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논리학

도서정보 : 신남철 | 2019-09-19 | PDF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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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식이라고 하는 것은 하나의 전적인 인간의 통일적 활동에서 성립하는 것이므로 각각의 능력은 그런 입장에서 고찰되어야만 비로소 완전하다고 할 수 있는 까닭이다. 인식은 하나의 순수한 상태로 분리된 각각의 기능도 아니며, 또는 그러한 것들이 집합체도 아니고 그것은 동시에 전진하며 우회하는 과정으로써 복잡한 심리작용과 내용의 상호 뒤섞인 것으로 여러 갈래에 한정하는 중첩으로 성립하여 움직이며 진행하는 것이다.<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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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스러운 유방사

도서정보 : 다케다 마사야 | 2019-09-06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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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브라 파문’의 문화사적 전말이 궁금한 당신을 위한
단 한 권의 가슴 박물지!

모성과 풍요의 물신, 악마적 유혹의 상징, 당당한 자기표현의 수단…

* 가슴에 모여든 시선은 언제나 흔들려 왔다! *

성과 속, 과거와 현재, 동양과 서양을 넘나드는 가슴 문화사!



한강의 소설 『채식주의자』에서 영혜는 ‘믿는 건 내 가슴뿐’이라며 브래지어를 하지 않는다. 인간의 손과 발, 세치 혀 등은 모두 타인을 공격할 수 있는 무기가 되지만 오직 가슴만은 아무도 해치지 않는다며. 그렇다. 인간의 몸 중에서 타인을 공격하지 않는 건 정말 가슴이다. 상처를 받을지언정 누구를 해치지 않는다. 그 가슴이 가장 편한 상태로 내버려 두자. _이라영(해제 중에서)







◎ 도서 소개

언제부터 가슴은 커지고, 예뻐지고, 숨겨야 하는 부위가 되었나?
'파격 노출'은 괜찮지만 '젖꼭지'는 안 된다는 이들에게
강력하게 권하는 '유방 문화 필독서'
‘유방’이라는 단어를 듣고 남성의 몸을 떠올리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큰 의심 없이 ‘유방’은 여성의 신체로 인지되곤 한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유방을 포유류의 가슴 혹은 배에 위치해 쌍을 이루는 기관으로 정의한다. 물론 여성(암컷)인 경우 피하 조직이 발달하여 융기하고, 일정 기간 젖을 분비하는 기관이라고 덧붙이고 있으나 남성 유방암도 엄연히 존재하듯 남성의 가슴도 함께 지칭하는 용어다. 하지만 남성의 유방이란 이미지가 얼른 떠오르지도, 잘 유통되지도 않는다. 사실 ‘유방’뿐 아니라 ‘가슴’이라는 단어를 쓸 때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사람들은 어떤 신체 부위가 생식과 관련이 된 경우에 자꾸 거기다 ‘숙명’ 같은 걸 부여하고 싶어 한다. 예를 들어 여성의 가슴은 수유를 목적으로 한 기관이니 모성의 상징으로 느끼고 표현하는 게 당연하다는 생각이 그렇다. 이런 논리에 따르면 수유의 기능이 없는 남성의 가슴은 없는 존재나 다름없어진다. 마찬가지 맥락에서 남성 유방에서는 두드러지지 않는 여성 유방의 ‘융기된 부분’은 ‘차이’로 인해 생식 활동을 유도하는 ‘유혹’의 기관이며, 그렇기에 미적인 평가 대상인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도 그렇다. 이렇게 ‘가슴은 곧 여성’이라는 이미지, ‘여성의 가슴은 성性적’이라는 명제는 오랫동안 의심되지 않아 왔고, 여전히 일각에서는 의심하지 않는 명제 중 하나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이 전제에 대해 의심하거나 적극적으로 부정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이 책 역시 그런 사람들이 모여 오랜 시간 고민한 결과물이다.
『성스러운 유방사』가 기획된 것은 2008년부터다. ‘유방문화연구회’라는 이름으로 모인 각 분야 연구자 스물두 명이 “여성의 가슴은 정말 성적인가?”, 혹은 “‘유방’이 여성만의 기관일까?” 같은 질문을 던지며 10년을 골몰했다. 고대 문학과 예술부터 근대와 오늘날의 영화, 만화, 애니매이션, 잡지, 포스터, 공공미술과 문신 도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문화 매체를 살피고 여러 나라를 직접 답사했다. 그런 이들의 결론은 이렇다. “세상에는 사람 수만큼의 가슴이 이야기가 있다”는, 다수에게 익숙한 젖 먹이는 성스러운 가슴, 성적으로 유혹하는 가슴 외에도 수없이 많은 가슴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총 3부로 이루어진 이 책은 일본과 중국, 러시아를 비롯한 서양의 ‘가슴 문화’에 각각 집중한다. 각 부마다 각국의 가슴 문화를 개괄하는 ‘총론’과 한 가지 주제에 집중한 ‘가슴 이야기’들, 그리고 각국의 가슴 문화를 보여 주는 장소에 방문한 답사기인 ‘세계의 젖가슴 산책’, 이 책에서 다루지 못한 더 많은 가슴 이야기를 담은 책들을 소개하는 ‘젖가슴 공부’로 구성되어 있다. ‘가슴을 열고’서, 이 꾸준하고 진지한 연구자들이 이끄는 가슴의 세계로 빠져들다 보면 어떤 가슴을 만나도 당황하지 않는, 비할 데 없이 넓어진 ‘가슴의 지평’을 얻은 자신에게 스스로 놀라게 될 것이다.

해도 문제, 안 해도 문제
보여도 문제, 가려도 문제
브래지어와 젖꼭지의 사정
근래 들어 눈에 띄게 회자되는 한 가지 이슈가 바로 ‘노브라’다. 2018년 “여성의 몸은 음란물이 아니다”라는 구호로 페이스북 사옥 앞에서 상의 탈의 시위를 벌인 여성단체로부터 시작된 ‘탈브라’ 논의에 더해 최근에는 여성 연예인들의 ‘노브라’가 한창 화젯거리였다. ‘노브라’ 라는 개인적 결정에 반대하는 논리는 ‘매너’로 압축된다. 집에서야 브래지어를 입든 벗든 자유지만 공공장소에서는 반드시 착용하는 것이 사회 상규에 부합한다는 말이다. 문득 브래지어를 입는 것이 오늘날 공익적인 일이 된 것은 무슨 까닭인지 궁금해진다.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에서 브래지어 착용이 일반화된 것은 양장 차림의 일반화와 시기를 같이한다. 특히 일본의 경우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을 통해 보급받은 ‘라라물자’를 시작으로 서양식 복식이 본격적으로 대중화된다. 체형에 잘 맞지 않는 옷을 제대로 입어 내기 위한 것으로 이때 ‘브래지어’가 빠른 속도로 일본 사회에 보급되었다. ‘단정한 모습’을 연출한다는 ‘공익적’ 목적은 도입 초기 꽤나 비싼 물건이었던 브래지어 구매를 촉구하기 위한 명목이었다. 당시 코르셋이나 브래지어 같은 서양식 속옷은 경제권자인 남편이 직접 구매하는 물건이었지 여성이 직접 선택하고 지불할 수 있는 상품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오히려 레이스와 면적이 좁은 천들이 하늘거리는 속옷 가게에 남자 혼자 가는 일이 어색하지만 당시까지만 해도 브래지어와 코르셋은 ‘성적인’ 무언가가 아니라 건강과 위생, 사회 상규에 부합하는 ‘개화’의 상징이었다. 지금과는 반대로 백화점 속옷 가게에 가는 남편은 비싼 값을 치르더라도 아내를 단정한 차림으로 보이기 위해 지출하는 ‘신식’ 인사로서 자부심이 가득했을 테다.
그런가 하면 남성들이 가슴에 속옷을 착용하는 여성들을 비난한 때도 있었다. 20세기 초까지 중국에서는 가슴을 납작하게 누른 옷차림이 유행이었다. 이런 맵시를 내기 위해 가슴께를 납작하게 눌러 원하는 모양을 만들어 주는 ‘보정 속옷’인 조끼 ‘샤오마자’가 함께 유행했다. 맵시를 위해 가슴 형태를 바꾸어 주는 속옷이라는 점에서는 브래지어와 같았지만 목적으로 하는 형태가 정반대였을 뿐이다. 이때 가슴 형태를 보정하는 속옷 ‘착용’을 규탄한 것은 서구권에서 유학하고 온 남성 지식인들이었다. 이들은 ‘불룩 튀어나온 유방이 여성적 아름다움의 상징’이라는 새로운 미감을 수입해 왔고, 전족에 반하는 ‘천족운동’에 빗대 ‘천유운동’이라 이름붙인 ‘운동’까지 만들었다. 이 남성 지식인들은 유방을 속옷으로 압박하면 모유 수유에 악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심폐 활동, 위장 소화에 해를 끼치고, 신체 발육을 저해할 뿐 아니라 폐병을 일으키고 수명을 단축시킨다”고까지 주장한다. 이 주장에 따르면 가슴을 속옷으로 누르는 일은 공익은커녕 생명까지 앗아 갈 백해무익한 일이다.
브래지어로 젖과 젖꼭지를 가리는 것이 ‘문명화’라는 인식은 ‘인어’ 이미지에서 가장 극적으로 드러난다. 안데르센 동화 『인어공주』에 기원을 둔 디즈니 만화영화 〈인어 공주〉는 이미 보편적인 인어 이미지가 됐다. 우리가 아는 인어의 대표 주자이자 〈인어 공주〉의 주인공 에리얼의 가슴에는 조개껍데기로 만든 비키니가 붙어 있다. 하지만 ‘인어공주’가 처음부터 비키니를 입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19세기 낭만주의 예술의 유행과 함께 자주 묘사되던 인어 이미지는 풍만한 가슴을 자유롭게 드러내며 유영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바닷속에선 자유로웠던 인어의 가슴은 왕자가 사는 육지로 올라오면서 ‘인간’의 규율에 맞추어 가려야 할 무언가가 된다. 뭍으로 올라온 인어는 ‘풍성한 머리칼로 몸을 덮어 감싸’야 했다. ‘야생’의 존재였던 인어가 ‘문명화’되는 순간이다.

개성을 말살하는 욕망 섞인 시선,
‘모성과 유혹’의 바깥에 가슴의 진짜 얼굴이 있다!
한 소설에서는 세월호 희생자인 여고생의 ‘젖가슴’을 과일에 비유한 표현을 담아 논란을 빚었다. 남성 소설가의 작품에서 ‘젖가슴’은 자주 등장하는 소재다. 하지만 철저한 ‘대상’으로, 그렇기에 오히려 상투적으로 표현되곤 한다. 온갖 수식으로 꾸며도 결국 부드럽고 유혹적이라 탐나는 가슴이거나 성적으로 문란하고 타락한, 혹은 나이가 지긋해 생기를 잃어 축 늘어진 가슴이다. 폴 고갱에 감화되어 하반신에 도롱이만 두른 ‘남국의 여성들’을 그린 근대 일본 남성 화가들의 그림 속 젖가슴들도 마찬가지였다. 실재하는 젖가슴을 앞에 두고도 그것과는 영 딴판인, 적당한 생김새를 더듬더듬 찾아 가며 만든 개성 없는 모양새다.
그렇다면 남성에서 여성으로, 시선의 주체가 바뀌었을 때 가슴의 모습은 어떻게 변화할까? 남양군도에 방문해 ‘남국의 여성들’을 그린 여성화가 아카마쓰 도시코의 그림 속 여성들은 젖가슴도 젖꽃판(유륜)도 위치와 크기, 색이 제각각이다. 여성 만화가 오카자키 교코가 묘사한 젖가슴은 과장되지도 미화되지도 않았다. 하지만 그 곡선은 따라서 덧그리는 것만으로도 쾌감을 줄 정도로 다른 여성 만화가들에게 선망의 대상이다. 여성 소설가 장아이링은 젖가슴을 두근대는 심장을 품고 작은 부리로 손을 콕콕 쪼는 작은 새로 묘사한다. 여성 창작자가 그려 낸 젖가슴들은 남성 창작자들이 쉬이 벗어나지 못했던 아름답고 유혹적인 젖가슴과 추하고 역겨운 젖가슴의 이항대립을 깬 다. “가슴이라는 부위는 얼굴과 마찬가지로 아름다움과 추함이라는 양극으로 나눌 수 없다는 당연한 사실”을 보여 준다.
위화의 소설 『형제』에는 가슴이 커지는 크림을 팔러 다니는 장사꾼 송강이 나온다. 크림을 좀 더 팔기 위해서 송강은 가슴에 히알루론산을 넣어 가슴을 부풀린 뒤에 마치 크림 덕에 가슴이 커진 것처럼 연출한다. 송강 역시 처음엔 가슴에 꽂히는 시선에 수치스러움을 느꼈지만 점차 익숙해진다. 그리고 오랜만에 만난 지인의 아내가 송강의 가슴을 쳐다보자 지인은 “뭘 쳐다보는 거야? 저건 그냥 가짜야. 장사에 필요한 거고” 하며 아내를 저지하고, 아내도 금세 웃으며 수긍한다.
이 책에서 다루는 가슴 이미지 가운데 상당수는 ‘환상 속 가슴’이다. 보형물을 넣어 부풀린 소설 속 송강의 가슴, 여장 배우가 연기하는 가슴, 인어의 가슴, 야인의 가슴, 젖소 캐릭터의 가슴, 만화 속 가슴까지가 그렇다. 하지만 어느 순간 실재하는 가슴과 ‘환상’의 가슴은 경계가 흐려진다. 여기에 가슴이라는 신체 부위에 속성이 있다. 실재하는 인체 부위임과 동시에 투명한 창이나 맑은 거울이 되어 욕망을 투과하고 투사한다. 그 욕망이 종교든, 사상이든, 성욕이든, 처벌욕구든 가슴은 그대로 비추어 낸다. 이렇게 수없이 많은 가슴이 그저 수없이 많은 욕망의 얼굴일 뿐이다. 가슴에는 죄가 없다. 벗은 가슴을 바라보고 탓할 필요가 무어란 말인가. 다스릴 것은 바라보는 사람의 욕망이다.


◎ 책 속에서

나 자신도 1960년대 후반 사춘기에 들어선 이후 나의 몸, 특히 바스트의 변화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좋을지 몰라 고민했다. 브래지어는 A컵, 옷 사이즈는 9호가 표준이었던 당시 나는 C컵에 빅 사이즈였다. 미국 의사가 소리 높여 주장한 ‘바스트가 커다란 여성은 머리가 나쁘다’는 엉터리 학설이 일본에도 널리 돌아다녔다. 또한 세간(이라는 남성 중심 사회)에서는 바스트의 발육이 좋은 여자애가 성적으로도 조숙하다는 생각이 퍼져 있기 때문인지, 10대부터 20대까지 내 커다란 바스트는 치한의 표적이 됐다. 나는 표준보다 커다란 바스트에 애증을 느끼는 스스로의 마음에 매듭을 짓고 싶었다. 연구회에 참가한 것은 이런 개인적인 동기 때문이다. 연구회에 가입하고 나서, 바스트에 대한 여성의 생각은 저마다 다르며 실로 다양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한편 세상이 변해 가면서 일본 사회 전체의 바스트관이 변화했다는 사실도 알아 갔다. 일본의 상품·매스컴이 바스트를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를 살펴보면 여성의 신체, 그것도 성적 신체가 상품화되는 과정과 일치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다시 말해 상업주의에 편승하거나 편승당하는 측면이 한 가지 흐름이다. 한편 여성들은 바스트에 대한 지식과 정보를 적극적으로 찾아 나서고 자기 의지로 바스트와 여성성, 신체를 주체적으로 관리하는 동시에 자신의 바스트에 자긍심과 자신감을 갖기에 이르렀다. 전후 바스트관의 변천은 여성이 자신의 신체에 주체성을 획득해 나가는 흐름과 일치한다. 바스트는 여성 신체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앞을 보고 단정한 자세를 취했을 때, 바스트는 얼굴 못지않게 여성의 개성과 의지를 드러낸다. _일본 바스트 70년: ‘단정한 차림’에서 ‘자기다움’으로 중에서

그즈음 미국의 여성해방운동이 일본에서도 화제에 올랐다. 무엇보다 여성은 기존의 사회 통념으로부터 신체를 해방시켜야 한다는 모토 아래, 여성들이 집회에서 브래지어를 드럼통에 넣어 태우는 풍경이 충격적으로 전해졌다. 노브래지어는 남성의 시선에 얽매여 있던 ‘여자다움’에서 해방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프로파간다였다. 이것은 유니섹스 룩의 유행과 더불어 트렌드가 되었다. 하지만 나는 내 큼직한 바스트에 남성의 성적 시선이 쏠리는 데 혐오감과 공포심을 느꼈기 때문에 노브래지어라는 거센 흐름에 올라탈 용기가 조금도 없었다. 유행하는 폭이 좁은 옷을 입지 못해 남자들에게 인기가 없는데도 치한의 표적이 되는 굴욕적이고 우울한 대학생활을 보냈다. 그러던 어느 날 내 바스트관이 바뀌는 만남이 찾아왔다. 대학 3학년이던 1975년이었다. 비 내리는 날 혼자 비를 맞으며 시부야 거리를 걷다가 문득 쇼핑센터 벽면을 올려다본 순간 걸음을 멈췄다. 상반신을 벗은 여성이 해변에 우뚝 서서 약간 부끄러운 듯 미소를 띠며 이쪽을 똑바로 보고 있었다. “벗은 몸을 보지 마세요. 벌거숭이가 되세요.” 이것이 광고 문구였다. 약간 과장하자면 이 포스터에 ‘하늘의 계시를 받은’ 듯한 충격을 받았다. 마치 홀린 것 같았다. 여성해방이라는 주장에 동조하면서도 내 성적 신체를 마주할 용기가 없던 와중에, 이시오카 에리코가 만든 포스터는 이렇게 말을 걸었다. “남성의 시선에 동요하지 말고, 여성은 자신의 몸과 여성성에 자신감과 자긍심을 가져야 하지 않겠는가.” 포스터 속 여성의 가슴은 살짝 바깥쪽으로 늘어진, 매우 자연스러운 바스트였다. 그 앞에서 나는 주먹을 쥐고 이렇게 맹세했다. 그렇다, 자기 몸과 마주하고 ‘이것이 나다!’라며 가슴을 펴자._일본 바스트 70년: ‘단정한 차림’에서 ‘자기다움’으로 중에서

그러면 여성들은 남성의 시선을 끌고 싶고, 인기를 얻고 싶어서 이 브래지어를 구입했을까? 아마도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오히려 자신의 섹슈얼리티에 자신감을 갖고, 이를 힘으로 바꾸고 싶다는 어떤 자기실현 욕구 때문이 아니었을까. 적어도 나는 그랬다. ‘굿 업 브라’를 착용하고 커다란 바스트를 당당하게 내밀면서 여성적인 매력을 과시하고 남성의 주목을 받는 데 쾌감을 느꼈다. 이상하게도 당당히 가슴을 펴고 다니면 만원 전철을 타더라도 치한에게 당하지 않는다._일본 바스트 70년: ‘단정한 차림’에서 ‘자기다움’으로 중에서

의복의 변혁과 병행해 ‘천유天乳운동’이나 ‘큰 가슴大??주의’ 등이 제창됐다. ‘천유’란 천연의, 자연적인 유방을 말한다. 전족纏足에 반대하며 타고난 발을 장려하는 운동이 ‘천족天足운동’인데, 그 뒤 20년쯤 지나 20세기인 1920년대에 유방의 해방을 제창한 것이다. 이는 유방을 속박하는 것, 즉 ‘속흉束胸’에 반대하는 운동으로서 구체적으로는 유방을 억압하는 속옷을 없애자는 주장이었다. 유방 해방론에 관한 주장은 여성해방·민족혁명·국가부강 등의 문맥과도 결합했다._중국 유방 문화론: 기억의 이미지 중에서

문화대혁명 시기(1966~1976)에는 수수한 의상이 일반적이었고, 여성에게 ‘남성과 똑같을 것’을 권장했다. 신중국은 ‘남녀평등’을 국시國是로 삼았다. 언제 어디서나 ‘남녀평등’이란 결국 여성에게 ‘남성과 똑같아지라’고 하는 말이나 다름없었다. 남자들도 노동자의 상징인 근육질에 검게 그을린 육체가 표준이었고, 동시에 여자들의 육체도 건강하고 강인한 육체, 요컨대 ‘남자 못지않기’를 바람직하다고 여겼다. 여자 속옷은 있는 힘껏 섹스어필을 억누르는 쪽으로 변화했다. 상의와 더불어 속옷의 디자인은 남자와 다를 바 없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가슴을 가리는 데에도 주로 배심背心(민소매 셔츠)이나 간단한 브래지어를 사용했다. 남성 지식인 청년과 마찬가지로 보여야 한다고 느낀 소녀들은 커다란 가슴을 부끄럽게 여겨 가슴을 감추고 유방을 납작하게 보이려고 노력하기도 했다고 한다. ‘남자와 똑같이 되기’야말로 여자의 신체를 처리하는 매너였다._중국 유방 문화론: 기억의 이미지 중에서

경극에는 크게 나누어 ‘남자 역할生’, ‘여자 역할旦’, ‘평범하지 않은 남자 역할淨’, ‘도깨비 역할丑’ 등 네 가지 역할이 있다. 그러나 20세기 초까지 많은 사람이 모이는 극장에서는 일반적으로 모든 역할을 남성만이 연기했다. 그러므로 경극의 ‘단’ 연기는 ‘남단男旦’의 연기로만 이뤄졌고, 남성이 여성 신체를 표현하기 위해 다양한 기교를 고안해야 했다. 20세기에 들어와 중국의 여성관이 변화함에 따라 여자로 분장한 남자 배우의 연기도 차츰 바뀌어 간다. 특히 19세기 말에는 전족 폐지 운동이 일어났고 중화민국 시기에 돌입하면서 전근대적인 사회를 변혁하려는 진보적 사상이 퍼졌다. 메이란팡은 경극에서 가장 유명한 여장 배우였고 진취적인 열의에 가득 찬 배우였다. 그는 무대 위에서 전족 연기를 펼치는 구시대 여성상이 아니라 20세기에 어울리는 새로운 여성상을 창출할 필요를 절실히 느꼈다. 메이란팡이 여배우 흉내(가슴 흉내)를 내팽개치고 여장 배우가 아니고서는 감히 연출할 수 없는 여성상을 모색했고, 지난날 미인의 ‘버들가지 같은 허리’를 착안해 냈다._여장 배우가 벗을 때: 전족, 나긋한 허리, 환상의 유방 중에서

1920년대 중국에서 유방은 큰 전환기를 맞았다. 이전까지는 가슴을 누르는 기능성 속옷으로 단단히 조여 맨 작은 유방이 유행이었다. 부녀자의 ‘몸가짐’이란 볼록하게 나온 가슴이 두드러지지 않도록 단속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때’는 불현듯 찾아왔다. 주로 서양에서 귀국한 지식인들이 ‘커다란 유방’을 권장하기 시작했다. 여성의 유방이 자연스레 발육한 상태로 부풀게 내버려 두면, 건강에도 좋고 출산이나 육아에도 바람직하다고 주장한 것이다. 심지어 유방을 계속 동여매면 폐병에 걸리기 쉽다고까지 말했다. 나아가 여성의 신체미라는 관점에서도 ‘밀로의 비너스’ 같은 곡선미를 새로운 개념으로 수입했다. 그러자 지금까지 유방을 동여매던 여성들은 곤혹스러워졌다. 지식인이 권장한다 해서 기존 유행이 금방 사라지지는 않는 법이다. 그렇지만 가슴을 옥죄면 건강에 해롭다고 한다. 하물며 앞으로 출산이나 육아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하니, 젊은 여성들로서는 그들의 주장을 무시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 가슴을 동여매야 할까, 아니면 동여매지 말아야 할까? 기로에 선 유방이 나아갈 길은 과연 어떤 길인가?_‘내 가슴은 정상인가요?’: 《부녀 잡지》로 읽는 유방 문답 중에서

원대元代(1271~1368)에 엮은 『이역지異域志』에는 ‘대야인국’에 대한 설명이 나온다. 이에 따르면, 이 나라 사람들은 일찍이 달단?? 에 쫓길 때 ‘표주박처럼 긴 유방’을 손에 올려놓고 달렸다고 한다. 과연 앞서 본 티베트의 여자 야인 이야기와 매우 닮았는데, 놀라지 마시라. 『이역지』에서 말하는 긴 유방을 가진 야인은 남성이다. 이 야인은 사람의 언어로 말하고 나뭇잎을 먹는다고 한다. 명대明代의 『삼재도회』에도 같은 내용이 있다. 여기에는 유방이 긴 남자 야인의 그림도 실려 있다. 달릴 때 거대한 유방 때문에 고민한 것은 남자 야인도 비슷했나 보다. 어허, 참, 앞서 유방의 유무로 성별을 구별할 수 있다고 썼는데 이마저도 의심스러워진다. 야인은 사람/동물, 그리고 남자/여자라는 경계를 아예 모르겠노라는 표정으로 경계를 뛰어넘는 ‘모든 것을 초월한 존재’인 듯하다. 그래서 우리를 매료시키고 불안하게 만드는지도 모른다._괴수 ‘야인’의 젖가슴 중에서

기독교 박해 시대의 성인들 대다수는 남녀를 불문하고 이교도에게 고문을 받고 순교했지만, 마들렌 캐비네스 Madeline H. Caviness가 말하듯 성인들이 고문을 받고 순교하는 장면을 시각적으로 묘사한 데서는 젠더의 차이가 나타난다. 남성 성인은 목이 잘리거나 철망 위에 얹혀 불태워지거나 돌에 맞는 형벌을 받고 산 채로 가죽이 벗겨지기도 한다. 하지만 대개는 고문을 받지 않은 채 그 자리에서 바로 처형당한다. 반면 여성 성인은 빠짐없이 집요하게 고문을 당한다. 순교 장면을 그린 숱한 시각 표상을 살펴보면, 여성 성인은 벌거벗겨져 능욕당하고 때로는 유방에 가혹 행위를 당하거나 가슴이 도려내진다. 반면에 남성 성인이 성적으로 처벌받는 그림은 눈에 띄지 않는다. 또 잔인한 고문 장면이 없는 성인들의 초상화에도 성인을 구별하는 소지품, 즉 순교의 표징attribute에 차이가 보인다. 남성 성인의 경우 성 바울의 검이나 성 라우렌티우스의 석쇠 같은 순교의 도구가 두드러진다. 반면 여성 성인의 경우 절단당한 유방, 도려낸 눈, 뽑힌 치아 같은 훼손당한 신체 부분이 눈에 띈다._서양 중세의 유방: 풍요로움과 죄, 페티시즘과 고문사이에서 중에서

어느 온천 목욕탕에서였다. 온천물이 뜨거워 몸을 완전히 담그지 않고 다리만 물에 넣은 채 걸터앉아 있었다. 옆에 있던 할머니가 나를 빤히 보더니 “남편 복 있게 생긴 젖꼭지잖아”라고 한다. 그의 시선은 내 가슴에 머물러 있었다. 너무 의외의 발언을 접한 나는 아무 말도 못한 채 할머니를 가만히 주시했다. 목욕탕에서 그의 목소리가 어쩐지 더욱 선명히 울리는 듯했다. 반대편에 앉아 있던 다른 할머니 두 분이 순식간에 인어처럼 날렵하게 욕조의 물을 헤치고 내 앞으로 다가왔다. “어떻게 생긴 게 남편 복이 있는 거야?” “젖꼭지가 이렇게 올라가 있으면 남편 복이 있다네.” “그려?” 여탕의 욕조 안에서 갑자기 사람들은 모두 자기 가슴을 내려다보며 젖꼭지 품평을 했다. “어때? 진짜 남편 복 있어?” 할머니들이 내게 묻는다. 안타깝게도 당시 결혼하지 않았던 나는 젖꼭지와 남편 복의 상관관계를 입증할 답을 해 줄 수 없었다. 이 대화의 마지막은 이랬다. “흥! 남편 복이 뭐 별건가. 그저 속 안 썩이면 그게 최고지.” 욕조 안에 있던 사람은 모두 동의했고 그들은 다시 인어처럼 물길을 헤치고 욕조 가장자리로 흩어졌다._먹이는 가슴, 보는 가슴, 짓밟는 가슴 중에서

몇 년 전부터 가수 설리가 SNS에 ‘노브라’ 차림으로 사진을 올린다며 ‘논란’이 불거졌다. 2012년 ‘나꼼수’의 비키니 응원을 독려하며 낄낄거리는 집단과 설리의 노브라를 지탄하는 집단은 사실상 크게 다르지 않다. 이들은 오히려 넓은 교집합을 이룬다. 남성을 응원하는 가슴과 남성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스스로 편안해진 젖꼭지를 바라보는 이중적 시선이다. 영화제 시상식에서 여성 배우들은 종종 ‘파격 노출’로 화제가 된다. 하지만 아무리 ‘파격 노출’을 해도 젖꼭지는 잘 감춘다. 젖꼭지가 보이면 이는 ‘사고’로 처리된다. 노브라에 대한 반감은 정확히 젖꼭지로 향한다. 겨드랑이 털과 함께 젖꼭지는 여성이 아무리 야한 옷차림을 해도 드러내지 말아야 할 신체 부위다. 20세기의 후반에 미니스커트로 다리를 드러낸 여성들은 이제 겨드랑이 털과 젖꼭지의 사회적 위치를 놓고 싸우는 중이다._먹이는 가슴, 보는 가슴, 짓밟는 가슴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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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소작쟁의

도서정보 : 이여성 | 2019-09-05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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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의 현대적 의미

도서정보 : 박치우 | 2019-09-04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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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의 유래

도서정보 : 차상찬 | 2019-08-31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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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우리나라는 기생이 없었고 양수척자가 있는 유기장이 종족을 남겼는데, 그 종족은 없고 무식하거나 물과 풀을 쫓고 옮기면서 오직 사냥하거나 유기를 팔아 생계를 유지하였다. 고려 이의문의 아들 지영은 양수척을 기적에 편재하여 공물을 바치도록 하였다. 이때부터 남자는 노비로 삼고 여자는 기생으로 삼았는데 우리나라의 창기는 이때부터 생기게 되었다.<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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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 교차하는 관점들

도서정보 : 로즈마리 퍼트넘 통, 티나 페르난디스 보츠 (Rosemarie Putnam Tong, Tina Fernandes Botts) | 2019-08-28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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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은 하나가 아니다

“페미니즘이 단일한 이데올로기가 아니며, 모든 페미니스트가 똑같은 방식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점을 대중에게 알려 준다.”(1쪽)

페미니즘은 여성들이 처한 현실의 복잡성만큼 다양한 실천의 흐름을 만들어 왔다. 이 책은 페미니즘이 하나의 이론으로 환원되지 않으며 서로 다른 관점을 지닌 페미니스트들이 각자의 경험의 차이를 인정하면서도 ‘여성 해방’이란 핵심을 잃지 않고 정치적 실천을 이어 왔음을 보여 준다. 페미니즘의 수많은 관점들을 열 가지 범주로 정리해, 독자들이 페미니즘에 좀 더 체계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길을 제시한다. 또한 열 가지 범주의 페미니즘이 형성된 시대적 맥락과 그 안에서 싸웠던 실천가들의 고민을 생생하게 그림으로써, 실천이자 운동인 페미니즘이 복잡한 현실의 지형 속에서 전개되어 왔고 또 전진해 갈 것임을 알게 한다. “다른 모든 관점에 대해 승리하는 한 가지 관점을 찾고 있는 독자가 있다면 이 책의 말미에서 결국 실망할 것”이라는 저자의 말처럼, 어떤 문제에 완전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페미니즘이 아니라 끊임없이 “성장, 향상, 재고, 확장”하는 페미니즘을 만나게 될 것이다.



참정권에서부터 인공 재생산, 채식주의, 사이보그까지 여성의 삶 곳곳의 문제를 담았다

“급진주의 자유의지론 페미니스트들은 … 여성이 오래된 출산 통제 기술과 새로운 출산 보조 기술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즉 원치 않는 임신을 종결하거나 예방하고, 혹은 대안적으로는 여성이 원하는 때에(갱년기 이전 또는 갱년기 이후에), 여성이 원하는 방식으로(자신의 자궁에서 혹은 다른 여성의 자궁에서), 여성이 원하는 사람과 함께(여성, 남성, 혹은 혼자서) 아이를 가질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어떤 급진주의 자유의지론 페미니스트들은 이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가서 체외발생(인공 자궁에서의 체외 수정)이 자연 임신 과정을 완전히 대체하는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4쪽)

이 책은 몇십, 몇백 년 전부터 제기되었으나 아직 해결되지 않은 문제부터 21세기에 새롭게 제기된 문제까지 여성의 삶 곳곳의 문제를 폭넓게 다룬다. 성매매는 근절의 대상인가? 출산 능력은 여성의 힘인가, 해방을 가로막는 덫인가? 모성 본능은 실재하는가? 페미니스트의 섹스는 어떠해야 하는가? 여성과 자연의 연관성은 사회적으로 구성된 것인가? 인간의 이익을 위해 환경을 희생해야 하는가? 등 쉽게 답할 수 없는 문제들과 그것을 둘러싸고 다양한 관점이 교차하는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다. 이러한 시도는 페미니즘이 삶과 동떨어진 관념적이고 사변적인 세계의 무언가가 아니라 가장 사적이고 개인적인 영역에서 시작하는 질문·논쟁·실천임을 알게 해 준다.



당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끊임없이 의심하라

“도로시 디너스틴과 낸시 초도로는 특히 오이디푸스 이전의 단계와 오이디푸스 단계를 설명할 때, 인종 그리고/혹은 민족적으로 다르게 구성된 가족들을 고려하지 않고 오직 양쪽 부모가 있는 백인, 부르주아, 이성애자 가족 구조의 관점에서만 설명을 제시했다. 그러나 한부모 가족부터 혼합 가족과 대가족에 이르는 많은 종류의 가족 구조가 존재한다. 더욱이 동성애자 커플이 아동을 양육할 때와 같이 한 아동의 부모의 성별이 같은 경우도 있으며, 아동에게 부모가 한 명이거나 없는 경우도 있다. 만일 오이디푸스 콤플렉스가 정말로 보편적인 것이라면, 우리는 오이디푸스 콤플렉스가 서로 다른 가족 구조 속에서는 어떻게 작용하는지에 대해 보다 풍부한 설명을 할 필요가 있다.”(290쪽)

이 책의 각 장 끝부분에는 ‘자유주의 페미니즘에 대한 비판’, ‘급진주의 페미니즘에 대한 비판’ 등 해당 장에서 소개한 페미니즘 관점에 대한 비판과 ‘토론을 위한 질문’이 실려 있다. 이와 같은 구성은 그 자체로 페미니즘에 정답이 없음을 보여 주며, 각기 다른 여성의 경험을 바탕으로 현상을 비판적으로 분석하는 것이 페미니즘적 사고임을 알게 해 준다. 강의실에서 교수자와 함께 이 책을 만나는 독자들은 물론, 스스로 페미니즘 관점들을 이해·학습하고 자신이 어떤 입장에 서 있으며 계속해서 고민하고 질문해야 하는 것은 무엇인지 알고자 하는 모든 독자들에게 나침반 역할을 해 줄 것이다.



1989년 첫 출간 이후 30년간 전 세계 여성들에게 읽힌 페미니즘의 교과서

“현대의 페미니스트들에게 페미니즘의 주요 작업은 인간 억압의 문제를 지속적으로 언급하는 것이다. 특히 그 억압의 문제는 체계적이고 제도적인 권력 구조에 의해 역사적인 존중에서 배제되었던 여성들의 생각과 행동과 삶에 드러나 있다.”(486쪽)

이 책은 1989년 미국에서 처음 출간되어 다섯 차례의 개정과 6개 국어로의 번역을 거쳐 지금까지 널리 읽히고 있다. 특별히 2013년에 개정 출간된 4판부터는 유색인종 페미니즘과 섹슈얼리티, 재생산 문제를 보다 자세히 다루고 여성 경험의 다양성을 반영하기 위해 ‘유색인종 페미니스트’인 티나 페르난디스 보츠가 저자로 함께하게 되었다.

한국에서는 민주화 이후 대학에 여성학 강좌가 개설되고 수강생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던 시기인 1995년에 이 책이 『페미니즘 사상』이라는 제목으로 처음 번역 출간, 2000년에 개정 출간되었으나 절판되었다. 절판된 지 10년 만에 원서 5판을 새로 번역해 출간된 『페미니즘: 교차하는 관점들』은 2019년을 살아가는, 페미니즘의 이름으로 다시 모인 한국 여성들을 만나 새로운 연대와 실천의 역사를 써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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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비판과 철학

도서정보 : 김오성 | 2019-08-26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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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적 비판은 윤리에 의한 현실 비판이다.
현실적 생의 표출로서 일상적 문화 현상을 자기들의 강단적 윤리에 의하여 비판하려 한다. 그런데 윤리는 무(無) 시간적이다. 강단에서 빚어내는 윤리적 법칙은 무엇보다 영원적일 것을 요구한다. 그러므로 아카데미적 비판은 그것이 초역사적 보편타당적인 것을 요구한다.<본문 중에서>

구매가격 : 4,000 원

누구나 꽃이 피었습니다

도서정보 : 김예원 | 2019-08-22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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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보다, 제도보다 그 속의 사람

장애인 작업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한 달에 받는 월급이 얼마인지 아시는가? 백만 원? 백오십만 원? 우리의 상식은 장애인이 겪어내야 하는 현실과는 엄청 거리가 있다. 장애가 있는 아이를 배려하려 애썼던 선생님의 노력이 결국은 다른 아이들이 그 아이를 공격하는 결과를 낳았다면 그 까닭은 무엇일까? 장애인은 벌금 대신 사회봉사로 대체할 자격이 애초에 주어지지 않았다는 사실은 알고 계시는지? 성 추행범으로 오해받은 장애인이 두렵고 얼떨한 상태에서 “죄송합니다”라고 말했고, 그것을 자백으로 인정한 경찰은 불러 주는 대로 자술서를 쓰라고 한다. 그래서 재판까지 받을 지경에 놓였을 때, 사람들에게 늘 먼저 사과하라고 교육시킨 엄마는 엄청나게 자책한다. 그러나 그게 진짜 엄마 탓일까? 기막힌 현실은 차고도 넘친다. 영화를 씨줄로, 현실 속 이야기를 날줄로 엮어, 장애 당사자와 김예원 변호사가 답답한 현실과 어떻게 싸워 왔는지 들려준다. 책장을 덮는 순간, 우리에게 김예원 변호사가 있어 참 다행이다, 저절로 말하게 된다.

조금 울컥하고 뭔가 뭉클한
책에서 다루고 있는 영화는 모두 13편이다. 오래된 고전부터 최신 애니메이션, 독립영화에 이어 초대박 흥행 영화까지 다양하게 다루고 있다.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을 통해 여성 장애인의 이야기를, 애니메이션 「주토피아」를 통해서는 장애인 작업장의 노동자들 이야기를, 「맨발의 기봉이들」에서는 선의로 포장한 채 다가오는 나쁜 사람들의 이야기를, 「시네마천국」을 통해서는 나와 다른 사람과 살아가는 지혜로운 처신에 대해서, 「7번 방의 선물」을 통해서는 선입견으로 범죄자가 만들어지는 현실을 이야기하는 식이다. 널리 알려진 영화건 다소 생소한 영화건 독자들의 이해를 돕는 친절한 설명이 곁들여져 있어, 영화를 보지 않은 사람이라도 충분히 따라올 수 있다.

장애인 주차장에 장애인이 차를 대려고 하는데도 “아프면 집에나 가만히 있지…”라는 말을 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사회에서는 비단 장애인만이 아니라 비장애인도 살아가기 힘들다. 그건 자명한 사실이다. 미국이라는 나라가 ‘흑인과 우리는 같은 화장실을 쓸 수 없다’는 부당한 말을 해도 되는 사회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엄청난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다. 대놓고 분리하거나 차별하지는 못한다 해도 보이지 않는 구분은 수도 없이 많다. 그것을 인지하고 인권 감수성을 높이기 위해 애쓰는 사람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만이 이 사회를 정상 사회로 한 발짝이라도 나아가게 할 것이다. 그 길로 가는 데 이 책이 작은 힘이라도 보탤 수 있게 되기를 기원한다.

구매가격 : 9,800 원

을들의 당나귀 귀

도서정보 : 손희정, 최지은, 허윤, 심혜경, 오수경, 오혜진, 김주희, 조혜영, 최태섭, 한국여성노동자회 | 2019-08-22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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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이 유례없이 득세한 것처럼 여겨지는 시대,
여성의 삶은 얼마나 나아지고 있을까?

최근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 조사에 의하면, 지난해 개봉한 순제작비 30억 이상의 실사 한국영화 39편 가운데, ‘벡델테스트’(영화 속 젠더 편향성을 가늠하는 3가지 질문의 시험)를 통과한 영화는 10편이고, 영화 홍보 포스터에 여성 등장인물이 아예 나오지 않은 영화가 20편이다. 미국에서는 캐릭터의 성별, 성정체성, 인종 등을 다양화하고 이들에게 주체적이고 주도적인 역할을 부여하려는 히어로 코믹스와 히어로 무비의 흐름에 대해 불매운동을 벌이고 여성 작가나 제작자에게 성폭력을 포함한 사이버 불링(온라인 공간에서 이메일이나 휴대폰, SNS 등을 활용해 특정 대상을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괴롭히는 행위)을 저지르는, 남성 ‘팬’들이 나타났다. 지난 달, 한 정당이 개최한 20대 남성 간담회에서는 “결혼이라는 생애사적 이유로 자발적으로 일을 그만둔 여성의 경력단절이 왜 성차별 문제인가” “어른들이 잘못한 가부장제의 악습을 20대인 우리가 왜 해결해야 하는가” 하는 발언이 나왔고, 한 일간지의 20대 남성 인터뷰에서는 “오히려 차별받았다. 초등학교 때 우유 당번 등 궂은일은 남자가 많이 했다”라는 말이 나와 많은 대중 여성의 공분을 샀다. 한편, 최근 여성가족부(여가부)가 배포한 ?성평등 방송 프로그램 제작서?에 포함된 “비슷한 외모의 출연자가 과도한 비율로 출연하지 않도록 한다”는 권고안(가이드라인)에 대해 한 남성 정치인은 군사독재 시절의 ‘검열’에 빗대며, “아이돌이 번 외화로 세금을 받아먹은 여가부가 국위선양 하는 아이돌을 죽이겠다는 발상을 했다”며 거세게 비난했고, 아이돌 팬덤을 중심으로 ‘여가부 폐지’ 청원이 일어나기도 했다.

『을들의 당나귀 귀』는 한국여성노동자회(한국여노)의 임윤옥, 김지혜 활동가와 페미니스트 문화연구자 손희정이 여러 대중문화 연구자들을 만나 대담한 동명의 팟캐스트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책은 TV 예능, 드라마, 케이팝, 영화, 소설, 게임, 인터넷 커뮤니티 등 다종다양한 분야를 가로지르며, 최근 우리의 ‘귀’를 쫑긋거리게 한 미디어와 대중문화 속 ‘성평등’ 이슈를 관통하는 중요한 메커니즘을 캐낸다.

남녀 임금격차 OECD 국가 중 1위,
여성 노동자 절반 이상이 비정규직,
기준임금이 된 최저임금,
경력단절, 독박 가사·육아…….

30년 역사의 여성 단체와 페미니스트 문화연구자의 만남,
여성 노동운동이 팟캐스트가, 한 권의 책이 되기까지

1987년 창립한 한국여노는 가정과 일터, 사회에서 이뤄지는 모든 노동에서 성평등이 실현되지 않는 한국 사회에서 매년 3000여 건의 노동 상담과 여성 노동 관련법 제정·개정 운동을 펼치고 있다. 한국여노가 기획해 2015년 4월, 처음 방송한 팟캐스트 [을들의 당나귀 귀]는 언론에서 주목하지 않는 ‘여성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속 시원히 말하는 방송을 만들자는 취지로 시작됐다. 2016년 시즌2부터는 ‘성평등 노동’ 편과 ‘대중문화와 젠더’ 편으로 나눠 제작해 왔고, 2018년까지 시즌1~4, 총 101차가 방송되었다. 곧 시즌5가 시작된다.

책 『을들의 당나귀 귀』는 2016, 2017년 두 해 동안 시즌2, 3에서 방송된 ‘대중문화와 젠더’(20여 편, 35여 회차) 편에서 가려 뽑은 내용을 단행본에 맞게 수정, 보완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방송의 게스트였던 최지은, 허윤, 심혜경, 오수경, 오혜진, 김주희, 조혜영, 최태섭이 책의 저자로 참여해, 방송에서 전달하지 못한 이야기들을 이해하기 쉽게 다듬었다. 각 글의 맨 뒤에는 최근의 경향을 덧붙여, 주제별, 분야별로 하나의 이슈가 드러내는 징후와 그 맥락이 어떻게 유지되고 확장되는지 살필 수 있도록 했다. 이들 페미니스트 활동가, 문화비평가, 대중문화 연구자들의 유쾌하면서도 핵심을 짚는 메시지는 우리를 둘러싼 다양한 대중문화 텍스트들을 페미니즘 관점으로 읽어 낼 수 있는 명쾌한 언어와 날카로운 감각을 제공한다. 이 여정은 답답하고 가려운 곳을 적확히 긁어 줄 뿐만 아니라, 끊임없이 약동하는 페미니즘 서사와 여성 연대의 가능성을 상기한다는 점에서 희망적이다. “이성애-결혼-출산-양육의 ‘정상가족’ 프레임에서 좀체 벗어나지 못하는 방송 프로그램, 엄마와 딸, 아내, 연애 상대 말고는 ‘주체’로서 상상되지 못하는 빈약한 여성 캐릭터들, 끊임없이 재생산되는 ‘여성 혐오’ 텍스트에 지친” 독자들이라면, 누구라도 즐겁게 동행할 수 있을 것이다.

남자들만 넘쳐 나던 세계를 평정한 ‘김숙’이라는 현상
예능 판에 대한 가능한 상상들

송은이 씨가 [택시]라는 프로그램에 나와서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어요. “숙이랑 나는 애하고 시어머니가 없어서 방송을 못한다.” 이게 무슨 얘기냐면, 30, 40대 여성 연예인들이 살림, 육아, 결혼을 둘러싼 갈등, ‘시월드’ 이야기, 이런 걸 풀어놓지 않으면 출연할 프로그램이 없다는 거예요.
_24쪽, “한남 엔터테인먼트”, 최지은의 말

2018년 ‘미투’ 운동이 전 사회로 확산되면서, [아빠를 부탁해]의 ‘딸바보’ 아빠들이 차례로 고발되었다. 이들은 가르치던 제자, 함께 공연한 배우에게 성폭력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딸바보’ 가부장의 이미지가 여성을 소유하고 교환하는 구조의 알리바이로 작동하고 있음을 방증한 셈이다. 여전히 가족 예능 프로그램의 아버지들은 딸을 “내 진짜 애인”이라거나 “시집보내기 아깝다”고 말하며, 딸의 섹슈얼리티를 소유하려 든다. [슈퍼맨이 돌아왔다]의 간판 ‘딸바보’는 축구 선수로 바뀌었지만, ‘공주님처럼 예쁜 딸’과 보호자 아버지의 구도는 변함없이 반복된다. 아버지들은 5살 남자 아이에게도 ‘예쁜 여자는 친구와 경쟁해서 얻는 것’이라고 말하는 것을 서슴지 않는다. 그렇게 예쁜 여자아이를 두고 경쟁하는 ‘오빠들’의 삼각 구도는 대물림되며 강화된다. 결국 가족 예능에서 ‘딸’은 독립된 주체로 상상되지 못하며, 인간이라기보다 그저 ‘여자’로만 남게 된다.
_107쪽, “‘딸바보’ 시대의 여성 혐오”, 허윤의 말

한국의 예능 판은 남성 중심적이다.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최지은은 이를 “한남 엔터테인먼트” “아재 엔터테인먼트”라고 명명하면서, 여성 예능인에게는 잣대가 가혹하고 기회조차 드물지만, 남성 예능인에게는 관대하고 기회가 많은 남성 중심적인 예능 산업을 분석한다. 또 그 기회를 누린 남성 예능인이 영향력 있는 중년으로 성장하면서 그들 라인을 중심으로 판이 짜이고, 이것이 ‘아재’ 문화와 ‘가부장’ 서사의 주류화로 이어지는 구조를 지적한다.

문학연구자인 허윤은 그중 가족 예능 프로그램과 드라마 등에 나타난 ‘딸바보 아버지’ 서사에 집중한다. 영유아에서 성인에 이르기까지 딸을 둔 아버지들이 하나같이 딸바보 이미지를 방송 자산으로 가져가면서 어떤 방식으로 이면의 여성 혐오를 드러내고, 급기야 ‘#미투’ 운동의 가해자 목록에 자기 이름을 올리게 되는지를 따라간다.
영화연구자 심혜경은 ‘갓숙’ ‘가모장’ ‘숙크러시’ ‘퓨리오숙’ 등, 단기간에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면서 팬덤을 형성한 코미디언 김숙을 하나의 ‘현상’이라고 추켜세우면서, 남성 중심의 예능 판을 뛰어넘기 위해 김숙과 송은이가 시작한 ‘비보TV’의 성공과 그 활약상을 조명한다.

걸그룹, 혁명가, 공장노동자, 성매매 여성…….
여성의 노동에 대해 알고 싶은 두세 가지 것들.

실제로 당대 여성들은 남성 사회주의자와의 결혼을 통해 운동 지형 내에서 자신의 입지와 영향력을 확보하려 했거든요. 오히려 ‘진짜’ 혁명가인지 아니면 단지 ‘아지트키퍼’에 불과한지를 끊임없이 구분하고 싶어 하는 욕망은 여성 혁명가에게만 적용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어요. 여기에는 ‘여성은 정치적 이념의 주체가 될 수 없다’라는 고정관념이 전제돼 있어요. 예컨대 가수 이효리 씨가 정치적 목소리를 내자, 혹자들은 김제동, 주진우랑 친하게 지내다가 저렇게 됐다는 식으로 이야기하곤 했잖아요. 그런 의심은 남성 혁명가들에게는 제기되지 않죠. 식민지 시기의 저명한 남성 문학비평가 김기진은 잡지 『신여성』 1924년 11월호에 이렇게 썼어요. “대체로 여자라는 것은 국수주의자에게로 가면 국수주의자가 되고 공산주의자에게 가면 공산주의자가 되는 모양”이라고요. 그런데 최근 페미니스트 연구자 장영은은 김기진의 그 말을 이렇게 바꿔 써야 한다고 주장했죠. “여성은 민족주의자라서 민족주의자에게로 가고 사회주의자라서 사회주의자에게 간다.”
_212쪽, “화려하고 불온한 성채, 여성 혁명가와 여공 문학”, 오혜진의 말

지금 한국의 성노동 담론은 주로 자유주의적인 입장에 의해 견인되는 것 같아요. 성매매를 둘러싼 낙인이나 성 보수주의적인 위선을 제거하면, 다시 말해 개인적 성 거래의 자유를 보장하면, 성판매자들이 경험하는 차별과 불평등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입장이죠. 하지만 자유주의 시스템에서 자유는 개인에게 보장되는 것이 아니라 더 많은 자유를 생산하고 소비하도록 하는 통치술의 문제입니다. 그러므로 섹슈얼리티의 자유로운 거래를 보장하는 것이 평등한 성적 거래로 이어진다는 것은 환상이죠. 저는 여성에 대한 낙인과 혐오가 에로틱하다고 여겨지는 것이 바로 성 시장의 전제 조건이자 특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여성을 끊임없이 성매매 산업으로 진입시키는 하부의 구조를 보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여성을 가난하게 만들고, 그 가난의 완충지대에 성매매 산업을 형성하고 있는 국가와 자본의 결탁이 더 큰 문제겠지요. 이 부분을 분석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_248쪽, “신용사회와 금융, 그리고 성매매”, 김주희의 말

케이팝 문화에서 아이돌, 특히 걸그룹은 혹독한 다이어트로 몸매를 유지하면서도 ‘맛있게, 예쁘게 잘 먹는’ 모습을 연출해야 하고, 빗속 야외무대에서 7번을 넘어지더라도 8번 다시 일어나 춤추는 근성을 보여야 하고, 수시로 일어나는 남성 팬의 불법 촬영과 성추행을 오롯이 감내해야 하며, 『82년생 김지영』을 읽거나 페미니스트로 감별(?)될 만한 언행을 해서는 안 되는 한편, 부족하지 않은 역사 지식을 갖고 있어야 한다.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최지은은 팬 사인회에서 일어난 불법 촬영에 침착하게 대처했던 ‘여자친구’의 예린이 한 인터뷰에서 한 말, “이 직업을 가졌다고 해서 사각지대를 용인하기는 싫어요”를 인용하며, 걸그룹이라는 직업 때문에 무엇이든 감내하며 웃어야 하는 시대는 끝나야 한다고 말한다.

드라마 덕후이자 칼럼니스트 오수경은 드라마 속에서 여성 노동자가 ‘잠재적 연애 대상’ ‘워킹맘’ ‘사회성이 부족한 센캐’의 세 가지 부류로 그려지는 경향을 짚으면서, 새로운 여성 서사의 가능성으로 ‘성취감과 자부심이 강한 여성’ ‘욕망에 충실한 여성’ ‘연애하지 않고 일을 하는 여성’ ‘N포 세대를 잘 대변하는 여성’ 캐릭터의 출현을 꼽는다.

문화연구자 오혜진은 조선희의 소설 『세 여자』와 루스 배러클러프의 교양학술서 『여공 문학』을 통해, ‘여성 혁명가’와 ‘여성 공장노동자’라는 역사적 형상을 다루는, 여성에 대한 새로운 역사 쓰기를 살핀다. 오혜진은 사회주의 여성 혁명가에 대해 ‘아지트 키퍼’에 불과하다고 평하거나 남성을 통해서만 혁명 활동이 가능했다고 심문하는 것을 거듭 경계하며, 어떤 것이든 그것이 여성 혁명가에게 무장투쟁만큼이나 치열한 정치적 선택이자 투쟁 전략, 존재 방식일 수 있음을 강조한다.

여성학연구자 김주희는 금융화된 신용사회가 성매매 산업과 만나면서 어떻게 여성의 몸을 자원 삼아 그 몸집을 불려 왔는지를 설명한다. 업주가 성형외과, 대부업체와 결탁해 수수료를 받고 여성을 소개해 주고, 어느 지역 어느 업소에서 일한다는 것이 여성의 대출 신용도가 되며, 여성은 불어나는 빚을 빨리 갚겠다는 생각으로 계속해서 자기 투자를 감행하고, 업주 또한 이를 부추기는 악순환의 고리에 놓였다는 것이다. 2004년 성매매특별법이 만들어진 결정적 계기는 끊임없이 일어난 성매매 집결지 화재였지만, 불과 몇 달 전, 또 한 번의 화재 사고로 서울 시내의 집결지에 있던 여성들이 죽었다.

원더우먼의 모델이 에멀린 팽크허스트?
“여자는 왕자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원작자 윌리엄 마스턴은 원래 여성 참정권론자였어요. 그래서 원더우먼 캐릭터를 만들 때, 영국의 서프러제트를 이끌었던 에멀린 팽크허스트를 모델로 삼았다고 하거든요. 그러니까 애초에 원더우먼은 페미니스트 캐릭터였던 셈이에요. (…) 이 마스턴이라는 사람이 좀 독특한데요. 그중 하나가 부인이 두 명이었다는 거예요. 그런데 그 두 사람이 또 보통 사람들은 아니었어요. 첫째 부인은 엘리자베스 마스턴이라고, 유명한 페미니스트였죠. 윌리엄과 엘리자베스는 부부이자 페미니스트 동료였고, 함께 참정권 운동을 했을 뿐만 아니라 원더우먼이라는 캐릭터도 함께 창조했어요. 거짓말탐지기도 공동 발명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많은 영향을 줬다고 해요. 그리고 이후에 만난 올리브 번이라는 젊은 여성 역시 대단한 집안사람이었어요. 올리브의 어머니는 언니인 마거릿 생어와 함께 임신중지권과 피임권 초창기 운동의 대표적 운동가였던 에델 번이었어요.
_281, 283쪽, “원더우먼, 페미니즘의 아이콘으로 기획된 슈퍼히어로”, 조혜영의 말

한국에서도 여성 게이머에 대한 근거 없는 공격이 있었어요. ‘게구리’라는 프로 게이머가 있었는데요. [오버워치]를 하는 10대 여성이에요. 근데 이 여성이 한 게임에서 승리를 하자, 상대 팀이 문제 제기를 해요. 해킹 프로그램을 사용해서 이겼다는 거죠. 말하자면 편법으로 프로그램을 조작해서 이겼다는 거였어요. (…) 그래서 [오버위치] 제작사인 블리자드에서 조사에 들어갔고요. 거기서 끝났으면 모르겠는데, 또 상대방 남성 게이머들이 “칼을 들고 찾아가겠다” “쟤가 해킹을 안 했으면 내가 은퇴하겠다” 이런 얘기를 하기 시작하고, 그러니까 남초 게임 커뮤니티에서는 또 온갖 성희롱, 성폭력 발언이 난무했죠. 결국 게구리가 “그렇게 못 믿겠으면 내가 보여 주겠다”면서 게임을 생방송으로 플레이하면서 실력을 인증했죠. 그런데 또 엄청 잘한 거예요. 이런 사건들은 게임계에 만연한 여성 차별과 여성에 대한 편견을 잘 보여 주는 것 같아요.
_354쪽, “게임, 포르노, 인터넷 커뮤니티의 디지털 남성성”, 최태섭의 말

1940년대에 윌리엄 마스턴에 의해 창조된 “원더우먼”은 본래 영국의 여성참정권 운동을 이끌었던 에멀린 행크퍼스트를 모델 삼은 페미니즘의 아이콘이었지만, 마스턴의 사후인 1950년대에는 초능력을 다 잃고 전통적인 여성의 역할에 안주하는 무력한 캐릭터로 변질되었다. 이후 1960년대 다시 페미니즘이 대두되면서 여러 페미니스트들이 여성 영웅 캐릭터를 돌려 달라고 항의하기에 이르렀고, 1970년대 린다 카터 주연의 드라마 가 흥행하면서 부활했다가, 1980년대 페미니즘에 대한 백래시로 다시 사라진다. 그리고 2017년 감독 교체 등의 많은 우여곡절 끝에 영화로 제작되었고, 흥행에 성공했다. 서울국제여성영화제 프로그래머 조혜영은 [원더우먼]에서 남자 주인공의 이른 죽음을, 할리우드 영화에서 빈번이 이뤄지는 여성 캐릭터의 ‘남자를 위한’ 죽음에 대한 미러링으로 읽어 내며, 원더우먼이 자신의 능력을 부끄러워하거나 괴로워하지 않는 여성 히어로라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한편 한국 영화계는 ‘2003 유니버스’라고 불리는 명감독들의 등장과 2007년 부성 멜로드라마의 경향 이래, 좀처럼 제대로 된 여성 서사 영화를 만나기 어려웠다. 조혜영과 손희정은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와 이경미 감독의 [비밀은 없다]를 중심으로, 그동안 한국영화에 어떤 여성 서사가 이어져 왔고, 앞으로 어떤 변화가 요구되는지 논한다.

문화비평가 최태섭은 게임, 포르노그래피, 인터넷 커뮤니티에 나타나는 디지털 남성성에 관해 전한다. 소비자들이 나서 “Girls Do Not Need a Prince”(여자는 왕자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티셔츠를 입은 여성 성우를 해고하게 했던 ‘넥슨 게이트’와 ‘메갈’ 작가를 검열한다며 진행된 웹툰의 ‘예스컷 운동’, 정의당 대거 탈당 사태와 『시사IN』 절독 사건 등, 대중에게 꽤나 익숙한 사례에서부터 잘 알려지지 않은 생경한 에피소드까지, 풍부한 통계자료를 인용해 분석한다.

성평등한 문화가 성평등한 세상을 이룰 것이라는 믿음,
다른 세계로 나아가는 ‘더 많은 말’들의 행진

진지하지만 유쾌했던 탐사를 기꺼이 안내해 준 게스트들은 모두 한국에서 손꼽히는 전문가들이다. 무엇보다 이들은 페미니즘이 부분을 다루는 협소한 이론이 아니라 어떤 주제를 다르게, 혹은 더욱 깊이 있게 바라보게 하는 인식론이자 관점이며, 계속해서 훈련이 필요한 감각이라는 것을 보여 주는 화자들이다. (…) 언제나 ‘더 많은 말’이 다른 세계로 다가가는 길이라고 믿는다. 지난 3년간 차곡차곡 쌓아 온 말들 안에서 우리는 세계를 좀 더 명징하게, 그리고 좀 더 비판적으로 볼 수 있었고, 우리의 목소리를 만들어 낼 수 있었다. 이렇게 “생각하고 말하고 설쳐서” 과연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 언제나 세계는 오히려 퇴보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화가 시작되었음을 본다. 2016년 [을당]에서 처음 ‘김숙’ 현상을 다룰 때만 해도 ‘비보TV’가 이렇게 성장하고, 연말 방송사 시상식에서 여성 예능인이 연예대상의 2관왕이 될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물론 수상은 개인의 영광이겠지만, 그런 분위기가 만들어지기까지 많은 여성 주체들이 함께 달려 왔다고 믿는다.
_ 10, 11쪽, “프롤로그”, 손희정의 말

영화 [캡틴 마블]은 개봉하기도 전에 페미니스트로 감별(?)된 주연 배우에 대한 반감이 퍼지면서 평점 테러를 당하고 있다. 한국 성매매 집결지의 화재 사건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근본적인 대책이 세워지지 않는 가운데, 최근 또 한 번의 화재로 여성들이 사망했다. 최근 한국의 여성 임금은 OECD 최저 수준인 것으로 재확인되었고, 전 지구적인 ‘#페이미투’의 흐름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언제나 세계는 오히려 퇴보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화가 시작되었음을 본다.” TV를 보며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페미니스트들에게, 또 “넷플릭스의 바다를 표류하며” 새로운 서사를 찾아 헤매는 독자들에게 『을들의 당나귀 귀』를 권한다. 이 책을 통해 “미디어와 대중문화, 여성의 삶을 바꾸기 위해 ‘제대로 보고 읽는 법’을 배울” 수 있길 바란다.

구매가격 : 12,600 원

(체험판) 멀티 오르가슴 바이블 : 조절할 줄 아는 남자, 느낄 줄 아는 여자

도서정보 : 조명준 | 2019-08-21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멀티 오르가즘을 넘어서 교감을 통한 성적 감각의 완성을 안내하는 책
발기부전 조루여 안녕!
누구나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 누구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는 남자의 발기부전과 조루를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방법을 소개한다. 조루와 발기부전을 개선할 뿐만 아니라 사정을 통한 단순한 오르가즘이 아니라 사정조절을 통한 멀티오르가즘에 도달하고 그 이상의 감각적 쾌감으로 나아가는 방법을 상세하게 안내하고 있다.

누구나 명기가 될 수 있다 .
부부관계를 하는데 있어서 꼭 필요한 부부 성생활의 기본이 되는 성적 만족으로 가는 길을 제대로 들여다본다. 시간이 지나면 섹스가 뜸해 지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독자들의 관념을 완전히 바꾸어준다.
여성 질의 변화를 원하는 대로 이끌어내어 순식간에 명기를 만들어버리는 다양한 실천 방법과 비법을 담았다.

남자와 여자가 함께 완성하는 멀티오르가즘
동양의 관점에서 성을 바라본 성 철학 고전 『소녀경』과 서양의 관점에서 바라본 성 행동연구 보고서 「킨제이 보고서」를 비교하며 우리가 잘못 알고 있는 성지식에 관해 짚어본. 또한 사정조절과 질의 깨어남을 통해서 우리가 경험할 수 있는 최고의 희열인 멀티오르가즘으로 가는 길을 안내한다. 이론과 실전의 간극을 느끼는 사람들을 위해서 멀티오르가즘을 위한 훈련법과 테크닉을 일러스트와 함께 보여주어 누구나 쉽게 따라 할 수 있도록 돕는다.

테크닉 하나 바꾸는 것만으로 모든 것이 달라지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멀티오르가즘은 시작에 불과하다.
책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뉘어 있다. 첫 번째 ‘멀티 오르가슴을 위한 사정 조절법’, 남자들이 페니스의 자극을 그대로 받아들이면서도 사정 직전에 편안하게 머무는 훈련에 대해 설명한다. 두 번째 ‘멀티 오르가슴을 위한 질 살리기’ 여자의 질을 살아나게 하는 감각을 깨우는 법과 다양한 신체 변화의 과정에 대해 알아본다. 그리고 마지막 ‘멀티 오르가슴을 위한 삽입의 기술’, 사정조절법과 질을 살리는 법을 익힌 남자와 여자가 본격적으로 삽입을 통해 멀티 오르가슴의 세계를 경험하는 과정을 파헤친다.

▶ 『멀티 오르가슴 바이블』 북트레일러
https://youtu.be/rDAyiWw-0f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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