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전! 고교학점제 따라잡기

도서정보 : 곽상경, 김수정, 김태현, 문미경, 오혜정 | 2022-07-25 | PDF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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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학점제 실행을 위한 가장 쉽고 빠른 안내서
기본 개념부터 실제 교육과정 편성·운영, 그리고 진로진학 상담까지, 고교학점제를 가장 쉽고 빠르게 마스터하는 법! 학교 현장에서 꼭 필요한 내용을 다양한 사례와 함께 쉽게 설명하고 있다. 또한 교실 속 진로찾기 활동부터 자기 주도적 학업 설계까지 성공적인 고교학점제 실천을 위해 반드시 준비해야 할 것들을 활동지와 함께 일목요연하게 담아냈다. 고교학점제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막막한 학교와 교사는 물론이고 당사자인 학생, 학부모 모두를 위한 가장 빠르고 정확한 안내서이자 해법서이다.

구매가격 : 12,000 원

단단한 지리학 공부

도서정보 : 니컬러스 크레인 | 2022-07-25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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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단한 지리학 공부』의 저자 니컬러스 크레인은 발 딛고 서 있는 이 지구에 관심을 가지지 않으면 우리가 마주한 거대하고도 복잡한 문제, 즉 빈곤과 불평등, 기후 및 환경 재난, 지속가능성 등의 위기에 대응할 수 없다고 말한다. 그리고 지구를 구하기 위해 거창한 일을 하거나 어려운 공부를 하기에 앞서, 우리가 어렸을 때 호기심 어린 눈으로 지도를 살폈던 것처럼 일단 내가 발 딛고 서 있는 ‘공간’에 다시 관심을 가져 보자고 독려한다.

이 책은 지구에 사는 시민이라면 꼭 알아야 할 지리학 교양을 담고 있다. 지구 시스템의 네 권역, 암석권·대기권·수권·생물권을 넓게 살펴본 후, 지구 거주민의 대부분이 살고 있는 도시라는 공간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집중적으로 조명한다. 뿐만 아니라, 지리학에서 빼놓을 수 없는 지도의 역사를 짚어 보기도 한다. 이 책 한 권으로 지구가 어떠한 시스템으로 움직이고 어떤 변화를 거쳐 급박한 상황에 처해 있는지, 하나뿐인 지구를 지키기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간결하고도 명확히 알 수 있다.

구매가격 : 9,100 원

우리의 사이와 차이

도서정보 : 저자명 : 얀 그루에 역자명 : 손화수 | 2022-07-18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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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 소개

노르웨이 비평문학상 수상, 노르웨이 논픽션 부문 최초 북유럽이사회문학상 노미네이트!
《뉴욕타임스》 《퍼블리셔스 위클리》 《가디언》 《인디펜던트》 《커커스 리뷰》가 극찬한
자전적 에세이 걸작! 김원영 변호사 강력 추천!

노르웨이 자전적 에세이의 새로운 지평을 연 얀 그루에의 문학 세계를 응축한 역작
“매력적이고 파격적이고 강력하다! 그의 천재성은 정교하게 설계된 언어에서 드러난다!” ― 뉴욕타임스

『우리의 사이와 차이』는 오슬로대학교 언어학 교수인 얀 그루에의 자전적 에세이로 여러 언론 매체에서 ‘최고의 논픽션’으로 선정할 만큼 수많은 찬사를 받은 화제의 책이다. 노르웨이 논픽션 부문으로는 최초로 북유럽이사회문학상에 노미네이트되며, “노르웨이 자전적 에세이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라는 평을 받았다. 2018 노르웨이 비평문학상 수상, 2021 《뉴욕타임스》《퍼블리셔스 위클리》 선정 최고의 논픽션, 노르웨이의 최대 독자를 보유한 매체 《다그블라데》가 추천한 문학계 최고 걸작, 《모르겐블라데》가 선정한 올해의 최우수 도서 등 이 책을 수식하는 찬사는 현재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저자 얀 그루에는 세 살 때 척수근육위축증이라는 난치성 유전질환을 진단받았다. 그는 자신의 인생에서 리미널 페이즈(Liminal Phase), 즉 “서로 다른 두 세계 사이의 지점으로, 통과의례 중 가장 상처받기 쉽고 취약한 부분”의 시기를 되돌아보며, 노르웨이에서 부모님과 여동생과 함께 보낸 유년 시절의 기억, 버클리·상트페테르부르크·암스테르담에서 다년간 진행했던 연구 활동들, 대학교수로서의 삶, 이다(Ida)의 연인이자 남편으로의 삶, 나아가 아버지로서의 현재의 삶에 이르기까지의 기억을 복기하며, 현재의 삶과 병치시키는 형태로 과거를 서술한다.
얀 그루에는 과거의 한 단편을 현재의 틈새에서 불러와 교차하는 방식으로, 기억과 글 속에서는 실재하지만 낯설어진 지 오래인, 혹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나’를 끌어낸다. 저자는 이러한 형태의 기록을 두고 ‘합리화’이자 ‘재구성’, ‘기억에서 비롯된 빛과 그림자의 놀이’라고 표현한다. 이 책에 해제를 붙인 김원영 변호사는 이 점에 주목해 다음과 같이 해설했다. “나와 얀의 아마도 중요한 차이를 말한다면, 과거를 마주하는 방식일 것이다. 나는 지금에 나를 고정하고 시점을 뒤로 돌려 내가 통과한 과거를 본다. 어떻게 장애인인 나는 지금까지 살아남아 이렇게 존재하는 걸까?”
반면 얀 그루에는 과거라는 속성이 가지는 한계에 대해 언급하며, 현재의 순간이 우리를 에워싸는 이상 완벽히 과거로 돌아가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점을 역설한다. 그는 “과거에 이미 이렇게 될 것이라 스스로 인지했다고 믿는 것을 좋아한다”라고 표현하며, 그 자신만의 견고한 세계를 다지기 위해 자신의 신체를 정의했던 의학적, 유전적, 임상적 언어를 되짚는다. 신체적 한계로 인해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연약한 삶을 살아야 했지만, ‘견고한 실체’가 되기 위해 저자는 기록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저자의 표현대로 슬픔은 그에게서만큼은 “좋든 싫든 일어나지 않은 과거의 일들에 관한 것”이 되었다.
세상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 세상에 확실한 요구를 하고 스스로 강해지기 위해 써 나간 글은 철학, 영화, 예술의 경계를 넘나들고, 조앤 디디온에서부터 미셸 푸코, 어빙 고프먼, 로즈마리 갈런드-톰슨에 이르는 작가들의 작품에 대한 성찰을 본인만의 언어로 구축해 갔다. 이를 두고 《뉴욕타임스》는 이 책이 매력적이고 강력하며 파격적이기까지 한데 “그의 이러한 천재성은 정교하게 설계된 언어에서 드러난다”라고 평하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저자는 고뇌하는 인간의 내면을 언어학자의 시각에서 독창적으로 묘사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는데 『우리의 사이와 차이』는 저자의 열한 번째 저작으로, ‘학문적이지만 시적이고, 예민하지만 인내심 있고, 창의적이지만 대단히 분석적’이라는 기존의 찬사를 응축한 듯 그의 문학적 정수를 독창적으로 보여 준다.


★ 2018 노르웨이 비평문학상 수상
★ 2019 노르웨이 논픽션 부문 최초 북유럽이사회문학상 노미네이트
★ 2021 퍼블리셔스 위클리 선정 최고의 논픽션
★ 2021 뉴욕타임스가 극찬한 자전적 에세이 걸작




◎ 출판사 서평

세상에서 나로 살아가는 일이란 무엇인가?
‘세상을 되찾기 위해’ 자신만의 ‘비밀의 역사’를 만들어 내는 고요한 묵상의 기록

“나는 두 개의 서로 다른 부류에 속한 존재였다.
하나는 이상한 동물, 또 다른 하나는 낯선 하이브리드 생명체였다.“

얀 그루에는 세 살 때 선천성 근육 질환인 척수근육위축증 진단을 받았다. 이 병은 신체의 근육이 잘못된 방향으로 수축해 가는 진행성 질환으로, 저자는 매일 밤 발바닥 밑에 단단한 금속의 밑창을 고정시키고 정강이는 버팀목을 대고 가죽끈으로 둘둘 말아, 뒤틀리는 등과 다리를 고정한 채 잠들어야 했다. 임상 사례에 비춰 보면, 점점 근육이 소실되어서 스무 살이 되면 더는 두 발로 걸을 수 없고 서른 살이 되면 그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지도 몰랐다.
어릴 적 저자를 알고 지냈던 사람들과 마주치게 되면, 열이면 열 아직도 살아 있는 그의 모습을 보고 놀라움을 표하는 대신 잠깐의 피할 수 없는 침묵으로 대화를 시작한다. “좋아 보인다, 건강해 보인다”라는 말에 그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다고, 여전히 휠체어를 사용하고 가끔은 두 발로 걸을 때도 있다고 말한다.
저자는 장애로 인해 남다른 시선을 받고 자랄 수밖에 없었던 어린 시절의 기억과 의료 기록 더미를 들추어 보며, 행복하고 근심 없이 배움에 열망했던 모습과 주변의 아이들과 다르다는 이유로 경험했던 적대적 충동감, 불쾌감, 반감을 동시에 끄집어낸다. 인식의 형태, 임상적 시선을 지닌 눈빛이 항상 그의 주변에 존재하는 걸 느꼈고, ‘하나의 존재’로서가 아니라 아무도 알고 싶어 하지 않는 ‘하나의 신체’에 불과하다는 느낌이 늘 그를 따라다녔다. 부모님은 그런 그에게 항상 이렇게 말했다. “너는 우리에게 언제나 ‘얀’일 뿐이란다.”
저자는 부모님이 물려준 의료 기록의 더미에서 차갑고 객관적인 언어로 표현된 과거의 자신을 새롭게 인식하고 재구성한다. “짙은 금발과 갈색 눈동자를 지닌 3세 소년. 소년은 신경근질환의 임상적 징후를 보이며, 이는 신체의 전 근육 부위에 영향을 미치는 근병증이라고 생각됨.” 그는 이렇게 하나의 임상적 사례로서 표현되고 보여졌다.
임상적 시선에 기댄 저자 자신의 몸에 관한 해석은 무수한 일상 속에서 흉터와 상처를 돌보는 이야기로 변주해 가고, 미셸 푸코와 로즈마리 갈런드-톰슨이 말하는 ‘시선의 대상’이 되는 존재에 대한 역설을 자신의 삶에 빗대어 보기도 하면서,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어떤 대가를 치러야만 했던 경험이 쌓인 몸에 대한 이야기로 전개된다.

“시선과 권력은 오랜 역사를 공유한다. 로즈마리 갈런드-톰슨은 철학자 미셸 푸코의 뒤를 이어 기관적 시선, 임상적 시선, 그리고 그 시선의 대상이 된 우리에게 어떤 일이 벌어지는가에 관해 글을 썼다. (중략) 나의 유기체적 신체와 내가 움직이기 위해 사용하는 기계 사이의 경계는 명확하지 않다. 누군가가 나의 휠체어에 부딪치면 나의 맥박수는 자동적으로 빨라진다. 그것은 나의 본능적인 반응이다. 나는 다른 사람들의 자유로운 상상과 다듬어지지 않은 실험적 사고 속에서도 냉정한 현실을 쉽게 찾아낼 수 있다.”_63쪽


‘유기체적 신체와 기계 사이의 경계’
그리고 결코 ‘다다를 수 없는 공간’에 대한 이야기

『우리의 사이와 차이』의 원제목은 “나는 당신과 같은 삶을 살고 있습니다(Jeg lever et liv som ligner deres)”이다. 얀 그루에는 문장 중간중간 “나의 삶은 당신들의 삶과 다르지 않다”라고 말하기도 하고 “나의 삶은 다른 이들의 삶과 다르다”라고 역설하기도 한다. 이 두 문장은 표면적으로는 상반된 뜻을 나타내지만, 의미의 본질은 같다.
전자는 ‘꿰뚫어 보듯 날카로우면서도 무심하고 단조로운 이 시선’으로부터 온전한 평범함을 누릴 수 없는 저자의 항변에서 비롯된 문장이고, 후자는 이 세상에는 서로 완벽하게 동일한 질병이 존재하지 않듯, 각 개인은 서로 다를 수밖에 없고 그렇기에 “나는 나만의 삶을 살고 있다”는 신념의 목소리가 반영된 문장이다.
저자는 유년 시절 잔디밭에서의 경험을 떠올리며, 언덕 위에서 놀고 있는 친구들에게 가고 싶었지만 다다를 수 없었던 그 공간에 대해 다음과 같이 묘사한다. “나는 그들과 나 사이에 깊은 심연이 자리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중략) 내가 다다를 수 없는 공간, 내가 접할 수 없는 경험들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경계와 경계의 지표를 상징하는 로마 시대의 신 테르미누스와 지속적인 접촉을 했다. ‘그것’이 무엇인지 확실히 알지 못한 채, 섹스와 음주, 도취 등에 관해 막연한 상상을 했으며, 그 무엇보다도 감추어진 것, 속박되지 않은 것, 비밀스러운 것, 통제가 존재하지 않는 것에 관해 꿈을 꾸었다.”
기억 속의 분위기는 수치심, 분노, 그늘로 점철되어 있다. 바로 이 때문에 저자는 과거의 자신을 기억하고, 과거의 자신에게 좀 더 가까이 다가가 보고자 끊임없이 시도한다. 계단이 높게 느껴질 때마다, 문이 좁게 느껴질 때마다, 모퉁이가 필요 이상으로 날카롭다고 생각할 때마다, 작은 감정의 메아리가 부딪쳐 올 때 여전히 테르미누스와 함께 앉아 있는 자신의 모습을 보며, 과거의 기억을 재구성하기 위해 기록해 나간다. 그리고 스스로가 어떤 ‘우리’에 속해 있는지 바라보기 위해. 언어의 한계와 신체의 한계를 넘어선 자유를 꿈꾸기 위해.


얀 그루에의 성찰은 곧 인간으로 살아가는 우리의 역사를 담아낸다
“정상에서 벗어나는 방식은 셀 수 없이 많다”

저자는 지금도 여전히 휠체어가 들어갈 수 없는 장소나 건물에 들어설 때, 수치심이 자신 안에서 고개를 들곤 한다고 고백한다. “정상에서 벗어나는 방식은 셀 수 없이 많다”라고 인지하고, ‘무리를 귀찮게 한다는 생각’에 수치심으로 얼굴이 상기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생물학적 반응임을 알면서도 그렇다. 이에 저자는 자신을 둘러싼 세계와 사회 구조, 그리고 자신의 신체적 장애에 대해 다음과 같은 두 가지 개념어(테라 인코그니타, 헤테로토피아)를 가져와 그 한계를 끌어안는다.
“나의 어깨는 부서졌다. 이제 나는 나만의 방식으로 재킷을 입는다”와 같은 문장은 저자가 지향하는 ‘테라 인코그니타(terra incognita, 미지의 세상)’를 반영한다. 저자는 타인(물리치료사)이 자신의 몸에 대해 아는 것보다 많이 알지 못하므로 오랫동안 진행해 온 물리치료를 포기하며 “적어도 내가 스스로 결정한 방식대로 살 수 있었다”라고 회고한다. 이는 매일 그 자신이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되면서 탐험하는 ‘희망의 삶’인 것이다.
그리고 저자는 ‘현실 속에 존재하지만, 마치 현실 너머 다른 세계’를 의미하는 미셸 푸코의 ‘헤테로토피아’라는 개념을 가져와 이렇게 말한다. “삶은 달라질 수 있었다. 나는 지금과는 전혀 다른 삶을 살 수도 있었다”라고. 저자는 늘 과거에 일어나지 않았던 일, 일어날 수도 있었던 일 때문에 괴로움에 시달려 왔지만, 김원영 변호사가 해제에서 언급했듯이 마침내 저자는 “다른 방식으로 분류되고 규정된 삶을 사는 더 열악한 존재들, 예를 들면 마크 오브라이언의 삶을 자신의 일부로 통합할 수” 있었다. 그것은 “과거에 내 몸에 새겨진 흔적을 발굴하고, 인정하며, 현재를 끌어안는” 방식이고 나아가 “애초에 나를 규정했던 범주를 ‘존재하지 않게’” 만드는 방식이었다.
그래서 어느 초저녁 별빛 아래서 이다와 함께 춤을 추는 장면을 묘사한 부분은, 유년 시절의 잔디밭에서의 수치심을 겪었던 경험과는 ‘겹을 달리하는 깊이’와 ‘확장성’이 있다. “우리는 서로에게 의지했고, 나는 넘어지지 않았다” “우리는 매일 낯선 곳으로 여행을 떠나지”라고 부연한 부분에서는 끊임없이 세상의 조건과 신체의 한계를 조율해 가며 헤테로토피아를 탐험하고자 했던 저자의 열망과 따뜻함이 반영되어 있다. 이는 그의 자전적 이야기가 한 편의 걸출한 문학작품으로 읽히는 연유이자, 단지 얀 그루에의 역사뿐만이 아닌 인간으로 살아가는 우리의 역사가 될 수 있는 까닭이다.

“경험은 부정의 여지가 없다. 경험은 회고와 성찰에서 얻을 수 있는 지혜와는 전혀 다른 실체를 지닌 것으로, 조각난 단어를 연결시켜 주며, 깊이 뿌리를 내린 식물과도 같아서 뽑아 올리면 아픔을 느끼게 된다. 내 몸도 마찬가지다. (중략) 경험은 내 안에서 자리를 잡고, 퇴적물은 바닥으로 가라앉는다. 나는 이제 더 이상 투명하지 않다. 나는 견고한 실체다.”_225쪽


◎ 추천·해제(일부 발췌)

현재와 과거 사이, 나와 너의 차이
굴복과 극복이 아닌 다른 선택지
? 김원영

얀을 한때 규정했던 척수근육위축증이든 얀보다 1년 뒤에 나를 규정했던 골형성부전증(뼈가 쉽게 부러지는 유전성 질환)이든, 그 밖에 어떤 이름으로 우리를 규정하고 명명하는 범주이든 간에 각 범주의 ‘표본’은 두 가지 길을 간다. 범주적 한계 앞에 온전히 굴복하거나 한계를 극복한 예외 사례가 되거나. 굴복과 극복은 표면상 상반되어 보이지만 모두 임상적 시선에, 다수의 기대에, 권력의 통제 안에서 언제나 예정된 길이라는 점에서는 동일하다. 그렇기에 우리 존재와 삶이 특정한 기준에 의해 분류된 ‘표본’에 그치지 않는 길은 굴복과 극복이 아닌 다른 선택지에 있을 텐데, 이 책의 독자라면 그 길을 조금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한계 지어진 과거와 그 한계를 지나온 현재 사이를 가로지르며, 현재의 힘으로 과거를 다시 쓰기. 과거에 내 몸에 새겨진 흔적을 발굴하고, 인정하며, 현재를 끌어안기. 그렇게 애초에 나를 규정했던 범주를 ‘존재하지 않게’ 만들기. 실제로 얀은 척수성근육위축증이 아니었던 것 같다는 연락을 받지만 이미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그는 특정 질환인지 아닌지 여부에 따라 과거?현재?미래를 규정당하는 존재가 아 니기 때문이다. 우리는 룰루 밀러가 쓴 유명한 책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의 주제와 제목을 빌려 올 수 있다. “척수성근육위축증은 존재하지 않는다.” 더 이상 그 질병은, 그 질병이 특정하게 규정하는 삶은 존재하지 않으므로 그는 부당하게 정의된 자신의 몸을, 이를테면 자신의 발목을, 다른 방식으로 분류되고 규정된 삶을 사는 더 열악한 존재들, 예를 들면 마크 오브라이언의 삶을 자신의 일부로 통합할 수 있다.
나는 얀 그루에의 말을 따옴표 없이 직접인용을 해도 하나도 이상하지 않다는 사실을 발견했다(의기양양해 지지는 않았다). 아래의 문장은 얀 그루에와 나 사이에 얼마나 큰 공통점이 있는지를 보여 준다. 동시에 우리가 서로에게 결코 표본이 될 수 없는 거대한 차이가 있음을 말해 준다.

내겐 수많은 흉터와 상처가 있다. 나의 발목은 이전과 같지 않다. 현재 나의 왼발 상태는 오른발보다 훨씬 좋다. 매년 돌아오는 겨울은 해를 거듭할수록 더 무거워진다. 경험은 내 안에서 자리를 잡고, 퇴적물은 바닥으로 가라앉는다. 나는 이제 더 이상 투명하지 않다. 나는 견고한 실체다.(225쪽)


◎ 추천의 글

“이 놀라운 작품은 놓칠 수 없다!”
― 《퍼블리셔스 위클리(Publishers Weekly)》

“타인과 다른 신체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 서술한 우아한 명상이지만, 이 글은 나이 든다는 것, 부모가 된다는 것, 기억, 학계에서의 삶, 그리고 사랑에 관한 기록이다.”
― 벌처(Vulture), 《뉴욕(New York Magazine)》

“인간의 본질에 대한 흡인력 있고 통찰력 있는 성찰!”
― 《커커스 리뷰(Kirkus Review)》

“노르웨이 비평문학상을 수상한 이 책은 조용하고도 멋진 회고록이다.”
― 《인디펜던트(The Independent)》

“매우 절제된 문장은 눈부시게 지적이며 자기성찰적이다. ‘세상에서 나로 살아가는 일’이란 무엇인지 아름답게 묘사하고 있다. 한 문장도 덜어 낼 것 없이 모든 문장은 각자의 자리에서 역할을 다하고 있다. 영리하고 감동적이며 독창적이다! 낡은 언어와 익숙한 생각들을 닦아 내고 ‘세상을 되찾기 위해’ 자신만의 ‘비밀의 역사’를 만들어 내는 고요한 묵상의 기록이다.”
― 니치 게러드(Nicci Gerrard), 《가디언(The Guardian)》

“조용히 빛나는 책! 책을 쥔 두 손이 천천히 따뜻해지는…… 예술적 경험!”
― 드와이트 가너(Dwight Garner), 《뉴욕타임스(The New York Times)》

“매력적이고 파격적이고 강력하다! 그의 천재성은 정교하게 설계된 언어에서 드러난다!”
― 마이클 J. 폭스(Michael J. Fox), 《뉴욕타임스(The New York Times)》

“그루에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의 삶은 우연으로 이루어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루에는 이러한 삶의 모습을 지혜롭고도 아름답게 그려 내며 자전적인 삶의 기록을 문학작품으로 승화시켰다. 문학계의 최고 걸작으로 추천한다!” ― 《다그블라데(Dagbladet)》

“이 책은 작가 개인의 삶을 다룰 뿐 아니라, 한 인간으로서의 삶을 다루고 있다. 누군가가 내게 노르웨이 논픽션 중 가장 호감이 가는 책이 무엇인지 묻는다면, 주저 없이 이 책을 꼽을 것이다.” ― 《보르트 란드(V?rt Land)》

“얀 그루에는 논픽션이라는 장르에 문학적 요소를 가미해, 비장애인과는 다른 모습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것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신중하고도 현명하게 그려 냈다. 우리는 그의 작품에서 작가의 독창적인 관찰력과 수준 높은 사고를 엿볼 수 있다.” ― 《닥사비센(Dagsavisen)》

“논픽션은 주변의 친지와 가족을 공개하고 모욕을 주다시피 하는 문학의 동의어로 간주되어 왔다. 그러나 이 책은 그렇지 않다. 작가의 다른 책을 읽어 본 사람이라면 그의 새 책이 출간되었을 때 그 작품성에 관해 저마다 기대를 하게 될 것이다. 이 책은 모든 이의 기대를 훌쩍 넘어서는 작품성을 지니고 있다.” ― 《모르겐블라데(Morgenbladet)》, 올해의 최우수 도서 선정

“이 책은 신체의 한계라는 전제 조건과 자아 정체성을 고찰하는 작품으로서, 작가의 적확하고 유려하나 전혀 현학적이지 않은 언어의 향연을 즐길 수 있다.” ― 《다그 오 티드(Dag og Tid)》

“유려한 언어, 깊은 지식, 광범위한 사고력. 이것은 그루에의 역사인 동시에 인간으로 살아가는 우리의 역사이기도 하다. 강렬하고 중요한 책!” ― 《로메리케스 블라드(Romerikes Blad)》

◎ 본문에서

추상적인 관념과 오래된 문헌은 우리가 그것을 몸으로 흡수하지 않는 이상 우리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다. 언어는 신체가 되어야 한다. 우리는 세상 속의 우리가 누구인지, 또 세상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알아내야 한다.(33~34쪽)

나는 옷을 입기 시작한다. 양말을 신을 때는 특수하게 제작한 양말 집게를 사용한다. 그것은 플라스틱과 끈으로 제작된 물건으로 알렉산데르가 생후 4개월째 되던 날부터 유독 관심을 많이 보인 것이기도 하다. 아이는 그것을 들고 행복하게 두 팔을 휘저으며 심지어는 입에 넣어 먹으려고도 했다. 나는 구두주걱을 이용해 신발을 신는다. 알렉산데르는 구두주걱도 좋아했다. 나는 한쪽 끝에 고리가 달린 집게 손을 이용해 지퍼를 올리고 알렉산데르를 떠올린다. 아이는 이 모든 물건에 특별한 관심을 보였고 항상 장난감처럼 가지고 놀고 싶어 했다. 이제 집 안에 있는 모든 것은 이전과는 다른 의미를 지니게 되었다. 아이의 느낌, 아이와의 관계성이라는 의미가 더해졌기 때문이다.(52쪽)

이 세상에는 서로 완벽하게 동일한 질병이 존재하지 않는다. 진단은 운명이라 할 수 없다. 하지만 그것을 운명이라 믿는 것은 매우 쉽다. 그렇게 믿어 버리는 것이 세세하게 따져 가며 살펴보는 것보다 훨씬 쉽지 않은가. 그렇다면 분리되어서는 안 될 것들을 분리하고, 전혀 다른 것들과 혼동을 일으키기도 하는 이 시선, 꿰뚫어 보듯 날카로우면서도 무심하고 단조로운 이 시선은 도대체 무엇인가? 나는 내게서 한 발짝도 벗어날 수 없다. 자신과 다르다는 이유로 타인을 응시하는 사람들처럼 온전한 평범함을 누릴 수 없다.(62쪽)

나는 휠체어에 앉아 있었고, 이다는 휠체어 옆에 서 있었다. 그 때문에 그들은 이다를 나의 연인이 아니라 장애인활동지원사로 생각한 것이다. 나의 일상적 행위를 돕기 위해 고용된 사람. 그 순간부터 악몽은 내 것이 아니라 이다의 것이 되었다.
록펠러에 장애인활동지원사 자격으로 왔던 사람은 그 누구도 자신의 이름으로 소개되지 않았다. 그들은 적어도 한 번 이상 “이분은 저의 팔과 다리입니다”라는 말로 소개되었다. 그것은 스스로를 진보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유머러스하게 의도한 정치적 주장이다. ‘아닙니다!’ 이다는 이렇게 소리치고 싶어 했다. ‘당신은 이미 팔과 다리가 있습니다! 당신 옆에 서 있는 분은 사람입니다. 나 또한 사람입니다. 그리고 이 휠체어에 앉아 있는 사람은 나의 애인입니다!’(73쪽)

휠체어 사용자가 된다는 것은 내가 아닌 타인이 되는 것을 강요당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비좁은 길을 지날 때나 묵직한 대문을 지날 때면 협상을 하거나 밀어붙여야 한다. 의도치 않게 나 자신이 방해물이 되어 버리는 것이다. 교장 선생님(이 학교나 저 학교나 할 것 없이)은 학교 건물에 자동문을 설치하는 것은 우선적으로 고려할 사항이 아니라고 했다. 휠체어가 지나갈 수 있도록 다른 학생들이 문을 열어 주고 붙잡아 주면 된다고 했다. 타인에게 도움을 베푸는 것은 아름다운 일이라고도 했던가? 도덕적 경험에 끊임없이 노출되는 사람들은 타인에게 도덕적 교훈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104쪽)

임상적 시선은 거울 속과 매끈한 표면 위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다. 나는 내 몸에서 특히 눈에 띄는 부분을 바라본다. 그것은 의료진들의 눈에 보이는 바로 그 부분이다. 야윈 두 다리, 뒤틀린 발을 제자리에 잡아 두는 기괴한 형태의 신발, 굽은 두 팔. 나는 그 또한 나의 모습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임상적 언어는 내가 살아 있는 한 나를 따라다닐 것이다. 나는 그것을 회의에서 쓸 수도 있고, 무릎을 꿇고 쓸 수도 있지만, 결코 지울 수는 없다. 나는 적응을 해야 한다. 그 언어의 본질과 기능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내 삶의 역사를 지울 수는 없듯 그것을 내 머릿속에서 지울 수 없다.(137쪽)

나는 내 몸에서, 상처 입고 뒤틀린 내 발목에서 벗어나고 싶다. 하지만 이 몸을 벗어난다면 나는 존재할 수 없다. 흔적 없는 몸, 그것은 다른 삶을 살았던 몸일 것이다.
그런 몸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그 몸은 나를 따라다니며 괴롭힌다. 그것은 또 다른 종류의 그림자를 내게 드리운다. 나는 겨울이 되면 눈을 감고 스키를 타는 상상을 한다. 매일 아침 조깅을 하는 상상도 해 본다. 출국 한 시간 전에 공항에 도착해 외국 여행을 하는 상상을 할 때도 있다. 슈트 케이스를 들고 대문 밖으로 뛰어나가 택시를 탄 후, 보안 검색대를 통과해 게이트를 향해 발을 옮긴다. 사전에 숙소를 예약하지 않았기에 공항에서 택시를 잡고 운전기사에게 내가 가 본 적이 없는 새롭고 낯선 장소로 가 달라고 부탁한다. 눈을 뜬다.(156쪽)

세상 속에서 나와 같은 존재로 살다 보면 계획을 세우는 일이 어느새 일종의 반사작용 또는 자동화된 습관으로 자리를 잡게 된다. 하다못해 물 한 컵을 마시는 일일지 라도 목표를 세우고, 그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길에 관해 세세히 살펴보거나 미리 계획을 세워야 한다. 어디로 갈 것인지, 문 앞에 계단이 있는지, 화장실은 어디에 있는지 미리 확인해 보아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반사작용은 반복을 통해 나의 성격으로 자리를 잡게 됐고, 나는 매사에 주저하거나 망설이는 사람으로 변해 버렸다.(163쪽)

모든 것은 내게 달려 있었다. 항상 그랬다. 수동성 또한 사회적으로 눈에 보이는 태도라는 사실을 깨닫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나는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행동의 제약이 많지만, 그 때문에 수동적일 필요는 없다는 것을 깨달아야만 했다. 캘리포니아에서 잠시 살았던 것은 이것을 깨닫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그곳에서 미소 짓는 것을 배웠고, 내 목소리를 잘 사용해야 한다는 것도 배웠다. 나는 내 삶을 직접 연출하는 것을 배웠다.(201쪽)

수하물 검색대를 통과한 후, 이다는 다시 나를 홀로 내 버려 두고 어디론가 가 버렸다. 내가 홀로 움직이는 것에 익숙해져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 나는 전동 휠체어에 앉아 있을 때면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원하는 곳으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다. 하지만 수동 휠체어에 앉아 있을 때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다를 큰 소리로 부르는 순간, 살짝 양심의 가책을 느꼈다. 내 목소리를 들은 이다가 당황하고 난처해할 거라는 걸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마치 커다란 비눗방울을 바늘로 터뜨리는 듯한 느낌이었다. 우리는 그 비눗방울 속에서는 다른 여느 연인들처럼 지낼 수 있었다. 하지만 우리는 여느 연인들과는 같을 수가 없다. 우리는 우리일 뿐.(209쪽)

나는 수술실에 함께 들어갈 수 없었다. 내게 맞는 의료용 보호복은 있었으나 휠체어를 덮을 만한 보호 덮개는 없었기 때문이다. 수술실에 허락된 사람은 마리였다. 나와 이다의 첫아들을 가장 먼저 보고 안았던 사람도 마리였다. 하지만 우리는 이미 이런 일이 생길 것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무슨 일이 생기든 이다가 혼자 있지 않도록 마리에게 도와 달라고 부탁했던 것도 우리였다. 우리는 믿었고, 희망을 가졌고, 계획을 세웠다.(230쪽)

구매가격 : 14,400 원

보통 일베들의 시대

도서정보 : 김학준 | 2022-07-18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이 책을 ‘안전’하게 타자화된 일베라는 ‘작은’ 서클에 대한 이야기로 읽지 않길 바란다.
우리가 고민해야 할 것은 ‘문제화된 집단’을 문제화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전개되고 있는 정치와 그에 따른 사회적 삶의 변형이기 때문이다.“
- 엄기호, 문화연구자(추천의 말에서)

논문 이후 8년,
그사이 일베의 영향력이 사라졌다면
이 책은 출간되지 않았을 것이다

2014년, 온라인에서는 한 논문이 화제였다. 사회학 석사학위 졸업논문으로 김학준이 쓴 〈인터넷 커뮤니티 일베저장소에서 나타나는 혐오와 열광의 감정동학〉이었다. 논문은 일베 게시물 전수를 분석한 양적 방법과 일베 이용자 10명을 심층 인터뷰하는 질적 방법을 아우르며 사회학적으로 일베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를 명료하게 제시했다. 일베를 악마 또는 괴물로 낙인찍으며 타자화하지도 ‘사실은 우리 모두가 일베’라며 보편화하지도 않는 균형을 유지하며, “가장 성공적으로 체제가 작동했을 때 산출되는 주체”가 바로 일베라는 서늘한 결론을 도출해낸 그 논문은 사회학 관점에서 일베와 같은 ‘문제적’ 온라인 커뮤니티를 연구하거나 이해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여전히 중요한 참고가 되고 있다.

그로부터 8년이 지나는 사이, 데이터 분석계에서 커리어를 쌓아가던 저자는 빅데이터 분석 기술의 발전을 지켜보고 정치적ㆍ사회적으로 급변하는 한국 사회를 관찰하며 일베를 다루었던 논문의 확장을 결심한다. “사이버공간 전반에 걸친 페미니즘의 부상과 백래시의 과정에서 이른바 ‘20대 남자’들이라는 새로운(혹은 오래된) 주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고 “‘역차별’ 담론을 체화한 젊은 남성들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증가하는 와중에 2014년 연구 때부터 예상하기도 했던 다양한 모습들이 실제로 나타나는 현실을 마주하게 된 것이다. 승자 독식의 권력 수호와 혐오 또는 차별의 ‘자유’를 주장하며 그 근거로 ‘공정’과 ‘정의’를 끌어오는 이들의 논리는 2014년 연구를 통해 분석했던 일베의 논리와 매우 유사했다.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커뮤니티 자체로서의 일베에게서 더 이상 과거의 ‘위광’을 찾아보기는 어렵지만, 문제는 일베가 ‘흥하고’ 아니고가 아니다. 저자의 문제의식은 “디시에서 발원하여 일베가 완성한 혐오의 내용과 표현 방식, 즉 농담의 탈을 쓴 혐오”가 널리 퍼졌으며 그것이 “‘정의’나 ‘능력’ 따위의 말과 버무려져 일베와 일베 아님을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뒤섞여버렸”다는 데 있다. 《보통 일베들의 시대》는 ‘고인드립’과 ‘폭식 집회’ 등으로 일베가 사회적으로 가장 큰 충격을 안겨주었던 시기에 일베를 연구했던 사회학 연구자가 오늘날 온라인에서 ‘혐오의 자유’를 말하는 이들의 기원으로서 다시 일베를 이야기하는 치밀한 보고서다.

일베에서 나타난 지독한 혐오의 놀이는
과연 ‘그들만의 것’인가?

도대체 일베는 무엇일까? 일베라는 현상은 구체적으로 어떤 현상인가? 저자는 이에 답하기 위해 가장 먼저 사이버 유머의 기원과 함께 딴지일보와 디시인사이드로 거슬러 올라가는 일베의 계보를 훑는다. 일베가 어디서 갑자기 뚝 떨어진 ‘괴물’이 아님을 이해할 때, 다시 말해 일베에서 벌어진 지독한 혐오의 놀이가 ‘그들만의 것’이 아님을 이해할 때 사회적 현상으로서의 일베 또한 파악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를 위해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 글을 쓰는 가장 강력한 동인이자 사이버공간에서 일종의 자본으로 기능하는 ‘웃음’을 논하고, 한국형 밈의 기원으로서 딴지일보식 패러디를 설명하며, 그것을 심화ㆍ발전시킨 곳으로 디시인사이드를 서술한다. 일베가 탄생한 직접적인 원인이 디시의 게시물 삭제 조치에 있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1990년대 후반에서 2010년대 사이 딴지-디시-일베로 이어지는 사이버공간의 간략한 문화사는 일베가 어떻게 사이버문화의 ‘전통’을 나름으로 ‘발전’시킨 커뮤니티인지를 이해하는 단초를 제공한다.

혐오의 수치화: 2011~2020 일베 데이터 전수를 분석하다

일베의 계보를 훑었으니, 이제 본격적으로 일베가 어떤 곳인지를 살펴볼 차례다. 일베는 누가 언제 접속하며, 이들은 구체적으로 무엇에 열광하는가? 열광은 언제 가장 폭발적인가? 이를 알아보기 위해 저자는 일베에 첫 게시물이 올라온 2011년 5월 28일부터 2020년 12월 31일까지 총 81만 1,327건의 게시물 전수를 수집해 분석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그렇게 진행된 데이터 분석에 대한 논의는 데이터 전처리와 같은 기초적인 설명에서 시작해 시계열 분석과 텍스트 분석으로 나아가며 혐오를 수치화한다. 시계열 분석을 통해서는 월간 일베 게시물 생성량은 얼마나 되는지, 일베가 급격한 성장을 이룬 계기는 무엇이었는지, 일일 게시물수가 폭발적으로 많았던 날들의 이유는 무엇인지, 일베의 게시물 생성량 패턴은 어떠한지 등을 보여줌으로써 일베의 겉모습을 선명하게 그려낸다.

텍스트 분석은 그 속을 들여다보는 작업이다. 일베를 채운 혐오표현들은 전체 게시물에서 얼마만큼의 비중을 차지하는가? 혐오의 대상은 구체적으로 누구인가? 얼마나 자주, 얼마나 많은 혐오표현이 게시되는가? 이에 대한 다른 이용자들의 반응은 어떠한가? 어떤 혐오에 가장 열띠게 반응하는가? 9년간 일베를 채운 ‘말’들을 분석함으로써 저자는 일베의 ‘적’이 누구인지 또한 명료하게 식별해낸다.

내부의 타자를 향하는 일베적 혐오

그렇게 도출해낸 일베의 ‘적’은 호남과 여성, 그리고 진보좌파였다. 저자는 이러한 분석 결과를 근거로, “일베적 혐오는 한국 사회를 ‘분열’시키는 존재로서 내부의 타자들을 향한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일베를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극우주의의 선상에 두는 것을 경계하며, 실제 일베에서 어떤 논의가 이루어지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일베적 혐오가 어떻게 발화되고 정당화되며 일베 특유의 열광적 상태를 만들어내는지를 살펴보는 일은 실제 일베 게시물 14건을 사례로 서술되었다. 악셀 호네트가 논한 인정과 무시의 개념을 바탕으로 진행되는 게시물 분석은 일베가 타자를 호명하고 혐오를 정당화하는 구체적인 사례들을 직접적으로 보여주며 그것이 어떻게 일베 특유의 열광과 의례로 이어지는지를 풀어간다. 그중에서도 특히 일베 이용자들이 자신들의 혐오를 정당화하는 과정에서 개입되는 분노를 논하는 사례 6~10은 일베에서의 혐오가 어떻게 ‘놀이’를 넘어 격렬한 비난으로 나아가는지, 그리하여 어떻게 ‘신상 털기’ 등 실질적인 사이버 폭력으로도 이어지는지를 보여주는데, 이는 사이버공간의 혐오문화가 예비하고 있는 사회적인 위협을 다시금 환기하는 것이기도 하다.

각자도생의 ‘평범’을 꿈꾸는 이들, 일베를 만나다

일베의 ‘적’을 식별하고, 그 ‘적’에 대한 혐오의 논리를 도출해낸 저자는 이제 실제 그러한 혐오표현을 구사하는 이들을 직접 만나러 나선다. 저자가 만난 10명의 일베 이용자는 다양한 배경을 지닌 2030 남성들이었다. 저자는 일베 이용자들의 목소리를 직접적으로 전달하며 감정사회학적 이론에 기반한 해석을 제시한다.

저자가 만난 일베 이용자들은 크게 두 가지의 불안을 토로했다. 하나는 “그들이 처한 사회경제적 위기에 따른 불안, 더 정확히 말하자면 불투명한 미래에 대한 불안”이고, 또 다른 하나는 “그러한 경제적 위기와 고립감을 해소할 수 있는 친밀성의 영역이 붕괴되었다고 느끼는 데서 기인한 불안”이다. 하지만 이들의 불안은 저항 행위를 유발하는 분노로 외사화되지 못하고 내사화됨으로써 순응이라는 행위 전략의 선택으로 이어졌다고 저자는 분석한다. 불안에 기인한 공포, 분노와 같은 부정적 감정들이 사회적으로 표출되지 못하고 안으로 침잠함으로써 “적극적인 순응과 노력의 이름으로 자기계발(혹은 자기최면)에 몰두”하게 되는 상황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그러나 분노는 결코 사라지지 않는데, 그렇게 퇴출된 공적 분노가 모인 곳이 바로 일베이며, 적극적 순응을 택한 이들의 분노는 혐오로 일그러져 내부의 타자들을 향한다. 끊임없이 사회에 ‘혼란’을 조장하는 좌파/종북에 대한 혐오, 국가의 ‘정당한 법 집행’에 잠자코 ‘순응’하지 않고 감히 ‘폭동’을 일으킨 호남에 대한 혐오, ‘무식’하고 ‘허영’에만 찌들어서 친밀성의 약속을 거침없이 ‘배반’하는 여성에 대한 혐오는 그렇게 완성된다.

그렇다면 순응은 무엇으로 가능해지는가? 저자는 이들의 분노가 내사화되는 과정에서 ‘평범 내러티브’가 작동한다고 분석한다. 일베 이용자들은 자신의 삶을 끊임없이 ‘평범함’의 범주로 수렴시키면서 삶의 특수성을 최대한 억압해 ‘준비된 사회인’이라는 목표로 재구성한다. 자신이 겪은 끔찍한 과거의 경험을 ‘이겨낸’ 경험으로 재구성함으로써 모든 고통을 평범함의 영역으로 재구조화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평범 내러티브가 자신의 고통만 억압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나의 고통이 평범한데, 타인의 고통이라고 다르겠는가. 이제 고통은 ‘누구나’ 겪는 것이며 “따라서 특별히 말할 이유도, 들어야 할 이유도 없다. 평범 내러티브에서의 고통은 그게 무엇이든 그저 내면으로 침잠하여 스스로 삭이면 그만인 개인적 경험이 된다. …… 고통을 들어달라고 ‘징징’대는 것은 스스로가 약자임을 자임하는 꼴에 불과하며, 이는 곧 자기경영에 실패한 개인에게 책임이 있는 문제가 된다.”(258쪽)

여성혐오와 능력주의라는 공통분모
일베만의 문제는 없다

이 같은 각자도생의 윤리는 평범 내러티브와 함께 또 다른 정당화 기제인 능력주의를 만나 패자를 멸시하고 승자를 물신화하는 것으로 이어진다고 저자는 말한다. 일베의 열광적인 혐오를 설명해주는 기제는 다름 아닌 “승자로서 패자를 멸시하는 감각”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바로 이것이 “어떤 말이나 행위를 ‘일베적’이라고 느끼게 만드는 직감의 많은 부분을 설명”해준다고 하면서도, 불현듯 이렇게 묻는다. 그러나 이것이 과연 일베만의 고유한 멘털리티인가?

저자는 일베와 일베 아닌 것의 전형성이 어디서 분화하고 결합하는지를 알 수 있다면 혐오와 혐오 선동을 파훼하는 실마리 또한 찾아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로 두 가지 이념형을 분석하고자 한다. 일베의 이념형으로는 2019년 한강 몸통시신 사건의 범인 장대호를, 일베 아닌 것의 이념형으로는 일베의 ‘숙적’으로 여겨진 온라인 커뮤니티 루리웹을 놓고 분석을 시도한 것이다.

하지만 일베 아닌 것의 이념형을 도출할 수 있을 것이라던 저자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일베를 분석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데이터 분석과 게시물 분석을 거쳐 꼼꼼히 루리웹을 살핀 결과, 나름의 ‘정치적 올바름’을 추구하며 정치적으로 ‘진보 커뮤니티’를 자처했던 루리웹이, 그래서 어느 커뮤니티보다 앞장서서 일베의 ‘패륜성’을 고발하며 격렬하게 성토했던 그곳 또한 여성혐오와 능력주의로는 일베와 너무나도 유사했다.

혐오의 시대에 맞서기 위해

이 책의 목표는 명확하다. 일베적 혐오의 구조와 기원을 이해함으로써 현재 강고해 보이는 혐오 선동에 맞설 방법을 찾아내자는 것이다. 저자는 일베적 인식의 사람들이 모인 사회에서는 “공적인 것, 정치적인 것, 사회적인 것을 찾기란 거의 불가능”하며, 그런 사회에는 “오직 개인, 그것도 아주 작은 사회에서 맥락 없이 합리적이기만 한 개인이 있을 뿐”이라고 말한다. 일베에서의 혐오를 사실상 사회에 대한 극단의 냉소로 파악하는 저자는, 이들의 열광을 연대를 만들어내지 않는 ‘차가운 열광’으로 정의한다. 차가운 열광이란 “‘희생자’인 타자에게는 물론 동료이며 ‘가해자’인 ‘우리’에게조차 냉담한 열광이고, 일베라는 공간 자체는 공적이되 그 구성원들은 사적인 공간에, 즉 컴퓨터와 스마트폰 앞에 머물러 있기에 가능한 열광”이다. 혹자는 이러한 열광과 함께 표출된 일베의 혐오를 그들의 공감 불능성에서 찾지만, 저자가 보기에 일베의 공감 능력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 문제는 이들의 공감이 언제나 ‘승자’를 향한다는 것이다.

공적 영역에서 표출되지 못하고 안으로만 응어리진 분노는 사회의 뒷공간이 된 사이버공간에서 격렬하게 표출되었다. 사실상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지한 채 평범 내러티브를 내면화하여 현실적인 순응을 강조하는 것이야말로 일베의 멘털리티를 이루는 핵심이다. 따라서 일베의 혐오는 순응의 ‘의무’를 거부하는 모든 주체와 그들의 저항을 향한다. 여성, 호남, 좌파에 대한 일베의 혐오는 사실상 ‘순응하지 않음’에 대한 격렬한 분노다.

논문으로부터 8년 이후, 혐오 선동으로 지지자 결집을 도모하기에 이른 오늘날의 정치는 일베적 혐오가 ‘정당하다’는 확신을 주며 그에 기반한 ‘승리’의 경험을 축적하는 데까지 이르렀다. 보통 일베들의 시대란 바로 그런 정치의 시대다. 이 강고해 보이는 혐오 선동을 파훼할 불쏘시개 중 하나로 기능하는 것이야말로 이 책의 가치일 것이다. 10여 년 전 일베로 드러난 한국 사회의 민낯을 다시, 똑바로 마주할 때다.

구매가격 : 13,300 원

패권의 미래

도서정보 : 이승주, 전재성, 김상배, 유인태, 김연규, 김용신 | 2022-07-18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미국과 중국의 패권 다툼은 어떤 변화를 가져올 것인가!
국내 최고 전문가 6인이 말하는 미중경쟁의 실체



◎ 도서 소개

국제정치·첨단기술·무역·디지털·자원·안보 등
전방위적 극한 대립으로 치닫는 미중 패권 경쟁
가열된 경쟁의 본질과 한국의 대응 전략을 말하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은 비교적 오래된 이슈이다. 그러나 미국과 중국의 패권 전략 변화, 4차 산업혁명으로 표현되는 첨단 기술, 국경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디지털 세상의 전개 등으로 경쟁은 새로운 양상을 띠게 되었다. 개별 쟁점이 다른 다양한 쟁점들과 연계하는 ‘다차원적 복합 게임’으로 접어든 것이다. 이것은 경제-안보 연계 전략으로 귀결된다.
그럼에도 미국과 중국의 대립을 다룬 기존 연구들은 대체로 무역, 환율, 안보, 기술 등 개별 쟁점에 치중하는 경향을 보였다. 패권 경쟁의 변화된 양상을 입체적으로 조망하지 못함으로써 전체적 상을 보는 데 부족했다. 이런 상황에서 『패권의 미래』는 미중 전략 경쟁에 관한 진전된 통찰을 제공하기에 충분하다. 디지털과 첨단 기술, 희소 자원 등 새롭게 확장된 전장의 모습을 상세히 담았으며, 개별 쟁점이 어떻게 연계하여 경제-안보로 통합되는지를 집요하게 추적했다.


◎ 출판사 서평

‘다차원적 복합 게임’으로 변모한 미중 전략 경쟁
하나의 쟁점이 다른 쟁점과 연계하여 경제-안보 연계의 패권 전쟁으로 확장

◆ 세계는 어떻게 재편될 것인가!
◆ 트럼프와 바이든의 전략은 무엇이 다를까
◆ 플랫폼, 데이터 안보, 첨단 무기, 디지털 패권 전쟁의 양상은?
◆ 희토류는 왜 21세기 최고의 자원인가
◆ 중국은 경제-안보 딜레마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미국의 자국 중심주의와 상대적 패권 약화의 틈을 파고들며 중국이 급부상하면서 패권 전쟁의 서막이 올랐다. 그러나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며 다시 세계 질서의 리더십을 회복하려는 의지를 보이고 중국은 패권을 향한 야욕을 더 강하게 드러냄에 따라 각 분야에서 경쟁과 대립이 격화되었다. 특히 디지털과 첨단 기술 등의 새로운 전장이 추가되었다. 여기에 제3국의 자기 안보와 이해관계를 추구하는 대응 전략이 복잡하게 얽히면서 패권 전쟁의 양상은 입체적으로 변모했다.
미국과 중국이 다양한 분야에서 펼치는 경쟁과 대립은 언뜻 보면 그 사안의 독자적 문제로 보인다. 하지만 모든 전장은 안보와 패권의 구축으로 모이는 형국이다. 예를 들어 첨단 기술은 더는 개별 기업이나 산업의 문제가 아니다. 가치 사슬로 이어진 국내외 산업 생태계, 개인정보 등 비전통 안보 분야 등장, 신무기 개발 경쟁과 군비 확대 등과 연계되어 안보와 패권의 문제로 확장된다.
또한, 미국과 중국은 기술·산업·경제 이슈에 지정학적 이해관계를 투사하고, 양자·지역·다자 차원의 연계를 추구한다. 표면적으로는 개별 이슈에 대하여 양자 차원에서 접근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으나 더 심층적으로는 이슈의 연계와 장의 연계를 동시에 추구하는 입체적 접근을 하고 있다.
세계 질서의 패권을 장악하기 위한 미국과 중국의 심화된 전략 경쟁을 제대로 이해하는 일이 중요한 이유는 그것이 국제 질서의 중대한 변화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미중 패권 경쟁은 새로운 지정학과 지경학을 형성하며 세계 질서를 바꾸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진면목을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 깊어지는 미중 대립 속에 선택을 강요받는 대한민국이 생존과 번영을 위한 전략을 만들기 위해서는 이러한 이해와 통찰을 반드시 갖추어야 한다.

격화된 패권 전쟁의 양상과 본질, 전개 방향과 변화의 양상
6명의 국내 최고 전문가가 지구촌의 절박한 이슈를 분석한다

[안보] 과거 정부의 미국 우선주의 정책으로 국제적 리더십이 약화된 미국은 그 회복을 위해 새로운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그 핵심은 인도·태평양이라는 새로운 지역 개념을 바탕으로 한 중국 견제이다. 이에 대해 중국은 대만과 남중국해를 중심으로 반접근·지역 거부 전략을 펼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세계 안보 지형의 변화가 동반되는 중이다.
[기술] 4차 산업혁명을 이끄는 신흥 첨단 기술을 놓고 미국과 중국은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기술 주도권 경쟁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기술과 안보의 결합이다. 미래 국력 경쟁에서 첨단 기술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짐에 따라 기술 경쟁력은 안보로 이어지는 것이다. 기업과 산업 차원을 넘어 패권과 안보의 문제로 확장된 기술 변수는 중견국 한국에 새로운 도전을 던진다.
[무역] 다차원적 복합 게임으로서의 미중 전략 경쟁의 양상이 잘 드러나는 대표적 분야가 무역이다. 표면적으로는 미국의 무역 수지 적자 문제를 내걸었지만, 이는 불균형 해소 차원을 넘는 질적 문제이다. 공급 사실 재편이나 기술 경쟁 다양한 쟁점을 동시다발적으로 제기하고 지정학적 이해관계를 투사하며 경쟁과 강등의 장으로서 양자·지역·다자 구도를 연계함으로써 자국에 유리한 세계 경제 질서를 구축하려 시도하고 있다.
[디지털] 디지털은 패권이 부닥치는 새로운 전장이다. 무역 질서를 지탱하는 글로벌 다자주의 레짐에서 데이터의 초국경적 이동에 대한 국제 사회의 합의가 부재한 상황에서 디지털 강국들이 각자의 디지털 무역 질서를 경쟁적으로 수립해나가고 있다. 기존 글로벌 다자주의 레짐에 대한 불만과 강대국 간 이익의 불합치가 보완재적인 다양한 국지적 국제 디지털 무역 레짐들로 이어지는 상황이다.
[자원] 첨단 기술과 제품은 새로운 자원을 필요로 한다. 특히 희토류와 희소 금속은 ‘21세기판 석유’ 또는 ‘첨단 산업의 비타민’으로 불리며, 그 중요성을 더하고 있다. 이런 자원의 원재료 채굴, 중간 가공, 최종 부품 제조로 이어지는 글로벌 밸류 체인 장악을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중국이 멀찍이 앞서가고 그 뒤를 미국을 중심으로 한 강대국들이 뒤따르는 상황이다. 희토류와 희소 금속의 국내 공급망 구축이 절실하다.
[패권] 중국은 기술과 외환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시장을 매개로 기술을 교환하는 시장환기술 정책을 취하였으나, 이를 버리고 자주창신과 공격적 법리주의 전략으로 이동했다. 이것이 미국을 자극하여 패권 경쟁을 촉발한 측면이 있다. 경쟁은 무역에서 출발하여 기술로 확장되었고 이제 비전통 안보 영역에서 무기 전쟁이 벌어졌다. 미국의 공세에 대응하기 위해 중국은 국가자본주의에서 당-정 자본주의로 변화하는 모습을 보인다.

☞ 함께 읽으면 좋은 21세기북스의 책들
▶ 경제의 길 | 권남훈 외 9인 지음 | 2021년 11월 30일 출간 | 18,000원
▶ 한반도, 평화를 말하다 | 최대석 외 15인 지음 | 2021년 11월 30일 출간 | 24,000원

◎ 본문 중에서

경제·기술·정치·문화·금융·에너지 등 각 분야에서 가중되는 경쟁과 대결 양상은 근본적으로 군사 안보 문제로 번질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핵심적인 지역은 대만과 남중국해이다. 미국은 홍콩에 대한 중국의 강압적 조치를 보고 대만이 독립 선언을 하지 않았을 때도 중국이 강압적 병합을 시도할 수 있다는 우려를 강화하고 있다. 자유민주주의를 발전시키고 TSMC와 같은 첨단 반도체 기업을 가지고 있는 대만이 중국의 영향력에 들어가는 것을 극도로 경계하며 외교적·군사적 지원을 강화하는 추세이다.
【2장 신세계 질서와 세계 안보: 미국의 전략_69쪽】

중견국 한국의 신흥 기술 안보 전략은 미중 사이의 ‘구조적 공백’을 공략하는 ‘중개 전략’의 발상을 바탕으로 해야 한다. 예를 들어, 미국이 주도하는 글로벌 공급망의 재편 과정에서 기술 질서의 변동과 생산 질서의 변동 사이에서 발생하는 ‘불일치’ 또는 ‘균열’, 즉 구조적 공백을 활용하는 대응 전략을 상정해볼 수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대중 상호 의존의 비대칭성을 완화하고, 좀 더 포용적인 한중 관계를 구축해가는 유연한 대응도 병행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전략은 기술과 안보의 연계 함의가 더욱 큰 5G, 데이터, 사이버, 우주, 미래전 분야에서도 마찬가지로 필요하다.
【3장 신흥 기술 안보와 미중 패권 경쟁_125쪽】

다차원적 복합 게임의 시각은 ‘장의 연계’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그동안 다수 연구는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 정책을 일방주의 또는 양자주의의 관점에서 분석해왔다.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 정책이 양자주의 성격을 강하게 내포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그 이면에는 새로운 세계 경제 질서의 수립을 위한 전략적 연계를 추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장의 연계라는 관점에서 설명할 수 있다. 특히 디지털 경제와 관련한 쟁점들은 기존 세계 경제 질서에서 규칙과 규범이 확립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양자 협상을 통해 선례를 축적하고 이를 다자 질서를 형성하는 과정에 반영하는 전략이 효과적일 수 있다는 점에서 장의 연계에 대한 보다 체계적인 연구가 요청된다.
【4장 미중 무역 전쟁: 트럼프 행정부의 다차원적 복합 게임_166쪽】

미국은 대서양 측뿐 아니라, 인도·태평양에서도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ndo-Pacific Economic Framework, IPEF)’를 추진하기 시작했다. 기존의 안보 프레임워크 위주에서 드러난 통상 협력 틀의 공백을 메우기 위한 행보이다. 미국은 기존에 있는 CPTPP나 RCEP에 참여하기보다 새로운 틀을 만들어서 무역 원활, 공급망 안정, 디지털 경제, 탈탄소 청정에너지, 인프라 협력 등 새로운 어젠다를 포함시키며 주도권을 잡고자 한다. 관세는 기존의 무역 합의를 통해서 상당 부분 낮춰져 있기 때문에, 새로운 분야에서의 기준과 규범 설립에 영향력을 가질 것이다. 나아가 기존 RCEP 회원국을 다수 포함할 것이기 때문에, RCEP의 영향력을 낮추며 중국 주도의 기준과 규범 설립에 대항하게 된다.
【5장 미중 디지털 패권 경쟁과 초국적 데이터 거버넌스_205쪽】

중국이 희토류를 무기로 사용한다는 것은 생산량과 수출량을 조절해 가격을 지배한다는 뜻이다. 그동안 중국의 골칫거리였던 희토류 불법 채굴과 불법 수출도 정비했다. 2015년 이후 중국 정부는 6개의 국영 희토류 기업만 생산과 수출을 할 수 있게 수직 통합화를 실시했다.
이러한 전략 변화와 거의 동시에 철강, 구리, 아연, 알루미늄 등 기본 금속과 리튬, 코발트, 니켈, 탄탈럼, 크롬, 망간, 백금족, 니오븀, 바나듐 등 희소 금속의 확보를 위해 해외 자원 개발 전략을 펼치기 시작했다. 중국 내에서 충분히 생산되는 희토류와는 달리, 이러한 희소 금속은 중국의 생산량이 적다. 아프리카·남미 등에서 미국·유럽·일본과 중국 간의 본격적인 자원 쟁탈전이 시작된 것이다.
【6장 미중 희토류 희소 금속 패권 경쟁_239쪽】

중국 지도부는 최고 지도자를 위시한 중국 공산당의 집중화를 통해 문제 상황을 타개하려고 시도하고 있다.
시진핑을 중심으로 한 권력 집중화 현상은 단순히 시진핑 1인 지배 체제의 공고화를 의미하기보다, 당의 영도자를 중심으로 한 당의 일체에 대한 영도(???一切)를 강화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의 부산물로 보는 것이 합당해 보인다. 미중 전략 경쟁 문제에 있어서도 당은 기업과 시장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고 있는데, 이러한 당-정 자본주의는 향후 미중 전략 경쟁의 새로운 전장이 될 가능성이 높다.
【7장 미중 전략 경쟁하의 중국의 경제-안보 딜레마_289쪽】

구매가격 : 15,840 원

보통 일베들의 시대

도서정보 : 김학준 | 2022-07-18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2010년대 중반, ‘표현의 자유’를 내세운 혐오의 유희로 온라인을 물들인 일간베스트저장소는 사이버 공론장에 돌이킬 수 없는 변화를 가져왔다. ‘드립’이란 말로 유머를 가장한 채 온라인에 퍼져나간 혐오의 메시지들은 일베가 생긴 지 10여 년이 흐른 지금 현실 정치인들의 목소리로 발화되는 지경에 이르렀고, ‘이대남’에 대한 문제적 호명과 함께 한국 사회의 ‘일베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도대체 왜, ‘일베화’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그 영향력이 커져만 가는가? 정치와 사회 곳곳에서 감지되는 ‘일베의 그림자’란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가? 일베로 드러난 한국 사회의 민낯은 무엇을 말하는가? 일베는 정말 ‘낡은’ 이야기인가? 2014년 일베가 몰고 온 사회적 충격이 가장 크던 시점에 일베를 연구한 논문으로 화제를 모았던 저자가 그로부터 8년 이후, 혐오 선동의 정치가 부상한 이곳에서 다시 일베를 이야기한다.

구매가격 : 13,300 원

우리의 사이와 차이

도서정보 : 저자명 : 얀 그루에 역자명 : 손화수 | 2022-07-18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 도서 소개

노르웨이 비평문학상 수상, 노르웨이 논픽션 부문 최초 북유럽이사회문학상 노미네이트!
《뉴욕타임스》 《퍼블리셔스 위클리》 《가디언》 《인디펜던트》 《커커스 리뷰》가 극찬한
자전적 에세이 걸작! 김원영 변호사 강력 추천!

노르웨이 자전적 에세이의 새로운 지평을 연 얀 그루에의 문학 세계를 응축한 역작
“매력적이고 파격적이고 강력하다! 그의 천재성은 정교하게 설계된 언어에서 드러난다!” ― 뉴욕타임스

『우리의 사이와 차이』는 오슬로대학교 언어학 교수인 얀 그루에의 자전적 에세이로 여러 언론 매체에서 ‘최고의 논픽션’으로 선정할 만큼 수많은 찬사를 받은 화제의 책이다. 노르웨이 논픽션 부문으로는 최초로 북유럽이사회문학상에 노미네이트되며, “노르웨이 자전적 에세이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라는 평을 받았다. 2018 노르웨이 비평문학상 수상, 2021 《뉴욕타임스》《퍼블리셔스 위클리》 선정 최고의 논픽션, 노르웨이의 최대 독자를 보유한 매체 《다그블라데》가 추천한 문학계 최고 걸작, 《모르겐블라데》가 선정한 올해의 최우수 도서 등 이 책을 수식하는 찬사는 현재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저자 얀 그루에는 세 살 때 척수근육위축증이라는 난치성 유전질환을 진단받았다. 그는 자신의 인생에서 리미널 페이즈(Liminal Phase), 즉 “서로 다른 두 세계 사이의 지점으로, 통과의례 중 가장 상처받기 쉽고 취약한 부분”의 시기를 되돌아보며, 노르웨이에서 부모님과 여동생과 함께 보낸 유년 시절의 기억, 버클리·상트페테르부르크·암스테르담에서 다년간 진행했던 연구 활동들, 대학교수로서의 삶, 이다(Ida)의 연인이자 남편으로의 삶, 나아가 아버지로서의 현재의 삶에 이르기까지의 기억을 복기하며, 현재의 삶과 병치시키는 형태로 과거를 서술한다.
얀 그루에는 과거의 한 단편을 현재의 틈새에서 불러와 교차하는 방식으로, 기억과 글 속에서는 실재하지만 낯설어진 지 오래인, 혹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나’를 끌어낸다. 저자는 이러한 형태의 기록을 두고 ‘합리화’이자 ‘재구성’, ‘기억에서 비롯된 빛과 그림자의 놀이’라고 표현한다. 이 책에 해제를 붙인 김원영 변호사는 이 점에 주목해 다음과 같이 해설했다. “나와 얀의 아마도 중요한 차이를 말한다면, 과거를 마주하는 방식일 것이다. 나는 지금에 나를 고정하고 시점을 뒤로 돌려 내가 통과한 과거를 본다. 어떻게 장애인인 나는 지금까지 살아남아 이렇게 존재하는 걸까?”
반면 얀 그루에는 과거라는 속성이 가지는 한계에 대해 언급하며, 현재의 순간이 우리를 에워싸는 이상 완벽히 과거로 돌아가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점을 역설한다. 그는 “과거에 이미 이렇게 될 것이라 스스로 인지했다고 믿는 것을 좋아한다”라고 표현하며, 그 자신만의 견고한 세계를 다지기 위해 자신의 신체를 정의했던 의학적, 유전적, 임상적 언어를 되짚는다. 신체적 한계로 인해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연약한 삶을 살아야 했지만, ‘견고한 실체’가 되기 위해 저자는 기록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저자의 표현대로 슬픔은 그에게서만큼은 “좋든 싫든 일어나지 않은 과거의 일들에 관한 것”이 되었다.
세상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 세상에 확실한 요구를 하고 스스로 강해지기 위해 써 나간 글은 철학, 영화, 예술의 경계를 넘나들고, 조앤 디디온에서부터 미셸 푸코, 어빙 고프먼, 로즈마리 갈런드-톰슨에 이르는 작가들의 작품에 대한 성찰을 본인만의 언어로 구축해 갔다. 이를 두고 《뉴욕타임스》는 이 책이 매력적이고 강력하며 파격적이기까지 한데 “그의 이러한 천재성은 정교하게 설계된 언어에서 드러난다”라고 평하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저자는 고뇌하는 인간의 내면을 언어학자의 시각에서 독창적으로 묘사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는데 『우리의 사이와 차이』는 저자의 열한 번째 저작으로, ‘학문적이지만 시적이고, 예민하지만 인내심 있고, 창의적이지만 대단히 분석적’이라는 기존의 찬사를 응축한 듯 그의 문학적 정수를 독창적으로 보여 준다.


★ 2018 노르웨이 비평문학상 수상
★ 2019 노르웨이 논픽션 부문 최초 북유럽이사회문학상 노미네이트
★ 2021 퍼블리셔스 위클리 선정 최고의 논픽션
★ 2021 뉴욕타임스가 극찬한 자전적 에세이 걸작




◎ 출판사 서평

세상에서 나로 살아가는 일이란 무엇인가?
‘세상을 되찾기 위해’ 자신만의 ‘비밀의 역사’를 만들어 내는 고요한 묵상의 기록

“나는 두 개의 서로 다른 부류에 속한 존재였다.
하나는 이상한 동물, 또 다른 하나는 낯선 하이브리드 생명체였다.“

얀 그루에는 세 살 때 선천성 근육 질환인 척수근육위축증 진단을 받았다. 이 병은 신체의 근육이 잘못된 방향으로 수축해 가는 진행성 질환으로, 저자는 매일 밤 발바닥 밑에 단단한 금속의 밑창을 고정시키고 정강이는 버팀목을 대고 가죽끈으로 둘둘 말아, 뒤틀리는 등과 다리를 고정한 채 잠들어야 했다. 임상 사례에 비춰 보면, 점점 근육이 소실되어서 스무 살이 되면 더는 두 발로 걸을 수 없고 서른 살이 되면 그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지도 몰랐다.
어릴 적 저자를 알고 지냈던 사람들과 마주치게 되면, 열이면 열 아직도 살아 있는 그의 모습을 보고 놀라움을 표하는 대신 잠깐의 피할 수 없는 침묵으로 대화를 시작한다. “좋아 보인다, 건강해 보인다”라는 말에 그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다고, 여전히 휠체어를 사용하고 가끔은 두 발로 걸을 때도 있다고 말한다.
저자는 장애로 인해 남다른 시선을 받고 자랄 수밖에 없었던 어린 시절의 기억과 의료 기록 더미를 들추어 보며, 행복하고 근심 없이 배움에 열망했던 모습과 주변의 아이들과 다르다는 이유로 경험했던 적대적 충동감, 불쾌감, 반감을 동시에 끄집어낸다. 인식의 형태, 임상적 시선을 지닌 눈빛이 항상 그의 주변에 존재하는 걸 느꼈고, ‘하나의 존재’로서가 아니라 아무도 알고 싶어 하지 않는 ‘하나의 신체’에 불과하다는 느낌이 늘 그를 따라다녔다. 부모님은 그런 그에게 항상 이렇게 말했다. “너는 우리에게 언제나 ‘얀’일 뿐이란다.”
저자는 부모님이 물려준 의료 기록의 더미에서 차갑고 객관적인 언어로 표현된 과거의 자신을 새롭게 인식하고 재구성한다. “짙은 금발과 갈색 눈동자를 지닌 3세 소년. 소년은 신경근질환의 임상적 징후를 보이며, 이는 신체의 전 근육 부위에 영향을 미치는 근병증이라고 생각됨.” 그는 이렇게 하나의 임상적 사례로서 표현되고 보여졌다.
임상적 시선에 기댄 저자 자신의 몸에 관한 해석은 무수한 일상 속에서 흉터와 상처를 돌보는 이야기로 변주해 가고, 미셸 푸코와 로즈마리 갈런드-톰슨이 말하는 ‘시선의 대상’이 되는 존재에 대한 역설을 자신의 삶에 빗대어 보기도 하면서,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어떤 대가를 치러야만 했던 경험이 쌓인 몸에 대한 이야기로 전개된다.

“시선과 권력은 오랜 역사를 공유한다. 로즈마리 갈런드-톰슨은 철학자 미셸 푸코의 뒤를 이어 기관적 시선, 임상적 시선, 그리고 그 시선의 대상이 된 우리에게 어떤 일이 벌어지는가에 관해 글을 썼다. (중략) 나의 유기체적 신체와 내가 움직이기 위해 사용하는 기계 사이의 경계는 명확하지 않다. 누군가가 나의 휠체어에 부딪치면 나의 맥박수는 자동적으로 빨라진다. 그것은 나의 본능적인 반응이다. 나는 다른 사람들의 자유로운 상상과 다듬어지지 않은 실험적 사고 속에서도 냉정한 현실을 쉽게 찾아낼 수 있다.”_63쪽


‘유기체적 신체와 기계 사이의 경계’
그리고 결코 ‘다다를 수 없는 공간’에 대한 이야기

『우리의 사이와 차이』의 원제목은 “나는 당신과 같은 삶을 살고 있습니다(Jeg lever et liv som ligner deres)”이다. 얀 그루에는 문장 중간중간 “나의 삶은 당신들의 삶과 다르지 않다”라고 말하기도 하고 “나의 삶은 다른 이들의 삶과 다르다”라고 역설하기도 한다. 이 두 문장은 표면적으로는 상반된 뜻을 나타내지만, 의미의 본질은 같다.
전자는 ‘꿰뚫어 보듯 날카로우면서도 무심하고 단조로운 이 시선’으로부터 온전한 평범함을 누릴 수 없는 저자의 항변에서 비롯된 문장이고, 후자는 이 세상에는 서로 완벽하게 동일한 질병이 존재하지 않듯, 각 개인은 서로 다를 수밖에 없고 그렇기에 “나는 나만의 삶을 살고 있다”는 신념의 목소리가 반영된 문장이다.
저자는 유년 시절 잔디밭에서의 경험을 떠올리며, 언덕 위에서 놀고 있는 친구들에게 가고 싶었지만 다다를 수 없었던 그 공간에 대해 다음과 같이 묘사한다. “나는 그들과 나 사이에 깊은 심연이 자리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중략) 내가 다다를 수 없는 공간, 내가 접할 수 없는 경험들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경계와 경계의 지표를 상징하는 로마 시대의 신 테르미누스와 지속적인 접촉을 했다. ‘그것’이 무엇인지 확실히 알지 못한 채, 섹스와 음주, 도취 등에 관해 막연한 상상을 했으며, 그 무엇보다도 감추어진 것, 속박되지 않은 것, 비밀스러운 것, 통제가 존재하지 않는 것에 관해 꿈을 꾸었다.”
기억 속의 분위기는 수치심, 분노, 그늘로 점철되어 있다. 바로 이 때문에 저자는 과거의 자신을 기억하고, 과거의 자신에게 좀 더 가까이 다가가 보고자 끊임없이 시도한다. 계단이 높게 느껴질 때마다, 문이 좁게 느껴질 때마다, 모퉁이가 필요 이상으로 날카롭다고 생각할 때마다, 작은 감정의 메아리가 부딪쳐 올 때 여전히 테르미누스와 함께 앉아 있는 자신의 모습을 보며, 과거의 기억을 재구성하기 위해 기록해 나간다. 그리고 스스로가 어떤 ‘우리’에 속해 있는지 바라보기 위해. 언어의 한계와 신체의 한계를 넘어선 자유를 꿈꾸기 위해.


얀 그루에의 성찰은 곧 인간으로 살아가는 우리의 역사를 담아낸다
“정상에서 벗어나는 방식은 셀 수 없이 많다”

저자는 지금도 여전히 휠체어가 들어갈 수 없는 장소나 건물에 들어설 때, 수치심이 자신 안에서 고개를 들곤 한다고 고백한다. “정상에서 벗어나는 방식은 셀 수 없이 많다”라고 인지하고, ‘무리를 귀찮게 한다는 생각’에 수치심으로 얼굴이 상기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생물학적 반응임을 알면서도 그렇다. 이에 저자는 자신을 둘러싼 세계와 사회 구조, 그리고 자신의 신체적 장애에 대해 다음과 같은 두 가지 개념어(테라 인코그니타, 헤테로토피아)를 가져와 그 한계를 끌어안는다.
“나의 어깨는 부서졌다. 이제 나는 나만의 방식으로 재킷을 입는다”와 같은 문장은 저자가 지향하는 ‘테라 인코그니타(terra incognita, 미지의 세상)’를 반영한다. 저자는 타인(물리치료사)이 자신의 몸에 대해 아는 것보다 많이 알지 못하므로 오랫동안 진행해 온 물리치료를 포기하며 “적어도 내가 스스로 결정한 방식대로 살 수 있었다”라고 회고한다. 이는 매일 그 자신이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되면서 탐험하는 ‘희망의 삶’인 것이다.
그리고 저자는 ‘현실 속에 존재하지만, 마치 현실 너머 다른 세계’를 의미하는 미셸 푸코의 ‘헤테로토피아’라는 개념을 가져와 이렇게 말한다. “삶은 달라질 수 있었다. 나는 지금과는 전혀 다른 삶을 살 수도 있었다”라고. 저자는 늘 과거에 일어나지 않았던 일, 일어날 수도 있었던 일 때문에 괴로움에 시달려 왔지만, 김원영 변호사가 해제에서 언급했듯이 마침내 저자는 “다른 방식으로 분류되고 규정된 삶을 사는 더 열악한 존재들, 예를 들면 마크 오브라이언의 삶을 자신의 일부로 통합할 수” 있었다. 그것은 “과거에 내 몸에 새겨진 흔적을 발굴하고, 인정하며, 현재를 끌어안는” 방식이고 나아가 “애초에 나를 규정했던 범주를 ‘존재하지 않게’” 만드는 방식이었다.
그래서 어느 초저녁 별빛 아래서 이다와 함께 춤을 추는 장면을 묘사한 부분은, 유년 시절의 잔디밭에서의 수치심을 겪었던 경험과는 ‘겹을 달리하는 깊이’와 ‘확장성’이 있다. “우리는 서로에게 의지했고, 나는 넘어지지 않았다” “우리는 매일 낯선 곳으로 여행을 떠나지”라고 부연한 부분에서는 끊임없이 세상의 조건과 신체의 한계를 조율해 가며 헤테로토피아를 탐험하고자 했던 저자의 열망과 따뜻함이 반영되어 있다. 이는 그의 자전적 이야기가 한 편의 걸출한 문학작품으로 읽히는 연유이자, 단지 얀 그루에의 역사뿐만이 아닌 인간으로 살아가는 우리의 역사가 될 수 있는 까닭이다.

“경험은 부정의 여지가 없다. 경험은 회고와 성찰에서 얻을 수 있는 지혜와는 전혀 다른 실체를 지닌 것으로, 조각난 단어를 연결시켜 주며, 깊이 뿌리를 내린 식물과도 같아서 뽑아 올리면 아픔을 느끼게 된다. 내 몸도 마찬가지다. (중략) 경험은 내 안에서 자리를 잡고, 퇴적물은 바닥으로 가라앉는다. 나는 이제 더 이상 투명하지 않다. 나는 견고한 실체다.”_225쪽


◎ 추천·해제(일부 발췌)

현재와 과거 사이, 나와 너의 차이
굴복과 극복이 아닌 다른 선택지
? 김원영

얀을 한때 규정했던 척수근육위축증이든 얀보다 1년 뒤에 나를 규정했던 골형성부전증(뼈가 쉽게 부러지는 유전성 질환)이든, 그 밖에 어떤 이름으로 우리를 규정하고 명명하는 범주이든 간에 각 범주의 ‘표본’은 두 가지 길을 간다. 범주적 한계 앞에 온전히 굴복하거나 한계를 극복한 예외 사례가 되거나. 굴복과 극복은 표면상 상반되어 보이지만 모두 임상적 시선에, 다수의 기대에, 권력의 통제 안에서 언제나 예정된 길이라는 점에서는 동일하다. 그렇기에 우리 존재와 삶이 특정한 기준에 의해 분류된 ‘표본’에 그치지 않는 길은 굴복과 극복이 아닌 다른 선택지에 있을 텐데, 이 책의 독자라면 그 길을 조금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한계 지어진 과거와 그 한계를 지나온 현재 사이를 가로지르며, 현재의 힘으로 과거를 다시 쓰기. 과거에 내 몸에 새겨진 흔적을 발굴하고, 인정하며, 현재를 끌어안기. 그렇게 애초에 나를 규정했던 범주를 ‘존재하지 않게’ 만들기. 실제로 얀은 척수성근육위축증이 아니었던 것 같다는 연락을 받지만 이미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그는 특정 질환인지 아닌지 여부에 따라 과거?현재?미래를 규정당하는 존재가 아 니기 때문이다. 우리는 룰루 밀러가 쓴 유명한 책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의 주제와 제목을 빌려 올 수 있다. “척수성근육위축증은 존재하지 않는다.” 더 이상 그 질병은, 그 질병이 특정하게 규정하는 삶은 존재하지 않으므로 그는 부당하게 정의된 자신의 몸을, 이를테면 자신의 발목을, 다른 방식으로 분류되고 규정된 삶을 사는 더 열악한 존재들, 예를 들면 마크 오브라이언의 삶을 자신의 일부로 통합할 수 있다.
나는 얀 그루에의 말을 따옴표 없이 직접인용을 해도 하나도 이상하지 않다는 사실을 발견했다(의기양양해 지지는 않았다). 아래의 문장은 얀 그루에와 나 사이에 얼마나 큰 공통점이 있는지를 보여 준다. 동시에 우리가 서로에게 결코 표본이 될 수 없는 거대한 차이가 있음을 말해 준다.

내겐 수많은 흉터와 상처가 있다. 나의 발목은 이전과 같지 않다. 현재 나의 왼발 상태는 오른발보다 훨씬 좋다. 매년 돌아오는 겨울은 해를 거듭할수록 더 무거워진다. 경험은 내 안에서 자리를 잡고, 퇴적물은 바닥으로 가라앉는다. 나는 이제 더 이상 투명하지 않다. 나는 견고한 실체다.(225쪽)


◎ 추천의 글

“이 놀라운 작품은 놓칠 수 없다!”
― 《퍼블리셔스 위클리(Publishers Weekly)》

“타인과 다른 신체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 서술한 우아한 명상이지만, 이 글은 나이 든다는 것, 부모가 된다는 것, 기억, 학계에서의 삶, 그리고 사랑에 관한 기록이다.”
― 벌처(Vulture), 《뉴욕(New York Magazine)》

“인간의 본질에 대한 흡인력 있고 통찰력 있는 성찰!”
― 《커커스 리뷰(Kirkus Review)》

“노르웨이 비평문학상을 수상한 이 책은 조용하고도 멋진 회고록이다.”
― 《인디펜던트(The Independent)》

“매우 절제된 문장은 눈부시게 지적이며 자기성찰적이다. ‘세상에서 나로 살아가는 일’이란 무엇인지 아름답게 묘사하고 있다. 한 문장도 덜어 낼 것 없이 모든 문장은 각자의 자리에서 역할을 다하고 있다. 영리하고 감동적이며 독창적이다! 낡은 언어와 익숙한 생각들을 닦아 내고 ‘세상을 되찾기 위해’ 자신만의 ‘비밀의 역사’를 만들어 내는 고요한 묵상의 기록이다.”
― 니치 게러드(Nicci Gerrard), 《가디언(The Guardian)》

“조용히 빛나는 책! 책을 쥔 두 손이 천천히 따뜻해지는…… 예술적 경험!”
― 드와이트 가너(Dwight Garner), 《뉴욕타임스(The New York Times)》

“매력적이고 파격적이고 강력하다! 그의 천재성은 정교하게 설계된 언어에서 드러난다!”
― 마이클 J. 폭스(Michael J. Fox), 《뉴욕타임스(The New York Times)》

“그루에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의 삶은 우연으로 이루어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루에는 이러한 삶의 모습을 지혜롭고도 아름답게 그려 내며 자전적인 삶의 기록을 문학작품으로 승화시켰다. 문학계의 최고 걸작으로 추천한다!” ― 《다그블라데(Dagbladet)》

“이 책은 작가 개인의 삶을 다룰 뿐 아니라, 한 인간으로서의 삶을 다루고 있다. 누군가가 내게 노르웨이 논픽션 중 가장 호감이 가는 책이 무엇인지 묻는다면, 주저 없이 이 책을 꼽을 것이다.” ― 《보르트 란드(V?rt Land)》

“얀 그루에는 논픽션이라는 장르에 문학적 요소를 가미해, 비장애인과는 다른 모습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것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신중하고도 현명하게 그려 냈다. 우리는 그의 작품에서 작가의 독창적인 관찰력과 수준 높은 사고를 엿볼 수 있다.” ― 《닥사비센(Dagsavisen)》

“논픽션은 주변의 친지와 가족을 공개하고 모욕을 주다시피 하는 문학의 동의어로 간주되어 왔다. 그러나 이 책은 그렇지 않다. 작가의 다른 책을 읽어 본 사람이라면 그의 새 책이 출간되었을 때 그 작품성에 관해 저마다 기대를 하게 될 것이다. 이 책은 모든 이의 기대를 훌쩍 넘어서는 작품성을 지니고 있다.” ― 《모르겐블라데(Morgenbladet)》, 올해의 최우수 도서 선정

“이 책은 신체의 한계라는 전제 조건과 자아 정체성을 고찰하는 작품으로서, 작가의 적확하고 유려하나 전혀 현학적이지 않은 언어의 향연을 즐길 수 있다.” ― 《다그 오 티드(Dag og Tid)》

“유려한 언어, 깊은 지식, 광범위한 사고력. 이것은 그루에의 역사인 동시에 인간으로 살아가는 우리의 역사이기도 하다. 강렬하고 중요한 책!” ― 《로메리케스 블라드(Romerikes Blad)》

◎ 본문에서

추상적인 관념과 오래된 문헌은 우리가 그것을 몸으로 흡수하지 않는 이상 우리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다. 언어는 신체가 되어야 한다. 우리는 세상 속의 우리가 누구인지, 또 세상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알아내야 한다.(33~34쪽)

나는 옷을 입기 시작한다. 양말을 신을 때는 특수하게 제작한 양말 집게를 사용한다. 그것은 플라스틱과 끈으로 제작된 물건으로 알렉산데르가 생후 4개월째 되던 날부터 유독 관심을 많이 보인 것이기도 하다. 아이는 그것을 들고 행복하게 두 팔을 휘저으며 심지어는 입에 넣어 먹으려고도 했다. 나는 구두주걱을 이용해 신발을 신는다. 알렉산데르는 구두주걱도 좋아했다. 나는 한쪽 끝에 고리가 달린 집게 손을 이용해 지퍼를 올리고 알렉산데르를 떠올린다. 아이는 이 모든 물건에 특별한 관심을 보였고 항상 장난감처럼 가지고 놀고 싶어 했다. 이제 집 안에 있는 모든 것은 이전과는 다른 의미를 지니게 되었다. 아이의 느낌, 아이와의 관계성이라는 의미가 더해졌기 때문이다.(52쪽)

이 세상에는 서로 완벽하게 동일한 질병이 존재하지 않는다. 진단은 운명이라 할 수 없다. 하지만 그것을 운명이라 믿는 것은 매우 쉽다. 그렇게 믿어 버리는 것이 세세하게 따져 가며 살펴보는 것보다 훨씬 쉽지 않은가. 그렇다면 분리되어서는 안 될 것들을 분리하고, 전혀 다른 것들과 혼동을 일으키기도 하는 이 시선, 꿰뚫어 보듯 날카로우면서도 무심하고 단조로운 이 시선은 도대체 무엇인가? 나는 내게서 한 발짝도 벗어날 수 없다. 자신과 다르다는 이유로 타인을 응시하는 사람들처럼 온전한 평범함을 누릴 수 없다.(62쪽)

나는 휠체어에 앉아 있었고, 이다는 휠체어 옆에 서 있었다. 그 때문에 그들은 이다를 나의 연인이 아니라 장애인활동지원사로 생각한 것이다. 나의 일상적 행위를 돕기 위해 고용된 사람. 그 순간부터 악몽은 내 것이 아니라 이다의 것이 되었다.
록펠러에 장애인활동지원사 자격으로 왔던 사람은 그 누구도 자신의 이름으로 소개되지 않았다. 그들은 적어도 한 번 이상 “이분은 저의 팔과 다리입니다”라는 말로 소개되었다. 그것은 스스로를 진보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유머러스하게 의도한 정치적 주장이다. ‘아닙니다!’ 이다는 이렇게 소리치고 싶어 했다. ‘당신은 이미 팔과 다리가 있습니다! 당신 옆에 서 있는 분은 사람입니다. 나 또한 사람입니다. 그리고 이 휠체어에 앉아 있는 사람은 나의 애인입니다!’(73쪽)

휠체어 사용자가 된다는 것은 내가 아닌 타인이 되는 것을 강요당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비좁은 길을 지날 때나 묵직한 대문을 지날 때면 협상을 하거나 밀어붙여야 한다. 의도치 않게 나 자신이 방해물이 되어 버리는 것이다. 교장 선생님(이 학교나 저 학교나 할 것 없이)은 학교 건물에 자동문을 설치하는 것은 우선적으로 고려할 사항이 아니라고 했다. 휠체어가 지나갈 수 있도록 다른 학생들이 문을 열어 주고 붙잡아 주면 된다고 했다. 타인에게 도움을 베푸는 것은 아름다운 일이라고도 했던가? 도덕적 경험에 끊임없이 노출되는 사람들은 타인에게 도덕적 교훈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104쪽)

임상적 시선은 거울 속과 매끈한 표면 위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다. 나는 내 몸에서 특히 눈에 띄는 부분을 바라본다. 그것은 의료진들의 눈에 보이는 바로 그 부분이다. 야윈 두 다리, 뒤틀린 발을 제자리에 잡아 두는 기괴한 형태의 신발, 굽은 두 팔. 나는 그 또한 나의 모습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임상적 언어는 내가 살아 있는 한 나를 따라다닐 것이다. 나는 그것을 회의에서 쓸 수도 있고, 무릎을 꿇고 쓸 수도 있지만, 결코 지울 수는 없다. 나는 적응을 해야 한다. 그 언어의 본질과 기능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내 삶의 역사를 지울 수는 없듯 그것을 내 머릿속에서 지울 수 없다.(137쪽)

나는 내 몸에서, 상처 입고 뒤틀린 내 발목에서 벗어나고 싶다. 하지만 이 몸을 벗어난다면 나는 존재할 수 없다. 흔적 없는 몸, 그것은 다른 삶을 살았던 몸일 것이다.
그런 몸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그 몸은 나를 따라다니며 괴롭힌다. 그것은 또 다른 종류의 그림자를 내게 드리운다. 나는 겨울이 되면 눈을 감고 스키를 타는 상상을 한다. 매일 아침 조깅을 하는 상상도 해 본다. 출국 한 시간 전에 공항에 도착해 외국 여행을 하는 상상을 할 때도 있다. 슈트 케이스를 들고 대문 밖으로 뛰어나가 택시를 탄 후, 보안 검색대를 통과해 게이트를 향해 발을 옮긴다. 사전에 숙소를 예약하지 않았기에 공항에서 택시를 잡고 운전기사에게 내가 가 본 적이 없는 새롭고 낯선 장소로 가 달라고 부탁한다. 눈을 뜬다.(156쪽)

세상 속에서 나와 같은 존재로 살다 보면 계획을 세우는 일이 어느새 일종의 반사작용 또는 자동화된 습관으로 자리를 잡게 된다. 하다못해 물 한 컵을 마시는 일일지 라도 목표를 세우고, 그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길에 관해 세세히 살펴보거나 미리 계획을 세워야 한다. 어디로 갈 것인지, 문 앞에 계단이 있는지, 화장실은 어디에 있는지 미리 확인해 보아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반사작용은 반복을 통해 나의 성격으로 자리를 잡게 됐고, 나는 매사에 주저하거나 망설이는 사람으로 변해 버렸다.(163쪽)

모든 것은 내게 달려 있었다. 항상 그랬다. 수동성 또한 사회적으로 눈에 보이는 태도라는 사실을 깨닫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나는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행동의 제약이 많지만, 그 때문에 수동적일 필요는 없다는 것을 깨달아야만 했다. 캘리포니아에서 잠시 살았던 것은 이것을 깨닫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그곳에서 미소 짓는 것을 배웠고, 내 목소리를 잘 사용해야 한다는 것도 배웠다. 나는 내 삶을 직접 연출하는 것을 배웠다.(201쪽)

수하물 검색대를 통과한 후, 이다는 다시 나를 홀로 내 버려 두고 어디론가 가 버렸다. 내가 홀로 움직이는 것에 익숙해져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 나는 전동 휠체어에 앉아 있을 때면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원하는 곳으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다. 하지만 수동 휠체어에 앉아 있을 때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다를 큰 소리로 부르는 순간, 살짝 양심의 가책을 느꼈다. 내 목소리를 들은 이다가 당황하고 난처해할 거라는 걸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마치 커다란 비눗방울을 바늘로 터뜨리는 듯한 느낌이었다. 우리는 그 비눗방울 속에서는 다른 여느 연인들처럼 지낼 수 있었다. 하지만 우리는 여느 연인들과는 같을 수가 없다. 우리는 우리일 뿐.(209쪽)

나는 수술실에 함께 들어갈 수 없었다. 내게 맞는 의료용 보호복은 있었으나 휠체어를 덮을 만한 보호 덮개는 없었기 때문이다. 수술실에 허락된 사람은 마리였다. 나와 이다의 첫아들을 가장 먼저 보고 안았던 사람도 마리였다. 하지만 우리는 이미 이런 일이 생길 것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무슨 일이 생기든 이다가 혼자 있지 않도록 마리에게 도와 달라고 부탁했던 것도 우리였다. 우리는 믿었고, 희망을 가졌고, 계획을 세웠다.(230쪽)

구매가격 : 14,400 원

배짱 좋은 여성들

도서정보 : 힐러리 로댐 클린턴, 첼시 로댐 클린턴 | 2022-07-14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배짱 좋은 여성들
용기와 극복에 관한 가슴 떨리는 이야기들

대담하고 호기로운 여성들의 삶과 꿈, 도전과 희망
현실에 맞서고, 의문을 던지고, 목표를 이루는 여성들

역사가 가르쳐준 교훈이 하나 있다면 그것은 바로
세상에는 항상 배짱 좋은 여성들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절대로 이 책이 마침표가 되어서는 안 된다. (…) 배짱 있는 여성들을 위하여 건배! 우리가 그들을 알고, 우리가 그들이 되며, 우리가 그들을 키워낼 수 있기를! 아울러 우리가 그들에게 감사하고 그들을 기념할 수 있기를. _서문에서

야망 있는 모든 여성들을 위하여
Boys, be ambitious!(소년들이여, 야망을 가져라!) 영어 교재에서 한 번씩은 인용되는 이 유명한 문구도 중요한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 바로 소년기(少年期)를 보내는 인구의 절반은 여성이라는 것이다. 이처럼 여성의 성장과 이에 수반되는 시련, 차별, 그리고 성취는 역사에서 지워지기 일쑤이며, 위인전에서 여성의 위치는 보조적인 데에서 그치거나 온화하고 순종적인 기존의 성역할에 고착되어 있다. 67대 미 국무장관 힐러리 로댐 클린턴과 그의 딸 첼시 클린턴은 이러한 상황 속에서 인생의 귀감이 된 수많은 여성의 이야기를 세상에 풀어놓는다.


다양한 분야에서의 눈부신 활약
여성의 권리와 기회 보장은 여전히 21세기의 과업으로 남아 있다. 아직 해야 할 일이 많기는 하지만, 역사적으로, 그리고 전 세계적으로 여성들은 상상할 수 있는 가장 극렬한 저항을 물리치고 승리를 쟁취해 우리에게 발전을 가져다줬다. 이 책은 그 여성들과 그들의 업적에 관한 이야기이다.
그들은 과연 어떻게 어려움을 이겨냈을까? 답은 이 책에 소개된 여성들 개개인만큼이나 독특하고 다양하다. 시민권운동가 도로시 하이트, LGBTQ 인권운동 선구자 에디 윈저, 수영선수 다이애나 니아드는 어떤 일이 있어도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갔다. 레이철 카슨과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와 같은 작가들은 누구도 감히 말하지 못했던 것에 이름을 붙였다. 역사학자 메리 비어드는 닫혀 있던 문을 열기 위해 재치를 발휘했고, 나무심기운동을 촉발시킨 왕가리 마타이도 롤모델의 중요성을 잘 이해하고 있었다. 해리엇 터브만과 말랄라 유사프자이는 눈앞까지 다가온 공포를 끝끝내 이겨냈다. 이중 거의 모든 여성들은 매우 낙관적이었다. 그들은 자신들의 행동이 변화를 가져오리라고 굳게 믿었고, 그들은 옳았다.
우리에게 그들은 모두 배짱 있는 여성이다. 즉, 현 상황에 맞서고, 어려운 질문을 하고, 일을 완수할 용기를 가진 리더들이다. 이 책은 큰 뜻을 품고 앞으로 나아간 여성들의 이야기를 통해, 험난한 여정이 계속될 것만 같은 순간에 큰 힘이 되어준다.

절대 멈추지 않는 여성들의 이야기
비록 수많은 여성의 다양한 이야기가 이 책 한 권에 담겨 있기는 하지만, 이야기는 결코 끝나지 않았다. 실제로 책에서 언급된 인물들은 성공과 실패 속에서 각자의 자리를 지키며 분투하고 있다. 그들의 이야기가 이 책에 실린 것은 그들의 성취가 아니라 포기하지 않는 도전 정신 때문이며, 다음 세대가 그들의 이야기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각 인물을 소개하며 힐러리 모녀가 들려주는 진솔한 이야기로, 대담하고 용감한 여성에 관한 이 책은 더욱 값지고 소중한 인류의 자산이 된다.

구매가격 : 27,000 원

에덴 컬처 : 우리 세대가 갈망하는 새로운 내일

도서정보 : 요하네스 하르틀 | 2022-07-11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새로운 내일을 위한 인간 생태학

지금 세상에는 디스토피아적인 미래 전망만 가득하고 희망은 고갈되었다. 눈부신 기술혁신과 문화의 발달에도 미래를 낙관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기후변화와 인종차별, 양극화에 대한 근원적인 해법은 없는가?
에덴 2.0은 상처받은 우리 세대가 진정으로 갈망하는 미래를 의미한다. 우리는 심장이 약동하는 세계, 서로 연결되고, 의미가 충만하며, 화해와 너그러움이 가득한 세계를 꿈꾼다. 갈등과 대립, 분노는 당연한 것이 아니다. 철학, 심리학, 종교, 사회학 등 여러 학문을 아우르는 통섭의 자세를 견지하는 이 책은 우리 세대의 깊은 갈망을 포착하고, 인류의 정원을 활력 있게 유지하는 세 가지 영양소 ‘결속’과 ‘의미’와 ‘아름다움’이 공존하고 결합하는 새로운 내일을 제안한다.

구매가격 : 18,400 원

다정한 개인주의자

도서정보 : 김민희 | 2022-07-11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다정한 개인주의자》는 인터뷰 전문 매거진 《topclass》(톱클래스)의 편집장 김민희가 3년여에 걸쳐 X세대(1970년대생)를 연구?분석하며 그들만의 경쟁력과 역할을 다정하면서도 신중한 목소리로 써내려간 책입니다. 1975년생으로서 X세대의 한복판에 서 있는 저자 김민희는 개인주의자 첫 세대 / 이카루스 세대 / 투명인간 세대 / 문화 개척자 세대 / 디지털 첫 세대 / 돛단배 세대 등 열다섯 가지 키워드로 X세대만의 경쟁력을 새롭게 규정하고, 이 첨예한 갈등과 분열의 시대에 X세대가 브릿지 세대로서 해야 할 역할들을 짚고 있습니다. 그가 시도하는 작업은 ‘타세대로부터 규정되고 언급된 제3자의 시각’이 아니라 ‘내가 나를 아는’ 관점에서 X세대를 바라보고, 각 개인의 서사를 모아 하나의 이야기로 확장해나가는 겁니다.

구매가격 : 11,200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