발령과 정직 3개월의 중징계, 동료들에 대한 보복 인사를 막기 위한 사표 제출까지 경찰서장회의 이후 이어진 엄혹했던 1년의 기록과 시민을 위한 경찰로 살았던 저자의 35년이 담겨 있다.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마지막까지 ‘국가와 국민을 위한 경찰’로 남고자 했던 저자의 용기와 고뇌, 결단을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구매가격 : 13,600 원

가끔 찬란하고 자주 우울한

도서정보 : 경조울 | 2023-12-27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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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형 양극성 장애를 앓는 현직 의사의 생생한 에세이로, 경조증과 우울 삽화 사이에서 방황했던 날들을 누구보다 솔직하게 적은 글이다. 의사이자 환자로서, 10년간 2형 양극성 장애 진단을 왜 부정할 수밖에 없었는지, 정신 질환자들이 어떤 고통을 겪고 그 과정에서 어떤 고민을 하는지, 정신 질환을 안은 채 일을 하고 사람을 만나고 혼자 시간을 보내는 것이 어떤 것인지 등을 담담하면서도 강렬한 문체로 들려준다.

이 책의 저자는 기분이 비정상적으로 들뜨는 경조증과 이유없이 시작되는 극심한 우울증 사이에서, 20대와 30대 초반 시절을 고통스럽게 보낸 2형 양극성 장애 환자다. 2형 양극성 장애는 비정상적 흥분 상태인 조증과 비정상적 우울 상태인 우울 삽화가 주기적으로 번갈아 나타나는 질환으로, 이 질환을 앓는 환자들은 대개 경조증일 때에는 봄처럼 찬란하게 활력과 에너지가 넘친 상태로 있다가, 우울 삽화 때에는 무기력감과 자살 충동에 시달린다.

저자는 스물세 살 때 2형 양극성 장애로 진단을 받았지만 적극적으로 치료하지 않은 채 10여 년을 보내다가, 고통스러운 우울로 언젠가는 정말 스스로 삶을 마감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마침내 자신이 2형 양극성 장애 환자라는 사실을 받아들인다. 이 책에는 우울을 극복하기 위해 지속적인 상담, 정신분석 등 갖은 방법을 다 쓰고도 번번이 연패를 당했던 과정들, 정신질환자로서의 내적 갈등, 그럼에도 불구하고 찾아낸 평화로운 나날들에 대한 이야기가 오롯이 담겼다.

구매가격 : 12,000 원

돌보는 마음, 위하는 마음

도서정보 : 김주이·유세웅 | 2023-12-27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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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의 세계를 치열하게 살아온 두 사람이 들려주는 생생한 간호 현장과 간호하는 마음에 관한 이야기, 『돌보는 마음, 위하는 마음』이 출간됐다. 간호사에서 후학을 양성하는 신임 교수가 된 김주이와 중환자실 간호사에서 장기이식 코디네이터가 된 유세웅. 두 사람은 힘들기로 소문난 간호의 길을 묵묵히 걸어온 자신들의 경험을 공유하기 위해 교환 편지를 시작했다. 이 책은 두 사람이 일곱 번의 계절 동안 나눈 편지 중 마흔 통의 편지를 담았다.

‘태움’이라는 악습, 3교대로 인한 불규칙한 생활, 동시다발로 처리해야 하는 수많은 업무, 아프고 예민한 환자와 내 가족이 먼저인 환자의 가족들…. 상상 그 이상으로 전쟁터 같은 간호 현장을 버티는 일은 쉽지 않았다. 그럼에도 두 사람은 사람을 사랑하는 간호의 가치를 되새기며, 순간순간 타인에게서 받는 위로를 통해 한 걸음씩 나아가며 지금까지 올 수 있었다고 고백한다.

N년 차 경력 간호사인 두 저자는 이제 베테랑 선배이기만 할 것 같다. 하지만 부서 이동으로 새로운 직무를 맡게 되고, 학교에서 후학을 양성하며 연구를 통해 간호학의 발전에 기여하는 역할을 하게 되면서 마치 신규 간호사 시절 때처럼 우당탕 부딪히며 성장한다.
“간호라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만났지만, 우리가 나눴던 이야기 속에는 간호뿐만 아니라 삶에 숨겨져 있는 사랑을 발견하고 살아내는 이야기가 담겨 있다”는 저자의 말처럼 이 책을 읽는 독자는 두 사람이 차곡차곡 다정하게 내온 길을 따라 자신의 삶을 사랑할 수 있는 단서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구매가격 : 11,200 원

나는 왜 산티아고로 도망갔을까

도서정보 : 이해솔 | 2023-12-27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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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어떤 길을 걷고 있나요?”

안정적인 직장에서 퇴사를 하고
무작정 비행기 표를 끊고 떠난 바로 그곳!
변덕스러운 폭염과 폭우, 밤낮없이 잠을 설치게 하는 모기떼,
길 위에서 만난 다양한 사연의 순례자들까지
한 번도 우연이 아닌 적 없던
31일간 800km의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다!
이해솔 〈나는 왜 산티아고로 도망갔을까?〉

상실과 슬픔을 마주하기 위해 시작하게 된 산티아고 순례의 끝은,
결국 나를 사랑하는 일이 되어 돌아왔다.

이해솔의 〈나는 왜 산티아고로 도망갔을까〉는 물음으로 시작한 여정이 온전한 마침표를 찍기까지, 31일간 산티아고 순례길 800km을 걸으며 작가가 겪었던 우연한 순간들을 담은 에세이다. 작가는 대학교 졸업 직전 떠나게 되었던 첫 번째 순례에서 부르고스부터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까지 500km를 걸었다. 그렇게 5년 후,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다니던 회사의 퇴직 일자를 정한 뒤 무작정 비행기 표를 끊고 떠난 두 번째 순례는 생장 피에 드 포르부터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까지 800km를 걸었다.

그 모든 과정이 혼자만의 것이었다면 800km보다 더 긴 여정을 떠났다 하더라도 무의미할지 모른다. 스페인의 폭염과 폭우처럼 결코 견뎌내기 쉽지 않은 변덕스러운 날씨와 급작스레 겪은 무릎 경련으로 조난을 당할 뻔한 상황까지,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에 더욱 특별했던 순간 속에 각자의 방식으로 작가의 마음을 다잡아준 또 다른 순례자들이 있었다. 이처럼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는다는 건 오직 자신만의 일이면서도 고독하지 않은 여정의 연속이다.

타인의 인정을 우선으로 두고 살아왔던 작가는,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으며 자신의 삶을 스스로 결정할 때 인생이 더욱 의미 있음을 깨닫는다. 낯선 땅에서 펼쳐지는 길 위의 이야기는 오직 나에 의해, 나의 선택만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나는 왜 산티아고로 도망갔을까〉는 산티아고 순례길의 처음과 끝에서 새롭게 마주하게 될 자신만의 이야기가 무엇일지 막연한 이들에게, 800km의 길을 직접 걷는 것처럼 생생한 순간을 여는 초대장이 되어줄 것이다.

구매가격 : 11,760 원

연필로 쓴 작은 글씨

도서정보 : 로베르트 발저 | 2023-12-26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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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글씨에서 스스로를 비춰보고 연필로 쓴 것을 베껴 쓰는 동안
나는 어린아이처럼 글 쓰는 것을 다시 배웠다.”
_로베르트 발저


로베르트 발저의 책을 수십만, 수백만의 사람이 읽었다면 세상은 보다 나은 곳이 되었을 것이다._헤르만 헤세

발저의 작품에 나타나는 윤리의 핵심은 권력과 지배에 대한 저항이다. 발저의 힘은 고도로 세련된 예술의 힘이다. 그는 진실로 놀라움과 저릿함을 느끼게 하는 작가다._수전 손택

로베르트 발저가 살면서 남긴 흔적은 너무나 희미해서 바람이라도 한 자락 불면 흩어져 사라질 것만 같다. 예나 지금이나 발저는 여전히 유일무이한 수수께끼 같은 인물이다. 그는 독자들에게 자기 자신을 가능한 한 숨겼다._W. G. 제발트

카프카와 헤세가 사랑한 작가 로베르트 발저가
발다우 요양원에서 쓴 스스로도 읽을 수 없는 작은 글씨들
1956년 12월 25일, 눈이 내리던 크리스마스에 한 노인이 눈 속에서 산책을 하다가 쓰러졌다. 헤리자우의 요양원에 거주하며 산책을 하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던 이 평범한 노인은 위대한 작가 로베르트 발저다. 그는 평생 동안 글을 써왔지만 누구에게도 이해받지 못했다. 세상 어디서에도 적응하지 못했고 집 한 채, 가구 한 점, 아주 적은 재산 한 푼 가져본 적이 없었다. 이 세상의 고립된 작가들 중에서도 가장 고립된 작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발저는 그저 변변찮은 양복 한 벌 입고, 조끼 주머니에 몽당연필 한 개와 잘라낸 메모지들을 가지고 다니며 이런저런 것들을 적어넣는 수줍은 사람일 뿐이었다.
장편소설 『벤야멘타 하인학교』와 『타너가의 남매들』 등으로 이제는 국내에도 널리 알려진 로베르트 발저는, 그의 작품만큼이나 ‘고독한 산책자’ 혹은 ‘작가들의 작가’라는 수식어로 유명하다. 하지만 잘 알려진 초기 작품들에 비해, 발저 문학의 더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후기 작품들은 국내에서는 여전히 미답의 영역으로 남아 있었다.

『연필로 쓴 작은 글씨』는 프란츠 카프카와 헤르만 헤세, W. G. 제발트, 수전 손택 등 무수한 대가들의 찬사를 한몸에 받은 발저가 직접 쓴 작은 글씨의 유고인 ‘마이크로그램’을 해독하고 선별해 펴낸 책이다. 총 33편의 글과 함께 그 글에 해당하는 육필 원고를 찍은 사진 68장을 실제 크기로 함께 배치했다. 맨눈으로는 거의 알아볼 수 없는 이 글씨들은 그 존재와 조형성 자체가 하나의 예술작품으로서 오롯이 빛난다.

‘마이크로그램’의 역사와 의미
『연필로 쓴 작은 글씨』에 담긴 마이크로그램은 발저가 살아 있는 동안 공개하지 않았던 비밀 원고다. 이 원고들은 고독과 불안, 망상으로 고통받던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글쓰기를 이어가고자 한 발저의 의지를 보여준다. 마이크로그램 뭉치가 처음 발견된 당시에는 해독이 불가능하다고 여겨져 의미 있는 텍스트로 인정받지 못했으나, 1980년부터 2000년까지 베른하르트 에히테와 베르너 모어랑이 총 526장으로 이루어진 메모들을 모두 정리해 6권의 『연필 영역』으로 펴냈고, 이 개척적인 편집은 우리 시대의 “가장 중요한 문학적 업적”으로 평가되었다. 그리고 이 텍스트는 발저 후기 작품의 중심적인 텍스트이자 문학예술의 위대성을 보여주는 본보기로 자리잡았다.
1920년대 이후 손의 움직임에 이상 증세를 느낀 발저는 펜으로 쓰기를 중단하고 연필로 작업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나중에 그 위에 다시 펜으로 정서하는 작업 방식, 다시 말해 그가 ‘연필 체계’라 부른 작업 방식을 취한다. 이처럼 연필과 펜으로 이중으로 쓰인 각종 원고 뭉치들 중에는 1929년 본인의 의사와는 달리 정신분열증으로 베른 근처의 발다우 정신요양원에 보내진 이후에 쓰인 것들이 많은 분량을 차지한다.

암호문인가 그림글자인가
출판되지 않았던 원고의 특성상 이 텍스트들은 종종 이해하기 힘들고 거친 부분이 많은데, 극도로 작은 글씨로 쓰인 초미세원고는 그 자체로 시각적인 놀라움을 선사하기도 해서 초기 연구자들은 여기서 분열, 자폐, 거부증 등 정신적 질환을 읽어내기도 했다. 그러나 누구보다 발저에게서 정신적 친밀성을 발견했던 W. G. 제발트는 이 원고를 병리적 증후로 읽는 것에 비판적 입장을 취했다. 정신이 해체 직전의 가장자리에 놓여 있을 때 오히려 일반적인 상태에서는 가능하지 않았던 관찰력과 예리함이 날카롭게 작동한다는 것이다. 제발트는 오히려 그 속에서 도무지 줄어들지 않는 글쓰기에 대한 치열한 욕구를 발견했다.
『연필로 쓴 작은 글씨』에 실린 육필 원고의 사진들은 손으로 쓴 글씨체, 텍스트의 전달체인 용지, 용지 위에 텍스트의 배치 등에서 발저가 구사한 자신만의 독특한 작업 방식을 시각적으로 보여준다. 달력이나 포장지, 엽서, 영수증이나 계산서 같은 각종 문서 등, 주변에서 구할 수 있었던 일상적인 종이의 뒷면이나 여백에 텍스트를 배열하거나 여백을 사용하는 방식은 시각적, 신체적, 물질적 요소들의 결합이라 할 수 있다. ‘암호문’ ‘그림글자’ 등으로 불린 이 텍스트는 종류도 일반적인 산문에서부터 시, 소설, 산문 등 여러 가지로 다채롭다.

침묵을 위한 글쓰기
글쓰기에 관한 여전히 꺾이지 않는 갈망에도 불구하고, 그의 많은 마이크로그램들이 어느 시점부터는 독자들을 상정하지 않은 채 오로지 스스로를 위해 쓰였다는 의미에서 『연필로 쓴 작은 글씨』는 가장 은밀한 텍스트이기도 하다. 시간이 지날수록 발저의 글씨들은 점점 더 작아졌으며, 나중에는 발저 자신도 알아보기 힘들어졌다. 그리고 헤리자우 정신요양원으로 옮겨간 이후에는, 마침내 글쓰기를 그만두었다. 스스로를 이른바 금치산자로 만듦으로써만 비로소 글쓰기의 강박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사람. 글 쓰는 것을 누군가에게 들키기라도 하면 마치 나쁜 짓이나 심지어는 부끄러운 짓을 하다가 들킨 사람처럼 언제나 부리나케 메모장을 주머니에 감췄던 사람. 이런 발저에 대해 제발트는 “아무래도 작가들에게 글쓰기라는 것은 아무리 지긋지긋하고 답이 없더라도 어느 날 갑자기 관둘 수는 없는 것 같다”고 이야기한다.
로베르트 발저에게 연필로 글을 쓰는 것은 숨쉬며 살아 있음을 확인하는 작업에 다름아니었다. 삶이 그러하듯, 그의 글은 우리에게 그 무엇도 확정적으로 말해주지 않는다. 그리고 바로 거기에 문학의 의미와 무의미가 동시에 존재한다. 읽고 난 후에도 여전히 하나의 수수께끼로 낯설게 남아 있는 이 텍스트들은, 우리에게 말할 수 없이 불가해한 아름다움을 선사할 것이다.

*

도대체 왜 이 글들을 읽고, 심지어 번역까지 하려 했는가? 그것은 발저의 글을 옮기는 내내 스스로에게 던진 질문이기도 하다. 의미 있고 심오한 글을 번역해서 우리 학계와 문단에 뭔가를 기여하리라는 나의 자부심과 욕망은 아랑곳없이, 그는 낮은 목소리로, 밑도 끝도 없이, 자신만의 생각을 늘어놓는다. 매 순간 머릿속을 잠시 스쳐갔던 생각들, 눈앞에 잠시 머물렀던 인상들을 주저리주저리 늘어놓는 것이다. 도대체 그는 과묵하고 수줍은 사람인가? 수다스럽고 말 많은 사람인가? 그는 스위스 특유의 애국주의자인가, 모든 규범에 저항하는 반사회적 인물인가? 그의 작은 글들은 목적성과 성과 의식으로 가득찬 내가 끝끝내 답을 찾지 못할 것임을 미리 말해주는 듯하다._‘해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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