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만든 가난

도서정보 : 매슈 데즈먼드 | 2023-12-06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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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우리가 알던 가난은 진실이 아니다!
사람을 섬기는 자본주의는 가능한가?



◎ 도서 소개

≫ 빈곤층을 착취하는 미국 부유층의 민낯
≫ 끊임없이 이어지는 가난에 대한 예리한 분석과 통찰
≫ 퓰리처상 수상 사회학자가 밝히는 빈곤의 해결책

≫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 1위
≫ 아마존 분야 ★ 1위

“한 사람의 가난은 다른 누군가의 이윤”이라는 저자의 통렬한 지적에서
평범한 한국인들은 얼마나 자유로울까? ― 조문영 해제
데즈먼드는 특유의 신선한 솔직함으로 빈곤 문제에 접근하며,
그의 분노를 정당한 곳으로 향하게 만든다. ― 록산 게이 추천

프린스턴대학교 사회학 교수이자 문화인류학자인 매슈 데즈먼드는 도시빈민가의 주거 문제를 다룬 『쫓겨난 사람들』을 통해 《워싱턴포스트》 등 매체 20여 곳에서 2016년 최고의 작가로 극찬받으며, ‘지난 100년간의 최고 논픽션’ ‘역대 최고의 사회정책 도서’라는 수식어로 논픽션 부문 퓰리처상을 받았다.
“가난의 원인을 이해하려면 가난한 사람들 너머를 들여다봐야 한다”는 전작의 문제의식을 이으며, “어째서 이 풍요한 나라에 그토록 많은 가난이 있을까?”라는 질문으로 빈곤 문제를 사회 전반으로 넓혀 예리하게 분석하고, 이에 대한 해결책을 명쾌하게 제시한 『미국이 만든 가난』이 드디어 아르테 필로스 시리즈 25번 도서로 출간되었다.
이 책은 출간 즉시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1위, 아마존 사회학 분야 1위를 석권했으며, 《이코노미스트》《가디언》《타임》《네이션》《뉴요커》 등 유수 매체의 추천을 받았다. “빈곤이 꽤 쉽게 사라질 수 있음을 설명하고, 그 방법에 대해 매우 구체적이고 놀랍도록 현명하게 제시한다! 매우 어려운[사실상 회피해 온] 질문을 던지나, 진보·보수적 정치 지향을 막론하고 우리 모두 그 해답을 충분히 새겨들어야 한다”라는 극찬을 얻었다.
해제를 붙인 인류학자이자 빈곤 전문가 조문영에 따르면, 저자 데즈먼드는 전작 『쫓겨난 사람들』의 “연구 스케일”에서 보다 더 확장해 사회 전반을 정조준하고, “연구 방법” 또한 기존의 특정 도시를 중심으로 가난한 가족들의 삶을 따라가는 문화기술지(ethnography) 접근 대신, 그간에 축적된 현장연구 자료(사례), 각종 보고서(통계수치) 등 사회과학 연구를 결합해 개괄적 설명을 시도한다. 주장의 근거로서 연구 자료를 주석에 소개함으로써 ‘학술서’로서 뛰어나다는 평을 얻고 있는 한편, 저자의 통렬한 도덕적 고발은 가난 종식을 위한 ‘선언문’으로도 역할하며 《폴리티코(Politico)》가 선정했듯 정계에도 큰 반향을 일으켰다.
“빈곤의 문제를 개선하려는 노력이 계속 있었음에도 왜 여전히 답보 상태인가?” “무엇이 가난한 사람들의 불리한 환경을 지속시키는가?” 이 질문에 대해 저자는 명징하게 응답하며, 특유의 솔직함으로 빈곤 문제를 다각도로 조명한다. 빈곤의 사회학적 해석(계급 전쟁의 측면)에서 나아가 가난을 겪는 이의 신체적·심리적 상처, 부유한 사람들의 가식에 대한 문제 제기, 실질적 행동을 촉구하는 빈곤의 해결책까지. “분노를 자아냄과 동시에 희망 또한 불러일으키는” 이 책은 록산 게이, 앤 패칫도 평했듯 필치 또한 우아하고 섬세하다.




◎ 책 속에서

가난의 원인을 이해하려면 가난한 사람들 너머를 들여다봐야 한다. 특권과 풍요의 삶을 살아가는 우리가 스스로를 살펴봐야 한다. 우리—안정되고 보장된 삶을 사는 사람들, 집이 있고 대학을 나온 사람들, 보호받고 운이 좋은 사람들—가 이 모든 불필요한 시련에 연결되어 있는 게 아닐까? 이 책은 이 “우리”를 중심에 놓고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을 찾으려는 나의 시도다. -39~40쪽

가난은 물질적 결핍과, 만성통증과, 투옥과, 우울증과, 중독 등등이 겹겹이 누적된 형태일 때가 많다. 가난은 직선이 아니다. 사회적 병폐들이 단단하게 엉킨 매듭이다. 가난은 범죄, 건강, 교육, 주택 등 우리가 관심을 갖는 모든 사회문제와 관계되어 있다. 그러므로 미국에서 가난이 끈질기게 이어진다는 것은 수백만 가정이 세계 역사상 가장 부유한 나라에서 안전과 안정, 품위를 거부당한다는 뜻이다. -62쪽

오늘날의 기업들은 이제 독립적인 계약자에게 업무를 외주화한다. 마이크로소프트에서 바닥 청소를 하거나, 셰러턴에서 침구를 세탁하거나, 아마존을 위해 배달 일을 하는 노동자는 보통 마이크로소프트나 셰러턴이나 아마존의 직원이 아니다. 구글에서 소프트웨어엔지니어들은 구글 직원이지만, 채용 담당자, 제품검사원, 행정 직원 들은 구글에 고용된 계약 업체 소속이다. 구글은 전일제 직원보다는 임시직과 계약직 노동자에게 더 많이 의지한다. 전 세계에서 애플 제품을 만들고 판매하는 데 기여하는 약 75만 노동자 가운데 애플에 직접 고용된 사람은 약 6만 3000명 정도뿐이다. -105~106쪽

소비자 역시 노동자 착취의 혜택을 누린다. 이제 우리는 클릭 몇 번만 하면 차량과 식료품과 배달 음식과 심부름꾼을 부를 수 있다. 모두 특가로. 우리는 이제 익명화된 저임금 노동력이 부자들의 분부를 따르는 새로운 하인 경제(servant economy)의 주인이 됐다. 이제 “우버”는 동사다. 미국인들은 아마존을 미국에서 가장 믿을 만한 기관 중 하나로 꼽는다. 그보다 상위는 군대밖에 없다. 이런 회사들이 계속 승승장구하는 것은 우리가 그들을 사랑하기 때문이다. 나는 이렇게 많은 시간이 흘렀는데도 내가 떠올리는 어떤 물건이든 24시간이면 문 앞까지 오게 만들 수 있다는 사실에 아직 적응이 잘 안 된다. 이건 우리가 가진 것 중에서 마법에 가장 가깝다. -114쪽

미국에서 뇌에 여유 공간이 있고 목소리가 큰 일부 대중은 빈곤에서 벗어나려면 당사자들이 행동을 바꿔야 한다고 믿는 듯하다. 더 좋은 일자리를 얻어라. 아이를 그만 낳아라. 돈 문제에 대해 더 똑똑한 결정을 내려라. 하지만 실은 그와 정반대다. 더 나은 선택의 발판은 경제적 안정이다. -118쪽

어째서 가난한 동네의 임대주들이 돈을 더 많이 버는 걸까? 이들의 고정비(특히 주택담보대출과 부동산세)는 잘사는 동네에 비해 상당히 적은 반면 이들에게 들어오는 임대료는 아주 조금 적을 뿐이기 때문이다. 주택 비용이 평균 또는 그 이하인 많은 도시—보스턴보다는 버펄로 같은—에서 극빈층 동네의 임대료는 중간층 동네에 비해 아주 파격적으로 싸지 않다.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인디애나폴리스 대도시 지역의 침실 두 개짜리 아파트의 중위 월세는 991달러였던 반면, 빈곤율이 40퍼센트 이상인 동네는 그보다 겨우 17퍼센트 적은 816달러였다. -126쪽

빈곤은 단순히 충분한 돈이 없는 상태만이 아니다. 충분한 선택지가 없고, 그 때문에 이용당하는 상태다. 사람들이 빈곤의 수렁에서 헤어나지 못하도록 착취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를 간과할 때 우리는 기껏해야 부실하고 최악의 경우에는 아무런 실효성이 없는 정책을 설계하게 된다. 주거 위기는 해결하지 않고 입법을 통해 밑바닥층의 소득을 증대할 경우—가령 아동 세액공제를 확대하거나 최저임금을 인상함으로써—결국에는 그 입법이 도움을 주고자 했던 가족이 아니라 집주인에게만 좋은 일일 때가 많다. -142쪽

오늘날 연방보조금에서 가장 큰 이득을 보는 수혜자는 부유한 가정이다. 고용주가 지원하는 의료보험의 혜택을 누리려면 좋은 직업, 보통은 대학 학위가 필요한 직업이 있어야 한다. 주택담보대출 이자 감면의 혜택을 누리려면 집을 구매할 능력이 있어야 하고, 가장 큰 규모의 주택담보대출을 감당할 능력이 있는 사람은 가장 큰 규모의 감면을 받는다. 529플랜의 혜택을 누리려면 자녀의 대학 학자금으로 현금을 따로 모아 둘 정도의 여유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저축액이 많을수록 세금 감면 혜택이 커지는데, 이 보조금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거의 전적으로 부유층인 건 이 때문이다. -164쪽

오늘날 우리는 가난한 미국인들을 어떤 식으로 가난에 빠뜨리고 있을까? 최소한 세 가지 방법이 있다. 첫째, 우리는 그들을 착취한다. 우리는 가난한 사람들의 임금을 끌어내려 놓고 주택, 그리고 현금과 신용에 접근할 때는 과도한 비용을 지불하게 함으로써 노동시장과 주택시장, 금융시장에서 그들의 선택과 권력을 제한한다. 가난하지 않은 우리는 이런 상황에서 이득을 본다. 기업들은 노동자 착취를 통해 당연히 이득을 얻지만, 노동 빈곤층이 생산한 저렴한 물건과 서비스를 구매하는 소비자들 역시, 그리고 주택시장에 직간접적으로 투자한 우리 역시 이득을 본다. 주거 착취에서 이득을 얻는 건 임대주만이 아니다. 주택을 아무나 살 수 없는 값비싼 물건으로 만들기 위한 집단의 노력 때문에 자신의 집값이 떨어질 일 없어진 많은 주택 소유주 역시 이득을 본다. 금융업과 소액 대출업은 가난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금융 착취에서 이득을 얻지만, 뱅크오브아메리카(Bank of America)나 웰스파고에 무료 계좌를 가진 우리도 이득을 본다. 이런 계좌는 초과 인출 수수료로 들어온 수십억 달러 덕에 무료일 수 있기 때문이다. -204~205쪽

소비자운동은 다른 사람들의 희생을 바탕으로 우리에게 저렴한 상품과 서비스를 안겨 주었다. 그리고 다시 소비자운동을 통해 이 흐름을 역전시켜 빈곤을 양산하는 기업들을 엄단하고 우리가 더 이상 그들의 착취적인 방식을 용인하지 않으리라는 메시지를 보낼 수 있다. 착취는 수익에 도움이 되므로 이런 행동은 우리 포트폴리오의 주식 수익률에는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빈민과의 연대를 드러내는 방식으로 금융 활동과 구매 활동을 한다는 것은 우리가 더 많은 돈을 내게 된다는 의미일 수 있다. 그리고 우리는 이런 비용들을 인정함으로써 우리가 공모자였음을 인정한다. 우리가 서로를 등쳐 먹고 강탈할 때 우리 자신의 일부 역시 빼앗긴다. 바른 일을 하는 것은 종종 대단히 불편하고, 시간이 많이 걸리고, 심지어는 돈도 많이 드는 과정이다. 나는 시도하고, 실패하고, 다시 시도한다. 하지만 인간성을 회복하기 위해 그 정도의 대가는 치러도 되지 않을까. -260~261쪽

구매가격 : 25,600 원

별 다섯 개 부탁드려요!

도서정보 : 유경현, 유수진 | 2023-12-01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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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점 하나에 울고 웃는, 나는 플랫폼 노동자다!
배달, 가사 서비스, IT 아웃소싱, 강사, 전문직 프리랜서….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는 플랫폼 노동자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듣는다!

손가락만 까딱하면 주문한 물건이 이튿날 새벽에 배송되고, 외출한 사이에 가사 서비스 매니저가 집안을 깨끗하게 청소해 주며, 펫시터가 예약된 시간에 강아지와 놀아 주고, 늦은 밤 클릭 몇 번이면 1시간도 안 돼 따끈따끈한 야식이 배달되는 편리한 시대다. 이 모든 것이 가능한 것은 4차 산업혁명이 가져온 플랫폼 경제의 발전 덕분이다.

하지만 자유롭게 시간을 선택해 일하고, 일한 만큼 돈을 벌 수 있다는 광고에 이끌려 플랫폼 노동에 뛰어든 사람들의 삶은 모두 장밋빛만은 아니다. 2020년 찾아온 코로나19 팬데믹은 많은 사람을 실업 상태로 만들었으며, 이로 인해 플랫폼 노동 시장에 일하려는 사람이 넘쳐나면서 노동자끼리 출혈 경쟁을 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열악한 구조를 만들었다. 여기에 보이지 않는 AI 인공지능 시스템은 고객의 별점과 후기만으로 노동자를 평가해 등급을 매긴다. 즉 고객의 별점은 노동자의 수익과 직결될 정도로 영향력이 크기에 플랫폼 노동자들은 이에 목을 맬 수밖에 없지만, 정작 별점의 기준이나 잣대는 모호하기만 하다.

『별 다섯 개 부탁드려요!』는 KBS [다큐 인사이트-별점인생]에서 미처 보여 주지 못한 플랫폼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모두 담은 책이다. 저자인 유경현 PD와 유수진 작가는 1년 동안 동행 취재를 통해 플랫폼 노동자들의 고충을 생생하게 기록한 [다큐 인사이트-별점인생]으로 ‘이달의 좋은 프로그램상’과 ‘이달의 PD상’을 동시에 수상하기도 했다. 이 책은 배달, 가사 서비스, 대리 운전, 펫시터, IT 아웃소싱, 강사 등 각각 다른 분야에서 일하는 10명의 플랫폼 노동자들에게 ‘별점 평가’ 제도가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그들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담았다.

『별 다섯 개 부탁드려요!』는 ‘별점 평가’, ‘건당 일자리’, ‘주 80시간 노동’ 등 우리 사회에서 대두되는 다양한 키워드와,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만 나뉘는 노동 구조 속에서 소외당하고 있는 플랫폼 노동자들의 문제에도 관심을 기울이는 계기를 만들어 줄 것이다. 이 책을 통해 우리의 가족, 친구, 이웃인 플랫폼 노동자들의 삶을 함께 살펴보고 우리 사회가 찾아야 할 해법에 가까이 다가가 보자.

구매가격 : 10,200 원

조경 (교유서가 첫단추 시리즈 52)

도서정보 : 이언 H. 톰프슨 | 2023-11-23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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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은 울타리를
부수는 설계학이다

흐릿한 경계로 그려내는 문명의 도면
계획과 설계의 교차, 경계를 넘나드는 담론으로
세계의 곳곳에서 모두의 삶터를 가꾸다


조경은 단지 나무 심기가 아니다
조경은 우리의 일상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지만, 대중들에게는 여전히 생소한 분야다. 조경 하면 나무를 심거나 건물을 지을 때 주변을 꾸미기 위한 요소 정도로 여기는 사람들이 많다. 약간의 손재주와 눈썰미만 있으면 누구나 할 수 있으며 미적인 것만 추구한다는 오해를 사기도 한다. 그러나 조경은 단순히 나무 심기가 아니다. 조경을 하기 위해선 다방면에 걸친 전문 지식과 기술이 있어야 할 뿐 아니라, 실용성과 예술성 모두를 아우르는 종합적인 설계가 돼 있어야 한다. 조경은 인간과 자연이 조화를 이루는 공간을 만드는 업역이기 때문이다.

교유서가 첫단추 시리즈로 출간된 『조경』은 우리 주변의 환경을 조성하고 디자인하는 조경의 개념에 주목하며 그 의미와 가치를 이해할 수도 있도록 돕는 입문서이다. 영국 공인 조경가이자 뉴캐슬대학에서 조경학을 가르치고 있는 이언 H. 톰프슨이 저술한 이 책은 조경의 기원부터 오늘날 가장 뜨겁게 논의되는 랜드스케이프 어버니즘에 이르는 광범위한 범위를 압축적으로 담아내고 있다. 저자는 미학적, 사회적, 경제적, 환경적 담론과 관련해 조경의 현재와 미래를 살피며 전문가가 아닌 사람도 쉽게 읽을 수 있도록 풍부하고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설명한다.


지속 가능한 삶을 위한 조경의 쓰임과 아름다움
조경은 인간의 삶을 더 나은 방향으로 변화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조경이 잘 조성된 공간에서 휴식을 취하면 스트레스가 완화되듯이 정서적, 심리적 건강에 기여할 뿐 아니라 지역 주민들의 공동체 의식을 높이고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는 데에도 도움을 준다. 도시설계에 있어 미관을 개선하는 한편 쾌적하고 안전한 환경을 제공하여 삶의 질을 높일 수도 있다.
조경이 인간의 삶을 개선하는 데 어느 때보다 중요한 역할을 했던 건 2차대전이 끝난 다음이다. 당시 유럽은 전쟁으로 파괴된 도시와 황폐해진 자연을 복구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다. 이 과정에서 조경가들은 경관을 새로 조성하기 위한 포괄적인 경관계획을 요구받게 되었다.

제2차세계대전 이후 독일의 조경은 적어도 서독에서는 신속하게 재조직되었고, 실무가들은 전쟁의 참화를 겪은 조국 재건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1951년 하노버에서 처음으로 개최된 2년마다 열리는 독일연방정원박람회는 버려진 곳과 전쟁으로 피해를 입은 곳을 영구적인 공원부지로 바꿀 수 있는 조경의 힘을 보여주었다. (32쪽)

전쟁으로 입은 피해를 복구하고 회복하는 작업은 식생 복원, 수질 개선, 토양 정화, 도시 재생, 공원 조성 등으로 압축적인 토지 개간에 가까웠다. 이런 상황은 영국도 마찬가지였다. 국토는 황폐해졌고 퇴역 군인들은 보다 나은 생활환경을 기대했다. 전후 시기에 조경은 대형 공공프로젝트에 종종 관여하게 되었다. 특히 1950년대에서 1980년대까지 공공 분야는 영국에서 조경의 가장 큰 시장이었다. 조경가들의 고용이 증가했다.

영국의 조경가들 중에는 사회적으로 진보하던 이 시대에 대한 향수를 지닌 이들이 있다. 왜냐하면 창립자들은 오늘날에는 드물게 찾아볼 수 있는 분명한 목적을 발견했고, 대규모 프로젝트뿐만 아니라 국가적인 개발정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었기 때문이다. (82쪽)

복구와 개발에 가치를 인정받은 조경은 현재 인류 모두가 맞닥뜨린 재난이라 할 수 있는 기후변화에 기여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경관생태학, 재생 디자인, 생태계 시스템을 한곳에 모은 개념인 ‘그린 인프라스트럭처 계획’이 조경학에서 오늘날 관심 있는 분야 중 하나가 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 모른다.

경관은 미적 영감과 향유, 역사성과 장소성, 레크리에이션의 기회와 영적 고양에 기여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잘 계획된 그린 인프라스트럭처는 인구 밀도가 높은 도심 지역의 사람들에게 이러한 혜택을 가져다줄 수 있다. 이것은 기후변화가 야기한 몇몇 문제를 완화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녹지 공간은 홍수 때 많은 양의 물을 보유했다가 이것이 땅으로 스며들게 하여 기성 시가지를 보호하도록 설계할 수 있다. (191~192쪽)


조경의 개념과 경관계획에 관한 논의들
『조경』은 한마디로 조경의 역사와 주요 담론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책이다. 조경에 대한 오해와 선입견을 바로잡기 위해 처음에 제시된 ‘조경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몇 개의 주제를 거쳐 깊어지며 ‘왜 이것을 하는가’ ‘왜 이것이 중요한가?’라는 질문으로 이어진다.
1장 「기원」에서는 역사적 관점에서 변화해온 조경의 양태를 살피며 현대적 조경의 기틀을 세운 옴스테드와 복스를 통해 퍼져나간 조경의 개념 등을 살펴본다. 영국의 공공 공원 조성, 프랑스의 파리 개조, 제2차세계대전 이후 독일 재건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 조경의 사례가 소개된다.
2장 「조경의 범위」에서는 세간의 이목을 끄는 마스터플랜, 시각영향평가, 예술이 반영된 도시설계, 커뮤니티 참여 등 네 가지 프로젝트를 사례로 들어 조경이라는 업역의 광범위함을 설명한다.
3장 「모더니즘」에서는 전통을 거부하는 움직임이 미술계 전체를 휩쓸 즈음, 이제 막 생겨나기 시작한 조경 업역에 모더니즘이 어떤 방식으로 강력한 영향을 미쳤는지 서술한다. 저자는 재료에 대한 관심, 공간에 대한 강조, 대상지 계획에 대한 합리적 접근, 효과적이면서도 우아한 미적 즐거움이 모더니즘이 남긴 긍정적인 유산임을 강조한다.
4장 「쓰임과 아름다움」에서는 경관에 담기는 생산성과 미학, 윤리, 생태계 개념을 중심으로 농업, 주택, 발전소, 댐, 숲, 도로 등의 인프라스트럭처를 설계하는 조경가들의 고민과 도덕성, 논쟁에 대해 다룬다. 조경은 다양한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분야이다. 조경가들은 다양한 이해관계를 이해하고, 조화로운 해결 방안을 모색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5장 「환경 분야」에서는 지역적 특성에 따른 생태적 접근을 위해 조경가가 하는 일에 대해 살핀다. 해당 지역의 기후와 토양에 적합한 식물을 선정함으로써 생태계 교란을 최소화하고, 환경 친화적인 자재와 공법을 사용함으로써 환경파괴를 예방하고, 지속 가능한 조경을 조성하기 위한 조경가의 노력을 경관생태학, 재생디자인 등을 아우른 ‘그린 인프라스트럭처’와 결부하여 제시한다.
6장 「예술의 장소」에서는 예술과 디자인의 비슷하면서도 다른 관계를 관점으로 생태예술 혹은 환경예술과 조경의 관계를 돌아본다. 의도도 형식도 다르지만 환경예술가와 조경가 모두 감정을 자극하고 즐거움을 주는 장소를 추구한다는 점에선 같을 것이다.
7장 「사회 공헌」은 공감과 참여의 태도이자 방식으로서 조경에 대한 이야기이다. 조경가의 작업은 사람을 위한 것인 만큼 그 사람의 입장에서 바라보고 헤아려보는 일이 무척 중요하다. 이런 관점에서 몇몇 조경가들은 계획하고 설계하는 과정에 시민들을 참여시키기도 했다. 저자는 이런 사례가 실패할 때도 있지만 종종 긍정적인 결과를 낸다고 진단한다.
8장 「다시 좋게 만들기」는 조경의 사회적, 환경적 기능과 가능성에 대한 장이다. 버려진 곳을 재생하여 의미 있는 공간으로 만드는 것은 다양한 방법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 그것은 단순히 공간을 개선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띠며 이는 환경을 보전하고, 사회를 발전시키며, 인간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 기여하는 중요한 활동으로 이어진다.
9장 「경관계획」은 경관에 적합한 조경의 설계 과정을 다룬다. 저자에 따르면 백지 상태에서 시작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경관은 수세기에 걸쳐 발전해왔으며 여러 레이어가 쌓여 있다. 환경영향평가와 시각영향평가, 그린 인프라스트럭처 계획 등을 통해 조경가는 미적 영감과 향유, 역사성과 장소성, 레크리에이션 기회와 영적 고양에 기여하는 경관계획을 수립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10장 「경관과 어버니즘」에서는 도시설계에 참여하는 조경가의 역할에 대해 분석한다. 도시설계와 조경가가 하는 일은 비슷한 점이 많지만 그럼에도 분명한 차이가 있다. 가령 오픈스페이스나 버려진 공장 매립지를 대하는 데서도 관점이 확연히 다르다. 저자는 랜드스케이프 어버니즘과 그것의 확장인 생태적 어버니즘을 소개하며 조경의 본질적 가치와 관점에 대해 논의한다.

구매가격 : 11,000 원

지금 우리가 바꾼다

도서정보 : 일로나 코글린, 마렉 로데 | 2023-11-16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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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위기, 대기와 토양 오염, 생물종 멸종, 코로나 팬데믹, 전쟁과 빈곤 문제… 갈수록 인간은 자연환경에서 멀어지고 사회적 불평등은 심화되고 있다. 오늘날의 이런 위기에서 더 늦기 전에 세상을 바꾸어 보겠다고 나선 두 사람. 무력한 개인으로 분노와 좌절감에 빠졌던 그들은 걷잡을 수 없이 파괴되어가는 환경, 이와 연결된 사회 문제를 인식하고 자신들의 행위를 낱낱이 관찰하며 깨닫게 된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생태적 삶의 기술임을.

책에는 개인의 태도부터 의식주 · 정치 · 사회문화 전반에 이르기까지 욕망의 흐름을 들여다보고, 문제 인식을 넘어 가치관과 행동의 변화로 이어지는 생태적 삶의 실천법이 담겨 있다. 작은 변화를 만들어내고 그 기쁨을 만끽하며 더 큰 변화를 향해 연대해 나아갈 것, 바로 이것이 고도화된 소비중심사회에서 길을 잃은 우리에게 이 책이 전하는 메시지다.

구매가격 : 12,000 원

우리를 배반한 근대

도서정보 : 엄창호 | 2023-11-13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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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 민주, 법치는 왜 항상 흔들리는가?

‘근대’란 축복이 아니라 재앙일 수 있다는 의심에서 이 책은 구상되었다. 세상은 30여 년 전에 이미 거대 서사의 붕괴니 주체의 죽음이니 이종교배니 하는 포스트모더니즘 담론들로 한차례 들썩거렸고, 얼마 전부터는 빅데이터니 인공지능이니 사물인터넷이니 가상현실이니 하며 이른바 4차 산업혁명의 의제들로 떠들썩하다. 겉으로만 보면 세상은 그렇게 ‘포스트모던’, 즉 ‘탈근대’ 또는 ‘근대 이후’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조금만 주의 깊게 살펴보면, 21세기가 시작된 지 20년이 넘는 이 시점에도 세상은 여전히 근대의 프레임에 갇혀 있을 뿐만 아니라 압축적인 근대화를 겪는 과정에서 전근대적 제도와 의식을 털어내지 못한 실정이다.

문제는 역사의 발전과 인류 전체의 행복well-being에 기여하리라 믿었던 근대의 가치들이 수시로 우리의 기대를 배반하고 있다는 점이다. 근대의 가치인 자유·민주·법치·소비·시장의 이름으로 자행되는 갖가지 퇴행의 모습을 우리는 날마다 지켜보고 있다. 그러니 『사피엔스』로 유명한 유발 하라리가 농업혁명을 대사기극이라고 평가한 것처럼, 어쩌면 근대도 훗날 대사기극으로 평가받게 될지도 모른다. 이 책은 이런 의심을 안고서 기존의 통념을 뒤틀어보고 보편화된 상식을 거꾸로 보고 고정관념을 뒤집어보며 근대적 가치들의 참모습을 찾아 떠난 여행의 기록이다. 주로 책을 그 여행의 가이드로 삼았으나 때로는 영화, 드라마, 광고, 대중가요, 코미디 프로그램, 유튜브 영상과 동행하기도 했다. 역사의 발전을 의심하는 독자들에게 우리가 신봉해온 근대의 가치들이 기존의 통념과 어떻게 다르며, 왜 수시로 우리의 기대를 배반하는지 진지하게 성찰해볼 기회를 선사할 것이다.

구매가격 : 14,000 원

인간 같은 동물, 동물 같은 인간

도서정보 : 이정전 | 2023-11-13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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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동물의 조화로운 공존을 위한 길 찾기

동물원에서는 물을 채운 해자로 둘러싸인 섬에 유인원을 수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해자에 빠진 동료를 구하려고 시도한 유인원에 대한 보고가 다수 있다. 때로는 둘 다 치명적인 결과를 맞이하는 경우도 있다. 새끼를 다루는 데 서툰 어미 침팬지가 실수로 새끼를 물속에 떨어뜨렸다. 그러자 수컷 한 마리가 그 새끼를 구하려고 물속으로 들어갔다가 목숨을 잃는 일도 있었다. 어떤 침팬지는 잘 아는 사이도 아닌 한 암컷이 비명을 지르면서 물속으로 떨어져 허우적거리자 황급히 그 암컷에게 달려갔다. 그러고 나서 해자 가장자리의 진흙으로 걸어 들어가 버둥대던 암컷의 한쪽 팔을 붙잡고 안전한 곳으로 끌어냈다. 원래 침팬지는 물 공포증을 가지고 있는데, 강력한 동기가 없이는 물 공포증을 극복하기 어렵다.

이처럼 동물도 눈물겨운 자기희생을 감행하고, 놀라운 기억력과 추리력도 가지고 있으며, 고마움을 표현할 줄도 알고, 서로 협동하고 교육도 하며 불공평한 대우에 분노하기도 한다. 우애?효도?절제?협동 등 우리 인간 사회에 있는 좋은 것들이 동물 사회에도 있다. 그런가 하면 폭력?전쟁?사기?강도?미신 등 인간 사회에 있는 나쁜 것들이 동물 사회에도 존재한다.

이 책의 목적은 동물이 인간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과 인간이 실상 동물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점을 살펴봄으로써 동물과 인간에 대한 편견을 줄이고 조화로운 공존을 위한 길을 찾기 위한 것이다. 반려동물 인구 1,000만 시대라고 하지만 한 해 10만 마리 이상이 버려지는 현실을 직시하고 인간과 동물이 함께 행복해지기 위한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구매가격 : 12,600 원

준비하는 죽음 웰다잉 동향

도서정보 : 강명구 외 · (사) 웰다잉 문화운동 | 2023-11-10 | PDF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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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위 있고 존엄하게 삶을 마무리하는 데 필요한, 우리 앞에 놓인 수많은 과제들은 개인과 시민사회, 그리고 국가의 협치와 참여적 실천을 통해서만 해결 가능할 것입니다.”
- 노동영(강남차병원 원장)

“한 인간이 누리는 삶의 질은 그가 겪는 죽음의 질에서 완성된다고 합니다. 웰다잉, 웰빙의 마무리입니다.”
- 서형수[(사)웰다잉 문화운동 공동대표,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전임 부위원장]

“죽는다는 게 겁나지만 어차피 한 번은 가는 것이니까 평소에 죽음을 생각하며 준비를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 손숙(연극배우, 전 예술의전당 이사장)

“우리 모두가 꿈꾸는 웰빙의 끝은 웰다잉입니다. 웰다잉 문화운동은 초고령 사회를 앞두고 이를 일깨우고 실천하는 문화 시민의 원동력입니다. 후견은 의사 결정 능력 퇴보에 미리 대비하는 보장책이 됩니다. 보다 나은 삶은 여러분의 준비와 참여로 이루어집니다.”
- 소순무(변호사, 한국후견협회 협회장)

구매가격 : 10,200 원

혐오(HATE)

도서정보 : 네이딘 스트로슨 | 2023-11-06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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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변호사
학계가 주목하는 ‘혐오표현’ 연구자
네이딘 스트로슨, 차별에 맞서는 가장 강력한 해법
‘대항표현’을 말하다!



◎ 도서 소개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변호사
학계가 주목하는 ‘혐오표현’ 연구자 • 대중이 신뢰하는 ‘표현의 자유’ 전문가
네이딘 스토로슨의 평생 연구, 활동의 총결산

“혐오표현에 어떻게, 무엇으로 맞설 것인가?”

★ 워싱턴대학교 선정 2019 코먼 리드(Common Read)! “모두가 이 책을 읽어야 한다!”
★ 하버드대학교 교수 코넬 웨스트(Cornel West), 프린스턴대학교 교수 로버트 P. 조지(Robert P. George) 추천
이념적으로 다양한 전문가로부터 극찬을 받은 책

누구나 다양한 개인적 특성, 신념 때문에 “혐오” 행위자(혐오선동가)로 비난받을 수 있고 “혐오”를 당할 수 있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소수자에 대한 차별(인종, 민족, 종교, 성별, 성적 지향, 성정체성, 장애 등에 대한 편견이 동기가 되는 혐오표현)이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하고, 정치 담론에서도 “혐오” 관련 이슈가 점점 더 주요한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급속도로 확산되는 혐오는 상대 집단, 특히 소수자집단에 대한 적대적 태도를 조장한다.
혐오표현을 ‘표현의 자유’로 허용해야 하는가, 아니면 혐오표현금지법으로 대표되는 ‘검열’을 통해 혐오표현을 차단(또는 삭제)해야 하는가를 놓고 논쟁이 치열한 가운데, “어떤 방법이 차별과 편견을 해소하고 사회적 화합을 이끌어 내는 데 효과적인가”를 명쾌하게 분석한 『혐오: 우리는 왜 검열이 아닌 표현의 자유로 맞서야 하는가?』가 아르테 필로스 시리즈 23번 도서로 출간되었다.
저자 네이딘 스트로슨(Nadine Strossen)은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변호사(전국법저널 선정)로 시민의 자유를 옹호하는 선구적 전문가이자 학계가 주목하는 혐오표현 연구자다. 그는 미국 수정헌법 제1조를 이론적 토대로 삼아 법학, 역사학, 사회과학, 심리학 등 다양한 초국적 연구물과 혐오표현금지법의 부작용 사례를 면밀하게 검토한다. 혐오표현에는 반대하지만 그것을 법률(혐오표현금지법)로 제한하는 것은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한다는 사실에 방점을 찍고, 차별과 혐오에 맞서는 효과적인 방법은 법적 제재가 아니라 더 많은 표현, 즉 “대항표현(counterspeech, 혐오표현에 대항하는 모든 표현)”이라는 점을 역설한다.
이 책은 하버드대학교 교수 코넬 웨스트, 프린스턴대학교 교수 로버트 P. 조지 등 진보-보수주의 성향을 떠나 이념적으로 다양한 전문가로부터 극찬을 받았으며, 워싱턴대학교의 2019 코먼 리드(Common Read) “반드시 읽어야 할 책”에 선정되었다. 번역은 혐오표현 전문가로 관련 이슈를 적극적으로 논하며, 혐오에 대응하는 가장 효과적인 대응인 “대항표현”을 국내에 소개하고 널리 알려 온 홍성수 교수와 유민석 연구자가 맡았다. 이들은 이 책을 “혐오표현의 개념, 혐오표현금지법의 이론적 쟁점과 현실적인 문제점, 그리고 실천적 대안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교과서나 다름없다”라고 평했다. 또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저자의 논점을 국내에 좀 더 섬세하게 소개하는 방법으로 홍성수 교수는 미국에서 직접 저자를 만나 대담을 진행하고, 책 말미에 「저자와의 대담」 지면을 마련했다. 역자는 한국 독자의 이해를 풍성하게 돕기 위해, 한국 사례 다수를 언급하고 저자와 분석해 나가며, “표현의 자유” “대항표현”에 대한 심도 있는 토론을 이끈다.


☞ 함께 읽으면 좋은 필로스 시리즈 책들
Philos 사유의 새로운 지평
인문·사회·과학 분야 석학의 문제의식을 담아낸 역작들
앎과 지혜를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한 우리 시대의 지적 유산

▶ 013 법, 문명의 지도: 세계의 질서를 만든 4000년 법의 역사 | 퍼난다 피리 지음 | 이영호 옮김 | 640쪽 | 아르테 | 2022년 12월 | 40,000원
▶ 014 권력의 조건: 라이벌까지 끌어안은 링컨의 포용 리더십 | 도리스 컨스 굿윈 지음 | 이수연 옮김 | 832쪽 | 아르테 | 2013년 3월 | 58,000원
▶ 017 라이어스: 기만의 시대, 허위사실과 표현의 자유 | 캐스 선스타인 지음 | 김도원 옮김 | 272쪽 | 아르테 | 2023년 3월 | 24,000원
▶ 019 현대사상 입문: 데리다, 들뢰즈, 푸코에서 메이야수, 하먼, 라뤼엘까지 인생을 바꾸는 철학 | 지바 마사야 지음 | 김상운 옮김 | 264쪽 | 아르테 | 2023년 5월 | 24,000원
▶ 021 지식의 기초: 수와 인류의 3000년 과학철학사 | 데이비드 니런버그, 리카도 L. 니런버그 지음 | 이승희 옮김 | 김민형 해제 | 132×204mm | 626쪽 | 38,000원




◎ 책 속에서

이 저서에서 나의 임무는 미국이 다른 많은 국가의 선례를 따라 불법적인 혐오표현이라는 광범위한 개념을 채택해야 한다는 주장을 반박하고, 그러한 흐름이 어째서 우리 민주주의의 기본 수칙을 위반할 뿐 아니라 득보다 실이 더 많은지를 보여 주는 것이다. -29쪽

브랜다이스는 다음과 같이 썼다. “심각한 상처에 대한 두려움만으로는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것을 정당화할 수 없다. 남자들은 마녀를 두려워하여 여성들을 불태웠었다.” 따라서 그는 1969년 법원이 만장일치로 최종 승인한 표현을 강하게 보호하는 긴급성 기준을 명확히 했다. “오로지 긴급성만이 억압을 정당화할 수 있다.” 브랜다이스는 메시지의 잠재적 위험이 긴급성 수준으로 올라가지 않는다면, 적절한 대응은 “강제된 침묵이 아니라 더 많은 표현”이라고 덧붙였다. -35쪽

혐오표현이라는 명칭은 또한 “가짜” 뉴스, 테러리즘 옹호, 성조기 불태우기, “비동의 성적 영상(revenge porn)”, 낙태 반대 시위 등 광범위한 논쟁적 표현을 낙인찍기 위해 사용되어 왔다. 궁극적으로, 혐오표현이라고 공격받는 모든 다양한 표현은 공격자가 싫어하는, 실은 종종 혐오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연결되며, 그러한 이유로 공격자는 그 메시지를 억압하려는 것이다. -42쪽

개인과 사회에 해악을 끼칠 수 있는 표현의 잠재적 힘보다 더 나쁜 것은 혐오표현금지법을 시행함으로써 똑같이 해악을 끼칠 수 있는 정부의 잠재적 힘이다. -45쪽

왜 우리는 혐오적이고 차별적인 사상을 전달하는 표현을 억압해서는 안 되는가? 왜 우리는 그러한 사상이 퍼지는 것을 막고, 잠재적으로 차별적·폭력적 행동을 조장하는 것을 막으려고 하면 안 되는가? 그리고 왜 우리는 사람들을 폄하하고 정신적 안녕과 존엄성을 훼손할 수 있는 표현을 보호해야 하는가? 물론, 헌법이 보호하는 혐오표현은 직접적으로 심각한 해악을 끼치지는 않는다. 그것이 바로 혐오표현이 처벌되지 않을 수 있는 이유다. 하지만 그 표현에 우려스러운 해로운 경향성, 즉 잠재적으로 정서적인 해악을 끼치고 어쩌면 미래의 차별적·폭력적 행동에 기여할 경향성이 있다는 이유로 검열을 정당화할 수 없는 까닭은 무엇인가?
이것들은 혐오표현금지법 반대자들이 반드시 답변해야 하는 설득력 있는 질문이다. 이 질문에 답하는 것이 이 책의 임무다. 이 임무가 특히 시급한 이유는, 혐오표현금지법을 정당화하려는 주장은 비록 그것이 직접적으로 심각하고 즉각적인 해악을 끼치지 않더라도 탐탁지 않거나, 불온하거나, 두려움을 주는 메시지를 담은 모든 표현에 대한 제한을 지지하기 위해 늘 제시되는 바로 그 주장이기 때문이다. -53~54쪽

“인종, 민족, 성별, 종교, 나이, 장애 또는 다른 유사한 이유로 상대를 비하하는 표현은 혐오스러운 것이다. 그러나 표현의 자유 법제에서 가장 자랑스러운 것은 우리는 ‘우리가 미워하는 생각’을 표현할 자유를 보호한다는 것이다.” -86쪽

표현의 자유라는 헌법적 권리는 우리들처럼 다양한 사회에서 강력한 치료제다. 그것은 공적 토론의 장에서 정부의 제약을 제거하고, 어떤 관점을 우리 각자가 받아들일지 결정을 내리게 하기 위해 고안되었다. 그러한 자유가 궁극적으로 더 유능한 시민과 더 완벽한 정치를 만들어 낼 것이라는 희망에서, 그리고 다른 어떤 접근 방식도 우리 정치체제가 기반으로 하는 개인의 존엄성과 선택의 전제와는 부합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에서 말이다. -93쪽

혐오표현금지법과 밀접하게 관련된 또 다른 문제가 있는데, 법률가들은 이를 “과도한 광범위함(substantial overbreadth)”이라는 용어로 지칭한다. 즉, 혐오표현금지법은 너무 광범위한 언어로 쓰여 있어 이 법의 지지자들조차 처벌하려고 하지 않는 표현에까지 그 적용 범위가 확장되는 경향이 있다. 물론 혐오표현금지법의 적용 범위가 상대적으로 제한될 수 있고, 따라서 과도한 광범위함의 문제를 줄일 수는 있지만, 지나친 모호함(undue vagueness)의 문제는 피할 수 없는 것으로 보인다.
관점 중립성 원칙과 긴급성 원칙을 제쳐 둔다고 해도(제쳐 두어서는 안 되겠지만), 혐오표현금지법은 여전히 본질적인 모호함과 광범위함 때문에 표현의 자유와 평등을 침해할 것이다. 이러한 문제점 때문에 이 장에서 설명하는 것처럼 혐오표현금지법은 그 목적에 부합하지 않고 심지어 그 목적을 훼손하는 방식으로 한결같이 집행되어 왔다. -125쪽

무엇을 혐오표현으로 간주해야 하는가를 결정하는 혼란스러운 문제는 하버드대학교에서 일부 학생이 기숙사 창문에 남부 연합기를 내걸었던 상황에서도 잘 나타난다. 남부 연합기에 자극받은 다른 학생들이 기숙사 창문에 나치의 갈고리 십자가를 걸어 항의했다. 물론 나치 십자가는 제노사이드는 말할 것도 없고, 히틀러의 반유대주의 및 기타 극도로 혐오스러운 사상과도 완전히 동일시된다.
다만 나치 십자가를 내걸었던 하버드 학생들은 남부 연합기가 나치 십자가와 마찬가지라는 점을 통해, 남부 연합기가 내포하는 인종차별을 규탄하려고 했던 것이다. 즉, 그 학생들의 행동은 나치 십자가가 상징하는 것과는 정반대의 메시지를 전달하려 했던 것이다. 그렇다면 이 나치 십자가를 내건 행위는 혐오표현으로 간주해야 하는가, 아니면 반(反)혐오표현(anti–hate speech)으로 간주해야 하는가? -135쪽

표현의 자유가 평등권을 포함한 개혁운동을 진척시키는 가장 강력한 무기였던 것처럼, 검열은 항상 개혁운동을 저지하는 가장 강력한 무기였다. -138쪽

심리학자인 패멀라 패러스키(Pamela Paresky)는 “특정 단어를 듣거나 특정 발화자의 말을 듣는 것이 자신들에게 해악을 끼칠 수 있다고 믿는 학생들은 자기실현적 예언에 굴복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해악을 끼치는 것은 말 자체가 아니라 말이 해악을 끼칠 수 있다는 믿음이다”라고 말한다. 《뉴욕타임스》의 한 기사는 다음과 같이 관련 연구를 요약했다. “당신은 스트레스를 당신의 몸에 대혼란을 일으키는 것으로 볼 수도 있고 역경을 극복하는 힘과 에너지를 주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 힘든 상황에서, 스트레스는 당신을 더 강하게 만들 수 있다.”
설령 헌법상 보호되는 혐오표현이 어떤 경우에는 정신적 또는 정서적 해악을 직접적으로 발생시킨다고 치더라도, 그것이 검열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 이전 장에서 언급했듯이 핵심 관점 중립성 원칙은 정부가 일부 사람에게 부정적인 정신적 또는 정서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유로 혐오표현 등 공적 관심사에 대한 표현을 처벌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끝없는 일련의 대중적 관심사에 관한 표현을 감안할 때, 관점 중립성 원칙 외의 다른 모든 규칙은 민주적 담론에 대규모로 재갈을 물릴 것이다. -202쪽

독일의 혐오표현금지법은 심지어 나치 수뇌부에도 집행되었다. 그들 중 일부는 상당한 기간의 수감 생활까지 했다. 그러나 그 기소는 나치의 반유대주의 이데올로기를 억제한 것이 아니라, 나치가 주목을 받고 지지를 얻는 데 도움이 되었다. -216~217쪽

심지어 프랑스에서는 이스라엘에 대한 보이콧을 옹호하는 것도 불법이다. 그러나 엄격한 혐오표현금지법의 증가와 반유대주의적 태도의 증가가 일치하는 지점에서 유럽의 입법자들은 멈춰 선다. 혐오표현금지법은 반유대주의를 실제로 증가시켜 왔을지 모른다. 마찬가지로 홀로코스트 부정을 처벌하는 법은, 지적 순교라는 겉치레를 제공함으로써 심지어 홀로코스트 부정을 자극해 왔을지 모른다. -219쪽

혐오표현금지법은 집단 간 폭력, 적대, 긴장을 줄이기는커녕 오히려 여기에 기름을 붓는 경향이 종종 있다. -234쪽

심리학 전문가들이 확인했듯이, 악의적인 동기가 없는 발화자에 대해 혐오표현을 했다고 공격하는 것은 앞으로 더 세심한 언어를 사용하도록 설득하는 가장 건설적인 방법이 아니다. -235쪽

헌법상 보호되는 혐오표현이 초래할 수 있는 또 다른 잠재적 해악은 혐오 메시지를 경멸하는 사람들이 발화자 또는 발화자의 지지자들에게 보복성 폭력을 가하는 것이다. 정부가 이러한 보복 폭력의 위협에 굴복하여 표현을 억압한다면, 위협과 폭력이 억제되기는커녕 더 큰 위협과 폭력이 조장될 뿐이다. -236쪽

나는 우리가 이룬 진보에 만족하고 우리의 영예에 안주해야 한다고 제안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오히려 그 반대 이유인 자유・평등・민주주의는 물론 개인적 행복・사회적 화합과 같은 중요한 목표를 위해 계속 싸우겠다는 우리의 결의를 강화하기 위해서, 지난 수십 년의 긍정적인 조치들에 주목한다. 더 적은 표현이 아니라 더 많은 표현을 통해 우리가 이미 이룬 진전들은 우리가 이 과정을 계속하도록 격려할 것이다. 우리 모두는 중요한 대의를 촉진하기 위해 가장 본질적인 권리를 행사해야 한다. 즉, 침묵하지 않을 권리 말이다. -286쪽

그동안 한국 사회에서 혐오표현에 관한 논의는 ‘법 제정 여부’에 지나치게 매몰되어 있었다. 혐오표현을 우려하는 사람들은 혐오표현금지법을 제정하는 데 몰두하는 경향이 있었고, 반대로 혐오표현금지법 제정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대개 혐오표현의 해악에 무신경했다. 스트로슨의 제안은 전자에게는 혐오표현금지법이 아닌 다른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고, 후자에게는 혐오표현의 위험성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경고하는 셈이다. 더 나아가, 혐오표현금지법에 반대하는 사람들에게는, 반대만 할 게 아니라 법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혐오표현에 맞서 싸우자고 제안하는 것이기도 하다. -324쪽

구매가격 : 22,400 원

세계관(worldview)

도서정보 : 김준모 | 2023-11-03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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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내용이고 죽음은 형식이다
생로병사 가운데 죽음만 다르다

존재가 시작하며 공간이 열리고
생존을 지속하는 시간적 삶이다

시간이 멈추면 의식이 소멸되고
내용 없는 죽음의 형식만 남는다

부끄러움이 없다면 삶이 아니다
역사 의식의 소멸이자 죽음이다

너와 나의 세계관이 부딪혀서, 서로의 세계관을 배척하거나, 서로의 세계관을 내려다보기
보다는, 서로의 세계관을 함께 공유할 수 있게 되기를 희망합니다.

마음이 자라지 않으면 괴물이 되듯이, 세계관도 더욱 더 크게 계속해서 자라야만 모두의
파국을 피할 수 있습니다.

자라나는 꿈나무들에겐 세계관이 튼튼하고 모나지 않게 다양한 모습으로 자리잡을 수 있
도록 다 함께 도와야 합니다. 이것은 공동체가 갖는 의무입니다.

구매가격 : 7,200 원

남북한 문화통합과 교육환경

도서정보 : 이용을 | 2023-11-03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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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핵심 주제는 교육환경과 문화통합이다. 교육환경은 ‘교육에 영향을 미치는 제반 환경’이다. 교육환경의 변인으로 가정환경, 학교환경, 사회환경, 교육제도, 교육내용, 교육과정, 교육행정 등이 문화 형성 및 문화통합에 미치는 긍정적 혹은 부정적 영향을 살펴볼 것이다. 그리고 문화통합의 중요한 동인으로 청소년문화와 전통문화를 제시할 것이다.
문화통합을 위해서는 남북한 문화구조의 개선이 선행되어야 하지만, 본 책의 기저에는 북한보다는 남한이 먼저 능동적으로 앞장서야 한다는 남한 중심적 시각이 깔려 있음을 인정한다. 다시 말하면 남한이 먼저 문화구조개선에 앞장서야 한다는 의미이다. 다음으로 남북한 문화통합을 위한 과제로 ‘남북한 문화구조의 개선’, ‘전통문화를 통한 남북한 문화의 공유 확대’, ‘통일 이후 문화갈등해소’로 제시하고, 마지막으로 남북한 문화통합을 위한 실천 정책으로는 ‘민주시민교육’, ‘재사회화 정책’, ‘문화교류의 확대’, ‘통일문화운동 지원’ 등이 다각적으로 전개될 필요가 있다는 점을 밝히고자 한다.

구매가격 : 19,800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