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이십일

2418종의 전자책이 판매중입니다.

부채 트릴레마

도서정보 : 김형태 / 21세기북스 / 2017년 12월 05일 / EPUB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미국의 오피니언 리더들이 열광하는 지식 네트워커,
김형태 원장의 가장 명쾌한 부채 해결책!

우리나라 대다수 청년들은 대학 입학과 동시에 학자금 대출을 받으며 ‘채무 인생’을 시작한다. 졸업 후 사회로 나온 청년들이 취업난이 극심한 현실 속에서, 안타깝게도 저신용-고금리-신용불량의 악순환에 빠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 가계부채 누적의 첫 시작이다.
이렇게 부채에 쪼들린 청년들은 결혼을 미루고 집 구입도 포기할뿐더러, 고정적으로 갚아야 하는 이자 때문에 위험 부담이 있는 창업을 포기하고 안정적인 직장만 찾게 된다. 경제의 활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것이 시스템 위기가 아니면 뭐란 말인가. 청년부채는 경제 시스템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국가의 전반적인 시스템을 위협하는 커다란 문제다. 기성세대는 미래 국가를 이끌어갈 젊은이들을 빚 지워 사회에 내보는 데 대해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
이 책에서는 대한민국 경제의 ‘뇌관’인 부채 해결책을 제안한다. 가계부채와 정부부채 축소 그리고 교육 확대… 도무지 풀 길이 보이지 않는 부채의 트릴레마를 극복할, 혁명적이고도 현실 가능한 개혁 방안이다. 이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구현한다면 미래 한국경제를 위협하는 청년부채라는 시한폭탄을 단번에 해결하는 것은 물론, 정의롭고 건강한 경제 생태계가 이루어질 것이다.




◎ 추천사

한국경제는 가계부채의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다. 이런 시점에 청년부채에 관한 경고와 그에 대한 혁신적 해법을 제시한 책이 발간된 것은 매우 시의적절하고 유익한 일이다. 이 책은 부채를 생명과학 ․ 물리학 ․ 생태계 ․ 예술과 연결 지어 다양한 시각에서 보게 하며, 인상적이고 다양한 사례로 닫힌 뇌의 문을 열게 해 빠져들지 않을 수가 없다. 특히 트릴레마 구조는 부채뿐 아니라 진퇴양난에 빠진 한국의 경제 ․ 사회 ․ 외교 ․ 북한 문제 해법을 구하는 데 소중한 프레임이 될 것이다.

_김광두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



김형태 원장의 글엔 항상 독창적인 아이디어가 넘친다. 다양한 사례들이 흥미롭고 재미있을뿐더러 부채와 연결시킨 통찰력이 놀랍다. 특히 ‘소득나눔 학자금은 시대정신’이라는 문장이 피부에 와닿는다. 부채 트릴레마, 부채총량불변의 법칙, 부채수용력 모두 깊이 곱씹어볼 주제다. 부채가 넘쳐나는 시대, 부채 파고를 헤쳐가기 위해 노력하는 정책 담당자, 기업, 금융사 그리고 대학생과 학부모 모두에게 일독을 권한다.

_최종구 금융위원장



부동산 거품, 저성장, 고실업률… 복잡다단한 경제 생태계 속에서 얽히고설킨 부채문제를 현명하게 해결할 방법은 무엇일까? ‘지식 네트워커’로 이름 높은 김형태 원장이 예술, 정치, 과학 등 분야를 막론한 전방위적 지식을 동원해 부채 패러다임을 지분 패러다임으로 전환할 필요성을 역설한다. 통찰과 아이디어가 가득한 책이다.

_최흥식 금융감독원장



첫 장의 참호전과 탱크 비유를 시작으로, 부채에 관한 다양한 혁신 스토리와 흥미진진한 해석은 그동안 단편적으로 생각했던 부채문제의 본질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한다. 부채의 패러다임 혁명을 통해 다가오는 미래를 조망하고자 하는 금융인, 기업인, 정책가 그리고 학자금부채의 당사자인 청년들에게, 다른 곳에서는 얻지 못할 새로운 통찰력을 제공하는 책이다.

_윤종규 KB금융지주회장



기업뿐 아니라 개인도 IPO하는 사례를 읽고 망치로 뒤통수를 맞은 듯한 충격이 한동안 가시질 않았다. 학자금대출과 더불어 학자금지분이 공존하는 사회, 개인지분이 거래되는 사회, 새로운 보완화폐들이 공존하는 사회는 어떤 세상일까. 경제, 금융 그리고 부채의 미래를 미리 보는 즐거움이 실로 크다. 전혀 새로운 시각에서 쓴 미래 기업 생존과 성장을 위한 길라잡이 책이다.

_유상호 한국투자증권 대표이사



배부르고 맛도 있으면서 살 안 찌는 야식은 찾기 어렵고, 테러범을 진압하면서 인질도 무사하고 아군도 안전하기는 불가능하다. 김형태 원장은 세상의 수많은 고민거리들이 이런 트릴레마 구조임을 놀라운 통찰력으로 투시하면서 우리가 직면한 부채문제도 같은 맥락이라고 지적한다. 그가 써온 글들이 늘 그래왔듯, 이번에도 분석과 지적에 그치지 않고 기발한 대안과 신선한 해법까지 함께 제시한다. 언제 또 새로운 글을 쓸까 항상 기다려지는 작가다.

_이진우 MBC ‘이진우의 손에 잡히는 경제’ 진행자




◎ 출판사 서평

빚더미 공화국 대한민국,
‘트릴레마(trillemma)’로 보면 1,400조 가계부채 해결이 보인다!

지난 11월 20일 한국은행이 조사한 ‘시스템 리스크 서베이’ 결과, 국내 61개 금융기관에 소속된 68명의 전문가가 국내 최대 금융리스크 현안으로 ‘가계부채’ 문제를 꼽았다. 14년 전과 비교하면 가계부채는 464조원에서 약 1,400조 원으로 연평균 증가율이 8%다. GDP 대비해서는 100%에 가깝다. 여기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금리도 연내 인상될 예정이다. 안 그래도 가계를 압박하고 있는 부채가 몸집을 더 불리게 되는 셈이다. 금리가 올라가는 순간, 채무불이행자도 폭증할 것이기 때문에, 가계부채는 다음 경제 위기를 가져올 뇌관으로 떠오르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청년층의 부채다. 한국은행이 내놓은 ‘차주 연령별 가계대출 증감 현황’ 자료를 보면 대출 증가분의 30대 이하 젊은 층 쏠림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28.6조 원, 2017년 상반기 전체 가계대출 증가액 중 61.1%). 같은 기간 40대(15.8조 원), 50대(6.5조 원)보다 월등히 높다. 대한민국의 미래인 청년들이 빚더미에 올라앉아 있는 것이다. 부채에 쪼들리는 청년들은 어떻게 될까? 사소하게는 큰돈이 들어갈 병원 치료를 연기하게 되고, 더 나아가 결혼을 미루거나 집 구매를 포기하고, 고정적으로 갚아야 할 이자에 매여 위험 부담이 있는 창업은 포기하고 안정적인 직장만 찾게 된다. 다양한 아이디어를 가진 젊은 스타트업이 경제를 이끌어나가야 할 시기에, 빚 때문에 경제의 활력이 떨어지는 것이다. 청년부채 문제는 단순히 경제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국가의 전반적인 시스템 문제다.
이 책, 『부채 트릴레마』의 저자이자 글로벌금융혁신연구원장인 김형태 원장은 “미래 국가를 이끌어갈 젊은이들을 빚 지워 사회에 내보는 데 대해 기성세대가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며, 청년부채 악순환의 시작인 학자금부채부터 가계부채, 국가부채에 이르기까지, 부채 문제를 해결할 새로운 시각으로 ‘트릴레마’라는 개념을 제시한다. 트릴레마(trillemma, 하나의 목표를 이루려다 보면 다른 두 가지 목표를 이룰 수 없는 상태) 구조로 보면 대한민국 특성상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고등교육을 확대하면서도 가계부채와 정부부채를 축소할 방법이 보인다는 것이다. ‘부채’라는 좁은 관점에서 벗어나, ‘부채 패러다임’을 ‘지분 패러다임’으로 전환하고 ‘보완화폐’를 도입하는 것이 그것이다.
폭증하는 가계부채가 대한민국 경제위기의 뇌관이 된 지금, 김형태 원장이 제시하는 혁명적이고도 현실 가능한 부채 개혁안은 부채를 둘러싼 복잡한 경제 생태계 속에서 한국경제의 미래를 고민하는 모든 이들에게 소중한 통찰을 안겨줄 것이다. 정책가, 금융인, 기업인 그리고 학자금부채와 가계부채의 당사자인 청년들과 부모들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다.

그림, 조각, 건축, 물리, 뇌과학, 생태계…
전방위적 지식으로 탐색한 부채의 본질과 그 해법

저자 김형태 원장은 자신을 이렇게 소개한다. ‘생각의 덫을 온 사방에 놓아두고 거기에 걸린 아이디어를 잡아내는 작업을 즐기는’, ‘눈으로 볼 뿐 아니라 귀로, 코로, 손으로도 보는 능력을 갖고 싶은’ ‘30년 차 아마추어 아트 컬렉터’. 그가 혁신적인 부채 해결책을 내놓을 수 있었던 데에는 이처럼 그림, 조각을 비롯한 예술 작품부터 건축, 물리, 뇌과학, 생태계 등 전방위적으로 관심을 갖고 들여다보면서 영감을 얻은 덕분이 크다. 부채 문제의 본질을 해석하기 위해 1차 세계대전을 종결시킨 ‘마크4 탱크’가, 부채 개혁안을 설명하기 위해 틴토레토의 그림 〈최후의 만찬〉이 등장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러나 단순히 그것만으로 저자의 심도 깊은 연구를 설명하기에는 충분치 않다.
그는 조지워싱턴대학교에서 3년간 객원교수로 지내면서, 미국의 부채 해결 정책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리고 우리나라와 별다를 것 없이 미국 역시, 젊은이의 희망을 담보로 한 학자금 부채 문제에 골머리를 앓는 것을 보면서, 대한민국의 학자금 부채 문제 해결방안에 대해 모색하기 시작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시도하고 있는 정책 정도로는, 너무나 커지고 복잡해진 부채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전통적 부채는 정기적이고 안정적인 수입을 ‘먹고산다’. 미래가 어느 정도 예견되고 불확실성이 크지 않은 사회에 적합한 형태다. 경제적 여건에 변화가 있어도, 채무자가 통제할 수 없는 요인이 생겨도 이자와 원금상환은 고정된 상태 그대로다.
그러나 시대가 달라졌다. 부채와 소득 간의 균형이 깨지고, 소득불평등이 심각해진 현재의 한국경제에서는 변화하는 상황에 적응 가능한, 전통적 부채를 뛰어넘는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다. 저자가 부채 문제의 본질을 분석하여 새롭게 제안하는 것은 ‘융통성을 가진 민감한 부채’, 즉 개인 수준에서는 학자금부채의 경우 미래소득의 일정 비율을 일정 기간 나누는 대가로 등록금을 받는 ‘소득나눔 학자금(학자금지분)’, 국가 수준에서는 정부부채의 경우 ‘소득나눔 재정조달(국가주식)’이다.

성장하는 경제 생태계를 구축하는 길,
부채, 그 너머의 세상을 상상하라!

왜 부채를 지분과 주식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걸까? 여기서 경제의 틀을 깨는 파격적인 질문이 등장한다.
“기업은 부채와 지분을 모두 사용해 자본을 조달하는데, 국가와 개인은 왜 부채로만 자본을 조달하는가? 왜 국가와 개인이 발행하는 지분은 없는가?”
먼저 교육열과 교육의 상대적 중요성을 고려할 때, 조만간 한국은 청년부채의 시발점이 되는 학자금부채 문제가 매우 심각해질 것이다. 본래 교육투자는 자원의 생산성을 높여 경제성장에 공헌하고, 동시에 가난의 대물림을 최소화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분배방법이다. 김형태 원장은 교육비 지출이 앞으로 계속 늘어날 것이며, 이에 대한 정부지원도 늘어날 것이라 단언한다. 그러나 대출한도를 늘리고, 대출을 보다 쉽게 받게 하는 전통적인 부채중심의 정책은 문제를 악화시킬 뿐이다. 완전히 다른 차원의 부채 해결법이 필요한 것이다. 미국에서는 이미 대학생 미래소득의 3%를 일정 기간 동안 지불한다는 조건하에 상환의무 없이 학자금을 제공하는 법안이 의회를 통과했다. 현재 미국 30개 주에서 도입을 검토하고 있으며, 미 퍼듀대학에서 성공적으로 시행 중이다.
정부부채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정부가 부담할 수 있는 부채수준에는 한계가 있다. 그리스의 경우에서도 알 수 있듯, 부채수용력을 초과해 국채를 발행하면 국가신용등급이 하락하고, 국채가 위험자산으로 전락한다. 그러나 기업이 부채-주식교환 또는 출자전환을 활용하듯, 국가도 상황과 성과에 따라 상환액이 조정되는 융통성 있는 ‘국가주식’을 발행한다면 부채수용력이 늘어난다. 15세기 제노바, 18세기 영국와 프랑스에서 이미 시행됐던 방법이니 역사 연구를 통해 현재에 걸맞게 활용할 방법을 찾을 수 있다.
자연생태계에서는 환경에 적응하는 생물이 살아남고 번창하듯, 경제도 경제환경에 적합한 자금조달수단을 선택해야 경제가 건강하게 돌아간다.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답을 찾고 파격적인 질문을 던지며 혁신적인 부채 대책을 제안하고 있는 이 책은 급변하는 경제 환경에서 살아남게 할 무기다.


◎ 책 속에서

경제 이슈와 관련해 최근 가장 흔히 듣는 말 중 하나가 ‘부채’다. 가계부채에서 시작해 학자금부채, 정부부채, 기업부채까지 말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질문해보자. “과연 부채란 무엇인가?”, “부채를 부채로 만드는 본질은 어디에 있는가?” 이 질문에 제대로 답할 수 있다면 부채문제의 90%는 풀린다. 부채의 본질과 원형에 대한 이해가 전제되어야, 비로소 부채문제를 새롭게 정의할 수 있고 부채 차원을 넘어서는 창의적 아이디어를 모색할 수 있다.

_ p.54, 2장 부채의 본질



경기가 침체되면 국민소득이 늘지 않고 소득이 늘지 않으면 세금을 늘리기 쉽지 않다. 거래가 위축되니 거래세도 준다. 결과적으로 생기는 현상이 정부부채 발행 증가다. 이 경우 정부부채 증가는 결과다. 정부부채가 늘더라도 재정투입을 확대해야 경제가 성장한다는 것이 케인지안(Keynesian)의 주장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재정적자가 쌓이고 정부부채가 일정 수준, 즉 부채수용력을 넘으면 오히려 경제성장을 저해한다는 연구결과가 주목을 받고 있다. 이 경우에는 과도한 정부부채가 ‘결과’가 아니라 경제회복과 성장을 가로막는 ‘원인’이 된다. 결과라면 이미 결정된 것이니 고칠 수도 없고 논란이 많지 않다. 원인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신속히 고쳐야 한다.

_ p.112, 3장 부채의 복잡성 패턴



정부의 책임 또는 부담이란 측면에서 보아도 가계부채는 정부부채에 가깝다. 가계부채가 잘못되었을 때 정부부채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기업에는 ‘창조적 파괴’라는 개념을 적용할 수 있지만 가계에는 적용할 수 없다. 가계는 ‘창조적 구제’의 대상이지 창조적 파괴의 대상이 아니다. 가계는 정치적 투표권을 가지고 있다는 점도 기업과 다르다. 기업은 투표권이 없다. 삼성전자라도 대통령 투표권이 없다. 투표권 때문에 가계부채를 사용하는 가계가 일정 범위를 넘어서면 스스로 자생력을 갖게 된다. 어떻게든 정부가 개입해 처리해줄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가계부채는 정부부채와 함께 생각해야 한다. 심하게 말하면 ‘가계부채 특히 학자금부채는 정부부채의 또 다른 이름’이다.

_ p.205, 5장 부채총량불변의 법칙



최근 논의의 두드러진 특징은 과거의 우회적이고 간접적인 방식을 넘어서 학자금대출의 기본 특성 즉 ‘부채’라는 성격 자체를 직접적으로 공격한다는 것이다. 물론 각국의 개별 특성이 다양하게 반영되기는 하지만 혁신의 기본 방향은 일치한다. 부채의 빡빡함을 완화하고 융통성을 늘리는 것이다. 다시 말해 학자금의 부채적 성격을 줄이고 지분적 성격을 강화하는 것이다. 지분적 성격이 강화된다는 것은 ‘상태의존적 계약’ 형태를 갖게 된다는 뜻이다. 상태의존적 학자금에서는, 자금조달자인 대학생들의 미래수입 정도나 경제적 상황여부에 따라 상환금액의 패턴이 달라진다. 쉽게 말하면 상황이 어려우면 적게 갚고, 정상적이면 평상시대로 갚고, 상황이 좋으면 좀 더 많이 갚는 구조다. 부채처럼 경직되지 않고 유연하다.

_ p.255, 7장 학자금부채를 넘어 소득나눔 학자금으로!



부채수용력과 부채총량불변의 법칙을 합해서 생각해보면 다음과 같은 결론이 나온다. 가계부채든 기업부채든 없어지지 않고 정부가 부담하는 것까지는 좋은데, 정부의 부채수용력에 명확한 한계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즉, 정부가 자기부담으로 전환시켜 부담할 수 있는 부채수준에는 한계가 있다. 부채수용력을 초과하는 국채발행은 국가신용등급을 하락시키고 안전자산이었던 국채를 위험자산으로 전락시킨다. 몰라서든 아니면 알기는 하는데 ‘뭔 일이야 있겠어?’라는 방만한 생각에서든 이 한계점을 넘으면 국가경제가 치명적 위기를 맞게 된다. 그리스 위기처럼 말이다.

_ p.323, 9장 왜 국가주식은 없을까?

구매가격 : 16,000 원

우리 가족 재난 생존법

도서정보 : 오가와 고이치 / 21세기북스 / 2017년 12월 07일 / EPUB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급증하는 자연재해, 한반도도 안전지대가 아니다!
평상시의 사소한 준비가 당신과 가족의 소중한 생명을 지킨다

최근, 어느 때보다 세계 곳곳에서 예상치 못한 자연재해가 속출하고 있다. 가깝게는 일본부터 네팔, 에콰도르, 멕시코에 이르기까지 이른바 ‘불의 고리’라 불리는 환태평양 조산대에 위치한 지역에서 초대형 지진이 발생했다는 뉴스가 빈번하게 들린다. 지구 온난화로 인해 폭염, 폭우, 폭설 등의 이상기후가 잦아지고 있고, 동남아 전역을 휩쓴 쓰나미로 수십만 명이 목숨을 잃었기도 했다. 이렇듯 예고도 없고 정해진 패턴도 없이 찾아오는 재해에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2016년 경주 지진을 계기로 국가적으로 재해 예방에 대한 관심이 커졌고, 2017년 11월 포항 지진으로 인해 지진은 더 이상 남의 나라 일이 아니라는 것을 많은 국민들이 절감하게 됐다. 하지만 국민 개개인의 관심이나 일상 속 재해 대비 상식은 아직 한참 부족하다.
≪우리 가족 재난 생존법≫은 전문 방재사인 저자가 곳곳의 재해 현장에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생활 속에서 실천 가능한 재해 대비 방법을 상세하게 전한다. 지진, 쓰나마, 태풍, 홍수, 화산, 폭설 등 각 재해별 기본 지식과 대처 요령을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것은 물론, 재해가 일어났을 때 사람들이 어떤 행동 유형을 보이고 급작스런 상황에서 어떤 마음가짐으로 대처해야 하는지도 하나하나 알려준다. 평소 재해에 대해 충분히 알아두고 철저히 대비하는 것만이 나와 가족을 재해로부터 지키는 유일한 방법이다. 이 책은 그 첫걸음을 내딛는 데 훌륭한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다.




◎ 출판사 서평

경주 지진에 이어 포항 지진까지
하지만 여전한 안전 불감증?!

지진은 남의 일이라고 생각해온 우리 국민들에게 엄청난 충격과 공포를 안겨준 일이 일어났다. 2016년 경주 대지진이 일어난 지 1년여 만인 2017년 11월 15일, 포항에서 규모 5.4의 지진이 발생한 것이다. 포항 지진은 경주 대지진에 비해 규모는 크지 않았지만 더 얕은 곳에서 발생해 서울 광화문에서까지 진동이 느껴질 정도였다.
굳이 지진과 쓰나미가 아니더라도 장마철 갑작스러운 집중호우나 겨울철 예상치 못한 폭설의 피해를 입은 사람들의 소식을 뉴스 보도를 통해 자주 접할 수 있다. 또한 그때마다 충분히 대비했다면 막을 수 있었을 재해였기에 우리 사회에 팽배한 안전 불감증이 큰 문제라는 지적이 꼬리표처럼 달라붙는다.
이처럼 재해는 예고 없이 닥치며, 일정한 규칙성을 띠지도 않으므로 평소에 여러 가지 가능한 재해 상황을 가정한 대비 훈련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알고 있는 재해 대비책은 단편적이고 형식적인 경우가 많다. 경주 대지진 이후로 특히 지진에 대한 관심이 커져 지진 발생 시 대피 방법에 대해 많이 알려지긴 했지만 그전까지 우리가 알고 있던 지진 대피 요령은 고작해야 책상 밑으로 몸을 숨기는 것 정도였을 뿐이다. 이 때문에 포항 지진이 발생했을 당시도 대다수의 주민들이 집 밖으로 뛰쳐나와 두려움에 떠는 것밖에 할 수가 없었다.
재해는 ‘갑작스러운 상황’이기 때문에 그런 상황이 닥치면 많은 사람들이 패닉 상태에 빠진다. 따라서 평상시에 더욱 철저히 대처 요령이나 관련 지식을 준비해둬야만 한다. 지진이나 쓰나미가 더 이상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닌 만큼, 각자가 스스로의 안전을 책임질 지식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재난 대국 일본의 경험에서 배운다
준비한 사람만이 살아남는다!

우리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지진이나 쓰나미, 화산 피해를 많이 겪어온 일본은 그만큼 방재 지식과 방재 대책이 널리 보급되어 있다. 집 주변의 위험 지역과 대피소 위치가 표시된 방재 지도가 각 가정으로 배포될 뿐만 아니라 각 지역에 자율 방재 조직이 있을 정도다.
일본에서 전문 방재사로 활동하며 재난 교육에 힘쓰고 있는 이 책의 저자는 재해를 맞닥뜨린 사람들의 심리와 행동 유형을 분석하고, 주변 공간을 보다 안전한 곳으로 만드는 방법과 평소 실천 가능한 재해 대비책을 제시한다. 또한 지진, 쓰나미, 태풍, 홍수, 화산, 폭설 등 각 재해별로 꼭 알아두어야 하는 정보와 대피 방법을 알기 쉽게 설명한다.
재해 상황에서 꼭 필요한 응급처치법에 대한 설명은 물론이고, 가구가 쓰러져 출입문을 막거나 침대를 덮치지 않도록 가구를 재배치하는 방법이나 폭설이 내렸을 때 다치지 않고 걷는 요령처럼 아주 세심하고 구체적인 행동 지침까지 제시하고 있어 누구라도 생활 속에서 쉽게 이를 실천할 수 있다.

남에게 맡길 수 없는 우리 가족의 안전,
일상 속의 실천으로 재해를 예방하자!

태풍, 홍수, 폭설처럼 우리에게 익숙한 재해든 지진, 쓰나미, 화산 폭발처럼 자주 경험할 수 없는 재해든 우리는 모든 재해에 대비해야 한다. 더욱이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전 세계적으로 자연재해가 급증하고 있어 재해 예방에 대한 관심과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평소 각 재해에 대해 얼마나 많이 알고 있었으며, 얼마나 잘 대비해왔는지가 실제로 재해가 발생했을 때 생사를 가르는 기준이 된다. 따라서 일상에서의 철저한 대비만이 나와 소중한 가족의 안전을 지키는 유일한 방법이다.
재해 대비는 누군가 대신 해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지금부터라도 관심을 갖고 이 책에서 소개한 대비책들을 가족을 비롯한 주변 사람들과 함께 하나씩 실천해보자.


◎ 책 속에서

여러분도 ‘내가 사는 곳은 괜찮아’라고 생각하고 있지는 않은가?
재해로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는 소식을 접할 때마다 ‘피해자들은 재해에 대비하고 있었을까?’, ‘재해에 대한 마음의 준비는 하고 있었을까?’라는 생각을 한다.
한편 살아남은 사람들은 텔레비전 인터뷰에서 “설마 이런 일이 생길 줄 몰랐다”, “설마 내게 재해가 닥칠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라고 말한다.
나는 동일본 대지진 때 친구 한 명을 잃었다. 막상 그런 일을 당하고 나니 주변 사람과 말 한 마디 나눌 수조차 없었고, 그 슬픔을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몰라서 괴로움 속에서 하루하루를 보낼 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중 내가 사는 곳이 지진으로 흔들리자 ‘내가 그 친구였더라도 살아남지 못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위급한 상황이 닥쳤을 때, 살아남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을 전혀 모른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재해 예방, 즉 ‘방재’에 대해서 전혀 인식하지 못한 상태로 살아왔다는 것을 이때 처음 깨달았다.

- p.10~11, 머리말



재해 예방에 있어서 재해 심리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재해 심리란 재해가 일어났을 때 사람이 ‘어떤 심리 상태에 빠지는지’, ‘어떤 행동을 보이는지’다. 즉 재해 시 ‘가질 법한 생각’, ‘할 것 같은 행동’을 의미한다.
우리는 과거 재해 사례를 통해 재해가 일어났을 때 많은 사람이 빠지기 쉬운 심리 상태와 하기 쉬운 행동을 파악할 수 있다. 평소 이에 대해 알아두고 실제로 재해가 발생했을 때 잘 활용할 수 있다면 방재력이 높다고 할 수 있다.
재해 심리를 알고 있다면 ‘아, 내가 지금 그 심리 상태에 빠져있구나’, ‘어? 지금 내 행동, 나쁜 사례로 소개된 것 아니었나?’라고 알아차림으로써 스스로 심리와 행동을 바로잡을 수 있다.
그러므로 ‘이런 상황에서는 이렇게 생각하기 쉬워. 하지만 그런 심리에 빠지지 않도록 조심해야지’와 같은 식으로 해당 사례를 머릿속에 많이 담아두자

- p.22~23, 제1장 재해 심리를 알자



우리 대부분은 일상을 ‘집’이나 ‘근무지’에서 보낸다. 그러므로 그 공간 자체에 위험 요소가 있어서는 안 된다. 모처럼 방재 가방을 준비했는데, 가구를 고정해두지 않아서 크게 다친다면 아무 의미가 없다. 심지어 애써 재해 심리를 배웠는데, 집이 지진에 취약해 무너져내려 그 아래에 깔려버리면 이 또한 아무 의미가 없다.
집이나 근무지가 재해에 안전한 공간이 되도록 하는 것은 안심하고 일상을 유지하기 위해서도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게다가 집이 지진에 꿈쩍도 하지 않을 정도로 튼튼하고, 일상용품이 적절히 비축되어 있다면 대피소로 가지 않고도 자신의 집 안에서 재난을 피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대피소 생활은 사생활 보호나 위생 면에서 많은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으니 재해 발생 후에도 익숙한 공간에서 생활할 수 있다면 이보다 더 나은 것이 있겠는가.
이번 장에서는 ‘건물을 튼튼하게 한다’와 ‘방을 안전한 공간으로 만든다’라는 두 가지 항목으로 나누어서 재해에 무너지지 않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것들에 대해 이야기하겠다.
이는 다만 가구 하나를 고정한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다. 대책은 아무리 세워도 끝이 없다. 모든 대책을 일일이 실행하려면 정신이 아찔해질 정도로 할 일이 많으니 하나씩 착실하게 준비한다는 마음으로 시작해야 한다. 침실과 거실처럼 소중한 사람과 오래 시간을 보내는 공간부터 방재력이 높은 공간으로 만들어가자.

- p.50~51, 제2장 재해에 강한 공간을 만든다



재해를 당했을 때 요긴하게 사용할 수 있는 일상용품도 롤링스톡 법을 활용하여 비축해두면 편리하다. 평소보다 조금 더 준비하고 보충하면서 사용하도록 하자.
영유아・고령자가 있는 가정이라면 기저귀나 비상약품도 필요하다. 특히 비상약품의 경우 재해로 인해 제때 구할 수 없게 되면 생명에 지장을 줄 수도 있다. 평소에 넉넉하게 준비해서 오래된 것부터 소비하면 재해에 대비할 수 있다.
또한 대피소에서 생활해야 할 때에는 위생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데, 샤워 대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대형 물티슈를 항상 넉넉하게 비축해서 평소에도 사용하고, 간이 화장실을 준비해두는 것만으로도 피난 생활이 상당히 편해진다.
계절에 따라 독감과 같은 전염병이 퍼질 위험도 있으므로 마스크를 몇 상자 준비해두는 것도 중요하다.

- p.76, 제3장 소중한 사람과 함께 해보자



큰 지진이 일어나면 어떤 행동을 취해야 할까? 내가 재해를 입은 지역과 관계를 맺기 시작했을 무렵, 막상 큰 지진이 일어나니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몰랐던 경험을 한 적이 있다. 주변을 둘러봐도 재난 지역을 걱정하며 지원 활동을 하는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정작 자신을 지키는 방재 대책을 모르는 사람이 너무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다른 사람의 아픔에 다가가는 한편 동시에 자신을 지키는 방법을 알아야 한다.
지진으로부터 자신의 몸을 지키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많다. 기술의 발전 덕분에 많은 경우 큰 진동이 오기 몇 초 전에 긴급 지진속보를 통해 미리 알 수 있다. 그 몇 초 동안 어떤 행동을 취하는지가 중요하다. 장소와 상황에 따라 구체적인 방법은 다르지만, 어떤 상황에도 적용할 수 있는 중요 사항들은 꼭 기억해두자.
포인트 ① 머리를 보호한다
포인트 ② 화재의 원인이 될 수 있는 것은 가능하다면 제거한다
포인트 ③ 문을 연다
포인트 ④ 물건이 없는 곳으로 이동한다
포인트 ⑤ 외출 중일 때의 대피법도 알아두자

- p.112, 제4장 지진

구매가격 : 11,200 원

업스타트

도서정보 : 브래드 스톤 / 21세기북스 / 2017년 12월 07일 / EPUB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아마존, 세상의 모든 것을 팝니다』 브래드 스톤 신작!
아마존 2017년 ‘최고의 책’!
굿리드․아마존 독자들이 꼽은 ‘공유경제 필독서’

공유경제의 글로벌 유니콘 우버와 에어비앤비, 그들은 어떻게 세상을 바꾸었나

킬러컴퍼니의 탄생지, 실리콘밸리의 혁신 생태계와
바퀴벌레보다 독한 스타트업들의 생동감 넘치는 분투기

우버Uber와 에어비앤비Airbnb만큼 “빠르게 움직이며 파괴하라Move Fast and Break Things.”는 페이스북의 좌우명을 더 잘 실천한 기업도 없을 것이다.
10여 년 전만 해도 우리는 다른 사람들과 차를 같이 타거나 같은 숙박 시설을 나눠서 쓴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하지만 두 기업이 단시간 내에 이뤄놓은 혁신의 결과로 이런 ‘공유하는’ 삶은 우리의 일상 깊숙한 곳까지 파고들며 생활 방식에 일대 변화를 일으켰다.
전작 『아마존, 세상의 모든 것을 팝니다』로 기업 일대기에 대한 탁월한 묘사 실력을 뽐낸 적 있는 실리콘밸리 전문기자 브래드 스톤Brad Stone은 이번 신작을 통해 무일푼의 우버와 에어비앤비 창업자들이 어떻게 해서 ‘공유’란 아이디어 하나만으로 수백 억 달러의 가치를 가진 스타트업을 일궜는지 그들이 걸어온 성공과 좌절의 전 여정을 정확하고 자세하며 생생하게 보여준다.
우버와 에어비앤비는 여전히 논란과 성장을 거듭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두 위대한 스타트업이 걸어온 길은 새로운 기술 프랜차이즈 회사나 실리콘밸리 기업에 애정과 비판의 눈길을 가진 사람들, 비즈니스를 공부하는 학생이나 역경과 승리의 이야기를 좋아하는 일반 독자 모두에게 4차 산업혁명이 낳은 새로운 경제 형태인 공유경제의 흐름을 가장 정확하게 보여줄 것이다.



업스타트 Upstart (명사)
1. 새로 성공을 거둔 개인이나 기업 등.
2. 최근 어떤 활동을 시작해서 성공했으며, 연륜이 있고 노련한 사람들이나 기존의 일하는 방식에 대해 적절한 존경심을 보이지 않는 사람.




◎ 출판사 서평

『아마존, 세상의 모든 것을 팝니다』 브래드 스톤,
바퀴벌레보다 독한 ‘업스타트’의 성공 전략을 추적하다

1997년부터 2006년까지 웹 붐이 일면서 페이스북, 아마존, 구글 등이 생겼고, 2007년 애플의 아이폰 출시 이후로 스마트폰 붐을 타고 리프트, 스냅, 왓츠앱, 인스타그램 등의 스타트업들이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사람들은 그들을 ‘킬러컴퍼니’라고 부르는데, 이 책에 주로 등장하는 우버와 에어비앤비 또한 그들 중 하나다.
두 기업은 불과 10년도 채 안 돼서 ‘방 하나 없지만 지구상에서 가장 큰 호텔회사’, ‘차 한 대 없지만 세계 최대 자동차 서비스 회사’로 도약해 전 세계인들의 일상에 파고들었는데, 과연 그들의 성공 전략은 무엇이었을까?
『아마존, 세상의 모든 것을 팝니다』로 아마존과 제프 베조스의 모든 것을 조명했던 블룸버그 기자 브래드 스톤이 우버와 에어비앤비라는 ‘업스타트Upstart’들의 험난한 여정을 인내심 있게 추적한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저자는 기업스토리에 강점을 가진 기자답게 단순히 우버와 에어비앤비의 성공스토리만을 전하지 않는다. 성장과정에서 잘못된 전략으로 경쟁에서 밀려나 사라져버린 스타트업 창업자들이나 그들의 가능성을 과소평가하고 투자 기회를 놓친 투자자들까지 꼼꼼히 인터뷰해 흥미를 더한다. 비슷한 아이디어로 시작했는데 왜 우버와 에어비앤비는 성공했고 다른 경쟁자들은 실패했는지 살펴보는 것도 묵직한 통찰을 남긴다. 또한 기존 서비스에 안주해 있는 기득권의 반발을 무릅쓰고 시민 전체의 편익을 위해 과감하게 새로운 스타트업의 편을 들어주는 규제 당국자의 모습도 인상적이다.
저자는 우버와 에어비앤비가 이뤄낸 단편적 승리만큼이나 많은 지면을 그들이 저지른 시행착오와 비판적 견해를 덧붙이는 데 할당함으로써 독자에게 객관적인 판단의 기회를 열어줄 뿐만 아니라 훨씬 더 심도 깊은 이야기로 바꿔놓는 데 성공했다.

‘10억 달러짜리 아이디어’는 어디서부터 시작되는가,
바닥을 치고 올라온 에어비앤비 이야기



“모든 위대한 스타트업은 누구의 주요 우선순위에도 들지 못하는 사이드 프로젝트에서
출발한다. 우리에게 에어베드앤드브렉퍼스트는 임대료를 낼 수 있는 길,
시간을 벌면서 거창한 생각을 할 수 있게 도와주는 길이었다.”
_ 브라이언 체스키



2017년 3월 10억 달러를 신규로 자금 조달하며 기업가치가 310억 달러로 오른 에어비앤비. 하지만 초창기 모델, 다시 말해 2009년의 ‘에어베드앤드브렉퍼스트닷컴Airbedandbreakfast.com’은 ‘0달러’부터 시작한 그야말로 신생이었다.
산업디자인을 전공한 브라이언 체스키Brian Chesky와 조 게비아Joe Gebbia는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파산상태나 다름없었는데, 2007년 9월 22일, 샌프란시스코 세계디자인총회 때문에 호텔의 숙박 예약이 넘치고 숙박료가 확 오르자 게비아가 체스키에게 자신들의 집에 남는 소파와 아침 식사를 도시를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제공해 수입을 올리자는 이메일을 보냈고, 이 메일 한 통으로 둘은 험난한 스타트업의 첫발을 내딛게 됐다.
두 사람은 워드프레스 무료 도구들도 사흘 만에 간단한 홈페이지를 만들면서, 자신들의 황당한 생각이 실은 훨씬 더 큰 사업 밑천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후 그들의 첫 번째 멘토가 되어준 창업자 마이클 세이벨Michael Seibel을 통해 투자자를 찾아나섰지만 연이어 거절만 당했고, 체스키와 게비아는 가진 돈을 탕진해 빚만 늘어나고 있었다.
그렇게 아무런 진척 없이 시간만 흐르던 중, 마침 대통령 선거 시즌이던 때라 조식용 시리얼을 만들어 손님들에게 대접하는 아이디어를 살려보기 시작했다. 그렇게 해서 나온 것이 ‘오바마 오Obama O’ 시리얼이다. 포장상자 뒷면에는 에어베드앤드브렉퍼스트에 대한 정보와 함께 재미있는 게임들을 실어 광고했고, 심지어 CM송도 만들어 유튜브에 올렸다. 이때도 역시 다른 창업자들은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고, 멘토였던 세이벨은 화까지 낼 정도였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 말도 안 되는 전략은 결국 성공한다. 둘은 대선 관련 뉴스가 정점에 이르던 때 가능한 모든 언론사에 시리얼 상자를 보냈고, 화제성 기삿거리가 될 거라고 느낀 기자들이 연락을 해온 것이다. 어쨌거나 언론에 소개되면서 시리얼 주문이 마구 쏟아졌고, 3일 만에 ‘오바마 오’는 완판되면서 체스키와 게비아는 빚을 청산할 수 있었다.
그렇다고 회사가 즉각적인 성공이나 상당한 부를 얻은 것은 아니었다. 실제로 그들은 여전히 겨우 적자나 면할 정도의 상태였기 때문에 남은 시리얼 잔여분을 팔면서 근근이 버텼다. 하지만 이 이야기는 체스키와 게비아의 엄청난 근성을 보여줬을 뿐 아니라 결국 오랫동안 기다려온 성공으로 이끌 창조적 사고 능력을 입증해주었다.
그 후로도 게비아와 체스키는 직접 발로 뛰어 사업을 점검했다. 주말을 이용해 뉴욕에 가서 집주인들과 회의를 하고 좀 더 좋은 사진을 찍어 숙박을 원하는 고객들에게 영업이 되도록 지원한 것이다. 당시만 해도 실리콘밸리에서는 이런 식의 지원 정책은 회사의 규모를 키우는 데 도움이 안 되는 비효율적 일로 간주됐다. 하지만 이런 행보를 통해 체스키와 게비아는 초기 이용자들의 니즈를 정확하게 파악할 뿐만 아니라, 멋진 프로필 사진들이 에어비앤비라는 사이트 경험할 때 더욱 매력적인 요소로 작용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업스타트의 필수조건은 ‘피, 땀 그리고 라면?’
우버는 어떻게 규제와 싸워 이겼는가



“예상할 수 있는 어떤 일도 감당할 수 있을 것이라 예상한다.” _ 트래비스 캘러닉이 우버의 CTO 투언 팜Thuan Pham에게 보낸 글 중





지금은 우버를 떠난 전 CEO 트래비스 캘러닉Travis Kalanick은 우버 이전에 ‘레드 스우시Red Swoosh’라는 P2P 동영상 파일공유 업체를 운영했는데, 이때 그는 산전수전을 다 겪고 결국 회사를 매각해야 했다. 이후 캘러닉은 당시를 두고 “피, 땀, 라면이 뒤섞인 시절”이라고 표현했는데, 결과적으로 보면 이때의 경험이 지금의 우버를 있게 했다고 볼 수 있다.
저자는 책의 상당 부분에 걸쳐 규제당국과의 길고도 험난한 싸움을 자세히 소개해놓고 있는데, 특히 우버의 경우 정점은 샌프란시스코 택시 업계와의 분쟁 때였다. 법적으로 보면 길거리에서 승객을 태우는 것은 택시만이어야 했고, 택시는 반드시 정부에 의해 검증과 인증을 받은 미터기를 사용해야 했다. 리무진과 타운카는 대개 승객이 기사나 중앙배차소에 전화를 거는 식으로 ‘사전 예약’을 한 후 이용해야 했는데 우버는 이러한 차이를 모호하게 만들었고, 휴대폰을 이용한 호출 그리고 아이폰을 요금 미터기로 이용하는 식으로 그 차이를 완전히 없애버렸기 때문이다. 당연히 택시기사들은 거칠게 반발했고, 골머리를 앓던 규제당국은 우버캡UberCab에 정지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이때부터 본격적인 리더 역할을 했던 캘러닉과 우버 창업자들은 택시 회사로 마케팅하던 것을 중단하고 우버캡이라는 이름에서 ‘캡’을 뺏으며, 변호사들은 우버가 실제 차량 운영업체가 아니라 운전사와 승객들 사이를 ‘중개하는 회사’에 불과함을 주장했다. 결국 시는 우버의 주장에 동의했고, 우버는 영업을 중단하지 않았다. 우버는 규제와의 싸움에서 승리한 것이다.
이후 캘러닉과 공동창업자들은 우버가 새로운 도시로 진입할 때 관련된 모든 사항들을 ‘플레이북playbook’이라고 부르며 온라인 구글 문서로 기록해놓았는데, 사업 단계별 행적을 데이터로 체계화한 우버만의 전략 교본이라고 볼 수 있다. 이것은 우버 각 지점들이 여러 도시로 뛰어들어 빠른 속도로 신규 사업을 일으킬 때 요긴한 초창기 ‘틀template’이 되었다.

‘합법과 불법 사이, 제3의 답을 찾아 증명하라’
혁신은 불확실성과의 싸움, 결국 승패는 실행력에서 갈린다

두 회사가 걸어온 여정은 거의 끊임없는 논란거리와 함께했다. 많은 도시에서 우버는 전문 운전사들이 혹독한 훈련을 이수하고, 지문이 날인된 신원조사 결과를 제출하며, 정부가 발행한 값비싼 운전면허의 취득을 요구하는 법규를 피해갔다. 또한 택시 회사와 입법의원들이 제기하는 강력한 저항에 직면했으며 베를린, 파리, 밀라노, 뭄바이에서 폭력 시위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에어비앤비도 우버 못지않게 파란만장한 일들을 겪으며 성장했다. 뉴욕, 바르셀로나, 암스테르담, 도쿄에서 불법 호텔 경영자들의 영업을 방해하고, 사람들이 연간 집을 임대해줄 수 있는 일수를 제한하는 법들에 직면했다.
하지만 애초에 ‘혁신’은 불확실성과의 싸움이며 규제와의 줄다리기다. 정부는 항상 ‘기존에 만들어진 원칙’에 따라 검증되지 않은 제품이나 신규 사업을 제한하고, 파이를 나누기 원치 않는 집단은 가능한 모든 규제를 자기편으로 만들어 공격하기 마련인데, 이에 대해 우버와 에어비앤비는 그들만의 새로운 답을 만들어냈다. 지방정부들이 과거의 규제 체제를 열심히 지키는 게 정말 맞는지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새로운 사업 양식business code을 구현한 것이다.
에어비앤비와 우버는 이베이 같은 인터넷 시장이 앞장서서 만들었던 자정 도구들을 다른 것으로 대체했다. 승객이 운전사 등급을 매기고, 손님이 집주인을 평가하게 하는 한편, 수요자와 공급자를 하나로 모으는 플랫폼을 활용해 가장 빠른 시간 안에 ‘규모의 경제’를 창출해냈다. 결국 수많은 경쟁자들 속에서 우버와 에어비앤비가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창업자들의 창의적인 사고방식과 굴하지 않고 도전하는 실행력에 있다고 봐야 한다.
에어비앤비와 우버는 여전히 진화 중이라 그들이 업계에 미칠 장기적인 영향을 예측하기 힘들다. 그렇게 보면 이 책은 어쩌면 결말이 없는 이야기의 첫 장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이 시의적절하고, 현실적이며, 생동감 넘치는 킬러컴퍼니들의 이야기를 통해 어떻게 아이디어를 얻고 어떤 기업이 성공하고 실패하는지에 대한 통찰을 얻고 싶은 독자들이라면 충분히 시간을 투자할 만할 것이다.




◎ 추천사

브래드 스톤의 이 책은 탐정소설처럼 읽힌다. 에어비앤비와 우버가 혁신과 부와 불안감을 동시에 낳는 무자비한 기계로 성장하고 있는 가운데 그들 같은 기업들 내부의 삶은 어떤 느낌일지를 이 책보다 더 잘 말해주는 책은 단 한 권도 없다. 땀, 스트레스, 순식간에 새로 얻은 부가 주는 엄청난 힘이 여기 모두 들어 있다.
조슈아 쿠퍼 라모 『제7의 감각, 초연결 지능』 저자

저자 브래드 스톤은 최신 인터넷 슈퍼파워 세대가 일으킨 문화적․경제적 대격변을 생생하게 포착해냈다. 그의 책은 우버와 에어비앤비 같은 기업들이 등장하게 된 경위, 그 과정에서 부침을 겪은 사람들, 그리고 두 회사의 기술이 향후 수십 년 동안 세계에 미칠 영향을 훌륭하게 드러내고 있다.
애슐리 반스 『일론 머스크, 미래의 설계자』 저자

브래드 스톤은 기술 업계에 혜성처럼 나타나서 전 세계적으로 낡은 사업에 일대 혁신을 일으키고 있는 우버와 에어비앤비 같은 스타트업들을 생생하고 매력적으로 그려냈다. 그는 실패한 기업뿐만 아니라 대박을 터뜨린 기업에 대해서도 살펴보고 있다. 그것은 상당이 필요했던 노력이다. 그는 또한 삶이 혼란에 빠진 사람들은 분명 즐겁게 느낄 수 없는 새로운 기술들이 야기한 광범위한 정책 문제들도 지적한다.
파리드 자카리아 『흔들리는 세계의 축』 저자

시의적절하고, 현실적이고, 생동감 넘친다! 우버와 에어비앤비의 명암 속에는 혁신 인큐베이터, 속임수, ‘차세대 대박’을 놓치지 않으려는 벤처자본 투자자들 사이의 절박함, 경쟁사의 현명한 생각 그리고 젊은 리더들의 놀랍도록 상이한 성격이 복잡하게 뒤얽혀 있다. 풍부한 기술 환경에서 어떤 아이디어와 비즈니스가 성공할 수 있는지 통찰을 얻고 싶은 독자라면 반드시 읽어야 한다.
아드리안 리앙 「아마존 북 리뷰」

『아마존, 세상의 모든 것을 팝니다』의 저자 스톤은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두 스타트업을 동시에 그리면서 공유경제로 관심을 전환시키고 있다. 우버와 에어비앤비에서 저자는 이상적 비전과 공격적 사업 관행을 통해 각자의 회사를 이끈 CEO들 사이에서 공통점을 찾는다. 이 책이 다룬 엄청난 양의 주제만으로도 관심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퍼블리셔스위클리」

실리콘 밸리 천재들의 초창기 활동을 가장 구체적으로 밝힌 책! 흥미로우면서 잘 빚어낸 이야기다.
레슬리 후크 「파이낸셜 타임스」

이 책은 모든 IT 부문 챔피언의 뒤에는 폭삭 망한 경쟁사, 열 받은 투자자, 내팽겨진 창업자와 보상을 받지 못한 초기 직원들이라는 잊혀진 사람들의 무리가 있다는 사실까지 소상히 밝혀준다. 저자는 독자에게 스타트업 기업이 겪은 격한 감정적 경험을 알려주는 데 성공을 거두었다.
안토니오 가르시아-마르티네스 「워싱턴 포스트」

이 책은 경쟁력 있는 혁신 기업들의 서로 다른 이야기를 잘 엮어냄으로써 풍부한 통찰력을 주는, 읽기 쉬운 이야기이다.
월터 아이작슨 「뉴욕타임스 북 리뷰」


◎ 책 속에서

우버와 에어비앤비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우선 두 회사 모두 2008년 설립됐다. 바로 전년에 아이폰이 시판돼서 사람들이 조금씩 스마트폰의 가능성에 눈뜨기 시작할 때다. 또 리먼브라더스 파산에 따른 금융위기로 실리콘밸리가 주춤할 때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런 위기의, 변화의 시기에 정말로 위대한 기업이 태어나는 법이다. 또 두 회사 모두 기존 규제에 맞서면서 성장했다. 그 과정에서 세계 각국 정부와 치열하게 대립하기도 하고 협력하기도 했다. 무서운 성장세와 함께 열정적인 고객의 지지를 등에 업고 규제공세를 해쳐나갔다는 것도 비슷하다.

_ p.5, 감수의 글



몇몇 사람들은 우버와 에어비앤비가 기술 엘리트의 극단적 오만을 상징한다고 여겼다. 비평가들은 그들이 기본적인 채용 규칙을 파괴하고 교통체증을 늘리며 평화로운 거주지를 망쳐버린다는 데서부터 시작해 자유민주적 도시들 안에 무자비한 자본주의 논리를 끌어들였다는 사실에 이르기까지의 모든 걸 비난하고 있다. 그중 일부는 과장되기도 했지만, 그것은 우버와 에어비앤비조차 예상하지 못한 결과를 낳았다.
이러한 대혼란의 중심에는 젊고 부유하며 카리스마 넘치는 트래비스 캘러닉과 브라이언 체스키 같은 CEO들이 있다. 그들은 앞선 세대의 기술 리더들을 상징했던 빌 게이츠Bill Gates, 래리 페이지Larry Page, 마크 저커버그Mark Zuckerberg처럼 숫기 없고 내성적인 혁신가들과는 전혀 딴판인 새로운 기술 CEO를 상징한다. 그들은 자기가 세운 기업들이 인류를 위한 극적인 발전을 모색할 수 있게 하고, 많은 기술자들뿐 아니라 운전사와 집주인, 로비스트와 입법의원들을 자신들이 표방하는 명분에 동참시킬 수 있는 외향적 성격의 이야기꾼이다.

_ pp.20-21, 머리말



마운틴 뷰에 있는 YC 사무실에서 가진 인터뷰는 사실상 적대적인 분위기 속에서 이루어졌다. 세 사람이 숙박공유 개념에 대해 설명하자 그 프로그램의 전설적인 공동창업자인 폴 그레이엄Paul Graham은 “사람들이 실제로 이걸 원하다고요? 왜요? 진짜로 말입니까?”라고 물었다. 당시 44세였던 그레이엄은 훗날 자신이 숙박공유 개념을 이해하지 못했었다고 실토했다. 그러면서 그는 “나는 내가 다른 사람들의 소파에서 자는 것도, 다른 사람이 내 소파에서 자는 것도 원하지 않았거든요.”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들이 돌아가려 했을 때 게비아는 시리얼 상자 두 개를 꺼내 그레이엄에게 건냈다. 블레차르지크는 놀랐고 그레이엄 역시 당연히 황당해했다. 이어 그들은 작년에 일어났던 복잡한 이야기들을 털어놓았다. 디자인 콘퍼런스에서 받은 영감에서부터 시작해서 끔찍했던 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 콘퍼런스를 거쳐 여러 대회들 및 성공 가능성이 낮을 것 같았던 시리얼 도박에 이르기까지 모두 말이다. 그레이엄은 마침내 “와우, 당신들 참 바퀴벌레 같은 사람들이군요. 쉽게 망하지는 않겠어.”라고 말했다.

_ pp.62-63, 1장 슬픔의 밑바닥_에어비앤비의 초창기



샌프란시스코에는 아무 표시가 없는 검은색 세단을 몰고 다니며 길거리에서 승객일 것 같은 사람들에게 접근한 뒤 전조등을 깜빡이며 탑승을 유도하는 식으로 몰래 영업하는 차량들이 있었다. (중략) 이런 운전사들에게 가장 큰 문제는 승객을 태우는 사이사이에 생기는 빈 시간을 채우는 일이었다. 그들은 보통 호텔 밖에서 무작정 대기했다. 캠프는 이 운전사들의 휴대폰 번호를 모으기 시작했다. 그는 “한때는 샌프란시스코에서 최고의 검은색 차를 운전하며 영업 중이던 운전사들의 전화번호 10~15개를 저장해놓기도 했었죠.”라고 말했다. 그런 다음 그는 이 시스템을 좀 더 잘 이용해보기로 했다. 그는 차를 이용하기 몇 시간 전에 자신이 선호하는 운전사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서 약속한 시간에 레스토랑이나 술집에서 만나자고 말했다. 또 어느 날 밤에는 이런 차를 한 대 빌려서 저녁 내내 친구들을 태운 채 몰고 다녔다. 그것은 1,000달러의 돈이 들어간 사치이자, 동 트기 전 도시를 돌아다니며 모든 친구들을 집에 데려다줘야 한다는 점에서 고통스러운 일이었다. 바로 그때, 제임스 본드 영화 〈카지노 로열〉에 나온 초현대적 이미지가 개릿 캠프의 머릿속에서 불쑥 떠올랐다.

_ pp.72-73, 2장 즉흥 연주_우버의 초창기



우버의 일원이 돼서 느끼는 흥분과 즐거움이 온몸에서 솟구칩니다. 우버가 미국과 전 세계 모든 주요 도시로 진출하는 모습을 보기 위해서라면 전 어떤 일도 서슴지 않을 겁니다. 앞으로 세상은 어떻게 변할까요? 택시를 타려다 겪는 좌절감이 줄어들 거고 도시 교통의 신뢰성, 효율성, 책임감, 전문성은 올라갈 겁니다. 우버가 진출한 모든 도시는 사람들이 그것을 이용했을 때 더 좋은 곳으로 변할 겁니다. 당신이 우버가 진출한 도시에 산다면 그곳의 교통 세계는 영원히 변할 것이며, 그런 변화가 도래할 때 우버의 진가가 드러날 겁니다.

_ pp.188-189, 5장 피, 땀 그리고 라면_우버는 어떻게 샌프란시스코를 정복했나

구매가격 : 17,600 원

팍스

도서정보 : 사라 페니패커, 존 클라센 / arte / 2017년 12월 07일 / EPUB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뉴욕타임스 48주 베스트셀러, 아마존 최고의 어린이 책

“인간 친구가 나를 찾으러 올 거예요.”
500킬로미터 떨어진 ‘나의 여우’를 찾아 떠난 열두 살 소년 피터
인간과 동물의 공존, 그리고 평화에 관한 가장 아름답고 순수한 이야기




우아한 언어와 인간 본성에 대한 통찰력으로 위안을 주는 우화_「타임」
이 책은 여우 팍스 같다. 반쯤은 야생적이고 완전히 아름답다_「뉴욕타임스」
어린이들을 위한 크리스마스 선물로 강력 추천하는 책_브라이틀리닷컴




★뉴욕타임스 2016년 최고의 책
★엔터테인먼트위클리 2016년 최고의 청소년 책
★아마존 2016년 최고의 어린이 책
★NPR 2016년 최고의 책
★타임지 2016년의 청소년 책 Top10
★피플지 2016년의 어린이 책 Top10
★학교도서관저널, 키커스 2016년 최고의 책
★내셔널 북 어워드 노미네이트







◎ 도서 소개

칼데콧 3회 수상에 빛나는 그림책의 거장 존 클라센과
보스턴 글로브 혼북, 골든 카이트가 선택한 동화작가 사라 페니패커의 만남
내셔널 북어워드 노미네이트, 「키커스」 「타임」 「피플」 등 8개 매체 2016 최고의 어린이 책

세계 곳곳에서 크고 작은 분쟁과 폭력이 끊이지 않는 시대에 아이들에게 평화 의식과 생명 존중의 감수성을 키워줄 책 『팍스』가 출간되었다. 이 책은 인간에게 길들었지만 전쟁 때문에 야생에 던져진 여우와, 그 여우를 구하러 떠난 열두 살 소년의 모험을 다루었다.
동화작가 사라 페니패커와 일러스트레이터 존 클라센, 두 거장의 콜라보로 더욱 특별한 이 책은 뉴욕타임스 48주 연속 어린이 분야 1위, 아마존 분야 1위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그 위력을 증명했다. 또한 엔터테인먼트위클리, 피플, 타임, 학교도서관저널, 키커스, NRP까지 모든 매체가 2016년 최고의 청소년·어린이 책으로 뽑았고, 미국 어린이도서관연합회 추천도서로 선정되었다. 2016년 내셔널 북어워드 최종 후보에 올랐을 뿐 아니라, 시나리오 판권을 얻기 위한 여러 제작사의 경쟁 끝에 시드니 킴멜 엔터테인먼트에 낙점되어 영화화 중이다.

여우와 소년, 작고 평범한 존재가 보여준 강렬한 우정
인간과 동물이 만들어 낸 위대한 가치

엄마를 교통사고로 잃은 열두 살 소년 피터는 자신과 마찬가지로 어미를 잃고 길가에 버려졌던 아기 여우 팍스를 데려와 5년 동안 정성껏 키운다. 전쟁이 일어나자 전쟁에 참전하려는 피터의 아버지는 팍스를 공장 근처 야생 숲에 놓아주고, 피터를 500킬로미터나 떨어진 할아버지 집에 맡긴다. 모든 상황이 낯설고 이해하기 힘든 여우 팍스는 참을성 있게 피터가 다시 되돌아올 것을 기다리고, 팍스를 포기했다는 슬픔에 괴로운 피터는 팍스를 되찾기 위한 여정을 떠나기로 한다. 하지만 숲을 헤매다 다리가 부러진 피터는 숲 속 은둔자 볼라 아주머니 네에서 꼼짝 못한 채 상처가 낫기만을 기다리게 되고, 두려움과 배고픔에 당황하던 팍스는 까칠한 암컷 여우 브리스틀과 연약한 동생 런트를 만나 야생 생활에 적응해나가는데….

전쟁의 상처를 보듬고 치유한 신뢰의 힘
어린이와 성인 모두가 읽고 토론해야 할 놀라운 픽션

소년과 여우의 시점으로 번갈아 서술되는 이 소설의 핵심은 떼려야 뗄 수 없던 두 존재가 헤어져 있는 동안 이루는 아름다운 성장이다. 다시 돌아올 피터를 기다리는 동안 숲에서 팍스가 듣는 것들, 보는 것들, 팍스가 선택하는 것들은 놀랍도록 세세하게 묘사된다. 또한 세상을 피해 숨어 살고 있는 볼라 아주머니를 통해 전쟁의 진정한 무서움, 잔인함, 폭력과 희생과 슬픔이 생생하게 그려진다. 하지만 소년과 여우의 절대적 신뢰와 유대는 무엇보다 강한 힘으로 전쟁에 상처받은 존재들을 보듬고 현실의 한계를 극복한다. 인간을 믿지 않는 동료들에게 보여지는 여우 팍스의 피터에 대한 신뢰, 다리가 부러진 고통 속에서도 반려 여우를 찾으려 애쓰는 소년 피터의 팍스에 대한 사랑. 두 존재의 끈끈한 연결고리가 소름 끼치는 전쟁의 폐허 속에서 아름다운 감동으로 아로새겨진다.
『팍스』는 구체적이지 않은 시대와 공간에서 일어난 어느 전쟁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라틴어로 ‘평화’라는 뜻의 팍스(PAX)는 전쟁으로 가장 먼저 희생되는 약자인 어린이와 동물, 자연을 상징한다. 어느 시대, 어느 나라의 이야기도 될 수 있는 『팍스』는 시대를 뛰어넘어 평화에 대한 가치를 전하는 새로운 클래식이 될 것이다.




◎ 서평

감동적이고 시적이다_「키커스」

작은 포장으로도 놀라운 깊이를 보여주는 이야기_「ALA 북리스트」

어린이와 성인 모두가 읽고 토론해야 할 놀라운 픽션_「학교도서관저널」

놀랍도록 강력하다_「퍼블리셔스 위클리」

생존하기 위한 야생 속 모험이 크고 철학적인 질문으로 귀결된다_「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

정직하고 또 정직하고 사랑스럽다. 아주 단순한 걸작_캐서린 애플게이트(뉴베리 상 수상작가)


◎ 책 속에서

“인간 친구가 나를 찾으러 올 거예요. 그때 저 길에 있어야 해요.”
그레이는 땅 위에 편안하게 앉아 기지개를 켰다.
“길은 어제 군인들로 막혔어.”
팍스는 전날 지나가던 자동차를 다시 떠올렸다. 그 자동차들은 소년 아버지의 새 옷에서 나는 것과 같은 냄새를 풍겼다. 그때부터 아무도 지나가지 않았다는 건 맞는 말이었다. 하지만 그건 문제가 되지 않았다.
“소년이 나를 찾아서 거기로 올 거예요.”
“아니. 까마귀가 알려줬어, 길은 막혔다고.”
팍스는 꼬리를 흔들어대며 돌멩이에서 돌멩이로 왔다 갔다 하며 생각해보았다. 답이 나왔다.
“난 우리 집에 있는 소년한테 가야겠어요.”
“네 집이 어딘데?”
팍스는 확신을 갖고 몸을 확 돌렸다. 의문의 여지가 없었다. 자신의 집이 있는 방향, 단 하나의 방향에서 자신을 강하게 끌어당기는 걸 느꼈으니까. 남쪽이었다.
그레이는 그다지 놀라는 것 같지 않았다.
“저쪽 인간의 식민지는 아주 넓어. 군인들이 여기 도착하면, 우리 가족은 그 식민지에 더 가까운 쪽이나 북쪽으로 가야 할 거야. 산속으로 말이야. 그곳 인간들에 대해 말해봐. 거기 인간들은 어떻게 살고 있지?”
다시 이 늙은 여우의 태도에 팍스의 마음이 누그러졌다. 팍스 는 돌아와서 앉았다.
“멀리서 사람들을 많이 보긴 했어요. 하지만 내가 아는 건 딱 두 사람이에요.”
“그 사람들은 속이는 거짓 행동을 하니? 내가 알던 사람들처럼?”
팍스는 그게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했다.
그레이는 엉덩이를 세우고는 안절부절못했다. 그러고는 자신이 보았던 인간의 행동을 들려주었다. 굶주린 이웃을 모른 체했던 한 인간. 그 인간은 저장실에 음식이 가득 차 있는데도 없는 것처럼 굴었다. 자신이 선택한 짝에게 무관심한 척했던 한 인간. 구슬리는 목소리로 양 한 마리를 무리에서 꼬드겨낸 다음에 잡아먹었던 한 인간.
“네 인간들은 이런 짓 안 했어?”
즉시 팍스는 소년의 아빠가 자동차에서 자신을 끌어낸 것을 떠올렸다. 유감스러운 척하는 남자의 목소리가 거짓이라는 걸 팍스는 알고 있었다. 거짓말 냄새를 폴폴 풍기고 있었으니까.
(중략)
팍스는 나이 든 여우, 그레이에게 말했다.
“저도 봤어요. 하지만 내 소년은 그런 짓 안 해요. 그 아이한테는 정말 그런 거 없어요. 하지만 소년의 아빠는 진짜 그랬어요.”
늙은 여우는 이 말을 듣고 불편해하는 것 같았다. 여우는 간신히 허리를 곧추세웠다.
“사람들은 여전히 조심성이 없니? 내가 함께 살던 사람들은 조심성이 없었어.”
“조심성이오?”
“사람들은 밭을 갈고 거기에 사는 쥐들을 아무런 경고 없이 죽였어. 강을 막아서 물고기를 죽게 내버려두기도 했지. 인간은 여전히 그렇게 조심성이 없니?”
한번은 피터의 아빠가 나무를 잘라내려 할 때, 팍스는 피터가 나무에 올라가 둥지를 떼어내 다른 나무에 옮기는 걸 지켜보았다. 추운 날에는 피터가 팍스의 여우 집에 새 지푸라기를 가져다주었다. 피터는 자신이 음식을 먹기 전에 언제나 팍스에게 물과 음식이 있는지 확인했다.
“내 소년은 조심성이 없지 않아요.” (74-78p)

“전쟁 때문이에요. 우리 마을 쪽으로 전쟁이 번져오고 있어요. 강까지 번져가겠죠. 아빠는 군대에 가야 했어요. 엄마는 돌아가셨고요. 그러니까 우리만 남은 거예요. 그래서 아빠가 나를…….”
“네 아빠는 몇 살인데?”
“뭐라고요? 서른여섯 살이에요. 왜요?”
“그렇다면, 네 아빠는 뭐든 할 필요가 없었어. 징병이 있다 해도, 그건 열여덟 살에서 스물다섯 살까지만 해당되거든. 아직 어린 사람들은 세뇌시키기가 쉬우니까. 그러니까 네 아빠가 군대에 갔다면, 분명 자원했을 거야. 그건 네 아빠가 선택한 거지. 진실을 이야기해보자꾸나. 그게 이곳 규칙이야.”
“알았어요, 맞아요. 아빠가 자원했어요. 아빠는 나를 할아버지 집에 데려다주었어요, 그런데…….”
“넌 거기가 마음에 안 들었구나.”
“그런 건 아니었어요. 그건…… 제발 그것 좀 치우시면 안 돼요?”
여자는 고개를 숙였다. 칼이 자기 손에 있는 걸 보고는 놀란 것 같았다.
“내가 좀 무례했구나, 내 이름은 볼라란다.”
볼라가 사과하더니 칼을 작업대 위로 던지며 말했다.
“계속해봐.”
“알겠어요. 저한테 여우가 있었어요. 아니, 여우가 있어요. 우리는 그 여우를 풀어줬어요. 길옆에 놓아줬어요. 아빠가 그래야 한다고 했거든요. 하지만 그러면 안 되는 거였어요.”
여우를 놓아주고 차를 타고 떠난 이후로, 피터는 아빠한테 하지 못했지만 했어야 하는 말 때문에 괴로웠었다. 무슨 영문인지 그 말이 마구 쏟아져 나왔다.
“그 여우를 아기 때부터 제가 키웠어요. 여우는 저를 믿었어요. 그 애는 바깥세상에서 사는 법을 모를 거예요. 녀석이 ‘그냥 여우’라는 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아요. 아빠가 ‘그냥 여우’라고 말했거든요. ‘그냥 여우’라고 부른다고 해서 ‘그냥 개’라든가 다른 뭔가와 마찬가지라는 말은 아니에요.”
“그래, 그래. 아주 화나는 일이었겠구나. 그래서 넌 달아난 거고.”
“저는 화나지 않았어요. 화 안 나요. 제 여우예요. 여우는 저를 의지해요. 이제 돌아가서 여우를 찾을 거예요.”
“음, 지금은 안 돼. 계획을 바꿔야겠구나.”
“안 돼요. 가서 집으로 데려가야 해요.”
피터는 무릎을 접었다. 큰 숨을 내쉬며 발에서 터져 나오는 고통을 꿀꺽 삼켰다. 피터는 나뭇가지를 움켜잡고 잠깐 동안 체중을 실으려 애를 썼다. 그러다가 다시 털썩 주저앉았다. 이렇게만 했는데도 몹시 힘이 들고 진땀이 났다.
“지금? 너 이건 생각해봤어? 너 여우한테서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 건지 알기는 하고?”
“300킬로미터 이상이오. 어쩌면 더 될지도 몰라요.”
피터는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볼라는 콧방귀를 뀌었다.
“그 꼴로는 1킬로미터도 못 갈걸. 지금 밖에 나가면 곰 미끼밖에 안 돼. 첫날밤에 저체온증으로 죽지 않는다면 말이지. 넌 몸에서 열기가 날 만큼까지 움직일 수도 없잖아.” (88-89p)

런트가 좀 더 가까이 다가와 팍스의 어깨에 코를 얹었다. 즉시 브리스틀이 런트의 뺨을 후려쳤다. 그래도 이 암컷 여우가 발톱을 세우지는 않았다는 걸 팍스는 알아차렸다. 런트는 땅으로 내려왔다.
“헛간 주위의 땅바닥은 발자국이 너무 많았어. 동물과 인간들의 발자국 때문에 눈이 남아 있지 않았어. 허공에 쥐 냄새가 진동했어. 엄마는 바닥 근처 나무판자 틈으로 향했어. 우리는 몇 걸음 떨어져 뒤따라갔지. 엄마가 그곳에 미처 이르기도 전에, 강철로 만든 입이 땅속에서 정말 순식간에 허공으로 튀어 올라왔어. 엄마는 비명을 질렀어. 덫이 철컥하고 엄마의 앞발을 낚아챘거든. 엄마가 몸부림치면 칠수록 그 쇠붙이는 점점 더 깊이 파고들었어. 엄마는 달아나려고 자기 발을 물어뜯기 시작했어. 우리가 가까이 다가가려고 할 때마다 엄마는 우리한테 달아나라고 마구 울부짖었어.
그때 아빠가 나타났지. 우리 흔적을 쫓아왔던 거야. 아빠는 여동생과 나한테 숲으로 돌아가서 꼼짝 말고 있으라고 했어. 그러고는 엄마를 도와주려고 나섰지.”
브리스틀은 오랜 애정과 낯선 두려움으로 묶여버린 두 마리 여우의 모습을 매우 생생하게 전달해주었다. 그 두려움은 너무 끔찍해 이야기를 듣고 있는 여우들의 눈동자가 한껏 겁에 질렸다. 너무 생생해 팍스는 그 강렬한 냄새를 맡을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런트가 훌쩍거렸다. 그 애처로운 소리에 팍스는 런트를 안아주고 싶었지만, 브리스틀이 얼씬도 못 하게 했다.
“그때 인간이 막대기를 들고 나타났어. 부모님은 우리한테 집으로 가라고 울부짖었지. 우리는 그곳에 얼어붙은 것처럼 그대로 있으면서 똑똑히 봤어. 그 인간이 막대기를 들어 올렸지. 우리 눈앞에서 엄마하고 아빠는 피가 터지고 털가죽이 찢겨 나갔어. 눈 위로 산산조각 난 뼈가 사방으로 흩어졌어.”
런트는 낑낑거리며 다시 굴을 향해 뒤로 물러섰다. 그러자 다시 누나가 막아 세웠다.
“여동생과 나는 부모님 곁을 떠날 수가 없었어. 어둠이 내리고, 다음날이 밝았어. 우리는 여전히 그 헛간 옆 장작더미 속에 숨어 있었지. 한참을 그렇게 숨어 있다가 출발했어. 그런데 그날 밤 눈이 내리기 시작했어. 눈은 소리와 냄새를 전부 덮어버렸어. 우리는 길을 잃고, 소나무 가지 아래로 기어 들어갔어. 나는 여동생을 꼭 안아주었지. 여동생은 나보다 훨씬 작았거든. 하지만 다음날 아침 여동생은 죽고 말았어. 눈이 그치자, 우리가 능선 꼭대기 커다란 소나무 아래에 자리 잡고 있다는 걸 알았어. 우리는 집이 보이는 곳 근처에 있었던 거야.”
브리스틀은 자신이 똑똑히 보았던 모습, 그러니까 커다란 소나무 아래 놓인 여동생의 꽁꽁 언 시체에 치가 떨리는 것 같았다.
“동생, 왜 우리한테 가족이 없지?”
브리스틀이 런트에게 물었다.
런트가 팍스를 향했다.
“인간 때문에. 인간이 우리 가족을 죽였거든.”
브리스틀의 황금빛 눈동자가 팍스를 도전적으로 노려보았다. (107-109p)

피터가 아침에 늘 팍스에게 인사를 건네는 것처럼 부드럽게 너구리에게 말을 붙였다. 너구리는 한 번 더 나른하게 피터를 살펴보았다. 이윽고 별 흥미가 없는지 벌러덩 드러눕더니 눈을 감아버렸다.
“사나운가요? 아니면 길들었나요?”
볼라는 모기가 와서 떠들기라도 하는 것처럼 피터의 질문을 무시해버렸다.
“난 현관문을 열어둬. 그러면 자기 마음 내킬 때 들어와. 괜찮은 친구야. 내가 먹이를 주긴 하지만 꼭 그럴 필요는 없어. 알아서 잘 먹고 있으니까. 우린 닭장과 관련해 모종의 합의를 했지. 프랑수아는 닭은 안 건드려. 그러면 난 이따금 프랑수아에게 계란 하나를 깨서 주지. 프랑수아는 말하자면 내 동료야. 그게 우리 사이를 가장 잘 설명해주는 말이야.” (123p)

저기 멀찌감치, 썩은 고기를 먹는 좀 더 낮은 서열의 동물들이 먹어치우고 남긴 고기가 있었다. 팍스는 그 썩은 고기를 쿡쿡 찔러보았다. 늪지대에 사는 쥐의 꼬리 끝에는 살점이 조금도 남아 있지 않았다. 까마귀가 먹기에도 너무 고약했다. 구더기가 기어 다니고 있었다.
팍스는 고개를 숙여 그 사체를 들여다보았다. 입을 벌렸지만, 냄새 때문에 뒤로 물러났다. 이건 음식이 아니었다.
팍스는 주춤주춤 뒤로 몇 걸음 물러나 클로버 무더기에 주둥이를 파묻고 자신의 예민한 코 주위에서 역겨운 냄새를 씻어내려 새순을 질겅질겅 씹었다. 꿀꺽 삼켰다가 머뭇거리며 먹기 시작했다. 먹는 행동은 쪼그라든 배에 위안을 주었다. 클로버를 먹어보았자 힘이 나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게 몇 번 먹고 나자, 그 생각이 다시 또렷해졌다. 소년을 찾아야 한다.
바로 그때, 풀밭 사이로 뭔가가 휙 움직이는 소리가 들렸다. 팍스의 둔한 감각이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뭔가 단단하고 묵직한 것이 팍스를 짓눌렀다.
런트가 팍스 위로 덤벼들어 멋지게 공격에 성공한 것을 좋아하며 의기양양해하고 있었다. 팍스가 몸을 흔들어 떨쳐내지 않자 런트는 팍스를 살펴보았다. 팍스가 꼼짝하지 않고 누워 있는 사이 이 작은 여우는 코를 킁킁거리며 팍스를 이리저리 핥았다. 팍스는 작은 여우를 떨쳐낼 힘조차 없었다.
“어디 아파?”
팍스는 낮게 비추는 햇빛을 받으며 눈을 감고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런트는 멈칫하더니 조금 있다가 입에 지렁이 한 마리를 물고 돌아왔다. 그러고는 팍스의 발에 지렁이를 떨어뜨렸다.
팍스는 주춤주춤 물러섰다. 하지만 전에 했던 그 생각이 다시 떠올랐다. 소년을 찾아야 한다. 먹으면 죽음을 피할 수 있다. 팍스는 지렁이를 들어 올려 깨물었다. 살아 있는 살코기의 맛은 처음이라, 구역질이 나고 속이 뒤틀렸다.
런트는 지렁이를 또 한 마리 파서 팍스 앞에 떨어뜨렸다. 이번에 팍스는 일어서서 몇 걸음 걷다가 다시 주저앉았다.
런트가 따라와서 팍스의 옆구리를 쿡 찔렀다.
“먹어.”
팍스는 있는 힘껏 기운을 끌어모았다.
“가.”
런트는 잠깐 동안 이 형 여우를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이윽고 몸을 돌려 풀밭으로 걸어갔다. 팍스는 마음이 놓여 머리를 발 위에 갖다댔다. 이제 저항할 힘도 없었다. 하지만 런트가 조금 있다가 다시 나타났다. 입에 뭔가를 물고 있었다. 런트는 자신의 선물을 떨어뜨렸다. 그러자 그게 깨졌다.
알. 그 냄새를 맡으니 어떤 기억이 또렷하게 떠올랐다. 언젠가 아주 어렸을 때, 팍스는 소년의 부엌 조리대를 돌아다니다가 동그랗고 딱딱한 하얀색 물체를 찾아냈다. 소년의 장난감이라고 생각한 팍스는 그걸 내리쳤다. 그러자 그 물건이 바닥으로 데구루루 구르다 깨지면서 맛있는 뭔가를 흘려보냈다.
팍스가 그 비밀스러운 물체의 마지막 한 방울을 핥고 있는데 피터의 아빠가 들어왔다. 그러고는 팍스를 후려 갈겼다. 그 바람에 옆구리가 찌를 듯이 아팠지만, 그 알은 그만한 가치가 있었다. 그때부터 팍스는 혼자 있을 때면 알을 좀 더 찾기 위해 부엌 조리대를 기웃거렸다. 몇 번은 운이 좋았다.
런트가 가져온 메추라기 알은 자신이 보았던 그 알보다 훨씬 작았다. 거뭇거뭇한 껍질에 마른 풀이 뒤섞여 있었다. 소년의 식구들이 먹었던 것보다 고기 냄새가 더 짙게 풍겼다. 하지만 분명했다. 알이었다.
팍스는 몸을 일으켜 세웠다. 런트는 팍스가 그 노른자를 핥아 먹을 수 있게 뒤로 물러섰다. 팍스는 풀잎에 묻은 한 방울, 한 방울까지 깨끗하게 싹싹 핥았다. 그러고 나서 고맙다는 표시를 하려고 고개를 들었다.
런트는 가고 없었다. 하지만 몇 분 뒤 다시 돌아왔다. 주둥이 안에 알 두 개를 조심스럽게 물고 있었다. 팍스는 게걸스럽게 그 알도 먹어 치웠다. 런트는 그렇게 두 번 더 돌아왔다. 팍스는 쉬지 않고 먹었다. 마침내 알 일곱 개가 쪼그라든 배를 빵빵하게 채워주자, 여우 굴 앞 모래 더미에 앉아 눈을 감았다.
런트가 여우 굴 위쪽의 옹이진 뿌리 위로 뛰어올랐다. 그러더니 몸을 한껏 끌어올렸다. 팍스가 잠을 자는 사이, 이 몹시 지친 자그마한 짐승, 런트는 망을 보았다. (128-130p)

“군대에서 나왔을 때, 난 내 자신에 대한 진실을 하나도 기억하지 못했어. 군대 훈련은 사람을 그렇게 만들지. 더 이상 개인은 없어. 그저 군대라는 기계에 딱 맞출 수 있는 부품조각일 뿐이지. 민간인이 되고 첫날을 맞이했을 때 난 어찌할 바를 몰랐어. 정말이지 어찌할 바를 몰랐지. 슈퍼마켓에 갔단다. 내가 고를 수 있는 그 모든 물건들을 뚫어지게 쳐다보았지. 식료품을 사려고 하는 내가 누구인지, 난 계속 궁금했어. 이 사람은 주린 배를 무엇으로 채워왔지? 스튜 아니면 파이? 콩 아니면 빵? 농산물 코너에서 나는 무너져 내렸단다. 왜냐하면 내 자신에 대해서 단 하나도 기억하지 못했거든.”
볼라는 침묵에 빠져들었다. 그러더니 눈을 감았다.
“무슨 일이 있었는데요?”
잠시 뒤, 피터는 이야기를 재촉했다.
“무슨 일이 일어났냐고?”
“가게에서요. 가게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데요?”
“아, 땅콩버터.”
볼라는 스토브로 몸을 돌려서 옥수수 빵을 뒤집었다.
“땅콩버터가 있었다고요?”
그녀는 허공으로 손을 던졌다.
“땅콩버터. 그게 내게 일어난 첫 번째 행운이었어. 나는 거기 슈퍼마켓 바닥에서 흐느끼고 있었어. 붉은색과 하얀색 체크무늬가 그려진 더러운 리놀륨 바닥에서. 절대 그 일을 잊지 못할 거야. 나는 내가 어떤 음식을 좋아하는지 기억할 때까지는 절대 일어나지 않으리라는 걸 알았어.” (145-146)

“아줌마가 누군가를 죽였다고요?”
“아마도 많은 사람들을 죽였을 거야. 아니, 적어도 사람들을 죽이는 데 상당한 기여를 했지. 하지만 그 남자는……. 그 남자는 내가 직접 봤어. 그 사람을 죽인 후에……. 난 그 사람의 몸을 수색해야 했어. 우리는 무기를 수색하도록 훈련받았거든,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건 무엇이든 간에 말이야.
난 무릎을 꿇었어. 난 그 사람에게 손을 대야 했어. 무기를 찾으려고……. 그 사람을 만지는데 내가 얼마나 놀랐는지 아직도 똑똑히 기억나. 난 간호병이었잖니. 하지만 그 사람이 플라스틱이라든가, 어쨌든 진짜가 아니라고 어느 정도 생각했어. 훈련받을 때 적을 그렇게 생각하라고 배웠으니까. 하지만 물론 그 사람은…… 그 사람은 따뜻했어. 밖은 추웠지. 그런데 그 사람은 온기를 내뿜고 있었어. 마치 그 사람의 목숨이 뿜어져 나오는 것처럼. 나는 그 사람한테 물어보지도 않고 그 사람 몸에 손을 대고 있었어. 나는 그 사람을 죽였어. 하지만 나를 괴롭힌 건 그 사람이 자신에게 일어난 일을 아는지 모르는지 말할 권리조 차 잃었다는 사실이야. 넌 아마도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하겠지, 그렇지?”
피터는 입이 바짝 말랐다. 뭐라 말할지 알 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 순간 갑작스레 눈빛이 친절했던 치료사가 떠올랐다. 그러 자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깨달았다.
“무척 힘들었겠어요.”
볼라는 얼굴에 갑작스레 편안한 표정을 띠고 피터를 바라보았다. 이윽고 고개를 끄덕였다.
“갑자기, 그 사람이 누군지 몹시 궁금해졌어. 그 사람이 어디에서 왔는지, 뭘 걱정하는지, 누가 그 사람을 사랑하는지. 마치 내게 무슨 말을 하고 싶어 하는 것처럼 그 사람의 입이 벌어졌는데, 그때 난 뭔가를 깨달았어. 그가 남자이든, 다른 인종이든, 혹은 다른 나라에서 자란 사람이든 간에, 우리에겐 서로 공통점이 아주 많았을지도 몰라. 중요한 건, 어떤 군대가 우리를 징집했는지 그것보다 훨씬 더 중요한 건 말야, 우린 둘이지만 둘이 아니라는 거야. 하지만 난 그 사람을 죽였어. 그래서 이제 우리가 서로 어떤 공통점을 가졌는지 절대 알지 못할 거야. 난 그 사람 몸을 뒤졌어. 무기를 찾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 사람이 누군지 실마리를 찾기 위해서 말이야.”
볼라는 입을 다물었다. 얼굴이 너무나 비탄에 빠져 있어서 피터는 시선을 돌리고 싶었다.
“그리고…….”
볼라가 책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 이거, 『신드바드의 모험』. 『아라비안나이트』 시리즈 중 하나지. 이게 그 사람 주머니에 있었어. 그 사람은 이걸 전쟁터로 가져왔어. 그러니까 이건 뭔가 분명 의미가 있었을 테지. 낡은 책, 어쩌면 어렸을 때 좋아했던 이야기였을 거야. 신드바드는 용감했어. 어쩌면 그 사람은 이 책이 자신에게 용기를 줄 거라고 생각했을지도 몰라. 아니, 어쩌면 자신이 한때 어린 소년이었다는 걸 기억하고 싶었거나, 책을 읽으면 마음이 편안해졌을지도 모르지. 어떤 페이지에 표시가 되어 있었어. 신드바드가 어떻게 록*의 보금자리에서 탈출했는지에 관한 이야기더라고. 그 이야기가 자신도 언젠가 탈출해서 집으로 돌아가리라는 믿음을 주었을지도 모르지.”
볼라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녀는 그 커다란 날개 달린 인형을 다시 벽에서 떼어냈다.
“록. 이 새는 발톱으로 코끼리도 낚아 올릴 수 있었지. 이걸 봐.”
볼라는 그 새를 다시 피터에게 가져다주고는 새의 부리가 피터를 정면으로 바라보게 놓았다.
새의 눈빛이 너무도 강렬해서 피터는 뒤로 주춤거리며 물러섰다.
“제가 이걸로 뭘 해야 하는데요?”
피터가 다시 물었다.
“이 책은 그 군인에게 아주 중요했을 거야. 그러니 전쟁터까지 가지고 왔겠지. 내가 그 군인의 삶을 없앴으니, 난 그 사람한테 빚을 진 거야. 난 그 사람에게 무척이나 의미 있는 그 이야기를 들려주어야 할 빚이 있어. 내가 이 인형을 전부 다 깎았어. 그리고 거의 20년 동안 여기 내 창고에서 록한테서 탈출하는 신드바드의 이야기를 하고 있었어.”
볼라는 피터에게 인형 조종 손잡이를 건넸다.
“그리고 지금 마침내, 난 그게 어떻게 보이는지 확인하고 싶어.”(170-173p)

팍스는 전선을 움켜잡았다. 하지만 너무 늦었다.
팍스가 전선줄을 벗겨내는 순간, 강력한 불꽃의 냄새가 땅을 타고 불어왔다. 뒤쪽 이빨에 전류가 찌릿 흘렀다. 전류는 팍스의 아랫입술을 지나 목구멍을 태우고 척추로 찌르르 흘러내렸다.
이윽고 나지막한 들판이 하늘 높이 폭발했다. 팍스는 능선으로 나가떨어졌다. 그러면서 다시 딱딱한 땅에 부딪히고 뿌리가 드러난 관목 울타리에 나뒹굴었다. 엉망이 된 세상이 잠잠해졌다. 머리가 침묵 속에서 빙글빙글 돌았다. 폭풍 같은 뜨거운 흙과 돌멩이와 나뭇가지와 잡초가 팍스에게로 비처럼 우수수 쏟아져 내리고 이윽고 모래의 장막으로 변했다. 팍스는 그 모습을 멍하니 지켜봤다.
팍스는 비틀거리며 일어나 머리가 맑아질 때까지 지친 허파로 탄내 나는 공기를 빨아들였다. 마침내 등을 꼿꼿하게 세우고 런트와 브리스틀의 냄새를 찾았다. 사방, 모든 곳을 다 찾아보았다. 하지만 코는 아무 기능도 하지 못했다. 재와 숯 때문에 감각이 마비되어 미세한 냄새를 맡을 수가 없었다. 팍스는 브리스틀과 런트를 찾아 울부짖었다. 하지만 귀에 들려오는 울림은 오직 자신의 울부짖음뿐이었다.
팍스는 덤불을 헤치고 나아가, 파편을 털어냈다. 군인들이 무리지어 군데군데 연기가 피어오르는 들판을 가로지르며 언덕을 내려갔다가 강물 속으로 뛰어들었다. 군인들이 지나가고 난 뒤, 팍스도 따라갔다. 움직일 때마다 뼛속까지 고통이 스며들었다.
두 여우를 마지막으로 보았던 곳에서, 팍스는 런트와 브리스틀을 찾아 다시 울부짖었다. 대답이 없었다. 하지만 곧 희미하기는 하지만 처음으로 자신이 짖는 소리가 들렸다. 마치 아주 멀리 떨어진 곳에서 울부짖는 것 같은 희미한 소리였다. 이윽고 바람 소리가 들려왔다. 팍스가 지나가자 말라비틀어진 잡초 줄기가 탁탁 꺾이는 소리가 들렸다. 문득 참호로 돌아가는 군인들 의 사나운 외침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나무 위에서, 살인자 같은 까마귀가 엉망이 된 세상을 향해 기분 나쁘게 까악까악 울어댔다. 팍스는 소리가 다시 들렸다.
팍스는 한 시간 동안 들판을 뛰어다니며 잃어버린 여우들을 애타게 찾았다. 어둠이 내리고 마침내 소리가 들렸다. 브리스틀의 기운 빠진 울음소리였다. 팍스는 그 목소리를 따라 강가로 갔다. 거기, 졸참나무가 갈라져 쓰러져 있는 강둑 위로 연기가 피어올랐다. 물속에 시커멓게 변해버린 나뭇가지가 나뒹굴고 있었다.
팍스는 둥그스름한 흙덩이 같은 뿌리 속에 끼여 있는 브리스틀을 찾아냈다. 브리스틀이 고개를 들었다. 눈빛에 두려움이 가득했다. 주둥이는 피로 물들어 있었다. 아름다운 몸의 털은 시커멓게 불에 그슬렸다. 팍스는 브리스틀의 얼굴에 코를 가져다 댔다. 뺨에 묻은 피는 브리스틀의 것이 아니었다.
브리스틀이 고개를 숙였다. 브리스틀 아래에 꼼짝하지 않고 몸을 웅크린 런트가 있었다.
팍스는 그 작은 여우의 가슴에 머리를 가져다댔다. 거칠고 힘겹게 심장이 뛰고 있었다. 팍스는 마음이 놓였다.
그런데 그 순간 브리스틀이 몸을 움직이는 바람에 팍스도 보고야 말았다. 런트의 뒷다리가 있어야 할 곳, 검은 털이 덮인 깔끔한 다리와 재빨리 움직이는 하얀 발이 있어야 할 곳에 피가 흥건히 고인, 갈기갈기 찢긴 붉은색 덩어리만 남아 있었다. (205-207p)

“하지만 대개는 팍스가 잘 있을 거라 생각해요. 여우는 영리해요, 진짜 영리해요. 팍스가 찬장을 전부 열 줄 알아서 우리 집 부엌으로 가는 문을 잠가야 했어요. 한번은 팍스가 내 방에 새로 갖다둔 선풍기 전깃줄을 잘근잘근 씹었어요. 아빠가 엄청 화를 냈어요. 그런데 아빠가 선풍기를 고치려다가, 그 선풍기에 합선이 있었다는 걸 발견한 거예요. 자칫 불이 날 뻔했던 거죠. 어떻게 알았는지는 모르겠지만 팍스가 알았던 것 같아요. 팍스는 나를 보호해줬어요. 그러니까 사냥을 배울 만큼 영리하지 않겠어요? 아줌마는 그 애가 살아남았을 거라고 생각 안 하죠?”
“살아남을 거야.”
볼라는 동의했다.
피터는 나뭇조각품을 다시 받아들고 여우의 얼굴을 살펴보며 말했다. “그것 말고도 뭔가 다른 게 있어요. 그건, 그러니까…… 저는 팍스가 죽으면…… 느낌으로 알 거예요.”
이어서 피터는 다른 어떤 사람에게도 하지 않았던 말을 볼라에게 털어놓았다. 자신이 이따금 팍스와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는 것을, 여우가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이따금 실제로 자신이 직접 느꼈었다는 것을. 피터는 숨죽였다. 자신의 이야기가 이상하게 들린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볼라는 웃지 않고 피터에게 행운아라고 말했다.
“‘둘이지만 둘이 아닌 걸’ 경험했구나.”
“그거 아줌마 메모판에 붙어 있는 말이잖아요. ‘둘이지만 둘이 아니다.’ 저는 그게 무슨 뜻인지 몰랐었어요.”
“불교 개념이야. 비이원성*. 그러니까, 단일성에 관한 거야. 떨어져 있는 것처럼 보이는 사물이 사실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떨어져 있는 건 없어.”
볼라는 여우 조각을 다시 들어 올렸다.
“이건 그냥 나뭇조각이 아니야. 나무는 또한 구름이기도 해. 구름은 나무를 촉촉하게 해주는 비를 가져오지. 새가 나무 안에 둥지를 틀고, 다람쥐는 그 열매를 먹어. 나무는 또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가 나한테 먹여주셨던 음식이기도 하지. 내가 이 나무를 자를 만큼 날 튼튼하게 해주었어. 그리고 나무는 내가 사용하는 도끼 속의 쇠붙이가 되기도 해. 그리고 이게 네가 여우를 아는 방식이야. 그래서 어제 너도 모르게 이 여우를 깎았지. 그리고 네 자식들한테 이걸 줄 때 들려줄 이야기가 되겠지. 전 부 따로 떨어져 있지만 또한 연결된 하나라는 거야. 떨어질 수 없는 하나. 알겠니?”
“둘이지만 둘이 아니다. 떨어질 수 없다. 그러니까…… 며칠 전 밤에 저는 팍스가 음식을 먹었다고 확신했어요. 그걸 느꼈어요. 어젯밤에는 달을 보았어요. 그리고 팍스도 바로 그때 달을 보고 있을 거란 걸 알았어요. 팍스가 살아 있다고 제가 느낀다면, 그러면 팍스가 살아 있겠죠?”
(208-211p)

구매가격 : 12,000 원

미완의 개혁가, 마르틴 루터

도서정보 : 박흥식 / 21세기북스 / 2017년 10월 17일 / EPUB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타락한 세상의 구원자인가 실패한 혁명가인가!”

2017년 종교개혁 500주년!
우리는 왜 그리고 어떻게
마르틴 루터와 종교개혁을 기억해야 하는가?





◎ 도서 소개

서울대 서양사학과 박흥식 교수,
종교의 영역을 넘어선 통합적 시각으로 루터의 개혁을 재평가하다!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아 전 유럽을 개혁의 열기로 들썩이게 한 주인공, 마르틴 루터를 재평가한 도서 『미완의 개혁가, 마르틴 루터』(21세기북스)가 출간되었다. 서울대 서양사학과에서 ‘서양 중세사’ ‘기독교와 유럽문명’ 등의 강의를 해왔으며, 종교개혁기 교회와 사회에 대해 연구하고 있는 박흥식 교수가 집필한 첫 대중서인 이 책은 역사학자의 균형 잡힌 시각과 종교의 영역을 넘어선 통합적 해석으로 종교개혁의 의미를 되짚는다.
500주년을 기념하는 도서들이 쏟아지는 가운데 이 책의 차별성은 종교개혁과 루터의 업적만을 칭송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저자는 루터의 개혁이 완성작이 아닌 이유를 짚어내고 우리 시대의 관점에서 성찰하고 보완하여 개혁의 정신을 계승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러기 위해 루터가 이뤄낸 빛나는 업적뿐만 아니라 교회의 분열, 농민전쟁과 반유대주의 등 그의 잘못과 한계까지 균형 있게 다루고 있다. 루터와 개혁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바탕으로 종교개혁이 단순한 신학적 발견이 아닌 오늘날 우리가 사는 세상을 결정지은 사건이자 인류에게 커다란 과제를 남긴 사건임을 깨닫게 될 것이다.




◎ 출판사 서평

“루터와 종교개혁은 우리 사회를 비춰 보는 거울이다.”
500년 전 루터가 21세기 대한민국에 던지는 메시지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아 종교개혁사상의 발상지인 독일을 비롯한 전 유럽이 떠들썩하다. 국내에서도 서울 강남의 한 도로명을 종교개혁자 존 칼빈의 이름을 딴 ‘칼빈로’로 바꾸려는 시도가 있었고, 고가의 기념메달이 발매되어 논란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과연 이런 움직임들이 개혁 500주년을 기념하는 것일까? 『미완의 개혁가, 마르틴 루터』는 종교개혁이 거대한 운동으로 발전하기까지 루터의 업적을 대표하는 사건들과 개혁을 가능케 한 시대적 요건, 나아가 루터의 성공과 실패를 종합적으로 다루는 책이다. 저자인 서울대 박흥식 교수는 “루터와 종교개혁은 21세기 한국 사회를 비춰 보는 거울”이라고 말한다. 역사적인 시점을 맞아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화려한 기념행사가 아닌, 당대의 시대적 맥락에서 루터의 개혁을 통합적으로 이해하고 그가 남긴 빛과 그림자를 정확히 파악하여 오늘날 우리 사회를 돌아보는 거울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1517년 10월 31일, 독일 작은 도시의 젊은 수도사였던 루터는 교회의 면벌부 판매 관행을 비판하는 95개조 논제를 발표했다. 이 사건은 종교개혁이라는 인류 역사상 가장 거대한 변혁을 촉발시켰다. 종교개혁은 유럽의 중세에 마침표를 찍고 근대의 문을 연 열쇠가 된 사건으로, 종교사의 관점에서만 유의미한 사건이 아닌 오늘날 우리가 사는 세계를 결정지은 개혁이다. 루터는 교황과 황제에 맞서 저항했으며, 민중의 언어로 성경을 번역하는 등 종교개혁사상을 전파하는 데 자신의 온 삶을 바쳤다. 하지만 이런 이유로 종교개혁과 루터에 대한 평가가 동일시ž신성시되거나, 교회사가들의 제한된 관심 때문에 루터의 성취에만 도취되어 그에 대한 역사적 평가가 온전히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현실이다.
저자는 루터를 일컬어 “헌신적인 개혁가였지만 완벽한 영웅은 아니었다”고 말한다. 이 책의 목표는 성공신화 속에 갇힌 루터를 현실의 경계로 끌어올리는 것이다. 수많은 업적에도 불구하고 루터는 결정적으로 시대정신에 소홀했으며, 공동체가 중심이 되는 종교개혁을 배반하여 자신에게 주어진 개혁의 과제를 끝내 완수하지 못했다. 이렇듯 루터가 당면했지만 해결하지 못한 과제를 추적하고, 그것을 통해 우리 사회를 돌아보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내다보는 책이다.

종교개혁의 시작과 전개부터 루터의 개혁이 드리운 그늘까지,
루터는 무엇을 이루고 무엇을 남겼는가
루터와 종교개혁에 관한 자료의 홍수 속에서 지금 우리에게 절실한 것은 루터에 대한 더 많은 지식이 아닌 그를 바라보는 균형 잡힌 시각이다. 종교개혁은 신학적인 발견만으로 설명될 수 없는 사건이다. 『미완의 개혁가, 마르틴 루터』는 다른 개혁가들과 달리 루터만이 전 유럽을 뒤흔들 수 있었던 원인이 무엇인지 포괄적인 역사적 접근으로 평가한다.
1부 ‘종교개혁의 발단과 루터의 투쟁’에서는 루터가 95개조 논제를 발표하면서 예기치 않게 종교개혁이 시작되어 거대한 운동으로 발전한 국면을 다룬다. 루터의 역할뿐만 아니라 인문주의자들, 도시민들 그리고 작센 선제후의 대응과 참여를 주목해서 살피고 있다.
2부 ‘개혁사상과 시대적 저항’에서는 루터 개혁의 절정이라고 할 수 있는 1520년대 전반, 그의 업적을 대표하는 주제들과 그것을 가능케 한 시대적 요건을 살펴본다. 루터의 종교개혁사상, 보름스 제국의회에서의 신앙고백, 독일어 번역 성경의 탄생과 파장 그리고 개혁 사상을 확산시키는 데 기여한 새로운 매체들의 활약을 통해 시대적 저항의 증거들을 확인할 수 있다.
3부 ‘위기와 돌파 그리고 루터의 유산’에서는 루터가 위기를 맞이하고 돌파하는 과정을 다룬다. 종교개혁의 발전 과정에서 어떤 위기가 왜 발생했는지, 위기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루터의 선택과 판단이 장기적으로 어떤 결과를 낳았는지 짚어보며 종교개혁 후반부의 변화를 추적한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앞서 살펴본 종교개혁의 정신과 본질, 그것을 지키지 못한 루터의 실패를 바탕으로 오늘날의 교회 공동체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자문한다. 사회 구성원의 고통에 공감하고 성경을 기반으로 당대를 해석하고 높은 차원의 소통과 정치 능력을 키울 때 우리 사회는 새로운 개혁의 기회를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종교 갈등이 첨예해지고 다종교 문화가 일상화된 현대 사회에서, 루터에게서 오늘날 문제의 원인을 찾아야 할 부분은 무엇인지 그리고 루터가 어떤 반면교사가 될 수 있는지를 짚어낸다.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루터와 종교개혁을 올바르게 이해하는 데서 나아가 오늘날의 우리가 루터의 개혁을 이어나가야 할 지점들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 본문 중에서

루터의 종교개혁 500주년이라는 역사적인 시점을 맞아 우리에게 진정 필요한 일은 무엇일까? 루터에 대한 지식을 더 많이 갖추어 그것으로 현재 교회의 문제를 해결하려 드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 또 그의 긍정적인 모습만 선별적으로 기억해 자부심을 갖도록 조장하는 것도 일종의 역사왜곡이다. 루터를 당대의 시대적 맥락에서 균형 있게 이해하고, 그의 성취와 한계, 빛과 그림자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루터를 비롯한 종교개혁가들의 과오를 성찰하고 나아가 극복할 수 있을 때 위기에 처한 한국 교회가 새롭게 도약할 계기도 주어지리라고 생각한다. (22쪽)

의도하지 않게 바르트부르크에 은신하게 된 루터는 그곳에서 종교개혁의 정신을 구현하는 위대한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그는 신자들이 성경을 직접 읽을 수 있도록 그들의 일상어로 옮김으로써 성경 해석의 독점권을 아래로부터 무너뜨리는 ‘종교혁명’을 가능케 했다. 루터는 독일어로는 성경의 의미를 제대로 표현할 수 없다는 편견을 깨뜨리고 독일어의 고유한 언어적 특징을 잘 살린 우수한 번역을 완성하여 제화공이나 여성들도 성경에 대해 토론하는 문화의 기반을 닦았다. (120쪽)

농민전쟁은 루터의 한계를 적나라하게 노출시켰다. 루터는 결코 농민들의 봉기를 부추길 의도가 없었지만 그들은 루터가 불의에 대한 저항을 지지한다고 오해했다. 루터는 세속 정부에 대한 반란은 합법적인 권위를 파괴하는 행위라며 명백한 불의에 대해서조차 인내해야 한다고 했다. 종교개혁은 본질상 사회 변혁적 속성을 내포하고 있었으나, 루터는 제후나 귀족이 권력을 남용해 농민들을 피폐하게 만드는 현실에 대해서 무관심했다. 그는 종교개혁이 사회적·정치적 성격으로 발전하는 것을 철저히 차단하려 했다. 농민전쟁을 계기로 농민과 수공업자들은 개혁운동으로부터 소원해졌고, 종교개혁의 대중운동의 발전 가능성도 제한되었다. (170쪽)

공평과 정의의 관점에서 볼 때, 현실에서 고통받고 있던 사회적 약자들에 대해 눈을 감고, 다수의 농민들을 희생시켜 얻은 성취를 과연 성공이라고 평가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루터는 대다수의 농민을 배제한 채 제후들의 아량에 기대 가시적인 성과를 얻으려 노력했다. 그 결과에 후대에게 권위주의적 유산을 물려주었다. 루터의 선택과 돌파는 이른바 ‘성공의 실패’의 대표적인 사례로 판단해야 하는 것이 아닌지 반문하게 된다. (185쪽)

루터는 사실상 본인이 옳다고 믿는 방향으로 종교개혁을 인도했다. 그리고 그것은 종교개혁에 대한 하나의 견해였을 따름이지, 종교개혁이 나아가야 할 유일한 길이 아니었다. 루터는 본래 성공을 염두에 두고 개혁을 시작했거나 교회에 저항한 것이 아니었다. 그렇지만 점차 현실적 조건과 상황을 염두에 두고 성과에 집착하는 경향을 보임으로써 초심을 상실하고 길을 잃었다. 결국 루터의 개혁은 가시적인 성과가 있었지만 미완으로 끝났다. 그는 복음과 시대정신에 더욱 투철해야만 했다. (243쪽)

오늘날 교회가 쇠락하고 역동성을 상실한 이유는 ‘그들’만을 위한 모임으로 변질되었기 때문이다. 복음의 시각에서 볼 때 존재 의의를 상실했다고 할 수 있다. 한국교회는 다시 세상과 이웃을 위한 종교로 거듭나야 한다. 루터는 우리 스스로를 돌아보는 거울이다. 그는 최선을 다한 개혁가였지만, 모든 면에서 완벽한 전범은 아니다. 한국의 개신교회는 루터가 유산으로 남겨준 빛과 그림자를 잘 분별하고, 새로이 미완의 종교개혁을 이어가야 한다. (248쪽)

구매가격 : 14,400 원

한나 아렌트 인간의 조건을 읽는 시간

도서정보 : 나카마사 마사키 / arte / 2017년 11월 23일 / EPUB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노동하는 동물’이 되어 버린 인간과
그들이 잃어버린 세계에 관한 가장 통렬하고 아름다운 성찰
『인간의 조건』을 읽다

|Bookmeter.com|



“나카마사 마사키의 책을 찾아 읽게 된 계기. 이 책을 전후로 철학서를 읽는 방법이 바뀌었다.”

“입문서이지만 ‘정독’하기에 최적의 책. 독일어 판본까지 살피며 『인간의 조건』을 쉽게 풀어 썼다.”

“대학 시절 친절한 선생님의 수업을 듣는 것 같은 상세한 설명. 아렌트 생각의 윤곽이 드러난다.”







◎ 도서 소개

저녁 무렵 함께 읽어 내려간 『인간의 조건』
아렌트 사유의 정수를 한 줄씩 풀어 쓴,
원전에 가장 가까운 해설서
한나 아렌트 정치사상을 이해하는 출발점, 『인간의 조건』은 정치철학의 틀을 뛰어넘어 사회학, 법학, 역사학 등 여러 학문 분야에 영감을 불어넣었고, 그 속에 담긴 아렌트의 사유와 ‘세계 사랑’의 정신은 수많은 문필가들에 의해 지금까지도 끊임없이 변주되고 있다.
나카마사 마사키는 고전의 반열에 오른 이 역작을 가장 정중한 방법으로 독해한다. 아렌트가 의도한 사소한 말장난부터 참조한 문헌에 대한 상세한 해설까지, 영어와 독일어, 일본어 판본을 비교하며 읽는 가운데 독자들은 문장 사이사이에서 되살아나는 사상가의 숨결을 느낄 수 있다. 노동, 작업, 활동, 그리고 세계 소외와 자유의 문제를 다룬 가장 힘찬 밑그림, 이제 『인간의 조건』을 펼칠 시간이다.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활동이란 무엇인가?
지금, 『인간의 조건』을 읽어야 하는 이유
한나 아렌트의 대표작으로 주로 거론되는 것은 『전체주의의 기원』과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으로, 각각 정치사가로서, 그리고 저널리스트로서 아렌트의 면모를 세상에 드러낸 작품이다. 두 저서 사이에 출간된 『인간의 조건』은 아렌트 개인의 학문적 경력뿐 아니라 정치사상사 면에서 중요하게 다루어짐에도 두 책에 비해 대중적인 조명을 덜 받은 것이 사실이다. 아렌트가 왜 20세기 대표적인 정치철학자로 손꼽히는지, 아렌트의 정치 이론이 어떠한 전통과 사유의 자장 안에서 꽃피었는지, 그리고 아렌트 사상을 꿰뚫는 ‘정치적인 것’에 대한 강조가 어떤 함의를 갖는지 알고 싶다면 가장 먼저 참조해야 할 책이 『인간의 조건』이다. 무엇보다 2차 세계대전이라는 격동의 시대를 살아 냈으며, 현대사회가 가장 짙은 그림자를 드리울 때 가장 아름다운 사유를 펼쳤던 사상가로서 아렌트를 제대로 이해하고자 한다면 『인간의 조건』은 꼭 짚고 넘어가야 할 텍스트다.
이 역작을 여섯 차례로 나눠 함께 읽어 내려간 결과를 책으로 엮었다. 직장인, 연구자 할 것 없이 인문적 교양에 목마른 일반인들이 5개월에 걸친 강독 수업을 함께 했다. 이 수업을 이끈 나카마사 마사키는 아렌트의 『어두운 시대의 사람들』, 『칸트 정치철학 강의』를 일본 독자들에게 번역, 소개한 아렌트 권위자이다. 『인간의 조건』 1장을 함께 읽은 후 청중과 나눈 질의응답 시간에서 밝혔듯, 나카마사 마사키는 『인간의 조건』을 독일의 철학적 전통 안에 자리 잡은 ‘교양주의humanitas’의 문맥 안에서 읽는다. 『인간의 조건』을 둘러싼 정치적 선입견을 걷어 내면서 동시에 학술적인 도그마에 갇히지 않으려는 시도이다. 『인간의 조건』은 좌-우파 이데올로기가 가장 첨예하게 대립하던 시기에 출간되었고, 일찍이 저작의 중요성을 알아본 이들에 의해 아렌트는 ‘권력에 맞선 투사’이면서 동시에 ‘반공 투사’가 되어야 했다. 나카마사 마사키는 불가피하게 감내해야 했던 시대적 오해에서 『인간의 조건』을 구출해, 말 그대로 “허심탄회하게 읽으려” 한다. 그의 균형 잡힌 해설 속에서 우리는 현대사회의 소외 문제에 천착하면서 인간을 가장 ‘인간답게’ 만드는 본질을 궁구하려 한 한 사상가의 노고를 마주하게 된다.

『인간의 조건』은 두 번 쓰였다
아렌트를 가장 ‘아렌트답게’ 읽는 법
한편으로 『인간의 조건』은 아렌트의 저작 가운데에서도 난해하기로 손꼽히는 책이다. 그리스어와 라틴어에서부터 출발하는 어원학적 고찰과 사이사이 뿌려 놓은 문학적 수사들은 저자의 의도를 파악하려는 독자들을 번번이 좌절시킨다. 나카마사 마사키는 그 이유를 아렌트의 독일적 사고, 정확히는 독일의 철학적 ‘교양’에 뿌리를 둔 아렌트의 사유 습관에서 찾는다. 아렌트가 영어로 The Human Condition(1958)을 쓰고, 2년 뒤 독일어판 Vita Activa(1960)를 썼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독일어판이 분량도 많고 언어에도 리듬감이 있지만, 일본이나 국내 독자들에게 알려진 것은 영어 판본이다.
나카마사 마사키는 집필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생겨난 두 언어 사이의 긴장감을 오히려 『인간의 조건』을 더 철저하게 이해하기 위한 해석의 도구로 삼는다. 이를테면 지금은 익숙해졌지만 아렌트가 제시한 ‘노동labor’과 ‘작업work’의 구분은 처음에 영어권 독자들을 혼란에 빠뜨렸다. 이를 독일어 ‘Arbeit’와 ‘Herstellen’에 대응시키면 별 차이 없는 두 단어를 전혀 다른 뜻으로 개념화한 아렌트의 의도가 선명하게 드러난다. 이처럼 독일어판을 경유해 읽으면 『인간의 조건』은 더 풍부한 텍스트가 된다. 나카마사 마사키는 ‘인간의 조건’이라는 표제의 뜻을 풀이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 노동, 작업, 활동, 세계와 세계 소외, 사회적인 것과 정치적인 것, 사적인 것과 공적인 것 등 아렌트의 핵심 개념들을 그것의 어원뿐 아니라 영어, 독일어, 일본식 번역어를 빠짐없이 비교해 설명함으로써 아렌트를 가장 ‘아렌트답게’ 읽어 내려간다. 그 과정에서 아렌트가 곳곳에 숨겨 놓은 언어적 수수께끼를 푸는 재미는 덤이다.

엄격한 분석과 폭넓은 해석으로 드러나는
아렌트 사유의 독창적인 면모
아렌트는 ‘노동하는 동물’의 승리로 끝이 나 버린 근대사회를 비판하려는 의도로 『인간의 조건』을 집필했다. ‘정치적인 것’이 ‘사회적인 것’으로 대체되고, ‘공적인 것’에 대해 ‘사적인 것’이 우위를 점하고, 활동을 정점으로 한 전통적 위계가 노동 중심으로 전도되면서 인간은 인간을 가장 인간답게 하는 조건, 즉 세계를 만들고 유지하는 능력을 잃게 되었다는 통찰이다. 문명 비판론으로까지 읽히는 이 대담한 주장을 밀고 나가는 과정에서 아렌트는 아리스토텔레스, 세네카, 마키아벨리, 갈릴레이, 데카르트, 루소, 로크, 베버, 그리고 마르크스까지 서양 철학사에 굵직한 족적을 남긴 이들의 텍스트를 의욕적으로 끌어온다.
나카마사 마사키는 수많은 인용문 속에서 독자들이 길을 잃지 않도록, 각각의 논평이 『인간의 조건』이라는 위대한 프로젝트에서 어떠한 의미와 위치를 점하는지 친절하게 표지판을 달아 준다. 그 과정에서 독자들은 “작은 규모의 마르크스 연구”에서 출발한 이 저작이 어떻게 ‘인간의 조건’이라는 표제를 달게 되었는지, 갈릴레이의 망원경과 스푸트니크 위성과 인간이 경험하게 된 세계 소외가 대체 무슨 관계가 있는지, 아리스토텔레스의 ‘zōon politikon(정치적 동물)’을 ‘animal socialis(사회적 동물)’로 옮긴 세네카의 오역이 갖는 상징성은 무엇이며 데카르트적 자아가 어떻게 인간의 능력을 축소시키고 세계를 무너뜨리는 데 기여했는지를 이해할 수 있다.
무엇보다 나카마사 마사키의 노력이 진정 빛을 발하는 부분은 아렌트의 사유가 빚지고 있는 철학적 전통뿐 아니라 아렌트의 사유에 영향을 받은 현대 철학의 새로운 전통으로까지 『인간의 조건』의 해석을 확장하고 있는 대목이다. 특히 하이데거에서 아도르노로 (매끈하진 않지만) 이어지는 독일 철학 전통에서 아렌트가 누구와 어떻게 대화하는지, 자유주의와 공동체주의 사이의 철학적 논쟁으로 특징지을 수 있는 현대 영미 철학에서 아렌트의 사유가 어떠한 시사점을 갖는지, 샌델의 ‘공통선’이 아렌트와 아리스토텔레스의 전통을 공유하면서도 결국 엇갈리는 주장으로 귀결된 이유는 무엇인지 등이 『인간의 조건』에 대한 한 편의 긴 주석 중간중간 부록처럼 소개되고 있다. 『인간의 조건』을 중심으로 과거와 당대, 그리고 현재의 사유들이 각축을 벌이는 가운데 아렌트 사유의 독창적인 면모가 드러난다.

일반인을 위한 고전 강독
lecture+text 시리즈를 펴내며
《한나 아렌트 『인간의 조건』을 읽는 시간》은 아르테가 소개하는 일반인을 위한 고전 강독 시리즈, ‘lecture+text’의 첫 번째 책이다. 시리즈 로고의 타이포가 갖는 의미 그대로, 원전original text과 원전에 대한 해설lecture을 책 한 권에 담았다. 독자들에게 스스로 고전을 읽을 수 있는 힘을 불어넣고 그 방법을 안내하려는 의도로 기획된 이 시리즈는 ‘해석’보다는 ‘해설’에 무게중심을 두고, 사상가들의 복잡한 사유의 결을 훼손하지 않는 가운데 고전을 더 깊고 풍요롭게 읽을 수 있는 기회를 선사해 줄 것이다. 기획 의도를 반영해 본문 꾸밈새는 원전을 풍부하게 인용하면서 해설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구성했고, 꼭 짚고 넘어가야 할 핵심 개념과 설명은 해설 사이사이 도해처럼 수록했다. 입말을 살린 문장과 말미에 실은 청중과 강연자의 질의응답은 강의 현장의 생생함을 느낄 수 있게 해 준다.


◎ 책 속에서

“『인간의 조건』을 읽는 제 관점은 확실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확실하게 정하지 않고 될수록 허심탄회하게 읽으려고 합니다. …… 오늘의 강의처럼 아렌트의 텍스트를 자세하게 들여다보면서 그녀의 논의에 배경을 이루는 철학적이고 교양주의적인 문맥을 찬찬히 살펴보고 싶습니다. 물론 그러려면 불가피하게 저 자신의 선입견이 작용하겠지만, 일방적인 견강부회, 단정하기만은 피하고자 합니다.”

“앞으로 살펴보겠지만 아렌트는 ‘노동’에 대해서 마르크스주의와 대립하는 견해를 제시하는 반면, 마르크스가 전개한 소외론의 논의와 문제의식에는 꽤 공감을 표합니다. 아렌트는 인간 본래의 모습에 비추어 소외에 대해 깊이 사유했습니다.”

“우리는 ‘정치’를 ‘지배/피지배’의 관계로 파악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아렌트가 상정한 ‘정치’의 원형, 즉 폴리스의 정치에는 그런 관계는 없고 ‘공적 영역’에 등장해 ‘활동’하는 자유롭고 평등한 사람들만 있을 뿐입니다. 반대로 생명 유지를 위한 ‘필연성’으로 인해 지배/피지배 관계에 있는 ‘집’의 영역은 불평등의 영역입니다.”

“아렌트는 고대 그리스와 로마의 ‘사생활privacy’에는 그런 긍정적인 의미가 없었고, 오히려 결여를 나타내는 부정적인 의미가 있었다는 것을 어원을 통해 고찰합니다. (…) 한마디로 ‘privacy’는 결여한 상태였습니다. 무엇을 결여했느냐 하면, 공적 성격을 결여하고 있었습니다.”

“「제3장 노동」은 (…) 마르크스의 ‘노동’ 개념 비판이 주제입니다. 아렌트는 그것을 정면에서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고대 폴리스의 ‘노동’을 규정하는 것에서 시작해 그것이 어떻게 변질되었고, 어떤 문제를 일으켰는지 더듬어 갑니다.”

“근대인이 부를 획득하려는 욕구의 본질은 ‘사물’에 대한 집착이 아니라 자기를 재생산하려는 ‘생명life’에 있다는 것이 아렌트의 분석입니다. 자기 증식하는 ‘생명’이 사물에 내구성을 부여하고 시민에게 아이덴티티를 부여함으로써 서사를 계속 이야기할 수 있는 ‘공통 세계’를 짓밟아 부서뜨리고 있는 것입니다.”

“대량 소비사회에서는 상품으로 산 물건을 금방 소비해 버리고 새로운 물건을 구입하는 것을 미덕이라고 칭찬했습니다. (…) 그렇게 되면 내구성을 갖고 존재하는 ‘사물’들로 이루어진 ‘공통 세계’ 안에서 다른 시민과 리얼리티 감각을 공유하는 것이 불가능해집니다. 그뿐 아니라 (…) 우리가 지속적으로 발판으로 삼을 수 있는 ‘세계’는 이미 찾아볼 수 없어집니다.”

“아렌트는 ‘자본주의’를 비판하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인간의 생물학적 삶에만 관심을 두고, 그것을 중심으로 사회가 움직이기에 이른 까닭은 무엇이냐를 묻고 있는 것입니다. (…) 아렌트는 ‘자본주의’가 아니라 자본주의의 배경을 이루는 작업과 노동의 균형 변화를 문제 삼고 있습니다.”

“‘인간’은 스스로 자신이 아무개라고 자신의 독특함을 현전하는 타자들을 향해 두드러지게 내보임으로써 새로운 것을 산출할 수 있습니다. 그것이 ‘자유의 원리principle of freedom’입니다. 아렌트가 보기에 각 ‘인간’을 둘러싼 ‘시작’은 ‘자유’를 함의합니다.”

“아렌트는 ‘권력’과 ‘폭력violence’을 구별합니다. ‘폭력’이 물질적이고 그것을 위한 도구를 저장할 수 있는 반면, ‘권력’은 ‘언어’와 결부되어 ‘출현의 공간’을 지키는 성격을 지니고 있습니다.”

“정치에서는 타자에게 보이고 들리는 것이야말로 중요합니다.”

“근대에 들어와 (…) ‘생명 과정-노동’이 인간의 생활 전체를 지배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여기에서 ‘생명’과 결부된 ‘활동적 생활’이라고 불리는 것은 “‘노동하는 동물’의 승리”입니다. 근대인은 내세를 잃어버린 대가로 ‘세계’를 획득한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의 내면에 되던져졌을 따름이라고 서술한 것입니다. 내부 지향적인 내성을 통해 찾아낸 것은 무언가 고상한 것이 아니라 ‘생명’ 그 자체입니다.”

구매가격 : 19,200 원

만화 그리스 로마 신화 2권

도서정보 : 박시연, 이선영 / 아울북 / 2017년 11월 21일 / PDF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마법천자문을 잇는 아울북의 야심작
2017년 9월, 새로운 ‘신화’가 시작된다!





◎ 출판사 서평

초등 인문학, 그리스 로마 신화로 시작하세요!
신들의 왕 제우스, 올림포스 십이 신과 영웅 등이 펼치는 흥미진진한 대모험!



“그리스 로마 신화는 여러 시대를 거쳐 오늘날까지 이어져 온 인류의 위대한 정신이자 지식의 창고, 상상력의 원천입니다. 우리가 세대를 뛰어넘어 그리스 로마 신화를 읽어야 하는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지요.”

- 서울대학교 인문학연구원 HK연구 교수 김헌



“그리스 로마 신화 신들의 이름이 낯설고 너무 많아서 헷갈리는데 아울북 〈만화로 읽는 어린이 인문학, 그리스 로마 신화〉는 외모의 특징을 잘 살린 만화 캐릭터로 이해하기 쉬웠어요.”

- 인천정각초등학교 교사 김찬원



“아울북 〈만화로 읽는 어린이 인문학, 그리스 로마 신화〉 속 ‘신화 TALK’ 코너는 신화의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내용을 아이들에게 어떻게 전달하고 지도해야 할지 도움을 줍니다. “

- 인천부평남초등학교 교사 문새롬



〈만화로 읽는 어린이 인문학, 그리스 로마 신화〉는 그리스 로마 신화의 이야기를 재미있는 만화로 풀어내고 신화 속 지식을 쉽게 구성한 책입니다. 그리스 로마 신화는 서양의 문화를 이해하는 원천이고, 신과 영웅들의 다양한 모습을 통해 삶의 지혜를 배울 수 있는 인류 최고의 고전입니다. 또한 수천 년 동안 무한히 펼쳐진 상상력의 세계를 담고 있기도 합니다. 이처럼 중요한 고전이지만 신화를 읽는 어린이들은 복잡하고 어렵게 느껴져 읽기 쉽지 않았습니다.
〈만화로 읽는 어린이 인문학, 그리스 로마 신화〉는 신들의 왕 제우스를 중심으로 올림포스 십이 신들이 어떻게 이 세계를 이끌었는지를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재미난 이야기 형식으로 꾸몄습니다. 신화에 대한 쉽고 재미난 해석으로 어린이들이 신화에 친근감을 느끼고, 신화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게 큰 도움을 줍니다.

*개성 강한 캐릭터와 역동적인 스토리로 쉽고 재미있습니다.
각양각색의 캐릭터들이 이끄는 매력적인 스토리텔링이 아이들의 눈을 먼저 사로잡습니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구성된 신화 이야기를 만나다 보면 어렵게만 느껴졌던 그리스 로마 신화가 머릿속에 쏙쏙 들어오며 재미있게 읽을 수 있습니다.

*열 가지 테마의 교양 페이지로 신화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 주었습니다.
만화를 통해 신화에 흥미를 가졌다면, 만화 속 또 다른 책인 ‘똑똑해지는 신화 여행’을 통해 인문학적 지식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꼭 알아야 할 지식들, 만화에서 깊이 있게 다루지 못한 지식들까지 알차게 다루었습니다. 갖가지 지식과 지혜가 담겨 있어서 어린이 인문 교양서로도 손색이 없습니다.

*신화 전문가 서울대학교 김헌 교수의 감수를 거친 검증 받은 콘텐츠입니다.
신화 관련 명화, 유물 등을 참고하고 고증을 거쳐 만화를 구성했습니다. 또 그리스 신화 전문가인 서울대학교 김헌 교수가 자문으로 참여해 수준 높은 내용을 선보입니다.

*궁금한 지식을 해결하고, 깊이 생각해 볼 수 있는 진정한 학습만화입니다.
‘신화 TALK’ 코너에서는 김헌 교수가 직접 신화에 대해 궁금한 점을 되짚어 줍니다. 신화를 어떻게 읽혀야 할지 고민스러운 부모님과 선생님들이 신화 속 의미를 먼저 이해하고 아이들과 함께 생각해 볼 수 있도록 구성했습니다.

*신화를 재미있게 익힐 수 있는 신화 캐릭터 카드가 들어있습니다.
캐릭터가 가진 특징을 살펴보며 신화 속 여러 신들을 쉽게 익힐 수 있고 카드를 활용해 다양한 놀이도 할 수 있습니다. 이 과정을 통해 아이들은 신화를 한층 친밀하게 느낄 것입니다.




◎ 2권 줄거리

티탄과의 전쟁에서 승리한 제우스는 신들의 왕이 된다. 제우스는 자신이 왕이 되는 데 큰 도움을 준 지혜로운 메티스를 사랑하게 되고, 행복한 나날을 보낸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가이아는 티탄을 풀어달라는 부탁을 제우스가 거절하자 제우스한테 끔찍한 저주를 내린다. 메티스가 낳은 딸은 제우스 못지않은 힘과 능력을 갖출 것이고, 아들은 제우스를 넘어서서, 아버지를 몰아내고 왕좌를 차지하게 될 거라고 말이다.
결국 제우스는 되풀이되는 저주에 두려워하고, 이런 제우스를 지켜보던 메티스는 제우스를 위해 이별을 선택한다.
한편 포세이돈과 하데스는 제우스를 왕으로 인정하지 않으려 제우스는 세상을 셋으로 나누어 누가 어디를 다스릴지 제비뽑기를 통해 정하기로 한다. 제비뽑기 결과에도 포세이돈과 하데스는 호시탐탐 왕좌를 노리는데∙∙∙.
제우스한테 불어닥친 또 다른 위기! 과연 제우스는 이 위기를 잘 이겨낼 수 있을까?

구매가격 : 9,600 원

교열걸 2

도서정보 : 미야기 아야코 / arte / 2017년 11월 14일 / EPUB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그쪽 교열부에 기개가 대단한 아가씨가 있어”
국내 채널J 인기리 방영, 일본 드라마 최고 화제작
〈수수하지만 굉장해! 교열걸 고노 에쓰코〉 원작 소설





◎ 도서 소개

일본 NTV 인기 드라마 〈수수하지만 굉장해! 교열걸 고노 에쓰코〉 원작 소설
출판사를 무대로 한 파란만장 직장 엔터테인먼트!

일본 NTV 드라마 〈수수하지만 굉장해! 교열걸 고노 에쓰코〉의 원작 소설 『교열걸』1~3 시리즈가 출간된다. 이시하라 하토미가 주연을 맡았던 드라마는 2016년 일본 드라마 순위 6위에 랭크된 작품으로, 한 번도 두 자릿수 아래로 내려가지 않고 평균 12%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을 뿐 아니라 팬들의 성원에 힘입어 2017년 9월 스페셜 드라마 〈수수하지만 굉장해 DX교열걸 고노 에쓰코〉를 방송했다. 한국 채널J에서도 방영되어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일본 드라마 마니아들에게 꾸준히 회자되고 있다. 『교열걸』시리즈는 패션 잡지 에디터가 되기를 꿈꿔온 스물다섯 살 여자 ‘고노 에쓰코’가 원하던 출판사의 전혀 다른 부서에 취직하면서 벌어지는 직장 생활을 담았다.

“신입 2년차, 이 길이 맞는지는 몰라도,
매일매일 하다 보면 뭐라도 되겠지!”
스물다섯 살, 반쪽짜리 어른이 된 신입사원 성장통

종합출판사 경범사의 20대 사원들은 저마다 지금의 자리와 오랜 꿈을 비교해보며 제2의 사춘기에 접어든다. 독자 모델 출신으로 예쁘고 프로페셔널해서 인기가 많은 패션 잡지 편집자 모리오, 외모를 꾸밀 줄 모르고 철 팬티를 입을 것 같다고 해서 별명이 ‘철팬’인 문학 편집자 후지이와, 편집자가 되고 싶었지만 동성애자라는 정체성 때문에 원고 뒤에서 일하는 교열자를 선택한 요네오카, 무명작가들을 데뷔시키겠다는 꿈을 안고 입사했는데 어느새 과로에 찌든 사축이 되어버린 가이즈카까지……. 어디로 이어지는지 모를 불투명한 레일을 따라 분투하는 청춘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하고 싶은 일과 할 수 있는 일 사이, 누구나 이런 고민을 했었다
'진짜 내 자리‘를 찾아 헤매는 20대 사회초년생 이야기!

『교열걸2』는 에쓰코를 둘러싼 경범사의 등장인물들이 각 시점에서 서술하는 단편 여섯 개로 이루어진 스핀오프다. 패션 잡지 편집자, 문학 편집자, 교열자, 교열부장, 미스터리 소설가가 각각 자신이 한때 꾸었던 꿈에서 어디까지 와 있는지, 현재의 직업적 고민은 무엇인지 반추하는 에피소드로, 각 캐릭터와 업무의 개성이 뚜렷하게 드러난다. 에쓰코가 동경해 마지않는 패션 잡지의 편집자인 모리오는 어쩌다 그곳에 배치됐을 뿐, 눈앞에 닥친 엄청난 양의 업무를 해치우기 급급하고, 소설가에 대한 팬심으로 무장한 편집자 후지이와에게는 너무도 소중한 원고가 에쓰코에게는 교열해야 할 종이 다발일 뿐이다. 심지어 아저씨인 줄만 알았던 교열부의 ‘새송이버섯’ 부장이 문학 편집자이던 시절 담당 여자 작가와 맺었던 애증의 관계도 회상된다. 정반대라서 오히려 서로 배워가는 경범사의 동료들은 때로 질투하고 위로받으며 균형을 찾는다. 하고 싶은 일과 할 수 있는 일 사이에서 갈팡질팡했던 사회초년생이라면 꼭 한번 거쳤을 법한 고민이 섬세하게 담겨 있다.


◎ 책 속에서

동기 에쓰코는 직장 여성 잡지 《라시》의 편집자가 되고 싶다는 확고한 꿈을 가지고 근성을 발휘해 우리 회사에 입사했다. 동기인 후지이와 역시 문학 편집자가 되고 싶다는 열정을 품고 출판업계에 들어왔다. 나는 해외로 나갈 수 없었으니까, 일본에 남은 친구들이 모두 매스컴 관련 업종에 종사하니까 나도 그냥 따라서 들어왔다. 혹시 예전에 신세를 졌던 편집자가 아직 남아 있다면 일하기 편하겠다는 안이한 생각으로 입사시험을 쳤는데, 정말로 그 편집자에게 면접을 보고 합격했다. 그리고 당연하다는 듯이 그 편집자가 부편집장으로 있는 잡지에 배속되었다. 그게 《C.C》였다.
다음날 콘티 회의 때 3월호에 배정된 기획의 콘티를 편집장과 부편집장에게 제출하고 세세한 지적을 받았다. 패션업계에서 2월은 옷이 제일 안 팔리는 시기다. 그런 가운데 어떻게 독자들에게 지름신을 내릴 것인가, 구매 욕구를 부추기는 코너를 만들 수 있을 것인가. 각 기획마다 시행착오를 거듭한 흔적이 보였다. 나는 ‘발끝부터 활기찬 봄을 맞이하자!’와 ‘겨울 끝자락에 싹트는 귀여운 봄 네일♡’이라는 기획을 담당했다. 둘 다 내가 내놓은 기획안은 아니지만 우리 편집부에서는 기획안을 낸 사람이 꼭 그 기획을 담당하지는 않는다. 그리고 이번 기획은 메인 특집이 아니라서 필자가 붙지 않기 때문에 혼자서 코너를 전부 꾸며야 한다.
수정해야 할 점을 지적받은 콘티를 돌려받았다. 어쩐지 바로 손댈 기분이 들지 않아 《라시》 편집부와 우리 편집부를 가로막은 캐비닛(모든 발행처의 패션 잡지가 전부 자료로 수납되어 있다)에서 《앙 주르》 이번 달호를 꺼내 와서 내 자리에 앉아 팔락팔락 넘겨보았다.
“저어, 모리오 씨. 우리 회사로 오지 않을래요?”
어제 헤어질 때 야쓰루기 씨가 내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그렇게 말했다. 귀를 의심했다.
“어째서요? 야쓰루기 씨, 내가 맡은 코너를 본 적도 없으시잖아요.”
나는 ‘제가’라고 낮추어 말하는 것조차 잊어버리고 물어보았다.
“프랑스어를 할 줄 아는 에디터가 필요해요. 그리고 당신은 얼굴도 예쁘니까 어디에 내놔도 통할 거고요. 별다른 이유도 없이 경범사에 들어갈 거였으면 차라리 처음부터 우리 회사에 오지 그랬어요?”
야쓰루기 씨는 내가 ‘별다른 이유도 없이 경범사에 입사했다’고 했다. 왜 경범사에 있느냐는 질문에 대답하지 못한 내 마음을 꿰뚫어본 것이다.
“하지만 지금 하는 일도 보람차고 재미있는걸요.”
“프랑스어와 영어를 할 줄 알고, 어릴 적부터 패션 쪽 경험을 쌓았죠. 당신의 그런 실력을 해외 컬렉션에도 초대받지 못하는 일반 잡지에서 정말로 살릴 수 있을 거 같아요? 그렇게 생각한다면 하는 수 없지만.”
일반 잡지. 고급 모드 잡지 편집자가 자신들의 매체와 구분하기 위해 그런 말을 쓴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처음 듣는 건 처음이었다. 경멸이 살짝 담긴 그 어조가 가시처럼 마음에 탁 걸렸다.
28-32p 제1화. 모리오·교열걸 주변의 걸

실은 문학 편집자가 되고 싶었다. 누구에게도 이야기한 적 없고, 앞으로도 회사에서 그러한 꿈을 밝힐 생각은 없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대학교 시절까지 예전에 소녀 소설을 썼던 작가 시조 마리에에게 심취했던 나는 소설가가 되겠다는 꿈을 포기한 뒤 마리에 님에게 내 꿈을 의탁했다. 내 손으로 마리에 님에게 무슨 상이라도 안겨주겠다는 포부를 품고 편집자가 되고자 했다.
하지만 그러한 희망을 식사 시간에 가족에게 이야기하자 형은 나중에 개인적으로 말렸다.
“미쓰오, 너 게이지?”
대학교 3학년이 되어 개강했을 무렵이었다. 형이 방으로 불러서 말했다. 딱히 숨기지도 않았으니 들켜도 어쩔 수 없지만, 이렇게 직설적으로 그것도 가족이 물어볼 줄은 몰랐다.
“나도 잘 모르겠어. 하지만 아마 그쪽에 가까울 거야.”
나는 솔직히 대답했다. 공룡이나 고대 생물과 마찬가지로 인류가 언젠가 멸망의 길을 걷는다면, 즉 번식을 도외시한다면 성별을 꼭 남녀로 구별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고 지금도 그러한 구별에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마음은 변함없다.
“네 모습과 말과 행동을 보면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널 게이라고 추측할 거야. 넌 그런 생각을 부정하지도 않겠지. 완벽하게 감출 수 있다면 편집자가 되어도 상관없겠지만 감출 생각은 없을 테고.”
“왜 감춰야 하는지 모르겠는데.”
“그럼 분명 마음 아픈 일을 당할 거다. 네가 얼마나 착한 녀석인가와는 상관없이, 세상에는 소수자에 대한 차별이 분명히 존재해. 자신의 책임이 아닌 악의와 싸워서 이길 만큼 넌 강하지 않잖아.”
형은 그때 이미 사회인이었다. 이공계 대학을 나와서 의료 계열 연구직에 취직했으므로 문과와는 인연이 없을 텐데도 왜 그런 소리를 하는지 궁금했는데, 제약 회사의 의학 정보 담당자가 교수를 접대할 때 데려가는 긴자의 룸살롱에 편집자와 작가도 온다고 했다. 작가는 싫은 티를 낼 수 없는 젊은 여자 편집자를 옆에 앉혀서 가슴을 주무르고 (가게 호스티스에게는 미움 받고 싶지 않으니 그런 실례를 저지르지 않는다나) 남자 편집자에게는 팬티 한 장만 입고 엎드려서 접시에 담긴 술을 핥아 먹게 한다. 하룻밤에 100만 엔을 써서 접대해도 이득인 소중한 ‘작가 선생님’이 편집자를 노예처럼 부리는 광란의 현장은 세상의 온갖 어두운 면을 본 의학부 교수도 고개를 설레설레 저을 수준이라고 했다.
“좋아하는 작가를 담당하고 싶은 마음은 모르지 않아. 하지만 직업이 되면 하고 싶은 대로 할 수는 없어. 너, 사람과 직접 만나는 일을 하면 분명 괴롭힘을 당할 거야. 특히 이 나라에는 주류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면 도마 위에 올려서 웃음거리로 삼아도 된다는 인식이 아직 뿌리 깊게 남아 있어. 만약 그런 문화가 뿌리 뽑혔다면 괴롭힘당하는 사람들이 자살하는 비극은 한참 전에 사라졌겠지. 아무리 일이라지만 그런 취급을 견딜 수 있겠어?”
그때는 조금 울컥해서 견딜 수 있다고 대답했다. 우수하고 언제 어느 때든 모범적인 형에게 작은 반발심을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하루 고심해보고 역시 무리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지금까지 별다른 차별을 당하지 않은 것은 분명 기적이겠지. 학교라는 제한된 세상 밖으로 나가면 지금까지와는 다를지도 모른다.
다음날 옛날에 문영사 《로빈》 편집자에게 받은 낡은 엽서를 서랍 속 보물 상자에서 꺼내서 형에게 보여주러 갔다.
“형, 이거 봐. 교열이란 게 정말로 나한테 잘 맞을까?”
형은 낡은 엽서를 받아들고 읽더니 미소를 지었다.
“그래, 교열이라면 괜찮겠네.”
“어떻게 알아?”
“나도 논문 쓸 때 신세를 지거든. 그쪽은 의학 분야가 전문인 프리랜서 교열자이지만. 교열자는 기본적으로 메일만 주고받을 뿐 저자와는 얼굴을 마주치지 않아도 되는 직업이야. 없어서는 안 되는 일이고.”
그렇게 말하고 형은 통근 가방에서 지금 쓰고 있는 논문을 꺼내서 보여주었다. 이게 교열자가 지적한 부분, 하고 연필과 빨간 펜으로 쓴 글씨를 보여주었다.
“형은 진짜 모르는 게 없구나.”
“너보다는 형이니까.”
“있지, 안 힘들어? 형은 반항기도 없었고, 태어나서 지금까지 줄곧 부모님의 기대에 부응하는 자랑스러운 아들로 살아왔잖아. 힘들지 않아?”
내내 묻고 싶었던 것을 물어보자 형은 역시 웃으며 대답했다.
“난 깔려 있는 레일 위를 한 치도 벗어나지 않고 나아가는 걸 좋아하거든. 게임도 공략본대로 진행하면 틀림없이 높은 점수를 얻고 끝판도 깰 수 있잖아. 그거랑 똑같아.”
“이상해.”
“넌 레일이 어디 있는지도 모르는 유형이야. 어떤 의미에서는 부러워.”
“비꼬는 거야?”
“아니, 진심이야. 넌 나 대신 레일 밖으로 나가서 내가 보지 못한 세상을 보고 와.”
77-81p 요네오카·교열걸 주변의 걸인지 보이인지?

“응, 굉장해. 이렇게 아름다운 논문은 역시 구우 땅밖에 못 써.”
태블릿에서 고개를 들자 구우 땅은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었다. 우는가 싶었지만 울지는 않았다. 다만 울음을 참고 있는 것 같았다.
“리온 땅이 나한테 대단하다고 말해준 거, 여덟 달 만이야.”
“그랬나? 그나저나 그걸 헤아리고 있었어?”
“그래, 계속 불안했으니까.”
“……미안해.”
스스로도 왜 사과하는지 몰랐지만 일단 사과했다.
구우 땅이 손바닥을 얼굴에서 떼자 안경에는 지문이 잔뜩 찍혀 있었다. 더러워진 렌즈 너머로 보이는 조그마한 눈이 강아지처럼 동그래서 가슴이 뭉클했다. 아아, 난 역시 이 사람을 좋아하는구나.
“리온 땅, 회사에 들어가고 나서 변했어. 내가 아는 리온 땅이 아닌 것 같아.”
“리온 땅은 리온 땅인데?”
“내가 아무리 애써도 못 데려가는 비싼 밥집에 갔잖아. 내가 아무리 애써도 묵을 수 없는 호텔의 파티에도 갔었고. 처음에는 나 같은 게 가도 되느냐고 걱정했으면서 점점 익숙해졌는지 당연하다는 듯한 표정으로 이제 질렸으니까 긴자 말고 다른 데서 밥을 먹고 싶다고 했어. 그런 리온 땅이 점점 멀어지는 느낌이 들었다고.”
“…….”
확실히 구우 땅 말이 맞기는 맞다. 머릿속으로 그의 말 속에 담긴 의도를 정리하고 나서 물어보았다.
“그래서 가까이에 있는 가슴이 빵빵하고 보수적이지도 않은 멋쟁이 여자한테 한눈을 판 거야?”
5초쯤 후에 구우 땅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걸 말이라고 해!”
깜짝 놀라서 어깨를 움츠린 구우 땅보다 소리 지른 내가 더 놀랐다.
“나는 직장인이야. 출판사에서 작가 선생님을 상대로 일을 한다고. 구우 땅이 비싼 밥을 사주기를 바라지도 않고, 파티가 열리는 호텔에 구우 땅이랑 같이 가고 싶었던 적도 없어. 난 그저 구우 땅과 함께 있을 수만 있다면 행복해. 구우 땅이 논문을 써준다면 그걸로 만족이라고! 내가 멀리 갔다고 멋대로 착각하지 마. 그건 구우 땅의 망상에 지나지 않아! 그리고 가슴은 만들 수 있어! 그 여자 가슴도 뽕일지 몰라!”
내가 마구 쏘아붙이자 구우 땅이 바로 되받아쳤다.
“나는 그 일이라는 것도 너무 상스러워서 받아들이기가 힘들어! 출판사는 문학을 엉망으로 만들어. 리온 땅이 그런 짓을 돕고 있다니 난 용서할…….”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이 ‘그대가 오랫동안 심연을 들여다 볼 때, 심연도 그대를 들여다보니, 괴물과 싸우는 사람은 스스로 괴물이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는 식의 이야기를 바란다고 생각해?! 전통 예능인 가부키랑 노도 원래는 대중오락이었어! 클래식 음악도 처음에는 궁정 사교 모임을 위해 만들어진 거고! 어쩌면 100년 후에는 산다이메우오타케 하마다시게오 (1963년 효고 현에서 출생한 시인이자 음악가 - 옮긴이)가 니체 뺨치는 대접을 받을 가능성도 있으니까 이제 더 이상 내 직업을 부정하지 마! 구우 땅도 나도, 다른 길에서 저마다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그만 받아들이라고!”
“산다이메우오타케 하마다시게오랑 니체는 애당초 분야가 달라!”
“나도 다 알고 한 말이거든!”
137-141p 제3화. 후지이와·교열걸 주변의 걸이랄까 우먼이랄까

이유를 알 수 없지만 밑반찬인 숙주나물도 볶는다. 철판 입장에서는 “왜 이렇게 비싼 고기를 굽고는 그 위에 숙주나물을 얹는 거냐!” 하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안심은 100그램에 대강 만 오천 엔. 숙주나물은 한 봉지에 30엔. 가격 차이가 장난 아니네.
(철) “나는 목숨 걸고 고귀한 고기님을 굽고 있어. 여기는 너같이 비천한 숙주나물이 함부로 올라오면 안 되는 곳이야. 썩 꺼져!”
(숙) “앗, 죄송해요, 철판 씨. 아앙, 뜨거워. 이제 그만, 용서해주세요!”
(철) “멍청한 것, 그렇게 빨리 수분을 배출하다니! 이제 흐늘흐늘해지겠군!”
(숙) “하지만 철판 씨가 뜨겁게 달구니까……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철) “그러니까 너처럼 가냘픈 채소 나부랭이가 함부로 올라오면 안 된다고 한 거다! 종업원! 빨리 숙주나물을 접시에 옮겨라!”
(숙) “철판 씨…… 값싼 숙주나물이지만 잠깐이나마 당신에게 볶아져서 행복했어요…… 안녕…….”
(나) “수, 숙주나~물!”
“가이즈카 군, 표고버섯 안 먹을 거면 내가 먹어도 돼?”
“아, 네, 드세요.”

옆자리에 앉은 명단사의 우라베 마사미가 젓가락으로 내 그릇에서 둥글납작한 표고버섯을 집어서 가져갔다. 종업원이 철판 근처에 있던 빈 접시에 김이 피어오르는 숙주나물 볶음을 담아주었다. 숙주나물…… 이런 꼴이 되다니…….
출판업계 문학 분야에는 ‘대기 모임’이라는 이벤트가 있다. 자세한 내용은 『교열걸1』 제2화를 읽어보면 알 테니 생략하겠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이 행사가 너무 싫다. 아니, 물론 내가 담당한 작가가 상을 받으면 참으로 기쁘다. 하지만 상을 받지 못하면 작가를 달래고 보듬어주어야 하는데 그게 얼마나 귀찮은지 모른다.
보통 유서 깊은 문학 출판사에서는 작가 한 사람당 잡지, 단행본, 문고 이렇게 세 명의 담당자를 붙인다. 그러나 경범사 같은 ‘문학 분야의 신참’ 출판사에서는 편집자 한 명이 그 세 역할을 도맡을 때가 많다. 낙선한 작가들이 인간의 존엄성은 개나 주고 왔다는 듯이 마구 날뛰거나 침울해져서 술을 왕창 마시고 토하거나 인사불성이 되더라도, 대형 출판사라면 쓴웃음을 금하지 못할지언정 셋이서 나누어 뒷감당할 수 있다. 경범사에서는 나 혼자다. 작가님들, 나도 죽을 맛입니다.
오늘은 동충하초사가 주최하는 이소로쿠 상의 심사회가 열리는 날이다. 심사는 엄청난 파란을 겪고 있는지 밤 열 시 반까지 이어졌다. 이번에 후보자는 여섯 명, 그중 한 명은 내가 담당하는 작가다. 후보작은 경범사가 아니라 인조사에서 출판됐지만, 자사 책이 아니라도 작가의 담당 편집자는 대기 모임에 참석하는 것이 관례다. 오후 다섯 시부터 이례적으로 다섯 시간 반이나 심사가 진행되는 동안, 인조사가 예약한 호텔의 철판구이 집 객실에서 서로 속이 빤히 들여다보이는 대화를 나누며 발표를 기다렸다. 기다리다 지쳤을 무렵에 동충하초사 담당자가 전화로 낙선을 통보했다. 방 안 공기가 얼어붙었다.
아아, 지옥 같은 하룻밤의 시작이로구나.
요 몇 년간 난 지금 뭘 하는 걸까, 라는 생각이 불쑥 떠오르곤 한다. 현재 스물여덟 살, 내년에 스물아홉 살. 매스컴 말고 제조나 유통, 소매 분야에 취직한 친구들은 조그마한 직함을 달기 시작하는 나이다.
오전 일곱 시 반에야 겨우 집에 돌아왔다. 후줄근해진 양복과 셔츠, 양말을 뱀이 허물을 벗듯이 차례대로 벗어던지며 세면실로 가서 가볍게 샤워를 했다. 두 시간 정도는 잘 수 있겠지.
이번에 낙선한 미야모토 사이코는 이번까지 합치면 이미 네 번이나 이소로쿠 상 후보에 올랐다. 데뷔한 지 26년, 현재 마흔아홉 살이다. 경범사에서 내내 그녀를 담당해온 베테랑 남자 편집자가 작가 말고 자기 애인(긴자의 호스티스)을 위해 회사 경비를 썼다는 사실을 사장에게 들켜버렸다. 뭐, 경범사에서는 그런 일이 일상다반사지만 유용한 돈이 4,000만 엔도 넘었기 때문에 묵과할 수 없다는 이유로 문제의 장본인은 관련 회사로 전출되었고 내가 미야모토를 담당하게 되었다. 담당한 지 2년이 지났지만 원고는 아직 단행본으로 낼 만큼 모이지 않았다. 미야모토의 데뷔작이 나온 출판사는 명단사다.
“당신들이 처음에 좀 더 제대로 교육해줬으면 지금쯤 나도 이소로쿠 상 정도는 받았을 거야!”
철판구이 집 다음으로 이동한 노래방의 큰 방에서 단행본 담당 우라베 마사미를 비롯한 명단사 담당자들이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렸다. 다른 출판사 편집자들은 벽에 찰싹 붙어 서서 눈을 마주치지 않도록 고개를 숙였다.
“쓰치다! 뭘 실실대고 있어!”
내 옆에서 인조사의 단행본 담당자인 쓰치다 이치코가 얼어붙는 것이 느껴졌다. 그녀는 이번 후보작을 만든 편집자다.
“이거 전부 당신 탓인 거 알지? 이번에야말로 상 좀 타보자고 내가 그랬잖아! 심사위원 영감탱이들에게 무릎 꿇고 부탁하는 정도의 성의는 보였겠지?”
148-153p 제4화. 가이즈카·교열걸 주변의 회사원

편집자로 현역에 있었을 때 아오이 씨에게 셀 수 없이 자주 호출당했다. 한밤중이든 이른 아침이든 30분 안에 안 오면 죽겠다고 협박하니까 가지 않을 수 없었다. 자해해서 이마나 정강이가 깨졌을 때는 상처를 치료하고, 마구 날뛸 때는 방을 청소하고, 자고 싶은데 잠을 못 자겠다면서 울 때는 잠들 때까지 옆에 있어주어야 했다. 휴대전화는 인간의 생활에 편리함을 주는 동시에 자유 시간을 빼앗아갔다.
“내 전화만 받아. 내 원고를 받고 싶으면 나만 담당해.”
아오이 씨가 그렇게 말하며 망가뜨린 휴대전화만 스물여덟 대다. 결국은 경비로 처리할 수가 없어서 자비로 휴대전화를 바꾸어야 했다.
“이제 사쿠라가와 아오이하고는 손을 끊어도 돼.” 휴대전화가 스물여덟 대 망가졌을 때 부장은 그렇게 말했다. 이미 아오이 씨를 담당한 지 3년 반이 지났다. 나는 입원은 하지 않았지만 불규칙한 생활과 극도의 수면 부족으로 몸은 만신창이가 되었고, 피도 몇 번이나 토했다. 그런데도 단편 원고 하나 받지 못했다. 내게 주겠다며 쓴 200매짜리 원고는 어째서인지 인조사에 넘겼다.
“그 원고를 넘기면 더 이상 쇼온이 날 만나러 안 올 거니까.”
그래서 인조사에 넘겼다고 한다.
“아닙니다, 약속할게요. 그러니까 돌려달라고 하세요. 부탁입니다. 인쇄소에 넘기지 않았다면 아직 늦지 않았습니다.”
“거짓말쟁이, 편집자는 다들 내 원고밖에 관심이 없어. 쇼온도 마찬가지야. 날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원고만 탐낼 뿐이잖아.”
“거짓말 아닙니다. 어떻게 해야 믿어주시겠어요?”
“그럼 지금 여기서 나랑 같이 죽자. 쇼온이 먼저 죽어. 나도 뒤따라갈게.”
그때 우리는 조그마한 보트를 빌려 타고 이나와시로코 호수의 중간쯤에 나와 있었다. 인조사에 원고를 넘겼다는 사실을 다른 출판사 편집자를 통해서 듣고 급히 전화했더니 원고를 받고 싶으면 후쿠시마로 오라고 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몇 번이나 죽겠다느니 죽으라느니 했지만, 설마 진짜로 죽을 수도 있는 상황에서 죽으라고 할 줄은 몰랐다. 아오이 씨는 흔들리는 보트에 서서 내 머플러를 난폭하게 잡아당겼다.
“어차피 쇼온도 날 위하는 척할 뿐이잖아. 지금까지 한 번이라도 당신이 먼저 전화한 적 있어? 그런데 인조사에 원고를 넘겼더니 바로 전화가 오네. 결국 원고가 먼저다 그거지? 원고를 넘기면 그걸로 끝이야, 난 없어도 그만이잖아! 난 도대체 뭐야, 뭘 위해서 사는 건데?”
보트가 기울어지자 얼음장같이 차가운 늦가을 호수 물이 손등과 뺨에 튀었다.
분명 작가는 편집자에게 원고를 만들어내는 존재에 지나지 않는다. 작가의 원고를 돈으로 바꾸어 월급을 받는다. 하지만 정말로 오직 돈 때문에 이렇게 죽도록 고생하는 걸까. 과연 피를 토하면서까지 시키는 대로 하는 게 돈 때문일까.
……아니다. 돈 때문에 목숨을 걸지는 않는다.
나는 노를 놓고 아오이 씨의 가늘고 싸늘한 손목을 잡았다.
“알겠습니다. 같이 죽죠.”
내가 그렇게 말하자 머플러를 잡고 있던 손에서 힘이 빠졌다.
“하지만 여기는 싫습니다. 익사체는 너무 추해요. 아오이 씨가 아름다운 모습으로 세상을 등지면 좋겠어요. 그러니 일단 뭍으로 돌아가죠. 근처에 방을 잡겠습니다.”
아오이 씨는 입술을 꼭 깨물더니 잠시 후에 고개를 끄덕였다.
이 세상에서 격리된 듯한 병실에서 아오이 씨는 어제와 마찬가지로 조용히 잠들어 있었다. 나는 시들지 않는 꽃을 창가에 놓고 속이 비칠 듯이 창백한, 꽃잎을 닮은 아오이 씨의 눈꺼풀을 살짝 어루만졌다. 손길에 반응하여 눈꺼풀이 바르르 떨렸다. 아오이 씨의 긴 속눈썹이 내 귓불을 간질였던 기억이 욱신거리는 통증과 함께 되살아났다.
그날 해가 호수로 내려앉으며 남기고 간 포도색 저녁 안개에 감싸인 방에서 우리는 처음으로 몸을 섞었다. 그러는 수밖에 없었다. 육체관계는 남녀가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 택할 수 있는 가장 간단하면서도, 파멸과 지옥에 이르는 가장 가까운 수단이다. 나는 3년 반 동안 아오이 씨에게 모든 것을 빼앗겼다. 시간뿐만 아니라 마음까지 송두리째. 그래서 그동안 함께 자는 걸 거부해왔던 것이다. 같이 자면 ‘작가와 편집자’라는 우리의 관계가 끝날 것이라 생각했으니까. 그런 점에서는 ‘원고를 넘기면 끝’이라고 믿었던 아오이 씨와 다를 바 없었다.
“나는 아주 작아. 글을 쓰면 그만큼 더 작아져. 계속 쓰다 보면 언젠가 나는 없어질 거야. 결국 죽고 말겠지.”
그러니까 그만큼 사랑하고, 아끼고, 너의 피와 살을 모두 바쳐라.
아오이 씨는 애정과 먹을 것에 굶주린 어린아이처럼 몇 번 몸을 섞어도 만족할 줄 몰랐다. 우리는 막다른 길에 몰려 절망에 신음하던 밤을 지나 개벽하듯 펼쳐지는 주홍색 아침노을을 맞이했다. 이 가녀린 몸 어디에 그만한 정욕을 받아들일 그릇이 있는지 신기했다.
우리는 그로부터 1년 동안 관계를 유지했고 아오이 씨는 그동안 뭔가에 씐 듯한 기세로 원고지 1,200매짜리 대작을 써냈다. 비교를 위해 참고로 말하자면 『교열걸1』은 원고지로 환산해 257매다. 이렇게 쉽게 써낼 줄 알았다면 좀 더 빨리 잘걸 그랬다는 생각이 언뜻 들었던 것은 비밀이다. 경범사에서 출판된 『눈을 가리고 보는 저 끝』은 그때까지 고집스럽게 입을 다물었던 아오이 씨의 반생에 얽힌 이야기로, 자전적인 소설로도 볼 수 있는 작품이다.
작가 중에는 마음의 병을 지닌 사람이 적지 않다. 다들 원해서 환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런 사람들은 어렸을 적에 있었던 일 때문에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거나 뇌 속의 특정한 호르몬이 현저하게 감소하는 바람에 정상적인 생활을 영위하지 못해 괴로워한다. 아오이 씨도 그런 사람이었겠지.
소설에는 주인공이 여덟 살 때부터 스물세 살 때까지 15년간 폐쇄 병동에서 보냈던 모습이 극명하게 묘사되어 있었다. 약물을 투여해 억지로 잠을 재우고 깨어나면 풍선 카테터(끝에 풍선이 달린 가느다란 관. 혈관 등의 내부에서 풍선을 부풀려 치료에 이용한다-옮긴이)를 삽입해서 신체의 자유를 빼앗는다. 식사 시간을 제외하면 계속 묶어둔다. 죽고 싶어도 죽음이 허용되지 않는다. 넓은 방에서 잠시 편히 지낼 때도 있지만 조금이라도 문제를 일으키면 인정사정없이 폐쇄 병동으로 돌려보낸다. 병원 내 학교에서 배운 내용, 면회를 오지 않는 부모님, 친하게 지내던 아이의 자살, 간호사의 학대 등의 내용이었다. 취재는 한 번도 한 적이 없다. 자료도 건넨 적이 없었다. 직접 경험한 사람이 아니면 쓸 수 없는 내용이었다.
계속 쓰다 보면 언젠가 나는 없어질 거야. 결국 죽겠지.
214-220p 제5화. 다케하라·교열걸 주변의 펑가이

구매가격 : 11,200 원

교열걸 3

도서정보 : 미야기 아야코 / arte / 2017년 11월 14일 / EPUB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지루할 줄만 알았던 교열, 의외로 내 천직일지도 몰라!’
국내 채널J 인기리 방영, 일본 드라마 최고 화제작
〈수수하지만 굉장해! 교열걸 고노 에쓰코〉 원작 소설





◎ 도서 소개

일본 NTV 인기 드라마 〈수수하지만 굉장해! 교열걸 고노 에쓰코〉 원작 소설
출판사를 무대로 한 파란만장 직장 엔터테인먼트!

일본 NTV 드라마 〈수수하지만 굉장해! 교열걸 고노 에쓰코〉의 원작 소설 『교열걸』1~3 시리즈가 출간된다. 이시하라 하토미가 주연을 맡았던 드라마는 2016년 일본 드라마 순위 6위에 랭크된 작품으로, 한 번도 두 자릿수 아래로 내려가지 않고 평균 12%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을 뿐 아니라 팬들의 성원에 힘입어 2017년 9월 스페셜 드라마 〈수수하지만 굉장해 DX교열걸 고노 에쓰코〉를 방송했다. 한국 채널J에서도 방영되어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일본 드라마 마니아들에게 꾸준히 회자되고 있다. 『교열걸』시리즈는 패션 잡지 에디터가 되기를 꿈꿔온 스물다섯 살 여자 ‘고노 에쓰코’가 원하던 출판사의 전혀 다른 부서에 취직하면서 벌어지는 직장 생활을 담았다.

“정해진 건 아무것도 없으니까,
진짜로 좋아하는 일은 만들어가는 거지”
화려한 패션 잡지 속 명품 인생, 과연 잡지 편집자의 삶도 명품일까?

에쓰코는 2년 동안 교열부에서 성실히 일한 끝에 드디어 잡지 편집부에 입성하지만, 웨딩 잡지 ≪라시 노스≫ 일은 결혼에 관심 없던 에쓰코에게 버겁기만 하다. 전부 똑같아 보이는 순백의 웨딩드레스와 8백 개의 결혼반지만 해도 머리가 빙글빙글 도는데, 말 안 듣는 모델과의 트러블까지, 잡지 편집은 제 길이 아니었던 걸까? 게다가 에쓰코와 풋풋한 연애 중인 신인 모델 고레나가가 밀라노에서 전속계약을 맺으며 두 사람은 선택의 기로에 서는데……. 스물다섯 살에 질풍노도의 사춘기를 맞은 에쓰코가 있어야 할 곳은 대체 어딜까?

역대 가장 까칠하고 가장 사랑스러운 여주인공 등장!
할 말은 하는 시원통쾌 사이다 ‘걸크러시’ 교열걸

주인공 고노 에쓰코는 남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원하는 바를 늘 확실하게 표현하지만 왜인지 밉지 않은, 사랑스러운 ‘사이다’ 캐릭터다. 다다미 바닥이 꺼진 허름한 셋방에 살면서 편의점 도시락으로 끼니를 때우지만 구두는 150켤레쯤 되고, 여자는 차를 모른다며 우쭐대는 남자에게 알파로메오사의 이력을 줄줄 읊어준 뒤 실크 소재의 옷도 유지비가 많이 든다며 웃어주는 배짱도 있다.
작가 미야기 아야코는 『화소도중』으로 ‘여성에 의한, 여성을 위한’을 캐치프레이즈로 내세운 R-18문학상을 수상했으며 현재 일본에서 ‘여성의 심리를 가장 잘 대변하는 작가 중 하나’라는 찬사를 받고 있다. 『교열걸』에서도 주체적이고 매력적인 여성 캐릭터들이 삶과 커리어의 균형에 대해 고민하고 선택한다. 행복한 결혼 생활 중인 구스노키와 유명 편집장 사카키바라가 사이좋은 입사 동기로 시작했지만 삶의 궤도가 어긋나며 대립하게 된 이유, 연인인 고레나가가 모델로서 성공가도를 달리자 에쓰코가 커리어와 관계의 갈림길에서 내리는 선택 등은 여성들에게 공감을 주는 대목이다. 무엇보다 에쓰코가 사랑스러운 이유는 꿈꾸던 패션 잡지가 아닌 엉뚱한 교열부에서도 언젠가 원하는 일을 하겠다는 희망에 차서 하루하루 성실히 살아가는 모습이 직장인들에게 위로를 주기 때문이다.


◎ 책 속에서

이 자식, 무사태평하게 색색대며 잠이나 자고 말이야. 잠든 얼굴은 또 왜 이리 귀여워, 젠장. 안 된다, 화를 못 내겠어. 그러나 엄청난 찜찜함과 함께한 행복한 시간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호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이 진동하자 에쓰코는 고레나가가 깨지 않도록 신중하게 꺼냈다. 모르는 번호였으므로 무시하고 엉덩이에 깔고 앉았다.
하지만 전화가 한 번 끊어진 후 다시 진동이 울렸다. 에쓰코는 하는 수 없이 통화 버튼을 누르고 최대한 목소리를 줄여 “여보세요.” 하고 말했다.
“유토리? 너 지금 어디야!”
말없이 통화 종료 버튼을 눌렀다. 전원을 끌까 말까 망설이고 있는데 또 전화가 왔다. 뭔가 중요한 회사 일 때문에 연락했을 가능성이 0.1퍼센트 정도는 있으므로 마지못해 다시 통화 버튼을 눌렀다.
“……제 번호를 어떻게 아신 거죠?”
“사원 연락처 데이터베이스에 있던데. 그나저나 너 쭉 고레나가 씨랑 함께 있었어? 벌써 도쿄로 돌아간 거야?”
“대답할 필요 있을까요? 업무 연락이 아니라면 끊어도 되겠습니까? 지금은 사적인 시간을 보내는 중이라서요.”
“야, 소름 끼치게 말투가 왜 그래? 어, 혹시 아직 고레나가 씨랑 같이 있어? 혹시 자고 가는 거야?”
“아, 짜증 나게. 댁이 무슨 상관인데! 짜증 나니까 내 귀중한 황금연휴를 방해하지 말지 좀? 짜증 나게 업무 연락도 아닌데 왜 전화질이야? 휴일에 회사 사람이 전화하면 진짜 짜증 나거든요!”
“‘짜증’이 너무 많잖아! 네가 무슨 질풍노도의 사춘기 여고생이냐!”
옆에서 아프로 머리가 움직여서 어깨가 가벼워졌다. 그것 봐, 깨버렸잖아.
“……전화, 누구?”
에쓰코는 잠이 덜 깨어 잠긴 목소리로 묻는 고레나가의 몸에서 흘러넘치는 섹시함에 취해 머리가 어질어질하는 것을 참으며 스마트폰을 내던지고, 뒤집어진 목소리로 “아무도 아니에요.” 하고 대답했다.
“……여고생이 전철에서 아르바이트하는 가게에 짜증 부리는 꿈을 꿨어요.”
“요즘은 여고생도 여러모로 힘든가 보더라고요.”
대충 얼버무린 순간 아랫배가 욱신욱신 아파왔다. 왜 하필 오늘 이렇게 심한 거야. 무심코 인상을 찡그린 것을 보았는지 고레나가가 반사적으로 서늘한 두 손을 뻗어 에쓰코의 어깨를 잡았다.
“왜 그래요? 괜찮아요?”
아파, 하지만 얼굴이 가까워. 미간에 주름이나 잡고 있을 때가 아닌데. 파운데이션 지워지지 않았으려나. 에쓰코는 억지로 미소를 띠며 “아무것도 아니에요.” 하고 대답했다.
다음 순간 입술이 포개어졌다.
77-79p

5월 하순, 임시 인사이동이 발표됐다. 이동 대상은 세 명, 에쓰코는 사내 게시판에 붙은 인사 명령서를 믿기지 않는 기분으로 쳐다보았다.



보직 전환.
6월 1일부로 실시.
고노 에쓰코.
이전 소속: 교열부.
새 소속: 《라시 노스》 편집부.



아마 20초 정도는 들여다보았을 것이다. 한순간이라도 눈을 돌리면 사라져버릴 꿈이 아닐까 싶어서 눈 한 번 깜빡이지 못했다.
《라시 노스Lassy noces》는 에쓰코가 줄곧 동경해온 《라시》의 증간호로, 결혼 정보에 특화된 계간지다. 작년에 창간되어 지금까지 세 권이 나왔고 다음 주에 4호가 나온다. 편집장은 《에브리》의 부편집장이었던 구스노키 가즈코고 편집부원은 전부 합쳐서 다섯 명이지만, 에쓰코도 그 이상의 정보는 가지고 있지 않았다. 미혼인 자신이 《라시 노스》에 배속될 줄은 꿈에도 몰랐기 때문이다.
눈을 깜빡여도 명령서는 사라지지 않았다. 어쩐지 얼떨떨하면서도 드디어 꿈이 이루어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축하해. 교열부의 문은 활짝 열려 있으니까 언제든지 돌아와.”
사무실에 들어가자마자 요네오카가 말했다. 에쓰코는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겠다고 말하려다 그만두었다. 이 부서를 떠나려니 나름대로 약간은, 1밀리미터쯤은 서운했기 때문이다. 그때 조금 멀리서 새송이버섯의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고노 씨를 밖으로 내돌리기 싫은데. 계속 우리 부서에 있으면 좋겠어.”
“어, 무슨 소리세요? 이건 상사의 권력형 폭력이랑 성희롱 중에 어느 쪽인가요? 저를 좋아하세요? 민폐인데요.”
110-112p

“마침 다음 시즌 컬렉션 사진이 몇 장 들어와 있으니까 고노 씨가 스타일링을 생각해봐. 스무 패턴 정도.”
와타누키는 각 메종의 전시회에서 찍어 온 사진과 그쪽에서 보낸 신작 카탈로그 다발을 가지고 와서 에쓰코의 책상에 탁 내려놓았다.
주특기 분야다! 에쓰코는 방금 전과는 딴판으로 체온이 올라가는 것을 느꼈다. 그래, 지금이야말로 내 실력을 보여줄 때야, 힘내자! 고작 1년만 채우고 교열부로 돌아가기는 싫어! 하지만 사진을 보고 선택하는 동안 에쓰코는 짙은 안개 속에서 미아가 된 듯한 기분에 빠졌다. 드레스, 죄다 하얗다. 구두, 몽땅 하얗다. 베일, 전부 하얗다. 헤드 드레스, 대개 흰색이나 은색이다. 부케, 무슨 꽃인지 모르겠다. 반지, 대부분 다이아몬드와 백금이다. 뭘 조합해도 정답인 것 같고, 반대로 오답인 듯한 기분도 들어서 정신이 몽롱해졌다. 그래도 에쓰코는 두 시간쯤 걸려서 스타일링을 어찌어찌 스무 가지 정도 고안해 와타누키에게 제출했다.
“음, 제법 괜찮네. 과연 센스가 있어.”
와타누키의 말에 마음속으로 주먹을 꽉 움켜쥐며 뭐야, 할 만하네, 하고 생각한 다음 순간, 그 자신감은 단숨에 시들었다.
“그럼 이 스타일링 전부에 70자짜리 캡션을 달아봐. 신부가 ‘입고 싶다!’는 생각이 들 만한 문구로. 드레스의 특징도 언급해야 해. 예를 들어 이건 프린세스라인이 잘빠져서 동화 속 공주님 같잖아. 이쪽은 롱 트레인이 버진 로드(결혼식 때 신랑 신부가 걷는 길-옮긴이)에 잘 어울리고. 이상적으로 여기는 결혼식과 신부의 모습은 사람마다 다른 법이야. 브랜드를 보고 드레스를 고르는 신부도 있으니까 유명한 곳의 드레스에는 넌지시 브랜드 이름도 넣어놔.”
‘무, 리, 입, 니, 다!’
에쓰코가 아무리 막 나간다지만 그런 대답은 할 수 없었다. 얌전하게 알겠다고 대답하고 컴퓨터 앞에 앉아 키보드에 손을 얹었다. 하지만 손목 앞쪽이 석고로 변하기라도 한 것처럼 잠시 타자를 칠 수 없었다. 당연했다. 에쓰코는 지금까지 다양한 문장을 읽기는 했지만 써본 적은 없었다. 써보겠다는 마음도 없었다.
‘여성스럽고 페미닌한.’
간신히 쓰기 시작했지만 여성스럽고와 페미닌이 중복임을 알아차리고 백스페이스키를 두드렸다.
‘오프보디의 실루엣에 에어리한 시폰과 튤로.’
……영어가 너무 많다.
‘소녀 같은 마음을 간질이는 걸리한.’
이것도 분명 소녀와 걸이 중복이고, 그보다 시크하고 우아한 성인 여성을 위한 결혼 정보지에 과연 소녀와 걸리라는 말을 써도 될까?
결국 스타일링 하나당 캡션을 다는 데 30분은 걸렸다. 한 시간 하고 조금 더 지나서 확인하러 왔을 때 캡션이 고작 두 개밖에 완성되지 않은 것을 보고 와타누키는 한숨과 함께 말했다.
“아르바이트하는 학생이 훨씬 빨리 하겠다. 그리고 문장이 딱딱해. 과월호 읽었지? 우리는 문장을 전부 ‘해요체’로 통일한다는 거 몰랐어?”
와타누키의 지적에 에쓰코는 깜짝 놀라서 잠깐 말문이 막혔다. 맞다, 생각해보니 모든 문장이 부드러운 인상의 ‘해요체’였다. 아무리 그래도 교열부 출신인데 왜 그런 초보적인 것도 눈치채지 못했을까?
“……죄송합니다, 여성 잡지에 오게 된 게 기뻐서 너무 들떴나 봐요.”
“우리 회사 패션 잡지 쭉 봐왔지? 도대체 뭘 본 거야?”
118-121p

“저기, 에쓰코.”
멍하니 천장을 올려다보는 에쓰코에게 모리오가 말을 걸었다.
“왜?
“전부터 궁금했는데, 넌 싫어하는 사람 없어?
“음, 문예 편집부 가이즈카는 아주 마음에 안 든다고 해야겠지.”
왜 그런 질문을 하는지 몰랐지만 에쓰코는 바로 머릿속에 떠오른 사람의 이름을 댔다.
“아, 그게 아니라 여자 중에. 와타누키 씨는 어때?
“와타누키 씨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지만, 의외로 재미있고 좋은 사람이니까 싫지는 않아.”
“철팬은? 사이가 좋아지기 전에는 어땠어?
“아무렇지도 않았는데? 좋아하거나 싫어할 대상이 아니었어.”
“학창 시절에는? 절대로 지기 싫었던 사람 있었어?
“아니, 없었어. 왜?
“어, 그럼 질문을 바꿀게. 에쓰코가 다닌 학교에는 왕따 있었어? 에쓰코는 남한테 괴롭힘 당한 적 없었어?
“아마 없었을 거야. 내가 몰랐을 뿐인지도 모르지만.”
지저스. 누가 해외 유학파 아니랄까 봐 모리오는 그런 말을 내뱉고 방금 전에 에쓰코가 그랬던 것처럼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왜, 뭔데?
“입사한 뒤로 네게 느낀 위화감의 정체가 뭔지 방금 알았어.”
“뭐? 역시 남들이 나한테 위화감을 품을 만큼 내가 별나?
“넌, 너 말고 다른 여자한테 흥미가 없어.”
“엥? 있어. 왜 남을 자기중심적인 사람 취하고 그래?
“자기중심적인 것하고는 달라. 설명하기 힘들지만 일본인 중에서는 보기 드문 유형인 것 같아.”
에쓰코는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통 이해가 가지 않았다. 얼마 전에는 와타누키도 “별나다는 말 안 들어? 하고 물어봤다. 설마하니 벌써 2년도 넘게 알고 지낸 모리오도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을 줄이야.
168-169p

“밀라노에서 전속으로 일이 들어왔어.”
2층 방에 마주 앉자 고레나가는 조금 쑥스러우면서도 기쁜 듯이 말했다. 에쓰코는 잠시 생각한 후에 물었다.
“……그거 모델 일이지?
고레나가가 고개를 끄덕이고 말한 브랜드는 에쓰코도 알고 있는 곳이었다. 신흥 브랜드지만 지금 가장 기세등등한 브랜드 중 하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2010년에 브랜드가 만들어져 재작년 A(Autumn)/W(Winter) 패션 위크 때 남성 상품을 공개했는데, 이미 전 세계의 셀렉트 숍에서 상품을 취급하고 있으며 오모테산도에는 세계 최초로 플래그십 스토어가 들어섰다. 경범사의 《아론》 편집자가 고레나가를 높게 평가하여 디자이너에게 소개했는데 순식간에 계약이 진행됐다고 했다.
“굉장하다! 축하해! 거기 전속 모델이라니, 동양인으로는 최초 아니야?
“응, 그렇다고 하더라고. 책임이 막중해. 거점도 밀라노로 옮겨야 하고.”
고레나가는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이 담담하게 말했다. 에쓰코는 그가 무슨 말을 했는지 이해하고 앵무새처럼 되뇌었다.
“……밀라노로 옮겨야 하고?
“이사해야 해. 그게 조건이래. 일단 계약기간은 1년이고, 집은 에이전시에서 준비해준다니까 난 몸만 가면 되는가 봐.”
……나는 어쩌고? 에쓰코는 턱밑까지 올라온 말을 꿀꺽 눌러 삼켰다.
“그리고 담당자가 머리를 좀 어떻게 하래. 내일 당장이라도 잘라야겠다. 머리 모양을 어떻게 하지?
비교적 충격이 덜한 이 말에는 바로 대꾸할 수 있었다.
“저기, 전부터 궁금했는데 왜 줄곧 아프로 헤어스타일을 고수한 거야?
“이거 날 때부터 이랬어. 아마 몇 세대인가 전에 섞인 아프리카 혈통의 특징이 느닷없이 발현된 거겠지. 학생 때는 드레드나 콘로 같은 레게 머리를 했어. 줄곧 아프로였던 건 아니야.”
설마 했는데 날 때부터 아프로였다니!
아니, 지금 그런 건 아무래도 상관없다. 묻고 싶은 것이 많았다. 하지만 뭐부터 물어봐야 할지 머릿속에서 정리가 되지 않았다. 교열부로 돌아온 뒤로 왠지 머릿속에 부연 안개가 낀 느낌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에쓰코는 일단 제일 물어보고 싶었던 것을 묻기로 했다.
“저어, 윳 군. 그럼 앞으로는 모델 일에 전념할 거야? 소설은 더 이상 안 쓰려고?
고레나가의 표정이 눈에 확 띄게 흐려졌다. 고레나가는 모델보다 소설가로서 성공하기를 원했다. 적어도 처음 만났을 때는 그랬다. 몇 초 뒤 흐려진 표정이 자조하듯이 일그러졌다.
“……지금 비난하는 거야? 내가 작가로는 살아갈 수 없을 것 같아서 밀라노로 달아나는 것 같아?
“그런 생각은 안 했는데…… 그런 거야?
1년을 공들여 쓴 소설이 퇴짜 맞았다는 이야기밖에 못 들었다. 그 일이 소설가에게 정신적으로 얼마나 큰 충격인지 에쓰코는 상상도 가지 않았다. 유일하게 친분이 있는 작가 혼고 다이사쿠는 분명 뭘 써도 퇴짜는 맞지 않을 테니 물어봤자 헛일이리라.
고레나가는 잠시 침묵을 지키다가 포기했다는 듯이 웃고 입을 열었다.
“엣 짱, 재작년에 엣 짱이 교열해준 『개 같네요』, 초판을 몇 부 찍었는지 알아?
“응? 모르는데. 3만 부 정도 찍지 않았을까?
에쓰코는 유일하게 편집한 경험이 있는 《라시 노스》의 발행부수를 절반으로 뚝 잘라서 대답했다. 결혼하는 커플이 그 정도는 있으니까 고레나가의 책을 읽는 사람도 그 절반은 될 거라고 아무 근거도 없이 대뜸 판단했던 것이다.
“2,500부야.”
고레나가는 에쓰코의 대답을 무시하는 듯한 목소리로 내뱉듯이 말했다.
“…….”
“세금을 제외하고 1,600엔짜리 책을 2,500부 찍는다. 물론 증쇄는 없고 문고본으로도 안 나와. 그리고 인세는 10퍼센트지. 그럼 수입이 얼마인지 바로 계산이 되지? 집필하는 데 반년이나 1년이 걸리는데 수입은 고작 그게 다야. 그걸 프로 소설가라고 할 수 있겠어?
“……하지만 골수팬이 있다고 전에 부장님이 그랬는데…….”
“조금은 있지. 하지만 그런 소수의 독자만 노리고 책을 내봤자 적자야. 이제 원고를 써본들 어디서도 받아주지 않을걸. 빌어먹을, 난 역시 재능이 없어.”
……빌어먹을. 고레나가가 욕하는 건 처음 들었다. 지금까지는 속상해도 욕은 안 했는데.
지금까지 고레나가가 단단히 걸치고 있던 자제심이라는 이름의 갑옷이 모래로 변해 부스스 흘러내리는 환영이 보였다. 에쓰코는 그러한 갑옷이 있다는 것조차 까맣게 몰랐기 때문에 어안이 벙벙했다.
“윳 군, 저기.”
“그래, 도망치는 거야. 더 이상 못 해먹겠으니까. 더 이상 비참해지기는 싫으니까 도망…….”
고레나가는 바르르 떨리는 입술을 손바닥으로 막고 에쓰코에게서 고개를 돌렸다. 이 사람의 맨얼굴을 처음으로 본 느낌이었다. 지금까지 맨얼굴인 줄 알았던 것이 맨얼굴이 아니어서 서글프기도 했다. 손에 닿았던 살결도, 서로 숨결을 나누었던 입술도, 늘 뭔가에 가려져 있었다니.
231-238p

구매가격 : 11,200 원

엄마의 자존감 공부

도서정보 : 김미경 / 21세기북스 / 2017년 11월 08일 / EPUB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국민언니 김미경이 ‘자존감 대장 국민엄마’로 돌아왔다!
★전국 수만 명의 엄마들을 뜨겁게 울린★
★김미경의‘자존감 있는 아이로 키우는 법’★





◎ 도서 소개 / 출판사 서평

★ 전국 수만 명의 엄마들을 뜨겁게 울린★
★김미경의‘자존감 있는 아이로 키우는 법’ ★

“엄마 노릇, 참 힘들죠?”
어른들 말씀에 아이야 낳으면 알아서 큰다지만, 모든 엄마들은 알고 있다. 아이 키우는 것만큼 힘든 일이 없다. 하루에도 지옥과 천당을 백 번쯤 오간다. 매일 최선을 다한다지만, 가끔 돌아보면 내가 아이를 망치고 있는 건 아닐까 흔들린다. 미안한 일이 떠오른다. 아이가 잘못되면 내 잘못 같다. 마음이 아파서 눈물 한바가지를 쏟는다. 김미경이 만난 전국 수만 명의 엄마들은 모두 같았다. 어떻게 키워야 잘 키우는 걸까? 나는 과연 좋은 엄마일까? 대체 부모 노릇이란 무엇일까? 질문이 끝도 없다.
오늘도 수많은 엄마들이 답 없는 고민을 품고 앓고 있다. 김미경에게도 초보 엄마 시절이 있었다. 세 아이를 키우며 엄마 노릇한 지 어느덧 28년. 대한민국 최고의 강사이자 여성의 꿈 스승으로 활약해온 국민언니가 국민엄마로 돌아왔다. 전국의 강연장에서 수많은 엄마들의 등을 쓸어내리며 토닥이며 나눈 진솔한 이야기, 정답을 몰라 흔들리는 엄마들에게 던져줄 해답을 신작 『엄마의 자존감 공부』에 담았다.

★ 국민언니 김미경이 ‘자존감 대장 국민엄마’로 돌아왔다★
★김미경이 말하는 엄마의 자존감이 중요한 이유!★

『언니의 독설』에서 흔들리는 30대 여성들에게 거침없는 독설을 날리고, 『꿈이 있는 아내는 늙지 않는다』에서 아내들에게 잃어버린 꿈을 되찾아준 국민언니 김미경이 신작 『엄마의 자존감 공부』와 함께 자녀교육의 새로운 해답을 제시하는 ‘국민엄마’로 돌아왔다. 대한민국 최고의 입심을 가진 강사로 화려한 연단에 서는 김미경도 집에 돌아가면 세 아이를 키우는 워킹 맘이 된다. 나름의 소신과 철학을 가지고 자녀 교육을 해왔다고 자부해온 그녀. 그러나 둘째 아이의 갑작스러운 고등학교 자퇴 선언으로 진정한 엄마 노릇이란 무엇인지, 나는 좋은 엄마인지 되돌아보게 되었다.
살다 보면 알게 된다. 인생길이 순탄치만은 않다는 걸. 잘 나가다가도 울퉁불퉁한 길이 불쑥 찾아온다는 걸. 김미경은 자신과 가족에게 찾아온 시련 앞에서 어떤 부모가 좋은 부모인지, 아이의 행복과 꿈을 보듬어주는 엄마는 어떤 엄마인지 치열하게 고민했고, 강연장에서 수만 명의 엄마들을 만나 서로의 이야기를 나눈 끝에 깨달았다. 아이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자존감’이라는 것을. 그리고 자존감 있는 아이를 키우는 건 ‘자존감’ 있는 엄마라는 것을.

★ 자존감 있는 아이는 무엇이 다른가★
★아이가 원하는 진짜 엄마는 누구인가★

김미경이 말하는 ‘자존감’이란 여느 심리학과 교수나 자녀교육 전문가가 말하는 심리 처방보다 쉽고 빠르다. 스스로가 참 괜찮은 사람이라고 믿는 마음, 그래서 넘어져도 별일 아니라고 툭툭 털고 일어설 수 있는 힘, 당장은 지질하지만 언젠간 멋진 사람이 될 거라는 믿음, 그래서 내 길을 스스로 찾아가는 용기, 그것이 바로 ‘자존감’이다. 자존감이 적은 아이는 작은 스트레스만 만나도 “큰일 났다. 어떡하지?” 하며 감당하지 못하고 그 자리에 주저앉지만, 자존감이 큰 아이는 큰 스트레스를 만나도 긍정적인 해석을 마련한다. 친구에게 배신당해도 ‘그 친구와의 인연은 거기까지였으니 그만 잊자’고 여긴다. 공부 잘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렇지만 살아보면 더 중요한 게 있다는 걸, 엄마들은 잘 알고 있다.
그렇다면 아이들이 진짜로 원하는 엄마 모습은 어떨까? 넘어진 나를 일으켜 세워주는 엄마, 세상이 나를 밀어내도 나를 안아줄 엄마 아닐까? 중2병 아들도 쑥스러워 입 밖에 꺼내지 못하는 말 “엄마만은 내 편이면 좋겠어” 아닐까? 김미경은 아이의 영혼을 북돋으며 똑똑하게 키우기 위해서는 아이의 인생을 긍정적으로 해석해주고 아이의 편이 되어줘야 한다고 강조한다. 인서울 안 가면 인생 망한다고 겁을 주고 “학원은 갔다왔어?!”만 묻는 엄마가 아니라, 아이의 고민과 경험을 아이의 편에서 해석해줄 수 있는 사람이 바로 엄마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필요한 것 역시 엄마의 자존감이다. 아이의 자존감을 키우고 싶다면 엄마부터 자존감이 있어야 한다. 엄마의 자존감 텃밭에서 아이의 자존감이 큰다.

★ 영혼이 강한 아이로 키우고 싶다면★
★‘자존감’ 공부를 시작하자!★

이 책은 5부로 구성되었다. 1부 ‘아이의 탄생을 이해한다는 것’에서는 자존감의 근원에 대해 이야기한다. 아이는 탄생부터 이미 ‘나는 참 괜찮은 사람이야’라는 자존감 씨앗을 품고 태어난다는 것, 그래서 진정한 엄마 노릇이란 아이가 가진 자존감을 끄집어내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2부 ‘사춘기 엄마로 사는 법’에서는 고등학교를 자퇴한 아이를 온몸으로 받쳐 지상으로 끌어올리는 김미경 개인의 이야기를 나누면서 양육은 엄마의 위치에서 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의 위치에서 하는 것임을 강조한다. 3부 ‘엄마의 인생 해석법이 아이를 키운다’에는 아이의 고민과 경험을 긍정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노하우를 담았으며, 4부 ‘엄마가 된다는 건 기회다’에서는 엄마의 자존감을 단련하는 구체적인 솔루션을 제시한다. 마지막 5부 ‘자존감 있는 엄마로 똑똑하게 사는 법’에서는 자신의 꿈과 가정, 일터와 아이 사이에서 고민하는 엄마들에게 양육을 여성의 성장을 방해하는 장애물로 만들지 않기 위해 양육의 시간을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를 알려준다.
여자로서, 엄마로서, 워킹 맘으로서 세 아이를 키우며 누구보다 치열하게 살아온 김미경. 한발 먼저 경험한 그녀의 육아와 자녀교육 스토리에는 엄마들을 향한 위로와 격려, 공감과 해답이 빼곡히 담겨 있다. 처음이라 서툴고 정답을 몰라 흔들리는 세상 모든 엄마들에게 ‘엄마의 자존감’을 선물하자.


◎ 본문 중에서

엄마로 살면서 모든 걸 잘할 수는 없다. 엄마는 신이 아니다. 엄마도 실수를 한다. 아이들에게 미안한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러나 매일매일 미안해도 우리는 엄마로 살아야 한다. 천 번을 미안해도 엄마로서의 자존감을 채워가야 한다. 엄마라면 나와 아이의 행복을 위해 자존감을 공부해야 한다. 자존감이 무엇인지, 왜 중요한지, 어떻게 연습할 수 있는지, 어떻게 서로를 키워줄 수 있을지 스스로가 알아내야 한다.
―p.10【프롤로그: 행복한 아이를 원한다면 ‘자존감 공부’를 시작하자】

생명이 커나가는 데 가장 중요한 감정이 자존감이다. 자존감은 스스로 ‘나는 괜찮은 사람이야’라고 느끼는 감정이다. 남들이 뭐라고 하건 간에 내가 나 스스로를 인정하고 귀하게 여기는 감정이다. 이런 자존감은 살아가면서 가장 중심이 되고 밑바탕이 되는 감정이라서 갑자기 사라지거나 생기는 게 아니다.
―p.27【나는 참 괜찮은 사람이야】

자존감은 홈메이드다. 공부나 예체능 같은 지식이나 스킬은 밖에서 얻어도 되지만, 자존감은 그게 안 된다. 아이 자존감을 키워주는 양분은 부모만이 줄 수 있다. 그런데 무언가를 줄 수 있는 사람은 그 무언가를 충분히 가진 사람이어야 한다. 그러니 무엇보다 부모 자신의 자존감이 가장 중요하다. 자존감이 없는 부모는 아이에게도 자존감을 줄 수 없다.
―p.36【자존감은 홈메이드다】

아이 셋을 키우면서 아이들 마음을 가장 병들게 하는 게 무엇일까 생각해본 적이 있다. 절대 줘서는 안 될 가장 위험한 감정. 나는 그게 바로 ‘죄책감’이라고 생각한다. 마음의 병은 부모에 대한 작은 미안함에서부터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그런 미안함을 일상에서 반복적으로 느끼고 매일 새벽까지 잠 못 들 정도로 시달린 아이는 몇 년 뒤 어떻게 될까. 우울해지고 무기력해지는 건 기본이고 ‘나는 쓸모없는 존재야’라고 자기 자신을 포기해버리는 데까지 굴러떨어진다. 미안함이라는 감정의 끝은 항상 최악으로 치닫게 돼 있다.
―p.97【죄책감이 아이에게 가장 위험하다】

아이가 왜 지하로 떨어졌는지를 아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게 아이한테 어떤 의미일까를 따져보는 것이다. 아이들 중에는 성품상 한 번은 지하에 내려갔다 와야 하는 애들도 있다. 특히 고집이 세고 자기 주관이 강한 자녀들은 부모가 말하는 길로 가지 않는다. 그곳에 뭐가 있는지 자신의 눈으로 기어이 확인해야만 스스로 걸어 나오는 아이들이 있는 것이다. 그러니 아이가 지금 지하에서 방황하고 있다면 길고 긴 자녀의 인생에서 한 번은 깊이 내려가서 건져 올 게 있구나, 라고 생각하는 게 좋다. 힘겹지만 필요한 과정이라고, 이 과정이 아이의 인생에서 깊이를 만들어줄 거라고 생각해보는 것이다. 아이는 그 어두운 지하에서도 매일 큰다.
―p.111【깊이가 높이다】

엄마가 엄마답기 위해서는 신체 나이만 먹을 게 아니라 스스로 자존감 나이를 먹어야 한다. 40대면 40대에 걸맞은 스스로 괜찮은 사람이라는 확신, 잘 살고 있다는 자신감이 있어야 자존감도 나이와 걸맞은 수준이 된다. 나는 가끔 아이들과 여러 문제를 상의하고 해결해나갈 때마다 늘 생각한다. ‘지금 몇 살짜리 자존감으로 이 대화를 하고 있는 거지? 혹시 내가 내 아이들보다 더 낮은 수준으로 대화하고 생각하는 것 아닐까’ 엄마는 아이보다 나이를 더 먹어서 든든한 게 아니다. 아이보다 두둑한 자존감 나이를 먹어서 든든한 것이다. 든든한 엄마를 둔 자녀와 빈약한 엄마를 둔 자녀는 어렸을 때부터 삶을 대하는 기본자세가 다르다. 아이가 매사 자신감이 없고 무기력하다면 엄마인 나의 자존감 나이를 먼저 들여다봐야 한다. ‘내 자존감 나이는 과연 몇 살인가’
―p.232【엄마의 자존감 나이는 몇 살인가?】

구매가격 : 12,800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