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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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의 도시인

도서정보 : 안대회 / 문학동네 / 2022년 12월 30일 / EP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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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재기로 한몫 벌어보려다 망한 팽쟁라
지역 별미 다 싫고 서울 맛만 좋다는 심노숭
나무꾼 노비 정초부가 우아한 시로 읊은 애환
군칠이집에선 밤늦도록 술과 안주를 파는데 양반은 비구니와 열애중

돈 앞에 솔직, 연애엔 진심
도회지 탄생! 욕망하는 도시 18세기 한양
온갖 인간 군상이 들끓던 조선 후기의 활력


뒤죽박죽. Upside Down & Inside Out.
18∽9세기 조선은 뒤죽박죽 모든 것이 뒤집히고 근엄한 도덕 안에 꼭꼭 잘 감춰두었던 인간 본연의 자연스런 성정과 욕망이 삐죽삐죽 튀어나오기 시작하던 때였다. 한문학을 현대적 필치로 대중에 소개해온 안대회 교수가 『한양의 도시인』에서 조선 후기의 활력을 생생하게 그려냈다.
조선 후기 한양은 낄낄거리며 잡담을 나누는 시정 사람들, 물건을 사고파는 활력으로 넘쳐났다. 나무나 하러 다니는 줄 알았던 노비가 시를 지어 선비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시회에 당당히 입성했다. 대부업으로 부자가 된 도시 남자 남휘는 재력으로 비구니를 유혹해 연애한다.
당대 문헌과 한시를 따라 조선 후기 사회를 들여다보면, 우리가 알고 있던 ‘유학에 갇힌 조선’이란 틀에 의심이 간다. 인간 욕망의 긍정과 계층을 가리지 않고 발현된 창작 욕구에서, 우리는 조선의 도회지 풍경을, 문화의 번성과 자유로운 정신의 맹아를 발견한다.
이 책에서는 ‘욕망’과 ‘사랑(연애)’, ‘취향’과 ‘여항인’이라는 렌즈로 한양을 들여다본다.

탐식가 심노숭
까탈스런 심노숭은 서울 맛만 좋아했다. 그는 진심어린 탐식가였다. 여행중이라 한동안 면을 먹지 못하자 월정사에서 직접 국수를 뽑아 먹으려 시도할 정도였다. 그는 맛과 같은 감각적 쾌락을 저급하다 여기지 않고 적극 표출했다. 서울 스타일의 음식맛을 자각한 식도락가이자 음식 비평가로 다양한 음식을 품평했다. 메밀국수를 좋아했다. 고기는 다 좋아해서, 각종 일기에 고기를 향한 탐욕을 고스란히 기록해두었다. 오래 먹을 수 있는 밑반찬으로 장조림을 늘 준비해뒀고, 개장국을 사철 즐겼으며, 닭국과 꿩고기를 자주 먹었다. 평양의 오수집 고기맛을 섬세하게 묘사했고, 특별히 난로회 요리를 좋아했다. 그가 즐긴 난로회에서는 벙거짓골에 소고기를 구워 먹고 신선로까지 곁들인 것으로 보인다.

욕망 긍정, 솔직하게 밝히는 게 뭐 어때서
한시에서 결핍된 것은 유독 사랑이었다. 하지만 18세기에 귀공자 남휘와 비구니의 연애를 노래한 애정가사 「승가僧歌」 세 편이 대중을 사로잡는다. 이미 혼인한 부자 양반 남휘와 출가한 여승의 사랑을 그린 가사다.
조선시대 사회의 관습과 전통은 젊은 남녀의 자유연애를 허용하지 않았다. 그러나 보편의 감정은 금기에 맞선다. 「승가」에는 금지된 연애 실화가 깔려 있고, 젊은 도시 남녀의 욕망이 표출돼 있다.
재미있는 것은 남휘가 대부업으로 치부한 양반이며 여승을 유혹할 때도 호강시켜주겠다고 거듭 강조한 대목이다. 남휘가 비구니에게 자기에게 오라고 설득하는 대목 중 일부다.

고사리 삽주 나물 맛이 좋다 하거니와
염통산적 양볶이와 어느 것이 나을손가.
모밀잔의 비단끈을 종요롭다 하거니와
원앙침 호접몽이 어느 것이 좋을손가.

절에서 먹는 푸성귀도 맛이 좋기야 하겠지만 염통산적이나 양볶이 같은 고기 요리만 하겠는가? 혼자 지내는 것보다 신혼의 단꿈이 훨씬 더 낫지 않은가? 남휘는 물질적이고 현실적인 쾌락으로 비구니를 설득했다. 비구니가 남휘의 구애를 받아들인 데 낭만적 사랑이 없지는 않으나 현실적 부귀영화를 약속하는 유혹에 넘어간 면도 있다. 「승가」에서는 물욕과 연애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시정 사람 다룬 『추재기이』, 장안 사로잡은 노비의 시
조선 후기를 읽는 또다른 키워드는 ‘여항인’이다. 잊힌 자,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던 시정 사람들의 생활과 정서를 묘사한 문학이 등장했다. 사대부 담론을 피하고 굳이 촌스러운 고담을 하겠다던 희대의 이야기꾼 조수삼의 『추재기이』를 통해 하등의 교훈도 전해주지 않는 날것 그대로의 인간 군상을 돌아봤다. 그는 틀에 안주하여 인생을 산 사람에 대해서는 일부러 관심을 표명하지 않고 굳이 시장 바닥의 마이너리티를 탐구했다. 의리를 아는 거지 왕초 달문, 음란한 소리를 잘 모사하는 의영, 사재기로 한몫 벌어보려는 사심을 품었다가 잘나가던 부잣집 아드님에서 알거지로 쫄딱 망한 팽쟁라 등 당대 기이한 인물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그간 문화 사각지대에 있던 천민 계층조차도 적극적으로 자신의 예술세계를 펼쳐보인다. ‘정씨 나무꾼’을 뜻하는 정초부는 노비로서는 드물게 한시를 짓고 한양 양반들에게 이름을 알렸다. 현학적 표현을 배제한 맑고 담백한 한시로 장안을 사로잡았다. 노비 출신 시인 홍세태는 국왕의 찬사까지 들었다. 영조는 “천류 홍세태라고 부르는 것이 말이 되는가? 이렇듯이 사람을 모욕한다면 모면할 자가 누가 있겠느냐?”라고 그를 두둔했다. 영조는 유달리 홍세태를 높이 평가해 문집을 대궐로 들이라 하여 읽기도 했고, 그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만월대의 노래滿月臺歌」를 아주 아름다운 작품이라 칭찬했다.

카메라 옵스큐라 한양
한양의 떠들썩한 활기를 활동사진처럼 묘사한 「성시전도시」를 통해 한양을 본다. 「성시전도시」는 정조의 기획으로, 그는 고위 관료들에게 한양을 시로 묘사하라고 지시했다. 본래 <성시전도>(성곽으로 둘러싸인 도시, 즉 한양 전체를 그린 그림)가 존재했는데, 한양을 그림이 아닌 시로 묘사한 작품이 「성시전도시」다. 시인들은 어명을 받고 쓴 시에서 세속 한양의 면면을 그려냈다.
「성시전도시」 15편 가운데 유난히 돌출한 작품은 박제가의 시다. 그는 창덕궁과 창경궁, 경희궁의 묘사로 시작한 뒤 바로 시장 묘사로 들어갔다. 앞부분은 아래와 같다.

두부 파는 광주리는 탑처럼 높이 쌓였고
오이 담은 망태기 코는 노루 눈처럼 듬성듬성.
꽃게 상자 머리에 이고, 등에는 아이 둘러업고
갯가 아낙 머리쓰개는 푸르딩딩 무명천이로군.
어떤 자는 무게 재보려고 닭 한 마리 들고 섰고
어떤 자는 꽥꽥 소리 누르며 돼지 두 마리 짊어졌고
어떤 자는 땔감 바리 사서 소고삐 끌고 가고
어떤 자는 말 이빨을 본답시고 허리춤에 회초리 꽂고
어떤 자는 눈을 꿈쩍꿈쩍 거간꾼을 불러대고
어떤 자는 싸움 말리며 잘 지내라 타이른다.

시인은 자신의 역량을 시장 묘사에 쏟았다. 독특한 시선이 분명하다.
그리고 그 시선을 이어받아 저자는 『한양의 도시인』에서 조선 후기의 인정물태를 오늘날 독자들에게 전한다.

구매가격 : 12,000 원

갈수록 자연이 되어가는 여자(문학동네시인선 183)

도서정보 : 김상미 / 문학동네 / 2022년 12월 27일 / EP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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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두려운가

장미꽃이 활짝 피려면 한참을 더 기다려야 한다”

뒤돌아보는 시선에서 비로소 피어나는
두려움 없는, 지지 않는 내일의 시

문학동네시인선 183번으로 김상미 시인의 다섯번째 시집을 펴낸다. 1990년 『작가세계』를 통해 등단한 이래 박인환문학상, 지리산문학상, 전봉건문학상 등을 수상하며 “자신의 개인적 체험을 공적인 차원으로 전환하여 생의 진실과 비밀에 마주치게 하는 능력을 갖고 있다. 자유로우면서도 절제된 시인의 화법, 유사한 시어의 반복을 통해 리듬과 변화를 창조하는 그의 매혹적인 표현법은 이제 어떤 경지에 이른 듯하다”(전봉건문학상 심사평에서)는 평을 받은 시인은 삼십여 년의 시력 동안 한시도 시의 곁을 떠나지 않고 자신의 시세계를 공고히해왔다. 그런 시인이 이번 시집 『갈수록 자연이 되어가는 여자』에 이르러 “설사 시가 아니라 해도/ 삐뚤삐뚤, 비틀비틀, 넘어지고, 엎어지면서도/ 나는 계속 시를 써왔다”(‘시인의 말’에서)는 말을 증명하듯, 메마른 어제의 생에서 기어코 건져올린 시어들로 어느 때보다 절실하고 순정하게 시쓰기와 ‘시인 됨’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그러나…… 그럼에도
머리에서 발끝까지 제대로 입히고 먹여줄 게 시밖에 없어
뜬구름 잡듯 또다시 펜을 집어든다
(……)
허기지고 굶주린 시 속으로
미치고 미치다 꺼꾸러진 희디흰 뼛가루
그 위에 던져진 한 떨기 백합처럼
결코 나를 놓아주지 않을 시 속으로……
_「시인 앨범 7」 부분

시인이 지나온 어제는 그리 녹록지 않다. 그곳은 아이들이 “굶주려 죽어가”거나 “매맞고 버림받”은 채 “현실에 등돌”(「보이지 않는 아이들」)리고, “싸구려 환상들이 푸른 나무들을 좀먹고 분노한 바다들이 다정한 배들을 삼키고 있”(「거기, 누가 있나요?」)는 곳이다. 고단하고 거친 어제를 겪어낸 시인에게 세상은 “절대 영혼에 기대지 말고 내면의 모든 불협화음을 잠재”운 채 “그저 살아 있는 시체처럼”(「살아 있는 시체들의 나라」) 살 것을 종용한다.

그러나 “온몸과 온 마음에 비통과 회한뿐일 때”(「문학이라는 팔자」) 시인이 택하는 것은 영혼에 기대어 내면의 모든 불협화음을 다시금 일으키는 일, 다시 말해 문학을 정면으로 마주하는 일이다. 점심값을 아끼고 처음 받은 용돈을 털어가며 사 읽었던 책들(「그리운 아버지」)과 지옥에 살고 있는 것만 같은 순간에 마주하게 된 시집들(「동네 서점에서」), “문학이라는 팔자”(「문학이라는 팔자」)를 타고난 이들이 남기고 간 작품들은 시인에게 시인으로서의 운명을 일깨워준다. “문학에 있어서나 삶에 있어서나 더럽게 불운하고, 더럽게 치열하고, 더럽게 품격 있고, 더럽게 자존이 강했던” 어제의 문인들은 하나같이 불우한 삶을 겪어냈음에도 불구하고 시인에게 “그 지독한 불운과 죽음을 훌쩍 뛰어넘어 지금도 반짝반짝 빛이 나는” 문학을 건네준다. 그 바통을 넘겨받은 시인은 “내 팔자 또한 더럽게 춥고, 어둡고, 외롭고, 고달파도” “계속 문학 속에서 살아갈 수 있다는 희망에 뜨거운 피가 솟구친다”(「문학이라는 팔자」)고 말한다. 시인에게 “시를 모른다는 건 존재의 가장 큰 비극”(「내일의 시인」)이기 때문이다.

내일로 가는 기차
나도 그 기차에 올라탔다
어제의 모든 나를 버리고
오로지 내일로만 향해 간다는 기차
(……)
이제 내게는 오로지 내일만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럼에도……
끊임없이 뒤에 두고 온 집과 사람들
이제 막 꽃피기 시작한 라일락나무 위의 휘파람새
읽다 만 책, 쓰다 만 글들이 가슴속을 아프게 맴돌았다
_「내일로 가는 기차」 부분

끊임없이 내일을 그리는 시인은 그러므로 어제를 등지지 않는다. ‘문학이라는 팔자’를 지닌 한 어제는 아직 끝나지 않았으며, 오늘은 여태 도착하지 않았으므로 시인은 그저 “쓰고 또 쓴다”(「시인 앨범 6」). 남루하고 비정한 현실을 외면하고 내일로 도피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직시하고 고발하는 시쓰기를 이어나가며 내일로 나아갈 채비를 한다. “무엇이 두려운가/ 장미꽃이 활짝 피려면 한참을 더 기다려야 한다”(「밖에는 비가 내리고」)고 말하며. 그렇게 내일을 기다리는 동안 시인은 저 스스로 자연이 되어가고, 그 땅 위로 꽃은 피어날 것이다.

진정한 시인은 이 세상을 버리기로 한 날 밤에 다시 태어나 버섯 향기 물씬 풍기는 비에 젖은 숲에서 달빛을 만들어내는 사람 내일이면 그 달빛에 새로 태어날 시인들의 고백이 시작될 것이다 그 고백에 안장을 얹고 이 슬픈 시대를 가로질러 달려나가자
_「내일의 시인」 부분

시인은 어떠한 존재이고 어떠한 삶을 사는가? 김상미의 시편에는 유독 이러한 질문이 많다. 그는 시인으로 살아온 자신의 시인됨을 끊임없이 되묻는다. (……)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어서는 시에 대한 시인의 갈망은 불가능, 한계, 무기력, 허기의 정동에 사로잡히게 한다. 도달할 수 없는 힘으로 인하여 (……) 허무에 이르는 자가당착을 반복한다. 그러나 “머리에서 발끝까지 제대로 입히고 먹여줄 게 시밖에 없”는 존재의 조건이라면 할 수 없음이 오히려 잠재력이 되어 시작을 추동한다. 시에 들리고 시에 몰입한 시인의 삶은 “돈키호테”처럼 비대한 자아의 모습으로 비칠 수 있다. 하지만 결코 닿을 수 없는 시의 지평을 염두에 둔다면 시인은 돈키호테가 아니라 끊임없는 과정의 고행자에 가깝다. 식어버리거나 타버릴 열정이 아니라 죽음 이후에도 남을 열망을 지녔다고 하겠다. 그렇기에 모든 시편은 항상 “허기지고 굶주린 시”에 불과하다. “결코 나를 놓아주지 않을 시 속으로” 간단없이 투신할 수밖에 없다. 이처럼 김상미는 시에 생애를 기투하는 시인의 초상을 그려놓고 있다. 이는 단지 그가 경험하는 시인의 얼굴을 말함이 아니며 오히려 자기의 진실한 표정에 가깝다. 그만큼 의도한 “고백”(「내일의 시인」)의 발화 형태이다.
_구모룡, 해설에서

구매가격 : 7,000 원

처음인 양(문학동네시인선 182)

도서정보 : 심언주 / 문학동네 / 2022년 12월 28일 / EP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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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가 큰 소리로 말할 수 있는 마지막 단어였어.”

일상에 깃든 불안을 닦아내어
거울처럼 ‘나’의 얼굴을 비추는 시

문학동네시인선 182번으로 심언주 시인의 세번째 시집을 펴낸다. 2004년 『현대시학』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한 심언주는 첫 시집 『4월아, 미안하다』(민음사, 2007)에서 세밀한 감수성과 언어 의식이 돋보이는 시세계를 보여주었고, 두번째 시집 『비는 염소를 몰고 올 수 있을까』(민음사, 2015)를 통해 “시적인 소통에 대한 우리의 생각을 다시 가다듬게 한다”(시인 김언)는 평을 받은 바 있다.
『비는 염소를 몰고 올 수 있을까』 이후 7년 만에 펴내는 이번 시집에는 나비와 꽃, 식빵과 우유, 치과와 동호대교처럼 일상적인 배경과 사물들이 등장한다. 특징적인 점은 이것들을 심상한 일상의 풍경으로 관망하지 않고 오래도록 응시하며 그 대상의 이름을 여러 번 곱씹음으로써 일상 속에 깃든 불안이나 위험, 슬픔 같은 감정들을 발견해낸다는 것이다. 하지만 시인은 어둠을 응시하면서도 우울로 빠져들지 않는다. “입술이 굳어가고/ 턱이 굳어”가는 상황에서도 “큰 소리로 말”(「헌터」)하려 노력하고, “아맘니, 아맘니” 중얼거리며 “검게 칠해도 빈틈을 비집고”(「다음 도착지는 암암리입니다」) 뜨는 별빛을 찾아낸다. 특히 시인은 언어유희를 통해 무겁지 않게 상황을 풀어내는데, 같은 단어를 반복해 사용하거나 발음이 비슷한 단어들을 함께 배치함으로써 풍성한 말의 리듬을 만들어낸다. “멸치는 사투를 벌이고/ 나는 화투를 친다”(「사투와 화투」), “하양에게선 히잉 히잉 말 울음소리가 들린다”(「마스크」), “오요 우유 모음을 모으며”(「과거도 현재도 주성분이 우유입니다」), “수북하던 수국이 졌다”(「수국 아파트」) 같은 시구들을 읽다보면 우리는 눈으로 읽는 데 그치지 않고 자연히 입으로 중얼거리게 될 것이다.

구매가격 : 7,000 원

우리가 키스할 때 눈을 감는 건(문학동네시인선 184)

도서정보 : 고명재 / 문학동네 / 2022년 12월 22일 / EP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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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시와 정통으로 눈 맞은 사람. 시에 꿰뚫린 사람. 당신의 언어는 팽이처럼 저를 곤두선 채 돌고 싶게 만듭니다.” _박연준(시인)
가장 투명한 부위를 맞대는 일의 눈부심,
말갛고 밝은 죽음과 사랑의 세계

“우리 삶의 절망과 희망이 교직되는 순간순간을 절실하게 잘 드러내었다”는 평을 받으며(2020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데뷔한 고명재 시인의 첫 시집을 문학동네시인선 184번으로 펴낸다. 당선소감에서 시인은 “우리가 사랑하는 모든 것은 사라지지만, 이야기가 남습니다. 몸이 사랑이 됩니다. 또한 그 이야기와 사랑조차 시간에 녹아 다 사라진대도 우리가 함께했다는 것, 눈부신 그 사실만으로 충분하다는 걸 이제는 알 것 같아요”라 말한 바 있다. ‘사라짐/죽음’과 ‘몸/사람’ 그리고 ‘이야기/시’에 대한 이 지극한 마음이 43편의 시편들에 켜켜이 배어 있다. 그리고 사랑, 사랑이 있다. ‘사랑은 육상처럼 앞지르는 운동이 아닌데’ ‘귤을 밟고 사랑이 칸칸이 불 밝히도록’ ‘자다가 일어나 우는 내 안의 송아지를 사랑해’로 부제목을 달아 시편을 나누어 엮은 것만 봐도 짐작할 수 있듯 고명재 시인의 시세계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단연 ‘사랑’이다.

“불쑥 떠오르는 얼굴에 전부를 걸어요”
사랑은 어떻게 생겨나는가

매일 사랑하는 사람의 유골을 반죽에 섞고
언덕이 부풀 때까지 기다렸어요
물려받은 빵집이거든요
무르고 싶은 일들이 많아서
사람이 강물이죠 눈빛이 일렁이죠
사랑은 사람 속에서 흐르고 굴러야 사랑인 거죠

(…)

나는 안쪽에서 부푸는 사랑만 봐요
불쑥 떠오르는 얼굴에 전부를 걸어요
오븐을 열면 누렁개가 튀어나오고
빵은 언제나 틀 밖으로 넘치는 거니까
빵집 문을 활짝 열고 강가로 가요
당신의 개가 기쁨으로 앞서 달릴 때
해질녘은 허기조차 아름다워서
우리는 금빛으로 물든 눈에 손을 씻다가
흐르는 강물에서 기다란 바게트를 꺼내요
_「페이스트리」 부분

안쪽에서 부푸는 것, 틀을 넘치며 태어나는 것, 기쁨으로 앞서 달리는 것, 금빛으로 물든 눈에 손을 씻는 것. 고명재 시세계 속 사랑의 속성들이다. 그리하여 빵처럼 말랑하고 부드럽고 향긋해지는 것. 반죽에 “사랑하는 사람의 유골”을 섞는다는 것이 인상적인데, 떠나간 존재들에 대한 애틋한 숙고는 이 시를 비롯해 시집 전반에 별처럼 박혀 있고, 그들에 대해 생각하기를 피하거나 멈추지 않는 것, 오히려 전부를 거는 것으로 시 속 화자들은 “매일” 사랑을 배워간다. 상실과 허무의 그림자를 거두어낸 자리에서 만나는 말갛고 환한 볕 안에서 사랑은 되살아나고(「환」), 시인은 그 사랑을 쥐고 조금 더 용감하고 겸허한 마음으로 새로이 시를 써나간다. “엄마가 잘 때 할머니가 비쳐서 좋다 떠난 사람이 캄캄하게 보고 싶어서/ 가슴속의 복숭아를 반으로 가르는/ 과육의 슬픔도 과도도 향기도 모두가 좋다”(「엄마가 잘 때 할머니가 비쳐서 좋다」)고, 오롯한 사랑의 주체가 되어 써나간다.

“우리는 함께 사랑으로 시간을 뚫었다”
사랑은 무엇을 가능하게 하는가

“연의 아름다움은 바람도 얼레도 꽁수도 아니고 높은 것에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 서시 「청진」의 첫 구절이다. 발문을 쓴 박연준 시인은 이 구절의 ‘연’을 ‘시’로 바꿔 읽어보자 제안한다. “얼레를 풀어 시가 바람을 타고 솟아오르도록 놓아주면서 우리 스스로 놓여나는 일”(박연준)이 시 쓰기와 시 읽기의 아름다움이 아닐지. 사랑을 쥐고 종종 높은 것에 연결돼 있는 느낌을 소중히 여기는 이 시인은 귀로 시를 쓰는 사람이기도 하다. “누가 울 때 그는 캄캄한 이국(異國)입니다/ 누가 울 때 살은 벗겨집니다/ 누가 울 때 그 사람은 꽃이 됩니다/ 꽃다발을 가슴에 안아야겠지요”(「그런 나라에서는 오렌지가 잘 익을 것이다」) 눈에 보이는 것을 타자화하거나, 입으로 속단해 말하는 일을 삼가고 귀에 들어온 것을 은은히 섬겨 시로 구축하는 것 역시 사랑의 한 방식일 것이다. “어둠의 입장에서는 빛이 밤의 구멍이고 그 요란한 빛의 구덩이를 메우기 위해 (…) 충분히 슬퍼할 시간을 위해 존재의 품위와 부드러운 꿈결을 위해 침묵을 위해”(「어제도 쌀떡이 걸려 있었다」) 온몸을 던지는 나방처럼 말이다.
이 시집을 잘 표현하는 시구 가운데 “우리는 함께 사랑으로 시간을 뚫었다”(「연육」)를 빼놓을 수는 없으리라. 과거-현재-미래라는 선형적인 시간감각을 벗어난 자리에 뚫(리)거나 (치)솟는 사랑의 이미지들이 힘있게 자리하며 시인이 그리는 진실한 생의 시간을 예감하게 한다.

그때 나는 빵을 물면 밀밭을 보았고
그때 나는 소금을 핥고 동해로 퍼졌고
그때 나는 시를 읽고 미간이 뚫렸다
그때부터 존재할 수 있었다

그리고 가끔 그때의 네가 창을 흔든다
그때 살던 사람은 이제 흉부에 살고
그래서 가끔 양치를 하다 가슴을 쥔다
그럴 때 나는 사람을 넘어 존재가 된다
_「소보로」 부분

반지하가 차오르며 쥐들이 달리고
아이들은 신이 나서 양말을 던지고
나는 복사뼈를 깨트려서 나누어주리
새들이 물고 멀리까지 날 수 있도록
음악과 귀로 종달새로 껍질을 뚫고
너희 집 앞에 치솟는 복숭아나무가 되리
_「왜 잠수교가 잠길 때 당신이 솟나요」 부분

사랑을 줘야지 헛물을 켜야지 등불을 켜야지 예민하게 코끝을 국화에 처박고 싶어 다음 생엔 꽃집 같은 거 하고 싶다고 겁 없이 살 때 소나기 그칠 때 구름이 뚫릴 때 엄마랑 샛노란 빛의 입자를 후루룩 삼키며
_「사랑을 줘야지 헛물을 켜야지」 부분

“눈귀코로 사랑이 바글대고 있는데/ 솟고 싶다 헤엄치고 싶다”(「시와 입술」) 쓰는 시인. 무엇 하나 누구 하나 허투루 흘려보내지 않는 너른 품으로 삶과 죽음을 단정히 안는 그의 사랑은 잔잔하기만 한 것이 아니다. 앞서 인용한 시에서처럼 그의 사랑은 사람 속에서 흐르고 구르는 것, 역동적이고 생기 있으며 얼마든지 크고 강해질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토록 힘이 센 다정함, 이토록 용감한 사랑의 세계가 새로운 독자를 기다린다. 사랑 속에서 우리 몸의 가장 연하고 투명한 부위를 맞댈 때, 가만히 눈을 감고 서로의 존재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되새길 때 터져나오는 빛이 이 시집에 담긴 시들과 독자들이 마주했을 때 설핏 드리워지기를 기대한다.

구매가격 : 7,000 원

철교 살인 사건

도서정보 : 로널드 녹스 / 엘릭시르 / 2022년 12월 22일 / EP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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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끼리 탐정이 하는 일을 한번 해보지 않겠어?”
논리성과 재치를 겸비한 황금기 미스터리 걸작, 마침내 국내 첫 출간!

한적한 런던 교외. 함께 골프를 즐기는 네 친구에겐 또 다른 공통된 관심사가 있다. 바로 탐정소설. 멀리 사라진 골프공을 찾던 중, 철교 아래에서 얼굴이 심하게 훼손된 남자의 시체를 발견한 네 사람은 이것이 소설에서만 보던 ‘범죄’라 직감한다. 생생한 미스터리를 눈앞에 둔 네 친구는 몸이 달아버리는데…….유쾌한 아마추어 탐정 4인방의 추리 대결이 펼쳐진다!

미스터리 장르 팬들에게는 ‘녹스의 10계’로 잘 알려진 작가 로널드 녹스의 첫 추리소설 『철교 살인 사건』이 마침내 국내 최초로 번역 출간되었다. 정통 추리소설의 황금기에 발표된 이 작품은 동시대 미스터리의 요소를 충실히 담고 있어 미스터리 장르 역사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녔을 뿐 아니라, 그 전형을 한차례 뒤틀어놓는 작가의 논리성과 재치가 빛을 발하고 있다. 『철교 살인 사건』에는 작가 특유의 익살과 유머가 가득해 미스터리 장르가 낯선 독자도 가볍게 즐길 수 있는데다, 탐정소설 마니아들을 위한 패러디도 담뿍 담고 있어 단연코 미스터리 필독서라고 말할 수 있다.
아마추어 탐정 4인이 펼치는 왁자지껄 추리 대결
군사정보부에서 일한 전력이 있는 모던트 리브스, 평범하기 그지없는 영국인 알렉산더 고든, 은퇴한 교수 윌리엄 카마이클, 지역 교구 목사 매리어트. 각양각색의 배경을 지닌 네 사람은 늘 모여서 함께 골프를 치는 골프장 친구들이다. 멀리 날아간 골프공을 찾던 네 사람은 우연히 철교 아래에서 추락해 사망한 듯한 남성의 사체를 발견하고, 범죄임을 직감한 뒤 제각기의 방식으로 사건을 검토한다. 그저 탐정소설에 대해 이야기 나누기를 즐기는 아마추어일 뿐이지만, 네 사람은 나름대로 진지한 태도로 단서를 조사하고 논리의 타당성을 검증한다.
탐정 역할을 맡은 인물이 여럿 등장해 차례차례 가설을 제시하고 검증하는 과정은 앤서니 버클리의 『독 초콜릿 사건』(이동윤 옮김, 엘릭시르 펴냄, 2015)을 비롯해 이미 우리에게 친숙한 미스터리 작품을 다수 연상케 할 만큼 탐정소설의 ‘클리셰’ 중 하나로 안착한 듯하다. 그러나 이 작품이 『독 초콜릿 사건』보다 몇 해 일찍 발표되었으며 두 사람 모두 영국추리작가클럽에 속해 있었다는 점을 고려해보면, 녹스의 작품이 버클리에게 어떤 아이디어를 주었을지도 모른다고 추측해볼 수도 있다.
‘탐정소설 십계’ 창조자의 위트 넘치는 데뷔작
로널드 녹스는 작가로서 미스터리 작품을 다수 남기지는 않았다. 그가 현재까지도 계속 유의미한 위치를 차지하는 이유는, 독자와의 정정당당한 지적 게임을 위해 탐정소설에서 지켜야만 하는 것으로 그가 제시한 10가지 규칙, 이른바 ‘녹스의 십계’를 남겼기 때문이다. 그가 만든 규칙의 내용 중에는 논리를 해치는 초자연적 존재를 배제하고, 탐정과 독자에게 단서가 공정하게 제공되어야 한다는 등의 원칙이 포함되어 있는데, 이 ‘십계’는 현재까지도 새롭게 인용되고 재해석되는 등 미스터리 장르 역사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녀왔다.
『철교 살인 사건』은 녹스가 ‘탐정소설 십계’를 발표하기 이전에 쓴 작품이다. 그러나 가까운 미래에 ‘십계’를 창조할 인물답게, 녹스는 독자에게 성실히 단서를 제공하며 정정당당하게 도전장을 내민다. 즉, 그가 제시한 정통 추리소설의 규칙이 실제 작품 속에서 어떻게 작용하는지 고스란히 살펴볼 수 있다. 또한 독자는 작품 속 인물들과 같은 양의 정보를 제공받기 때문에, 그들과 같은 눈높이에서 수수께끼 풀이에 직접 참여하는 방식으로도 소설을 즐길 수 있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밴 다인이나 녹스의 작품은 모두 정통 추리소설의 범주에 들어가지만 ‘진지함’이라는 면에서는 극단적으로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녹스는 자신의 십계에 대해 설명하면서 “규칙의 수가 너무 많고 엄격하다면 작가의 스타일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밝힌 것처럼 밴 다인만큼 진지하게 생각한 것도 아니었다.
- 박광규,『철교 살인 사건』의 ‘해설’ 중에서
한편 녹스는 스스로 탐정소설의 원칙을 만들기는 했으나 그 규칙에 완전히 경도된 것은 아니었다. 그는 본래 직업이 성직자라는 것을 잊을 정도로 유머 감각이 뛰어나고 장난기가 넘쳐 “미스터리 분야에 관해서는 위대한 패러디 정신을 발휘”하곤 했다. 이는 『철교 살인 사건』에서도 어김없이 드러나서, 아마추어 4인방이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과정에서부터 결코 예측하기 어려운 결말에 이르기까지 곳곳에 남겨진 작가의 엉뚱함과 익살을 엿볼 수 있을 것이다.
미스터리 책장’ 시리즈의 귀환
2018년 30번째 작품을 출간한 뒤로 잠시 휴식기를 가졌던 엘릭시르 ‘미스터리 책장’이 4년 만에 새로운 판형과 디자인으로 돌아왔다. ‘미스터리 책장’의 새로운 시작을 여는 첫 주자는 총 다섯 작품으로 얼 스탠리 가드너의 『벨벳 속의 발톱』, 피터 러브시의 『밀랍 인형』, 존 딕슨 카의 『마녀의 은신처』, 조젯 헤이어의 『조심해, 독이야!』, 로널드 녹스의 『철교 살인 사건』이다. 미스터리 초심자부터 장르 문법에 익숙한 마니아까지 각자의 취향에 맞는 작품부터 골라 펼쳐볼 수 있도록 다채롭게 구성했으며, 앞으로도 ‘미스터리 책장’은 꾸준히 미스터리 걸작을 국내 독자에게 소개해나갈 예정이다.
2012년 첫 출간된 ‘미스터리 책장’은 전 세계 미스터리 거장의 주옥같은 명작을 담은 미스터리 소설 전집이다. 이전까지 일서 중역과 축약본으로밖에 읽을 수 없었던 전설의 미스터리, 미처 국내에 소개되지 않았던 작품들을 믿을 수 있는 전문 번역가의 번역과 멋진 장정으로 새롭게 선보였다. 본격 미스터리, 하드보일드, 서스펜스, 스릴러, 유머 미스터리 등 다양한 장르와 다채로운 걸작을 국내 독자에게 소개할 수 있도록 힘써왔다.

구매가격 : 10,500 원

조심해, 독이야!

도서정보 : 조젯 헤이어 / 엘릭시르 / 2022년 12월 22일 / EPUB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여러분 중에 누가 삼촌을 저 지경으로 만들었나요?”
쌉싸래한 독살 미스터리 속 달콤한 로맨스의 즐거운 마리아주

어느 평화로운 아침, 포플러스 저택의 주인 그레고리 매슈스가 침대 위에서 죽은 채 발견된다. 사인은 독극물 중독. 생전에 가족 모두에게 심술궂게 굴었던 만큼 그를 죽이고 싶어 했을 사람도 한둘이 아니다. 가족들이 서로를 의심하는 한편 그레고리의 유산상속 문제로 집안이 한바탕 뒤집어지고, 밉살맞은 랜들 매슈스가 가장 많은 재산을 물려받게 되자 모두의 의혹은 한곳에 집중된다. 사건 수사를 맡은 해너사이드 경정 또한 어딘지 교묘하고 음흉한 구석이 있는 랜들을 예의 주시하는데…….

‘리전시 로맨스’의 대가, 조젯 헤이어의 미스터리 장편 『조심해, 독이야!』가 엘릭시르에서 출간되었다. 작가의 명성과 인기를 생각하면 무척 아쉽게도, 헤이어의 소설은 아직까지 국내에 소개된 바가 없다. 『조심해, 독이야!』는 미스터리 장르로 분류되기는 하지만, 작가가 가장 잘 활용하는 로맨스와 코미디 요소 또한 빼놓지 않고 적절하게 녹아들어 있다. 장르를 가리지 않는 만찬 같은 헤이어의 작품은 미스터리 장르 팬뿐만이 아니라 미스터리 입문자, 더욱 넓게는 ‘소설 읽기’를 즐기는 독자까지도 충분히 만족시킬 수 있을 것이다.
‘제인 오스틴’의 옷을 입은 로맨스 미스터리
국내에는 아직까지 제대로 소개된 적이 없지만, 조젯 헤이어는 로맨스물의 하위 장르인 ‘리전시 로맨스’를 창조한 것으로 로맨스 팬들 사이에서 유명하다. ‘리전시 로맨스’란 최근 넷플릭스에서 크게 화제가 된 <브리저튼>처럼 리전시 시대(19세기 초)를 배경으로 삼는 로맨스물을 말하는데, 『오만과 편견』의 제인 오스틴이 리전시 시대의 대표적인 작가다. 헤이어는 철저한 자료 조사를 바탕으로 실제로 그 시대에 살았던 오스틴보다도 더 섬세하고 생생하게 시대상을 전달하여 “제인 오스틴의 전통을 따르는” 작가로 평가받기도 한다.
잠시간의 유흥이었는지는 몰라도, 이 로맨스 소설의 대가는 탐정소설을 하나도 아닌 여러 편을 종종 선보이기도 했다. 그리고 미스터리 장르에서도 출중한 스토리텔링 실력을 뽐낸 결과, 동시대의 두 여성 미스터리 작가, 애거사 크리스티와 도러시 세이어스에 이어 심심치 않게 그 이름을 올리기도 한다.
헤이어의 미스터리가 지닌 특징은 참신한 트릭과 퍼즐 없이도 독자를 매혹시키는 법을 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그는 로맨스 장르에서 다져진 특기를 십분 발휘한다. 정확한 시대 묘사는 물론이며 제각기 강렬한 성격의 인물들, 그들 간에 이뤄지는 아이러니와 재치가 넘치는 대화, 잘 짜인 플롯은 그야말로 훌륭한 페이지터너로서 모자람이 없다. 탐정 역의 해너사이드 경정과 헤밍웨이 경위는 잘 짜인 인물들이 그러하듯 인간적인 매력을 갖췄으며, 마찬가지로 철저한 자료 조사를 바탕으로 그려지는 성실한 수사 과정은 여타 탐정소설에 뒤지지 않을 만큼 치밀하다.
한편 『조심해, 독이야!』를 이끄는 또 다른 큰 축은 의심의 여지 없이 두 남녀의 로맨스다. 이 작품 속 ‘로맨스’의 중심을 차지하는 스텔라 매슈스와, 시종일관 의심스러운 행보를 보이며 해너사이드 경정의 의혹을 사는 랜들 매슈스의 밀고 당기기는 작품의 미스터리 외적인 부분을 풍성하게 장식해 쉼 없이 페이지를 넘기게 만든다.
엘릭시르 ‘미스터리 책장’의 귀환
2018년 30번째 작품을 출간한 뒤로 잠시 휴식기를 가졌던 엘릭시르 ‘미스터리 책장’이 4년 만에 새로운 판형과 디자인으로 돌아왔다. ‘미스터리 책장’의 새로운 시작을 여는 첫 주자는 총 다섯 작품으로 얼 스탠리 가드너의 『벨벳 속의 발톱』, 피터 러브시의 『밀랍 인형』, 존 딕슨 카의 『마녀의 은신처』, 조젯 헤이어의 『조심해, 독이야!』, 로널드 녹스의 『철교 살인 사건』이다. 미스터리 초심자부터 장르 문법에 익숙한 마니아까지 각자의 취향에 맞는 작품부터 골라 펼쳐볼 수 있도록 다채롭게 구성했으며, 앞으로도 ‘미스터리 책장’은 꾸준히 미스터리 걸작을 국내 독자에게 소개해나갈 예정이다.
2012년 첫 출간된 ‘미스터리 책장’은 전 세계 미스터리 거장의 주옥같은 명작을 담은 미스터리 소설 전집이다. 이전까지 일서 중역과 축약본으로밖에 읽을 수 없었던 전설의 미스터리, 미처 국내에 소개되지 않았던 작품들을 믿을 수 있는 전문 번역가의 번역과 멋진 장정으로 새롭게 선보였다. 본격 미스터리, 하드보일드, 서스펜스, 스릴러, 유머 미스터리 등 다양한 장르와 다채로운 걸작을 국내 독자에게 소개할 수 있도록 힘써왔다.

구매가격 : 11,600 원

벨벳 속의 발톱

도서정보 : 엘 스탠리 가드너 / 엘릭시르 / 2022년 12월 22일 / EPUB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법정 미스터리의 황제, 얼 스탠리 가드너의 대표 시리즈
법정의 영웅 ‘페리 메이슨’이 첫 사건을 수임한다!

젊고 유능한 변호사 페리 메이슨에게 아름다운 의뢰인이 찾아온다. 이름도 주소도 모두 거짓투성이인 여성은 스스로의 정체는 철저히 감춘 채, 자신과 유망한 정치인 간의 불륜 관계를 폭로하려는 언론사의 입을 막아줄 것을 의뢰한다. 그런데 알고 보니 언론사의 배후에는 의뢰인의 남편이 있었던 것. 더구나 그 남자는 누군가의 총에 맞아 죽어버리고 만다. 이 소식을 전한 의뢰인이 울먹이며 해대는 소리는 메이슨을 더욱 당혹스럽게 하는데……. “당신이 제 남편을 쏴 죽였잖아요!”

『벨벳 속의 발톱』은 ‘20세기 미국에서 가장 많은 책이 팔린 작가’얼 스탠리 가드너에게 처음으로 명성을 안겨준 ‘페리 메이슨’시리즈의 첫 작품이다. 이번 판본은 기존 해적판 일본어 중역본에서의 오류를 바로잡았을 뿐 아니라, 원문의 속도감과 경쾌한 분위기를 고스란히 살리도록 노력을 쏟았다. 도심을 숨 가쁘게 활주하는 변호사 페리 메이슨의 활약을 생생하게 느끼고 싶은 독자에게라면 엘릭시르의 『벨벳 속의 발톱』을 감히 추천해볼 만하다.
하드보일드와 추리, 법정물의 삼위일체
『벨벳 속의 발톱』의 도입과 전개는 꽤 단순명료하다. 변호사 페리 메이슨에게 의문투성이 의뢰인이 찾아오고, 메이슨은 그 의뢰를 받아들인다. 의뢰인을 위해 이리저리 뛰는 과정에서 메이슨은 의뢰인의 비밀에 대해 알아내고, 이는 곧이어 벌어지는 범죄와 깊은 개연성을 지닌 것처럼 보인다. 이제 페리 메이슨은 의뢰인도 구하고, 사건의 미스터리도 풀어내야만 한다.
페리 메이슨은 사무실에 앉아 서류를 훑고 법적 지식을 뽐내는 변호사와는 다르다. 그는 사건을 위해 직접 “발로 뛰며 문제를 해결하고 난관을 몸으로 부딪쳐 깨는 하드보일드 탐정”에 가깝다. 도심을 분주하게 가로지르는 메이슨의 보폭을 따라가듯 속도감 있는 전개와 대화, 빠른 장면 전환은 복잡한 트릭과 단서를 쥐고 골몰하게 만드는 퍼즐 미스터리와는 또 다른 쾌감을 선사한다.
가드너는 (중략) 사건에 얽힌 다채로운 정보들을 취합하여 추론하는 안락의자 탐정이 아니라 자신의 발로 뛰며 문제를 해결하고 난관을 몸으로 부딪쳐 깨는 하드보일드 탐정에 가까운 변호사를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아니, 반대로 하드보일드적인 전개 속에서 퍼즐 미스터리의 재미를 추구했다고 말하는 편이 가까울지도 모르겠다.
- 『벨벳 속의 발톱』의 ‘해설’ 중에서
그러나 가드너가 오로지 하드보일드로서의 재미만을 추구한 것은 아니었다. 그는 플롯의 세부 사항들이 모두 사실인지 확인하는 데 매우 공을 들였다고 하며, 특히 자신이 오랫동안 몸담았던 법률 분야에 대한 지식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대다수 ‘페리 메이슨’ 시리즈 내 작품과는 달리 『벨벳 속의 발톱』에서는 법정에서의 장면이 등장하지 않는다. 하지만 사건 해결의 열쇠가 되는 단서를 하나하나 짜 맞추는 결말부에서 돋보이는 페리 메이슨의 지적인 면모는 ‘탐정’으로서도 손색이 없다.
싸우는 변호사 페리 메이슨
1933년에 처음 독자에게 소개된 『벨벳 속의 발톱』는 단숨에 엄청난 인기를 끌며 삼천 부 이상 판매되었다. 가드너는 시리즈의 흥행에 박차를 가해, 같은 해 9월에 곧바로 다음 작품인 『토라진 소녀(The Case of Skulky Girl)』을 출간했다. ‘페리 메이슨’ 시리즈는 중단편 모음집을 포함해 80여 권이 출간되었으며, 최근까지도 수차례 영상화되었듯 특정한 세대에 국한되지 않고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
시리즈를 이끄는 주인공 페리 메이슨은 명석하고 논리적인 사고력에 행동력까지 겸비하여 언제나 의뢰인을 위해 열정적으로 싸우는 변호사로 그려진다. 게다가 특이하거나 승소할 가능성이 적어 보이는 사건을 흔쾌히 즐길 만큼 모험심 넘치는 인물이기도 하다. 같은 건물에 사무실을 둔 사립 탐정 폴 드레이크는 사건을 함께 해결하는 파트너에 가까우며, 비서인 델라 스트리트와는 가장 가까운 동료이자 연인 관계이다.
한편 수없이 많은 작품에 등장한 것에 비해 그의 외양은 정확히 묘사된 바가 없으며, 변호사로 활약하기 이전의 과거 역시 불명확하다. 이런 불특정성은 독자가 자신이 가상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정의로운 투사’의 모습을 자유롭게 상상하고 쉽게 몰입하도록 만들었다.
페리 메이슨은 또 다른 사건과 함께 ‘미스터리 책장’을 통해 독자를 찾을 예정이다.
엘릭시르 ‘미스터리 책장’의 귀환
2018년 30번째 작품을 출간한 뒤로 잠시 휴식기를 가졌던 엘릭시르 ‘미스터리 책장’이 4년 만에 새로운 판형과 디자인으로 돌아왔다. ‘미스터리 책장’의 새로운 시작을 여는 첫 주자는 총 다섯 작품으로 얼 스탠리 가드너의 『벨벳 속의 발톱』, 피터 러브시의 『밀랍 인형』, 존 딕슨 카의 『마녀의 은신처』, 조젯 헤이어의 『조심해, 독이야!』, 로널드 녹스의 『철교 살인 사건』이다. 미스터리 초심자부터 장르 문법에 익숙한 마니아까지 각자의 취향에 맞는 작품부터 골라 펼쳐볼 수 있도록 다채롭게 구성했으며, 앞으로도 ‘미스터리 책장’은 꾸준히 미스터리 걸작을 국내 독자에게 소개해나갈 예정이다.
2012년 첫 출간된 ‘미스터리 책장’은 전 세계 미스터리 거장의 주옥같은 명작을 담은 미스터리 소설 전집이다. 이전까지 일서 중역과 축약본으로밖에 읽을 수 없었던 전설의 미스터리, 미처 국내에 소개되지 않았던 작품들을 믿을 수 있는 전문 번역가의 번역과 멋진 장정으로 새롭게 선보였다. 본격 미스터리, 하드보일드, 서스펜스, 스릴러, 유머 미스터리 등 다양한 장르와 다채로운 걸작을 국내 독자에게 소개할 수 있도록 힘써왔다.

구매가격 : 10,900 원

밀랍 인형

도서정보 : 피터 러브시 / 엘릭시르 / 2022년 12월 22일 / EPUB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영국추리작가협회 실버대거상 수상작
인형처럼 아름다운 그녀가 정말로 사람을 죽인 독살범일까?제한 시간이 주는 서스펜스 속에서 예리하게 빛나는 본격 추리!

상류사회에서 인정받는 유명 사진사의 젊고 아름다운 아내가 남편의 조수를 독살한다. 순조로운 경찰 조사와 그녀의 자백으로 사건은 쉽게 마무리되는 듯했는데……. 사형선고가 내려진 직후, 런던 경찰청에 전달된 한 장의 사진이 모든 살해 정황을 부정하고 만다. 과연 그녀는 인형처럼 아름다운 독살범일까, 혹은 다른 이의 범행을 감춰주고 있는 무고한 여성일까?

『밀랍 인형』은 현대 영국 미스터리의 거장 피터 러브시의 첫 번째 탐정 ‘크리브 경사’가 등장하는 시리즈 중 마지막 작품이다. 이미 사형선고가 내려지고 집행 일자까지 잡힌 상황에서, 사형수의 자백을 전면으로 부정하는 증거가 나타나자 런던 경찰청은 자칫 시민들이 경찰력에 의구심을 가질 수도 있는 곤혹스러운 처지에 놓이고 만다. 이에 수사관으로써 유능하면서도 ‘눈에 띄지 않는다’는 이유로 크리브를 점찍은 조잇 경감은 얼핏 명약관화해 보였던 이 사건을 비밀리에 재검토해줄 것을 명령한다. 사형이 집행되기까지 남은 시간은 고작 열흘 남짓. 크리브는 누구의 도움도 구하지 못하는 채 홀로 사건을 재수사해야만 한다.
이처럼 『밀랍 인형』은 윌리엄 아이리시의 『환상의 여인』(이은선 옮김, 엘릭시르 펴냄, 2012), 조너선 래티머의 『처형 6일 전』(이수현 옮김, 엘릭시르 펴냄, 2015)처럼 제한된 시간 안에 사건을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 주는 서스펜스에 더해, 러브시의 장기인 생생한 시대 묘사와 유머 감각이 발휘되어 독자가 순식간에 사건에 몰입케 한다. ‘크리브 경사’ 시리즈의 대미를 장식하는 이 작품은 러브시에게 영국추리작가협회로부터 처음으로 실버대거상을 수상하는 영광을 안겨주기도 했다.
치밀한 역사적 고증으로 쌓아 올린 ‘고전 미스터리’
실화를 결합해서 만든 고전적인 미스터리인 『밀랍 인형』에서 ‘고전적’이라는 말은 두 가지를 의미할 수 있다. 현대에 과거를 재구성했다는 의미와, 정통 경찰소설의 플롯과 반전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가 공존한다. 사형 집행까지 얼마 남지 않은 시간, 차분한 미모의 여성 살인 용의자, 그를 둘러싼 치정 관계, 와인 디캔터가 든 찬장에 접근하는 범행 방법의 트릭, 그리고 알리바이 입증까지 어우러진 범죄수사소설이다.
- 박현주,『밀랍 인형』의 ‘해설’ 중에서
‘플롯의 제왕’ 피터 러브시의 특기 중 하나는 작품의 배경이 되는 시대의 실존 인물이나 작품, 사건 등을, 정확한 조사와 고증을 통해 이야기와 긴밀하게 직조하는 것이다. 그는 『가짜 경감 듀』(이동윤 옮김, 엘릭시르 펴냄, 2012)에서 루시타니아 호 침몰 사건 등을 주요 소재로 삼았을 뿐 아니라, 지명, 사건, 상점 이름 등 자잘한 소품에 이르기까지 역사적 사실에 입각해 채워 넣은 바 있다. 마찬가지로 『밀랍 인형』에서도, 러브시는 생생한 역사적 사실의 힘을 빌려 ‘고전 미스터리’를 더욱 그럴듯하게 재구성한다.
빅토리아 시대를 배경으로 한 『밀랍 인형』에는 그 당시 실제로 유명했던 여성 독살범들이 다수 언급된다. 사건의 중심에 있는 사형수 미리엄 크로머 또한 그들에게서 한 조각씩 떼어 와 완성시킨 듯한 인물로 보인다. 크리브가 진상을 밝히기 위해 뛰어다니는 런던 거리 곳곳은 모두 실재하는 장소이며, 런던 경찰청 초창기에 고위직을 맡았던 인물과 당대의 유명 정치인 등 영국 고전 미스터리의 독자라면 반가울 법한 이름들이 속속 등장하기도 한다. 사형수 미리엄 크로머, 크리브 경사와 함께 이야기의 한 축을 담당하는 사형집행관 제임스 베리 또한 실존 인물을 기반으로 삼고 있어 작품의 핍진성을 한 단계 더 끌어올린다.
러브시의‘고전’에 대한 관심은 시대적인 의미에서 ‘고전’만은 아니다. 『밀랍 인형』은 시대 배경뿐 아니라 플롯과 설정, 사건의 개요, 점차 밝혀지는 인물들 간의 관계, 그 속에 숨겨진 치정 다툼까지 ‘고전’의 요소를 두루두루 갖추고 있다. 게다가, 불가능해 보이는 범죄를 가능케 하는 트릭과 알리바이의 입증 방식 등은 ‘황금기 미스터리’를 연상시키기에 충분하다. 단, 러브시는 고전적인 소재를 고스란히 가져오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현대적인 시각에서 재해석해 풀어낸다. 그 결과, 그의 작품은 고전 미스터리를 충실히 계승하면서도 옛 시대에 국한되지 않는 스테디셀러가 되어 러브시를 현대 영국 미스터리의 거장 반열에 올려놓았다.
러브시의 첫 번째 탐정 ‘크리브 경사’의 마지막 사건
1970년 당시 학과장으로 재직하고 있던 피터 러브시는 첫 미스터리 장편 『죽음을 향해 비틀비틀(Wobble to Death)』로 공모전에서 우승하며 미스터리 작가로 데뷔했다. ‘크리브 경사’는 이 작품에서 처음으로 등장하는데, 처음에는 시리즈로 집필할 예정이 없었으나 그가 활약하는 작품이 늘어가면서 차차 개성을 갖췄다.
고지식하다 싶을 만큼 고집스럽고 늘 진중한 크리브는 데뷔작을 포함하여 총 8편의 장편 작품에서 활약하는데, 파트너인 ‘새커리 경위’가 없이 홀로 등장하는 것은 『밀랍 인형』이 유일하다. 시리즈의 마지막인 이 작품에서 크리브는 경관으로서 유능한 실력을 보여왔음에도 불구하고 동기들에 비해 낮은 계급에 머물러 있는 자신의 처지를 한탄하기도 하고, 자신을 정치적으로 이용해 이득을 취하려는 상관에게 분노하기도 하는 등 한층 인간적인 모습을 보이며 현대 독자에게서도 공감을 끌어낸다.
엘릭시르 ‘미스터리 책장’의 귀환
2018년 30번째 작품을 출간한 뒤로 잠시 휴식기를 가졌던 엘릭시르 ‘미스터리 책장’이 4년 만에 새로운 판형과 디자인으로 돌아왔다. ‘미스터리 책장’의 새로운 시작을 여는 첫 주자는 총 다섯 작품으로 얼 스탠리 가드너의 『벨벳 속의 발톱』, 피터 러브시의 『밀랍 인형』, 존 딕슨 카의 『마녀의 은신처』, 조젯 헤이어의 『조심해, 독이야!』, 로널드 녹스의 『철교 살인 사건』이다. 미스터리 초심자부터 장르 문법에 익숙한 마니아까지 각자의 취향에 맞는 작품부터 골라 펼쳐볼 수 있도록 다채롭게 구성했으며, 앞으로도 ‘미스터리 책장’은 꾸준히 미스터리 걸작을 국내 독자에게 소개해나갈 예정이다.
2012년 첫 출간된 ‘미스터리 책장’은 전 세계 미스터리 거장의 주옥같은 명작을 담은 미스터리 소설 전집이다. 이전까지 일서 중역과 축약본으로밖에 읽을 수 없었던 전설의 미스터리, 미처 국내에 소개되지 않았던 작품들을 믿을 수 있는 전문 번역가의 번역과 멋진 장정으로 새롭게 선보였다. 본격 미스터리, 하드보일드, 서스펜스, 스릴러, 유머 미스터리 등 다양한 장르와 다채로운 걸작을 국내 독자에게 소개할 수 있도록 힘써왔다.

구매가격 : 10,900 원

마녀의 은신처

도서정보 : 존 딕슨 카 / 엘릭시르 / 2022년 12월 22일 / EPUB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스타버스 가문 사람은 목이 부러져 죽는다.”
‘불가능 범죄’의 대가 존 딕슨 카의 섬뜩한 오컬트 미스터리

과거 수많은 마녀를 처형했다는 ‘마녀의 은신처’ 부근에 자리한 채터럼 교도소는 오래전부터 스타버스 가문이 소유하고 관리해왔다. 그 집안사람들에게는 저주처럼 따라붙는 소문이 있었는데……. 비바람이 몰아치는 밤, 스타버스 가문의 후계자 마틴은 유산상속을 위한 의식을 치르러 버려진 교도소 건물로 향한다. 그 과정을 지켜보던 램폴은 불현듯 불길함을 느끼고 교도소로 달려가고, 그곳에서 정말로 ‘목이 부러진 채’ 죽은 마틴을 발견한다. 스타버스 가문의 피에는 정말로 마녀의 저주라도 걸려 있는 것일까? 그 모든 것을 지켜본 펠 박사가 마침내 저주를 풀어낸다.

불가능 범죄의 대가 존 딕슨 카의 가장 사랑받는 탐정 ‘기디언 펠 박사’를 처음으로 소개하는 『마녀의 은신처』의 첫 완역본이 출간되었다. 잉글랜드의 채터럼이라는 가상의 지역을 배경으로 한 이 작품에서, 펠 박사는 버려진 교도소를 둘러싼 음울한 역사와 스타버스 가문에 내려오는 저주에서 비롯한 죽음의 비밀을 파헤친다. 또한 『화형 법정』에서도 펠 박사와 함께 활약한 바 있는 태드와 도러시 부부의 과거와 첫 만남, 모험까지 다뤄 소설적인 재미까지 놓치지 않는다.
짙은 저주의 안개 속에서 빛나는 지성과 논리
애거사 크리스티, 엘러리 퀸과 함께 영미 미스터리 소설의 황금기를 이끈 존 딕슨 카는 불가능 범죄, 밀실 트릭, 역사 미스터리부터 평전 및 비평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활약을 보인 미국 최고의 미스터리 작가 중 한 사람이다. 그는 상식적으로는 도무지 일어날 수 없는 사건과 기발하고 정교한 트릭에 정통한 한편, 호러와 오컬트에도 심취해 오컬트적인 요소 혹은 그로테스크한 분위기를 미스터리에 혼합시키기를 즐겼다.
카의 작품에는 오래되고 으스스한 저택이나 기괴한 건물, 불길한 전설 또는 괴담, 저주나 금기, 축축한 공기가 감도는 분위기가 곧잘 등장하는데, 이러한 초자연적인 요소는 사건이 여러 차례 발생하지 않더라도 충분히 서사를 풍성하게 만드는 결과를 낳는다. 또한 기술적으로 정교하게 고안된 트릭,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추리와 대비되어 서로를 더욱 돋보이게 만든다.
『마녀의 은신처』에서는 잉글랜드 채터럼 지역의 더이상 사용되지 않는 낡은 교도소와, 그 교도소를 건설하고 관리해왔던 스타버스 가문에 얽힌 불길한 소문이 고딕 분위기를 조성한다. 마침내 가문의 조상으로부터 내려오는 피할 수 없는 인습과 “스타버스 가문 사람은 목이 부러져 죽는다”는 저주의 말을 실현하는 듯한 죽음이 실제로 발생하고, 주인공들은 불가사의한 공포로 내몰리고 만다. 하지만 이 순간이야말로, 불가해한 현상을 명료하게 정리하는 기디언 펠 박사의 추리가 진정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순간이라 할 수 있다.
기디언 펠 박사의 첫 등장
기디언 펠 박사는 존 딕스 카가 창조한 탐정 중 가장 잘 알려져 있는 인물이자 가장 인기 있는 인물이다. 그는 법학 박사이자 왕립역사학회 회원, 그리고 런던 경찰청의 명예 고문으로 활약한다고 소개되는데, 『마녀의 은신처』에서 첫 등장한 이래로 20여 편의 작품에서 등장한다. 그 가운데 『세 개의 관』은 밀실 미스터리의 거장으로 인정받는 존 딕슨 카의 작품 중 최고 대표작으로 손꼽힌다.
펠 박사는 주로 망토를 둘러 입은 거대한 몸을 두 개의 지팡이로 지탱해 걸으며, 콧수염을 기르고 챙 넓은 모자를 쓴 모습으로 등장한다. 미스터리 팬들 사이에서는 명탐정 브라운 신부를 탄생시킨 미스터리 작가 G. K. 체스터턴의 외모만이 아니라 성격까지도 많이 닮아 있어 그를 모델로 삼고 창조되었다고 여겨지기도 한다. 그는 경찰이 해결하지 못하는 밀실 범죄 혹은 ‘불가능 범죄’에서 대활약하는데, 완벽한 해답에 이르기 전까지는 절대 추론을 밝히지 않는 명탐정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주곤 한다. 한편으로는 쾌활한 성격에 온갖 술을 즐기고, ‘영국 사람들의 맥주 마시는 습관’에 깊은 흥미를 지녔으며 코미디를 좋아하는 유쾌한 성격이기도 하다.
엘릭시르 ‘미스터리 책장’의 귀환
2018년 30번째 작품을 출간한 뒤로 잠시 휴식기를 가졌던 엘릭시르 ‘미스터리 책장’이 4년 만에 새로운 판형과 디자인으로 돌아왔다. ‘미스터리 책장’의 새로운 시작을 여는 첫 주자는 총 다섯 작품으로 얼 스탠리 가드너의 『벨벳 속의 발톱』, 피터 러브시의 『밀랍 인형』, 존 딕슨 카의 『마녀의 은신처』, 조젯 헤이어의 『조심해, 독이야!』, 로널드 녹스의 『철교 살인 사건』이다. 미스터리 초심자부터 장르 문법에 익숙한 마니아까지 각자의 취향에 맞는 작품부터 골라 펼쳐볼 수 있도록 다채롭게 구성했으며, 앞으로도 ‘미스터리 책장’은 꾸준히 미스터리 걸작을 국내 독자에게 소개해나갈 예정이다.
2012년 첫 출간된 ‘미스터리 책장’은 전 세계 미스터리 거장의 주옥같은 명작을 담은 미스터리 소설 전집이다. 이전까지 일서 중역과 축약본으로밖에 읽을 수 없었던 전설의 미스터리, 미처 국내에 소개되지 않았던 작품들을 믿을 수 있는 전문 번역가의 번역과 멋진 장정으로 새롭게 선보였다. 본격 미스터리, 하드보일드, 서스펜스, 스릴러, 유머 미스터리 등 다양한 장르와 다채로운 걸작을 국내 독자에게 소개할 수 있도록 힘써왔다.

구매가격 : 11,200 원

리빙스턴 씨의 달빛서점

도서정보 : 모니카 구티에레스 아르테로 / 문학동네 / 2022년 12월 02일 / EPUB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 아마존 베스트셀러 1위 ★ 화제의 독립출판 전자책
전 세계 10여 개국 판권 계약, 종이책 정식 출간!

책과 서점, 문학이 우리를 구원해주리라!
어지러운 일상을 보듬어주는 저자극 순한맛 런던 책방 이야기

겉으로는 까칠하고 시니컬하지만 속정 깊은 서점 주인, 리빙스턴 씨가 운영하는 런던의 작은 책방 ‘달빛서점’을 배경으로 잔잔하고 따듯한 이야기들이 펼쳐지는 소설 『리빙스턴 씨의 달빛서점』이 출간된다. 2017년 스페인에서 독립출판 전자책으로 먼저 출간된 이 소설은,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 상황이 극에 달했던 2020년 봄 독자들의 입소문만으로 아마존 전자책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른 출판계 화제작이다. 이후 스페인 펭귄 랜덤하우스 출판사와 정식 계약을 맺고, 독자들의 뜨거운 호응에 힘입어 2021년 초 종이책으로도 출간되었으며, 한국을 비롯해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 이스라엘, 체코 등 전 세계 10여 개국에 판권이 계약되었다.
『리빙스턴 씨의 달빛서점』은 런던의 작은 서점을 배경으로, 서점 주인, 조금 유별난 손님들, 출판사 사장, 서점 상주 작가 들이 만들어내는 ‘책 세상’의 이야기다. 서점 주인 에드워드 리빙스턴은 셰익스피어부터 찰스 디킨스, 루이스 캐럴, 그리고 『해리 포터』 『반지의 제왕』 『셜록 홈스』 시리즈 등 영국을 대표하는 문학작품을 소개하고 소설 곳곳에 인용하며, 서점을 찾는 손님들은 물론 지금 현재의 독자들에게도 맞춤 책 추천을 이어간다. 또한 작가는 템플지구, 템스강, 영국 최고층 건물인 더 샤드, 다이아몬드 주빌리 티 살롱 등 런던의 명소도 소설 곳곳에 묘사하며 직접 런던 여행을 떠난 듯한 기분을 독자에게 선물한다.

“저는 평생 이런 곳을 찾고 싶었어요.
나 자신이 되어 아무런 두려움 없이 행복을 좇아 떠날 수 있는 곳을요.”

고고학을 전공한 주인공 아그네스는 박물관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바르셀로나를 떠나 런던에 오지만 번번이 취업에 실패한다. 기분전환을 위해 템플지구를 거닐던 아그네스는 갑작스러운 비를 만나고, 우연히 발견한 ‘달빛서점’에 들어가 비를 피한다. 그리고 서점 주인 리빙스턴 씨가 내어준 차를 마시다 서점에서 아르바이트로 일해보라는 리빙스턴 씨의 제안을 얼떨결에 받아들이게 된다. 그리고 이곳에서 새로운 생활을 시작하며 리빙스턴 씨의 애인이자 출판사 대표 시오반, 매일 서점에서 혼자 책을 읽으며 하루를 보내는 꼬마 올리버, 늘 서점 한구석에서 글을 쓰는 꾀죄죄한 작가 등 조금 유별난 손님들을 만난다.
출판인 모임에 참석하기 위해 리빙스턴 씨가 자리를 비운 어느 날, 서점 진열장에 전시돼 있던 고문서가 사라진다! 그날 서점에 있던 사람은 아그네스와 올리버, 그리고 묘한 주문을 하던 손님들 몇 명뿐. 도난 사건을 수사하기 위해 경찰 수사관 록우드 경감이 서점에 찾아오며 아그네스는 인생의 커다란 변화를 맞이하는데…… 런던의 작은 서점이 한 사람의 인생을 바꿀 수 있을까?

『리빙스턴 씨의 달빛서점』은 필굿 소설입니다. 부정적인 사건이 일어나지 않는 유머러스한 내용이라 책을 읽는 동안 힘든 일상에서 벗어나게 된다는 피드백을 독자 여러분에게서 받았습니다. 우리는 혹독한 뉴스들에 둘러싸여 있습니다. 정말 어렵고 막연한 시기이지요. 우리에겐 고약한 현실을 잊을 수 있게 해주는 무언가가 필요하고, 그런 의미에서 제 소설이 충분히 제 기능을 다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저는 책과 서점이 언제나 우리에게 최고의 안식처가 되어주리라는 걸 소설을 통해 보여줄 수 있어서 기쁩니다. _모니카 구티에레스 아르테로

구매가격 : 11,500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