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스텔러 : 시체들의 사랑 3권{완결)

도서정보 : 차우모완 | 2023-12-09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어느 밤 스산한 비가 그친 후, 도시 상공에 거대한 검은 핏빛 보름달이 뜨고, 하수도로부터 듣도 보도 못한 괴기갑철충들이 뛰쳐나와 한 블록을 점령한다. 그로 인해 사람들은 독특한 성정과 행동양식을 띤 낯선 이웃들로 변해간다.
이 생명체들은 도대체 어디에서 왔으며, 목적은 무엇인가!?
고립된 블록에서 사람들을 구하고 탈출하기 위해선 이 미스터리를 풀지 않으면 안 됨을 뒤늦게야 깨닫는 생존자들. 함께 고립된미생물학과 대학생 윤아와 휴가병 승우는 자신들의 전문 지식을 쥐어짜 급조된 오합지졸 자경단들과 함께 이 블록의 작전 참모이자 행동대장으로 변신한다.

-미생물학, 분자생물학, 생명공학, 나노테크놀로지, 유전공학 등 전문 과학 지식을 바탕으로 집필된 역대급 대형 재난 미스터리 스릴러!-

구매가격 : 3,000 원

귀신님의 완벽한 복수

도서정보 : 강엄고아 | 2023-12-08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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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로와 사주를 봐주는 점쟁이들과 신내림을 받은 무속인들이 모여 사는 사주 골목. 그곳에서 돈도 제일 많이 벌고 인심도 후하다며 사주 골목 사람들끼리 엄지를 치켜세우는 이가 있었으니, 바로 신당 ‘명당’의 주인, 채명이었다. 퇴마 의뢰가 들어왔다 하면 검은색 외제 승용차가 데리러 오는 것은 예삿일이며 의뢰가 끝나면 사주 골목 사람들에게 거하게 한턱을 쏘니 명은 자연스럽게 유능한 퇴마사로 이름을 날리게 되었다.
하지만 명에게는 비밀이 있었다. 사실 그녀는 인간 고객이 아닌 귀신 고객을 받고 있었다. 억울하게 죽은 귀신들의 원한을 풀어주는 것이 명의 일이었다. 원한을 풀어주는 대가로 귀신들로 하여금 적당한 부잣집에서 깽판을 치도록 한 다음 짜고 치는 퇴마를 해서 부잣집으로부터 돈을 받으며 살고 있었다.
그동안 이 일을 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귀신들이 벌이는 일이니 인간 세상에 소문이 퍼질 일도 없거니와 가짜 퇴마 행위에도 빈틈이 없었다. 그런데 어느 날, 형사 두 명이 명당에 들이닥친다. ‘명이 살인을 도왔다’는 의심을 품고서. 명은 그날부터 살인 사건에 휘말려 형사들에게 괴롭힘을 당하기 시작한다.

구매가격 : 11,200 원

호스텔러 : 시체들의 사랑 2권

도서정보 : 차우모완 | 2023-12-08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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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밤 스산한 비가 그친 후, 도시 상공에 거대한 검은 핏빛 보름달이 뜨고, 하수도로부터 듣도 보도 못한 괴기갑철충들이 뛰쳐나와 한 블록을 점령한다. 그로 인해 사람들은 독특한 성정과 행동양식을 띤 낯선 이웃들로 변해간다.
이 생명체들은 도대체 어디에서 왔으며, 목적은 무엇인가!?
고립된 블록에서 사람들을 구하고 탈출하기 위해선 이 미스터리를 풀지 않으면 안 됨을 뒤늦게야 깨닫는 생존자들. 함께 고립된미생물학과 대학생 윤아와 휴가병 승우는 자신들의 전문 지식을 쥐어짜 급조된 오합지졸 자경단들과 함께 이 블록의 작전 참모이자 행동대장으로 변신한다.

-미생물학, 분자생물학, 생명공학, 나노테크놀로지, 유전공학 등 전문 과학 지식을 바탕으로 집필된 역대급 대형 재난 미스터리 스릴러!-

구매가격 : 3,000 원

지지 않는 달

도서정보 : 하타노 도모미 | 2023-12-08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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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커는 순간의 틈을 노리고 찾아와요.
경찰을 기다리고 있을 시간이 없어요.”

피해자의 공포와 가해자의 심리를 치밀한 서사로 그려낸
스토킹 범죄 소설의 압도적 걸작

“헤어지고 싶어”라는 나의 한마디 말이
그에게는 스토커로 돌변해 날아오를 활주로가 되었다.

내 남자친구에서 이제 섬뜩한 스토커가 된 그는
마치 ‘지지 않는 달’처럼 늘 내 주변을 맴돌고 있다.
그가 언뜻 강압적인 모습을 보였을 때
하루라도 빨리 헤어져야 했을까?
사람들은 내게 잘못이 없다고 하지만
매일 그 두려움을 견디는 건 나의 몫이다.
아무리 어둠으로 도망쳐도 돌아보면 달은 늘 그곳에 있다.
도무지 헤어나올 길이 보이지 않는 이 악몽에서
어떻게 나는 벗어날 수 있을까……


젊은 세대의 삶을 중심으로 다채로운 이야기를 선보이는 하타노 도모미
현대인의 ‘생존과 행복’의 핵심을 꿰뚫어보는 작가

하타노 도모미는 젊은 세대와 여성의 삶을 중심으로 다채로운 이야기를 선보이는 작가다. 도시 여성들의 고단한 일상을 섬세하게 그린 『감정8호선』의 드라마화로 주목받았고, 작가로서 안정적인 생활을 유지하기까지 십 년 넘게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며 생활고를 겪었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여성 홈리스의 이야기를 그린 『신을 기다리고 있어』로 일본 사회에 반향을 일으켰다.
『지지 않는 달』은 하루아침에 스토킹 가해자와 피해자의 관계가 되어버린 한 연인의 이야기를 통해 피해자의 공포와 가해자의 심리를 치밀하게 그려낸 하타노 도모미의 대표작이다. 총 10장 구성의 이 소설은 홀수 장을 피해자인 여성 주인공의 시점으로, 짝수 장을 가해자인 남성 주인공의 시점으로 그린다. 이는 동일한 사건을 정반대의 시각으로 거듭 교차시켜 보여줌으로써 매우 공포스럽고 섬뜩한 가해자와 피해자의 인식 차이를 예리하게 드러낸다. 책 말미에 수록된 해설은, 일본에서 스토커 500명 이상을 카운슬링한 스토킹 범죄 전문가 고바야카와 아키코의 실질적인 조언들을 담고 있다.


꿈같은 연애의 장면이 순식간에 사고의 현장으로
그는 왜 스토커가 되었을까?

가와구치 사쿠라(여, 28세)
사람들의 피로를 풀어주고 아픈 곳을 치유해주는 직업적 보람에 매력을 느껴 마사지사가 되었다. 고향을 떠나 도쿄의 한 마사지숍에서 일하고 있다. 차분하고 온화한 성격으로, 언젠가 고향에 돌아가 자신의 마사지숍을 여는 것을 꿈꾸고 있다. 출퇴근을 반복하며 늘 똑같은 일상을 보내던 어느 날, 자신의 단골 고객 ‘마쓰바라’로부터 사귀고 싶다는 고백을 받는다.

마쓰바라 요시후미(남, 31세)
큰 키에 호감 가는 외모, 미식을 즐기는 등 세련된 취향을 지녔다. 직장인 출판사의 일이 적성에 맞진 않지만 그럭저럭 버텨내고 있다. 엄격한 집안의 외아들이고, 인간관계가 넓은 편은 아니다. 과로로 쌓인 피로를 풀기 위해 다니는 마사지숍에서 밝고 다정한 사쿠라에게 반해 먼저 고백을 한다.

평범해 보이는 두 사람의 연애는 “헤어지고 싶어”라는 사쿠라의 말 한마디로 전혀 다른 국면을 맞이한다. 이별 통보를 납득할 수 없는 마쓰바라의 집착적 행각은 하루에 1~2백 건에 달하는 메시지를 보내는 것으로 시작해, 몰래 미행하거나 감시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전 여자친구의 직장이나 지인에게까지 위해를 가하는 지경에 이른다.
일을 그만두고 증발하듯 조용히 부모님의 집으로 피신한 사쿠라는 경찰에 도움을 요청하고 가족과 함께 안전을 위한 대비책을 세운다. 하지만 이제 스토커가 된 전 남자친구는 마치 어딘가에 늘 떠 있는 ‘지지 않는 달’, 이 상황은 결국 ‘둘 중 하나가 죽어야만 끝나는 악몽’일 거라는 생각 역시 지울 수 없다.

내가 다시 사귀겠다고 말할 때까지 마쓰바라 씨는 나를 따라올 것이다. 경찰을 찾아가도 헛수고일 것이다. 경고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찾아왔으니까. 누군가가 나를 항상 지켜봐줄 것도 아니고, 공격에 대비한 요새에 살 수도 없다. 마쓰바라 씨가 체포되어 감옥에 갈 만한 짓을 저질렀다고 한들, 몇 년만 지나면 나온다. 마쓰바라 씨나 나, 어느 한쪽이 죽을 때까지 이 생활은 계속될 것이다. 설령 마쓰바라 씨가 찾아오지 않는다 하더라도 이 두려움은 내 안에서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본문 319p)

작가는 다각적이고 심층적인 조사를 바탕으로 완성한 치밀한 서사 위에 피해자 사쿠라가 느끼는 공포를 여실히 그려내는 한편, 가해자 마쓰바라의 자기합리화와 모순적인 심리 전개를 섬뜩할 정도로 세밀히 보여준다. 그 분열적 행보의 끝에는 마쓰바라의 분노와 집착이 진정으로 향한 대상이 누구였는지, 그 처참한 진실을 마주하게 된다.


스토커와 연을 맺지 않기 위해, 혹은 스토커가 되지 않기 위해
나는 누구에게 공감하는가?

사쿠라는 경찰에 찾아가 전 남자친구의 스토킹 행위를 신고하지만 ‘하루에 수백 건씩 메시지를 보내와도 살인이나 협박을 암시하는 내용이 없기 때문에’ ‘요즘은 스토킹 행위가 줄어들었기 때문에’ 정식 사건으로 접수하기 어렵다거나, 법적·제도적 장치가 부족해서 적극적인 보호 조치가 어렵다는 답변을 들을 뿐이다. 다들 그녀에게는 아무 잘못이 없다고 위로하지만, 매 순간 스토킹의 공포를 견디는 건 그녀의 몫이다. 매우 치밀하게 준비해서 자신을 감시하는 스토커보다 훨씬 더 노력해서 스스로 최악의 상황을 피할 수밖에 없다.

“상대를 만나서 자신의 분노를 터뜨리기 위해 스토커는 노력합니다. 경찰보다, 피해자보다 더 많이 노력해요. 운은 평등해서 노력하는 자의 편을 들어줍니다. 설령 그것이 그릇된 노력이라 할지라도 말이죠. 경고를 받아도 멈추지 않는 스토커는 다른 사람의 얘기를 듣지 않아요. 자신이 옳다고 믿고, 주위에서 만류해도 계속 무시해요. 그러는 동안 주변에는 자기편이 한 명도 남지 않게 됩니다.” (…) 세타가야 경찰서에 갔을 때 야마나카 씨는 이렇게 말했다. “스토커는 순간의 틈을 노리고 찾아와요.” 그 틈을 만드는 것이 바로 스토커의 유일한 아군인 ‘운’일 것이다. (본문 중에서)

일본의 스토킹 범죄 전문가 고바야카와 아키코는 해설에서 스토킹 피해자가 취할 수 있는 실질적인 대처법을 안내한다. 작중에서 사쿠라가 잘 대처한 일과 그러지 못한 일을 설명하고, 마쓰바라의 심리를 분석하면서, 소설이기에 더 생생하고 선명하게 실감할 수 있었던 스토킹 범죄의 현실을 다시 한번 상기시킨다. 소설에는 두 주인공 외에도 다양한 인물이 등장하는데, 그중 자신이 누구에게 공감하고 누구의 심리에 동의하는지 생각해보는 것도 이 작품을 이해하는 중요한 방법 중 하나일 것이다.

스토커는 교제중에 상대가 자신에게서 떠나지 않도록 자유를 빼앗고 그것이 정당한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상대가 떠나면 “돌아와주기만 하면 모든 게 잘 해결될 것이고, 그것이 그 사람을 위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지나치게 강렬한 욕구를 무의식적으로 정당화하기 위해 비뚤어진 사고를 한다. 아무리 오래 말로 설득해도 스토커의 생각은 결코 바뀌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한 번만 만나고 싶다고 하지만, 막상 만나면 마지막이 되지 않는다. 그러니 대화는 15분 안에 끝낸다. (…) 하지만 그렇게 해서 스토킹 행위가 멈췄더라도 안심해선 안 된다. 스토커에게 ‘풍화’는 없다. 스토커가 자취를 감췄을 때야말로 위험하다고 생각해야 한다. 카운슬링이나 치료를 받지 않는 한, 스토커가 욕구를 포기하거나 줄이는 것은 극히 어려운 일이다. 어디선가 지켜보고 있다, 기회를 노리고 있다고 상정하고 행동해야 한다. (본문 중에서)

구매가격 : 12,300 원

천일의 여황제

도서정보 : 남킹 | 2023-12-08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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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천일야화(千一夜話)에서 모티브를 얻었으며, 액자구조의 형식을 취한다.

청나라 서태후의 악행에 영향을 받았다.

외부 이야기는

고대인의 멸종 후, 천년을 지켜오던 이 땅의 왕국이, 세빈이라는 후궁 출신의 사악한 여인으로 말미암아 멸망하고, 그녀가 새로운 황제로 등극한다. 그녀는 하룻밤 잠자리 상대를 모조리 죽이는 악행을 저지른다. 어느 날, 황제에게 성적 노리개로 끌려간 정현은, 살아남기 위해 그녀에게 고대인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한편, 황제의 불만 세력들은 정현을 끌어들여 암살을 모의한다.

내부 이야기는

높은 문명을 자랑하던 고대인은 3번째 큰 전쟁과 여러 가지 이유로 멸종한다. 극소수의 생존자들은 하늘, 지하, 바다, 남극으로 피난하여 각자의 국가를 건설한다. 그로부터 100년 후, 이 땅을 다시 차지하기 위한 혈투가 벌어진다.

구매가격 : 4,400 원

신세기 사랑 이야기

도서정보 : 찬쉐 | 2023-12-08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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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다른 종류의 내면에 있다”

현재 중국 문학에서 가장 창의적인 작가
밀도가 높으며 놀라울 정도로 이정표가 없다
삶과 죽음, 깨어 있는 것과 잠자는 것 사이의 경계가 사라진다
비밀의 세계에서 깨달음을 찾는 사람들의 입체적인 이야기


수수께끼 같고 종잡을 수 없는 세계, 새로운 세기의 사랑

가장 유력한 노벨문학상 후보 중 한 명으로 거론되고 있는 찬쉐의 대표작이 출간됐다. 보르헤스, 칼비노에 견주어지며 자신만의 신화적 세계로 주목받고 있는 『신세기 사랑 이야기』다. 추이란, 웨이보, 미스터 유, 샤오위안, 미스 쓰, 아쓰, 닥터 류…… 이들 등장인물은 모두 하나로 연결되어 있고, 서로가 서로에게 욕망을 품고 있다.
룽쓰샹과 그 동료는 방직공장에서 일하면서 솜 부스러기를 너무 많이 흡입해 직업을 바꿔 온천여관의 성 접대부가 되고 싶어한다. 자기 욕망도 충족시킬 겸 조금 편하게 살고자 하는데 나이가 많은 게 걸림돌이다. 하지만 계략을 잘 짰더니 살아남을 방법이 있었다. 게다가 힘 좋은 여성들의 진면목을 남자들은 알아봐준다.
예쁘장하게 생긴 계량기 공장의 창고 관리인 추이란은 축 처진 마음을 추스르러 온천탕에 왔다가 이들 여성과 마주친다. 게다가 역겹게 생긴 미스터 유까지 나타나 추파를 던진다.
추이란이 달갑잖게 여기는 비호감 인물 미스터 유는 골동품 감정가인데, 페이지를 넘길수록 그는 누구도 짐작할 수 없을 만큼 깊이를 드러낸다. 독자들은 이런 질문을 던지게 된다. 역겹게 생긴 건 단점일까? “그건 단점이라고 볼 수 없지. 누구나 다 남을 역겹게 하는 부분은 있으니까.”
온천을 들락거리는 남녀의 이야기에서 시작하는 이 소설은 표면을 다룬다. 욕망은 쉽게 변해 이들은 파트너를 바꾸곤 한다. 그런데 그 표면은 지하 동굴까지 파고들 만한 심연을 감추고 있다. 찬쉐 소설의 장면 전환은 장소 간의 이동이라기보다는 꿈과 현실 사이의 이동, 사람들의 심연과 심연 사이의 건너뛰기다. 또한 넷째 숙부처럼 이 세상 사람이 아닌 인물이 등장해 고향을 찾는 이들에게 실마리를 남긴다.
실험적이고도 환상적인 구조로 짜인 『신세기 사랑 이야기』는 끊임없이 연결되는 이야기의 구조 속에서 몇몇 단어를 눈에 띄게 흩뿌려놓았다. ‘내면에서 온 사람’이 그중 하나다. 성 접대를 하는 여성이나 그 서비스를 이용하는 남성들은 표면을 부유하는 삶을 살 것 같지만, 실은 표면이 곧 내면이고, 이들 중 일부는 다른 사람들이 “내면에서 온 사람”임을 알아차릴 만큼 꿰뚫는 시선을 갖고 있다.
제목에도 나오듯, 소설 속 인물 모두 세속과 저세상의 사랑으로 얽힌 관계다. 하지만 그들은 욕망에 ‘갇혀’ 있지 않다. 새로운 사람이 나타나면 사랑은 그쪽으로 흘러가고, 떠나보내는 이는 자기 파트너가 참사랑을 찾아 떠났다고 생각한다. 더욱이 빼앗아간 동성에게도 더없는 친밀감을 느낀다. 사랑은 고여 있지 않고 흘러갔다 제자리로 돌아온다.
찬쉐의 소설은 ‘종잡을 수 없는 전개다’ ‘변화무쌍하다’ ‘수수께끼 같다’는 평을 받곤 한다. 이를테면 아쓰라는 젊고 매력적인 여자를 이웃 노인이 망원경으로 몰래 엿본다. 그러자 아쓰는 자기 애인한테 말한다. “난 저런 게 좋아. 저러고 있는 게 바로 세계 종말 아니야? 저 사람 옆에 아카시아가 있다. 키스해줘, 아니, 여기다 해줘. 아, 진짜 좋아. 나 저 노인 사랑하는데, 믿어져?” 성애적인 것에 작가는 환한 빛을 비춘다. 여자에게든, 남자에게든.
앞서 말한 추이란의 애인은 웨이보인데, 웨이보는 접대부 룽쓰샹과도 관계를 맺은 적이 있다. 룽쓰샹은 남자들한테 “조신한 여자”라는 얘기를 듣곤 했다. 이런 평가는 정작 룽쓰샹에겐 불만이어서 온천탕에서 만난 추이란에게 이렇게 말한다. 당신은 “조신한 여자던데. 우린 그런 말이 별로 달갑지 않더라고. 아무렇게나 막 살고 싶은 마음이 있어서.“ 그러자 추이란도 입에서 나오는 대로 말하고 만다. “나도 아무렇게나 막 살고 싶은데.” 작가는 이들 인물이 모두 실용적으로 사랑할 준비가 되어 있음을 드러내 보인다.

“집이 있다는 건 천국이 있다는 말만큼이나 불가능한데”

추이란은 그동안 쌓인 휴가를 한 번에 몰아서 어느 날 고향을 방문했다. 시골 동쪽에 사는 친척 오빠는 자녀들을 분가시키고 아내와 단둘이 200평 면적의 논농사를 지으며 닭과 오리도 기르는 조용한 삶을 살고 있었다. 마을에 도착해 추이란은 ‘오빠’ 하고 큰 소리로 불렀다. 곧 오빠 부부가 나왔는데 키는 난쟁이 같고 피부는 석탄처럼 까만 데다 뭔가에 정신이 팔린 듯 보였다. 게다가 밤중에는 나무 위나 논두렁에 앉아 있었다. 올케언니는 더했다. 곤충 울음소리를 내는데 마치 매미 같았다. 추이란의 따가운 시선을 느낀 오빠는 말한다. “우리가 왜 나무에 앉아 있었는지 물어보고 싶은 거 다 알아. 땅이 울부짖는 소리에서 멀리 떨어지고 싶었어. 침착하게 뭔가를 결정할 수 있도록 말이야.” 추이란은 문득 친척 오빠 부부가 이 세상 사람들이 아닐 거라고 짐작한다. 하지만 오빠는 중요한 징검다리다. 이후 전개에서 드러나듯 추이란과 그 애인 웨이보 사이를 오가는 역할을 맡게 된다.
웨이보의 아내인 샤오위안 역시 주목할 만한 인물이다. 학교 선생인 그녀를 좋아하는 제자들은 그녀를 쥐와 식물의 세계로 이끌고, 주변 인물들은 그녀가 ‘내면에서 온 사람’임을 알아차린다. 늘 여기저기 출장을 다니는 샤오위안이 내뱉는 한마디는 어쩌면 이 책의 내용을 요약하는 듯하다. “여행이 좋아요. 여행은 한 군데만 고집하는 것과 같으니까. 고향에서도 한곳을 정해 머물면 오히려 떠돌이가 된 느낌이 들죠.”
소설 속 인물들은 집을 가진 사람조차 고향을 찾아 떠돈다. 가령 미스터 유는 이런 말을 한다. “집이 있어서 정말 좋겠다. 나한테 그런 건 천국이 있다는 말만큼이나 불가능한 일인데.” 이 말을 들은 웨이보는 오히려 미스터 유의 뒷모습을 응시하면서 그가 더 대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소설이 전개되며 점점 드러나듯, 미스터 유는 작품 전체에서 가장 변화무쌍하다. 이 인물들은 모두 상대방의 심연을 불현듯 알아차린다. 비록 자기 자신은 “죽도 밥도 아니”고, 정신이 온전하지도 않지만.
이 책의 주인공들은 스스로의 가치는 보지 못하나 상대방 혹은 내 애인을 빼앗아간 사람에게서는 빛나는 가치를 발견한다. 가령 미스터 유는 “저는 무용지물, 빈껍데기입니다”라고 말하면서 오페라 가수 부부를 존경한다. 사실 가수 부부 중 남편은 고지식해서 아무거나 주워먹으려고 쓰레기통을 뒤지고 다니는 유령이다.
죽은 사람과 산 사람이 이곳저곳에서 등장하며 하나로 이어지는 이야기는 꿈의 환각 작용과도 같다. 현실과의 구분이 흐릿해지는 경험을 주인공들 누구나 한다. “난 이렇게 도로에서 어슬렁대는 걸 가장 좋아한다네…… 화장도 지우지 않고 다니는 거지. 귀신처럼 보이게 말이야. 이러고 돌아다니면 죽은 남편이 보이기도 한다오.” 그 환각은 작품 전체에 따스한 기운을 불어넣는다.

식물, 지하 동굴 그리고 향기의 세계

추이란의 소설은 감각적이다. 특히 시각과 후각 면에서. 작가는 몇몇 인물의 시각을 박탈한다. 웨이보는 자신의 고향이 정확히 어디 있고 어떻게 생겼는지 모르는데, 그건 어릴 적 아버지가 매년 아들을 고향에 데려가면서 눈을 안대로 가린 후 맹인인 척하게 했기 때문이다. 어린 웨이보는 고향에 가고 싶어 얌전하게 눈을 가린 채 꿈쩍 않고 기차칸에 앉아 있었다. 그는 어느 날 잃어버린 고향을 찾는 여정에 들어서는데, 나중에 수감되면서 감옥이 바로 고향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웨이보의 아내 샤오위안은 어느 날 출장 가려고 동북지방행 기차를 탔다. 그때 맞은편에 앉아 있던 맹인이 자신을 ‘귀뚜라미’라고 부르라 했다. 둘이 대화를 나누던 중 샤오위안은 귀뚜라미 오빠가 평생 한곳에 붙박여 있었을까봐 염려되어 말한다. “고생 많았어요, 귀뚜라미 오빠. 부뚜막에 계셨다죠? 나 같았으면 잡목숲의 은둔자나 방랑자가 되고 싶었을 텐데.” 이런 샤오위안의 발언은 자세히 뜯어보면 아이러니를 품고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그녀는 “여행은 한 군데만 고집하는 것”과 같다는 말을 했으니까.
이 책은 향기와도 관련 있다. 추이란은 전 애인 웨이보가 감옥에 들어갔다는 소식을 듣고는 대성통곡하면서 웨이보가 고귀한 인품을 갖춘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뭐라고 콕 집어 말할 순 없지만, “어쩌면 쑥향과 관련 있지 않을까”라고 말하면서. 고향을 찾는 다른 사람들도 온종일 여기저기 냄새를 맡고 다니면서 자기가 태어난 마을 입구의 실마리를 얻으려 애쓴다.
소설에서 골동품 감정가 미스터 유와 그가 일하고 있는 가게는 다른 세계로 통하는 입구 같다. 옛 유물들을 다루는 이들은 종적인 시간대를 넘나들며 늘 불면증을 달고 산다. 그런 미스터 유가 감정하는 화병은 중요한 세계를 상징하는 듯하다. “우리 시골에 있는 화병은 비둘기도 집어넣을 수 있어요. 화병이 작아 보이기는 해도 안쪽은 굉장히 넓거든요. 우리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닥터 류라는 인물은 여자에게 집착하지만 독신주의자다. 직업은 양의사인데 어느덧 약초와 식물의 세계로 빠져들어 여자만큼 식물 없이는 못 산다. 그는 어느 날 기차에서 우연히 만난 샤오위안과 사랑에 빠진다. 두 사람은 독자를 땅의 진동 속, 식물의 세계로 이끄는 매개체다.
후반부로 갈수록 주인공들이 자주 입에 올리는 말은 ‘역사’다. 특히 방직공장 출신의 성 접대부들이 실은 ‘살아 있는 역사’이기에 찬쉐는 이들이 기록되어야 할 인물임을 암시하는데, 그 기록의 권한을 남성 실직자인 공장 수위 홍씨에게 부여한다. 이렇듯 이 책에서 보잘것없이 나타났던 모든 남성은 가장 깊은 존재일 뿐 아니라 다른 세계와 이어주는 데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리고 그 세계에서 여성들은 이미 친구가 되어 있고 모두 연결되어 있다.

구매가격 : 15,400 원

호스텔러 : 시체들의 사랑 1권

도서정보 : 차우모완 | 2023-12-07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어느 밤 스산한 비가 그친 후, 도시 상공에 거대한 검은 핏빛 보름달이 뜨고, 하수도로부터 듣도 보도 못한 괴기갑철충들이 뛰쳐나와 한 블록을 점령한다. 그로 인해 사람들은 독특한 성정과 행동양식을 띤 낯선 이웃들로 변해간다.
이 생명체들은 도대체 어디에서 왔으며, 목적은 무엇인가!?
고립된 블록에서 사람들을 구하고 탈출하기 위해선 이 미스터리를 풀지 않으면 안 됨을 뒤늦게야 깨닫는 생존자들. 함께 고립된미생물학과 대학생 윤아와 휴가병 승우는 자신들의 전문 지식을 쥐어짜 급조된 오합지졸 자경단들과 함께 이 블록의 작전 참모이자 행동대장으로 변신한다.

-미생물학, 분자생물학, 생명공학, 나노테크놀로지, 유전공학 등 전문 과학 지식을 바탕으로 집필된 역대급 대형 재난 미스터리 스릴러!-

구매가격 : 3,000 원

말테의 수기(세계문학전집 238)

도서정보 : 라이너 마리아 릴케 | 2023-12-07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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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한 영혼을 흔드는 불안하고 불확실한 세계
기억과 망각, 이름 없는 죽음에서 찾은 존재의 자리

20세기 전반 독일을 대표하는 시인 라이너 마리아 릴케가 남긴 유일한 장편소설이자 반자전적인 산문문학 『말테의 수기』(1910)가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으로 출간되었다. 원제는 ‘말테 라우리스 브리게의 수기’로, 덴마크의 몰락한 귀족 가문 브리게가家의 마지막 후손이자 스물여덟 살의 무명 시인 말테가 그 주인공이다. 전체를 관통하는 줄거리 없이 단편적인 71개 장으로 구성되어 있고, 각 장에 말테가 자신의 삶에서 스스로 의미를 부여한 거대한 것들에 대한 단상과 성찰이 담겼다. 모리스 블랑쇼는 “두려움과 죽음”에 대한 소설이라 평했고, 고 이어령 박사는 “아름다운 영혼들을 만나보는 여행을 떠날 수 있는 작품”이라 평했다. 파리라는 대도시의 익명성 속에서 말테는 자기해체 직전에 있으며, 기억의 파편을 추적하고 자신을 괴롭히는 다양한 형태의 불안을 묘사함으로써 삶을 재구성하려 시도한다. 희미하게 떠오르는 것은 개인의 정체성을 초월하는 삶의 예감이다. 릴케가 20세기 초 불안과 고뇌의 나날을 거쳐 작가로서 후기의 대작 『두이노의 비가』를 쓰기까지 변모의 전환점에서 독특한 형식으로 자기성찰을 시도한 작품이며, 카프카의 소설들과 함께 20세기 새로운 리얼리즘을 추구한 문학사상 기념비적 작품으로 오늘날까지도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죽음의 그림자를 안고 삶을 노래한 시인
망각과 기억의 심연에서 길어낸, 살아가리라는 예감

프라하에서 태어난 릴케는 평생 유럽 각지를 여행했고, 한곳에 오래 머물지 않았다. 프라하대학교에서 법학과 예술을 공부하던 무렵, 시집 『삶과 가곡』을 자비로 출판하여 무료로 배포했고, 그후 뮌헨으로 갔다가 베를린으로 옮겼다. 이때 발표한 일련의 서정시들에서 나타난 릴케의 세계는 공허하고 외로웠다. 스물다섯 살 때 톨스토이와 투르게네프에 매료되어 평생의 친구 루 안드레아스 살로메와 러시아로 떠났고, 그 직후 20세기가 찾아왔다. 러시아에서 돌아온 릴케는 로댕의 제자인 조각가 클라라 베스트호프와 결혼해 예술인 공동체 마을 보릅스베데에 머물렀고, 예술가들과 교유하며 특히 로댕에 심취해 이듬해 파리로 옮겨가 사 년간 그의 작업실을 오가고 때로는 함께 지내며 『오귀스트 로댕』을 완성했고, 수차례 로댕론을 강연하기도 했다. 그리고 릴케는 벨 에포크 파리에, 대도시 파리에 압도되었다. 살로메에게 보낸 편지에서 “삶이라고 불리는 모든 것이 두렵고, 파리에서, 사람들 사이에서 너무나 외롭고 외롭다. 오가는 모든 것이 나를 밀어낸다”고 쓰기도 했다. 그리고 이때 경험한 릴케의 파리는 후에 말테의 파리가 되었다.

나는 지금 파리에 있습니다. 이 말을 들으면 사람들은 반색하고, 대부분은 부러워합니다. 당연히 그럴 것입니다. 파리는 대도시이고, 여러 가지 신기한 유혹으로 가득합니다. 나를 생각해보면, 어떤 점에서는 그런 유혹을 물리치지 못했다고 인정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렇게밖에는 달리 말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나는 유혹을 물리치지 못했고, 그 결과 약간의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성격이 바뀌었다고 할 수는 없지만 세계관은 조금 변했다고 할 수 있고, 어쨌든 나의 삶에는 변화가 생겼습니다. 이런 영향으로 내 안에서 모든 사물에 대해 완전히 다른 관점이 차츰 생겨났던 것입니다. 그리고 바로 여기에 지금까지 어떤 것보다 더 나를 사람들로부터 고립시키는 몇 가지 차이가 존재합니다. 변화된 어떤 세계, 새로운 의미로 가득찬 새로운 삶이 있습니다. 모든 것이 너무나 새롭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조금 힘겹습니다. 나는 나 자신에 대한 일에도 여전히 초보자입니다. (본문 중에서)

젊은 시인 말테는 대도시 파리의 어느 골목, 다섯 층계를 올라간 춥고 좁은 작은 방에서, 고립된 삶 속에서 글을 쓰려 한다. 조각조각 떠오르는 기억들, 일상에서 마주친 두려움과 불안, 얼굴 없는 이웃들, 이름 없는 죽음들, 끊임없이 방 천장을 가로지르는 소음들을 생각하고, 글을 쓴다. 형식적인 구분은 없지만 소설은 페이지를 달리한 장을 기준으로 총 2부로 나뉜다. 1부는 파리에서 겪은 일과 과거의 기억들, 여섯 장의 태피스트리 연작 <여인과 일각수> 이야기까지이며, 2부는 입센과 베토벤, 보들레르, 사포, 루이즈 라베, 엘레오노라 두세 등 예술가들과 샤를 대공, 샤를 6세, 가짜 황제 드미트리, 교황 요한 22세 등 역사적인 인물들의 이야기까지다. 그리고 2부 마지막인 성경의 ‘탕자’ 이야기를 통해 말테는 사랑받는 것을 거부하고 사랑하며 살리라고, 삶과 사랑의 방식을 바꾸리라고 암시한다.
삶의 문제를 고민했던 릴케는 그것을 끝까지 파보기 위해 자신의 분신과도 같은 말테를 삶의 가장자리 끝에,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그를 죽음 옆에 두었다.


시로 쓴, 시가 된 소설
릴케의 온 세계를 담은 유일한 장편소설

릴케의 전기와 말테의 허구 사이의 경계가 종종 모호해지는 이 반자전적 소설에서 파리는 덴마크 청년 말테를 무겁게 짓누른다. 거리에서 죽어가는 사람, 벽을 짚고 힘겹게 걸어가는 임산부, 죽기 위해 병원으로 몰려가는 듯한 사람들, 무도병에 걸린 남자, 수레를 끌며 꽃양배추를 파는 맹인, 나병 환자, 온갖 가난하고 지친 사람들로 가득하다. 그들은 모두 서로 대화도 하지 않는 외롭고 가난한 사람들 같고, 다가올 운명만 마주하고 있는 듯하다. 말테의 내면에 들어간 우리는 죽음이 가득한 흑백의 파리를 눈앞에서 보듯 그 내면의 두려움과 공명하게 된다.

나는 여기 내 작은 방에 앉아 있다. 나, 브리게는 스물여덟 살이 되었고 나를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나는 여기에 앉아 있고, 아무것도 아니다. 그리고 이 아무것도 아닌 것이 생각하기 시작하고, 생각을 한다. (본문 중에서)

말테는 짐 가방 하나와 책 상자 하나뿐인 허름한 방에서 고독하게 살고 있다. 그의 예민한 신경은 도시의 번잡함 속에서 유난히 긴장되어 있다. 파리에서의 삼 주는 그를 흔들고 완전히 바꾸어놓았다. 그는 새로운 출발을 결심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보는 것부터 제대로 하려고 한다. 모든 것을 살펴봐야 하고, 모든 것을 느끼고 이해해야 하고,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려서 모든 기억이 자기 안에서 생명을 얻고 자기 자신과 분리될 수도 없을 때 비로소 진정한 시가 탄생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1부가 불안과 죽음의 책이라면, 2부는 사랑의 책이다.
어머니와 함께 레이스를 풀어 구경하던 일, 이웃 슐린가의 불타버린 저택을 방문한 일, 어린 시절 어른들의 선물에 환멸을 느낀 일, 용감한 샤를 대공 이야기 등 많은 회상이 등장하지만, 가장 큰 줄기는 사랑에 빠진, 사랑을 하는 여인에 대한 찬가다. 엘로이즈, 베티나, 사포 등 중세와 르네상스시대 여인들이 보여준 위대한 사랑에 말테는 이렇게 경탄한다. “사랑받는다는 것은 불타버리는 것이다. 사랑한다는 것은 결코 고갈되지 않는 기름으로 불을 밝히는 것이다. 사랑받는다는 것은 사라져가는 것이고, 사랑한다는 것은 영속하는 것이다.” 성경에 나오는 탕자의 이야기도 그에게는 남에게 사랑받기를 거부하고 신의 사랑만을 구하는 사람의 이야기로 해석된다.
쓸쓸한 영혼의 여정, 절묘한 시적 산문의 보물이라 일컬어지며 오늘날에도 현대인의 고독과 깊이 공명하는 이 “불안의 책”에서 말테는 궁극적으로 자신이 머물 ‘존재의 자리’에 도달한다고 암시한다. 불안이라는 감정을 주로 다룬다는 점에서, 의식의 흐름에 따라 쓰였다는 점에서 종종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1913~1927)와 함께 거론되지만, 사실 이 소설을 읽는 일은 지난할 수도 있다. 모든 문장이 규칙적이고 합리적이고 언어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글이 아니라, 먼저 감정이 나의 세계로 들어오는 느낌이다. 글이 언어가 아니라 느낌으로 전달된다. 강렬한 감정을 표현할 때 그림이, 춤이 탄생하듯 릴케의 산문은 그의 감정이 그대로 문장이 된 듯한 느낌을 준다. 릴케의 말을 빌리자면 그것은 “말하는 것이 아니라 보여주는 것이 핏속에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는 장려한 언어를 듣고 그 언어로 시를 쓰겠다는 열망에 휩싸인 사람 같았다. 그의 앞에는 이 언어가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알고 당혹해하는 일이 놓여 있었다. (본문 중에서)

구매가격 : 10,500 원

테러리스트

도서정보 : 마이 셰발, 페르 발뢰 | 2023-12-06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인간에 의해 창조된 인물 중
마르틴 베크만큼 내가 마음 깊이 공감한 이는 없다.”
_박찬욱, 영화감독

라틴아메리카에서 장기간 독재정치를 행하던 대통령이 거리 한복판에서 폭탄 테러로 죽임을 당한다. 곧 배후에 있는 암살 조직의 정체가 밝혀지고, 최근 그들이 유력 정치인을 대상으로 세계 곳곳에서 테러를 자행해왔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긴장감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미국으로부터 정상급 정치인이 방문하는 일정을 앞둔 스웨덴 경찰은 국빈 경호를 위한 특별반의 총책임자로 마르틴 베크를 임명한다. 지난 십여 년간 함께 일한 경찰 동료들과 함께, 마르틴 베크는 암살 테러 시도를 저지할 수 있을까?

요 네스뵈, 헨닝 망켈 등 유수의 범죄소설 작가들이 가장 사랑하는 시리즈, 북유럽 미스터리의 원점, 경찰소설의 모범 ‘마르틴 베크’ 시리즈의 10번째 작품이자 마지막 작품 『테러리스트』가 출간되었다. 2017년에 출간된 『로재나』를 포함한 아홉 편의 작품에서 여러 범죄 사건을 해결해온 마르틴 베크가 10권 『테러리스트』에서는 유력 정치인을 노리는 세계적인 암살 테러 집단을 상대로 경호 임무를 수행한다.
엘릭시르에서 2017년 출간한 『로재나』를 시작으로 7년간 꾸준히 이어져온 ‘마르틴 베크’ 시리즈는 스웨덴 국가범죄수사국에 근무하는 형사 마르틴 베크를 주인공으로 하는 경찰소설이다. 공동 저자인 마이 셰발과 페르 발뢰는 전체 열 권으로 이루어진 이 시리즈에 ‘범죄 이야기’라는 부제를 붙여 부르주아 복지국가인 스웨덴이 숨기고 있는 빈곤과 범죄를 고발하고자 했다. 또한, 긴박한 전개와 현실적인 인물이 자아내는 위트까지 갖추어 대중소설로서의 재미도 놓치지 않은 작품으로 완성시켰다.
세계적인 영화감독 박찬욱 감독은 지난해 〈헤어질 결심〉(2022년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 경쟁 부문 초청, 감독상 수상작)의 주인공 캐릭터를 조형하는 데 ‘마르틴 베크’ 시리즈가 중요한 영향을 끼쳤다고 밝힌 바 있다. (출처: 김혜리의 콘택트 https://youtu.be/9RdNY19MtSw?t=718) 차분하고 유능한 경찰인 장해준(박해일 분)은 차근차근 단서를 수집하고 사건을 끊임없이 곱씹으며, ‘생각하는 형사’ 마르틴 베크의 수사 스타일을 보여준다. 이들은 모두 천재적인 추리력을 뽐내는 독보적이고 영웅적인 탐정이 아니라, 정해진 일과와 절차를 따르는 지극히 현실적인 경찰로 그려진다.

●‘범죄 이야기’의 마지막 장으로
작품의 제목으로부터 쉽게 유추할 수 있듯이 『테러리스트』에서 마르틴 베크는 정치인을 대상으로 암살 테러를 일삼는 국제 테러리스트를 추적한다. 소설의 도입부에서 벌어진 대규모의 폭탄 테러 사건은 세계 각국에 경각심을 불러일으킨다. 이에 따라 스웨덴 정부는 예정된 국빈 방문 일정 중에 불미스러운 일이 없도록 경찰에 지시를 내리고, 그 임무를 맡은 특별책임반의 책임자로 마르틴 베크가 지명된다. 이제 마르틴 베크는 오랫동안 함께 일해온 동료들과 함께, 이미 스웨덴 땅으로 숨어든 테러리스트들의 계획을 저지해야만 한다.

소설의 제목인 ‘테러리스트’에서 예상할 수 있듯이, 마이 셰발과 페르 발뢰의 마지막 ‘마르틴 베크’ 시리즈인 이 책에서는 테러가 잔뜩 벌어진다. 하지만 테러로 인한 혼란은 줄거리의 맨 앞과 뒤를 장식한 정치적 암살에서만 발생하는 게 아니다. 셰발과 발뢰가 이 책에서 꾀하는 바는 테러의 근본적인 정의 자체를 훨씬 더 폭넓게 탐구하는 것이다.
_데니스 루헤인, 『테러리스트』 서문 중에서

직전 작품인 『경찰 살해자』에서 스웨덴 사회의 타락과 경찰 조직의 방만한 실태를 신랄하게 지적했던 저자들의 태도는 『테러리스트』에서도 조금도 꺾이지 않는다. 단, 거대해진 범죄의 규모만큼이나 시야를 넓힌 셰발과 발뢰는 본작을 통해 스웨덴 사회를 넘어서, 자본주의 체제 내에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해악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테러리스트』에서 ‘테러리스트’는 단순히 국제 테러 조직에 속해 있는 자들만을 가리키지 않는다. 타국민을 향해 무자비한 폭력을 휘두르는 것을 거리끼지 않는 강대국의 정치인들과, 자국민을 억압하고 입맛대로 움직이기 위해 폭력을 휘두르는 권력자들, 즉 ‘국가’와 ‘체제’에 의한 폭력이 테러와 다름없음을 비판한다. 이 책의 서문을 쓴 미국의 하드보일드 스릴러 작가 데니스 루헤인 역시, 『테러리스트』의 서문에서 마르틴 베크와 동료들에게 최대의 적은 “총알이나 폭탄이 아니”며, “스스로에게 불행한 상황을 오히려 치켜세우고 보상하는 관료 기구”라고 지적하고 있다.

●범죄소설을 현실의 거울상으로 만들다

“마르틴, 자네의 문제는 잘못된 직업을 가졌다는 것뿐이야. 잘못된 시대에, 잘못된 나라에서, 잘못된 체제에서.”
_『테러리스트』,

저자인 마이 셰발과 페르 발뢰는 복지국가로 알려진 스웨덴의 현실을 범죄소설이라는 장치를 통해 여과 없이 그려내, 독자들이 즐거운 독서 안에서 1970년대 스웨덴 사회의 문제적 면면들을 발견할 수 있게 했다. 등장인물들은 베트남 전쟁 반대 시위, 인종차별주의 정책 반대 시위가 벌어지는 현장을 지나치기도 하는데, 이렇게 사회상을 문학작품에 녹이는 작풍은 ‘마르틴 베크’ 이전까지의 범죄소설에서는 보기 드문 것이었기에 특별한 의의를 지닌다.
데니스 루헤인은 ‘마르틴 베크’ 시리즈가 당대 사회상을 고스란히 녹여내고 있다는 점을 짚어내기도 했다. 시리즈의 후반으로 갈수록 논객으로서의 셰발과 발뢰가 체제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여가기 때문이다. 그와 동시에, 루헤인은 소설가로서의 셰발과 발뢰가 ‘이야기’의 유머와 재미를 놓치지 않음으로써 장르소설의 모범적 사례가 되었음을 극찬한다.

순수한 사람들은 파괴된다. 그들을 착취하는 사람들도 파괴될 때가 많다. 소설 속 사건들이 일으킨 여파는 영혼을 난도질하는 것이어서, 좋은 사람이든 나쁜 사람이든 아무 상처도 입지 않고 빠져나올 수는 없다. 오직 체제 그 자체만이 모든 더러움과 어리석음을 고스란히 간직한 채로 꾸역꾸역 굴러간다. 그 규범을 지켜내려고 애쓰는 영리하고, 끈질기고, 멜랑콜리한 마르틴 베크와 함께.
_데니스 루헤인, 『테러리스트』 서문 중에서

‘마르틴 베크’ 시리즈 이후로 완전히 다른 흐름을 따르게 된 범죄소설은, 범죄를 통해 사회를 비추는 거울 같은 역할을 수행하게 되었다. 또한 후배 작가들에게는 앞으로 범죄소설이 나아갈 길을 보여주며 그들로부터 “경찰 소설의 모범”(요 네스뵈), “현대의 고전, 오늘날에도 유효한 소설”(헨닝 망켈) 등의 찬사를 받았다.
‘마르틴 베크’ 시리즈는 최근까지도 스웨덴에서 드라마화가 진행되고 있는 등, 시대를 넘어서 그 인기와 작품성을 꾸준히 증명해나가고 있는 작품이다.

구매가격 : 12,600 원

친애하는 동무들

도서정보 : 노은희 | 2023-12-06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언니, 천국에서 만나드래요”

“목숨을 담보해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
지하교회 예배에 참석했고
생명을 포기하고 북한에서 탈출했다”


★ 2023 경기예술지원 문화창작지원 선정 장편소설

탄압받는 북한 지하교회를 통해
장막 뒤 간절한 신념을 그리는,
노은희 작가의 두번째 장편소설


노은희 작가의 두번째 장편소설이 나왔다. 작가는 2003년 창주문학상으로 등단한 후 소설집 『우아한 사생활』 『트로피 헌터』, 장편소설 『다시, 100병동』뿐만 아니라 여러 동화와 에세이를 발표하며 탄탄한 서사와 문장력으로 독자와 만나왔다. 김미월 소설가가 말했듯 “양지에 있지만 그늘을 바라보는 작가”인 저자가 이번 『친애하는 동무들』에서는 장막 뒤 그늘 속의 간절한 신념을 그린다. “성경 말씀을 큰 소리로 읽고 싶고, 찬송가를 목청껏 불러보고 싶어” “하나뿐인 생명을 걸고 북한 땅에서 도망”친 북한이탈주민 순자와 북한 지하교회를 지키기 위해 남으로 향했던 발끝을 다시 북으로 돌린 순영의 서사는 북한 종교활동의 참혹한 실상을 핍진하게 그리며 내레이션처럼 잔잔히 이어지는 문장으로 순교적 신앙을 들려준다.


여덟 편에 담긴 여덟 가지 시선

작은 동네 미용실을 운영하는 재은은 하나원에서 교육을 받은 북한이탈주민인 순자를 고용하고 있다. 귀찮은 일도 눈살 한번 안 찡그리고, 재은에게 뿐만 아니라 동네 사람들에게 살갑게 구는 순자 덕에 재은의 미용실은 동네 사랑방이다. 미용에 대한 꿈을 안고 있는데다 북한 음식까지 정성 들여 만들어오는 순자에게서 재은은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편견을 버렸다.

심부름 간 게 맞아요? 리순자에 대한 물음인 듯하다. 둘째 며느리의 물음에는 의구심이 가득 묻어났다. 북한 사람들은 좀 그렇잖아요. 책임감도 없고 이것저것 타먹는 돈도 쏠쏠하다고 들었어요! 말기암 병동의 환우들을 위해 머리카락을 기르는 사람이, 앞뒤 사정도 모르고 리순자를 의심하는 것에 화가 났다.
-「친애하는 동무들 1: 재은 편」에서

북한에 성경 보내기를 하며 북한 지하교회 성도들을 위해 활동하는 순자는 자신의 탈북 때 정한 계획대로 브로커와 접촉해 동생 순영과 지하교회 성도들의 탈북을 추진한다. 그런데 국경 근처까지 왔다는 순영이 일행과 함께 다시 북으로 돌아갔다는 소식을 전해듣는다. 순자는 동생을 찾아 북한에 들어갈 결심에 중국으로 향한다. 순영 일행이 다시 북으로 향한 이유는 미란이 기도 중에 들었다는 “북에 남으라”는 계시 때문이었다. 돌아가서 발각되면 인간 이하의 취급을 받으며 가혹한 고문에 시달릴 것이 분명했다. 일행은 동요하기도 했으나 마지막 결정은 함께 북한의 지하교회를 위해 다시 발을 돌리는 것이었다.
순자와 함께 남으로 온 해진, 순영 일행의 종교적 신념을 접하고 성경에 관심을 가지게 된 브로커 등 작가는 작중 인물들을 화자로 한 여덟 편의 서사를 풀어놓았다. 북한과 남한, 그리고 기독교에 대한 여덟 개의 이야기는 자유에 대해, 종교에 대해, 분단에 대해 다시 한번 되짚어보게 한다.

북한문학이자 기독교문학의 금자탑

‘북한의 지하교회’는 북한과 기독교, 두 가지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다.
보위부에 들켰을 때를 대비해 면도날을 숨겨넣은 성경책을 전달받는 북한 성도들의 소망은, 온몸을 비틀며 기도하지 않아도 되는 곳, 십자가를 보고 마음껏 눈물 흘릴 수 있는 곳, 회개기도를 소리 내서 해도 누구도 잡혀가지 않는 곳이다. 그 소망을 위해 그들은 가방 “맨 위 잘 보이는 곳에 그라목손을 올려두”고 탈북을 감행한다. 이렇게 절박한 마음으로 국경 근처까지 왔을 순영 일행이 “북에 남으라”는 계시를 받고 북한으로 발을 돌린 것은 지하교회를 지켜야 한다는 순교적 신앙심이다. 산에서 몰래 예배를 드리다 누군가의 밀고로 체포되어 처참히 사살당한 차덕순 선교사 이야기, 1957년 종교를 탄압하는 김일성을 지지하지 말라고 외치다 사살당한 이만화 목사 이야기 등 순교자들에 대한 이야기는 북으로 되돌아간 순영 일행의 신앙심을 더욱 숭고하게 만든다. 박찬일 문학평론가가 해설에서 “선교-순교문학의 금자탑이”이라고 평한 이유이다.
또 하나, 『친애하는 동무들』 속에는 남한 사람, 다시 말해 외부인의 시선으로 바라본 북한이 있다. “북한의 상황에 관해서이고, 북한의 언어에 관해서이다. 그들의 한숨, 그들의 처지, 그들의 어투, 나아가 북한의 (생소한) 여러 이름, 제도 및 장치들을 리얼하게 보여주었다”고 평가한 박찬일 문학평론가는 “남한의 작가 노은희의 『친애하는 동무들』은 외부자 시점으로 북한 리얼리즘의 외양을 넓혔다”고 말한다.

나라고 어찌 북에 남고 싶갔어요. 하지만 주님의 음성을 어찌 어길 수 있단 말입네까. 이것은 내게 부탁하신 일이 아니라요. 주님의 명령입네다. 북에 남아 복음을 계속 전하라는, 북에 남아 우리의 예배처소를 지키라는 주님의 명령입네다.
-「친애하는 동무 5: 미란 편」에서

작가는 작품을 쓰기까지 북한 지하교회 관련한 자료를 모으고 북한이주민을 만나 북의 실상을 전해듣는 과정에서 “믿음을 지키기 위한 그들 모두가 참된 순교자였고, 신실한 그들의 믿음에 고개가 절로 숙여졌다”고 한다. 우리 사회는 북한이탈주민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이 많다. 관련 기사마다 한결같이 그들의 존엄성을 훼손하는 악플이 달린다. 이번 작품을 통해 북한이탈주민을, 나아가 분단을 함께 아파하는 연대의 시간이 되길 바란다.

여전히 숨어서 성서를 읽어야 하고, 생명을 담보로 한 신앙생활을 하는 나의 친애하는 동무들이 언제쯤 자유로운 종교활동을 할 수 있을까요. 위태로운 그들의 삶에도 늘 함께하시는 주님의 변치 않는 사랑을 믿습니다.
-「작가의 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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