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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곳에 존재하는 로마니의 황제 퀴에크

도서정보 : 김솔 / arte / 2019년 08월 01일 / EP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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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 소개



“역사에 가정을 매다는 행위만큼 위험한 일도 없다.”
망각과 거짓말 사이에서 진짜 로마니rromani를 만나다!

박해와 멸시의 대상이던 로마니의 역사 속으로



2012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후, 두 권의 소설집과 세 권의 장편소설을 펴내며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소설가 김솔이 아르테 한국 소설선 ‘작은책’ 시리즈로 신작 『모든 곳에 존재하는 로마니의 황제 퀴에크』를 출선보인다. 2018년 초 두 권의 장편소설을 연달아 출간한 이후 1년 만에 펴내는 경장편소설이다. 독보적인 스타일과 기발한 상상력이 돋보이는 작품으로 한국 문학의 새 지평을 열고 있는 김솔은 젊은작가상, 문지문학상, 김준성문학상을 수상하며 평단과 독자들의 관심과 기대를 동시에 받고 있기도 하다.
이국의 낯설고, 때로는 모호한 시공간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그의 작품은 장르적 실험과 독특한 질감의 상상 세계를 보여주면서 독자들에게 인간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을 던져왔다. 이러한 작가 특유의 작품 세계는 이번 작품에서도 그대로 이어지면서 그 매력을 더하는데, 전작들과 달리 이번 작품에서 눈에 띄는 점은 그의 상상력으로 빚어낸 가상의 세계의 이야기가 아니라, 실제로 존재했던 우리의 과거 그리고 현재의 이야기라는 것이다. 로마니의 왕, 퀴에크 가문의 연대기라고도 할 수 있는 이 작품은 박해와 멸시의 대상이었던 로마니의 역사 속으로 독자들을 초대한다.
로마니는 전 세계적으로 흩어져 살고 있는 유랑 민족으로, 흔히 영미권에서는 집시, 프랑스에서는 보헤미안 등으로 불린다. 집시는 이집트에서 온 사람이라는 뜻을 담고 있지만, 그 기원은 확실하지 않다. 그들은 자신들의 언어로 스스로를 ‘사람’의 의미를 가지로 있는 롬(Rom) 혹은 로마(Roma)라고 부르는데, 국제집시연맹은 rrom, 혹은 rroma, rromani로 명칭을 통일하여 공식적인 서류나 회의석상에서 사용하고 있다(‘r’이 두 번 쓰인 것은 이탈리아의 로마나 루마니아와 혼동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집시라는 명칭은 인종 차별적으로 많이 쓰이기 때문에 그들은 그렇게 불리는 것을 원치 않으나 여전히 문제의식 없이 사용되고 있다는 것은 인터넷 검색만 해보더라도 알 수 있다. ‘로마니’로 검색했을 때보다 ‘집시’로 검색했을 때 훨씬 더 많은 정보가 나오기 때문이다. 이렇게 명칭에서부터 우여곡절이 많은, 정착할 곳 없이 떠도는 숙명을 지닌 그들의 역사는 어떤 얼굴을 하고 있을까. 파편적 기록들을 모아 소설로 완성해낸 이야기 속에서 맞닥뜨리게 되는 우리의 얼굴은 또한 어떤 모습일지 함께 들어가보자.

“관용은 없고 편견뿐인 세상 사람들에게 새로운 눈과 귀”가 되어줄,
어느 로마니가家의 아주 특별한 기록



“현재란 과거의 결과물이나 미래를 길러내는 양분도 아니며,
오히려 미래의 결과물이자 과거를 파괴하는 바이러스라고 생각하셨다.
어제의 삶은 오늘의 실수와 후회로 이미 파괴되었고 그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내일이 기약되어 있으며, 꿈 때문에 인간이 퇴화하고 있다고 걱정하셨다.”_ p. 91



‘모든 곳에 존재하는 로마니의 황제 퀴에크’라는 제목에서 드러나듯이, 이 책은 로마니의 역사, 특히 퀴에크 가문의 파란만장한 시간을 보여준다. 그런데 일반적인 소설의 모습이 아닌, 작중 화자가 써내려간 역사책의 형식이다. 이 역사책에는 참고 문헌 대신 특이하게도 괄호의 문장들이 있다. “여기까지 읽은 자에게 영광을!”로 시작하는 이 괄호 안의 문장을 황제와 그의 가족들 앞에서 절대로 소리 내어 읽으면 안 된다고 화자는 밝히고 있다. 황제와 그의 혈족들은 문맹이기 때문에 그들에게 보일 수 없는 내용이 바로 이 괄호 안에 묶인 것이다. 보이기 위해 만들어진 역사가 아닌, 어쩌면 진실에 조금 가까운 이야기가 이 괄호 안에 있는 것일까. 조금은 특별한 형식의 이 기록물은 그 시작부터 독자들을 흡인력 있게 끌어당긴다.
이 책은 역사학자 보그단 마텔에 의해 기록된 셈 로만디의 과거와 현재의 기록이다. 셈 로만디는 로마니의 황제 플로린 퀴에크에 의해 루마니아 영토 안에 건설된, 전 세계 모든 로마니의 유일한 자치국이다. 그런데 역사학자 는 사실 거짓 신분이라고 화자는 책의 도입부에서 밝힌다. 선교를 위해 셈 로만디에 파견되었으나 신분을 밝히지 못하고 역사학자라고 둘러댄 것이다. 교회를 세우는 일보다 성서를 번역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생각하던 그는 로마니의 현실과 그들의 과거를 알수록, 이웃의 위선과 위악을 고발해야겠다는 의무감이 강력해졌다. 이 책의 기록은 그 결과물이다.
제국주의 시대, 나치의 만행은 다시는 되풀이돼선 안 되는 추악한 역사로 기억되고 있다. 인류 역사상 가장 아픈 시기, 그 참혹한 역사의 뒷면엔 로마니가 있었다. 당시 유대인의 피해 사실과 저항의 활약상은 널리 알려져 있지만 로마니의 기록은 찾기 힘들다. 그들을 외면한 것은 누구였을까, 이 책을 읽는 이는 어쩌면 스스로에게 그런 질문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
“관용은 없고 편견뿐인 세상 사람들에게 새로운 눈과 귀를 만들어주고 싶었”던 화자는 과연 그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까. 그의 바람처럼 이 기록을 읽은 후 우리는 “진심으로 로마니를 위무하게 될”까.
「작가 노트」에서 김솔이 제11회 베를린 올림픽에 대한 이야기를 한 것은 어쩌면 로마니의 역사가 우리와 전혀 다른 이들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을 말하고자 함이었는지 모른다. 베를린의 모든 로마니가 체포되어 공동묘지와 쓰레기 매립장에 강제로 수용되었던 그때, 일장기를 달고 1등과 3등으로 마라톤 결승선을 통과한 두 명의 (우리나라) 선수는 패자의 모습으로 고개를 숙이고 있었으니.
이 소설은 작가가 인용하고 있는 1937년 12월 25일자 《동아일보》에 실린 ‘집시의 조국 건설’ 이야기에서 출발했다. 이 단신 기사에는 조국을 되찾게 된 유대인 이야기에 이어 방랑의 민족이 무솔리니로부터 일정 지방을 국가 건설을 위해 제공받았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 이국만리의 이 소식이 식민지하의 국민들에게 어떤 희망을 품게 했을지를 생각하면 가슴이 먹먹해진다. 『모든 곳에 존재하는 로마니의 황제 퀴에크』는 작은 책 안에 거대한 서사를 담아 독자들을 압도하며, 그들의 이웃이었으나 그들을 외면했던 우리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동시에 생각하게 만든다.


◎ 본문 소개

로마니가 이웃에 미친 해악보다 오히려 이웃이 로마니에게 끼친 고통이 훨씬 컸지만 어떤 역사가도 그 진실을 가감 없이 기록하지 않았다. 로마니는 성서 밖의 오지로 추방되거나 성서 안에서 노예로 핍박받았고, 전쟁 중에 절멸 수용소에서 학살되기도 했다. 유대인도 이와 같은 처지였으나 신성한 책을 보관하고 꾸준히 읽은 덕분에 로마니와는 전혀 다른 운명을 얻었다. 유대인의 시오니즘에 자극받은 퀴에크 가문의 노력이 결실을 맺었더라면 로마니도 영광스러운 현재를 누리고 있을 것이나 그러지 못하는 것이 몹시 유감이다. (pp. 13~14)

로마니는 풍문에서 태어나서 풍문으로 사라지는 족속이다. 그래서 그들은 모든 것을 망각하지만 금세 빈자리를 채워 넣는다. 그들의 역사는 실재(實在)보다도 더 길고 풍성하며, 과거뿐만 아니라 현재와 미래가 한꺼번에 포함되어 있다. 굳이 각각의 함량을 따지자면 과거의 비중이 가장 낮고 미래의 비중이 가장 높다. 이는 사실보다 거짓이 많다는 뜻인데, 거짓이란 비록 현재까지 실현되지 않았지만 가까운 미래에 증명되거나 공리처럼 증명 없이 인정받게 될 진실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근거 없는 거짓말이 훗날 개인의 운명을 결정하게 되는 것도 이 때문이 아닐까. (p. 20)

역사에 가정을 매다는 행위만큼 위험한 일도 없다. 하나의 역사적 사실은 수백만 가지의 개연성이 작용한 결과이므로 그 사실을 수정하거나 재현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p. 25)

단 하나의 단어나 문장이 잘못되는 순간 수만 페이지에 달하는 역사가 통째로 부정될 수 있다. 왜냐하면 역사에서 인과율을 따르지 않고 일어나는 사건은 단 한 건도 없기 때문이다. (p. 69)

절멸 수용소 안에서 로마니와 유대인은 각자의 방식으로 저항했다. 하지만 유대인의 활약상은 널리 알려진 반면 로마니의 그것은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로마니는 수용소에서도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면서 절망과 대결했다. 그들은 거짓 희망에 쉽게 현혹되지 않기 때문에 자해와 가까운 행동은 거의 하지 않았다. 수천 년 동안 전염병과 가뭄, 굶주림에서도 거뜬히 살아남은 그들이 나치의 수용소에서만큼은 거의 살아남지 못했던 까닭은 인간의 범죄가 자연의 섭리보다도 더욱 잔악하고 집요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은 나치보다 나치의 부역자들이 더 많았다는 반증이기도 했다. 나치를 찾아내고 없애는 건 쉽지만, 그들에게 부역한 뒤에 자신의 죄악을 숨긴 채 피해자들 사이에 숨어버린 자들을 없애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그런 세계에서 로마니는 영원한 박해와 차별을 피할 수 없다. (pp. 72~73)

전쟁이 끝나고 평화가 시작되자 유럽의 모든 나라는 승전국의 자격으로 독일로부터 배상금을 챙겼다. 심지어 국가가 없던 유대인마저도 영토를 얻었으나, 로마니만큼은 보상은커녕 관심조차 받지 못하다가 전쟁 이전의 상황으로 되돌아갔다. 그들은 용서와 망각을 강요받았다. 통일된 언어와 종교가 없다는 사실보다 로마니의 미래를 걱정하고 비전을 제시할 지도자가 없다는 사실이 로마니를 유대인과는 정반대의 길로 이끌었다. 그리하여 세계 곳곳에 흩어져 있는 로마니는 또다시 반세기 동안 굴욕과 압제를 견디면서 메시아를 기다려야 했고, 모든 곳에 존재하는 로마니의 황제가 나타나 로마니 최초의 자치국을 유럽 안에 건립했을 때 비로소 자신들의 기도가 하늘에 닿았다고 크게 기뻐하며, 세계 곳곳에서 축하 파티를 열고 수일 동안 춤추고 노래했다. (pp. 75~76)

구매가격 : 8,000 원

해피 아포칼립스

도서정보 : 백민석 / arte / 2019년 08월 01일 / EPUB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 도서 소개



자본 전쟁의 사상자들이 펼치는 마지막 향연
“괜찮아. 어차피 미래는 없을 테니.”

세상에 끝에서 우리는 한번 웃을 수 있을까



“세상은 꼭 인간의 상상대로만 흘러가지는 않는다.
현실은 인간의 상상력보다 느리기도 하고 빠르기도 하고,
당연히 아무도 바라지 않았던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기도 한다.” _ p. 13



그로테스크한 상상력으로 1990년대 한국 문학의 한 획을 그은 백민석은 10년의 공백이 무색하게 그 명성을 이어가며, 최근엔 소설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글쓰기로 영역을 확대하면서 여전히 많은 독자의 사랑을 받고 있다. 그런 그가 아르테 한국 소설선 ‘작은책’ 시리즈로 신작 『해피 아포칼립스!』를 선보인다. 강렬하고 충격적인 단편소설과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이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게 하는 장편소설로 자신만의 작품 세계를 보여주었던 그이기에 이번 경장편소설에서는 어떤 즐거움을 안겨줄지 기대된다. 작가는 그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아주 특별한 ‘종말의 밤’을 독자들에게 들려준다. 문학 작품에 나타나는 ‘종말’의 상상력이 따뜻하고 희망적일 리는 만무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피’라는 수식이 붙는 종말은 어떤 모습일까. ‘공포’와 ‘악’에 관한 이야기라면 의심의 여지없이 믿고 보는 작가 백민석이기에, 이 천진한 제목 앞에 기대와 호기심은 더욱 높아진다.
이 작품은 “달나라에 첫발을 디뎠다고 난리가 난 지 70년도 더 지”난 때, “개포동을 지나 구룡산 중턱의 만 가족 타운하우스”에서 벌어지는 파티를 그리고 있다. 지금으로부터 약 20여 년 후, 서울의 강남에 위치한 ‘만 가족 타운하우스’로 향하는 차 안에서 혜주와 최가 나누는 대화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기상 이변으로 지구는 달아올랐고, 한낮엔 햇빛 때문에 민얼굴로 나갈 수도 없는 거리에는 배회하는 늑대인간, 좀비족, 뱀파이어 들이 구차한 삶을 연명하고 있다. 한데 이 모습이 허무맹랑한 상상의 결과로만 보이지는 않는다. 불과 얼마 전 우리는 끔찍한 미세먼지로 덥힌 공포스러운 하늘을 경험했고, 그것은 여전히 끝나지 않은 진행형의 현실이다. 이상기후는 전 지구적 문제이며, 기후 난민에 대한 뉴스도 낯설지 않은 이야기이긴 마찬가지다. 또한 가속화되는 미중 무역 전쟁의 유탄은 언제 한국으로 날아들지 모른다. 관세 부과로 중국의 대미 수출이 감소되면 중국의 경제 성장세가 둔화되고 이에 따른 피해가 한국으로 이어질 거라는 분석은 우리를 또 다른 공포로 몰아넣고 있다. 이쯤 되면 작가 노트의 한 문장이 떠오르며 한 걸음 더 가깝게 와닿는 작품 속 상황의 섬뜩함을 지울 수 없다. “이 소설의 상당량은 오늘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인간답게 죽을 것인가, 돌연변이로 살아남을 것인가
― 참혹한 살육의 난장에서 ‘해피’ 아포칼립스는 가능할까



“저 늑대인간들을 좀 봐.”
은이 민이에게 전망경을 넘겨주며 말했다.
“가난은 불치병에 전염병이라고.
그 질병에 걸린 사람들이 늑대인간이 된 거고.”_ pp. 126~127



혜주와 최가 향하는 ‘만 가족 타운하우스’는 “한국을 먹여 살리는 엘리트 만 가족이 사는 마을”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백민석이 「작가 노트」에서 “우리 사회에서 서울 대치동의 타워팰리스가 띠어온 상징적 의미를 생각하면 우리는 이미 ‘만 가족 타운하우스’를 가진 셈이다”라고 적은 것처럼, 이 작가가 그리는 미래와 종말의 상상력은 철저하게 현실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데 오늘의 현실을 담아낸 가상의 공간이 기괴하기 짝이 없다. 외면하고 싶은 현실의 어두운 부분을 극대화시킨 소설 속 배경은 그래서 더욱 읽는 이를 아득하게 한다.
최는 중학교 때부터 친구 사이였던 은의 입주 축하 파티에 스내퍼로 방문한다. 상위 1퍼센트의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답게 ‘만 가족 타운하우스’는 밖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시설을 갖추고 있었는데, 더욱 놀라운 것은 바깥의 불행이 그들에게 구경거리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로지아에 전망경을 설치한 후 반대편 건물에서 떨어져 자살하는 이들을 지켜보고, 늑대인간족, 좀비족, 뱀파이어족을 해치운 이야기를 무용담처럼 늘어놓으며, 가난은 불치병에 전염병이라고 말하는 이들. 작가는 이것을 “종말 문학의 외양을 하고 있지만 실은 경제 재앙에 대한 이야기”라고 말한다.
중국과 미국의 무역 전쟁이 방아쇠가 되어 발발한 자본 전쟁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것이 전쟁인지도 모른 채 참전하여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경제적으로 사망하고 말았다. 그리고 이 전쟁의 희생자 혹은 사상자의 많은 수는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했다. 또한 돌연변이를 일으켜서라도 어떻게든 살아남으려 한 자들은 늑대인간족이나 뱀파이어족, 좀비족 같은 끔찍한 것들로 변했다. 자본 전쟁에서 패배한 이들은 지구에 덮친 환경 재앙에 그대로 노출되어 회복 불가능한 처지가 되어버렸고, 이 전쟁에서 승리한 이들은 한때 패배한 자들에게 자비를 베푸는 척했지만, 어느새 자신들만의 성에서 그들을 비웃고 손가락질하는 것이다. 그렇게 종말의 서막은 서서히 올라간다.
결국 그들이 견고하게 쌓아올린 ‘만 가족 타운하우스’로 배고프고 억울한 늑대인간족, 좀비족, 뱀파이어족이 몰려든다. 총에 맞아 머리가 터지고 칼로 난자당해도 그들은 멈추지 않는다. 하지만 이 반란의 끝도 정해져 있는 듯하다. 승자는 역시 가진 자들일 것이다. 참혹한 살육의 난장에서 ‘해피 아포칼립스’를 맞이할 수 있을까. 소설의 마지막에서 최가 바라보는, 현실인지 미래인지 꿈인지 알 수 없는, 평범하지만 지극히 평화로운 장면은 그 끔찍한 장면들과 대비되어 독자들에게 더욱 애틋한 그림으로 남을 것이다.
이 책을 덮을 때, 소설이 너무 앞서나간다고, 인류는 소설을 따라잡을 수 없다고 말할 수 있을까? 이제 독자들이 대답할 차례이다.


◎ 본문 소개

“영화감독이든 소설가든 너무 앞서 나간다고.” 혜주가 말했다. “인류는 느려 터졌어. 한낮엔 햇빛 때문에 민얼굴론 편의점도 갈 수 없는데 지구를 가려줄 양산 하나 띄우지 못해 쩔쩔매잖아.” 지구가 너무 뜨거워지자 태양열을 가려줄 차단막을 대기권 너머에 띄우겠다는 사람들이 있었다. “기술자들, 과학자들, 수학자들, 관료들…. 지구에 양산을 씌우자고 선동했던 그 인간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넷플릭스.” 최가 중얼거렸다. (p. 10)

최는 만 가족 타운하우스에 처음 들어와보았다. 소문으로 듣거나 상위 1퍼센트의 삶을 다룬 언론 기사에서 어쩌다 보긴 했지만 실제로 겪긴 처음이었다. 그래서 그는 초대받은 손님이면서도 난파한 로빈슨 크루소 같았고, 타운하우스 바깥세상의 현실이 자꾸 떠올라 불안하고 두려웠다.
바깥세상에 사는 최의 현실은, 녹내장이 슬어가는 눈처럼 뿌옇게 흐려지고 있었다. 아니, 모래 바닥에 가라앉아 수압으로 빠르게 흐물흐물해져가는 심해 생물의 사체 같았다. 그의 현실은 현실 자체의 압력에 부스러져 형체를 알 수 없게 된 사체의 살덩어리 같았고, 그는 매일이 몽롱세계에서 사는 것만 같았다. (p. 26)

최는 나이가 더 들어서야 자살이 한국 사회의 만성질환 같은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와 은이 중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두 명이 더 본관 옥상에 올라갔다. 카밀라 카베요의 노래를 부르던 그 아이도 고등학교에 들어가서는 결국 지하철에 뛰어들었다. 소문으로 듣거나 동영상으로 보는, 그런 자살이 아니었다. 그는 고등학교에서도 옥상에서 뛰어내리고 차에 뛰어드는 아이들을 두 눈을 똑바로 뜨고 봐야 했다. 대학 입학식 날에도 강당 입구 돌계단을 물들인 핏자국을 봤다. 사회복무요원으로 입대를 해서도 그는 장교의 차를 몰다가 막사를 들이받은 운전병의 뒷수습을 해야 했다. (p. 42)

혜주의 말처럼 서울은 갈수록 더럽고 위험한 곳이 되어갔고, 그 주거비 리스크의 영향인 범죄와 전염병에 대한 공포는 서울 시민 모두가 평등하게 부담했다. 하지만 최가 보기에 그녀는 아직 덜 가난해져봤다. “아파트가 20억이면 뭐해. 해 떨어지면 무서워서 바깥에 나오지도 못하잖아!” 하고 그녀는 분통을 터뜨렸지만, 그런 아파트도 없는 최의 가족은 대낮에도 거리에서 공포를 느꼈다. (pp. 79~80)

민이는 혜주가 나중에야, 자기 신랑을 뜯어먹은 게 늑대인간이었다는 사실을 안 것처럼 그 소녀가 좀비였다는 사실을 알았다. 소녀의 피부를 뒤덮은 멍은 산 채로 몸이 썩어가면서 생기는 시반 같은 것이었다.
“좀비라니…. 그게 뭐였든, 얼마나 배가 고팠으면 고양이 밥을 다 훔쳐 먹었을까 싶으면서도 불안한 예감이 자꾸 들어. 저것들이 언젠가는 은혜도 모르고 내 뒤통수를 치고 내 내장을 뒤집어놓겠지, 내 뼈까지 다 발라먹겠지 하는.” (p. 101)

중국과 미국의 무역 전쟁이 방아쇠가 되어 전 세계가 억지로 참전한 자본 전쟁이 발발했다. 선진국, 신흥국을 가리지 않고 경제가 바닥을 뚫었다. 치솟는 실업률을 따라 정부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계층의 사망률도 치솟았다. 그에 더해 절망하고 굶주린 사람들 위로 환경 재앙이, 가뭄과 태풍과 홍수와 섭씨 50도의 난파와 섭씨 영하 20도의 한파가 밀어닥쳤다. (pp. 124~125)

그렇게 사람들은 전쟁인 줄도 모르고 참전했고, 그 전쟁에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 경제적으로 사망했다. 낙담하고 병든 자본 전쟁의 희생자, 경제적 사상자 중에 많은 수가 물리적으로도 목숨을 끊었다. 아니면 어떻게든 살아남아서 늑대인간족이나 뱀파이어족이나 좀비족 같은 끔찍한 것들로 변했다. 돌연변이를 일으켜서라도 목숨을 부지하려 했다. (p. 126)

그는 이 불평등한 세계가 마지막 순간에 평등을 이루는 광경을 보고 있는 듯했다. 패배자든 아니든 모두 다 함께 종말을 맞는다면 억울할 것도 불행할 것도 없었다. 한 세계가 몰락으로 가는 길은 다양하다. 인류는 수백 년 전에 그중 한 길을 선택했고, 어느새 그 길의 끝에 와 있었다. (p. 140)

구매가격 : 8,000 원

혼자도 괜찮지만 오늘은 너와 같이

도서정보 : 나승현 / 21세기북스 / 2019년 11월 12일 / 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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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든 연애세포를 깨울 우리 사랑의 기록






◎ 시리즈 소개

“함부로 사랑에 빠지지는 않지만
언제든 사랑에 빠질 준비는 되어 있다”
바쁜 하루를 보내며 사랑을 잊은 당신에게 보내는 작은 설렘

매일 저녁 여섯시 반에 방송하는 KBS 라디오 〈사랑하기좋은 날 이금희입니다〉의 코너 ‘연애일기, 만약에 우리’에는 청취자가 보내온 각자의 사랑 이야기가 방송된다. 현재 진행의 설렘과 열정을 담은 연애 이야기도, 익숙해져 생활이 된 연애 이야기도, 이미 다 지나고 후회만 남긴 연애 이야기도 있다.
이 책은 수많은 사람들의 사랑 이야기를 가장 처음 읽는 작가가, 청취자들이 보내온 인상 깊은 사랑 이야기를 엄선하고 각색해 자신의 이야기를 덧붙인 이야기다. 방송되어 공감을 얻은 사연뿐 아니라 방송에서 미처 다 소개하지 못한 내용을 담았다.




◎ 출판사 서평

“지금 이 순간에도 사랑을 꿈꾸는 모든 이들에게”
KBS 라디오 〈사랑하기 좋은 날 이금희입니다〉
‘연애일기, 만약에 우리’ 코너에서 작가가 엄선한 사랑 이야기

매일 저녁 여섯시 반, 바쁜 하루를 마무리하는 시간. 라디오에서는 누군가의 연애일기가 흘러나온다. 현재 진행의 설렘과 열정을 담은 연애 이야기도, 익숙해져 생활이 된 연애 이야기도, 이미 다 지나고 후회만 남긴 연애 이야기도 있다. 어떤 이는 퇴근길 차 안에서, 또 다른 이는 저녁 준비를 하며 누군가의 사랑 이야기를 듣는다. 이때만큼은 생활에 지쳐 잠시 잊고 있던 연애세포가 깨어난다.
이처럼 사람들의 연애세포를 깨운 사랑 이야기는 KBS 라디오 〈사랑하기 좋은 날 이금희입니다〉의 코너 ‘연애일기, 만약에 우리’ 속 사연들이다. 사랑에 빠지는 순간부터 이별의 순간까지, 각자의 인생에서 가장 강렬한 사랑의 순간을 그린 사연이 방송된다. 이 이야기는 이금희 디제이의 고요한 목소리뿐만 아니라 배우 신재하, 영화감독 양익준, 가수 곽진언 등 여러 셀럽들의 담백한 목소리로 전달되어 청취자들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한다.
《혼자도 괜찮지만 오늘은 너와 같이》는 이처럼 ‘연애일기, 만약에 우리’ 코너에서 수많은 사람들의 연애세포를 깨운 사연 중 청취자들의 마음에 울림을 준 이야기들을 엮은 책이다. 없으면 죽을 것 같은 그런 불같은 사랑뿐 아니라, 혼자서 잘 지내다가도 또 어떤 날은 따뜻한 마음을 주고받고 싶어지는 그런 담담한 연애 이야기도 담겨 있다.

익숙해진 우리를 다시 설레게 할 따뜻한 순간의 기록

‘연애일기, 만약에 우리’에 보내진 사연은 A4 열 장이 훌쩍 넘는 긴 분량부터 세 문장이 전부인 짧은 문자까지 형식도, 형태도 무척 다양하다. 그들의 꾸밈없는 사연은 나승현 작가의 다정한 시선을 거쳐 따뜻한 언어로 재탄생되고, 청취자들은 이 진솔한 사랑 이야기에 공감했다.
서로 다른 소개팅에서 착각으로 만나 헤어졌으나 붙잡지 못한 후회를 남긴 인연 이야기, 사내 앙숙이었다가 비밀 연애를 시작한 연인 이야기, 나이도 체면도 잊어버리게 만든 뒤늦은 사랑 이야기 등. 여기서 소개되는 모든 사랑 이야기는 각기 다른 모양과 색깔을 가지고 있다. 연애 이야기이면서 한 개인의 역사가 오롯이 담겨 있는 삶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 책에서는 이런 다양한 연애의 모습을 통해 때로는 평범하고 일상적인, 그리고 때로는 특별하기도 한 세상 모든 사랑의 의미를 이야기한다. 방송의 제약 탓에 미처 다 소개하지 못한 내용들과, 나승현 작가가 사연을 각색하면서 배우고 고민하며 사색했던 자신의 이야기를 모아 함께 다듬었다.
“1년 365일 중 300일은 혼자여도 괜찮지만 한 계절만큼은 누군가 옆에 있어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는 작가의 말처럼 혼자서도 잘 살아가고 있는 사람이라도, 어떤 순간만큼은 누군가와 함께 걷고 싶은 날이 있다. 《혼자도 괜찮지만 오늘은 너와 같이》는 바로 그런 순간에 위로가 돼주는 책이다. 만남부터 이별까지 연애의 모든 순간을 담은 각자의 연애 이야기를 통해 건조한 일상을 버티고 있는 사람들에게 작은 설렘과 두근거림을 선물할 것이다.


◎ 책 속으로

16부작 드라마처럼 금요일과 토요일에 사랑이란 녀석이 성큼 찾아와주면 얼마나 좋을까? 1년 365일 중 300일은 혼자여도 괜찮지만 한 계절만큼은 누군가 옆에 있어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5쪽, 프롤로그_일 년에 며칠은 연애하며 살고 싶다



밥에 정이 붙는다면 차에는 열과 성이 붙는다. 마셔도 그만 안 마셔도 그만인 일에 굳이 시간을 내는 이유는 호기심이 가기 때문이다. 어느 날 갑자기 그 또는 그녀가 “커피 한잔 하실래요?”라고 물어온다면 100퍼센트 관심이 있다는 뜻이다.

24쪽, 밥에 정이 붙고 차에 열과 성이 붙는다



미니멀리즘 연애. 말 그대로 옷장을 정리하듯, 서랍을 비우듯 연애에 있어서도 불필요한 감정들을 줄이고 사랑이라는 감정에 집중해보고 싶어졌다. 사랑이라는 건 긍정적인 낱말이며 서로에게 좋은 에너지를 주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자칫 욕심이 생기거나 물건을 비교하듯이 상대를 저울질해서 연애가 잘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82쪽, 필요한 만큼만, 미니멀리즘 연애



100일의 기적을 맞이하며 남자와 여자는 서로 격려하고 자축한다. 저녁 한 끼에 불과한 조촐한 기념 파티이지만 두 사람에게는 지나온 100일을 돌아보고 다시 걸어갈 100일을 기대하는 중요한 날이기도 하다. “용하게 헤어지지 않고 올해도 왔네요. 또 한 계절을 잘 보냅시다.”

115쪽, 연애에도 점검 기간이 필요하다



떠나 보면 기대했던 여행이 별것 아닐 때가 있다. 어느 순간이 되면 모든 풍경이 다 비슷비슷해 보인다. 삶도 그렇지 않나. 하지만 이 아무것도 아닌 여행을 함께 해주는 이가 있다. 여행을 해보면 안다. 이 사람과 내가 맞는지 안 맞는지.

149쪽, 아무것도 아닌 시간을 함께 보내는 것



단골 식당처럼 뭉근하고 오래가는 사람을 만나고 싶다. 한집에 살지 않고 근처에 살면서 이웃처럼 친구처럼 지낼 수 있는 사람. 그런 사람을 만나게 된다면 늦은 밤에도 실례를 무릅쓰고 문자를 보내리라. “우리 쓰레빠 신고 볼까요?”

165쪽, 동네 단골 식당 같은 사이



“이럴 때는 화를 내는 게 아니라 위로를 해주는 게 맞아.” 아이스버킷을 한 것처럼 여자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언제부터 나는 칭찬 아니면 실수를 다그치는 사람이 됐을까?

188쪽, 당신의 불행에 위로 대신 화를 낼 때



그때는 꼭 헤어져야만 했던 어떤 이유가 있었을 텐데, 지금은 그 이유가 무엇이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중략) 시간이 지나면 이렇게 잊힐 문제였는데, 왜 그때는 견디지 못했을까?

203쪽, 꼭 헤어져야 하는 이유

구매가격 : 11,200 원

귀엽지만 조심해 위험 생물

도서정보 : 사노 가케루 / 아울북 / 2019년 11월 13일 / PDF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지구에서 가장 무서운 ‘최강 위험 생물’ 62종 대공개!





◎ 도서 소개

교과 연계 3-1_동물의 한살이, 3-2_동물의 생활
4-1_식물의 한살이 4-2_식물의 생활
6-1_생물과 환경

귀엽지만……방심은 절대 금물! 항상 조심해야 할
지구 최강 위험 생물 62종을 소개합니다!
온순해 보이지만 먹잇감을 무는 힘이 무려 1t인 하마,
날카로운 이빨로 사냥감을 물어뜯는 백상아리,
강력한 독을 뿜는 코브라, 한번 물면 절대 놓지 않는 악어거북…….
생각만 해도 오싹오싹하고, 마주칠까 봐 조마조마한 위험 생물들이
어느 날 내 눈앞에 나타난다면? 으아아!
위험 생물을 만났을 때 대처하는 단 한 가지 방법은
바로 이 녀석들에 대해 제대로 알아보는 것!

■ 제발 오해하지 마! 우리 무기는 인간을 해치려던 게 아니야
세상에는 위험한 생물들이 참 많아요. 날카로운 송곳니와 발톱, 강력한 독, 커다란 몸집, 엄청난 힘과 빠른 속도로 적을 공격하지요. 또 질병이나 기생충을 옮기는 생물들도 있고요. 적의 눈을 겨냥해 강력한 독을 쏘는 스피팅코브라, 빼곡히 난 날카로운 이빨로 동물의 살점을 잘게 뜯어 먹는 피라냐, 먹잇감의 몸속으로 파고들어 가 살을 먹고 피를 빠는 칸디루 등등……. 생각만 해도 오싹해지지 않나요?
하지만 제발 오해는 하지 마세요! 위험 생물들의 이런 살벌한 무기는 인간을 공격하기 위한 것이 아니거든요. 대부분 먹이를 사냥하거나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갖게 된 거예요. 우리가 생물들이 사는 곳에 불쑥 나타나 함부로 다가가는 순간, 이 녀석들은 우리에게 위험한 생물이 되고 말지요. 그러니 우리가 고정관념 없이 주변의 생물들을 좀 더 제대로 들여다본다면 오싹오싹, 조마조마, 아슬아슬한 위험 생물들도 어느새 친구가 될 수 있답니다. 우리 가까이서 쉽게 볼 수 있는 의외의(?) 위험 생물부터 저 멀리 지구 반대편에 사는 무시무시한 위험 생물까지 다양한 생물들을 같이 만나 봐요!
※경고! 위험 생물들과 너무 친해져서 반려동물로 키우려는 친구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가족들이 싫어할 수 있으니 주의하세요.

■ 이것만 알면 나도 과학왕! 위험 생물들에 관한 의외의 과학 상식 대방출
하마는 몸무게가 1,350~3,200kg까지 나갈 정도로 덩치도 크고, 달리기는 시속 30km로 엄청 빠르지요. 사냥감을 무는 힘은 무려 1t! 그런데…… 진짜로 무서운 것은 뚝뚝 빨간땀을 흘린다는 것! 하마의 빨간 색 땀은 피부가 건조해지는 것을 막아 준대요.
까마귀는 엄청 똑똑한 친구예요. 옷걸이를 주워다가 둥지를 만들기도 하고, 통 속에 든 달달한 주스도 꺼내 먹을 수 있지요. 기억력이 좋아서 자기를 괴롭힌 사람들의 얼굴도 잘 기억한대요. 까마귀들은 우리가 어디에 사는지 알고 있을지도 몰라요.
이처럼 위험 생물에 대해 우리가 여태 모르고 있던 다양한 이야기가 가득합니다. 과학 상식을 마음껏 뽑낼 수 있는 재미있는 정보와 함께 해 봐요.

■ 위험 생물들에 관한 엉뚱하고 재기발랄한 4컷 만화!
위험 생물들이 직접 들려주는 비하인드 스토리와 재기발랄한 매력을 귀여운 4컷 만화와 일러스트로 만나보세요. 앗! 처음 듣는 이름이라 어쩐지 낯설게 느껴진다고요? 걱정 마세요. 우리에겐 친절한 안내자 개구리군이 있으니까요. 우리를 대신해 위험 생물들을 직접 만나러간 개구리군이 4컷 만화에 어김없이 등장합니다. 큭큭 웃다 보면 어느새 위험 생물들에 대한 상식들도 함께 얻게 될 거예요. 웃음 보장 100%! 위험 생물들의 개그 대방출! 엉뚱하고 유쾌한 위험 생물들의 세계로 함께 떠나 봐요.

구매가격 : 9,600 원

어피치, 마음에도 엉덩이가 필요해

도서정보 : 서귤 / 북이십일 / 2019년 07월 02일 / EPUB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KAKAO FRIENDS × arte

아르테 에세이로 새롭게 만나는 카카오프렌즈!

카카오프렌즈의 귀여운 악동 어피치와 울리다 웃기기 전문 악동 작가 서귤이 만났다!

마음이 꽈당, 넘어져도 괜찮아 마음에도 엉덩이가 있으니까!





◎ 도서 소개

엉뚱 발랄 귀여운 악동 어피치와
작가 서귤이 전하는 위로와 응원의 메시지
“살아남는 건 우리의 찬란한 재능. 마르지 말자. 바스러지지 말자.”

친구가 무심코 던진 한마디에 하루 종일 마음이 불편한 날이 있다. 시간이 많이 흘렀는데도 떠올리면 마음이 무너지는 이름과 얼굴도 있다. 세상의 무관심과 냉대로 마음이 딱딱하게 굳어서 잘 풀어지지 않는 밤도 있다. 당신의 그런 순간을 위해 엉뚱 발랄 귀여운 악동 캐릭터 어피치와 울리다 웃기기 전문 작가 서귤이 위로와 응원의 메시지를 전한다.

핑크핑크한 긍정 에너지 가득한 어피치와 달달하고 상큼한 과즙을 가득 머금은 서귤의 만남! 과즙이 팡팡 터지는 듯한 이 둘의 조합은 우리의 평범한 상상을 뛰어넘는 재미를 안겨준다. 어두운 술집에서 립밤을 찾다가 희망을 발견하기도 하고, 고무줄을 순간이동 시키는 생활형 초능력이 튀어나오기도 하며, 마법 소녀를 만들어줄 요정을 어린아이처럼 기다리기도 하고, 치킨코인이나 튜브머니 같은 새로운 화폐 단위를 만들며 씩씩하게 밥벌이도 해나간다. 엉뚱하고 유쾌한 복숭아와 귤의 만남을 글로 읽다 보면 어둡고 우울했던 마음에 환한 불이 켜지는 느낌이 든다. 이 밝은 에너지가 당신도 용기를 내어 내일을 살아갈 수 있도록 힘을 줄 것이다.


“매일 내가 예쁘고 매일 내가 미워.
내가 알기로 이런 변덕스러운 마음은 사랑밖에 없는데.”
어피치가 들려주는 말랑말랑한 사랑 이야기

『어피치, 마음에도 엉덩이가 필요해』는 웃기고 유쾌하기만 한 책은 아니다. 책에서는 우리가 매일매일 생각하고 또 생각하는 자기 자신에 대한, 사랑에 대한, 청춘과 인생에 대한 어피치와 서귤 만의 개성 있고 가슴 찡한 장면들을 만날 수 있다.

어피치는 유전자변이로 자웅동주가 된 것을 알고 복숭아나무에서 탈출했다. 때때로 정말 자신이 누구인지, 어디에 있어야 진짜 행복할지 궁금하다. 우리 모두가 그렇다. 누구보다도 스스로를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자신이 없어지기도 하고, 어디로 가야할지 막막한 순간을 맞닥뜨린다. 너무나 변덕스럽게 자신을 좋아하고 또 자신을 미워한다. 우리는 자신을 사랑하지만 스스로에게 만족하기란 너무 어려운 일이다. 책에서는 그 미묘하고도 끝없는 사랑에 대해 깊이 공감할 수 있는 글들을 만날 수 있다.
또한, 자신에 대한 사랑을 넘어 풋풋하고 알싸한 설렘에 대한 글들도 가득 담겼다. 타인을 향한 사랑이 없다면 우리 인생은 얼마나 삭막할까? 그 사랑이 비록 일방적인 짝사랑이라도 사랑은 우리 인생을 촉촉하게 만들어준다.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짝사랑 전문가 어피치가 들려준다.

책에서는 사랑뿐 아니라 누구나 스스로 외계인처럼 느껴지는 직장생활에 대해, 매번 실패하면서도 평생 계속되는 다이어트에 대해, 외롭고 쓸쓸한 청춘에 대해, 자꾸 길을 잃는 인생에 대해 얘기한다. 『고양이의 크기』, 『판타스틱 우울백서』 등 기발하고 독보적인 책으로 독자들을 사로잡은 작가 서귤의 만만치 않은 내공을 느낄 수 있다. 깔깔거리며 재미있게 읽다가, 어느 순간 핵심을 찔려 멍해지거나, 눈물을 찔끔 흘리게 되는 어피치의 이야기가 지금 시작된다.


KAKAO FRIENDS series

“내가 좋아하는 이야기부터 하나씩 시작해볼게.
이젠 나를 읽어줘.”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사랑받는 카카오프렌즈! 저마다의 개성과 매력을 지닌 라이언, 어피치, 튜브, 콘, 무지, 프로도, 네오, 제이지 모두 여덟 가지의 사랑스러운 여덟 캐릭터가 함께합니다. 『라이언, 내 곁에 있어줘』를 시작으로, 서로 다른 성격에 하나씩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는 이들 캐릭터와 젊은 작가들이 만나, 세상 사람들의 얼굴만큼 다양한 우리 마음의 모양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 책 속에서

빙판길에 미끄러져 엉덩방아를 찧으면서 문득 마음에도 엉덩이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어. 토실토실 말랑말랑, 그 어떤 거친 바닥에서도 뼈와 장기를 폭신폭신하게 받쳐주는 엉덩이. 심한 말, 못된 말, 독한 말을 들은 하루. 몽실몽실 내 마음을 감싸, 그 어떤 명사와 동사도 경동맥을 찌르지 못하게 지켜주는 그런 마음의 엉덩이가 우리에게 필요하다고.
- 프롤로그「내가 너의 엉덩이가 되어줘도 되겠니」중에서 (6쪽)

너무 귀엽거나 사랑스러운 걸 보면 왜 아파트나 빌딩이나 지구를 부수고 싶어질까? 그건 귀여운 공격성이라고 불리는 심리 때문인데 증명하는 실험도 있어. 사람들 손에 뽁뽁이를 쥐여주고 귀여운 동물 사진과 안 귀여운 동물 사진을 보여줬더니 귀여울 때 뽁뽁이를 더 많이 터트렸다는 거야. 너무 행복하면 뇌가 균형을 맞추려고 반대 감정을 만들기 때문이라네? 그러니까 누가 나에게 쓸데없이 공격적이거나 부정적으로 굴면 내가 너무 귀여워서 그렇다고 생각하자. 귀여운 것도 참 피곤행. 똑땅해.
- 「너무 귀여운 탓」(21쪽)

왜 붙어 있을까? 지하철 환승 통로나 플랫폼 근처, 벽 한 면을 차지하는 커다란 거울 말이야. 곰곰이 생각해봤는데 어쩌면 고도로 계산된 보행자용 안전장치일지도 몰라. 거울 앞을 지날 땐 거기 비친 자기 모습을 보느라고 걸음이 느려지니까. 그렇게라도 좀 천천히 가라는 의도 아닐까?

출근길 반쯤 잠든 채 걷는 직장인도, 인파에 눌려 구겨진 가방을 두드려 펴는 학생도, 곱게 파마를 한 어르신도, 거울 앞을 지날 때면 습관적으로 스스로의 모습을 비춰 봐. 그러다 같이 거울을 보고 있던 다른 사람과 눈이 마주치면, 재빨리 몸을 돌리고 가던 방향으로 총총 사라져. 그 머쓱해하는 뒷모습이 꼭 점프에 실패한 고양이처럼 사랑스러워서.
- 「지하철 거울의 장르는 사랑」 중에서(44쪽)

복숭아털 알레르기가 있으면서 복숭아를 좋아하는 건 너무 곤란해. 복숭아를 씻을 때마다 긴 팔로 갈아입고 고무장갑을 끼고 마스크로 코와 입을 막은 채 싱크대 앞에 서야 한단 말이야. 개털 알레르기가 있으면서 개를 좋아하는 것도 난처하기는 마찬가지야. 개 키우는 친구 집에 갔다 온 저녁에는 온몸에 두드러기가 돋아 밤새 몸을 긁어야 하지. 위장이 약하면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좋아하는 것도 정말 불편해. 가끔 두 잔 이상 마신 날에는 아린 속을 부여잡고 도쿄에서 사온 양배추약을 입에 털어 넣곤 해. 힘들면 안 먹고 안 만지면 되는데. 어쩔 수 없어, 좋아서.
괴로울 게 뻔한데도 좋아하는 것은 습관인가 봐. 그렇게 사람에게 상처를 입고도 당신이 좋아. 정말 어쩔 수 없어, 좋아서.
- 「어쩔 수 없어, 좋아서」(69쪽)

행복한 이야기가 좋아. 요즘엔 모든 갈등이 열 페이지 만에 풀려버리는 로맨스 소설이나 무조건 해피엔딩인 코미디 영화만 보고 있어. 상처로 가득한 다른 사람의 삶 같은 거 보고 싶지 않은 걸. 그건 스스로로 충분해. 맞아 나는, 행복하지 않은 행복중독자. 자신만으로 가득 차서 타인의 아픔을 품지 못하는, 나라는 작고 편협한 행성의 유일한 주민.

우리가 이토록 쓸쓸한 이유는 서로의 행성이 이렇게나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이겠지. 자아라는 대기층에 꽁꽁 쌓여 홀로 자전하는 외로운 중력의 덩어리들. 이 고독한 질주를 견디게 하는 단 하나의 위로는, 아주 멀리서 보면 우리가 하나의 은하수라는 사실.

행복한 이야기가 좋아. 상처로 가득한 다른 사람의 삶 같은 거 보고 싶지 않아. 나는 이렇게 오래도록 닫혀 있을 것이고, 슬프지만 아마 쉽게 변하지 않을 거야.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와 같은 은하에 머물러주는 너에게, 큰 소리로 외치고 싶어. 고마워. 정말 고마워. 우리의 은하에 공기가 없어서 이 목소리가 전해지지 않는다 해도, 아주 큰 소리로.
- 「행복 중독자의 행성들」(86쪽)

요즘 나의 기준 통화는 치킨코인이다. 가장 좋아하는 브랜드의 후라이드치킨 가격인 만 15,000원이 1치킨코인에 해당한다. 집에서 회사까지 택시 탈 때 약 0.8치킨코인. 덕질하는 연예인이 방송에 입고 나온 후드티 약 2.5치킨코인. 을지로의 힙한 카페 커피값 약 0.4치킨코인. 그리고 책값이 약 1치킨코인 전후.
당신이 이 책을 위해 지불한 1치킨코인을 생각한다. 무려 치킨 한 마리를 먹을 수 있는 돈을 지불하고 이 책을 고른 것을 생각하면 중압감에 차마 잠을 이룰 수가 없다. 조금이라도 좋은 책으로 보답하고자 늦게까지 작업을 했더니 허기가 져서 1.2치킨코인으로 방금 순살허니콤보 하나를 주문했다.
- 「살이 찌는 이유」(90쪽)

청춘은 피아노를 처음 배우는 아이 같아요. 오른손 엄지손가락으로 도를 누른 후, 아이는 남은 87개의 건반 중에 무엇을 눌러야 할지 몰라 겁에 질려요. 너무 많은 건반, 너무 많은 검은 색과 하얀 색, 너무 많은 화음, 너무 많은 가능성. 보면대에 놓인 악보는 사실 하나도 읽을 수 없는데, 무엇을 눌러야 하는지 모른 채 손가락에 힘을 주지도 풀지도 못하고 울먹이는 것이 바로 청춘의 얼굴. 안쓰러워서 사랑스러운, 그저 처음 피아노 앞에 앉았을 뿐인 우리.
- 「너무 많은 건반 앞에서」(118쪽)

일터에 자기 몫의 책상이 있거든 서랍 하나를 비워두세요. 거기에 마음을 보관해야 해요. 일하면서 가슴에 마음 넣어두는 거 아니에요.

어떤 상황에서든 당신의 진심은 다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 「밥벌이를 시작하는 당신에게」 중에서(144쪽)

구매가격 : 11,760 원

남자아이가 아니라 아이를 키우고 있습니다

도서정보 : 박한아 / 21세기북스 / 2019년 10월 31일 / EPUB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아이의 성별부터 묻는 세상에서, 과연 우리는 아이 고유의 색을 지켜줄 수 있을까?
핑크와 파랑을 벗어난 아이는 훨씬 찬란히 빛난다!





◎ 도서 소개

보편적인 남자아이와 엄마는 없다!
무례한 세상에서 육아를 외치는 페미니스트 엄마의 고군분투 육아 일기!

“딸이에요? 아들이에요?”
장난감을 사러 가도, 길 가다 모르는 사람을 만나도 아이의 성별부터 묻는 사회에서 과연 아이는 본인 고유의 특성대로 자랄 수 있을까? 여자아이라서 얌전하고 남자아이라서 씩씩한, 여자아이라서 핑크색을 좋아하고 남자아이라서 파란색을 좋아한다는 추론은 이 사회에서 대체 언제까지 정답으로 남아있을 생각인지 도통 모르겠다.
이런 사회에 뿌리 깊게 자리 잡은 무례한 시선은 여성 역시 비껴가지 않는다. 여성 양육자를 개념맘 아니면 맘충으로 취급하는 세상에서 엄마들은 끊임없이 자신이 맘충이 될까 두려워한다. 그런데 이 개념맘의 길은 또 어찌나 험한지 우는 아이를 향한 사람들의 따가운 눈초리와 늘어만 가는 노키즈존 마크를 피해 다니며, 그리고 지나가는 어르신들의 수많은 육아 훈수까지 받아내야 한다. 결국, 오늘도 우는 아이를 등에 업고 화장실로, 또는 건물 밖으로 뛰어나가고 있을 여성들을 위해 저자 박한아는 펜을 들었다.
이 책은 페미니스트이자 여성 양육자로서 아이와 엄마에게 주어지는 세상의 무례한 시선들을 짚어내고, 그 안에서 아이를 어떻게 지켜낼 것인가, 또 세상의 시선에 대항해 지금 시대의 양육자에게 필요한 마음가짐에 대해 고민한다. 뿐만 아니라 박한아는 지금까지 아이들에게 주어졌던 수많은 콘텐츠가 얼마나 남성 중심적이었는지를 지적하며, 아이들에게 더 다양한 여성 서사를 보여주고자 시작한 동화책, 애니메이션 큐레이션에 관한 수많은 팁을 전한다. 또한 여성 양육자인 자신에게 많은 힘이 되어준 콘텐츠에 관한 정보 역시 아낌없이 소개한다. 이 시대의 양육자들에게 저자 박한아는 지금 우리가 하는 이 고민이 절대 사소하지 않다고 전한다. 이런 무례한 세상 속에서 여자아이, 남자아이를 벗어나 아이를 키우고 있는 누군가에게 이 공감의 육아 일기를 보낸다.




◎ 출판사 서평

아이들에게 유독 무례한 세상
세상의 모든 아이들이 ‘나답게’ 자랄 수 있기를,
자라서 ‘스스로’가 될 수 있기를!

“애가 어쩜 이렇게 얌전해요? 여자애라고 해도 믿겠네!”
“남자애라 그런지 씩씩하네!”
“아휴, 무슨 여자애가 이렇게 부끄러운 줄을 몰라!”
“넌 남자애가 무슨 인형이야, 인형이!”

아이를 키워본 사람이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아이를 키워본 적이 없다면 한 번쯤은 누군가에게 해봤을 말들이다. 이 문장만 보면 성별이 아이들에 관해 제공하는 정보가 무궁무진한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이 세상엔 과연 사람들이 말하는 보편적인 여자아이, 남자아이가 있는 걸까? 왜 얌전한 남자아이는 ‘남자애치고 얌전한 아이’가 되고, 곰 인형 대신 공룡을 좋아하는 여자아이는 ‘별난 여자아이’가 되는 걸까? ‘여자답다’, ‘남자답다’의 기준은 대체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여자아이라서 핑크색을 좋아하고, 남자아이라서 파란색을 좋아한다는 이 고리타분한 추론은 과연 합리적일까?
저자는 여자아이와 남자아이를 가르는 색깔론에 당연한 의문을 품는다. 한 명의 개인은 수많은 선택지 속에서 본인 스스로가 선택하며 본인의 취향을 만들어나간다. 하지만 유독 아이들에게는 성별에 따라 어떤 선택지는 아예 제공조차 되지 않는다. 우리 사회는 태어날 때부터 성별에 맞게 핑크색 이불과 옷, 혹은 파란색 이불과 옷이 준비되어있지 않나? 또 대형 마트의 장난감 코너에만 가도 여아 완구는 알록달록한 핑크색, 남아 완구는 무채색으로 가득해 마치 여자아이는 인형 놀이를, 남자아이는 자동차를 좋아하도록 설계된 것은 아닐까 싶을 정도다.
아이를 향하는 무례한 시선은 이에 그치지 않는다. 다들 너무 아무렇지도 않게 아이를 쉽게 만진다는 것. 유아차 속에 조용히 누워 있는 아이를 너무 쉽게 만지는 행동, 또 조금 큰 아이들에게는 뽀뽀 한 번만 해달라고, 손에 쥔 과자를 보며 제발 한 입만 달라고 조르는 등 아이의 의사를 묻지 않고 이런저런 행동을 요구하곤 한다. 그들의 무례한 행동 사이에 아이의 의사는 매번 반영되지 않는다.
저자는 여느 양육자와 같이 아이와 함께 살아가며 자연스레 아이들을 가까이서 만난다. 그때마다 성별이 아이들에 관해 말해주는 것이 정말 많지 않다는 것을, 우리가 서로를 존중하듯 아이의 의사를 존중해야 함을 느낀다. 우리가 어른들에게 성별에 관한 이야기를 할 때 조심스러운 것처럼, 무언가를 요구하기 전에 항상 의사를 먼저 묻는 것처럼 아이들을 대할 때도 그런 노력이 필요하다. 성인을 향해 “여자라 핑크가 잘 어울리는구먼!”, “남자가 무슨 춤이야!”라고 말하는 것이 무례하다는 걸 안다면, 이젠 아이들에게도 같은 말을 하지 않는 노력을, 아이들에게 말하기 전에 한 번 더 생각해보는 노력이 말이다.


남편은 좋은 아빠, 나는 그냥 엄마?
이젠 끝없는 ‘엄마 자격 검증 시험을’ 끝내야 할 때!
★무례한 세상 속에서 아이를 키우는 한 페미니스트 엄마의 외침

이제 막 엄마가 된 여성들은 하고 싶은 말이 참 많다. 급격히 달라진 나의 몸과 마음도 이미 버거운데 엄마를 맘충 아니면 개념맘, 단 두 가지로 정의하는 사회의 시선과 주변 사람들의 무례한 태도에 쌓인 불만은 얼마나 많을까. “젖은 잘 나오냐”라는 말로 인사를 건네고 아이를 키우는 것에 관한 일방적인 지도 편달은 물론, 아이들을 향해 서슴없이 던지는 무례한 말들까지. 인생에 아이 한 명이 더 생겼을 뿐인데, 양육자들에게 세상은 180도 다른 곳이 되어 있었다. 이런 무례한 세상에서 양육자는 어떻게 자신을 지키며 아이와 함께 살아나갈 수 있을까?
아이에게도 여자아이, 남자아이가 여전히 큰 프레임이듯, 이 사회에서 ‘엄마’라는 호칭 속에 숨어있는 잣대는 다른 것들보다 더 냉정하고 무례하다. 아이를 이 세상에 태어나게 한 건 아빠와 엄마로 두 사람인데, 왜 유독 엄마에게만 더 가혹한 잣대를 들이대는 것일까? 식당에서 우는 아이를 달래고 있는 엄마는 그냥 엄마지만, 우는 아이를 달래고 있는 아빠는 좋은 아빠가 된다. 더욱더 재밌는 사실은 엄마가 육아에 있어 어떤 선택을 하든 모든 선택지에 비난이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아이 이유식과 반찬을 정성껏 만들어 주면 아이 입맛이 까탈스러워진다며 타박하고, 사다 주면 아이가 엄마가 해준 밥도 못 얻어먹는다고 불쌍하다며 혀를 끌끌 차곤 한다. 대체 어쩌란 말이냐! 결국, 엄마를 향한 사회의 시선이란 이런 것이다. 잘하는 게 기본이고, 해야만 하는 일을 하니 딱히 언급할 필요도, 그 수고를 알아줄 필요도 없는 그냥 엄마. 이젠 잘 생각해봐야 할 때다. 이 사회에서 우리가 엄마들을 어떻게 대우하고 있었는지, 그들에게 얼마나 무례했는지를 말이다.


“양육은 결국 모두의 과업”
★모든 아이와 양육자에게는 조금 더 큰 마을이 필요하다

사회가 강요하고 답습해온 성 고정관념을 아이들에게는 물려주지 않겠다는 다짐은 양육자들에게만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제아무리 양육자들이 성 고정관념에서 벗어난다 한들, 어디서 어떻게 쏟아질지 모르는 타인의 성차별적인 발언들을 다 막아낼 순 없는 노릇이니까. 세상의 그 어떤 부모도 세상의 모든 말로부터 아이를 지켜낼 순 없다. 그러니까 결국 우리 시대에 필요한 조금 더 큰 마을이란 아이가 아이답게 자랄 수 있는, 기성세대의 편견이나 한계에서 벗어난 자유롭고 보다 따뜻한 시선으로부터 시작되는 것이 아닐까.
세상 그 누구도 어른으로 태어나지 않는다. 엄마가 엄마로, 또 아빠가 아빠로 태어나지 않는 것처럼. 모든 양육자가 현실에 부딪히며 엄마, 아빠로 성장해나가듯, 아이 또한 엄마와 아빠처럼 자신에게 주어진 ‘성장’이라는 과업을 묵묵히 해내며 아직 알지 못하는 어른들의 세계를 배워나간다. 아이들은 그저 왜 식당에서 떠들면 안 되는지, 왜 마트 장난감 코너에서 누워 울면 안 되는지 아직 모를 뿐이다. 그런 아이들에게 필요한 건 양육자를 향한 비난이 아니라 조금은 관대한 시선으로, 빙그레 웃어주는 무언의 응원이 아닐까. 그들이 어른들의 방식을 몸에 익힐 때까지 말이다.
아이를 통해 다시금 아이의 세계에 초대된 어른, 저자 박한아는 지난날엔 차마 깨닫지 못했던 세상의 무례한 모습들과 그 안에서 고민하고 성장해온 자신의 이야기를 책 속에서 나눈다. 이 무례한 시대에서 오늘도 아이를 키우며 고군분투하고 있을 이 시대의 모든 여성에게, 이 책은 친구처럼 힘이 되고 또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용기가 될 것이다. 이 책에서 ‘이렇게 하면 아이를 페미니스트로 키울 수 있습니다! 이렇게 하면 아이를 잘 키울 수 있습니다!’에 관한 답은 얻을 수 없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녀와 같은 고민을 하고 있을 이 세상의 모든 양육자에게 우리의 고민은 결코 사소하지 않다고, 앞으로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이 조금은 평등하고 좋아지길 바라는 육아 동지가 여기 언제나 함께 있다는 것을 알아주길 바란다. 오늘도 고생하고 있을 여성들에게 이 책을 전하며 건투를 빈다.


◎ 본문 중에서

아이는 아직 어떤 말을 흘려듣고 또 귀담아들을지 가늠하지 못한 채로 모든 말을 수집하고 있다. 가뜩이나 어디선가 들어본 말들을 따라 하며 배우는 중인데, 그런 아이 입에서 “남자들은 안전벨트 매는 거야”라는 말이 나올까 봐 종일 신경이 곤두섰다. 하지만 어쩌겠나. 아이를 내 맘에 들지 않는 모든 말로부터 보호해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무엇보다 그것도 좀 이상한 일이지 싶다. 아이가 만나는 사람을 내가 다 정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아이에게는 아이의 삶이 있는 거니까. 다만 아이가 무언가를 스스로 판단하고 째려볼 수 있을 때까지는 되도록 편견 어린 말들에서 자유롭도록 돕고 싶다. 그러려면 내가 열심히 반대쪽에 추를 올려놓는 수밖에.

- 〈낮말도 밤말도 아이가 듣는다〉 중에서



내가 먼저 나서서 아이의 성별을 적극적으로 말하지 않은 건 직후에 이어지는 이야기들이 반갑지 않아서였다. 그저 바당이의 특징이었던 것들이 성별이 밝혀지고 나면 곧장 ‘남자아이’와 ‘아들’의 보편적 특징인 것처럼 연결되는 게 아무래도 이상했다. 어떤 말들은 남자아이일 때만 효력이 있고 또 어떤 말들은 여자아이에게만 맞는 것일까. 나는 여전히 모르겠다.

- 〈딸이에요, 아들이에요?〉 중에서



‘맘충’이니 ‘개념맘’이니 하는 말들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자면 기시감이 든다. 익숙한 감각이다. 아이를 낳기 전, 결혼하기 전에 나는 ‘된장녀’처럼 보이지 않기 위해 애썼다. 된장녀들의 집합소이자 여성우월주의의 본거지로 자주 소환되는 학교를 졸업한 탓에 나는 그 학교 출신 같지 않다는 말을 칭찬으로 들으며 살았다. 명품에는 관심 없고 김밥천국의 소박한 맛을 즐길 줄 알고 스타벅스 커피 한 잔보다 같은 값의 포장마차 우동이 주는 운치를 아는 털털한 여자. 그런 말도 안 되는 기준들에 신경을 안 쓰는 듯하면서도 혹시 내가 그런 사람으로 보이지는 않을까 나 스스로 검열했다. 누구에게 뭘 그렇게 증명하려고 했는지 모를 일이다.

- 〈개념맘과 맘충, 그 사이에서〉 중에서



사람들은 곧 세상에 나올 아이에 대해 이런저런 바람을 갖는다. 나 역시 그랬다. ‘건강하게만 자라다오’부터 시작된 이 소망들은 생각하면 할수록 끝없이 늘어났다. 하지만 그중에서 단 하나만 꼽는다면 나는 나의 아이가 페미니스트가 되기를 바랐다. 바당이가 모두가 평등한 사회에서, ‘여자답게’ 혹은 ‘남자답게’ 말하고 행동하라는 압박이 없는 세상에서 살아가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 〈네? 아들이라고요?〉 중에서



여전히 아이 의견을 묵살하는 어른들 투성이다. 아이가 직접적으로 ‘싫어’ ‘하지 마’라는 말을 해도 왜 그러냐며 계속 장난치는 사람들이 집집마다 꼭 한 명씩 있다. 뽀뽀를 안 해주겠다며 휙 돌아서는 아이에게 “왜 그렇게 비싸게 구냐”라고 말하는 사람도 봤고 자신의 의사가 계속 무시당하자 분한 마음에 우는 아이를 보곤 귀엽다며 깔깔 웃고 사진을 찍는 사람도 봤다. 이 사람들에게 대체 아이들이란 뭘까 궁금해진다.

- 〈뽀뽀는 내가 하고 싶을 때 하는 거야!〉 중에서



내 아이가 자신에게 가해지는 모든 폭력에 단호하게 맞설 수 있는 사람이 되길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모든 아이가 모든 폭력으로부터 보호받아야 한다. 나는 아이가 피해자가 되지 않기를 바라는 만큼 가해자 또한 되지 않기를 바란다. 그리고 이 두 가지가 사실은 동시에 이뤄질 수 있는 일이라 믿는다. 아이의 인생에 애초부터 폭력의 역사를 만들지 않는 것. 그게 바로 내가 이 아이를 제대로 키우는 일 중 하나일 것이다.

- 〈세상에 맞아도 되는 아이는 없다〉 중에서



그때 바당이에게 ‘사이좋게’ 지내라는 말이 어떻게 들렸을까. 그 자체로는 나쁜 것 하나 없이 바르고 예쁜 말이지만 당장 아이의 마음을 헤아려줄 수 있는 말이 아닌 것은 물론이고, 다음번에 비슷한 상황이 벌어져도 아이에게 도움이 되는 말은 아닌 것 같았다.

- 〈착한 어린이가 될 필요 없어〉 중에서



‘엄마’라는 직업도 예외일 수는 없을 것이다. 물론 나는 언제까지나 바당이의 엄마겠지만 내 노동력을 쏟아야 할 일들은 점차 줄어들 테니 말이다. 나는 나의 정체성이기도 하지만 ‘엄마’라는 것 또한 나의 직업이라는 것을 의식적으로 되새기려고 노력한다. 충실하되 과몰입하지 않고 소진되지 않으려 ‘엄마’라는 말과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려고 애쓰는 편이다. 프로 의식이랄까. 대략 아이가 성인이 되는 시점을 이 직업의 은퇴 시기라고 봐도 무방하지 않을까. 그리고 당연하게도 그 이후의 내 인생은 계속될 것이다. 그때 나는 또 어떤 직업인일까 생각해본다. 꿈에서 본 계약서에도 이직은 안 된다고 했지만, 겸직까지 안 된다는 말은 없었으니까. 나는 여전히 나의 세 번째, 네 번째 직업을 찾기 위해 애쓰고 있다.

- 〈엄마라는 직업〉 중에서

구매가격 : 11,200 원

생각의 차이가 일류를 만든다

도서정보 : 이동규 / 21세기북스 / 2019년 10월 31일 / EPUB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 도서 소개

Think 1st(최초로 생각하라)!
정부·기관 선정 최고 명강사의 유쾌한 생각혁명

놀라운 창의력의 비밀은 인문·경영의 융합적 사고!
인공지능 시대를 헤쳐나갈 지혜의 집약서!

인공지능(AI)을 필두로 예전에는 상상조차 못 했던 비즈니스 모델이 계속 쏟아져 나오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 파괴적 기술이 발전하면서 얼마 전까지 전도유망했던 대기업이 위기에 빠지기도 하고, 전혀 알려지지 않았던 IT 스타트업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기도 한다. 시대에 적응하는 조직은 급성장하는 반면 그렇지 못한 기업은 도태될 위기에 처해 있다. 이들의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비밀은 무엇일까? 그건 자금이나 기술, 명성이 아닌 바로 ‘생각의 차이’다.
정부 및 공공기관에서 선정한 최고의 명강사 이동규 교수는 『생각의 차이가 일류를 만든다』에서 인공지능 시대 기업과 개인이 생존할 수 있도록 유쾌한 ‘생각혁명’을 알려준다. 창의력에 대해 알려주는 정보들은 시중에 많이 나와 있지만 이 책은 정치에서 경제로, 경영에서 인문으로 관점을 이동해 다양한 ‘관점(perspective)’에서 생각하는 인문·경영 융합적 사고법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나아가 독자들이 쉽게 익힐 수 있도록 ‘Think 4.0시대의 생각혁명’, ‘역발상 콘서트’, ‘나를 공부하라’, ‘인문·경영 융합의 통섭적 사고’, ‘생각을 수출하라’의 5개 장으로 나누어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각 장에는 혁신이 필요한 조직이나 개인이 입체적 상상과 획기적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내면의 "사색"을 유도하는 국내 최초의 초미니칼럼인 〈두줄칼럼〉을 수록했다.
이 책은 독자들이 구시대적 방식에서 벗어나 미래지향적인 창의적 생각을 할 수 있는 인사이트를 줄 것이다.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필요한 리더, 마케터, 기획자들을 위한 필독서!




◎ 출판사 서평

생각혁명 시대, 창조적 사고를 키워주는 최고의 자기발견서!
지금 당장 꼭 봐야 할 역발상의 보물섬이자 난세의 바이블!

“과연 당신의 직업은 앞으로 얼마나 지속가능할 것인가? 인공지능과 스마트로봇이 일반화된 세상에서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인공지능이 절대 흉내 낼 수 없는 고도의 창의력이다.” 국내외 전문가들은 사람들이 하던 대부분의 일이 앞으로 기계와 인공지능으로 아웃소싱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등 신기술이 특정 산업 차원을 넘어 사회 전반을 급변화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인공지능 시대 사람들은 어떻게 생존전략을 준비해야 할까? 전작인 베스트셀러 『한국인의 경영 코드』에서 한국 사회의 조직 문화에 대해 새로운 성공 기준을 제시한 바 있는 이동규 교수는 신작 『생각의 차이가 일류를 만든다』에서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조직과 개인이 지속성장할 수 있는 창의적 사고법을 알려준다. 저자는 현대를 ‘Think 4.0" 시대로 명명한다. 순식간에 어떤 지식이든 검색할 수 있는 시대, 창의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익숙한 것과의 결별, 낯선 것들을 연결하는 역발상 등 "Think 4.0"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지난 30여 년 간 다양한 직업을 거치며 오랜 세월 숙성시켜온 저자만의 생각창고(house of thinking)가 담긴 이 책은 독자들이 각자의 일상적인 삶과 실전 경영에서 바로 써먹을 수 있도록 다양한 영감과 현장감 넘치는 사례들로 가득하다. 경제성장률이 1%대로 예측되는 불황의 시대다. 난세를 이겨낼 수 있는 지혜와 역발상이 담긴 이 책을 통해 2030 밀레니얼 세대는 물론 대한민국 기업들은 창조성에 벽이 되는 장애를 극복하고, 새로운 돌파구를 찾게 될 것이다. 취준생, 직장인, CEO까지 일상적인 삶과 실전 경영에서 바로 써먹을 수 있는 실용서!




◎ 추천사

“4차 산업혁명을 맞아 새로운 사업 철학과 돌파구를 찾을 수 있는 실용적인 인사이트를 주는 책이다. 동서양 인문학과 다양한 경영 사례를 접목한 국내 최고의 자기계발서이자 비즈니스 필독서다.” - 권영수, (주)LG 대표이사 | 부회장

“인공지능 시대에는 생각의 차이가 인간의 강력한 무기가 된다. 저자의 통섭적 생각혁명은 획기적 창의성과 입체적 상상력을 키우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앞으로 새로운 도약과 번영을 꿈꾸는 조직의 리더라면 꼭 접해보길 추천한다. 즐거운 사색과 깊은 영감을 주는 이 책을 통해 미래를 선도하는 새로운 승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 남성욱, 고려대 행정전문대학원장

“국내 수많은 전문가들이 있지만 의미와 재미가 합쳐진 그의 지적 토크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이 책은 국내 유니크한 인문·경영의 융합적 접근을 통해 통섭적 인재로 거듭나게 만드는 영감이 가득하다. 일상에서 또 비즈니스에서 진정한 미래형 인재가 되고 싶다면 반드시 읽어봐야 할 생각의 보물섬이다.” - 강민구, 서울고법 부장판사 | (전)부산지방법원장


◎ 책 속에서

이 책은 기존의 진부한 경영혁신서가 아니며, 자기계발서도 아니다.
굳이 말하자면 〈Think 4.0 시대의 자기발견서〉다. 이 책의 키워드는 한마디로 ‘다르게 생각하라(Umdenken)’이다. ‘검색보다 사색’이란 명제하에 다양한 역발상 사례들을 삽입하여 생생한 현장감과 명쾌함이 이 책을 읽는 이들에게 깊은 영감을 선사할 것으로 확신한다. 독자들은 각자의 생각근육을 키우고 마음의 울림을 느끼게 될 것이다. 또한 동서양 인문과 경영 석학들의 촌철살인 인용과 함께 다양한 선진 경영 사례를 삽입하여 실전 경영서로도 매우 유용할 것이다. 이 책의 중요한 특징은 국내에선 보기 드문 인문과 경영의 융합적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다는 점이다. -프롤로그 중에서

정확히 표현하면 창조성은 ‘낯선 것들의 연결’이다. 이를 위해 가장 필요한 건 맥락적 사고다. 본래 인간의 뇌는 과거에 없던 새로운 연결이 만들어지면서 창조적 생각을 하게 된다. 사회도 서로 다른 분야가 연결되면서 창조적 혁신이 일어나게 된다. 따라서 창조성의 발현 조건은 연결을 가로막는 장애를 제거하고, 연결을 촉진시키는 데 있다. 호기심, 재미 그리고 연결을 통해 인간은 창조의 신세계로 진입한다. 창조적 행위란 결국 본질과의 만남이자, 익숙한 것과의 이별이다. - p. 42

큰 영향을 미치게 될 전략적 의사결정을 하게 될 때는 속으로 ‘오히려’를 큰소리로 외쳐보는 사고 습관을 익혀두는 게 큰 도움이 된다. 역발상의 백미는 역시 “위기는 기회다”란 말이다. 하도 듣다 보니 진부한 것 같지만 이것은 영원한 진리다. 힘들고 지칠 때 우리에게 이보다 더 희망을 주는 말은 없다. 그렇게 본다면 과연 정상적이란 건 무엇인가? 정상이란 말보다 비정상인 말은 없다. 뭐든지 거꾸로 보는 시각을 길러볼 필요가 있다. 단, 긍정적으로 부정하라. 그리고 언제나 ‘오히려’를 기억하라! - p. 94~95

우리 선조들은 이미 ‘인생 부등식’을 만들어놓았다. 이는 ‘머리 < 태도 < 운수 < 인복 < 수명’으로 나타낼 수 있다. 즉, 아무리 머리가 좋아도 태도가 좋은 이를 이기지 못하고, 그 두 개가 좋아도 하늘의 운수발이 좋은 이를 이기지 못하고, 그 세 개가 좋아도 인복이 많은 이를 극복 못 하고, 그 네 개가 좋아도 오래 사는 이를 능가하지 못한다는 이야기다. 마지막으로 명복이 길다 해도 종국에 우주 질서 앞에는 한낱 먼지일 뿐이라는 것이다. 먼저 깨달아야 할 것은 머리 좋은(才) 사람은 태도 좋은(德) 사람을 이길 수 없다는 것이다. 세상에는 재능(talent)이 특별한 사람이 많다. 그중에서도 선천적으로 타고난 재능은 천부적(天賦的, gifted) 재능이라고 한다. 영화 〈아마데우스〉에서 살리에리가 모차르트에게 느끼는 막막함을 상상해보라. 그러나 어릴 적 IQ가 200에 달하는 천재들이 요절하거나 나이 들어 별 볼일 없게 전락해버리는 경우를 보면, 역시 재능만 가지고 험한 세상을 살아가기에는 버거운 모양이다. - p. 227~228

"생각을 수출하라"
향후 ‘한류 4.0’은 우리 한국인만의 창조적인 사고, 그 자체가 되어야 한다.
그 핵심은 바로 그동안 우리가 치열하게 공부하고 시험을 치르며 길러온 경험과 익혀온 내공이다. 필자는 향후 이런 변화를 통칭해 한류 4.0의 키 슬로건으로 ‘국가학습(National Learning)’의 수출이란 범용 콘셉트를 제안하고자 한다. 요컨대, 향후엔 물건이 아니라 우리의 생각과 경험(스토리텔링)을 팔아야 한다는 이야기다. 인공지능 시대, 이제 아는 것은 더 이상 힘이 아니다. 창조란 한마디로 ‘최초의 생각’이자 ‘낯선 것들의 연결’이다. 선진국이란 결국 다른 나라가 못 한 생각을 해내는 나라다. 여기서 새로운 생각은 결코 검색으로 되는 것은 아니다. 가장 우수한 우리 아이들이 죄다 핸드폰에 머리 박고 검색에만 빠져 있는 한 선진국의 꿈은 요원하다. 우리가 도우미로 개발한 스마트 로봇을 부리는 주인 역할을 제대로 해내기 위해서라도 젊은 세대들에게 깊은 사색의 즐거움과 현명한 지혜를 가르쳐야 한다. 그리하여 세계 최고의 창조적 DNA를 가진 한국인만의 ‘생각의 창고’를 힘껏 열어젖혀야 한다. -p. 289

구매가격 : 12,000 원

이만희 희곡집 1 - 가벼운 스님들

도서정보 : 이만희 / arte / 2019년 10월 31일 / EPUB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시간과 공간을 견디는 정전(正典)의 힘”
일상의 즐거움부터 삶의 깊이까지, 인간 본연의 모습을 다각도로 고찰하는 거장의 세계
한국 연극의 거장 ‘극작가 이만희’의 40년 작품 세계를 집대성하다!





◎ 도서 소개

고단한 일상을 경쾌하게 풀어내며
독자와 관객들에게 다시 살아갈 힘을 전하는

시대를 관통해 살아 숨 쉬는 명작 18편, 이만희 희곡 전집

작품성과 대중성을 모두 좇으며 일상의 비애를 발랄하고 유머러스하게 풀어내온 극작가 이만희가 등단 40주년을 맞아 희곡 전작 18편을 한 번에 묶어냈다. 1992년 초연 당시 3년 6개월간 공연하며 20만 명의 관객을 동원한 〈불 좀 꺼주세요〉는 서울시 정도(定都) 600주년 기념 타임캡슐에 수장되기도 했으며, 〈용띠 개띠〉는 10년간 장기 공연된 작품이기도 하다. 그 외에도 잊거나 묻어버린 삶의 세목에서, 가장 중요한 인간에 대한 애정을 잔잔하게 일깨워주는 작품이 많다. 미학적 완성도를 자랑하는 작품 〈돌아서서 떠나라〉는 영화 〈약속〉으로 만들어져 당시 최고의 흥행 기록과 더불어 지금까지 한국의 대표적인 멜로영화로 꼽히고 있다. 아울러 1993년 국립극단에서 초연된 이래 지속적으로 공연되고 있는 〈피고 지고 피고 지고〉는 인생을 달관한 자가 아니면 보여줄 수 없는 맑은 경지를 보여주고 있다.
1979년 《동아일보》 장막 희곡상을 받으며 등단하여 올해로 등단 40주년을 맞아. 2004년 10편의 작품으로 출간되었던 전집에 새로운 작품 8편이 더해져 새로운 전집으로 출간되었다. 이 작품집이 시간과 공간의 압력을 견디는 정전의 힘으로 또 다른 무대와 장면을 새롭게 연출해낼 것을 기대한다.



이만희 작가의 작품은 1년 내내 공연됩니다. 때로는 대학로에서, 때로는 지방의 크고 작은 극장에서, 혹은 연극영화학과의 실습 작품으로 끊임없이 공연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간혹 그의 작품이 엉뚱한 대본으로 개작되어 공연되는 걸 본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늘 정본(定本)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드렸고, 그 결과 네 권의 ‘이만희 희곡집’이 나오게 되었습니다. 여기에 수록된 18편의 작품은 모두 정전(正典, canon)입니다. 공연은 시대 상황이나 사회문화적 배경에 따라 조금씩 달라질 수 있지만, 정전은 그러한 시간과 공간의 압력을 견디는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본래의 자리로 되돌아오게 합니다. _ 이종대(교수, 평론가)




◎ 지금, 이만희 희곡집이 필요한 이유

희곡의 목적은 무대에 오르고 관객을 만나는 것이다. 극작가 이만희를 한국 연극의 거장이라 부르며 연극과 함께한 그의 40년을 특별히 기억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그의 작품은 과거에 남겨져 있지 않고, 여전히 무대에 올라 현재의 관객을 웃기고 울리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경남 김해에서 문을 연 ‘명배우 봉하극장 콜로노스’의 첫 번째 작품은 〈언덕을 넘어서 가자〉였다. 이 작품은 70을 바라보는 초등학교 동창생들의 이야기로, 철없고 오해 많던 시기를 지나 뜻대로 풀리지 않는 인생을 살아온 세 명의 초등학교 동창생의 우정과 사랑을 또 다른 희망의 모습으로 그려낸 작품이다. 초연은 2008년. 이후 10년 동안 꾸준히 상연되어왔다. 또한 그에 앞서 지난해 9월에는 열악한 환경에서 오랜 시간 무대를 지켜온 원로들의 업적을 기리고자 만들어진 ‘늘푸른연극제’가 3회째를 맞아, 연극제의 마지막 공연으로 〈피고 지고 피고 지고〉를 무대에 올렸다. 이 작품은 젊은 시절 각종 범죄로 이름을 날렸던 세 명의 남자가 한 몸 누일 곳도 마땅치 않은 처지가 되자, 우연히 만난 혜초 여사의 제안에 따라 신라 시대 유물이 묻힌 돈황사 절터에서 도굴을 하는 이야기이다. 왕오, 천축, 국전으로 개명한 이들은 아무리 파도 나오지 않는 유물에 실망하지 않고 서로 부딪치고 화해하면서 인생을 이야기한다. 1993년에 초연되어 국립극단 최고 흥행작으로 꼽히는 이 작품은 여전히 관객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이처럼 이만희의 희곡은 의미 있는 연극 무대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명실상부 한국 연극의 정전이다. 그러니 그의 작품에 출연한 배우들 역시 주목을 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특히 2009년 〈돌아서서 떠나라〉에는 공상두 역에 유오성, 채희주 역에 진경?송선미가 출연하여 화제가 되기도 했다. 영화 〈약속〉을 기억하는 많은 관객은 가슴 아픈 남녀의 사랑이 영화와 어떻게 다르게 전달될지 많은 관심을 가졌다. 2013년에는 〈그것은 목탁구멍 속의 작은 어둠이었습니다〉 공연에서 오현경이 방장스님 역을, 최종원이 망령 역을 맡았다. 특히 오현경, 박팔영, 이문수, 민경진 네 명의 배우는 스님 역할을 위해 조개사에서 삭발을 해서 이 연극에 대한 각별한 마음을 보여주었다. 한편 이만희 작가의 작품으로 데뷔를 한 유명 배우도 있다. 송새벽은 1998년 〈피고 지고 피고 지고〉에 출연하며 연기를 시작했다고 잘 알려져 있다.

이만희의 작품이 배우들에게만 특별한 것은 아니다. 극작과 연출을 하는 후배들에게도 이만희는 멘토이자 롤모델로 존경을 받고 있으며, 그의 작품들은 훌륭한 가르침이 된다. 특히 어둡고 진지한 이야기로 관객들의 외면을 받고 장르적 변화를 꾀하는 과정에서 고민을 하는 후배들에게는 ‘코미디’가 우리 삶에 어떤 힘이 되는지, 그 위대함에 대해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과연 그의 작품은 삶의 비루와 고통을 무겁게 품고 있으면서도 유머와 희망을 잃지 않는다. 바로 이러한 점이 시간의 흐름이 무색하리만치 그의 작품이 오랫동안 ‘지금’의 이야기로 관객들 곁에서 사랑받을 수 있는 이유이다.

때문에, 교수이자 평론가로 활동하는 이종대가 발문에서 밝히고 있듯이 이만희의 작품은 1년 내내 공연이 된다. 앞서 예로 든 의미 있는 무대뿐만 아니라 대학로의 소극장에서, 지방의 크고 작은 극장에서, 연극영화학과의 실습 작품으로 여러 학교에서. 하지만 읽는 책보다는 공연을 위한 대본으로 연극판을 떠도는 인쇄물 위주로 볼 수 있는 희곡의 특성상, 연출 과정에서 개작을 거치면서 원본이 아닌 엉뚱한 대본이 그 자리를 대신하게 되는 경우도 생기게 되었다. 2004에 출간한 전집 이후 발표된 작품의 경우에는 더욱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다. 이렇게 정본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었고, 비로소 이만희의 극작 40년을 맞아 지금까지 발표한 희곡 18편을 네 권의 책으로 엮어내기에 이르렀다. 이것은 관련 전공자들은 물론 연극을 사랑하는 이들에게도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또한 이 네 권의 책에 담긴 18편의 작품은 동시대의 한국 희곡을 극장에서 연극의 형태로 관람하는 것을 넘어서 문학 작품으로 읽는 새로운 재미와 감동을 독자들에게 선사해줄 것이다.


◎ 본문 소개

견숙 내기할까예?

용두 내기? 내…… 내가 말입니더, 친구들하고 먹기 내기해서 져가, 달성공원을 알몸으로 한 바퀴 돈 사람입니더. 신문에 난 거 못 봤습니꺼? 달밤에! 달성공원! 스트리킹!

견숙 내기라면 내 앞에서 언급을 말아주세요. 내도요, 짜장면 다섯 그릇 먹기 내기에 져서 불침을 한꺼번에 아흔아홉 방 맞은 사람입니더. 그 흉터가 이겁니더.

용두 잘 만났심니더.

견숙 (수첩과 볼펜을 꺼내며) 쓰소 마.

용두 당신도 틀리면 내 하라는 대로 다 하는 깁니더.

견숙 걱정 마소.

용두 무조건!

견숙 나 프롭니더.


어둠 속에서

「결혼행진곡」이 우렁차게 울려 퍼진다.

_(「용띠 개띠」, pp. 22~23)



지월 그럼 워치켜. 종팔이는 니 두 눈 읎인 뭇 살겄다고 하고, 넌 죽어도 종팔이하구는 뭇 살겄고 하니, 그 냥 니 두 눈을 뽑아서 줘버리면 다 되는 거 아녀. 두 눈이 읎다고 중노릇 뭇 하는 것도 아니고, 또 보 는 게 보는 게 아니고, 또 본다고 해서 다 보이는 것도 아닌디, 그냥 쓸데읎는 거 달고 다닐 필요 읎 이 줘버리자니깨.

우남 진짜루유?

지월 이.

우남 알았슈. 생각 좀 해보구유.

지월 생각허구 말 것도 읎다니깨. 당장 햐.

우남 아, 그래도 워치케 아무런 각오도 안 하고 막 뽑아 준대유? 안 그류?

지월 죽으면 다 먼진디, 먼지 주제에 뭔 각오를 하고 말고 그랴.

우남 아, 그래두유.

지월 그려 그럼. 각오가 끝나면 곧바로 실행하는 겨.

우남 예. 헌디 이 두 눈을 워치케 뽑을 뀨?

지월 그건 걱정 말어. 손으로 푹 찌르면 그냥 튀어나와.

우남 ……예?

지월 막상 뽑았는디, 후회되면 말햐. 도로 넣어줄 테니깨.

_(「가벼운 스님들」, pp. 188~189)



민두상 아프리카는 처음이신가요? 선생님 나이가 쉬흔서넛쯤? 저도 선생님 나이에 이곳에 와 정착했지요. 저한테도 선생님 같은 친구가 있었습죠. 행운의 숫자 7을 끔찍이도 좋아하는. 세수할 때도 얼굴을 일곱 번 문대고, 양치질은 일흔일곱 번, 밑도 일곱 번 닦는 친구였어요. 하여 그 친구를 칠칠이라 불렀습니다.

안광남 뭐어? 칠칠이?

민두상 예, 칠칠이요. 자 한번 써보시라니깐요? (씌워준다.)

안광남 (내던진다.)

민두상 (구석에 떨어진 모자를 주우며) 선생님 성깔 참 대단하십니다. 이게 일명 아프리카 모자라는 겁니다. 칠칠이가 선물한 거죠. 비행기를 타야만 아프리카를 가는 게 아닙니다. 전 이 모자를 썼다 하면 그냥 가요, 아프리카로. 순수의 땅입죠. (조심스럽게 다시 씌워준다.)

안광남 미친놈.

민두상 너무하십니다그려. 제 나이가 일흔일곱입니다. 못 돼도 스무 살은 위인 이 늙은이한테 놈 자라니. ……너무 상심하지 마세요. 아직도 제 나이에 비하면 앞날이 창창하신 양반께서 돈 몇 푼 때문에 기죽고 그러십니까. 아, 사람 나고 돈 났지 돈 나고 사람 났답니까. 자 툴툴 털고 일어서십시다. 내 아프리카에 온 기념으로 술 한잔 사겠습니다.

_(「아름다운 거리(距離)」, pp. 139~140)



월명 뽀뽀만 해도 그래요. 순진한 나로서는 전혀 이해가 안 가지만요, 뽀뽀할 때 상대방의 침을 쪽쪽 빨아 먹는다고 합디다.

탄성 예끼 이 녀석.

월명 그 뽀뽀를 이렇게 해보자 이 말입니다.

탄성어떻게?

월명 서로 주둥이만 살짝 갖다 대고 침은 각자 사발에 칵칵 뱉어 건네준 다음 상대방의 것을 핥아 먹는 거죠. 똑같은 재료에 똑같은 양인데도 병신이 아닌 다음에야 누가 그것을 핥아 먹겠어요. 역시 마음의 조화라 이거죠.

탄성 옳고 옳고. 그 아름답고 추한 것이 다 지 마음속에 있는 것을…….

월명 결국 사람들은 똥이라면 더럽다고 오두방정 다 떨면서, 밑 닦은 다음 똥을 확인하고 휴지를 접고, 닦고 보고 접고, 닦고 보고 접고 하는 엉망진창 괴물 단지라 이겁니다. 더럽다면서 뭘 그리 쳐다본답니까요?

탄성 그래 그래. 네놈 말이 맞다.

월명 일체유심조라. 해가 떠서 밝다고 보는 것도 한때의 마음이며 해가 져서 어둡다고 보는 것도 한때의 마음인 것이니라. 탄성아, 알아듣겠느냐?

탄성 예, 큰스님.

월명 둥근 그릇엔 둥근 물, 각진 그릇엔 각진 물. 그런데도 너는 그 사실을 잊고 물의 모양에만 마음을 팔고 있어. (바닥을 세 번 치고 나서) 돼지 궁둥짝에 목련이야, 할!

탄성 큰스님의 말씀 명심하겠습니다.

월명 말씀 낮추시게. 손님이 가고 없다고 하여 여관이 없어진 것은 아닌 것처럼 자네와 나와의 나이 차이야 어디 가고 없어진 것이 아니지 않는가?

탄성 무진 법문이옵니다. 하오면 (월명의 허벅지를 세게 꼬집으며) 이젠 안 아프시옵니까?

월명 (꾹 참으며) 그 아픔과 안 아픔이 다 이 마음속에 있느니라.

탄성 관세음보살.

월명 니미에미티불.

_(「그것은 목탁구멍 속의 작은 어둠이었습니다」, pp. 240~241)



천축 난 노인 호텔을 지을 거다. 만 60세 이상만 투숙할 수 있는. 미래의 주역은 노인이야. 이젠 노인들도 자식들한테 하도 당해서 유산을 미리 주지 않는다고. 자연 노인들이 갑부지. 그들을 위해 멋진 호텔을 지을 거야. 수영장, 골프장, 목욕탕, 이발소, 소극장, 도서관을 모두 갖춘 일류 호텔을. 거기서 인생을 정리하게 만들 거야.

국전 제발이지 골골거리지 말고 그때까지 호호야처럼 살아남아 있거라.

천축 사람은 세 번 태어나. 살기 위해 태어나고 살아남기 위해 태어나고 고쳐 살기 위해 다시 태어나는 거야.

왕오 고쳐 살다니?

천축 묘지를 봐두고 수의를 장만하며 인생을 정리하는 거지. 까짓거 회개도 한 번쯤 해보고.

국전 그게 죽을 준비 하는 거지 고쳐 사는 거냐?

천축 그게 그거지 뭘 그래?

국전 제대 말년에 고칠 건 또 뭐 있누?

왕오 고칠 거야 많지. 나발나발대기 좋아하는 니놈의 말버릇 입버릇 고쳐야지, 그 알쏭달쏭한 손버릇 고쳐야지, (똥 누는 시늉) 명중 못 하는 사격술 고쳐야지.

천축 대저 인생은 공수래공수거 아니던가. 백일홍이 피었다 진다 한들 어찌 세월을 탓할 쏘며, 이 몸 죽어 무소귀면 산천 또한 더불어 황천행이 아니던가.

국전 미친놈, 자기 비문을 자기가 쓰는 놈이 어딨냐?

_(「피고 지고 피고 지고」, pp. 139~140)

구매가격 : 12,000 원

이만희 희곡집 2 - 언덕을 넘어서 가자

도서정보 : 이만희 / arte / 2019년 10월 31일 / EPUB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시간과 공간을 견디는 정전(正典)의 힘”
일상의 즐거움부터 삶의 깊이까지, 인간 본연의 모습을 다각도로 고찰하는 거장의 세계
한국 연극의 거장 ‘극작가 이만희’의 40년 작품 세계를 집대성하다!





◎ 도서 소개

고단한 일상을 경쾌하게 풀어내며
독자와 관객들에게 다시 살아갈 힘을 전하는

시대를 관통해 살아 숨 쉬는 명작 18편, 이만희 희곡 전집

작품성과 대중성을 모두 좇으며 일상의 비애를 발랄하고 유머러스하게 풀어내온 극작가 이만희가 등단 40주년을 맞아 희곡 전작 18편을 한 번에 묶어냈다. 1992년 초연 당시 3년 6개월간 공연하며 20만 명의 관객을 동원한 〈불 좀 꺼주세요〉는 서울시 정도(定都) 600주년 기념 타임캡슐에 수장되기도 했으며, 〈용띠 개띠〉는 10년간 장기 공연된 작품이기도 하다. 그 외에도 잊거나 묻어버린 삶의 세목에서, 가장 중요한 인간에 대한 애정을 잔잔하게 일깨워주는 작품이 많다. 미학적 완성도를 자랑하는 작품 〈돌아서서 떠나라〉는 영화 〈약속〉으로 만들어져 당시 최고의 흥행 기록과 더불어 지금까지 한국의 대표적인 멜로영화로 꼽히고 있다. 아울러 1993년 국립극단에서 초연된 이래 지속적으로 공연되고 있는 〈피고 지고 피고 지고〉는 인생을 달관한 자가 아니면 보여줄 수 없는 맑은 경지를 보여주고 있다.
1979년 《동아일보》 장막 희곡상을 받으며 등단하여 올해로 등단 40주년을 맞아. 2004년 10편의 작품으로 출간되었던 전집에 새로운 작품 8편이 더해져 새로운 전집으로 출간되었다. 이 작품집이 시간과 공간의 압력을 견디는 정전의 힘으로 또 다른 무대와 장면을 새롭게 연출해낼 것을 기대한다.



이만희 작가의 작품은 1년 내내 공연됩니다. 때로는 대학로에서, 때로는 지방의 크고 작은 극장에서, 혹은 연극영화학과의 실습 작품으로 끊임없이 공연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간혹 그의 작품이 엉뚱한 대본으로 개작되어 공연되는 걸 본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늘 정본(定本)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드렸고, 그 결과 네 권의 ‘이만희 희곡집’이 나오게 되었습니다. 여기에 수록된 18편의 작품은 모두 정전(正典, canon)입니다. 공연은 시대 상황이나 사회문화적 배경에 따라 조금씩 달라질 수 있지만, 정전은 그러한 시간과 공간의 압력을 견디는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본래의 자리로 되돌아오게 합니다. _ 이종대(교수, 평론가)




◎ 지금, 이만희 희곡집이 필요한 이유

희곡의 목적은 무대에 오르고 관객을 만나는 것이다. 극작가 이만희를 한국 연극의 거장이라 부르며 연극과 함께한 그의 40년을 특별히 기억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그의 작품은 과거에 남겨져 있지 않고, 여전히 무대에 올라 현재의 관객을 웃기고 울리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경남 김해에서 문을 연 ‘명배우 봉하극장 콜로노스’의 첫 번째 작품은 〈언덕을 넘어서 가자〉였다. 이 작품은 70을 바라보는 초등학교 동창생들의 이야기로, 철없고 오해 많던 시기를 지나 뜻대로 풀리지 않는 인생을 살아온 세 명의 초등학교 동창생의 우정과 사랑을 또 다른 희망의 모습으로 그려낸 작품이다. 초연은 2008년. 이후 10년 동안 꾸준히 상연되어왔다. 또한 그에 앞서 지난해 9월에는 열악한 환경에서 오랜 시간 무대를 지켜온 원로들의 업적을 기리고자 만들어진 ‘늘푸른연극제’가 3회째를 맞아, 연극제의 마지막 공연으로 〈피고 지고 피고 지고〉를 무대에 올렸다. 이 작품은 젊은 시절 각종 범죄로 이름을 날렸던 세 명의 남자가 한 몸 누일 곳도 마땅치 않은 처지가 되자, 우연히 만난 혜초 여사의 제안에 따라 신라 시대 유물이 묻힌 돈황사 절터에서 도굴을 하는 이야기이다. 왕오, 천축, 국전으로 개명한 이들은 아무리 파도 나오지 않는 유물에 실망하지 않고 서로 부딪치고 화해하면서 인생을 이야기한다. 1993년에 초연되어 국립극단 최고 흥행작으로 꼽히는 이 작품은 여전히 관객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이처럼 이만희의 희곡은 의미 있는 연극 무대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명실상부 한국 연극의 정전이다. 그러니 그의 작품에 출연한 배우들 역시 주목을 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특히 2009년 〈돌아서서 떠나라〉에는 공상두 역에 유오성, 채희주 역에 진경?송선미가 출연하여 화제가 되기도 했다. 영화 〈약속〉을 기억하는 많은 관객은 가슴 아픈 남녀의 사랑이 영화와 어떻게 다르게 전달될지 많은 관심을 가졌다. 2013년에는 〈그것은 목탁구멍 속의 작은 어둠이었습니다〉 공연에서 오현경이 방장스님 역을, 최종원이 망령 역을 맡았다. 특히 오현경, 박팔영, 이문수, 민경진 네 명의 배우는 스님 역할을 위해 조개사에서 삭발을 해서 이 연극에 대한 각별한 마음을 보여주었다. 한편 이만희 작가의 작품으로 데뷔를 한 유명 배우도 있다. 송새벽은 1998년 〈피고 지고 피고 지고〉에 출연하며 연기를 시작했다고 잘 알려져 있다.

이만희의 작품이 배우들에게만 특별한 것은 아니다. 극작과 연출을 하는 후배들에게도 이만희는 멘토이자 롤모델로 존경을 받고 있으며, 그의 작품들은 훌륭한 가르침이 된다. 특히 어둡고 진지한 이야기로 관객들의 외면을 받고 장르적 변화를 꾀하는 과정에서 고민을 하는 후배들에게는 ‘코미디’가 우리 삶에 어떤 힘이 되는지, 그 위대함에 대해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과연 그의 작품은 삶의 비루와 고통을 무겁게 품고 있으면서도 유머와 희망을 잃지 않는다. 바로 이러한 점이 시간의 흐름이 무색하리만치 그의 작품이 오랫동안 ‘지금’의 이야기로 관객들 곁에서 사랑받을 수 있는 이유이다.

때문에, 교수이자 평론가로 활동하는 이종대가 발문에서 밝히고 있듯이 이만희의 작품은 1년 내내 공연이 된다. 앞서 예로 든 의미 있는 무대뿐만 아니라 대학로의 소극장에서, 지방의 크고 작은 극장에서, 연극영화학과의 실습 작품으로 여러 학교에서. 하지만 읽는 책보다는 공연을 위한 대본으로 연극판을 떠도는 인쇄물 위주로 볼 수 있는 희곡의 특성상, 연출 과정에서 개작을 거치면서 원본이 아닌 엉뚱한 대본이 그 자리를 대신하게 되는 경우도 생기게 되었다. 2004에 출간한 전집 이후 발표된 작품의 경우에는 더욱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다. 이렇게 정본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었고, 비로소 이만희의 극작 40년을 맞아 지금까지 발표한 희곡 18편을 네 권의 책으로 엮어내기에 이르렀다. 이것은 관련 전공자들은 물론 연극을 사랑하는 이들에게도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또한 이 네 권의 책에 담긴 18편의 작품은 동시대의 한국 희곡을 극장에서 연극의 형태로 관람하는 것을 넘어서 문학 작품으로 읽는 새로운 재미와 감동을 독자들에게 선사해줄 것이다.


◎ 본문 소개

견숙 내기할까예?

용두 내기? 내…… 내가 말입니더, 친구들하고 먹기 내기해서 져가, 달성공원을 알몸으로 한 바퀴 돈 사람입니더. 신문에 난 거 못 봤습니꺼? 달밤에! 달성공원! 스트리킹!

견숙 내기라면 내 앞에서 언급을 말아주세요. 내도요, 짜장면 다섯 그릇 먹기 내기에 져서 불침을 한꺼번에 아흔아홉 방 맞은 사람입니더. 그 흉터가 이겁니더.

용두 잘 만났심니더.

견숙 (수첩과 볼펜을 꺼내며) 쓰소 마.

용두 당신도 틀리면 내 하라는 대로 다 하는 깁니더.

견숙 걱정 마소.

용두 무조건!

견숙 나 프롭니더.


어둠 속에서

「결혼행진곡」이 우렁차게 울려 퍼진다.

_(「용띠 개띠」, pp. 22~23)



지월 그럼 워치켜. 종팔이는 니 두 눈 읎인 뭇 살겄다고 하고, 넌 죽어도 종팔이하구는 뭇 살겄고 하니, 그 냥 니 두 눈을 뽑아서 줘버리면 다 되는 거 아녀. 두 눈이 읎다고 중노릇 뭇 하는 것도 아니고, 또 보 는 게 보는 게 아니고, 또 본다고 해서 다 보이는 것도 아닌디, 그냥 쓸데읎는 거 달고 다닐 필요 읎 이 줘버리자니깨.

우남 진짜루유?

지월 이.

우남 알았슈. 생각 좀 해보구유.

지월 생각허구 말 것도 읎다니깨. 당장 햐.

우남 아, 그래도 워치케 아무런 각오도 안 하고 막 뽑아 준대유? 안 그류?

지월 죽으면 다 먼진디, 먼지 주제에 뭔 각오를 하고 말고 그랴.

우남 아, 그래두유.

지월 그려 그럼. 각오가 끝나면 곧바로 실행하는 겨.

우남 예. 헌디 이 두 눈을 워치케 뽑을 뀨?

지월 그건 걱정 말어. 손으로 푹 찌르면 그냥 튀어나와.

우남 ……예?

지월 막상 뽑았는디, 후회되면 말햐. 도로 넣어줄 테니깨.

_(「가벼운 스님들」, pp. 188~189)



민두상 아프리카는 처음이신가요? 선생님 나이가 쉬흔서넛쯤? 저도 선생님 나이에 이곳에 와 정착했지요. 저한테도 선생님 같은 친구가 있었습죠. 행운의 숫자 7을 끔찍이도 좋아하는. 세수할 때도 얼굴을 일곱 번 문대고, 양치질은 일흔일곱 번, 밑도 일곱 번 닦는 친구였어요. 하여 그 친구를 칠칠이라 불렀습니다.

안광남 뭐어? 칠칠이?

민두상 예, 칠칠이요. 자 한번 써보시라니깐요? (씌워준다.)

안광남 (내던진다.)

민두상 (구석에 떨어진 모자를 주우며) 선생님 성깔 참 대단하십니다. 이게 일명 아프리카 모자라는 겁니다. 칠칠이가 선물한 거죠. 비행기를 타야만 아프리카를 가는 게 아닙니다. 전 이 모자를 썼다 하면 그냥 가요, 아프리카로. 순수의 땅입죠. (조심스럽게 다시 씌워준다.)

안광남 미친놈.

민두상 너무하십니다그려. 제 나이가 일흔일곱입니다. 못 돼도 스무 살은 위인 이 늙은이한테 놈 자라니. ……너무 상심하지 마세요. 아직도 제 나이에 비하면 앞날이 창창하신 양반께서 돈 몇 푼 때문에 기죽고 그러십니까. 아, 사람 나고 돈 났지 돈 나고 사람 났답니까. 자 툴툴 털고 일어서십시다. 내 아프리카에 온 기념으로 술 한잔 사겠습니다.

_(「아름다운 거리(距離)」, pp. 139~140)



월명 뽀뽀만 해도 그래요. 순진한 나로서는 전혀 이해가 안 가지만요, 뽀뽀할 때 상대방의 침을 쪽쪽 빨아 먹는다고 합디다.

탄성 예끼 이 녀석.

월명 그 뽀뽀를 이렇게 해보자 이 말입니다.

탄성어떻게?

월명 서로 주둥이만 살짝 갖다 대고 침은 각자 사발에 칵칵 뱉어 건네준 다음 상대방의 것을 핥아 먹는 거죠. 똑같은 재료에 똑같은 양인데도 병신이 아닌 다음에야 누가 그것을 핥아 먹겠어요. 역시 마음의 조화라 이거죠.

탄성 옳고 옳고. 그 아름답고 추한 것이 다 지 마음속에 있는 것을…….

월명 결국 사람들은 똥이라면 더럽다고 오두방정 다 떨면서, 밑 닦은 다음 똥을 확인하고 휴지를 접고, 닦고 보고 접고, 닦고 보고 접고 하는 엉망진창 괴물 단지라 이겁니다. 더럽다면서 뭘 그리 쳐다본답니까요?

탄성 그래 그래. 네놈 말이 맞다.

월명 일체유심조라. 해가 떠서 밝다고 보는 것도 한때의 마음이며 해가 져서 어둡다고 보는 것도 한때의 마음인 것이니라. 탄성아, 알아듣겠느냐?

탄성 예, 큰스님.

월명 둥근 그릇엔 둥근 물, 각진 그릇엔 각진 물. 그런데도 너는 그 사실을 잊고 물의 모양에만 마음을 팔고 있어. (바닥을 세 번 치고 나서) 돼지 궁둥짝에 목련이야, 할!

탄성 큰스님의 말씀 명심하겠습니다.

월명 말씀 낮추시게. 손님이 가고 없다고 하여 여관이 없어진 것은 아닌 것처럼 자네와 나와의 나이 차이야 어디 가고 없어진 것이 아니지 않는가?

탄성 무진 법문이옵니다. 하오면 (월명의 허벅지를 세게 꼬집으며) 이젠 안 아프시옵니까?

월명 (꾹 참으며) 그 아픔과 안 아픔이 다 이 마음속에 있느니라.

탄성 관세음보살.

월명 니미에미티불.

_(「그것은 목탁구멍 속의 작은 어둠이었습니다」, pp. 240~241)



천축 난 노인 호텔을 지을 거다. 만 60세 이상만 투숙할 수 있는. 미래의 주역은 노인이야. 이젠 노인들도 자식들한테 하도 당해서 유산을 미리 주지 않는다고. 자연 노인들이 갑부지. 그들을 위해 멋진 호텔을 지을 거야. 수영장, 골프장, 목욕탕, 이발소, 소극장, 도서관을 모두 갖춘 일류 호텔을. 거기서 인생을 정리하게 만들 거야.

국전 제발이지 골골거리지 말고 그때까지 호호야처럼 살아남아 있거라.

천축 사람은 세 번 태어나. 살기 위해 태어나고 살아남기 위해 태어나고 고쳐 살기 위해 다시 태어나는 거야.

왕오 고쳐 살다니?

천축 묘지를 봐두고 수의를 장만하며 인생을 정리하는 거지. 까짓거 회개도 한 번쯤 해보고.

국전 그게 죽을 준비 하는 거지 고쳐 사는 거냐?

천축 그게 그거지 뭘 그래?

국전 제대 말년에 고칠 건 또 뭐 있누?

왕오 고칠 거야 많지. 나발나발대기 좋아하는 니놈의 말버릇 입버릇 고쳐야지, 그 알쏭달쏭한 손버릇 고쳐야지, (똥 누는 시늉) 명중 못 하는 사격술 고쳐야지.

천축 대저 인생은 공수래공수거 아니던가. 백일홍이 피었다 진다 한들 어찌 세월을 탓할 쏘며, 이 몸 죽어 무소귀면 산천 또한 더불어 황천행이 아니던가.

국전 미친놈, 자기 비문을 자기가 쓰는 놈이 어딨냐?

_(「피고 지고 피고 지고」, pp. 139~140)

구매가격 : 12,000 원

이만희 희곡집 3 - 돌아서서 떠나라

도서정보 : 이만희 / arte / 2019년 10월 31일 / EPUB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시간과 공간을 견디는 정전(正典)의 힘”
일상의 즐거움부터 삶의 깊이까지, 인간 본연의 모습을 다각도로 고찰하는 거장의 세계
한국 연극의 거장 ‘극작가 이만희’의 40년 작품 세계를 집대성하다!





◎ 도서 소개

고단한 일상을 경쾌하게 풀어내며
독자와 관객들에게 다시 살아갈 힘을 전하는

시대를 관통해 살아 숨 쉬는 명작 18편, 이만희 희곡 전집

작품성과 대중성을 모두 좇으며 일상의 비애를 발랄하고 유머러스하게 풀어내온 극작가 이만희가 등단 40주년을 맞아 희곡 전작 18편을 한 번에 묶어냈다. 1992년 초연 당시 3년 6개월간 공연하며 20만 명의 관객을 동원한 〈불 좀 꺼주세요〉는 서울시 정도(定都) 600주년 기념 타임캡슐에 수장되기도 했으며, 〈용띠 개띠〉는 10년간 장기 공연된 작품이기도 하다. 그 외에도 잊거나 묻어버린 삶의 세목에서, 가장 중요한 인간에 대한 애정을 잔잔하게 일깨워주는 작품이 많다. 미학적 완성도를 자랑하는 작품 〈돌아서서 떠나라〉는 영화 〈약속〉으로 만들어져 당시 최고의 흥행 기록과 더불어 지금까지 한국의 대표적인 멜로영화로 꼽히고 있다. 아울러 1993년 국립극단에서 초연된 이래 지속적으로 공연되고 있는 〈피고 지고 피고 지고〉는 인생을 달관한 자가 아니면 보여줄 수 없는 맑은 경지를 보여주고 있다.
1979년 《동아일보》 장막 희곡상을 받으며 등단하여 올해로 등단 40주년을 맞아. 2004년 10편의 작품으로 출간되었던 전집에 새로운 작품 8편이 더해져 새로운 전집으로 출간되었다. 이 작품집이 시간과 공간의 압력을 견디는 정전의 힘으로 또 다른 무대와 장면을 새롭게 연출해낼 것을 기대한다.



이만희 작가의 작품은 1년 내내 공연됩니다. 때로는 대학로에서, 때로는 지방의 크고 작은 극장에서, 혹은 연극영화학과의 실습 작품으로 끊임없이 공연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간혹 그의 작품이 엉뚱한 대본으로 개작되어 공연되는 걸 본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늘 정본(定本)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드렸고, 그 결과 네 권의 ‘이만희 희곡집’이 나오게 되었습니다. 여기에 수록된 18편의 작품은 모두 정전(正典, canon)입니다. 공연은 시대 상황이나 사회문화적 배경에 따라 조금씩 달라질 수 있지만, 정전은 그러한 시간과 공간의 압력을 견디는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본래의 자리로 되돌아오게 합니다. _ 이종대(교수, 평론가)




◎ 지금, 이만희 희곡집이 필요한 이유

희곡의 목적은 무대에 오르고 관객을 만나는 것이다. 극작가 이만희를 한국 연극의 거장이라 부르며 연극과 함께한 그의 40년을 특별히 기억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그의 작품은 과거에 남겨져 있지 않고, 여전히 무대에 올라 현재의 관객을 웃기고 울리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경남 김해에서 문을 연 ‘명배우 봉하극장 콜로노스’의 첫 번째 작품은 〈언덕을 넘어서 가자〉였다. 이 작품은 70을 바라보는 초등학교 동창생들의 이야기로, 철없고 오해 많던 시기를 지나 뜻대로 풀리지 않는 인생을 살아온 세 명의 초등학교 동창생의 우정과 사랑을 또 다른 희망의 모습으로 그려낸 작품이다. 초연은 2008년. 이후 10년 동안 꾸준히 상연되어왔다. 또한 그에 앞서 지난해 9월에는 열악한 환경에서 오랜 시간 무대를 지켜온 원로들의 업적을 기리고자 만들어진 ‘늘푸른연극제’가 3회째를 맞아, 연극제의 마지막 공연으로 〈피고 지고 피고 지고〉를 무대에 올렸다. 이 작품은 젊은 시절 각종 범죄로 이름을 날렸던 세 명의 남자가 한 몸 누일 곳도 마땅치 않은 처지가 되자, 우연히 만난 혜초 여사의 제안에 따라 신라 시대 유물이 묻힌 돈황사 절터에서 도굴을 하는 이야기이다. 왕오, 천축, 국전으로 개명한 이들은 아무리 파도 나오지 않는 유물에 실망하지 않고 서로 부딪치고 화해하면서 인생을 이야기한다. 1993년에 초연되어 국립극단 최고 흥행작으로 꼽히는 이 작품은 여전히 관객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이처럼 이만희의 희곡은 의미 있는 연극 무대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명실상부 한국 연극의 정전이다. 그러니 그의 작품에 출연한 배우들 역시 주목을 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특히 2009년 〈돌아서서 떠나라〉에는 공상두 역에 유오성, 채희주 역에 진경?송선미가 출연하여 화제가 되기도 했다. 영화 〈약속〉을 기억하는 많은 관객은 가슴 아픈 남녀의 사랑이 영화와 어떻게 다르게 전달될지 많은 관심을 가졌다. 2013년에는 〈그것은 목탁구멍 속의 작은 어둠이었습니다〉 공연에서 오현경이 방장스님 역을, 최종원이 망령 역을 맡았다. 특히 오현경, 박팔영, 이문수, 민경진 네 명의 배우는 스님 역할을 위해 조개사에서 삭발을 해서 이 연극에 대한 각별한 마음을 보여주었다. 한편 이만희 작가의 작품으로 데뷔를 한 유명 배우도 있다. 송새벽은 1998년 〈피고 지고 피고 지고〉에 출연하며 연기를 시작했다고 잘 알려져 있다.

이만희의 작품이 배우들에게만 특별한 것은 아니다. 극작과 연출을 하는 후배들에게도 이만희는 멘토이자 롤모델로 존경을 받고 있으며, 그의 작품들은 훌륭한 가르침이 된다. 특히 어둡고 진지한 이야기로 관객들의 외면을 받고 장르적 변화를 꾀하는 과정에서 고민을 하는 후배들에게는 ‘코미디’가 우리 삶에 어떤 힘이 되는지, 그 위대함에 대해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과연 그의 작품은 삶의 비루와 고통을 무겁게 품고 있으면서도 유머와 희망을 잃지 않는다. 바로 이러한 점이 시간의 흐름이 무색하리만치 그의 작품이 오랫동안 ‘지금’의 이야기로 관객들 곁에서 사랑받을 수 있는 이유이다.

때문에, 교수이자 평론가로 활동하는 이종대가 발문에서 밝히고 있듯이 이만희의 작품은 1년 내내 공연이 된다. 앞서 예로 든 의미 있는 무대뿐만 아니라 대학로의 소극장에서, 지방의 크고 작은 극장에서, 연극영화학과의 실습 작품으로 여러 학교에서. 하지만 읽는 책보다는 공연을 위한 대본으로 연극판을 떠도는 인쇄물 위주로 볼 수 있는 희곡의 특성상, 연출 과정에서 개작을 거치면서 원본이 아닌 엉뚱한 대본이 그 자리를 대신하게 되는 경우도 생기게 되었다. 2004에 출간한 전집 이후 발표된 작품의 경우에는 더욱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다. 이렇게 정본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었고, 비로소 이만희의 극작 40년을 맞아 지금까지 발표한 희곡 18편을 네 권의 책으로 엮어내기에 이르렀다. 이것은 관련 전공자들은 물론 연극을 사랑하는 이들에게도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또한 이 네 권의 책에 담긴 18편의 작품은 동시대의 한국 희곡을 극장에서 연극의 형태로 관람하는 것을 넘어서 문학 작품으로 읽는 새로운 재미와 감동을 독자들에게 선사해줄 것이다.


◎ 본문 소개

견숙 내기할까예?

용두 내기? 내…… 내가 말입니더, 친구들하고 먹기 내기해서 져가, 달성공원을 알몸으로 한 바퀴 돈 사람입니더. 신문에 난 거 못 봤습니꺼? 달밤에! 달성공원! 스트리킹!

견숙 내기라면 내 앞에서 언급을 말아주세요. 내도요, 짜장면 다섯 그릇 먹기 내기에 져서 불침을 한꺼번에 아흔아홉 방 맞은 사람입니더. 그 흉터가 이겁니더.

용두 잘 만났심니더.

견숙 (수첩과 볼펜을 꺼내며) 쓰소 마.

용두 당신도 틀리면 내 하라는 대로 다 하는 깁니더.

견숙 걱정 마소.

용두 무조건!

견숙 나 프롭니더.


어둠 속에서

「결혼행진곡」이 우렁차게 울려 퍼진다.

_(「용띠 개띠」, pp. 22~23)



지월 그럼 워치켜. 종팔이는 니 두 눈 읎인 뭇 살겄다고 하고, 넌 죽어도 종팔이하구는 뭇 살겄고 하니, 그 냥 니 두 눈을 뽑아서 줘버리면 다 되는 거 아녀. 두 눈이 읎다고 중노릇 뭇 하는 것도 아니고, 또 보 는 게 보는 게 아니고, 또 본다고 해서 다 보이는 것도 아닌디, 그냥 쓸데읎는 거 달고 다닐 필요 읎 이 줘버리자니깨.

우남 진짜루유?

지월 이.

우남 알았슈. 생각 좀 해보구유.

지월 생각허구 말 것도 읎다니깨. 당장 햐.

우남 아, 그래도 워치케 아무런 각오도 안 하고 막 뽑아 준대유? 안 그류?

지월 죽으면 다 먼진디, 먼지 주제에 뭔 각오를 하고 말고 그랴.

우남 아, 그래두유.

지월 그려 그럼. 각오가 끝나면 곧바로 실행하는 겨.

우남 예. 헌디 이 두 눈을 워치케 뽑을 뀨?

지월 그건 걱정 말어. 손으로 푹 찌르면 그냥 튀어나와.

우남 ……예?

지월 막상 뽑았는디, 후회되면 말햐. 도로 넣어줄 테니깨.

_(「가벼운 스님들」, pp. 188~189)



민두상 아프리카는 처음이신가요? 선생님 나이가 쉬흔서넛쯤? 저도 선생님 나이에 이곳에 와 정착했지요. 저한테도 선생님 같은 친구가 있었습죠. 행운의 숫자 7을 끔찍이도 좋아하는. 세수할 때도 얼굴을 일곱 번 문대고, 양치질은 일흔일곱 번, 밑도 일곱 번 닦는 친구였어요. 하여 그 친구를 칠칠이라 불렀습니다.

안광남 뭐어? 칠칠이?

민두상 예, 칠칠이요. 자 한번 써보시라니깐요? (씌워준다.)

안광남 (내던진다.)

민두상 (구석에 떨어진 모자를 주우며) 선생님 성깔 참 대단하십니다. 이게 일명 아프리카 모자라는 겁니다. 칠칠이가 선물한 거죠. 비행기를 타야만 아프리카를 가는 게 아닙니다. 전 이 모자를 썼다 하면 그냥 가요, 아프리카로. 순수의 땅입죠. (조심스럽게 다시 씌워준다.)

안광남 미친놈.

민두상 너무하십니다그려. 제 나이가 일흔일곱입니다. 못 돼도 스무 살은 위인 이 늙은이한테 놈 자라니. ……너무 상심하지 마세요. 아직도 제 나이에 비하면 앞날이 창창하신 양반께서 돈 몇 푼 때문에 기죽고 그러십니까. 아, 사람 나고 돈 났지 돈 나고 사람 났답니까. 자 툴툴 털고 일어서십시다. 내 아프리카에 온 기념으로 술 한잔 사겠습니다.

_(「아름다운 거리(距離)」, pp. 139~140)



월명 뽀뽀만 해도 그래요. 순진한 나로서는 전혀 이해가 안 가지만요, 뽀뽀할 때 상대방의 침을 쪽쪽 빨아 먹는다고 합디다.

탄성 예끼 이 녀석.

월명 그 뽀뽀를 이렇게 해보자 이 말입니다.

탄성어떻게?

월명 서로 주둥이만 살짝 갖다 대고 침은 각자 사발에 칵칵 뱉어 건네준 다음 상대방의 것을 핥아 먹는 거죠. 똑같은 재료에 똑같은 양인데도 병신이 아닌 다음에야 누가 그것을 핥아 먹겠어요. 역시 마음의 조화라 이거죠.

탄성 옳고 옳고. 그 아름답고 추한 것이 다 지 마음속에 있는 것을…….

월명 결국 사람들은 똥이라면 더럽다고 오두방정 다 떨면서, 밑 닦은 다음 똥을 확인하고 휴지를 접고, 닦고 보고 접고, 닦고 보고 접고 하는 엉망진창 괴물 단지라 이겁니다. 더럽다면서 뭘 그리 쳐다본답니까요?

탄성 그래 그래. 네놈 말이 맞다.

월명 일체유심조라. 해가 떠서 밝다고 보는 것도 한때의 마음이며 해가 져서 어둡다고 보는 것도 한때의 마음인 것이니라. 탄성아, 알아듣겠느냐?

탄성 예, 큰스님.

월명 둥근 그릇엔 둥근 물, 각진 그릇엔 각진 물. 그런데도 너는 그 사실을 잊고 물의 모양에만 마음을 팔고 있어. (바닥을 세 번 치고 나서) 돼지 궁둥짝에 목련이야, 할!

탄성 큰스님의 말씀 명심하겠습니다.

월명 말씀 낮추시게. 손님이 가고 없다고 하여 여관이 없어진 것은 아닌 것처럼 자네와 나와의 나이 차이야 어디 가고 없어진 것이 아니지 않는가?

탄성 무진 법문이옵니다. 하오면 (월명의 허벅지를 세게 꼬집으며) 이젠 안 아프시옵니까?

월명 (꾹 참으며) 그 아픔과 안 아픔이 다 이 마음속에 있느니라.

탄성 관세음보살.

월명 니미에미티불.

_(「그것은 목탁구멍 속의 작은 어둠이었습니다」, pp. 240~241)



천축 난 노인 호텔을 지을 거다. 만 60세 이상만 투숙할 수 있는. 미래의 주역은 노인이야. 이젠 노인들도 자식들한테 하도 당해서 유산을 미리 주지 않는다고. 자연 노인들이 갑부지. 그들을 위해 멋진 호텔을 지을 거야. 수영장, 골프장, 목욕탕, 이발소, 소극장, 도서관을 모두 갖춘 일류 호텔을. 거기서 인생을 정리하게 만들 거야.

국전 제발이지 골골거리지 말고 그때까지 호호야처럼 살아남아 있거라.

천축 사람은 세 번 태어나. 살기 위해 태어나고 살아남기 위해 태어나고 고쳐 살기 위해 다시 태어나는 거야.

왕오 고쳐 살다니?

천축 묘지를 봐두고 수의를 장만하며 인생을 정리하는 거지. 까짓거 회개도 한 번쯤 해보고.

국전 그게 죽을 준비 하는 거지 고쳐 사는 거냐?

천축 그게 그거지 뭘 그래?

국전 제대 말년에 고칠 건 또 뭐 있누?

왕오 고칠 거야 많지. 나발나발대기 좋아하는 니놈의 말버릇 입버릇 고쳐야지, 그 알쏭달쏭한 손버릇 고쳐야지, (똥 누는 시늉) 명중 못 하는 사격술 고쳐야지.

천축 대저 인생은 공수래공수거 아니던가. 백일홍이 피었다 진다 한들 어찌 세월을 탓할 쏘며, 이 몸 죽어 무소귀면 산천 또한 더불어 황천행이 아니던가.

국전 미친놈, 자기 비문을 자기가 쓰는 놈이 어딨냐?

_(「피고 지고 피고 지고」, pp. 139~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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