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성문 A to Z 제1권

도서정보 : 최한겨레 | 2020-01-22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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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성문은 자신이 어떤 죄를 지었는지
명확하게 인식하고 쓰는 것이 필요하다.

‘피고인의 진지한 반성’은 판결주문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양형 사유다. 반성문을 제출하지 않는 것보다는 제출하는 것이 낫고, 한두 번 쓰는 것보다는 여러 번 써서 제출하는 것이 좋다. 형사 피고인이라면 반드시 한 번은 써야 하는 반성문의 예시를 이 책에 모아 놓았으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중에는 본인이 써 준 것도 있고, 피고인들이 직접 쓴 것도 있다. 비슷하게 중복되는 내용이 좀 있을 것인데, 동일한 피고인이 며칠, 몇 달 간격으로 여러 번 쓴 것이다. 같은 이야기라도 안 쓰는 것보단 낫고, 결과가 좋았으니 그렇게 중복해 써서 제출해도 문제없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함이다. 보다보면 별 영양가 없을 것 같은 반성문도 있을 것이다. 그렇게 쓰지 말라는 의미에서 넣었다. 문학적 표현을 쓰거나 어려운 단어를 쓰지도 않았다. 반성문은 그렇게 어렵게 쓰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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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핵 위기 해법과 전략

도서정보 : 이민룡 | 2020-01-17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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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북한 핵 미사일 도전에 대해 이해 당사국들이 견지하는 전략적 목표와 추진 전략에 대해 분석한 내용이다. 북한, 미국, 중국, 한국 등 4개국의 관점에서 북한 핵 위기를 어떻게 인식하며 어떤 해결점을 제시하는지를 조명한다. 이 중에서도 문제 해결의 주축국은 한국과 중국이라는 전제에서 어떤 논리와 전략으로 풀어나가야 하는지를 해법으로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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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혁명

도서정보 : 최경선 | 2020-01-17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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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서 민주주의가 만들어지고, 사회적 힘의 관계를 일정 규칙에 따라 제도화가 이루어진 이후,
그에 따라 형성된 법과 제도가 실제로 작동하는 데는 상당한 갈등과 대립이 존재해 왔다.

우리는 독재와 권위주의 체제에서 종속적인 지위 관계를 기득권층과 맞서 저항하고 혁명해 나감으로써
지금까지 성장, 발전시켜 왔다.

그러나 작금의 현실은 세계화와 신자유주의, 자국보호 강대강 무역전쟁 등이
우리의 삶의 태도를 근본적으로 바꿔놓았다.

건전한 중산층이 사라지고, 노동시장이 불안하고, 심각한 빈부 격차가 극심한 지금,
우리는 기울어진 균형추를 똑바로 세워야 한다.

기울어진 균형추를 똑바로 세워 정치혁명으로 모든 국민이 잘 사는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
미래는 더 이상 하나의 선택이나 집단적이고 의식적인 행위가 아니다.

대한민국은 어떤 방식으로든 발전시키고 번영의 길로 나가야 할
우리와 후손들의 꿈이자 삶의 보금자리이다.

이에 기성 세대가 각성하고,
젊은 세대가 꿈과 희망을 가지며,
아동 세대가 행복하고 번영된 영원한 대한민국의 주인공이 될 수 있는 바램에서 이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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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퀴어입니다

도서정보 : 김기홍 | 2020-01-14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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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 활동가라고 스스로 이야기하는 퀴어 정치인 김기홍의 정치 에세이로 다양한 정체성으로 정체화한 과정부터 언어에 관한 생각 접근성에 관한 에세이를 모았다. 관련 내용을 알리기 위해 이전에 썼던 연설문과 대본을 부록으로 첨부했다.

구매가격 : 10,000 원

진짜 보수 가짜 보수

도서정보 : 송희영 | 2020-01-14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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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 서평

무능, 부패, 내분, 지도력 상실…
한국의 보수는 왜 혐오의 대상이 되었나?
지금 대한민국에는 ‘진짜 보수’가 필요하다!

대통령 탄핵 과정을 지켜본 우리는 한국 정치의 미숙한 실체를 발견하고는 분노를 넘어 참담함을 느껴야 했다. 당시 정권과 함께 대한민국의 보수 세력은 무능, 부패, 내분, 지도력 상실 등 모든 패인이 한꺼번에 노출되면서 자멸했다. 한국 보수의 상징적 존재인 박정희 가문의 후계자였던 박근혜 전 대통령으로부터 배신감을 느낀 보수 진영은 분열될 수밖에 없었고, 각자 제 살길을 찾아야만 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지속되어온 회생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거듭된 보수의 오판과 실수는 사람들의 마음에 정치 혐오를 불러일으켰고, 정권을 되찾고자 하는 그들의 염원도 끝내 실패를 거듭하고 말았다.
이 책 『진짜 보수 가짜 보수』는 보수의 자멸 스토리에서 한국 보수의 민낯을 밝히고 정치 이념과 세력으로서의 실패 원인을 분석한다. 보수 언론 〈조선일보〉에서 38년간 기자 활동을 했던 전 송희영 주필은 지근거리에서 ‘보수주의’를 자처하는 정치인과 경제인들의 말과 행동을 지켜볼 수 있었다. 자신의 이해관계와 요구만을 주장하며 때로는 무능하고 때로는 난폭한 한국 보수의 모습을 봐왔던 저자는 “보수란 무엇인가? 한국 보수는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었다고 고백한다.
특히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과정은 보수 진영의 궤멸로 이어진 만큼 자세하게 다루고 있다. 박근혜 정권이 정치와 보수의 본질을 상실하고 서서히 무너져간 과정은 한국 보수의 실패에 있어서도 상징성을 갖는다. 영화보다 드라마틱했던 당시 사건들이 전 언론인의 시선으로 재구성되어 한국 정치의 비극을 실감나게 다룬다. 또한 국정원 스캔들, 중립성을 포기한 검찰 권력, 친박의 전횡, 정경유착 등 한국 정치사에 점철된 온갖 사건과 부정들을 엮어 한국 보수가 실패에 이른 역사 현장의 한가운데로 독자들을 이끈다. 다시 말해, 한국 보수주의를 망친 ‘5대 적’인 국정원, 검찰, 친박, 재벌, 관료의 실체를 벗기고, 한국 보수가 자행해온 실책들을 ‘10대 실패’로 정리해 날카롭게 비판한다.
저자는 ‘정치 이념으로서의 보수’를 ‘생활 방식으로서의 보수’와 구분하고, 보수주의의 본질적 의미를 유럽?미국에서 형성된 보수주의에서 찾았다. 즉 보수란 본래 유약한 인간을 위해 서로 감싸며 공존하려고 애쓰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그러나 한국 보수는 어떠한 모습인가? 저자는 이 책 『진짜 보수 가짜 보수』를 통해 ‘진짜 보수’라면 반드시 지켰어야 할 원칙과 철학을 저버린 ‘가짜 보수’의 민낯을 벗겼다. 대한민국 정치 안에서 보수 진영이 어느 위치에서 어떤 모습으로 존재했으며, 왜 지금처럼 권력욕과 난폭성에 물들어 전 국민적 비판을 받게 되었는지에 대해 세부적으로 파헤친다. 한국 정치를 궤멸시킨 주역과 실책에 대한 저자의 비판적 논평은 정치의 역할이 무엇인지, 잘못된 정치적 행동이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를 진지하게 성찰하지 않은 한국 보수에 경종을 울린다.


다음 세대를 위한 보수의 재건축!
보수 집권 플랜을 세우기 전에
진짜 보수의 품격을 세우라!

이 책 『진짜 보수 가짜 보수』는 한국 보수의 해묵은 이미지가 탄생하게 된 기원과 그 이미지를 만든 주역들을 밝히는 데서 멈추지 않고, 다음 세대를 위한 보수는 어떤 모습이어야 할지 고민하고 제언한다. 저자는 보수의 가치와 의미를 “보수주의란 가족, 회사, 단체, 국가라는 공동체를 전제로 만들어졌다”라는 말을 통해 강조한다. 다시 말해 풍요로운 삶, 일자리, 가족 안정, 한반도 평화, 국민 행복을 지킬 수 있는 국가의 미래를 그려 국민들에게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가 보수의 본질적 의미를 거듭 강조하는 이유는, 비록 대한민국 보수의 시계가 멈춰 서 있고, 심지어 사회의 시계와는 반대 반향으로 역회전하고 있지만, 다시 시계를 맞추는 것이 불가능하지 않다는 희망과 기대에 있을 것이다.
이 책이 말하고 있듯이, 무엇보다 보수 세력이 되살아나기 위해서는 오늘의 대한민국을 정확하게 진단하는 것이 필수적으로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세계 속의 위치를 가늠하고 한국 정치와 한국 경제, 한국 사회가 처해 있는 상황을 측정해야 하는 것이다. 현실 파악에 실패하면 판단을 그르칠 수밖에 없다. 보수의 해묵은 이미지를 씻어내고, 국민이 희망을 가질 만한 새로운 국가 설계도를 내놓는 작업을 시작해야 할 것이다.

구매가격 : 17,600 원

장소가 만들어낸 과학

도서정보 : David N. Livingstone | 2020-01-08 | PDF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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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윈이 진화론을 처음 발표했을 때 인종주의 사고가 팽배했던 미국 남부와 뉴질랜드에서 상이한 반응이 나타났다. 미국 남부의 인종주의자들은 진화론을 인종에 따라 지능이 다르다는 지역적 신념에 대한 위협 요소로 이해했고, 그들과 다른 지리적 상황에 처해 있었던 뉴질랜드의 인종주의자들은 원주민들에 대한 자신들의 지배를 정당화하는 과학적 근거로 여겼다. 이와 같이 과학 지식의 생산, 유통, 소비의 과정에서 지역과 장소의 영향력이 강하게 나타난다. 이 책에서 데이비드 리빙스턴은 16세기와 20세기 초반 사이에 발생했던 여러 가지 과학적 사건을 살피며 보편타당성을 가진 진리로서의 과학에 대한 통념을 비판적으로 검토한다. 과학사학자, 과학철학자, 과학사회학자도 과학 지식의 상대성과 맥락성에 관심을 가지고 탐구하지만, 그들과 다르게 리빙스턴은 인문지리학자의 입장에서 지리적 요인과 공간적 과정을 중심에 두고 과학 지식의 문화와 역사를 고찰하여 서술한다.

구매가격 : 10,500 원

공연의 사회학

도서정보 : 최종렬 | 2020-01-06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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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회를 지배하는 문화구조를 파헤치다

민주주의_ 한국은 어떤 민주주의 나라인가?
성장주의_ 왜 보수, 진보 할 것 없이 성장을 갈망하는가?
민족주의_ 이주여성은 어떻게 한국사회에 편입되는가?
젠더주의_ 여자 말뚝이, 어떻게 할 것인가?

한국사회는 무엇을 어떻게 성찰했을까?

한국 시민들은 ‘민주주의’를 외치며 거리로 나선 경험이 많다. 여당이든 야당이든 정치인들 또한 ‘민주주의’를 들먹이며 늘 정쟁을 벌인다. 이제 한국사회에서 민주주의는 누구라도 최종적으로 의지할 수 있는 가장 일반화된 상징으로 확고히 올라섰다. 문제는 그 상징이 지닌 의미이다. 한국의 민주주의는 과연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가? 한국은 어떤 민주주의 나라인가?

성장에 대한 한국인들의 믿음은 거의 절대적인 신앙에 가깝다. 시장 성장주의자 이명박을 대통령으로 뽑았고, 이어서 국가 성장주의자 박근혜를 대통령으로 뽑았다. 촛불혁명으로 탄생했다는 문재인 정부마저도 국민 성장과 소득 주도 성장을 말한다. 도대체 왜 한국인은 이렇게나 성장하지 못해 안달인 것일까? 왜 보수, 진보 할 것 없이 성장을 갈망하는가? 성장하려는 진짜 이유는 무엇인가?

한국의 혈족적 민족주의는 일상에 뿌리 깊게 박혀 있다. 그렇다면 과연 한국사회는 이주자들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이주여성이 한국사회에 편입되는 과정을 분석해보면 그 답이 나온다. 결국 이주여성은 남성 가부장의 혈족 재생산 프로젝트와 연결되어야 한국사회에 편입될 수 있다. 이러한 혈족적 민족주의는 도대체 어디에서 나왔고 그 작동 원리는 무엇일까? 또 거기에 담긴 의미는 무엇일까?

몇 년 전 폭발적으로 인기를 끌었던 【나는 꼼수다-가카 헌정 방송】은 어떻게 사라졌을까? 네 ‘잡놈’이 골방에서 시시덕거리던 이야기가 수많은 청취자들의 열렬한 호응에 힘입어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했지만, 어느 시점부터 급속도로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졌다. 그 원인은 과연 무엇일까? 여기에서는 ‘비키니 사건’을 분석해보며 나꼼수의 하락 원인을 살핀다. 비키니 사건은 공연 과정 중에 우발적으로 한국사회에 새로운 여성 캐릭터의 등장을 알렸다. 그 이전에는 이런 캐릭터가 등장한 적이 없었으니 한국사회에 여러 말들이 오갔다. 한국사회에서 생물학적 여성은 과연 어떻게 받아들여지고 있는가? ‘여자 말뚝이’의 출현을 어떻게 봐야 하는가?

민주주의: 한국은 어떤 민주주의 나라인가

2016년 촛불집회 때 수백만의 한국 시민들은 광장으로 뛰어나와 한목소리를 냈다. “이게 나라냐?” 계급, 젠더, 나이, 지역, 교육, 직업, 지위, 종교, 몸, 섹슈얼리티 등 지금까지 한국인들을 갈라놓았던 온갖 사회적 범주들을 뛰어넘어 너 나 할 것 없이 광장에 나와 촛불을 들었다. 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광장으로 뛰쳐나온 것일까?

1장은 2016년 촛불집회를 통해 한국의 민주주의를 성찰한다. 극도로 세속화되고 고도로 분화된 한국사회를 가치 차원에서 결속시키는 성스러운 중심은 시민 영역이다. 시민 영역은 민주주의를 정당화하는 성과 속의 담론구조로서 보편적 연대를 가능하게 만든다. 2016년 촛불집회는 시민 영역의 성스러운 상징의 구체적인 아이콘인 대통령 박근혜를 중심으로 벌어진 사회적 공연이다. 이 공연은 보편적 연대를 가능하게 하는 민주주의 코드를 대본으로 해서 벌어졌는가? 2016년 촛불집회는 민주주의 담론뿐만 아니라 한국사회의 일상의 삶에 깊이 새겨져 있는 유교주의 담론까지 활용하여 벌어진 사회적 공연이다.

한국인들은 상황에 따라 어떨 때는 민주주의 담론을 또 다른 때는 유교주의 담론을 활용해 자신들의 행위를 정당화한다. 그러다가 두 담론이 충돌하게 되면 민주주의와 유교주의의 대동사회 이상이 모두 해를 입는다. 특히 군사주의로 왜곡된 유교주의 담론이 민주주의 담론을 무력화시키면 그 폐해가 막대하다. 반대로 민주주의 담론과 유교주의 담론이 서로를 강화하여 긍정적인 시너지 효과가 발생하기도 한다.

시민사회의 제도에 대한 불신이 극심한 한국사회에서 제도를 민주적으로 조절하는 힘은 두 담론의 시너지 효과에서 나온다. 민주주의 담론과 유교주의 담론은 각 담론이 지닌 이상적 가치와 부합하지 않는 현실을 교정하는 ‘초월적 윤리 언어’로 만난다. 한국인들이 이러한 초월적 윤리 언어를 사용하여 행위의 ‘동기’를 정당화할 경우 민주주의 ‘제도’에 대한 신뢰가 부족하다 해도 한국의 민주주의는 발전한다. 이 경우 민주주의 담론이 유교주의의 대동사회 이상을 더욱 민주적으로 만들고, 유교주의 담론이 한국 민주주의를 더욱 대동사회의 이상에 근접하도록 만든다.

성장주의: 왜 보수, 진보 할 것 없이 성장을 갈망하는가

2008년 4월 17일 이명박 정부가 미국 정부와 맺은 한미 쇠고기 협정에서 촉발된 촛불집회는 그해 초여름 한국사회를 뜨겁게 달궜다. 당시 2개월 동안 총 200여만 명이 참여하는 총 59회의 촛불집회가 열리리라는 걸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그때 한국인들은 왜 광장에 나왔고, 무엇을 주장했는가?

2장은 2008년 쇠고기 촛불집회를 통해 성장주의에 대해 성찰한다. 한국인은 보수와 진보 할 것 없이 모두 성장을 열렬히 갈망한다. 촛불집회에서 사람들은 이명박 대통령이 성장 가치를 지녔기 때문에 분노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성장을 추구하는 방식을 조절하는 규범을 위반했기 때문에 광장으로 뛰쳐나온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국민 전체를 위해 성장을 이끈다고 했지만, 대통령이 된 후 그가 성장을 추구하는 ‘방식’은 국민들이 보기에 자신들을 무시하는 오만한 것으로 보였다. 강력한 평등주의를 지닌 한국인들은 이명박 대통령마저도 굴곡 많은 한국사를 함께 통과해온 한 명의 동등한 동료로 본다. 그런 그가 한국사회의 온 열망인 성장을 가져온다고 했을 때 한국인들은 모두 열광하며 그를 대통령으로 뽑았다. 그런데 대통령이 된 후 이명박이 성장의 과실이 일부 소수자의 것인 양 오만하게 행동한다. 그러니 성장을 추구하는 방식에 대해 혼내주어야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러나 사회운동론의 관점으로 보면 촛불집회의 결과는 허망하기 그지없었다. 이루어낸 실질적 성과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우선 협정문은 한 글자도 바뀌지 않은 채 민간 자율로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입을 막는다는 것으로 마무리되었다. 광우병 특정 위험물질(SRM)에 대한 안전권도, 검역 주권도 해결된 것이 없었다. 민영화도, 대운하 사업도 막지 못했다. 민영화는 선진화로, 대운하 사업은 4대강 살리기로 이름을 바꾸어 다시 실행되었다. 그럼에도 이 싸움의 과정에서 한국인들은 도대체 한국사회가 성장하려는 진짜 이유가 무엇인지 스스로 의문을 품게 되었다. 성장하려는 진짜 이유가 무엇인가? 그렇게나 성장에 매달려서 고작 생존하고 유용성을 축적하기 위해서인가? 그러다가 죽어 사라지면 그만인가? 그것이 두려워 자식이 필연성의 노예로 떨어지지 않도록 또는 유용성을 충분히 누리도록 가진 모든 것을 혈족에게 세습하려고 발버둥치는 것인가? 쇠고기 촛불집회는 이 질문을 던졌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 있다.

성장하는 이유는 필연성과 유용성의 세계를 벗어나와 탁월성의 세계로 가기 위한 것이라는 것을. 그 세계에서 행위하는 자유인이 되기 위해서라는 것을. 조만간 한국인은 다음과 같이 적극적으로 물을지도 모른다. “한국사회는 이미 충분히 성장했다. 그런데도 행위하는 자유인이 보편화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민족주의: 이주여성은 어떻게 한국사회에 편입되는가

한국사회에 이주자가 급증하면서 이주자 사회 통합이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이주여성은 한국 국민의 재생산 도구로서 가부장적 핵가족 안에서 살아가야 한국 정부의 지원을 받는다. 에스닉 섹슈얼리티라는 저열한 ‘사회적 형식’을 유지하고 있어야만 한국사회의 성원으로 살 수 있다.

3장은 이주자가 한국사회에 통합되는 과정을 통해 민족주의를 성찰한다. 이주여성 이자스민은 에스닉 섹슈얼리티라는 저열한 사회적 형식을 뚫고 멜로드라마 장르의 사회적 공연을 통해 한국 시민사회에 진입했다. 시민사회의 제도 중 하나인 미디어에 등장한 이자스민은 전통적인 코드를 통해 성스러워진다. 자신보다 공동체를 먼저 고려하고, 끊임없이 성장하려 하며, 생산적으로 활동하면서 공동체를 보존하려 한다. 이때 이자스민에게 최고의 공동체는 가족이다. 시민사회로 나왔음에도 여전히 비시민사회인 가족의 성원으로서 평가받는 것이다. 이자스민은 또한 가부장적 한국사회에서 남성이 여성에게 지니는 환상, 즉 ‘지적이고, 성적이며, 희생적인 여성상’을 모두 충족시킨다. 이주여성이 한국사회의 시민사회에 진입할 수 있는 자질이 모두 비시민사회적 속성을 통해 이루어지는 셈이다. 국민국가는 남편을 잃고 열녀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는 이자스민에게 보상함으로써 작게는 이주여성 전체, 크게는 한국 여성 모두에게 자신의 섹슈얼리티를 국민을 재생산하는 데 쓰라고 부추긴다. 이 역할을 충실히 수행한 이자스민은 결국 국회의원으로 보상받는다.

하지만 국회의원이 된 후 이자스민은 한국의 국민국가를 뛰어넘는 보편적 연대를 추구한다. 이 과정에서 한국 관객으로부터 민족에 대한 배신자로 낙인찍히지만 역설적으로 민족과 국가의 자연적 연계를 흩뜨려놓는다. 이러한 이자스민의 삶의 행로는 한국의 민족주의가 열녀의 희생을 토대로 해서 완결성을 보장받는 ‘남성 혈족적 민족주의’라는 점을 명확히 드러내준다. 이자스민의 사례는 한국사회에서 여성이 친밀성 영역에서 효를 실천하는 것이 곧 국민국가에 대한 충의 실천으로 연결된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준다. 효는 가부장의 혈족을 재생산하는 것이며, 이는 곧 국민국가의 성원을 재생산하는 것과 같다. 이자스민은 혼인을 통해 법적으로 한국의 국민이 되었지만, 가부장의 혈족을 재생산하는 효를 실천해야만 비로소 시민사회에 진정한 국민으로 편입될 수 있다. 대한민국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남성 혈족 사회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한국 민족주의의 본모습이다.

젠더주의: 여자 말뚝이, 어떻게 할 것인가

4장은 2012년 벌어졌던 ‘나꼼수 비키니 사건’을 통해 젠더주의를 성찰한다. 나꼼수 비키니 사건은 서울 구치소에 수감된 정봉주 전 의원의 석방을 요구하는 시위를 하던 중 우발적으로 한국사회의 젠더주의를 전면적으로 드러내 보여주었다. 보수와 진보 모두 여성이 공적 영역에 성적 대상으로 출현해서는 안 된다는 젠더주의를 공유한다. 하지만 관능을 희화화하고 풍자의 도구로 사용하는 여자 말뚝이가 출현함으로써 이러한 젠더주의에 치명적인 타격을 가한다. 여자 말뚝이는 섹슈얼리티는 남성 혈족의 재생산을 위해 가족 안에만 있어야 한다는 성기 중심의 이성애적 가족주의를 해체시킨다. 성장하려고 해도 더 이상 성장할 수 없는 시대에 이성애 중심의 섹슈얼리티에 갇혀 있던 에로티시즘이 공적 영역과 사적 영역의 경계를 넘나들며 번져나가고 있다. 에로티시즘에 빠지는 순간 일상의 삶에서 합리적 자아로 나뉘어 있던 사람들이 하나의 융합된 세계로 소멸되는 체험을 한다. 이는 신성의 체험이기도 하지만 두려운 체험이기도 하다. 자신의 합리적 자아를 타자와의 연속성 속에서 소멸시키는 엄청난 에너지 소모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나꼼수 비키니 사건을 둘러싸고 벌어진 사회적 공연은 여자 말뚝이가 남성 성기 중심으로 결합되어 있던 에로티시즘을 풀어헤쳐 다양한 형태로 재구성하려고 시도하는 선구자라는 점을 보여준다. 이를 통해 여자 말뚝이는 한국인으로 하여금 에로티시즘과 성聖이 하나라는 인간 실존의 진실과 마주치게 만든다. 여자 말뚝이가 남성 성기 중심의 섹슈얼리티를 탈본질화시켜 실존적 상황으로 만들어버렸기 때문이다. 여자 말뚝이는 여성도 남성과 마찬가지로 평등한 성적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정치적 올바름의 언어를 넘어서 인간의 실존과 마주할 수 있는 문화적 역량이 필요하다는 점을 잘 보여준다.

구매가격 : 16,800 원

마지막 비상구

도서정보 : 제정임 | 2020-01-06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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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붕괴와 원전 재앙을 피할 ‘마지막 비상구’

이런 현실에서 우리는 어떤 행동을 취해야 하나? 그 이전에 한국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파악할 수 있게 해준 책이나 자료는 있었는가? 이 책 『마지막 비상구』는 기후위기 시대의 한국의 현실을 발로 뛰며 밀착 취재해 집중 조명한다. 탈원전·탈석탄과 재생에너지 전환을 둘러싼 논란을 규명하고 에너지 정책의 대안을 모색한다. 전국 곳곳에 있는 현장을 돌아다니며 한국의 에너지 구조, 기후위기, 기후변화에 과한 문제점을 철저히 파헤치고, 대안까지 제시했다는 점에서 이 책의 가치는 크다. 특히 원자력발전이 가지고 있는 여러 문제점을 총체적으로 드러냈다는 점에서 독자적인 가치가 있다고 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이 책은 원자력, 화석연료 같은 ‘위험한 에너지’에서 벗어나 ‘깨끗하고 안전한 에너지’로 전환할 수 있다는 것, 기후 붕괴와 원전 재앙을 피할 ‘마지막 비상구’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원전은 과연 값싸고 안전한 에너지일까?

1부에서는 원자력발전의 문제점을 총체적으로 드러낸다. 원전은 과연 싸고 안전한 에너지일까? 탈핵 진영과 찬핵 진영의 입장을 번갈아 전하면서 이에 대한 진실 공방을 파헤친다. 특히 찬핵 세력이 주장하는 ‘원전은 값싸고 안전한 에너지’라는 허구성을 샅샅이 추적해 ‘원전은 비싸고 위험한 에너지’라는 사실을 밝혀낸다. 게다가 한국은 세계에서 첫손 꼽히는 ‘원전 밀집 지역’이라는 위험까지 안고 있는데도 제대로 된 보호책이 없다는 사실도 짚어낸다. 결국 원전이 값싸고 안전한 에너지라는 말은 허구라는 사실을 증명한다. 사용후핵연료의 방사선량이 자연 상태로 줄어드는 데 필요한 시간은 ‘최소 10만 년’이다. 하지만 이 ‘고준위 핵폐기물’(사용후핵연료)의 안전한 영구 처분 방법은 아직 어느 나라도 찾지 못했고, 한국은 최종 처분 방식에 대한 결정을 미룬 채 각 원전 인근의 임시 저장 시설에 계속 쌓아가고 있는 현실도 추적한다. 과연 10만 년 동안 핵폐기물을 보관할 땅은 있을까? 찬핵 세력들은 이런 사실을 숨기고 있다는 사실도 밝힌다. “고준위 폐기물 처리장의 건설과 운영에 64조 1,301억 원이 소요될 전망이지만 한수원이 사용후핵연료 관리비로 적립한 금액은 4조 7,384억 원에 불과하다.” “중간 저장 비용으로 2035년까지 26조 3,565억 원, 2053년까지 영구 처분 비용으로 37조 7,736억 원이 드는데, 한수원이 계상한 사용후핵연료 관리비에는 사고 위험에 대비한 보험비만 반영돼 있다.” 이렇게 핵폐기장을 짓고 장기간 관리하기 위해서는 천문학적인 예산이 드는데도, 한수원을 비롯한 찬핵 세력은 이를 감추고 원자력발전 단가에도 반영하지 않고 있다. 그러면서 계속 원자력은 싼 에너지라고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더군다나 핵폐기물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대책이 없다는 사실도 밝혀낸다.

원자력발전소와 석탄발전소로 인해 일상이 무너진 현장

이 밖에 원자력발전소와 석탄발전소로 인해 일상이 무너진 현장을 찾아간다. 원전 인근 동네에서 지진을 겪은 후 매일 ‘생존배낭’을 챙기며 불안에 떠는 초등학생, 핵발전소 부근에서 수십 년 ‘물질’을 했다가 무더기로 암에 걸린 해녀 할머니들을 만난다. 원전에 쌓인 핵폐기물 때문에 마음을 졸이다가, 자녀 몸에서 방사성 물질인 삼중수소까지 검출되자 ‘원전 가까이 산 죄’라며 가슴을 치는 어머니의 탄식을 듣는다. 원전 때문에 3번이나 이주한 마을 이장, 고기잡이나 과수원 등 생계수단을 모두 잃고 자식들이 주는 용돈으로 생활하는 할머니, 신고리 1~4호기를 지을 때는 원전 반대 운동을 했지만 5?6호기 때는 ‘그냥 짓고 우리 이주시켜달라’고 입장을 바꾼 주민협의회장의 이야기도 전한다. 공기 좋고 물 좋았던 마을에 석탄발전소가 들어선 후 생계수단이었던 조개와 게는 탄가루투성이가 되고 주민들은 줄줄이 폐질환으로 숨지는 현장도 찾아간다. 정부가 미세먼지를 내뿜는 석탄발전을 줄이고 신재생에너지를 늘리겠다고 공언했으나 문재인 정부 말까지 석탄발전의 절대량이 오히려 늘어난다는 사실도 드러낸다. 아울러 2030년이 되어도 삭탄화력이 국내 발전원 1위라는 모순된 사실도 지적한다.

‘원전 프로파간다’의 실상을 파헤치다

2부에서는 한국의 에너지 구조가 원전·석탄에 과도하게 의존하게 된 배경과 문제점을 분석한다. 또한 한국수력원자력이 사고 위험과 방사능 오염 가능성을 감춘 채 원전을 ‘싸고 안전하고 깨끗한 에너지’로 포장하기 위해 언론과 지역 주민, 전국 초중고생에게까지 막대한 돈을 뿌려온 ‘원전 프로파간다’의 실상도 파헤친다. 한수원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촘촘하게 국민의 세금으로 원전을 홍보하기 위해 언론과 지역 사회를 관리해오고 있었다. 광고 협찬비와 원전 옹호 기사로 얽힌 언론사는 물론이고, 대학 학보사에까지 홍보비가 들어간 사실을 밝힌다. 드라마, 예능, 퀴즈 프로그램까지 공략해 한수원이 어떻게 ‘친원전 이데올로기’를 주입하고 있는지도 집중 취재했다. “2010년에는 한수원이 KBS 퀴즈 프로그램 [1 대 100]에 1년간 총 4억 4,31만 원을 지원하는 대가로 자막 광고 72회, 원자력 관련 문제 출제 12회(월 1회씩), 한수원 직원 출연 12회를 요구했다. 실제로 그해 이 프로그램에는 ‘원자력 에너지가 유일한 대안’이라거나 아랍에미리트·요르단 등 원전 수출 정책의 성과를 강조하는 문제들이 주기적으로 출제됐다.”

그 기사는 돈 받고 쓴 것이었다

취재진은 원전 관계 기관과 기업 취재를 하기가 특히 어려웠다고 밝힌다. 자료와 답변을 요구하면 그들은 “모른다”, “답변하기 어렵다”는 말만 반복했다. 이런 상황에서 취재진은 자료를 받아내기 위해, ‘비판 기사엔 반드시 반론도 싣는다’는 원칙을 지키기 위해 거듭 연락을 취했다. 그리고 많은 자료를 분석하면서 한수원의 실상을 낱낱이 고발한다. 결국 취재진은 한수원이 광고 외에 취재 협찬비를 언론사에 지급함으로써 여론을 관리해왔다는 사실을 밝힌다. 이 돈은 모두 국민들이 매달 내는 전기요금에서 나온 것이었다.

YTN은 2012년 3월과 2013년 9~12월 세 차례에 걸쳐 한수원에서 방송 제작 협찬비 4억 7,200만 원을 받았다. 또 2013년 12월에는 TV조선이 1억 8,000만 원, 연합뉴스TV가 1억 3,000만 원, JTBC가 1억 원, 채널A가 5,000만 원, MBN이 4,000만 원을 같은 명목으로 받았다. 2014년에는 시사교양 제작 명목으로 KBS에 7,500만 원, 한국경제TV에 두 차례 총 5,000만 원, MTN에 1,500만 원이 제공됐고, 채널A에는 특집 다큐멘터리 제작 명목으로 3,000만 원이 지원됐다. 한수원은 또 지난 2012년부터 2017년 6월까지 총 222억 2,500만여 원을 언론사 광고비로 썼다. 이 중 방송 광고가 171억 6,600여만 원, 인쇄 광고는 50억 5,867만 원이었다. 한수원으로부터 광고를 받은 언론사는 주요 방송, 신문은 물론 지역지, 각종 전문지, 잡지, 인터넷 매체, 심지어 대학 학보사까지 다양했다. 핵폐기물 처리장을 관리하는 한국원자력환경공단 역시 같은 기간 총 27억 860여만 원의 광고비를 집행했다.

SBS는 지난 2013년 한국에너지정보문화재단(전 한국원자력문화재단)으로부터도 원자력 및 에너지 정보 제공 목적으로 총 3,000만 원의 취재 지원비를 5회에 걸쳐 받았다. MBC도 2014년 같은 재단으로부터 1억 1,000만 원을 지원받아 그해 12월 11일 방영된 MBC 다큐프라임 [미래에게 말을 걸다-원자력 세대의 선택은?]을 제작했다. 이 다큐는 후쿠시마 사고 후 확산되고 있는 방사능 공포는 과도한 것이며, 원전은 경제적이고 안전하기 때문에 정부가 국민을 잘 설득해서 발전시켜야 한다는 논조로 구성됐다. 이외에 [동아일보], [국민일보], [매일경제], [조선일보], [문화일보] 등의 언론사도 돈을 받고 원전에 관한 홍보성 기사를 써준 사실이 밝혀졌다.

또한 한수원은 월성원전 1호기 수명 연장 여부를 놓고 사회적으로 논쟁이 뜨겁던 2015년 2월 산업부 출입기자단이 캐나다·미국 내 원전 지역을 시찰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산업부기자단의 해외 원전 시찰은 2월 1일부터 8일까지였고,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월성 1호기의 수명 연장 여부를 결정하는 회의는 2월 12일로 예정돼 있었다. 기자단이 귀국한 직후인 2월 10일과 11일, 각 신문·방송에는 월성 1호기와 기종이 같은 캐나다 ‘포인트 레프로’ 원전의 수명 연장 가동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기사가 쏟아졌다. 그리고 원안위는 회의를 한 차례 연기한 끝에 2월 27일 월성 1호기의 계속 운전 허가를 결정했다.

에너지 대전환은 가능하다

3부에서는 ‘위험하고 더러운 에너지’에서 ‘안전하고 깨끗한 에너지’로 전환할 수 있는 대안을 모색한다. 기후변화가 얼마나 심각한 수준까지 왔는지 국내외 상황을 살펴보고, 지속 가능한 에너지 구조로 전환하기 위한 노력을 제안한다. 특히 빠른 속도로 탈원전을 추진하면서도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로 만든 전기를 원전 대국 프랑스에 수출까지 하고 있는 독일과 스웨덴, 덴마크, 스페인 등의 사례를 살핀다. 새 사옥 전체를 재생 에너지 발전소로 만든 애플 등 선진국 기업의 혁신과 태양광 고속도로·제로 에너지 하우스 등의 첨단 사례를 통해 인간의 창의성이 ‘에너지 대전환’의 원동력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전국 곳곳에서 풍력과 태양광발전소 건설을 둘러싼 갈등이 벌어지고 있지만, 제주도가 ‘바람은 모두의 것’이라는 ‘공풍화 정신’을 보여준 것처럼 주민이 이익을 공유하는 구조를 만들면 극복할 수 있다는 사실도 조명한다. 이 밖에 재활용 현황과 과제, 건축물과 생산 시설, 교통수단 등의 에너지 효율화 방안 등도 제시한다. 한국도 산업용 전기료를 올려서 기업들이 전기를 아껴 쓰고 생산 시설 에너지 효율화를 서두르게 해야 하고, 그간 원전 등 기존 에너지 사업을 지원하는 데 쓰였던 전력산업기반기금도 재생에너지 산업 육성에 써야 한다는 제안도 담았다.

‘올해의 좋은 보도상’, ‘데이터저널리즘어워드’ 수상

이 책은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의 학생과 교수진이 만드는 [단비뉴스]에 2017년 9월부터 1년 4개월 동안 연재된 탐사보도 [에너지 대전환, 내일을 위한 선택]을 묶은 것이다. 취재팀은 다음과 같은 원칙을 정하고 기사를 작성했다. “현장으로 가자. 외국을 빼곤 직접 달려가 발로 뛰며 확인하자. 실명 보도를 원칙으로 하자. 익명 처리가 불가피한 경우를 빼고 모든 취재원의 이름·나이·경력 등을 최대한 드러내 독자의 이해를 돕고 기사의 신뢰성을 확보하자. 데이터로 뒷받침하자. 통계나 기록 등 근거로 쓸 수 있는 자료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모두 긁어모아 분석하자.” 기사가 연재되는 동안 ‘원전 재난의 위험성과 미세먼지 등 화석연료의 폐해,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가장 생생하고 정밀하게 알려준 기사’ 등의 찬사가 쏟아졌다. 이 결과 민주언론시민연합의 ‘2018년 올해의 좋은 보도상’과 데이터저널리즘코리아의 ‘데이터저널리즘어워드’ 등 권위 있는 언론상도 받았다.

구매가격 : 17,500 원

아무도 내게 꿈을 묻지 않았다

도서정보 : 하금철, 홍은전, 강혜민, 김유미 | 2020-01-06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수용시설, 청산되지 않은 일제 잔재
강제수용시설의 역사는 일제강점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선감학원 역시 일제의 부랑아 단속 및 수용 조치를 위한 감화정책과 함께 등장했다. 선감학원이 설립된 1942년은 일제가 태평양전쟁에 매진하던 시기로, 전시 군수물자를 확보하기 위해 강제수용된 부랑아들을 참혹한 강제노역에 동원했다. 선감학원도 그런 필요에 의해 세워졌다. 1940년 경기도지사로 부임한 일본인 스즈카와의 지휘하에 경기도가 현 안산시 소재의 선감도 전체를 매수하고, 선감도 주민 전체를 도외로 철거시킨 후 공식 개원한 곳이 바로 선감학원이다. 선감학원은 ‘총후의 꿋꿋한 황국신민’을 연성하겠다는 의지를 내걸고 수용된 원생들에게 일제에 대한 충성심을 강제하는 교육을 실시했다. 극심한 인권 유린과 노역을 견디지 못한 원생들 다수가 탈출을 시도하고, 그 과정에서 사망하는 일이 빈발했지만, 선감학원은 굴하지 않고 ‘전시 동원’에 매달렸다.

일제의 악법은 해방 이후에도 쉽사리 사라지지 않았다. 일제가 물러간 후에도 부랑인 단속을 위한 법령들의 효력이 유지되었는데, 사회적 불안을 잠재울 필요가 있다는 게 그 이유였다. 구호정책은 진지하게 고민되지 않았고, 오로지 추방에 초점이 맞춰졌다. 1947년 서울 사직공원 안에 설치된 부랑아보호소가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당시 서울시는 시청 사회과 직원으로 하여금 경관을 대동시켜 부랑아를 ‘취체’하는 활동을 벌였다. 서울의 미화를 위한다며 부랑아와 거지 900명을 한꺼번에 시내에서 300리 떨어진 철도 없는 곳으로 추방하기까지 했다.

이 보호소는 이후 1960년 서울시립아동보호소로 재개소해 대대적인 수용을 시작하게 된다. 무엇보다도 충격적인 것은, 당시 아동보호소에 수용된 인원 중 약 50퍼센트에 달하는 아이들의 실제 부모가 생존해 있었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행정 당국은 부모를 찾아 아이들을 돌려보내기보다 지방에 분산 수용하는 데 열을 올렸다. 특히 1961년에는 목포, 광주, 대전, 충주, 인천 등으로 아동들을 대거 분산시켰다.

죄 없는 소년들을 납치해 가둔 국가
피해생존자들의 증언도 이러한 정황들을 뒷받침한다. 그들은 국가가 부모 등 이렇다 할 보호자 없이 떠도는 부랑아뿐 아니라 단순히 길을 잃은 미아까지 강제로 납치해 시설에 수감했다고 입을 모은다. 꾀죄죄한 차림으로 거리를 배회하는 소년들을 보면 묻고 따지지도 않은 채 마구잡이로 납치했다는 것이다. 길을 잃은 아이를 발견하면 경찰이 신원을 확인해 보호자를 찾아주는 것이 상식이건만, 그런 절차는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 서울에 있던 작은아버지 댁을 찾아가다가 경찰의 불심검문에 걸려 선감학원까지 잡혀왔다는 한일영 씨는 당시의 상황을 이렇게 전한다.

“파출소에 있는 순경 같았어요. 저한테 ‘집 어디냐’ ‘어디 가냐’ 하면서 집 주소를 대라고 했어요. 나는 주소는 몰라서 모른다고 했어요. 가평에 살고 가평국민학교에 다닌다고 했는데, 자기네가 확인을 하려고 하면 학교에 연락해서 얼마든지 확인할 수 있잖아요. 그런데 혼자서 왔다고 하니까 아예 믿지를 않았던 거 같아요. 저를 파출소에 데리고 있다가 바로 응암동 아동보호소로 넘겼어요. 자기들도 할당이 있었는지 어쨌는지 모르겠지만. 나중에 아동보호소 가서 알고 보니까 다 그렇게 잡혀온다고 하더라고요. 웬만큼 꾀죄죄하고 그러면.”

가족들이 버젓이 살아 있던 오광석 씨 역시 길거리를 돌아다닌다는 황당한 사유로 경찰에 납치되었다. 그는 자신의 스케치북에 이렇게 썼다. “박정희 정권 때 어린 나이에 길거리를 돌아다니다가 일명 양아치 차라는 차에 끌려가게 되었습니다. 멀정이 아머니가 있고, 여동생이 있는대도 또한 어린 간난아이 동생도. 있었는대 전 길거리에 돌아다닌다는 이유로 고아가 된 것입니다.”

이처럼 아무런 죄 없이 경찰의 손에 끌려간 아이들은 아동보호소와 이런저런 고아원, 선감학원 등의 시설을 전전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성과 이름이 바뀌고, 생일이 조작되고, 소년들은 그렇게 자신의 모든 것을 잃고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갔다. 경찰 혹은 공무원이 납치해간 까닭에, 가족이 실종신고를 내더라도 별반 소용이 없었다.

그렇다면 거리의 소년들을 납치 감금한 국가의 그 기준은 무엇이었을까? 도대체 어떤 기준이었길래 공권력의 이름으로 그런 잔악한 폭력을 휘두를 수 있었을까? 선감학원과 관련된 각종 역사 기록들은 우리에게 뜻밖의 사실을 전해준다. 명확한 기준은커녕 아이들을 납치해 수용한 원인이 너무나 모호하게 기재되어 있는 것이다. “생활고, 엄격한 생활, 악우 관계, 허영심, 주위 환경의 불순” 등 국가는 어린아이들에게서 흔히 나타나는 특성들을 과도하게 부풀려 부랑아의 성질로 분류했고, 그 얼토당토않은 분류를 수용의 근거로 삼았다. 고민의 흔적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이 기막히고 ‘손쉬운’ 분류가 누군가의 귀중한 인생 전체를 파괴한 셈이다.

기억은 기록을 의심하고, 기록은 기억을 부정하고
지금은 엄연히 ‘국가폭력 피해’로 받아들여지는 이 ‘선감학원’ 사건에 대해 털어놓기까지 피해생존자들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을 겪어야 했다. ‘선감학원 출신’이라는 낙인, 평생을 가도 지워지지 않는 그 부끄러움을 당당히 드러내면서 그들이 전하고자 했던 경험은 과연 무엇일까? 이들이 끌려간 선감학원에서는 도대체 어떤 일들이 일어났던 것일까?

이 책에 등장하는 아홉 명의 피해생존자들은 하나같이 선감학원에서 보낸 지난날을 ‘자기 자신을 상실한 시간’으로 기억한다. 기본적으로 인적사항이 완전히 조작돼 호적이 말소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다수의 생존자들은 이런 사실조차 퇴소 혹은 탈출 이후 성인이 되어서야 알게 되었다고 한다. 심지어 선감학원 측은 모든 원생들의 생일을 선감학원 개원 기념일인 5월 29일로 기재하는 등 원아대장을 날조해왔다. 시설 내부에는 그 흔한 시계와 달력도 없어서 원생들은 시간에 대한 감각조차 가질 수 없었다. 선감학원에서 시간은 오로지 명령의 형식으로 고지되었다. 아침 점호와 취침 점호, 그것이 선감학원에 존재하는 유일한 시계였다.

대부분의 피해생존자들이 자신의 (선감학원) 입소 시기와 퇴소 시기조차 정확히 기억하지 못하는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이를테면 김성곤 씨는 입소 시기와 퇴소 시기를 매번 다르게 증언하거나, 아동보호소의 기록과 전혀 다르게 증언했다. 한마디로 자신의 생生에 대한 기억 자체가 완전히 망가져 있었다. 이렇듯 사회에 나와서야 자기 자신의 존재를 증명해줄 수 있는 모든 공적 기록/서류가 부재하거나 왜곡되어 있다는 사실을 접한 피해생존자들은 또 한 번 무너졌다. ‘나’라는 존재가 거기(선감학원)에 있었다는 것을 누구도 증명해줄 수 없고, 나조차도 내가 누구인지 모르는 이 상태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피해생존자들의 증언이 종종 신빙성을 요구받는다는 점으로 미루어볼 때 이는 분명 중대한 문제다. 선감학원의 운영 주체였던 경기도가 당시 서류를 온전히 공개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피해자임을 증명할 수 있는 수단은 오로지 본인의 증언뿐이기 때문이다. 피해자 자신이 입소 시기를 정확히 기억하지 못한다면 (피해 사실에 대해) 사회구성원들의 인정을 이끌어내는 데 어려움이 따를 수밖에 없다.

씻을 수 없는 상처로 남은 폭력과 구타
소년들이 선감학원에서 당했다는 잔혹행위와 폭력의 목록을 보고 있으면, 기억을 회복하는 문제는 오히려 부차적으로 느껴진다. 피해생존자들이 증언한 선감학원의 일상은 참혹하고 끔찍했다. 취학 나이의 소년들은 학교도 가지 못한 채 하루 종일 강제노역에 동원됐다. 그 이후로 배움의 길은 영영 막혀버렸다. 기록상 선감학원은 ‘직업교육’의 명목으로 소년들을 양잠(누에고치 키우기), 축산(소 키우기), 이용 활동에 투입했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그것을 온전한 ‘직업교육’으로 이해하기에는 석연치 않은 구석들이 너무나 많다. 실제로 그것이 ‘작업의 능률’을 확보하는(그럼으로써 경제적 이윤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소를 키웠어요. 20마리, 30마리 키웠어요. 소들이 겨울에 먹을 게 있어야 되잖아요. 억새풀을 잘게 썰어서 큰 통에다가 재워놔요. 그걸 하는 게 다 우리 같은 어린애들이에요. 낫도 안 줘요. 손으로 하던가, 우리가 돌로 만들어요. 돌 두 개를 갖고 다니면서 억새풀을 꺾어서 짓이겨서 하루에 40킬로씩 해야 돼요”(이○○)

“농사에 관한 건, 웬만한 건 다 했어요. 보리밭이 되게 넓은 게 있었어요. 추운데 양말도 없이 고무신 하나 신고. 바람도 엄청 차가워요. 그 넓은 데를 어린애들이 매야 하죠.”(한일영)

10세 전후의 어린아이들에게 낫조차 주지 않고 일을 시켰다는 것은, 그것이 강제노역임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쉽사리 납득되지 않는 처사다. 작업의 능률을 높여 생산량을 늘리고, 거기에서 경제적 이윤을 추구하는 것이 진짜 목적이었다면 최소한의 의복이나 낫 정도의 도구는 지급해야 하지 않았을까. 선감학원의 모든 규율이 사실상 원생들을 인간 이하로 격하하고 존엄을 파괴하기 위한 장치에 지나지 않았음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심지어는 급식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어떤 아이는 생식을 시도했고, 또 다른 아이는 배가 고파 먹을 것을 찾다가 콜라병에 들어 있던 농약을 마시고 죽었다.

“거기서는 항상 배가 고팠어요. 반찬도 맨날 새우젓하고 무 같은 걸 심어서 짠지를 만들어줬어요. 새우젓도 구데기가 끓어서 도저히 못 먹어요. 호박도 큼직하게 잘라서 익지도 않은 걸 주고. 그래서 내가 사회 나와서도 젓갈 종류랑 호박을 잘 안 먹어요. 생식도 엄청 많이 먹었어요. 논에 가면 벼가 있잖아요. 벼를 손으로 훑어다가 바닥에다 놓고 신발로 막 비비면 껍질이 까져요. 그럼 그걸 손에다 놓고 호호 불어서 입에 털어넣는다구요. 생쌀을.”(이대준)

“어떤 아이는 배가 고파서 사무실에 들어가 콜라병 같은 게 있길래 그걸 마셨대요. 근데 그게 사실은 농약이었던 거예요. 어처구니없게, 농약을 먹고 죽은 거죠.”(현정선)

더욱 참담한 것은, 폭력이 일상 구석구석을 지배하는 원리였다는 사실이다. “빠따를 한 대라도 안 맞은 날은 오히려 불안할 정도”라고 말하는 생존자도 있을 정도로 매일매일 잔인한 가혹행위가 이어졌다. 특히 생활공동체인 숙소 안에서 폭력은 원생이 원생을 때리는 구조로 작동했다.

“일렬로 원생들을 엎드려뻗쳐 시킨 뒤 원생이 원생을 때리는 ‘줄빠따’라는 게 있었다. 원생 열 명이 누워 있으면 맨 앞 원생이 일어나 아홉 명의 원생을 때린 뒤 맨 뒤로 가서 엎드린다. 그다음 원생이 일어나 또 아홉 명의 원생을 때린 뒤 맨 뒤로 가서 엎드린다. 맨 첫 번째로 때린 사람의 순서가 되면 줄빠따는 끝난다. 이불 뒤집어씌운 한 사람에게 여러 사람이 달려들어 대리는 ‘다구리’도 있었다.”(오광석)

“더 끔찍한 건, 사장 놈들이 원생끼리 권투를 시키는 거예요. 권투장갑을 만들어서. 권투 못하겠다면 또 짓밟아버리는 거지. 가혹하게. 거기서 사장 놈들은 재미를 보는 거예요”(현정선)

이런 폭력은 내 옆에 있는 동료의 존재를 완전히 지워버린다는 점에서 매우 위험하다. 내 옆의 동류가 나를 때리는 가해자이거나 내가 밟고 올라서야 하는 대상에 지나지 않게 될 때, 오직 ‘자기가 살아남는 것’만이 중요해지기 때문이다. 원생들 간의 관계를 일부러 와해하려 한 선감학원의 의도가 다분히 드러나는 지점이다.

“우리 집에 가서 있을래? 선감원으로 도로 돌아갈래?”
극도의 굶주림과 폭력을 견디다 못해 탈출을 시도한 원생들도 있었다. 주민들의 감시 때문에 배를 탈 수조차 없었던 소년들은 헤엄쳐 바다를 건너는 모험을 감행했다. 일주일을 헤엄쳐 대부도까지 이른, 탈출에 성공한 경우도 있었지만, 더 이상 나아가지 못하고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온 아이들도 있었다. 선감학원은 그 작은 시신들을 야산에 아무렇게나 암매장했고, 그마저도 살아 있는 동료 원생들을 시켰다. 아이들의 죽음과 관련해 경찰 조사나 검시가 이루어진 적은 없었다.

“도망가다 물에 빠져 죽은 사람은 퉁퉁 불어가지고 소라, 낙지 이런 게 다 붙어 있어요. 거기다 빨간 소독약을 그냥 뿌리는 거예요. 냄새난다고. 한번은 장마가 크게 온 뒤에 뽕 따러 올라가다보니까 시체가 다 드러나 있는 거예요. 아이들 시신을 얼마나 아무렇게나 내버렸는지. 그런 아이들을 내가 직접 묻기도 했어요 선생이 준 빨간 고무장갑을 끼고.”(이대준)

경찰의 집요한 추적으로 또다시 잡혀온 소년들도 물론 있었다. 서로가 서로를 때리는 것이 탈출에 대한 벌이었다.

“서로 마주 보고 서로의 뺨을 한 대씩 때렸다. 내가 널 때리고, 네가 날 때리고. 이상했다. 난 이렇게 세게 안 때린 거 같은데. 점점 화가 났다. 올려붙이는 손에 힘이 들어갔다. 볼이 씨뻘게졌다. 오른손이 아플 때쯤이면 왼손을 치켜들어 때렸다. 전날만 해도 함께 도주를 계획했던 우리인데 오늘의 우리는 죽일 듯이 서로의 뺨을 휘갈기고 있었다.”(김성환)

탈출에 성공한 소년들의 사정도 결코 좋지 않았다. 선감학원이 사라진 자리에 또 다른 약탈과 폭력이 비집고 들어왔다. 선감학원의 소년들을 익히 알고 있던 주변 어섬의 주민들이 탈출하는 소년들을 붙잡아 머슴살이를 시키고, 강도 높은 굴양식에 부린 것이다. 간판에 복지와 교육을 내건 또 다른 시설에 붙들려간 소년들도 있었다. 형제복지원과 삼청교육대가 바로 그곳이다.

“나는 거기서 붙잡힐 거라고 상상도 못했는데 붙잡혔어요. 그 사람들 입장에선 우리를 보는 사람이 임자예요, 완전 ‘심 봤다’지. 우리는 공짜로 쓸 수 있는 머슴 아니면 노예였어요. 주민 하나가 나를 앉혀놓고 자기 집에 가서 있을래? 선감원으로 도로 돌아갈래? 협박을 하는 거예요. 저는 당연히 있는다고 그러죠. 목숨 걸고 간신히 탈출해 나왔으니까.”(한일영)

“마산포 앞에 보면 어섬이라고 있어요. 작은 섬인데 거기에도 부락민들이 살아요. 그 마을 사람들이 도망가는 아이들을 숨겨줘요. 그러고 나서 그 집에서 머슴살이를 시켜요. 거기서도 엄청 때리죠. 만약 말 안 들으면 다시 선감학원에 보낸다고 그러고. 마을 사람들이 도망가는 아이들을 잡아다 선감학원에 보내주면 밀가루 한 포대씩 받았어요. 그때 당시 밀가루 한 포대가 얼마나 비쌌는데.”(이대준)

“선감학원에서 4년 정도 살다가 폐쇄될 때 나왔습니다. 집사람 통해서 선감학원에 대한 기사를 찾아봤는데, 1982년에 폐쇄되었다고 나오더라고요. 그런데 제 기억엔 1980년입니다. 제가 선감학원 폐쇄될 때 나왔거든요. 그리고 그해에 바로 형제복지원으로 잡혀갔습니다.”(김창호)

“아무도 내게 꿈을 묻지 않았다”: 인간답게 꽃피기도 전에 저버린 삶
선감학원이나 형제복지원 같은 시설들이 역사 속으로 사라진 지도 이미 오래다. 그러나 2019년 현재에도 피해생존자들은 여전히 그 트라우마를 안고 살아간다. 고생 끝에 어렵사리 시설을 나왔지만, 시설 밖 사회는 이들에게 또 다른 감옥과도 같았다. 삶의 모든 가능성을 박탈당한 채 수용소에 갇혀 살아온 이들이 설 자리는 어디에도 없었다.

학교를 다니거나,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관계를 맺거나 하는, 보통 사람들에게는 지극히 당연한 경험들을 습득하지 못한 이들로서는 정상적인 삶을 영위하는 것 자체가 무모한 도전이었다. 껌팔이, 구두닦이, 신문팔이로 생계를 유지한 이들은 그나마 나은 경우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어렵게 생계를 유지하다가 범죄의 길로 빠진 이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어떤 경우에든 범죄 그 자체는 용인될 수 없지만, 이들의 범죄에 도덕적 잣대를 들이대는 것만큼이나 무의미한 일이 또 있을까?

피해생존자 김성환 씨는 “아무도 내게 꿈을 묻지 않았다”고, “누구도 나의 미래를 궁금해하지 않았다”고 이야기했다. 그게 그가 기억하는 유년 시절이다. 선감학원에 끌려간 소년들은 왜 저 흔하디 흔한 질문조차 받지 못했던 것일까? 아니, 질문을 바꿔 왜 아무도 그들에게 꿈을 묻지 않은 것일까? 아무도 그에게 하지 않았던 그 질문을 이제야 비로소 스스로에게 던지고 답해본다고, 그는 말했다.

“‘성환아, 넌 커서 뭐가 될 거야?’
‘운동 좋아하니깐 운동선수, 아니면 체육 교사. 혹은 형사, 혹은 고아원장.’
내게도 좋아하는 것이라는 게 있었다. 나는 정의롭게 살고 싶었고, 나처럼 부모가 없는 아이도 이 사회에서 뿌리내리며 살아갈 수 있도록 돕고 싶었다.”

만약 선감학원에 잡혀들어가지 않았다면 그는 어떤 사람이 되었을까? 저 많은 꿈들 중 무엇을 이루었을까? 자신처럼 부모가 없는 아이들에게도 꿈을 심어주는, 그런 일들을 하게 되었을까?

답할 수 없게 된 이 질문들을 이제는 우리가 함께 곱씹어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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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의 부장들

도서정보 : 김충식 | 2020-01-03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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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정보부 18년을 통해 박정희 시대를 조명하다
전두환 대위가 중정 인사과장에서 부장, 대통령되기까지
작가 이병주(작고)는 “햇빛에 바래면 역사가 되고, 달빛에 물들면 신화가 된다.”고 했다.
이 책은 한국 중앙정보부의 부장(부총리급)들과 이들이 주도한 공작정치를 소재로 한국정치의 이면을 파헤친 정사(正史)이다. 의미심장하게도 과거는 현재에 대해서도 발언한다. 12월의 대통령선거 국면에서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정수장학회, 부산일보, MBC 경영권, 그리고 인혁당 8명의 비극적인 죽음과 민청학련 등 과거사 문제는 박정희 정권의 ‘중앙정보부’가 그 씨를 뿌렸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옛 이야기가 아니라 바로 오늘의, 우리 삶의 구조와 그 내력을 밝히고 있다.
1961년 군사 쿠데타로 권력을 거머쥔 박정희와 김종필은 미국의 CIA(Central Intelligence Agency)를 본떠 한국 중앙정보부를 만들었다. 미국 정부의 아이디어와 권유에 힘입은 것이긴 했지만, 운용은 전혀 달랐다. 한국의 중앙정보부는 북한동향을 감시하고, 국내의 정권에 반대하는 모든 행위를 차단, 탄압, 단속하는 것을 주요 업무였다. 그 뿐만이 아니다.
민주주의 법치국가에서 도저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정치공작, 선거조작, 이권배분, 정치자금 징수, 미행, 도청, 고문, 납치 심지어 대통령의 여자관리까지 도맡아서 했다. ?남산의 부장들?은 대통령과 정권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자행된 이 모든 불법행위에 대한 한 저널리스의 목숨 건, 집요한 추적기다.
이 책은 1961년 5?16 군사쿠데타의 첫날 전두환 대위가 육군본부에 등장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서울대 ROTC 교관으로 있던 전두환은 군사쿠데타가 났다는 소식을 듣고 부뚜막에 오르는 고양이처럼 홀연히 사태의 한복판에 등장한다. 전두환은 육사생도를 이끌고 5.16쿠데타 지지의 선봉에 선 이후, 18년 동안 박정희의 돈독한 신임을 바탕으로 대위에서 소장으로 승진하고 군부의 최대사조직인 하나회의 회장으로 군림했다. 선배 별들로부터 예우를 받고, 심지어 사단장시절에는 여당 국회의원조차 그의 승용차에 굽실거리며 경례 하기도 했다.
전두환 장군은 박정희가 중앙정보부장 김재규의 총탄에 사망하던 1979년에는 국군 보안사령관으로 재직 중이었다. 그리고 시해범 김재규를 처단하고, 중앙정보부장을 스스로 꿰어 차고, 박정희의 후계 대통령으로 나아간다. 박정희는 총으로 집권했고, 전두환은 그의 ‘양아들’로 통했다. 박정희가 1979년 10?26 총으로 암살당하고, 전두환은 유신정권의 ‘양아들 정권’인 5공을 열게 되는 역사의 수미상응(首尾相應)을 조명하는 것이 이 책의 포인트이다.

친(親)박 박근혜 vs(對) 반독재투사 과거사의 뜨거운 충돌과 반목
박정희 18년의 정치와 사회가 어떤 운동법칙으로, 어떤 사람들에 의해 움직였는지를 증언하는 이 책은 흘러간 현대사의 그림자가 아니다. 박정희 시절, 중앙정보부는 숱한 간첩단 사건, 반국가단체 사건을 발표했는데 실상 그 중 상당수는 정권 도전 세력, 민주주의 회복 세력을 탄압하는 사건이었다. 그리고 그 주역들, 가해자와 피해자는 지금도 이 땅에 충혈된 눈으로 갈등하며, 반목하고 있다.
1974년 민청학련 사건을 예로 들자면, 이해찬(전 국무총리)은 민주화를 촉구하는 유인물을 뿌리고 10년 형을 선고받았다. 민주당 대통령후보인 문재인은 1975년 경희대 법대학생(총학생회 총무부장)으로 유신반대 데모를 주동하다 제적당하고, 공수부대에 복무했다. 그리고 사법시험에 합격하여 노무현(전 대통령)의 친구가 되고, 오늘날 정치일선에 나서게 되었다. 민청사건으로, 정동영(전 대통령후보, 통일부장관역임)은 두 달간 구속영장도 없이 수감돼 있다가 기소유예, 김근태(전 보건복지부장관)는 배후조종 혐의로 수배됐다. 손학규(전 경기지사) 역시 마찬가지. 장영달(전 열린우리당 국회의원)은 7년 선고에 7년 복역, 유인태(전 정무수석)는 사형선고를 받았다가 4년 복역 후 출소했다.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저자인 유홍준(전 문화재청장)은 7년 선고에 1년 복역, 이강철(전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이 가장 무거웠다. 15년 선고에 8년을 복역했다.
김대중은 박정희 정권 초기부터 정보부와 격돌하며 선거에서 승리해나가더니 결국은 중앙정보부의 오판 속에 야당의 대통령후보가 되었다. 결국 그는 이후락 정보부장의 지시에 따라 일본 도쿄에서 납치된다. 김영삼도 마찬가지. 정보부는 일찌감치 대찬 야당의원 김영삼의 승용차에 초산을 끼얹는 테러를 했다. 1979년에는 야당 총재 김영삼에 대한 ‘처리’ 방안을 놓고 김재규의 정보부와 차지철의 경호실이 치열하게 다투더니, 마침내 10.26박정희 암살로 폭발하고 말았다.

지금도 흔적이 뚜렷한 공작정치, 그리고 그 안의 사람들
박정희를 제외하고는 권력자라 해도 정보부의 손아귀를 벗어나진 못했다. 정보부는 이 기관의 설계사이고 건축가였던 김종필에게도 가혹했다. 김종필은 박정희 임기 중 세 번이나 가택수색을 당했다. 미행과 도청도 당했다. 역대 가장 강력한 정보부장이었던 김형욱은 퇴임 후 1979년 파리에서 중정에 의해 살해되었다. 2012년의 집권여당인 새누리당 대통령후보인 박근혜도, 유신의 퍼스트레이디 시절에는, 중앙정보부와 사정권에 놓여 있었다. 박근혜는 어머니 육영수여사가 피격된 이후 목사를 자처하는 최태민 문제로 중정의 보고 대상이 되었다. 대통령 박정희는 이 스캔들의 조사를 중앙정보부에 지시했고 나중에는 조사 담당자, 최태민 등 관계자들을 '친히' 대질신문했다. 정보부가 강압으로 빼앗아 만든 것이 정수장학회 뿌리이며, 정보부가 인혁당 8명의 사법적 살해를 주도했지만, 2012년 오늘날 대통령 후보 박근혜에게 따라다니는, 결코 과거가 아닌 현재적 명제들이다.
정보부의 파워는 경제계 재계에도 절대적이었다. 미8군 군납이권은 정보부가 관리했고, 차관업체 선정에도 힘을 발휘했다. 박정희의 경제계 프리토리언(친위대)인, 현대그룹의 창시자 정주영은 권력 실세나 장군들에게 ‘집 한 채 지어주겠다’며 접근해 요인들을 함락시키고 말았다. 정경유착의 인연은 훗날 경제인 정주영의 대통령 출마로까지 이어졌다. 쌍용그룹의 창업주인 김성곤은 박정희에게 대들었다가 정보부에 끌려가 콧수염이 뽑히고 매질을 당하는 치욕을 겪었고, 한화그룹의 창시자인 김종희와 동생 김종철 또한 정치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
중앙정보부는 외교?안보도 주물렀다. 김종필 1대 부장은 1965년 한일국교정상화 회담을 주도했다. 일본 외상 오히라와의 비밀메모로 한일협정을 타결해 냈던 것이다. 이후락은 현역 중정부장으로서, 1953년 휴전이후 최초로 판문점을 넘어 북한을 방문하고 김일성과 회담했다. 남북 양측의 국력이 팽팽하던 시절에 시작된 남북대화는 인도차이나가 공산화되면서 내부 체제 강화 경쟁으로 이어지다가 파탄이 났다. 70년대 중반의 적화위협에 맞서 주한미군 철수를 막아보자고 나선 대미 로비스트 박동선과 김한조의 배후도 중앙정보부였다.
이 책에서는 박정희 대통령의 여색 행각도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박 대통령이 중정부장, 경호실장 등과 갖던 ‘밤의 연회’에 그 당시 달력에 나오는 연예인들이 거의 모두 참석했다는 증언도 있다. 이 행사를 주관하던 중앙정보부 과장은 가정 분란이 생겼고, 또 한 사람은 결국 10?26과 함께 총살당했다. 이 책은 저자의 3년여 취재결과이기도 하지만 박정희 정권 당시 동아일보의 청와대 출입기자들이 기록해놓은 미공개 취재노트에도 힘입은 바 있다. 1970년대와 1980년대의 동아일보는 양심적 비판 언론으로 인정받았다. 저자는 말미에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대화라는 E. H. 카의 말이 떠오른다.’고 소회를 밝힌다.

176명에 이르는 정치파워엘리트 인맥사전, 박정희 시대 10대 사건일지 신규 수록
이 책은 과거(역사)가 결코 죽어 사라지지 않음을, 오히려 살아있는 사람들의 오늘과 미래까지 지배함을 웅변한다. 1992년 출간 당시 52만 부가 팔려나간 베스트셀러였다. 일본에서도 최대의 출판사인 강담사(講談社)에서 1994년에 번역 출간돼 한국으로 부임하는 주한대사 및 외교관, 특파원 상사원들의 필독서가 되었다. 20년 만의 개정 증보판을 위해 등장인물 176명에 대한 2012년 현재의 시점에서 인맥사전으로 정리해 권말부록으로 담았다. 박정희시대 18년의 10대 사건과 쟁점에 대해서도 종합적으로 정리된 시각을 본문과 권말 부록에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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