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신랑

도서정보 : 조진태 번역 | 2017-09-22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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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게, 와트슨. 인생이라는 것은 인간의 머리로는 다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묘한 것 같아. 만일 우리가 지금 서로의 손을 잡고 저 창문으로 빠져나가 이 대도시 위를 날아다니며, 여기저기 지붕을 살며시 벗겨내고, 그 밑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야릇한 인생극을 볼 수 있다고 하면 과연 어떨까? 거기에 비하면, 소설 같은 건 줄거리가 단순하고 결과도 뻔하거든."
홈즈는 의자에서 일어나더니, 열린 커튼 사이로 어둡고 흐린 런던 거리를 내려다 보았다. 그러던 그가 다시 입을 열었다.
"어라, 저기 저 아가씨는 나를 찾아오는 손님이구먼."
홈즈의 어깨 너머로 내려다보니, 길 저쪽 보도위에 몸집이 큰 젊은 여인이 보기 에도 푹신한 모피 목도리를 두르고, 붉은 깃이 달린 폭 넓은 챙 모자를 쓰고 서있었다.
여인은 화려하게 차려입은 몸을 앞뒤로 흔들면서 장갑의 단추를 매만지다가는 주저하는 기색으로 이쪽 창을 올려다보는 것이었다. 그러다가는 마침내 마음을 정한 듯, 곧장 길을 건너기 시작했다. 곧 현관의 초인종이 울렸다.
홈즈는 담배 꽁초를 벽난로 불 속에 던져 넣으며 말했다.

"저런 모습은 전에도 본 일이 있네. 길거리에 서서 망설이는 것은 반드시 애정 문제로 찾아오는 손님이지. 상의는 하고 싶지만, 사연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서, 상대방이 이해해줄지 자신이 없는 걸세. 하지만 애정문제에도 두 가지 경우가 있네. 남자에게 당한 여자라면 주저하기는 커녕, 초인종이 끈이 끊어져라 잡아당기고는 뛰어들기 마련이지.
그런 점을 감안해 볼 때 오늘의 상담은 애정문제이기는 하지만, 저 아가씨는 남자를 원망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뭔가 난처한 입장에 빠져 있는 것 같군. 어쨌거나 본인이 온 것 같으니 직접 들어 보세."
홈즈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노크 소리가 나고 사환이 들어왔다.
"메어리 서덜랜드라는 분이 찾아오셨습니다."
홈즈는 서덜랜드양을 맞아들여서 팔걸이 의자를 권하고는 날카로운 눈으로 관찰 하며 말했다.
"아주 열심히 타자기를 치시는 모양인데, 눈이 근시여서 피로가 심할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몹시 피곤했지요. 하지만 이제는 자판을 눈여겨보지 않고도 칠 수가 있답니다......"
서덜랜드 양은 무심코 말하다가, 문득 얼굴빛이 달라지며, 홈즈를 바라보며 목소리를 높여 말했다.
"어머, 홈즈씨!! 벌써 저에 대한 일을 들어 아시는 모양이네요.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홈즈는 웃으며 말했다.
"걱정 마십시오. 모든 것을 아는 것이 내 직업입니다. 다른 사람 같으면 그냥 보아넘기는 것도, 나는 세심히 관찰하는 훈련을 쌓아둔 덕분에 알 수가 있죠. 내가 그런 사람이 아니면 아가씨는 나에게 상의하러 오지도 않았겠지요."
"실은 에서리지 부인의 소개를 받고 찾아왔습니다. 에서리지씨가 행방 불명이 되어 경찰에서조차 어디에서 죽은 모양이라고 포기했을 때, 선생님이 쉽게 찾아 주셨다더군요. 저, 홈즈 씨, 저도 꼭 좀 도와 주셔야겠어요. 저는 부자는 아니지만 타이피스트로서 버는 수입 외에도 유산으로 한 해에 100파운드씩 들어오므로, 호즈머 에인절 씨의 행방만 찾아주시면 섭섭치 않게 사례하겠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경황없이 상의하러 온 이유는 무엇입니까?"
홈즈가 양쪽 손가락을 깍지 끼고서 천장을 바라보며 물어보자, 서덜랜드 양의 얼굴에 다시 한번 놀라운 표정이 스쳤다.
"맞아요. 저, 정말 정신없이 뛰쳐나왔어요. 실은 윈디벵크 씨가-----이분은 저의 아버지에요----너무나 태평하게 계시는 바람에 제가 화가 나서 이렇게 달려온 거예요. 사람이 자취를 감추었는데도 경찰에 신고도 하지 않고, 그렇다고 선생님께 상의 해 볼 생각도 않는 거예요. 아무런 대책도 세우지 않고 그저 말로만 걱정하지 말라니, 참을 수가 있어야죠."
홈즈가 물었다.
"지금 아버지라고 했는데, 성이 다른 걸 보니 양아버지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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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지옥선

도서정보 : 조진태 번역 | 2017-09-22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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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겨울 밤, 홈즈와 나는 나란히 난롯가에 앉아 있었다. 그때 한 묶음의 서류 를 뒤지던 홈즈가 이렇게 말했다.
"이 서류는 한번 훑어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네. 와트슨, 이건 글로리아 스콧호 사건이라는 색다른 기록인데, 치안 판사였던 트레버는 이 편지를 읽고 두려움이 지나쳐 죽어 버렸다네."
홈즈는 색바랜 낡은 서류 뭉치 속에서 한 장의 짧은 편지를 꺼내어 나에게 건네주었다. 거기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쓰여 있었다.

- 런던을 향한 사냥감의 공급은 차차 증가하고 있다. 사냥터지기 허드슨은 이미
파리잡이 종이를 모아, 당신의 암꿩의 생명을 보존하라는 주문을 받도록 통고
된 것으로 생각한다. -

이 수수께끼와도 같은 편지를 읽고 나서 의아스러운 생각에 얼굴을 들었더니, 홈즈가 내 표정을 지켜보고 있다가 장난스럽게 웃었다.
"어리벙벙한 모양이군."
"이런 편지가 어째서 무서웠는지 이해가 가지 않아. 바보스럽기 짝이 없는 편지가 아닌가?"
"하지만 트레버는 멀쩡한 노인이었는데, 마치 번갯불에라도 감전된 것처럼 숨이 넘어갔다네."
"그거 이상하군. 그런데 이 사건이 훑어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한 말은 무슨 뜻인가?"
"이 사건은 내가 처음 손을 댄 사건이었거든."
그때까지 나는 홈즈가 어떤 계기로 범죄 수사에 몸을 담게 되었는지 알고 싶었지만, 그럴 만한 기회가 없어서 늘 마음에 걸렸었다. 홈즈는 파이프에 불을 붙인 뒤, 한동안 서류를 뒤지더니 입을 열었다.
"내가 빅터 트레버 이야기를 한 적이 없었지. 아마? 빅터는 내가 대학에 다니던 2년 동안에 사귄 단 한명의 친구였네. 나는 별로 사교적인 인간이 아니잖나, 와트슨. 늘 방안을 서성거리거나, 내 특유의 추리 방법을 생각해 내는 데만 골몰했으니, 친구들과 어울릴 시간이 없었지. 또한 펜싱과 복싱 이외에는 스포츠에 취미도 없었고, 게다가 관심 있는 분야도 다른 사람들과는 전혀 달랐기에 서로 접촉을 가 질 기회가 없었던 것일세.
그런 내가 빅터 트레버를 알게 된 것은, 어느 날 아침 교회에 가는 길에서였어. 트레버의 개가 내 복숭아뼈를 물고 늘어진 일이 있었다네. 덕분에 한 10일간 누워 있어야 했는데, 트레버가 거의 매일 문병을 와 주었지. 처음에는 잠시 들러 사과를 하고 가는 정도였는데, 차츰 방문 시간이 길어지면서 어느덧 우리는 친구가 되었네. 트레버는 정열적인 남자로 활기와 정력이 넘쳐, 나와는 정반대의 타입이었네. 그렇지만 서로 닮은 점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둘 다 이렇다 할 친구도 없던 터 라 우리는 급속도로 친해졌던 것일세. 마침내는 내가 노퍽 주의 도니소프에 있는 트레버 아버지의 저택으로 초대되어, 긴 방학 동안 과분한 대접을 받기에 이르렀지. 빅터의 아버지 트레버 노인은 상당한 부자였고, 그 지방의 치안 판사라는 직 책도 가지고 있었어. 도니소프라는 고장은 노퍽의 호소지방에 있는데, 랭그미어 호수 북쪽에 위치한 작은 마을일세. 저택은 고풍스러운 벽돌집이고, 아름다운 느티나무 숲으로 둘러싸여 있었다네.
늪에서는 오리 사냥은 물론, 낚시도 즐길 수 있었지. 또한, 서재도 있고 요리사의 솜씨도 꽤 괜찮았어. 그런 곳에서의 한 달을 보낸다는 것은 더 바랄 수 없는호사였네. 아버지인 트레버는 부인을 잃은 70대 노인이었고, 빅터는 그의 외아들이었지. 딸이 하나 있었다는데, 버밍엄에 가 있는 동안에 디프테리아에 걸려 죽었다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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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포 상자

도서정보 : 조진태 번역 | 2017-09-22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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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이든의 크로스 가에 거주하는 카싱 부인은 극히 불쾌한 놀림을 받았는데, 혹시 여기에는 단순한 장난을 넘어선 어떤 목적이 있을지도 모른다.
어제 오후, 카싱 부인에게 갈색 포장지에 싼 소포가 배달되었다. 포장지 안에는 종이 상자가 있었고, 상자속은 굵은 소금으로 채워져 있었다. 소금을 헤쳐 보니 놀랍게도 사람의 귀가 두개 나왔다. 자른지 얼마 안 된 것으로 보였다.
상자는 전날 오전 중에 벨파스트의 우체국에서 접수한 것인데, 보낸 사람의 주소 성명은 쓰여 있지 않다. 카싱 부인은 50세가 되도록 결혼한 일이 없는 독신 여성으로, 혼자서 조용히 지내고 있으며, 우편물을 받는 일이 신기할 정도로 친한 사람이 없으므로 사건은 더욱 흥미를 자아내게 한다.
그런데 수년 전, 부인은 세 명의 젊은 의학생에게 방을 세준 일이 있었는데, 그 세 명 중 누군가가 카싱 부인을 놀려 줄려고, 해부실에서 시체의 귀를 잘라 이런 짓을 하지 않았나 추측되고 있다.
이 견해를 뒷받침하는 일로서, 카싱 부인의 기억에 의하면 세 명의 의학생 중 하나는 아일랜드 북부 출신으로, 소포가 발송된 벨파스트에서 온 학생이었다고 한다. 이 사건은 런던 경시청에서도 이름난 레스트레이드 경감이 담당. 수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내가 다 읽자 홈즈가 말했다.
"오늘 아침 레스트레이드 경감에게서 편지를 받았는데 이런 내용일세.
'이 사건은 당신의 마음에 들 것으로 생각합니다. 경찰로서는 사건을 해결할 전망은 충분합니다만 단서를 잡는 데 약간 애를 먹고 있습니다. 물론, 벨파스트의 우체국에는 전보를 쳐서 조회를 해 봤습니다만, 그 소포가 접수된 날은 소포 우편이 유달리 많아 그 소포에 대해 기억할 수도 없고, 접수시킨 사람도 알 수가 없다고 합니다. 상자는 반 파운드들이 담배 상자로, 단서가 될 만한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의학생 설이 가장 신빙성이 있기는 합니다만, 두서너 시간 짬을 내어 와 주신다면 감사하겠습니다. 오늘은 크로이든의 카싱 부인댁에 가 있을 예정이니 그리로 오십시오.'
어떤가, 와트슨? 이 더위에 그렇게 쳐져만 있지 말고 가 보지 않겠나? 자네의 기록에도 보탬이 될 것 같네."
"좋아. 무슨 일거리가 없을까 고대하던 참일세."
"그럼, 자네에게 일거리를 주겠네. 벨을 눌러 마차를 부탁해 주게나. 나는 외출 준비를 할테니까."
마차를 타자 소나기가 퍼부었기에, 크로이든에 도착했을 때는 한결 더위가 가셔있었다. 홈즈가 전보를 쳐 두었기에, 깡마르고 몸집이 작으면서도 족제비처럼 몸이 날쌘 레스트레이드 경감이 정거장에 마중나 와 있었다. 5분정도 걸으니, 카싱 부인 댁이 있는 크로스 가에 도착했다.
레스트레이드 경감이 현관문을 두드리자 젊은 가정부가 얼굴을 내밀었다. 카싱 부인은 현관 곁의 거실에 있는 모양인지, 우리는 그리로 안내되었다.
생김새가 온화한 부인으로 크고 상냥스러운 눈에 잿빛 머리칼이 양쪽 관자놀이를 덮고 있었다. 무릎위에는 뜨개질 감이 놓여 있었는데, 레스트레이드 경감이 들어가자 부인이 먼저 입을 열었다.
"그 기분 나쁜 물건은 헛간에 갖다 두었습니다만, 당신들이 갖고 가주시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하지요, 카싱 부인. 부인이 입회하는 가운데 홈즈씨에게 보여 드리려고 모시고 왔습니다."
"왜 내가 입회해야 하나요?"
"홈즈씨가 몇 가지 질문할 일이 있을 것 같아서 입니다만...."
"나는 아무것도 모른다고 이미 말씀드렸는데, 질문을 해서 뭐합니까?"
홈즈가 달래듯 말했다.
"그러시겠군요. 이번 일로 번거로움이 크실 것으로 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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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개의 서명

도서정보 : 조진태 번역 | 2017-09-08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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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호텔에 있는 짐 속에는 옷과 책이 조금 있었고, 인디아의 남쪽 앤다만 섬에서 주운 진기한 선물이 좀 있을 뿐이었습니다. 앤다만 섬은 사고를 낸 병정들을 귀양 보내는 곳인데, 아버지는 그곳의 경비대 대장을 했습니다."
"런던에 아는 분이 계셨던가요?"
"예, 아버지와 함께 인디아에 계시던 솔트 소령이라는 분이 있었습니다. 그 분은 아버지가 돌아오시기 조금 전까지 어퍼 노이드에 살고 있었기 때 문에 그분에게도 아버지의 소식을 물어 보았습니다. 그러나 그분은 아버지 가 돌아오신 것 조차 모르고 계셨습니다."
"음, 이상한 일인데요."
"이상한 일은 그 뿐이 아닙니다. 지금으로부터 6년전 5월 4일의 일입니다.
이상스럽게도 신문 광고란에 저의 현주소를 찾는 광고가 났습니다. 그때 저는 포레스터 부인 댁 가정 교사가 된지 얼마 안 되었을 때입니다. 광고 를 낸 사람의 주소가 없었기 때문에 저는 같은 신문에다 제 주소를 냈지요.
그러자 그날 안으로 저에게 작은 상자 하나가 소포 우편으로 도착되었어요.
그 안에는 대단히 아름다운 진주 하나가 있었을 뿐 편지 같은 것도 없었습니다. 그 후 해마다 같은 날이 되면 똑같은 소포로 똑같은 진주를 1개씩 보 내 왔지만, 저는 아직까지 그것을 보내 주는 사람이 누군지 모르고 있습니다. 보석상에 물어 봤더니 그 진주는 아주 값진 것이라고 하더군요. 여기 가져왔으니 봐 주십시오."
모스턴 양은 손에 들고 있던 납작한 상자를 열어, 6개의 아름다운 진주를 보여 주었습니다.
"얘기가 퍽 재미있군요. 그밖에 다른 일은 없었습니까?"
"네, 오늘 아침 갑자기 이런 편지를 받았기에 부랴부랴 달려온 것입니다. 좀 읽어 봐 주세요."
홈즈는 편지를 받아 겉봉을 훑어보았습니다.
"런던 남서구 우편국 7월 7일자 소인이 찍혔군요. 남자의 엄지손가락 지문이 남아 있는데, 아마 배달부의 것이겠죠?"
이윽고 겉봉을 뜯어 읽기 시작했습니다.
- 오늘 밤 7시 리디엄 극장 바깥 왼편으로부터 세 번째 기둥이 있는 곳까지 나와 주십시오. 당신은 정당한 이유 없이 불행을 당한 사람이기 때문에 그 댓가를 얻을 수 있습니다. 내 말이 수상스럽게 생각되시면 친구 두 사람을 데리고 나와도 좋습니다. 단, 경찰에게만은 알리지 마십시오. 만약 경찰에 알리는 날엔 모든 것이 허사로 돌아갑니다.
당신이 알지 못하는 친구로부터 -
"음, 정말 이상한 편지인데...... 그래 당신은 어떻게 하실 작정이십니까?"
"어떻게 해야 좋을지 선생님께서 좀 가르쳐 주세요."
"그렇다면, 저와 이 와트슨 씨가 당신의 친구가 되어 오늘 밤 같이 가기로 합시다."
"참으로 고맙습니다. 그럼 6시에 다시 오겠습니다."
"예, 시간이 늦으면 안됩니다. 그리고 참, 소포에 쓰인 글씨와 이 편지의 글씨와는 닮은 점이 없는지요?"
"예, 그렇지 않아도 소포의 포장지를 가지고 왔습니다."
모스턴 양은 6개의 종이를 꺼냈습니다.
"참으로 당신은 빈틈이 없군요. 그런데 이 글씨는 같은 사람이 일부러 다르게 쓴 글씨임이 틀림없습니다. 혹시 아버지의 글씨와 닮은 점은 없는지 요?"
"전혀 다릅니다."
"그래요? 그럼 6시에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편지는 제가 맡아 두었다가 나중에 자세히 조사해 보겠습니다."
모스턴 양은 힘을 얻은 듯 바삐 돌아갔습니다.
홈즈는 모스턴 양이 돌아가기가 바쁘게 문제의 편지를 내게 보여 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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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의 나폴레옹

도서정보 : 조진태 번역 | 2017-09-08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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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저녁에 레스트레이드 경감은 범인의 신상에 대한 자세한 보고를 가지고 왔다.
이름은 베포, 성은 아직도 모름. 이탈리아인 들의 거리에서는 이름이 널리 알려진 불량배이다. 본디 그는 솜씨가 좋은 조각가였으나 어쩌다가 나쁜 길로 빠져서 경범죄로 한 차례, 동료를 찌른 죄로 한 차례 교도소에 수감되었다. 영어는 잘하지만 절대로 입을 열지 않으므로 흉상을 부순 까닭은 아직 모르고 있다.
이 남자가 겔더 상회의 공장에서 일한 적이 있으므로 그 흉상들은 어쩌면 자기가 만든 물건인지도 모른다고 경찰이 짐작하고 있는 정도이다. 홈즈는 벌써 다 알고 있는 사실이었지만 열심히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그러나 사실은 그가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을 나는 잘 알고 있었다.
홈즈는 뭔가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그것도 몹시 간절하게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드디어 홈즈가 애타게 기다리는 사람이 나타났다.
시뻘건 얼굴에 턱수염이 희끗 희끗한 그 손님은 기차 때문에 늦었다고 변명하면서 낡고 큼직한 여행 가방을 탁자 위에 놓았다. 그런데 그의 가방에서 나온 물건은 놀랍게도 나폴레옹 흉상이었다. 이것은 전혀 흠이 없는 완전한 흉상이었다. 홈즈는 10파운드를 주고 그 사람에게 그 흉상을 산 다음, 영수증에 서명을 받고 나서 돌려보냈다.
그 다음에, 홈즈는 이상한 행동을 했다. 하얀 보자기를 탁자 위에 깔고 나폴레옹 흉상을 그 위에 얹어 놓은 다음, 사냥용 채찍으로 세게 내리친 것이다. 나폴레옹 석고상은 순식간에 부서지면서 하얀 석고 조각이 보자기 위로 우르르 떨어졌다. 홈즈는 그 조각 하나하나를 뚫어지게 살펴보기 시작했다.
잠시 뒤에, 홈즈는 무슨 소리를 지르면서 조각 하나를 높이 쳐들어 보였다. 그 하얀 석고 조각 속에는 푸딩에 들어 있는 건포도처럼 검고 둥근 것이 박혀 있었다.
"여러분!보르지아 집안의 그 유명한 흑진주를 보십시오!"
레스트레이드 경감과 나는 어리둥절해 있다가 퍼뜩 정신을 차리고서는 열심히 박수를 보냈다. 홈즈는 창백한 얼굴을 좀 붉히면서 무대 위에서 박수를 받는 배우처럼 두 사람에게 고개를 숙였다.
"여러분! 이것은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진주입니다. 나는 데이크리 호텔에 묵었던 이탈이아의 캘로나 공작의 침실에서 없어진 이 진주가 스텝니 구에 있는 겔더 상회의 공장에서 만든 6개의 나폴레옹 흉상 가운데 마지막 하나, 즉 이 흉상 속에 숨겨져 있다는 것을 알아낼 수 있었습니다.
레스트레이드 경감. 이 흑진주가 도난당했을 때의 상황을 기억하고 계시겠지요? 나도 실은 그때 사건을 의뢰받았으나 해결하지 못했습니다. 그때, 공작 부인의 하녀였던 이탈리아 여자에게 혐의가 있으며, 그녀의 오빠가 런던에 있다는 사실까지는 알았으나 두 사람 사이에 연락이 있다는 증거가 없었기 때문에 흐지부지 끝나 버렸습니다. 그 하녀의 이름은 루크레치아 베누치입니다. 나는 그저께 밤에 죽은 피에트로 베누치가 바로 그녀의 오빠가 틀림없다고 믿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때의 신문을 읽어 보았더니 진주가 없어진 것은 베포가 동료를 찌르고 체포되기 이틀 전이었습니다. 그때, 베포는 경찰에 쫓기다가 나폴레옹 흉상을 만들고 있는 공장 안으로 들어갔던 겁니다. 아시겠습니까? 그때, 베포가 진주를 가지고 있었던 것입니다. 베포가 피에트로에게 빼앗은 것인지, 또는 이 두 사람이 처음부터 한패였는지, 아니면 단순히 피에트로 누이동생의 부탁을 받고 한 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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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의 금고실

도서정보 : 조진태 번역 | 2017-09-08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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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차가 달리기 시작하자 나는 참다 못해 빈정거리듯이 말했습니다.

"홈즈, 이번 사건에서도 자넨 고생만 하고 애쓴 보람이 없게 되었군. 내일 아침 신문엔 '맥키논 경감, 멋지게 어려운 사건을 해결.'이라고 대문짝만하게 나오고,자네 이름은 그림자도 없겠군."

"그러면 어떤가, 자네와 나는 충분히 스릴을 맛보지 않았나. 자네는 정강이를 채이고, 나는 노인의 총에 맞아 죽을 뻔했지."

"겉으로는 약하고 가엾어 보이는 노인이 흉악한 살인자라니. 정말 놀랐어. 자네는 언제부터 앰빌레이 노인이 수상하다고 생각했나?"

"어제 아침, 노인이 처음으로 우리 하숙집을 찾아왔을때 부터야. 내가 노인의 손톱에 파란 것이 묻어 있는 것을 보고 그게 뭐냐고 물었더니, 파란 그림 물감의 품질을 알아 보기 위해 손가락으로 문질러 보았다고 대답했었지. 그러나 내가 알기론 아무리 기술자라도 손가락 끝으로 문질러 보아선 질이 좋고 나쁨을 알 수가 없어. 그건 많은 화가들이 몇 번이나 써 본 후에야 비로서 알 수 있지. 게다가 곧 런던으로 가려는 판에 일부러 그림 물감을 조사하다니 이상하잖아. 나는 그 말을 들었을 때 대뜸 이 영감이 뭔가 숨기고 있다고 느꼈어."

"그러나 오늘 아침에 내가 떡갈나무 저택에 가 보았더니, 탁자 위에는 분명히 파란 그림 물감의 튜브가 놓여 있었어."

"그건 나에게 대답한 대로 앞뒤를 맞추기 위해 나중에 탁자 위에 올려 놓은거야. 아뭏든 나는 이 노인이 뭔가 있다고 생각했지. 그래서 자네 몰래 측량 기사로 변장하고 이 마을로 찾아와, 이웃 사람들에게 여러 가지를 물어보았지. 그 결과, 저 앰빌레이 노인이 두번째 큰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을 알았단 말이야."

"큰 거짓말이라니?"

"가스관가 수도관을 끌어 온 시기지. 노인은 우리에게 '젊은 아내가 불쌍해서 떡갈나무 저택으로 이사하자마자 300파운드나 들여 멀리서 가스와 수도를 끌어 주었다고 말했었지?"

"응, 그랬어."

"그런데 잡화 상회 여주인의 말로는, 떡갈나무 저택에 가스와 수도가 놓인 것은 바로 한 달쯤 전이라는게 아니겠나. 필요없게 된 펌프를 잡화 상회에서 인수한 탓으로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어. 노인은 이사하자마자, 즉 일 년 전에 가스와 수도를 끌었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한 달 전이었어."

"왜 그런 거짓말을 했을까?"

"물론 저 인색한 노인이 300파운드나 들여서 가스와 수도를 끌어온 것은 젊은 부인과 그 애인을 죽일 목적이었어. 노인은 3,4개월 전부터 자기 부인과 어네스트 의사가 서로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지. 결코 질투는 하지 않았다고 했지만, 사실은 두 사람이 미워서 어떻게든 그들을 죽이려고 결심한 거야. 어제 내가 노인의 눈을 보고 한번 마음 먹은 일은 꼭 해내고야 마는 사람 같다고 말했었지? 체스를 잘 두는 노인은 그 비상한 머리를 굴려, 마침내 가스에 의한 살인을 생각해 냈어. 그리하여 한 달 전에 저 금고실 안까지 가스관을 끌어 넣고 금고실밖에 비밀 개폐 장치를 만들었어. 치밀하고 계획적인 살인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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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의 오렌지 씨앗

도서정보 : 조진태 번역 | 2017-09-08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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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아버지의 최근 행동을 알고 있는 경찰에서는, 자세히 조사해보지도 않고 발작적인 자살이라고 판정을 내렸습니다.
그러나 존은 큰아버지의 자살에 의문을 품었습니다. 큰아버지는 어느 누구보다도 죽음을 두려워하였습니다.
즉 절실하게 오래 살고 싶어했습니다. 그런 큰아버지가 발작적으로 자살을 했다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사건은 그것으로 일단락되고, 존의 아버지는 큰아버지가 남긴 넓은 토지와 막대한 은행 예금을 상속 받았습니다.
오랫동안 잠자코 듣고만 있던 홈즈가 이윽고 말문을 열었습니다.
"과연 여태까지 들어 본 적이 없는 괴상한 사건이군요. 큰아버님이 편지를 받은 날짜와 돌아가신 날짜를 기억하고 계십니까?"
"그 괴상한 편지가 온 것은 1883년 3월 10일이고, 돌아가신 것은 그로부터 7주일 째인 5월 2일 밤이었습니다."
"예, 알겠습니다. 그 뒤 당신들은 큰아버님의 놋쇠상자를 조사했겠죠? 그때의 상황을 자세히 얘기해 주십시오."
"나와 아버지는 호오셤의 저택으로 이사하자마자 다락방으로 들어가 보았습니다. 한쪽 구석에 그 놋쇠 상자가 놓여 있었는데, 안은 텅텅 비어 있었 습니다. 뚜껑의 뒤쪽에는 KKK라는 붉은 글씨와 <편지. 메모 수취 명부> 라 고 쓰인 종이가 붙어 있었습니다. 그 밖에도 다락방 안에는 큰아버지가 미국에 계실때 쓰시던 서류와 수첩이 산더미같이 쌓여 있었습니다.
개중에는 남북전쟁의 기록도 있었습니다. 아버지는 그것을 대충 훑어보더니,
"형님은 남군을 위해 맹활약을 하셨나 보군."
하고 혼잣말처럼 중얼거리시더군요.
"음, 그밖에 다른 것은 또 없었습니까?"
홈즈는 무엇인가를 간파해 내려는 듯 날카로운 눈초리로 물었습니다.
"예, 또 있었습니다. 전쟁이 끝난 후, 남부 여러 주의 부흥 시대의 것도 있었습니다. 거기 나타난 것을 보면, 큰아버지는 북부에서 온 정치가들에게 반감을 품고 저항 운동을 했습니다. 또 흑인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습니다.
나는 큰아버지가 미국에서 돌아온 이유가 거기 에 있으며, 그런 이유 때문에 살해된 것 같아 몹시 불안했습니다.
그러나 그 뒤 평온한 나날이 계속되었으므로, 어느 사이엔가 오렌지 씨앗도 KKK라는 붉은 글씨에 대한 근심도 잊어버렸습니다. 그런데 뜻하지 않은 사건이 또 일어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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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테안경의 비밀

도서정보 : 조진태 번역 | 2017-09-08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이미 늦었어요."

부인은 침대에 쓰러지면서 힘없이 말했다.

"책장 뒤에서 나올 때, 나는 이미 독약을 마셨습니다. 이젠 틀렸어요. 그 서류를 잘 부탁해요."

"간단한 사건이었지만, 꽤 많은 것을 가르쳐 준 사건이었네."

런던으로 돌아가는 기차 안에서 홈즈가 이렇게 말했다.

"이번 사건은 그 금테 안경이 실마리가 되었네. 그 안경이 없었더라면 과연 이 사건을 해결할 수 있었을까 의문이네. 생각해 보게. 그렇게 도수 높은 안경을 쓰는 사람은 안경이 없으면 거의 장님과 마찬가지네.

홉킨스 생각나나? 범인이 정원의 좁다란 풀밭 위를 한 발자국도 빗겨 밟지 않고 도망갔다고 자네가 말했을 때, 내가 그것을 의심스럽다는 듯이 말한 것 말일세. 미리 안경을 준비했다면 몰라도 그렇지 않다면 도저히 같은 풀밭 위를 똑같이 조심스럽게 지나갈 수는 없을 거라고 나는 생각했어.

게다가, 집 밖에는 발자국이 하나도 남아 있지 않았네. 그래서 나는 범인이 아직 집안에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거지. 그래서 조사를 하면서 나는 서재로 통하는 두개의 복도가 똑같다는 것을 알아냈네. 안경을 잃어버린 범인이면 있을 법 한 착오지. 복도를 잘못 알았다면 범인은 틀림없이 교수의 방으로 들어갔을 것이네. 그래서 교수의 방을 조심스럽게 조사해 본 것이야. 양탄자나 침대 밑에는 숨을 만한 곳이 없었네. 그러나 책장 뒤에는 비밀 장소가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

교수의 방에는 책이 가득 꽃혀 있는 책장이 여러 개 있었고, 그 앞에는 꽃히지 못한 책이 쌓여 있었네. 그런데 어떤 책장 앞에만 책이 쌓여 있지 않다는 것을 알아차렸네. 나는 그곳이 이상하다고 미리 짐작을 하고 그 책장 앞의 양탄자에 담뱃재를 잔뜩 떨어뜨려 두었었네.

그 다음은 간단하지. 정원으로 나가서 시간이 지나기를 기다렸지. 수다스러운 가정부에게서 교수의 식사량이 많아졌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서 나는 교수가 범인에게 식사를 나누어 주고 있다고 직감했네.

이윽고 교수의 방으로 들어가서 일부러 담배 상자를 뒤집어엎어서 바닥에 떨어진 담배를 줍는 체하면서 양탄자 위를 조사해보니, 이상하다고 생각한 그 책장 앞에다 떨어뜨린 담배재가 밟혀 눌려져 있더군. 범인이 비밀장소에서 나왔다는 증거를 발견했단 말이야. 이번 사건은 담뱃재 덕분에 쉽게 해결한 셈이지. 아, 벌써 도착했군. 홉킨스. 사건을 해결하고 나니 기분이 무척 좋군. 그래 자네는 곧바로 경찰서로 돌아가겠나? 나는 와트슨과 함께 러시아 대사관으로 갈 거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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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원에 드리우는 공포

도서정보 : 아우터사이더 | 2017-06-26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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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박물관 사서관장으로 제직 중인 ‘나’는 충남 홍주 가야 서원의 서재고인 문장각 자료들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아주 특별한 서적 한 권을 발견한다. 유학 장서들을 보관, 수집 장소에서 불도의 승려일지가 발견됨에 의문을 품은 ‘나’는 책의 낯선 음역에 비교종교학 전공 제자 중 고대 범어와 음성계보학 연구에 재능을 지닌 김동율 제자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김동율 또한 그 책에 강렬한 흥미를 느끼지만 번역하던 도중 의문의 죽음을 맞고 만다. 그리고 ‘나’는 그가 진행하던 범어 번역본을 확인하던 중, 낯선 이국의 서책 원본을 최초로 접하게 된 조선시대 서원의 유생 김이듭과 그를 찾아간 승려 여광이 마주한 공포에 대해 점점 그 실체를 깨닫게 되는데...
비교종교학과 신비형이상학 연구회가 밝힐 이 공포의 책의 비밀은 무엇일까?

[본문]

이것이 생의 끝에서 꾸어지는 악몽이라면 그저 깨어나고 싶단 생각이 들 뿐이었다. 죽음이든 삶이든 그런 것은 더는 아무 상관이 없었다.
“너는 이제 우리의 인도자가 될 것이다.”
남만 사내의 음성이 육중하게 들려왔다. 그의 목소리가 산봉우리에 부딪히면서 메아리로 되돌아와 수십여 개의 소리로 분열되었다.
“너는 이제 우리의 인도자가 되어, 벌레의 시대로 가는 문을 열게 될 것이로다.”
여광은 너무나 황망한 심정으로 고개를 들어 다시 앞을 보니, 남만인이 벌레의 옆구리를 조심히 움켜쥔 채로 그것을 공중을 향해 높이 들어 눈이 깜박이지 않는 여인에게 보여주고 있는 것이었다.
여인의 눈빛은 잔인한 악의와 사악한 환희가 번갈아가며 스쳐 지나고 있었다. 벌레는 다리를 휘저으며 공중에서 발버둥을 쳤고, 몸 전체에서 핏방울이 뚝뚝 떨어졌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곧장 러브 크래프트나 보르헤스를 떠올릴 수 있었다.독자들은 이 책을 읽는 행위 자체가 두려움과 공포임을 깨닫게 될 것이다.”
-책임 편집자

구매가격 : 2,000 원

피스(piece)_다방 여자

도서정보 : 윤혜연 | 2017-06-01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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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는 과거에 경숙이 짙은 향수를 내뿜는 다방 여자였을 거라는 이야기도 내뱉었다.

1952년 생 경숙은 다섯 남매 중 셋째로 태어나 고등학교도 마치지 못하고 부모님의 뜻대로 엿장수 용칠에게 시집을 간다.
결혼 생활 도중 아이가 죽고 남편이 따라 죽고 시아버님이 돌아가시는 등 그녀의 인생에 나쁜 일이 연달아 일어난다.
그렇게 홀로 시어머니를 모시고 살아가던 경숙은 장터에서 자신과 마찬가지로 고된 삶을 살아온 한수를 만나게 되는데....


[본문]

“이 여시 같은 년, 네 년이 집안 꼴 다 말아먹을 작정이구나! 왜, 인제 나도 죽으면 이 집 팔 심산이니?”

시모가 경숙을 향해 목침을 던졌다.

목침이 경숙의 한쪽 머리를 터뜨렸다. 머리에서 새빨간 피가 흘러나왔지만 경숙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것은 한수를 만났다가 돌아온 집에서 일어난 사달이다. 목침을 던져 가며 성을 내는 시모의 이야기들을 경숙은 가만히 듣고 있었다. 소문이 나지 않을 수 없었다. 시장에서 한수를 만나고 국밥을 먹는 게 고향 사람들 눈에 비치지 않을 수 없었다. 소문이 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 욕먹는 게 당연했다. 어쩌면 정말이지 어쩌면 자신이 한수를 만날 때마다 소리 없이 외치던 마음이 조용해진 것 같았다. 그러면 안 되는 것이었다. 절대 그러면 안 되는 것이었다.

“여보소, 여보소, 이 년이 날 잡아먹으려 든 다오!”

가슴을 마구 치며 시모가 울음 받친 소리를 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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