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cm

도서정보 : 조태준 | 2021-07-05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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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곡 <3cm>의 창작 모티브 중 몇몇은 실제에 바탕을 두고 있다. 작가의 대학 시절, 명륜동에 소재한 카페 ‘장 주네’ 여사장이 살해된 사건이 작품의 기원이 되었다. 화가(석현)와 바이올리니스트(지연)의 관계는 작가가 가깝게 지내던 미술과 선배의 젊은 시절 에피소드에서 차용한 것이다. 또 석현이라는 인물의 형상화 과정에는 작가의 개인사가 개입되어 있으며, 작품의 가장 암울한 모티브인 ‘요르단으로 떠난 어머니’, ‘혜화동 태극당 제과’는 작가의 요절한 대학 동기의 사연과 관계있다. 극 중 지연이 개업하려던 카페 상호이자 작품 제목이기도 한 ‘3cm'는 작가가 자주 드나들었던 카페의 실제 상호다.
이처럼 작가의 개인적 경험들이 직조되어 있는 희곡 <3cm>는 ‘진부한 멜로드라마’를 한 편 쓰고 싶다는 작가의 바람에서 출발했다. 결과적으로 그 바람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접점이 없을 것만 같은 화가 석현과 바이올리니스트 지연의 우연한 만남으로 시작되는 첫 장면에서부터 둘이 연인으로 맺어지리라는 예감에 사로잡히게 되지만, <3cm>는 이런 진부한 전개를 따르지 않을뿐더라 멜로드라마다운 결말을 제시하지도 않는다. 대신 목표로부터 끊임없이 미끄러져 내리며 아쉬움과 그리움 속에 살아가야 하는 인간의 숙명이 ‘3cm’라는 숫자로 구체화되어 선연하게 다가온다. ‘작가의 말’에서 ‘3cm’라는 물리적 거리에 담긴 상징적 의미를 확인할 수 있다.

“작품의 제목 ‘3cm’는 어긋남과 그로 인한 필연적인 그리움의 거리를 상징한다. 어쩌면 산다는 건 그 자체가 어디로부턴가 지속적으로 되풀이되는 어긋남 같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 언젠가 확연히 기억하고 있는 나 자신으로부터의 어긋남, 내가 필연이라 믿고 있는 삶의 동기와 과정의 어긋남, 그저 내가 아닌 타인과의 어긋남, 생각과 행동의 어긋남… 동시에 그 어긋남이 야기한 거리(距離)는 그리움의 고통이 내재하는 힘겨운 노력의 다른 이름이 아닐까. 서로의 차이는 다가섬의 동기이자 엇갈림의 징후. 서로를 알아간다는 것은 피차 익숙해진다는 것을 의미하는 동시에 서로를 느끼려는 순간 그것만큼의 불편함을 수반하는 것. 원래 상처 입은 자에 대한 연민은 결핍된 시간의 울타리 안에 쉽사리 구속되지 않는 법이다.” -작가의 말 중에서

2010년 극단 하땅세 제작, 조태준 연출로 대학로소극장 ‘스튜디오 76’에서 초연되었다. 25일간 전 회, 전석 매진을 기록했다. 그 성과를 바탕으로 2010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사후 지원작에 선정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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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이니케 여인들

도서정보 : 에우리피데스 | 2021-07-05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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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비극 작가 가운데 가장 많은 작품이 전해지고 있는 에우리피데스는 여성 인물 묘사에 특별한 재능을 보였다. 이피게네이아, 헤카베, 헬레네, 안드로마케, 메데이아와 엘렉트라까지 신화 속 여성들은 에우리피데스의 손에서 생명력 넘치는 개성적인 인물로 다시 태어났다. 테베와 오이디푸스 가문에 내린 저주 역시 에우리피데스를 통해 이오카스테 관점에서 새로 쓰였다.
에우리피데스보다 먼저 소포클레스가 테베 삼부작이라 부르는 ≪오이디푸스 왕≫, ≪콜로노스의 오이디푸스≫, ≪안티고네≫에서 오이디푸스 신화를 다루었다. 아들을 잃고, 남편을 잃고, 나중엔 아들과 혼인해 그 자식까지 낳은 이오카스테는 오이디푸스만큼이나 비극적인 운명을 타고났지만, 소포클레스 비극에서 그녀는 거의 등장하지 않거나 언급되는 정도로 역할이 미미했다. 에우리피데스는 ≪포이니케 여인들≫에서 이오카스테를 형제 갈등의 중재자로 내세웠다. 오이디푸스가 물러난 뒤 그의 두 아들 에테오클레스와 폴리네이케스가 테베를 1년씩 번갈아 통치하기로 한다. 약속은 1년 만에 깨졌다. 이 일로 형제는 테베 성벽을 사이에 두고 격전을 예고하며 대치한다. 둘의 전쟁은 테베 백성들을 다시 한번 고통에 빠트릴 재앙이지만 섭정 왕 크레온도, 영웅 오이디푸스도 형제를 화해시킬 방책을 내놓지 못한다. 이때 이오카스테가 어머니로서, 테베의 왕비로서 형제를 화해시키기 위해 중재자로 나선다. 소포클레스의 비극에서 침묵해야 했던 이오카스테가 에우리피데스의 <포이니케 여인들>에서 드디어 목소리를 낸다. 비장미 넘치는 이오카스테의 독백은 그녀의 슬픔과 고통, 깊은 절망을 생생하게 전한다.

“이 모든 일에 책임 있는 자를 저주하노라!
탓할 것이 검이든 불화의 여신 에리스든
네 아버지 오이디푸스든
이 일에 책임 있다면 저주하노라!
어떤 신께서 오이디푸스의 가문에
격렬한 혼란을 초래했다면, 그를 저주하노라!
이 일 때문에 고통을 겪은 것은 바로 나니까.”
- 이오카스테의 독백 중에서

에우리피데스는 <포이니케 여인들>에서 이오카스테의 운명, 상실, 고통, 상처, 비탄, 애도에 초점을 맞춰 테베의 비극을 재구성했다. 대부분의 비극에서 에우리피데스는 피할 수 없는 운명의 힘 앞에서 어찌하지 못하는 인간의 한계를 다루었다. 그의 주인공들은 모두 알 수 없는 운명의 힘과 투쟁을 전개하면서 고통받는다. 에우리피데스는 인간이 처한 비참하고 암담한 상황과 조건을 묘사함으로써 고통에 시달리는 인간에게 연민을 보내고 그들의 아픔과 상처를 어루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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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도를 서울에서 만나다

도서정보 : 김종오 | 2021-07-05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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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도를 하염없이 기다리기만 하겠습니까? 고도가 드디어 서울에 왔습니다. 그러나 초라한 등장과 서툰 표현 때문에 그런지 서울 시민들이 고도를 몰라보고 외면하고 있습니다. 고도는 당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객관적 시각으로 고도 여부를 확인해주기를 그는 바라고 있습니다. 사무엘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를 패러디하여 고도의 실체를 밝혀 본 희곡입니다. 서울의 산책로에서 고도를 기다리는 두 사람에게 고도가 결코 오지 않을 것 같다는 절망감에 휩싸인 그들에게 드디어 고도가 나타납니다. 그러나 한 사람은 고도로 인정하지만 다른 한 사람이 부정하면서 갈등을 겪는 이야기입니다.

구매가격 : 3,000 원

성 조앤

도서정보 : 조지 버나드 쇼 | 2021-05-28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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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존하는 극작가 중 가장 뛰어난 사람은 누구인가?” 한 기자의 물음에 쇼는 주저 없이 대답했다. “그야 물론 나지.” 그 자신만만함에는 근거가 있었다. 1925년 스위스 한림원은 “시적이고 아름다운 문체, 재기발랄한 풍자로 이상주의와 인도주의 사이에 놓인 그의 작품을 기리며” 쇼에게 노벨상을 수여했다. <성 조앤>은 쇼가 노벨상을 수상하는 데 직접적인 계기가 된 작품이다. 역사적 인물 잔 다르크를 소재로 한 문학 가운데 가장 독창적인 관점을 보여 준다.

<성 조앤>은 프랑스 시골 마을의 평범한 소녀 조앤이 어떻게 프랑스를 구한 국민적 영웅이 되었는지 보여 주는 작품이다. ‘잔 다르크’라는 이름으로 더 유명한 이 소녀는 알려진 대로 스스로 천사의 계시를 받았다고 주장하며 프랑스의 왕세자 샤를을 도와 백년 전쟁을 프랑스의 승리로 이끌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잉글랜드군에 포로로 잡혔고, 종교재판 결과 이단으로 몰려 화형당했다. 그녀의 극적인 생애는 많은 문학가들에게 영감을 제공했다. 실러는 그녀의 생애를 <오를레앙의 성 처녀>로 극화했고 브레히트는 실러의 희곡을 각색해 <도살장의 성 요한나>라는 작품을 발표했다. 주변의 불신과 압박 속에서도 꿋꿋이 자신의 신념을 지키며 전장의 선두에 선 잔 다르크의 영웅적인 면을 빛나게 묘사한 작품들이다. 세간의 관심은 잔 다르크의 기구한 운명, 사후에야 성인의 반열에 오르는 극적 반전에 몰렸다. 그녀의 영웅성이 빛을 발할수록 그녀를 화형에 처한 종교재판은 부정하고 부당한 심판으로 몰렸다. 결국 잔 다르크의 생애 전체와 사후 복권 과정에 선입견과 편견이 작용하면서 진실과 허구의 경계는 모호해져 버렸다. 잔 다르크에 대한 평가도 왜곡될 수밖에 없었다. 역사적 사실이 신화적 이야기로 각색되면서 잔 다르크는 웅장한 신파극의 주인공에 머물고 만다.
버나드 쇼는 일찍이 잔 다르크라는 인물에 매료되어 있었다. 1913년부터 그녀를 주제로 작품을 쓸 계획을 가지고 있었던 쇼는 10년 만에 희곡을 완성해 초연했다. 장장 세 시간 반에 달하는 공연이었다. 긴 공연 시간을 두고 비판적인 의견이 나오기도 했지만 쇼는 개의치 않았다. 자신의 의도를 정확히 전달하기 위해선 오히려 세 시간도 부족할 지경이었다. <성 조앤>을 출판하며 작품 분량이 맞먹는 긴 서문을 통해 쇼는 직접 공연 시간에 대한 변론을 펼쳤다. 연극이 좋아서 극장을 찾는 진정한 관객에겐 세 시간 반이 절대 긴 시간이 아닐 것이며, 쇼 자신은 바로 그들을 위해 극을 쓴다고 밝혔다. 더불어 잔 다르크에 대해 직접 연구하고 고증한 내용을 열거하며, 이 작품이 잔 다르크와 그녀를 둘러싼 일련의 사건들을 가장 진실하게 묘사한 것임을 입증해 나간다.
쇼는 우선 잔 다르크의 일대기에서 신파적인 요소를 모두 걷어냈다. 그녀가 실제로 천사의 계시를 직접 들었을 거란 추측은 많은 의문이 따를 뿐 아니라 그녀를 거짓말쟁이, 사기꾼으로 매도하는 데 결정적인 근거가 되어 왔다. 오히려 잔 다르크는 남다른 전략과 언변을 갖춘 천재였을 거라는 게 쇼의 생각이다. 또 쇼는 교황청이 그녀에 대한 처결을 두고 일곱 차례나 재판을 열어 가며 숙고하는 과정을 가졌다는 사실에도 주목했다. 결과만을 놓고 당시의 재판이 부정하고 부당했다고 매도할 수는 없었다. 이는 잔 다르크 사후 급박하고 무성의하게 진행된 그녀의 복권 과정에 비한다면 오히려 매우 합리적인 토의를 거친 셈이었다. 이런 역사적 사실에 입각해 쇼는 잔 다르크의 일대기를 다시 꾸며 나간다. 그리고 에필로그를 덧붙여 잔 다르크와 샤를을 비롯해 그녀의 화형과 복권에 관여한 인물들을 다시 소환했다. 전 장면들에 비해 다소 환상적으로 꾸며진 이 장면에서 쇼는 세계가 여전히 잔 다르크 같은 비범한 인물의 출현을 두려워하고 있음을 보여 주며 작품의 주제를 강화한다.
비평가, 정치적 활동가, 논객으로서 쇼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그러나 극작가로서 그에 대한 평가는 확고하다. 전통을 지키면서도 그것을 깨부수고 새로운 경지를 열었다는 의미에서 영문학사상 그의 서열은 셰익스피어 다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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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만찬

도서정보 : 이그나시오 아메스토이 | 2021-05-04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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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그나시오 아메스토이의 희곡에는 스페인 북부 바스크 지역의 특색이 잘 나타난다. 독자적인 언어와 풍습을 가진 곳으로 오래전부터 스페인에서 독립해 자치 국가를 수립하려는 저항 운동이 지속되어 온 곳이다. <마지막 만찬>은 이런 바스크 지역을 배경으로 오랫동안 반목했던 부자의 갈등과 화해를 그린다. 긴 시간 서로 다른 곳을 바라보던 부자가 겨우 함께 하는 식사가 ‘마지막 만찬’이란 사실은 아버지와 아들이 서로를 이해하는 데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지 깨닫게 해 준다. 그리고 그 이면엔 스페인과 바스크 지역의 화합 또한 요원한 일임이 암시되어 있다. 스페인 최고 연극상인 ‘로페데베가상’을 두 번이나 수상한 이그나시오 아메스토이의 대표작이다.
국내 초역이다.

<마지막 만찬>은 스페인 북부 바스크 지역의 지역색이 두드러지면서도 ‘갈등’과 ‘화해’라는 주제를 통해 보편성을 얻고 있는 희곡이다. 혈육이지만 서로를 절대 이해할 수 없었던 아버지와 아들이 마침내 식사 자리에 마주 앉게 되기까지의 과정을 그리고 있다.

바스크 지역 출신인 이그나시오 아메스토이는 주요 장면마다 스페인 현대사의 쟁점들을 배치하고, 바스크에서 나고 자란 자신의 경험을 녹여 스페인, 특히 바스크라는 지역의 개성을 풍부하게 드러낸다. 바스크는 스페인에 속해 있지만 언어와 풍습, 인종이 달라 자치권을 가지고 있다. 오래전부터 스페인에서 독립하려는 움직임이 있어 왔는데, 제2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스페인 정부와의 갈등이 더욱 깊어졌다. 특히 프랑코 체제하에서 정부 탄압으로 바스크의 독립을 주장하던 운동가들이 무수히 처형당한 일은 바스크인들에게 깊은 상처를 남겼다. <마지막 만찬>의 두 주인공 이니고와 하비에르도 바스크의 이런 굴곡진 역사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아버지 이니고는 온건주의 작가로, 아들 하비에르는 급진주의 무장 단체의 일원으로 삶의 노선을 잡으면서 둘은 완전히 갈라선다. 하비에르는 집을 떠났고, 가족들이 모두 떠나간 빈 집에 이니고만 홀로 남았다. 그리고 무려 12년 만에 하비에르가 집에 돌아온다. 이니고는 현관문을 열어 놓고 아들을 기다린다. 부자가 대화의 물꼬를 트고 극적인 화해를 이룰 순간이 가까워진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긴 시간을 돌고 돌아 어색하게 식탁에 마주 앉은 부자의 대화는 여전히 평행선을 그린다.

스페인의 현대사를 접했다면 이 작품에서 이니고가 사회노동당(PSOE)을 지지했고 하비에르가 바스크 독립 투쟁 단체인 ‘바스크 조국과 자유(ETA)’의 조직원이라는 사실을 짐작해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작품에는 이런 사실이 직접 언급되지 않는다. 사회 갈등이 세대 갈등, 가족 갈등으로 이어지는 바스크의 상황은 특정 지역에 사는 일부가 아닌 어느 사회에 속한 누구에게든 재현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한편, 이니고와 하비에르의 대화는 동유럽 사회주의 국가들의 실패와 무력 투쟁의 실패를 인정하고 자본주의의 잔인함에 대해 언급하며 우리 시대를 거울처럼 비춰 준다. 더 나아가, 실존과 불멸, 혁명, 유토피아, 예술 등 형이상학적인 주제들에 대해 철학자들의 글을 여러 번 인용하면서 독자와 관객이 이에 대해 사유하도록 유도한다.

구매가격 : 10,240 원

아버지

도서정보 : 플로리앙 젤레르 | 2021-04-28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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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
<더 파더>의 원작 희곡
<아버지(Le pere)> 국내 첫 출간

아카데미에서 <미나리>와 맞붙는 영화 <더 파더>의 원작

2021년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 남우주연상(안소니 홉킨스), 여우조연상(올리비아 콜맨), 각색상, 미술상, 편집상 등 6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되어 영화 <미나리>와 함께 올 4월 최고 기대작으로 손꼽히는 영화 <더 파더>의 원작 희곡 <아버지>가 출간되었다.

“21세기 최고의 마스터피스!”(The Playlist)

영화에 쏟아진 극찬은 지금껏 동명의 연극이 이룬 성과에 비춰 보면 당연해 보인다. 2012년 초연된 <아버지>는 먼저 프랑스 최고 연극에 수여되는 몰리에르작품상을 수상했다. 전 유럽과 뉴욕 브로드웨이 공연도 성공적이었다. 영국과 미국에서 각각 토니상과 올리비에상을 석권하며 세계무대에서도 작품성과 대중성을 인정받았다. 이를 계기로 프랑스의 떠오르는 스타 작가 플로리앙 젤레르는 세계적 명성을 얻게 되었다. 그리고 <아버지>는 현재 세계에서 가장 많이 공연되는 프랑스어 희곡이 되었다.

플로리앙 젤레르가 프랑스의 원로 배우 로베르 이르슈를 위해 쓴 <아버지>는 세계 각국의 원로 배우들에게도 무한한 영감과 영광을 선사했다. 영국에서는 케네스 크랜햄이라는 유명 노배우가, 미국에선 세 번이나 토니상을 수상한 바 있는 배우 프랭크 렌젤러가 아버지 ‘앙드레’를 열연해 자국에서 최고연기상을 수상했다. 세계적 흥행의 영향으로 <아버지>는 2016년 한국 관객과도 만났다. 이 공연에서 아버지 역할을 맡은 것은 한국의 안소니 홉킨스, 박근형 배우였다. 그는 이 작품으로 40년 만에 명동예술극장 무대에 올라 최고의 연기를 보여 주었다. 박근형 배우는 재밌는 극본 때문에 단숨에 역할을 승낙했다며, “진실성이 묻어나는 역할, 동서양 구분 없이 모두가 공감할 주제”를 작품의 매력으로 꼽았다.

앙드레는 최근 딸이 거짓말을 한다는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 어제까지만 해도 분명 런던으로 떠나야겠다던 딸이 오늘은 파리에 머물 거라고 한다. 남편이 없다고 했는데, 갑자기 한 남자가 나타나 자신을 안느의 남편이라고 소개하고, 사위인 줄 알았던 피에르에 대해 안느는 그저 애인일 뿐이라고 잡아뗀다. 집 인테리어도 조금씩 바뀐다. 날마다 가구가 하나씩 사라지는데 딸은 모르는 척 능청을 떤다. 앙드레는 이 모든 게 딸이 자기 몰래 집 전체를 차지해 버리려는 속셈이 아닌지 의심스럽다. 그게 아니라면 매일 계속되는 딸의 거짓말을 설명할 수 없다. 앙드레의 이 모든 의심은 첫 장면에서부터 암시되듯 앙드레의 치매 때문이다. 하지만 그걸 알면서도 앙드레의 불완전한 기억처럼 혼란스럽게 반복되는 장면들을 지나다 보면 독자는 어느 순간 앙드레와 똑같은 처지가 되고 만다. 앙드레가 마침내 “내가 누구지” 하고 묻기 전까지,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허상인지 모를 혼돈 속을 독자도 똑같이 헤매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아버지>는 치매에 걸린 아버지의 불안한 심리를 해부한 심리 탐사극이다. 과거와 현재, 진실과 허상이 뒤엉키며 뚝뚝 끊어지는 장면들이 기억에 장애를 겪는 앙드레의 상황을 여실히 보여 준다.

한편 딸 안느는 치매에 걸린 아버지를 부양해야 할 책임과 자신의 삶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고령화가 사회에서 치매는 익숙한 일상의 단어다. 당사자뿐 아니라 가족 모두의 일상과 삶을 무너뜨리기에 치매는 심각한 사회 문제로까지 인식된다. 치매 환자 돌봄과 그 가족들의 일상 회복을 위해 국가와 지역사회가 나설 정도다. 이런 현실을 반영하듯 드라마와 영화에서도 자주 치매 환자를 그린다. 대부분 이성의 끈을 놓아 버린 치매 환자와 그 때문에 고통을 겪는 가족들의 모습이 눈물을 자아내는 그런 묘사들이다. 하지만 <아버지>가 치매를 다루는 방식은 좀 다르다. 앙드레는 기억을 조금씩 놓치고는 있지만 아직 위트와 유머를 잃지 않은 사랑스러운 노인이다. 고집이 좀 세고, 사람을 잘 못 알아보고, 했던 말을 또 하는 것 말고는 왕년의 명민함이 여전하다. 그런 앙드레가 점점 자신을 잃어가며 낯선 두려움에 사로잡힌다. 두렵기는 안느도 마찬가지다. 아버지의 눈빛이 자신을 더 이상 알아보지 못한다는 것을 알았을 때 안느는 결국 절망한다. 하지만 그래도 그녀는 아버지를 위해 끝까지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기울인다. 낯섦과 두려움의 연속인 부녀의 하루하루가 덤덤한 일상의 언어로 전해지고 있다. 큰 사건도 없고 따라서 극적인 해결도 없다. 하지만 일상이 살얼음판 걷듯 불안하게 이어지는 장면들은 무섭도록 사실적이다. 그만큼 공감과 울림이 클 수밖에 없다.

현대 가족의 불안한 초상, 가족 삼부작
플로리앙 젤레르는 <아버지>에 앞서 <어머니>를, 이어 <아들>을 발표하며 ‘가족 삼부작’을 완성했다. 모두 과거와 현재, 진실과 허상을 교묘히 뒤섞어 현대 가족 구성원의 불안한 심리를 탐색한 작품들이다. 지만지드라마에서는 그중 작가가 자신의 어머니를 떠올리며 쓴 희곡 <어머니>(임선옥 역)를 함께 출간한다. 자녀들을 모두 독립시키고 ‘빈 둥지 증후군’을 겪는 어머니의 심리를 깊이 들여다본 작품이다. 2016년 국립극단 기획으로 <아버지>와 교차 상연되며 국내 관객과 처음 만났다. 윤소정 배우가 어머니 역을 맡아 우울과 광기의 경계에 선 중년 여인을 완벽히 연기하며 화제를 모았다. <아버지>가 플로리앙 젤레르를 세계적 작가로 부상해 준 작품이라면 <어머니>는 프랑스 스타 작가의 탄생을 알린 작품이라 할 수 있다. 곧이어 가족 삼부작의 마지막 작품인 <아들>(임선옥 역)도 출간될 예정이다.

동시대 프랑스 연극의 최고 극작가, 플로리앙 젤레르
플로리앙 젤레르(Florian Zeller, 1979∼)는 오늘날 프랑스 연극을 대표하는 극작가이자 신예 소설가다. 2002년에 첫 소설 ≪인공 눈(Neiges artificielles)≫을 발표해 ‘아셰트 문학상’을 수상하며 프랑스 문단에 데뷔했다. 2004년 파리 마튀랭 극장에서 첫 희곡 <타인(L'Autre)>을 공연하여 관객들의 환호와 비평가들의 격찬을 받았다. 이후 불과 10여 년 동안 6편의 소설과 10편의 희곡들 발표했으며, 그중 절반은 프랑스의 저명한 문학/연극상을 수상했다. 그에게 세계적인 명성을 안겨 준 것은 일곱 번째 희곡 <아버지(Le Pere)>(2012)다. <아버지>는 2014년 브리가디에(Brigadier)상과 몰리에르상 3개 부문을 석권했고, 영국에서 UK 연극상(2015), 이브닝 스탠다드 최고연극상(2015), 로런스 올리비에상(2016), 미국에서 토니 최우수작품상(2015)을 수상했다. 2016년 <아버지>는 이스라엘 연극아카데미 최우수상을 추가로 수상했고, 오늘날 해외에서 가장 좋아하는 프랑스 연극 중 하나가 되었다. 프랑스의 유력한 주간지 ≪렉스프레스≫는 30대인 플로리앙 젤레르를 동시대 프랑스 최고 극작가로 평가한다. 야스미나 레자, 장뤼크 라가르스, 조엘 폼므라, 플로리앙 젤레르가 주도하는 동시대 프랑스 연극은 과학 기술과 시장 경제의 횡포, 이념의 공백, 일상에 편재한 폭력, 인간관계의 단절과 자기 소외 등 당대의 사회 문제들을 천착하면서 연극 양식의 실험에도 주력해 왔다. 특히 플로리앙 젤레르는 아방가르드극과 풍자희극을 혼합한 포스트모던극 형태로 단조로운 일상생활의 지하 동굴을 탐사하고 있다.

구매가격 : 10,240 원

어머니

도서정보 : 플로리앙 젤레르 | 2021-04-28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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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로리앙 젤레르는 현대 프랑스 연극을 대표하는 극작가다. 가족 삼부작인 <아버지>, <어머니>, <아들>이 연이어 무대에 오르며 국내에서도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삼부작을 여는 첫 희곡 <어머니>는 ‘빈 둥지 증후군’에 시달리는 어머니의 내면을 깊이 들여다보고 있다. 작가가 장성한 뒤 자신의 어머니를 떠올리며 창작한 것으로, 어머니에 대한 미안한 마음에서 출발한 작품이다. 불안감에 사로잡혀 우울과 광기의 경계에서 방황하는 어머니의 모습을 통해 가족의 의미, 관계, 정체성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부모가 된 후 어머니를 생각하고 쓴 연극, <어머니>
플로리앙 젤레르는 현재 프랑스에서 가장 두드러진 활약을 보여 주는 극작가다. <어머니>를 시작으로 <아버지>, <아들> 이른바 가족 삼부작을 완성하며 현대사회 가족 문제를 다각도에서 조명했다. <어머니>는 2010년 초연되어 몰리에르상을 수상한 이후 유럽 전역에서 잇달아 큰 성공을 거두었다. 프랑스의 새로운 스타 작가가 탄생한 순간이었다. <어머니>는 작가가 부모가 되어 자신의 어머니를 생각하며 쓴 글이다. 자식이 생기고, 자식에게 아낌없는 사랑을 주면서, 자신 또한 어머니로부터 그런 헌신적인 사랑을 받았던 때가 떠올랐는데 그때 스스로가 배은망덕한 아들처럼 느껴졌다고 한다.

<어머니>는 자녀들을 모두 독립시키고 ‘빈 둥지 증후군’을 겪는 어머니 안느의 심리를 해부한 이른바 ‘심리 탐사극’이다. 전업 주부로 자녀들과 남편을 뒷바라지해 온 안느는 모두에게 버림받고 빈집에 홀로 남겨질지 모른다는 불안을 술과 약으로 떨치려 한다. 아들 니콜라에 대한 집착은 병적으로 커져 가고, 남편이 외도 중일 거란 의심이 그녀의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는다. 그녀가 우울과 광기의 경계에서 방황하는 모습을 남편과 아들은 무기력하게 지켜볼 수밖에 없다.

오랜 시간 가족에 헌신해 온 어머니가 중년에 이르러 자녀들이 더 이상 자신의 헌신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을 때 느낄 상실감이 어떠할지 짐작하는 것은 별로 어려운 일도 아니다. 이 희곡에서처럼 오늘날 많은 중년의 어머니들이 가족의 무관심 속에서 깊은 우울을 경험하고 있기 때문이다. 젤레르는 그런 어머니의 내면을 깊이 파고들어 간다. 그리고 분열된 그녀의 자아를 뚝뚝 끊어지는 장면들로 제시한다. 마치 언제 꺼져 버릴지 모를 깜박이는 전구처럼 어머니의 심리는 불안하기만 하다.

어머니에 대한 죄책감에서 출발한 작품이지만 젤레르는 이 희곡을 ‘눈물과 후회의 연극’으로 완성하지 않는다. 대신 어머니 안느의 불안 심리와 그 때문에 가족들이 시달리는 상황을 교차로 보여 주어 독자를 혼란에 빠트리면서 오히려 유희를 시도한다. 환상인지 실제인지 모를 장면들의 반복 속에서 독자는 안느의 집착적인 사랑에 진저리를 치다가도 안느와 함께 남편과 아들을 의심하게 되는 것이다. 이 유희의 결말은 전적으로 독자의 선택에 달린다. 안느를 이해하게 되거나 안느를 저버리게 되거나.

이런 연극적 유희는 이후 플로리앙 젤레르만의 개성적인 극작 스타일로 굳어진다. 이어 발표된 <아버지>, <아들> 역시 똑같이 실제와 환상을 마구 뒤섞는 방식으로 독자를 혼란에 빠트리며, 독자의 선택으로 작품의 메시지가 완성되도록 하고 있다. 마지막 퍼즐 조각을 독자가 맞추게 함으로써 작품을 완성하는 이런 구성은 작품에 대한 공감의 폭을 무한히 확장시킨다. 젤레르의 희곡이 세계에서 가장 많이 공연되는 이유 중 하나다.

구매가격 : 10,240 원

머릿속의 새들

도서정보 : 팔로마 페드레로 | 2021-03-30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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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로마 페드레로는 현재 스페인에서 가장 중요하고 혁신적인 극작가다. ≪머릿속의 새들≫은 ≪밤의 유희≫에 이은 그녀의 두 번째 희곡집이다. 젠더와 섹슈얼리티 주제에 집중되어 있던 그녀의 관심은 두 번째 희곡집에서 인종 차별, 세대 갈등, 테러리즘, 폭력 등 좀 더 다양한 사회적 이슈들로 확장된다. 팔로마 페드레로가 특유의 미니멀한 무대와 대사를 통해 재현한 일상의 순간들은 익숙하면서도 낯설다. 평범한 공간, 보통의 대화 가운데 도사리고 있던 현대 사회 문제들을 부각해 보여 주기 때문이다. 작품별 서문에서 작가가 직접 창작의 첫 아이디어와 결말에 담긴 메시지를 밝혔다. 국내 초역이다.

스페인에서 가장 주목받는 신예 극작가 팔로마 페드레로의 두 번째 희곡집 ≪머릿속의 새들≫에는 여섯 편의 희곡이 실려 있다. 젠더와 섹슈얼리티 주제에 집중하고 있는 ≪밤의 유희≫와는 달리 두 번째 희곡집에서 그녀의 관심사는 사회 전반으로 확장되었다. 여섯 작품은 폭력과 테러리즘, 인종 차별, 세대 갈등 등을 다룬다. 특정 계층이나 국가에 한정되지 않는, 보편적인 문제들이다.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 또한 곧바로 우리의 일상 관계에 대입할 수 있는 보통의 사람들이다. 그래서 등장인물이 직면하고 있는 내적, 외적 갈등은 곧 우리의 문제로 와 닿는다.
<성난 눈빛의 강아지들>은 타인에 대한 혐오를 폭력적으로 드러내는 두 청소년을 보여 준다. 성소수자, 유색 인종, 부모에 대한 조롱이 점차 걷잡을 수 없는 분노와 폭력으로 폭주한다. 누군가에 대한 혐오를 드러내는 데 거침이 없는 농담과 조롱은 실제 우리 일상, 아주 가까운 주변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폭주하는 주인공들을 보며 간담이 서늘해지는 이유다.
<다른 방에서>는 우리 시대의 새로운 모녀 관계를 탐색하고 있다. 오랫동안 대부분의 ‘어머니’는 당연하다는 듯 가족을 위해 참고 희생했다. 출산과 육아를 도맡느라 사회 활동에도 제약이 있었다. 딸들은 자라면서 “엄마처럼 살지 않겠다”고 다짐하게 됐고, 어머니들은 딸들이 그렇게 자립하는 걸 지켜보며 알 수 없는 허탈감에 사로잡혔다. “엄마처럼 살지 않겠다”고 다짐했던 딸들은 이제 ‘어머니’나 ‘아내’로 자기 역할을 한정하지 않는다. 사회적 편견, 불공정한 구조 속에서 어렵게 교수가 된 파울라도 마찬가지다. 그런 그녀에게 딸 아만다가 “내가 필요할 때 엄마는 언제나 내 옆에 없었어, 엄마는 자기밖에 몰라”라며 불만을 토로한다. 파울라 역시, 자신의 어머니가 그랬던 것처럼, 딸에게 존경받는 자랑스러운 어머니 되기에는 실패한 것이다. 새로운 유형의 모녀 갈등이 여성 앞에 또 다른 과제로 떠오르는 순간이다.
<3월 11일의 아나>는 2004년 스페인 아토차 역에서 벌어진 폭탄 테러 사건을 다룬다. 사건은 팔로마 페드레로의 관점과 시선에서 재구성되었다. 엄청난 사상자를 냈고, 국제사회의 정치, 종교, 경제적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힌 사건이었지만 무거운 주제와 거대 담론을 비껴간다. 대신 평소처럼 출근하려고 열차를 탔다가 변을 당한 한 남자를 현미경으로 관찰하듯 세세히 들여다본다. 그에겐 어머니 ‘아나’, 아내 ‘아나’, 애인 ‘아나’라는 세 여자가 있었다. 그의 죽음으로 세 여자의 일상과 삶은 무너져 내린다. 세 명의 ‘아나’가 번갈아 독백하며 3월 11일 현재 자신에게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진술한다. “이슬람 무장 세력에 의한 스페인 아토차 역 폭탄 테러”라는 추상적인 사건이 ‘아나’들의 독백을 통해 비로소 구체적으로 와 닿기 시작한다.
이외에도 잘나가는 커리어우먼 ‘루시아’와 행상으로 생계를 이어 가는 눈먼 청년 ‘앙헬’의 하룻밤을 동침을 그린 <밤의 눈>, 원로 극작가의 생애 마지막 순간을 통해 존엄을 지키며 죽는 것의 가치와 의미를 묻고 있는 <터널 속의 새>, 자신들의 이야기를 들려주기 위해 ‘햄릿’ 무대를 점거한 거리 부랑자들의 연극 <압류>까지 총 여섯 편의 희곡에서 팔로마 페드레로는 다양한 주제에 대해 탐구한다. 그리고 일상의 순간, 평범한 사람들로부터 이야기를 펼쳐 나가며 이런 주제가 거대 담론, 관념으로만 존재하는 게 아니라 작품을 읽는 독자 개인이 당장 직면한 문제임을 피부로 느끼게 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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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우리스의 이피게네이아

도서정보 : 에우리피데스 | 2021-02-28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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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그리스 비극 작가 가운데 여성 캐릭터 묘사에 특출했던 에우리피데스는 여성 인물을 내세운 작품을 유독 많이 남겼다. <타우리스의 이피게네이아>도 그중 하나다. 이피게네이아는 고고한 희생과 용서의 태도로 피를 피로 되갚는 무한 복수의 고리를 끊어내고 존속살해로 이어지는 비극의 역사를 끝낸다. <아울리스의 이피게네이아>에 이어지는 내용으로, 아가멤논 가문에 내린 저주의 대단원에 해당한다.

그리스 비극 작가 가운데 가장 많은 작품이 전해지고 있는 에우리피데스는 여성 인물 묘사에 특별한 재능을 보였다. 이피게네이아, 헤카베, 헬레네, 안드로마케, 메데이아와 엘렉트라까지 신화 속 여성들은 에우리피데스의 손에서 생명력 넘치는 개성적인 인물로 다시 태어났다. 그중 이피게네이아는 에우리피데스뿐만 아니라 라신, 괴테 등 후대 극작가에게 영감을 준 인물이다. 아가멤논과 클리타임네스트라의 딸로 아버지 아가멤논에 의해 희생되는 비극적 운명을 타고났다. 신은 트로이와의 전쟁에 나서려는 그리스군에 다른 누구도 아닌 이피게네이아의 순결한 피를 대가로 요구했고, 아가멤논은 대의를 위해 딸의 목에 직접 칼을 겨누어야만 했다. 에우리피데스는 <아울리스의 이피게네이아>와 <타우리스의 이피게네이아> 두 작품에서 무고한 이피게네이아의 희생을 묘사하며 “신적 정의란 무엇인가?” 묻는다.
<타우리스의 이피게네이아>는 <아울리스의 이피게네이아> 후속편이다. 전쟁을 위해 제물로 바쳐진 이피게네이아가 살아남아 타우리스의 사제가 된 사연을 비추며 시작된다. 이어 전쟁이 끝난 뒤 고통스런 삶을 이어 가고 있는 인간들의 모습이 재현된다. 그리스 전군을 진두지휘했던 아가멤논은 아내의 손에 살해당했고, 오레스테스는 복수의 여신들에게 끝없이 쫓기는 신세다. 헬레네는 트로이와 그리스 여인들의 공공의 적이 되었고, 메넬라오스는 헬레네를 되찾았지만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한 채 망망대해를 헤맨다. 트로이 전쟁의 최초 희생자였던 이피게네이아만이 타우리스라는 낯선 땅에서 사제로서 소명을 다하며 무사한 날들을 보내고 있는 듯 보인다.
그리스 극에서 인간은 항상 왜소한 모습이다. 모든 것이 이미 운명으로 예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불가해한 신의 힘이 운명을 좌우하며 그 속에서 인간은 절대 의지대로 살아갈 수 없다. 모든 시련과 그 극복에 신의 뜻이 개입되다 보니 인간은 그저 신들의 놀이판 위에 놓인 말처럼 보인다. 하지만 에우리피데스는 인간을 신들의 꼭두각시로 묘사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성을 발휘해 절제하는 인간, 인간적 존엄과 가치를 실현하는 인간상을 제시한다. 이피게네이아는 대가를 바라지 않는 희생, 지극한 가족애, 용서를 베푸는 태도로 인간이 왜 만물의 영장인지를 보이는, 에우리피데스적 인간이라 할 수 있다.

구매가격 : 10,240 원

참령 바바라

도서정보 : 조지 버나드 쇼 | 2021-02-28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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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존하는 극작가 중 가장 뛰어난 사람은 누구인가?” 한 기자의 물음에 쇼는 주저 없이 대답했다. “그야 물론 나지.” 그 자신만만함에는 근거가 있었다. 1925년 스위스 한림원은 “시적이고 아름다운 문체, 재기발랄한 풍자로 이상주의와 인도주의 사이에 놓인 그의 작품을 기리며” 쇼에게 노벨상을 수여했다. <참령 바바라>는 쇼의 작가적 역량이 가장 원숙했던 시기에 발표되었다. 현실과 이상, 신구 세대의 갈등을 고도의 상징을 통해 보여 준다.

<참령 바바라>는 백만장자의 딸이자 백작의 손녀로 사회적 부와 지위를 모두 타고났지만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구세군 일원이 되어 빈민 구제에 앞장 서는 여성 바바라를 주인공으로 하고 있다. 그녀의 이상은 죄지은 이웃들을 회개의 길로 인도해 영혼을 구제하는 데 있다. 하지만 절도와 폭력, 음주와 도박의 죄악이 ‘빈곤’ 가운데서 더욱 만연한 현실 앞에 바바라는 딜레마에 빠진다. 이웃의 영혼을 구제하기 위해선 이들을 먼저 가난에서 구제해야 하고, 가난을 물리치기 위해선 막대한 자본이 필요하며, 막대한 자본은 ‘전쟁’이라는 크나큰 죄악으로부터 나오기 때문이다.
카를 마르크스의 ≪자본론≫에 경도되어 직접 좌파 단체인 페이비언 협회를 설립하기도 했던 버나드 쇼는 극 중 언더샤프트에 자신의 사회, 정치적 관점을 투영하며 참령 바바라의 이상주의를 거세게 뒤흔든다. 언더샤프트의 말대로라면 “가난이야말로 가장 큰 죄악”이다. 죄에 빠진 영혼을 구하기 위해 필요한 건 기도가 아니라 풍족하게 먹을 음식과 안전한 집이다. 그리고 군수업자 언더샤프트에겐 모두에게 음식과 잘 곳을 제공할 수 있을 만큼 막대한 재산이 있다. 끔찍한 전쟁으로 벌어들인 돈이다. 언더샤프트가 깨우쳐 준 무자비한 현실 앞에 바바라의 신념은 속수무책 무너지기 시작한다.
<참령 바바라>는 선과 악을 구분하는 기준을 흔들고 종교와 낡은 도덕 관념에 교묘히 가려져 있던 현대사회의 속성을 보여 준다. 비록 현실과 타협해 살아가고 있지만 여전히 영혼의 고귀함과 인간 존엄을 믿고 바라는 우리 모두에게 <참령 바바라>에 비친 쇼의 냉소주의는 더욱 차갑게 와닿는다.

이 책에는 작품 전체 분량에 맞먹는 길고 긴 서문이 실려 있다. <참령 바바라>를 향한, 나아가 쇼를 향한 세간의 비판과 오해를 잠재우기 위한 글이지만 여기서 우리는 아일랜드 극작가로서 쇼의 뿌리를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쇼는 자신을 굳이 유럽의 사상가, 작가와 연결지으려는 비평가들의 시도를 열거한 뒤 자신의 뿌리가 유럽 대륙이 아닌 아일랜드에 있음을 밝힌다. 자신에게 붙는 ‘입센주의’라는 수식을 정면 반박한 것이다. 이어 후반부엔 <참령 바바라>의 사상적 배경이 되는 유물론 관점을 직접 강설한다. 작품에 대한 작가 자신의 해설인 셈이다. 쇼와 그 작품을 이해하는 데 부족함이 없는 텍스트다.
비평가, 정치적 활동가, 논객으로서 쇼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그러나 극작가로서 그에 대한 평가는 확고하다. 전통을 지키면서도 그것을 깨부수고 새로운 경지를 열었다는 의미에서 영문학사상 그의 서열은 셰익스피어 다음이다.

구매가격 : 19,840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