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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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 지바고 1 (세계문학전집 171)

도서정보 : 보리스 파스테르나크 / 문학동네 / 2019년 01월 24일 / EP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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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 사건과 인간 존재의 참담한 간극
삶을 잃어버린 자들에 대한 소환과 애도

『닥터 지바고』는 1905년 혁명 전야부터 1914년 1차세계대전과 이어지는 내전, 1922년 러시아에 세계 최초의 사회주의정권이 수립되기까지 대격변의 시기를 살았던 유리 지바고의 생애를 통해 인간의 존엄과 삶의 가치를 되새기는 작품이다. 시인이자 소설가 파스테르나크의 삶이 투영되어 있으며, 자유롭지 않은 세상의 한계를 뛰어넘어 인간을 인간답게 살게 하는 것이 무엇인가라는 근본적 질문을 던진다. 전대미문의 격동기에 의사로서 시인으로서 앞날을 촉망받던 주인공 유리 지바고의 교양 있고 윤택했던 삶은 현저히 굴절된다. 개인의 생활과 존엄, 인간다운 감정조차 허용되지 않는 수난의 시대였다. 이야기는 자유로운 개인을 상징하는 지바고, 가정을 상징하는 토냐, 강인한 생명력의 표상 라라, 혁명을 대표하는 파샤(스트렐니코프)와 악을 대변하는 코마롭스키를 주축으로 전개되고, 그 밖의 다양한 인물의 상징적인 삶들이 빠른 속도로 교차한다. 그들의 인생은 혁명이라는 열차가 달려간 러시아 격변의 역사와 같은 시간, 같은 레일을 달린다.
『닥터 지바고』가 출간된 뒤 파스테르나크는 소비에트작가연맹에서 제명되는 시련을 겪었고, 작가 생전 모국에서는 출간되지 못하다가 약 삼십 년 후인 1988년에 비로소 출간되었다. 이 소설을 쓰기 전에도 그는 반혁명적 작가라는 꼬리표 때문에 창작활동은 거의 접은 채 번역으로 남은 나날을 잇고 있었다. 『먹구름 속의 쌍둥이』 『방책을 넘어서』 등의 시집을 발표하며 시인으로서 먼저 주목받았던 파스테르나크의 『닥터 지바고』는 냉전시대에 사회주의 체제에 반대하는 선전을 위한 상징적 작품으로 자주 이용되고 거론되었지만, 정작 작가는 결코 그러한 목적으로 이 소설을 쓰지 않았다. 파스테르나크는 정치적인 인물이 아니었다. 그는 체제에 대한 저항으로서가 아니라, 혁명 정부의 냉혹한 검열과 처단으로 사라지거나 죽거나 조국을 떠나간 사람들을 애도하고 그들을 추억하기 위해, 그 혼란 속에서 온전히 살아남은 사람으로서 마음에 진 무거운 빚을 갚기 위해 이 소설을 구상하고 써내려갔다 그리고 그것은 20세기 러시아에서 벌어진 역사적 사건, 소비에트의 들끓었던 역사를 더듬어가는 일이 되었다.
시인의 소설 마지막 17장은 25편의 시로 이루어져 있다. 그는 이 소설을 구상하며 시를 먼저 썼고 나중에 그것을 줄기로 서사를 이어나갔다. 시와 산문의 혼합이라는 독특한 형식을 통해 파스테르나크는 심오한 세계관과 자연주의적 인생관을 드러내는 동시에 사람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과 해답을 그만의 독자적인 방식으로 노래했다. 그는 “어리석게 고양된 암담한 인간의 웅변보다 자연의 외관상의 침묵 속으로, 길고 고된 노동의 정적 속으로, 깊은 잠과 진정한 음악 속으로, 영혼의 충만함에서 오는 조용하고 마음이 오가는 무언 속으로 들어”가길 바랐다. 후에 이 소설에 대해 “예술과 복음, 역사 속 개인의 삶, 그 밖의 많은 것에 대한 나의 견해를 표현한 것”이라 말하기도 했다.


결국은 돌아온다,
생명이 있는 모든 존재의 삶이라는 제자리

첫 장면은 이 소설을 통틀어 가장 의미심장하다. 어머니의 무덤가에서 소년 유리 지바고는 흐느껴 운다. 장례 행렬에 길을 비켜주는 행인들은 누구의 장례냐고 묻는다. “지바고의 장례”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주인공의 성 지바고(Живаго)는 러시아어와 교회슬라브어의 지보이(живой)에서 파생한 것으로, ‘생명이 있는, 살아 있는’ 모든 것을 뜻하며, 이것은 살아 있는 자의 장례와도 같았던 암울한 현실, 민중에게 닥친 죽음과도 같은 미래를 의미한다. 이때부터 유리 지바고의 삶에서 ‘안전’은 모조리 파괴되었고, 그는 그것을 아내와 가족에게서, 사랑하는 여자에게서, 시에서, 예술에서, 대자연에서, 노동에서, 복음서에서 찾으려 한다.
고리키와 숄로호프의 소설처럼 『닥터 지바고』 역시 러시아 혁명이 낳은 소설이었다. 또한 『닥터 지바고』는 러시아 역사상 가장 어두운 시기라 일컬어지던 스탈린 체제 때 쓰였다. 그러나 파스테르나크는 대부분의 소비에트 작가들처럼 혁명의 한복판에서 외부의 진폭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톨스토이 소설 세계로, 인본적인 세계로 돌아갔다. 그의 목표는 자유정신을 되찾고 현대의 정신에 러시아 정신을 부여하는 것이었다. 파스테르나크가 살았던 시대 분위기를 감안할 때 톨스토이 소설 세계로의 귀환은 그야말로 해방적 행동이었다. 유리 지바고는 톨스토이의 인물들처럼 자연과 예술을 사랑하고, 묵상하는 삶을 추구하고, 인간 삶의 연속성을 주장한다. 또한 자유롭지 않은 세상의 사회적 한계를 뛰어넘어 인간이 가질 수 있는 의식적인 희열에 대해 이야기한다. 때문에 이 소설에서 볼셰비키 혁명은 결코 정면으로 묘사되는 법이 없고, 일련의 사건들에 대한 묘사도 지극히 짧다. 하지만 소설은 끝까지 시대의 우울함과 긴장감을 놓지 않는다. 추운 겨울 장작을 구하기 위해 썰매를 끌고 거리를 헤매는 사람들, 식량징발에 굶주릴 대로 굶주려 땅속에 감자를 숨기는 사람들, 거리에서 벌어지는 총격전, 조금이라도 먼 곳으로 피난하기 위해 아우성치며 열차에 오르는 사람들. 변혁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결코 혁명에 흡수되지 않았던 러시아 인텔리겐치아를 대표하는 인물 지바고 역시 그를 심판하려는 자들을 피해 자유가 있을 만한 더 먼 곳 더 조용한 곳으로 떠나지만, 그의 바람은 번번이 어긋나고, 계획은 실패하고, 재앙이 잇따른다.

기나긴 중단 후에 일어난 최초의 진정한 사건은 현기증이 날 것 같은 열차를 타고 집으로 가고 있다는 것, 온전히 살아남아 돌멩이 하나까지 그리운 집을 향해 간다는 것이었다. 그것이 바로 인생이고, 그것이 바로 경험이며, 그것이 바로 모험하는 자들이 좇고 있었던 것이고, 그것이 바로 예술이 추구하는 것이었다?혈육에게 돌아가는 것, 자기 자신으로의 복귀, 존재의 회복. (1권, 257쪽)

노벨문학상은 파스테르나크의 운명에서 비극적인 역할을 했지만, 소설의 세계적인 명성에 공헌했다(한림원은 그의 수상 거부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1989년 그의 아들이 대리 수상했다.) 또한 1965년 데이비드 린 감독, 오마 샤리프, 줄리 크리스티 주연의 동명 영화가 크게 성공하면서 눈 덮인 시베리아 벌판, 끝없이 달려가는 열차는 오랫동안 러시아의 상징이 되었다. 『닥터 지바고』는 20세기의 가장 중요한 러시아 문학작품의 하나로 인식되고 있으며, 소비에트시대 이후의 독자들에게는 예술가의 전체주의 권력에 대한 저항의 상징으로도 읽히고 있다. 가장 절박하고 절망적인 시대에 쓰인 만인을 향한 인간적이고 예술적인 증언이자 삶의 힘과 인간의 존엄을 되새기는 이 소설은 러시아문학의 황금시대를 잇는 가교이자, 사회주의 리얼리즘 문학들과 궤를 달리하는 독보적인 작품으로 널리 사랑받고 있다.


1958년 노벨문학상
타임 선정 ´20세기 최고의 책 100권´
미국대학위원회 선정 SAT 추천도서


*사랑에 대한 이 위대한 이야기는 어떤 당파에도 속하지 않는 보편적이고 전 세계적인 소설이다. _알베르 카뮈

*혁명 이후 러시아에서 나온, 천재의 첫번째 작품. _빅터 소든 프리쳇(소설가, 평론가)

*우리 시대의 가장 의미 있는 소설. 나는 노벨상위원회가 특정한 정치적 고려로 파스테르나크에게 상을 주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의 소설은 그 자체로 자격이 있다. _프랑수아 모리아크

*러시아 고전의 밀도 있는 관조와 사색은 어떤 열매를 맺을 수 있는가? 파스테르나크의 소설은 이 질문에 대한 첫번째 답이다. _이탈로 칼비노(평론가)

*『닥터 지바고』는 인간의 문학적, 도덕적 역사에서 일어난 가장 위대한 사건 중 하나다._에드먼드 윌슨(평론가)

*푸시킨의 『예브게니 오네긴』이 ‘시로 쓴 소설’이라면 파스테르나크의 『닥터 지바고』는 ‘소설로 쓴 시’다. 지바고는 구시대의 압제와 폭력 혁명이 맞부딪쳤던 격동의 시대를 살았다. 미래를 위해 현재의 삶을 저당잡힐 수밖에 없었던 시대에 그는 삶을 살고자 했다. 그리고 그가 남긴 시가 그의 삶이 되었다. 『닥터 지바고』는 파스테르나크가 살아가야 했던 시대의 증언이자 서정적 기록이다. 무엇이 삶이고 혁명이며 시인가를 우리는 다시 생각한다. 『닥터 지바고』를 읽는 것은 들판을 건너는 일이 아니다. _이현우(『로쟈의 인문학 서재』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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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 지바고 2 (세계문학전집 172)

도서정보 : 보리스 파스테르나크 / 문학동네 / 2019년 01월 24일 / EPUB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역사적 사건과 인간 존재의 참단한 간극
삶을 잃어버린 자들에 대한 소환과 애도

『닥터 지바고』는 1905년 혁명 전야부터 1914년 1차세계대전과 이어지는 내전, 1922년 러시아에 세계 최초의 사회주의정권이 수립되기까지 대격변의 시기를 살았던 유리 지바고의 생애를 통해 인간의 존엄과 삶의 가치를 되새기는 작품이다. 시인이자 소설가 파스테르나크의 삶이 투영되어 있으며, 자유롭지 않은 세상의 한계를 뛰어넘어 인간을 인간답게 살게 하는 것이 무엇인가라는 근본적 질문을 던진다. 전대미문의 격동기에 의사로서 시인으로서 앞날을 촉망받던 주인공 유리 지바고의 교양 있고 윤택했던 삶은 현저히 굴절된다. 개인의 생활과 존엄, 인간다운 감정조차 허용되지 않는 수난의 시대였다. 이야기는 자유로운 개인을 상징하는 지바고, 가정을 상징하는 토냐, 강인한 생명력의 표상 라라, 혁명을 대표하는 파샤(스트렐니코프)와 악을 대변하는 코마롭스키를 주축으로 전개되고, 그 밖의 다양한 인물의 상징적인 삶들이 빠른 속도로 교차한다. 그들의 인생은 혁명이라는 열차가 달려간 러시아 격변의 역사와 같은 시간, 같은 레일을 달린다.
『닥터 지바고』가 출간된 뒤 파스테르나크는 소비에트작가연맹에서 제명되는 시련을 겪었고, 작가 생전 모국에서는 출간되지 못하다가 약 삼십 년 후인 1988년에 비로소 출간되었다. 이 소설을 쓰기 전에도 그는 반혁명적 작가라는 꼬리표 때문에 창작활동은 거의 접은 채 번역으로 남은 나날을 잇고 있었다. 『먹구름 속의 쌍둥이』 『방책을 넘어서』 등의 시집을 발표하며 시인으로서 먼저 주목받았던 파스테르나크의 『닥터 지바고』는 냉전시대에 사회주의 체제에 반대하는 선전을 위한 상징적 작품으로 자주 이용되고 거론되었지만, 정작 작가는 결코 그러한 목적으로 이 소설을 쓰지 않았다. 파스테르나크는 정치적인 인물이 아니었다. 그는 체제에 대한 저항으로서가 아니라, 혁명 정부의 냉혹한 검열과 처단으로 사라지거나 죽거나 조국을 떠나간 사람들을 애도하고 그들을 추억하기 위해, 그 혼란 속에서 온전히 살아남은 사람으로서 마음에 진 무거운 빚을 갚기 위해 이 소설을 구상하고 써내려갔다 그리고 그것은 20세기 러시아에서 벌어진 역사적 사건, 소비에트의 들끓었던 역사를 더듬어가는 일이 되었다.
시인의 소설 마지막 17장은 25편의 시로 이루어져 있다. 그는 이 소설을 구상하며 시를 먼저 썼고 나중에 그것을 줄기로 서사를 이어나갔다. 시와 산문의 혼합이라는 독특한 형식을 통해 파스테르나크는 심오한 세계관과 자연주의적 인생관을 드러내는 동시에 사람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과 해답을 그만의 독자적인 방식으로 노래했다. 그는 “어리석게 고양된 암담한 인간의 웅변보다 자연의 외관상의 침묵 속으로, 길고 고된 노동의 정적 속으로, 깊은 잠과 진정한 음악 속으로, 영혼의 충만함에서 오는 조용하고 마음이 오가는 무언 속으로 들어”가길 바랐다. 후에 이 소설에 대해 “예술과 복음, 역사 속 개인의 삶, 그 밖의 많은 것에 대한 나의 견해를 표현한 것”이라 말하기도 했다.


결국은 돌아온다,
생명이 있는 모든 존재의 삶이라는 제자리

첫 장면은 이 소설을 통틀어 가장 의미심장하다. 어머니의 무덤가에서 소년 유리 지바고는 흐느껴 운다. 장례 행렬에 길을 비켜주는 행인들은 누구의 장례냐고 묻는다. “지바고의 장례”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주인공의 성 지바고(Живаго)는 러시아어와 교회슬라브어의 지보이(живой)에서 파생한 것으로, ‘생명이 있는, 살아 있는’ 모든 것을 뜻하며, 이것은 살아 있는 자의 장례와도 같았던 암울한 현실, 민중에게 닥친 죽음과도 같은 미래를 의미한다. 이때부터 유리 지바고의 삶에서 ‘안전’은 모조리 파괴되었고, 그는 그것을 아내와 가족에게서, 사랑하는 여자에게서, 시에서, 예술에서, 대자연에서, 노동에서, 복음서에서 찾으려 한다.
고리키와 숄로호프의 소설처럼 『닥터 지바고』 역시 러시아 혁명이 낳은 소설이었다. 또한 『닥터 지바고』는 러시아 역사상 가장 어두운 시기라 일컬어지던 스탈린 체제 때 쓰였다. 그러나 파스테르나크는 대부분의 소비에트 작가들처럼 혁명의 한복판에서 외부의 진폭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톨스토이 소설 세계로, 인본적인 세계로 돌아갔다. 그의 목표는 자유정신을 되찾고 현대의 정신에 러시아 정신을 부여하는 것이었다. 파스테르나크가 살았던 시대 분위기를 감안할 때 톨스토이 소설 세계로의 귀환은 그야말로 해방적 행동이었다. 유리 지바고는 톨스토이의 인물들처럼 자연과 예술을 사랑하고, 묵상하는 삶을 추구하고, 인간 삶의 연속성을 주장한다. 또한 자유롭지 않은 세상의 사회적 한계를 뛰어넘어 인간이 가질 수 있는 의식적인 희열에 대해 이야기한다. 때문에 이 소설에서 볼셰비키 혁명은 결코 정면으로 묘사되는 법이 없고, 일련의 사건들에 대한 묘사도 지극히 짧다. 하지만 소설은 끝까지 시대의 우울함과 긴장감을 놓지 않는다. 추운 겨울 장작을 구하기 위해 썰매를 끌고 거리를 헤매는 사람들, 식량징발에 굶주릴 대로 굶주려 땅속에 감자를 숨기는 사람들, 거리에서 벌어지는 총격전, 조금이라도 먼 곳으로 피난하기 위해 아우성치며 열차에 오르는 사람들. 변혁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결코 혁명에 흡수되지 않았던 러시아 인텔리겐치아를 대표하는 인물 지바고 역시 그를 심판하려는 자들을 피해 자유가 있을 만한 더 먼 곳 더 조용한 곳으로 떠나지만, 그의 바람은 번번이 어긋나고, 계획은 실패하고, 재앙이 잇따른다.

기나긴 중단 후에 일어난 최초의 진정한 사건은 현기증이 날 것 같은 열차를 타고 집으로 가고 있다는 것, 온전히 살아남아 돌멩이 하나까지 그리운 집을 향해 간다는 것이었다. 그것이 바로 인생이고, 그것이 바로 경험이며, 그것이 바로 모험하는 자들이 좇고 있었던 것이고, 그것이 바로 예술이 추구하는 것이었다?혈육에게 돌아가는 것, 자기 자신으로의 복귀, 존재의 회복. (1권, 257쪽)

노벨문학상은 파스테르나크의 운명에서 비극적인 역할을 했지만, 소설의 세계적인 명성에 공헌했다(한림원은 그의 수상 거부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1989년 그의 아들이 대리 수상했다.) 또한 1965년 데이비드 린 감독, 오마 샤리프, 줄리 크리스티 주연의 동명 영화가 크게 성공하면서 눈 덮인 시베리아 벌판, 끝없이 달려가는 열차는 오랫동안 러시아의 상징이 되었다. 『닥터 지바고』는 20세기의 가장 중요한 러시아 문학작품의 하나로 인식되고 있으며, 소비에트시대 이후의 독자들에게는 예술가의 전체주의 권력에 대한 저항의 상징으로도 읽히고 있다. 가장 절박하고 절망적인 시대에 쓰인 만인을 향한 인간적이고 예술적인 증언이자 삶의 힘과 인간의 존엄을 되새기는 이 소설은 러시아문학의 황금시대를 잇는 가교이자, 사회주의 리얼리즘 문학들과 궤를 달리하는 독보적인 작품으로 널리 사랑받고 있다.


1958년 노벨문학상
타임 선정 ´20세기 최고의 책 100권´
미국대학위원회 선정 SAT 추천 도서

*사랑에 대한 이 위대한 이야기는 어떤 당파에도 속하지 않는 보편적이고 전 세계적인 소설이다. _알베르 카뮈

*혁명 이후 러시아에서 나온, 천재의 첫번째 작품. _빅터 소든 프리쳇(소설가, 평론가)

*우리 시대의 가장 의미 있는 소설. 나는 노벨상위원회가 특정한 정치적 고려로 파스테르나크에게 상을 주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의 소설은 그 자체로 자격이 있다. _프랑수아 모리아크

*러시아 고전의 밀도 있는 관조와 사색은 어떤 열매를 맺을 수 있는가? 파스테르나크의 소설은 이 질문에 대한 첫번째 답이다. _이탈로 칼비노(평론가)

*『닥터 지바고』는 인간의 문학적, 도덕적 역사에서 일어난 가장 위대한 사건 중 하나다._에드먼드 윌슨(평론가)

*푸시킨의 『예브게니 오네긴』이 ‘시로 쓴 소설’이라면 파스테르나크의 『닥터 지바고』는 ‘소설로 쓴 시’다. 지바고는 구시대의 압제와 폭력 혁명이 맞부딪쳤던 격동의 시대를 살았다. 미래를 위해 현재의 삶을 저당잡힐 수밖에 없었던 시대에 그는 삶을 살고자 했다. 그리고 그가 남긴 시가 그의 삶이 되었다. 『닥터 지바고』는 파스테르나크가 살아가야 했던 시대의 증언이자 서정적 기록이다. 무엇이 삶이고 혁명이며 시인가를 우리는 다시 생각한다. 『닥터 지바고』를 읽는 것은 들판을 건너는 일이 아니다. _이현우(『로쟈의 인문학 서재』 저자)

구매가격 : 10,200 원

왕은 안녕하시다 1

도서정보 : 성석제 / 문학동네 / 2019년 01월 21일 / EP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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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무적 입담의 최고봉!

근엄한 역사를 뒤집는, 웃기고 울리는 이야기 한판

이것은 성석제만이 쓸 수 있는 역사소설이다. _권희철(문학평론가)





가히 따를 자가 없는 천하무적의 입담과 해학, 절대고수의 반열에 오른 이야기꾼 성석제가 신작 『왕은 안녕하시다』로 돌아왔다. 『투명인간』 이후 5년 만의 장편소설이자 원고지 3천 매에 달하는 본격 대작 역사소설로, 문학동네 네이버 카페에서 전반부를 연재한 뒤 오랜 시간을 들여 후반부를 새로 쓰고 전체를 대폭 개고해 완성했다. 조선 숙종 대를 배경으로 우연히 왕과 의형제를 맺게 된 주인공이 시대의 격랑 속에서 왕을 지키기 위해 종횡무진하는 모험담이 특유의 흥겹고 유장한 달변으로 펼쳐진다. 묵직한 역사소설과 날렵한 무협소설을 넘나드는 분방한 이야기 속에 역사의 흐름과 권력의 맨얼굴, 당대를 살아간 보통 사람들의 희로애락이 손에 잡힐 듯 생생하다. 인간과 역사, 웃음과 눈물이 어우러진 한바탕 신나는 놀이, 그야말로 ‘성석제만이 쓸 수 있는 역사소설’(문학평론가 권희철)이다.





“그래, 너는 너를 지켜라. 나 또한 너를 지키리니.”

조선 제일의 파락호, 왕의 의형제가 되다!



주인공 성형은 한양에서 제일가는 기생방 주인인 할머니 덕에 놀고먹는 “장안에 호가 난 알건달에 파락호”. 이야기는 그가 어느 날 우연히 비범한 풍모의 꼬마를 만나 그와 의형제를 맺으면서 시작된다. 알고 보니 꼬마는 장차 대위를 이을 세자(숙종)였고, 얼마 뒤 그가 열네 살 어린 나이에 왕위에 오르자 성형은 졸지에 그림자처럼 왕의 주위에 머물며 왕을 지키는 왕의 최측근이 된다.



나는 한날한시에 죽기로 한 우리 두 사람의 맹약을 결코 저버리지 않을 거야. 이제부터 형은 언제나 내 곁에 가까이 있으면서 (…) 내 편이 되어줘야 해. 그래서 형이 간절하게 필요해. 무엇이든 털어놓을 수 있는 사람, 나를 위해 무슨 일이든 해줄 수 있는 사람이.(1권 66~67쪽)



어린 왕이 남인과 서인으로 나뉘어 목소리를 높이는 조정 신하들 사이에서 위태로운 왕위를 지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가운데, 성형은 궁궐 안팎을 오가며 각계각층의 사람살이를 경험하고 왕을 둘러싼 여러 인물들을 판별하며 왕의 안위를 위해 동분서주한다. 이야기의 바탕이 되는 숙종 연간의 정치사가 권력의 중심이 남인에서 서인으로, 다시 남인으로, 다시 서인으로 뒤바뀌는 세 차례의 어지러운 환국으로 점철되어 있으며, 그 과정에 희빈 장씨의 등장에서 폐비, 인현왕후의 복위로 이어지는 왕실의 권력투쟁이 얽혀 있음은 익히 아는 바. 하지만 왕의 숨은 형으로 암약하는 가상의 인물, 시정잡배 출신답게 지체 높은 이들에게 고분고분한 법이 없는 성형의 눈과 귀에 포착되고 그의 입으로 전해지는 이야기를 통해 익숙한 역사적 소재는 흥미진진한 이야깃거리로 탈바꿈한다.

성형은 자신의 정체를 감춘 채 권력의 향방을 가르는 결정적인 국면을 목도하거나 은밀히 그에 개입하며, 할머니의 배경과 인맥을 바탕으로 장사 수완을 발휘해 왕실의 재산을 불리는 데 힘쓰기도 한다. 진기한 칼을 얻어 위기에 처한 왕의 목숨을 구하기도 하고, 청나라의 무예 고수와 대결을 벌이는 활약도 펼친다. 『구운몽』과 『사씨남정기』를 쓴 김만중을 형님으로 모시며 가까이하기도 하고, 강직한 선비로 이름높은 박태보를 지켜보며 흠모하기도 하고, 훗날 희빈 장씨가 될 장옥정에게 연심을 품기도 한다. 종횡무진 숨가쁘게 이어지는 사건의 갈피마다 성석제 특유의 능청스러운 유머가 곁들여져 이야기의 완급을 조절하면서 읽기를 쉬이 멈출 수 없게 한다.





“한 사람이 천 사람, 만 사람의 뜻을 이길 수는 없어요.”

시대의 격랑 속에서 기필코 살아남으려는 사람들…

그들의 슬픔과 기쁨이 끝내 역사를 바꾼다



왕과 왕을 둘러싼 세력들 사이의 갈등과 암투, 대립과 이합집산이 거듭되면서, 주인공 성형과 갖가지 인연으로 맺어진 이들의 운명도 권력의 향방에 따라 부침을 거듭한다. 왕은 어느덧 자신의 자리를 위해 숱한 목숨을 마음대로 좌지우지하는 두려운 존재가 되어가고, 성형과 왕의 관계도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한다. 그렇게 『왕은 안녕하시다』는 왕의 의형제 성형의 모험담인 동시에 권력의 본질에 관한 이야기로 다가온다. 명분과 도리, 왕의 말 한마디와 신하와 유생의 상소 한 장이 엄청난 위력을 지닌 무기가 되어 진퇴와 생사를 가르고, 진위를 알 수 없는 소문이 민심을 움직이고 어느새 실체가 되어 드러나는 과정이 신랄하게 그려진다. 숙적을 끝내 죽음으로 몰고야 마는 잔인한 권력의 맨얼굴과, 그럼에도 대의를 위해 목숨을 기꺼이 내놓는 이들의 결기가 선명하게 맞부딪친다.



“한 사람이 천 사람, 만 사람의 뜻을 이길 수는 없어요. 한 사람의 뜻이 아무리 지당하고 그가 아는 게 많다고 하여도 언제나 옳을 수는 없고. 한 사람을 이기려 하기보다는 만인을 얻어야죠. 그러면 저절로 그 한 사람을 이기게 돼요.”(1권 171쪽)



그러면서도 『왕은 안녕하시다』는 역사가 결국 뭇사람들의 오욕칠정에 관한 이야기라는 점을 잊지 않는다. 당대의 정세와 경제, 문화뿐 아니라 세태와 풍속, 보통 사람들의 생활상과 음식과 시정의 패설과 속요에 대한 관심이 이야기의 바탕에 짙게 깔려 있는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그 생생한 무대 위에서 어떤 이는 웃고 어떤 이는 웃으며, 누군가는 누군가를 살리기 위해 애쓰고, 어떤 이는 사라지고 어떤 이는 남는다는 것, 그러면서 세상과 사람은 조금씩 다른 것이 되어간다는 것. 그렇게 성형의 이야기는 곧 작가의 말처럼 “역사에서 흔적을 찾아볼 수는 없지만 역사의 흐름을 바꾸거나 역사 그 자체가 된 무명 또는 익명의 존재”(‘작가의 말’)에 관한 이야기로 다가온다.

그런 점에서 이 이야기가 노량진 헌책방에서 구한 『국역 연려실기술』 전집 사이에 끼어 있던, 여러 사람이 보태고 고쳐 쓴 원고를 소설 속 작가가 다시 고쳐 쓴 것이라는 설정도 흥미롭다. 마치 원래 이야기란 것이 그렇게 생겨난 것이 아니냐는 듯이. 어떻게든 ‘살려 애쓰고 애써 살아내어’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남기려는 사람들의 뜻이, 그것이 실제이든 허구이든, 이어지고 이어져 역사를 만들고 이야기를 만든다는 것, 그것이 어쩌면 『왕은 안녕하시다』가 우리에게 보여주는 성석제식 이야기, 성석제식의 역사일지도 모른다. 웃기지만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슬프지만 마냥 울게 되지만은 않는, 끝내 알 수 없는 뭉클함이 남는 이야기, 그야말로 성석제만이 쓸 수 있는 이야기다.











역사에서 흔적을 찾아볼 수는 없지만 역사의 흐름을 바꾸거나 역사 그 자체가 된 무명 또는 익명의 존재를 주인공으로 하는 소설을 써보려고 한 건 기억하기 힘들 정도로 오래되었다. 악습을 무너뜨리고 불합리한 체제에 균열을 낸 그들은 치열한 생존경쟁에서 살아남아 스스로의 유전자를 후손에게 물려주었는데, 그 후손이 바로 현재의 우리 자신이다. 결국 이 소설은 나, 또는 우리 조상에 관한 이야기이다. _‘작가의 말’에서



『왕은 안녕하시다』는 물론 ‘역사’소설이다. 그러나 그것은 이 소설이 숙종 연간의 역사적 사실들에 충실히 기초하고 있기 때문이 아니다. 비굴하고도 반항기 어린 어느 하류 인생이 우연한 기회에 어린 세자와 의형제를 맺는 바람에 한 나라의 높고 낮은 온갖 영역들을 두루 경험하는 가운데 그와 그의 주변이 차례로 변화하다가 결국 한 시대의 집합적 변화의 흐름이 제 모습을 드러내도록 하기 때문에, 『왕은 안녕하시다』는 진실한 역사소설이 된다.

『왕은 안녕하시다』는 물론 역사‘소설’이다. 그러나 그것은 이 소설이 역사적 사실들 사이에 가상의 인물을 하나 끼워 넣고 무협지를 연상시키는 모험담으로까지 나아가기 때문이 아니다. 이 모험담이 삶은 그 자체로 살아 움직인다는 것, 인간은 이러한 움직임에 저항하거나 합류하거나 가속화하는 방식으로 저마다의 작은 삶을 결정한다는 것, 그렇게 결정된 작은 삶들은 서로에게 간섭하며 변화를 일으키는 동시에 그러한 변화 전체가 다시 총체화된 삶의 움직임을 다른 방향 다른 진폭으로 출렁거리게 만든다는 것, 이와 같은 삶의 진실과의 한바탕 놀이로까지 나아가기 때문에 『왕은 안녕하시다』는 흥미진진한 역사소설이 된다. 이런 식의 역사소설을 그가 아니면 누가 쓸 수 있을까. _권희철(문학평론가)

구매가격 : 10,200 원

왕은 안녕하시다 2

도서정보 : 성석제 / 문학동네 / 2019년 01월 21일 / EPUB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천하무적 입담의 최고봉!

근엄한 역사를 뒤집는, 웃기고 울리는 이야기 한판

이것은 성석제만이 쓸 수 있는 역사소설이다. _권희철(문학평론가)





가히 따를 자가 없는 천하무적의 입담과 해학, 절대고수의 반열에 오른 이야기꾼 성석제가 신작 『왕은 안녕하시다』로 돌아왔다. 『투명인간』 이후 5년 만의 장편소설이자 원고지 3천 매에 달하는 본격 대작 역사소설로, 문학동네 네이버 카페에서 전반부를 연재한 뒤 오랜 시간을 들여 후반부를 새로 쓰고 전체를 대폭 개고해 완성했다. 조선 숙종 대를 배경으로 우연히 왕과 의형제를 맺게 된 주인공이 시대의 격랑 속에서 왕을 지키기 위해 종횡무진하는 모험담이 특유의 흥겹고 유장한 달변으로 펼쳐진다. 묵직한 역사소설과 날렵한 무협소설을 넘나드는 분방한 이야기 속에 역사의 흐름과 권력의 맨얼굴, 당대를 살아간 보통 사람들의 희로애락이 손에 잡힐 듯 생생하다. 인간과 역사, 웃음과 눈물이 어우러진 한바탕 신나는 놀이, 그야말로 ‘성석제만이 쓸 수 있는 역사소설’(문학평론가 권희철)이다.





“그래, 너는 너를 지켜라. 나 또한 너를 지키리니.”

조선 제일의 파락호, 왕의 의형제가 되다!



주인공 성형은 한양에서 제일가는 기생방 주인인 할머니 덕에 놀고먹는 “장안에 호가 난 알건달에 파락호”. 이야기는 그가 어느 날 우연히 비범한 풍모의 꼬마를 만나 그와 의형제를 맺으면서 시작된다. 알고 보니 꼬마는 장차 대위를 이을 세자(숙종)였고, 얼마 뒤 그가 열네 살 어린 나이에 왕위에 오르자 성형은 졸지에 그림자처럼 왕의 주위에 머물며 왕을 지키는 왕의 최측근이 된다.



나는 한날한시에 죽기로 한 우리 두 사람의 맹약을 결코 저버리지 않을 거야. 이제부터 형은 언제나 내 곁에 가까이 있으면서 (…) 내 편이 되어줘야 해. 그래서 형이 간절하게 필요해. 무엇이든 털어놓을 수 있는 사람, 나를 위해 무슨 일이든 해줄 수 있는 사람이.(1권 66~67쪽)



어린 왕이 남인과 서인으로 나뉘어 목소리를 높이는 조정 신하들 사이에서 위태로운 왕위를 지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가운데, 성형은 궁궐 안팎을 오가며 각계각층의 사람살이를 경험하고 왕을 둘러싼 여러 인물들을 판별하며 왕의 안위를 위해 동분서주한다. 이야기의 바탕이 되는 숙종 연간의 정치사가 권력의 중심이 남인에서 서인으로, 다시 남인으로, 다시 서인으로 뒤바뀌는 세 차례의 어지러운 환국으로 점철되어 있으며, 그 과정에 희빈 장씨의 등장에서 폐비, 인현왕후의 복위로 이어지는 왕실의 권력투쟁이 얽혀 있음은 익히 아는 바. 하지만 왕의 숨은 형으로 암약하는 가상의 인물, 시정잡배 출신답게 지체 높은 이들에게 고분고분한 법이 없는 성형의 눈과 귀에 포착되고 그의 입으로 전해지는 이야기를 통해 익숙한 역사적 소재는 흥미진진한 이야깃거리로 탈바꿈한다.

성형은 자신의 정체를 감춘 채 권력의 향방을 가르는 결정적인 국면을 목도하거나 은밀히 그에 개입하며, 할머니의 배경과 인맥을 바탕으로 장사 수완을 발휘해 왕실의 재산을 불리는 데 힘쓰기도 한다. 진기한 칼을 얻어 위기에 처한 왕의 목숨을 구하기도 하고, 청나라의 무예 고수와 대결을 벌이는 활약도 펼친다. 『구운몽』과 『사씨남정기』를 쓴 김만중을 형님으로 모시며 가까이하기도 하고, 강직한 선비로 이름높은 박태보를 지켜보며 흠모하기도 하고, 훗날 희빈 장씨가 될 장옥정에게 연심을 품기도 한다. 종횡무진 숨가쁘게 이어지는 사건의 갈피마다 성석제 특유의 능청스러운 유머가 곁들여져 이야기의 완급을 조절하면서 읽기를 쉬이 멈출 수 없게 한다.





“한 사람이 천 사람, 만 사람의 뜻을 이길 수는 없어요.”

시대의 격랑 속에서 기필코 살아남으려는 사람들…

그들의 슬픔과 기쁨이 끝내 역사를 바꾼다



왕과 왕을 둘러싼 세력들 사이의 갈등과 암투, 대립과 이합집산이 거듭되면서, 주인공 성형과 갖가지 인연으로 맺어진 이들의 운명도 권력의 향방에 따라 부침을 거듭한다. 왕은 어느덧 자신의 자리를 위해 숱한 목숨을 마음대로 좌지우지하는 두려운 존재가 되어가고, 성형과 왕의 관계도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한다. 그렇게 『왕은 안녕하시다』는 왕의 의형제 성형의 모험담인 동시에 권력의 본질에 관한 이야기로 다가온다. 명분과 도리, 왕의 말 한마디와 신하와 유생의 상소 한 장이 엄청난 위력을 지닌 무기가 되어 진퇴와 생사를 가르고, 진위를 알 수 없는 소문이 민심을 움직이고 어느새 실체가 되어 드러나는 과정이 신랄하게 그려진다. 숙적을 끝내 죽음으로 몰고야 마는 잔인한 권력의 맨얼굴과, 그럼에도 대의를 위해 목숨을 기꺼이 내놓는 이들의 결기가 선명하게 맞부딪친다.



“한 사람이 천 사람, 만 사람의 뜻을 이길 수는 없어요. 한 사람의 뜻이 아무리 지당하고 그가 아는 게 많다고 하여도 언제나 옳을 수는 없고. 한 사람을 이기려 하기보다는 만인을 얻어야죠. 그러면 저절로 그 한 사람을 이기게 돼요.”(1권 171쪽)



그러면서도 『왕은 안녕하시다』는 역사가 결국 뭇사람들의 오욕칠정에 관한 이야기라는 점을 잊지 않는다. 당대의 정세와 경제, 문화뿐 아니라 세태와 풍속, 보통 사람들의 생활상과 음식과 시정의 패설과 속요에 대한 관심이 이야기의 바탕에 짙게 깔려 있는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그 생생한 무대 위에서 어떤 이는 웃고 어떤 이는 웃으며, 누군가는 누군가를 살리기 위해 애쓰고, 어떤 이는 사라지고 어떤 이는 남는다는 것, 그러면서 세상과 사람은 조금씩 다른 것이 되어간다는 것. 그렇게 성형의 이야기는 곧 작가의 말처럼 “역사에서 흔적을 찾아볼 수는 없지만 역사의 흐름을 바꾸거나 역사 그 자체가 된 무명 또는 익명의 존재”(‘작가의 말’)에 관한 이야기로 다가온다.

그런 점에서 이 이야기가 노량진 헌책방에서 구한 『국역 연려실기술』 전집 사이에 끼어 있던, 여러 사람이 보태고 고쳐 쓴 원고를 소설 속 작가가 다시 고쳐 쓴 것이라는 설정도 흥미롭다. 마치 원래 이야기란 것이 그렇게 생겨난 것이 아니냐는 듯이. 어떻게든 ‘살려 애쓰고 애써 살아내어’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남기려는 사람들의 뜻이, 그것이 실제이든 허구이든, 이어지고 이어져 역사를 만들고 이야기를 만든다는 것, 그것이 어쩌면 『왕은 안녕하시다』가 우리에게 보여주는 성석제식 이야기, 성석제식의 역사일지도 모른다. 웃기지만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슬프지만 마냥 울게 되지만은 않는, 끝내 알 수 없는 뭉클함이 남는 이야기, 그야말로 성석제만이 쓸 수 있는 이야기다.











역사에서 흔적을 찾아볼 수는 없지만 역사의 흐름을 바꾸거나 역사 그 자체가 된 무명 또는 익명의 존재를 주인공으로 하는 소설을 써보려고 한 건 기억하기 힘들 정도로 오래되었다. 악습을 무너뜨리고 불합리한 체제에 균열을 낸 그들은 치열한 생존경쟁에서 살아남아 스스로의 유전자를 후손에게 물려주었는데, 그 후손이 바로 현재의 우리 자신이다. 결국 이 소설은 나, 또는 우리 조상에 관한 이야기이다. _‘작가의 말’에서



『왕은 안녕하시다』는 물론 ‘역사’소설이다. 그러나 그것은 이 소설이 숙종 연간의 역사적 사실들에 충실히 기초하고 있기 때문이 아니다. 비굴하고도 반항기 어린 어느 하류 인생이 우연한 기회에 어린 세자와 의형제를 맺는 바람에 한 나라의 높고 낮은 온갖 영역들을 두루 경험하는 가운데 그와 그의 주변이 차례로 변화하다가 결국 한 시대의 집합적 변화의 흐름이 제 모습을 드러내도록 하기 때문에, 『왕은 안녕하시다』는 진실한 역사소설이 된다.

『왕은 안녕하시다』는 물론 역사‘소설’이다. 그러나 그것은 이 소설이 역사적 사실들 사이에 가상의 인물을 하나 끼워 넣고 무협지를 연상시키는 모험담으로까지 나아가기 때문이 아니다. 이 모험담이 삶은 그 자체로 살아 움직인다는 것, 인간은 이러한 움직임에 저항하거나 합류하거나 가속화하는 방식으로 저마다의 작은 삶을 결정한다는 것, 그렇게 결정된 작은 삶들은 서로에게 간섭하며 변화를 일으키는 동시에 그러한 변화 전체가 다시 총체화된 삶의 움직임을 다른 방향 다른 진폭으로 출렁거리게 만든다는 것, 이와 같은 삶의 진실과의 한바탕 놀이로까지 나아가기 때문에 『왕은 안녕하시다』는 흥미진진한 역사소설이 된다. 이런 식의 역사소설을 그가 아니면 누가 쓸 수 있을까. _권희철(문학평론가)

구매가격 : 10,200 원

소년들 (세계문학전집 168)

도서정보 : 앙리 드 몽테를랑 / 문학동네 / 2019년 01월 18일 / EPUB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20세기 프랑스 문단의 총아 몽테를랑이 남긴 ‘인생 작품’


앙리 드 몽테를랑은 소설과 희곡, 에세이 등 다양한 장르에서 수많은 작품들을 남긴 다재다능한 작가다. 아카데미 프랑세즈의 종신회원이었으며, 아카데미 프랑세즈 문학상을 비롯한 유수 문학상들을 수상했고, 4부작 소설 ‘젊은 여성들’ 시리즈로 대대적인 인기를 끌어 수백만 권의 판매고를 올리는 등 비평가들뿐만 아니라 대중들에게도 사랑받았던 20세기 프랑스 문단의 스타였다.

그가 자살로 생을 마감하기 삼 년 전인 1969년에 세상에 내놓은 『소년들』은 50여 년에 걸쳐 완성된 소설로, 그의 삶과 작품 전체의 요약본이라 부르기에 손색이 없다. 집필이 시작된 때는 1914년으로, 소설의 모티브가 된 몽테를랑의 퇴학 사건 이 년 후다. 생트크롸 드 뇌이 콜레주의 철학반 학생이던 몽테를랑은 이 년 후배인 필리프 지켈과 특별한 우정을 나눴다는 이유로 퇴학당한 바 있다. 인생의 한 시점, 십대 시절 일어난 충격적인 사건을 이해하기 위해 오랜 세월 곱씹으며 의미를 찾고자 하는 절대적인 필요에서 나온 작품이기에 『소년들』을 그의 ‘인생 작품’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다.

『소년들』은 사랑의 다채로운 모습을 때로는 유머러스하게, 때로는 감성적이고도 철학적으로 풀어내는 놀라운 소설이다. 주인공 알방 드 브리쿨과 세르주 수플리에의 뜨거운 우정을 중심으로 세르주를 향한 알방의 티 없는 사랑과, 역시 세르주를 사랑하는 드 프라츠 신부의 배타적이고 맹목적인 사랑, 원장 신부가 말하는 신의 사랑과 성스러운 사랑, 알방 어머니의 아들에 대한 사랑 등 사람들이 저마다 사랑을 생각하고 사랑을 하는 다양한 방식을 보여준다. 이러한 사랑의 다양한 양상은 종교와 믿음의 화두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보다 깊은 차원의 철학적 논의로 확장된다. 불문학자 퍼트리샤 오플래허티가 논했듯, 『소년들』은 “신보다는 인간을 믿는 종교적 삶의 방식을 탐색”하는데, 그 방식이란 다름 아닌 사랑이다.



순수하면서도 타락한 천사의 둥지인 소년들의 학교

그곳에서 벌어지는 뜨거운 열정의 변주곡



파르크 콜레주의 철학반 우등생인 알방은 학교를 대표하는 신설 기구인 아카데미의 회원으로 선출된다. 아카데미에 소속된 열 명의 엘리트 학생들은 선배가 자신이 점찍은 후배를 돌보는 ‘보호 그룹’이라는 활동을 시작한다. 알방은 몇 년 전부터 좋아하던 이 년 후배인 세르주에게 몰두해 있던 터라 그를 자신이 보호할 후배로 정한다. 그러면서 둘 사이의 천진무구한 사랑, 특별한 우정이 시작된다. 알방은 이 놀라운 모험을 통해 인생의 신비하고 믿을 수 없는 측면을 차츰 발견하게 된다.

알방은 세르주를 이전에 다니던 에콜 모코르네에서 만났다. 세르주는 태도가 불량스럽고 거칠어서 친구들과 선생들의 미움을 한몸에 받는 아이다. 속절없이 사랑에 빠져버린 알방은 세르주가 빌려준 연필에 입을 맞추고, 세르주가 침을 발라 붙여놓은 이름표를 몰래 떼어오고, 세르주의 머리카락 한줌을 얻어 수납형 펜던트 안에 넣고 다닌다. 세르주가 파르크 콜레주로 전학을 가자 어머니를 설득해 같은 학교로 옮기기까지 한다. 이전에도 타인을 향한 매혹을 경험했던 알방이지만, 세르주에게 느끼는 감정에는 “무언가 매우 흥분되고, 심각하고, 약간 고통스러운 면”이 있다.

알방과 세르주의 관계는 파르크 콜레주의 보호 그룹 아래서 좀더 내밀하고 열정적인 빛깔을 띠게 된다. 어느 목요일 저녁, 어스름이 짙어가는 시간에 알방은 인적이 드문 펠로타 경기장의 탈의실에서 세르주를 만난다. 열정 때문에 어둠 속에서 집게손가락에 피가 나고 외투의 안감이 찢어지기까지 했던 그 만남으로, 알방은 믿을 수 없이 놀라운 무언가에 도달했다고 생각한다. “꿈만 같고”, “존재하는 건 이 순간뿐”이었던 그 경험 후 놀라운 충만감과 행복감이 그를 감싼다. 알방은 생각한다. ‘겁이 날 정도로 행복하다. 나는 그애를 너무 사랑한다. 이렇게 계속된다면 미쳐버릴 거다. 그런데 나는 그렇게 되기를 열렬히 바라고 있다.’

보호 그룹의 분위기는 점차 육체적 쾌락에 몰두하는 방향으로 변해간다. 알방은 보호 그룹의 궁극적인 목적이 후배의 교육, “정신적 고양”이어야 한다고 생각하기에, 세르주와의 관계에서 새생활을 시작하여 다른 학생들의 모범이 되고 콜레주의 분위기를 개혁하기로 결심한다. 순수한 의도에도 불구하고 알방의 개혁에 대한 의지는 다른 친구들의 반감을 산다.

이 커플이 초콜릿 보관실에 단둘이 있을 때, 세르주를 유별나게 예뻐하고 알방에게 질투심과 적의를 품은 드 프라츠 신부가 갑작스레 나타난다. 그는 “파리를 잡기 위해” 둘이서만 있었느냐면서 몰아붙인다. 결국 처음에는 둘의 관계가 종교적 성숙과 자비를 배울 기회가 될 거라며 관대함을 보이던 원장 신부도, 그리고 알방과 친하게 지내려고 애쓰던 친구들 또한 부정하다고 지목당한 이 우정에 등을 돌린다. 퇴학 처분을 받은 알방은 학교 밖에서 세르주와 만나지 않겠다고 드 프라츠 신부에게 약속하고, 순수한 열정만으로 뭐든지 헤쳐나갈 수 있으리라 믿었던 인생의 한 시절이 막 끝났음을 깨닫는다.

파르크 콜레주를 떠난 후 알방은 마음을 달래려 애쓰지만 여전히 슬픔을 피할 수 없고, 이 년이 지난 뒤에도 “여전히 생생하게 피가 흐르는 이 상처”는 아물지 않는다. 그렇지만 이 고통이 완전히 헛된 것만은 아니다. 세월의 흐름에도 불구하고 세르주는 알방에게 “바람조차 건드릴 수 없는 서늘한 저 깊은 곳”에 가라앉아 있는 “강렬한 추억”으로 남았으니 말이다.



“그들은 언제까지나 자신의 열정을 기억할 겁니다. 그리고 종교는 그 열정과 함께 남을 겁니다.” _본문에서



소설 속 인물들이 경험하는 다양한 모습의 사랑은 종교와 믿음의 주제와 엮여 한층 더 다채로운 빛깔을 드러낸다. 몽테를랑은 자신이 무신론자라고 단언했지만 종교가 주요 동기로 작용하는 작품을 여러 편 남겼고, 『소년들』 또한 종교적인 배경을 취하여 가톨릭 학교를 무대로 삼고 있다. 서문에서 작가는 어느 신부가 무신론자 사제라는 이야기를 듣고, 『소년들』 의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말한다.



나는 무신론자 사제에 대한 소설을 구상하기 시작했다. 감히 훌륭한 사제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신자들의 가장 큰 선을 위해, 그리고 그들을 부단히 교화하기 위해 끝까지 임무를 완수하는 사제. 여기에 바로 나 자신, 그리스도교를 느끼면서도 신앙이 없는 나와 같은 사람을 위한 주제가 있었다. (13~14쪽)



종교에 큰 관심이 없는 알방과 세르주, 매우 독실한 원장 신부, 무신론자이면서 신부가 된 드 프라츠 신부 등 종교와 신앙에 대한 태도가 가지각색인 인물들이 사랑의 서사에 또다른 층위를 더한다.

파르크 콜레주의 원장 신부는 자신의 종교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너는 가톨릭이니?’ 하고 묻는 것은 ‘너는 사랑을 믿니?’ 하고 묻는 것과 같다고요.” 사랑을 강조하는 원장 신부의 행보는 보다 긍정적이고 자연스러운 종교를 탐색하려는 작가의 시도로 보이기도 한다. 반면 알방을 퇴학당하게 하는 장본인인 드 프라츠 신부는 신앙심이 전혀 없는데, 어린 소년들 가까이 있을 수 있는 직업을 찾다가 성직에 몸담게 되었다. 사제라는 가면을 쓰고 연기하듯 예식을 거행하는 그에게 종교란 “거대한 속임수”일 뿐이다. 그는 이렇게 생각한다. “가톨릭은 하나의 거짓말이다. 소년들은 거짓말 속에 살고 있었다. 그가 알고 있는 한, 사회적 도덕 또한 하나의 거짓말이었다. 머리가 모자라는 자가 아니라면, 그 누가 가면을 쓰지 않겠는가?” 그런데 평생 표리부동한 생활을 성공적으로 지켜온 그에게 임종의 자리에서 놀라운 변화가 생기는데, 그것 또한 사랑의 신비한 작용이다.

『소년들』은 미학적인 서사를 통해 사랑의 다양한 얼굴을 아우르는 걸작이다. 작품이 보여주는 사랑의 양상은 때로는 코믹하고 때로는 고통스럽지만, 결국에는 달콤씁쓸한 아련함을 독자에게 선사한다. 그와 동시에 소설 속에 배어 있는 종교의 새로운 차원에 대한 몽테를랑의 고민은 『소년들』을 여러 겹의 의미들이 다성악처럼 공명하는 잊을 수 없는 작품으로 승화시킨다.

구매가격 : 11,200 원

싯다르타 (세계문학전집173)

도서정보 : 헤르만 헤세 / 문학동네 / 2019년 01월 18일 / EPUB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헤르만 헤세의 지혜와 사상이 녹아든 걸작
승리자, 긍정하는 자, 극복하는 자 싯다르타의 생애로 형상화한

내면의 자아를 완성해가는 성스러운 구도의 여정

20세기에 가장 널리 읽힌 독일 작가 헤르만 헤세의 지혜와 사상이 녹아든 걸작 『싯다르타』가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73번으로 출간되었다. ‘인도의 시(詩)문학’이라는 부제와 함께 1922년 출간된 이 소설은 어린 시절부터 인도 문화를 비롯한 동양사상에 깊은 관심을 가졌던 헤세의 경험과 세계관이 문학적으로 형상화된 작품이다. ‘싯다르타’는 부처의 아명이나 작품 속에서는 실제 부처와 다른 소설적 인물로 묘사된다. 헤세는 이 작품을 집필하던 중 창작의 위기를 겪고, 일 년여 간의 자기 체험을 거친 후 비로소 소설을 완성했다. 이러한 자신의 경험을 녹여, 헤세는 싯다르타라는 한 인간이 평생에 걸쳐 정신적으로 성장해가는 과정, 세상의 근원을 향해 나아가는 구도의 여정을 그려내 보인다.



동서양을 아우르는 정신적 스승 헤르만 헤세가 그려내는

자기 내면으로 향하는 길



“나는 부처를 수년간 흠모했고 어린 시절부터 인도문학을 읽어왔다. 그들의 사상과 학문에 비하면 내가 인도를 여행한 일은 그저 하찮은 부록이나 삽화에 지나지 않는다.”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읽힌 작가이자 20세기 독일을 대표하는 작가 헤르만 헤세는 1877년 독일 뷔르템베르크의 소도시 칼프에서 태어났다. 아버지 요하네스 헤세는 선교사로, 인도에서 선교 활동을 한 적이 있었고 외조부 역시 선교사이자 저명한 인도학자였다. 이러한 집안환경에서 헤세는 자연스레 동양 문화를 접하고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경건주의적이고 엄격한 기독교적 가풍 속에서, 어릴 적부터 책 읽기를 좋아했던 그는 외조부의 서재에서 많은 책을 읽었다. 『우파니샤드』 『바가바드기타』 같은 힌두교 경전이나 불교 경전을 읽었고, 노자의 『도덕경』을 읽고 아버지와 논할 정도로 동양 문화와 관련된 책들을 탐독했다. 헤세는 명문 신학교에 진학할 만큼 수재였으나 “시인이 아니면 아무것도 되고 싶지 않”았다. 학교의 억압적인 분위기에 적응하지 못했고 보수적인 집안 분위기에도 괴로움을 느꼈으며 양친과의 관계도 원만하지 못했는데, 그런 그에게 동양사상은 치유제가 되어주었다.

1898년 첫 시집 『낭만적인 노래들』을 출간했고, 이후 『페터 카멘친트』 『수레바퀴 아래서』 『크눌프』 『청춘은 아름다워라』 등을 발표하며 작가로서의 입지를 다져나갔다. 에밀 싱클레어라는 필명으로 발표한 『데미안』은 당시 젊은이들에게 커다란 파동을 불러일으켰다. 1911년에는 종교적 영감을 얻고자 친구와 인도 등지로 여행에 나섰고, 이때의 경험을 담아 여행기 『인도에서』를 출간했다. 제1차세계대전의 발발과 더불어 부친의 사망, 아들의 병, 부인과의 별거 등 개인적인 삶의 위기를 겪고, 헤세 자신도 신경쇠약 증세를 보이며 여러 차례에 걸쳐 심리치료를 받았다. 이후 『싯다르타』 『황야의 이리』 『나르치스와 골드문트』 『유리알 유희』 등을 발표하며 활발한 작품활동을 이어갔고, 1946년 괴테상과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대표작 『데미안』 『수레바퀴 아래서』 와 같은 작품들에서 보이듯 그는 주로 자전적 경험을 담은 성장소설로 전 세계 청소년들을 사로잡고, 또 위로해왔다. 『싯다르타』는 헤세가 자신의 개인적 경험과 세계관을 문학적으로 형상화한 소설로, 오로지 자신의 내면의 소리에 귀기울이며 써내려간 작품이다. 인도와 동양 문화에 오래 심취했던 헤세가 자신의 지혜와 사상을 응축시켜 그려낸 “더없이 단순하고 명료하며 순수한, 탐색과 구도에 관한 소설”(커트 보니것)이라 할 수 있다.



대립을 넘어 단일성에 이르는, 헤세의 사상과 지혜의 섬세한 증류

헤르만 헤세 영혼의 전기 『싯다르타』



싯다르타는 산스크리트어로 ‘목적을 달성한 자’라는 뜻이다. 부처의 본명인 고타마 싯다르타에서 가져왔으나 작품 속 싯다르타는 실제 부처와는 다른 소설적 인물로 그려진다. 소설에서는 싯다르타와 고타마가 각각 깨달음을 얻으려 투쟁하는 자와 깨달음을 얻은 자, 두 인물로 분리되어 등장한다.

브라만 계급(인도 카스트 제도에서 가장 높은 계급)의 집안에서 태어난 싯다르타는 어릴 때부터 주위의 관심과 사랑을 한몸에 받는다. 그러나 모두에게 “기쁨의 원천”이면서도 정작 스스로는 자신 안에서 아무 즐거움도 찾을 수 없어, 근원적인 고뇌를 벗어나 본질적인 깨달음을 얻고자 고행길에 나선다. 그는 사문들과 함께 생활하기도 하고 이미 열반에 도달한 고타마를 만나 그의 가르침을 듣기도 하며 유명한 창부와 성공한 상인을 만나 사랑의 쾌락과 부의 만족감을 맛보기도 하지만, 그러한 것들로는 생의 허무에서 벗어나 해탈할 수 없음을 깨닫고 절망한다. 이후 싯다르타는 강의 소리를 듣고 강물 소리로부터 가르침을 얻고자 오랜 시간 그 소리에 주의깊게 귀기울이고, 마침내 삶과 죽음 두 세계가 하나로 이어져 있음을, 그리고 세계를 아우르는 하나의 궁극적 진리, 즉 세계의 대립점들을 하나로 잇는 단일성이 존재함을 깨우친다. 깨달음을 얻은 싯다르타의 얼굴에는 “평생 동안 사랑했던 모든 것” “삶에서 가치 있고 신성했던 모든 것”을 환기시키는 환한 미소가 떠오른다.



“이제는 사랑이야말로 내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라네. 이 세상을 완전히 이해하는 일, 세상을 설명하고 세상을 경멸하는 일, 그것은 위대한 사상가들이 하는 일이겠지. 하지만 내게는 이 세상을 사랑할 수 있는 것, 세상을 경멸하지 않고 세상과 나 자신을 미워하지 않는 것, 세상과 나와 모든 존재를 사랑과 경탄의 마음, 외경심을 품고 바라볼 수 있는 것만이 중요하다네.” _본문에서



『싯다르타』의 집필은 순조롭지 못했다. 헤세는 이 작품을 쓰며 창작의 위기를 겪었는데, 이를 자신의 진정한 체험 부족 탓이라 여겼다. 그는 일 년 정도의 자기 체험을 거치고, 몇 주에 걸친 정신분석 치료를 받은 후에야 다시 집필에 착수해 마침내 작품을 완성할 수 있었고, 그렇게 완성된 소설의 1부를 프랑스 문인 로맹 롤랑에게, 2부는 일본학 학자인 외사촌 빌헬름 군데르트에게 헌정했다. 헤세의 인도 문화와 힌두교 및 불교 사상에의 관심은 소설의 내용뿐 아니라 형식에서도 드러난다. 헤세는 『싯다르타』의 1부를 4장, 2부를 8장으로 구성했는데, 이는 불교에서 말하는 네 개의 성스러운 진리, 사성제(四聖諦)와 팔정도(八正道)와 관련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동양의 종교들에 심취해 서구 종교에 배타적인 입장을 보였던 것은 결코 아니었고, 오히려 그는 자신을 동양과 서양의 가교를 놓는 작가로 여기며 여러 다양한 종교의 공통성을 추출해 이를 하나의 세계종교로 통합하고자 하는 열망을 품고 있었다.



“나는 모든 종파, 인간의 모든 경건성의 형태에서 공통적인 것, 모든 민족적 다양성을 넘어서는 것, 모든 인종과 모든 개인이 믿을 수 있는 것을 규명하고자 했습니다.”



가정이나 학교 같은 안정된 세계에서 부자유스러움과 괴로움을 느끼고 삶의 권태를 예민하게 감각했던 헤세는 평생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데 집중했고, 언제나 인간 본성과 심리적 영역에 주목했다. 자신의 정체성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겪는 내적 갈등은 헤세 작품의 일관된 주제였다. 『싯다르타』는 선과 악, 기쁨과 고통, 삶과 죽음이 분리되어 있지 않고 하나로 이어져 있음을, 삼라만상을 관통하는 단일성이 존재함을 이야기하면서, 한 인간이 우주와 자신을 하나로 보는 범아일여(梵我一如)를 깨닫고 완전한 자기실현에 도달하는 모습을 그려낸다. 정신의 세계에서 출발해 감각의 세계를 거쳐 마침내 열반의 세계에 이르는 싯다르타의 삶, 이미 깨달음을 얻은 부처를 따르는 것이 아니라 자기만의 독자적인 길을 개척해나감으로써 비로소 구원과 완성에 이르는 그의 삶은 우리 모두가 자기 자신의 삶의 방향을 모색하여 자기만의 길을 찾아 나아가야 함을 일러준다.



★ 1946년 괴테상, 노벨문학상

구매가격 : 6,300 원

베개는 얼마나 많은 꿈을 견뎌냈나요 (문학동네시인선 114)

도서정보 : 권민경 / 문학동네 / 2019년 01월 17일 / EP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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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제까지 살아 있는 사람
오늘부터 삶이 시작되었다”
그믐에서 시작된 한낮의 이야기, 권민경 첫 시집

문학동네 시인선 114번째 시집으로 권민경 시인의 『베개는 얼마나 많은 꿈을 견뎌냈나요』를 펴낸다. 2011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시간의 아이러니에 살아 있는 이미지를 부여하는 능력”을 높이 인정받으며 등단한 시인 권민경. 그간 삶을 살아내며, 견뎌내며, 써낸 50편의 시를 데뷔 7년 만에 첫 시집으로 묶어 내어놓는다. 드디어, 라는 수식어를 권민경의 첫 시집에는 꼭 붙여주고 싶다. 폭발적인 에너지로 가득한, 이채로운 감각과 시어가 샘솟기 마련인 첫 시집만의 매력 때문이기도 하지만, 작금의 젊은 시인과 차별화되는 독보적인 감성으로 삶과 몸을 노래하는 시인의 시편을 비로소 한데 모아 하나의 몸으로 선보이기 때문일 터.
총 3부로 나뉜 시집 속 제목의 면면을 살피는 일은 『베개는 얼마나 많은 꿈을 견뎌냈나요』를 읽어내는 키워드이자 한 시인의 몸과 마음의 연대기를 짐작하는 일이기도 하겠다. 「종양의 맛」, 「편도선의 역사」, 「외상 후의 기록」, 「몸과 마음의 고도」, 「펀치 드렁크」. 이는 내밀한 고통이, 병명이, 일순 눈에 들어찬 간판이 시어가 되고 시가 되는 「플라나리아 순간」을 경험하게 되리라는 것을 예감하게 한다. 그리하여 때로는, “상처를 따라 내부로 침입할 수 있”(「알리, 초승달」)음을 우리는 머지않아 알게 될 것이다.

거대한 물혹과 한쪽 난소를 떼어낸 후
고기를 먹을 때면 뒤적거렸어
동물의 아픈 부분을 씹을까 조심스러워
그게 내 몸 같아서
(…)
나는 혹부리 여자
계절마다 새로운 혹이 돋고
모르는 새 유행에 민감해졌네
환자복 입고 딸기 향 립글로스를 발랐지
향기는 소독되고
주택가를 떠도는 애드벌룬
종양은 부푼다
_「종양의 맛」 부분

수술을 앞둔 동생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했다 나도 모르게
남편에게도 한 적 없는 말
그러면서 잘도 혼인했고

건방지게 동병상련이라니
임파선 떼어낸 데가 자꾸 조여와
예민해 있던 과거의 나에게
청혼하는 과정
_「노루생태관찰원」 부분

“도중에 어떤 괴물을 만났더라도, 지금은 기쁘다.
아주 기쁜 일.”
무수한 아픔 속 우거지는 무성한 몸-말

초승달, 하현, 그믐. 때때로 시인은 한껏 사그라든 몸과 마음을 닮은 이미지에 매료되기도 하지만, “우유의 강에 우거진 오이 정글”(「오이 우유」), “너무 튼튼하고 너무 우거진 것들에게 존댓말 하며 노을 지는 먼 휴양지에 아름다운 종려나무시여”(「트라우마와 지구의 끝」), “여름이 와요./ 여긴 우거져요. 내가 있어요.”(「버마로」)와 같이 무성하게 뻗치는 생의 이미지를 포착해 시로 옮기는 일에도 분주하다. “나는 나무의 말을 기록하는 마지막 사람/ 우거지는 유일한 이야기”(「당신의 말을 쓰는 마지막 종족」)를 지어 건네는 사람 권민경. 시인의 특유한 지점은 내밀한 고통을 내밀하게만 기록하는 데 머무르지 않고, 타인과 동물의 아픔이 내 몸 같아서 염려하는, 끝내 살아 있는 것이 되길 바라는, 감정 너머에 생, 살아 있음을 ‘절감’하는 남다른 능력에 있다.

이 시를 읽고 나는 그동안 내가 ‘연대’라는 말을 ‘믿음’ 속에서만 이해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것을 생생한 삶의 풍경으로 살아내지 못했던 것. ‘아는 것’과 ‘느끼는 것’의 차이는 무엇인가? 바다를 아는 자는 바라보는 자이겠으나 바다를 느끼는 자는 헤엄치는 자일 것이다. 바라보는 자에게 바다는 바다에 관한 정의(관념)로 이해되겠지만, 헤엄치는 자에게 바다는 매순간 자신을 휘감는 물결이다. 전자의 바다가 (결정되었기에) 과거의 바다라면, 후자의 바다는 (가변적이기에) 미래의 바다이다. 나는 알려고 했으나 그는 느끼고 있었다.
_신용목(시인), 발문 「시작되지 않고서는 아무것도 아닌 일들이」부분

『베개는 얼마나 많은 꿈을 견뎌냈나요』라는 시집의 제목처럼, 그의 첫 시집 속에는 수많은 꿈을 견뎌낸 자의 말이, 그 생생한 꿈들이 약동하는 이미지로 가득하다. 시인 권민경을 자주 저물었지만, 끝내 농담을 섞어 미소를 건네는 드림캐처(Dreamcatcher)라고 불러도 좋지 않을까? 그의 첫 시집을 읽는 일은 아픈 몸을 함께 사는 것이자 달이 차오르듯 다시금 부푸는 생의 감각을 느끼는 일이 될 것이다. 좋은 시는 온몸으로 쓰는 데 그치지 않고 독자까지 몸으로 읽게 한다. 한껏 떨리는 몸과 마음으로 권민경의 첫 시집을 이제 세상에 내어놓는다.

구매가격 : 7,000 원

고양이 학교 (1부 3권) - 시작된 예언

도서정보 : 김진경 글 김재홍 그림 / 문학동네 / 2019년 01월 15일 / EP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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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함께 애완동물 가게 앞을 지나칠 때였다. 예전 같으면 하얀 토끼나 강아지만을 살펴보았을 아이가 카펫 위에서 몸을 동그랗게 말고 있는 고양이부터 보았다. 심지어 고양이를 무서워하기까지 했던 이 아이 하는 말, "엄마 저 고양이들 정말 귀엽지? 고양이도 한번 길러보고 싶어"였다. 그 순간 아이 마음속으로는 얼마 전에 책을 받자마자 한나절만에 읽어버린 고양이 학교가 스쳐 지나갔을 것이다. 신나게 책을 읽어 나가던 아이를 두고 잠깐 집안 일을 할 때였다. 으아악, 아이가 소리를 질러댔다. 한달음에 아이에게 가봤더니 책을 다 읽고 난 뒤에야 그 책이 시리즈물인 것을 발견하고 고함을 질렀다고 한다. 아이는 얼마나 기다려야 해? 한국에서는 2권이 벌써 출판된 것 아니야? 한국에서 여기까지 책이 오는데 며칠이 걸릴까?라고 전에 없이 칭얼거리는 수준으로 물어댔다. 아이에게 벤쿠버와 한국이 그렇게 멀게 느껴진 적은 아마 없었을 것이다. 결국 나는 아이 보는 앞에서 친구에게 고양이 학교 2권이 나오자마자 보내줘야 한다는 거의 명령에 가까운 메일을 써서 보내야만 했다.
-캐나다에서 온 독자 편지 중에서

이천 년만에 찾아온 아포피스의 날, 서서히 깨어나는 고대 예언의 실체!
아포피스의 날이 내일로 다가오자 고대 마법책의 예언이 하나 둘씩 실현됩니다. 쓰레기 더미가 학교를 덮치고 죽은 자의 환영이 나타나고 마침내 죽음의 문이 열립니다. 일식이 진행되는 동안 버들이 일행은 아리바바와 재회하고 그 순간, 버들이와 러브레터, 민준이와 세나는 친구들(메산이, 바이킹, 스라소니)을 뒤로 한 채 동굴 너머 비밀의 세계로 빨려들게 되는데……. 마법책에도 없는 전혀 상상하지 못한 세계, 그곳에서 무사히 탈출하려면 검은 무사의 눈물 한 방울과 불새의 수수께끼를 풀어야 합니다.


어린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넓고 풍성한 신화와 마법의 세계!
고양이의 혼과 태양의 고양이를 둘러싼 고대 예언, 수정동굴에 얽힌 전설을 중심으로 세계 각국의 고양이들이 펼쳐 가는 고양이 학교 시리즈는 어린이들의 감성을 넓고 풍성한 세계로 이끌어 줍니다. 특히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마법과 모험을 소재로 총 다섯 권을 잇는 커다란 스케일, 15년간 고양이를 기른 경험과 자료를 바탕으로 묘사한 각종 고양이들의 습성, 이집트 신화와 북구 신화, 중국의 수명국 신화와 현무 신화 등 낯선 신화를 어린이들의 눈높이에 맞게 재구성한 역량은 서양의 판타지 동화에 편향될 수밖에 없는 우리 어린이들의 현실을 안타까워 한 작가의 마음에 닿아 있습니다. 한 독자는 "한국의 창작동화라는 점이 맘에 든다"며, "이런 작품도 번역을 해서 세계 시장에 내놓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소감을 전해왔습니다.


고양이 학교 시리즈에 관한 독자 서평과 미디어 서평
고양이 역사가 이다지도 풍부하단 말인가 하고 감탄할 정도로, 이집트 집 고양이들로부터 시작하는 이야기들, 그 이야기들 속에 언뜻언뜻 비치는 세계 각 민족의 신화들이 재미를 드높인다. 화가 김재홍의 삽화는 어떠한가. 빛을 이용한 밤의 분위기의 묘사, 샴 고양이, 노르웨이 숲 고양이, 버마 고양이 등 각양각색의 고양이에 대한 치밀한 묘사, 마치 사람처럼 행동하는 고양이의 몸짓과 표정을 살아있는 것처럼 생생하게 표현해낸다. ― 독자 서평 중에서

우선 고양이라는 동물을 내세운 기지가 엿보이고 뒤따른 특이한 캐릭터들과 한국적이고도 동화적인 내용들이 재미있게 다가왔다. 무엇보다 한국의 창작동화라는 점이 맘에 든다. 이런 작품도 번역을 해서 세계시장에 내놓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 알라딘 독자 서평 중에서

전설과 신화를 끌어들여 속사포처럼 펼쳐대는 고양이의 역사가 흥미진진하다. 표정들을 완벽하게 살려낸 강렬한 삽화들도 볼거리다. 한번 붙잡으면 고양이 학교에 가고 싶은 유혹에서 빠져 나오기 어려울 듯 하다. ―『한겨레』

시인인 필자는 북구 신화와 이집트 신화에서 찾아낸 지혜와 철학적인 야야기를 특유의 감수성으로 터치하면서 수정동굴에 묻힌 ‘멸종된 생물 종’들의 슬픈 기억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국민일보』 15년 넘게 고양이를 길렀다는 작가는 버마 고양이, 샴 고양이, 아비시니안 고양이, 노르웨이 숲 고양이 등 갖가지 고양이의 습성과 생김새 등을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경향신문』

구매가격 : 7,700 원

박씨전·금방울전

도서정보 : 이상구 / 문학동네 / 2019년 01월 15일 / EP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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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씨전』의 작자는 미상이며, 창작 시기는 병자호란으로 인한 전쟁의 상흔이 아직 남은 17세기 후반으로 추정된다. 한편, 『금방울전』은 작자와 창작 연대가 미상인 작품이다. 이 두 소설의 주인공이 탁월한 능력을 마음껏 발휘하는 모습은 당시 여성에 대한 속박을 역설적으로 드러낸다. 또 자유를 열망하며 사회적 제약을 지혜롭게 극복하는 여성들의 삶이 두 소설에 환상적으로 나타난다.
『박씨전·금방울전』 출간으로 문학동네 한국고전문학전집은 지금까지 모두 21권이 출판됐다. 2010년 8월 『서포만필』을 시작으로 꾸준히 출간해온 결실이다. 앞으로도 문학동네 한국문학전집은 계속 출간될 예정이다.

『박씨전』

이득춘과 박처사는 아들 이시백과 딸 박씨를 혼인시키는데, 혼인날 박씨가 천하에 다시없는 추물인 게 드러난다. 이로 인해 시백과 가족들이 박씨를 심하게 박대하자 박씨는 후원에 피화당避禍堂을 짓고 그곳에서 외롭게 살아간다. 그러던 중 박씨가 탁월한 재주를 발휘해 집안을 일으키지만 시백은 박씨의 얼굴을 쳐다보지도 않는다. 이후 박씨는 절세미인으로 변하고 자기 때문에 상사병에 걸린 시백을 꾸짖고 용서한다.
몇 년 후 호국이 조선을 침략할 야욕을 품고 임경업과 박씨를 죽이기로 한다. 이 사실을 미리 감지한 박씨는 기홍대를 피화당으로 유인해 제압하고 호국으로 돌려보낸다. 기홍대를 통해 박씨의 신통한 능력을 전해 들은 호왕과 왕비는 조선에 간신이 있다는 점을 활용해 전략을 세운다. 호국의 계략을 간파한 박씨가 임경업을 불러와 도성을 지켜야 한다고 말하지만, 당시 권력을 장악하던 간신 김자점이 반대하면서 조정은 아무런 대비책을 세우지 않는다.
박씨의 말대로 병자년 섣달에 호국 군사들이 동해를 건너와 곧바로 도성으로 쳐들어온다. 시백은 어쩔 수 없이 임금을 모시고 남한산성으로 피난하며, 박씨는 피화당에서 호장 용울대와 용골대를 쓰러뜨린다. 도성으로 돌아온 임금은 애초에 박씨의 말을 듣지 않은 것을 통탄하고 그녀의 공을 크게 치하한다.


외모에 가려진 능력



『박씨전』에서 박씨는 뛰어난 능력을 지녔지만 추한 외모 때문에 남편 시백에게 박대받는다. 그녀가 술법을 써서 절대가인으로 변모하자 시백은 자신을 냉대하는 박씨 때문에 도리어 상사병에 걸린다. 아내를 외모에 따라 다르게 대하는 그의 태도가 가소롭다. 그러나 박씨는 넓은 도량을 갖춘 인물로, 사람을 알아보지 못한 자신의 식견을 후회하는 시백을 용서한다.

“제가 본래 모습을 감추고 추비한 모습을 한 것은 그대가 미색에 홀리지 않고 한결같은 마음과 바른 정 신으로 힘쓰게 하려는 것이요, 며칠 동안 말을 붙이지 못하게 한 것은 그대의 어진 마음을 돌이키기 위해서입니다.” (본문 60쪽)


병자호란의 패배를 설욕하다

『박씨전』은 병자호란 때 당한 민족적 치욕을 허구적으로나마 설욕하려는 당대 민중의 욕망과 의식이 반영된 작품이기도 하다. 병자호란의 경과와 참상이 비교적 사실적으로 나타나는 『박씨전』에서 박씨가 뛰어난 재주를 발휘해 청나라 자객 기홍대, 호장 용울대와 용골대를 물리치는 장면이 환상적으로 펼쳐진다. 이렇듯 『박씨전』은 역사적 사건과 완전한 허구를 잘 조화시켜 민족적 자존심을 회복한다는 주제의식을 담았다.

전하께서 남한산성으로 피난했는데, 호적이 곧바로 물밀 듯이 들어와 전하와 여러 신하를 생포했다. 호적의 추상같은 호통 한 번에 전하께서 무릎을 꿇고 항서를 써주니, 호적이 곧바로 들어가 왕비와 세자 삼형제를 생포해 장안으로 압송해갔다. (본문 90쪽)


『금방울전』

장원 부부가 꿈속에서 동해용왕의 아들을 구해준 인연으로 아들 해룡을 낳는다. 몇 년 후 전란이 발발하고 장원 부부는 어린 해룡을 업고 피난을 가다가 도적이 뒤쫓아오자 부득이 해룡을 버리고 달아난다. 도적 중에 장삼이라는 사람이 해룡을 데려가서 키우지만, 그의 아내 변씨와 친아들 소룡이 해룡을 학대한다.
한편, 막씨는 꿈에서 옥황상제로부터 아이를 점지받고 금방울(금령金鈴)을 낳는다. 신통한 능력을 지닌 금방울은 어머니 막씨를 도와 온갖 어려운 일을 해낸다. 이후 장원의 부인은 잃어버린 아들 해룡을 그리워하다가 병을 얻어 죽게 되는데, 금방울이 보은초를 가지고 와서 부인을 살린다. 그리고 금방울은 장원 부부와 해룡이 헤어질 때의 장면을 그린 족자를 장원에게 주고 사라진다.
변씨 모자의 학대가 점점 심해져 집을 떠난 해룡은 금방울의 안내를 받으며 산속으로 들어간다. 그곳에서 해룡은 금방울의 도움으로 요괴에게 납치된 금선공주와 시녀들을 구한다. 공주를 다시 만나게 된 황제와 황후는 해룡과 금방울에게 고마워하며, 해룡과 공주의 혼례를 올린다. 이후 금방울은 껍질을 벗고 절대가인으로 변모해 금령소저가 되며, 해룡은 장원을 만나 족자를 통해 두 사람이 부자지간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 소식을 전해 들은 천자는 해룡(위왕)과 금령소저의 혼례를 올려주고, 위왕과 두 왕비는 행복하게 살다가 한날한시에 승천한다.


능동적인 사랑과 자아 실현

『금방울전』에서 금방울은 전생의 인연인 해룡을 찾아나서며 그가 위기에 처할 때마다 구해준다. 신통한 능력을 지닌 금방울은 친부모를 잃은 어린 해룡을 곁에서 보살펴준다. 이밖에도 해룡은 대원수로 출전해 흉노와 맞서 싸울 때 금방울의 도움으로 대승을 거둔다. 『금방울전』은 여성이 능동적으로 자신의 사랑을 표현하고 싶어할 뿐만 아니라 남성과 동등한 능력으로 사회와 국가를 위해 활약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소설이다.

금방울은 무궁무진한 신통력을 발휘해 해룡이 여름에 더워하면 서늘하게 하고, 겨울에 추워하면 덥게 하며, 어려운 일이 있으면 해결해주었다. 이로 인해 해룡은 금방울에게 마음을 붙이고 고달픈 세월을 견뎠다. (본문 134쪽)


금방울은 사람인가 방울인가

가부장적 이념이 강했던 조선시대에 여성에게 강요된 것은 정숙과 순종이었다. 이에 반해 주도적으로 애정을 갈구하는 여성은 탕녀로 치부되었기에 허구적인 소설에서도 여성은 이러한 사회적 제약을 벗어날 수 없었다. 그래서 금방울은 방울이라는 일종의 가면을 쓰고 사회에서 자신의 능력을 마음껏 펼치며 해룡에게 사랑을 표현하고 나서야 그 가면을 벗는다.
방울이라는 이물異物이 주인공이라는 점은 여주인공의 남장보다 비현실적이다. 하지만 남장이 다른 사람을 속인다는 도덕적인 문제로 지적받는다면, 방울은 이 문제에 대해서 자유롭다. 또 우리나라 건국신화의 주인공이 대부분 ‘알’에서 태어나는 것처럼 금방울은 ‘방울’로 태어난다. 신화성까지 내포한 『금방울전』이 그린 여성의 자유로운 삶은 현실성이 더 떨어지므로, 이 같은 신화적 장치는 역설적이게도 당시 여성에 대한 사회적 억압이 그만큼 강했다는 것을 반증한다.

구매가격 : 10,200 원

리지

도서정보 : 에드윈 H. 포터 / 교유서가 / 2019년 01월 15일 / EP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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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죽었어!”
전 세계가 경악한 살인사건, 리지 보든 연대기

리지 보든이 도끼를 들어,
엄마를 마흔 번 후려쳤어.
자기가 한 짓을 본 리지,
이번에는 아빠를 마흔한 번 후려치지.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살인사건 용의자 리지 보든
소설, 드라마, 영화, 뮤지컬 등에 숱하게 등장하는 스토리텔링의 주인공

영화 〈리지〉의 실제 사건
이 책은 1892년 32세 여성이 도끼로 잔인하게 친아버지와 의붓어머니를 살해한 핵심용의자로 지목된 리지 보든 사건을 다룬다. 당시 언론 매체의 발달에 힘입어 뉴스를 전국 단위로 신속하게 전달한 최초의 사례에 속했던 이 사건이 대중에게 던진 충격은 매우 컸다. 부부가 피살된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가 그들의 딸이라는 패륜과 도끼로 살해한 잔혹함 외에도, 모든 정황증거상 리지 보든을 범인으로 지목하지만 물적 증거가 없는 탓에 무죄로 석방되었다. 그 과정에서 당시 종교계와 여권 운동가들이 총집결하여 리지 보든의 무죄를 주장한 것으로 유명하다. 기독교도이고 여성이면 살인자도 결백해지느냐는 비아냥과, 물적 증거 하나 없이 무고하고 가련한 여인을 잔인한 살인자로 몰아간다는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면서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몰고 왔다. 리지 보든이라는 매우 독특한 인물은 지금까지도 논란과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사건 직후 아이들이 줄넘기 놀이를 할 때 즐겨 부르는 동요의 소재로도 사용되었고, 지난 100년간 소설, 영화, 드라마, 음악, 발레, 뮤지컬, 오페라에 이르기까지 장르는 넘나들며 스토리의 원천이 되었다.

팩트와 해설, 4편의 논픽션
이 책은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독특한 소재와 내용인 만큼 리지 보든 사건을 다양한 시각에서 보여주기 위해 책과 신문 기사를 포함한 4편의 논픽션을 엮어 1부와 2부, 부록 2편으로 구성했다. 1부는 사건 당시 폴리버 경찰서의 출입기자이자 사건 현장 근처에서 살았던 에드윈 H. 포터가 사건 발생 직후부터 재판 과정까지 성실하고 꼼꼼하게 취재하고 정리하여 이듬해에 출간한 『폴리버의 비극: 리지 보든 연대기』를 번역한 것이다. 포터의 책은 중요한 팩트와 디테일을 제공함으로써 이 사건에 접근하는 데 훌륭한 자료가 된다. 2부는 하버드대 출신의 사서이자 범죄 관련 논픽션 작가로 유명한 에드먼드 레스터 피어슨이 쓴 『살인 연구』에서 리지 보든 1심 재판에 해당하는 부분을 번역한 내용이다. 1부가 사건의 팩트를 재구성한 것이라면 2부에서는 사건을 어떻게 볼 것인가에 대한 흥미로운 해설을 만날 수 있다. 부록으로 사건을 간략하게 소개하고 정리한 존 앨프러스 왓킨스의 『보든 부부 살인 사건 미스터리』, 〈일러스트레이티드 아메리칸〉의 기사 「리지 보든 재판: 전 세계를 경악시킨 가공할 폴리버 암살에 대한 소묘」 두 편을 실었다.

구매가격 : 12,000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