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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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생삼세 십리도화

도서정보 : 당칠공자 / 문학동네 / 2017년 06월 26일 / EP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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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생삼세(三生三世)―세 번의 삶 동안, 십리도화(十里桃花)―"복숭아꽃이 십리 가득 흐드러지게 피었다. 하지만 가슴에는 한 송이만으로 충분했다"는 본문의 문장이 암시하듯 소설은 하나의 사랑을 지키는 이야기이다. 『삼생삼세 십리도화』는 바우허우(85後, 1985년~1989년 출생) 세대 작가이며, 정확한 나이는 알려져 있지 않은 작가 당칠공자(필명)의 작품이다. 당칠공자는 중국의 고유한 세계관에서 영감을 얻어 탁월한 상상력과 섬세하고 우아한 필치로 자신만의 작품 세계를 구축한, 저력 있는 신예 작가다. 2009년 출간된 『삼생삼세 십리도화』는 작가에게 명망을 가져다준 "삼생삼세" 시리즈의 첫 작품으로, 출간 후 지금까지 110만 부가 판매되어 밀리언셀러로 자리잡으며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동명의 드라마가 58부작으로 제작되어 중국 현지에서 2017년 1월부터 3월 말까지 방영되었으며, 이후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에서 드라마 누적 조회 수 400억 뷰를 돌파하는 등 경이로운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배우 유역비와 양양 주연의 영화로도 제작되어 중국 현지에서 2017년 여름 개봉을 앞두고 있다.

구매가격 : 11,200 원

테오도루 24번지

도서정보 : 손서은 / 문학동네 / 2017년 06월 19일 / EP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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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 가족 레시피』 『그치지 않는 비』 『흑룡전설 용지호』의 뒤를 잇는
제6회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 대상 수상작!
손서은의 첫 장편소설 『테오도루 24번지』

2010년 제정되어 손현주의 『불량 가족 레시피』, 마윤제의 『검은 개들의 왕』, 오문세의 『그치지 않는 비』와 최서경의 『아는 척』, 김봉래의 『흑룡전설 용지호』, 이선주의 『창밖의 아이들』에 이르기까지, 오늘날의 10대와 호흡하는 소설을 발굴하며 우리 청소년문학에 활력을 더해 온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이 제6회 대상 수상작을 내놓았다. 동화작가 손서은의 첫 장편소설 『테오도루 24번지』다.
『테오도루 24번지』는 "신의 선물"이라는 뜻의 그리스 빈민가(테오도루)를 배경으로, 색색의 사연을 품은 이웃들의 연대와 좌충우돌 성장을 그린 작품이다. 저자가 그리스에 직접 머물렀던 경험을 바탕으로 직조한 구체적 인물들이, 빠르게 치고 빠지는 문장과 축제처럼 터져 나오는 다양한 사건들을 타고 쉴 틈 없이 독자의 눈을 사로잡는다.
아동청소년문학가 이금이는 심사평에서 국가부도 위기에 처한 그리스를 통해 우리의 현재와 미래를 점검하느라 분주한 현실을 언급하며 "그리스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 소설은 우리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기가 아니다."라고 짚었고, 아동청소년문학평론가 유영진은 "우리 청소년소설의 배경을 확장시킨 작품"이라 평하며 이 소설이 가진 "사실적이고 구체적인 묘사"와 "심각한 경제 위기를 맞고 있는 그리스의 상황이 우리나라의 상황과 교차되며 이 소설이 그려 내는 사회 풍속을 통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점"에 주목했다. 소설가 윤성희는 이 소설이 가진 "활력"과 "이야기의 힘"을 높이 평가했으며, 시인인 김진경은 기성세대와 달라진 청소년의 현실을 담은 "새로운 언어"를 이 작품의 미덕으로 꼽았다.

구매가격 : 8,800 원

당신이, 없었다, 당신

도서정보 : 히라노 게이치로 / 문학동네 / 2017년 06월 19일 / EP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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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일식』으로 제120회 아쿠타가와 상을 수상하며 데뷔, 진중하고 깊이 있는 작품으로 순수문학계에서 독보적인 행보를 보이며 일본 현대문학의 기수로 자리매김한 히라노 게이치로의 세번째 소설집. 소설로 만든 삽화, 문자로 그린 그림, 동시 진행 소설 등, 기존의 어떤 작품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던 독특한 형식적 실험이 돋보인다. 특히 그가 프랑스 파리에서 체재하면서 느낀 이방인의 감정과 작가로서의 자아를 솔직하게 담아낸 「페캉에서」는 소설가 히라노 게이치로의 생생한 내면을 엿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구매가격 : 8,400 원

카이사르 1

도서정보 : 콜린 매컬로 / 교유서가 / 2017년 06월 15일 / EP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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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사위를 높이 던져라

율리우스 카이사르, 마침내 루비콘 강을 건너다!
『갈리아 전기』와 미드 〈로마〉로 잘 알려진 고대 로마의 가장 격동적인 시대


3천만 부가 팔리며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된 장편소설 『가시나무새』의 작가 콜린 매컬로가 여생을 걸고 쓴 대작 〈마스터스 오브 로마〉 시리즈의 제5부. 작가는 자료를 모으고 고증하여 집필하기까지 30여 년에 걸쳐, 시력을 잃어가면서 이 시리즈를 완성했다.
제4부 『카이사르의 여자들』로부터 5년 후, 카이사르가 두 갈리아 및 프로빙키아와 일리리쿰의 총독인 상황에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이제 그는 로마의 속주와 국고를 배로 늘린 명장이자, 보좌관에서 졸병까지 수하 모든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뛰어난 사령관이다. 현재 ‘로마의 일인자’이자 카이사르의 사위인 폼페이우스에게서 온 편지는 그의 딸 율리아의 죽음을, 그리고 아내에게서 온 편지는 그의 어머니 아우렐리아의 죽음을 알린다. 가장 사랑하는 두 사람의 임종조차 못 지킨 슬픔 속에서도 카이사르는 차례로 갈리아 부족들을 정복하고, 갈리아 통일을 꿈꾸던 야심찬 베르킹게토릭스마저 패배시키기에 이른다. 갈리아 정복은 끝났으나, 그의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로마의 정적들이 그가 마땅히 가져야 할 것들을 빼앗고 그의 존엄을 짓밟으려 하기 때문이다. 오랜 적수인 원로원 보수파의 카토와 비불루스, 우유부단한 키케로, 게다가 지금껏 동맹 관계였던 폼페이우스도 그를 버리고 반대편으로 간다. 그리하여 카이사르는 마침내 루비콘 강가에 선다. 그를 위해서라면 목숨도 바칠 충성스러운 군대를 이끌고.

영웅 카이사르의 짙어가는 빛과 어둠
카이사르는 40대 무렵 갈리아 전역을 로마의 속주로 만든 뒤 루비콘 강을 건너 독재관 자리에 올랐고, 이를 직접 기록한 『갈리아 전기』와 『내전기』를 통해 무장이자 작가로서 불후의 명성을 얻었다. 이번에 선보이는 『카이사르』는 카이사르 인생의 절정기였던 바로 이 시기를 다룬다. 카이사르는 완벽한 전략으로 승전을 거듭하며 점점 더 경이로운, 그러나 한편으로 외롭고 무정한 인간이 되어간다. 피붙이들은 죽었고, 대등한 벗이나 연인도 없다. 그를 존경하고 숭배하는 이들은 늘어나지만 그가 사랑하고 속내를 털어놓을 수 있는 이들은 사라져간다. 그를 인정해주지 않는 정적들에 대한 원망은 그를 점점 차갑게 일그러뜨린다.
이런 상황에서 카이사르가 안토니우스에게 하는 말은 인상적이다. “내가 한 가지 두려워하는 게 있다면, 그건 이 염병할 전쟁이 끝난 뒤 내 적들이 아무도 남지 않는 상황이야. (…) 독재는 방심할 수 없는 거라네. 아마 세상의 그 누구도, 심지어 나조차, 반대가 없을 때 독재에 저항할 힘을 갖고 태어나진 않았을걸.” 안토니우스는 카이사르가 적들에게 지나치게 관대하다고 여기지만, 카이사르는 독재자로서 자신의 미래를 무의식중에 예견하고 두려워한 것이리라.
또한 카이사르가 오래 살지 못할 것이라는 켈트족 예언자의 말에 그가 동요하는 장면에서는 그리 멀지않은 죽음의 그림자가 느껴지기도 한다. “당신은 늙은이가 되지 못할 거요. 신들이 절대 그걸 허락하지 않겠지. 그들은 당신의 전성기에 당신을 데려갈 거요. 난 전에도 그런 경우를 본 적이 있소.”

극대화되는 갈등 속의 다층적 인물 묘사
이번 『카이사르』에서 다룬 시기는 사료가 풍부하다. 매컬로는 주로 『갈리아 전기』와 『내전기』를 참고했겠지만, 그 외에 키케로를 비롯한 동시대 역사가나 후대 역사가가 남긴 기록도 많다. 사료가 부족한 시기를 다룰 때는 누락된 부분을 치밀한 논리와 상상력으로 채워 넣는 것이 중요했겠지만, 이제는 매컬로가 설정한 인물상과 정치적 상황에 부합하는 사료를 취사선택하는 것이 중요해졌다. 그렇기에 『카이사르』에서는 카토, 키케로, 안토니우스, 브루투스, 클레오파트라 등 우리가 익히 아는 역사상의 인물들에 대한 매컬로만의 해석이 더한층 섬세하고 예리하게 나타난다. 카이사르는 로마에서 가장 뛰어난 자이고 그 사실을 모두에게 인정받고 싶어하지만, 원로원의 보수파들은 카이사르가 그러도록 내버려두면 공화국의 전통을 파괴하는 독재자가 될 수밖에 없다고 여기기에 그를 증오하고 두려워한다. 실제로 카이사르가 그렇게 된다는 것을 알고 있는 독자로서는 양쪽 모두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다.
카이사르와 갈등하는 인물들 하나하나의 삶과 고뇌도 충실하게 묘사된다. 카토는 카이사르를 철저히 미워하는 꽉 막힌 보수파이지만, 사랑하는 이를 잃은 데 대한 트라우마로 아내를 남에게 주어버리는 애처로운 인물이기도 하다. 키케로는 보수파와 카이사르 사이에서 나름대로 중립적 위치를 지키려 하지만 평생의 친구였던 폼페이우스의 잔인함에 상심하고 슬퍼한다. 브루투스는 이미 엄청난 부자임에도 돈에 집착하며 애정 결핍과 외모 콤플렉스를 덮으려 하지만, 자신을 향한 약간의 애정 표현에도 마음이 약해지는 미성숙한 청년이다. 클레오파트라는 영리하고 자부심 가득한 여성 통치자로, 자신의 혈통에 어울리는 남자와 아들을 가짐으로써 왕좌를 굳게 다지고 싶어한다. 가장 돋보이는 것은 갈리아인들의 젊은 리더 베르킹게토릭스의 묘사이다. 그는 로마 역사에서는 야만족 적장일 뿐이지만, 프랑스 역사에서는 갈리아 민족의 저항운동을 상징하는 영웅이다. 매컬로는 카이사르를 완벽한 장군으로 묘사하면서도 그의 적수 베르킹게토릭스의 저항과 승복 과정을 고결하게 그려내고, 그가 좌절한 원인도 개인적 역량 부족보다는 갈리아 부족들 간의 분열 때문이라고 해석한다.

꼼꼼한 고증을 바탕으로 한 작가 특유의 해석
갈리아 전쟁과 폼페이우스와의 싸움이 주된 내용인 만큼, 『카이사르』에는 전투 장면이 많이 등장한다. 풍부하게 남아 있는 사료들이 박진감 넘치는 묘사에 큰 도움을 주긴 했겠지만, 매컬로 특유의 해석은 역시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중에서도 가장 대담한 설정은 역시 그 유명한 “주사위는 던져졌다” 대신에 “주사위를 던져라!”를 택한 것이다. 우리의 고정관념에 당연한 것으로 박혀 있는 문구를 버리고 굳이 좀더 신뢰할 만한 사료를 찾아낸 꼼꼼함뿐만 아니라, 카이사르라는 인간의 성격에는 그쪽이 더 잘 어울린다는 작가의 주관이 돋보인다. 매컬로에게 카이사르는 우울한 숙명론자가 아니라 운명에 과감하게 뛰어드는 모험가였기 때문이다.
매컬로는 사료들에 언급된 사건과 인물 하나하나, 심지어 진지의 위치와 형태까지 자세히 살피고 모순되는 사항이 없도록 조정하여 생생한 문장으로 되살려냈다. 그리하여 『카이사르』는 대화를 따라가며 얕게 읽어도, 지도와 설명을 일일이 짚어가며 깊게 읽어도 만족스러운 소설이자 〈마스터스 오브 로마〉라는 대하 시리즈의 절정을 이루기에 모자람 없는 걸작이 되었다.


서평 및 찬사들

완벽히 로마다운 서사 소설이다. 매컬로의 해석은 로마 역사의 가장 격동적인 몇 년간을 관통하며 그 어떤 군사적·정치적 주요 장면도 놓치지 않는다. 야심차고 무자비하고 매력적인 카이사르, 그리고 폼페이우스, 카토, 키케로, 브루투스와 마르쿠스 안토니우스 등 우리가 익히 알던 인물들도 대리석 조각상을 벗어나 생생하게 살아난다. _뉴욕 타임스 북 리뷰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흡인력이 대단한 작품. 놀라운 디테일. 매컬로가 다시 한번 승리를 거머쥐었다. _시카고 트리뷴

힘찬 서사. 매컬로는 소설가의 열정과 역사가의 근면성을 동시에 갖춘 작가다. _선데이 타임스

잔인한 야망과 음모와 암살과 비극과 사랑과 욕망을 둘러싼 놀라운 이야기. 수작이다. _퍼블리셔스 위클리

카이사르는 그의 진정한 모습을 드러내고, 매컬로는 자기 능력의 정점을 보여준다. _컬럼버스 디스패치

로마공화정 말기를 다룬 콜린 매컬로의 〈마스터스 오브 로마〉 시리즈는 역사 소설의 모범이 될 작품이다. 대학 교재가 이렇게 쓰였다면 나는 역사를 전공했을 것이다. _Robert W. Aventon, 아마존 독자

카이사르의 시대를 배경으로 삼은 매컬로의 작품들을 몹시 사랑하는 팬이다. 로마공화정 말기에 관심이 있다면 이 책을 반드시 읽어보라. 용어해설집은 대학교 고전학 수업 교재로 써도 좋겠다. _Herr Wehon, 아마존 독자

매컬로는 역사 소설 장르의 수준을 가장 높은 단계까지 끌어올렸다. 〈마스터스 오브 로마〉 시리즈 전편을 읽은 독자로서 말하건대 이 책들은 깜짝 놀랄 만큼 흡인력이 강하고 기존에 알려진 역사적 사실에 아주 충실하다. 이 장르의 다른 대부분의 작가들은 감히 흉내내지 못할 정도로 서사와 인물을 생동감 있게 그려냈다. 놀라운 경험이다! _Eliot Kaplanon, 아마존 독자

<마스터스 오브 로마> 시리즈의 다른 모든 책들처럼 훌륭하다. 집어삼키듯 읽었다. _Jean-Pierre Jam Jr., 아마존 독자

카이사르와 그의 갈리아 정복을 다룬 굉장한 책. 놀라운 인물 구성. 거장의 작품! _Elias de la Cruz Crosson, 아마존 독자


책 속으로

나는 그의 영혼, 그의 존재의 이유를 파괴했다. 하지만 내게 달리 어쩔 도리가 있었을까? 그는 내게 다른 선택지를 남기지 않았다. 아무도 카이사르를 웃음거리로 만들어선 안 된다. 설사 그가 로마 역사상 가장 훌륭한 시인이라고 해도. 그는 내 존엄을 깎아내렸다. 로마가 누리는 영광 중 정당한 나의 몫을 깎아내렸다. 왜냐하면 그의 작품은 영원할 테니까. 그가 나를 공개적으로 웃음거리로 만들 바엔 차라리 언급조차 하지 말았어야 했다. 결국 이건 썩은 고기 마무라한테만 좋은 일이 되었다. 형편없는 시인이자 사악한 인간. 하지만 마무라는 내 군대에 물품을 빈틈없이 잘 조달할 테고, 노새몰이꾼 벤티디우스가 그를 잘 감시하겠지.
눈물이 가셨다. 눈물이 가셨다. 자명한 논리였다. 카이사르는 이제 다시 편지를 읽을 수 있었다. (38쪽)

나는 사랑에 대해 아무것도 몰라. 노력해야 얻을 수 있다는 것밖엔. 나는 이제 텅 비었지만, 내 안에서 자라나는 힘을 느낄 수 있어. 이 힘은 나를 좌절시키지 않으리라. 이 힘은 나를 해방시켜주었다. 나는 무엇이든 해야 할 일은 하고 말리라. 안 된다고 할 사람은 이제 아무도 남지 않았다. (96쪽)

로마는 로마가 낳은 그 누구보다도 훨씬 위대하오. 내가 죽더라도 로마는 계속 다른 위대한 인물들을 낳을 것이오. 내가 떠날 때 로마는 내가 오기 전보다 더 세고 더 부유하고 더 강력해져 있을 것이오. 내 뒤에 올 자들은 내가 남긴 업적을 활용하고 향상시킬 것이오. 민주주의에서는 바보와 현자가 늘 공존하지만, 전반적으로 왕가의 계보보다는 낫소. 위대한 왕이 하나 나오려면 보잘것없는 왕을 열 명은 거쳐야 하니까.” (200~201쪽)

“종류야 어떻든 법적으로 타당한 통치 체제라면 통치 체제가 아예 없는 것보다는 낫습니다. 거기서 나오는 모든 행위에 대해 법적으로 책임질 수 있다는 전제하에 말이죠.” (348쪽)

구매가격 : 12,400 원

카이사르 2

도서정보 : 콜린 매컬로 / 교유서가 / 2017년 06월 15일 / EP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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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사위를 높이 던져라

율리우스 카이사르, 마침내 루비콘 강을 건너다!
『갈리아 전기』와 미드 〈로마〉로 잘 알려진 고대 로마의 가장 격동적인 시대


3천만 부가 팔리며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된 장편소설 『가시나무새』의 작가 콜린 매컬로가 여생을 걸고 쓴 대작 〈마스터스 오브 로마〉 시리즈의 제5부. 작가는 자료를 모으고 고증하여 집필하기까지 30여 년에 걸쳐, 시력을 잃어가면서 이 시리즈를 완성했다.
제4부 『카이사르의 여자들』로부터 5년 후, 카이사르가 두 갈리아 및 프로빙키아와 일리리쿰의 총독인 상황에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이제 그는 로마의 속주와 국고를 배로 늘린 명장이자, 보좌관에서 졸병까지 수하 모든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뛰어난 사령관이다. 현재 ‘로마의 일인자’이자 카이사르의 사위인 폼페이우스에게서 온 편지는 그의 딸 율리아의 죽음을, 그리고 아내에게서 온 편지는 그의 어머니 아우렐리아의 죽음을 알린다. 가장 사랑하는 두 사람의 임종조차 못 지킨 슬픔 속에서도 카이사르는 차례로 갈리아 부족들을 정복하고, 갈리아 통일을 꿈꾸던 야심찬 베르킹게토릭스마저 패배시키기에 이른다. 갈리아 정복은 끝났으나, 그의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로마의 정적들이 그가 마땅히 가져야 할 것들을 빼앗고 그의 존엄을 짓밟으려 하기 때문이다. 오랜 적수인 원로원 보수파의 카토와 비불루스, 우유부단한 키케로, 게다가 지금껏 동맹 관계였던 폼페이우스도 그를 버리고 반대편으로 간다. 그리하여 카이사르는 마침내 루비콘 강가에 선다. 그를 위해서라면 목숨도 바칠 충성스러운 군대를 이끌고.

영웅 카이사르의 짙어가는 빛과 어둠
카이사르는 40대 무렵 갈리아 전역을 로마의 속주로 만든 뒤 루비콘 강을 건너 독재관 자리에 올랐고, 이를 직접 기록한 『갈리아 전기』와 『내전기』를 통해 무장이자 작가로서 불후의 명성을 얻었다. 이번에 선보이는 『카이사르』는 카이사르 인생의 절정기였던 바로 이 시기를 다룬다. 카이사르는 완벽한 전략으로 승전을 거듭하며 점점 더 경이로운, 그러나 한편으로 외롭고 무정한 인간이 되어간다. 피붙이들은 죽었고, 대등한 벗이나 연인도 없다. 그를 존경하고 숭배하는 이들은 늘어나지만 그가 사랑하고 속내를 털어놓을 수 있는 이들은 사라져간다. 그를 인정해주지 않는 정적들에 대한 원망은 그를 점점 차갑게 일그러뜨린다.
이런 상황에서 카이사르가 안토니우스에게 하는 말은 인상적이다. “내가 한 가지 두려워하는 게 있다면, 그건 이 염병할 전쟁이 끝난 뒤 내 적들이 아무도 남지 않는 상황이야. (…) 독재는 방심할 수 없는 거라네. 아마 세상의 그 누구도, 심지어 나조차, 반대가 없을 때 독재에 저항할 힘을 갖고 태어나진 않았을걸.” 안토니우스는 카이사르가 적들에게 지나치게 관대하다고 여기지만, 카이사르는 독재자로서 자신의 미래를 무의식중에 예견하고 두려워한 것이리라.
또한 카이사르가 오래 살지 못할 것이라는 켈트족 예언자의 말에 그가 동요하는 장면에서는 그리 멀지않은 죽음의 그림자가 느껴지기도 한다. “당신은 늙은이가 되지 못할 거요. 신들이 절대 그걸 허락하지 않겠지. 그들은 당신의 전성기에 당신을 데려갈 거요. 난 전에도 그런 경우를 본 적이 있소.”

극대화되는 갈등 속의 다층적 인물 묘사
이번 『카이사르』에서 다룬 시기는 사료가 풍부하다. 매컬로는 주로 『갈리아 전기』와 『내전기』를 참고했겠지만, 그 외에 키케로를 비롯한 동시대 역사가나 후대 역사가가 남긴 기록도 많다. 사료가 부족한 시기를 다룰 때는 누락된 부분을 치밀한 논리와 상상력으로 채워 넣는 것이 중요했겠지만, 이제는 매컬로가 설정한 인물상과 정치적 상황에 부합하는 사료를 취사선택하는 것이 중요해졌다. 그렇기에 『카이사르』에서는 카토, 키케로, 안토니우스, 브루투스, 클레오파트라 등 우리가 익히 아는 역사상의 인물들에 대한 매컬로만의 해석이 더한층 섬세하고 예리하게 나타난다. 카이사르는 로마에서 가장 뛰어난 자이고 그 사실을 모두에게 인정받고 싶어하지만, 원로원의 보수파들은 카이사르가 그러도록 내버려두면 공화국의 전통을 파괴하는 독재자가 될 수밖에 없다고 여기기에 그를 증오하고 두려워한다. 실제로 카이사르가 그렇게 된다는 것을 알고 있는 독자로서는 양쪽 모두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다.
카이사르와 갈등하는 인물들 하나하나의 삶과 고뇌도 충실하게 묘사된다. 카토는 카이사르를 철저히 미워하는 꽉 막힌 보수파이지만, 사랑하는 이를 잃은 데 대한 트라우마로 아내를 남에게 주어버리는 애처로운 인물이기도 하다. 키케로는 보수파와 카이사르 사이에서 나름대로 중립적 위치를 지키려 하지만 평생의 친구였던 폼페이우스의 잔인함에 상심하고 슬퍼한다. 브루투스는 이미 엄청난 부자임에도 돈에 집착하며 애정 결핍과 외모 콤플렉스를 덮으려 하지만, 자신을 향한 약간의 애정 표현에도 마음이 약해지는 미성숙한 청년이다. 클레오파트라는 영리하고 자부심 가득한 여성 통치자로, 자신의 혈통에 어울리는 남자와 아들을 가짐으로써 왕좌를 굳게 다지고 싶어한다. 가장 돋보이는 것은 갈리아인들의 젊은 리더 베르킹게토릭스의 묘사이다. 그는 로마 역사에서는 야만족 적장일 뿐이지만, 프랑스 역사에서는 갈리아 민족의 저항운동을 상징하는 영웅이다. 매컬로는 카이사르를 완벽한 장군으로 묘사하면서도 그의 적수 베르킹게토릭스의 저항과 승복 과정을 고결하게 그려내고, 그가 좌절한 원인도 개인적 역량 부족보다는 갈리아 부족들 간의 분열 때문이라고 해석한다.

꼼꼼한 고증을 바탕으로 한 작가 특유의 해석
갈리아 전쟁과 폼페이우스와의 싸움이 주된 내용인 만큼, 『카이사르』에는 전투 장면이 많이 등장한다. 풍부하게 남아 있는 사료들이 박진감 넘치는 묘사에 큰 도움을 주긴 했겠지만, 매컬로 특유의 해석은 역시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중에서도 가장 대담한 설정은 역시 그 유명한 “주사위는 던져졌다” 대신에 “주사위를 던져라!”를 택한 것이다. 우리의 고정관념에 당연한 것으로 박혀 있는 문구를 버리고 굳이 좀더 신뢰할 만한 사료를 찾아낸 꼼꼼함뿐만 아니라, 카이사르라는 인간의 성격에는 그쪽이 더 잘 어울린다는 작가의 주관이 돋보인다. 매컬로에게 카이사르는 우울한 숙명론자가 아니라 운명에 과감하게 뛰어드는 모험가였기 때문이다.
매컬로는 사료들에 언급된 사건과 인물 하나하나, 심지어 진지의 위치와 형태까지 자세히 살피고 모순되는 사항이 없도록 조정하여 생생한 문장으로 되살려냈다. 그리하여 『카이사르』는 대화를 따라가며 얕게 읽어도, 지도와 설명을 일일이 짚어가며 깊게 읽어도 만족스러운 소설이자 〈마스터스 오브 로마〉라는 대하 시리즈의 절정을 이루기에 모자람 없는 걸작이 되었다.


서평 및 찬사들

완벽히 로마다운 서사 소설이다. 매컬로의 해석은 로마 역사의 가장 격동적인 몇 년간을 관통하며 그 어떤 군사적·정치적 주요 장면도 놓치지 않는다. 야심차고 무자비하고 매력적인 카이사르, 그리고 폼페이우스, 카토, 키케로, 브루투스와 마르쿠스 안토니우스 등 우리가 익히 알던 인물들도 대리석 조각상을 벗어나 생생하게 살아난다. _뉴욕 타임스 북 리뷰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흡인력이 대단한 작품. 놀라운 디테일. 매컬로가 다시 한번 승리를 거머쥐었다. _시카고 트리뷴

힘찬 서사. 매컬로는 소설가의 열정과 역사가의 근면성을 동시에 갖춘 작가다. _선데이 타임스

잔인한 야망과 음모와 암살과 비극과 사랑과 욕망을 둘러싼 놀라운 이야기. 수작이다. _퍼블리셔스 위클리

카이사르는 그의 진정한 모습을 드러내고, 매컬로는 자기 능력의 정점을 보여준다. _컬럼버스 디스패치

로마공화정 말기를 다룬 콜린 매컬로의 〈마스터스 오브 로마〉 시리즈는 역사 소설의 모범이 될 작품이다. 대학 교재가 이렇게 쓰였다면 나는 역사를 전공했을 것이다. _Robert W. Aventon, 아마존 독자

카이사르의 시대를 배경으로 삼은 매컬로의 작품들을 몹시 사랑하는 팬이다. 로마공화정 말기에 관심이 있다면 이 책을 반드시 읽어보라. 용어해설집은 대학교 고전학 수업 교재로 써도 좋겠다. _Herr Wehon, 아마존 독자

매컬로는 역사 소설 장르의 수준을 가장 높은 단계까지 끌어올렸다. 〈마스터스 오브 로마〉 시리즈 전편을 읽은 독자로서 말하건대 이 책들은 깜짝 놀랄 만큼 흡인력이 강하고 기존에 알려진 역사적 사실에 아주 충실하다. 이 장르의 다른 대부분의 작가들은 감히 흉내내지 못할 정도로 서사와 인물을 생동감 있게 그려냈다. 놀라운 경험이다! _Eliot Kaplanon, 아마존 독자

<마스터스 오브 로마> 시리즈의 다른 모든 책들처럼 훌륭하다. 집어삼키듯 읽었다. _Jean-Pierre Jam Jr., 아마존 독자

카이사르와 그의 갈리아 정복을 다룬 굉장한 책. 놀라운 인물 구성. 거장의 작품! _Elias de la Cruz Crosson, 아마존 독자


책 속으로

“당신을 나아가게 하는 건 운이 아니에요, 카이사르.” (43쪽)

정당성은 승자가 받는 것일 뿐, 패자는 결코 가지지 못하는 법이다. (82쪽)

“내가 무슨 결정을 내릴지는 너희들에게 달렸다, 제군.” 그는 차례로 작업중인 병사들 무리에게 말했다. “너희들이 원한다면 이 포위작전은 그만두고 아게딩쿰으로 돌아가서 배불리 먹을 수 있다. 이건 꼭 해야 하는 일이 아니야. 아바리쿰을 점령하지 않고 갈리아인들을 무찌를 수도 있다. 너희들이 선택해라.”
그럴 때마다 돌아오는 답은 같았다. 모든 갈리아인에게 역병을, 아바리쿰에는 더 큰 역병을, 아이두이족에게는 가장 큰 역병을! (130쪽)

그들이 없으면 그는 아무것도 아니다. 하지만 그도 그 사실을 잘 안다. 내가 모신 다른 어떤 사령관도 그렇지 않았다. (…) 그에게는 번갯불의 기운이 있다. 그러나 그것은 내게도 있다. 언젠가 그들은 지금 그를 사랑하듯 나를 사랑하게 될 것이다. 그러니 나는 오로지 그의 요령을 받아먹기만 하면 되는 것이고, 그러다 훗날 그가 나이들어 이런 삶이 끝나는 순간 내가 그의 자리로 행진해 들어갈 것이다. 언젠간 카이사르의 병사들은 안토니우스의 병사들이 될 것이다. 앞으로 10년이면 나는 진가를 발휘할 것이다. 그리고 가이우스 율리우스 카이사르보다 더 대단한 사람이 될 것이다. (184쪽)

대륙은 이동하고 인간은 변화하고 세월은 왔다가 가는 법이오. 모든 민족들의 신도 마찬가지요. (262쪽)

구매가격 : 13,600 원

카이사르 3

도서정보 : 콜린 매컬로 / 교유서가 / 2017년 06월 15일 / EPUB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주사위를 높이 던져라

율리우스 카이사르, 마침내 루비콘 강을 건너다!
『갈리아 전기』와 미드 〈로마〉로 잘 알려진 고대 로마의 가장 격동적인 시대


3천만 부가 팔리며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된 장편소설 『가시나무새』의 작가 콜린 매컬로가 여생을 걸고 쓴 대작 〈마스터스 오브 로마〉 시리즈의 제5부. 작가는 자료를 모으고 고증하여 집필하기까지 30여 년에 걸쳐, 시력을 잃어가면서 이 시리즈를 완성했다.
제4부 『카이사르의 여자들』로부터 5년 후, 카이사르가 두 갈리아 및 프로빙키아와 일리리쿰의 총독인 상황에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이제 그는 로마의 속주와 국고를 배로 늘린 명장이자, 보좌관에서 졸병까지 수하 모든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뛰어난 사령관이다. 현재 ‘로마의 일인자’이자 카이사르의 사위인 폼페이우스에게서 온 편지는 그의 딸 율리아의 죽음을, 그리고 아내에게서 온 편지는 그의 어머니 아우렐리아의 죽음을 알린다. 가장 사랑하는 두 사람의 임종조차 못 지킨 슬픔 속에서도 카이사르는 차례로 갈리아 부족들을 정복하고, 갈리아 통일을 꿈꾸던 야심찬 베르킹게토릭스마저 패배시키기에 이른다. 갈리아 정복은 끝났으나, 그의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로마의 정적들이 그가 마땅히 가져야 할 것들을 빼앗고 그의 존엄을 짓밟으려 하기 때문이다. 오랜 적수인 원로원 보수파의 카토와 비불루스, 우유부단한 키케로, 게다가 지금껏 동맹 관계였던 폼페이우스도 그를 버리고 반대편으로 간다. 그리하여 카이사르는 마침내 루비콘 강가에 선다. 그를 위해서라면 목숨도 바칠 충성스러운 군대를 이끌고.

영웅 카이사르의 짙어가는 빛과 어둠
카이사르는 40대 무렵 갈리아 전역을 로마의 속주로 만든 뒤 루비콘 강을 건너 독재관 자리에 올랐고, 이를 직접 기록한 『갈리아 전기』와 『내전기』를 통해 무장이자 작가로서 불후의 명성을 얻었다. 이번에 선보이는 『카이사르』는 카이사르 인생의 절정기였던 바로 이 시기를 다룬다. 카이사르는 완벽한 전략으로 승전을 거듭하며 점점 더 경이로운, 그러나 한편으로 외롭고 무정한 인간이 되어간다. 피붙이들은 죽었고, 대등한 벗이나 연인도 없다. 그를 존경하고 숭배하는 이들은 늘어나지만 그가 사랑하고 속내를 털어놓을 수 있는 이들은 사라져간다. 그를 인정해주지 않는 정적들에 대한 원망은 그를 점점 차갑게 일그러뜨린다.
이런 상황에서 카이사르가 안토니우스에게 하는 말은 인상적이다. “내가 한 가지 두려워하는 게 있다면, 그건 이 염병할 전쟁이 끝난 뒤 내 적들이 아무도 남지 않는 상황이야. (…) 독재는 방심할 수 없는 거라네. 아마 세상의 그 누구도, 심지어 나조차, 반대가 없을 때 독재에 저항할 힘을 갖고 태어나진 않았을걸.” 안토니우스는 카이사르가 적들에게 지나치게 관대하다고 여기지만, 카이사르는 독재자로서 자신의 미래를 무의식중에 예견하고 두려워한 것이리라.
또한 카이사르가 오래 살지 못할 것이라는 켈트족 예언자의 말에 그가 동요하는 장면에서는 그리 멀지않은 죽음의 그림자가 느껴지기도 한다. “당신은 늙은이가 되지 못할 거요. 신들이 절대 그걸 허락하지 않겠지. 그들은 당신의 전성기에 당신을 데려갈 거요. 난 전에도 그런 경우를 본 적이 있소.”

극대화되는 갈등 속의 다층적 인물 묘사
이번 『카이사르』에서 다룬 시기는 사료가 풍부하다. 매컬로는 주로 『갈리아 전기』와 『내전기』를 참고했겠지만, 그 외에 키케로를 비롯한 동시대 역사가나 후대 역사가가 남긴 기록도 많다. 사료가 부족한 시기를 다룰 때는 누락된 부분을 치밀한 논리와 상상력으로 채워 넣는 것이 중요했겠지만, 이제는 매컬로가 설정한 인물상과 정치적 상황에 부합하는 사료를 취사선택하는 것이 중요해졌다. 그렇기에 『카이사르』에서는 카토, 키케로, 안토니우스, 브루투스, 클레오파트라 등 우리가 익히 아는 역사상의 인물들에 대한 매컬로만의 해석이 더한층 섬세하고 예리하게 나타난다. 카이사르는 로마에서 가장 뛰어난 자이고 그 사실을 모두에게 인정받고 싶어하지만, 원로원의 보수파들은 카이사르가 그러도록 내버려두면 공화국의 전통을 파괴하는 독재자가 될 수밖에 없다고 여기기에 그를 증오하고 두려워한다. 실제로 카이사르가 그렇게 된다는 것을 알고 있는 독자로서는 양쪽 모두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다.
카이사르와 갈등하는 인물들 하나하나의 삶과 고뇌도 충실하게 묘사된다. 카토는 카이사르를 철저히 미워하는 꽉 막힌 보수파이지만, 사랑하는 이를 잃은 데 대한 트라우마로 아내를 남에게 주어버리는 애처로운 인물이기도 하다. 키케로는 보수파와 카이사르 사이에서 나름대로 중립적 위치를 지키려 하지만 평생의 친구였던 폼페이우스의 잔인함에 상심하고 슬퍼한다. 브루투스는 이미 엄청난 부자임에도 돈에 집착하며 애정 결핍과 외모 콤플렉스를 덮으려 하지만, 자신을 향한 약간의 애정 표현에도 마음이 약해지는 미성숙한 청년이다. 클레오파트라는 영리하고 자부심 가득한 여성 통치자로, 자신의 혈통에 어울리는 남자와 아들을 가짐으로써 왕좌를 굳게 다지고 싶어한다. 가장 돋보이는 것은 갈리아인들의 젊은 리더 베르킹게토릭스의 묘사이다. 그는 로마 역사에서는 야만족 적장일 뿐이지만, 프랑스 역사에서는 갈리아 민족의 저항운동을 상징하는 영웅이다. 매컬로는 카이사르를 완벽한 장군으로 묘사하면서도 그의 적수 베르킹게토릭스의 저항과 승복 과정을 고결하게 그려내고, 그가 좌절한 원인도 개인적 역량 부족보다는 갈리아 부족들 간의 분열 때문이라고 해석한다.

꼼꼼한 고증을 바탕으로 한 작가 특유의 해석
갈리아 전쟁과 폼페이우스와의 싸움이 주된 내용인 만큼, 『카이사르』에는 전투 장면이 많이 등장한다. 풍부하게 남아 있는 사료들이 박진감 넘치는 묘사에 큰 도움을 주긴 했겠지만, 매컬로 특유의 해석은 역시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중에서도 가장 대담한 설정은 역시 그 유명한 “주사위는 던져졌다” 대신에 “주사위를 던져라!”를 택한 것이다. 우리의 고정관념에 당연한 것으로 박혀 있는 문구를 버리고 굳이 좀더 신뢰할 만한 사료를 찾아낸 꼼꼼함뿐만 아니라, 카이사르라는 인간의 성격에는 그쪽이 더 잘 어울린다는 작가의 주관이 돋보인다. 매컬로에게 카이사르는 우울한 숙명론자가 아니라 운명에 과감하게 뛰어드는 모험가였기 때문이다.
매컬로는 사료들에 언급된 사건과 인물 하나하나, 심지어 진지의 위치와 형태까지 자세히 살피고 모순되는 사항이 없도록 조정하여 생생한 문장으로 되살려냈다. 그리하여 『카이사르』는 대화를 따라가며 얕게 읽어도, 지도와 설명을 일일이 짚어가며 깊게 읽어도 만족스러운 소설이자 〈마스터스 오브 로마〉라는 대하 시리즈의 절정을 이루기에 모자람 없는 걸작이 되었다.


서평 및 찬사들

완벽히 로마다운 서사 소설이다. 매컬로의 해석은 로마 역사의 가장 격동적인 몇 년간을 관통하며 그 어떤 군사적·정치적 주요 장면도 놓치지 않는다. 야심차고 무자비하고 매력적인 카이사르, 그리고 폼페이우스, 카토, 키케로, 브루투스와 마르쿠스 안토니우스 등 우리가 익히 알던 인물들도 대리석 조각상을 벗어나 생생하게 살아난다. _뉴욕 타임스 북 리뷰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흡인력이 대단한 작품. 놀라운 디테일. 매컬로가 다시 한번 승리를 거머쥐었다. _시카고 트리뷴

힘찬 서사. 매컬로는 소설가의 열정과 역사가의 근면성을 동시에 갖춘 작가다. _선데이 타임스

잔인한 야망과 음모와 암살과 비극과 사랑과 욕망을 둘러싼 놀라운 이야기. 수작이다. _퍼블리셔스 위클리

카이사르는 그의 진정한 모습을 드러내고, 매컬로는 자기 능력의 정점을 보여준다. _컬럼버스 디스패치

로마공화정 말기를 다룬 콜린 매컬로의 〈마스터스 오브 로마〉 시리즈는 역사 소설의 모범이 될 작품이다. 대학 교재가 이렇게 쓰였다면 나는 역사를 전공했을 것이다. _Robert W. Aventon, 아마존 독자

카이사르의 시대를 배경으로 삼은 매컬로의 작품들을 몹시 사랑하는 팬이다. 로마공화정 말기에 관심이 있다면 이 책을 반드시 읽어보라. 용어해설집은 대학교 고전학 수업 교재로 써도 좋겠다. _Herr Wehon, 아마존 독자

매컬로는 역사 소설 장르의 수준을 가장 높은 단계까지 끌어올렸다. 〈마스터스 오브 로마〉 시리즈 전편을 읽은 독자로서 말하건대 이 책들은 깜짝 놀랄 만큼 흡인력이 강하고 기존에 알려진 역사적 사실에 아주 충실하다. 이 장르의 다른 대부분의 작가들은 감히 흉내내지 못할 정도로 서사와 인물을 생동감 있게 그려냈다. 놀라운 경험이다! _Eliot Kaplanon, 아마존 독자

<마스터스 오브 로마> 시리즈의 다른 모든 책들처럼 훌륭하다. 집어삼키듯 읽었다. _Jean-Pierre Jam Jr., 아마존 독자

카이사르와 그의 갈리아 정복을 다룬 굉장한 책. 놀라운 인물 구성. 거장의 작품! _Elias de la Cruz Crosson, 아마존 독자


책 속으로


“우리는 역사 속으로 진군하는 걸세.”(47쪽)

“친애하는 카일리우스,” 카이사르는 참을성 있게 말했다. “루비콘 강은 언제나 하나의 가능성이었네. 다만 내가 사용하기를 꺼리는 선택지였지. 자네도 잘 알다시피 난 최선을 다해 이 상황을 피하려고 했어. 하지만 모든 가능성을 철저히 계산해놓지 않는 건 어리석은 짓일세. 다만 지난 10월 무렵부터 루비콘 강이 단순한 가능성을 넘어 필연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고 해두겠네.” (58쪽)

트레보니우스가 대답했다. “지금껏 있었던 모든 일들을 겪은 사람이 부족한 남자였다면 무너져버렸을 거야. 카이사르가 버틸 수 있는 건 한 번도 자기 자신을 의심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지. 하지만 9군단이 반란을 일으키면서 그의 내부 무언가에 균열이 생겼어. 카이사르는 이런 일을 단 한 번도, 꿈에도 생각해본 적이 없네. 이런 일이 절대, 절대 자신에게 일어날 거라고 생각한 적이 없단 말이네. 난 이번 일이 여러 면에서 그 시시한 강보다 그에게 더 나쁜 루비콘인 것 같아.” (201~202쪽)

무한은 불변하는 것입니다. 무한에는 시작이 없었고 끝도 없을 겁니다. 우리 인간은—모르겠습니다. 한 가지 확신하건대, 나이우스 폼페이우스, 당신은 불멸할 것입니다. 당신의 이름과 업적은 당신이 사라진 후에도 수천 년을 살 것입니다. 생각만 해도 멋지군요. 거기에는 그 자체로 신성이 있지 않을까요?” (352쪽)

구매가격 : 12,400 원

[세트] 수인

도서정보 : 황석영 / 문학동네 / 2017년 06월 15일 / EPUB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우리 시대의 거장 황석영이 몸으로 써내려간 자전(自傳) 『수인』이 6월항쟁 30년이 되는 뜻깊은 해를 맞아 두 권으로 출간되었다. 현대사의 숱한 굴곡과 파란을 누구보다 치열하게 겪어온 그가 자신이 지나온 파란만장한 삶, 자유를 위해 시대의 억압과 맞서온 불꽃같은 여정을 생생한 필치로 증언한다.

구매가격 : 23,200 원

서양의학사 (교유서가 첫단추시리즈 18)

도서정보 : 윌리엄 바이넘 / 교유서가 / 2017년 06월 16일 / EPUB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서양의학은 현장에서 다져진, 진보하는 현재의 역사다
인류의 지속과 번영을 가능케 한 서양의학사의 현장들!

히포크라테스 이후 2500년 —
머리맡, 도서관, 병원, 지역사회, 실험실에서
생명의 불꽃을 지켜온 의학의 역사를 조망한다


2500년 서양의학사를 한눈에
고대 그리스의 히포크라테스 이후 의료인들은 다양한 현장에서 의학의 진보를 일구어왔다. 병든 환자의 침상 옆에서, 의서가 빼곡한 연구실 책상에서, 진료실과 검시소와 강의실에서, 유행병이 창궐한 지역의 한복판에서, 그리고 현미경과 각종 도구로 가득찬 실험실에서 진단과 연구를 계속하며 건강 증진을 이끌었다. 이렇게 형성되어온 서양의학의 여러 갈래는 각각 ‘머리맡 의학’ ‘도서관 의학’ ‘병원 의학’ ‘지역사회 의학’ ‘실험실 의학’으로 구분해볼 수 있다. 이 책 『서양의학사』는 이 다섯 가지 유형을 바탕으로, 지난 2500년 동안 서양의학계가 다져온 진단 및 치료 기술, 진료 및 연구 시설, 공중보건 행정 및 인프라, 의료인이라는 직업 등의 형성사를 간명하고도 체계적으로 살펴본다.

환자의 침상 옆에서: 머리맡 의학
기원전 5~4세기경 고대 그리스의 인물이자 우리에게 서양의학의 아버지로 익히 알려진 히포크라테스. 그의 시대에는 부검이나 깊이 있는 해부학 교육은 물론이고 병원, 의학교 등이 채 형성되지 않았다. 학생들은 스승의 어깨너머로 표면해부학과 환자를 살피는 감각을 배우고 익혔다. 환자의 징후를 살펴 병의 경과를 예측하는 법을 배웠으며 환자가 회복될지에 특히 관심을 기울였다. 당시 의사는 말 그대로 환자의 ‘머리맡’에 앉아 돌보는 사람이었다. 오늘날의 일차의료는 바로 이 체계를 원형으로 삼는다. 아울러 히포크라테스 의학의 강력한 개념 틀인 그 유명한 ‘체액설’은 기질 이론의 바탕이 되는데, 이는 여전히 우리 곁에 존재한다. ‘다혈질’이나 ‘멜랑콜리’와 같은 말에 그 흔적이 남아 있다. 서기 2세기 무렵, 또다른 그리스 의학의 거두였던 갈레노스는 『히포크라테스 전집』 곳곳의 이론을 종합해 체액설을 다듬어냈다. 이를 기반으로, 그의 의학은 18세기까지 의학계의 핵심적 이론으로 자리를 지켰다.

의서가 빼곡한 책상에서: 도서관 의학
18세기까지 서양의 의료는 히포크라테스와 갈레노스 등 여러 고대 의사들의 저작을 기반으로 이루어졌다. 즉, 로마가 함락된 455년부터 르네상스 시기까지의 의학은 고대의 저작을 이해하고 보존하여 주석을 다는 방식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이런 의학의 유형을 ‘도서관 의학’이라 부를 수 있다. 이 활동은 민간요법이나 주술적이고 종교적인 치료에 기대고 있던 당시 의료 환경의 개선에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이슬람 문화권에서는 9~12세기에 알라지, 이븐시나, 이븐루시드 등이 고대 그리스 의학을 종합하고 변용해 서방 세계로 전달한 한편, 유럽 본토에서는 13세기 이후 델리우치에 이어 16세기에 베살리우스가 해부학 연구의 성과를 도판에 담아 의서로 남겼다. 이후 300년간 해부학은 의학의 꽃이 되었고, 15세기에 유럽에 소개된 활판인쇄술은 이러한 흐름에 날개를 달아주었다. 고대 저작의 재조명과 해부학서의 확산 등 ‘도서관 의학’의 발달은 이로써 의료의 구조를 근본부터 바꾸어놓았다. 그리고 병원과 의료인의 계서제(階序制), 엘리트 교육 기관으로서의 대학이라는 세 가지 유산 또한 우리에게 물려주었다.

진료실과 검시소와 강의실에서: 병원 의학
1789년과 1848년 사이의 프랑스 의학을 ‘병원 의학’으로 요약하곤 한다. 프랑스혁명과 이후 진행 과정에서 파리는 의학의 중심지였으며, 그 중심에는 바로 ‘병원’이 있었다. 파리의 병원에서 교육과 진료에 사용된 여러 도구, 그리고 이를 뒷받침한 의학적 사고방식은 서구 세계 전반을 사로잡았다. 혁명 세력은 의사와 외과의, 병원, 그리고 대학 등을 구체제의 유산이라 규정하고 폐지해버렸으나 질병은 사라지지 않았고, 혁명정부는 결국 1794년에 의학교들의 문을 다시 열었다. 혁명에 동조한 화학자 프루크루아는 프랑스 각지의 의학교 설계를 맡았고 새로운 의학 교육의 길을 제시했다. 이후 프랑스의 병원 의학은 신체검사에 기초한 진단, 병리학과 임상의 연계, 그리고 수많은 사례에 바탕을 둔 진단 기준과 치료법의 정당화라는 대들보 위에 굳건히 섰다. 이 세 요소가 한데 모여 질병을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을 구성해냈다. 아우엔브루거의 타진(打診), 라에네크의 청진기, 비샤의 부검 등이 그 대표적 사례다.

유행병 창궐지의 복판에서: 지역사회 의학
근대적 의미의 공중보건 운동은 19세기에 시작되었다. 병원 의학이 환자와 의사의 차원에 놓여 있다면, 공중보건은 국가와 개인을 다룬다. 공중보건은 건강을 유지하고 질병을 예방하는 활동을 의미한다. 유행병 관리와 위생은 공중보건을 구성하는 두 흐름이며, 질병을 예방한다는 같은 목표 아래 한데 어우러진다. 산업국가 이전 유럽 사회를 두려움에 떨게 한 유행병은 바로 흑사병이었다. 14세기부터 17세기 중반까지 특히 심했고, 한때 유럽 인구의 4분의 1 이상을 죽음에 이르게 하기도 했다. 흑사병은 페스트균에 의한 질병이었는데, 이는 근대 초기 지역사회의 건강에 눈을 뜨게 한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격리나 강제 입원 등 개인에 초점을 맞춘 차단책을 넘어서서, 선박 검역이나 사람 및 상품의 이동 통제, 의학적 순찰 등 지역사회 전반에 대한 조치가 이때 시작되었다. 이후 19세기에 전 세계를 덮친 콜레라에 대응하려는 노력은 공중보건 운동을 더욱 가속화했다. 청결한 상수도 보급과 하수의 올바른 처리 등의 필요성을 깨달아갔고, 공중보건 행정의 수립도 이때 이루어졌다.

현미경과 도구로 가득찬 실험실에서: 실험실 의학
근대 초기에 들어서면서 실험실에서 이루어지는 실험이 주목을 받게 되었다. 초기 실험실을 대표하는 도구는 바로 현미경이다. 19세기 이전의 현미경은 왜곡과 수차(收差)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던 터라, 역사가들은 이를 부유한 호사가의 장난감 정도로 치부하곤 했다. 그러나 최근의 연구에 따르면 현미경은 이미 17세기부터 꽤 중요하게 사용되었다고 한다. 현미경은 사람들에게 새로운 세계를 보여주었고, 19세기 들어서는 의과학자의 상징이 되기까지 했다. 19세기의 의과학자 피르호는 현미경의 중요성을 역설하며 세포병리학의 기틀을 마련했고, 파스퇴르와 코흐는 오랜 세월 동안 현미경을 통한 연구로 미생물학과 세균학의 발전을 이끌었다.

그리고, 오늘의 의학은
이 책의 마지막 장에서는 위의 다섯 가지 유형이 오늘날 어떻게 뒤얽혀 있는지 살피며 의학의 20세기와 21세기를 조망한다. 머리맡 의학은 히포크라테스의 유산 가운데 전인주의와 환자에 대한 집중에 유의하여 오늘날의 일차의료, 혹은 가정의학으로 이어지고 있다. 도서관 의학은 근대 이후 학술지의 확산과 현대의 인터넷 기술에 힘입어 의사와 환자의 관계 변화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병원 의학은 병원 공간과 장비 및 기술의 발전 등을 이끌었으나 의료 비용의 문제, 그리고 내성을 지닌 병원체라는 도전에 직면해 있다. 지역사회 의학은 지속적인 공중보건 수준의 향상을 이루었지만 우생학이나 디디티 사용 등의 문제도 겪었다. 실험실 의학은 의과학 발전을 도모하며 다양한 약물과 백신의 개발을 가져왔으나, 그런 만큼 환자들의 기대에 아직 부응하지 못한 분야에서 조급함을 자아내고 있기도 하다. 저자는 “의학의 역사는 현재의 역사”임을 강조한다. “현대사회의 시민은 세금을 내고, 의료 서비스를 이용하며, 공중보건 정책의 수혜를 누리는 등 의학과 밀접한 삶을 살아”가기 때문이다.


책 속으로

고대의 치유자들은 질병을 자연의 용어로 이해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들이 비종교적이었다는 말은 아니다. 갈레노스는 일신교에 대한 생각을 언뜻언뜻 내비치곤 했고, 후대의 학자들에 따르면 이는 당대에 유행한 기독교의 영향이었다. 하지만 적어도 환자 앞에서, 히포크라테스와 갈레노스는 종교가 아닌 자신의 지식과 기술을 믿었다. (…) 고대 의학의 핵심이 자연주의에 있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는 없다. 의사를 가리키는 영어 단어인 ‘physician’과 자연학을 의미하는 ‘physics’는 모두 자연이라는 뜻의 그리스어 단어 ‘physis’에서 유래했다. 고대의 의학자들은 종교와 주술에 기대기보다는 건강과 질병, 그리고 신체의 작동 원리를 탐구하고자 했고, 이러한 태도는 지금까지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35쪽)

수련 병원의 일상은 프랑스의 전통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다. 프랑스는 크게 두 가지의 흔적을 남겼다. 하나는 나날의 병동 회진이다. 교수가 앞장서고, 그 뒤를 수련의와 학생, 간호사가 따르는 바로 그 의식이다. 의료인들은 환자를 직접 눈으로 보고 토론한다는 점에서 프랑스의 유산을 재현한다. 다른 하나는 증례 검토회다. 수많은 의사와 학생들 앞에서 젊은 교수는 흥미로운 ‘증례’를 발표하고 선배 교수들의 검토를 받는다. 때로는 환자의 병력과 임상 경과가 발표된 이후 진단의 타당성에 대한 토론이 이어지는데, 여기에 병리학자가 부검 소견을 보태기도 한다. 이렇게 환자의 삶과 죽음은 하나의 전체로서 토의된다. (98~99쪽)

로베르트 코흐도 파스퇴르처럼 여러 연구소의 소장을 맡았다. 그러나 코흐의 연구소는 대개 독일 정부의 돈으로 운영되었다. 과학을 바라보는 프랑스와 독일의 관점이 달랐기 때문이다. 두 나라의 관계는 냉랭했다. 1870년부터 1871년까지 벌어진 프로이센·프랑스전쟁으로 비스마르크가 이끄는 독일군에게 프랑스가 대패한 이후였다. 과학은 국제적이고 객관적이며 인종과 종교, 국적, 성별을 초월한다고 여겨지곤 한다.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코흐와 파스퇴르는 사석과 공석 모두에서 적대감을 드러냈다. 파스퇴르는 독일의 본 대학에서 받은 학위를 반납했고, 독일산 맥주를 입에 대지 않았다. 코흐 역시 프랑스인의 미생물학과 면역학을 꺾어버리고자 연구에 매진했다. (154쪽)

현대 의학을 움직이는 숨은 힘은 바로 비용이다. 지난 한두 세대의 보건의료를 돌아보건대, ‘알맞은 가격’보다 시급한 문제는 없었다. 어느 국가건 마찬가지다. 세금으로 운영되는 영국의 국가보건서비스, 민영보험과 환자가 지급하는 수가(酬價)를 축으로 작동하는 미국의 의료, 여기에 기본적인 수준의 의료와 자원봉사가 주를 이루는 아프리카까지, 어디서건 비용이 문제다. (…) 의료의 효과 역시 굉장히 좋아졌다. 아무리 허튼소리를 하는 사람일지라도 의료가 가져다준 효능만큼은 부정할 수 없을 정도다. 따라서 문제는 효율이다. 의료는 이제 수많은 다국적 기업이 달려드는 거대한 사업이 되었다. 현실을 살펴보아도 이윤을 좇는 다국적 기업이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180~181쪽)

구매가격 : 11,600 원

성서 (교유서가 첫단추시리즈 19)

도서정보 : 존 리치스 / 교유서가 / 2017년 06월 16일 / EPUB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성서는 고전인가, 신성한 텍스트인가?
“성서는 닫힌 텍스트가 아니다. 그 자체에 해석의
다양성을 유도하는 풍요로움과 모호함이 있다.”

성서의 정경화(正經化) 과정과 해석의 다양성
정치, 예술, 젠더, 탈식민 등에서의 열린 읽기!
경전이자 고전인 성서의 양면성을 잘 보여주는 안내서


성서는 서구 문화 발전의 주된 힘이었다
성서는 사놓고 읽지 않는 책 1순위로 꼽히곤 한다. 그러나 성서는 서구 문화의 발전을 이끈 주요한 힘이었고 지금도 수많은 사람들의 삶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이 입문서는 상이한 공동체와 문화권에서 성서를 어떻게 중시했는지 살펴보고, 성서가 어떻게 다채로운 쓰임새와 해석을 낳았는지 설명한다. 아울러 성서가 어떻게 쓰였는지, 어떻게 정경으로 형성되었는지, 성서 비평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고급문화와 대중문화에서 성서를 어떻게 전유하는지, 정치적 목표를 위해 성서를 어떻게 사용하는지도 탐구한다. 어느 시대에 읽더라도 새로운 의미와 해석, 나아가 비전과 지혜를 길어올릴 수 있다는 점에서 성서는 하나의 고전이다. 이 책은 경전인 동시에 고전인 성서의 양면성을 잘 보여주는 안내서다.

종교 공동체들의 구전을 반영하는 공동 편찬물인 성서
성서는 기원전 11/10세기부터 무려 10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여러 저자들이 썼다. 게다가 성서는 처음부터 글말로 적혔던 것이 아니다. 성서의 초기 텍스트들은 본래 입말 형식으로 수백 년간 전승되다가 알파벳 체계가 확립되고 나서야 점차 글말로 기록되었다. 그런 까닭에 성서는 글말 작품인 동시에 종교 공동체들의 구전을 반영하는 공동 편찬물이며, 성서의 저자들은 지은이인 것 못지않게 엮은이인 것이다. 또한 성서를 이루는 책들이 본래부터 신성한 텍스트로 인정받았던 것도 아니다. 어떤 텍스트를 권위 있는 경전으로 인정하여 정경(正經)에 넣고 또 어떤 텍스트를 정경에서 빼느냐는 문제는 성서의 역사 초기부터 첨예한 쟁점이었다. 특정 종교 공동체의 경전들을 모으고 확정하는 정경화 과정은 곧 교파를 형성하고 경계를 짓는 과정이었다. 그 결과 정경화 과정은 유대교와 그리스도교 종교 공동체들의 다양성을 낳았다. 그러한 정경화 과정에서 기인하는 이 다양성을 살펴보는 것이 이 책의 주된 목표다.

정경화 과정은 종교적 탈선을 제한하려는 시도의 일환이었다
정경화 과정은 종교 공동체들의 다양성을 낳았지만, 특정 공동체 내부에서는 믿음의 다양성과 종교적 탈선을 제한하려는 시도의 일환이었다. 각 공동체는 정경을 읽는 규칙을 정하고 정통 독법을 내놓아 해석의 다양성을 억제하려 했다. 그러나 성서 독법을 획일화할 방도, 해석의 다양성이 들어설 여지를 없앨 방도는 없었다. 독자들은 특정 구절을 다른 구절보다 중시하고, 대수롭지 않아 보이는 구절에서 의미심장한 해석을 끄집어내고, 기존의 정설에 의문을 제기하는 등 갈피를 잡지 못할 만큼 다채로운 방식으로 성서를 읽어왔다. 그런 독법의 다양성을 살펴보는 것이 이 책의 또다른 목표다.


추천사

성서가 어떻게 오늘날과 같은 꼴을 갖추게 되었는지, 과거에 성서가 신자들에게 어떤 의미였고 지금 어떤 의미인지를 매혹적으로 소개한다. 잘 고른 사례는 흥미롭고, 논의는 박식하고 독창적이다.
_조엘 마커스(Joel Marcus), 보스턴 대학 교수

존 리치스는 성서가 오늘날 남아프리카, 짐바브웨, 보츠와나, 필리핀, 페루 등지의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 사이에서 가장 널리 읽힌다는 사실을 일깨운다.
_제럴드 웨스트(Gerald West), 콰줄루나탈 대학 교수


책 속으로

성서를 이루는 책들은 단일 저자가 몇 년 만에 쓴 작품이 아니다. 오히려 수백 년간 이어져왔을지 모르는 공동구전을 반영하는 편찬물이다. 단일 저자가 쓴 책들의 비중이 훨씬 높은 신약의 경우에도 4복음서는 초창기 그리스도인들의 구전을 보존하는 중요한 공동 생산물이다. (41∼42쪽)

특정한 공동체의 경전들을 모으고 확정하는 과정을 흔히 경전의 정경화(正經化, canonization)라고 한다. 그리스어 낱말 카논(kanon)은 막대기 또는 갈대를 뜻하고, 넓게는 규칙 또는 척도를 뜻한다. 신성한 글들로 이루어진 정경을 만드는 일은 어떻게 보면 공동체의 규범이 될 모음집을 만드는 일이다. 유
념해야 할 아주 중요한 사실은 유대교 경전이나 그리스도교 경전이나 초기부터 여러 언어로 된 역본들을 낳았다는 것이다. 경전을 모으는 과정과 번역하는 과정은 긴밀히 연관되었다. 그렇지만 여기서는 현실적인 이유로 히브리 성서의 형성과 그리스어 역본의 형성을 따로 살펴보는 편이 편리할 것이다. (58쪽)

성서 텍스트의 정경 지위는 다양하고 풍성한 독법을 낳은 원인일 뿐 아니라 서사와 담론 자체가 재형성되어온 이유이기도 하다. 예컨대 앞에서 우리는 중세에 아케다 이야기를 개작하면서 놀랍게도 이사악이 실제로 죽었다고 주장한 R. 에프라임의 사례를 살펴보았다. 흔히 성서 해석은 강조와 선택적 읽기의 문제다. 성서 텍스트 중에서 특정한 시기에 특정한 공동체와 공명하는 요소들은 곧 해당 공동체가 다른 요소들을 배제하거나 경시하면서 강조하는 요소들이다. 그 결과는 이사악 이야기를 직접 개작하는 경우만큼이나 극적일 수 있다. 그러나 어느 경우에나 해석 과정을 추동하는 것은 동일한 신념, 즉 성서 텍스트가 공동체의 경험에 규범이 되고 따라서 어떻게든 공동체의 경험을 반영하거나 대변해야 한다는 신념이다. (110쪽)

역사학, 지리학, 진화론은 모두정 통 해석의 경계를 깨뜨렸다. 그러나 정설로 통하는 성서 해석이 무너진다고 해서 성서가 더이상 사회적·문화적 창조성의 원천이 아니라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그런 맹렬한 비평이 새롭고 창조적인 성서 읽기로 나아가는 길을 닦을 수도 있다. 루터는, 그리고 역사적 예수를 찾아 나선 사람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성서를 자기 것으로 만들고자 했다. 루터는 극적인 성공을 거둠으로써 일군의 새로운 신교적 독법을 개시했다. 예수의 생애와 가르침을 재구성하려 시도한 역사적 비평가들의 작업은 엄청나게 다양한 복음서 독법을 낳았다. (131∼132쪽)

우리는 복음서 텍스트에 담기지 않은 세부를 렘브란트가 회화와 판화, 소묘로 어떻게 표현했는지 확인할 수 있다. 이를테면 렘브란트는 예수의 시신을 십자가에서 내려 무덤으로 운반한 방식과 무덤 내부의 장면을 표현했다. 뮌헨의 매장 그림에서는 무덤 안에서 예수의 시신을 안치하는 사람들과 오른쪽 상단의 구멍으로 시선이 분산되고, 바위에 난 그 구멍을 통해 저 멀리 십자가가 보인다. 이와 달리 글래스고의 매장 그림에는 입구가 보이지 않아 흡사 무덤을 봉해놓은 것 같고, 밀폐된 공간이라는 느낌을 준다. 그러면서도 렘브란트는 장차 무엇이 무덤 입구의 돌을 치울지 짐작할 수 있게 한다. 그것은 몇 안 남은 친구와 가족이 애도하고 그리워하고 경배하는 그리스도에 내재하는 새 생명의 힘이다. 이 점에서 렘브란트는 정녕 복음서의 해석자다. (176∼177쪽)

우리가 살펴본 페미니스트 비평가들은 성서에 받아들일 수 없는 내용이 많다는 것, 그리고 진짜 투쟁은 새로운 교회와 새로운 사회를 위한 자원으로 쓰일 요소들을 성서에서 분별해내는 일이라는 것을 훨씬 뚜렷하게 의식하고 있다. 그 분별 과정은 궁극적으로 여성들의 투쟁 경험에 따라 좌우될 것이다. 그렇지만 새로운 교회와 사회를 만들어내는 데 보탬이 되는 자원과 그렇지 않은 자원을 구별하는 상이한 전략들을 고안할 수도 있다. 어떤 이들은 역사적 비평 전략을 구사하여 성서 전승 가운데 후대의 이데올로기적 편향 때문에 거의 주목받지 않은 요소들을 골라낼 수 있을 것이다. 또 어떤 이들은 성서 속 이미지와 상징을 재맥락화하는 전략에 의지하여 성서 전승을 토대로 새로운 삶과 공동체를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208쪽)

구매가격 : 11,100 원

신 (교유서가 첫단추시리즈 20)

도서정보 : 존 보커 / 교유서가 / 2017년 06월 16일 / EPUB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신이란 누구 또는 무엇인가?
인간은 신에게 어떻게 다가갈 수 있는가?

신을 아는 것과 모르는 것에 관한 탐구의 여정
신으로 향하는 길들은 어떻게, 그리고 왜 형성되었는가


신을 이해하고 묘사하려는 인간의 노력
신에 대한 탐구는 ‘신은 누구 또는 무엇인가?’라는 물음으로 시작할 수밖에 없다. 가장 단도직입적인 답변은 신이란 사람들이 어떤 궁극적이고 절대적인 실재에 대해 말하고자 할 때 사용하는 낱말이라는 것이다. 그런 지고한 실재는 그 정의상 인간의 사유와 언어를 초월하는 존재다. 그럼에도 인간은 신을 어떻게든 이해하고 묘사하려 노력해왔다. 종교의 역사가 곧 그런 노력의 역사다. 세계 곳곳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신을 믿고 있다. 그런데 그들이 믿는 신은 누구 또는 무엇인가? 이 물음에는 다양한 답변들이 제시되어왔다. 이 책은 그런 일이 어떻게, 그리고 왜 일어났는지 설명한다. 저자는 철학자, 시인, 신학자가 내놓은 답변을 고찰하면서, 사람들의 일부는 신을 믿고 다른 일부는 믿지 않는 이유를 탐구한다. 또한 각 종교의 독특한 믿음이 어떻게 확립되었는지, 나아가 신에 대한 인간의 이해와 묘사가 어떻게 변해왔는지도 살펴본다.

신이라는 목적지에 이르기 위한 여러 경로
인간의 신 이해와 특징짓기는 시공간에 따라 달라진다. 신은 불변할지라도 인간이 신에게 부여하는 의미는 고정되어 있지 않다. 실제로 서로 다른 집단과 종교가 신을 묘사하고 특징짓는 방식은 크게 변해왔다. 종교들은 신이라는 같은 목적지에 닿기 위한 다양한 길들이라고 볼 수 있다. 이 책은 그중에서도 큰 길인 유대교와 그리스도교, 이슬람교, 인도 종교들에 초점을 맞추어 종교 집단들이 저마다 다르고 대개 상충되는 신앙을 어떻게, 그리고 왜 형성해왔는지를 세밀하게 탐구한다.

기존의 신 이해에 대한 흡수와 폐기
이 책은 우선 주요 종교들의 형성기에 주목한다. 종교의 토대를 이해하지 않고는 그 이후의 변화도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주요 종교들은 기존의 신 이해를 흡수하는 동시에 폐기하면서 출현했다. 유대교는 가나안 지역의 믿음과 문화를 받아들이면서도 이곳에서 믿던 신들을 새로운 유일신 야훼로 대체했다. 유대교 안에서 출발한 그리스도교는 성서 시대의 하느님 이해를 대체로 공유하면서도 하느님과 인간의 관계를 재설정했다. 다시 말해 하느님의 계약과 목표가 예수를 통해 (이스라엘 민족에게서) 모든 인간에게로 보편화된다는 믿음을 받아들여 유대교와 갈라섰던 것이다. 이슬람교는 모세와 예수를 알라의 초기 예언자로 인정하면서도 변질되지 않은 완전하고도 최종적인 계시는 꾸란 하나뿐이라고 믿었다. 그런가 하면 인도에서는 한 가족을 이루는 종교들이 다양한 현현체(顯現體)들을 통해 신이라는 목적지에 닿고자 했다.

‘긍정의 길’과 ‘부정의 길’ 그리고 ‘무지의 구름’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은 다만 신을 이해하기 위해 신에 대해 말하고 생각하는 것이다. 신을 묘사하고 특징짓고 신의 계시를 해석하는 것이다. 그러나 인간은 신을 정의할 수 없듯이 신에 대한 완전하고도 최종적인 이해에 이를 수 없다. 인간의 신 이해는 수정되고 변경되고 대체되고 폐기될 수밖에 없으며, 실제로 종교들은 기존의 신 이해를 보존하는 동시에 바꾸어왔다. 이는 신이라는 목적지로 나아가는 다양한 길들이 있음을 뜻한다. 넓게 보면 종교들이 제각기 걸어온 길들은 두 종류로 묶인다. 하나는 인간 지성으로는 신을 온전히 알 수 없음을 인정하면서도 신이 내려준 계시와 신이 창조한 세상 만물에 근거하여 신에 대해 말하는 ‘긍정의 길’이다. 다른 하나는 신에 대해 말하기를 포기함으로써, 신에 대한 우리의 관념과 전제를 버림으로써 신에게 다가가려는 ‘부정의 길’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어느 길을 택하든 인간이 홀로 걸어가는 한, 신과 인간 사이에 놓인 ‘무지의 구름’은 걷히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책 속으로

신은 이런 식으로 겉모습을 관찰하고 알아볼 수 있는 손님이 아니다. (…) 전문용어를 사용하자면 우리는 우연적 존재로서 시공간의 일부이지만, 신이 모든 우연적인 것의 근원이라면 신은 우연적이지 않다. 신은 그저 있다. 신이 그저 있어야만, 그리고 우리와 달리 신이 특정한 시공간에 속하지 않아야만, 신으로부터 시공간(실은 만물)이 생겨날 수 있고 신에 의해 시공간이 유지될 수 있다. 신이 신이려면 존재하는 모든 것을 생산하되 그 자신은 생산되지 않아야 한다. (28∼29쪽)

‘신이 어떠한지’를 우리에게 최종적으로 완전하게 말해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 신에 대해 무언가를 말하려 할 때 지극히 근사적이고 수정할 여지가 있는 말과 상을 사용하는 것은 불가피한 일이다. 그렇지만 표지판과 그것이 가리키는 목적지가 같지 않음을 기억하는 것은 아주 중요하다. 여기서 쟁점은 언어가 아무리 불충분할지라도 무언가에 이르는 길을 가리키느냐 가리키지 않느냐는 것이고, 이와 똑같은 고찰이 과학의 언어와 모델에도 적용된다. (69∼70쪽)

모든 신자가 이 주장을 받아들이는 것은 결코 아니다. 실제로 많은 신자들은 세계(“인간의 삶이라는 분주한 무대”)가 종교의 의제를 설정해서는 결코 안 된다고 역설한다. 그러나 세계는 언제나 종교의 의제뿐 아니라 신의 의제까지 ‘설정한다’. 세계가 중간에서 매개하지 않는다면, 신은 이를테면 특정한 환경에서 곤경에 처한 사람들에게 말을 걸거나 그들을 구하기 위한 진리의 말씀을 육화하지도 계시하지도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77쪽)

요컨대 타나크는 하느님 이해와 특징짓기가 발전하고 변화해온 오랜 과정의 기록이다. 그 과정에서 이스라엘인은 대대로 자신들을 존재하게 하는 일자, 자신들이 상대해야 하는 일자의 이름과 본질을 더욱 지혜롭게 알게 되었다. 사실 그들은 지혜 자체가 삼라만상과 그들의 삶에서 하느님의 대리인 역할을 한다고 믿게 되었다. 지혜를 깊이 확신하는 이런 태도는 그리스의 철학 및 과학과 결합하여 서방 세계에서 학문의 혁명을 일으켰다. (97쪽)

그렇다면 당장 의문이 떠오른다. 하느님은 어떻게 십자가 위에서의 죽음으로 입증된 예수의 인성(人性)을 손상시키거나 압도하지 않으면서도 예수의 위격 안에 온전히 현존하시고 그를 통해 현존하실 수 있는가? 후대의 표현으로 바꾸어 말하면 이것은 곧 예수가 어떻게 진정으로 하느님이면서도 온전히 인간일 수 있느냐는 물음이었다. 이것이 그리스도의 위격과 본질을 숙고하는 그리스도론이라는 문제다. (123쪽)

신은 초대이며 누구에게나 초대장을 보낸다. 그 초대를 받아들이고 싶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기도를 하라. 기도의 시작은 단순하기 그지없다. 그저 자의로 신을 마주하고서 신을 의식하는 것이다. “당신께서 나를 만드셨고 당신께서 나를 살게 하십니다. 이 숨과 이 순간은 당신의 선물입니다. 당신은 저를 아십니다. 제가 당신을 알도록 도우소서.” 기도는 사랑의 관계이므로 나 자신을 위한 기도는 분명 나를 넘어 다른 사람들을 위한 기도와 행동으로 나아갈 것이다. 그렇다 해도 그건 출발점일 뿐이다. (202쪽)

구매가격 : 11,100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