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의 기원 1

도서정보 : 브루스 커밍스 | 2023-07-07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브루스 커밍스의 한국전쟁의 기원1·2
초판 발행 43년 만에 완역!

한국전쟁을 다뤘지만, 사실 전쟁을 넘어 한 시대와 역사에 대한 증언이 된 현대의 명저!
국내외를 통틀어 한국전쟁에 관하여 이 연구를 넘어선 책은 단연코 없다!

“상당히 자랑스럽게도 『한국전쟁의 기원』 두 책은 세 가지 상을 받았다.
1권은 미국 역사학회에서 19세기 이후 시대를 다룬 가장 우수한 저서에 수여하는
존 킹 페어뱅크John King Fairbank 저작상을 받았다.
2권은 국제연구협회International Studies Association의 퀸시 라이트Quincy Wright
저작상을 받았다. 그리고 1984년 전두환 독재정권은 1권을 금지도서 목록에 올렸는데,
두 권뿐인 외국인 저서 가운데 하나였다.” _ 브루스 커밍스, 한국어판 서문에서

전설의 문제작 43년 만에 완역

브루스 커밍스의 『한국전쟁의 기원』이 드디어 한국어로 완역 출간되었다. 미국에서 1권이 출간된 1981년으로부터는 43년 만이고, 2권이 나온 1990년으로부터는 34년 만에야 이뤄진 일이다. 한국전쟁이 70주년을 맞고서도 몇 년이나 더 지나서야, 무성한 소문과 이런저런 설의 진원지로 오해되고 일방적으로 규정되어온 커밍스의 주저가 한국 땅에 안착해 독자들에게 자신의 모습을 온전하게 드러낼 수 있게 되었다.
독자들은 의아할 것이다. 다른 것도 아닌 한국 현대사의 가장 큰 비극을 최초로 방대하게 다루고 세계적으로 화제가 된 책이 이제야 완역됐다는 게 믿을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정말 그런 믿을 수 없는 일들이 세상엔 벌어진다. 해외 한국학 성과들을 국내에 꾸준히 번역 소개해온 김범 국사편찬위원회 편사연구관은 누구와의 상의도 없이 단독으로 이 책의 번역에 착수해 순수 번역에만 5년이라는 시간을 바쳐서 완성해냈다. 그 후 그는 출판사에 접촉해 브루스 커밍스와 정식으로 한국어판 계약을 맺은 후 출간이 이뤄질 수 있었다. 브루스 커밍스는 번역 원고를 읽어본 후 보내온 한국어판 서문에서 “고단한 작업을 끝낸 김범 박사가 이제 충분히 쉬기를 바란다. 나는 한국어를 읽을 수 있는 모든 독자에게 그의 번역을 강력히 추천한다”라고 격려했다. 또한 그는 “40년 전 1권이 출판된 책이 이제야 공식적으로 번역된 것”에 대해 “전두환 정권의 금지도서 목록에 올라간 것”과 “한국에서 분단이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라는 점을 들어 이해될 만한 일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우리의 역량과 열의의 부족을 탓하지 않을 수는 없다. 한국전쟁에 대한 연구는 그 내재적 동학과 전쟁으로의 발전과정에 대한 탐구보다는 “범인을 찾는 식”으로 전쟁 발발의 책임 소재를 밝히기에 집착해왔던 점, 미국·소련의 기밀문서와 북한 측 노획 문건들이 공개되면서 대략적으로 큰 그림이 나오자 커밍스 책의 오류를 강조하는 분위기가 커져버리기도 했을 것이다. 그러나 커밍스는 자신이 미처 보지 못한 소련 문서들을 통해 전쟁 전 김일성의 계획에 대한 스탈린의 동의가 있었다는 점을 인지한 후에도 자신의 주장을 철회하지 않고 있다. 김일성은 정권 초기단계의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전쟁이 필요했다는 게 학계의 넓은 공감대를 얻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어판 출간의 의의

지금 이 시점에서 한국전쟁의 기원을 펴낸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신복룡 교수가 말한 것처럼 한국전쟁은 매우 난해하고도 미묘한 성격을 안고 있다. 선전 포고가 없는 전쟁, 승패가 없는 전쟁, 미국이 승리하지 못한 최초의 전쟁, 악을 제거하지 못하고 오히려 분단을 고착화시켜 민족사적 비극을 극대화시킨 전쟁, 이데올로기적 결전(냉전)을 가속화시킨 전쟁, 무엇보다도 개전의 책임에 대해 가장 논란이 많은 전쟁이었다. 여전히 진행 중인 전쟁이고, 전쟁의 상대방인 북한은 이제 핵무장을 완성했고, 변함없이 한반도는 강대국 사이에 끼어 있고, 38선 인근의 작은 도발도 톱뉴스가 되는 사회에서 이 전쟁은 결코 역사가 될 수 없다. 여전히 우리 현실을 강하게 규정하고 있는 현안이다. 아직까지도 유일하게 분단체제라는 말이 유효한 땅에서 한국전쟁은 겉으로 드러난 전투 양상과 개전의 책임론에 가려진 긴 시간 동안의 사회동학 문제가 다시 전면에 올라올 필요가 있다. 브루스 커밍스의 한국전쟁의 기원은 바로 이 측면에서의 탁월한 성과라고 할 수 있다.
커밍스의 책에 대해서는 수많은 이들이 찬사를 아끼지 않았고 비판도 많이 이뤄져왔다. 그중 소련의 지령을 받은 북한의 대대적인 남침으로 전쟁이 시작됐다는 전통주의 학설에 최초로 이의를 제기한 ‘수정주의’라는 점은 이제는 그다지 강조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전통주의, 수정주의, 신수정주의 등의 담론의 틀에서 커밍스의 잭을 재조명하는 일은 입체적인 이 책을 지극히 평면적으로 단순화시키기 때문에 극도로 피해야 할 일이다. 사실이 잘못돼 수정해야 한다는 의미의 ‘수정’이란 말에 ‘주의’를 붙인 자체가 애초에 무리한 어법인 데다, 워낙 오류로 밝혀져 폐기된 입장도 많아 논의 지형 자체가 그 유효성을 상실했다고 보는 게 옳다.
한국전쟁을 쓴 정병준 교수는 자신의 책에서 “1950년 6월에 전쟁이 시작된 것은 어느 누구의 잘못이라고 말할 수 없다”는 커밍스의 주장을 비판했지만 정작 커밍스의 책을 통독해보면 커밍스가 이 전쟁에 대해 미국책임론에 크게 기울어져 있다는 점을 느낄 수 있다. 또한 한국전쟁에서 지나치게 내부적 요소를 강조해 한국전쟁을 “내전”으로 규정한 것에 대해서도 많은 비판이 있었지만, 이번 완역판을 찬찬히 읽어보면 커밍스가 ‘내전’을 강조한 이유는 미·소 양국의 대립으로만 이 문제를 바라보는 것에 문제제기를 하기 위함이었지, 그가 한국전쟁이 “내전적 성격을 띤 국제전”이라는 점을 부정한 것은 아니며 오히려 미국의 세계 전략에 따라 전쟁으로 귀결되는 과정을 상세하게 복원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커밍스에 대한 강력한 비판자인 박명림 교수는 “남침설을 가장 강력하게 회의하며 이에 대한 반명제를 구명하려 시도해온 브루스 커밍스”라고 지적했지만, 커밍스는 북침설은 말도 안 되는 주장이라고 애초에 지적했으며, 1950년 이전부터 중소규모의 유격전과 국지전이 1년 넘게 반복되며 10만 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의 전면전으로의 전환이 과연 남침이라는 말로 정리될 수 있는 것이냐는 회의감이자 더 정확한 실상에 대한 요구였을 뿐이다. 1952년에 『한국전쟁의 비사』를 펴내 전쟁이 일어날 걸 알면서도 이승만, 맥아더, 덜레스, 장제스 등이 침묵의 음모로 그것을 방조했다는 I. F. 스톤의 ‘남침유도설’에 더해 커밍스의 책에서도 그 부분이 재검토되고 있다. 이에 대해 커밍스를 ‘음모론자’로 보는 입장도 생겼지만 전쟁 당시 미 국무부의 딘 애치슨이 나중에 사석에서 “한국이 우리를 구했다”라고 말했던 건 사실이며, 제2차 세계대전 종전 후 미국의 세계 패권 추구에 필요한 국방비 증액과, 분열된 국론의 통일에 있어 한국전쟁이 큰 역할을 했다는 점은 주지의 일이다. 한국 내부의 동학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농민’ 섹션을 너무 중시했고, ‘노동’과 ‘노동자’ 섹션이 갖는 중요성은 거의 다루지 않았다는 손호철 교수 등의 지적도 있었다.
아무튼 이제 한국전쟁의 기원은 그 육중한 몸체를 그대로 내보이게 됐다. 특히 번역되지 않아 소문만 무성했던 제2권은 분량도 1권의 두 배에 달하는 데다 1945~1947년을 다룬 1권에 비해 1947년부터 전쟁 발발까지를 다루고 있으며, 1권과는 달리 한반도의 상황보다 먼저 미국의 외교정책, 세계정책, 한반도정책, 소련정책, 일본정책 등을 매우 밀도 깊게 구체적으로 짚어 이 전쟁의 국제전적 측면을 정말 공을 들여서 그려내고 있다. 이제 커밍스의 책은 한국 사회에서 다시 읽히고rereading, 그럼으로써 이 책이 식민지시대부터 한국전쟁 때까지 이 사회가 겪은 여러 가지 격동적 변화와 그로 인해 배태된 사회적 갈등과 그 분출을 촘촘하게 그려낸 시대의 세밀화라는 점을 충분히 인식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분단체제의 출발점이었던 미 군정의 진주와 미국이 공산주의 세력의 확산을 막고, 정치경제적으로 패권을 추구하기 위한 외곽 한계선을 설정하기 위해 이 땅에서 벌인 구체적인 일이 어떤 것이었는지 등에 대해서도, 식민지에서 우후죽순처럼 막 독립한 나라와 민족들을 통제하고 이것을 유리하게 가져가기 위해 그들이 짰던 전략과 실수들, 그에 기반해서 이뤄졌던 사회 통제와 회유, 탄압 등은 무엇이었는지에 대해서도, 조선 후기와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혁명이 아니면 해결하기 힘들 정도로 계급 갈등이 심각해 식민 권력이 물러난 무주공산에 사회주의 혁명의 분위기가 우리가 상상했던 것 이상으로 강력했다는 점, 그렇기에 북한의 남한 적화 야욕이 그 당시 문맥에서는 그다지 끔찍한 상상력이 아니었다는 점 등에 대해서도 진영과 이념과 매너리즘에서 벗어난 현실주의의 시각에서 많은 논의가 있었으면 한다. 여전히 민족적 현실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감정적이 되고, 피해의식에 휩싸여 있는 대중적 분위기에서는 철도 부설과 산업화 시설 같은 식민지 근대화의 측면을 여타 서방의 식민지였던 동남아의 나라들과 다른 한국의 특수성으로 인정한 커밍스의 입장은 불편할 수 있지만, 반대로 그가 이 책에서 미군정이 친일 세력을 그대로 용인하고 행정 권력으로 연착륙시킨 지점을 반복하여 강력하게 비판하고, 그것이 내전적 요소의 핵심으로 강조한다는 점은 우리에게 분명히 시사하는 바가 있을 것이다.

구매가격 : 30,000 원

한국전쟁의 기원 2-1

도서정보 : 브루스 커밍스 | 2023-07-07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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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스 커밍스의 한국전쟁의 기원1·2
초판 발행 43년 만에 완역!

한국전쟁을 다뤘지만, 사실 전쟁을 넘어 한 시대와 역사에 대한 증언이 된 현대의 명저!
국내외를 통틀어 한국전쟁에 관하여 이 연구를 넘어선 책은 단연코 없다!

“상당히 자랑스럽게도 『한국전쟁의 기원』 두 책은 세 가지 상을 받았다.
1권은 미국 역사학회에서 19세기 이후 시대를 다룬 가장 우수한 저서에 수여하는
존 킹 페어뱅크John King Fairbank 저작상을 받았다.
2권은 국제연구협회International Studies Association의 퀸시 라이트Quincy Wright
저작상을 받았다. 그리고 1984년 전두환 독재정권은 1권을 금지도서 목록에 올렸는데,
두 권뿐인 외국인 저서 가운데 하나였다.” _ 브루스 커밍스, 한국어판 서문에서

전설의 문제작 43년 만에 완역

브루스 커밍스의 『한국전쟁의 기원』이 드디어 한국어로 완역 출간되었다. 미국에서 1권이 출간된 1981년으로부터는 43년 만이고, 2권이 나온 1990년으로부터는 34년 만에야 이뤄진 일이다. 한국전쟁이 70주년을 맞고서도 몇 년이나 더 지나서야, 무성한 소문과 이런저런 설의 진원지로 오해되고 일방적으로 규정되어온 커밍스의 주저가 한국 땅에 안착해 독자들에게 자신의 모습을 온전하게 드러낼 수 있게 되었다.
독자들은 의아할 것이다. 다른 것도 아닌 한국 현대사의 가장 큰 비극을 최초로 방대하게 다루고 세계적으로 화제가 된 책이 이제야 완역됐다는 게 믿을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정말 그런 믿을 수 없는 일들이 세상엔 벌어진다. 해외 한국학 성과들을 국내에 꾸준히 번역 소개해온 김범 국사편찬위원회 편사연구관은 누구와의 상의도 없이 단독으로 이 책의 번역에 착수해 순수 번역에만 5년이라는 시간을 바쳐서 완성해냈다. 그 후 그는 출판사에 접촉해 브루스 커밍스와 정식으로 한국어판 계약을 맺은 후 출간이 이뤄질 수 있었다. 브루스 커밍스는 번역 원고를 읽어본 후 보내온 한국어판 서문에서 “고단한 작업을 끝낸 김범 박사가 이제 충분히 쉬기를 바란다. 나는 한국어를 읽을 수 있는 모든 독자에게 그의 번역을 강력히 추천한다”라고 격려했다. 또한 그는 “40년 전 1권이 출판된 책이 이제야 공식적으로 번역된 것”에 대해 “전두환 정권의 금지도서 목록에 올라간 것”과 “한국에서 분단이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라는 점을 들어 이해될 만한 일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우리의 역량과 열의의 부족을 탓하지 않을 수는 없다. 한국전쟁에 대한 연구는 그 내재적 동학과 전쟁으로의 발전과정에 대한 탐구보다는 “범인을 찾는 식”으로 전쟁 발발의 책임 소재를 밝히기에 집착해왔던 점, 미국·소련의 기밀문서와 북한 측 노획 문건들이 공개되면서 대략적으로 큰 그림이 나오자 커밍스 책의 오류를 강조하는 분위기가 커져버리기도 했을 것이다. 그러나 커밍스는 자신이 미처 보지 못한 소련 문서들을 통해 전쟁 전 김일성의 계획에 대한 스탈린의 동의가 있었다는 점을 인지한 후에도 자신의 주장을 철회하지 않고 있다. 김일성은 정권 초기단계의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전쟁이 필요했다는 게 학계의 넓은 공감대를 얻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어판 출간의 의의

지금 이 시점에서 한국전쟁의 기원을 펴낸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신복룡 교수가 말한 것처럼 한국전쟁은 매우 난해하고도 미묘한 성격을 안고 있다. 선전 포고가 없는 전쟁, 승패가 없는 전쟁, 미국이 승리하지 못한 최초의 전쟁, 악을 제거하지 못하고 오히려 분단을 고착화시켜 민족사적 비극을 극대화시킨 전쟁, 이데올로기적 결전(냉전)을 가속화시킨 전쟁, 무엇보다도 개전의 책임에 대해 가장 논란이 많은 전쟁이었다. 여전히 진행 중인 전쟁이고, 전쟁의 상대방인 북한은 이제 핵무장을 완성했고, 변함없이 한반도는 강대국 사이에 끼어 있고, 38선 인근의 작은 도발도 톱뉴스가 되는 사회에서 이 전쟁은 결코 역사가 될 수 없다. 여전히 우리 현실을 강하게 규정하고 있는 현안이다. 아직까지도 유일하게 분단체제라는 말이 유효한 땅에서 한국전쟁은 겉으로 드러난 전투 양상과 개전의 책임론에 가려진 긴 시간 동안의 사회동학 문제가 다시 전면에 올라올 필요가 있다. 브루스 커밍스의 한국전쟁의 기원은 바로 이 측면에서의 탁월한 성과라고 할 수 있다.
커밍스의 책에 대해서는 수많은 이들이 찬사를 아끼지 않았고 비판도 많이 이뤄져왔다. 그중 소련의 지령을 받은 북한의 대대적인 남침으로 전쟁이 시작됐다는 전통주의 학설에 최초로 이의를 제기한 ‘수정주의’라는 점은 이제는 그다지 강조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전통주의, 수정주의, 신수정주의 등의 담론의 틀에서 커밍스의 잭을 재조명하는 일은 입체적인 이 책을 지극히 평면적으로 단순화시키기 때문에 극도로 피해야 할 일이다. 사실이 잘못돼 수정해야 한다는 의미의 ‘수정’이란 말에 ‘주의’를 붙인 자체가 애초에 무리한 어법인 데다, 워낙 오류로 밝혀져 폐기된 입장도 많아 논의 지형 자체가 그 유효성을 상실했다고 보는 게 옳다.
한국전쟁을 쓴 정병준 교수는 자신의 책에서 “1950년 6월에 전쟁이 시작된 것은 어느 누구의 잘못이라고 말할 수 없다”는 커밍스의 주장을 비판했지만 정작 커밍스의 책을 통독해보면 커밍스가 이 전쟁에 대해 미국책임론에 크게 기울어져 있다는 점을 느낄 수 있다. 또한 한국전쟁에서 지나치게 내부적 요소를 강조해 한국전쟁을 “내전”으로 규정한 것에 대해서도 많은 비판이 있었지만, 이번 완역판을 찬찬히 읽어보면 커밍스가 ‘내전’을 강조한 이유는 미·소 양국의 대립으로만 이 문제를 바라보는 것에 문제제기를 하기 위함이었지, 그가 한국전쟁이 “내전적 성격을 띤 국제전”이라는 점을 부정한 것은 아니며 오히려 미국의 세계 전략에 따라 전쟁으로 귀결되는 과정을 상세하게 복원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커밍스에 대한 강력한 비판자인 박명림 교수는 “남침설을 가장 강력하게 회의하며 이에 대한 반명제를 구명하려 시도해온 브루스 커밍스”라고 지적했지만, 커밍스는 북침설은 말도 안 되는 주장이라고 애초에 지적했으며, 1950년 이전부터 중소규모의 유격전과 국지전이 1년 넘게 반복되며 10만 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의 전면전으로의 전환이 과연 남침이라는 말로 정리될 수 있는 것이냐는 회의감이자 더 정확한 실상에 대한 요구였을 뿐이다. 1952년에 『한국전쟁의 비사』를 펴내 전쟁이 일어날 걸 알면서도 이승만, 맥아더, 덜레스, 장제스 등이 침묵의 음모로 그것을 방조했다는 I. F. 스톤의 ‘남침유도설’에 더해 커밍스의 책에서도 그 부분이 재검토되고 있다. 이에 대해 커밍스를 ‘음모론자’로 보는 입장도 생겼지만 전쟁 당시 미 국무부의 딘 애치슨이 나중에 사석에서 “한국이 우리를 구했다”라고 말했던 건 사실이며, 제2차 세계대전 종전 후 미국의 세계 패권 추구에 필요한 국방비 증액과, 분열된 국론의 통일에 있어 한국전쟁이 큰 역할을 했다는 점은 주지의 일이다. 한국 내부의 동학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농민’ 섹션을 너무 중시했고, ‘노동’과 ‘노동자’ 섹션이 갖는 중요성은 거의 다루지 않았다는 손호철 교수 등의 지적도 있었다.
아무튼 이제 한국전쟁의 기원은 그 육중한 몸체를 그대로 내보이게 됐다. 특히 번역되지 않아 소문만 무성했던 제2권은 분량도 1권의 두 배에 달하는 데다 1945~1947년을 다룬 1권에 비해 1947년부터 전쟁 발발까지를 다루고 있으며, 1권과는 달리 한반도의 상황보다 먼저 미국의 외교정책, 세계정책, 한반도정책, 소련정책, 일본정책 등을 매우 밀도 깊게 구체적으로 짚어 이 전쟁의 국제전적 측면을 정말 공을 들여서 그려내고 있다. 이제 커밍스의 책은 한국 사회에서 다시 읽히고rereading, 그럼으로써 이 책이 식민지시대부터 한국전쟁 때까지 이 사회가 겪은 여러 가지 격동적 변화와 그로 인해 배태된 사회적 갈등과 그 분출을 촘촘하게 그려낸 시대의 세밀화라는 점을 충분히 인식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분단체제의 출발점이었던 미 군정의 진주와 미국이 공산주의 세력의 확산을 막고, 정치경제적으로 패권을 추구하기 위한 외곽 한계선을 설정하기 위해 이 땅에서 벌인 구체적인 일이 어떤 것이었는지 등에 대해서도, 식민지에서 우후죽순처럼 막 독립한 나라와 민족들을 통제하고 이것을 유리하게 가져가기 위해 그들이 짰던 전략과 실수들, 그에 기반해서 이뤄졌던 사회 통제와 회유, 탄압 등은 무엇이었는지에 대해서도, 조선 후기와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혁명이 아니면 해결하기 힘들 정도로 계급 갈등이 심각해 식민 권력이 물러난 무주공산에 사회주의 혁명의 분위기가 우리가 상상했던 것 이상으로 강력했다는 점, 그렇기에 북한의 남한 적화 야욕이 그 당시 문맥에서는 그다지 끔찍한 상상력이 아니었다는 점 등에 대해서도 진영과 이념과 매너리즘에서 벗어난 현실주의의 시각에서 많은 논의가 있었으면 한다. 여전히 민족적 현실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감정적이 되고, 피해의식에 휩싸여 있는 대중적 분위기에서는 철도 부설과 산업화 시설 같은 식민지 근대화의 측면을 여타 서방의 식민지였던 동남아의 나라들과 다른 한국의 특수성으로 인정한 커밍스의 입장은 불편할 수 있지만, 반대로 그가 이 책에서 미군정이 친일 세력을 그대로 용인하고 행정 권력으로 연착륙시킨 지점을 반복하여 강력하게 비판하고, 그것이 내전적 요소의 핵심으로 강조한다는 점은 우리에게 분명히 시사하는 바가 있을 것이다.

구매가격 : 26,300 원

한국전쟁의 기원 2-2

도서정보 : 브루스 커밍스 | 2023-07-07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브루스 커밍스의 한국전쟁의 기원1·2
초판 발행 43년 만에 완역!

한국전쟁을 다뤘지만, 사실 전쟁을 넘어 한 시대와 역사에 대한 증언이 된 현대의 명저!
국내외를 통틀어 한국전쟁에 관하여 이 연구를 넘어선 책은 단연코 없다!

“상당히 자랑스럽게도 『한국전쟁의 기원』 두 책은 세 가지 상을 받았다.
1권은 미국 역사학회에서 19세기 이후 시대를 다룬 가장 우수한 저서에 수여하는
존 킹 페어뱅크John King Fairbank 저작상을 받았다.
2권은 국제연구협회International Studies Association의 퀸시 라이트Quincy Wright
저작상을 받았다. 그리고 1984년 전두환 독재정권은 1권을 금지도서 목록에 올렸는데,
두 권뿐인 외국인 저서 가운데 하나였다.” _ 브루스 커밍스, 한국어판 서문에서

전설의 문제작 43년 만에 완역

브루스 커밍스의 『한국전쟁의 기원』이 드디어 한국어로 완역 출간되었다. 미국에서 1권이 출간된 1981년으로부터는 43년 만이고, 2권이 나온 1990년으로부터는 34년 만에야 이뤄진 일이다. 한국전쟁이 70주년을 맞고서도 몇 년이나 더 지나서야, 무성한 소문과 이런저런 설의 진원지로 오해되고 일방적으로 규정되어온 커밍스의 주저가 한국 땅에 안착해 독자들에게 자신의 모습을 온전하게 드러낼 수 있게 되었다.
독자들은 의아할 것이다. 다른 것도 아닌 한국 현대사의 가장 큰 비극을 최초로 방대하게 다루고 세계적으로 화제가 된 책이 이제야 완역됐다는 게 믿을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정말 그런 믿을 수 없는 일들이 세상엔 벌어진다. 해외 한국학 성과들을 국내에 꾸준히 번역 소개해온 김범 국사편찬위원회 편사연구관은 누구와의 상의도 없이 단독으로 이 책의 번역에 착수해 순수 번역에만 5년이라는 시간을 바쳐서 완성해냈다. 그 후 그는 출판사에 접촉해 브루스 커밍스와 정식으로 한국어판 계약을 맺은 후 출간이 이뤄질 수 있었다. 브루스 커밍스는 번역 원고를 읽어본 후 보내온 한국어판 서문에서 “고단한 작업을 끝낸 김범 박사가 이제 충분히 쉬기를 바란다. 나는 한국어를 읽을 수 있는 모든 독자에게 그의 번역을 강력히 추천한다”라고 격려했다. 또한 그는 “40년 전 1권이 출판된 책이 이제야 공식적으로 번역된 것”에 대해 “전두환 정권의 금지도서 목록에 올라간 것”과 “한국에서 분단이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라는 점을 들어 이해될 만한 일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우리의 역량과 열의의 부족을 탓하지 않을 수는 없다. 한국전쟁에 대한 연구는 그 내재적 동학과 전쟁으로의 발전과정에 대한 탐구보다는 “범인을 찾는 식”으로 전쟁 발발의 책임 소재를 밝히기에 집착해왔던 점, 미국·소련의 기밀문서와 북한 측 노획 문건들이 공개되면서 대략적으로 큰 그림이 나오자 커밍스 책의 오류를 강조하는 분위기가 커져버리기도 했을 것이다. 그러나 커밍스는 자신이 미처 보지 못한 소련 문서들을 통해 전쟁 전 김일성의 계획에 대한 스탈린의 동의가 있었다는 점을 인지한 후에도 자신의 주장을 철회하지 않고 있다. 김일성은 정권 초기단계의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전쟁이 필요했다는 게 학계의 넓은 공감대를 얻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어판 출간의 의의

지금 이 시점에서 한국전쟁의 기원을 펴낸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신복룡 교수가 말한 것처럼 한국전쟁은 매우 난해하고도 미묘한 성격을 안고 있다. 선전 포고가 없는 전쟁, 승패가 없는 전쟁, 미국이 승리하지 못한 최초의 전쟁, 악을 제거하지 못하고 오히려 분단을 고착화시켜 민족사적 비극을 극대화시킨 전쟁, 이데올로기적 결전(냉전)을 가속화시킨 전쟁, 무엇보다도 개전의 책임에 대해 가장 논란이 많은 전쟁이었다. 여전히 진행 중인 전쟁이고, 전쟁의 상대방인 북한은 이제 핵무장을 완성했고, 변함없이 한반도는 강대국 사이에 끼어 있고, 38선 인근의 작은 도발도 톱뉴스가 되는 사회에서 이 전쟁은 결코 역사가 될 수 없다. 여전히 우리 현실을 강하게 규정하고 있는 현안이다. 아직까지도 유일하게 분단체제라는 말이 유효한 땅에서 한국전쟁은 겉으로 드러난 전투 양상과 개전의 책임론에 가려진 긴 시간 동안의 사회동학 문제가 다시 전면에 올라올 필요가 있다. 브루스 커밍스의 한국전쟁의 기원은 바로 이 측면에서의 탁월한 성과라고 할 수 있다.
커밍스의 책에 대해서는 수많은 이들이 찬사를 아끼지 않았고 비판도 많이 이뤄져왔다. 그중 소련의 지령을 받은 북한의 대대적인 남침으로 전쟁이 시작됐다는 전통주의 학설에 최초로 이의를 제기한 ‘수정주의’라는 점은 이제는 그다지 강조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전통주의, 수정주의, 신수정주의 등의 담론의 틀에서 커밍스의 잭을 재조명하는 일은 입체적인 이 책을 지극히 평면적으로 단순화시키기 때문에 극도로 피해야 할 일이다. 사실이 잘못돼 수정해야 한다는 의미의 ‘수정’이란 말에 ‘주의’를 붙인 자체가 애초에 무리한 어법인 데다, 워낙 오류로 밝혀져 폐기된 입장도 많아 논의 지형 자체가 그 유효성을 상실했다고 보는 게 옳다.
한국전쟁을 쓴 정병준 교수는 자신의 책에서 “1950년 6월에 전쟁이 시작된 것은 어느 누구의 잘못이라고 말할 수 없다”는 커밍스의 주장을 비판했지만 정작 커밍스의 책을 통독해보면 커밍스가 이 전쟁에 대해 미국책임론에 크게 기울어져 있다는 점을 느낄 수 있다. 또한 한국전쟁에서 지나치게 내부적 요소를 강조해 한국전쟁을 “내전”으로 규정한 것에 대해서도 많은 비판이 있었지만, 이번 완역판을 찬찬히 읽어보면 커밍스가 ‘내전’을 강조한 이유는 미·소 양국의 대립으로만 이 문제를 바라보는 것에 문제제기를 하기 위함이었지, 그가 한국전쟁이 “내전적 성격을 띤 국제전”이라는 점을 부정한 것은 아니며 오히려 미국의 세계 전략에 따라 전쟁으로 귀결되는 과정을 상세하게 복원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커밍스에 대한 강력한 비판자인 박명림 교수는 “남침설을 가장 강력하게 회의하며 이에 대한 반명제를 구명하려 시도해온 브루스 커밍스”라고 지적했지만, 커밍스는 북침설은 말도 안 되는 주장이라고 애초에 지적했으며, 1950년 이전부터 중소규모의 유격전과 국지전이 1년 넘게 반복되며 10만 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의 전면전으로의 전환이 과연 남침이라는 말로 정리될 수 있는 것이냐는 회의감이자 더 정확한 실상에 대한 요구였을 뿐이다. 1952년에 『한국전쟁의 비사』를 펴내 전쟁이 일어날 걸 알면서도 이승만, 맥아더, 덜레스, 장제스 등이 침묵의 음모로 그것을 방조했다는 I. F. 스톤의 ‘남침유도설’에 더해 커밍스의 책에서도 그 부분이 재검토되고 있다. 이에 대해 커밍스를 ‘음모론자’로 보는 입장도 생겼지만 전쟁 당시 미 국무부의 딘 애치슨이 나중에 사석에서 “한국이 우리를 구했다”라고 말했던 건 사실이며, 제2차 세계대전 종전 후 미국의 세계 패권 추구에 필요한 국방비 증액과, 분열된 국론의 통일에 있어 한국전쟁이 큰 역할을 했다는 점은 주지의 일이다. 한국 내부의 동학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농민’ 섹션을 너무 중시했고, ‘노동’과 ‘노동자’ 섹션이 갖는 중요성은 거의 다루지 않았다는 손호철 교수 등의 지적도 있었다.
아무튼 이제 한국전쟁의 기원은 그 육중한 몸체를 그대로 내보이게 됐다. 특히 번역되지 않아 소문만 무성했던 제2권은 분량도 1권의 두 배에 달하는 데다 1945~1947년을 다룬 1권에 비해 1947년부터 전쟁 발발까지를 다루고 있으며, 1권과는 달리 한반도의 상황보다 먼저 미국의 외교정책, 세계정책, 한반도정책, 소련정책, 일본정책 등을 매우 밀도 깊게 구체적으로 짚어 이 전쟁의 국제전적 측면을 정말 공을 들여서 그려내고 있다. 이제 커밍스의 책은 한국 사회에서 다시 읽히고rereading, 그럼으로써 이 책이 식민지시대부터 한국전쟁 때까지 이 사회가 겪은 여러 가지 격동적 변화와 그로 인해 배태된 사회적 갈등과 그 분출을 촘촘하게 그려낸 시대의 세밀화라는 점을 충분히 인식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분단체제의 출발점이었던 미 군정의 진주와 미국이 공산주의 세력의 확산을 막고, 정치경제적으로 패권을 추구하기 위한 외곽 한계선을 설정하기 위해 이 땅에서 벌인 구체적인 일이 어떤 것이었는지 등에 대해서도, 식민지에서 우후죽순처럼 막 독립한 나라와 민족들을 통제하고 이것을 유리하게 가져가기 위해 그들이 짰던 전략과 실수들, 그에 기반해서 이뤄졌던 사회 통제와 회유, 탄압 등은 무엇이었는지에 대해서도, 조선 후기와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혁명이 아니면 해결하기 힘들 정도로 계급 갈등이 심각해 식민 권력이 물러난 무주공산에 사회주의 혁명의 분위기가 우리가 상상했던 것 이상으로 강력했다는 점, 그렇기에 북한의 남한 적화 야욕이 그 당시 문맥에서는 그다지 끔찍한 상상력이 아니었다는 점 등에 대해서도 진영과 이념과 매너리즘에서 벗어난 현실주의의 시각에서 많은 논의가 있었으면 한다. 여전히 민족적 현실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감정적이 되고, 피해의식에 휩싸여 있는 대중적 분위기에서는 철도 부설과 산업화 시설 같은 식민지 근대화의 측면을 여타 서방의 식민지였던 동남아의 나라들과 다른 한국의 특수성으로 인정한 커밍스의 입장은 불편할 수 있지만, 반대로 그가 이 책에서 미군정이 친일 세력을 그대로 용인하고 행정 권력으로 연착륙시킨 지점을 반복하여 강력하게 비판하고, 그것이 내전적 요소의 핵심으로 강조한다는 점은 우리에게 분명히 시사하는 바가 있을 것이다.

구매가격 : 26,300 원

베난단티

도서정보 : 카를로 긴즈부르그 | 2023-07-06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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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시사의 문을 연
카를로 긴즈부르그의 명저

“우리가 이기면 그해에는 풍년이 듭니다.
하지만 우리가 지면 흉년이 됩니다.”
회향단을 든 베난단티는 수숫대를 든 마녀들과 싸웠다.

우리는 역사에서 벗어나 즉각 접할 수 있는 개인을 만나리라 예상하는 곳에서 오히려 공동체에 전해내려오는 전승의 힘은 물론 사회생활과 연결되어 있는 희망과 필요성을 만난다. (174쪽)

이제는 이름조차 사라져버린 유럽 변두리의 민간신앙이 굴절되고 변형되고 왜곡되어 마침내 소멸해버린 과정을 통해서도 훌륭한 역사가 쓰일 수 있다는 것이 경이롭게 다가왔다.
_조한욱, 「옮긴이의 말」에서

16세기 말부터 17세기 초까지 이탈리아 한 지역의 재판 기록을 추적하다
미시사의 문을 연 저명한 역사학자 카를로 긴즈부르그의 첫 책 『베난단티』가 교유서가 어제의책 시리즈 중 하나로 다시 출간되었다. 이 책은 긴즈부르그가 27세에 썼던 박사학위 논문을 묶은 책으로, 16세기 말부터 17세기 초까지 이탈리아 북동부의 프리울리 지역에서 벌어진 농민들의 이단 심문 기록(베난단티-마녀에 대한 재판)을 바탕으로 하여 당시 농민들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담았고, 그 이면에 비친 사회상을 연구하였다.
원서는 1966년에 출간돼 역사학계와 독자들 사이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고, 국내에서는 2004년¨『마녀와 베난단티의 밤의 전투』(도서출판 길)라는 제목으로 처음 번역 출간하여 국내 역사연구자들과 일부 독자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었으나 지속적인 관심을 받지 못하고 절판되었다. 그러나 원서는 이탈리아를 비롯해 영어권에서도 판을 달리하여 출간되었는데, 2020년에는 50주년 기념판으로 이탈리아 ADELPHI EDIZIONI사에서 펴냈다. 이 책에는 50주년 기념으로 쓴 글이 추가돼 있다. 이 글은 긴즈부르그가 2017년 피사고등사범학교 학술발표회에서 기고했던 글을 보완한 것으로, 이후 스페인어, 프랑스어, 포르투갈어로 번역, 출간되었다. 이번 한국어판에도 이 글을 번역하여 게재했다. 이 글에는 긴즈부르그가 ‘베난단티’를 연구하게 된 배경이 잘 드러나 있다. 긴즈부르그는 유대인으로 무솔리니 치하의 이탈리아에서 박해받았던 의식적, 무의식적 경험이 있었는데 자신이 박해받았던 경험이 베난단티의 박해 경험과 유사성을 갖는다는 사실을 인식하게 되었고, 그것이 이 책을 집필한 무의식적 동기였을 수도 있다고 밝힌다. 그뿐 아니라 역사학, 사회학, 신학, 심리학, 정치이론, 인류학, 종교학 등 방대한 학문 분야에서 제기된 문제점들과 그에 대한 자신의 대응을 잘 정리하여 알려주고 있다.

1959년 가을에 피사고등사범학교 학생이었던 나는 학교의 도서관에서 갑자기 하나의 결심을 하게 되었다. (나는 그 정확한 순간을 기억하는 데, 나는 유리로 된 선반에 몸을 고정시키고 있었다.) 그것은 하나라기보다는 세 가지의 결심이었다. 첫째로 나는 역사가라는 직업을 추구하게 될 것이며, 둘째로 나는 마녀사냥의 과정을 연구하기 시작할 것이며, 셋째로 나는 마녀사냥이라는 것 자체보다는 그 희생자에, 정확하게는 마술의 혐의로 고발당한 남자와 여자들에게 초점을 맞추리라는 것이었다.
_「『베난단티』, 50년 이후」에서

오랜 감금과 유도심문으로 마녀가 돼버린 베난단티
긴즈부르그는 17세기로 지나던 무렵 이탈리아 프리울리라는 지역에서 농민들에 대한 이단 재판 기록을 추적해 연구했다. 긴즈부르그의 이 연구는 역사학의 한 분야가 되는 미시사의 개척이자 새 연구방법의 지평을 열었다. 재판을 받던 농민들은 계절이 바뀌는 축일마다 몸에서 벗어난 영혼으로 회향가지를 들고 수숫단을 든 마녀들과 전투를 벌였다. 그 전투에서 농민들이 이기면 그해는 풍년이 되고, 마녀들이 이기면 흉년이 된다. 이 농민들이 좋은 일을 하는 사람들로 스스로 ‘베난단티’라고 부른다. 그들은 악마를 숭배하는 마녀와 싸우며 가톨릭을 수호한다고 믿었다. 하지만 재판은 신과 악마의 대결 구도 속에서 베난단티는 교구 성직자의 고발로 심문을 받게 된다. 자신의 일을 자랑스럽게 여겼던 이들이 오랜 감금과 유도심문을 겪으면서 마녀라고 자백하게 되고 범죄자가 된다. 긴즈부르그는 지금은 사라진 베난단티가 풍년을 기원하는 민간신앙의 한 형태로 유라시아 대륙에 퍼져 있던 샤머니즘과 같다고 여겼다. 이 책은 이교도에 대한 억압과 지배층의 방어적인 면으로 민중문화의 독자성과 생명력이 어떻게 소멸하는지 잘 보여준다.

나는 희생자들의 신앙과 태도에 대해 무엇인가 알기 위해 그들의 감정과 동화되려는 힘에 이끌려 마녀재판을 연구하고자 하였다. 그러나 금방 인식할 수는 없다 해도 이런 종류의 계획에는 역설적인 측면이 있었다. 여기에는 유도신문과 고문을 수단으로 하여 재판관들이 희생자들에게 씌운 문화적 고정관념을 희생자들의 탓으로 돌리게 될 위험이 있었다. 나는 내 최초의 질문과 재판기록의 성격 사이에 존재하는 간격에 대한 인식이 또다른 간격의 해결 방안을 찾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것은 재판관의 질문과 베난단티의 대답 사이의 간격을 말한다.
_「한국어판 서문」에서」

구매가격 : 19,500 원

세계사를 바꾼 화학 이야기 2

도서정보 : 오미야 오사무 | 2023-06-29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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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 패러다임을 바꾼 ‘철근 콘크리트’ 개발, 자동차 사회의 주춧돌이 된
‘공기를 넣은 고무 타이어’ 발명에 이르기까지 최첨단 문명을 꽃피운
물질의 중심에는 ‘화학’이 있었다!

프랑스 정원사 조제프 모니에가 철근과 콘크리트의 장점을 결합해 만든 ‘철근 콘크리트’가 건축 패러다임을 바꾸고 세계사의 물줄기를 돌렸다. 특허를 취득한 지 19년째 되던 1885년, 독일 건축가 구스타프 바이스가 모니에의 ‘철근 콘크리트’의 뛰어난 내구성과 잠재력을 높이 평가해 200만 마르크라는 거액에 특허권을 사들이면서부터 일어나기 시작한 변화였다. 이후 바이스는 ‘철근 콘크리트 공법’을 빌딩?교량?콘서트홀 등 대규모 건설에 폭넓게 활용하며 건축 패러다임 변화를 주도해 나갔다. 1906년, 샌프란시스코 대지진을 계기로 ‘철근 콘크리트 공법’은 20세기 건축의 확실한 주류로 자리 잡았고 현대 문명의 발전 방향에 심대한 영향을 끼쳤다. 샌프란시스코 대지진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당시 대지진으로 초토화된 거리에 파손되지 않고 건재한 창고 건물이 있었는데, 그 건물이 ‘철근 콘크리트 공법’으로 지어졌다는 사실이 전 세계에 알려지면서였다.

아일랜드 수의사 존 보이드 던롭이 우연히 발명한 ‘공기를 넣은 고무 타이어’가 세계사를 바꾸고 현대 자동차 사회를 지탱하는 주춧돌이 되었다. 이는 던롭이 아들의 자전거 경주 대회 참가를 돕고자 ‘바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심하던 중 팽팽하게 부풀어 오른 동물의 배를 치료한 경험을 응용하여 만든 ‘세렌디피티’이자 대단한 혁신 제품이었다.

이 책에는 수천 년간 인류가 해결하지 못한 식품 장기 보존 문제를 해결하여 전쟁사를 바꾼 프랑스 요리사 아페르의 ‘밀폐 보존 용기’와 영국 발명가 듀란드의 ‘통조림’ 발명 이야기에서부터 영국의 ‘로켓 개발 실패’가 초강대국 미국 탄생의 원동력이 된 아이러니한 이야기, 발명 초기 냉장고?냉동고의 냉매로 ‘독가스’가 사용된 섬뜩한 이야기, 제1차 세계대전의 전투 양상을 바꾼 투명 아크릴 플라스틱 ‘유기 유리’와 제2차 세계대전 승리의 열쇠였던 ‘성능이 향상된 휘발유’ 이야기 등 화학을 둘러싼 흥미진진하면서도 뇌세포를 활성화시킬 만한 이야기로 빼곡하다.

구매가격 : 17,000 원

강화도

도서정보 : 노승대, 김성환, 강영경, 이경수, 강호선, 주수완, 김경표, 김태식, 김선, 최연주, 윤후명 | 2023-06-22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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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채우는 섬 인문학 강화도』는 교과서 밖 역사서다. 또 반만년 한반도 역사 속 주연이었던 섬, 강화의 하늘·땅·사람·마음에 새겨진 이야기에서 만나는 인문학이다.

구매가격 : 14,000 원

강화도

도서정보 : 노승대, 김성환, 강영경, 이경수, 강호선, 주수완, 김경표, 김태식, 김선, 최연주, 윤후명 | 2023-06-22 | PDF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나를 채우는 섬 인문학 강화도』는 교과서 밖 역사서다. 또 반만년 한반도 역사 속 주연이었던 섬, 강화의 하늘·땅·사람·마음에 새겨진 이야기에서 만나는 인문학이다.

구매가격 : 14,000 원

부다페스트 1900년

도서정보 : 존 루카스 | 2023-06-20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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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기말 빈과 어깨를 나란히 한 자신감 넘쳤던 부다페스트
색채, 취향, 소리, 말씨, 심정적 분위기까지 절정에 달했던 도시
역사가 존 루카스가 비할 데 없는 문명의 초상화로 그려내다

1900년의 부다페스트는 우리를 끌어당긴다. 1900년의 빈과 파리처럼. 부다페스트는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에서 햇빛 찬란한 정오의 도시였고 빈과 쌍둥이 형제였다. 『부다페스트 1900년』은 “우리 시대의 가장 뛰어난 역사가 중 한 명”이라 불린 존 루카스가 헝가리 역사의 최절정기인 1900년을 단면으로 잘라내 쓴 것으로 뛰어난 문학성과 서정성을 발휘한다. 이 책은 한 도시에 대한 회고록이다. 회고는 흔히 향수를 자극하지만, 감상에 머무는 것은 헝가리인들의 특성도 아니고 루카스의 특성도 아니어서 책은 이를 뛰어넘는 통찰력과 도시(민) 관찰, 분석력을 보여준다.
1900년에 부다페스트는 유럽에서 가장 젊은 대도시였다. 25년 동안 인구는 세 배, 건물은 두 배로 늘어났다. 서정성 짙은 민족이었지만 그럼에도 부다페스트인들은 19세기의 사고방식, 태도, 말투로부터 빈 사람들보다 더 빨리 벗어나는 중이었고, 정치와 의회 영역에서도 새로운 양식, 태도, 표현이 등장했다.
저자는 이 도시의 면모를 하나씩 분해해나간다. 그 방식은 좀 엄격한데, 즉 1900년을 기점으로 도시의 물리적·물질적 상황, 사람, 정치, 예술과 지적 삶, 정신의 성향을 차례로 다룬다. 이 도시는 이중적 성격이 짙어 분석은 쉽지 않았다. 하지만 부다페스트 태생이면서 훗날 미국으로 건너가 역사학자로서 연구했던 만큼 그는 모국과 멀고도 가까운 거리감을 유지할 수 있었다.
부다페스트에는 세련된 도시 감성과 거친 지방성이 공존했다. 또 헝가리적이면서 세계주의적인 정교함이 동시에 빛을 발했다. 루카스는 다시없을 그 운 좋았던 시기에 켜켜이 쌓인 자갈 속에서 희귀한 금속들을 건져내는 방식으로 이 책을 쓴다. 읽다보면 앞 단락의 분석을 뒤엎는 방식으로 뒤 서술이 이어져 동시대 속에서도 부다페스트는 앞뒤 얼굴이 다르게 다가온다. 하지만 그것이 바로 그 도시의 특성이었고, 저자는 누구보다 그 특징을 잘 포착해낸다.

부다페스트인의 이중적 속성: 빛과 어둠

이 책은 빛나는 1900년을 묘사하기 위해 가장 어두운 색조로 문을 연다. 바로 그해 5월에 치러졌던 화가 문카치 미하이의 장례식 장면이다. 향과 몰약이 미풍에 흩날리고 중세 스타일로 장식된 영구차를 여섯 마리의 검정말이 끌었다. 예식은 국장國葬으로 치러질 만큼 문카치는 위엄 있고 프랑스에서도 이름을 날렸지만, 이 장면이 첫 페이지에 등장한 것은 그런 이유에서가 아니다. 루카스는 그의 세계적 명성에서 진정한 가치를 찾기 어렵다며 오히려 화가 시네이 메르셰 팔에게 조명을 비춘다. 즉 이전 세대의 부고를 들은 독자들은 환한 1900년으로 진입할 수 있다. 메르셰 팔은 앞 세대를 넘어설 만한 기량을 지녔고, 그것은 헝가리적인 것이기도 했다. 이런 식의 날카로운 선별 작업은 저자가 책 속에서 헝가리의 문학, 예술, 역사, 정치 등을 아우르는 가운데 계속 들이대는 기준이다.
시점은 1900년경으로 정해졌으니 이제 도시의 지리적·공간적 특징을 살펴보자. 부다페스트의 가장 좋은 점은 무엇보다 그 위치다. 이곳은 거대한 도나우강이 한가운데로 흐르는 유일한 대도시였다. 부다페스트에서 북쪽으로 40킬로미터 떨어진 지점에서 도나우강은 남쪽으로 방향을 틀어 곧장 굽이쳤다. 도나우강이 굽은 곳은 강과 언덕과 땅의 비율이 절묘해 화가들이 천국처럼 여겼고, 강굽이 사이로 나타나는 푸른 회색빛 대기에 도시의 전경이 단숨에 드러났다.
1900년에 부다는 3개 구역, 페스트는 7개 구역으로 형성돼 있었다.1900년경 파리나 베를린이 시골의 특성을 잃은 채 매연 낀 도시였던 반면, 부다페스트는 국제성과 지방성이 혼종된 다른 매력을 발하고 있었다.
1900년의 부다페스트는 사회적 유동성이 높아 사람들은 이곳으로 저절로 끌어당겨졌다. 다만 유동성은 늘 불안감을 동반하기에, 사람들 마음속엔 전통에 대한 존중부터 질투로 맥박이 뛰는 시기심 그리고 이 두 감정이 뒤죽박죽된 심리까지 섞여들어 있었다. 도시의 이중성은 여기저기 산재해 있었다. 많은 면에서 자유주의적이었지만 사회민주주의적 요소도 점점 섞여들었고, 부르주아 문화는 봉건적 요소를 간직하고 있었으며, 도시적 요소에 시골의 특징이 포함돼 있었고, 빠른 변화 속에서도 사람들은 안정을 갈구했다. 더욱이 저자는 눈에 띄진 않지만 19세기를 지배했던 감정, 즉 “존경받고자 하는 욕망이 모든 계층에 만연했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고 강조한다. 다시 말해 부다페스트의 노동자들은 도시 부르주아들의 습관과 삶의 방식을 모방할 뿐 아니라 이것을 실제로 받아들이는 것이 가능했다.
저자 루카스는 도시를 들여다보면서 동시에 부다페스트인들의 마음을 꿰뚫어본다. 현대 도시의 물적 기반은 그 도시인들의 정신을 지배하기도 하고, 거꾸로 그 정신이 도시를 창조하기도 한다. 저자는 헝가리인의 언어 습관을 뛰어나게 분석하는데 이 역시 피와 독이 된다. 독백의 경향이 강한 헝가리인들은 “대화의 부재로 처참한 정치적 결과를 불러일으켰다”. 다시 말해 그들은 수사학에 도취되는 경향이 있었고, 이것은 치명적인 자기중심주의 경향을 만들어냈다. 또 이 민족에게 지배적인 감정은 비관주의였다. 하지만 비관주의 속에서 분별없이 배태된 낙관주의로 인해 헝가리 시문학은 순진무구함의 매력을 발산했다. 저자의 분석은 한발 더 나아간다. “이런 식의 낙관주의는 후속 세대가 저지르게 될 수많은 엄청난 정치적 실수의 예비 작업이었다.”
한 국민의 마음 상태를 이렇듯 자신 있게 분석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런데 루카스는 1867년의 ‘대타협’으로 탄생한 오스트리아-헝가리 이중 제국의 문제를 심도 있게 분석하면서 그 국민의 속마음을 다음과 같이 읽어낸다. “그 마음 상태는 허세와 낙관으로 가득 차 있었지만, 동시에 의심과 질투로 괴로워했다.”

1900년 세대와 부다페스트적 기질

저자는 1900년을 분석하면서 “1900년 세대”라는 용어를 정의한다. 우선 이 세대는 1900년을 전후해 형성된 일단의 무리를 뜻한다. 다만 이 시기보다 몇 년 늦게 태어났지만 여전히 그 시대의 문화적 분위기 속에서 자라난 사람들, 1875년부터 1905년 사이에 태어나 눈에 띄고 독특하며 크게 성과를 냈던 이들도 포함된다.
이들에겐 몇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헝가리 학교들이 높은 수준에 이르렀던 1880년대와 1890년대에 학생이었고, 감상적인 헝가리 스타일과 수사학을 떨치려는 의지가 확고했다. 특이하고 새로웠던 기민성도 이들의 공통점이었다. 낡은 관습과 편협한 전통에서 벗어나려 했던 이들 작가, 화가, 작곡가, 철학자, 과학자 등은 더 도시적이고 세계적인 것을 목표로 삼았다. 물론 다른 한쪽에는 현대의 세례를 받으면서도 도시화·세계화 문명에 별로 관심 없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은 헝가리 시골의 민속 문화에 깊이 침잠하거나 거기에 감춰진 표정을 희구함으로써 자연에서 영감을 얻고 자신만의 표현법을 창조하려 했다(이들이 창조한 세계가 보편성이 덜한 것은 결코 아니었다). 그 외에 헝가리 바깥으로부터 거의 영향을 받지 않으면서 완전히 새로운 방식으로 헝가리를 거시적으로 표현하려던 사람들도 있었으니, 극작가 몰나르 페렌츠, 작곡가 버르토크 벨러, 작가 크루디 줄러다.
저자는 특히 크루디 줄러를 파고든다. 그는 크루디에 대해 “그의 진미珍味는 항상 그의 마음속에 신선하고 준비된 상태로 보존되어 있었다”며 격찬한다. 크루디는 다른 나라 언어로 번역된 작품이 거의 없지만, 가장 위대한 헝가리 작가 중 한 명이다. 번역이 안 된 이유는 크루디의 기억과 상상력에 쌓인 정신적 토양 때문으로, 그의 글은 헝가리의 사물·장소·시간에 관한 암시로 가득 차 있다. 게다가 그의 산문은 느린 첼로 곡처럼 오르내리는 서정적 빛깔 때문에 다른 언어로 구현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어디 엔드레 역시 루카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그는 한동안 1900년 세대의 주인공으로, “번개의 섬광” 같은 인물이었다. 평범했던 이 시인은 1906년 갑자기 언어와 시각이 폭발했다. 새로운 단어, 새로운 직유와 은유, 새로운 운율과 박자가 그에게서 쏟아져 나왔다. 그것은 새로운 소리를 만들어냈는데, 깊고 울퉁불퉁하며 운율이 있고 쓰라린 헝가리다운 것이었다. 루카스는 그를 단 한마디로 압축한다. “그는 존재 그 자체였다.”
저자에 따르면 1900년 세대에게는 두 가지 새로운 특징이 있었다. 첫째, 수학에서 시에 이르기까지 그들의 재능은 광범위하게 펼쳐졌다. 둘째, 헝가리 역사상 처음으로 1900년 세대는 본질적으로 부다페스트 세대였다. 특히 1900년의 부다페스트에 대해 얘기할 때 논쟁의 여지가 없는 것은 문학과 책에 대한 존중, 학문적·직업적 성취에 대한 존중, 재능 있는 아마추어들의 창의성에 대한 존중이 넘쳐흘렀다는 점이다. 저자는 이 특징이 1900년 그 도시에서 완벽하게 균형을 이뤘던 것을 간파해낸다. 나아가 ‘부다페스트 기질’이란 것도 밝혀낸다. 그것은 빠른 결정력, 놀라운 다재다능함, 삶의 즐거움에 대한 욕구로, 독일적 특징과 대비되는 것이었다.
1900년 신구 세대의 시각차는 사실 문학보다 회화 쪽에서 훨씬 더 뚜렷했다. 신세대의 공통점은 뭐였을까? 이 세대는 색채감이 두드러졌다. 이들은 구름 뭉치 아래에 시원하게 펼쳐진 풍경을 묘사하는 데 탁월했다. 헝가리 화가들의 특이점은 그 시절 시골로 갔다는 것인데, 이는 유럽 다른 지역 화가들이 자석처럼 수도로 이끌렸던 것과 완전히 대비됐다. 가령 1895년 홀로시 시몬은 젊은 동료와 학생들을 데리고 뮌헨을 떠나 헝가리 동부의 작은 마을 너지바녀에 정착했고, 50여 명의 화가와 함께 살았다. 1899년과 1901년에는 각각 괴될뢰와 솔노크에 화가들의 촌락이 형성됐다. 이런 선택은 보헤미안적인 자유분방함과는 전혀 다른 것으로, 그들의 삶은 마치 워크숍 같았다. 시골로의 낙향은 이들이 민족주의적인 것을 추구했다는 뜻이 아니며 오히려 그 반대였는데, 이 화가들 모두 선배 세대가 주제로 삼던 감성적 역사나 민족주의를 회피했기 때문이다. 자연을 보는 그들의 눈에는 좀더 깊은 헝가리적인 무언가가 있었다.
새로운 세대는 1906년경 헝가리 음악, 그림, 산문, 시 분야에서 전통과 기존 형식을 깨뜨리고 언어, 색채, 소리에서 헝가리다운 영감을 찾아내며 혁명을 이뤄냈다. 저자는 두 가지 요소로 이 우연성을 설명한다. 하나는 헝가리 예술계의 변화에 있어 부다페스트가 맡았던 중심적 역할이다. 화가들은 너지바녀에서 작업했고, 버르토크와 코다이는 트란실바니아의 깊은 계곡 마을을 휘젓고 다녔지만, 토론하고 전시하고 공연한 곳은 바로 부다페스트였다. 다른 하나는 헝가리 역사상 처음으로 이런 예술을 받아들이고 소비할 대중이 부다페스트에 존재했다는 점이다. 한 세대 전만 해도 페스트에 오페라 극장과 교향악단은 하나도 없었고 서점 몇 곳과 미술 중계상 몇 명이 있을 따름이었다. 1900년경 이 모든 것은 바뀌었다. 다른 유럽 수도에서와 마찬가지로 부다페스트의 부르주아들은 문학 명사들뿐 아니라 배우, 음악가, 작곡가, 가수, 화가, 조각가 등을 받아들이고 열렬하게 추종했다.

***
이 책은 욕망이 흘러넘쳤던 1900년의 부다페스트를 그려낸다. 하지만 그 욕망은 슬픔과 자매였다. 즉 이 도시의 시끌벅적함 아래로는 애잔하고 우울한 색조가 흘렀다. 이 도시는 장조와 단조의 뒤섞임, 낙관주의와 비관주의의 공존, 빛과 어둠의 혼합이 지배했는데, 이것은 부다페스트인들에게 피할 수 없는 조건처럼 주어졌다.
1900년 빈은 신경과민 상태였지만, 부다페스트는 그렇지 않았다. 이 도시의 삶에는 많은 어려움, 불만, 그림자, 어둠이 있었지만 아직 과거와 결별하려는 명확한 의지나 미래에 대한 자의식 강한 의심은 없었다. 헝가리인의 어조는 종종 우울했지만, 말씨와 소리와 색채와 맛과 촉감의 물질적 즐거움을 포함한 삶의 욕구는 풍부했다. 당시 부다페스트의 에로틱한 삶 역시 빈의 그것보다 덜 신경질적이었는데, 남녀 관계에 관한 여러 문헌에서 이런 점은 꽤 명백히 나타난다.
이 책은 바로 이러한 이 도시의 1900년경 초상, 분위기, 거기 살던 사람들, 그들의 성취와 고전을 뛰어난 예술적 기교로 그려내고 있다.


추천사
존 루카스는 여러 면에서 옛날식 연대기 작가이며, 언젠가 그 자신이 말했듯, 자신이 태어난 도시의 활기찬 색채, 톡 쏘는 냄새, 우울한 저류底流를 뛰어난 예술적 기교로 그려내는 ‘인상파 역사가’다. (…) 이 책은 도시적인 문필가가 한 도시에 바친 웅변적 헌사를 담고 있다._아이번 샌더스, 『뉴욕타임스』

루카스의 책은 서정적으로, 때로는 눈부시게, 그러나 그저 향수를 자극하는 것만은 아닌 방식으로 부다페스트 역사의 영광스러운 한때를 환기시키고 있다._이슈트반 데아크, 『뉴욕리뷰오브북스』

위대한 부르주아 시대와 포스트모던, 포스트부르주아 세계 사이에 위치한, 색감 넘치는 코즈모폴리턴적 도시에 관한 매혹적이고 아름다운 초상._『내셔널리뷰』

구매가격 : 16,500 원

고대 로마 인포그래픽

도서정보 : 저자명 : 니콜라 기유라, 존 샤이드, 밀란 멜로코 역자명 : 김보희 | 2023-06-15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제2차 세계대전 인포그래픽》의 후속작
인포그래픽의 교과서, 이번엔 고대 로마로 돌아왔다!

고대 로마의 1200년 역사를
한눈에 보이는 인포그래픽으로 담아냈다!



◎ 도서 소개

2021년 올해의 책 후보이자 출간 즉시 인포그래픽의 교과서로 자리매김한 《제2차 세계대전 인포그래픽》의 후속작이 등장했다. 복잡하고 방대한 정보를 명쾌하게 드러내기에 역사 독자뿐만이 아닌 디자이너도 열광한 인포그래픽을 통해 이제는 고대 로마를 들여다볼 차례다.
니콜라 기유라는 인포그래픽 디자이너의 눈으로 고대 로마를 재구성했다. 장대한 고대 로마의 역사는 고대사 전공자마저 난감하게 만들지만, 인포그래픽으로 무장한 《고대 로마 인포그래픽》 앞에서는 그런 걱정이 무의미하다. 특히 대제국 로마를 유지한 당시의 행정, 병참, 물류 등을 보여 주는 데는 인포그래픽이 제격이다. 고대 로마의 수많은 전쟁부터 로마인의 일상까지 인포그래픽으로 담아낸 이 책은 어느새 우리를 고대 로마 속으로 데려간다.



◎ 건들건들 컬렉션

유튜브 밀리터리 채널 ‘건들건들’이 큐레이팅하는 밀리터리 역작 컬렉션
〈건들건들 컬렉션〉은 밀리터리 전문 유튜브 채널 〈건들건들〉과 레드리버가 함께 만드는 전쟁사 ․ 밀리터리 시리즈다. 최근 한국에도 밀리터리 도서들이 많이 소개되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양서가 번역되지 않아 외국어가 가능한 일부 마니아들만 즐기는 책으로 남아 있다.
〈건들건들 컬렉션〉은 레드리버와 밀리터리 전문 유튜브 채널 〈건들건들〉이 선별한 수준 높은 밀리터리 도서를 국내에 소개하고, 때로는 국내 전문가를 섭외하여 한국 독자들을 위한 책을 출간해 밀리터리 도서 시장의 저변을 확장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 책 속에서

212년 이후로 로마시민의 수는 약 4000만 명에 달했다. 이는 서구 세계 전체의 자유민 수에 가까웠다. 로마시민권이라는 고유한 특권을 모든 사람에게 확대한다는 것은 기원전 3세기부터 당시까지 서구 역사를 통틀어 전례 없는 일이었으며, 그 이후에도 찾아볼 수 없는 일이었다. 이로써 넓은 의미에서의 지중해 세계 자유민들은 누구나 이탈리아 또는 로마에 사는 로마인들과 동등한 법적 특권을 누렸고, 출신 도시의 법과 더불어 로마의 시민법을 적용받게 됐다. 이는 이후 근대법의 탄생에 영향을 미쳤다. - 24쪽
아우구스투스황제의 칭호는 임페라토르 카이사르 아우구스투스로, 임페라토르는 개인의 이름이자 지위, 카이사르는 씨족명, 아우구스투스는 칭호였다. 황제들은 이러한 법칙 위에 자신의 이름과 아버지(친부 또는 양부)의 이름을 추가했다. 따라서 카이사르라는 한 가문이 황제의 권위를 영속했음을 표상했다. - 44쪽

기원후 1세기 초, 티베리우스황제 통치기에는 나자레트 출신 예수스라는 청년의 설교를 중심으로 하는 운동이 유다이아인들 사이에서 확산되었다. 기존 사제들의 핍박을 받던 예수스는 결국 유다이아 속주 총독에 의해 체포되어 처형당했다. 하지만 이후 타르수스 출신의 유다이아인이자 로마시민권자였던 사도 파울루스의 활동 덕분에 대도시를 중심으로 기독교 공동체가 세워졌다. - 62쪽

로마군단병의 장비들은 계속해서 개선되었다. 공화정 초기에는 징집병이 자비를 들여 중무장을 갖췄고, 기원전 3세기에는 장검 대신 특히 백병전에서 활용도가 높은 단검인 글라디우스를 사용했다. 군단병은 오른손에 창을, 백인대장은 왼손에 창을 들었다. 제정기에 접어들어 기원후 1세기에는 기존의 사슬갑옷(9~12킬 로그램)이 판갑(로리카 세그멘타타, 6~8킬로그램)으로 교체되기도 했다. – 88쪽

구매가격 : 41,600 원

고대 로마 인포그래픽

도서정보 : 저자명 : 니콜라 기유라, 존 샤이드, 밀란 멜로코 역자명 : 김보희 | 2023-06-15 | PDF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제2차 세계대전 인포그래픽》의 후속작
인포그래픽의 교과서, 이번엔 고대 로마로 돌아왔다!

고대 로마의 1200년 역사를
한눈에 보이는 인포그래픽으로 담아냈다!



◎ 도서 소개

2021년 올해의 책 후보이자 출간 즉시 인포그래픽의 교과서로 자리매김한 《제2차 세계대전 인포그래픽》의 후속작이 등장했다. 복잡하고 방대한 정보를 명쾌하게 드러내기에 역사 독자뿐만이 아닌 디자이너도 열광한 인포그래픽을 통해 이제는 고대 로마를 들여다볼 차례다.
니콜라 기유라는 인포그래픽 디자이너의 눈으로 고대 로마를 재구성했다. 장대한 고대 로마의 역사는 고대사 전공자마저 난감하게 만들지만, 인포그래픽으로 무장한 《고대 로마 인포그래픽》 앞에서는 그런 걱정이 무의미하다. 특히 대제국 로마를 유지한 당시의 행정, 병참, 물류 등을 보여 주는 데는 인포그래픽이 제격이다. 고대 로마의 수많은 전쟁부터 로마인의 일상까지 인포그래픽으로 담아낸 이 책은 어느새 우리를 고대 로마 속으로 데려간다.



◎ 건들건들 컬렉션

유튜브 밀리터리 채널 ‘건들건들’이 큐레이팅하는 밀리터리 역작 컬렉션
〈건들건들 컬렉션〉은 밀리터리 전문 유튜브 채널 〈건들건들〉과 레드리버가 함께 만드는 전쟁사 ․ 밀리터리 시리즈다. 최근 한국에도 밀리터리 도서들이 많이 소개되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양서가 번역되지 않아 외국어가 가능한 일부 마니아들만 즐기는 책으로 남아 있다.
〈건들건들 컬렉션〉은 레드리버와 밀리터리 전문 유튜브 채널 〈건들건들〉이 선별한 수준 높은 밀리터리 도서를 국내에 소개하고, 때로는 국내 전문가를 섭외하여 한국 독자들을 위한 책을 출간해 밀리터리 도서 시장의 저변을 확장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 책 속에서

212년 이후로 로마시민의 수는 약 4000만 명에 달했다. 이는 서구 세계 전체의 자유민 수에 가까웠다. 로마시민권이라는 고유한 특권을 모든 사람에게 확대한다는 것은 기원전 3세기부터 당시까지 서구 역사를 통틀어 전례 없는 일이었으며, 그 이후에도 찾아볼 수 없는 일이었다. 이로써 넓은 의미에서의 지중해 세계 자유민들은 누구나 이탈리아 또는 로마에 사는 로마인들과 동등한 법적 특권을 누렸고, 출신 도시의 법과 더불어 로마의 시민법을 적용받게 됐다. 이는 이후 근대법의 탄생에 영향을 미쳤다. - 24쪽
아우구스투스황제의 칭호는 임페라토르 카이사르 아우구스투스로, 임페라토르는 개인의 이름이자 지위, 카이사르는 씨족명, 아우구스투스는 칭호였다. 황제들은 이러한 법칙 위에 자신의 이름과 아버지(친부 또는 양부)의 이름을 추가했다. 따라서 카이사르라는 한 가문이 황제의 권위를 영속했음을 표상했다. - 44쪽

기원후 1세기 초, 티베리우스황제 통치기에는 나자레트 출신 예수스라는 청년의 설교를 중심으로 하는 운동이 유다이아인들 사이에서 확산되었다. 기존 사제들의 핍박을 받던 예수스는 결국 유다이아 속주 총독에 의해 체포되어 처형당했다. 하지만 이후 타르수스 출신의 유다이아인이자 로마시민권자였던 사도 파울루스의 활동 덕분에 대도시를 중심으로 기독교 공동체가 세워졌다. - 62쪽

로마군단병의 장비들은 계속해서 개선되었다. 공화정 초기에는 징집병이 자비를 들여 중무장을 갖췄고, 기원전 3세기에는 장검 대신 특히 백병전에서 활용도가 높은 단검인 글라디우스를 사용했다. 군단병은 오른손에 창을, 백인대장은 왼손에 창을 들었다. 제정기에 접어들어 기원후 1세기에는 기존의 사슬갑옷(9~12킬 로그램)이 판갑(로리카 세그멘타타, 6~8킬로그램)으로 교체되기도 했다. – 88쪽

구매가격 : 41,600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