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없었다고 한다(문학동네시인선 185)

도서정보 : 장옥관 | 2023-01-23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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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르라니 실핏줄 돋은 어스름 속으로
누가 애 터지게 누군갈 부르나니, 그 종소리”

애도의 조종(弔鐘)을 새벽의 풍경(風磬)소리로 바꾸어내는 시력(詩歷)

등단 35주년을 맞은 장옥관 시인의 여섯번째 시집 『사람이 없었다고 한다』가 문학동네시인선 185번으로 출간되었다. “남달리 능숙한 미문이 섬세하고 화사하며 (…) 발상의 전환과 사물의 이면을 더듬는 감각의 촉수“(노작문학상 심사평)가 돋보이는 시인의 이번 시집에 가장 먼저 두드러지는 것은 죽음의 이미지이다. 숱한 죽음과 상실의 경험이 새하얀 뼈를 연상시키는 시집의 표지부터 스며들어 있지만, 시인은 그 비애를 동터오는 새벽의 연무로 전환해낸다. 살아 숨쉬는 모든 것을 무화시키는 시간의 위력을 절감하면서도 생을 끝끝내 탐구해내려는 의지의 발산이며, 새로 터져나오는 미지의 목소리를 계시하는 순간이다.

네가 내뱉은 말들, 허우적거리며 소용돌이쳐 가라앉는 네 말들, 소금처럼, 물에 녹는 소금처럼 아아, 그러나 햇빛 들면 다 사라질 말들, 막막한 시공간을 헤매는 중음신의 말들, 입술에 허옇게 말라붙은 말들, 그예 말들은 살아오지 못하고 그 격렬했던 꿈의 말들, 되돌리지 못할 꿈자리가 죽은 꽃나무 같아서
_「입술에 말라붙은 말」 부분

『사람이 없었다고 한다』에서는 삶의 가운데서 미끄러지거나 심연으로 굴러떨어지는 이들이 있다. “우리가 알 수 없는 이유”(「밤에도 새들은」)로 침몰하고, “예감도 예고도 없이 우리 자빠질 때 짚고 일어날 바닥도 없이 푹푹 빠져들기만 하고”(「미끄러지다」) 있다는 감각은 그 연유를 모르면서도 낯설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몰락을 타개할 상상력뿐만 아니라 의지마저도 부재한 암담한 상황 속에서 ‘말’과 ‘언어’를 대하는 시인의 태도가 돌올하게 솟는다. 보이는 정경에 대해 “물에 갇힌 눈이라고” “호수를 그득 채운 눈동자라고도 하지 않겠다”고 결심하는 시인은 세계를 낭만화하는 시선을 벗고 “아픈 몸”(「호수를 한 바퀴」)을 직시하고자 한다. 그간 자신이 “한 번도 피 나도록 긁어본 적 없었”다는 걸 자각하고 “손 없는 손으로” “내일의 얼굴”(「가려움」)을 긁어보겠다는 불가능으로의 여정이 시작되는 순간이다.

꽃이 입술 벌려 들려주는 노래를
모쪼록 웃음의 가려움을
시들어가는 내 몸에서 새어나오는 노을의 목소리는 머뭇머뭇,
아직 쓰이지 않은 노래로 피워올리느니
_「꽃의 입술」 부분

숱한 죽음을 마주하며 “형광등처럼 껌뻑이다가 마침내 암전으로” 가는 인간들의 운명을 생각하던 시인은 “그럴 때 내가 켜놓은 사랑은 다 어디로 가는 걸까”(「여행」) 묻는다. 그러나 그의 물음은 해답 없는 비관에 멈추지 않는다. “한번 사라지곤 다시 오지 않았던 이름들// 내가 사라지면 영영 파묻히고 말/ 그 이름들을”(「불러보다」) 불러보는 시인은 없어진 존재들이 기거하던 공간을 손으로 짚어본다. 이들을 없는 채로 두지 않겠다고 다짐하면서. 그런 시인에게, 다른 존재를 매개체 없이 마주하는 언어의 조탁은 “순간이 탄생”(「돌의 탄생」)하고, ‘나’ 스스로가 “나에게로 찾아오는”(「얼룩말 이야기」) 시간을 가능케 한다.

단지 그는 갑갑했을 뿐이다
갑갑함이 저 스스로 몸 부풀려 이웃집 현관문을 노크한 것일 게다
경계를 벗어나 공기를 장악한 그는 원래부터
바람이었다
_「없는 사람」 부분

한 사람의 고독사를 바라보는 시인은 죽음이 더이상 소멸이 아니라 세상에 남는 또다른 가능성의 방식일 수 있음을 환기한다. “경계를 벗어나 공기를 장악한 그는 원래부터/ 바람이었다”라는 발상의 전환은 사라진 이를 기억하는 남은 자들의 세계에 회색조 우울함 대신 생기와 색채를 부여한다. 시집 곳곳에 돌뿌리처럼 새겨져 읽는 이가 걸려넘어지게 하는 “내 머물던 자리엔/ 무엇이 남을까”(「달팽이가 지나간 끈적임처럼」), “나 없을 그때,/ 내 딸의 뺨이 떠올릴 뼈는 문득 무엇일까”(「물로 된 뼈」)와 같은 묵직한 질문과 사색들을 통과해나가던 시인은 비로소 “명멸하는 것들”이 “내 손에 쥐어지는 순간”(「우기」)을 발견하기에 이른다.

응결된 슬픔이거나 모세가 걸어간 바닷길이라고 여기는 건 오로지 내 몫의 부지(不知) 문자로 짠 천 입고 춤추는 수피의 영혼 혹은 바람의 넋
‘있음’으로 만날 수밖에 없는
아무리 두드려도 들어가지 못하는 종교 앞에서 침묵할 수밖에 없는 그 돌
_「청금석」 부분

시인에게 있어 시간의 흐름은 사람의 떠남만을 되새기게 한다. 누군가가 떠난 자리에는 미련을 품은 이가 남고, 미처 하지 못한 말이 여전히 자신의 형체를 갖추지 못한 채 있다. 그러나 남은 이가 떠난 사람을 떠올리며 오늘을 영위하는 한 뒤이어질 미래는 더이상 허전하고 황량한 풍경이 아니라 기억들로 풍성해질 수 있다고 시인은 역설한다. 그러므로 시집의 마지막에서 “예순 몇 해를 지금 소환해 물어보거니와/ 생/ 그 한마디가 그저 어안이 벙벙할 뿐이다”(「어안이 벙벙하다」)라는 의문은 인간을 천연덕스레 삶의 막다른 곳으로 몰아넣는 이 모든 생의 순환과 굴레가 꺾지 못하는 의지, 도리어 궁지에 몰렸을 때에 자신의 온 생을 걸어 빚어내고 마는 한 가닥 의지의 존재감을 역설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부재로 현존하는 이들과 자기 자신의 현존에 대한 증명으로 장옥관의 시는 계속해서 벼려질 것이다. “생/ 그 한마디가 그저 어안이 벙벙할 뿐”이지만, 그 순간에도 “무심코 찾아온 이 말이 정작 어디서 온 건지 왜 떠올랐는지”(「어안이 벙벙하다」) 기원을 궁금해하는 건 오직 시인뿐이기에, 거친 숫돌로 반짝 날을 세운 언어로 하여금 우리에게 ‘돌의 탄생’과 같은 시적인 순간을 선사할 것이다. “아직도 납득할 수 없는 일들이 남아 있는/ 기적 같은 날들”(「하지만 벌써 버릴 수 없는」)이 있으므로, 지금 여기에서 장옥관의 시는 감은 눈을 뜬다.

_소유정 해설, 「명멸하는 것들을 위한 증언」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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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부야, 꽃 구경 가자

도서정보 : 신혜지 | 2023-01-20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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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난 사람과 남겨진 사람, 그 허망의 끝자락에서 비로소 죽음은 따뜻한 상처이고 후끈거리는 사랑이라는 것을 깨닫는 지점이 신혜지 시의 정점이다. 따라서 빛바래고 사위어가는 사람들의 삶을 향한 정념이 그의 시의 거멀못이 된 것은 마땅한 일이다. 그들을 향해 억누르기 어려운 생각을 시로 옮겨 적었는데, 결코 어둡지않아 명랑한 희망의 시, 스스로 자신의 삶을 찾아가는 호쾌한 멋으로 그득하다는 점이 빼어나다. 희망은 신혜지 시의 사상이며 삶의 원천이다.
-이성모 (문학평론가, 창원시김달진문학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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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터면

도서정보 : 이병창 | 2023-01-13 | PDF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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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 붓다마스』 시인 목사가 전하는 한국의 절집 순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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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쓰는 편지

도서정보 : 문방순 | 2023-01-11 | PDF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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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음사 시선 378, 문방순 시집

<<시인의 말 중에서>>
혹자는 어이없다 웃기도 하겠지만
그래도
제가 쓴 이 어설픈 시를 기다리고 좋아해 주는
오래된 팬들도 있답니다
특별히 김진춘 목사님, 유사래 사모님 고맙습니다
그래서 용기 내어 봅니다
저 자신에게 쓰는 편지이기도 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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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려 시선

도서정보 : 나종혁 | 2023-01-05 | PDF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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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원전 37년부터 서기 668년까지 705년 동안 존속한 고구려 시대(高句麗時代)는 다양한 시문학이 존재했다. 우리나라 고대 시대에 해당하는 고구려 시대의 시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고대시 ‘황조가’ 그리고 ‘연양가,’ ‘내원성가’와 같은 고구려 가요와 우리나라 한시의 원류라고 하는 ‘인삼찬’ 그리고 ‘여수장우중문,’ ‘영고석’과 같은 고구려 한시, 그리고 우리나라 최초의 시조라고 하는 ‘월상국 범소백이,’ ‘북소리 들리는 절이,’ ‘일모창산원하니’와 같은 고구려 시조가 있다. 그 외로는 ‘연양가’ 실전작과 제목만 알려진 ‘지서가’와 같은 고구려 실전 가요가 있다. 덧붙여, 우리나라 민족의 서사시라고 불리는 ‘광개토대왕비문’과 ‘중원비문,’ 주몽의 통치론인 ‘개물교화경,’ 그리고 각종 고구려 시대의 명문(銘文)들이 있다. 이러한 고구려 시대의 주요 시문학이 이 책에 원문과 국역문으로 수록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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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오후는 벤치에 앉아 쉬다 가세요

도서정보 : 송산호, 김경아, 담월 | 2022-12-31 | PDF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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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른한 햇살에 토요일 오후.
그리 멀지 않은 공원엔
종이로 만든 벤치가 하나 있습니다.
적잖은 날갯짓에 지친 참새도
도토리 숨긴 곳을 잊어 갈 길이 바쁜 다람쥐도
목이 말라 호숫가를 찾는 사슴도 쉬어가는 작은 벤치.
그곳에서 당신도 쉬어가 보는 건 어떨까요?
토요일 오후는 벤치에 앉아 쉬다 가세요.

우리들의 시로 만든 벤치는 언제나 이곳에서 기다리고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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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식 한시집

도서정보 : 나식, 나종혁 | 2022-12-28 | PDF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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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시대 전기의 학자이자 시인 장음정 나식의 시문집 [장음정집]에 시와 보유의 시 그리고 결시로 총 88수가 전해지고 있다. 중국 성당시에 근접하는 시적 탁월성을 갖고 있다고 허균이 평가했으며, 압록강 동쪽의 유일무이한 조선의 시인이라는 최수성의 극찬이 있는 시인의 한시를 나종혁의 편역으로 만나볼 수 있다.

구매가격 : 8,800 원

처음인 양(문학동네시인선 182)

도서정보 : 심언주 | 2022-12-28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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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가 큰 소리로 말할 수 있는 마지막 단어였어.”

일상에 깃든 불안을 닦아내어
거울처럼 ‘나’의 얼굴을 비추는 시

문학동네시인선 182번으로 심언주 시인의 세번째 시집을 펴낸다. 2004년 『현대시학』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한 심언주는 첫 시집 『4월아, 미안하다』(민음사, 2007)에서 세밀한 감수성과 언어 의식이 돋보이는 시세계를 보여주었고, 두번째 시집 『비는 염소를 몰고 올 수 있을까』(민음사, 2015)를 통해 “시적인 소통에 대한 우리의 생각을 다시 가다듬게 한다”(시인 김언)는 평을 받은 바 있다.
『비는 염소를 몰고 올 수 있을까』 이후 7년 만에 펴내는 이번 시집에는 나비와 꽃, 식빵과 우유, 치과와 동호대교처럼 일상적인 배경과 사물들이 등장한다. 특징적인 점은 이것들을 심상한 일상의 풍경으로 관망하지 않고 오래도록 응시하며 그 대상의 이름을 여러 번 곱씹음으로써 일상 속에 깃든 불안이나 위험, 슬픔 같은 감정들을 발견해낸다는 것이다. 하지만 시인은 어둠을 응시하면서도 우울로 빠져들지 않는다. “입술이 굳어가고/ 턱이 굳어”가는 상황에서도 “큰 소리로 말”(「헌터」)하려 노력하고, “아맘니, 아맘니” 중얼거리며 “검게 칠해도 빈틈을 비집고”(「다음 도착지는 암암리입니다」) 뜨는 별빛을 찾아낸다. 특히 시인은 언어유희를 통해 무겁지 않게 상황을 풀어내는데, 같은 단어를 반복해 사용하거나 발음이 비슷한 단어들을 함께 배치함으로써 풍성한 말의 리듬을 만들어낸다. “멸치는 사투를 벌이고/ 나는 화투를 친다”(「사투와 화투」), “하양에게선 히잉 히잉 말 울음소리가 들린다”(「마스크」), “오요 우유 모음을 모으며”(「과거도 현재도 주성분이 우유입니다」), “수북하던 수국이 졌다”(「수국 아파트」) 같은 시구들을 읽다보면 우리는 눈으로 읽는 데 그치지 않고 자연히 입으로 중얼거리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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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모습(문학동네포에지051)

도서정보 : 이규리 | 2022-12-28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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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의 빗줄기가 뒤의 비를 마중하듯이”

우리 시 가장 앞선 이의 환대, 『뒷모습』

“생애의 저음부를 향한 별별 상상력의 세계”(김수이) 이규리 시인의 두번째 시집 『뒷모습』을 문학동네포에지 51번으로 다시 펴낸다. 2006년 처음 선보인 이후 16년 만이다. “말(馬)은 없고 말(言)이 많으니 그 수레 멀리 가진 못하겠다”(초판 시인의 말) 시인 스스로 달았으나 “참을성 많은 저녁”(개정판 시인의 말)의 곁에서 끝내 그 시간을 견뎌낸 시편들이다.

■ 기획의 말

그리운 마음일 때 ‘I Miss You’라고 하는 것은 ‘내게서 당신이 빠져 있기(miss) 때문에 나는 충분한 존재가 될 수 없다’는 뜻이라는 게 소설가 쓰시마 유코의 아름다운 해석이다. 현재의 세계에는 틀림없이 결여가 있어서 우리는 언제나 무언가를 그리워한다. 한때 우리를 벅차게 했으나 이제는 읽을 수 없게 된 옛날의 시집을 되살리는 작업 또한 그 그리움의 일이다. 어떤 시집이 빠져 있는 한, 우리의 시는 충분해질 수 없다.

더 나아가 옛 시집을 복간하는 일은 한국 시문학사의 역동성이 드러나는 장을 여는 일이 될 수도 있다. 하나의 새로운 예술작품이 창조될 때 일어나는 일은 과거에 있었던 모든 예술작품에도 동시에 일어난다는 것이 시인 엘리엇의 오래된 말이다. 과거가 이룩해놓은 질서는 현재의 성취에 영향받아 다시 배치된다는 것이다. 우리는 현재의 빛에 의지해 어떤 과거를 선택할 것인가. 그렇게 시사(詩史)는 되돌아보며 전진한다.

이 일들을 문학동네는 이미 한 적이 있다. 1996년 11월 황동규, 마종기, 강은교의 청년기 시집들을 복간하며 ‘포에지 2000’ 시리즈가 시작됐다. “생이 덧없고 힘겨울 때 이따금 가슴으로 암송했던 시들, 이미 절판되어 오래된 명성으로만 만날 수 있었던 시들, 동시대를 대표하는 시인들의 젊은 날의 아름다운 연가(戀歌)가 여기 되살아납니다.” 당시로서는 드물고 귀했던 그 일을 우리는 이제 다시 시작해보려 한다.

구매가격 : 10,000 원

거꾸로 선 꿈을 위하여(문학동네포에지052)

도서정보 : 진이정 | 2022-12-28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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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선 꿈의 세상에서, 가끔 나는 바로 선다”

故 진이정 시인의 처음이자 마지막 시집, 새로이 출간!

“이 온갖 지상적 삶에 대한 축복” ‘허무를 천지로 바꾼 시인’(황현산) 진이정의 첫 시집이자 마지막 시집 『거꾸로 선 꿈을 위하여』를 문학동네포에지 52번으로 다시 펴낸다. 1993년 11월 19일 우리 곁을 떠났고 이듬해 그가 남긴 시편들을 유고 시집으로 엮었으니, 이번 복간은 29년 만이다. 꼭 30년이 되는 내년에는 그와 함께했고 그를 기억하며 그를 잇는 21세기 동인에서 진이정 시인의 시와 산문을 한데 모아 전집 발간을 앞두고 있다. 그의 유일한 시집을 먼저 여기에 놓는다.

■ 기획의 말

그리운 마음일 때 ‘I Miss You’라고 하는 것은 ‘내게서 당신이 빠져 있기(miss) 때문에 나는 충분한 존재가 될 수 없다’는 뜻이라는 게 소설가 쓰시마 유코의 아름다운 해석이다. 현재의 세계에는 틀림없이 결여가 있어서 우리는 언제나 무언가를 그리워한다. 한때 우리를 벅차게 했으나 이제는 읽을 수 없게 된 옛날의 시집을 되살리는 작업 또한 그 그리움의 일이다. 어떤 시집이 빠져 있는 한, 우리의 시는 충분해질 수 없다.

더 나아가 옛 시집을 복간하는 일은 한국 시문학사의 역동성이 드러나는 장을 여는 일이 될 수도 있다. 하나의 새로운 예술작품이 창조될 때 일어나는 일은 과거에 있었던 모든 예술작품에도 동시에 일어난다는 것이 시인 엘리엇의 오래된 말이다. 과거가 이룩해놓은 질서는 현재의 성취에 영향받아 다시 배치된다는 것이다. 우리는 현재의 빛에 의지해 어떤 과거를 선택할 것인가. 그렇게 시사(詩史)는 되돌아보며 전진한다.

이 일들을 문학동네는 이미 한 적이 있다. 1996년 11월 황동규, 마종기, 강은교의 청년기 시집들을 복간하며 ‘포에지 2000’ 시리즈가 시작됐다. “생이 덧없고 힘겨울 때 이따금 가슴으로 암송했던 시들, 이미 절판되어 오래된 명성으로만 만날 수 있었던 시들, 동시대를 대표하는 시인들의 젊은 날의 아름다운 연가(戀歌)가 여기 되살아납니다.” 당시로서는 드물고 귀했던 그 일을 우리는 이제 다시 시작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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