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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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보와 앤

도서정보 : 어윤정 글/해마 그림 / 문학동네 / 2023년 04월 14일 / EP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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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대상 수상작 『리보와 앤』
폐쇄된 도서관에 남겨진 두 로봇과
그들을 염려하고 그리워하는 한 아이의 ‘연결’과 ‘우정’

도서관에 확산된 바이러스 때문에 방치된 로봇 리보, 아무도 오지 않는 도서관에 남은 리보에게 어느날 한 아이가 묻는다.
"괜찮아?"

“그리움은 슬프고도 아름다워. 그리움은 아직 사랑이 끝나지 않았다는 뜻이거든. 끝낼 수 없는 마음이거든.”_본문 중에서

연결은 본능이다. 연결감은 생존의 옵션이 아니라 필수 요소이다. “그리움은 걷잡을 수 없는 재난. 만날 사람은 만나야 한다.” 앤의 대사처럼 어린이들에게 고립은 치명률 높은 바이러스만큼 아니 그 이상의 재난이다. 코로나19로 인한 고립과 격리는 사회적 동선이 큰 어른보다 학교와 학원, 동네 놀이터가 사회적 활동 영역의 전부인 어린이들에게 더 가혹했다. 그렇기에 폐쇄된 도서관에 남겨진 리보의 상황은 어린이들이 더 절실하게 공감할 수밖에 없다. 해석의 모양과 질감은 달라질지라도 이 작품의 무게는 시간의 무게를 이겨 내고 언젠가 코로나19를 경험하지 않은 독자들에게도 온전히 전해질 것이다. 그것이 문학의 힘이다._유영진(아동문학평론가)

구매가격 : 8,100 원

오직 사람 아닌 것(문학동네시인선 189)

도서정보 : 이덕규 / 문학동네 / 2023년 04월 14일 / EP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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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흙 묻은 사람들이 가네
다시 벼와 찰보리를 기리고 섬기는 곳으로 가네”

잊힌 정경 안에 기거하던, 사람의 본모습을 길어올리는 시선

인간 시선의 구석과 그 구석 속 존재들을 밝히고, 그들에게 시의 자리를 내어주었던 이덕규가 네번째 시집을 세상에 내보인다. 문학동네시인선 189번 『오직 사람 아닌 것』이다. 그 스스로 자임하듯 시인은 “캄캄한 흙속에서 사람이라는 종자로 싹을 틔운 최초의 기쁨”(「농부」)으로서, 자연의 이야기를 시로 풀어낸다. 자연은 사람이 태어난 장소이자, 지금은 멀리 떠나온 집이다. 사람이 떠난 빈집은 일견 황폐하고 허름해 보이지만, 그 속은 오히려 사람 아닌 것들이 왕성히 움직이는 터전이 되었다. 자연을 잊고 인위의 논리를 내세우다 오히려 병들어가는 사람에게는 보란듯이, 밀려난 생명들이 찬란한 활기를 뽐낸다. 이덕규는 이들 ‘오직 사람 아닌 것’이 사람보다 앞서 걸으며 선보이는 아름다운 선례를 ‘농부’이기에 가능한 세밀화로 포착해낸다.


맑은 정오, 항아리에 이슬 내린 물이 가득 차올라 있었다

눈이 퀭한 짐승이 그 안에 비친 검은 그림자를 들여다보았다

산 너머 사리 바다에서 물고기 우는 소리가 종일토록 넘어왔다

먼길을 돌아 일 년 만에 지상에 내려온 누님 발등이 소복이 부어 있었다
_「백중(百中)」 부분

이덕규는 실로 ‘정경(情景)’의 전문가라 할 만하다. “오색 관을 쓴 새”가 항아리 속을 들여다보는 풍경으로부터 길어올려지는 서러운 서글픔이 있다. 시인은 어미 새가 아기 새에게 먹이를 전해주듯 감정을 반죽으로 넘겨주기보다, 풍경을 통해 정서를 간접적으로 일으킨다. 그제야 밝혀지는 것은 애타는 그리움의 정서가 대상에 빗대어 암시될 때 독자의 마음속에 파문이 자생한다는 것이다. 사람마다 가지각색인 억양과 강세, 음의 진동과 고저, 즉 그 자신의 고유한 목소리로 새겨지는 정서는 감정을 돋을새김한다. 시인은 그러한 새김만이 시의 경지이고 책무이며 정직한 수행이라고 여기는 듯하다.

그렇게 시집은 시적인 정경을 담아낸다. 시인은 “가마니를 치는 때 맞춰 첫눈이 오고 꿩과 토끼들이 사람의 마을 가까이로 내려오는”(「때와 일」) 것처럼 자연과 사람이 어우러져 빚어내는 삶을 주목한다. “내가 그리고 우리가 감히 물물교환 시대를 살았던 그때”(「우리, 오래된 미래」)의 모습들은 우리가 잊고 잃은 천성이기도 하다. 다만 시인이 읊는 정경은 과거를 향하는 맹목이나 자조적인 회상에 국한되지 않는다. 시는 그 시절을 아는 이에게는 익숙하고 그리운 기억을 묘사하는 언어가 되고, 지금 그 삶을 살아가는 이들에게는 그의 손이 일구어내는 연대기를 그려내며, 아직 경험해본 적 없는 이에게는 “깊은 물속에 하루쯤 가라앉아 쉬고 싶은”(「고독의 진화」) 지친 몸과 마음을 보듬는 본향이 되어준다.

장마 끝에 온갖 벌레와 곤충이 울었고 처음 보는 꽃들이 은하수처럼 무더기무더기로 흘러갔다
사라졌던 것들이 짝을 맞춰 돌아왔다
어디서 오는지 알 수 없었다
사람들 손이 멈춘 곳
사람 발길이 끊긴 들판 한가운데
묵정논 한 배미가 생명의 섬처럼 떠 있다
농약과 화학비료의 바다에 노아의 방주처럼 떠 있다
_「묵정논」 부분

또한 이덕규는 하나의 삶을 소박하게 내놓는 일에 자족하지도 않는다. 시집의 이곳저곳에는 앞만 바라보는 우리의 발길을 잡아채는 돌부리들이 놓여 있다. 그 서늘한 비판의식 안에 담긴 것은 사라진, 그리고 사라질 존재들에 대한 염려다. 사람이 구조에 더 효율적으로 복무하기 위해 저버리고 내던져버린 것들이 있다. 그러나 정작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갈 수 있는 가능성은 우리가 저버린 ‘오래된 미래’에 있었다는 깨달음을 시인은 간곡히 전한다. “사람 발길이 끊긴” 묵정논이 오히려 온갖 생명의 보고가 되어준 실상을 환기하며, 시인은 “흙 묻은 사람들”(「흙 묻은 맨발들의 저문 노래」)의 발걸음이 향하는 곳을 그려본다. “다른 이들의 체온과 맥박”(「업어주는 사람」)을 품은 그들은 어디에서든 생명을 만들어낼 것이다. 그 전범으로부터 우리의 내일을 그려보는 일이야말로 바로 시가 해낼 수 있는 가장 정직한 소임이라는 것이 시인의 올곧은 믿음이다.

시인은 ‘오직 사람 아닌 것’들을 통해 독자에게 말을 건넨다. 사회적 존재라던 사람은 과연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가. “사람을 탕진하고”(「빈자리」) “막막한 벽과/ 겸상”(「혼밥」)하면서, “마지막까지 무례한 삶”(「가지런히 벗어놓은 신발 한 켤레」)이 강요하는 “고독이라는 맹독성 침묵”을 견디지 못한 채 “뭍에서 물속으로 들어”(「고독의 진화」)가거나 사람이 된 것을 후회하지는(「곰으로 돌아가는 사람」) 않는가. 하여 시인은 다시 통렬하게 묻는다. 자연의 정경 속에서 누구보다도 생명답게 살아가는 존재들이 누구인지. 드러나지 않은 채로 묵묵히 자신의 일을 했기 때문에 사람에게 외면받았던 이들 ‘사람 아닌 것’들이 볏단처럼 서로에게 기대어 만들어내는 조화가 시집에 있다. 이들에게 사람이 다시 배울 수 있다면 어떨까. ‘사람 아닌 것’들이 사람을 일으켜세우기 위해 다가오고 있다.

가장 오래된 것이 가장 새로운 것이다. 농촌의 이야기는 너무나 익숙하여 상투성과 고정관념에 빠지기 쉽지만, 어떻게 접근하느냐에 따라 새롭고 낯선 미적 지평이 가능하다는 점을 이 시집은 보여준다. 그만의 시각과 인식으로 내면을 파고드는 시간의 침습을 이겨냈다는 것이다. 낙원에서 실낙원으로, 다시 복낙원으로 이행하는 감각과 의식의 극적인 변화가 시의 바탕을 형성해왔다. 프루스트의 ‘마들렌 과자’가 폭발시킨 감각의 세계처럼, ‘나’와 ‘나’를 넘어선 본향의 이야기를 그 바탕 위에서 감각하고 발굴해낸다면, 어떤 개념으로도 묶을 수 없는 낯선 장르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_이순현 해설, 「발굴하는 자와 발굴되는 자」 부분

구매가격 : 8,400 원

속죄(세계문학전집 223번)

도서정보 : 이언 매큐언 / 문학동네 / 2023년 04월 06일 / EP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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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클래식의 반열에 오른 전 세계적인 메가셀러

부커상 최종후보
LA 타임스 도서상,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 WH 스미스 문학상 수상
타임·옵서버·텔레그래프 선정 ‘역대 최고의 소설 100’
가디언 선정 ‘21세기 최고의 책 100’

이언 매큐언의 작품 중 단연 최고이자 위대한 소설.
이동진(영화평론가)

현대 영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이언 매큐언의 최고작이자 전 세계적인 메가셀러 『속죄』를 새롭게 선보인다. 국내에서는 2003년 처음 소개된 이후 쇄를 거듭하며 꾸준히 사랑받았고, 출간 20년 만에 세계문학전집으로 새롭게 펴내며 보다 세심하게 다듬어진 번역을 통해 이언 매큐언의 작품세계를 더욱 완성도 높은 판본으로 만나볼 수 있는 기회를 선사한다.

유년기의 천진한 오해가 초래한 거대한 파국과 평생에 걸친 속죄를 그린 이 작품은 이언 매큐언의 여덟번째 장편소설로, 전 세계적으로 폭발적인 반향을 불러일으키며 작가적 커리어에 한 획을 그은 작품이자 그의 모든 것이 집약된 필생의 역작으로 꼽힌다. 『암스테르담』(1998)이 부커상을 수상하며 현대 영문학의 중요 작가로 인정받은 매큐언이 다음에 발표할 작품에 관심이 쏟아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고, 2001년 출간된 『속죄』는 높아질 대로 높아진 모두의 기대를 완벽히 충족하는 대작이었다. 특유의 정교한 내러티브와 서스펜스를 유지하는 필력, 인간심리를 꿰뚫어보는 날카로운 통찰에 더하여 인간에 대한 연민과 한 차원 성숙해진 시선으로 깊은 감동을 안기는 이 작품에 언론은 앞다투어 찬사를 보냈다. “한마디로 걸작”(<뉴욕 타임스>), “‘마스터피스’라는 칭호를 기꺼이 붙일 수 있는, 진정으로 자격이 있는 몇 안 되는 작품”(<이코노미스트>), “원래 좋은 작품을 쓰는 작가라는 기준으로 봐도 특출나다”(<타임스>) 등의 극찬이 이어지며 연말에는 거의 모든 유력 매체의 ‘올해의 책’ 리스트에 『속죄』가 포함되었다. 독자들의 반응도 평단과 일치했다. 네번째로 후보에 오른 그해 부커상은 비록 호주 작가 피터 케리의 『켈리 갱의 진짜 이야기』에 돌아갔지만 『속죄』가 결코 뒤지지 않는 작품이라는 것이 중평이었고, 이후 영국 BBC 방송 주최로 독자들이 직접 투표하여 선정하는 ‘피플스 부커상’을 두고 피터 케리와 다시 한번 경합을 벌였을 때 독자들은 『속죄』의 손을 들어주었다. 작품의 감동은 영상으로도 이어져 2007년 이 작품을 원작으로 한 영화 <어톤먼트>가 개봉되었고, 미국 아카데미 6개 부문 후보에 오르고 영국 아카데미 최우수 작품상과 미술상을, 골든글로브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루었다. 명실공히 매큐언의 최고작이자 위대한 작품으로 자리매김한 『속죄』는 타임·옵서버·텔레그래프 선정 ‘역대 최고의 소설 100’, 가디언 선정 ‘21세기 최고의 책 100’에 이름을 올리는 등 오늘날까지도 꾸준히 호명되며 21세기 고전의 반열에 올랐고, 42개 언어로 번역되어 전 세계 독자들에게 한결같은 사랑을 받고 있다.


시간이 멈춰버린 뜨거운 오후,
소녀의 오해가 불러온 젊은 연인들의 비극
그리고 이를 되돌리려는 한 소설가의 평생에 걸친 지난한 속죄!

이야기는 2차세계대전이 발발하기 전 영국 상류층이 마지막으로 좋은 시절을 보낸 1935년, 교외의 저택에서 시작된다. 제1부에서 브라이어니 탤리스는 작가를 꿈꾸는 열세 살의 소녀로 상상력이 풍부하고 감수성이 예민한 동시에 자신을 둘러싼 세계가 질서정연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기도 하다. 대학을 졸업하고 집으로 돌아온 브라이어니의 언니 세실리아는 뭔지 모를 답답함과 자립해야 한다는 막연한 의무감에 시달린다. 그리고 세실리아의 소꿉친구이자 탤리스가家 가정부의 아들인 로비 터너가 있다. 계급적 거리감, 그리고 둘 사이에 막 싹트기 시작한 성적 긴장감 때문에 세실리아를 멀리해온 로비와 이를 눈치채고 표현하기 힘든 울분을 느끼는 세실리아가 어느 뜨거운 여름 오후 정원에서 마주친다. 두 사람은 꽃병을 사이에 두고 공연한 실랑이를 벌이고, 결국 깨져버린 꽃병 조각이 분수대 물속에 빠지자 세실리아는 알 수 없는 분노에 휩싸여 여봐란듯 옷을 벗고 물속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저택의 위층 창가에서 브라이어니가 그 모습을 숨죽여 지켜보고 있다. 그날 저녁 저택에서는 또다른 사건이 벌어진다. 탤리스가에 와 있던 친척 쌍둥이 형제가 실종되고, 손님으로 방문한 폴 마셜까지 동원되어 아이들을 찾으러 나섰다가 쌍둥이의 누나 롤라가 강간을 당한 것이다. 몇 시간 전 로비와 세실리아 사이의 알 수 없는 행동을 목격하고 거기에 자신의 상상력을 덧붙인 브라이어니는 로비를 강간범으로 지목하고, 의대에 진학하려던 총명한 청년 로비와 그를 향한 사랑을 뒤늦게 깨달은 세실리아의 운명은 비극을 향해 치닫는다.

후반부에서 소설은 시간을 훌쩍 뛰어넘어 2차세계대전의 한복판으로 독자들을 이끈다. 제2부에서는 강간 혐의로 복역하던 로비가 조기 석방을 조건으로 참전해 프랑스의 전장에서 지옥을 겪는 장면들이 펼쳐진다. 이언 매큐언의 충실한 역사적 고증과 이를 손에 잡힐 듯 생생하게 풀어낸 장인적 묘사가 돋보이는 대목으로, 연합군이 마지노선에서 퇴각해 됭케르크까지 철수하는 아비규환의 상황과 폭격의 공포, 본국으로 떠날 배가 없어서 절망에 처한 병사들이 저지르는 집단적 폭력이 그려진다. 제3부에는 공습이 이어지는 런던에서 브라이어니가 안락한 가정환경을 버리고 간호사로 자원해 참혹한 전쟁의 와중에 부상을 입은 군인들을 돌보며 시간을 쪼개 소설을 쓰고 자신이 저지른 잘못을 속죄하려 애쓰는 장면들이 펼쳐진다. 롤라는 아이러니하게도 그 모든 비극을 몰고 온 장본인과 결혼식을 올리고, 브라이어니는 잘못을 빌고 모든 것을 바로잡기 위해 세실리아를 찾아간다. 세실리아는 그 여름밤의 사건 이후 집을 나가 브라이어니보다 먼저 간호사로 일을 시작해 혼자 살고 있다. 브라이어니는 언니의 하숙집에서 뜻밖에 로비와 마주치고, 자신이 저지른 그 엄청난 잘못도, 모든 것을 휩쓸어버리는 전쟁도 두 사람을 갈라놓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하지만 과연 두 연인은 정말 행복한 결말을 맞이한 것일까?


현대 영문학의 최고 지성 이언 매큐언
그의 모든 것이 집약된 필생의 역작

『속죄』는 치밀한 구성, 영화를 보는 듯한 흥미진진한 스토리, 뚜렷한 개성을 지닌 등장인물들에 대한 탁월한 심리묘사, 섬세하고도 장중한 문체로 독자를 사로잡는다. 주요 인물들의 시점을 오가는 사이 우연과 오해, 악의가 절묘하게 맞물려 무시무시한 결과를 빚어내기까지 전반부의 이야기는 서스펜스를 조절하는 특유의 필력이 유감없이 발휘되어 긴장감을 자아내고, 전쟁의 무상함과 공포, 인간이 저지를 수 있는 폭력의 다양한 수위를 포착하는 후반부에서는 철저한 고증을 거친 치밀한 서술과 역사의식에 대한 거시적인 통찰이 결합되어 장인의 경지에 이른 예술적 기교를 느끼게 한다.

이 작품은 영문학에 대한 애정을 고백하는 동시에 문학 창작의 본질에 대해 숙고하는 소설이기도 하다. 제인 오스틴, 새뮤얼 리처드슨, T.S. 엘리엇, D.H. 로런스 등 영문학사에 쟁쟁한 자취를 남긴 문인들이 거론되고 시릴 코널리, 엘리자베스 보엔 같은 실존 문학비평가가 등장하며, 주인공 브라이어니는 소설가가 되는 과정에서 버지니아 울프의 영향을 강하게 받는다. 그리고 소설을 씀으로써 평생에 걸친 속죄를 하려 했던 브라이어니의 삶은 그 자체로 상상력과 그 산물인 문학작품에 어떤 힘과 한계가 있는지에 대해 매큐언이 던지는 진지한 물음이기도 하다. 소설이 결말을 향해 나아가는 사이 이러한 메타픽션적 요소는 전체 이야기와 결합되어 묵직한 울림을 안긴다.

브라이어니에게, 그리고 브라이어니로 인해 운명이 송두리째 흔들린 두 연인에게는 어떤 운명이 기다리고 있을까. 하나하나의 조각이 서서히 맞춰지면서 마침내 충격적이고도 감동적인 결말에 이르렀을 때, 독자는 오직 1급의 소설만이 선사할 수 있는 환희와 여운을 만끽할 것이다.

구매가격 : 12,600 원

암스테르담(세계문학전집 224번)

도서정보 : 이언 매큐언 / 문학동네 / 2023년 04월 06일 / EP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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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영문학의 최고 지성
이언 매큐언의 걸작

현대의 윤리와 문화란 어떤 것인지 묻는 냉정하고도 예리한 고찰.
1998 부커상 심사위원장

현대 영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이언 매큐언의 걸작 『암스테르담』을 새롭게 선보인다. 한 여자의 죽음과 그녀가 남긴 문제적인 사진으로 촉발된 연쇄적 파국을 그린 이 작품은 이언 매큐언이 1998년 발표한 일곱번째 장편소설로, 1999년과 2008년 두 차례에 걸쳐 국내에 소개된 이후 다시 문학동네에서 새롭게 펴내며 박경희 번역가의 면밀한 개정을 통해 매큐언의 작품세계를 더욱 깊이 만끽할 수 있는 기회를 선사한다.

『첫 사랑, 마지막 의식』(1975)으로 데뷔한 후 충격적인 소재와 대담한 스타일로 인간 밑바닥의 기이한 욕망을 낱낱이 해부하며 “엽기 이언Ian Macabre”이라는 별명까지 붙었던 매큐언은 『차일드 인 타임』(1987)을 기점으로 동시대의 윤리와 사회문제, 역사 등 보다 거시적인 측면으로 관심을 확장했다. 이 시기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암스테르담』은 현대사회의 부조리와 얄팍한 윤리의식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짤막한 분량으로 담아내며 『위험한 이방인』 『검은 개』에 이어 세번째로 부커상 후보에 올랐다. 그리고 마침내 ‘현대의 윤리와 문화란 어떤 것인지 묻는 냉정하고도 예리한 고찰’이라는 평과 함께 수상의 영예를 안은 이 작품으로 그는 선정적인 작품으로 이목을 끄는 작가라는 편견에서 벗어나 영국을 대표하는 지성적인 작가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차기 총리의 정치생명을 끝낼 사진이 등장하자
두 남자의 신뢰와 윤리의식이 시험대에 오르고,
마침내 오랜 우정은 증오가 되어 그들을 암스테르담으로 이끈다

사진작가이자 레스토랑 평론가 몰리 레인의 장례식. 오랜 친구 사이인 버넌 할리데이와 클라이브 린리는 각기 다른 시기 그들의 연인이었던 몰리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개탄한다. 장례식을 마친 후 클라이브는 뇌손상을 입고 손쓸 새도 없이 상태가 악화된 몰리처럼 언젠가 자기도 사리분별이 어려운 지경에 이른다면 안락사를 시켜달라 부탁하고, 버넌은 그 제안을 마지못해 받아들이며 자신에게도 같은 일을 해줄 것을 요구한다.

중앙 일간지 <저지Judge>의 편집국장 버넌의 가장 큰 걱정은 기울어져가는 신문사를 다시 일으켜세우는 것이다. 판매부수를 늘리기 위해 고심하던 그에게 신문사의 사주이자 몰리의 남편 조지가 비밀스러운 자료를 건넨다. 바로 보수당 출신 외무장관이자 차기 총리로 점쳐지는 줄리언 가머니가 여장을 한 채 도발적인 자세를 취하고 찍은 사진. 그와 내연관계였던 몰리가 찍은 그 사진을 공개한다면 ‘공공의 적’ 가머니는 정치적 생명이 끝장나는 동시에 신문은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갈 것이다. 그러나 소식을 들은 클라이브는 그것이 개인의 사생활을 침해할 뿐 아니라 세상을 떠난 몰리를 모욕하는 행위라면서 강하게 반발하고, 사진 공개의 윤리성을 둘러싸고 두 사람의 골은 깊어져간다. 한편 도래할 밀레니엄을 기념하기 위해 정부로부터 교향곡 작업을 의뢰받은 저명한 작곡가 클라이브는 작품의 영감을 얻기 위해 호수지대로 여행을 떠나고, 외진 곳에서 한 여자가 남자에게 위협당하는 상황을 목격하지만 머릿속에 떠오른 악상이 사라질 것이 두려워 조용히 자리를 뜬다.

버넌이 주도면밀하게 준비했던 기사는 한발 앞선 가머니의 대응으로 오히려 그에 대한 동정여론과 신문사를 향한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키며 대실패로 돌아간다. 결국 일자리마저 잃은 버넌은 악담을 퍼부었던 클라이브에게 앙심을 품고 경찰에 그가 범죄현장의 목격자임을 제보하고, 클라이브는 범인식별을 위해 경찰서에 출석하느라 결국 교향곡을 돌이킬 수 없는 수준으로 망쳐버린다. 이제 서로를 향한 증오만 남은 두 사람은 각자의 은밀한 계획을 숨긴 채 화해를 청하며 클라이브의 교향곡 리허설이 열리는 암스테르담으로 향한다.


현대인의 욕망과 위선을 날카롭게 해부하는
영문학의 거장 이언 매큐언의 시니컬한 윤리적 우화

평범한 일상에 갑작스럽게 들이닥친 파괴적 사건이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은 이언 매큐언이 오래도록 천착해온 테마로, 이번 작품에서는 예기치 못한 윤리적 딜레마에 직면한 인물들의 행동을 통해 현대의 윤리의식과 시대정신을 날카롭게 비판한다. 버넌은 인종차별과 사형제도의 부활을 지지하며 시대를 역행하는 정치인의 집권을 막기 위해, 클라이브는 역사에 길이 남을 위대한 교향곡의 완성을 위해 스스로 올바른 결정을 했다는 자기합리화에 빠지지만 두 사람 다 대의가 아닌 각자의 필요에 따라 움직였을 뿐이다. 결국 아무것도 지키지 못한 채 나락으로 떨어진 그들은 자신을 돌아보는 대신 상대에게 분노의 화살을 돌리고, 최후의 순간 서로의 존엄을 지켜주기 위해 했던 우정의 약속은 복수의 칼날로 변한다. 자기기만에 빠져 위선의 가면을 쓴 것은 이들만이 아니다. 아내의 옛 애인들을 은밀히 파멸로 몰아가기 위해 정교한 덫을 놓는 조지, 사생활이 폭로될 위기에 처하자 언론의 폭력적인 선전성을 한발 앞서 이용한 가머니, <저지>와 마찬가지로 문제의 사진을 손에 넣기 위해 입찰경쟁에 뛰어들지만 판세가 바뀌자 버넌을 향한 반대여론 형성에 앞장서는 언론사들, 조직을 비호하기 위해 범죄사건의 진상을 덮으려는 경찰들. 하나같이 이기적인 욕망에 따라 표변하는 인물들의 모습을 통해 매큐언은 이들이 속한 세대의 허위를, 한때는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투쟁했으나 이제 체제에서 우위를 점한 속물적인 기득권층의 자기기만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이처럼 겉으로는 그럴듯한 삶을 살고 있으나 실상은 얄팍하기 그지없는 인간들의 초상과 권력의 속성을 낱낱이 해부하며 매큐언은 신랄한 위트가 가미된 매끄럽고 날렵한 플롯을 선보인다. 두 인물의 내면을 오가면서 이야기가 진행되는 사이 전매특허라고 할 만한 시니컬한 유머와 장면을 세공하는 필력이 곳곳에서 빛을 발하고, 인물들의 줄다리기는 한 편의 심리스릴러를 방불케 하는 긴장감을 유지하며 결말을 향해 빠르게 나아간다. ‘관대하고 열린 사고를 지닌 성숙한 도시’ 암스테르담에서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최후는 과연 무엇일까. “시계공을 방불케 하는 기예로 미니멀한 작품 속에 기적적으로 광대한 공간을 창조해낸”(<선데이 타임스>) 『암스테르담』은 현대사회의 욕망과 윤리의식을 가차없이 해부하며 완벽하게 짜인 걸작을 읽는 순수한 쾌감을 선사할 것이다.

구매가격 : 9,800 원

펀자이씨툰1 - 어디로 가세요 펀자이씨?

도서정보 : 엄유진 / 문학동네 / 2023년 03월 14일 / PDF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그림 그리는 사람 ‘펀자이씨’가 되기까지―

작가 엄유진의 성장 스토리를 담은 그림 에세이

『펀자이씨툰』은 작가의 진짜 이야기들을 담은 그림 일기장이다. 콤플렉스가 많았던 어린 시절 이야기, 철학자이신 어머니와 아버지와의 티키타카, 국제결혼을 하면서 기꺼이 한국 생활을 결정해준 남편 파콘과 세상에 하나뿐인 딸 짠이, 멀리 있어서 자주 만날 수 없지만 마음은 늘 가까이 있는 태국 가족들까지― 온 가족이 출동하는 가족 만화이자 생활 만화이며 철학 만화다.

그런 에피소드 중에서 그림 그리는 사람이 된 작가의 이야기만을 꼽아 가장 먼저 독자들을 만난다. SNS에 업로드한 작가의 경험담은 늘 즐겁지만은 않았다. 선천적으로 부끄러움이 많았던 어린 나이에 차별과 편견을 알아버렸고, 입시전쟁과 바쁜 직장 생활을 하며 답답함을 느꼈다. 한국 사회에서 이런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만화를 보며 더욱 공감했을 것이고, 랜선 너머에서 작가에게 응원을 보냈을 것이다.

서로 다름을 인정하며 존중하고, 그 사람 자체를 받아들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펀자이씨툰』에는 작가의 경험담을 담아 더욱 생생한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사람들에게 이야기가 주는 힘이 어떤 것인지를 새삼 느끼게 한다. 단순히 선한 영향력을 뛰어넘어 많은 것을 깨닫게 하는 힘― 그 힘이 독자들의 마음에 닿아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SNS에는 열 장의 컷으로 에피소드를 이어갈 수밖에 없기에, 긴 이야기를 하려면 게시물을 여러 개 업로드 해야 했다. 이렇듯 제한적이었던 컷 배치를 단행본에서는 자유로운 연출로 해방감을 선사하고 본래 흑백 만화였던 원고를 대폭 보완하고 색을 더하여 생동감을 불어넣었다. 더불어 만화에 담지 못했던 뒷이야기는 에세이로 담아 이야기의 여운을 이어간다. 이 책에는 펀자이씨의 인생이 담겼다. 일상을 채우는 기록 일지로 독자들에게 울림을 주는 ‘펀자이씨 이야기’가 특별한 시간을 선물할 것이다.

◆ 연필로 전하는 따뜻하고 유쾌한 그림 에세이

인스타그램에서 열 장의 정사각형 틀 안에 연필 그림과 손글씨로 이야기를 전하기 시작한 『펀자이씨툰』. 글과 그림이 주는 따뜻함에 절로 미소가 지어지고, 보고 있으면 내 이야기처럼 깊은 공감을 하게 되는 이 만화는 참 솔직하고 꾸밈이 없다. 연필로 그렸기에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이 있으면 지우개로 지웠다가 다시 그리고 쓸 수 있는데 그 옅은 지우개 자국마저 정겨운 이 만화는 입소문을 타며 점점 팔로워를 늘려갔다.

2018년, 눈이 아팠던 작가는 더 늦기 전에 인생에서 중요했던 순간들을 기록했고, 그것이 『펀자이씨툰』의 시작이었다. 제목이 참 흥미로운데, 태국인 남편의 성 ‘펀자이씨’에서 따온 것으로 ‘펀자이’ 씨가 아닌 ‘펀자이씨’로 읽어야 한다. 펀자이씨는 종이와 연필, 두 가지 재료만 있으면 어디서든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쓴다. 완성한 원고를 스캔하거나 사진으로 찍어 SNS에 업로드한다. 그렇게 만들어진 이야기가 우리들에게 닿았고, 이야기를 향한 사람들의 반응은 다시 작가에게로 돌아가 닿으며 이야기의 선순환을 실감하게 했다.

SNS에 공개된 이야기 속의 작가는 과연 어떤 사람일까. 선천적으로 부끄러움이 많았던 그는 서른 즈음에 영국으로 떠나 그곳에서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수많은 경험을 하고 돌아왔다. 하지만 돌아오자마자 곧바로 적응하지 못했다. 원래 내가 있던 곳인데 어색해져버린 내 자리, 애매해진 나이에 적응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렸다. 그러한 자신의 성장담을 속 깊게 풀어가는 『어디로 가세요 펀자이씨?』는 ‘엄유진’을 알아갈 수 있는 친절한 시간을 선사하고 더불어 ‘나는 어떻게 성장했는가’에 대한 생각의 시간을 건넨다.

SNS 공간은 자유롭다. 업로드했던 만화를 수정할 수도, 삭제할 수도 있다. 반면 단행본은 자유롭게 수정할 수 없기에 책으로 전하고 싶은 이야기의 흐름에 맞는 에피소드를 선별했다. 정사각형의 틀에 있던 툰을 단행본으로 옮기면서 페이지 전체를 자유롭게 누비는 연출로 그림을 다시 편집했고, 흑백 만화에 포인트 컬러를 더했다. 연필선이 주는 따뜻한 질감과 탁 트인 해방감, 그것이 펀자이씨툰 단행본이 주는 매력이다.

이 한 권에 담긴 이야기는 공감을 일으키면서도 상냥하며 포근하다. 그녀의 경험을 통해 우리는 간접적으로나마 넓은 세상과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구매가격 : 11,200 원

펀자이씨툰2 - 외계에서 온 펀자이씨

도서정보 : 엄유진 / 문학동네 / 2023년 03월 14일 / PDF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국제결혼은 고행의 서막…?

괜찮아, 우리만의 우주를 만들 거니까!

『펀자이씨툰』은 작가의 진짜 이야기들을 담은 그림 일기장이다. 콤플렉스가 많았던 어린 시절 이야기, 철학자이신 어머니와 아버지와의 티키타카, 국제결혼을 하면서 기꺼이 한국 생활을 결정해준 남편 파콘과 세상에 하나뿐인 딸 짠이, 멀리 있어서 자주 만날 수 없지만 마음은 늘 가까이 있는 태국 가족들까지― 온 가족이 출동하는 가족 만화이자 생활 만화이며 철학 만화다.

두번째 이야기 『외계에서 온 펀자이씨』에는 영국에서 만난 태국 남자 파콘과 한국 여자 유진이 부부가 되어 서로 삶의 방식을 맞춰가는 일상을 보여준다. 더불어 그들이 결혼함으로써 새로운 가족이 된 한국과 태국 가족들의 낯설고 친밀한 이야기를 유쾌하고 따뜻하게 담았다.

누군가 말했던가― 희극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고. 공학도 파콘과 예술가 유진의 다이나믹한 일상은 마치 개그 만화를 보는 듯하지만 그 뒤에는 서로를 향한 배려와 존중이 가득하다. 국적도 문화도, 삶의 환경도 다른 두 사람은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하며, 서로를 그 자체로 받아들이며 살아가고 있다. SNS에 소개된 만화에는 늘 웃음만 있었는데, 단행본에 처음 수록한 에세이에는 만화에서 볼 수 없었던 속 얘기가 많이 담겨 있어 이야기가 더욱 풍부해졌다.

『펀자이씨툰』을 보고 있으면 이야기가 주는 힘이 어떤 것인지를 새삼 느끼게 한다. 단순히 선한 영향력을 뛰어넘어 많은 것을 깨닫게 하는 힘― 그 힘이 독자들의 마음에 닿아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SNS에는 열 장의 컷으로 에피소드를 이어갈 수밖에 없기에, 긴 이야기를 하려면 게시물을 여러 개 업로드 해야 했다. 이렇듯 제한적이었던 컷 배치를 단행본에서는 자유로운 연출로 해방감을 선사하고 본래 흑백 만화였던 원고를 대폭 보완하고 색을 더하여 생동감을 불어넣었다. 더불어 만화에 담지 못했던 뒷이야기는 에세이로 담아 이야기의 여운을 이어간다. 이 책에는 펀자이씨의 인생이 담겼다. 일상을 채우는 기록 일지로 독자들에게 울림을 주는 ‘펀자이씨 이야기’가 특별한 시간을 선물할 것이다.

국제결혼은 고행의 서막…?

괜찮아, 우리만의 우주를 만들 거니까!

『펀자이씨툰』은 작가의 진짜 이야기들을 담은 그림 일기장이다. 콤플렉스가 많았던 어린 시절 이야기, 철학자이신 어머니와 아버지와의 티키타카, 국제결혼을 하면서 기꺼이 한국 생활을 결정해준 남편 파콘과 세상에 하나뿐인 딸 짠이, 멀리 있어서 자주 만날 수 없지만 마음은 늘 가까이 있는 태국 가족들까지― 온 가족이 출동하는 가족 만화이자 생활 만화이며 철학 만화다.

두번째 이야기 『외계에서 온 펀자이씨』에는 영국에서 만난 태국 남자 파콘과 한국 여자 유진이 부부가 되어 서로 삶의 방식을 맞춰가는 일상을 보여준다. 더불어 그들이 결혼함으로써 새로운 가족이 된 한국과 태국 가족들의 낯설고 친밀한 이야기를 유쾌하고 따뜻하게 담았다.

누군가 말했던가― 희극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고. 공학도 파콘과 예술가 유진의 다이나믹한 일상은 마치 개그 만화를 보는 듯하지만 그 뒤에는 서로를 향한 배려와 존중이 가득하다. 국적도 문화도, 삶의 환경도 다른 두 사람은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하며, 서로를 그 자체로 받아들이며 살아가고 있다. SNS에 소개된 만화에는 늘 웃음만 있었는데, 단행본에 처음 수록한 에세이에는 만화에서 볼 수 없었던 속 얘기가 많이 담겨 있어 이야기가 더욱 풍부해졌다.

『펀자이씨툰』을 보고 있으면 이야기가 주는 힘이 어떤 것인지를 새삼 느끼게 한다. 단순히 선한 영향력을 뛰어넘어 많은 것을 깨닫게 하는 힘― 그 힘이 독자들의 마음에 닿아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SNS에는 열 장의 컷으로 에피소드를 이어갈 수밖에 없기에, 긴 이야기를 하려면 게시물을 여러 개 업로드 해야 했다. 이렇듯 제한적이었던 컷 배치를 단행본에서는 자유로운 연출로 해방감을 선사하고 본래 흑백 만화였던 원고를 대폭 보완하고 색을 더하여 생동감을 불어넣었다. 더불어 만화에 담지 못했던 뒷이야기는 에세이로 담아 이야기의 여운을 이어간다. 이 책에는 펀자이씨의 인생이 담겼다. 일상을 채우는 기록 일지로 독자들에게 울림을 주는 ‘펀자이씨 이야기’가 특별한 시간을 선물할 것이다.

구매가격 : 11,200 원

1미터는 없어

도서정보 : 양지예 / 문학동네 / 2023년 04월 17일 / EPUB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제28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

“우리는 긴 시간 이런 소설을 기다려왔고
앞으로도 이런 소설을 꿈꿀 것이다.”
_신수정(문학평론가)


지난해 100쇄를 돌파한 은희경의 『새의 선물』과 인터내셔널 부커상 후보에 이름을 올린 천명관의 『고래』 등 작가들의 빛나는 첫 장편소설을 소개해온 문학동네소설상의 제28회 수상작 『1미터는 없어』가 출간됐다. 강희영의 『최단경로』 이후 3년 만의 수상작으로, 기다림이 길어진 만큼 심사 또한 신중하고 열띤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치열한 토론 끝에 수상작을 결정한 뒤 당선 소식을 전하는 과정에서 그가 2021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한 신예 작가 양지예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적록색맹을 가진 학생과 선생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그린 단편소설 「나에게」로 “오해와 이해 속에서 펼쳐지는 풍경이 압도적”(심사위원 성석제 하성란)이라는 호평을 받으며 작품활동을 시작한 이 젊은 작가는 그뒤 장편 작업에 집중하며 오랜 시간 원고를 매만졌다. “문예창작에 대해 전문적으로 배우지 않았기에 늘 염려가 많았”지만 “당선작은 스스로도 마음에 드는 작품이라”(이희주 작가와의 인터뷰 중에서)는 조심스러운 고백에서 우리는 작가가 얼마나 오래도록 고심하며 원고를 다듬었을지 짐작해볼 수 있다. “첫 페이지부터 그 흥미로움과 참신함이 압도적”(소설가 김인숙)이며 “매력적이고 위트 있는 장면이 많고 생동감 넘치는 인물의 매력이 빛나는 소설”(소설가 편혜영)이라는 평을 이끌어낸 『1미터는 없어』는 생소하게 느껴질 법한 측량의 세계를 위트 있고 톡톡 튀는 서사와 거침없는 전개로 풀어낸 작품으로, ‘측량의 천재’라 불리었던 ‘그녀’의 실종에 얽힌 배후를 파헤치기 위해 그녀의 삶을 돌아보는 과정에서 측량하고 통제하여 획정할 수 있는 것 너머의 세계로 우리를 이끈다.

측량의 천재가 사라진 뒤,
잴 수 없는 ‘유령’만이 남았다

10년 전, ‘그녀’가 미얀마에서 행방불명되는 사건이 일어났다. 양곤국제공항을 출발해 만달레이국제공항에 도착할 예정이었던 비행기가 사소한 사고로 이라와디강 위에 불시착했을 때의 일이다. 그녀는 다른 모든 승객들과 함께 비행기에서 내렸고, 구명조끼를 입었으며, 탈출 슬라이드에 올라 구조용 보트에까지 무사히 탑승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그녀는 사라졌다. 감쪽같이.

그녀는 누구인가? 연구원, 과학자, 발명가이자 백만장자, 그리고 “우주의 춤을 지름 12센티미터에 담아낸 사람”(114쪽)이라 불리기도 한 측량의 천재. 그녀의 천재성은 어린 시절 “5센티미터 길이의 선분을 그어보세요”(16쪽)라는 산수 문제를 마주하고 처음으로 발현되었다. 범재라면 무심코 지나쳤을 법한 그 문제에서 치명적인 오류를 발견한 것이다.



우리는 상상력을 발휘해야 한다. 자의 눈금을 떠올려보자. 매우 가느다랗지만, 분명한 두께를 가지고 있다. 두께가 없다면 어떻게 우리 눈에 보이겠는가. 그럼 선분은 어디에서 긋기 시작해야 할까. 눈금 왼쪽에 바싹 붙어 시작해야 할까, 오른쪽에 바싹 붙어 시작해야 할까. (…) 눈금의 두께 따위 무시한다면 간단히 해결할 수 있는 문제다. 그러나 그녀에게는 그렇지 않았다. 한번 인식하자 도무지 그냥 지나칠 수 없게 되었다. 그녀는 손톱을 물어뜯으며 들여다보고 또 들여다보았다. 그럴수록 눈금은 점점 두꺼워지는 것 같더니 자의 너비를 넘어 책상보다 두꺼워졌고 마침내 운동장까지 펼쳐졌다. (본문 중에서)


눈금에는 아주 가느다랗더라도 분명한 두께가 있다. 그렇다면 길이를 측정하기 위해 선분을 그을 때 시작점을 어떻게 삼아야 할까? 그녀를 난처하게 한 건 그뿐만이 아니다. 어떻게든 선분을 제대로 긋기 위해 눈금을 계속 들여다보자 눈금이 점점 두꺼워지는 듯 보인 것이다. 그녀는 “눈금이 점점 두꺼워지는 상황이 환상인지 실제인지 구분”(18쪽)하지 못한 채 커다란 공포를 느낀다.

이와 같이 측정의 부정확함에 대한 의문과 더불어 그로 인한 두려움을 안고 자라난 그녀는 청소년기에 이르러 자신의 운명을 깨닫게 된다. 박물관에서 유척(鍮尺)을 발견하면서다. 조선시대 암행어사들이 세금의 양을 검사하거나 형구의 크기를 재기 위해 가지고 다녔던, 놋쇠로 만든 자. 그것을 보는 순간 그녀는 그 도구에 얽힌 무수한 사연과 함께 사람들의 모습이 보이는 경험을 한다. “탐관오리에게 유척을 빼앗기고 유명을 달리한 암행어사, 규정보다 두 배는 큰 곤장에 맞아 죽은 이름 모를 민초, 놋쇠를 담금질하고 눈금을 새겨 정성껏 유척을 만들었으나 규격에서 벗어났다는 모함을 받은 장인 들”(73쪽)의 원혼이. 하지만 눈앞의 눈금이 점점 커지는 걸 보고 두려움을 느꼈던 것과 달리 “그녀는 더이상 그 존재들이 두렵지 않았다. 센티미터와 밀리미터, 필요하다면 나노미터 같은 단위로 측정해 하나씩 차분히 다독일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같은 쪽)기 때문이다. 그렇게 그녀는 “측정을 자신의 운명으로 받아들이게”(74쪽) 된다. 성인이 된 이후 그녀의 천재성은 측정을 넘어 발명의 영역까지 뻗어나가는데, 몸무게를 소수점 아래 열두 자리까지 측정하는 동시에 주변 물건을 재배치하거나 호흡을 조절하는 것만으로 몸무게가 바뀌는 ‘열두 자리 체중계’는 단숨에 그녀를 발명가의 자리에 올려놓는다. 나아가 세계적인 햄버거 프랜차이즈 기업 ‘버거킹’과의 협업으로 이루어낸, 언제나 원형을 유지하는 ‘찌그러지지 않은 버거’의 개발과 자르지 않고 통째로 쓸 수 있어 버거의 크기를 획정하는 데 기여하는 ‘납작 양상추’ ‘납작 토마토’의 품종개량은 그녀의 천재성을 세상에 떨쳐 보이게 한다.

그런 그녀가 실종되었으니 세간에서는 여러 추측이 떠돈다. 의심의 눈길은 가장 먼저 그녀의 전남편인 ‘염박사’에게로 향한다. 실종 직후 방영되었던 다큐멘터리에서 그녀가 한때 몸담았던 기업 ‘극한정밀’의 염사장, 그리고 그의 아들이자 그녀의 동업자이기도 했던 염박사가 이 실종의 배후에 있는지도 모른다는 뉘앙스를 풍겼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의심이 향하는 곳은 그녀의 유일한 친구였던 ‘금요숲’이다. 금요숲이 그녀의 실종지인 미얀마 출신의 난민이며 그녀와 가장 긴밀했던 사람이라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금요숲은 실종 당시 그곳에 없었다는 알리바이를 제시하며 의심에서 벗어난다. 이렇다 할 증거가 발견되지 않자 의혹은 자연스레 물밑으로 가라앉는 듯 보인다.

시간이 흘러 그녀의 업적을 기리는 박물관이 건립되고, 한때 고산 등반가였지만 산악 사고로 인해 왼쪽 다리를 잃은 뒤 등반을 포기한 ‘나’가 과거 그녀의 후원을 받아 에베레스트에 오른 것을 인연으로 관장직을 제안받는다.‘나’는 생계를 위해 제안을 받아들이지만, 막상 진짜 그녀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 그저 천재에 대한 호기심과 동경을 가지고 그녀가 남기고 간 일기만을 거듭해 읽을 뿐이다.

그런데 어느 날, ‘나’에게 국정원 요원이 찾아온다. 국정원 요원이 요구하는 것은 관장의 허가가 있어야만 열람할 수 있는 그녀의 일기. 그는 기록광이었던 그녀의 일기장 속에 사건의 실마리가 담겨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국정원측의 이야기가 어딘지 미심쩍게 느껴지면서도 ‘나’는 실종에 얽힌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 그녀의 일기장을 다시 한번 꺼내 보기로 한다. 염박사와 금요숲은 정말 그녀의 실종과 무관할까? 국정원이 ‘나’에게 했던 말은 전부 사실일까?


부를 수도 잴 수도 없는 것들을 향해
한 뼘 더, 한 걸음 더, 한번 더 뻗어가는 마음


그런데 실종의 배후를 파헤치는 한편 그녀의 일대기를 톺아보며 정확한 측량의 아름다움을 펼쳐 보이던 소설은 자꾸만 ‘유령’ 앞에서 멈춰 선다. 그녀가 실종 직전 마지막으로 남긴 메시지는 바로 “유령을 남겨두어야 한다”(58쪽)였다. 유령이란 무엇일까, 말 그대로의 유령일까? ‘나’는 그녀의 일기를 토대로 이 모든 이야기의 실마리가 되어줄 유령을 찾아 나선다. 그녀가 어린 시절 처음으로 목격한 유령과 박물관에서 다시 한번 마주하게 된 유령, 그녀의 삶 곳곳에서 그 모습을 보이던 유령들을. “확정할 수 없는 대상은 측정할 수 없고, 측정할 수 없는 대상은 정의할 수 없”(78쪽)기에 잴 수도, 부를 수도 없어 그저 유령이라고밖에 표현할 수 없던 그것들은 그녀의 실종과 어떤 관련이 있을까. 확정하지 못하는 데서 비롯되는 두려움을 이겨내기 위해 모든 것을 정확하게 재고자 노력해온 그녀는 유령을 좇아 불확실성의 영역으로 걸어들어간 것일까. 두려움을 무릅쓰고 한 걸음 더 내딛는 마음, 다시 한번 손을 뻗는 마음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1미터는 없어』는 결국 그 마음을 헤아리는 여정에 다름 아니다. 소설은 그녀의 뒤를 따라가던 ‘나’와 함께 우리 역시 그녀가 사라진 미지의 영역으로 잡아끈다. 모든 비밀이 기다리는 그곳, 유령의 세계로. 그곳에서 우리는 불확실성이란 우리가 없애야 할 한계가 아님을, “존재는 그 흔들림에 의하여 유일”(103쪽)함을 깨닫게 될지도 모른다.

나를 구성하고 있는 이 세계는 왜 이토록 불확실한가? 이 불확실한 세계는 어떤 모양으로 생겼는가? 그리고 그 안에서 나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 (…) 완벽한 아름다움에 이르려는 인간의 추구가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은 새롭지도 놀랍지도 않다. 그러나 그 매정한 사실에 번번이 상처받기를 그치고, 두려움과 불안감 속에서 스스로를 의심하면서도 미지의 공허에 뛰어들어 한번 더 손을 내밀어보는 마음은 언제나 새롭게 발명되어야 하는 것이다. (문학평론가 인아영, 심사평 중에서)

구매가격 : 9,800 원

신의 왼손 1

도서정보 : 폴 호프먼 / 문학동네 / 2023년 04월 03일 / EPUB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전 세계를 매료시킨
다크 판타지 3부작 국내 상륙

『신의 왼손』은 영국 작가 폴 호프먼이 2010년에서 2013년에 걸쳐 발표한 다크 판타지 소설이다. 『장미의 이름』의 장중함과 『해리 포터』 시리즈의 매력적인 판타지를 동시에 갖춘 이 트릴로지는 미국, 이탈리아, 독일을 비롯해 30개 언어로 출간되었으며, 중세 암흑시대를 연상시키는 배경과 흡인력 강한 줄거리로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았다. 폴 호프먼은 주드 로 주연의 뱀파이어 영화 <악어의 지혜>의 각본과 동명의 소설을 쓰며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으며, 『신의 왼손』을 통해 화제의 작가로 급부상했다. 2021년 국내 출간된 『신의 왼손』과 『신의 왼손 2─최후의 네 가지』에 이어 『신의 왼손3─천사의 날갯짓』이 3부작의 국내 소개에 마침표를 찍는다.

이 아이를 찾아라.
그리고 발견하면 훗날을 위해 준비시켜라.
‘신의 왼손’, 또는 ‘죽음의 천사’라고도 불리는 이 아이가
그 모든 것을 가능케 하리니.

『신의 왼손 1』 알 수 없는 시대, 미대륙 어딘가로 추정되는 황무지에 우뚝 선 미로 속의 ‘성소’. 호전적인 전사이자 수도사들의 집단 ‘리디머’가 지배하는 이곳에서는 엄격한 규칙과 종교적 금기하에 열 살 안팎의 소년들이 전사로 양성되고 있다. 신의 뜻을 거스르고 세상에 혼란을 불러오는 ‘안타고니스트’ 무리와 대적하는 것이 그들의 목표. 기억도 나지 않는 어린 시절 이곳으로 끌려온 14세의 토머스 케일은 우연찮은 계기로 탈출로를 알게 되고, 함께 자란 친구 클라이스트와 헨리, 엉겁결에 성소에서 구해주게 된 미지의 소녀 리바와 함께 부유한 상업도시 멤피스로 향한다. 전투에 대한 천부적인 재능을 입증하고 총독의 아름다운 딸 아르벨과 사랑에 빠지며 자유를 누리던 것도 잠시, 이어진 리디머들의 추적과 대립을 통해 케일은 지금껏 스스로도 몰랐던 운명을 깨닫게 되는데……

『신의 왼손』의 도입부 설정과 줄거리는 전형적인 십대 모험 판타지의 형식을 띠고 있지만, 그보다 앞서 눈길을 끄는 것은 중세 성곽도시를 연상시키면서 어디에도 시대와 장소가 특정되어 있지 않은 미스터리한 배경 묘사다. 설정이 탄탄한 비디오게임처럼 각 단계마다 새로운 사실이 드러나며 독자들의 흥미와 궁금증을 유발하는 이 독특한 세계관은 작가 폴 호프먼의 실제 경험에 기인했다. 가톨릭계 기숙학교에서 십대 시절을 보내고 옥스퍼드대학교 뉴 칼리지로 진학한 그는 수도원만큼이나 폐쇄적이고 열악한 기숙학교의 공동 식당과 침실, 운동장 등에서 아직 어린 소년들에게 가혹할 만큼 엄격한 규율을 강요하는 ‘성소’의 모습을, 14세기에 지어진 유서 깊은 뉴 칼리지 건물의 회랑과 안뜰, 옥스퍼드시티의 웅장한 성벽 등에서 갖가지 인간군상이 모여 있고 교역이 활발한 상업도시 멤피스의 모티프를 가져왔다. 2권에 등장하는, 표면이 주름진 듯 보이는 촘촘한 능선 때문에 ‘거대한 고환’으로 불리는 타이거산은 그의 부모님 집에서 내다보이던 킬리만자로산의 풍경에서 따온 것이다. 중세적으로 들리는 허구의 지명과 함께 뉴욕을 중심으로 한 유럽과 북미의 실제 지명이 혼용되고 있는 것 역시 『신의 왼손』을 단순히 중세 판타지로 분류할 수 없게 만드는 특징이다.

죽음, 심판, 천국, 지옥
최후의 네 가지는 우리가 사는 집이요
고행, 죽음, 죄악
이것들은 우리가 입는 옷이로다

『신의 왼손 2─최후의 네 가지』 세상의 종말을 가져올 ‘신의 왼손’, 즉 ‘죽음의 천사’의 운명을 타고났다는 믿기 힘든 예언과 함께 리디머 무리로 돌아온 토머스 케일은 거듭되는 전투를 겪으며 전사로서의 본능에 눈뜬다. 단순한 육탄전뿐 아니라 전술과 지휘에서도 짧은 시간 안에 탁월한 발전을 보여온 그의 능력은 정말로 인류의 멸종을 위해 신이 내린 재능인 것일까? 교황의 자리를 노리는 리디머 보스코, 뼈아픈 배신을 안겼지만 여전히 아름다운 옛 연인 아르벨, 성소 밖에서 위기에 처하고 또 모면하며 각자의 운명에 휩쓸리는 클라이스트와 헨리. 새로운 인간관계와 바깥세상의 혼란을 겪으며 소년들은 스스로의 길을 개척해나가고, 케일은 안타고니스트뿐 아니라 자기 안의 선악과도 대결해야 하는 기로에 놓인다.

장르의 법칙을 충실히 따르는 듯하면서 세부를 파고들수록 뚜렷한 차별성을 보이는 『신의 왼손』의 특징은 주인공 토머스 케일을 그리는 방식에서도 드러난다. 세상에 파멸과 죽음을 가져올 운명을 타고났다는 예언의 주인공인 케일은 그 비극성을 내면화하고 고뇌하는 햄릿형 인간이 아니거니와, 스스로의 운명에 맞서거나 거스를 만큼 전적으로 선하거나 정의롭지도 않다. 일종의 ‘떠났다가 돌아오기’에 속하는 모험 플롯이 토대가 되는 1권에서는 판타지소설에서 익히 만나온 리더십 강한 소년 주인공의 면모를 보이지만, 안팎의 대립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2권에서는 마치 딴사람이 된 듯 냉철하고 잔인한 면까지 보인다. 전투와 정치적인 판단에서는 베테랑 군인 못지않게 성숙하지만 연애감정에 관한 한 어린아이처럼 분노를 조절하지 못하는 케일의 다면적인 모습에서, 선과 악을 동시에 지닌 캐릭터의 성장을 지켜보는 새로운 재미를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신이 창조한 거대한 역설과도 같은 존재인 그가 맞을 마지막 결말은, 연내 출간 예정인 완결편 『신의 왼손3─천사의 날갯짓』에서 확인할 수 있다.

‘죽음의 천사’는 오로지
세상을 파괴하는 데서 기쁨을 느낀다.
어두운 그림자와 황폐함이
그의 영혼에 안식을 선사하리라.

『신의 왼손 3─천사의 날갯짓』 토머스 케일은 교황이 된 보스코에게 쫓기는 신세가 된다. 정신병원에서 그의 영혼이 죽어가고, 육체는 경련으로 고통받는다. 그럼에도 그는 전장을 누비며 리디머들로부터 경이로운 승리를 얻어낸다. 친구 베이그 헨리와 평화로운 시간을 보내고 여성 전술가 아르테미시아와 사랑을 나누기도 하지만 심판의 날이 시시각각 다가오고, 복수심에 불타는 케일은 다시 어둠 한가운데로, ‘성소’로 향한다. 리디머들은 영원한 평화를 누리기 위해 모두 목을 매달았고 보스코 혼자 살아남아 용서를 구한다. 하지만 과거를 죽이지 않으면 과거가 나를 죽이는 법, 케일은 그를 처단하고 아무도 알지 못하는 곳으로 떠난다. 그를 보았다는 여러 소문이 돌지만 정확한 것은 알 수 없다. 다시 세상의 파멸이 다가올 때 그가 긴 잠에서 깨어나 세상을 구하러 돌아올까?

『신의 왼손 3―천사의 날갯짓』은 이 책과 관련해 제기된 출판 금지 소송 판결에 따라 책 앞머리에 싣게 된 ‘판결 요약문’으로 시작된다. 그 내용을 소개하자면, 폴 파렌하이트라는 사람이 ‘낙원의 쓰레기장’과 관련해 국제연합 고대유물 연구회와 갈등을 빚고 떠난 뒤 『신의 왼손』이라는 판타지 소설 3부작의 첫 권이 출간되었는데, 사실 이 소설은 파렌하이트가 ‘낙원의 쓰레기장’에서 고대 유물로 추정되는 다량의 문서를 발견한 뒤 스스로 번역해 모친의 성(姓)으로 출간한 책이라는 것이다. 작가는 이런 장치를 통해 이 소설의 출처가 실제로 존재하는 듯한 분위기를 부여해 장르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고 이것이 실존했던 이야기라는 또다른 판타지를 만들어낸다. 3권 말미에도 판결 내용에 따라 부록으로 ‘국제연합 고대유물 연구회 대표 성명’과 폴 파렌하이트의 성명이 실려 있다. 특히 폴 파렌하이트의 성명에서 작가의 심오하면서도 흥미로운 세계관과 소설관을 엿볼 수가 있다.

『신의 왼손』의 특징은 주인공 토머스 케일을 그리는 방식에서도 드러난다. 세상에 파멸과 죽음을 가져올 운명을 타고났다는 주인공 케일은 비극성을 내면화하고 고뇌하는 햄릿형 인간이 아니거니와, 스스로의 운명을 거스를 만큼 전적으로 선하거나 정의롭지도 않다. 케일의 성격은 모순적이다. 오만하면서 순결하고, 너그러우면서 무자비하다. 우리가 판타지소설에서 익히 만나온 리더십 강한 소년 주인공의 면모를 보이지만, 안팎의 대립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2권에서는 마치 딴사람이 된 듯 냉철하고 잔인한 면도 보인다. 3권에서는 그의 고뇌가 더욱 깊어진다. ‘신의 가장 큰 실수’인 인류를 멸종시키는 운명을 타고 난 그가 몸과 영혼이 모두 피폐해지며 큰 위기를 겪는다. 그러나 자신의 목숨을 노리는 자들과 어쩔 수 없이 조우하며 적극적으로 운명과 맞서게 되고, 중요한 전투들을 힘겹게 승리로 이끈 뒤 자신을 ‘죽음의 천사’로 만든 리디머 교황 보스코를 향해 점점 더 가까이 다가간다. 전투와 정치적 판단에서는 베테랑 군인 못지않게 성숙하지만 연애감정에 관한 한 어린아이처럼 분노를 조절하지 못하는 케일의 다면적인 모습에서, 우리는 선과 악을 동시에 지닌 캐릭터의 파란만장한 성장을 지켜보게 된다.

구매가격 : 11,900 원

신의 왼손 2

도서정보 : 폴 호프먼 / 문학동네 / 2023년 04월 03일 / EPUB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전 세계를 매료시킨
다크 판타지 3부작 국내 상륙

『신의 왼손』은 영국 작가 폴 호프먼이 2010년에서 2013년에 걸쳐 발표한 다크 판타지 소설이다. 『장미의 이름』의 장중함과 『해리 포터』 시리즈의 매력적인 판타지를 동시에 갖춘 이 트릴로지는 미국, 이탈리아, 독일을 비롯해 30개 언어로 출간되었으며, 중세 암흑시대를 연상시키는 배경과 흡인력 강한 줄거리로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았다. 폴 호프먼은 주드 로 주연의 뱀파이어 영화 <악어의 지혜>의 각본과 동명의 소설을 쓰며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으며, 『신의 왼손』을 통해 화제의 작가로 급부상했다. 2021년 국내 출간된 『신의 왼손』과 『신의 왼손 2─최후의 네 가지』에 이어 『신의 왼손3─천사의 날갯짓』이 3부작의 국내 소개에 마침표를 찍는다.

이 아이를 찾아라.
그리고 발견하면 훗날을 위해 준비시켜라.
‘신의 왼손’, 또는 ‘죽음의 천사’라고도 불리는 이 아이가
그 모든 것을 가능케 하리니.

『신의 왼손 1』 알 수 없는 시대, 미대륙 어딘가로 추정되는 황무지에 우뚝 선 미로 속의 ‘성소’. 호전적인 전사이자 수도사들의 집단 ‘리디머’가 지배하는 이곳에서는 엄격한 규칙과 종교적 금기하에 열 살 안팎의 소년들이 전사로 양성되고 있다. 신의 뜻을 거스르고 세상에 혼란을 불러오는 ‘안타고니스트’ 무리와 대적하는 것이 그들의 목표. 기억도 나지 않는 어린 시절 이곳으로 끌려온 14세의 토머스 케일은 우연찮은 계기로 탈출로를 알게 되고, 함께 자란 친구 클라이스트와 헨리, 엉겁결에 성소에서 구해주게 된 미지의 소녀 리바와 함께 부유한 상업도시 멤피스로 향한다. 전투에 대한 천부적인 재능을 입증하고 총독의 아름다운 딸 아르벨과 사랑에 빠지며 자유를 누리던 것도 잠시, 이어진 리디머들의 추적과 대립을 통해 케일은 지금껏 스스로도 몰랐던 운명을 깨닫게 되는데……

『신의 왼손』의 도입부 설정과 줄거리는 전형적인 십대 모험 판타지의 형식을 띠고 있지만, 그보다 앞서 눈길을 끄는 것은 중세 성곽도시를 연상시키면서 어디에도 시대와 장소가 특정되어 있지 않은 미스터리한 배경 묘사다. 설정이 탄탄한 비디오게임처럼 각 단계마다 새로운 사실이 드러나며 독자들의 흥미와 궁금증을 유발하는 이 독특한 세계관은 작가 폴 호프먼의 실제 경험에 기인했다. 가톨릭계 기숙학교에서 십대 시절을 보내고 옥스퍼드대학교 뉴 칼리지로 진학한 그는 수도원만큼이나 폐쇄적이고 열악한 기숙학교의 공동 식당과 침실, 운동장 등에서 아직 어린 소년들에게 가혹할 만큼 엄격한 규율을 강요하는 ‘성소’의 모습을, 14세기에 지어진 유서 깊은 뉴 칼리지 건물의 회랑과 안뜰, 옥스퍼드시티의 웅장한 성벽 등에서 갖가지 인간군상이 모여 있고 교역이 활발한 상업도시 멤피스의 모티프를 가져왔다. 2권에 등장하는, 표면이 주름진 듯 보이는 촘촘한 능선 때문에 ‘거대한 고환’으로 불리는 타이거산은 그의 부모님 집에서 내다보이던 킬리만자로산의 풍경에서 따온 것이다. 중세적으로 들리는 허구의 지명과 함께 뉴욕을 중심으로 한 유럽과 북미의 실제 지명이 혼용되고 있는 것 역시 『신의 왼손』을 단순히 중세 판타지로 분류할 수 없게 만드는 특징이다.

죽음, 심판, 천국, 지옥
최후의 네 가지는 우리가 사는 집이요
고행, 죽음, 죄악
이것들은 우리가 입는 옷이로다

『신의 왼손 2─최후의 네 가지』 세상의 종말을 가져올 ‘신의 왼손’, 즉 ‘죽음의 천사’의 운명을 타고났다는 믿기 힘든 예언과 함께 리디머 무리로 돌아온 토머스 케일은 거듭되는 전투를 겪으며 전사로서의 본능에 눈뜬다. 단순한 육탄전뿐 아니라 전술과 지휘에서도 짧은 시간 안에 탁월한 발전을 보여온 그의 능력은 정말로 인류의 멸종을 위해 신이 내린 재능인 것일까? 교황의 자리를 노리는 리디머 보스코, 뼈아픈 배신을 안겼지만 여전히 아름다운 옛 연인 아르벨, 성소 밖에서 위기에 처하고 또 모면하며 각자의 운명에 휩쓸리는 클라이스트와 헨리. 새로운 인간관계와 바깥세상의 혼란을 겪으며 소년들은 스스로의 길을 개척해나가고, 케일은 안타고니스트뿐 아니라 자기 안의 선악과도 대결해야 하는 기로에 놓인다.

장르의 법칙을 충실히 따르는 듯하면서 세부를 파고들수록 뚜렷한 차별성을 보이는 『신의 왼손』의 특징은 주인공 토머스 케일을 그리는 방식에서도 드러난다. 세상에 파멸과 죽음을 가져올 운명을 타고났다는 예언의 주인공인 케일은 그 비극성을 내면화하고 고뇌하는 햄릿형 인간이 아니거니와, 스스로의 운명에 맞서거나 거스를 만큼 전적으로 선하거나 정의롭지도 않다. 일종의 ‘떠났다가 돌아오기’에 속하는 모험 플롯이 토대가 되는 1권에서는 판타지소설에서 익히 만나온 리더십 강한 소년 주인공의 면모를 보이지만, 안팎의 대립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2권에서는 마치 딴사람이 된 듯 냉철하고 잔인한 면까지 보인다. 전투와 정치적인 판단에서는 베테랑 군인 못지않게 성숙하지만 연애감정에 관한 한 어린아이처럼 분노를 조절하지 못하는 케일의 다면적인 모습에서, 선과 악을 동시에 지닌 캐릭터의 성장을 지켜보는 새로운 재미를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신이 창조한 거대한 역설과도 같은 존재인 그가 맞을 마지막 결말은, 연내 출간 예정인 완결편 『신의 왼손3─천사의 날갯짓』에서 확인할 수 있다.

‘죽음의 천사’는 오로지
세상을 파괴하는 데서 기쁨을 느낀다.
어두운 그림자와 황폐함이
그의 영혼에 안식을 선사하리라.

『신의 왼손 3─천사의 날갯짓』 토머스 케일은 교황이 된 보스코에게 쫓기는 신세가 된다. 정신병원에서 그의 영혼이 죽어가고, 육체는 경련으로 고통받는다. 그럼에도 그는 전장을 누비며 리디머들로부터 경이로운 승리를 얻어낸다. 친구 베이그 헨리와 평화로운 시간을 보내고 여성 전술가 아르테미시아와 사랑을 나누기도 하지만 심판의 날이 시시각각 다가오고, 복수심에 불타는 케일은 다시 어둠 한가운데로, ‘성소’로 향한다. 리디머들은 영원한 평화를 누리기 위해 모두 목을 매달았고 보스코 혼자 살아남아 용서를 구한다. 하지만 과거를 죽이지 않으면 과거가 나를 죽이는 법, 케일은 그를 처단하고 아무도 알지 못하는 곳으로 떠난다. 그를 보았다는 여러 소문이 돌지만 정확한 것은 알 수 없다. 다시 세상의 파멸이 다가올 때 그가 긴 잠에서 깨어나 세상을 구하러 돌아올까?

『신의 왼손 3―천사의 날갯짓』은 이 책과 관련해 제기된 출판 금지 소송 판결에 따라 책 앞머리에 싣게 된 ‘판결 요약문’으로 시작된다. 그 내용을 소개하자면, 폴 파렌하이트라는 사람이 ‘낙원의 쓰레기장’과 관련해 국제연합 고대유물 연구회와 갈등을 빚고 떠난 뒤 『신의 왼손』이라는 판타지 소설 3부작의 첫 권이 출간되었는데, 사실 이 소설은 파렌하이트가 ‘낙원의 쓰레기장’에서 고대 유물로 추정되는 다량의 문서를 발견한 뒤 스스로 번역해 모친의 성(姓)으로 출간한 책이라는 것이다. 작가는 이런 장치를 통해 이 소설의 출처가 실제로 존재하는 듯한 분위기를 부여해 장르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고 이것이 실존했던 이야기라는 또다른 판타지를 만들어낸다. 3권 말미에도 판결 내용에 따라 부록으로 ‘국제연합 고대유물 연구회 대표 성명’과 폴 파렌하이트의 성명이 실려 있다. 특히 폴 파렌하이트의 성명에서 작가의 심오하면서도 흥미로운 세계관과 소설관을 엿볼 수가 있다.

『신의 왼손』의 특징은 주인공 토머스 케일을 그리는 방식에서도 드러난다. 세상에 파멸과 죽음을 가져올 운명을 타고났다는 주인공 케일은 비극성을 내면화하고 고뇌하는 햄릿형 인간이 아니거니와, 스스로의 운명을 거스를 만큼 전적으로 선하거나 정의롭지도 않다. 케일의 성격은 모순적이다. 오만하면서 순결하고, 너그러우면서 무자비하다. 우리가 판타지소설에서 익히 만나온 리더십 강한 소년 주인공의 면모를 보이지만, 안팎의 대립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2권에서는 마치 딴사람이 된 듯 냉철하고 잔인한 면도 보인다. 3권에서는 그의 고뇌가 더욱 깊어진다. ‘신의 가장 큰 실수’인 인류를 멸종시키는 운명을 타고 난 그가 몸과 영혼이 모두 피폐해지며 큰 위기를 겪는다. 그러나 자신의 목숨을 노리는 자들과 어쩔 수 없이 조우하며 적극적으로 운명과 맞서게 되고, 중요한 전투들을 힘겹게 승리로 이끈 뒤 자신을 ‘죽음의 천사’로 만든 리디머 교황 보스코를 향해 점점 더 가까이 다가간다. 전투와 정치적 판단에서는 베테랑 군인 못지않게 성숙하지만 연애감정에 관한 한 어린아이처럼 분노를 조절하지 못하는 케일의 다면적인 모습에서, 우리는 선과 악을 동시에 지닌 캐릭터의 파란만장한 성장을 지켜보게 된다.

구매가격 : 11,900 원

신의 왼손 3

도서정보 : 폴 호프먼 / 문학동네 / 2023년 04월 03일 / EPUB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전 세계를 매료시킨
다크 판타지 3부작 국내 상륙

『신의 왼손』은 영국 작가 폴 호프먼이 2010년에서 2013년에 걸쳐 발표한 다크 판타지 소설이다. 『장미의 이름』의 장중함과 『해리 포터』 시리즈의 매력적인 판타지를 동시에 갖춘 이 트릴로지는 미국, 이탈리아, 독일을 비롯해 30개 언어로 출간되었으며, 중세 암흑시대를 연상시키는 배경과 흡인력 강한 줄거리로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았다. 폴 호프먼은 주드 로 주연의 뱀파이어 영화 <악어의 지혜>의 각본과 동명의 소설을 쓰며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으며, 『신의 왼손』을 통해 화제의 작가로 급부상했다. 2021년 국내 출간된 『신의 왼손』과 『신의 왼손 2─최후의 네 가지』에 이어 『신의 왼손3─천사의 날갯짓』이 3부작의 국내 소개에 마침표를 찍는다.

이 아이를 찾아라.
그리고 발견하면 훗날을 위해 준비시켜라.
‘신의 왼손’, 또는 ‘죽음의 천사’라고도 불리는 이 아이가
그 모든 것을 가능케 하리니.

『신의 왼손 1』 알 수 없는 시대, 미대륙 어딘가로 추정되는 황무지에 우뚝 선 미로 속의 ‘성소’. 호전적인 전사이자 수도사들의 집단 ‘리디머’가 지배하는 이곳에서는 엄격한 규칙과 종교적 금기하에 열 살 안팎의 소년들이 전사로 양성되고 있다. 신의 뜻을 거스르고 세상에 혼란을 불러오는 ‘안타고니스트’ 무리와 대적하는 것이 그들의 목표. 기억도 나지 않는 어린 시절 이곳으로 끌려온 14세의 토머스 케일은 우연찮은 계기로 탈출로를 알게 되고, 함께 자란 친구 클라이스트와 헨리, 엉겁결에 성소에서 구해주게 된 미지의 소녀 리바와 함께 부유한 상업도시 멤피스로 향한다. 전투에 대한 천부적인 재능을 입증하고 총독의 아름다운 딸 아르벨과 사랑에 빠지며 자유를 누리던 것도 잠시, 이어진 리디머들의 추적과 대립을 통해 케일은 지금껏 스스로도 몰랐던 운명을 깨닫게 되는데……

『신의 왼손』의 도입부 설정과 줄거리는 전형적인 십대 모험 판타지의 형식을 띠고 있지만, 그보다 앞서 눈길을 끄는 것은 중세 성곽도시를 연상시키면서 어디에도 시대와 장소가 특정되어 있지 않은 미스터리한 배경 묘사다. 설정이 탄탄한 비디오게임처럼 각 단계마다 새로운 사실이 드러나며 독자들의 흥미와 궁금증을 유발하는 이 독특한 세계관은 작가 폴 호프먼의 실제 경험에 기인했다. 가톨릭계 기숙학교에서 십대 시절을 보내고 옥스퍼드대학교 뉴 칼리지로 진학한 그는 수도원만큼이나 폐쇄적이고 열악한 기숙학교의 공동 식당과 침실, 운동장 등에서 아직 어린 소년들에게 가혹할 만큼 엄격한 규율을 강요하는 ‘성소’의 모습을, 14세기에 지어진 유서 깊은 뉴 칼리지 건물의 회랑과 안뜰, 옥스퍼드시티의 웅장한 성벽 등에서 갖가지 인간군상이 모여 있고 교역이 활발한 상업도시 멤피스의 모티프를 가져왔다. 2권에 등장하는, 표면이 주름진 듯 보이는 촘촘한 능선 때문에 ‘거대한 고환’으로 불리는 타이거산은 그의 부모님 집에서 내다보이던 킬리만자로산의 풍경에서 따온 것이다. 중세적으로 들리는 허구의 지명과 함께 뉴욕을 중심으로 한 유럽과 북미의 실제 지명이 혼용되고 있는 것 역시 『신의 왼손』을 단순히 중세 판타지로 분류할 수 없게 만드는 특징이다.

죽음, 심판, 천국, 지옥
최후의 네 가지는 우리가 사는 집이요
고행, 죽음, 죄악
이것들은 우리가 입는 옷이로다

『신의 왼손 2─최후의 네 가지』 세상의 종말을 가져올 ‘신의 왼손’, 즉 ‘죽음의 천사’의 운명을 타고났다는 믿기 힘든 예언과 함께 리디머 무리로 돌아온 토머스 케일은 거듭되는 전투를 겪으며 전사로서의 본능에 눈뜬다. 단순한 육탄전뿐 아니라 전술과 지휘에서도 짧은 시간 안에 탁월한 발전을 보여온 그의 능력은 정말로 인류의 멸종을 위해 신이 내린 재능인 것일까? 교황의 자리를 노리는 리디머 보스코, 뼈아픈 배신을 안겼지만 여전히 아름다운 옛 연인 아르벨, 성소 밖에서 위기에 처하고 또 모면하며 각자의 운명에 휩쓸리는 클라이스트와 헨리. 새로운 인간관계와 바깥세상의 혼란을 겪으며 소년들은 스스로의 길을 개척해나가고, 케일은 안타고니스트뿐 아니라 자기 안의 선악과도 대결해야 하는 기로에 놓인다.

장르의 법칙을 충실히 따르는 듯하면서 세부를 파고들수록 뚜렷한 차별성을 보이는 『신의 왼손』의 특징은 주인공 토머스 케일을 그리는 방식에서도 드러난다. 세상에 파멸과 죽음을 가져올 운명을 타고났다는 예언의 주인공인 케일은 그 비극성을 내면화하고 고뇌하는 햄릿형 인간이 아니거니와, 스스로의 운명에 맞서거나 거스를 만큼 전적으로 선하거나 정의롭지도 않다. 일종의 ‘떠났다가 돌아오기’에 속하는 모험 플롯이 토대가 되는 1권에서는 판타지소설에서 익히 만나온 리더십 강한 소년 주인공의 면모를 보이지만, 안팎의 대립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2권에서는 마치 딴사람이 된 듯 냉철하고 잔인한 면까지 보인다. 전투와 정치적인 판단에서는 베테랑 군인 못지않게 성숙하지만 연애감정에 관한 한 어린아이처럼 분노를 조절하지 못하는 케일의 다면적인 모습에서, 선과 악을 동시에 지닌 캐릭터의 성장을 지켜보는 새로운 재미를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신이 창조한 거대한 역설과도 같은 존재인 그가 맞을 마지막 결말은, 연내 출간 예정인 완결편 『신의 왼손3─천사의 날갯짓』에서 확인할 수 있다.

‘죽음의 천사’는 오로지
세상을 파괴하는 데서 기쁨을 느낀다.
어두운 그림자와 황폐함이
그의 영혼에 안식을 선사하리라.

『신의 왼손 3─천사의 날갯짓』 토머스 케일은 교황이 된 보스코에게 쫓기는 신세가 된다. 정신병원에서 그의 영혼이 죽어가고, 육체는 경련으로 고통받는다. 그럼에도 그는 전장을 누비며 리디머들로부터 경이로운 승리를 얻어낸다. 친구 베이그 헨리와 평화로운 시간을 보내고 여성 전술가 아르테미시아와 사랑을 나누기도 하지만 심판의 날이 시시각각 다가오고, 복수심에 불타는 케일은 다시 어둠 한가운데로, ‘성소’로 향한다. 리디머들은 영원한 평화를 누리기 위해 모두 목을 매달았고 보스코 혼자 살아남아 용서를 구한다. 하지만 과거를 죽이지 않으면 과거가 나를 죽이는 법, 케일은 그를 처단하고 아무도 알지 못하는 곳으로 떠난다. 그를 보았다는 여러 소문이 돌지만 정확한 것은 알 수 없다. 다시 세상의 파멸이 다가올 때 그가 긴 잠에서 깨어나 세상을 구하러 돌아올까?

『신의 왼손 3―천사의 날갯짓』은 이 책과 관련해 제기된 출판 금지 소송 판결에 따라 책 앞머리에 싣게 된 ‘판결 요약문’으로 시작된다. 그 내용을 소개하자면, 폴 파렌하이트라는 사람이 ‘낙원의 쓰레기장’과 관련해 국제연합 고대유물 연구회와 갈등을 빚고 떠난 뒤 『신의 왼손』이라는 판타지 소설 3부작의 첫 권이 출간되었는데, 사실 이 소설은 파렌하이트가 ‘낙원의 쓰레기장’에서 고대 유물로 추정되는 다량의 문서를 발견한 뒤 스스로 번역해 모친의 성(姓)으로 출간한 책이라는 것이다. 작가는 이런 장치를 통해 이 소설의 출처가 실제로 존재하는 듯한 분위기를 부여해 장르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고 이것이 실존했던 이야기라는 또다른 판타지를 만들어낸다. 3권 말미에도 판결 내용에 따라 부록으로 ‘국제연합 고대유물 연구회 대표 성명’과 폴 파렌하이트의 성명이 실려 있다. 특히 폴 파렌하이트의 성명에서 작가의 심오하면서도 흥미로운 세계관과 소설관을 엿볼 수가 있다.

『신의 왼손』의 특징은 주인공 토머스 케일을 그리는 방식에서도 드러난다. 세상에 파멸과 죽음을 가져올 운명을 타고났다는 주인공 케일은 비극성을 내면화하고 고뇌하는 햄릿형 인간이 아니거니와, 스스로의 운명을 거스를 만큼 전적으로 선하거나 정의롭지도 않다. 케일의 성격은 모순적이다. 오만하면서 순결하고, 너그러우면서 무자비하다. 우리가 판타지소설에서 익히 만나온 리더십 강한 소년 주인공의 면모를 보이지만, 안팎의 대립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2권에서는 마치 딴사람이 된 듯 냉철하고 잔인한 면도 보인다. 3권에서는 그의 고뇌가 더욱 깊어진다. ‘신의 가장 큰 실수’인 인류를 멸종시키는 운명을 타고 난 그가 몸과 영혼이 모두 피폐해지며 큰 위기를 겪는다. 그러나 자신의 목숨을 노리는 자들과 어쩔 수 없이 조우하며 적극적으로 운명과 맞서게 되고, 중요한 전투들을 힘겹게 승리로 이끈 뒤 자신을 ‘죽음의 천사’로 만든 리디머 교황 보스코를 향해 점점 더 가까이 다가간다. 전투와 정치적 판단에서는 베테랑 군인 못지않게 성숙하지만 연애감정에 관한 한 어린아이처럼 분노를 조절하지 못하는 케일의 다면적인 모습에서, 우리는 선과 악을 동시에 지닌 캐릭터의 파란만장한 성장을 지켜보게 된다.

구매가격 : 12,600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