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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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탕을 태우다

도서정보 : 애브니 도시 / 문학동네 / 2023년 03월 31일 / EP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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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부커상 최종후보 ★ 2021 여성문학상 후보 ★ 2022 펜/헤밍웨이상 최종후보
2020 가디언·이코노미스트·스펙테이터·NPR 올해의 책
2021 뉴욕 타임스 주목할 만한 책 100

“내가 엄마의 불행에서 기쁨을 느낀 적이
없다고 말한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그저 재능 있는 작가가 아니라 선 하나, 음영 하나가 어떤 차이를 낳는지 아는 예술가”(<뉴욕 타임스>)라는 찬사와 함께 주목해야 할 작가의 등장을 알린 장편소설 『설탕을 태우다』가 출간되었다. 인도계 미국인 애브니 도시는 어머니의 고향 인도 푸네에서 지냈던 어린 시절과 조모의 알츠하이머 진단 경험에서 소설의 단초를 발견했고, 어머니와 딸의 복잡한 애증관계를 중심으로 모성과 기억에 대한 이야기를 쓰기 시작했다. 한 달 만에 완성된 초고는 2012년 미발표 원고를 대상으로 하는 티버 존스 남아시아상에서 심사위원단의 만장일치로 수상작으로 선정되었고, 7년의 집필을 거쳐 2019년 ‘흰 무명옷을 입은 여자Girl in White Cotton’라는 제목으로 인도에서 처음 출간되었다. 이듬해 영국에서 지금의 제목으로 소개되어 독자들에게 공개되기 3일 전 “감정을 쓰리게 자극하는 동시에 카타르시스를 안기는, 기억에 각인될 통렬한 소설”이라는 평과 함께 부커상 후보에 올랐고, 『울프 홀』 『튜더스, 앤불린의 몰락』에 이어 세번째 부커상 수상에 도전하는 영국의 대표작가 힐러리 맨틀을 제치고 데뷔작으로 최종후보에 올라 화제를 모았으며, 최종 수상작 『셔기 베인』에 이어 가장 높은 판매고를 기록하는 등 그해의 또다른 주인공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애증으로 얽힌 모녀관계를 서늘하고도 거침없이 그려낸 이 작품에 쏟아진 관심은 계속 이어져 2021년 여성문학상 후보, 2022년 펜/헤밍웨이상 최종후보에 올랐고, <가디언> <이코노미스트> <스펙테이터>, NPR 선정 2020 올해의 책, <뉴욕 타임스> 선정 2021 주목할 만한 책 100에 이름을 올리며 애브니 도시라는 이름을 평단과 독자들에게 강렬하게 각인시켰다. 26개 언어로 번역 출간이 결정되기도 한 이 작품은 살만 루슈디의 소설 『한밤의 아이들』을 각색한 동명 영화 감독 디파 메타가 각본과 연출을 맡아 영화로 제작될 예정이고, 연극으로도 각색되어 런던 초연을 앞두고 있다.


이것은 사랑과 집착, 증오와 배신의 이야기
그리고 이야기의 주인공은 나와 나의 엄마다

평생 엄마의 보살핌을 받지 못한 안타라는 엄마가 고통을 겪을 때마다 일종의 쾌감을 느꼈다. 우주의 균형이 이루어지고 원인과 결과의 합리적 질서가 회복되는 일이라고. 하지만 이제 수지를 맞출 수 없게 되었다. 엄마가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고 기억을, 안타라를 방치함으로써 학대했던 과거까지도 모두 잃어가게 된 것이다. 불안해진 안타라는 병의 진행을 늦추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이지만 그럼에도 엄마의 머릿속은 하루하루 흐려져간다. 오래전에 죽은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달라고 부탁하는가 하면 이십 년 동안 살아온 집 주소를 잊어버리고, 가끔씩 딸의 얼굴도 알아보지 못할뿐더러 화가인 딸의 작품을 찾아 불태우는 엄마는 이제 의학적으로 믿을 수 없는 사람이다. 그러나 안타라에게 엄마가 믿을 수 있는 존재였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엄마는 자신에게 부과되는 모든 책임을 거부하며 욕구에 충실한 삶을 살았다. 남들의 시선이나 세간의 예의는 안중에도 없었고 전통에 따라 맺어진 혼인관계도, 남편과 가정이 최우선이 되어야 하는 삶도 견디지 못했다. 안타라가 태어난 뒤에도 아이에게 줄 젖을 그대로 흘리며 날마다 밖으로 돌아다닌 엄마는 급기야 집을 탈출해 어느 아슈람(영적 수행을 하는 인도의 수도원)에서 구루의 연인이 되었다. 시부모의 요구에 마지못해 안타라도 데려갔지만 다른 사람 손에 맡긴 채 나 몰라라 했고, 안타라는 매일같이 집단적 광기에 가까운 수행자들의 기이한 행동을 지켜보며 엄마를 그리워했다. 그렇게 사 년의 시간이 흐른 뒤 아슈람을 나온 두 사람은 가족으로부터 외면당한 채 길거리에서 구걸을 하며 살아가고, 결국 엄마의 부모님이 두 사람을 거두지만 안타라는 안정을 누릴 새도 없이 쫓기듯 기숙학교로 보내졌다. 안타라가 숨막히는 생활을 마치고 그곳에서 돌아온 뒤에도 엄마는 떠돌이 예술가와 사랑에 빠져 안타라를 방치했다.

이제 안타라는 자신의 가정을 꾸리고 화가로도 첫걸음을 내디딘 성인이지만, 엄마와는 별개의 독립된 자아를 만들기 위해 몸부림쳐 안착한 이 삶에서도 지독했던 과거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그런 결핍과 고통을 안긴 엄마를 죽을 때까지 원망하겠지만 한편으로는 평생 그리워해왔던 엄마를 죽을 만큼 사랑한다. 그리고 그 모든 지난날을 잊어가는 엄마를 보며 생각한다. 한순간도 나를 돌본 적 없는 엄마를 나는 어떻게 돌볼 수 있을까. 내 사랑을 돌려주지 않은 이 여자를 나는 어째서 이토록 사랑하는 것인가. 그리고 이제 막 태어난 딸에게 나는 같은 실수를 저지르지 않을 수 있을까.


“우리 두 사람 사이에는 어딘가 망가진 구석이 있다.”
엄마와 딸, 벗어나기 어려운 그 복잡한 애증관계

“내가 엄마의 불행에서 기쁨을 느낀 적이 없다고 말한다면 거짓말일 것이다”라는 첫 문장에서 유추할 수 있듯 애브니 도시가 그리는 어머니와 딸의 관계는 다감한 애정이나 따뜻함과는 거리가 멀다. 그보다는 갈망과 원망이 뒤섞인 양가감정에 사로잡혀 상처를 주고받으면서도 상대에게 집착하는 애증의 관계다. 평생 나를 경쟁자이자 적으로 여겨온 엄마에게 알츠하이머 증상이 보이자 안타라는 복합적인 감정에 휩싸인다. 내게는 여전히 생생히 남아서 고통을 안기는 지난날을 잊어가면서도 어떤 말이 나를 상처입힐 수 있는지는 정확히 기억하는 엄마, 이제 내 존재를 노골적으로 부정하고 지워버리려 하는 그 여자를 향한 분노. 그럼에도 내가 애정을 갈구했던 엄마가 껍데기만 남고 사라져버릴지 모른다는 불안과 공포. 그런 안타라의 시점으로 현재와 과거를 오가는 사이 소설은 두 사람 사이를 일방적인 가해자와 피해자의 관계만으로는 단정할 수 없음을 암시한다. 끊임없이 엄마를 원망하고 의심하는 안타라의 이야기도 확고한 진실이라기보다 그 자신의 입장에서 재구성된 기억이며, 병의 증상으로만 여겼던 엄마의 기이한 행동은 안타라가 은밀히 감춰두었던 과거에 원인이 있을지 모른다는 사실이 조금씩 드러나는 것이다.

자신도 아이의 부모가 된 안타라는 스스로에게서 엄마를, 딸아이에게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 인정하고 싶지 않은 감정을 마주한다. 안타라에게 “나는 네가 내 인생을 망칠 줄 알았다”라며 독한 말을 퍼부었던 엄마처럼 자신의 딸이 지겹다는 생각을 하고 무의식중에 아이를 해치는 상상에 빠진다. 여성이 스스로를 지우고 전통적인 역할로만 기능하기를 강요받는 굴레 속에서 외조모와 엄마의 관계가 엄마와 안타라에게, 그리고 안타라와 딸에게 기묘한 유산처럼 전해지는 것이다. 마치 안타라의 아파트 거실 사방을 장식한 거울에 사물이 끝없이 복제되는 것처럼, 안타라가 진행중인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전날 그린 초상화를 그대로 묘사한 또 한 장의 초상화가 매일 생겨나는 것처럼. 그 가운데 안타라는 파괴적인 관계의 반복을 두려워하면서도 아이로 인해 자신의 존재가 사라지는 듯한 초조함을 느낀다. 그리고 스스로도 잊으려 했던 오랜 비밀을 알게 된 엄마가 자신과 딸의 안전에 위협이 될지 모른다는 위기감을 마주하자 은밀한 결단을 내린다.

구매가격 : 10,500 원

제사를 부탁해

도서정보 : 박서련, 정영롱 / 문학동네 / 2023년 04월 05일 / 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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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것을 쓰고 그리는 소설과 만화의 만남, ‘보이는 이야기’
소설가 박서련 × 만화가 정영롱의 제사상 차리기 프로젝트

‘제사상 코디네이터’ 수현은 1년 전 죽은 친구 정서의 제사상을 의뢰받는다.
거짓말을 밥먹듯이 했던 네가 정말로 좋아한 음식은 무엇일까?
여러 제사상을 차려봤지만 정작 소중했던 친구의 상은 어렵기만 하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유령 정서 또한 마음이 싱숭생숭해지는데…

영영 만날 수 없는 사이가 되고서야 알게 된 ‘너’의 진짜 마음.
남겨진 자와 떠난 자의 영원한 우정 이야기 ?

소설은 보이지 않는 것을 써내어 읽는 이의 마음에 떠오르게 한다. 만화는 보이지 않는 것을 그려내어 읽는 이의 눈앞에 생생하게 재현한다. 표현과 방법은 다를지언정 두 이야기 예술이 전하고자 하는 것은 보이지 않는 마음, ‘진심’이다. 물론, ‘보이지 않는 것’이란 것은 정말로 눈으로 볼 수 없는 어떤 현상일 수도 있다. 이를테면 ‘유령’과 같은 것. 제사상 코디네이터 권수현과 거짓말쟁이 유령의 진심을 그리는 『제사를 부탁해-보이는 이야기』가 출간됐다.?
‘보이는 이야기’는 소설가와 만화가가 이야기의 중심이 될 인물 혹은 배경(세계관)을 짜고, 이들이 등장하는 두 이야기를 쓰고 그리는 시리즈다. 깊고 섬세한 묘사로 인물의 내면을 쓰는 소설과 말풍선, 그림 등 시각적 이미지를 종합해 상황과 정서를 그리는 만화의 매력이 각각 돋보인다.
첫번째 이야기는 『체공녀 강주룡』『더 셜리 클럽』 등 다양한 이야기로 한국소설 독자들을 사로잡은 박서련 작가와, 발군의 관찰력이 돋보이는 하이퍼 리얼리즘 일상툰 『남남』의 정영롱 작가가 함께했다. 박서련 작가는 독특한 상상력으로 떠올린 ‘제사상 코디네이터’ 캐릭터를 통해 거짓말을 밥먹듯이 했던 친구가 정말로 좋아했던 음식이 무엇인지, 추억을 되짚어보는 자의 마음을 소설로 썼다. 정영롱 작가는 한 번도 죽어본 적 없는 독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죽은 이의 마음을 고민하며, 생생한 유령의 마음을 만화로 그렸다. 서로 다른 두 분야의 창작자가 만나 쓰고 그린 이야기는 어떤 모습일까? 기억을 추억으로 받아들이려 하는 한 사람과 한 유령. 지금 우리 곁에 있을지도 모르는 그리운 사람을 상상하며 하나의 마음, 두 이야기를 지금 만나보자.

구매가격 : 7,000 원

나, 프랜 리보위츠

도서정보 : 프랜 리보위츠 / 문학동네 / 2023년 03월 23일 / EP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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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일의 진수를 보여주는 뉴요커
넷플릭스 다큐 <도시인처럼>의 주인공 프랜 리보위츠
거침없는 생각과 위트가 담긴 유일무이한 책!

마틴 스코세이지가 <대중 연설> <도시인처럼>에서 인터뷰한 프랜 리보위츠,
이토록 ‘불편한’ 70대 뉴요커에게 왜 세상은 존경과 웃음으로 화답했는가?

“프랜은 무궁무진하다. 그 개성하며, 박학다식함, 명석한 생각, 그 무엇보다 유머가 끊이지 않는다.”
_마틴 스코세이지

2021년 넷플릭스에서 마틴 스코세이지가 프랜 리보위츠와의 인터뷰 영상을 주제별로 엮어낸 7편의 인물 다큐 시리즈 <도시인처럼>이 방영되면서, 프랜은 전 세계적으로 엄청난 유명세를 탔다. 뉴욕의 1970년대를 인상적으로 묘파해 보인 <택시 드라이버>(1976)의 감독이자 지난 아카데미 시상식장에서 봉준호 감독이 존경을 표하기도 한 마틴 스코세이지는, 노장다운 여유 있는 추임새와 시원한 웃음을 곁들여 시리즈 내내 이 70대 뉴요커 프랜 리보위츠의 화통하고도 솔직한 화술에 빛을 더해 대중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2010년에 이미 HBO <대중 연설>로 프랜 리보위츠를 매스미디어의 스타로 만든 장본인이기도 한 이 노장 감독은, 왜 일찌감치 이 인물에 주목해 이토록 여러 편의 영상으로 담아내려 했을까?
오늘날 딱딱한 세대 및 계급 담론의 경계를 허물며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는 촌철살인의 유머로 대도시를 사는 현대인과 그 문화 전반을 통렬한 한 방으로 깨부수는 지성인, 그를 가리켜 영미 언론은 오스카 와일드와 도러시 파커의 명맥을 잇는 진정한 위트와 격언의 재담가로 추켜세웠다. “미국의 지성인을 상징하는 작가”(르 몽드), “뉴욕의 위대한 칼럼니스트이자 풍자 작가”(리브르애브도), “세상에서 가장 날카롭고 재치 있는 인물”(슈테른), “미국에서 제일 재밌는 여자”(워싱턴 포스트), “지금도 앞으로도 지성과 유머의 기준이 될 인물”(데이비드 세다리스) 등 해외 유수의 언론에서도 그에게 공감 어린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모두가 소리 높여야 할 일에는 체면과 실속을 챙기느라 눈을 감는, 이른바 인정 욕구에 잘 길들여진 현대인의 능수능란한 처세와 매너와 계발 의지를 비웃기라도 하듯, 프랜은 대놓고 사람들의 통념을 까발리며 (어떤 사상이나 인물의 대변자로서가 아닌) 오직 프랜 리보위츠 자신으로서 신랄하며 지독한 비판에 진정 짓궂은 현자마냥 웃음까지 곁들여 물렁머리와 고무가슴을 강타한다. 심술을 이렇게 써도 좋다면, 그는 진정 심술궂은 독심술사다.
세상에 날 때부터, 집밖을 나서는 순간부터, 만사가 요리조리 다 보여 절로 나오는 ‘불평불만’과 오만상 찌푸리게 하는 ‘언짢음’을 맵시 있게 장착한 프랜 리보위츠, 그에게는 “일상생활 자체가 도전”인 만큼 만인의 도시 생활과 일상의 문화가 자기 재담의 소스다. 모두의 공감을 자아낼 수밖에 없는 이유다. 또한 비판이든 찬탄이든 허를 찌르는 그의 농담에는 불편한 진실이 스며 있다. “책은 거울이 아니라 문”이라고 말하는 엄청난 다독가이자 토니 모리슨, 마틴 스코세이지, 찰스 밍거스, 로버트 메이플소프, 루 리드, 칼 라거펠트 등과 교류한 뉴욕 문화예술계의 산 증인이기도 한 그는, 세상에 대한 “복수 계획”과 “애정하는 흡연” 사이를 오가며 오늘도 세계의 여러 도시에서 러브콜을 받는 이 시대 최고의 강연자이기도 하다. 누구든 아는 만큼 똑똑히 웃을 수 있게 하는 체화된 지성, 막힘없이 불꽃처럼 터져올라 현대인의 불면과 몽매의 밤을 반짝반짝 날카롭게 수놓는 자유로운 웃음은, 세상에 선 단독자로서 적당한 타협도 속셈 있는 침묵도 어설픈 공감도 바라지 않은 채 명랑한 매운 맛을 여실히 보여준다. 어쩌면 오늘의 비평 언어가 감히 가닿길 주저한 자리에서, 유머와 지성을 겸비한 인물 프랜 리보위츠의 화법은 더없이 폭넓은 대중을 끌어모은 게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이 시대에 가장 필요한 도시인이, 진정 화통한 웃음이, 지금 우리에게 도착했다.

만평가이자 유머 작가로서의 프랜을 만날 수 있는 유일무이한 책
: 『대도시 생활』과 『사회 탐구』 2권의 새로운 부활!
『나, 프랜 리보위츠The Fran Lebowitz Reader』(1994)는 프랜이 이삼십대 여러 잡지에 기고한 칼럼 에세이를 묶은 선집이다. 부별 큰 제목에서 보다시피, 『대도시 생활Metropolitan Life』(1978)과 『사회 탐구Social Studies』(1981)로 이미 별도의 책으로 발간된 바 있다. 21세에 (재즈 베이시스트 찰스 밍거스의 부인) 수전 그레이엄 응가로가 창간한 잡지 『체인지스』에 실은 프랜의 영화 및 도서 리뷰를 본 앤디 워홀이 프랜을 그가 창간한 잡지 『인터뷰』의 정기 칼럼니스트로 고용했고 이후 프랜은 『마드무아젤』에도 글을 발표했는데, 이를 묶어낸 것이 『나, 프랜 리보위츠』의 첫 부분 ‘대도시 생활’이고, 그후 여러 잡지에 발표한 글을 묶은 책이 뒷부분 ‘사회 탐구’다. 방송 출연으로 점점 유명해져 두 권의 베스트셀러를 새로 1994년에 단행본으로 낸 것이, 오늘날 보기 드물게 40여 년의 시차를 너끈히 뛰어넘어 한국에도 소개되었다. 그간 그의 글을 찾아 읽으려는 독자들의 요구로 거듭 재출간되던 이 책은 프랑스, 독일, 스페인, 이탈리아, 폴란드, 네덜란드, 브라질 등 여러 나라에서 번역되었고, 현재 그는 2023년 4월까지 영미, 유럽 등지에 강연 투어가 예약되어 있을 정도다.
스타일의 진수를 보여주는 70대 뉴요커, 이 고독한 웃음 사냥꾼 프랜은, 아이러니하게도 정작 핸드폰도 이메일도 쓰지 않건마는, 그런 현대 기기들로 퍼져나간 영상 덕에 오늘날 새롭게 하나의 문화 아이콘으로 주목받고 있다. 실제로 마틴 스코세이지의 소개로 영상이 공개된 당시, 이 책 『나, 프랜 리보위츠』는 미국 온오프 서점에서 품절 대란을 일으키는가 하면 공공도서관 도서대여 시스템에 열띤 예약 대기가 줄을 이었다. 그의 거침없는 논평에 엄청난 청중들이 공감과 존경 어린 환호를 보내며 그의 신작 출간에 대한 기대가 끊임없이 쇄도했으나, 1994년 동화 한 편을 더 낸 이후부터 지금까지 프랜은 오랜 기간 슬럼프에 빠져 더이상 책을 내지 않고 있다. 따라서 오늘날 이 책은 독보적인 만평가이자 유머 작가로서의 프랜을 만날 수 있는 유일한 단행본이라 할 수 있다.
프랜의 글은 편편이 짧다. 그러나 결코 가볍지 않다. “나는 정말이지 게으른 사람이다. 글쓰기는 진정 고된 노동이다. 나는 힘든 일 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한 기자가 90년대부터 쓰고 있다던 소설이며 논평 에세이에 대해 묻자 프랜은 이렇게 답했다고 한다. 한마디로 그의 글줄 어느 하나도 그냥 쓴 게 없다는 반증이다. 그저 농담 한번 던지고 말겠다는 자세는 어디에도 없음을 이 책 속 여러 챕터에서 확인할 수 있다. 글 한 편 한 편이 생존형 작가로서의 각오와 소신을 확실히 밀어붙여 나온 프랜 특유의 중의적 유머로, 강렬하고도 반짝이는 지적 쾌감을 선사한다. 또한 사회 현실을 직시하면서도 ‘사람의 진실과 세상의 이치’를 겨냥하고 있기에, 시간을 뛰어넘어 지금도 그의 탄산성 유머는 짜릿하기만 하다.

구매가격 : 12,600 원

내일의 식탁

도서정보 : 야즈키 미치코 / 문학동네 / 2023년 02월 27일 / EP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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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학대의 핵심을 예리하게 파고든 야즈키 미치코의 역작
제3회 가나가와서적 대상

제가 ‘유’를 죽였습니다.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아들을.
저는 그때 왜 그토록 화가 났을까요.

‘이시바시 유’라는 이름도 나이도 같은 남자아이를 둔 서로 다른 세 가정의 우연, 그리고 세 엄마들. 저마다 생활방식은 다르지만 아이를 키우는 희열과 고됨이 맹렬히 소용돌이치는 나날 속 엄마들은 매 순간 자신의 한계를 절감한다. 어느 날 ‘이시바시 유’의 사망 소식과 함께 이 세 가정은 결정적인 순간을 맞이하는데……


성장통을 겪는 인물들의 삶을 섬세하게 그리는 작가, 야즈키 미치코
예리한 시선, 생생한 현장감을 담아 그려내는 여린 존재들의 일상과 내면

야즈키 미치코는 청소년소설 『중학생 주의보』 『나는 앞으로 살아간다』 등으로 국내 독자들에게 이름을 알린 작가다. 2002년 『열두 살』로 제42회 고단샤 아동문학 신인상을 수상하며 데뷔 후, 청소년소설을 중심으로 다양한 작품을 선보이면서 주요 문학상을 수상했다. 아동, 청소년, 여성의 삶을 주로 그리는 만큼, 여리고 고민하고 아파하는 존재들의 일상과 내면을 섬세하고 생생하게 표현하는 작가로서 호평을 받고 있다.


“포기하면 거기서 끝이에요. 포기한 순간, 아이는 죽어요.”
한 생명을 책임지고 키워내는 일의 무게에 대하여

『내일의 식탁』은 아동학대를 소재로 한 야즈키 미치코의 장편소설로, 일본 사회학자 우에노 지즈코가 해설을 썼고, 제3회 가나가와서적 대상을 수상했다. 소설은 한 아이가 부모에게 폭행을 당하는 장면으로 시작하고, 앞으로 등장할 인물 가운데 그 희생자가 나올 가능성이 있음을 예고한다. 저자는 아홉 살 남자아이를 키우는 세 가정의 지극히 일상적인 모습을 번갈아 그리는데, 저마다 생활방식은 다르지만 ‘아이를 키우는 일’의 공통적인 고됨 속에서 주 양육자인 엄마들이 얼마나 자주 한계를 절감하는지, 아이들은 얼마나 손쉽게 학대의 순간에 놓이는지, 한 생명을 책임지는 것이 얼마나 무거운 일인지를 어느 순간 고요하고도 서늘하게 깨닫게 한다.

아스미 × 유(優) 전업주부 아스미는 외동아들 유가 참 사랑스럽다. 아홉 살 또래와 다르게 차분하고 다정한 아이를 키우며 지극한 행복을 느낀다. 아스미는 남편과 함께 이 소중한 아이에게 유복한 가정을 만들어주고 싶다.

루미코 × 유(悠宇) 두 아들 유와 다쿠미의 양육과 가사를 전담해온 루미코는 사진작가인 남편의 실직이 길어지자 자신이 생계를 책임지기로 한다. 단절됐던 프리랜서 작가 경력을 되살려 분투하는 가운데 유난히 장난기가 심한 두 아이 때문에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다.

가나 × 유(勇) 싱글맘 가나는 편의점 아르바이트와 화장품 업체 계약직으로 부지런히 생활비를 벌어 아들 유와 행복하게 사는 것이 인생의 유일한 목표다. 너무 일찍 철들어버린 이 아홉 살 아이를 위해 더 좋은 엄마가 되고 싶다.

지금의 자신으로 말할 것 같으면 아이와 함께 보낼 시간도 없으면서 아이들 얼굴을 보면 잔소리만 해대고 최근에는 손을 댈 때도 많다. 아이를 기다려줄 여유가 없어 늘 조급하다. “다음에도 말 안 들으면 맞을 줄 알아” “숙제 안 하면 아이스크림 못 먹어” “정리 안 하면 놀러도 안 갈 거야” 하고 협박성 대사를 줄줄이 늘어놓는다. 육아서에서 하지 말라는 것들을 순서대로 하고 있는 요즘이다. (…) 일을 줄이면 되는 건가. 아니, 그러고 싶지 않다. 이시바시 루미코라는 한 인간으로서 작가 일은 계속하고 싶고, 지금은 생활을 위해서라도 일을 해야 한다. “엄마는 항상 눈썹이랑 눈썹 사이에 선이 있어.” 요전에 다쿠미의 말을 듣고 아차 싶었다. 정신 차리고 보니 늘 미간을 찌푸리고 무서운 얼굴로 아이들을 노려보고 있다. (278p)

자신이 놓인 위치에서 저마다 분투하는 세 엄마와 가정은, 한 남자아이의 학대 사망 사건을 기점으로 변화를 맞이한다. 어느 집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을지 조마조마한 궁금증을 품게 되는 와중에, 가나를 찾아온 아동상담소 직원의 한마디는 그 궁금증을 묵직한 책임감으로 전환시킨다. “포기하면 거기서 끝이에요. 아이를 지키는 것도 똑같습니다. 포기한 순간, 아이는 죽어요.”


내 아이와 나, 모두를 온전히 지켜낼 수 있을까?
‘지킨다’는 건 무엇일까, 나만의 정의와 방법을 찾아서

아스미, 루미코, 가나. 이 세 엄마는 아이를 잘 키우려고 지극히 애쓰는 동시에, 양육이라는 현실 속에서 너무 쉽게 무너져버리는 자신의 자아와 이상을 조금이라도 지켜내고자 분투한다. 그 한계와 위기의 순간에 세 엄마가 저마다 보여주는 모습은 우리 현실과 아주 닮은 듯도 하고 또 의문을 자아내기도 한다. 이 세 엄마의 삶은 아이와 나, 이 모두를 만족스럽게 지켜내는 일의 어려움을 비록 실감하게 하지만, 한편으로는 ‘지킨다’는 것의 의미와 방식에 대해 나만의 답을 고심해볼 계기를 마련해주기도 한다.

이 작품에서 느껴지는 건 엄마라는 존재의 무거움이다. 그리고 그 배후에는 아빠의 무책임함이 있다. 엄마는 혼자서라도 아들을 지키려고 하지만, 아빠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을뿐더러 심지어 때로는 방해가 되기도 한다. 누군가가 말한 ‘아버지의 부재’라는 폭력. 그 말이야말로 최대의 폭력임이 틀림없다. 아들을 지키고 싶은 엄마의 사랑은 고스란히 자신이 배 아파 낳은 아들의 생명을 빼앗는 권리로도 통한다. 그 우의적인 이야기를 마치 현장에 있는 듯 생생하게 묘사한 점이 이 작품의 큰 성과이리라. 그리고 세 쌍의 모자가 투영하는 모습 속에 독자의 경험에 비추어 공감되는 부분이 있다면, 이 책은 세상에 작은 경종을 울리는 이야기가 될 것이다. _해설(우에노 지즈코)

구매가격 : 11,000 원

영원 금지 소년 금지 천사 금지(문학동네시인선 188)

도서정보 : 육호수 / 문학동네 / 2023년 04월 05일 / EPUB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이름을 잃을 때 나의 모서리가 정확해졌으므로

날개를 떼어내야만 천사들은 날 수 있었으므로”



‘영원’을 넘어, ‘소년’을 넘어, ‘천사’를 넘어

현실의 세계를 폭죽처럼 터뜨릴 때 쏟아지는

꿈의 파편들로 써내는 시



문학동네시인선 188번으로 육호수 시인의 두번째 시집을 펴낸다. “사물이 갖고 있는 뉘앙스를 건져내는 데 탁월한 감각이 있”(심사위원 박성우 안현미 유종인)다는 평과 함께 2016년 대산대학문학상을 수상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한 시인은 등단 2년 만에 묶어낸 첫 시집 『나는 오늘 혼자 바다에 갈 수 있어요』(아침달, 2018)에서 “감각과 사유의 절묘하고도 기묘한 균형감”(시인 김언)을 갖추었다는 호평을 받은 바 있다. 그런 그가 첫 시집 이후 두번째 시집을 펴내기까지 6년이라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렸다. 그 시간은 시를 향한 시인의 고민이 짙어졌음을 짐작하게 한다. 뿐만 아니라 작년 세계일보 신춘문예에 ‘허수경 시인론’이 당선되며 평론활동을 시작한바, 동시대의 시를 세밀하고 깊게 살피려는 시인의 노력을 엿볼 수 있다.

첫 시집을 통해 빛과 꿈, 새, 바다나 모래성과 같이 섬세하게 반짝이는 감각과 이미지들로 소년기의 상처를 되짚고 현실과 천국의 풍경을 겹쳐 보았던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 한층 더 단단해진 사유와 언어에 대한 감각을 선보인다. 시인은 ‘영원’ ‘소년’ ‘천사’라고 “손톱을 세워 벽 위에”(「다나에」) 쓰는 것만으로는 결코 닿을 수 없는 세계를 향해 가고자 자신이 자리한 곳을 되짚어본다.

구매가격 : 8,400 원

사랑의 꿈

도서정보 : 손보미 / 문학동네 / 2023년 03월 18일 / EP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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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상 수상도서>이상문학상

구매가격 : 11,600 원

맛있는 러시아

도서정보 : 시베리카코 / 문학동네 / 2023년 03월 30일 / 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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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 산다는 것은, 그곳을 먹는다는 것
위胃에서부터 시작한 유쾌한 이방인의 러시아 생활기!
쉽게 따라할 수 있는 러시아 가정식 레시피 수록

러시아는 ‘무섭다’ ? 러시아는 ‘맛있다’ !
러시아인 남편과 함께 건너간 러시아 땅.
그곳에서 만난 것은 추운 날씨, 짧은 일조 시간, 낯선 사람들…
이 모든 것을 이겨내고 1년간의 러시아 생활을 즐겁게 만들기 위해선, 일단 ‘음식’부터다!
가깝고도 먼 이웃나라에서 펼쳐지는 맛있고도 즐거운 코믹 에세이!


구매가격 : 8,400 원

이웃집 방문 프로젝트

도서정보 : 슈테파니 크비터러 / 문학동네 / 2023년 03월 27일 / EP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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닫힌 문 반대편에 누가 살고 있을까?
낯선 이웃에 케이크 200개를 건넨 사랑스러운 실험

아이와 노인, 원주민과 이주민,
혼자 사는 사람, 가족과 함께 사는 사람,
활기찬 사람과 외로운 사람이
모여 사는 동네의 사생활

120일간 130가구와 나눈 200개의 케이크
지방 출신 워킹맘, 베를린 인싸가 되다!

“나 정말로 이웃집 방문 할 거야. 통계를 내볼 거야. 집에 들어오라는 사람이 몇 명인지, 그냥 쫓아내는 사람이 몇 명인지. 내가 케이크랑 커피 다 갖고 가면, 집에 들어오라 하지 않을까? 케이크 싫어하는 사람 없으니까.”

『이웃집 방문 프로젝트』는 수많은 낯선 사람으로 둘러싸인 대도시에서 이웃에 관심과 친절을 베푼 한 여성의 유쾌하고 진솔한 통찰이 담긴 에세이다. 출산 직전 남편을 따라 베를린으로 온 슈테파니 크비터러는 외로운 생활을 이어가다가 육아휴직 기간 동안 직장이 아닌, 거리로 나선다. 200일 동안 케이크 200개를 구워 들고 200가정을 방문하는 것을 목표로 집집마다 초인종을 누른다. 닫힌 문이 열리고 마음의 문도 서서히 열리면서 저자는 이웃들과 함께 티타임을 가지는 동안 그들의 진면모를 발견한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인구 변화를 겪은 도시에서 낯선 이웃을 향한 편견의 장벽까지 허무는 저자의 이야기는 공동체에서의 환대와 연대, 소속감의 힘을 전한다.

대도시 속 이웃을 만나러 가는 모험
슈테파니는 얼굴을 전혀 몰랐던 이웃과 친구로 지내기까지의 경험을 공유한다. 이웃도 그저 모르는 사람으로 여기며 지낸다는 게 마냥 편하지만은 않다는 걸 몸소 경험하는데, 집에서 육아만 하다가 종종 유아차를 끌고 거리를 나갈 때면 아기 엄마를 향한 따가운 시선을 느낀다. 그런 사람들 때문에 동네에 도무지 정을 붙일 수 없었던 슈테파니는 이웃집에 누가 사는지 알아가보기로 한다. 대학생 때 와인 오프너를 빌리러 옆집을 찾아갔을 때 뜻밖에도 멋쟁이 베를린 남자가 문을 열어주었고, 이를 계기로 그와 이웃사촌이 된 경험도 있었다. 문 뒤로 펼쳐진 미지의 세상을 향해 슈테파니는 한 걸음 한 걸음을 내딛는다.

닫힌 문 너머로 사내아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엄마, 아까 그 아줌마 누구야?” 아이 엄마가 대답하는 소리도 들렸다. “몰라. 그냥 우리와 같이 커피랑 쿠키 먹으러 온 아줌마야. 좋은 아줌마지?”
해냈다! 내가 초인종을 눌렀다!

티타임으로 맺어진 관계 속에서 찾은 보물
무작정 이웃집에 찾아가 티타임을 가진다는 황당한 아이디어도 매일 정성스레 케이크를 구워 들고 하루에 한 집 방문하다보면 어느새 멋진 프로젝트가 된다. 슈테파니는 그림 형제 동화에 나오는 빨간모자 소녀처럼 바구니에 케이크, 커피, 코코아, 차, 설탕 등을 담아 가지고 떨리는 마음으로 집집마다 초인종을 누른다. 티타임이 성사되면 집이라는 사적인 공간이 주는 편안한 분위기에서 이웃은 자기 이야기를 술술 꺼낸다. 조기 퇴직하고 약초 공부를 한다는 여인 카타리나는 건초와 캐모마일 냄새가 은은하게 풍기는 냄비에서 식물성 염료를 실험하고 있다. 그는 직접 딴 쐐기풀로 만든 차를 권하고 사바나의 코끼리와 기린을 수놓은 스웨터를 보여주며, 슈테파니에게 “뭐든 직접 만드는 걸 좋아해요. 아기 엄마도 젊을 때 뭐든 해봐요”라고 응원을 보낸다. 한편 혼자서 자식을 키우며 사는 여인의 집에서 슈테파니는 그의 자녀들 사진을 본다. 처음에 딸 이야기만 하고 아들 얘기는 전혀 하지 않는 여인의 이야기를 들으며 슈테파니는 그의 비밀을 알게 된다. 그는 이웃과 함께 웃고 눈물 흘리며, 베를리너들의 다양한 집을 구경하는 재미까지 느낀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20여 년이 지난 대도시의 모습은 흥미롭다. 낡은 아파트와 재건축한 아파트가 공존하는 동네에 다양한 배경과 출신을 지닌 사람들이 살고 있다. 원주민인 이웃 아저씨는 옛날 베를린 사람들이 술을 그렇게 많이 마셨다며 술통 운반하는 마차가 지나다니던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동안 신문에서 스크랩한 옛 거리 사진도 보여준다. 한 여성은 1980년대 당시 모잠비크에서 계약직 노동자로 일하러 동독에 온 남자와 사귀고, 독일이 통일된 후 그와 결혼까지 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베를린은 음악가들이 모여 사는 곳이기도 하다. 슈테파니의 남편 톰 역시 재즈 음악가다. 저자는 그랜드피아노와 매트리스밖에 없는 이웃집 안에 들어가서 집주인이 피아니스트인 걸 바로 알아본다. 음악계에 종사하는 이웃 얘기를 하다가 남편 이야기를 꺼내는데, 이 집이 옛날에 톰이 살던 곳임을 알게 된다. 슈테파니는 톰이 살던 흔적을 직감적으로 알아보면서 빙그레 웃는다.

이웃과 함께하는 워킹맘의 삶
워킹맘으로 베를린 인싸가 된 저자의 이야기는 엄마로서의 삶과 자기 자신으로서의 삶의 균형을 찾는 행복한 여정을 보여준다. 이웃집 방문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변화한 삶은 놀랍기만 하다. 집안에서 육아만 하는 단조로운 생활을 보내다가 베이킹이라는 취미를 통해 성취감을 느끼고, 남편과는 육아 문제로 티격태격하다가도 케이크 앞에서는 둘도 없는 사이가 된다. 저자는 이웃에 먼저 다가간 결과, 다른 엄마들에게서 도움과 응원을 받기도 하며, 자식에게는 또래 친구를 만들어준다. 이제는 거리에서 마주친 사람들에게 미소를 지어 보이고 인사도 건네면서 긍정적인 감정을 전파한다.
슈테파니의 베이킹 실력은 나날이 늘어간다. 처음부터 케이크를 잘 만든 건 아니었다. 팔미에를 까맣게 태우기도 하고 ‘실험적인’ 케이크를 이웃집에 들고 가기도 한다. 처음에 남편 톰은 마블케이크를 보고 “당신이 만든 케이크가 어떤지 내가 잘 알지! 케이크가 아니라 벽돌을 구운 줄 알았어”라고 말했는데 꾸준한 노력 덕분에 슈테파니는 어느새 베이킹에 도가 터 애플파이와 마블케이크는 손쉽게 만든다. 이제 톰은 “정말 못 말리는 애플파이 귀신”이 되어 이웃집에 가져갈 케이크에 손을 대기도 한다.
그의 이웃집 방문 결과는? 가장 짧은 방문 시간은 12분, 가장 긴 방문 시간은 180분인데, 집주인이 처음에 정말로 30분밖에 시간이 없다고 말한 경우의 평균 방문 시간은 150분이다. 집에서 편의점까지 가는 데 걸리는 시간은 이웃집 방문 시작 전 평균 3분이었지만, 시작 후에는 길에서 이웃과 수다를 떠느라 평균 30분이 걸린다. 방문한 집에 사람이 가장 많았을 때는 21명으로, 한 아이의 생일파티가 열리고 있었다. 이웃집 방문 100회를 앞두고 그동안 먹은 케이크 수는 163개이며, 이중 직접 구운 건 150개다. 가장 자주 먹은 케이크는 마블케이크이며, 치즈케이크와 애플파이가 그 뒤를 잇는다. 하지만 저자는 정확하게 재고 싶지 않은 수치도 있다. 그건 바로 자신의 늘어난 체중이다.

구매가격 : 11,200 원

나라 없는 사람

도서정보 : 커트 보니것 / 문학동네 / 2023년 03월 21일 / EP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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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위의 누군가’가 가장 사랑한 우리 시대의 작가

커트 보니것이 남긴 마지막 작품이자 유일한 회고록

커트 보니것은 누구인가? 그는 장르의 경계를 허무는 소설로 순문학 팬들과 SF 팬들의 사랑을 동시에 받았으며, 60년대 반전운동과 히피의 카운터컬처를 대표했고, 파편적인 구성과 메타픽션적 글쓰기로 토머스 핀천, 저지 코진스키, 존 바스 등과 함께 미국 포스트모더니즘 문학의 흐름을 만들어낸 현대작가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그는 휴머니스트였고, 유머리스트였다. 그는 인간을 불신하면서도 끝까지 인류에 대한 애정을 버리지 않았고, 세상의 부조리를 통렬하게 찌르는 블랙 유머의 대가였다. “마크 트웨인의 직계”라 불린 그는 아무리 비극적인 이야기를 하더라도 본질적으로 웃음을 잃지 않았다. 연합군의 소이탄 폭격으로 하룻밤 만에 13만 명의 시민이 사망한 드레스덴 폭격 사건을 담은 반전소설 『제5도살장』을 읽을 때조차 독자들은 웃음을 참을 수가 없다. 그의 유머는 천진난만한 동시에 섬뜩할 정도로 정곡을 찌르며, 무엇보다도 인간과 삶에 대한 깊은 이해가 담겨 있다.

약 5년간 미국 잡지인 <인디스타임스 In These Times>에 연재되었던 그의 글을 엮은 『나라 없는 사람』은 보니것 특유의 입담과 날카로운 필치가 살아 있는 일급 에세이인 동시에 미국의 현주소를 엿볼 수 있는 사회정치 칼럼이자 예술가로서의 진심이 담긴 회고록으로, 독자들에게 인간으로서, 작가로서 그의 면모를 생생한 육성을 통해 듣는 귀한 기회가 될 것이다.

구매가격 : 9,500 원

장례식 케이크 전문점 연옥당 1

도서정보 : 산호 / 문학동네 / 2023년 03월 22일 / PDF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텀블벅 4400% 달성의 화제작, 전자책 출간!
“어떤 케이크를 주문하시겠어요?”
생과 죽음의 경계에서 구워내는,
당신을 위한 마지막 레시피

고인을 애도하기 위해 그리움과 사랑을 담아 세상에 단 하나뿐인 장례식 케이크를 만드는 ‘연옥당’. 소중한 사람을 삶과 죽음의 경계로 떠나보낸 이들은 연옥당을 찾아가 고인이 생전에 좋아했던 것이나 함께한 추억을 연옥당의 주인인 마고에게 들려준다. 마고는 그들의 이야기를 꼼꼼하게 적어두고 그들이 무사히 환생문에 다다르기를 바라는 마음과 정성을 가득 담아 케이크를 만든다. 그리고 마고 옆에는 그녀를 보조하는 유령차사 미로가 늘 함께 있다.
자신이 봉사활동을 하던 곳에서 만난 소녀에게 장례식 케이크를 선물하고 싶은 작가 지망생의 이야기를 담은 「추리소설 크레이프 케이크」는 텀블벅에서 출간했던 원고를 대폭 보강하여 또다른 매력을 선보인다.
뱀파이어 엄마와 조금 다른 시간을 살았던 딸의 이야기를 그린 「달맞이꽃 컵케이크」는 딜리헙에 연재한 원고를 전면 업그레이드하여 수록했다. 그밖에도 단행본에서만 만날 수 있는 특별부록 두 편과 책 속 곳곳에 새로운 일러스트를 담아낸 『장례식 케이크 전문점 연옥당』 1권. 눈길을 사로잡는 그림과 드라마 같은 이야기를 선사할 한국 그래픽노블의 세계로 여러분을 초대한다.

구매가격 : 13,300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