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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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

도서정보 : 장혜령 / 문학동네 / 2020년 01월 29일 / EP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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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구가 아니다. 후일담 문학이 아니다. 남의 얘기가 아니다.
지금의 르포이고, 지금의 시이고, 지금의 신화다.” _김혜순(시인)
―이들의 다장르, 다매체, 혼합 언어 텍스트다.

2017년 문학동네신인상으로 등단한 시인이자 EBS <지식채널e>의 작가, 잘 알려지지 않은 좋은 책을 소개하는 팟캐스트 ‘네시이십분 라디오’를 8년째 만들고 있는 제작자, 글쓰기와 라디오 제작을 골자로 하는 창작 워크숍 기획자 및 운영자. 작가 장혜령을 소개할 때 필요한 말들이다. “특정 장르에 속하기보다 새로운 공간을 개척하는 글을 쓰고자 한다”라는 작가 본인의 지향점과 맞닿아 있는 행보.

그에 새로운 한 걸음을 더할 이번 책은 이름 없는 민주화운동가였던 아버지의 흔적을 찾아가는 딸의 이야기다. 보이지도 기록되지도, 기억되지도 않는 사람들과 그런 역사의 이야기.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를 바탕으로 1970~90년대 학생운동과 노동운동에 관한 다종다양한 자료, 사진 기록물, 일기, 악보, 뉴스 보도 등이 낯선 방식으로 결합, 재구성, 직조되어 있는 책. 언뜻 르포르타주 혹은 에세이로 부를 법한 이 책을 그러나 ‘소설’로 이름 붙인 데에는 소설가 한강 작가의 의견이 크게 작용했다. 대학 시절 선생과 제자로 만난 인연으로, 장혜령 작가는 이 원고를 한강 작가에게 먼저 보였던 것. “이 책은 에세이보다 소설로 이름 붙이는 게 더 좋을 것 같아요. 에세이를 초과하는 것들이 들어 있어서요. 그래서 전화했어요”(「작가의 말」에서)라는 선생의 조언을 작가는 따르기로 하였다. 자신이 걷는 길을 앞서 걸은 선생이었다. 추천의 글을 쓴 김혜순 시인 역시 “딸의 글은 몽타주와 신택스(syntax), 삽입텍스트, 서사의 탈영토화로 혁명한다. (…) 다장르, 다매체, 혼합 언어 텍스트다”라는 문장으로 이 소설의 특별한 형식에 지지를 표했다. 이렇듯 이상하고 아름다운 에너지로 우리에게 도착한 장혜령 첫 소설, 제목은 ‘진주’다.

더이상 피는 흐르지 않습니다. 고통은 없습니다.
그러나 지워지지 않는 것은 있습니다.

진주는 화자가 어린 시절 처음으로 비행기를 타고 가보았던 도시의 이름이다. 한때 아버지가 수감되었던 도시, 어린 화자는 아버지를 면회하기 위해 진주행 비행기에 올랐다.

경찰 아저씨가 아빠를 갑자기 뒤에서 붙잡을 때가 있지.
그때 수첩을 한꺼번에 삼켜버려야 하거든.
친구가 있으니까.
잡아가버리면 안 되니까.
_93쪽

수첩을 즐겨 쓰는 아버지 생신에 스누피가 그려진 스프링 수첩을 선물한 딸. 아버지가 그 수첩을 어째서 쓸 수 없는지 어머니는 딸에게 설명하고, 수첩을 돌려받은 딸은 그것을 자신의 비밀을 적는 용도로 쓴다. 시간이 흘러 가정으로 돌아온 아버지는 이제 “투쟁, 착취, 노동, 여성, 차별, 자유, 해방, 민중, 세월, 진혼, 통일./ 넋, 한, 쑥물, 주춧돌, 참세상, 신새벽./ 그립다, 빛바래다, 사무치다”(195쪽) 같은 단어와 무관한 ‘개인적인 삶’을 꾸려야 한다. 전기 배선 기술을 배우고 영어 시험 급수를 취득해야 한다. 엑셀과 한글 프로그램을 배우고 트럭 운전을 익혀야 한다. 신념이 있고 정의로운 사람이었던 아버지가 마주한 세상살이의 어려움, 고독감, 무력감이 딸의 삶에 구석구석 새겨져 있다.


마음을 담아 써보세요.
거짓 없이 쓰는 겁니다.

당신들은 쓰고, 당신들은 다시 매를 맞는다.

거짓 없이 쓰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거짓 없이 쓰는 겁니다.
거짓 없이.

그들은 그들의 교훈이 당신 내면에 자리잡아, 당신 자신이 했던 것과 그들이 말하는 것 사이의 차이를 당신이 더는 구분할 수 없게 되기를 바란다. 불법적인 연행 불법적인 감금 불법적인 시간의 탈취 이런 낮 이런 밤이 열흘 스무 날 삼십 일 넘게 이어지는 동안 반드시 그렇게 될 것이다. 낮으로부터 밤이, 밤으로부터 낮이 나뉘지 않고, 그들로부터 당신들이, 그들의 말로부터 당신들 말이 완전히 구별되지 않는 고통은 당신들이 이 방을 나간 뒤에도 계속되어, 그 고통이 당신들을 서서히 지치게 하고 쓰러지게 하고 병들게 하고 무너지게 하고, 당신들 모두가 죽어 없어진 뒤에도 이 방의 불빛은 절대 꺼지지 않을 것이다.
그리하여, 당신들의 밤 당신들의 악몽은 우리의 삶이 될 것이다.
_129쪽


“나는 공산주의자입니다. 나는 사회주의자입니다. 나는 불법조직에 가담하여 사람들을 선동하였습니다.”(128쪽) 울면서 받아쓴 당신들, 아버지-남편-아들들. 그 ‘당신들’을 받아쓰는 나-딸-여자. “민주화운동은 ‘딸’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문학적 사건이 되었다. 이 소설에는 이전의 ‘운동’ 소재 소설에서 보였던 작가 자신의 알리바이 찾기 같은 것은 없다. 다만 응시와 해체가 있을 뿐. (…) 아버지는 감옥의 빛 아래서 그들의 조서를 받아써야만 했고, 딸은 여자의 말을 다시 받아써야만 해서 스스로 말하는 여자가 되었다.”(김혜순 시인) ‘스스로 말하는 여자’로 자란 화자는 폭압적이었던 그 사회의 풍경과 그때를 살아낸 사람들의 ‘이후’의 삶, 정권이 몇 차례 바뀌며 그때마다 낯설지 않은 풍경으로 반복된 부조리한 삶의 풍경들을 차근차근, 때로는 기도하듯 때로는 호소하듯 때로는 이해하기 위해 애쓰는 목소리로 기록을 이어간다.

나의 이야기는
당신에게 가닿기 위해 쓰인다

눈을 뜹니다.
감옥이 있는 작은 도시에서.
특별할 것 없는 전쟁이 끝나고, 특별할 것 없는 사랑이 생겨나고, 특별할 것 없는 아이들이 태어나고, 또 특별할 것 없는 많은 일들, 그런 무수한 사건들이 일어나고 또 잊힌 다른 도시와 마찬가지로, 특별할 것 없는 이곳에서. _213쪽

문학 작품은 삶에 미세한 파동을 일으킨다. 비단 읽는 사람의 삶뿐만이 아니라 그것을 쓰는 사람의 삶에도 그러하리라. 장혜령 작가는 오 년이라는 시간 동안 특정한 형식에 종속되지 않는 방식으로 자신만의 진실한 이야기를 쓰고 또 고치며 “이야기의 세계를 만들어, 기록되지 않는다면 사라질지 모를 기억이 머물 자리를 그 속에 마련하고자 했다. 그 세계가 고립된 방이 아닌, 누군가 들어올 수 있고 머물 수 있는 곳이길 바랐다. 기억이, 삶이, 이야기가 애초 타인과 더불어 시작되었듯이.”(「작가의 말」에서) 잘 복원된 것이 아니면 아닌 채로, 파손되었다면 그것을 그대로 드러내는 방식으로, 거기에 이야기의 힘을 빌려 반드시 담고자 했던 누군가(들)의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세월. 교도소 면회소 테이블에 아버지와 마주앉은 어린 여자아이를 기억 속 깊은 곳에서 소환해내야 했던 이유, 개인적이면서도 결코 개인의 일로만 한정되지 않는 그 이유, 작가가 스스로 납득하기 위해, 읽는 이에게 가닿기 위해 진주를 다시 찾은 이유를 찬찬히 들여다볼 때이다.

■ 추천사

운동가 아버지의 딸이 쓴 소설이다. 이 소설은 ‘말하는 여자는 어떻게 탄생하는가. 어떤 항쟁들과 텍스트들과 인물들이 얽혀서 상호텍스트성을 얻어야, 그것들이 말하는 여자의 배아가 되는가? 그 여자가 되어버린 텍스트들은 어떻게 다중 주체가 되어 우리의 가슴을 치는가?’를 증거한다.

민주화운동은 ‘딸’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문학적 사건이 되었다. 이 소설에는 이전의 ‘운동’ 소재 소설에서 보였던 작가 자신의 알리바이 찾기 같은 것은 없다. 다만 응시와 해체가 있을 뿐. 『진주』는 차학경의 『딕테』처럼 받아쓰기다. 아버지는 감옥의 빛 아래서 그들의 조서를 받아써야만 했고, 딸은 여자의 말을 다시 받아써야만 해서 스스로 말하는 여자가 되었다. 이 소설은 혁명이 문학에 도착하려면, ‘딸’이라는 여성적 존재의 글쓰기가 필수적으로 요청되었음을 너무나 아름답게 증거한다. 딸의 글은 몽타주와 신택스syntax, 삽입텍스트, 서사의 탈영토화로 혁명한다.

아름답고, 담백하며, 다층적인 서사다. 허구가 아니다. 후일담 문학이 아니다. 남의 얘기가 아니다. 지금의 르포이고, 지금의 시이고, 지금의 신화다. 이들의 다장르, 다매체, 혼합 언어 텍스트다. 이 소설은 작고, 개인적인 나와 엄마의 바느질 이야기가 제일 크고 광대한 우리의 이야기가 될 수 있음을 증거한다. 나는 이제까지 우리나라 질곡의 시간을 이렇게 아름답게, 천진하게, 여성스럽게 드러내면서, 동시에 그것이 응전의 방식이 되도록 한 소설을 읽은 적이 없는 것 같다. _김혜순(시인)

구매가격 : 10,500 원

달세뇨

도서정보 : 김재진 / 문학동네 / 2020년 01월 29일 / EP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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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 그 자체를 사랑할 수 있는 사람만이 진짜 사랑을 할 수 있어요.
나 자신이 한계를 만들지 않는 한 우리는 정말 한계 없는 존재입니다.”

시인 김재진이 부르는 존재와 시간과 사랑의 노래

1976년 영남일보 신춘문예에 시, 1993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같은 해 『작가세계』 신인상에 중편소설이 당선되며 40년이 넘는 시간 글을 써온 작가 김재진. 산문집 『사랑할 날이 얼마나 남았을까』『누구나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산다고 애쓰는 사람에게』 등 따뜻하면서도 깊은 성찰이 담긴 글로 독자의 상처와 피로를 어루만져주는 그는 일급 에세이스트로도 잘 알려져 있다. 뿐만 아니라 라디오 PD로, 그림 그리는 사람으로, 하모니카 연주자로, 파란만장한 생의 굴곡만큼 다양한 이력을 가진 김재진 작가가 1996년, 김진이라는 필명으로 발표한 첫 장편소설 『하늘로 가는 강』 이후 23년 만에 장편소설을 선보인다.

“시는 노래다. 노래는 결코 이해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단지 느끼고 공유할 뿐이다”라고 밝힌 바 있는 작가가 이번에는 의식과 무의식을, 꿈과 생시를,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넘나드는 길고 긴 노래를 가지고 돌아왔다. 『달세뇨』는 주인공 ‘하유’가 의식불명 상태로 죽어가는 ‘미리’와 이어지고 접속되기를 바라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로 시와 같이, 노래와 같이 ‘단지 느끼고 공유할’ 수 있는 이 세계 속 이(異) 세계를 배경으로 한다. 언제로-어디로 뻗어나갈지 알 수 없는 소설의 흐름은 무의식과 닮았을 뿐 아니라 “글을 쓰면서도 문단과는 멀리 있고, 세속에 살면서도 세속과는 거리를 둔 은둔자”라는 작가 고유의 중간자적 유연함과도 꼭 닮았다. 그렇기에 소설이라는 형식에 속박되지 않고 자유롭게 장르를 넘나드는 그의 글은 때로는 시로, 때로는 소설로, 때로는 명상록으로도 읽히기에 충분하다. 그의 신작 『달세뇨』는 소통 과잉의 시대에 진정한 연결이란 무엇인지 우리에게 되묻는 화두이자, 의식적으로 타인에게 가닿을 수 없다면 무의식으로라도 안간힘을 다해 닿고자 하는 염원을 담은 기도의 기록이기도 하다.

“한 송이 들꽃처럼 약하지만 우리는 어딘가에 연결됨으로써 세상을 안는다.”
누구에게나 상처 하나가 있듯, 누구에게나 기적 하나가 있다

중력을 넘어선 세계를 그린 무늬이자 삶이라는 기적을 따라간 궤적

로컬 가이드로 살아가고 있는 하유에게 어느 날 “미리 위독. 의식불명”이라는 한 통의 문자가 날아든다. 미리는 한때 더할 나위 없이 사랑했으나 “쿨하게 살지 못했으니 이별이라도 쿨해야지”라는 말을 남겨둔 채 홀연하게 하유를 떠나버린 전부인이다. 신보다는 별을 믿는 사람, 우리가 만났던 것도 서로 진화하기 위해 필요했다고 말하는 사람, 뇌에 의존하지 말고 온몸으로 대상을 느껴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 미리. 그런 그녀가 의식불명이라는 소식에 하유는 안절부절못하다 “존재는 무의식에 의해 연결되어 있다”고 말한 ‘카모쉬’의 포스팅을 기억해낸다.

카모쉬는 최면을 통해 전생의 기억을 찾아내는 사람으로 하유는 그와 가까스로 연락이 닿아 ‘레먼테이션’이라는 센터에 다다른다. 카모쉬는 의식불명인 사람을 최면을 통해 만나보겠다는 하유의 통찰에 놀라며 미리와 접속하기 위한 세션에 돌입한다. 하유는 무의식 깊은 곳에서 미리를 만나지만, 한순간 느닷없이 돌아가신 아버지를 맞닥뜨린다. 도망치듯 외국으로 떠난 아버지, 그리고 스페인 산속 오두막에서 죽어가는 아버지의 임종을 이제야 보게 된 것이다.

존재의 어떤 차원에서 시간은 순차적으로 진행되지 않는다. 순서대로라고 착각할 뿐 그것은 동시에 일어나는 어떤 것이다.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마치 함께 굴러가는 삼륜차의 바퀴처럼 한꺼번에 굴러가고 있는 것이다. 과거 옆에서 현재가 굴러가고, 현재 옆에서 과거가 진행중이며, 또 미래라는 바퀴 옆에서 과거와 현재의 바퀴가 함께 굴러간다는 사실을 도대체 어떻게 설명할 수 있겠는가? _11쪽

소설을 이끌어나가는 또하나의 축이자, 하유의 인생에 미리만큼 영향력을 끼친 인물로 ‘무진’이 등장한다. 스스로 비승비속이라고 말하고 다니는 무진은 거칠 것 없는 청춘의 한때를 하유 그리고 ‘C’와 함께 보냈다. 무진은 C의 자살을 계기로 속세를 떠났고, 돌연 가사 장삼을 반납하고 환속했다. “맥주 한 잔을 마실 때마다 우린 보리밭 전체를 마시는 거지” “죽음을 넘고 싶어한다는 것은 결국 죽음이 두렵다는 말이지”라는 선문답 같은 말을 하던 무진이 이제 와 다시금 하유의 수면 위로 떠오른 건 결코 우연이 아닐 터. 하유의 여정에 돌연하지만 적재적소로 등장하는 생의 조력자인 무진 역시 능청과 선문답 아래 커다란 비밀이 숨겨져 있다.

달세뇨dal segno는 일종의 도돌이표다. 거기까지 가서 다시 돌아오라는 것이다. 음표 속에 멜로디를 감춰놓은 악보처럼 인생도 곳곳에 복병이 숨어 있고, 감춰진 도돌이표가 있다. 왔다가 다시 되돌아가거나, 간 만큼을 더 가야 할 때가 있는 것이다. _309쪽

『달세뇨』에는 상처를 하나씩은 가진 인물이 등장한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가는 하유, 이 세계가 몸에 맞지 않은 미리, 소중한 사람을 자살로 잃은 무진, 엄마에게 버림받은 트라우마를 가진 카모쉬. 이야기는 하유라는 거대한 기억 창고로 하여금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넘나들고, 카모쉬라는 매개로 하여금 나와 타인을 거침없이 넘나든다. 대극의 것이 하나로 이어진다는, 이어질 수 없는 것이 하나된다는, 그러니까 나와 너는 다르지 않으며, ‘인연’이라는 것은 단 하나의 끈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닌 억 겹의 타래와 같다는 것을 작가는 다성적인 형식을 통해 노래한다. 그리고 시간과 중력의 법칙 아래 인간은 스스로 한계를 짓고 말지만, 그것에서 한 발짝만 벗어나는 순간 우리는 기적 같은 세상을 맞이하고 연결될 것이라고도.

무엇인가를 안는 그 순간 우리는 세상에 혼자 선 서로를 잊어버리며 고독 속에 모든 것이 연결됨을 안다. 어머니가 하나뿐인 아기를 안듯 우리는 저마다의 상처를 안는다. 그것은 결코 소유의 차원이 아니다. 모든 사랑은 상대가 있으며 상대에겐 상대의 우주가 있다. 나의 우주와 당신의 우주가 서로를 받아들여 하나가 되는 것을 사람들은 사랑이라 부른다. 받아들인다는 것은 대상을 편견이나 분별 없이 있는 그대로 본다는 것이다. 그때의 하나는 숫자로서의 하나가 아니라 둘이면서 하나인 상태다. 한 송이 들꽃처럼 약하지만 우리는 어딘가에 연결됨으로써 세상을 안는다. _224쪽

현실 세계의 법칙으로, 지구의 분별심으로, 사랑이 아닌 소유의 차원으로 닿을 수 없는 세계를 작가 김재진은 때로는 불꽃같은 정념으로 때로는 들꽃 같은 서정으로 노래한다. 하유에서 미리로, 무진으로, 카모쉬로. 한국에서 티베트로, 미얀마로, 산티아고로, 위구르로. 천의무봉한 흐름으로 시공간을 넘나드는 이야기를 따라가다보면, 독자들은 소설 속 인물들이 기적적으로 연결되듯 『달세뇨』를 노래하는 작가와 완벽하게 하나되는 체험을 선사받을 것이다. 중력과 차원의 법칙을 넘어선 삶의 지평선, 한계 없는 존재로 다시 태어날 출발, 그것은 바로 『달세뇨』의 첫 페이지를 여는 순간 시작될 것이다.

■ 작가의 말

“내 말 알아들었으면 눈 깜박거려보세요.” 벽만 바라보며 누워 계신 노모에게 말한다. 뜨고 있지만 눈동자가 고정된 채 노모는 의식이 있는지, 없는지 구별하기조차 어렵다. “이제 곧 다른 별로 가실 거예요. 두려워하실 것도 없고, 미련 가질 것도 없어요. 슬프지만 우리 헤어질 때 안녕, 하고 웃으며 헤어져요. 알아듣겠으면 눈 깜박 해보세요.” 벽만 보던 노모의 눈이 거짓말처럼 한 번, 깜빡거리고선 감긴다.

이제 어머니는 이 별을 떠나 다른 별로 가셨다. 시작했던 소설은 만 오 년 동안 중단되었고, 노모가 돌아가시자 이번엔 내게 병이 왔다. 극심한 어지러움증이 찾아왔고, 결국 한쪽 청력을 상실했다. 이 책은 삶의 그런 파란 속에 집필되었다. 끝내지 못할 것 같은 좌절감에 컴퓨터의 전원을 몇 번이나 껐지만, 어지러움이 줄어들자 불현듯 일어나 끝을 봤다. 삶의 여기저기를 밝혀주던 진리의 스승들, 그리고 책이 출간되기까지 작고 큰 도움 아끼지 않은 분들께 고마운 마음 표한다.

■ 책 속에서

삶의 무게에 눌려 사람들은 버둥대고, 어디가 끝이며 어디가 시작인지 알 수 없는 세월의 바퀴에 치여 상처날 뿐 내가 누구인지 알고 있는 사람은 없다. 내가 누구인지 알게 되는 그 순간 나는 광활한 우주 속에 혼자 남겨진 절대적 고독 속으로 빠져들 것이다. 그것은 허무의 심연을 건너가는 배 같은 것이다. 망망대해를 혼자서 건너가는 배. _11~12쪽

“전생이란 것도 결국 윤회를 전제로 해서 성립되는 것이지. 죽고 태어나고, 또 죽고 태어나고를 반복하는 게 윤회인데, 그런 윤회의 과정이 있어야 전생도 있고, 현생도 있을 거잖아. 예를 들어 액체이던 우유를 굳히면 버터도 되고 치즈도 되지. 그런데 굳어서 버터나 치즈가 된 우유도 우유라고 부르는 게 맞을까?” _127쪽

시간은 결코 흘러가거나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시간은 과거로부터 출발해서 현재를 지나 미래로 달려가는 직행열차처럼 앞으로, 앞으로 전진하는 것이 아니다. 소유의 차원에서 시간은 모자라거나 넘치는 것이지만 존재의 차원에서 시간은 지배해야 할 대상도 아니고 속박되어야 할 대상도 아닌 그냥 인간의 생각이 만들어낸 환상일 뿐이다. _182쪽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외면하는 것보다 우리가 모르는 또다른 세계가 있다고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이 더 합리적이라고 믿어요. _183쪽

사랑을 한다면서도 사람들은 소유하길 원해요. 내 사랑, 이런 건 다 소유의 차원이지 사랑이 아니에요. 사랑은 결코 소유가 아니에요. 내 것이니 내 마음대로 하겠다는 게 어떻게 사랑일 수 있겠어요. 제 노래가 찾는 건 소유가 아니라 존재랍니다. 존재 그 자체를 사랑할 수 있는 사람만이 진짜 사랑을 할 수 있어요. 존재의 사랑을 노래하고 싶어요.” _214쪽

나 자신이 한계를 만들지 않는 한 우리는 정말 한계 없는 존재입니다.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이 한계가 없는 존재라는 그 사실을 믿으려 하질 않아요. 그래서 만들어낸 것이 바로 ‘신’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신이 인간을 만든 것이 아니라 한계를 느끼는 인간의 두려움이 신을 만들어냈다는 말이지요. 신이란 결국 내 안에 있는 존재입니다. _241쪽

구매가격 : 10,900 원

불안은 우리를 삶으로 이끈다

도서정보 : 강우성 / 문학동네 / 2020년 01월 20일 / EP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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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이트로 돌아가기

무의식, 욕망, 억압 등 프로이트가 만들어낸 정신분석 개념들은 오늘날 일상적으로 쓰이는 말이 되었다. 그러나 익숙함과 이해는 다르다. 우리는 과연 프로이트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을까?
지금까지 우리 문화에서 프로이트는 주로 의학이나 성(性) 담론으로 간주되었기에 프로이트의 사상적 측면에 대한 평가는 충분히 이루어지지 못했다. 또한 학계의 관심은 프로이트보다 그를 비판적으로 계승한 라캉의 정신분석에 더 쏠려 있었다. 라캉의 주요 저서가 제대로 번역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라캉이 관심을 끈 데에는 철학자이자 정신분석학자인 슬라보예 지젝의 영향도 컸다. 지젝을 경유한 라캉 정신분석의 유행은 프로이트를 더욱 낡은 사상가로 만들었다. 그렇지만 라캉조차 자신의 사상적 모토로 삼았던 것은 바로 프로이트로의 회귀였다.

해체론과 비평이론을 연구해온 서울대학교 영문과 강우성 교수는 수년에 걸친 ‘문학과 정신분석’ 강의를 통해 프로이트 이론을 치밀하게 분석하고 해체적으로 독해했다. 그 산물이 이 책이다. 저자는 우선 프로이트 이론의 맥락으로 돌아가 프로이트의 저작을 프로이트 방식으로 읽어낸다. 그다음 데리다, 들뢰즈, 라캉 같은 현대철학을 경유하여 프로이트 이론의 공백과 틈을 발견하고 거기서 프로이트 자신이 회피하고 불완전하게 봉합해둔 지점들까지 들여다본다. 들뢰즈의 말대로 철학의 핵심이 개념의 발명에 있다면, 프로이트 정신분석은 철학에 가장 근접한 사상이다. 그것은 삶의 증상을 분석하여 새로운 인간 이해로 이끈다.


인간은 왜 고통을 원하는가

저자가 이 ‘프로이트 세미나’의 화두로 삼은 주제는 ‘인간은 왜 고통을 원하는가’라는 물음이다. 프로이트는 정신분석학의 핵심 저서 『쾌원리의 너머』(1920)에서 ‘쾌원리’와 ‘죽음충동’ 개념을 통해, 왜 인간은 죽음을 향한 쾌에 지배되는가라는 철학적 물음을 제기하기보다 왜 인간은 고통을 자발적으로 감내하는 방식으로 삶을 추구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바로 여기에 프로이트의 사상적 위대함이 있는데, 왜 인간은 쾌원리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고통을 필요로 하는가 물음으로써 쾌와 불쾌, 죽음과 삶을 양립 불가능한 것으로 사유해온 서양철학의 이분법적 형이상학에 의문을 제기하기 때문이다.

쾌원리란 불쾌를 유발하는 긴장의 최소화나 불쾌의 완전한 제거가 아니라 쾌와 불쾌가 적절하게 균형을 이루는 경향을 말한다. 불쾌가 무화되는 죽음을 지향하거나 어떤 적극적 쾌락을 추구하는 원리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욕망이 자극하는 불쾌를 최소화하려는 죽음충동과 불쾌를 통해 만족을 찾으려는 삶충동 간의 항구적 긴장 상태를 지향하는 인간의 심리 기제가 곧 쾌원리라는 해석이 가능해진다. 저자는 억압을 제거하고 욕망을 해방시키는 일이 아니라 고통의 필연성을 통한 항상적 중용 상태에 대한 이런 열망에서 프로이트 정치학의 목표를 발견한다. 프로이트의 문명론이 담긴 『문명과 그 불만』(1930)은 이런 관점에서 읽어야 그 진가를 알 수 있다.


해설 너머의 해설

이 책에서 소제목들은 프로이트 정신분석의 주요 개념어들을 두루 포함하고 있다. 신경증, 불안, 쾌원리, 나르시시즘, 충동과 억압, 자아와 이드, 거울단계, 거세불안과 남근선망, 비애와 우울, 마조히즘, 기이함…… 따라서 이 책을 일종의 프로이트 정신분석학 사전처럼 활용하여 필요한 때 해당 개념에 대한 상세한 해설을 참고할 수 있다.

하지만 동시에 이 책은 해설 너머의 해설이기도 하다. 저자는 프로이트의 텍스트 자체가 근본적으로 해체적 글쓰기였다고 본다. 프로이트의 글은 당대 과학 담론의 글쓰기 유형과는 매우 달랐다. 특히 문학을 다룬 글과 신경증 사례를 분석한 보고서는 넓은 의미의 문화비평에 가깝다. 이 책은 이런 프로이트의 주요 저작을 일종의 ‘문학 텍스트’로 읽는 이론비평이기도 하다. 저자는 때로 프로이트를 허구적 ‘서술자’로 간주하고 그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일종의 꿈, 프로이트식으로 말하자면 실현되지 못한 소망충족의 서사로 분석한다. 이런 시각이 가장 잘 드러나는 곳이 호프만의 소설 『모래인간』에 대한 프로이트의 분석을 다룬 11강이다. 여기서 저자는 프로이트가 자신의 글 「기이함」에서 『모래인간』을 자신의 이론에 따라 어떻게 폭력적으로 ‘전유’하는지 살피고, 프로이트 이론의 서사적 완결성이 배제의 논리에 기대고 있음을 규명한다. 하지만 이런 신경증 분석 시도의 실패 사례를 통해 저자는 오히려 프로이트 자신의 무의식에 다가간다.

『모래인간』을 통해 프로이트가 설파한 거세불안과 다른 종류의 두려움과 낯섦을 느낄 수 있다면 이는 낯익은 것을 낯설게 함으로써 독자를 나타나엘의 강박에서 떨쳐나오게 만드는 문학의 불온성을 입증할 가능성이 큽니다. 기이함을 통한 프로이트의 신경증 분석 시도의 실패는 언제나 이론보다 더 풍부한 문학의 창조성에 대한 무의식적 인정으로 읽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408쪽)

이처럼 이 책은 충실한 해설에 머물지 않고 프로이트 이론의 공백과 틈을 발견하여 거기서 프로이트의 억압기제와 무의식을 읽어내고, 미처 프로이트가 열어 보이지 못한 미답의 영역을 탐구한다는 점에서 흥미진진한 지적 즐거움을 선사한다.

구매가격 : 12,800 원

꿈꾸는 책들의 도시 1부 부흐하임

도서정보 : 발터 뫼어스, 플로리안 비게 / 문학동네 / 2020년 01월 13일 / PDF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2018 독일 판타스틱 상

새로운 판타지의 도래 ‘차모니아 시리즈’
책의 세계를 향한 애정과 끝없는 상상력×풍부한 색감과 극적인 힘이 담긴 이미지?

전 세계 독자들을 열광시킨 환상과 모험의 이야기
소설에서 화려한 그래픽노블로!

현재 독일에서 상업?적으로 가장 성공한 작가인 발터 뫼어스 최고의 판타지 ‘차모니아 시리즈’, 그중에서도 특히 큰 사랑을 받은 부흐하임 3부작 중 1부 『꿈꾸는 책들의 도시』가 전2권의 그래픽노블로 다시 태어났다. 일러스트레이터 플로리안 비게와의 환상적인 협업으로 탄생한 그래픽노블 『꿈꾸는 책들의 도시』는 발터 뫼어스의 책에 대한 각별한 애정과 폭발적인 상상력이 풍부한 색감과 극적인 힘이 담긴 이미지와 만나면서 삼차원에 가까운 판타지 세계를 새롭게 창조해냈다. 이전에도 발터 뫼어스와 함께 차모니아 시리즈의 첫 책이자 톨킨의 『반지의 제왕』보다 재미있다는 평을 받은 『캡틴 블루베어의 13과 2분의 1 인생』의 일러스트 컬러판을 작업한 비게는 기상천외한 모험담을 읽는 재미에 다채롭고 호화로운 그림을 보는 즐거움까지 더해준다.

그래픽노블 1부 부흐하임은 린트부름 요새에 살던 공룡 작가 힐데군스트 폰 미텐메츠가 부흐하임을 찾게 된 사연과 그곳에서 지하세계로 쫓겨나기까지의 이야기를, 2부 지하묘지는 미텐메츠를 위협하는 적, 그를 돕는 친구들의 이야기와 지하세계를 탈출하기 위한 험난한 여정을 담고 있다. 발터 뫼어스 특유의 유머와 천재적인 비유가 살아 숨쉬며 독자들을 단번에 사로잡았던 원작의 입담은 말풍선 안 대사와 지문으로 각색되어 독서의 새로운 리듬을 만들어내고, 작가의 상상력으로 만들어진 가상의 공간과 캐릭터들은 디테일이 살아 있는 그림과 다양한 형태의 글자를 통해 시각적인 만족감을 선사한다. 소설을 읽으며 머릿속으로 상상해왔던 부흐하임 그 이상을 디테일하게 화면에서 펼쳐 보이는 그래픽노블은 마치 미텐메츠와 함께 그 공간에 있는 듯한 실감을 불러일으켜 차모니아 시리즈 팬들의 열광적인 지지를 이끌어낸다.

2018년 플로리안 비게에게 독일어로 된 최고의 만화에 주어지는 독일 판타스틱 상 수상의 영예를 안긴 그래픽노블 1부 말미에는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화보를 수록해 화려함의 극치로 탄성을 자아내고, 용어 해설을 실어 부흐하임과 다양한 캐릭터의 보다 깊이 있는 이해를 도왔다. 2부 말미에는 메이킹 스케치가 실려 그래픽노블의 제작과 두 작가의 협업과정을 엿볼 수 있다. 발터 뫼어스가 제일 먼저 소설 줄거리와 대화를 그림 설명과 맞추는 것을 시작으로 흑백의 밑그림을 그리면 플로리안 비게는 그것을 바탕으로 채색을 위한 스케치를 한 다음 색을 입혔고 그후 서체 작업이 이루어졌다. 이런 작업의 단계를 예를 들어 설명하고, 발터 뫼어스와 플로리안 비게 듀오가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수작업으로 제작한 주요 캐릭터 미텐메츠와 키비처, 아나자지, 부흐링과 그림자 제왕의 삼차원 모형 사진도 소개한다. “눈이 즐거운 문학적 축제”를 위해 두 작가가 얼마나 심혈을 기울였는지 짐작해볼 수 있다.

내가 이 책이 지금까지 독일에서 만들어진 그래픽노블 중 가장 비용이 많이 든 작품이라고 주장한다면 뻔뻔한 과장처럼 들릴 것이다. 그러나 작업시간과 조사, 내용 준비, 스케치와 그림에 든 수고, 손글씨와 모형 제작을 기준으로 삼는다면, 우리 작품에 도전할 만화가 과연 있는지 보고 싶다. 플로리안 비게와 나는 몇 년 동안 구상하고 텍스트 작업을 했다. 사진을 찍고 스케치를 했으며, 책을 뒤지고 영화를 연구하고 인터넷을 뒤졌다. 도대체 제정신이냐고 가끔 자문하게 되는 작업이다. 그럴 때면 머릿속에서 이렇게 대답하는 가느다랗고 나지막한 소리를 듣는다. “아니!” 발터 뫼어스

부흐하임으로 떠나는 미텐메츠의 첫번째 모험!
독서가 진짜 모험인 그곳에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이 책을 읽겠다고 각오한 용감무쌍한 친구들이여,
먼 길을 가야 하니 신발끈을 꽉 조여라!
미로 같은 어두운 길을 지나 지구의 내장까지 내려가야 한다
부디 무슨 일과 맞닥뜨리든 용기를 잃지 말길!

서부 차모니아 둘Dull 고원의 돌사막 한가운데 솟은 린트부름 요새, 그곳에서는 누구나 시적 재능을 타고나 작가가 되길 꿈꾼다. 젊은 린트부름 작가 힐데군스트 폰 미텐메츠 역시 아직은 한 권의 책도 출간하지 못했지만 언젠가는 그렇게 될 수 있기를 바라며 대부시인 단첼로트에게서 읽기와 쓰기에 관한 모든 것을 전수받는 중이다. 단첼로트가 차모니아 역사상 가장 완벽하다는 원고를 남긴 채 숨을 거두고 미텐메츠는 베일에 싸인 원고의 주인을 찾아 부흐하임으로 떠나면서 이야기는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어디나 책이 있고, 출판사와 인쇄소, 종이공장, 책 관련 일을 하는 가게와 작업실과 수공업장, 고서점이 밀집해 있으며, 거리마다 위대한 작가의 작품을 낭송하고 막 나온 소설들을 광고하는 외침이 끊이지 않는 그곳 부흐하임은 작가가 쓰고 종이에 인쇄된 단어를 중심으로 모든 것이 움직이는 곳, 그야말로 삶과 문학이 일치하는 곳이다. 물론 책이 재미있고 흥미로울 뿐 아니라 독자를 미치게 하거나 죽일 수도 있는, 독서가 진짜 모험인 장소이며 책 사냥꾼들이 원하는 책을 손에 넣기 위해 피비린내 나는 싸움을 서슴지 않는 곳이기도 하다.

미텐메츠는 마치 삽화가 풍부한 책 같은 부흐하임 곳곳을 누비며 수수께끼의 작가에 대해 수소문하기 시작한다. 상대의 생각을 읽는다는 아이데트 종족인 키비처 박사와 슈렉스라 불리는 여성 공동체의 일원인 이나제아 아나자지의 고서점을 방문하고, 재능은 없지만 잘 팔리는 작가를 찾는다는 에이전트 하르펜슈톡을 만나 의문의 원고를 보여준 뒤, 부흐하임 최고의 필적전문가 피스토메펠 스마이크를 소개받고 검은 남자 골목 333번지로 찾아간다. 도움을 받을 수 있으리라는 기대와 달리 피스토메펠의 술수에 넘어가 부흐하임의 지하묘지로 추락하고, 매혹적이면서도 위험천만한 그 공간에서 미텐메츠의 새로운 여정이 시작된다.


미로로 얽힌 비밀스러운 지하, 여기서 이야기가 계속된다
화면으로 만나는 발터 뫼어스-플로리안 비게 듀오의 판타지 세계

책을 뱉어내는 기계장치, 책으로 벽을 이룬 거대 건물,
이곳에선 책을 먹고 책을 타고, 책이 날아다닌다
사랑하는 친구들이여, 화재 경종이 울린 뒤
내 험난한 여정이 어떻게 끝나는지 궁금하지 않은가

부흐링은 부흐하임 지하에서 무시무시한 외눈박이 난쟁이 종족으로 악명 높지만, 위기에 처한 미텐메츠에게 가장 든든한 피난처가 되어준다. 미텐메츠는 부흐링들의 이름을 알아맞히는 오름 의식을 치른 뒤, 책을 뱉어내는 책 기계장치가 자리잡은 가죽 동굴, 수정의 숲, 직접 운영하는 인쇄소와 양초공장, 책을 수선하는 요양소, 다이아몬드 정원까지 부흐링의 공간 곳곳을 둘러보고, 그들의 안내로 부흐하임 최고의 영웅이자 전설적인 책 사냥꾼 레겐샤인을 만나 그 역시 피스토메펠의 덫에 걸려 지하로 추방되었다는 걸 알게 된다.

그때 책 사냥꾼들의 습격이 시작되어 가죽 동굴이 파괴되고, 부흐링들의 도움을 받아 책을 타고 가까스로 그곳을 빠져나온 미텐메츠는 책으로 지어진 불가사의한 성에 이른다. 그리고 그곳에서 드디어 지하묘지의 가장 두려운 생명체로 알려진 그림자 제왕과 대면한다……

떠도는 소문대로 그림자 제왕은 유령일까, 악마일까. 미텐메츠를 지하로 쫓아낸 피스토메펠의 속셈은 무엇일까. 미텐메츠는 문제의 원고를 쓴 작가를 찾고 부흐하임의 지하묘지에서 탈출할 수 있을까. 목숨을 걸고 읽어야 하는 책, 겁쟁이들은 읽지 말라는 경고로 시작되는 이 책은 책을 사랑하는 용기 있는 독자들을 위해 어떤 결말을 준비해두었을까.

발터 뫼어스는 가상의 공간 부흐하임에서 펼쳐지는 기상천외한 모험 이야기를 통해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작가로 우뚝 섰다. 이번에는 그래픽노블이다. 진기한 책들의 도시, 더없이 사랑스러운 힐데군스트 폰 미텐메츠가 눈앞에 있다. 화면에 구현된 이미지가 너무 생생해서 삼차원 영상을 보는 느낌까지 준다. 차모니아 시리즈의 팬에게는 또하나의 깜짝 선물이, 부흐하임에 첫발을 내디디는 독자에게는 멋진 길잡이가 돼주기에 충분하다.


▶ 언론평

탁월하고 풍성하고 센세이셔널한 책.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

발터 뫼어스는 독서에 바치는 매력적인 오마주인 소설을 아무리 봐도 싫증나지 않는 그림의 세계로 옮겨놓았다. 베를리너 차이퉁

영혼과 위트가 깃든 판타지-서사시. 호화로운 그림을 통해 문학의 세계에 바치는 사랑의 고백을 스펙터클한 영상으로 상상할 수 있다. 슈테른

그림 하나하나가 그 자체로 한 편의 소설이다. 베스트팔렌 블라트

눈이 즐거운 문학적 축제. 책을 읽는 독자들은 영화관에 앉아 있는 느낌일 것이다. 외코 테스트

발터 뫼어스는 ‘완벽한 원고’에 관한 환상적인 소설을 그림을 위한 시나리오로 훌륭하게 개작했고, 플로리안 비게는 이를 거의 삼차원에 가까운 호화로운 그림들로 변형시켰다. 뵈르젠블라트

구매가격 : 13,200 원

꿈꾸는 책들의 도시 2부 지하묘지

도서정보 : 발터 뫼어스, 플로리안 비게 / 문학동네 / 2020년 01월 13일 / PDF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2018 독일 판타스틱 상

새로운 판타지의 도래 ‘차모니아 시리즈’
책의 세계를 향한 애정과 끝없는 상상력×풍부한 색감과 극적인 힘이 담긴 이미지?

전 세계 독자들을 열광시킨 환상과 모험의 이야기
소설에서 화려한 그래픽노블로!

현재 독일에서 상업?적으로 가장 성공한 작가인 발터 뫼어스 최고의 판타지 ‘차모니아 시리즈’, 그중에서도 특히 큰 사랑을 받은 부흐하임 3부작 중 1부 『꿈꾸는 책들의 도시』가 전2권의 그래픽노블로 다시 태어났다. 일러스트레이터 플로리안 비게와의 환상적인 협업으로 탄생한 그래픽노블 『꿈꾸는 책들의 도시』는 발터 뫼어스의 책에 대한 각별한 애정과 폭발적인 상상력이 풍부한 색감과 극적인 힘이 담긴 이미지와 만나면서 삼차원에 가까운 판타지 세계를 새롭게 창조해냈다. 이전에도 발터 뫼어스와 함께 차모니아 시리즈의 첫 책이자 톨킨의 『반지의 제왕』보다 재미있다는 평을 받은 『캡틴 블루베어의 13과 2분의 1 인생』의 일러스트 컬러판을 작업한 비게는 기상천외한 모험담을 읽는 재미에 다채롭고 호화로운 그림을 보는 즐거움까지 더해준다.

그래픽노블 1부 부흐하임은 린트부름 요새에 살던 공룡 작가 힐데군스트 폰 미텐메츠가 부흐하임을 찾게 된 사연과 그곳에서 지하세계로 쫓겨나기까지의 이야기를, 2부 지하묘지는 미텐메츠를 위협하는 적, 그를 돕는 친구들의 이야기와 지하세계를 탈출하기 위한 험난한 여정을 담고 있다. 발터 뫼어스 특유의 유머와 천재적인 비유가 살아 숨쉬며 독자들을 단번에 사로잡았던 원작의 입담은 말풍선 안 대사와 지문으로 각색되어 독서의 새로운 리듬을 만들어내고, 작가의 상상력으로 만들어진 가상의 공간과 캐릭터들은 디테일이 살아 있는 그림과 다양한 형태의 글자를 통해 시각적인 만족감을 선사한다. 소설을 읽으며 머릿속으로 상상해왔던 부흐하임 그 이상을 디테일하게 화면에서 펼쳐 보이는 그래픽노블은 마치 미텐메츠와 함께 그 공간에 있는 듯한 실감을 불러일으켜 차모니아 시리즈 팬들의 열광적인 지지를 이끌어낸다.

2018년 플로리안 비게에게 독일어로 된 최고의 만화에 주어지는 독일 판타스틱 상 수상의 영예를 안긴 그래픽노블 1부 말미에는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화보를 수록해 화려함의 극치로 탄성을 자아내고, 용어 해설을 실어 부흐하임과 다양한 캐릭터의 보다 깊이 있는 이해를 도왔다. 2부 말미에는 메이킹 스케치가 실려 그래픽노블의 제작과 두 작가의 협업과정을 엿볼 수 있다. 발터 뫼어스가 제일 먼저 소설 줄거리와 대화를 그림 설명과 맞추는 것을 시작으로 흑백의 밑그림을 그리면 플로리안 비게는 그것을 바탕으로 채색을 위한 스케치를 한 다음 색을 입혔고 그후 서체 작업이 이루어졌다. 이런 작업의 단계를 예를 들어 설명하고, 발터 뫼어스와 플로리안 비게 듀오가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수작업으로 제작한 주요 캐릭터 미텐메츠와 키비처, 아나자지, 부흐링과 그림자 제왕의 삼차원 모형 사진도 소개한다. “눈이 즐거운 문학적 축제”를 위해 두 작가가 얼마나 심혈을 기울였는지 짐작해볼 수 있다.

내가 이 책이 지금까지 독일에서 만들어진 그래픽노블 중 가장 비용이 많이 든 작품이라고 주장한다면 뻔뻔한 과장처럼 들릴 것이다. 그러나 작업시간과 조사, 내용 준비, 스케치와 그림에 든 수고, 손글씨와 모형 제작을 기준으로 삼는다면, 우리 작품에 도전할 만화가 과연 있는지 보고 싶다. 플로리안 비게와 나는 몇 년 동안 구상하고 텍스트 작업을 했다. 사진을 찍고 스케치를 했으며, 책을 뒤지고 영화를 연구하고 인터넷을 뒤졌다. 도대체 제정신이냐고 가끔 자문하게 되는 작업이다. 그럴 때면 머릿속에서 이렇게 대답하는 가느다랗고 나지막한 소리를 듣는다. “아니!” 발터 뫼어스

부흐하임으로 떠나는 미텐메츠의 첫번째 모험!
독서가 진짜 모험인 그곳에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이 책을 읽겠다고 각오한 용감무쌍한 친구들이여,
먼 길을 가야 하니 신발끈을 꽉 조여라!
미로 같은 어두운 길을 지나 지구의 내장까지 내려가야 한다
부디 무슨 일과 맞닥뜨리든 용기를 잃지 말길!

서부 차모니아 둘Dull 고원의 돌사막 한가운데 솟은 린트부름 요새, 그곳에서는 누구나 시적 재능을 타고나 작가가 되길 꿈꾼다. 젊은 린트부름 작가 힐데군스트 폰 미텐메츠 역시 아직은 한 권의 책도 출간하지 못했지만 언젠가는 그렇게 될 수 있기를 바라며 대부시인 단첼로트에게서 읽기와 쓰기에 관한 모든 것을 전수받는 중이다. 단첼로트가 차모니아 역사상 가장 완벽하다는 원고를 남긴 채 숨을 거두고 미텐메츠는 베일에 싸인 원고의 주인을 찾아 부흐하임으로 떠나면서 이야기는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어디나 책이 있고, 출판사와 인쇄소, 종이공장, 책 관련 일을 하는 가게와 작업실과 수공업장, 고서점이 밀집해 있으며, 거리마다 위대한 작가의 작품을 낭송하고 막 나온 소설들을 광고하는 외침이 끊이지 않는 그곳 부흐하임은 작가가 쓰고 종이에 인쇄된 단어를 중심으로 모든 것이 움직이는 곳, 그야말로 삶과 문학이 일치하는 곳이다. 물론 책이 재미있고 흥미로울 뿐 아니라 독자를 미치게 하거나 죽일 수도 있는, 독서가 진짜 모험인 장소이며 책 사냥꾼들이 원하는 책을 손에 넣기 위해 피비린내 나는 싸움을 서슴지 않는 곳이기도 하다.

미텐메츠는 마치 삽화가 풍부한 책 같은 부흐하임 곳곳을 누비며 수수께끼의 작가에 대해 수소문하기 시작한다. 상대의 생각을 읽는다는 아이데트 종족인 키비처 박사와 슈렉스라 불리는 여성 공동체의 일원인 이나제아 아나자지의 고서점을 방문하고, 재능은 없지만 잘 팔리는 작가를 찾는다는 에이전트 하르펜슈톡을 만나 의문의 원고를 보여준 뒤, 부흐하임 최고의 필적전문가 피스토메펠 스마이크를 소개받고 검은 남자 골목 333번지로 찾아간다. 도움을 받을 수 있으리라는 기대와 달리 피스토메펠의 술수에 넘어가 부흐하임의 지하묘지로 추락하고, 매혹적이면서도 위험천만한 그 공간에서 미텐메츠의 새로운 여정이 시작된다.


미로로 얽힌 비밀스러운 지하, 여기서 이야기가 계속된다
화면으로 만나는 발터 뫼어스-플로리안 비게 듀오의 판타지 세계

책을 뱉어내는 기계장치, 책으로 벽을 이룬 거대 건물,
이곳에선 책을 먹고 책을 타고, 책이 날아다닌다
사랑하는 친구들이여, 화재 경종이 울린 뒤
내 험난한 여정이 어떻게 끝나는지 궁금하지 않은가

부흐링은 부흐하임 지하에서 무시무시한 외눈박이 난쟁이 종족으로 악명 높지만, 위기에 처한 미텐메츠에게 가장 든든한 피난처가 되어준다. 미텐메츠는 부흐링들의 이름을 알아맞히는 오름 의식을 치른 뒤, 책을 뱉어내는 책 기계장치가 자리잡은 가죽 동굴, 수정의 숲, 직접 운영하는 인쇄소와 양초공장, 책을 수선하는 요양소, 다이아몬드 정원까지 부흐링의 공간 곳곳을 둘러보고, 그들의 안내로 부흐하임 최고의 영웅이자 전설적인 책 사냥꾼 레겐샤인을 만나 그 역시 피스토메펠의 덫에 걸려 지하로 추방되었다는 걸 알게 된다.

그때 책 사냥꾼들의 습격이 시작되어 가죽 동굴이 파괴되고, 부흐링들의 도움을 받아 책을 타고 가까스로 그곳을 빠져나온 미텐메츠는 책으로 지어진 불가사의한 성에 이른다. 그리고 그곳에서 드디어 지하묘지의 가장 두려운 생명체로 알려진 그림자 제왕과 대면한다……

떠도는 소문대로 그림자 제왕은 유령일까, 악마일까. 미텐메츠를 지하로 쫓아낸 피스토메펠의 속셈은 무엇일까. 미텐메츠는 문제의 원고를 쓴 작가를 찾고 부흐하임의 지하묘지에서 탈출할 수 있을까. 목숨을 걸고 읽어야 하는 책, 겁쟁이들은 읽지 말라는 경고로 시작되는 이 책은 책을 사랑하는 용기 있는 독자들을 위해 어떤 결말을 준비해두었을까.

발터 뫼어스는 가상의 공간 부흐하임에서 펼쳐지는 기상천외한 모험 이야기를 통해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작가로 우뚝 섰다. 이번에는 그래픽노블이다. 진기한 책들의 도시, 더없이 사랑스러운 힐데군스트 폰 미텐메츠가 눈앞에 있다. 화면에 구현된 이미지가 너무 생생해서 삼차원 영상을 보는 느낌까지 준다. 차모니아 시리즈의 팬에게는 또하나의 깜짝 선물이, 부흐하임에 첫발을 내디디는 독자에게는 멋진 길잡이가 돼주기에 충분하다.


▶ 언론평

탁월하고 풍성하고 센세이셔널한 책.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

발터 뫼어스는 독서에 바치는 매력적인 오마주인 소설을 아무리 봐도 싫증나지 않는 그림의 세계로 옮겨놓았다. 베를리너 차이퉁

영혼과 위트가 깃든 판타지-서사시. 호화로운 그림을 통해 문학의 세계에 바치는 사랑의 고백을 스펙터클한 영상으로 상상할 수 있다. 슈테른

그림 하나하나가 그 자체로 한 편의 소설이다. 베스트팔렌 블라트

눈이 즐거운 문학적 축제. 책을 읽는 독자들은 영화관에 앉아 있는 느낌일 것이다. 외코 테스트

발터 뫼어스는 ‘완벽한 원고’에 관한 환상적인 소설을 그림을 위한 시나리오로 훌륭하게 개작했고, 플로리안 비게는 이를 거의 삼차원에 가까운 호화로운 그림들로 변형시켰다. 뵈르젠블라트

구매가격 : 13,200 원

무너지지 말고 무뎌지지도 말고

도서정보 : 이라윤 / 문학동네 / 2020년 01월 13일 / EPUB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중환자실의 ‘민폐덩어리’가 ‘터널의 불빛’이 되기까지
삶과 죽음, 그 경계에서 만난 사람들

“넌 중환자실에서 뭐가 가장 힘들어? 난 한 공간 안에 갇혀 있는 거. 감옥 같아.”
“선생님, 전 사람 죽는 게 가장 힘들어요. 죽는 걸 지켜보는 것도 힘들고, 죽은 사람 정리하는 것도 힘들고. 근무 끝나고 집에 가서 잠이 들면 꿈속에서 그 장면이 반복돼요. 그래서 잠을 자도 잔 것 같지가 않아요.” (‘애증의 관계’, 20쪽)

의식 없는 환자들이 인공호흡기를 달고 있고, 24시간짜리 투석기가 여기저기서 돌아가는 곳. 기계의 알람음과 경고등이 수시로 울려대는 중환자실에서는 사소한 실수도 허용되지 않는다. 처음 하는 일이어도 실수 없이 척척 해내야 하고, 걷지 못하고 말도 못 하는 환자들의 요구사항을 눈치껏 빠르게 해결해줘야 한다. 이 책은 바쁘고 예민한 선배들 사이에서, 위태로운 환자들 앞에서 능숙하게 대처할 줄 모르는 스스로를 진로방해만 하는 ‘민폐덩어리’라 생각했던 중환자실 신규 간호사의 기록이다. 여느 신입사원이 그렇듯 실무에 대해 잘 모르는 상태로 중환자실에 들어섰지만 눈에 거슬리거나 튀는 행동은 절대 금물이었다. 중환자실이 무서운 건 신규 간호사도 마찬가지였다.

병원은 원래 지병을 가지고 있다가 오는 사람도 있고 갑작스럽게 오게 된 사람들도 있다. 특히 중환자실은 갑작스럽게 오는 경우가 많다. 중환자실에 누워 보호자와도 같이 있지 못하고, 사회와 단절된 채 침대 밑으로는 전혀 내려오지 못하니 참 답답할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죽음의 최전방에서 어두운 터널을 지나가는 느낌일 것이다. 어쩌면 의료진의 역할이란 어두운 터널에서 불빛 하나가 되어주는 것이 아닐까. 어두운 하늘에 달과 별이 빛을 내 어둠을 밝혀주듯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깜깜한 곳에서 손전등을 켜고 같이 걸어가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암흑’, 235쪽)

책 속에는 저자가 중환자실에서 만난 다양한 환자들이 등장한다. 음독자살을 시도했다가 구조됐으나 정신이 들자마자 “나 좀 죽여줘, 제발 부탁이야”라며 간곡히 부탁하는 환자, 잘 적응한 듯 보였는데 면회시간에 “여보, 나 여기 무서워……”라며 아내를 붙잡는 환자, 개인물품은 소지할 수 없는 중환자실에서 “너네 내 카드로 삼겹살 회식하고 온 거 다 알아!”라고 고함지르는 환자, 이불 안에서 몰래 인절미를 먹다가 입 주위에 가루를 가득 묻혀 들켜버린 환자. 책장을 넘기다보면 차가움과 따뜻함을 넘나드는 중환자실의 온도가 그대로 전해진다. 특히, 의식이 있는지 체크하는 간호사에게 “내가 여기에 죽어 있는 거야, 살아 있는 거야?”라고 묻는 환자는 중환자실이 어떤 곳인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태움, 간호사 장기자랑, 의사와의 갈등, 병원의 지나친 서비스업화……
신규 간호사 눈으로 본 간호업계의 민감한 문제들

수술실에서 일하던 후배가 두 달도 못 버티고 나가면서 했던 말이 있다. 수술실은 감염 위험성을 낮추기 위해 수술실의 온도를 낮게 해두는데, 너무 추워서 카디건을 입고 싶어도 경력이 낮으면 입을 수 없다고 했다. 추워서 카디건을 입는 데도 경력이 필요한 것인가? (‘건방진 신규 간호사’, 114쪽)

왜 해외 간호사에 관련된 책만 쏟아질까? 한국에서는 인정받으며 일하지 못하고 궁지로 몰리는 탓에 간호사들이 해외로 가는 건 아닐까? 이렇게 해외로 한명 두명 가다보면 한국의 병원은 누가 지키게 될까? 머지않아 독일 같은 나라처럼 문화나 말이 통하지 않는 간호사들에게 간호받게 되는 날이 오지 않을까? (‘콩쥐 간호사’, 131쪽)

간호업계는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다. ‘영혼이 재가 될 때까지 태운다’는 태움 문제부터 신규 간호사들에게 장기자랑을 강요하는 악습, 환자와 보호자를 ‘손님’ 대하듯 서비스 경쟁을 우선시하는 병원 분위기, 의사에게 집중된 권한으로 발생하는 문제 등 꾸준히 논의되는 간호업계의 이슈들이 저자의 시선을 통해 구체적으로 언급된다. 환자의 중증도가 높은 중환자실에서는 저마다 신경이 날카롭다보니 그로 인한 태움과 폭언, 민원사건 들이 끊이지 않는다. 또한 병원은 간호사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팀을 이루어 일하는 곳이지만, 대부분의 잔업들이 간호사에게만 집중되는 경향이 있는데 이를 두고 저자는 ‘콩쥐 간호사’라 표현한다.

하루가 끝나면 잘못한 일을 확실히 반성하고 자책한 다음, 두려움을 제로잉한다. 제로베이스로 만드는 것이다. 불필요한 감정들을 0으로 만들기 위해서. 행여 혼이 날까 일어나지도 않은 일들을 무서워하거나, 해야 할 일을 못 하는 것을 두려워하기로 했다. 두려워하는 것을 두려워하기로 했다. (‘Zeroing’, 42쪽)

좀처럼 바뀌지 않을 것 같은 임상 앞에서 그만두거나 그냥 견디거나, 두 가지 길만이 있는 듯 보이는 현실은 절망스럽다. 하나둘 떠나는 동기와 선배들을 지켜보면서 계속 병원에 남아 간호사로 일한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이라윤 간호사는 자기만의 답을 조금씩 찾아가며 성장하는 중이다. 첫째로, 부당함을 직면하고 목소리를 낼 것. 건방지다는 말을 들을 지라도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작지만 필요한 목소리를 내보는 것이다. 둘째로, 하루하루의 제로잉(zeroing). 그날 있었던 일들을 찬찬히 되돌아본 후 반성할 것은 반성하고 다시 0에서부터 담담하게 시작한다. 살기 위해서는, 적어도 이 일을 계속하기 위해서는 무뎌져야 했기 때문이다.

죽음의 최전방에서 시작한 사회생활
생업을 대하는 90년대생 ‘간호초년생’의 속마음

“아니, 왜 석션을 제대로 못해?”
“선생님, 석션하는 게 무서워요. 갑자기 심장이 멈춰버릴까봐……”
“이 정도 가지고 무서워하면 중환자실에서 일 어떻게 할래?” (‘애증의 관계’, 14쪽)

2018년 12월 기준 간호사 평균 연령은 28.7세, 전체 활동 간호사의 76.4%는 20대, 평균 재직기간은 6.2년이다. 입사 시기는 빠르지만 근속 연수는 매우 낮은 편이다. 경력자가 버티지 못하고 나간 자리를 신규 간호사로만 채우는 분위기도 존재한다. 누구나 경력이 쌓이기 전에 신규 시절을 거친다. 경험을 쌓고 요령을 터득해나가는 과정에서 시행착오를 겪는 건 당연하지만, 유독 간호사에게는 그 시기가 혹독하다. 작은 실수 하나로도 환자 상태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압박감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탓이다. 저자는 한국 간호사 평균 나이에 이 책을 썼다. 지금도 많은 간호사들이 혹독한 신규 시절을 견디지 못해 업계를 떠나고 있고, 그 역시 한 해에만 스무 명이 넘는 간호사들의 떠나는 뒷모습을 봐야 했다.

‘사회생활 5년 차’. 경력이 아주 많다곤 할 수 없지만 일을 막 시작한 단계도 아니다. 이제 손으로는 제법 능숙하게 루틴 일을 다루면서도 머릿속으로는 이직을 하느냐, 이민을 가느냐, 업계를 떠나느냐 깊이 고민하게 되는 시기다. 그는 지난 신규 시절을 돌아보며 간호사라는 직업을 미워하기만 했다면 이렇게 기록을 남기지 못했을 거라고 고백한다. 하루하루 다양한 사연이 있는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 새로운 상황을 겪는 만큼 자신의 새로운 면을 계속 발견하게 되는 소득이 있다고 말한다. 이 일이 도저히 감당하기 벅차다고 느껴지면 언제든지 떠날 수 있다는 마음으로, 하지만 다른 것에 휩쓸리듯 떠나지는 않겠다는 나름의 다짐으로 마음의 중심을 잡는다. 내일도 반복될 ‘애증’의 출근길 앞에서 스스로에게, 또 저마다의 길을 치열하게 걷고 있을 이들에게 몸으로 터득한 위로의 메시지를 전하는 책이다.

누군가의 슬픔과 죽음 앞에 부디 무뎌지지 않기를, 그럼에도 무너지지 않기를.

구매가격 : 9,500 원

셀린

도서정보 : 피터 헬러 / 문학동네 / 2019년 05월 20일 / EPUB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실종 사건 해결률 96퍼센트,
번득이는 통찰력과 백발백중 사격 실력을 갖춘,
우아하고 파격적인 할머니 탐정의 수사가 시작된다!


“셀린은 올해 가장 잊을 수 없는 캐릭터 중 하나다.
직설적이고, 지적으로 흠잡을 데 없으며,
지극히 현명하면서도 콧대 높은 매력을 발산한다는 점에서.” _엘르



『셀린』은 소설 데뷔작인 『도그 스타』(2012)를 통해 헤밍웨이에 비견되며 문학적 역량을 인정받은 미국 작가 피터 헬러의 세번째 장편소설이자, 그가 처음으로 도전하는 탐정소설이다. 작가는 특유의 시적이고 서정적인 문체와 섬세하고 풍부한 묘사를 장르적 요소와 결합시켜 피터 헬러만의 특별한 탐정소설을 탄생시켰다. 무엇보다 이 소설에서 가장 빛나는 것은 작품의 중심에서 화려하고 강력한 매력으로 독자를 끌어당기는 주인공 셀린이다. 이십여 년 전 홀연히 사라져버린 유명 사진작가의 실종 미스터리를 풀어가는 이 사립탐정이 더욱 특별한 이유는, 그녀가 일흔을 바라보는 노년의 여성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고급스러운 재킷과 장신구를 걸친 이 귀부인이 그저 연륜으로만 무장했다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그녀는 번득이는 지성과 예리한 관찰력은 물론이고, 권총과 소총을 가리지 않는 백발백중의 사격 실력을 지녔다. 작가의 어머니를 실제 모델로 한 이 우아하고 파격적인 할머니 탐정은 소설의 마지막 페이지까지 독자를 이야기의 궤도에 단단히 붙들어놓는다.


감쪽같이 사라진 유명 사진작가,
그 수수께끼를 파헤치는 노부부 탐정단의
고요하지만 위험천만한 여정

부유한 명문 가문에서 태어난 셀린은 파리에 살며 영어보다 프랑스어를 먼저 배웠다. 일곱 살에 뉴욕으로 온 그녀는 고급 사립학교를 다니다가 세라로런스대학에 진학해 미술을 전공했지만, 전형적인 부유층의 삶에는 처음부터 흥미가 없었다. 그녀는 스스로 상류사회의 ‘아웃사이더’가 되기를 선택했고, 남편이자 수사 파트너인 피트와 함께 헤어진 혈육을 찾아주는 실종 사건 전문 사립탐정으로 일하며 칠십 년에 가까운 세월을 살아왔다. 과묵하지만 다정하고 사려 깊은 피트는 셀린의 가장 든든한 우군이자 눈빛만으로도 그녀의 마음을 읽어내는 최고의 반려자다. 그러나 일 년여 전 언니와 여동생을 잃고 슬픔에 잠긴 셀린은 자신에게 탐정 일을 계속할 의지가 남아 있는지 의문이다. 그러던 어느 날 셀린의 대학 후배라는 여성에게서 전화가 한 통 걸려온다. 우연히 동문 잡지를 통해 셀린에 대해 알게 되었다는 가브리엘라는 이십여 년 전 실종된 아버지 폴 러몬트를 찾아달라고 부탁한다.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스타 사진작가였던 폴 러몬트는 가브리엘라의 여덟 살 생일날 나들이를 갔던 바닷가에서 갑자기 덮쳐온 파도에 끔찍이 사랑했던 아내 아마나를 잃고 삶의 의욕을 상실한 채 술에 의지해 살아간다. 그리고 가브리엘라가 스무 살이 되던 해, 촬영차 옐로스톤국립공원에 갔다가 실종된다. 속전속결로 이뤄진 수사 결과 폴은 회색곰의 습격을 받아 사망한 것으로 결론이 난다. 그러나 가브리엘라는 시신조차 발견되지 않은 채 서둘러 마무리된 폴의 사망 선고에 의문을 품어왔다. 셀린은 어머니와 아버지를 차례로 잃고 거듭되는 상실에 상처를 입으며 살아온 가브리엘라에게 깊은 동질감과 안타까움을 느끼고 고민 끝에 사건을 맡기로 한다.

피트와 함께 옐로스톤국립공원으로 향한 셀린은 폴의 흔적을 되짚어가는 과정에서 정말로 그의 실종에 석연치 않은 점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렇게 그들이 진실을 향해 가까이 다가갈수록, 어두운 위협의 그림자 또한 짙어져가고, 급기야 셀린과 피트는 누군가가 자신들을 미행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린다. 그 즉시 셀린은 직감한다. 폴 러몬트의 실종 사건 뒤에 생각보다 더 거대하고 위험한 음모가 도사리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범인은 회색곰이 아니라, 그보다 더 무섭고 은밀한 존재일지도 모른다는 것을.


강철 같은 강인함, 칼날 같은 예리함,
우아한 유머 감각을 모두 갖춘
전에 없고 다시없을 ‘할머니’ 탐정의 탄생

“셀린에게는 미미의 표현대로 ‘낙오자 기질’이 있었다. 언제나 약자, 박탈당한 자, 아이들, 돈도 권력도 없는 사람들 편을 들었다. (…) 셀린은 첫 배를 타고 와서 열심히 일해 자수성가한 가문의 망토를 둘러쓰고 살았지만, 가끔 피부에 쓸리는 그 망토를 미련 없이 벗어 베레모와 함께 옷걸이에 걸어두고 나갈 때 가장 행복했다.” _본문 21쪽

소설의 제목이 ‘셀린’이라는 사실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 이 작품의 핵심은 바로 셀린이라는 매력적인 인물이다. 일반적으로 노년의 여성에게 기대되는 전형성을 깨부수는, 혹은 그 전형성을 역으로 이용하여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셀린의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두말할 나위 없이 통쾌하고 유쾌하다. 하지만 이 소설은 셀린이라는 뛰어난 탐정의 외적인 모험담에만 관심을 집중하지는 않는다. 폴 러몬트의 과거 흔적을 되짚어가는 과정에서 셀린이 마주하는 자기 자신의 과거와 오래된 상처가 작품의 또다른 중심축을 이룬다. 현재의 수사 과정과 셀린의 어린 시절 일화를 교차하여 서술하는 방식을 택함으로써, 작가는 셀린이라는 특별한 사람의 삶을 또하나의 미스터리로 다룬다. 셀린이 실종 사건의 단서를 하나씩 발견하는 것과 동시에 독자는 셀린의 삶에 대한 단서를 하나씩 얻게 된다.

“지금 아버지를 찾는 것이 그 여자의 마음에 어떤 매듭을 지어줄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본질적인 슬픔은 변하지 않으리라. 그리고 그게 셀린이 하는 일이었다. 셀린은 오래전에 그것을 받아들였다. 자신의 일은 그런 불완전한 상봉을 위해 다리를 놓는 일이라는 것을.” _본문 309쪽

그렇게 짜맞춰진 셀린의 삶은 흥미진진한 모험뿐 아니라 슬픔과 상실로 점철되어 있다. 소설 속에서 “가장 매력적인 사람이―속을 들여다보면―가장 슬픈 사람인 경우가 많다”는 셀린의 말은 자기 자신에 대한 진술처럼 들리기도 한다. 그러나 셀린은 결국 슬픔과 상처를 절망이 아닌 삶의 깊이로, 타인을 이해하는 통로로 전환할 줄 아는 사람이기에 더욱 깊은 인상을 남긴다. 그녀가 가브리엘라를 향해 느끼는 유대와 슬픔은 그들이 비슷한 상처를 가지고 있기에 극대화된다. 과거에 사라진 사람을 찾는다는 것은 결국 과거의 흔적을 복기하는 과정이고, 또한 그 상실된 세월 동안 누군가의 삶에 켜켜이 쌓인 슬픔을 떠안는 행위다. 셀린은 사라진 사람을 위해서가 아니라 남겨진 사람을 위해서, 떠난 사람의 빈자리를 견뎌야 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일한다. 그리고 그것은 결국 자신을 위한 행위이기도 하다. 셀린이 누군가를 찾기 위해 떠나는 여정은 결국 자신의 해묵은 상처와 마주하고 그것을 극복하기 위한 여정인 셈이다.


작가의 추억과 애정이 깃든,
진실과 진심의 힘으로 생동하는 인물들

“남편은 벌써 이십 년째 셀린의 테이블에 이 지도들을 펴주고, 언제나 더 넓은 땅이 있다는 걸 상기시켜주었다. 셀린이 길을 잃으면 찾을 수 있게 도와주고, 전진할 수 있는 길은 아주 여러 갈래라는 점을 다정하게 상기시켜주곤 했다.” _본문 113쪽

환상의 호흡을 자랑하는 셀린과 피트의 관계 역시 이 소설의 큰 재미 중 하나다. 육포와 과자만 먹으면서 평생을 살 수도 있다고 말하는 셀린과 자신이 정성껏 만든 음식 속에 어떻게든 야채를 숨겨서 아내에게 먹이려고 하는 (하지만 결국 실패하고 마는) 피트의 모습을 보며 미소를 짓지 않기란 어렵다. 작은 단서도 놓치지 않는 신중하고 예민한 관찰자이면서 동시에 불같은 성격을 지닌 셀린과 조용하고 묵묵하게 셀린의 곁을 지키는 피트가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과정을 보고 있노라면, 이 사랑스러운 ‘노부부 탐정단’을 앞으로도 오래도록 보고 싶은 마음이 절로 든다.

“어머니에게 매력을 느끼는 청년은 흔치 않지만 행크는 그랬다. 어머니의 삶은 종종 그 자신의 삶보다 훨씬 흥미로워 보였고, 그것은 자연의 질서를 역행하는 일이라고 그는 생각했다.” _본문 43쪽

놀라운 것은 셀린과 피트라는 인물이 피터 헬러의 실제 어머니와 그의 양아버지를 모델로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러니까 소설 속에 등장해 어머니의 화려한 삶에 약간의 부러움 섞인 경이를 표하고, 동시에 어머니를 향한 깊은 존경과 사랑을 드러내는 셀린의 아들 행크는 작가 자신인 셈이다. 피터 헬러는 인터뷰에서 몇 해 전 돌아가신 어머니와 “한 해 더 함께하고 싶은 소망을 담아 이 책을 쓰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책에 등장하는 셀린의 가족사와 다양한 일화들 또한 대부분 실화에 기반을 두었다. 예를 들어 사립탑정 자격증을 취득하자마자 FBI의 의뢰를 받고, 마땅한 장비가 없어 망원경 대용으로 오페라글라스를 사용하며 한 범법자를 추적했다는 일화가 그것이다. 이렇듯 실제의 삶과 작가의 깊은 애정을 재료로 빚어진 셀린과 피트라는 캐릭터는 소설 전체에 설득력과 사실성뿐 아니라 따스한 진정성을 더한다. 그리고 작품 전체를 감싸고 있는 것이 작가의 그런 진심이라면, 그 안에 담긴 메시지는 읽는 이에게 어김없이 가닿기 마련이다.


▶ 이 책에 쏟아진 찬사

환상적이다. 강인하지만 피로에 시달리며, 동시에 탁월한 유머 감각을 갖춘 주인공 셀린은 500페이지의 여정을 함께하고 싶은 바로 그런 사람이다. 풍부하고 예상을 뒤엎는 플롯을 따라, 가슴 떨리는 미스터리들이 흥미진진하게 풀려나간다. 뒤로 갈수록 점점 긴박해지는 이야기 덕분에 작품의 모든 요소가 끝까지 생동한다. 탁월한 소설. _아웃사이드

아름다움과 슬픔이 지닌 미스터리한 힘 그리고 가족의 본질에 대한, 매력적이고 다정하고 지적이며 웃음을 주는 소설. 독자들은 작가가 이 비밀스럽고 활력 넘치는 커플이 등장하는 ‘국립공원 시리즈’의 속편을 구상중이기를 바라게 될 것이다. _북리스트

『셀린』은 부서진 마음과 상처받은 영혼들을 돌보는 사랑스럽고 위풍당당한 ‘슈퍼-할머니’를 설득력 있게 그려낸다. _뉴욕 저널 오브 북스

독창적이다. 마크 트웨인과 토니 모리슨처럼, 헬러는 보기 드문 재능을 지녔다. 저항할 수 없는 긴장감이 넘치는 소설. 대가답고 감성적이며, 액션으로 가득하다. 셀린은 올해 가장 잊을 수 없는 캐릭터 중 하나다. 부드러우면서도 강철처럼 강인한 그녀는 소설가 애니 프루를 닮았다. 직설적이고, 지적으로 흠잡을 데 없으며, 지극히 현명하면서도 콧대 높은 매력을 발산한다는 점에서. _엘르

인물에 대한 탐구와 미스터리 모두 훌륭하게 구현된 아름다운 이야기. 매혹적이다. _엔터테인먼트 위클리

헬러는 이 훌륭한 소설에서 부모와 자식에 대해, 우리가 서로에게 숨기려는 비밀들에 대해 선명하게 그려낸다. 은은하게 빛나는 작품. _뉴욕 타임스 북 리뷰

명문가 출신의 사립학교 졸업생이자 브루클린브리지 근처에 사는 사립탐정 셀린은 양면적인 캐릭터다. 헬러는 자연과 문명을 묘사하는 아름다운 문장들을 긴장감 있는 이야기와 버무려 탁월한 작품을 완성시켰다. _라이브러리 저널


▶ 책 속에서

경험에 따르면 이야기는 두 가지 속(屬)으로 나뉜다. 언덕을 따라 뚜렷하게 난 통행로처럼 예측 가능한 궤적을 따라가는 이야기, 그리고 처음부터 좀 이상하고 험난한 야생의 길에서 시작해 툭하면 갑작스럽게 들판을 가로지르는 이야기. 이상한 이야기에는 특유의 향기가 있다. _본문 32쪽

그녀는 늘 가장 매력적인 사람이―속을 들여다보면―가장 슬픈 사람인 경우가 많다는 사실이 흥미롭다고 생각했다. _본문 55쪽

죽지 않기 위해 하루하루 살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셀린은 나중에도 그 문장을 도저히 뇌리에서 떨칠 수 없었다. 무슨 노래 후렴구처럼 박혀버렸다. 그렇게 표현할 수도 있을 것이다. 누군가에게는 또 한 발을 내디딘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_본문 60쪽

시간이 모든 상처를 치유해주는 건 아니야. 그럼, 천만의 말씀이지. _본문 71쪽

그렇다. 인간은 여전히, 비교도 할 수 없이, 행성에서 가장 사악한 동물이라는 위상을 굳건히 지키고 있었다. _본문 73쪽

경이로워, 셀린은 생각했다. 세상 모든 것이 얼마나 켜켜이 층이 져 있는지. 발길을 멈추고 주목할 때 비로소 드러나는 구성 요소들. _본문 171쪽

“남자애의 삶이란 참 어려워.” 셀린은 건조하게 평했다. “어떤 존재를 사랑해야 할지 죽여야 할지 확실히 알지 못하거든.” _본문 190쪽

평화가 세상에 내렸다는―아니, 내릴지도 모른다는―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광폭한 사랑이 없는 곳에서만 가능한 일이었다. 어머니와 아버지와 자식 간의 사랑이 존재하는 곳에 평화는 결코 오지 않으리라. _본문 231∼232쪽

“요즘은 때로 하루를 살아내는 게 핵심이라는 생각이 든단다. 사실 굉장한 승리라고 생각하지 않니? 무너지지도 않고 사람을 죽이지도 않고 그냥 포기하지도 않고 말이야. 혹시라도 친절을 베풀거나 다른 사람을 돕거나 뭔가 아름다운 걸 창조하게 된다면, 온 세상에 자랑해 마땅하지.” _본문 259쪽

내면의 삶이란 그 사람이 내면에 간직해두기를 원하기 때문에 내면에 있는 거라고, 피트는 오래전에 결론을 내렸다. 타인을 존중한다는 건 그 경계를 존중한다는 것이었다. _본문 397쪽

당신이 어딘가로 가고 싶을 때, 우주도 당신을 끌어당겨주기를 원할 때, 그때 당신은 도약한다. _본문 406쪽

구매가격 : 10,900 원

이런 얘기는 좀 어지러운가 (문학동네시인선 119)

도서정보 : 유계영 / 문학동네 / 2019년 05월 20일 / EPUB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2019 작가가 선정한 오늘의 시’ 선정 「미래는 공처럼」 수록

“내가 나를 지나가버린 것을 끝까지 모른다”
―‘나’에게 잘 도착하는 길은 ‘나’를 잃는 과정 중에 있는지 모른다

2010년 등단 이래 깊고도 낯선 시세계를 구축해온 시인 유계영. 첫 시집 『온갖 것들의 낮』(민음사, 2015)과 현대문학 핀시리즈에 포함된 시집 『이제는 순수를 말할 수 있을 것 같다』(2018)에 이어 세번째 시집 『이런 얘기는 좀 어지러운가』를 펴낸다. 첫 시집에서 우리가 만났던 “스타카토풍의 불안과 공포를, 시간과 공간이 어긋나는 건조한 밤을, 입체파 회화처럼 단절되면서 동시에 연결되는 몸과 얼굴”(이장욱)에 더해 시인 유계영의 더 깊숙한 곳이 침착히 꺼내 보여진 시집이 되겠다.
시인은 “왜 과거의 어떤 나로부터 현재의 나에 이르기까지는, 내가 살던 시간 같지 않을까. (…) 오늘의 나는 오늘 태어난 나”(『나는 매번 시 쓰기가 재미있다』, 서랍의날씨, 2016, 공저)라고 말한 바 있다. 조연정 평론가가 쓴 이번 시집 해설 가운데 “유계영 시가 현재의 시간 속에서 쓰고 있는 것이 바로 ‘죽은 나’의 ‘미래일기’(「미래일기」) 같은 것이 아닐까”라는 대목 또한 맥이 통할 터이다. 과거-현재-미래의 연속성이 말처럼 당연한 것이 아닐지 모른다. 과거를 떠올렸을 때 거기 남은 내가 낯설고 그 시간이 내 것 같지 않다면, 오늘의 나는 오늘 태어난 나이자 죽은 나의 미래라는 감각이, 그 사이에서 ‘나’가 느끼는 곤란함과 혼란함, 상실감을 우리가 맞닥뜨리는 것이 이상한 일이 아닐는지 모른다. 이런 얘기는, 좀 어지러운가.

손목이라는 벼랑에 앉아 젖은 날개를 말리는
캄캄한 메추라기

미래를 쥐여주면 반드시 미래로 던져버리는
오늘을 쪼고 있다

울고 있는 눈사람에게 옥수수수프를 내어주는 여름의 진심
죽음의 무더움을 함께 나누자는 것이겠지
얼음에서 태어나 불구덩이 속으로
주룩주룩 걸어가는

경쾌하고 즐거운 자, 그는 미래를 공처럼 굴린다
침대 밑에 처박혀 잊혀질 때까지

미래는 잘 마른 날개를 펼치고 날아간다
한때 코의 목적을 꿈꾸었던
당근 꽁지만을 남기고
―「미래는 공처럼」 부분

100명의 시인?문학평론가?출판편집인의 추천으로 ‘2019 작가가 선정한 오늘의 시’에 선정된 시 「미래는 공처럼」의 일부다. 선정 당시 ‘비가시적인 속성을 가시적으로 포착하는 능력이 탁월’ ‘공의 탄성과 역동성을 미래의 시간성으로 표현하고 삶의 태도와 내밀한 관계성의 문제를 철학적 시간성에 실어 흥미롭게 노래한 시편’이라는 평을 받았다. 눈물로 녹아내리는 눈사람과 뜨거운 여름의 이미지, 공처럼 굴리고 구르는 미래, 녹아 사라진 자리에 남은 당근 꽁지. 유계영 특유의 기묘한 시간성이 잘 드러난 시다.
“오늘의 나를 목격했다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것이 진짜라고 말하는 사람은 없었다”(「미래일기」), “너 자신과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훌쩍 자라게 되는 거란다”(「반드시 한쪽만 유실되는 장갑에 대하여」), “나보다 오래전에 살았던 사람들이 우르르 구경 온다”(「환상통」)라는 감각 또한 그러하다. 오래전 살았던 나들을 상실감 속에서 확인하고, 태어남과 동시에 죽음을 향해간다는 자명한 사실을 확인하다보면, 매일 반복적으로 경험하는 낮과 밤, 그 반복이 꾸려가는 어제와 오늘과 내일 역시 ‘나’가 제시간에 ‘현재’에 도달할 수 없음을 되새기게 된다.


“삶의 반대는 죽음이 아니라 살 수 없음입니다”
―만날 수도, 그렇다고 이별할 수도 없는 이를 잃는 일에 대하여

유계영의 시에서 과거를 기억하는 일이 어떤 안온함, 다정함, 따뜻함 등의 긍정적 감정들보다는 언제나 얼마간의 서늘함, 먹먹함, 슬픔 등의 부정적 감정들을 동반하게 된다면, 그것은 과거를 거쳐 미래로 흘러가며 결국 죽음을 향해 가는 인간 삶에 내재한 보편적 상실감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그것은 “살 수 없음”이라는 사태로 인해 과거의 특정 시간 속에 갇혀 현재라는 미래에는 결코 당도할 수 없게 된, 수많은 “죽은 애”들에 대한 어떤 윤리적 책임감이 그녀에게 강하게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어서 그럴 것이다. _조연정, 해설 「‘못다 한 이야기’」에서

과거의 ‘나’에 대한 생경함을 의식하고, 과거로 사라진 ‘나’에 대한 애도 불가능에 집중하는 유계영의 ‘나’들. 한낮에도 잠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난 살아 있지, 살아 있구나/ 외워놓지 않으면 잊어버릴 수 있는지(「잠을 뛰쳐나온 한 마리 양을 대신해」)” 주문처럼 외우고, 잠들지 못하는 밤에 일어나는 ‘밤의 이야기들’에 대해 말하는 그의 ‘나’들은, 이렇듯 밤을 품은 채 낮을, 죽음을 품은 채 삶을 살아간다. 그것은 나아가 ‘살 수 없음’으로 가버려 스스로를 애도할 수 없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지는 바, 죽은 애가 참석한 동창회의 풍경을 따라가보면 좋겠다.

죽은 애도 온 것 같다 죽은 애가 와서
자신이 죽었다고 귓속말을 흘리는 것 같다
(……)

죽은 애가 죽은 것은 모두가 아는 얘기
들어줄 수 없는 얘기

(……)
여기에서
우리가 다시 만났습니다
그러고도 다시 만났습니다
산 사람처럼 어울려 떠들고 마신다.

(……)

무슨 말이 더 필요해
너무 많은 말이 필요하니까지금껏 그래왔듯이 죽은듯이 살아가자산 사람처럼 또 만나자
창밖의 사거리에는 급정거하는 소나타, 클랙슨 소리 위로 미끄러지는 중학생들이 또
횡단보도를 지우고
내가 나인 것이 치욕스러웠던 날들과 떳떳했던 날들을
마구 흘리며
달아난다

그러나 쇠고랑 끝에 매달린 금속 추처럼
죽은 애의 죽음을 끌고 간다 우리는
후렴구를 연거푸 반복하면서
―「동창생」 부분

평범한 일상이 전혀 평범하지 않게 느껴지는 순간, 장례식장에서 신고 온 구두가 아무래도 내 것 같지 않게 느껴지는 순간(「밤의 이야기」), 자나깨나 자신만을 비추는 거울을 문득 극복해보고 싶다 느껴지는 순간(「은둔형 오후」)이 있다면, 언어와 세계의 흔들림 없는 경직성을 깨고, 생경하고 불가해한 순간을 생경하고 불가해하게, 그러니까 어떻게든 이해 가능한/사회가 공유한 언어체계로 그려내려 애쓰지 않는, 요컨대 ‘시적으로’, ‘시답게’ 밀고 나간 이 시들을 즐길 수 있으리라. 이런 얘기는 좀 어지러운가? 무심한 듯 차분한 얼굴로 말하며 그가 내민 이 시집을 받아들지 않을 도리가 없다.

구매가격 : 7,000 원

주황은 고통, 파랑은 광기 18번째 소설 공모전 수상작품집

도서정보 : 윤지원, 김효정, 슈지첼, 김진이, 목승원, 이필원, 이자연, 김정연 / 문학동네 / 2020년 01월 06일 / EPUB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다채로운 미술작품에서 영감을 받은 이야기를 엮은 단편집 <주황은 고통, 파랑은 광기>에는 소설 없이 실린 그림 한 점이 있다. 이 책을 기획한 작가 로런스 블록은 독자들에게 "영감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는 보너스 작품"으로 래피얼 소이어의 그림<오피스 걸스>를 남겨두었다고 전했다. 소설의 창의적 영역을 읽는 이에게로 확장하려는 이러한 의도에 착안해, 문학동네에서는 <오피스 걸스>에 영감을 받은 18번째 소설을 공모했고, 예심과 본심을 거쳐 선정된 수상작들을 한 권의 책으로 묶었다. 수상작품집에는 대상 한 편, 우수상 세 편, 입상 네 편을 포함해 총 여덟 편의 기발한 이야기들이 실려 있다. 심사를 맡은 소설가 구병모의 말처럼 "이 이벤트가 누군가에게는 즐거움이, 또다른 어딘가에서는 확장에의 가능성을 품은 상상력의 씨앗이 되었기를" 바란다.

구매가격 : 0 원

책과 열쇠의 계절

도서정보 : 요네자와 호노부 / 엘릭시르 / 2020년 01월 06일 / EPUB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도서실을 무대로 두 명의 탐정이 펼치는 추리와 우정의 콜라보

고전부와 소시민 시리즈에 이은
또 하나의 쌉싸래한 청춘 미스터리 등장!

고등학교 2학년인 호리카와 지로와 마쓰쿠라 시몬은 함께 학교 도서실의 도서위원을 맡고 있다. 호리카와는 다소 소극적이면서 순진한 데 반해 키도 크고 잘생긴 마쓰쿠라는 여러모로 눈에 띄는 존재이지만 냉소적인 구석이 있다. 어느 날 도서실을 지키고 있는 두 사람에게 도서위원 선배가 찾아와 할아버지가 남긴 금고 비밀번호를 알아내달라는 부탁을 하는데…….
우연한 계기로 맞닥뜨린 사건들에 도전하는 탐정 콤비의 활약을 담은 여섯 편의 연작 단편집. 추리와 우정이 교차하는 새로운 요네자와 호노부표 청춘 미스터리 개막!

책과, 미스터리와, 우정과.

『책과 열쇠의 계절』은 고등학교 도서실을 배경으로 수수께끼를 풀어나가는 일상 미스터리다. 호리카와와 마쓰쿠라가 2학년이 되어 학교 도서실 도서위원이 되면서 함께 수수께끼를 푸는 과정을 담고 있다. 할아버지가 남긴 금고의 번호를 찾아달라는 도서위원 선배의 의뢰를 담은 「913」, 함께 머리를 자르러 간 미용실에서 우연히 맞닥뜨린 사건을 푼 「록 온 로커」, 형의 알리바이를 증명해달라는 후배의 부탁을 들어주는 이야기인 「금요일에 그는 무엇을 했나?」, 대출 도서에 끼워진 유서에 얽힌 「없는 책」, 서로의 옛날이야기를 주고받으며 마쓰쿠라에게 얽힌 수수께끼를 푸는 과정을 담은 「옛날이야기를 해줘」, 호리카와와 마쓰쿠라의 마지막 이야기를 담은 「친구여, 알려 하지 마오」까지 모두 여섯 편의 연작 단편이 실려 있다.
각각의 수수께끼를 풀어나가며 호리카와와 마쓰쿠라의 우정 또한 발전해나간다. 2학년이 되면서 도서위원으로 처음 만나 알아가기 시작한 두 사람은 특별히 ‘우정’이라고 부를 것 없는 관계였지만, 하나둘 에피소드를 거치며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이 아닌 상대가 생각하고 느끼는 점들을 알아차리기 시작한다.

마쓰쿠라 시몬은 평소에는 삐딱한 녀석이다. 세상을 삐딱하게 보는 건 아니지만 어딘가 인간의 행동이 가질 수 있는 긍지를 믿지 않는 구석이 있다. (212쪽)
“너는…… 잘 표현하지 못하겠는데…… 남 이야기를 진실로 받아들이면서도 의심할 수 있어. 무슨 뜻인지 알아?” (269쪽)

보통 두 사람이 콤비로 활약하는 미스터리는 한 사람이 탐정, 다른 사람은 조수 역할을 마련이다. 하지만 『책과 열쇠의 계절』에서 호리카와와 마쓰쿠라는 시각이 다른 두 명의 탐정 역할을 맡고 있다. 좀더 센스 있는 마쓰쿠라가 종종 사건의 실마리를 잡지만 마쓰쿠라가 보지 못하는 사각을 호리카와가 잡아채는 식이다. 서로 다른 시각에서 사건을 바라보고 풀어가는 탐정-탐정의 결합은 탐정-조수 콤비에 익숙한 우리에게 매우 신선하다. 시각의 차이를 경험하며 두 사람은 서로를 더 깊이 이해하기 시작한다. 작품 후반부, 마쓰쿠라의 수수께끼에 이르러 두 사람이 보이는 관계의 발전은 그저 ‘우정’이라고 부르기에는 부족할 만큼 가슴 뭉클하도록 시리기까지 하다.

청춘 미스터리의 최종 진화형

이 정도라면 거슬리지 않을 줄 알았는데 역시 쓰다. 그렇지만 싫다고 할 만큼 쓰지도 않다. (본문 108쪽)

요네자와 호노부가 새로운 작품으로 돌아왔다. ‘고전부’ 시리즈로 데뷔한 그는 『인사이트 밀』과 같은 정통 본격 미스터리 또는 『부러진 용골』처럼 변격 미스터리에 관심을 보이는가 하면, 『보틀넥』에서는 SF 설정을 빌린 어둡고 어두운 성장물을, 『개는 어디에』에서는 블랙 유머를 보여주기도 했다. 『야경』과 최근의 ‘베루프’ 시리즈에서는 사회파적인 면모로 묵직한 감동을 전하며 2년 연속 미스터리 3관왕을 차지하기도 했다. 하지만 역시 그의 원점은 청춘 일상 미스터리다. 『책과 열쇠의 계절』은 ‘고전부’ 시리즈와 ‘소시민’ 시리즈에서 이어지는 청춘 학원 미스터리 3부작의 완결편이라고 부를 만하다. ‘고전부’는 고등학교 동아리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를, ‘소시민’은 시끄러운 일에 휘말리지 않고 싶어 하는 두 고등학생 콤비의 이야기를 담았다면 이번 작품에서는 도서실을 무대로 책과 함께 펼쳐지는 수수께끼들을 담고 있다.
요네자와 호노부의 많은 작품이 그렇듯 밝고 경쾌한 내용을 다루면서도 어딘가에서는 반드시 ‘어른스러운 쓴맛’을 품고 있다. 앞의 두 시리즈와 비슷하면서도 다르게 느껴진다면 바로 그 쓴맛이 점점 진화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주인공인 두 소년의 심리를 드러내는 대사나 행동 들을 보면 전보다 훨씬 섬세해지고 정교해졌다. 그것이 읽는 도중 때때로 가슴을 날카롭게 찌른다. 아픔과 동시에 뭉클함이 느껴진다. 『야경』부터 『진실의 10미터 앞』으로 이어지는 묵직한 사회파적인 면모와 달리 『책과 열쇠의 계절』은 청춘 학원 미스터리의 대가로서 보여줄 수 있는 요네자와 호노부의 또 다른 경지다.

구매가격 : 10,400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