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분

도서정보 : 필립 로스 | 2023-03-14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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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란 그런 거야.
발을 아주 조금만 잘못 디뎌도
영원한 비극의 낭떠러지로 떨어지는 거!”

1950년대 말 첫 소설집 『안녕 콜럼버스』를 발표하고 이 작품으로 전미도서상을 수상하며 화려하게 데뷔한 이래, 필립 로스는 이후 오십 년 동안 꾸준히 작품을 발표하며 미국 현대문학의 대표적인 작가로 자리매김해왔다. “지난 사십 년간 미국 작가 중 가장 훌륭한 커리어를 가진 작가 중 하나”(<슬레이트>)라는 평도 이 작가 앞에서는 결코 과장된 찬사가 아니다. “우리 시대 최고의 작가”라는 말이 당연한 수식어처럼 따라다니는 이 작가는 칠십대라는 고령에도 여전히 왕성한 창작욕을 불태우고 있다.

『울분』은 필립 로스가 2008년에 발표한 작품으로, 1950년대 초 미국을 배경으로 한 유대계 청년의 삶을 보여주며, 젊음의 치기, 미숙함, 성(性)에 대한 호기심과 열정, 용기, 선택과 실수에 관해 이야기한다. 미국의 역사가 상처받기 쉽고 취약한 개인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해 끊임없이 탐구해왔던 필립 로스는 이 작품에서도 뛰어난 통찰력과 묘사로 특정한 역사적 상황에 놓여 있는 한 개인의 비극을 밀도 있게 다루고 있다. 2008년 국내에 소개된 『에브리맨』에서 ‘한 노인의 삶’을 통해 나이듦과 상실 그리고 죽음에 대해 다뤘던 이 작가는 『울분』에서는 정반대의 지점에 있는 ‘젊은 청년의 삶’을 통해 삶과 죽음에 대해 이야기한다.

현대문학의 거장 필립 로스가
희극과 비극을 오가며 그려낸 청춘의 격정과 분노!

소설의 초반부에서 이미 밝히고 있듯, 이 소설은 채 스무 해도 살지 못한 청년 마커스의 짧은 삶을 조명하며, 그가 어떠한 과정을 거쳐 죽음에 이르게 되었는지를 그리고 있다. 필립 로스는 『울분』을 통해 “매우 평범하고 우연적인, 심지어 희극적인 선택이 끔찍하고 불가해한 경로를 거쳐 생각지도 못했던 엄청난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을 가감 없이 냉정하게 보여준다.
『울분』은 불길한 기운을 예감하면서도 차마 떨치지 못하는 격정, 자기 파멸적인 분노, 그리고 그것을 통제할 수 없는 젊음에 대한 이야기이면서, 논리적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삶과 죽음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러면서 동시에 역사와 개인의 비극을 절묘하게 엮는 필립 로스의 특기가 발휘되고 있는 작품이다. 『울분』에서 로스는 한국전쟁과 매카시즘 광풍이라는 역사적 상황 속에 청년 마커스를 놓아두고, 역사적 사실과 마커스의 개인사가 어떻게 충돌하는지를 보여준다. 평화롭고 아름다워 보이는 미국 중동부의 작은 대학교. 그러나 그런 모습 뒤에 숨어서 개인의 숨통을 조이는 보수적이고 관습적인 분위기. 작가는 역사 속에 놓인 개인의 비극을 직접적으로 이야기하지 않으면서도 독자로 하여금 충분히 그것을 감지하게 하고, 실감하게 한다.
칠십대. 살아갈 날들보다 살아온 날들이 더 많은 나이이다. 『울분』은 죽음을 목전에 둔 이 노작가에게 어떻게 이토록 격렬한 청춘의 격정과 분노가 남아 있는지, 새삼 놀라게 하는 작품이다. <워싱턴 포스트>의 평이야말로 이 작품을 설명하는 가장 좋은 말이 아닌가 한다. “청춘의 격정으로 불탈 만큼 여전히 분노하고 동시에 그 격정이 스스로를 파멸시킬 수 있음을 이해할 만큼 충분히 현명한 작가로부터 나오는 폭발을 볼 수 있는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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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가는 짐승

도서정보 : 필립 로스 | 2023-03-14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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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3부작’이라 불리는 『미국의 목가』(1997)『나는 공산주의자와 결혼했다』(1998)『휴먼 스테인』(2000)의 연이은 성공으로 작가적 명성에 중요한 획을 그은 필립 로스는 2001년, 작가 인생 또하나의 문제작인 『죽어가는 짐승』을 발표한다. 『죽어가는 짐승』은 20세기 미국 문학계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그의 소설 『포트노이의 불평』(1969)의 계보를 잇는 듯한 작품이다. 이 소설은 벤 킹슬리와 페넬로페 크루즈 주연의 영화 <엘레지Elegy>(2008)의 원작으로도 유명하다.
『죽어가는 짐승』은 처음부터 끝까지(마지막에 딱 한 번을 제외하고) 주인공의 대사만으로 이루어진 소설로, 『포트노이의 불평』과 유사한 서술 형식을 취하고 있다. 케페시는 자신의 집 소파에 앉은 누군가에게 이야기를 쏟아내고 있고, 이야기는 죽음과 섹스에서부터 1960년대의 성혁명에 이르기까지 물 흐르듯 자유자재로 방향을 틀며 절정을 향해 나아간다.
『죽어가는 짐승』은 늙어간다는 것, 죽는다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들끓는 인간의 욕망에 관한 통렬하고 우아한, 그리고 서글픈 성찰이다.

“나는 사람은 사랑을 시작하기 전에 완전하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사랑이 사람을 부숴버린다고.”

케페시가 누군가와 이야기하고 있는 지금은 2000년, 케페시가 콘수엘라와 헤어진 지 육 년 반이 지난 시점이다. 그는 작품 속에서 끝내 누구인지 밝혀지지 않는 그 상대에게 콘수엘라와의 만남과 이별에 대해, 그의 삶에 대해 그리고 얼마 전 콘수엘라에게서 전화가 와 그의 집에서 다시 한번 그녀를 만났던 일에 대해 이야기하는 중이다.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지금의 그를 만든 1960년대로 흐른다. 성혁명과 그 결과로 ‘태어난’ 대담한 여학생들은 케페시의 인생을 뒤바꾸었다. 교육받은 여성들을 중심으로 이전까지 주로 남성들에게만 허용되었던 성적 자유의 권리가 쟁취되던 시절, 전통적인 관념에 따라 결혼은 했으나 자유를 갈구하던 케페시는 그 ‘해방’의 추구를 열렬히 환영했다. 그리고 아내는 이혼을 요구했다. 그렇게 케페시는 아내와 어린 아들로부터, 결혼으로부터 탈출했다.

하지만 그런 그가 콘수엘라를 만나면서 변한다. ‘사랑’이 그의 현실주의, 실용주의, 냉소주의를 그에게서 모두 벗겨버린 것이다. 사랑이 그를 부수고 무력하게 만들었다. 그 모든 이야기를 하면서도 케페시는 내내 콘수엘라의 전화를 기다리고 있다. 과연 전화벨이 또 한번 울릴까?

구매가격 : 8,400 원

포트노이의 불평

도서정보 : 필립 로스 | 2023-03-14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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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되자마자 미국 전체를 충격에 빠뜨리고,
격찬과 혹평의 소용돌이 속에서
삼십대 중반의 필립 로스를 미국의 대표 작가로 수직 상승시킨 문제작!

『타임』 선정 100대 소설
『뉴스위크』 선정 100대 명저
모던 라이브러리 선정 100대 영문소설
〈가디언〉 선정 "모두가 꼭 읽어야 할 소설 100권"

전후 미국문학의 살아 있는 역사 필립 로스,
그가 서른다섯에 쓴 “악명 높은” 문제작!
1969년 2월, 필립 로스는 세번째 장편소설이자 네번째 책 『포트노이의 불평』을 출간한다. 책이 나오기 전에 뉴저지에 사는 부모님을 뉴욕으로 모셔온 다음 이 책이 불러일으킬 논란과 그것이 부모님의 삶에 끼칠 영향에 대해 이야기해둘 만큼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고 있었던 로스지만, 막상 그 일이 닥쳤을 때 그 파장은 그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것이었다. 그리고 첫 책 『굿바이 콜럼버스』로 전미도서상(National Book Award)을 받은 이후 문단이라는 좁은 세계의 명사였던 필립 로스는 『포트노이의 불평』으로 단숨에 미국사회의 앙팡테리블로 부상한다.

출간 몇 주 만에 『포트노이의 불평』은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고, 필립 로스는 작품의 선정성 논란 속에서 각종 미디어의 가십과 토크쇼 농담의 주인공이 되었다. 이 책을 둘러싼 격찬과 혹평의 대립 역시 뜨겁고 팽팽했다. 문학비평가 어빙 하우는 “『포트노이의 불평』으로 할 수 있는 가장 지독한 일은 이 책을 두 번 읽는 일”이라고 비난한 반면, 버나드 로저스는 “이 소설이 1960년대 문화의 이정표라는 데 대부분의 비평가들이 동의할 것”이라고 추켜세웠다. 미국 도서관들은 사춘기 소년의 자위행위에 대한 상세한 묘사와 상당한 양의 비속어들 때문에 『포트노이의 불평』을 금서로 지정했고, 호주에서는 이 책의 수입을 금지했다. 당시에는 외국 작가들의 책을 배로 실어오는 게 상례였는데, 호주 펭귄북스는 검열에 대항하기 위해 지역 인쇄소에서 제작한 다음 군사작전을 방불케 하는 치밀한 계획을 세워 책을 배본했고, 이 일로 법정에 서기까지 했다.

『포트노이의 불평』이 건드린 금기 중 하나는 유대인 스스로 자기 민족을 부정적으로 묘사하는 것에 대한 금기였다. 필립 로스는 이미 1959년에 첫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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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버스의 극장

도서정보 : 필립 로스 | 2023-03-14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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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현대문학의 거장 필립 로스가
익살과 역설, 외설로 그려낸 죽음 그리고 생명력!
필립 로스가 가장 아끼는 작품

1995 전미도서상 수상 | 1996 퓰리처상 최종후보

미국 현대문학의 거장 필립 로스의 장편소설 『새버스의 극장』이 출간됐다. 필립 로스가 『미국의 목가』와 더불어 자신이 가장 아끼는 작품이라고 밝힌 바 있는 이 소설은 1995년 전미도서상 수상작으로 선정되어, 데뷔작 『굿바이, 콜럼버스』 이후 필립 로스에게 두번째 전미도서상 수상의 영예를 안겼고, 이듬해 퓰리처상 최종후보에 올랐다. 이 책의 주인공 새버스는 죽음과 생명이 있는 그대로 외설적으로 드러나는 듯한 인물, 평범한 삶을 규정하는 어떤 범주로도 포착할 수 없을 것 같은 인물로, 소설은 새버스가 스스로 죽을 자리와 묻힐 자리를 찾는 과정을 그린다.

오십대에 심장에 문제가 생기며 죽음의 압박을 받던 필립 로스는 육십대에 접어들어 건강을 회복한 후 왕성하게 소설 집필에 매달렸고, 그 창조적인 시기 초반의 결과물이 바로 『새버스의 극장』이다. 그래서인지 죽음을 이야기하면서도 소설에는 오히려 압도적인 생명력이 가득하고, 어떤 속박에서 벗어난 듯 자유로움과 강렬한 에너지가 흘러넘친다. 필립 로스가 만들어낸 “가장 훌륭하고 격렬한 창조물”(<피플>) 미키 새버스는 독자에게 충격과 유쾌함과 불편함을 동시에 선사하고, 그렇게 필립 로스는 다시 한번, 엄청난 기량과 예술적 기교로 거장의 솜씨를 발휘하며 “놀랄 만한 문학적 성과의 정점에 선 작품”(<퍼블리셔스 위클리>)을 선보인다.

맨해튼 ‘외설 극장’의 전직 인형극 광대 미키 새버스.
관습 밖에서 쾌락에 탐닉해온 호색한,
무자비한 적대자, 실패하는 일에도 실패한 자,
그의 삶은 무엇으로부터의 기나긴 도주인가?

64세의 전직 인형극 광대 미키 새버스. 그는 평생 쾌락과 욕망에 충실하며 “에로틱한 만취 상태”로 살아왔다. 십대 시절 형이 2차대전에서 전사하고 어머니가 정신을 놓은 이후 뱃사람이 되어 전 세계를 떠돌며 창녀와 매음굴, 인간에게 알려진 온갖 종류의 섹스를 경험했다. 그후 로마에서 인형극을 공부하고 뉴욕으로 와 길거리 ‘외설 극장’에서 손가락 인형으로 쇼를 하고 지하극단에서 연극을 연출하며 배우인 아내 니키를 만난다. 하지만 어느 날 니키는 새버스를 떠나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리고, 니키를 찾아 헤매다 자신이 미쳐간다고 느낀 새버스는 당시 바람을 피우고 있던 로즈애나와 함께 뉴잉글랜드의 시골 마을 매더매스카폴스로 이사한다.
관절염 때문에 인형극 광대로서의 커리어도 끝나고, 마흔 살 어린 학생과의 섹스 스캔들로 수모를 당한 후 지역 대학에서 진행하던 인형극 워크숍도 그만두게 된 새버스는 고등학교 교사로 일하는 로즈애나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한 채 살아간다. 하지만 매더매스카폴스에서도 섹스에 대한 그의 탐닉은 계속되고, 그는 그곳에서 “생식기의 짝”이자 “가장 훌륭한 제자”, 쾌락과 섹스, 그리고 영혼의 “짝패”인 드렌카를 만난다. 크로아티아 출신 이민자로 남편과 함께 여관을 운영하는 드렌카 발리치와 새버스는 십 년이 넘는 세월 동안 내연 관계를 이어가며 서로의 “가장 필수적인 욕구”를 마음껏 풀어놓는다. 그러다 드렌카가 병으로 세상을 뜨자, 새버스는 오랫동안 철저하게 패배했다고 여겨온 인생의 위기를 맞이한다. 그리고 어느 날부터인가 그의 주위를 맴도는 어머니의 유령이 하는 말에 귀를 기울이면서, 새버스는 자살이야말로 실패한 자신의 삶에 딱 맞는 결말이 아닐지 고민하기 시작한다.

구매가격 : 15,400 원

에브리맨

도서정보 : 필립 로스 | 2023-03-14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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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슬프고 강렬한 삶, 그것은 바로 죽음!

삶에 대한 치열한 전투성이 거대한 슬픔으로 바뀌는 순간,
기나긴 저녁의 사무치는 외로움으로 느닷없이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고 싶은 순간,
때로는 농담처럼, 때로는 진담처럼
달과 철과 해가 얼마나 빠르게 지나가는지 모른다고
인생이 이제는 전과 같은 속도로 움직이지 않는다고 이야기하는 순간…

그 무겁고, 무덤 같고, 바위 같은 무게는 말한다.
우리 모두 언젠가는 죽는다고.

“노년은 전투가 아니다. 노년은 대학살이다!”

소설은 황폐한 공동묘지에서 시작한다. 그곳에 모인 사람들은 모두 누군가의 가족이거나 친구들이다. 그들은 막 세상을 떠난 한 사람을 추억하고 있다. 소설 『에브리맨』의 주인공은 바로 이 장례식의 당사자인 ‘그’이다. 이 작품은 이렇게, 특별하지 않은, 그저 그런 보통의 존재인 한 남자의 죽음에서 시작한다. 소설은 노년 시절의 ‘그’의 삶에 초점을 맞춰, 그의 인생 전반을 돌아보며, 삶과 죽음, 그리고 늙어간다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그’는 미국 뉴저지의 한 유대계 가정에서 태어난다. 그의 아버지는 ‘에브리맨’ 이라는 이름의 보석상을 운영하고 있다. 대공황이라는 어려운 시절에도 손님들에게 스스럼없이 외상을 주는 사람 좋은 아버지, 가족에게 충실한 온화한 어머니, 여러 방면에 뛰어나며 자신에게 한없이 자상하고 듬직한 형. 그는 안온한 가정에서 충분히 사랑받으며 커간다. 그는 오랫동안 화가가 되고 싶다는 꿈을 꾸고 미술학교에 들어가지만, 세속적인 데다 모험을 싫어하는 탓에 그림을 포기하고 뉴욕의 광고회사에 취직해 아트 디렉터로 성공을 거둔다. 그 일은 그에게 경제적 풍요와 아름다운 여인들을 가져다주지만, 그는 결혼에서만은 성공을 거두지 못한다. 세 번의 결혼이 모두 실패로 끝난 것.

‘그’는 이제 직장에서 은퇴하고 저지쇼의 은퇴자 마을 스타피시비치에 내려와 머문다. 9ㆍ11 테러 이후 피신하듯 뉴욕을 떠나 이곳에 자리 잡고 그토록 갈망하던 그림을 다시 그리기 시작한다. 스타피시비치 주민들을 위한 그림교실도 열지만, 어쩐지 허전한 느낌은 지울 수 없다. 그를 둘러싸고 있는 이 세계는 죽어가는 잿빛 세계이다. 이 은퇴자 마을에서는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이고, 그 사람이 무엇을 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이제 그들의 이력이란 의학적 이력과 똑같은 것이 되어버렸고, 의학적 정보 교환이 무엇보다 중요시된다. 안 그래도 쇠약해져가는 몸은 잦은 수술과 예고 없이 찾아오는 통증을 감당하느라 지쳐 있는 데다, 느닷없는 외로움과 고립감은 그를 한없이 나약하게 만든다.

필립 로스는 언론과의 인터뷰를 극히 꺼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 그가 『에브리맨』 발표 후 가진 한 인터뷰에서 무엇 때문에 죽음이 두려운가를 묻는 질문에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고 한다.

“망각. 더이상 살아 있지 않다는 것, 살아 있다는 걸 느낄 수 없다는 것. 하지만 내가 열두 살 때 느꼈던 죽음에 대한 두려움과 지금 느끼는 두려움 사이의 차이점은 지금은 현실에 대한 체념 같은 것이 있다는 겁니다. 전에는 내가 언젠간 죽는다는 게 부당하다고 여겨졌는데, 지금은 아닙니다.”



『에브리맨』은 주인공인 ‘그’의 이름을 단 한 번도 밝히지 않는다. 다른 모든 등장인물들은 이름을 밝히고 있음에도 그는 그저 ‘그’일 뿐이다. 필립 로스는 이 소설을 통해 모두가 피하고 싶지만 모두가 언젠가는 맞이하게 되는 ‘죽음’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것은 특별할 것도 없고, 그저 우리가 맞아야 할 삶의 한 부분이라고 이야기한다. 소설 속의 주인공이 이름 없이 ‘그’라고만 표시되는 것도 작가의 이런 의중이 담겨 있으리라.

건강과 젊음이 떠나고 쇠잔해지는 육체. 찬란했던 지난 시절에 대한 추억을 곱씹으며 곧 찾아올 영원한 망각을 기다리는 삶. 서글프고 애닲지만 그것이 바로 늙어가는 것임을, 그리고 우리 모두에게 똑같이 주어진 삶의 일부임을 겸허히 받아들여야 하는 것임을 이 소설은 이야기하고 있다. 필립 로스는 ‘죽음 역시 삶의 한 부분’이라는 사실을 에두르지 않고, 과장하지도 않으면서 담담하게 이야기한다.

소설 속에서 ‘그’를 애도하던 이들은 모두 자리를 떠났다. 이제 그 빈자리에 독자들이 남아 그를 애도한다. 하지만 그들이 애도하는 것은 소설 속 주인공인 ‘그’임과 동시에, 언젠가는 늙고 죽어갈 우리 모두, 결국 자신들일 것이다.

구매가격 : 6,700 원

네메시스

도서정보 : 필립 로스 | 2023-03-14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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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문학의 살아 있는 전설,
절필을 선언한 필립 로스의 마지막 작품!

모두가 입을 모아 “이제 노벨문학상만 받으면 된다”고 말할 정도로, 필립 로스는 작가에게 허락된 거의 모든 것을 성취한 작가다. 1959년 『굿바이, 콜럼버스』로 데뷔해 50여 년간 서른한 권의 작품을 발표했고, 퓰리처상, 전미도서상,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 펜/포크너 상, 펜/나보코프 상, 펜/솔 벨로 상, 미국 예술문학아카데미 골드 메달, 맨부커 인터내셔널 상 등을 수상했다. 발표하는 작품마다 꾸준히 주목을 받아온데다 열렬한 논쟁의 한복판에 서는 일도 여러 차례 있었으니, 어쩌면 그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작가 중 하나인지도 모르겠다.
그런 그가 지난 2012년 돌연 절필을 선언했다. “저는 다 끝냈습니다. 『네메시스』가 제 마지막 책이 될 겁니다.” 필립 로스답게 간결하고 단호한 선언이었고, 이 말은 이후 번복되지 않았다. 그리고 이제,『네메시스』(2010)는 우리가 읽을 수 있는 필립 로스의 마지막 소설이 되었다.

불운, 쓸데없는 죄책감, 그리고 잘못된 선택
운명과 화해하지 못하고 스스로를 벌하는 한 남자의 이야기!

1944년 여름의 뉴어크. 주인공은 스물세 살의 ‘놀이터 감독’ 버키 캔터다. 키는 작지만 몸이 다부지고 운동신경이 뛰어난 버키는, 자신도 전장으로 가겠다는 오랜 꿈이 시력 탓에 좌절되자 크게 낙담한다. 또래들이 전쟁터에 나가 있는 동안 버키는 놀이터에서 아이들을 돌본다. 버키 자신은 그 사실에 죄책감과 수치심을 느끼지만, 놀이터 아이들에게 친절하고 늠름하고 확신에 찬 버키 선생님은 선망의 대상이다.
그러던 중 폴리오 유행병이 뉴어크 전역을 장악한다. 아직 폴리오 백신이 개발되지 않았던 시절, 아이들이 하나둘 폴리오에 감염돼 병원에 실려가고, 몸이 마비되거나 목숨을 잃는다. 도시 전체가 불안과 공포에 전염된다. 남은 아이들을 의연하게 돌보던 버키도 혼란과 두려움을 느낀다.
방학 동안 포코노 산맥의 인디언 힐 유대인 소년 소녀 캠프에 교사로 가 있던 버키의 여자친구 마샤는 뉴어크에 있는 버키가 폴리오에 걸릴까 걱정하며, 놀이터 감독을 그만두고 인디언 힐에 오라고 버키를 설득한다. 아이들을 두고 떠날 수 없다고 고집을 피우던 버키는 마샤 아버지와의 대화 도중 충동적으로 인디언 힐 행을 결심하고 마샤에게 청혼까지 한다.
그러나 포코노 산맥에 도착한 그는 이내 격렬한 죄책감에 시달리기 시작한다.

“자신에게 맞서지 마세요. 지금 이대로도 세상에는 잔인한 일이 흘러넘쳐요.
자신을 희생양으로 만들어 상황을 더 나쁘게 만들지 말라고요.”

한국 독자들에게는 다소 생소한 단어 ‘네메시스Nemesis’의 사전적 의미는 ‘천벌’ 또는 ‘복수의 여신’이다. 필립 로스는 한 인터뷰에서 ‘네메시스’의 의미를 “운명, 불운, 어떤 이를 골라 희생자로 만드는 극복할 수 없는 힘”이라고 직접 설명한 바 있다. 그가 라이브러리 오브 아메리카(미국 문학의 고전을 펴내는 비영리 출판사)에서 펴낸 완전 결정판에 ‘네메시스Nemeses’로 분류해 묶은 후기 작품, 『에브리맨』『울분』『전락』『네메시스』는 모두 예기치 않은 불운으로 죽음 혹은 몰락을 맞닥뜨린 인생에 대해 깊이 있게 사유하고 있다.
평면적으로 『네메시스』 속의 네메시스는 폴리오 유행병인 것처럼 보인다. 폴리오는 무차별적으로 무자비하게 여러 아이들과 버키 캔터의 삶을 짓밟았다. 하지만 버키를 무너뜨린 진짜 네메시스는 그의 가혹한 의무감, 병적인 죄책감, 엄격한 선善에 대한 집착 그리고 두려움이다.
『네메시스』는 전작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그 시선이 더 바깥까지 가닿는다는 인상을 준다. 주인공은 자신에게 닥친 비극보다 이웃에게 닥친 비극에 집중한다. 그 비극을 생생히 목도하고 자신의 책임에 대해 고민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야기는 필립 로스 식으로 전개되고, 또 그 와중에 어떤 부분에서는 독자의 허를 찌르는 반전과 블랙코미디를 선사한다. 그동안 필립 로스의 작품들에서 반복해 이야기되어온 테마들이나 이전과 비슷한 등장인물들을 떠올리며 읽는 재미도 크다.
무엇보다 『네메시스』는 필립 로스의 마지막 작품이다. 그가 그것을 예견하고 있었든 아니든, 한 명의 대가가 작가로서의 삶을 마무리하며 심취한 문제들이 무엇인지 엿보는 것은 독자들에게 큰 기쁨을 선사할 것이다.

구매가격 : 9,700 원

위대한 미국 소설

도서정보 : 필립 로스 | 2023-03-14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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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국민 스포츠, 야구의 ‘가짜’ 역사를 통해
그려보는 ‘진짜’ 미국의 역사와 그 이면
거짓말이 진실을 대신하고 신화가 현실을 대신하는
세상에 대한 필립 로스식 짜릿한 우화

미국 현대문학의 거장, 필립 로스의 장편소설 『위대한 미국 소설』이 문학동네에서 출간되었다. 야구의 열성 팬으로 알려진 로스가 쓴 유일한 야구 소설이다. 로스 특유의 유머와 재치로 그려지는 메이저리그의 간략한 역사와 커다란 은유처럼 등장하는 야구계 일화들이 실소와 감탄을 자아낸다. 로스는 감히, 그리고 자신 있게 말한다. 야구 이야기로 ‘위대한 미국 소설(‘Great American Novel’. 미국의 본질 혹은 정수를 체화했다고 여겨지는 전범과 같은 소설을 일컫는 용어로, 1868년 윌리엄 디포리스트의 에세이에 처음 등장했으며, 1880년 헨리 제임스가 GAN으로 축약해 사용한 바 있다.)’을 쓰겠다고. 너새니얼 호손의 『주홍 글자』, 허먼 멜빌의 『모비 딕』, 마크 트웨인의 『허클베리 핀의 모험』의 뒤를 잇는, 아니 그것들을 가뿐히 뛰어넘는 작품을 쓰겠다고 말이다.

필립 로스에게 야구란 그저 하나의 스포츠가 아니었다. 그에게 야구는 ‘미국적 삶’의 에너지가 상영되는 극장이자 국가적 이상의 체현이었다. <타임>에 발표한 에세이에서 로스는 이렇게 썼다. “나는 야구의 부드럽고 인간적인 면모들, 열정적이고 아름다운 그것의 정신을 통해 애국주의를 이해하고 경험하게 되었다. 야구는 애국주의의 슬로건 그 자체다. 야구는 모든 계급과 지역에 영향을 미치며 공통적인 관심사와 충성심, 의례, 열정, 적대감으로 우리를 하나로 묶어주는 일종의 세속 교회다.” 로스의 이러한 야구관이 고스란히 녹아든 작품이 바로 『위대한 미국 소설』이다.

구매가격 : 12,500 원

전락

도서정보 : 필립 로스 | 2023-03-14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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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후 미국 문학의 살아 있는 역사 필립 로스,
그가 일흔여섯의 나이에 펴낸 서른번째 책 『전락』

해마다 노벨문학상의 강력한 수상 후보로 점쳐지고, 문학평론가 해럴드 블룸이 ‘미국 현대문학의 4대 작가’ 중 하나로 꼽은 바 있는 현대문학의 거장. 미국 언론으로부터 “우리 시대 가장 뛰어난 소설가”(<뉴요커>)라는 평을 듣는 작가. 미국 문학의 고전들을 엄선해 출간하고 있는 비영리 출판사 라이브러리 오브 아메리카(Library of America)에서 생존 작가 중 최초로 완전 결정판을 출간한 작가. 1998년 퓰리처상 수상, 전미도서상과 전미비평가협회상을 각각 두 번, 그리고 펜/포크너 상을 유일하게 세 번 수상한 작가. “불멸의 독창성과 뛰어난 솜씨를 지닌 작가”에게 수여되는 펜/나보코프 상과 “지속적인 작업과 한결같은 성취로 미국 문학계에 큰 족적을 남긴 작가”에게 수여되는 펜/솔 벨로 상, 미국 예술문학아카데미 골드 메달, 맨 부커 상 인터내셔널 부문을 수상한 작가. 1959년 등단 이후 반세기 넘게 활동하며 서른 권이 넘는 책을 펴낸 작가. 전후 미국 문학의 살아 있는 역사. 바로 필립 로스다.

미국에서 2009년에 발표된 『전락』은 필립 로스가 일흔여섯의 나이에 펴낸 서른번째 책으로, 천재 연극배우가 갑자기 재능을 잃으면서 전 인생이 파탄 나는 이야기를 통해 생에 대한 로스 특유의 비정한 통찰과 집요한 사유를 보여준다. 『에브리맨』(2006)과 『유령 퇴장』(2007)에서와 마찬가지로, 나이든 남자 주인공을 통해 노년의 가혹한 삶을 가차없이 묘사한 『전락』은 영화배우 알 파치노와 감독 베리 레빈슨에 의해 영화로 만들어져 올해 베니스 국제영화제 비경쟁부분에서 상영된 작품이기도 하다.

“죽고 싶어하는 남자를 연기하는 살고 싶은 남자”

미국 연극계의 전설적인 존재인 천재 배우 사이먼 액슬러. 부모를 잃고 상실감에 괴로워하다가도 무대에만 오르면 확고한 존재감으로 단숨에 관객을 사로잡는 ‘천생 배우’인 액슬러. 그는 예순다섯 살이 될 때까지 단 한 번도 무대에서 실패해본 적 없었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그에게 끔찍한 일이 일어난다. 배우로서의 마력이, 연기 재능이 죽어버린 것이다. 그의 훌륭한 연기는 전부 본능에서 나온 것이었으므로 재능을 잃은 그는 이제 연기를 할 수 없다. 그저 흉내만 낼 뿐이다.

구매가격 : 8,000 원

나는 공산주의자와 결혼했다

도서정보 : 필립 로스 | 2023-03-14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도덕이 대중의 오락으로 떨어진 시대
‘레드 콤플렉스’와 ‘매카시즘 강풍’이 휘몰아치던 야만의 시대
사랑과 배신, 복수의 광기에 짓눌린 한 남자의 치명적인 파멸의 드라마!

필립 로스가 유일하게 인정한 정식 번역본 출간
『나는 공산주의자와 결혼했다』는 작품을 통해 미국의 역사가 사회뿐 아니라 그 구성원인 힘없는 개인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가를 꾸준히 파헤쳐온 필립 로스가 1998년 발표한 장편소설로, 『미국의 목가』(1997)『휴먼 스테인』(2000)과 함께 일명 ‘미국 3부작’으로 불리는 작품이다. 네이선 주커먼이 화자로 등장해 이야기를 끌어나가기 때문에 ‘주커먼 시리즈’로 불리는 작품 가운데 한 편이다.

필립 로스는 엄청난 작가다. 『나는 공산주의자와 결혼했다』는 분명 고전이 될 것이다. 아마도 영원히._플레인 딜러

필립 로스는 특유의 풍부한 표현력과 열정적인 언어로 정치소설과 그리스비극을 통합시켜 깊은 통찰력이 돋보이는 작품을 만들어냈다. 영웅의 삶이 운명과 그 자신의 실패, 역사의 압력과 그의 주변에서 벌어진 크고 작은 배반에 의해 뒤바뀌는 비극을._피플

로스는 따뜻함과 가혹함, 통찰과 기지를 기막히게 버무려 우리를 얽어매는 삶의 방편과 비극을 탐험한다. 마음을 사로잡는 소설._뉴욕 타임스 북리뷰

우리가 공유하는 과거의 한 시공간을 놀라운 방식으로 되살려낸 이야기에 한시도 눈을 뗄 수 없다. 이데올로기와 위선으로 점철된 전후 시대를 눈부신 필치로 되살려냈다._뉴욕 리뷰 오브 북스

이 소설은 사회사로서도 큰 의미를 지닌다. 로스는 아이라 린골드라는 대단히 농익고 박력 있는 인물이 겪는 어지러울 정도로 급속한 성공과 실패, 그리고 노동계급으로의 회귀를 통해 미국 역사의 궤적을 보여준다._시카고 트리뷴

미국적 삶에 대한 엄중한 통찰력이 돋보이는 작품._뉴욕 옵서버

어느 한 장면, 한 단어도 낭비하지 않고 눈부시게 흘러가는 속도감이 놀랍다._메일 온 선데이

로스는 아이라라는 매력적인 인물과 전후 미국의 사회적?정치적 분위기를 아름다운 문장으로 더없이 절묘하게 묘사한다._북리스트

구매가격 : 11,000 원

굿바이, 콜럼버스

도서정보 : 필립 로스 | 2023-03-14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우리 시대의 관찰자, 현존하는 미국 최고의 작가 필립 로스,
스물다섯 살의 그가 완성한 이 시대 가장 ‘완벽한 데뷔작’!

미국 문학계를 지탱하는 묵직한 버팀목 필립 로스의 작품은 맹렬하고 웅대한 이야기와 예리한 현실 의식이 반영된 강렬한 문장으로 정평이 나 있다. 시대적 현실을 외면하지 않고 소설 속에 사실적으로 재현했다는 점과 평론가들과 독자들의 예상을 뛰어넘는 ‘문제작’을 발표하며 크고 작은 논란을 불러일으켜왔다는 것 또한 그의 작품세계를 논하는 데 있어 빠뜨릴 수 없는 사실이다. 거기에 퓰리처상, 전미도서상,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 펜/포크너 상, 펜/나보코프 상, 펜/솔 벨로 상, 미국 예술문학아카데미 골드 메달, 맨부커 인터내셔널 부문 등 화려한 수상 경력까지 자랑한다.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거장의 면모다.
그런 그의 신인 시절은 어땠을까? 그동안 그를 사랑하는 한국의 독자들이 품어왔을 지극히 자연스러운 질문이다. 이십대의 필립 로스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그의 첫번째 소설은 어떤 세계를 보여주었을까? 필립 로스의 데뷔작 『굿바이, 콜럼버스』가 그 질문에 답한다.

1959년에 발표된『굿바이, 콜럼버스』는 이듬해인 1960년 스물여섯 살이던 필립 로스에게 전미도서상 수상의 영예를 안긴 기념비적인 작품이다. 휴턴 미플린 문학협회상, 미국 문학예술협회 기금, 전미유대인도서협회에서 수여하는 다로프상을 수상했으며, 수록 단편 중 하나인 「엡스타인」은 <파리 리뷰>에서 수여하는 아가 칸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표제작인 중편 「굿바이, 콜럼버스」와 「유대인의 개종」을 비롯한 다섯 편의 단편이 수록된 이 소설집은 유대인들의 비난을 받기도 했는데, 후에 그의 중·후기 작품을 통해 우리에게 이미 익숙해진 유대계 미국인 남성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유대주의와 유대계 미국인들에 대한 풍자적인 이야기를 썼기 때문이다. 하지만 후기 작품들과 비교했을 때, 『굿바이, 콜럼버스』가 이야기를 풀어가는 태도나 플롯은 대체로 보다 풋풋하고 정겹다. 활력이 넘치며 작품 전반을 흐르는 위트 또한 한층 경쾌하고 소소하다. 그러면서도 신인답지 않게 능수능란하다. 노련한 강약 조절과 완벽한 구성, 주변인물에게까지 섬세하게 손길이 미친 인물 묘사는 훗날 미국문학의 거장으로 우뚝 설 대가의 면모를 숨기지 않는다.
『굿바이, 콜럼버스』 속 인물과 에피소드가 훗날 필립 로스의 다른 작품들에서 어떻게 되살아나고 발전되었는지 가늠해보는 재미도 크다. 예컨대, 「굿바이, 콜럼버스」의 농구선수 론 파팀킨은『미국의 목가』의 청년 ‘스위드’를 연상케 하고, 「엡스타인」에서 사회주의 운동을 하는 딸 실라에게서 “자본가”라는 비난을 듣는 루 엡스타인은 중년의 ‘스위드’를 연상시키는 식이다. 화자의 웅변조 독백을 길게 잇는 스토리텔링 스타일을 발전시켜온 필립 로스의 상대적으로 간결하고 경쾌한 문장을 만나는 경험 역시 새롭다. 필립 로스의 작품에 익숙한 독자라면 청년 작가 필립 로스의 새로운 면모에 놀랄 것이고, 이 책으로 그를 처음 접하게 될 독자라면 삶의 아이러니를 이토록 유머러스하고 세련되게 그려낸 작품이 1959년에 발표되었다는 데 놀랄 것이다.

희극과 비극을 함께 품은 삶의 아이러니
그런 삶을 휘청거리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위트 있는 초상!

각 이야기의 주인공들은 전후 시대를 살아가는 2, 3세대 유대계 미국인들이다. 2차대전이 가져다준 풍요는 미국에 사는 유대인 사이에서도 경제 수준에 따른 계층을 형성하기 시작했다. 부유한 유대인은 교외로 거처를 옮겨 목가적인 삶을 추구했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복잡한 도시에 남았다. 전자는 미국사회의 또다른 비주류인 흑인들을 부렸지만, 후자는 연민을 느꼈다. 가족 안에서는 엄격한 유대인의 전통이나 자본주의를 바라보는 태도의 차이로 갈등이 생겨났다. 부모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교육의 혜택을 누리고 지식인이나 전문직 종사자가 된 자녀들은 부모의 간섭에 진저리를 냈다. 미국사회에 동화되고자 하는 열망에, 유대계 미국인 공동체를 결속시키는 가장 근본적이고 강력한 요인인 유대교 신앙의 영향력은 자연스럽게 약해져갔고 이는 유대인 공동체 내부의 갈등 요소가 되었다. 그리고 그러한 갈등은 공동체 속 개인으로서의 유대인에게 정체성 혼란을 야기했다. 그들은 자신이 유대인이 맞는지, 유대교 신앙이 그들 자신에게 의미가 있는지, 그들이 살아온 방식이 옳은지 혹은 가치가 있는지 혼란스러워했다. 그들이 느끼는 주된 감정은 현실 유지 혹은 미국사회 정착과 동화에 대한 불안이었다. 그들은 희극과 비극, 만족과 불안이 교차하는 삶의 아이러니를 품은 채, 물살에 몸을 맡기고 표류하듯 휘청휘청 앞으로 나아갔고, 필립 로스는 날카로운 통찰력으로 『굿바이, 콜럼버스』에서 이를 완벽히 재현했다.

구매가격 : 10,900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