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에서 전합니다, 당신의 동료로부터

도서정보 : 노구치 소이치 | 2023-12-01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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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1월 17일, 지구 400km 위 국제우주정거장(ISS)에 4명의 우주비행사를 태운 우주선 ‘크루 드래건 리질리언스호’가 도킹했다.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가 세계 최초로 민간 유인우주선을 지구궤도에 보낸 역사적인 날이었다. 우주선 이름인 ‘리질리언스(resilience, 회복력)’에는 코로나바이러스로 물든 지구의 회복을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리질리언스호 우주비행사 4인은 ISS에서 166일간 임무를 수행해 당시 미국 유인 우주탐사 최장기간을 기록했다.
그런데 그 이면에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가 있다. 인류 최초로 우주선 밖 우주 공간에서 브이로그를 찍은 유튜버, 우주에서 기네스 세계 기록 인증서를 받은 사람, 우주에서 바질을 키워낸 우주비행사가 그 주인공이다. 이 모든 일을 해낸 우주비행사 노구치 소이치(전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 소속)는 리질리언스호의 유일 아시아 우주비행사로, 우주 비행을 세 번 달성한 베테랑 미션 스페셜리스트로서 임무를 이끌며 유쾌한 모습으로 우주 생활을 즐겼다. 우주를 소재로 한 인기 만화 《우주형제》 주인공의 실제 모델이기도 한 그는 우주인의 비범한 생활, 지구에서 벗어나고 나서야 비로소 얻은 깨달음, 그리고 보통의 인간으로서 느끼는 공감 어린 이야기들을 이번 신간(국내 첫 출간작)에서 처음 고백한다. NASA 공식 자료에도 없는 우주비행사의 ‘가장 인간적인 우주 체류 기록’을 접할 기회다.
전 세계가 우주로 향하는 지금, 민간 주도로 우주개발이 이루어지는 현 ‘뉴스페이스 시대’에는 스페이스X를 비롯한 우주 기업들이 민간 우주여행을 현실화해 나가고, 미국 및 각국이 힘을 합쳐 50여 년 만의 유인 달 착륙과 새로운 우주정거장 건설을 목표로 하는 아르테미스 계획이 진행 중이다. 우리나라 또한 2023년 상반기에 독자 발사체 누리호의 3차 발사가 예정되어 있고, 올해부터 달 탐사선 다누리호도 본격적으로 임무를 수행하며 훗날 우주 탐사를 위한 포석을 닦는다. 저자는 세계가 우주를 무대 삼을 가까운 미래엔 연결과 공감, 그리고 ‘함께’의 힘이 더욱 필요하다고 말한다. 몸은 떨어져 있지만 늘 지구와 연결되어 있다고 느끼며 사람들과 소통해 온 그의 메시지에서는 그만큼 공감과 연결의 인류애가 느껴진다. 이제 지구인 동료로서 보내는, 우주비행사 노구치 소이치의 다정한 교신을 받아볼 차례다.

구매가격 : 11,900 원

시와 반시 2023. 겨울

도서정보 : 시와반시편집부 | 2023-12-01 | PDF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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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간 시전문 문예지 「시와반시」 겨울호.

구매가격 : 6,000 원

나의 막노동 일지

도서정보 : 나재필 | 2023-12-01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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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가까이 해온 직장 생활이 갑작스러운 조기 퇴직으로 끝나버린 뒤 일용직 아르바이트, 식당 주방보조 등을 전전하며 재취업을 위해 고군분투하다가 막노동판에 뛰어들어 인생 2막을 시작하게 된 어느 가장의 이야기.

초고령 사회로 빠르게 진입해가는 오늘날 한국에서 좌충우돌하는 기성세대의 현실을 생생하게 그려내는 한편, 육체노동의 가치가 폄하되고 노동자의 삶이 존중받지 못하는 시대에도 ‘땀은 정직하다’는 말을 매일같이 온몸으로 증명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노동 이야기를 담아냈다.

이 책에서는 한겨울에도 막노동꾼의 목덜미를 타고 흐르는 땀 냄새, 하루의 피로와 고단함을 씻어내려 들이켜는 소주 한잔의 쓴맛, 그리고 퇴직 후 다시 만져본 인생 2막 첫 월급의 단맛이 모두 느껴진다. 이는 밥벌이의 기쁨과 슬픔, ‘단짠단짠’ 인생의 맛이자 누군가의 부모이며 누군가의 자식인 사람들 모두에게 전하는 희망과 응원이다.

네이버, 다음에서 누적 조회수 500만 회를 기록했고, [오마이뉴스] 뉴스게릴라상을 수상했다.

구매가격 : 13,600 원

책과 삶에 관한 짧은 문답

도서정보 : 박웅현, 인티N | 2023-11-30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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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삶을 이야기하는 7번의 만남,
우리가 묻고 박웅현이 답하다

『책과 삶에 관한 짧은 문답』은 박웅현 TBWA KOREA 조직문화연구소 소장의 저서 『문장과 순간』 출간 후 진행된 7번의 북토크 내용을 엮은 책이다. 대부분의 북토크가 독자들과의 질의응답으로 진행된 가운데, 10대에서부터 50대에 이르는 독자들은 박웅현 소장에게 신간에 관한 질문을 비롯해 현재 안고 있는 고민을 털어놓았다.

“책 고르기가 어렵습니다.” “사춘기 아이와 소통하기가 힘들어요.” “MZ 세대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번아웃이 온 것 같습니다.” “싫은 관계를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회사에서 제 의견을 펴기가 어렵습니다.” “중년이 더 힘든 것 같습니다.”와 같은 이야기에 그 자리에 있던 많은 사람이 공감했으며 저자는 자신의 경험을 반추하며 진심을 담아 답해주었다.

박웅현 소장의 이야기는 때로 『문장과 순간』 『여덟 단어』와 같은 자신의 저서들과 닿아 있기도 했고 지난 경험이 녹아 있기도 했다. 그것은 저자의 이야기이면서도 독자들을 향한 하나의 제안이자 조언, 위로였으며 격려와 응원이었다. 이 모든 북토크를 주관하거나 함께한 인티N은 ‘북토크’ 현장의 이야기를 정리해 엮어보아도 좋겠다는 생각에 ‘인티N 북톡’ 시리즈를 기획했고 박웅현과 독자들이 나눈 이야기를 이 시리즈의 첫 번째 책 『책과 삶에 관한 짧은 문답』으로 엮어냈다.

구매가격 : 7,000 원

시차 노트

도서정보 : 김선오 | 2023-11-30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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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단어 사이를 오가거나
그것을 발판삼아 더 멀리 가는 글쓰기

시인 김선오의 두번째 산문집 『시차 노트』를 펴낸다. “사랑이 끝났다고 집요하게 말함으로써 오히려 사랑의 불가능을 파괴하려는 것 같다”(시인 황인찬)는 추천사와 함께 첫 시집 『나이트 사커』(아침달, 2020)를 펴낸 뒤, 두번째 시집 『세트장』(문학과지성사, 2022), 첫 산문집 『미지를 위한 루바토』(아침달, 2022) 등을 통해 언어로써 가능해지는 새로운 세계를 담담하고 성실하게 탐색해온 그가, 이번에는 두 개의 단어 사이를 오가거나 그것을 발판삼아 더 멀리 가는 글쓰기를 시도한다. 봄과 터널, 피아노와 비유, 집과 픽션, 도서관과 꿈 등 얼핏 성분도 다르고 연결점도 없어 보이는 두 단어 사이의 영향 관계를 가늠하거나 혹은 그 과정에서 새로운 의미를 생성하며 쓰인 산문이다.

보이고 들리는 것을, 단어에서 느껴지는 것을 믿으려고 했다. 그리고 연결하려 했다. 연결 지점은 공간이라기보다 속도를 가늠할 수 없는 이동 그 자체에 가까웠다. 어지럽고 자유롭다, 그런 느낌이었다.
_서문에서

첫번째 꼭지는 ‘비─소리’로, “비가 온다”는 문장으로 시작한다. 화자가 있는 곳에 실제로 비가 내리지 않지만 이처럼 작가는 “씀으로써 발생시키”는 사람이다. “단지 비가 온다는 문장 때문에 (…) 빗소리가 들”리고, “비가 온다는 말을 흔들 때 내가 조금 흔들린다는 사실”과 “내가 흔들릴 때마다 말이 나를 붙잡는다는 사실”, 그러는 와중에도 “비는 그저 오고 있다는 사실”을 글이 진행됨에 따라 작가와 독자는 점차 느낄 수 있다. “어디로? 여기로.” ‘여기’라고 쓰인 두 음절의 활자에, ‘여기’라는 단어가 박힌 지면에, ‘여기’라는 단어가 불러일으키는 저마다의 공간에 비가 온다.
한편 ‘비’라는 글자를 읽는 소리와 빗소리를 흉내내보는 소리로 ‘비’와 ‘소리’는 이어진다. 전자는 수많은 동음이의어들과 함께 쏟아지는 비를 넘어선 의미를 품으며, 후자는 빗소리를 딴 언어를 가진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전혀 다른 세계로 확장된다. 이처럼 “비가 온다”라는 얼핏 심상한 문장을 쓰고 그 안에 들어앉아 골몰한 시인은 “하나의 언어가 탄생하고 서서히 소멸하는 시간을 상상”하기에 이른다.

내리는 비를 위해 비, 라고 발음할 때 우리의 상상은 물기와 빗소리와 어두운 하늘 같은 비의 요소들을 불러오지만 상상의 이면에서, 음성의 역사적 차원에서 우리가 발음했던 모든 비, 아닐 비나 슬플 비나 꿀벌 비 등이 비라는 말 속에 잠재되어 있고, 그렇기에 비는 아닌 것, 슬픈 것, 꿀벌과 뒤섞이며 내리는 비를 넘어서게 될 수도 있다.
_「비─소리」

나는 문장으로 비를 해체하고 싶지도 않고 비로 문장을 해체하고 싶지도 않다. 비를 대체할 만한 어떤 문장을 쓰고 싶지도 않다. 비와는 그저 사이좋게 지내고 싶다. 그래서 비가 나에게 오고, 비가 나로부터 가고. 앞으로도 영원히 비가 내리는 시를 쓰고. 그런 시들이 꿈이 되고. 그런 것들을 내내 반복하고 싶다.
_「비─소리」

주체와 객체의 위계를 지울 때 새로이 누릴 수 있는 감각은 김선오 시인이 특별히 잘 감지하는 것 중 하나다. 이번 산문에서도 그는 섬세하게 ‘나/너’ ‘주체/타자’ ‘안/밖’의 위치를 뒤바꾸어 독자로 하여금 전과 다른 눈으로 세계를 인식하게 한다. “봄볕은 개나리와 우리에게 공평하게 쏟아진다. 개나리와 우리는 공평하게 서로 마주본다. 우리의 눈동자가 노랗게 차오른다. 개나리에게 눈동자가 있다면 그 속에 우리가 차오를 것”(「봄—터널」)이라거나 “터널의 안쪽을 세계의 바깥쪽이라 불러도 될까. 세계를 주체의 자리에 놓아보아도 될까. 터널의 안이 세계의 밖이라면 이곳은 아주 작은 밖, 드물게 안보다 작은 밖이다. 안과 밖이 뒤바뀔 때 출구는 입구가 입구는 출구가 될 것”(「봄—터널」)이라는 대목, “글의 입장에서 나의 삶은 글의 숱한 직업 중 하나일지도 모르겠다. 글은 평생에 걸쳐 나를 하고 있는 것이다. (…) 만약 그렇다면, 글에게 그런 입장이 있다면, 어쩐지 조금 좋다. 내가 글을 장악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비—소리」)와 같은 대목은 단단하게 굳은 인식론에 구멍을 내고, 그 안으로 상쾌한 바람이 불어든다.
이렇듯 ‘시차 노트’라는 제목의 ‘시차’란 이 책에서 다양한 층위의 차이를 아울러 쓰인다. 물론 사전적 의미에 가까운 ‘시차’ 또한 아름답게 수놓여 있는데, 가령 이런 대목. 행위 이후에는 그 이전의 시간이 기록처럼, 기억처럼 새겨져 있다는.

접혀 있던 종이를 손이 펼칠 때 종이학, 종이꽃, 종이상자는 사라지고 투명한 직선들만이 형상의 흔적이자 기호로서 종이 위에 남는다. 종이라는 불투명을 가르는 투명, 불투명과 불투명을 구분하는 투명이다. 종이 옆에 놓여 있는 손의 이미지를 통해 우리는 종이 안에 잠재되어 있는 형상들을 본다. 손의 움직임이라는 과정 속에 놓일 때 복원과 파괴의 개념은 같은 얼굴의 다른 표정처럼 쉽게 뒤척인다.
_「눈─손」

오늘은 선물받은 양말을 신자. 발목 부분에 손바느질로 돌고래 무늬를 수놓은 네이비 양말. 그러니까 선물한 이의 손이 앞뒤로 움직이는 모습이 이 양말에 새겨져 있는 셈이다. 손의 진자운동을 상상하며 양말을 신으면 두 발이 커진 것처럼 밟고 있는 땅이 좀더 안전하게 느껴진다. (…) 도에서 레를 끄집어내며 연습을 시작한다. 나의 몸에 반복이 새겨진다. 시간이 새겨지고 울림이 새겨지고 근육이 새겨진다. 바느질하는 손놀림이 양말에 새겨져 돌고래 모양이 되듯 반복은 내 몸의 무늬가 된다.
_「피아노─비유」

이처럼 단어와 단어 사이는 규정하거나 가늠할 수 있는 것들로 메워져 있지 않고, 시인은 그 안에서 자유롭다. 한정된 시공간에 잠시 머무르다 가는 유한한 존재에게 언어란 단순히 도구에 그칠 수 없음을, 그것은 우리를 아주 멀리까지 데려가고, 흔들고, 우리가 우리 아닌 것이 되도록 하는 신비로운 무언가임을 시인은 즐거이 탐색한다. “단어와 단어 사이, 무엇과 무엇 사이의 ‘인력’이 아니라 ‘척력’에 집중하는 것만으로도 넘쳐흐르는 아름다움들. (…) 척력이 깃든 세계의 아름다움, 그걸 이미 이해해버린 시인”(김소연 시인, 추천사에서) 김선오의 ‘시차 노트’는 이제 독자에게 건네어졌다. 우리 두 손에 쥐인 ‘시차 노트’에 어떤 멀고도 가까운 두 단어가 가장 먼저 쓰일지 궁금해진다.

구매가격 : 10,200 원

번역: 황석희

도서정보 : 황석희 | 2023-11-30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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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드풀> <스파이더맨> <작은 아씨들> <파친코>
번역가 황석희의 영화적 일상 에세이

“사실 우리는 누구나 번역가거든요”

“번역가는 대사에서 풍기는 뉘앙스를 판별하는 사람인지도 모르겠다
나는 참 괜찮은 직업을 골랐다”
엔딩크레디트 속 ‘번역: 황석희’ 너머
자막 없이 보는 번역가의 일상 번역

우리 삶에서 ‘번역’이라는 단어를 가장 많이 보게 되는 곳이 있다. 바로 영화관이다. 도서에도 번역은 존재하지만, 표기는 대체로 ‘옮김’이고 저자 이름의 옆 또는 하단에 적혀 있어 부러 찾아야만 만날 수 있다. 하지만 영화관에서 만나는 ‘번역’ 글자는 엔딩크레디트 중에서도 맨 마지막, 그것도 크레디트와 다른 위치에 대체로 큰 글자로 튀어나온다. 우리가 찾지 않아도 저절로 눈앞에 나타나는 거다. 물론 상영관 불이 켜질 때까지 자리를 지킨다면 말이다.
스크린 속 ‘번역’이란 글자 옆에 자연스럽게 떠올릴 이름 석 자가 있다면 ‘황석희’일 것이다. 그 이름이 뜨는 순간 좌석 곳곳에서 “역시 황석희”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번역가로서 잘 알려진 황석희가 이번엔 ‘작가 황석희’로, 관객이 아닌 독자를 찾아왔다. 우리에게 익숙한 문구인 ‘번역 황석희’라는 제목의 책으로.

『번역: 황석희』는 저자가 일과 일상에서 느낀 단상을 ‘자막 없이’ 편안하게 풀어쓴 에세이다. 한 줄에 열두 자라는 자막의 물리적 한계와 정역(定譯)해야 한다는 표현의 제한에서 벗어나 저자는 스크린 밖에서 마음껏 키보드를 두드렸고, 그 자유로운 글들은 SNS에도 올라왔던 몇몇 게시물들과 더불어 한 권의 책으로 만들어졌다. <데드풀> <스파이더맨> <파친코> 등 다양한 작품에서 느꼈던 직업인으로서의 희노애락, 업계에서 일어나는 사건 사고, 언중에 대한 생각과 내밀한 속마음까지. 그는 번역가답게 자기 앞의 일상을 누구나 받아들이기 쉬운 언어로 번역해냈다. 언어학도 번역학도 아닌 이 책의 제목이 『번역: 황석희』로 붙여진 이유 중 하나다.
저자가 해석한 일상은 우리 곁에도 존재한다. 그러니 그의 번역본을 보면 각자가 스스로의 삶을 어떻게 번역하며 살아왔는지, 오역과 의역이 남발하는 이 일상 번역이 서로 얼마나 닮아 있고 다른지를 발견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익숙한 일상을 새로이 번역할 낯선 시선을 하나 얻어갈 것이다.

“늘 정역에 묶여 있는 저는 이렇게 일상을 부담 없이 번역해 세상에 내보인다는 게 묘한 일탈처럼 즐겁습니다. 독자 여러분은 이 책을 어떻게 번역하실지 설레는 마음으로 기대하겠습니다.”
“사실 우리는 누구나 번역가거든요”
나의 일상을 잘 번역하려면

영화 번역은 등장인물의 혼잣말이나 대화, 즉 말을 면밀히 들여다보는 작업에 가깝다. 대본에 적혀 있는 대사는 사람의 입으로 내뱉어지는 순간, 뉘앙스라는 옷을 두르고 새로운 의미를 품기 때문에 번역을 단순 해석이라 말하기엔 부족하다. 저자의 말처럼 번역은 발화자의 표정과 동작, 목소리 톤을 살펴 “뉘앙스의 냄새를 판별”하는 작업이라 봐야 하지 않을까.
그런데 저자는 프롤로그에서 대뜸 “사실 우리는 누구나 번역가”라고 말한다. 번역을 언어 사이의 것으로만 보지 않고, 모든 표의와 상징의 영역으로까지 확장해보면 우리 삶은 번역이 필요한 순간으로 가득하다는 뜻이다.
퇴근 시간이 다가올 무렵, 연인에게서 받은 ‘끝나면 잠깐 보자’라는 문자는 둘 사이 상황에 따라 각기 다른 문장들로 번역할 수 있다. 상사가 눈살을 찌푸리는 순간이 점심시간이 아니라 회의 시간이라면 모두가 긴장한다. 다만, 일상 번역도 언어 번역처럼 정답이 없는 건 마찬가지다. 연인은 그저 심심했을 수 있고 상사는 그날따라 눈이 뻑뻑했을 수 있다.
우리는 서로 모든 것을 다 설명하지 않기에 대화에는 항상 ‘빈칸’이 존재한다. 그 틈을 허투루 알거나 무시해버리면 오해와 자의적 해석이라는 형태로 문제가 발생하고 만다. 그래서 우리는 서로를 세심히 관찰하고 짐작하며 조심조심 다음 ‘대사’를 말할 수밖에 없다. 기실 말은 원래 그리해야 하는 것이기도 하다.

저자는 캐릭터들의 대사를 약 100만 개 가까이 번역하며, 그간 쌓은 노련함을 자신의 현실에 대입한다. 언제든 “마지막일지 모르니까” 말을 함부로 하지 말고, “언어를 무기처럼 구체화하여 사용”하는 “후진 사람”이 되지 말고, “있어 보이는 척” 타인의 노력을 꺾지 말고, 오지랖 같은 “어긋난 호의”를 보이지 말자고. 아직도 번역이 어렵다 말하는 저자지만, 그의 섬세한 작업은 우리의 일상을 배려있게 번역하는 데 아주 큰 도움을 준다.
그럼에도 오역하게 된다면 어쩔까. 그럴 땐 상대에게 정중히 되물으면 그만이다. 감독이나 작가가 이역만리에 있는 영화 번역가와 달리 우리는 다행히도 그 진의를 설명해줄 상대방이 (대개는) 눈앞에 있다. 다시금 뉘앙스의 힌트를 구하고 실수했다면 정정하면 된다. 여러 갈래로 읽을 수 있어 헷갈리겠지만 그 갈림길에는 언제나 예기치 못한 즐거움이 숨어 있다. “일상의 번역은 오역이면 오역, 의역이면 의역 그 나름의 재미가 있”으니까.

구매가격 : 12,600 원

탐정소설의 미스터리

도서정보 : 나쓰메 소세키(夏目漱石) | 2023-11-29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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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본: 『現代教養文庫』 社會思想社(1956)
란포는 추리소설·탐정소설, 괴기·공포소설의 선구자이며 일본 탐정작가 클럽 창립자로 탐정소설계 전체의 발전에 기여하였다. 서지 연구가이기도 한 그가 전후에 입수한 해외 탐정소설 자료로 영미권 작가와 작품을 항목별로 정리한 수필 탐정소설이다. 또한 국내외 탐정소설 문헌을 알기 쉽게 분류한 ‘탐정소설 연구 문헌집’이다. 그뿐만 아니라 트릭에 관해 쓴 ‘탐정소설의 미스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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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를 보는 마음

도서정보 : 노지영 | 2023-11-28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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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의 마음’으로 바라본 시인의 초상,지친 삶을 다독이는 위안과 성찰의 말들
문학평론가 노지영의 다정다감 문학 대담집
이문재, 손택수, 신용목, 김해자, 김경인, 김정환, 강은교, 김기택
우리 시대의 시인 8인에게 묻다

2010년 〈내일을여는작가〉 등으로 데뷔해 진지한 사유와 탄탄한 문장으로 동시대 문학의 지형도를 조밀하게 읽어온 문학평론가 노지영의 문학 대담집 『뒤를 보는 마음』이 출간되었다. 저자는 살피고 염려하고 상상하는 ‘시의 마음’으로 이문재, 손택수, 신용목, 김해자, 김경인, 김정환, 강은교, 김기택 등 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시인 여덟 명을 만나 시의 창작 과정, 시의 본질과 근원을 들여다보며 시가 우리 삶에 주는 의미를 되새긴다.

책의 「서문」에서 저자는 우리가 고통스럽게 돌아보는 팬데믹 시대를 돌파하는 입체적인 사유를 탐색하기 위한 작업으로 본 대담을 기획하게 되었다고 밝히고 있다. 시인은 왜 시를 쓰는가? 시라는 이름으로 나를 다독여주었던 시인들은 잘 지내고 있을까? 겹의 내포를 읽어내기 어려워하는 신문맹의 시대에 시의 미학이란 무엇일까? 다양한 문화향유 현장에서 작가와 독자의 가교 역할을 해온 저자는 이런 질문들을 끌어안고 2021년 봄부터 이듬해 겨울까지 두 해 동안 시의 안부를 묻는 일에 몰두했다.

시적 개성과 목소리가 뚜렷한 시인들을 장소와 거리에 구애받지 않고 직접 찾아다니는 일은 쉽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사람의 마음을 다루는 시’라는 것이 내뿜는 생기를 복원하고, 전달하고자 노력했다. 시인의 시가 탄생된 작업 공간을 취재하고, 그 현장에서 시학에 대한 대화를 이어가면서 시인들의 자취를 기록하는 데 주력했다. 해당 대담마다 사진작가가 동행하여 시인의 작업실과 시적 영감을 주는 시계(詩界)의 풍경들을 담아내기도 했다. 작품을 말하는 시인의 얼굴을 다양한 각도로 촬영하고, 시의 양분을 전달해준 ‘손’의 형체들을 현상하기도 했다. 시인의 에스프리가 담긴 육필 메시지도 매 원고마다 간직해두었다. 원로 시인들의 경우, 생애사 자료를 정리하고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작업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뒤를 보는 마음』은 문단의 중진이자 현업 원로로서, 각자의 방식으로 시의 영역을 확장해온 여덟 명의 시인과 함께 시의 본질과 미학을 탐구하는 대담집이다. 시를 사랑하거나 시에 입문하고 싶은 독자라면 꼭 읽어볼 만한 책이다. 시가 우리 삶에 주는 위로와 울림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시라는 것은 이기고 지는 것을 넘어서서뒤를 돌아다보는 시간을 열어줄 거라 믿습니다.”
나에게 시란 이런 것이다……뒷날의 세상을 상상하며 미등을 켜는 마음

시인은 삶의 고통과 아름다움, 부조리와 희망, 무상함과 허무 등을 시로 표현함으로써 삶의 아름다움과 의미를 궁구하는 존재다. 시인이 시를 쓰는 이유는 저마다 다르지만, 결국 시를 통해 삶의 의미를 찾고자 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갖는다.

첫 대담자 이문재 시인과의 만남은 코로나가 재유행할 무렵 대학 카페에서, 방역수칙을 준수하며 한 시간 동안 이루어졌다. 생태학적 인식을 바탕으로 자연과 인간의 문제를 성찰해온 그는, 최근 관심사인 ‘전환’을 화두로 문학과 현실의 거리를 고민하며, 시의 결정적 순간을 기다리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자신을 성찰하는 시민의 글쓰기를 통해 문명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믿음, 한 줄기 희망을 놓지 않는다.

우리가 추구해야 하는 시학이란 바로 생명을 옹호하는 것이겠지요.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다’는 오래된, 그리고 앞으로도 오래갈 이 핵심적 세계관을 포기하지 않는 시학이 시를 살아 있게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것을 ‘관계의 시학’ 혹은 ‘지구적 상상력’이라고 부릅니다.
_「생명에의 옹호, 이문재」, 본문 중에서

손택수 시인은 일터에 출근하기 위해 매일매일 산길로 걸어다닌다. 그가 즐겨 하는 산책은 초혼하듯 시를 부르는 순간이자 시의 이슬이 맺히는 자리이다. 사무실에 걸린 달력 뒷면에는 입이 하나, 귀가 세 개인 섭(囁)’이라는 한자가 큼직하게 쓰여 있다. 그는 ‘섭’을 올려다보며 머뭇거리면서, 더 자주 멈추면서 더 많이 듣자는 삶의 태도를 새긴다. 이와 더불어 노작홍사용문학관의 살림을 맡으며 기림과 기억에 관한 여러 경험담을 들려준다.

세상의 모든 완성된 시들은 결국 미완성이라는 이야기죠. 이때의 미완은 불완전으로서의 성격도 있지만, 거기에 머물지 않고 오히려 새롭게 도래하는 미래의 시에 대한 약속으로서의 미완을 가리키기도 하겠죠.
_「달력의 이면, 손택수」, 본문 중에서

신용목 시인과의 대담은 그가 일하는 대학의 연구실에서 이루어졌다. 나무로 된 웬만한 소품들은 직접 만들 정도로 그는 나무의 질감을 좋아한다. 소시집 『나의 끝 거창』을 쓰면서 마음뿐 아니라 시작 스타일에도 변화가 있었다는 그는 이제 예전의 초조함이나 무게감을 좀더 덜어내고, 사소하고 일상적이고 날것 같은 느낌이나 감촉을 시의 발화점으로 삼으려 한다. …

세상의 언어가 다 타버린 다음에도 출렁이고 있는 바다 같은 게 있다면 그것이 시라고 생각하는데요. 어떤 슬픔이나 고통이 있다고 할 때, 제가 그 슬픔과 고통을 쓰는 게 아니라, 시가 그것을 저에게 허락하는 거 같다고 느끼거든요. 시는 그렇게 출렁여도 된다고 허락하는 존재죠.
_ 「시인은 그렇게 살겠지, 신용목」, 본문 중에서

김해자 시인은 초보 농사꾼으로 자신을 소개하며 이웃들과의 다정한 이야기와 시에 대한 뭉근한 사유를 들려준다. 그는 자신의 시가 어떤 개념이나 추상이 아니라, 자신이 몸담았던 장소와 함께한 사람들을 따라 이동하고 변화해온 듯하다고 고백한다. 신비와 경외감을 자신을 살게 하는 중요한 자양분이라 말하는 그는 시가 합창이 되고 한 무더기의 춤이 되길 바랐던 시 쓰기의 첫마음을 순전한 몸의 언어로써 지켜나가고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젊은 미래와 아직 태어나지 않은 미래 세대에게 말을 거는 것, 칠흑 같은 안개 속에서 깜박깜박 경고등을 켜는 것, 내가 앞사람을 따라가듯, 뒤에 오는 사람들에게 조용히 불을 비춰주는 것, 저는 그런 것이 시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_「집으로 가는 길, 김해자」, 본문 중에서

김경인 시인의 일상을 채우는 장소는 집과 연구실과 스터디카페다. 시는 주로 스터디카페에서 쓴다. 아무도 없는 가운데서 홀로 깨어 있는 기분으로 밤새 시를 쓸 때의 기쁨은 생활 세계와 창작 세계를 분리함으로써 얻어진 것이다. 시인은 불투명한 것들 속에서 투명성을 발견하는 성찰을 통해 모르는 사람의 그늘을 감각하는 시 쓰기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 불투명한 세상 가운데서도 어떠한 투명성을 가져야 되는가를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것, 그런 성찰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시라서, 저는 시를 쓰는 것 같아요. 너무나 불투명한 것들 가운데서 조금이라도 투명한 것을 찾으려 하는 과정이 우리가 생각하는 상상력이기도 하니까요.
_「겹의 그늘을 읽는 일, 김경인」, 본문 중에서

김정환 시인과의 대담은 “음악으로 커튼을 친” 그의 자택 서재에서 이루어졌다. 문학의 여러 장르를 넘나들며 그 언어를 충돌시키거나 융합하는 방식으로 상투성에 저항하고, 단형시의 완결적 미학이 강조되는 한국 시단에서 예외적으로 장시 창작을 지속하고 있는 그의 문학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가 풀어진다. 그는 축소화된 채로 퇴행하는 출판 현실을 향한 따끔한 조언과 아울러 기본을 전제로 한 비평가의 성실한 책무를 당부한다.

뭐 하러 시를 쓰고 글을 씁니까. 끊임없이 달라져야 하는 거죠. 누가 나보고 변했다고 그럴 때가 있어요. 그럴 때 나는 야, 그렇게 변하려고 기를 쓰는데 사람 변하는 게 그렇게 힘들더라, 오히려 이렇게 답변해요. 그렇게 변하려고 기를 쓰는데도 못 변하는 게 큰 문제입니다.
_「번역들, 김정환」, 본문 중에서

강은교 시인과의 대담은 부산 범어사 근처의 카페에서 이루어졌다. 범어사길은 시인이 소중히 여기는 산책로 중 하나다. 시집과 산문집 등에도 범어사 이야기가 종종 나온다. 한국적 서정에 바탕한 시적 사유를 통해 반백 년의 시력을 이어오며 의미의 모험과 ‘들여다봄’의 순례를 계속하고 있는 시인의 이야기가 잔잔하게 펼쳐진다.

시라는 건 모범 답안이 없잖아요. 서정성도 있고 사상성도 있고 이런 것이 적당히 모두 있어야 하는 것같이 생각하는 모범 답안을 우리가 늘 가정하곤 하는데요. 예술이라는 것은 모범 답안이 없을수록 좋은 거 아니에요?
_「강은교 포에틱 유니버스, 강은교」, 본문 중에서

김기택 시인과의 대담은 그가 일하는 대학의 연구실과 휴게실에서 이루어졌다. 중학교 때 그림을 잘 그렸던 소년이 회사원이 되어 그 시절을 통과하며 시 쓰기를 이어온 내력과 함께, 한 편의 시가 착상되는 순간부터 시어의 외투를 입는 과정, 창작자의 윤리적 고민들이 풀어진다. ‘사물주의자’로 알려진 김기택 시인에 대해 노지영은 ‘만물주의자’로 새롭게 명명한다.

사람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각자 다른 시들이 나올 수밖에 없는 것 아닙니까. 시에서 사물은 존재를 끌어내는 매개체로서 기능하는 것이죠. 저는 시 쓰기가 ‘아직 이름이 붙여지지 않은 생명체’, ‘무엇으로든 변화할 가능성이 있는 느낌으로서의 유동체’에 이름을 붙여주는 일이라 생각해요.
_「시인의 둘레길, 김기택」,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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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전환점

도서정보 : 안진경 | 2023-11-27 | PDF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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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살아가며 생각이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생각을 적은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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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길 위에서

도서정보 : 이용순 | 2023-11-27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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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시집을 이용순의 서정적 상상력이 시의 형식으로 순수 서정에 바치는 일자상서(一字上書)로 읽는다.
“피는 것이 한순간이더니/ 지는 것도 한순간이더라.”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살아가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는 「꽃」 전문이다.
존재의 숙명한 단 두 줄로 표현하고 있는 촌철살인의 에스프리자 오래 잊히지 않을 아포리즘이다.
다시 한번 강조하거니와 그의 인생은 “어머니의/ 흰죽 한 사발”에 뿌리를 대고 있으며, 그의 작품들 또한 “흰죽 한 사발”의 상징 그 언저리에 뿌리를 대고 피어나서 저마다의 아름다움과 향기를 지니고 있는 풀꽃들이다.
- 김선굉의 해설 「순수 서정에 바치는 일자상서」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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