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는 그대로

도서정보 : 윤이슬 | 2023-07-28 | PDF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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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꿈 많고 희망 찼던 아이들이 이제는 모두 어른이 되었습니다. 빠른 현대 사회를 정신 없이 살아가느라 바쁜 어린이들이 이 책을 통해 어릴 적 나를 만나 볼 수 있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구매가격 : 3,000 원

날씨가 되기 전까지 안개는 자유로웠고(문학동네시인선 196)

도서정보 : 정영효 | 2023-07-19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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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맞추고 나는 쌓는다
이것은 벽이 될 수 있고”

익숙한 일상의 풍경을 해체하고
그 낱낱을 들여다보는 골똘한 시선

문학동네시인선 196번으로 정영효 시인의 두번째 시집을 펴낸다. 2009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를 통해 우리가 발 딛고 있는 현실의 이야기를 유려하게 형상화했다는 평과 함께 등단한 시인은 첫 시집 『계속 열리는 믿음』(문학동네, 2015)에서 공동체와 개인의 관계를 탐구하는 동시에 그들이 속한 현실의 공간을 자신만의 구조로 재구성하며 “현재적 일상의 시공간에 스며든 시원적인 것의 흔적을 돋을새김의 필치로 명징하게 드러내 보여”주고 “무심하면서도 첨예하게 절제된 하드보일드 문체와 더불어 철학적 알레고리의 풍모가 스며”(문학평론가 이찬) 있다는 평을 받은 바 있다. 이번 시집은 첫 시집 이후 8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 동안 더욱 집요하고 골똘해진 시선으로 일상을 들여다보고 탐구하는 데 천착해온 그의 신작 시 50편을 엮어냈다.

거기가 어디냐고 물어보면 나타난다 어디까지 가야 하는지 알지 못해도 약속이 있고 설명이 있어서
(…)
거기는 다른 곳임을 알았는데 나타난다 어디로든 이어지기 위해 드러났고 정확하게 믿을 때 가까워진다
찾으려고 하면 언제든 앞에 있다
_「일층」에서

이번 시집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전에 비해 더욱 간명해진 각 시편의 제목들이다. 시집의 문을 여는 「일층」을 비롯해 「기숙사」 「블록」 「외국인」 등 수록 시 대부분이 단순한 제목을 통해 그 내용을 먼저 제시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판단은 시집의 제목인 ‘날씨가 되기 전까지 안개는 자유로웠고’(「아직은 모른다」)를 경유하며 전복되는데, 제목이 말하는바 날씨가 됨으로써 안개가 자유를 빼앗겼듯 일층 역시 그 정의에 따라 ‘여러 층으로 된 것의 맨 첫째 층’을 뜻하는 ‘일층’이 되는 순간 자유를 박탈당할 것이기 때문이다. 즉 정의함으로써 그 대상은 하나의 의미로 고정되고 구속되는 것이다. 때문에 정영효는 ‘자유를 박탈당하기’ 전의 상태를 골똘히 응시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런가 하면 “거기가 어디냐고 물어보면 나타난다”는 시의 첫 문장을 통해 우리는 시가 지시하는 것이 이미 존재하는 보통명사로서의 일층이 아니라 이를 의심하고 질문하여 되짚을 때 나타나는 대상임을 확인할 수 있는데, 이와 관련해 시집의 제목을 담고 있는 시 「아직은 모른다」를 눈여겨볼 수 있다.

울타리를 넘기 전까지 염소는 온순했다 의심하기 전까지 거짓은 단순했다 무서워지기 전까지 표정은 희박했으며 선택하기 전까지 분명히 기회가 있었다 말하지 못해서, 말보다 자신이 더 확실해서 드러나기 전까지 증거는 숨어 있었다 날씨가 되기 전까지 안개는 자유로웠고 외국인으로 불리기 전까지 그는 어느 도시의 시민이었다
_「아직은 모른다」에서

시는 “울타리를 넘기 전” “선택하기 전” “날씨가 되기 전”의 상황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그런데 주목해야 할 것은 모든 일이 일어난 뒤 그전을 회상하는 식으로 진행되는 이 시의 제목이 ‘아직은 모른다’라는 사실이다. 1부의 명사형 제목들 틈에 놓여 있는 이 문장형 제목은 정영효의 시를 읽는 힌트가 되어주는데, 그것은 시인이 지어놓은 시의 구조와 관계된다. 앞서 말한 것처럼 간명한 제목을 내걸고 있는 많은 작품들은 다음과 같은 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는 아니었는데 그가 될 수도 있다 그는 몰랐는데 남이 알아볼 수 있다”(「외국인」), “줄을 맞출 필요는 없지만 줄을 벗어나면 안 된다 앞을 바라봐야 하지만 앞을 넘어서면 안 된다”(「투어」), “갑자기 건물 안을 뒤지기도 하고 건물 밖을 서성이기도 한다 건물과 상관없는 곳에 있으면// 건물 때문에 달려오기도 한다”(「건물주」). “제목에서 끝나는”(「제목에서 끝나는」, 『계속 열리는 믿음』) 일종의 블랙코미디처럼 읽히기도 하는 이 시편들은 그러나 제목의 자리를 ‘아직은 모른다’고 비워두는 순간 전혀 다른 의미를 지니게 된다. 문학평론가 고봉준이 짚어 보였듯 정영효의 시에서는 “진술의 내용이 아니라 진술의 방식이, 특정한 대상이 아니라 세계와 대면하는 시인의 자세가 그 자체로 중요”(해설에서)하다는 점을 떠올린다면, 이 시들은 한 편의 의미심장한 수수께끼, 곧 질문이 된다. 다시 말해 이 제목들은 시에 대한 대답이 아닌 시를 향한 질문으로 환원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때 “누군가 가르쳐주는 길을 겨우 알아”듣고 “계속 두리번거리는”(「외국인」) 이는 누구일까? “이것은 벽이 될 수 있고// 이것은 집이 될 수 있다” “이것은 계획할 수 있으며 이것은 무너질 수 있다”(「블록」)의 ‘이것’은 무엇일까? 정영효의 시는 ‘이것’이 무엇인지 단정하기보다는 그저 “끝을 열어”(「명분」)둘 뿐이다. 그럼으로써 고정되지 않은 풍부한 의미들이 새롭게 싹틀 수 있도록.

“날씨가 되기 전까지 안개는 자유로웠고”라는 진술에 등장하는 ‘안개’에 대해 시인은 어떤 태도를 취하는가? 이 질문에 대해 시인은 “여전히 설명을 미루고 있다”. 여기에서 설명은 종결, 즉 결론의 다른 표현이다. 어떤 사태에 직면하여 결론을 내린다는 것은 대상이 지니고 있는 잠재성을 부정하는 것, 그리하여 변화의 가능성을 봉쇄한다는 의미이다. (…) “확실함을 믿지 않는 곳에서는 가장 현명한 해결책을 질문이라고 부른다”는 시인의 진술을 신뢰한다면 정영효의 시는 ‘질문’의 시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그곳에서는 질문을 찾지 못하고 돌아온 일을 생각이라고 부른다”(「언덕을 넘는 사람들」)라는 시인의 말에 동의한다면 정영효의 시는 생각을 위해 ‘설명/결론’을 유보하는 ‘사유’의 시라고 평가할 수 있을 듯하다. 그에게 있어서 시적 윤리는 대상에 대해 속단하지 않는 것, 빠른 결론에 도달하기 위해 잠재성을 봉합하지 않는 것이다.

_고봉준(문학평론가), 해설에서



“아무것도 묻지 않는 게 가장 평화로운 광경”임을 알면서도 끝끝내 뾰족한 질문을 던지고야 마는 정영효 시의 화자는 “비슷한 모습들이 비슷한 일들을 감추는 평화”로운 상태를 떠나 “나를 드러낸 채 뜨겁게 달리고 싶”(「종착지」)다고 말한다. 그러니 어느새 답하기 어려운 하나의 거대한 질문이 되어 있는 이 시집 앞에서 우리는 그저 시인을 따라 “내용이 가리키는 것을 기억”하며 “제목이 감추는 것을 기다”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문으로 들어서면 문밖의 질문으로 가득차버리는 곳”(「자료실」)에서, 간명하게 놓여 있는 제목은 지워버리고 그 내용만을 맞추고 쌓으면서. 그렇게 쌓아올린 것을 다시 또 부수고 골똘히 들여다보면서. 그 마음은 또 무엇이라 부를 수 있을까? 아직은 모른다. 다만 그 “이름이 저무는 쪽에”(「도달할 미래」) 선 우리가 비로소 “조금 더 먼 곳에 도착”(「종착지」)할 것임은 알 수 있다.

구매가격 : 8,400 원

진달래꽃 저문 자리 모란이 시작되면

도서정보 : 김소월 외 | 2023-07-17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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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엮은 최세라 시인은 <프롤로그>에서 소월과 영랑이 “같은 경성 하늘 밑에서 수학한 적이 있는 두 시인이지만 후기 시로 갈수록 주제의식과 제재 면에서 차이가 선명해지는 것도 눈여겨볼 만하다. 무엇보다 이 책은 소월과 영랑의 시를 즐기도록 만들어졌다.”고 얘기한다. 또한 엮은이는 “시를 읽는 행위는 고역이 되어서는 안 된다. 시를 읽는 일은 기다려지는 일이다. 기쁘고 기대되는 일이다. 그러므로 이 책은 소월과 영랑의 시를 때로는 즐겁게 때로는 격정적으로 읽을 수 있는 모든 사람을 위한 책이다. 부디 이 책이 소월과 영랑의 가장 내밀한 목소리를 들으려는 기대에 부응하기 바란다.”고 얘기한다.
두 시인의 대표 시는 우리에게 친숙한 반면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시는 제대로 감상하기 어렵다. 그 이유는 1900년대 초반의 상황을 머리로 이해할 수 있을 뿐 그 시대에 직접 몸담고 산 경험이 없기 때문이다. 21세기를 사는 현대인과 달리 그 시절엔 미비한 교통 ‧ 통신수단 탓에 한 번 헤어진 인연은 다시 이어지기 어려웠다. 편지만 드물게 오가는 상황이기에 소식을 듣기 어려웠고, 어디로 가서 사는지 알 수 없어서 찾아갈 수도 없었다. 소월의 기다림은 이러한 형편에서 비롯된 경우가 많았다. 영랑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일본 제국주의자들의 잇단 회유와 모진 협박은 우리의 상상을 초월한 것이었다. 곳곳에 감시자가 있는 상황에서 모란을 가꾸며 우리말을 조탁해 낸 그 세월은 얼마나 많은 눈물과 설움으로 가득 차 있었을 것인가. 그런 어려움 속에서도 영랑은 끝까지 창씨개명과 신사참배를 거부하며 우리말로 시를 써 나갔다.
이 책은 소월과 영랑의 각 50편씩을 주제별로 4개의 장(1. 시의 가슴에 살포시 젖는 물결 같이, 2. 사랑은 한두 번만 아니라, 그들은 모르고, 3. 화요히 나려비추는 별빛들이, 4. 산허리에 슬리는 저녁 보랏빛)으로 나눠 편집했다. 엮은이 최세라 시인의 감상평을 통해 두 시인의 해당 시의 시작 배경과 시인의 생을 엿볼 수 있는 점이 이 책의 강점이라 하겠다.

구매가격 : 10,000 원

나계종 한시집 <제2판>

도서정보 : 나계종 원작, 나종혁 편역 | 2023-07-15 | PDF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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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외투(시인선 193)

도서정보 : 김은지 | 2023-07-07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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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문장은
마치 유일한 열쇠처럼
비로소 어떤 상태를 이해한 느낌을 준다”

낯익은 일상 속 숨은 빛을 찾아내는 섬세한 감각,
추운 이들의 어깨를 감싸주는 따뜻한 속삭임

작은 목소리를 지닌 존재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평범한 단어들에서 반짝이는 의미를 포착해내는 김은지 시인의 세번째 시집 『여름 외투』가 문학동네시인선 193번으로 출간되었다. 2016년 『실천문학』 신인상을 수상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한 김은지는 첫 시집 『책방에서 빗소리를 들었다』(디자인이음, 2019)와 두번째 시집 『고구마와 고마워는 두 글자나 같네』(걷는사람, 2019)를 통해 “시의 공간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시 속의 공간으로 함께 걸어가기 위한 곁을 생각하고 있”(시인 육호수)는 시인이며, “김은지의 세계에서는 “모두가 시를 좋아”한다. 그게 시를 쓰는 사람에게 얼마나 위안을 주는지 모른다”(시인 서효인)는 동료들의 애정어린 평을 받은 바 있다. 『고구마와 고마워는 두 글자나 같네』 이후 4년 만에 펴내는 이번 시집은 자칫 심상하게 넘길 수 있는 일상의 사물과 순간들을 주의깊게 들여다보며 앞으로 어떤 시를 지향해나갈 것인지에 대한 작가론적 대답이 담긴 시집이다.

김은지가 사용하는 시어들은 우리의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익숙한 단어들이다. 하지만 “바람에 꿀이 든 것 같은 날씨”(「여름 외투」)를 만끽하고 “자전거를 타고 싶다면/ 자전거를 타면 되는/ 세계에 대해”(「어제 새를 봤어」) 감사한 마음을 가지며 일상에서 즐거움과 아름다움을 찾아낼 줄 아는 김은지의 문장을 통과하면 그 단어들에서는 은은한 빛이 새어나온다.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등을 통해 화려하게 꾸며진 일상을 자주 마주하는 우리에게 김은지의 시에서 그려지는 평범한 일상은 오히려 새롭게 느껴진다. 반복되는 일상을 무료하거나 시시한 것으로 생각하지 않고 일상을 사랑하는 김은지의 시를 읽고 있으면 우리는 “나에게도/ 똑같은 일이 있었어요”(「밥을 먹는다」)라고 중얼거리는 동시에 “마치 유일한 열쇠처럼/ 비로소 어떤 상태를 이해한 느낌”(「가게 보기」)을 받게 된다.

이렇듯 김은지가 일상의 틈새에서 시를 길어올리고 작은 단어들에서도 시를 발견해낼 수 있는 이유는 바로 시인이 매순간 시를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김치볶음밥을 먹다가도, 일을 하다가도, 시인은 “밤이 깊어 날짜”가 바뀌면 시인은 “읽고 싶던 시집의 비닐을 뜯어/ 제목에 끌린 시를 몇 편 읽다가/ 아, 맞다 나/ 시 써야 해”(「아, 맞다 나 시 써야 해」)라고 생각한다. 또한 시인은 사람과 친해지는 일에 대해 생각하다가도 “누가 누구와 친해지느냐에 따라서/ 그 사람의 시가 달라진다면// 아무래도 조금은/ 달라지겠지 그렇다면/ 누구랑 친해지지”(「슬픔과 기쁨의 개 인사」)같이 시에 대한 고민으로 생각을 이어나간다. 이처럼 김은지에게 시를 쓰거나 시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은 일상 그 자체인지도 모른다.

구매가격 : 8,400 원

상자를 열지 않는 사람(문학동네시인선195)

도서정보 : 백은선 | 2023-06-30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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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대가 없이 사랑해줄 수는 없어요?”

사랑을 위한 기초, 세계를 건축하는 행위로서의 시
인간의 세계로 내려온 천사들이 부르는 처절하고 다정한 노래

제11회 문지문학상 수상작 「비밀과 질문 비밀과 질문」 수록

2012년 『문학과사회』를 통해 등단한 이후 첫 시집 『가능세계』와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는 장면들로 만들어진 필름』 『도움받는 기분』까지 펴내는 시집마다 한국 시의 가장 내밀한 고백이 되어온 백은선의 네번째 시집 『상자를 열지 않는 사람』이 출간되었다. 지금 여기의 시단에서 ‘백은선 마니아’들이 유독 존재감을 지니는 이유는 백은선의 시가 읽는 이의 마음을 깊게 찔러 고유한 일기를 끄집어내기 때문일 것이다. 이번 시집의 제목은 상자를 열지 않겠다는 의지와 함께 상자를 바라보고 의식하는 눈을 암시한다. 그런 상자 안에 담긴 것은 홀로 직면하기에 버거운 것일 테다. 이를테면 세상의 기준에 위축되어 상자에 담길 정도로 옹송그려진 자신, 그리고 연모하는 이를 향한 섬세하고 상처받기 쉬운 사랑의 마음들. 그러나 자기 자신을 잘 들여다보는 것이야말로 영속되는 괴로움을 해체하는 시작이며, 사랑하는 이에게 나아가는 첫걸음이 된다는 것이 백은선의 시가 알려주는 진실이다. “새로운 심장의 발명”(이원)이라는 평을 이끈 문지문학상 수상작들이 수록된 이 시집에서 독자는 사랑을 위한 기초이자 세계를 건축하는 행위로서 백은선의 다정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커다란 기차를 생각했어 기차를 끌어당기는 은빛 선로에 대해 생각했어 그 안에 가득찬 빼곡한 숨을 숨찬 주문을 들으며 들으며 귓속으로 쏟아지는 계속되는 것을 영원히 끝나지 않는 순환의 지독함과 아름다움을 액자 속에 걸려 천 년 동안 서서히 밝아지는 동시에 스러지는 이미지를 떠올렸어 그것을 온전한 절망이라고 믿고 싶었다 그러나 온전한 것은 없기에 책 속에 머리를 박고 활자를 중얼거리며 기차가 달리는 리듬으로 한 문단 한 문단 달리고 달리며 비밀과 질문 비밀과 질문 출렁이는 물속을 들여다보려 애를 썼고 아무리 애를 써도 보이지 않는 심장처럼 물은 검기만 했고 숨찬 내일 무한을 잠시 엿본 것만 같다고 꽃이 꽃꽃꽃꽃 달리고 달이 달달달달 떨리고 숲이 숲숲숲숲 웃어대는 리듬 속에서 숨찬 내일 두 손을 휘저으며 끝없이 두 손을 휘저으며 이렇게 시끄러운 밤 어떻게 너는 꿈을 꾸고 잠을 자는가 그것이 정말인가 무엇을 향하는지도 모르고 삿대질을 하며 울던 줄곧 가지고 다닌 두 손

손목을 은빛 선로 위에 둔 채 기다리고 있다 기적이 가까워지기를
_「비밀과 질문 비밀과 질문」 부분

시를 읽으며 자신의 언어에 대해 고민하는 이들은 어떤 이들인가. “나는 눈을 뜨는 순간 빛의 세계에서 탈락했”(「비신비」)다고 느끼며 아름다운 모습만 보여줄 순 없으니 차라리 스스로를 숨기고 싶은 이들(“빛나는 것은/ 전부 두 손 안에 있는데// 어째서 자꾸만 숨기고 싶어지는 걸까”(「형상기억합금」)). “한 대 맞고 웃는 일은 너무 쉽다”(「엔젤: 러브레터」)고, “아무리 많은 고통도 현재의 방패가 되어주진 않는다”(「섭(攝)」)며 지나온 생이 자신에게 남겨놓은 상처와 이물감을 실감하는 이들. “이토록 많은 시공간 속에 살아 있었다는 게 앞으로도 계속된다는 게 끔찍해서 눈물이 날 거 같았다”(「상자를 열지 않는 사람」)고 말하는, 감정에 젖어들 때에도 그것을 설명할 언어를 찾느라 눈물이 멎는 이들이다. 백은선은 고통의 전문가라고 할 만큼 삶이 야기하는 괴로움과 아픔에 집중하면서도, 고통의 조건과 인간의 기저를 명징하게 꿰뚫어본다. 하지만 백은선의 관찰이 말뿐인 허울에 그치지 않는 것은 그가 바라보고 말해보는 행위로 자족하지 않은 채, 운명으로 나아가기 때문이다. 언제나 인간보다 거대한 운명이 기차가 되어 자신을 집어삼킬 듯이 다가온다면, 선로 위에 자신의 손목을 내어주리라 결심한다. 그럴 때 운명과 자신은 서로가 서로를 선택하는 관계가 될 터이므로.

우린 늘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지. 사랑이 아닌 것도. 손이 바빠 머리가 멍해질 때까지. 우물거리며 고기와 와인을 먹고 커피를 마셨지. 나는 너희와 함께 있을 때 가장 똑똑해진다. 아직 완성되지 않은 장면들을 돌려보며 팝콘처럼 터지는 웃음, 열매처럼 뚝 떨어지는 눈물. 계속해봐! 더 해봐! 서로의 등을 밀며 기차는 달린다. 너는 빨강 너는 초록 나는 검정. 모든 게 멋지고 더할 나위 없이 좋다. 하나의 옷을 돌려 입으며, 나는 가끔 무한히 길어질 수 있을 것 같아. 말하려는 순간 딸꾹질이 시작된다.
_「만나서 시쓰기」 부분

실로 백은선의 시는 더이상 구원과 낭만을 믿지 않게 되어 “날개를 접고 내려앉은”(「진실은 구체적이다」) 천사들이 가장 낮고 단단한 지면에서 발을 내딛는 행위이다. 그 천사들은 익숙한 신의 사랑이 아니라 어설픈 인간의 다정을 부단히 반복한다. 파토스 가득한 어조, 자유롭고 아름다운 비약, 솔직한 내면의 고백 등 백은선에 뒤따르는 수식어들이 있지만, 그 사이에서 백은선의 다정은 찬란하게 빛을 발한다. 물론 백은선은 손쉬운 다정을 믿지 않는다. “달라진 건 하나도 없는데 갑자기 다정해지는 게 있나요?”(「앙망」) “사람이 이 이상 다정할 수 있어? 묻지만 단 한 번도 원한 적 없어요”(「픽션다이어리」). 그러나 “마음이라는 이 좆같고 애매한 말!”(「상자를 열지 않는 사람」)이라고 외치며 세계와 자신을 똑바로 들여다보려는 이가 꺼내는 마음에는 진실이 담겨 있기에 진심이라고 이르게 된다.
백은선의 시가 솔직하다면 그가 정직하기 때문이다. 올곧게 사랑으로 나아가기 때문이다. “아무 대가 없이 사랑해줄 수는 없어요?”(「상자를 열지 않는 사람」) 묻는 백은선의 질문은 사랑에 주저하는 이들의 폐부를 찌르면서도, 사랑하는 이에게 건넬 편지지가 되어준다. 글씨를 연습하듯 백은선의 문장을 따라 쓰는 동안, 읽는 이는 백은선의 다정을 자기에게 옮겨담게 될 것이다. 그 다정은 곧, 사랑 앞에서 자신을 허무는 자세이자, 시야를 좁혀 사랑하는 이를 그대로 바라보는 눈맞춤이고, 사랑을 소중히 대하는 태도이며, 사랑만 있다면 신이 없는 세상도 괜찮다는 의연한 믿음이리라.

백은선의 시가 반드시 우리 앞을 가로막는 한계를 뛰어넘고 초월하게 하는 물리적인 날개가 되어줄 수는 없을 것이다. 때로는 시를 읽고 마음이 북받쳐 뛰어오르고도 장대에 걸려 철푸덕 넘어져 이가 깨질 수도 있을 것이다. 미래와 가능성, 무한이라는 단어가 지긋지긋해서 아무런 말도 듣고 싶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럴 땐 의심과 번복을 꼬리에 주렁주렁 달고도 이어지는 백은선의 다정을 생각해보자. 그 언어가 어떻게 우리에게 계속하고 반복할 수 있는 의지와 연습이 되어주는지를. 문학이 삶을 닮고, 삶이 문학을 닮아가는 우리는 만나서 시를 쓸 수만 있다면 어디서든 다시 일어설 수 있다. 그것이 내가 백은선에게 배운 시이자, 백은선의 시를 읽은 이들에게 가장 전하고 싶은 말, 그리고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하고픈 삶의 태도였다.
_편집자의 말 「다정한 시」 부분*

* 백은선 시인과 담당 편집자가 시집의 편집 방향에 대해 논의하는 동안, 수록 시들에 대한 이해가 서로 크게 겹치고 있다는 생각이 감돌았고, 보통의 시집 말미에 해설이나 발문을 싣는 것과 달리 시인이 편집자의 목소리가 들어가길 요청해 ‘편집자의 말’이 수록되었다.

구매가격 : 8,400 원

우리 둘에게 큰일은 일어나지 않는다(문학동네시인선192)

도서정보 : 김상혁 | 2023-06-30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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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어도 이 이야기를 들을 만큼은 사랑이 남아 있나요?”
삶을 닮은 이야기, 사랑을 품은 시

사람의 내면이 가진 다종다양한 무늬를 있는 그대로 그려내는 시인 김상혁의 네번째 시집 『우리 둘에게 큰일은 일어나지 않는다』가 문학동네시인선 192번으로 출간되었다. ‘우리 둘에게 큰일은 일어나지 않는다’라는 제목이 김상혁의 시가 내포하는 아이러니를 미리부터 암시한다. 사랑하는 이의 얼굴을 보면서도 홀로 자유로울 자신을 생각하거나, 친지의 죽음을 앞두고 그의 실책이 먼저 떠오르는 이들이 있다. 이때 제목은 세파에 닳을 대로 닳아 놀랍고 새로울 일이 없다는 건조한 심상을 뜻한다. 하지만 회의와 무감함에 시달리는 이가 정작 꺼내는 말이 상대방의 안녕을 바라는 염려라는 데서 시는 한층 아이러니의 농도를 높인다. 사람의 심오하고 두터운 이면을 어루만지는 그의 아이러니는 다면적인 존재로서의 사람을 고스란히 긍정하고 있기도 한 것이다. 그렇다면 다시 『우리 둘에게 큰일은 일어나지 않는다』는 삶이 초래하는 불안과 이별에도 결코 굽히지 않는 위로이자, 사람에 대한 사랑이 된다.
김상혁의 시는 산뜻하고 귀여운 미소인 동시에 서늘하고 저릿하게 폐부를 찌르는 칼끝이다. 아이가 “‘사랑’까지 쓰고서 글씨 오른편 여백이 부족하면 나머지를 왼편에다 적어버”(「불확실한 인간」)린 ‘합니다사랑’이라든지, “세상에 유령이 없다면 슬플 것이다”(「유령이 없다면 슬프다」)라는 말을 듣고 실실거리는 유령처럼 술술 스며드는 김상혁의 시는 존재들의 만남이 자아내는 놀랍고 기쁜 우연을 맛보게 한다.

“그 팔은, 어찌된 일입니까?” 팔은 인생의 은유 같다.
이에 선천적으로 사지가 짧은 외국인 남성이 라디오에서 말하길, “그날 내가 십 센티미터만 손을 더 뻗을 수 있었더라면 국경을 넘다 카고 트럭 밑으로 굴러떨어진 딸애를 붙잡았을 것이다.” 하지만 어린 자식이란 부모가 떼어내기도 마음껏 놀리기도 어려운 수족에 불과하다, 아이가 자립하려면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같은 생각만 든다. 쫓기고 붙잡히고 영 헤어지고 총 맞는 사람들 얘기는 신경도 못 썼다. 잠깐의 침묵 속에서 남성이 훌쩍거리기 시작했을 때 라디오 진행자가 이르길, “방금 동시통역사의 실수로 ‘팔’이라 물어야 할 것을 ‘딸’로 잘못 전달했다. 그래서 딸 이야기가 나온 것이다.”
그는 울음을 멈추지 않는다. 어차피 자신의 짧은 팔에 관해 다른 할말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_「팔과 딸」 전문

하지만 사람은 국경을 넘다 딸을 잃어버린 이의 이야기를 들으면서도 “어린 자식이란 부모가 떼어내기도 마음껏 놀리기도 어려운 수족에 불과하다, 아이가 자립하려면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같은 생각만” 하는 존재이기도 하다. 가까운 사람의 일이라고 해도 마찬가지다. 죽음을 앞둔 동생도 결국엔 자신의 “감정으로부터 밀려나고 만다”며, 심지어 “어머니가 최고로 불쌍히 여긴 사람이 실은 어머니 자신이라는 것”을 꿰뚫어보는 시선은 스산하기까지 하다. “하지만 그가 어린 아들을 잃었다는 사실은 더없는 진실이다”(「엄마의 독」)라고 말하고,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외국인 남성의 이야기를 옮겨 적는 시인은 사람의 복잡다단한 면모를 온전히 받아들이고 있다.

무시로 그는 나의 생활을 침범할 것이다
그러고는 곧 일어선다 우정에는 피로가 없다는 듯이
어느 영화에서 본 크루즈 여행, 어느 잡지에서 찾은 술집
그런 자리에서 나는 그를 위하여
그는 나를 위하여 미래가 무슨 대수냐 말해줄 텐데
우정에는 끝도 공포도 없다는 듯이
눈보라를 걸어도 좋다는 듯이
_「한겨울 진정한 친구는 어디에 있나」 부분

복잡다단한 사람들은 주춤거린다. “사랑이 충만했으나 실은 어둡고 조용한 그의 방을 떠나지 못하”(「사랑이 충만했으나」)는 이들은 사랑의 감정을 느끼면서도 실천에는 서투르다. 하지만 그럼에도 끊기지 않는 염려와 “침범”을 시인은 주목한다. 직선으로 곧장 뻗는 사랑이 아니라 복잡하게 주변을 오갈지라도 계속해서 내딛는 걸음에는 얼마나 진심이 담겨 있는지. 마음 둘 곳 없이 뿔뿔이 흩어져 “너무 아플 때는 몸이 마음을 지켜주지 못했다/ 이곳은 도시도 집도 인간을 지켜주지 못한다”고 느끼는 화자들은 그러나 “내가 친구를 원하고/ 친구가 나를 원하는 그 시간에/ 우리가 그것을 좋아했으면 좋겠다”(「좋은 것」)고 말하고, 자신의 방에서 나오지 못하는 이들에게 “방을 나오면 언제나 사랑받을 거라는 사실”(「동생 동물 2」)을 속삭인다. 방 밖으로 나서서 우리를 기다리는 사람과 마주하게 하고, 방안에서 나오지 못하는 이들을 기다릴 수 있게도 하는 의지의 북돋움, 그것이 바로 김상혁의 시가 가진 힘이다.

오래전에 죽은 할머니가 어디 산책하고 돌아온 것처럼 현관문 열고 들어올 때 죽도록 소리를 지를지 그녀를 안아줄지는 오로지 당신의 선택

더 오래전에 죽은 할아버지 위독하니 무슨 병원 찾아가 손 한번 잡아주라 그녀가 조심스레 부탁할 때
하나의 문장이 하나의 이야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떠올릴지
이 불길한 시간이 어서 지나가기만을 바랄지는 또 당신의 선택

(……)

그러다 화구 속에서나 뜨거워 잠에서 깰지 아니면 사는 동안 무슨 이야기라도 될지
하여튼 할머니 할아버지는 있던 데로 돌아갔고
바람 부는 거리로 나온 당신이 과연 어떤 영혼을 눈 비비게 만드는 먼지가 되느냐
_「하나의 문장이 하나의 이야기가 된다는 것」 부분

그러므로 김상혁의 시는 다른 어떤 것도 아니라 사람을 향해 열려 있다. 김상혁의 “이야기는 듣는 사람을 자기 사연 말하게 하는 힘”이 있어 읽는 이가 “이야기를 타고 들어가 시 속에”(유희경, 발문에서) 살게 하기 때문이다. 도무지 종잡을 수 없이 아이러니한 자신의 마음에 할말을 잃어버린 사람, 하지만 사랑하는 이에게만은 “우리 둘에게 큰일은 일어나지 않는다”(「가능성」)고 일러주고 싶은 사람에게 시는 자신을 대변하는 문장이 되어줄 것이다. 그때 또다시 시집의 제목은 “우리 둘”이 슬플 것도, 기쁠 것도 없는 미래를 그럼에도 함께 살아갈 것이라는 예언이 된다.
이 사랑 가득한 시집을 펼치기 전에 독자에게는 딱 한 가지 준비운동이 요청된다. “적어도 이 이야기를 들을 만큼은 사랑이 남아 있나요?”(「첫 소설」)라고 자문하기. 하지만 설령 사랑이 남아 있지 않다고 느끼더라도 걱정할 필요는 없다. 스스로도 잊고 있던 사랑을 김상혁의 시가 일깨워줄 테니. 읽는 이는 그에게 하나의 ‘작은 집’이 되어주는 이 시집을 그저 평온히 즐기기만 하면 된다.

구매가격 : 8,400 원

수원詩·디카詩

도서정보 : 정다겸 | 2023-06-26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2023년 1월 30일은 코로나19로 인한 만 3년의 마스크 착용이 의무에서 권고로 조정된 날이다. 대중교통과 병원등 일부 시설을 제외하고는 마스크 착용이 자유로워진 것이다. 그리고, 3월 20일 코로나 상황이 안정되며 대중교통 실내마스크 의무 또한 해제되었다. ‘해제’라는 말만 들어도 자유로움이 느껴진다.

2023년 1월 30일은 코로나19로 인한 만 3년의 마스크 착용이 의무에서 권고로 조정된 날이다. 대중교통과 병원등 일부 시설을 제외하고는 마스크 착용이 자유로워진 것이다. 그리고, 3월 20일 코로나 상황이 안정되며 대중교통 실내마스크 의무 또한 해제되었다. ‘해제’라는 말만 들어도 자유로움이 느껴진다.

수원에 관련한 詩를 탐색하고 수원의 명소를 관찰하고, 느낀 것을 카메라에 담고, 디카詩를 쓰는 창조적인 활동을 통해 도시여행에 대한 흥미와 조금 다른 도시여행에 대한 순기능을 이해하는 시간이 되었다.

수원詩 디카詩 여행에 몸과 마음으로 함께 한 분들의 웃는 얼굴이 꽃처럼 향기로 다가오는 아침이다.

구매가격 : 7,200 원

무지개 웃음

도서정보 : 정다겸 | 2023-06-26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무지개 웃음


무지개는 희망이라지요?

정열적인 빨간 웃음
맛깔스러운 주황 웃음
명랑한 노란 웃음
편안하고 풋풋한 초록 웃음
통쾌한 파란 웃음
고상한 남색 웃음
신비하고 우아한 보라 웃음

두 팔 벌린 무지개 손짓 따라
곱고 고운 일곱 빛깔 웃음 안고
새벽이 어둠을 삼키듯
웃음은 아픔을 끌어안습니다.

구름 뒤에서 얼굴을 내밀 듯
일곱 빛깔 무지개 웃음은
희망이요 행복입니다.



하늘의 눈은


창문을 열어요! 활짝
하늘의 눈은
오늘도 우릴 보고 웃지요

엄마가 우울했을 때
하늘의 눈에도
눈물이 고인 사실을 기억하나요?
누군가의 슬픔은
바람을 타고
통곡 소리되어 세상을 적셨지만

하늘을 봐요 고개 들어
무지개 피어내며
황홀한 웃음으로 반짝이는 눈을.


--- 본문 중에서

구매가격 : 7,200 원

부지깽이로 부뚜막에 쓴 낙서

도서정보 : 이기은 | 2023-06-23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좋은 시 멋진 글은 아닐지라도 사람 냄새 향긋한 살아온 이야기,
돌아보면, 산속 조붓한 오솔길 같은 꼭 닮은 추억들 함께 나누고픈
이들이 있기에 해묵은 서랍 속 이야기 꺼내 잘 말려 봅니다.

구매가격 : 7,500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