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문제들

도서정보 : 안보윤 | 2023-12-26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사소한 문제를 숨기고 살아가는 불길한 존재들의 이야기.

우리 사회의 병리학적 현상들을 주목해 냉정한 시선과 필체로 파헤치는 작가 안보윤의 세번째 장편소설『사소한 문제들』이 문학동네에서 출간되었다. 그녀는 2005년 제10회 문학동네작가상수상작『악어떼가 나왔다』로 문단에 데뷔한 이래 줄곧 사회에서 발붙일 곳 없는 사회적 약자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무방비로 노출된 폭력과 절망적인 상황 등을 집요하게 파고들어 그녀만의 독특한 소설세계를 구축해왔다. 이번 신작 장편『사소한 문제들』또한 작가가 천착해온 주제의 연장선상에 있는 작품으로 가정과 학교의 폭력에 내몰린 여자아이 ‘권아영’과 사회에서 이탈해 자신의 방에 틀어박힌 동성애자 ‘배두식’의 삶을 묶어 세상의 음지에서 몸부림치며 불행해할 수밖에 없는 불길한 존재들의 이야기를 그녀만의 하드보일드한 문체로 그려내고 있다.

불행한 어른으로 성장하는 아이들의 잔혹동화 같은 세상

소설의 첫 장면은 텅 빈 놀이터의 묘사로 시작된다. 핏물이 배어든 고무매트, 헐겁게 늘어진 그넷줄, 요새처럼 사방이 가로막힌 놀이터 일층의 빈 공간. 놀이터를 장악하고 있는 건 학교에 가지 않은 아이들 무리이다. 그 음침하고 위험한 놀이터에서의 아이들 놀이란, 고등학생 남자아이들이 중학생 남자아이 ‘황순구’를 괴롭히는 것. 또한 황순구에게 여중생을 겁탈하라 명령하고 그 모습을 낄낄대며 지켜보는 것이다. 남자아이들과 황순구 사이에는 폭력으로 서열화된 명령과 복종만 있을 뿐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남자아이들에게 정기적으로 돈을 상납해야 하고, 그들이 시키는 나쁜 일 모두를 도맡아 해야 한다. 그 아이들에게 삶의 원리란 자신보다 더 센, 더 지독한 폭력에 굴복하는 것. 폭력의 내리물림 현상. 어쩌면 황순구를 거느리는 남자아이의 위에는 어른의 폭력이, 그 어른들 위에는 더 높은 서열의 폭력이 끊임없이 존재할 것만 같다.

“황순구 역시 상당한 액수의 돈을 남자아이에게 뜯기고 있었다. 이번 달에 갖다바친 돈만 해도 벌써 이십만원이 넘었다. 용돈은 다 떨어진 지 오래고 부모에게 더이상 돈을 받아내는 것도 무리다. 오늘 놀이는 황순구 주머니에 돈이 하나도 없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었다. 앞으로는 더욱더 많은 놀이가, 황순구를 중심으로 이루어질 것이다.”

그런 황순구에게 어느 날 초등학생 여자아이 ‘권아영’이 눈에 띄게 된다. ‘슈렉’이라 불리는 여자아이 권아영. 못생기고 뚱뚱한데다 우스꽝스러울 정도로 짧은 팔다리를 가진 먹잇감 소녀. 그런 그녀를 발견한 황순구는 자신이 당해왔던 폭력을 고스란히 슈렉인 아영에게 되풀이한다. 돈을 상납하게 하며 게임방 아저씨에게 돈을 받고 ‘슈렉’의 몸을 팔기도 한다. 마치 그런 일들이 당연하다는 듯이 혹은 이게 바로 ‘삶의 규칙’이라는 듯 설명하고 황순구는 권아영을 폭력의 지배하에 두게 된다. 아영은 도망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생각할 겨를이 없다. 그저 그 순간을, 그곳에서 빠져나오는 것만이 황순구라는 괴물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길이라 믿는다. 아영은 충동적으로 가출을 시도한다. 우연히 발견한 책으로 가득 찬 헌책방. 모든 일에 심드렁해 보이는 주인 ‘배두식’이 사는 책들로 묻혀 있는 집, 그 안으로 아영은 몰래 숨어든다.

“오늘 하루 무사하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다. 내일은, 또 그 다음날의 일은 아무도 모르는 것이다. 황순구는 언제 어디서든 아영을 찾아낼 수 있다. 그러니 도망쳐야 했다. 황순구에게서, 안전하다고 생각되지만 실은 손톱만큼도 아영을 지켜주지 않는 허울뿐인 학교와 집에서. 헌책방을 떠올린 건 우연이었다.”

헌책방은 아주 많은 사람들의 손때 묻은 책들이 묻히는 무덤이다. 헌책에 실려 온 특유의 냄새는 죽음의 냄새와 흡사하다. 세월에 묵은 책장과 썩어가는 벌레 시체, 먼지와 곰팡이가 뒤섞여 만들어진 것이다. 그 눅눅하고 그늘진 곳에서 아영은 오히려 따듯함을, 집에서도 느껴보지 못한 온전한 아늑함을 느끼게 된다. 누구도 아영을 괴롭히지 않고, 관심을 두지 않는 그곳. 세상과 격리된 헌책방에서 아영은, 단 하나뿐인 안식처를 처음 경험하게 된다.

‘독한’ 이야기와 구원의 희망

헌책방 주인 두식. 사실, 두식 또한 침묵과 고독뿐인 책들의 무덤 속에 숨어사는 서른아홉 살 동성애자이다. 그는 자신의 성정체성과 마음속에 품어온 사랑에 대한 배신으로 인해 스스로를 파괴하러 은밀한 성벽과도 같은 헌책방 안에서 은둔하고 있었던 것. 소설은 재빨리 몸을 바꿔 헌책방 주인 ‘배두식’의 불행했던, 세상에서 거부되었던 지나온 과거 이야기로 카메라 앵글을 돌린다.

“누군가의 농담 한마디에 마음을 다칠 그. 끝내 자신의 갈망을 무시하고 주변 권유에 따라 평범한 여자와 결혼할 그. 일반적인 삶에 비로소 섞여들었음에 안도하면서도 뻥 뚫린 가슴을 어쩌지 못하고 방황할 그. 욕망과 위화감, 죄책감, 혼란 속에 오늘도 불안한 하루를 보내고 있을 그. 소심하고 겁 많은 게이들이 행복해질 수 있는 확률은 한없이 제로에 가깝다. 기대에 찬 시선으로 바라보면 돌아오는 건 경멸뿐이다. 그런 것이다.”

우리 사회가 동성애자에게 보내는 싸늘한 시선. 모두가 알고 있음에도 심각성만큼의 관심이나 합의가 쏠리지 않는 차별의식. 두식에게 세상은 스스로 포기하게끔 만드는, 배제와 차별만 존재하는 그런 울타리밖에 되지 못했다. 그런 두식이 울타리를 벗어나 그나마 자유롭게 숨쉴 수 있는 곳은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헌책방뿐이었다. 두식은 자신의 집에 숨어든 아영을 발견하자마자 심하게 훼손당한 아영의 모습을 보며 동류의식을 느낀다. 아영이 아이들의 따돌림과 폭력에 의해 내쳐진 것이라면, 자신 또한 사람의 눈으로부터 세상의 시선으로부터 내쳐진 것과 비슷하다고 느끼던 터. 어떻게 보면 그 둘은 사회적으로 ‘문제아’라 낙인찍힌 자들인 셈이었다. 자신도 모르게 ‘문제아’가 되어버린 약자였던 것. 그런데 이들이 바라는 소망은 누군가의 따듯한 체온, 한 뼘의 체온이면 충분하다고 말한다.

“꿰맨 상처에서 다시 피가 배어나오는 것과 상관없이 두식은 자신에게 구체적으로 닿는 이 체온이 기쁘다. 누군가가 곁에 있는 것이, 이렇게 이야기를 하고 살을 맞대는 것이 한없이 기쁘다. 한동안 잊고 있었지만 그렇기에 더더욱 갈구해왔던 이만큼의 체온. 고작 이만큼, 이만큼의 체온을 원했을 뿐인데.”

두식과 아영은 천천히 그 체온만큼 더디게 세상에 대해 닫아두었던 빗장을 풀기 시작한다. 잊고 있었던, 아니 잊어야만 했던 사람과 사람 간의 따스한 체온을 다시 기억하게 된 것이다. 서로에게 그동안 누락되었던 삶의 온기를 되새겨보기도 하고, 서로의 안위에 대해 의논도 하며, 미래와 가족의 소중함에 대해 어렴풋하게나마 깨달아가게 된다. 엉뚱하게 숨어들어온 웃자란 아이 아영, 그 작은 소녀가 책들의 무덤으로 둘러쳐진 헌책방 그곳에서 삶을 훼손당한 남자 두식에게 삶의 회복이라는 화두를 던져준 셈이었던 것.

“딸이야. 두식은 제 입에서 나온 말이 어쩐지 부끄럽지 않다. 거짓말을 하려고 할 때마다 화끈거리던 뺨도 지금은 아무렇지 않다. 두식이 안개 낀 골목에 발을 내딛는다. 아영은 어디로 갔을까. (……) 두식은 서슴없이 뛰기 시작한다. 뚱뚱하고 뻔뻔한, 버릇없는 불청객이지만 지금 이 순간은, 아영은 두식에게 체온을 나눠준 유일한 사람이다.”

뒤돌아보지 않는다. 낡은 몸으로 걸어내야 한다

칠 년 남짓한 시간 동안 작가 안보윤이 꾸준하게 이야기해온 키워드들은 하나같이 주로 우리 사회의 음지에서 벌어지는 난폭한 사건 사고에 관해서였다. 음지에 사는 이들에게 그 사건 사고는 평범한 일상이 된 지 오래고, 잔잔한 수면 아래 잠복하고 있는 절망은 어느 새 희망이라는 단어를 대체하고 있다. ‘미래’란 말을 믿지 않는다. 희망은 더이상 그들에게 일상의 치료제가 아니며, 이미 절망이 내성화된 공간 안에서 더욱 편안함을 느낀다. 그런 그들에게 유일한 구원의 제스처는 그 낡은 몸으로 자기 앞에 놓인 삶의 앞을 향해 걸어가는 것뿐이다. 절대 뒤를 돌아봐서는 안 된다. 그들이 사는 음지의 일상이 앞이 보이지 않는 캄캄한 터널 속 같더라도, 부서지고 훼손당한 몸이더라도, 그저 묵묵히 앞을 향해 걸어가는 수밖에 없다. 방법은 없다. 삶을 견뎌내야 하는 것이다. 이 불편한 진실을 작가 안보윤은 삶의 양지에 있는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구매가격 : 9,800 원

곽곽선생뎐

도서정보 : 곽경훈 | 2023-12-26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피도 눈물도 없는 왕의 사냥개
무엇을 위해 칼을 휘두르는가!

목적이 있는 자는 죽음도 마다하지 않는다!
피냄새를 놓치지 않는 기이한 사내의 이야기

“밀정의 아들로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밀정으로 살 수밖에 없는 사내,
어디에도 소속되지 못하며 반인반신 같은 능력을 지녔으나
암울한 현실을 바꾸지 못하는 사내의 신나고 서글픈 모험에 당신을 초대한다.”
_「작가의 말」에서

가는 곳마다 피바람을 일으키는
곽곽 선생의 짜릿한 모험 활극

이 작품은 환상의 제국을 그려내고 매혹적인 이야기를 빚어내는 이야기꾼이 되고 싶었던 곽경훈 작가의 첫 소설이다. 작가는 가상의 나라 쥬와 와 카락을 배경으로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혈한이지만, 암울한 현실에서 무엇을 위해 피바람을 일으키고 꿈꾸는 이상사회가 무엇인지 고뇌하는 한 인물의 모험 이야기를 담아낸다. 첫 소설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작가의 풍부한 소설적 상상력으로 밀도 높게 촘촘히 짜인 이야기는 왕의 밀정으로 태어나 밀정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암행총관 곽곽 선생의 박진감 넘치는 짜릿한 모험 활극의 매력을 전한다.
또한 작가는 디테일한 인물 묘사를 통해 다층적 이야기의 서사를 풀어낸다. 부조리한 제도와 사회에서 다양한 인물 군상이 보여주는 서사는 곽곽 선생이 그럴듯한 명분을 내세워 피바람을 일으키고 깔깔거리며 즐거워하는 괴물이 될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당위성을 뒷받침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코 바뀌지 않는 암울하고 부조리한 현실을 반인반신 같은 능력을 지닌 곽곽 선생이 어떻게 타개해나갈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곽곽 선생이라 들어보았는가?
그게 날세.”

보통 남자보다 머리 하나쯤 큰 키에 어깨가 벌어진 탄탄한 체격을 지녔고 특히 쌀 한 섬을 가볍게 지탱할 만큼 허벅지가 튼실했다. 찢어진 눈매는 날카로웠으며 콧날은 오뚝했고 입술은 얇았으며 피부는 햇볕에 갈색으로 그을렸다. 또 검은 두건을 쓰고 검은 옷을 입은 남자. 목적을 위해서라면 수단, 방법 가리지 않고 가는 곳마다 피바람을 불러일으키는 괴물. 겉으로는 아무 말이나 함부로 지껄이는 듯해도 정교하게 계산된 함정을 숨겨놓는 주도면밀한 인물. 그가 바로 쥬의 암행총관 곽곽 선생이었다.

왜 그는 왕의 사냥개로 태어나
사냥개로 죽을 운명일 수밖에 없는가

곽곽 선생에게 선택권 따위는 없었다. 아버지 곽현이 왕의 목숨을 살려주고 하사받은 암행총관의 직위와 철권은 그의 장자 곽곽 선생에게도 이어졌다. 그렇게 왕의 사냥개로 태어나 왕의 사냥개로 살다가 왕의 사냥개로 죽을 운명은 정해져 있었다. 암행총관 외에는 아무것도 될 수 없었고 암행총관의 임무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러다보니 왕정복고를 이루고 권력을 잡은 위선자로 가득한 백색당을 처단하는 것이 곽곽 선생이 누릴 수 있는 유일한 기쁨이었다.
하지만 열교를 믿는 백색당은 내수교를 믿는 곽곽 선생을 싫어했고 한때 과두제로 나라를 다스렸던 흑색당의 평현 곽씨 자체를 경계했다. 곽곽 선생은 암행총관으로 백색당의 일탈을 처벌하고 부패를 척결할수록 국왕의 힘과 권위도 커졌다. 백색당의 우두머리는 국왕이었으며 그들이 내세우는 신념의 본질과도 같아 곽곽 선생이 백색당을 처단할수록 백색당 정권은 더욱 공고해졌다.
이 이율배반적인 상황에서도 곽곽 선생은 부조리한 사회를 변혁하고자 피바람을 일으키며 통쾌하고 짜릿한 모험을 펼친다.

암울한 현실을 바꾸지 못하는 사내의
신나고 서글픈 모험 이야기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반도로 이루어진 쥬. 흑색당의 과두제를 무너뜨리고 왕정복고를 이룬 백색당이 통치하는 나라. 신분제도가 엄격했으며 농업을 근본으로 삼아 쇄국정책으로 문호를 폐쇄한 나라. 국왕을 대신하여 대리청정하고 있는 왕세자는 백색당 구파를 몰아내고 신파와 협력하여 권력 장악을 꿈꾼다. 그리하여 색목인을 이용하여 새로운 군대를 육성하고자 은산군을 수장으로 한 사절단은 곽곽 선생을 필두로 조근, 칼잡이 후야와 함께 길을 떠난다.
암도에 도착한 사절단 일행은 인신매매 조직에게 붙잡혀 노예로 팔려와 거래되는 쥬의 백성들을 목격하고 쥬의 안전과 백성들을 위해 은밀히 상군부의 상군과 혈교의 주교를 만나 거래한다. 곽곽 선생은 고민 끝에 상군을 선택하지만 괴물의 눈빛을 띤 상군을 알현하는 순간 자신의 판단이 잘못되었음을 깨닫게 된다. 그는 왜 상군을 선택한 것일까?

구매가격 : 11,500 원

자살카페

도서정보 : 구광렬 | 2023-12-26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극심한 우울증, 도저히 혼자선 용기가 나질 않네요.
외로운 저승길, 좋은 분들과 함께 떠나고 싶습니다.”

‘사느니 차라리 죽음’을……
그들은 왜 죽음을 선택했는가?

모든 것을 상실한
상처받은 청춘들의 자살 이야기

이 책은 자살을 단순히 한 개인의 극단적 선택으로 치부할 수 있을까라는 물음에 대해 고민해보게 한다. 에밀 뒤르켐이 “자살은 사회 현상이다”라고 한 바와 같이 취업, 학업, 왕따, 상실, 보이스피싱, 성소수자 등의 사회문제가 어떻게 보편적인 개인문제가 되어 20대 꽃청춘에게 영향을 미치는지 명수, 미진, 영욱, 현아, 슬기, 혜경, 주택의 이야기를 통해 풀어낸다. 그들이 사느니 차라리 죽음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돌아보며 현시대의 사회문제를 다시 한번 상기하게 한다.

“그래, 죽자고!
이렇게 살 바에야
차라리 죽는 게 나아!”

작가는 선택의 여지가 없거나 선택이 필요 없을 때는 차라리라는 말을 쓸 수 없다고 말한다. 그래서였을까. 상처 입은 일곱 명, 명수·미진·영욱·현아·슬기·혜경·주택은 모든 것을 잃고 사느니 차라리 죽는 편이 낫다고 판단하고 동반자살을 기도한다.
그들이 선택한 죽음의 의미는 무엇일까?
취준생 6년 차 명수는 계속되는 취업 실패로 더이상의 희망은 없다고 생각했다. 경제적으로도 힘든 시기를 보내면서 선택지 없는 죽음을 떠올렸다.
수능을 망친 미진이 생각하는 죽음은 도피였다. 부모의 기대는 그녀로 하여금 숨을 쉬지 못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그녀는 숨을 쉬기 위해 죽음을 선택했다.
영욱은 자신에게 징역형을 내리고 스스로를 가두었지만 우울과 공황장애에서 벗어나기 위해 사형선고를 내렸다.
현아는 희망이자 모든 것이었던 200만 원을 보이스피싱으로 날리고 더러운 세상과 작별하기로 했다.
사랑하는 연인을 잃은 슬기는 상실감에 한 차례 자살을 기도했지만 실패했다. 그녀에게 죽음은 먼저 간 그에게 이르는 만남의 다른 말이나 다름없었다.
자신의 정체성에 혼란스러움을 느낀 성소수자 혜경은 사회적 차별로부터 자유로워지기로 했다.
주택은 영농 지원 정책에 따라 열심히 교육받고 노력했지만 모두 실패하고 빚밖에 남지 않은 신용불량자가 되어 모든 것을 내려놓기로 했다.
그리고 준혁은 그들을 죽음의 늪에서 구하고 시나리오의 디테일과 경험 확대를 위해 그들의 죽음에 동조하고 동반자살에 휩쓸린다.

구매가격 : 9,800 원

교회 여자들의 은밀한 삶

도서정보 : 디샤 필리야 | 2023-12-22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당신은 나를 구원할 수 없다.
나는 위험에 빠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구원받기를 거부하고 가장 날것의 욕망까지 탐험하는
그리고 끝끝내 자유롭게 전락하는
교회 여자들의 은밀한 삶

데뷔작으로 펜/포크너상을 수상하고 전미도서상 최종 후보에 오른 미국 문학의 새로운 반향, 디샤 필리야의 소설집이 문학동네에서 출간되었다. 디샤 필리야는 문학을 전공하거나 창작 프로그램을 이수한 작가가 출판사의 지원을 받으며 데뷔하는 미국 문단의 대세적인 흐름과는 사뭇 떨어져 있는 길을 걸었다. 학부에서 경제학을, 대학원에서 교육학을 전공한 그는 은행에서 근무하다가 전업 작가로 전향했다. 그리고 데뷔작인 『교회 여자들의 은밀한 삶』으로 단숨에 독자와 문단이 주목하는 중요한 작가가 되며 유수의 상을 수상했고 백만 달러 이상의 선인세를 받으며 차기작을 계약하는 이례적인 사건을 일으켰다.

안정적인 문장과 개성 있는 인물, 탄탄하면서도 재치 넘치는 구성이 돋보이는 디샤 필리야의 첫 소설집 『교회 여자들의 은밀한 삶』은 우리로 하여금 이 놀라운 현상을 완전히 납득하게 만든다. 느슨하게 연결되어 기시감을 주며 이어지면서 9편의 단편소설은 길지 않은 분량 안에 여성의 섹슈얼리티와 기독교 신앙의 교차성 문제를 밀도 있게 담아낸다. 필리야는 세대를 넘나드는 다양한 흑인 여성들의 삶을 통해 그들이 겪는 여러 층위의 억압과 폭력 그리고 한계를 넘어서는 그들의 진짜 욕망과 자유로운 도약을 생생하게 그린다. 오직 작품의 힘만으로, 우리에게 매섭도록 매혹적인 충격을 선사하는 이 책은 분명 미국 문학의 새로운 시대를 힘차게 알리고 있다.


온몸으로, 떨면서, 넘쳐나게, 두려움 없이
깊고 비밀스러운 곳에서 길어낸 강력한 욕망

필리야는 ‘순정한 교회 여자들’이라는 허울좋은 프레이밍 뒤에 숨겨진 현실과 그들의 진짜 욕망을 거침없는 문장과 절묘한 형식으로 까발린다. 『교회 여자들의 은밀한 삶』에는 새로운 욕망을 발견하는 여성들이 있다. 교리에서 어긋난 욕망, 위험하고 낯선 욕망, 도덕적으로 옳지 않은 욕망을 자기 자신에게서 발견하는 순간, 이들은 당황하고 때론 절망에 빠진다.

「율라」에서 소꿉친구인 율라와 캐럴레타는 세계가 혼란에 빠진 새로운 밀레니엄의 밤, 여느 때처럼 둘만의 밀회를 즐긴다. 두 사람은 매년 제야가 되면 호텔에서 육체적 친밀감을 나누지만 독실한 신자인 율라는 그들의 관계가 신 앞에 죄악이 될까봐 두려워하고, 밤이 지나면 언제나 모든 것이 실수였으며 자신은 여전히 동정이라고 말한다. 한편 「물리학자와 어떻게 사랑을 나누는가」의 라이라는 엄격하게 자유를 통제하는 기독교도 어머니 아래서 자라 마흔두 살이 된 지금도 여전히 자신의 몸이 낯설다. 학술대회에서 만난 물리학자 에릭과 서로 마음이 통하지만, 그가 원하는 걸 자신이 줄 수 없으리란 생각에 관계를 진전시키기 꺼린다. 「안-대니얼」에서 암 투병중인 어머니를 보살피는 ‘나’는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유부남과 호스피스 센터 주차장에서 섹스를 하는 사이가 된다. 중학교 동창인 대니얼을 닮았지만 대니얼은 아닌 ‘안-대니얼’과 비좁은 차의 뒷좌석에서 몸을 움직이면서도 ‘나’는 비참한 현실을 완전히 잊기가 힘들다.

믿음과 욕망이 충돌하는 지점에서 망설이는 자들의 이야기는 비단 ‘교회 여자들’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사회가, 종교가, 때로는 사랑하는 사람들이 요구하는 바를 충족하기 위해 살아온 이들이 그것과 완전히 반대되는 자신의 진짜 모습을 서서히 알아갈 때, 익숙한 세계는 분열되고 새로운 충격이 찾아온다. 그러나 날것의 자유를 맛본 자들은 이미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 이 책을 펼친 우리가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게 된 것처럼.


“내 인생은 절대 엄마 인생하고 같지 않을 거야.
아름다울 거니까, 부스러기가 아닐 거니까.”

은밀한 비밀들은 할머니에게서 엄마로, 엄마에게서 다시 그 딸로 전해지며 계속되고 변화한다. 필리야는 짧은 분량 속에 촘촘하게 서사를 구성해 사회적, 종교적 억압과 폭력이 여성들에게 어떠한 방식으로 답습되는지, 또 모녀를 비롯한 여성 집단이 어떻게 그 틀에 갇히거나 그 틀을 깨고 나오는지에 대해 그린다. 이들이 서로에게 느끼는 애증과 죄책감, 상실감과 같은 복잡하고 인간적인 감정들은 때로는 일기로, 편지로, 지침으로 생동감 넘치게 전해진다.

「자엘」에서는 증손녀인 자엘의 일기와 외증조모 시점의 이야기가 번갈아 진행된다. 아이가 태어나면 대대로 성경 속 인물의 이름을 붙일 정도로 독실한 집안에서 태어난 자엘은 목사 부인인 세이디에게 성적 매력을 느낀다. 외증조모는 그런 자엘을 걱정하지만 결국 결정적인 사건이 일어나자 모든 일에 대해 함구하며 자엘을 보호한다. 외증조모는 어린 나이에 아이를 낳은 자기 자신, 그리고 자신의 딸과 손녀를 생각하며 자엘은 적어도 남자아이들에게 곁을 내주지 않아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한편 「자매에게」의 네 이복자매는 아버지의 죽음을 계기로 할머니 집에 모인다. 이들은 세 명의 여자와 네 딸을 낳고도 평생 가정에 소홀했던 아버지에게 또다른 숨겨진 딸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그녀에게도 아버지의 사망 소식을 알리려 편지를 쓰기 시작한다. 「복숭아 코블러」의 올리비아는 외딴 빈민가에서 어머니와 단둘이 살아간다. 어머니는 월요일이면 찾아오는 ‘하느님’을 위해 정성스레 복숭아 코블러를 준비한다. 그가 코블러 접시를 비우고 두 사람이 침실로 들어가면 여지없이 어머니의 “오, 하느님!” 하는 외침이 들려온다. ‘하느님’이 교회의 유부남 목사라는 걸 알 만큼 올리비아가 자란 뒤로도 어머니와 목사의 부정한 관계는 계속되고, 고등학생이 된 올리비아는 목사의 아들에게 과외를 하게 된다.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복숭아 코블러를 만드는 엄마는 결코 딸에게 레시피를 전해주려 하지 않는다. “달콤함을 맛보면 그걸 너무 원하게 되고, 자라서 그 부스러기나 맛보면서 살 테니까”라고 말하며 코블러의 맛조차 보지 못하게 한다. 하지만 『교회 여자들의 은밀한 삶』은 거기에 굴하지 않고 밤중에 부엌에 몰래 내려가 쓰레기통 바닥에 붙은 코블러를 핥아먹는 여자애에 대한 이야기다. 이 이야기에는 원망과 절망과 공포가 있지만 오로지 자신만이 자신에게 줄 수 있는 구원도 남아 있다. ‘구원받기’를 거부한 여성들은 자신을 억압하는 것들과 투쟁하며 끝끝내 저마다의 짜릿한 전락을 맞이한다. 여기 살아 숨쉬는 비밀들이 만들어내는 놀라운 합창은 사랑과 삶에 대한 우리의 믿음을 송두리째 뒤흔들 것이다. 그 기분좋은 덜컹거림을 기대해봐도 좋다.

구매가격 : 10,500 원

크리스마스로즈

도서정보 : 양지윤 | 2023-12-22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엄마는 나를 위해 수도자가 되라고 했다. 우리 대화는 지극히 세속적이었다.

종신서원을 목전에 둔 예비수녀이자 간호사 사림.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직장 자원봉사자 모임 소속으로 회사 동료들 그리고 아내와 함께 수녀원 부속 요양병원에 방문한 옛 불륜 상대 유부남과 코호트 격리로 고립된다. 신앙이 아닌 자기 안위를 위해 수녀가 되려 했던 사림은 속세의 모든 것을 정리했다고 자신하다 갈망과 혼란에 빠지고 원장수녀는 수상한 기류를 감지한다.


제가 기독교에서 제일 좋아하는 게 뭔지 아세요? 모두 원죄가 있다는 거예요.

크리스마스로즈는 아기예수에게 드릴 것이 없었던 어린 소녀의 눈물이 땅에 닿아 핀 꽃이다. 곧 세상을 떠날 사림의 엄마는 홀로 세상에 남을 딸이 수도자 되기를 권하며 부족한 믿음 대신 의료인으로서 귀중한 생명을 살려 너만의 크리스마스로즈를 피우라고 한다.

영혼이 원치 않는 쪽으로 인생이 크게 어긋날 때 삶을 제자리로 돌리기 위해 우주는 무엇도 상관하지 않고 움직인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 사림처럼 모든 것을 새로 시작하게 되더라도 말이다. 이 이야기는 인생과 자신, 신과 자신을 거래 관계로 보는 피상적이고 안일한 태도의 후과에 대한 것이다.

<크리스마스로즈>는 간호대생이던 사림이 엄마를 임종한 2008년 그리고 예비수녀로 종신서원을 앞둔 2020, 2021년 주요 등장인물들의 일기로 구성된다.

구매가격 : 5,000 원

부서진 게으름 1권

도서정보 : 강다희 | 2023-12-22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만성 게으름인 주인공은 아이러니 하게도 탐정이다. 살인을 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구매가격 : 5,000 원

사랑의 위대한 승리일 뿐

도서정보 : 김솔 | 2023-12-20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세상의 진실을 찾아 헤매는 부랑자들의
살아남은 슬픔과 생에 대한 통찰

장소와 시대, 인물과 역사를 가장 구조적으로 소설화하는 작가 김솔의 열두 번째 작품집 《사랑의 위대한 승리일 뿐》이 안온북스에서 출간되었다. 총 여섯 장으로 구성된 이번 장편은 홀수 장과 짝수 장이 엇갈리며 서로 다른 이야기를 전개하지만 결국 한 이야기는 다른 이야기를 실행하기 위한 장치로 기능한다. 한 이야기에서는, 중남미를 떠돌다 사지가 잘려 나가는 사고를 겪은 뒤 부랑자 보호시설로 들어온 파블로가 오직 ‘입’을 통해 말하고 먹는 욕구만으로 생을 연명한다. 그런 그의 앞에 죗값을 대신해 천 시간의 봉사 활동을 부여받은 ‘형제’가 나타난다. 파블로는 자신의 기나긴 여행에서 빚어진 이야기와 시설에서 맛볼 수 없는 맛있는 요리를 맞교환하는 뒷거래를 시도한다. 또 다른 이야기는 십삼 년 전 한 청년을 사랑한 대가로 그의 아버지에게 이용당해 살인미수로 복역하고 세상을 떠돌다 부랑자 시설로 들어온 내가 등장한다. 나는 청년을 사랑한 대가로 그의 욕정에 의해 훼손되었고, 십삼 년이 지난 뒤에야 이곳 부랑자 시설에서 그를 다시 만나게 된다. 그러나 그는 나를 알아보지 못했고, 나는 내부의 조력자들을 이용해 처절한 복수를 계획한다. 이 계획은 잔혹한 죄를 지은 자에게 정당한 처벌과 용서가 이루어지는 정상 사회를 만들기 위한 일이며, 내가 살아남은 유일한 이유이기도 하다. 나는 보호시설의 괴팍한 이야기꾼과 유별난 사고뭉치들을 적재적소에 배치에 그를 궁지로 몰아넣어 간다. 이 치밀한 계획은 중도의 난관에도 불구하고 변칙을 예상한 또 다른 계획에 의해 최후의 암살자를 준비한다. 서로 다른 듯 보이는 이 두 이야기가 어떻게 맞물려 한 편의 완벽한 복수극을 완성할지…… 복수의 설계자와 암살자를 찾아가는 긴박한 여정에 독자들을 초대한다.

구매가격 : 11,200 원

숨은 초능력 찾기

도서정보 : 이진, 탁경은, 하유지, 단요 | 2023-12-20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나는 이상한 걸까, 비상한 걸까?
남다른 능력을 ‘나만의 능력’으로 지켜 가는 10대들의 이야기

『숨은 초능력 찾기』는 자기만의 비밀스러운 초능력을 꺼내 보이며 세상 속으로 발을 내디디기 시작하는 10대들의 이야기를 담은 앤솔러지 소설집이다. 이진, 탁경은, 하유지, 단요 네 명의 작가가 일 년이 넘는 시간 동안 함께 이야기를 지으며 탄탄히 쌓아 올린 ‘초능력의 세계’는 각각 고유한 서사를 이루면서도 작은 고리를 통해 서로 맞닿아 있다.

다른 동물들과 소통하는 능력, 미래를 볼 수 있는 능력, 다른 이의 아픔을 치유하는 능력, 상상이 현실이 되어 버리는 능력 등 각기 다른 초능력을 지닌 네 편의 이야기는 초능력의 매력을 다채롭게 선보이면서 그와 동시에, 위대하지만 결코 위대할 수 없는 초능력자의 ‘비애’까지 탁월하게 버무린다. 한 끗의 차이가 ‘차별’로 낙인찍히기 쉬운 이 세상에서, 남다른 능력을 갖고 살아가는 게 쉽지만은 않을 테니 말이다.

이야기를 이끄는 각각의 주인공들은 초능력으로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고, 때로 도움을 얻으며, 한편으로 초능력 때문에 난처한 상황에 놓이기도 한다. 예상치 못한 일로 원치 않은 갈등을 겪기도 하지만, 이를 거부하거나 뿌리치지 않고 정직히 돌파해 나가는 용기의 태도가 작품 곳곳에 녹아들어 있다. 달라진 삶에 적응하고자 노력하고, 타인에게 귀 기울이고자 한 번 더 눈을 맞추고, 무시하기보다 존중하는 방법을 배우고 싶어 하고, 세상의 규칙에 따르고자 애쓰는 이들의 모습은 읽는 이에게 ‘진정한 초능력’으로 다가오기 충분하다. 서로 다르면서도 조금씩 비슷한 삶의 장면들 속에서 우리는 모두 자기만의 초능력을 기르는 중일지도 모른다. 이 책을 통해 누구나 품고 있을 ‘나다움’을 의심 없이 마주할 수 있기를. 2023 우수출판콘텐츠 선정작.

구매가격 : 9,800 원

래빗 인 더 홀

도서정보 : 김나현 | 2023-12-20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보드랍고 따듯하게 낯섦을 건네는
‘김나현의 첫 소설집’

〈안나〉 원작 『친밀한 이방인』 소설가 정한아 추천!

2021년 자음과모음 신인문학상을 통해 소설가로서 첫발을 뗀 김나현이 그간 부지런히 그려낸 일곱 개의 작은 세계를 그러모아 한 권의 세상을 완성했다. 멀리서 보면 안온하기 그지없는 삶을 집요하게 들여다보며 낯설고 서늘한 구석을 기어코 떼어내 각양의 이야기로 발전시키는 작가의 능력은, 사실 그 자체보다 단정하고 차분한 방식과 과정에서 더 빛을 발한다. 그녀가 만든 세계라면 믿을 수 없는 이야기도 어쩐지 믿어봄 직하다고 여겨지는 수수께끼 같은 마법이 이 한 권에 펼쳐져 있다. 우리는 그저 작가가 가리키는 그 세계로, 무한히 확장할 홀 속으로 빨려 들어가기만 하면 된다.

구매가격 : 11,800 원

스포츠라이터

도서정보 : 리처드 포드 | 2023-12-15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스포츠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 한 가지!
인생은 항상 자연스럽고 납득할 만한 결론으로 끝나지 않는다

퓰리처상 수상 작가 리처드 포드가 그려내는 삶 그 자체의 미스터리. 아들이 죽고 결혼이 끝장난 뒤 맞닥뜨린 상실감과 냉소, 그 치유할 수 없는 공허함 속에서 부활절 주간에 일어나는 놀랍고도 감동적인 이야기!

당대 미국인의 일상을 사실적이고 빈틈없이 그려내는 특별한 작가 리처드 포드. 누구도 흉내낼 수 없을 만큼 치밀하고 섬세하게 삶의 결을 따라가며 특출한 대화 능력과 감동적인 문체로 지금, 여기를 살아가는 ‘우리’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작가가 바로 리처드 포드이다. 1976년 내 마음의 한 조각을 발표하며 데뷔했으나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하던 그는 1986년 바로 이 소설 스포츠라이터를 내놓으며 작가로서 자신의 이름을 널리 알리게 되었다. 그리고 1995년 출간한 스포츠라이터의 후속작 독립기념일로 퓰리처상과 펜/포크너 상을 수상하며 명실 공히 미국을 대표하는 작가 반열에 들어섰다.
소설가 토비아스 울프가 “삶에선 희귀하고 소설에선 거의 멸종되다시피 한 새와 같다”고 극찬한 리처드 포드의 스포츠라이터는 주인공 프랭크 배스컴이 부활절 주간 나흘 동안 겪는 일상을 통해 현대 미국 사회의 모습, 가족과 종교의 문제, 개인의 소외 현상, 삶과 죽음이라는 주제를 치열하게 파고 들어간다. 섬세한 심리 묘사와 대화, 독백 등을 통해 평범한 일상의 아름다움과 익숙한 풍경이 순간 낯설게 느껴지는 삶의 아이러니를 보여주며 강한 여운을 남기는 감동을 전해준다.

스포츠라이터의 독백-‘영원한 삶이란 거짓말이다’
스포츠 기자 일이 우리에게 가르쳐주는 교훈이 하나 더 있다면, 인생에 초월적인 주제는 없다는 것이다. 그 무엇이든 우리에게 다가왔다 싶으면 어느새 스쳐 지나가버린다. 또 그것으로 충분하다.(본문 중에서)

서른여덟인 프랭크 배스컴은 사람들, 특히 남성들을 면밀히 관찰함으로써 생계를 꾸려가는 스포츠 기자이다. 전적으로 자기 안에 파묻혀 살아가는 이 남성들의 삶은 프랭크가 역시 열망하는 삶이기도 하다. 그러나 프랭크는 자신의 경력, 아들, 그리고 결혼생활을 잃은 뒤 치유할 수 없는 어떤 공허함, 이따금씩 엄습해오는 가슴 시림에 시달리며 아슬아슬한 일상을 보낸다. 원래 직업이던 소설쓰기도 그만두고 기존의 이상과 희망을 믿지 않으며 오직 현재의 순간과 감정 속에서만 살아가는 것이다. 그는 인생에 스포츠 이상의 진리라곤 없으며 스포츠가 보여주는 모습이야말로 인생의 진정한 모습이라고 여긴다. 또한 죽은 아들을 추모하기 위해 전처와 묘지에서 만나지만 한편으로는 아들의 죽음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기를 갈망한다. ‘당시에, 아니 지금까지도 내가 알고 있는 유일한 사실은 오직 나 자신의 인생뿐이다’라고 독백하는 그는 아무것도 믿지 않고 오직 형식적인 관계만을 맺으며 스스로를 소외시킨다. 작가로서의 영감도 잃어버렸고, 더이상 타인의 삶을 궁금해하지도 이해하려 애쓰지도 않는다. 그가 스포츠 기사를 쓰는 이유는 소외된 삶을 견디고 고통을 완화하는 최선의 방법일 뿐이지만, 그는 이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상실과 죽음이라는 냉혹한 현실에 대처하는 법
순간의 감정만이 유일한 현실이므로, 배스컴은 끊임없이 새로움을 추구한다. 열여덟 명의 여자와 관계를 갖고 대학 강사 같은 전혀 다른 일을 해보는가 하면, 새로운 도시에서 의미 없는 연애에 파묻히기도 한다. 의미 있거나 유일한 관계는 없으므로, 만나는 사람뿐 아니라 생각과 감정도 끊임없이 변화를 거듭한다.

선택해야 할 것은 아주 많다. 비록 전혀 아는 바는 없지만 호감을 느낄 만한 일들이 나를 기다린다. 새로운 곳에 도착하면 흥분해서 가슴이 마구 설렌다. (……) 이보다 더 나은 것이 있을 수 있는가? 더 신비로운 일이 있을 수 있는가? 더 기대할 만큼 가치 있는 다른 일이 있는가? 없다. 전혀 없다.(본문 중에서)

아들의 죽음으로 인해 냉혹한 삶의 진실과 결정적으로 맞닥뜨린 그는 고정된 과거나 영원한 가치가 지배하는 미래가 아닌 현재에서 구원받으려 한다. 새로 사귀게 된 연인 비키도 소외감에서 벗어나는 데 필요한 일종의 도구일 뿐이다. 이혼남 클럽 회원들과 모임을 갖거나 점을 보러 밀러 부인을 찾거나 교회를 찾아가는 심리도 마찬가지이다. 그는 감정을 최대한 배제하고 관계를 유지하는 데만 온 힘을 기울인다. 그러나 그와 관계를 맺는 이들은 그의 태도에 상처입고 그 또한 그 관계들에서 만족 대신 좌절을 겪는다. 그 과정에서 자신의 냉소주의를 깨닫고 인생에 대한 신뢰와 냉소 사이에서 미묘한 갈등을 느낀다.

그렇다, 냉소다. 난 늙은 이아고보다 더 냉소적이 되어버렸다. 평생 저 터널 끝에서 오직 자기 자신만을 찾으려고 애쓰는 것보다, 즉 자기애만 추구하는 것보다 냉소적인 삶도 없기 때문이다. 나는 당혹스러웠다.(본문 중에서)

거짓말이 불가능한 유일한 진실은 바로 인생 그 자체다
소설의 등장인물들은 모두 어떤 형태로든 상실의 기억을 갖고 있다. 기존 질서는 해체되었고, 많은 이들이 이혼을 하거나 뜻 없는 죽음 혹은 사고를 겪는다. 비키의 아버지나 어머니도, 전처의 부모도, 이혼남 클럽의 회원들도 그러하며, 사고로 휠체어 신세를 지게 된 허브도 마찬가지다. 공동체는 사라졌고, 종교도 이상도 구원자의 역할을 하지 못한다.
그 가운데 냉소주의를 비판하는 친구 월터 러켓과의 만남은 배스컴을 혼란스럽게 한다. 안전한 보호막으로서 세상과 인간관계에 거리를 두고자 하는 배스컴과는 달리 월터는 타인에 대한 연민과 관계에 대한 애착 때문에 고통스러워한다. 그래서 배스컴은 월터에게서 달아나려 한다. 하지만 주변 상황이나 인물들이 그가 벗어나고자 하는 죽음과 상실이라는 인생의 냉혹함을 끊임없이 환기시킨다. 그는 그저 안락하고 자족하는 일반적인 미국인의 삶, 그 활기와 생기를 추구했을 뿐이다. 비키와의 만남을 통해 꿈꾸었던 것도, 스포츠 기사를 쓰면서 지키려고 한 것도 이러한 안온한 일상이었다. 하지만 부활절 주일, 비키의 집을 방문해 프러포즈를 하려는 순간 그는 월터 러켓의 자살 소식을 듣는다. 이 자살 소식과 함께 배스컴이 지탱해온 삶의 방식은 완전히 무너지고 그는 적나라한 곤경의 순간에 끈질기게 피해왔던 죽음과 구원의 문제에 다시 봉착한다.

아들의 죽음에 대한 긴 조문
나는 전혀 조용히 죽지 않았던 내 아들 랠프를 생각했다. 랠프는 미친 듯이 소리를 질렀고 있는 힘껏 큰 소리를 냈으며 광포함에 싸여 저주의 말을 내뱉거나 농담까지 했다. 그리고 아들에 대한 내 조문은(우주인은 이제 막 시작이겠지만) 마침내 끝났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비통함과 진정한 슬픔은 상대적으로 짧다. 다만 조문은 길어질 수 있다.(본문 중에서)

그는 심리적 방황 속에서 자기 안에 묻어두었던 고통의 근원과 비로소 마주하게 된다. 그리고 새롭게 삶을 시작하고자 한다. ‘결국 인생은 한번은 살아볼 만한 가치가 있지 않은가’라는 독백을 던지며 ‘답이 없는 질문이 존재하듯이 그저 받아들여야만 하는 인생도 있다’는 인식을 갖고 조금씩 삶에 의미를 부여하기 시작한다.
어찌 보면 이 소설은 배스컴을 그 모든 삶의 혼란으로 빠뜨렸던 아들의 죽음에 대한 긴 조문이라 할 수 있다. 그는 예수가 다시 살아난 부활절 주간 동안 죽음과 구원이라는 문제에 끊임없이 천착하며 방황하다 마침내 인생의 껍질에서 벗어나는 순간을 맞는다. 그것은 ‘뭔가 느슨해지는 느낌, 풀려난 느낌, 가볍게 떠 있는 느낌’이며 ‘빛나는 순간을, 이 차가운 공기를, 이 새로운 생활을, 이 행복한 느낌을 가능한 오래, 아니 영원히 간직하고픈’ 느낌이다. 이는 죽은 아들 랠프가 그에게 준 마지막 선물인지도 모른다. 인생에서 죽음의 문제를 받아들인 배스컴은 이제 희망을 단언하지는 않지만 삶의 또다른 면을 발견하고 새로운 자유를 느끼게 된다.

구매가격 : 10,500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