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 존 (세계문학전집 213)

도서정보 : 저메이카 킨케이드 | 2022-08-24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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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리브해 문학의 강렬한 목소리 저메이카 킨케이드의 첫 장편소설
엄마라는 낙원을 떠나 홀로 미지의 길을 걷는 세상 모든 애니를 위한 이야기

노벨문학상 유력 후보로 꾸준히 거론되는 저메이카 킨케이드의 첫 장편소설 『애니 존』이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13번으로 출간된다. 서인도제도의 앤티가섬에서 나고 자란 애니가 사춘기를 통과하며 부모에게서 자립하는 과정을 그린 성장소설로, 1985년 발표 당시 문단의 즉각적인 관심을 불러모았고 오늘날까지 미국 중고등학교 학생들의 필독서로 꼽힌다. 이젠 어른이 되어야 한다는 부모의 불가사의한 요구가 더해진, 성장이라는 사건을 받아들여야만 하는 아이의 혼란을 강렬한 언어와 생동감 있는 이미지로 포착했다. 엄마 아빠가 마련해준 세상 밖으로 나와 완전한 미지의 길을 향해 발을 내딛는 애니의 이야기는 앞서 출간된 『루시』의 도입부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나는 그런 낙원에서 살고 있었다.”
느닷없이 어른의 세계로 내몰린 아이가 목격한 실낙원의 풍경

서인도제도의 앤티가섬을 배경으로 열 살에서 열일곱 살로 성장해가는 소녀의 이야기를 다룬 저메이카 킨케이드의 첫 장편소설 『애니 존』에는 『루시』에서와 마찬가지로 작가의 자전적 체험이 짙게 배어 있다. 특히 엄마와 분리되기 이전 완전한 합일을 이루고 있던 시절을 의미하는 ‘낙원’의 상실은 이후 킨케이드 작품 세계를 특징짓는 모티프가 된다.

“제 글은 항상 무언가를 애도하고 있어요. 죽음 뒤에 오는 것이 아닌 한때 내 것이었던 낙원, 그 낙원의 상실을요. 저는 종종 남동생들이 태어나기 이전에 어땠는지를 생각해요. 유치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신경 안 써요. 그때 그 낙원에서는 엄마와 내가 항상 함께였어요.” _저메이카 킨케이드

『애니 존』은 애니가 낙원에서 살던 시절에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한다. 낙원에서는 벌받을 짓을 해도 잠들기 전에는 어김없이 엄마의 입맞춤을 받을 수 있었다. 같은 이름을 쓰는 엄마와 같은 옷감으로 옷을 지어 입고, 늘 붙어다니는 “엄마 아가”였다. 그런데 애니의 키가 자라고 겨드랑이에 털이 나기 시작하면서부터 애니를 대하는 엄마의 태도가 갑자기 달라진다. 애니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꼬마 숙녀 어쩌고”가 시작된 것이다. 이제는 옷도 따로 지어 입어야 하고, 혼자서 뭐든 잘할 수 있어야 하고, 예의범절이나 피아노를 배우러 다녀야 하는 새로운 상황이 애니에게는 당황스럽기만 하다. 못하거나 잘못해서 혼나는 일이 많아지고, 해야 할 일과 해서는 안 되는 일 사이에 명확한 구분선이 주어진다. 하지만 엄마가 바라는 대로 엄마와 구별되는 자기 자신을 갖추면 갖출수록 애니와 엄마 사이엔 해소할 길 없는 간극만 더 커져간다. 가족 대신 학교 친구들에게서 즐거움과 안정을 찾으려 해봐도 가족에게 느꼈던 실망감이 되풀이될 뿐이다. 엄마 마음에 차지 않는 아이는 친구로 삼을 수 없어서, 곁에 남는 건 죄다 엄마가 정해주는 길을 따르는 착한 아이들뿐이다.
석 달 반 내리 비가 내리는 사이 애니가 앓아누웠던 일은 작품 전체로 보아 결정적인 국면 전환을 가져온다. 애니는 일시적으로나마 다시 한번 어린아이의 상태로 돌아간다. 엄마 아빠는 마치 “신생아 다루듯” 애니를 돌보고 예전처럼 미소를 지어 보인다. 그렇다 해도 행복했던 어린 시절로 다시 돌아갈 수 있을 리 없다. 비가 그친 후 자리를 털고 일어난 애니는 엄마보다도 훌쩍 커져 더이상 침대가 몸에 맞지 않는다. 애니는 자신을 둘러싼 모든 것들을 다시는 안 보고 싶다는 충동에 휩싸이고, 동시에 내면이 텅 비는 느낌을 받는다. 결국 태어나면서부터 주어졌던, 내가 아는 세상을 떠나 미지의 세계로 나아가는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그것은 결코 내면의 짐을 훌훌 털어버린 자의 단호한 결심이 아닌, 이제 막 어른이 되는 초입에 선 아이가 내딛는 고민 끝 한 걸음이다.

“불현듯 강렬한 감정이 솟구치며, ‘다시는 이것을 보지 않으리’라는 문구가 내면으로 쏟아져 들어오듯 내 마음이 기쁨으로 가득 부풀었다. 하지만 ‘다시는 이것을 보지 않으리’라는 문구가 칼이 되어 찌른 듯 부풀었던 마음이 그만큼 순식간에 쪼그라들었다. 부모님 발밑에 맥없이 쓰러지지 않도록 날 지탱한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 _본문 중에서


구매가격 : 8,800 원

60개의 이야기

도서정보 : 디노 부차티 | 2022-08-17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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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환상문학의 거장 디노 부차티
타로카드처럼 펼쳐지는 신비한 이야기 60선
★ 1958년 스트레가상 수상작 ★

“나는 독자의 재미와 감동을 위해 단편을 쓴다.”
_디노 부차티

환상문학의 거장 부차티의 단편 미학의 정수가 담긴 대표작 60선
이탈리아 스트레가상 수상작 국내 첫 소개

이탈리아 현대문학에서 마술적 사실주의, 실존주의, 환상주의를 일군 작가로 손꼽히는 디노 부차티(Dnio Buzzati, 1906~1972)는 보르헤스, 카뮈, 칼비노, 마텔, 망겔 등 여러 작가로부터 찬사를 받으며 오늘날 이탈리아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로 자리매김했다. 1988년에는 디노부차티국제협회가 설립되었고, 2022년 내년이면 작가 사후 50년이 되는 해다. 그에게 세계적인 명성을 안겨준 장편 『타타르인의 사막』(1940)에 이어, 이 책 『60개의 이야기Sessanta racconti』(1958)는 최근 한국에 두번째로 소개되는 부차티의 책이다. 문학평론가 김현 등을 통해 한국에서도 간략히 회자되어온 이 작가의 단편 미학의 정수가 담긴 대표작 60편을 묶은 소설집이다. 출간 당시 보기 드물게 장편이 아닌 이 단편집에 이탈리아에서 가장 명망 있는 문학상 중 하나인 ‘스트레가상’이 수여되었다.
부차티는 평생 단편집 10권 남짓을 냈는데, 그중에서도 『60개의 이야기』는 앞서 출간한 세 단편집(『일곱 전령』 『스칼라극장의 공포』 『발리베르나 붕괴 사고』)에서 직접 작가가 36편을 엄선하고, 이후 신문 및 잡지 등에 발표한 새 단편들을 묶은 것이다. 이 책은 몬다도리에서 펴내는 ‘오스카 모던클래식’ 시리즈로 평단과 독자를 동시에 사로잡으며 오늘의 고전으로 여러 분야에서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일례로 작가가 실제로 유양돌기염을 앓았던 경험에서 바탕한 「7층」은 코미디 영화와 희곡으로 각색되고 알베르 카뮈가 번역하여 파리의 극장에서도 상연되었고, 「망토」 「그들이 문을 두드린다」 「그것은 금지되었다」 등은 성황리에 무대에 올라 동명의 오페라 대본집으로도 출간되기도 했다.

구매가격 : 12,600 원

먼 북으로 가는 좁은 길

도서정보 : 리처드 플래너건 | 2022-08-12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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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영문학을 비롯해 세계문학의 대가 반열에 오른 오스트레일리아 작가
고향 "태즈메이니아섬의 호메로스"로 불리는 리처드 플래너건
12년간 집필에 매달려 완성한 5개 판본 중 마침내 나온 최종판

2014년 맨부커상 수상작. 이차대전 당시 일본군의 태국-미얀마 간 철도건설 현장에서 살아남은 전쟁포로이자 현재 화려한 전쟁영웅으로 부활한 외과의사 도리고의 기억과 현실을 중심으로 사랑과 죽음, 전쟁과 진실, 상실과 발견의 세계를 그린 장편소설. "죽음의 철도"라고 불리는 미얀마 철도는 이차대전 당시 일본군이 인도네시아를 점령하고자 만든 길이 415km의 철도로, 군인과 전쟁물자 수송을 위해 건설됐다. 실제로 작가는 일본군 전쟁포로로서 미얀마 철도건설 노동자였던 아버지의 경험을 되살려 작품을 썼다.
2014년 맨부커상 심사위원들은 "사랑도 잃고 전우도 잃은 전장에서 삶을 짓누르는 경험을 떠안고 살아야만 하는 자의 트라우마를 담아낸, 그야말로 최고의 소설"이라고 했다. 심사위원장은 "몇 해간 정말 좋은 작품들이 수상했지만, 올해 수상작은 그야말로 걸작"이라며 "세계문학의 카논으로 자리매김될 것"이라고 했다. 또한 여러 언론에서는 "오스트레일리아판 『전쟁과 평화』"에 견주며 "고전의 반열에 들어선 작품" "비교 불가의 작품" "그야말로 걸작"이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오스트레일리아 현대문학사에서 "가장 빛나는 상상력의 소유자"로 거론되는 리처드 플래너건, 그가 오랜 세월 작품의 완성도에 온 심혈을 기울인 『먼 북으로 가는 좁은 길』은 "수정같이 군더더기 하나 없는 서사시이자 진정 감동을 선사하는 작품"이라는 평가를 이끌어냈다.

구매가격 : 10,900 원

굴드의 물고기 책

도서정보 : 리처드 플래너건 | 2022-08-12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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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부커상 수상작가 리처드 플래너건의 출세작
19세기 오스트레일리아로 떠밀려온 ‘불한당들의 세계사’

★ 2002년 영연방 작가상 (최고의 책 부문)
★ 2002년 오스트레일리아 문단 황금메달
★ 2002년 오스트레일리아 빅토리아주 문학상

동시대 가장 주목받는 오스트레일리아 작가
2014년 맨부커상 수상작가 리처드 플래너건
그를 세계문단에 알린 초기 대표작, 국내 초역!

2014년 맨부커상 수상작가이자 동시대 가장 주목받는 오스트레일리아 작가 리처드 플래너건의 초기 대표작 『굴드의 물고기 책』이 문학동네에서 출간되었다. 이 책은 윌리엄 뷜로 굴드라는 유형수 화가를 중심으로 19세기 영국 식민지이자 유형지였던 오스트레일리아 태즈메이니아의 잔인한 현실과 몽환적 기억을 창조해낸, 기존의 역사에 반대하는 허구의 역사소설이자 실제 현실에 뿌리내린 환상소설이다. 작가는 실화와 허구를 겹치고 쪼개면서 역사와 허구의 경계를 능수능란하게 허물었다가 되살리기를 주고받는다.
이 작품은 2001년 출간 당시 ‘독창적이고 도발적이며 수상하고도 아름다운 소설’이라는 평을 받으며 오스트레일리아는 물론 영어권 문단 전체에서 화제를 불러모았다. 이듬해 플래너건은 이 작품으로 앨리스 먼로의 『미움, 우정, 구애, 사랑, 결혼』, 이언 매큐언의 『속죄』, 네이딘 고디머의 『픽업』 등 쟁쟁한 후보작들을 제치고 영연방 작가상(최고의 책 부문, Commonwealth Writers’ Prize: Best Book)을 수상하며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렸다.

1800년대 영국의 유형지이자 식민지였던 오스트레일리아
태즈메이니아 작은 섬으로 떠밀려온 불한당들의 건국 프로젝트

소설의 배경은 19세기 초 북반구 유럽에서 배로 반년을 가야 닿는 남반구 오스트레일리아 태즈메이니아다. 영국에서 태어나 떠돌이 위조꾼으로 살아가던 윌리엄 뷜로 굴드는 영국 왕실 모독죄로 체포되어 징역 50여 년을 선고받고 오스트레일리아로 유배된다. 그는 화가이자 위조꾼, 살인자이자 무기수, 모리배이자 몽상가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이 모든 존재이면서 그 무엇도 아닌 오인된 인물이다. 탈옥을 감행했다 20여 년 만에 다시 붙잡혀온 그는 이제 태즈메이니아 인근 세라섬이라는 유형지에 갇혀 모든 희망을 잃고 죽음만을 기다리며 지낸다.
그런 그에게 어느 날 구원 같은 과제가 주어진다. 태즈메이니아에 서식하는 물고기들을 그림으로 묘사해 본국으로 보내라는 것이다. 정식 화가는 아니지만 그림 재주로 먹고살았던 굴드는 솜씨를 발휘해 여러 물고기들을 하나씩 그려나간다. 다만 그림 작업을 하는 동안, 절대 해서는 안 되는 일 한 가지를 몰래 진행한다. 이 감옥섬에서 일어나는 일을 글로 쓰는 것이다. 밤마다 물이 머리까지 차오르는 동굴 감옥에서 그는 사람의 피와 똥, 오징어의 먹물과 성게의 가시를 짓이겨 물고기 그림을 그리면서 이야기를 써나간다. 식민지 관리들이 미화하고 날조한 기록에 맞서 진짜 일어났던 흉포한 사건, 그 기적의 시간을.
이곳에는 영국 관리의 눈을 피해 나라를 세우려고 하는 스케일 큰 사기꾼 사령관이 있고, 죄수들의 재능과 노역을 착취해 자신의 이름을 드높이고자 하는 의사가 있으며, 유형지의 실제 모습 대신 자신의 이야기 재주에 취해 역사를 날조하는 서기가 있다. 또 마지막 남은 자유를 사수하기 위해 침략자들을 공격하는 토착민들이 있으며, 훔치고 베끼고 속여서 영국에서 오스트레일리아로 끌려온 유형수들이 있다.
폭력과 고문과 공포와 지루함으로 점철된, 허황된 건국의 꿈으로 들떠 있는 이 외딴 세계에서 굴드는 자신이 관찰한 인물들과 분위기를 태즈메이니아 물고기들에 입혀 그리기 시작한다. 그의 기록이 현대의 골동품 위조꾼의 눈앞에 곧장 쏟아지면서, 후세에 알려진 역사와 전혀 다른 암흑의 세계가, 이루어질 수 없는 꿈을 좇는 사람들의 세계가, 몰락을 향해 치달았던 놀랍고 잔인한 시대가 펼쳐진다.

구매가격 : 10,200 원

죽음의 병

도서정보 : 마르크리트 뒤라스 | 2022-08-02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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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無)를 향한 사랑의 시도 그 자체

 ‘당신’으로 지칭되는 남자가 사랑을 시도하기 위해 돈을 지불하고 여자를 산다. 언젠가, 어디선가 분명 보았으리라고 여겨지는 이 미지의 여인은 그의 계약 조건을 받아들이고, 그들은 검은 바다를 마주한 고립된 방에서 며칠 밤을 함께한다. 남자는 여자에게 자신의 모든 요구에 복종할 것을 부탁한다. 그리고 여자를 사랑해보려고 시도한다. 그러나 “평소에 하던 대로 격렬”한, 익숙한 방식의 육체적 소유는 완전한 실패로 이어진다. 여자는 미지인 상태로, 영원히 “방의 낯선 여인”으로 남겨지며, 그들 사이에는 “영원히 넘을 수 없는 경계”가 생겨난다. 욕망하고자 하면, 그 순간 사랑 역시 불가능해진다. 이와 같은 사랑과 욕망의 필연적인 분리 속에서 남자는 그저 자기 자신을 위해 눈물을 흘릴 뿐이다. 이런 ‘당신’에게 여자는 “죽음의 병”이란 병명을 내린다.

 당신은 여자에게 낱말들을 반복해보라고 부탁한다. 여자는 그렇게 한다, 낱말들을 반복한다: 죽음의 병.
 당신은 여자가 그것을 어떻게 아느냐고 여자에게 묻는다. 여자는 그냥 안다고 말한다. 여자는 다들 어떻게 아는지 알지 못한 채 그걸 안다고 말한다.
 당신은 여자에게 묻는다: 죽음의 병이 어떤 점에서 치명적이지요? 여자가 대답한다: 이 병이 죽음을 가져온다는 사실을 병에 걸린 사람은 알지 못한다는 점에서요. 또한 죽기 전에 삶을 가져보지 못한 채, 어떤 삶도 없이 죽는다는 걸 전혀 알지 못한 채, 그 사람이 죽으리라는 점에서요. _본문 중에서

 독자는 텍스트를 읽는 내내 “죽음의 병”에 걸린 이인칭 인물 ‘당신’의 눈과 귀를 통해 여자를 보고 여자의 말을 듣는다. 그리고 ‘당신’으로 불리며 ‘당신’을 읽는 동시에 ‘당신’이 되어버린다. 옮긴이 조재룡 교수는 이러한 이인칭의 사용으로 독자들이 “‘당신’에게 빨려들어가고, ‘당신’은 읽는 ‘나’가 되고, 읽는 ‘나’는 ‘당신’이 되는 이상한 교환이 일어나 일종의 공동체적인 인칭이 탄생한다”고 짚어낸다. 그 공동체는 한마디로 “죽음의 병”에 걸린 이들로 이루어진 비극적인 공동체이다.

고독 속에 있는 자가 모든 자를 대신해 던질 수 있는 유일한 물음,
“당신은 사랑받을 수 있을 것인가.”

 지배하고자 하는 욕망만큼 ‘당신’은 사랑받고자 하는 욕망 역시 느낀다. 이는 지배하고 소유하는 행위로는 얻어질 수 없는 것에 대한 동경이다. 남자는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가장 위험한 방식으로 여자를 마음대로 다룰 수 있으리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여자의 몸은 어떤 방어도 하지 않”으며, “목 조르기, 강간, 학대, 욕설, 증오에 찬 고함, 치명적인, 정념에 고취된 폭발을 불러일으킨다”. 이러한 폭력적인 욕망에 노출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자는 “가공할 만한 힘을, 가증스러운 가냘픔을, 연약함을, 비할 바 없는 연약함이 지닌 불굴의 힘을” 가지며, ‘당신’을 서서히 장악하고 현실을 초월하여 압도적으로 상황을 지배한다. 이윽고 ‘당신’은 “여자의 형체가 죽음의 병을 선언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리고 여자에게 마음속에 있던 질문을 꺼내보인다.

당신은 여자에게 당신이 사랑받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지 묻는다.
여자는 어떤 경우에도 그럴 수 없을 거라고 말한다. 당신은 여자에게 묻는다: 죽음 때문에요? 여자가 말한다: 그래요, 당신의 감정이 무미건조하기 때문에, 꿈쩍하지도 않기 때문에, 바다가 검다고 말하는 그 거짓말 때문에요. _본문 중에서

작품 뒷부분에서 뒤라스는 『죽음의 병』이 연극으로 공연될 경우를 고려한 무대 지시사항을 덧붙인다. 여기서 그는 이야기를 읽어나가는 남자 ‘당신’은 “근본적이고 치명적인 약함에 사로잡혀 있다”고 부연한다. 이 간결하고 짧은 책의 행간에서 그 ‘약함’의 성질과 “죽음의 병”이 가진 형태를 읽어내는 것 역시 ‘당신’이자 ‘나’인 독자의 역할이다. 죽음으로써 살아내는, 불가능성을 전제한 사랑의 모습을 담아낸 소설 『죽음의 병』은 블랑쇼가 극찬하듯 “간결성과 압축성”의 문학적 승리로 평가된다.

구매가격 : 8,400 원

동물농장

도서정보 : 조지 오웰 | 2022-07-30 | PDF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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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정에 맞선 혁명이 끔찍한 전체주의로 변질해가는 과정을 그린
선명하고도 잔혹한 코미디!

★ 조지 오웰이 쓴 초판본 서문 〈표현의 자유〉 & 우크라이나어판 서문 수록
★ 전문번역가 김승욱의 원전에 충실한 새롭고 매끄러운 번역


당대의 가장 훌륭한 언론인이자 ‘정치적 작가’로 20세기 영문학사에 영구한 흔적을 남긴 조지 오웰. 그의 펜 끝에서 탄생한 역사상 가장 날카로운 풍자우화 《동물농장》이 전문번역가 김승욱의 새로운 번역으로 출간되었다. 조지 오웰이 《동물농장》 초판본의 서문으로 썼으나 책에 수록되지 않고 오랜 세월이 흐른 뒤 공개된 글 〈표현의 자유〉와 1947년에 출간된 우크라이나어판 서문을 수록했다. 쉽고 명료한 문장 속에 블랙 유머를 녹여낸 조지 오웰의 탁월한 문학성, 짧은 생애 동안 자유를 억압하는 모든 권력과 이념에 맞섰던 양심적 지식인의 고뇌가 담긴 《동물농장》은 예리한 통찰과 풍자를 통해 문학의 정치적 목적과 예술적 목적을 융합해낸 걸작이다. 오웰은 폭정에 맞선 혁명이 오히려 더 잔혹한 전체주의로 변질해가는 모습을 섬뜩할 정도로 선명하게 그려낸다. 이로써 권력만을 추구하는 혁명의 끝에는 부패와 타락만이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또한 무기력한 노예로 전락한 피지배계급의 모습을 냉철한 시선으로 묘사함으로써 사회 구성원 하나하나가 깨어나 정치 권력을 견제하고 자유와 권리를 스스로 지켜내야 함을 주장한다.



“《동물농장》은 내가 정치적 목적과 예술적 목적을 하나로 융합하려고 온전히 의식적으로 노력한 첫 번째 작품이다.”
-조지 오웰-

구매가격 : 3,850 원

남자가 된다는 것

도서정보 : 니콜 크라우스 | 2022-07-29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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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작은 균열 속에서 사랑과 폭력,
자유와 구속의 뒤틀린 결합을 목도하는 순간들,
삶을 일으키고 무너뜨리는 근원적 물음에 대한
열 개의 아름답고 명징한 응답

“그녀가 인생의 그런 내밀하고 충격적인 이야기들을 해달라고 요구한 기억은 없지만, 또 한편 어떤 식으로든 요구했는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광대하면서도 순간적인 것, 전면적으로가 아니라 단편적인 일화들을 통해서만 접근할 수 있는 어떤 것을 이해하려 애쓰는 사람의 표정을 하고 있었는지도.” _본문 중에서

니콜 크라우스의 세계 속에서 삶은 언제나 채워지지 않는 공백, 불가해, 모종의 미스터리를 둘러싸고 형성된다. 『사랑의 역사』에서는 여러 인물의 비밀과 사연을 품고 수십 년을 떠돌아다니는 ‘사랑의 역사’라는 책이, 『위대한 집』에서는 이 사람에게서 저 사람에게로 전해지며 삶에 크고 작은 흔적을 남기는 기묘하고 육중한 책상이, 『어두운 숲』에서는 카프카의 유고에 관한 진실을 알고 있다고 주장하는 정체불명의 교수가 등장인물들의 인생을 뒤흔드는 삶의 미스터리를 대변하거나 상징했다. 이번 소설집의 인물들 역시 제각기 다른 맥락에서 자신의 정체성과 삶의 방향을 결정지을 근본적이고 거대한 질문을 마주한다. 작가는 찰나 속에서 영원을 붙잡아내는 사진가처럼, 일상의 편린을 통해 생의 본질이 드러나는 장면들을 적나라하게 포착한다. 「스위스」에서 화자는 삼십 년 전 하숙집에서 만났던 열여덟 살 소녀를 회상하며 평생 자신에게 이해할 수 없는 존재로 남아 있던 그 소녀가 보여준 강력하면서도 위험한 힘과 매혹의 의미를 뒤늦게 자각하고, 「옥상의 주샤」에서 수술 합병증으로 죽을 고비를 넘긴 노인은 평생을 유대인으로서의 의무에 종속되어 살아온 것에 깊은 회의를 느끼지만 갓 태어난 손자를 자유로운 삶으로 인도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지 못한다. 「정원에서」의 화자는 어느 위대한 조경사의 충직한 조수로 오랜 세월 일했으나 자신이 한없이 존경했던 그가 군사정권의 범죄를 묵인하는 것을 보며, 미적인 이상과 현실의 괴리 속에서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할지 혼란에 빠진다. 「미래의 응급 사태」에서 일상을 위협하는 외부적 재난의 가능성을 맞닥뜨린 화자는 문득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며, 그동안 굳건하고 안정적이라 생각했던 남자와의 관계가 실은 자신의 가능성을 제한하고 구속해왔던 건 아닌지 의문을 품는다.

이런 식으로 일상에 불쑥 침입하는 의문들은 관념적인 차원을 넘어, 때로는 구체적인 인물의 형상으로 나타난다. 「나는 잠들었지만 내 심장은 깨어 있다」에서 얼마 전 세상을 떠난 아버지의 집에 홀로 머물던 화자는 어느 날 아버지의 친구라는 낯선 남자가 불쑥 현관문을 열고 들어와 마치 제집처럼 그곳에 머무는 것을 보며 경악하고, 「에르샤디를 보다」에서 무용수로서의 삶에 회의를 느끼던 화자는 순회공연을 위해 방문한 낯선 나라에서 자신이 아주 감명 깊게 본 영화의 주연배우가 지나가는 것을 목격하고 급히 뒤쫓지만 그는 이내 사라져버리고, 자신이 본 것이 환상인지 실재인지 확신하지 못한다. 「남편」의 주인공은 어머니의 집에 정체불명의 노인이 나타나 자신이 수십 년 전 전쟁중에 실종되었던 남편이라 주장하며 사망한 아버지의 자리를 차지하려는 것을 보고 분노한다.

“아기는 가족들에게 처음 왔을 때와 같은 방식으로 돌아오지만 이번에는 어떤 깨달음을 가져다준다. 어딘가에서 연기처럼 우리에게 나타나는 사람들은 오직 선물이라는 것. 몰라서 요구하지 않았는데 받은 선물이자, 삶이 얼마나 아낌없이 주는지 경이로움을 느끼며 받는 선물.” _본문 중에서

갑작스럽게 맞닥뜨린, 혹은 오래전부터 존재했으나 문득 그 존재를 강렬히 인식하게 된 미스터리 앞에서 인물들은 인식이나 이성의 영역 밖에 있는, 의미화할 수도 통제할 수도 없는 생의 광대함에서 비롯한 무력감에 빠진다. 그러나 작가는 미스터리의 해소나 어떤 확정적인 결말로 이야기를 끝맺는 데는 관심이 없는 듯 보인다. 우리의 실제 삶이 그러하듯, 이야기의 끝에서도 미스터리는 여전히 그 자리에 그대로 존재하며 인물들은 영원히 그 실체를, 불가해의 장막 너머를 들여다볼 수 없을 것임을 예감한다. 다만 그들은 그 공백의 존재를 받아들임으로써, 삶의 일부로 수용함으로써 성장하거나 나아간다. 오히려 인생은 미지의 영역, 가능성의 영역을 통해 확장되고 인물들은 그렇게 확보된 새로운 시야로 삶을 바라보며 깨달음을 얻는다.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것들, 예측할 수 없는 것들이 낳는 불확실성이 때로는 유한한 삶에 주어지는 자유이자 선물이 되기도 한다는 깨달음을.


이 불가해한 세상에서
남성으로, 여성으로, 인간으로 살아간다는 것

“그녀는 그 갈비뼈들이 시원까지 완전히 거슬러올라가 무언가에 대해 말해주려 하는 것 같았다. 세대마다 혼란을 일으키는 그 개념, 남자가 된다는 것, 여자가 된다는 것이 무엇이고, 그런 것들이 동등하다거나, 다르지만 동등하다거나, 전혀 동등하지 않다고 말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_본문 중에서

수록된 열 편의 소설 중에서「남자가 된다는 것(To Be a Man)」이 작품 전체를 대표하는 표제작이라는 사실에서 알 수 있듯, 소설집의 중심에는 이 세상에서 남성으로 ‘산다는’ 것, 혹은 남자가 ‘된다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의문이 자리하고 있다. 작중에서 ‘남자가 된다는 것’에 관해 사유하는 주체는 대체로 남성의 타자로서 남성성이라는 관념과 다양한 방식으로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는 여성들이지만, 자신이 소속된 세계에 내재한 폭력성, 비합리성을 깨닫는 남성들 또한 등장한다. 작가는 부모, 자식, 연인, 친구 등 다양한 관계 속에서 발현되는 남성성, 특히 물리력과 폭력을 잠재적 속성으로 하는 전통적이고 관습적인 남성성을 다양한 층위에서 조명한다. 그중에서도 책의 마지막에 수록된 표제작은 이 문제를 대담하면서도 우아하게 풀어낸 아름답고 강렬한 수작이다. 이 이야기에서 주인공 여성은 자신이 나치 점령기에 태어났다면 “명예와 찬사에 약한” 성향 때문에 나치의 고위직이 되었을 거라고 생각하는 독일인 남자친구와, 장교 시절 한 가족을 몰살시킬 뻔한 경험을 이야기하는 이스라엘인 남성 친구의 이야기를 듣고, 자신이 욕망하는 남성의 육체적 강인함과 폭력성 사이의 가느다란 경계에 대해, 자신이 남성성에 대해 느끼는 양가적 감정에 대해 곱씹는다. 그리고 해변의 잔교 위에 서 있는 두 어린 아들을, 소년에서 ‘남자’가 되어가는 그들을 바라보며 변화는 마치 차오르는 밀물처럼 막을 수 없는 것임을 실감한다.

물론 니콜 크라우스는 “시원까지 완전히 거슬러올라가”는 이 민감하고 첨예한 문제를 쉽게 판가름하거나 명확한 답을 제시하려 하지는 않는다. 대신 그저 냉철하고 절제된 태도로 남성성과 여성성이라는 개념이 낳는 갈등과 혼란과 부조리를 명료하게 응시한다. 하지만 그 응시를 통해 작가가 진정으로 알고 싶은 것, 탐구하고 싶은 것은 외부적인 현상이나 대상이 아니라 인간의 내면, 그리고 여성이자 한 인간으로서 작가 자신의 내면이라는 인상을 준다. 그러니까 니콜 크라우스가 도전적이고 독창적인 시선으로 포착해 독자에게 건네는 이 열 편의 아름답고 의미심장한 이야기들은 어떤 물음에 대한 답이라기보다, 이 책을 읽는 우리가 스스로에게 던져야 할 반문, 즉 되물음인 셈이다.

구매가격 : 9,800 원

천사의 게임

도서정보 :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 | 2022-07-28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사상 가장 빠른 판매 속도를 기록하며
출간 즉시 베스트셀러에 오른 스페인문학의 일대 사건

전 세계 1500만 독자가 열광한 『바람의 그림자』 프리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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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힌 책들의 묘지 4부작’을 완성시킬 마지막 퍼즐조각

세르반테스 이후 가장 사랑받은 스페인 작가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의 『천사의 게임』이 새롭게 선보인다. 위대한 작품을 향한 열망에 사로잡힌 천재 작가 다비드 마르틴과 그 갈망을 집어삼키려는 파괴적인 유혹을 그린 이 작품은 모방이 불가한 완전무결한 이야기로 전 세계 1500만 독자를 열광하게 한 『바람의 그림자』의 프리퀄이자, 이후 『천국의 수인』 『영혼의 미로』로 이어지는 ‘잊힌 책들의 묘지 4부작’의 두번째 작품이다. 2009년 국내에 처음 출간된 이후 13년 만에 문학동네에서 새롭게 펴내며 송병선 번역가의 면밀한 개정을 통해 사폰의 작품세계를 더욱 깊이 만끽할 수 있는 기회를 선사한다.

바르셀로나의 골목 깊숙한 곳에 위치한 비밀스러운 도서관 ‘잊힌 책들의 묘지’에서 소년 다니엘이 수수께끼의 책 한 권을 발견하며 시작되는 『바람의 그림자』는 전 세계에 ‘사폰 신드롬’을 일으키며 비블리오픽션의 고전으로 자리잡았다. 이후 7년 만에 발표되는 프리퀄에 쏟아진 지대한 관심은 당연한 것이었고, 2008년 4월 『천사의 게임』 출간을 하루 앞두고 바르셀로나의 리세우 대극장에서 열린 기념회에는 300여 명의 기자를 포함해 600여 명의 인파가 몰려들었다. 초판 발행부수만 100만 부에 달하는 이 책은 열렬한 관심을 입증하듯 사상 가장 빠른 속도로 팔려나가 출간 즉시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스페인 출판계에 한 획을 그었고, 각국의 평단과 독자들 역시 즉각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전작에 이어 스페인 작가의 작품으로는 드물게 전 세계적인 초대형 베스트셀러에 오른 것은 물론,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의 글쓰기는 그 자체로 하나의 장르다”(USA 투데이), “악마의 유혹과도 같은 작품”(가디언) 등의 찬사를 받으며 고조된 기대감을 완전히 충족시키는 걸작임을 입증했다.

‘잊힌 책들의 묘지 4부작’을 완성시킬 마지막 퍼즐조각인 이번 작품의 주인공은 『바람의 그림자』와 『천국의 수인』 『영혼의 미로』에서 강렬한 존재감을 각인시킨 천재 작가 다비드 마르틴이다. 전쟁과 군사독재의 그림자가 어른거리는 20세기 초 바르셀로나에서 책들의 성전인 ‘잊힌 책들의 묘지’와 ‘셈페레와 아들’ 서점은 어린 다비드를 황홀한 책의 세계로 이끌고, 이후 작가로서 첫걸음을 뗀 다비드는 글쓰기의 마력에 사로잡혀 수수께끼와 로맨스, 비극으로 가득한 미스터리 속으로 걸어들어간다. 다비드의 앞에 펼쳐진 운명과 함께, 시시각각 눈앞의 풍경이 바뀌는 거대한 미로와도 같은 ‘잊힌 책의 묘지 4부작’이 이제 그 황홀한 전체 모습을 드러낸다.

구매가격 : 18,900 원

집착(개정판)

도서정보 : 아니 에르노 | 2022-07-28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질투에 점령당한 한 여자의 모놀로그
프랑스 현대문학의 거장 아니 에르노 대표작 『집착』 개정판

‘직접 체험하지 않은 허구를 쓴 적은 한 번도 없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선언으로 자신의 작품세계를 규정하는 프랑스의 문제적 작가이자, 사회·역사·문학과 개인의 관계를 예리한 감각으로 관찰하며 가공도 은유도 없는 독보적인 작품세계를 이룩해온 아니 에르노. 2011년 선집 『삶을 쓰다』가 생존 작가로는 최초로 갈리마르 총서에 편입되는 기록을 세웠으며, 최근 들어 노벨문학상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작가이기도 하다. 문학동네에서는 『삶을 쓰다』에 실렸던 글들을 추려 재수록한 『카사노바 호텔』 출간과 함께, 대표작 『탐닉』과 『집착』의 개정판을 새로운 표지로 단장해 선보인다.


결코 말하지 않을 유일한 진실,
“당신과 섹스하고 싶고, 그 여자를 잊게 만들고 싶어.”

“공기처럼 가벼운 사소한 일이라도 질투하는 이에게는 성서의 증거처럼 강력한 확증이다.”
누구나 느낄 수 있으면서도 동시에 철저히 사적인 감정, 때로는 사람을 한없이 치졸하게 만들기도 하고, 때로는 날선 비수처럼 누군가를 죽일 수도 있는 치명적인 감정. 아니 에르노의 『집착』은 그 질투라는 감정에 점령당한 한 여자의 모놀로그다.

2001년 여름, 〈르몽드〉지의 바캉스 특집 지면을 통해 선보인 이 작품은 한 땀 한 땀 직조한 듯한 특유의 응축된 문체, 존재의 밑바닥까지 내려가는 치열한 글쓰기 등 짧은 분량임에도 그 안에서 느껴지는 무게감이 대단하다. 『단순한 열정』 『탐닉』에서 이어지는 작가의 내면이 고스란히 투영된 일기를 보는 듯한 느낌에 젖어 그 호흡을 따라가는 사이, 독자들은 질투의 수렁에 빠져버린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구매가격 : 7,700 원

탐닉(개정판)

도서정보 : 아니 에르노 | 2022-07-28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중독과도 같은 사랑 그리고 기다림,
그 시간을 날것으로 담아낸 내면의 기록

‘직접 체험하지 않은 허구를 쓴 적은 한 번도 없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선언으로 자신의 작품세계를 규정하는 프랑스의 문제적 작가이자, 사회·역사·문학과 개인의 관계를 예리한 감각으로 관찰하며 가공도 은유도 없는 독보적인 작품세계를 이룩해온 아니 에르노. 2011년 선집 『삶을 쓰다』가 생존 작가로는 최초로 갈리마르 총서에 편입되는 기록을 세웠으며, 최근 들어 노벨문학상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작가이기도 하다. 문학동네에서는 『삶을 쓰다』에 실렸던 글들을 추려 재수록한 『카사노바 호텔』 출간과 함께, 대표작 『탐닉』과 『집착』의 개정판을 새로운 표지로 단장해 선보인다.


『탐닉』은 아니 에르노가 1991년 발표한 소설 『단순한 열정』의 모티프가 된 일기를 모은 책이다. 르노도상을 수상한 유명 작가이자 대학교수였던 아니 에르노가 연하의 외국인 유부남과 나눈 불륜 체험을 적나라하게 기록한 『단순한 열정』을 발표했을 때, 프랑스 평단과 독자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으며, 이 책은 그해 최고의 베스트셀러 화제작으로 떠올랐다. 국내에도 소개되어 “나는 한 남자를 기다리는 일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라는 소설의 첫 문장이 널리 회자되는 등 오랫동안 사랑받아왔다.
그리고 십 년 뒤인 2001년, 에르노는 『단순한 열정』에서 이야기한 사랑과 기다림의 시간을 날것 상태로 생생히 기록한 일기문을 『탐닉』(원제: Se perdre, 길을 잃다라는 뜻)이라는 책으로 묶어 발표했다. 이 책에는 강렬한 열정과 그것에 유착된 순수함, 아름다움 같은 초월적 가치가 담겨 있으며, 그녀가 기록한 사랑의 자잘한 디테일들은 평범한 일상을 문학의 자리로 승화시킨다.

구매가격 : 10,900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