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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어있는 양육

도서정보 : 셰팔리 차바리 / 나무의마음 / 2023년 08월 16일 / EPUB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누구나 부모가 될 수는 있어도
‘준비 없이’ 부모가 되어선 안 된다!”
아이 제대로 키우기, 그 어려운 문제의 해법을 제시하는 책!

“이 책을 내가 처음 부모가 되고 교사가 되었을 때 읽었다면 어땠을까?
내게 선물 같았던 변화를 모든 부모와 선생님이 경험하길 바란다.”
―‘슬기로운 초등생활’ 이은경 선생님 강력 추천!

『깨어있는 부모』 실전편이자 오프라 윈프리가 가장 신뢰하는 양육 전문가
셰팔리 박사가 제안하는 ‘깨어있는 양육’, 그 어려운 문제의 해법을 제시하는 책!
이 책은 아마존 베스트셀러 1위, 「뉴욕 타임스」 올해의 책으로 선정된 『깨어있는 부모』를 펴낸 뒤 셰팔리 박사가 2년 만에 내놓은 양육 실전편으로, 전작의 마지막 장에 할애했던 ‘훈육’을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다. 저자는 이 책에서 부모에게 반항하는 아이, 학교와 사회에서 일탈행위를 하는 아이의 심리에 대해 다양한 사례와 그 해법까지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그렇다면 그토록 귀엽고 사랑스러웠던 아이가 어떻게 그런 ‘문제아’이자 ‘괴물’로 변했을까? 저자는 부모에게 반항하는 아이는 물론, 학교 폭력, 각종 사회 범죄 등이 각각 다른 문제 같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자식을 억압하고 간섭하고 통제하려는 부모의 잘못된 양육 태도가 불행의 씨앗이라고 지적한다.
그렇다고 아이의 응석을 다 받아주고 아이의 기분에 맞춰야 한다는 얘기는 아니다. 대신 “아이가 부모에게 상처 주는 행동을 하는 이유가 부모와의 교감이 끊겼다고 생각하는 데서 비롯되므로 그 상처의 뿌리를 이해하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성공적인 양육의 열쇠가 ‘불량하게 행동하는 아이’에게 쏟았던 관심을 부모의 ‘불량하게 움직이는 정서 상태’로 돌리는 데 있다고 말한다. 우리 자신의 정서적 패턴을 파악하고 풀어내지 않는 한 부지불식간에 우리는 아이가 문제 행동을 일으키도록 부추기게 되기 때문이다. 아이에겐 고칠 것이 없고 부모만 성장하면 되는데도 표면적으로 드러난 문제 행동을 탓하며 아이를 고치려고 이리저리 방법을 찾아 헤매다 보면 진짜 문제를 놓치게 된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이 문제의 해법을 위해 부모와 아이를 모두 만족시킬 ‘윈윈 전략’을 제안한다. ‘WINNER’라고 이름을 붙인 이 전략은 지켜보기Witness, 물어보기Inquire, 중립 지키기Neutrality, 협상하기Negotiate, 공감하기Empathize, 해결하기Resolve의 6단계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는 저자가 각기 다른 형편에 처한 수많은 부모와 아이들을 심리 상담한 사례를 토대로, 아이의 행동 뒤에 숨은 진짜 메시지를 해독하고 매순간 부모로서 중심을 잡고 성장할 수 있도록 해결책을 제시한 신개념 양육 전략이라 할 수 있다. 특히 표면적으로 드러난 문제 행동에 집중하던 기존의 양육서와 달리 양육과 훈육 문제에 대해 본질적으로 접근한 이 책은 부모와 아이가 더 깊이 교감하고 제대로 소통하며, 나아가 아이의 행동을 긍정적으로 이끌도록 최고의 양육 지침서가 되어줄 것이다.

구매가격 : 13,000 원

미국이 길러낸 중국의 엘리트들

도서정보 : 장융전 / 글항아리 / 2023년 09월 11일 / EPUB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낙후된 초나라의 인재를
선진국 진나라에 보내라!

태평양을 건너 미국으로 건너간 중국 엘리트들은
어떤 교육을 받고, 어떤 사람이 되어 돌아왔는가
그리고 중국의 사회, 정치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

『미국이 길러낸 중국의 엘리트들: 미국의 중국 유학생들, 1872-1931』(원제: 礎材晉育)은 미중 양국의 인재 교류의 양상을 살펴본 책이다. 『중국유미학생월보』를 주된 자료로 삼고, 1902년에 창립했다가 1931년 해체한 전미중국유학생연합회 활동을 중심으로 중국인 미국 유학생을 조명했다. 이 단체는 중국 유학생들이 미국에서 처음으로 만든 전국 유학생 조직으로, 룽훙이 주도한 어린 유학생들은 포함되지 않으며 그들이 본국으로 소환된 이후의 ‘과도기 세대’ 유학생들이 중심이다. 그렇게 볼 때 전미중국유학생연합회는 미국 유학이 유행한 이후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20세기 초반의 미국 유학생을 이해하려면 전미중국유학생연합회를 이해해야 하며 선구자 세대부터 과도기 세대로 연결되는 역사의 전체 맥락을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시각이다. 이 책의 서술은 1872년을 시작점으로 하여 전미중국유학생연합회가 해체된 1931년까지의 기간을 담고 있다.
중국이 수천 년 주변 국가들로부터 유학생을 받아오다가 처음으로 바깥에 유학생을 내보낸 곳이 바로 미국이었다. 그로부터 150여 년이 흐른 2020년 현재 미국의 중국 유학생은 37만여 명에 이르게 되었다. 이는 미국의 전체 외국인 유학생 중 35퍼센트를 점하는 수치로, 실로 놀라운 양적 성장이다.
200여 년 사이에 양국은 태평양을 사이에 두고 무역과 인재로 활발하게 교류했지만 그 과정은 한순간도 순탄하지 않았다. 대국 간의 교류는 다면성과 복잡성을 포함하고 있어 항상 주변국들의 긴장감을 불러일으킨다. 과거로부터 축적되어온 역사를 돌아보지 않은 채 작금의 상황에 매몰된다면, 전체적인 모습을 놓칠 수밖에 없다.
동치 중흥이래 미국은 중국의 가장 중요한 롤 모델이었다. 단지 ‘물건의 신기함’ ‘물질적 안락’ ‘질서정연함’ 때문이 아니라 서방 열강들의 무차별한 침략 속에서 미국만이 정치적으로 가까운 우방이며 보호자라는 믿음이 있었다. 미국에 유학했던 많은 중국 인재가 한편으로 미국을 신앙처럼 여기며 중국의 변화를 모색하는 과정이 전개되었다. 20세기 초 미국이 중국인을 배척하는 법안을 만들면서도 중국 유학생들을 받아들인 이유는 “친미 성향의 지도층과 광대한 소비층을 배양하기 위해서”라는 명확한 목적이 있었다. 당시 왕징춘王景春은 미국 유학 경험을 통해 “중국은 이 세계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놀랄만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일본이 이룬 현대화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한 것이다. 내일의 중국은 명석한 두뇌와 식견을 가진 지도자의 영도아래 새로운 산업을 발전시켜 세계 시장에 다양한 원료를 제공할 것이다”라고 희망을 쏘아 올렸다. 100년이 지난 지금까지 상황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심각한 갈등 속에서도 많은 중국인은 미국을 이상향으로 여기고 있고, 미국 역시 중국이라는 광대한 시장에서 발을 뗄 수 없다.
과거와 차이가 있다면 일부 영역에서 롤 모델에 근접하거나 넘어서다보니 롤 모델이 이에 놀라서 당황하는 초유의 형국이 되었을 뿐이다. 섣부른 예측론자들은 또 다양한 통계수치를 들어 오래지 않아 중국이 미국을 추월해서 G1이 될 것이라고 하지만 역사학자로서 상당한 시간이 지난 뒤에도 우리는 같은 논쟁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양국이 전통 속에서 그리고 현대화 과정에서 쌓아온 풍부하고 많은 자산과 경험은 쉽사리 소진되지 않을 것이고, 누구보다 당사자들이 서로를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단지 미국으로 간 중국 유학생에 대해서만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도 역시 비슷한 길을 걸었다. 시기는 늦었지만 수많은 한국 인재가 아메리칸 드림을 품고 미국 유학을 떠났고, 그렇게 연결된 고리를 통해 부와 명예를 보장받는 계단으로 이용했으며 사회 전반에서 중요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 그 사이에 있는 우리는 역사 속에서 꾸준히 유사한 경험을 하고 있다.

1872년 룽훙容宏이 최초로 어린 유학생들을 데리고 미국에 간 것을 시작으로 중국의 미국 유학 역사의 막이 올랐다. 당시 증국번曾國藩·이홍장李鴻章의 상소문에 따르면 “오랑캐의 기술을 익혀 오랑캐를 제압한다師夷之長技以制夷”는 명제 아래 “총명한 아이들을 선발해 서양 여러 나라에 보내어 군정·선박·수학·제조 등 학문을 배우게 한다. 약 10여 년의 교육을 마치고 서양인의 장점을 중국에 접목하여 익히면 강해질 것이다”라는 원대한 계획의 일환이었다. 따라서 중국을 강국으로 만든다는 목표를 이루는 순간 중단될 계책이기도 했다.
맨 처음 중국 정부가 미국에 유학생을 보내는 정책을 수립한 목적은 “초재진육楚材晉育”(춘추전국시대 낙후된 초나라 인재를 진나라에서 교육시키는 것)이었다. 그리고 「배화법」이 활성화되던 1882년부터 1943년까지 60년 동안 중국 유학생은 감히 미국에 남을 엄두를 낼 수 없었다. 법안이 폐지된 후, 특히 1965년 매년 2만 명의 이민이 허용되면서부터 비로소 유학생에게 ‘배움이 뛰어나면 남을 수 있는’ 선택이 가능해졌다. 결국 초나라 인재를 진나라에서 교육시키는 “초재진육”은 초나라 인재를 진나라에서 등용하는 “초재진용楚材晉用”의 수단이 되었고, 인재 유출 현상의 단초를 제공했다.
지나친 ‘서양화’는 늘 골칫거리였다. 룽훙이 데리고 간 120명의 어린 유학생은 1872년부터 1875년까지 4차례에 걸쳐 미국 동부 뉴잉글랜드 지역에서 공부했다. 청나라 정부는 이들에게 15년간 투자하여 중등 교육부터 기초를 다진 뒤 군대·선박 분야의 인재로 육성할 계획이었으나 1881년 여름, 10년도 못 채우고 모든 유학생을 본국으로 불러들였다. 그 까닭은 이들이 지나치게 서양화되어 학업을 완수해도 중국에 별 도움이 안 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었다.
서양화는 곧 정체성의 상실을 의미한다. 당시의 유학이 사회적 투자로 추진되었다는 점에서 중국 학생들이 과도하게 서양화되었다는 지적은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문제다. 즉 개인 차원을 넘어 국가와 사회 전체와 관련된 사안이므로 사회적 자본이라는 관점에서 이해득실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
한 젊은 유학생이 전반적으로 유학 교육에 대해 비판한 바 있었다. 후스胡適는 1910년 2차 경관 국비 장학금으로 미국에서 유학을 했다. 1913년 초 그는 「비유학편非留學篇」을 발표해 “유학을 간다는 것은 나라의 큰 수치다留學者, 吾國之大恥也”라며 비판했다. 중국은 낙후되었으니 유학생을 태평양 너머로 보내 새로운 문물을 배워 우리의 부족함을 메워야 하지만 “유학 정책은 유학을 가지 않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하며 이 목표가 없으면 유학 정책은 효과를 거둘 수 없다”는 게 후스의 입장이었다.
후스가 유학하던 무렵은 중국이 유학생을 파견한 지 40여 년이 흐른 시점인데 어째서 일본과 달리 ‘유학을 가지 않아도 되는’ 목표에 도달하지 못했을까? 이에 대해 후스는 “정부의 잘못된 교육 방침과 유학생의 잘못”을 지적했다. 정부에 대해서는 국내 교육을 장려하기보다 그저 유학 보내는 데 중점을 둠으로써 본말이 전도되었다고 비판했고, 유학생에 대해서는 취득한 학위를 생계 수단으로 삼은 것, 산업만 중시하고 인문학을 경시한 것, 근본을 무시한 것 등을 비판했다.
유학생들에 대해서는 두 가지 잘못을 지적했다. 1) 자존심이 없다. 다른 나라의 물질문명에 취해 우리 전통을 지옥이라고 생각한다. 2) 문명은 수입할 수 없다 중국 문자는 문명을 전파하는 수단으로 돛帆과 타舵, 삿대篙와 노櫓 등 차이를 모르면 가르칠 수 없고 책도 쓸 수 없다. 유학생들이 설사 천하에 없는 지식을 익혔다 한들 한자를 모르고서 무슨 소용이 있는가?
후스는 많은 결점을 안고 있으나 유학 자체를 폐지할 수는 없으니 개혁안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많은 사람이 중국을 ‘잠자는 사자’로 비유했으나 후스는 ‘잠자는 미인’에 빗대어 입맞춤으로 잠자는 미인을 깨어나게 한 왕자는 바로 현대 서양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학생을 신중하게 선발하고, 국내 고등교육 기관의 증설’이라는 방법을 제시했다.
그러나 이때 이후로 후스는 생각이 바뀌어 더 이상 「비유학편」의 주장을 내세우지 않았다. 누군가 중국을 ‘고대 문화가 발달한 나라’ ‘문학의 우아함, 역사적 영광, 민족의 돈후함’ 등으로 표현하면 그는 오히려 ‘과대망상’ ‘미몽’ ‘반동’이라며 비웃곤 했다. 후스는 유학의 목표는 훗날 유학할 필요가 없게 하기 위함이라고 했지만 여러 회의 자리에서 지속적인 유학생 파견을 주장했다. 그 자신 귀국 이후 엘리트주의에 매몰되어 교육의 질을 높이려면 인력, 재력, 에너지를 고급 학부에 집중해야 함을 강조하는 입장에 선 것이다.
후스가 「비유학편」을 쓰던 1913년은 룽훙의 어린 유학생들이 소환되던 1881년으로부터 30년이 지난 시기다. 그러나 룽훙의 어린 유학생에 대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느라 본래의 모습을 잃었고 커다란 성과도 없었다’는 비판과 ‘현재 유학생들의 가장 큰 문제는 근본을 무시한 것’이라는 후스의 지적을 비교해볼 때, 세월의 편차에도 유학생에 대한 비판의 축은 달라지지 않았다. 30년 세월의 간극을 지우는 비판의 결론은 결국 자신이 중국인임을 잊을 만큼 서양화됐다는 사실이다. 후스는 사상적으로 성숙해진 이후 ‘비非’유학을 말하지 않고 유학이 중국의 엘리트 교육 발전과 연구의 지름길임을 강조했다.
룽훙부터 지금까지 150년간 여론과 (미국을 포함한) 학계에서는 유학 교육에 대해 비판적 태도가 우세했다. 후스의 「비유학편」 외침은 마치 드넓은 벌판에서 부는 호각소리가 흩어지는 것처럼 아무 반응이 없다가 1920년대 이후 완전히 다른 양상을 보였다. 이데올로기와 관계없이 모두 서양화라는 현상에 주목했다. 좌파와 우파, 자유주의자와 보수주의자, 중국에서 교육 받은 자와 귀국 유학생을 막론하고 서양화된 유학 교육이 사회 전반에 끼친 영향에 대해 하나같이 비판했으며 유학 자체를 폄하하기도 했다. 이는 서양 인사들도 마찬가지였다.
이들의 비판은 세 방향으로 모아졌다. 첫 번째는 맹목적 답습으로, 유학생들은 서양의 꽃을 가져와 자신들이 잘 알지 못하는 중국 나무에 이식했다는 비판이다. 두 번째는 그들이 배운 것은 모두 이론뿐으로 이론에 상응하는 응용력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세 번째는 유학생들이 지나치게 서양화되어 정체성을 상실했다는 지적이다.
1920년대 학계에서도 유학생에 대한 시선은 곱지 않았다. 대표적으로 수신청舒新城의 『근대중국유학사』는 시간적으로 룽훙의 어린 유학생부터 1920년대 중기까지, 공간적으로 일본부터 유럽까지 유학의 전체 과정(국비, 자비, 경관과 그 이후 칭화대학 유학생 및 기독교 학교 유학생)을 조명했다. 수신청의 비판은 정부의 실책, 즉 청조 말부터 일관되지 않은 유학 정책과 통일된 집행기구의 부재, 느슨한 선발 시험 등에 집중되었다. 가장 심각한 것은 자비 유학생에 대한 자격 제한이 지나치게 느슨해 기본 테스트조차도 거치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는 정부가 사회 자원을 낭비했을 뿐만 아니라 “비현실적으로 출세만 바라는 허영심”을 조장했다고 비난했다. 또한 그는 칭화대학 졸업생에 대한 투자가 집중되었으나 돌아온 성과가 너무 적어 ‘경제적’으로도 실패했다고 보았다. 칭화대학 출신 유학생들은 국내 현실에 대해 관심을 갖지 않아 ‘중국인도 서양인도 아닌不中不西’ 존재가 많았다. 수신청은 “유학 교육이 나라를 망국으로 이끌기에 충분했다”면서도 스스로 이 비판이 “지나치게 격렬”하여 “유학생들이 이룬 공헌을 지워버리는” 면도 있다고 한 반면, 왕이쥐의 비판은 수신청보다 훨씬 날카로웠다. 그는 근대 중국의 유학 정책은 정치·사회·경제·문화 모든 방면에서 악몽이자 비극이었다고 했다.
왕이쥐의 연구는 유학생을 겨냥한 잘 조사 정리된 기소장과 같았다. 그는 몇몇 특별한 인물을 제외한 대부분의 유학생에 대해 난감함에 가까운 평가를 내렸다. 안하무인으로 교만하며, 지나치게 서양화되어 중국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면서 서양에 대해서는 열등감을 갖고 있으며, 지식은 실질적이지 못해서 중국 사회의 요구에 들어맞지 않았고, 쉽게 출세하려는 야심으로 오직 개인의 부귀영화를 추구할 뿐 사회적으로 갖춰야 할 도덕의식과 지도자로서의 책임감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다.
유학생들이 야구를 하고 여자 친구를 사귀고 교회를 다니는 등 지나치게 미국 문화에 젖어들게 방치하여 감독 교사를 무시하는 일은 둘째 치고 중국어를 제대로 구사하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더욱이 초창기 유학생들은 학업 성적도 좋지 않아서 본국으로 소환될 무렵 대학을 졸업한 학생은 단 2명뿐이고, 10명 미만이 갓 대학에 입학한 상태며 나머지는 아직 중·고등학교에 다니는 중이었다고 했다. 1854~1954년까지 100년 동안 대략 미국에서 유학한 중국인 학생은 2만2000명이었는데 50~60퍼센트만이 학사 이상의 학위를 취득했다.
1980년대 중반 이후 개혁개방이 시작되자 중국 학계에서는 근대 미국 유학에 대해 이전과 완전히 상반된 평가를 내놓았다. 대표적인 연구는 리시쒀李喜所의 『근대 중국의 유학생近代中國的留學生』(1987), 쑨스웨孫石月의 『중국 근대 여성유학사中國近代女子留學史』(1995)다. 개혁개방의 물결에 따라 미국 유학생에 대해서도 서양 제국주의의 문화 매판이라는 정치 선전 형태의 평가를 거둬들이고 대신 중국 근대화의 애국적 선구자로 칭송했다. 물론 그들이 서양 문화를 숭배하거나 군벌과 반동세력에 부합한 것은 사실이지만 대부분 열심히 공부해서 곤경에 처한 중국의 출로를 찾기 위해 노력했다는 시각이다. 이런 시각은 다시 태평양을 건너 세 편의 연구로 이어졌다. 2001년 예웨이리葉維麗가 출간한 『중국을 위한 현대적 길찾기: 미국 내 중국 유학생들 1900~1927』, 2004년 스테이시 비엘러의 『애국자인가 반역자인가?: 미국의 중국 유학사』, 1999년 한예룽의 박사논문 「세계 일부로서의 중국: 1920년대 미국의 경관자금 반환이 중국 학술기관 설립에 미친 영향」이다. 그러나 이 연구들 역시 ‘애국자와 매판’ 또는 ‘전통과 현대’라는 이분법적 사고에 갇혀 있다.
가장 의미 있는 작업은 타이완 학자 쑤윈펑蘇雲峰이 1996년에 출간한 『칭화학당에서 칭화대학까지 1911~1929』라 할 수 있다. 이 연구에서 그는 1981년 출간한 『칭화대학사고淸華大學史稿』가 칭화대학을 ‘노예화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폄하했다면서 재조명했다. 그의 연구에 따르면 초기에 칭화대학은 외교부 관할이었는데 미국 공사의 간섭을 받는 등 국격 손상에 해당하는 일이 있었으나 시대적 상황을 고려할 때 귀국 유학생 출신이 교육부보다 외교부에는 더 많아서 안정적인 편이었다고 평가했다. 적어도 그들은 현대 지식인이었고 이념적으로 미국과 근접하여 비교적 소통이 원활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또한 칭화대학은 미국 문화와 사회를 모델로 삼았기 때문에 초기에는 영어 교육을 중시하고 중국어 교육을 소홀히 했으나 얼마 후 이를 개진하여 융합을 꾀했다고 보았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칭화대학이 충분한 재원을 바탕으로 미국식 하드웨어를 갖추고 교수와 엘리트 학생들에게 건강하고 활발한 캠퍼스 생활을 제공했다. 졸업생들은 미국 여러 대학에서 훌륭한 성과를 이루었으며 차별받는 환경에서도 강렬한 애국심으로 ‘변방의 지식인周邊知識人’으로서 긍정적 영향력을 발휘했을 뿐만 아니라 개명한 입장에서 중국 문화와 사회에 합리적 비판을 가함으로써 창조적인 공헌을 발휘했음을 통계 수치로 소개했다.
수신청과 왕이쥐가 비판한 근대 중국의 유학 교육 문제는 근본적으로 세 가지로 종합된다. 첫째는 자원 분배의 불균등이다. 즉 근대 중국은 전체적으로 교육 자원을 균형 있게 분배하지 못하고 기형적으로 고등 교육을 중시하고 초등 교육을 소홀히 했다는 것이다. 한 예로 1931년 당시 중국은 대학생 한 명당 초등학생 한 명의 200배에 달하는 교육비를 지출했다. 같은 시기 유럽 국가의 비율은 1대 8 정도였다. 이러한 불균등한 구조보다 더 기형적인 것은 대학들이 상하이, 베이징, 난징, 광저우에 집중되었다는 점이다. 1922년의 통계에 따르면 전국 30퍼센트의 대학과 41퍼센트의 대학생이 모두 베이징에 있었고, 1932년의 다른 통계에서는 상하이의 대학생이 전국 대학생의 24퍼센트를 차지하고 있다.
연해에 위치한 몇몇 도시에 대학이 집중된 현상은 유학생 대부분이 이곳에 거주했다는 점과 관계가 깊다. 1925년의 통계에 따르면 귀국 유학생 584명 중 34퍼센트, 1937년의 다른 통계에 따르면 귀국 유학생 1152명 중 28퍼센트가 상하이에 머물렀다. 게다가 교육비용이 갈수록 비싸지면서 농민과 빈민 계층은 교육의 기회로부터 멀어졌다. 가난한 사람은 더욱 가난해졌고 내륙 지역의 개발이 더딘 곳일수록 교육을 받기 힘들었다. 간혹 농촌에 사는 극소수 학생이 간신히 도시에 와서 교육을 받았다 하더라도 이들은 고향으로 돌아가지 않고 도시에 정착했다.
쑤윈펑은 교육 자원의 분배와 정치·사회적 영향에 대해 주목했다. 그는 “칭화대학을 설립한 목적은 지역 간 불균형을 타파하기 위한 것이었다. 공정한 경쟁을 통한 지역 간 형평성에 주목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결과는 여전히 “장쑤·저장·푸젠·광둥 연해 성 출신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쑤윈펑은 학생들의 출신 환경과 관련해 56퍼센트의 학생 배경을 조사해 “지주, 관료, 자산계층 출신이 44퍼센트”에 달한다는 결과를 확인함으로써 근대 중국 교육 자원의 분배가 균등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동의했다. 그러나 이런 자원 분배의 불균등을 당시의 사회현상으로 해석하면서도 수신청·왕이쥐가 제시한 불균등이 근대 중국의 정치와 사회에 끼친 영향에 대해서는 다루지 않았다.
수신청·왕이쥐가 제기한 두 번째 비판은 유학생들이 전공한 학문의 활용에 관한 것이다. 이 문제를 심각하게 바라본 그들은 많은 통계자료를 검토한 결과 정부가 유학 정책을 수립하지 않았거나 실행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는 선발과 관리와 관련된 문제였다.
정책을 수립하지 않았거나 지켜지지 않은 결과 학생들의 전공은 사회적 수요와 거리가 있었고 귀국 후에 자신의 전공을 활용할 수 없었다. 1925년 조사에 따르면 34.5퍼센트에 달하는 귀국 유학생이 전공을 활용하지 못해 실업자나 가정주부가 되었다고 했다. 왕이쥐의 조사 결과 귀국 유학생들의 사회 진출은 정계와 학계에 집중되었는데 1917~1934년에는 32~40퍼센트가 교육계에서, 16~42퍼센트가 정계에서 직업을 구하고 있다. 문제는 두 분야에 집중되었다는 사실이 아니라 유학생들이 귀국 후 자기의 전공을 발휘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교육계로 진출한 이들은 주로 인문학과 농업 전공자였다. 이과 전공자는 연구할 기회를 얻지 못해 학교 밖에서 길을 찾아야 했는데 소수는 정계에 진출했지만 역시 연구나 기술직이 아닌 사무직이었다. 가장 심각한 경우는 농학 전공자로, 1925년 통계에서는 70퍼센트가 교육계에서 일하고 일부가 정계로 진출했을 뿐 농촌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은 전무했다. 경제계나 금융계에서 활동하는 사람들도 전공과 무관한 일을 했다.
경제 및 공학 전공자도 자신이 배운 바를 활용하지 못하기는 매한가지였다. 첫째, 상경대를 졸업한 유학생은 대부분 은행에 근무했으며 창업자는 없었다. 둘째, 564명의 경제계 인사 중 10명만 귀국 유학생 출신이며 그중 9명이 은행에 근무했다. 셋째, 40명의 공업계 인사 중 30명은 엔지니어이고 18명이 귀국 유학생이었는데, 유학생들은 전공과 무관하게 국영 기업의 관료로 일했다.
이런 결과는 단순히 교육 투자의 차원을 떠나 깊은 사회적 의미를 지닌다. 유학 출신들이 전공을 활용하지 못한 데는 그들이 남에게 굽힐 줄 몰랐다거나 농촌으로 가기를 꺼려했다는 심리적 요인 외에도 중국 사회의 부족한 면을 채워줄 만한 응용지식이 부족하거나 불가능했거나 원하지 않았다는 요인이 있었음을 말해주기 때문이다. 또한 그들은 학계에 남든 정계에 뛰어들든 ‘배움이 뛰어나면 관직에 나간다’는 전통 가치관을 극복하지 못했다. 1930년대 이후 정세 변화에 따라 유학생의 태도도 변했고 학문적 수준도 향상되었으나 항일전쟁이 발발하자 그들은 다시 주저앉고 말았다.
수신청·왕이쥐의 세 번째 비판은 “미국인이 되고 싶은 욕망”이었다. 왕이쥐는 룽훙을 비롯한 많은 유학생은 미국인이 되고 싶어 했을 뿐이라고 평했다. 그 예로 교육 수준이 높을수록 귀화 경향도 높은 점을 들었는데, 어린 유학생 중 8명이 학사 학위를 취득했고 그중 4명이 미국인이 되었다. 학위를 얻지 못한 100여 명 중에서는 단 한 명만 다시 미국으로 돌아갔다. 이렇게 미국인으로 귀화하는 경향은 계속 이어져 1937년 출간된 『칭화동창회록淸華同學錄』에는 21명의 졸업생이 이미 14년 이상 미국에 장기 거주하고 있었다.
왕이쥐는 선발 과정을 거쳐 출국한 유학생들이 엄격한 이민법 심사에 통과해 미국에 남기란 대단히 어려운 일이라고 했다. 또한 중국 입장에서 이들이 미국에 남는다는 것은 유학 정책에 대한 투자를 회수하지 못하는 것이자 가장 우수한 인재를 잃는다는 점에서 두 배의 손실이었다. 귀화는 세대의 문제이기도 하다. 다시 말해 “유학은 가족 전통과 관계되어 있다. 부친이 유학하면 아들도 유학을 간다. 세대가 내려갈수록 중국 문화에 대한 소속감은 멀어지고 3대째가 되면 귀화는 기정사실이 되어버린다.”
중국 학생들의 미국 유학 열기는 갈수록 뜨거워서 사회적으로 유학 교육은 중요한 이슈가 되었다. 수신청부터 왕이쥐까지 근대 중국의 유학 교육은 단지 교육사의 주제를 넘어 중국 근대사 전체 맥락에서 다루어야 할 문제가 되었다. 중국 근대 정치, 경제, 문화와 사회적 맥락에서 미국 유학 교육이라는 문제를 보아야 할 것이다.
오늘날 미국에서 유학한 중국 학생에 관한 연구에서 수신청·왕이쥐의 비판을 진지하고도 신중하게 처리하지 않으면 번안사학자들처럼 ‘애국-매판’ 또는 ‘전통-현대성’이라는 이원대립의 사고 틀에 갇히고 만다. 우리는 반드시 건설적이고 생산적인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 즉 21세기의 시각으로 21세기의 문제에 대해 질문해야 하며 21세기의 언어와 개념으로 분석해야 한다.

구매가격 : 22,500 원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

도서정보 : 최은영 / 문학동네 / 2023년 08월 07일 / EP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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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진실하기를, 더 치열하기를, 더 용기 있기를
『내게 무해한 사람』 이후 5년,
고요하게 휘몰아치는 최은영의 세계

소설가 권여선, 서평가 정희진 추천
2020 젊은작가상 수상작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 수록

‘함께 성장해나가는 우리 세대의 소설가’를 갖는 드문 경험을 선사하며 동료 작가와 평론가, 독자 모두에게 특별한 이름으로 자리매김한 최은영의 세번째 소설집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가 출간되었다. 올해로 데뷔 10년을 맞이하는 최은영은 그간 만남과 헤어짐을 거듭하는 인물의 내밀하고 미세한 감정을 투명하게 비추며 우리의 사적인 관계 맺기가 어떻게 사회적인 맥락을 얻는지를 고찰하고(『쇼코의 미소』, 2016), 지난 시절을 끈질기게 떠올리는 인물을 통해 기억을 마주하는 일이 어떻게 재생과 회복의 과정이 될 수 있는지를 살피며(『내게 무해한 사람』, 2018), 4대에 걸친 인물들의 삶의 궤적을 따라감으로써 과거에서 현재를 향해 쓰이는 종적인 연대기(年代記)가 어떻게 인물들을 수평적 관계에 위치시키며 횡적인 연대기(連帶記)로 나아가는지를 그려왔다(『밝은 밤』, 2021). 이전 작품들에 담긴 문제의식을 한층 더 깊고 날카로운 시선으로 이어나가는 이번 소설집은 작가가 처음 작품활동을 시작했을 때 품은 마음이 지금의 관점에서 어떻게 이어지는지 보여줌으로써 “깊어지는 것과 넓어지는 것이 문학에서는 서로 다른 말이 아니라는 것”(한국일보문학상 심사평)을 감동적으로 증명해낸다.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에 담긴 7편의 중단편은 조곤조곤 이야기를 시작하다가도 어느 순간 이야기의 부피를 키우면서 우리를 뜨거운 열기 한가운데로 이끄는 몰입력과 호소력이 돋보인다. “너라면 어땠을 것 같아. 네가 나였다면 그 순간 어떻게 했을 것 같니”(「답신」, 170쪽)라고 묻는 최은영의 소설은 소설 바깥의 우리를 적극적으로 소설 속으로 끌어들이면서 때로는 직장생활을 하다 다시 대학에 입학한 인물이 충만한 기쁨과 예상치 못한 어려움을 느끼는 강의실로(「아주 희미한 빛으로도」), 때로는 동갑내기 인턴과 함께 카풀을 하면서 그전과는 전혀 다른 방식의 대화를 하게 되는 자동차 안으로(「일 년」), 때로는 자기 존재를 증명하기 위해 스스로를 몰아붙여온 인물의 외로운 옆자리로(「이모에게」) 우리를 데려가 그들과 함께 한 시절을 겪어내게 한다. 그리고 그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통해 우리에게 “마음이, 당신과 아무런 관계도 없는 사람들의 마음에 붙을 수 있다는 것”(「몫」, 66쪽)을 일러준다. 그것이 최은영의 이번 소설집에서 강력하게 작동하는 힘이자 지금 우리에게 가장 절실한 힘인 다른 사람에 대한 상상력일 것이다.

구매가격 : 11,800 원

수요일은 어리고 금요일은 너무 늙어(문학동네시인선 198)

도서정보 : 천서봉 / 문학동네 / 2023년 08월 25일 / EP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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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까지 우리가 살아남은 기적에 대해,
그건 거의 마법에 가까운 일이었다고 의뭉떨게”

수요일과 금요일 사이, 사람과 사랑 사이
세상의 모든 낙오된 이들에게 보내는 단단한 헌사

긴 기다림 끝에 도착한 천서봉 신작 시집 출간!

문학동네시인선 198번으로 천서봉 시인의 두번째 시집 『수요일은 어리고 금요일은 너무 늙어』를 펴낸다. 2005년 『작가세계』를 통해 데뷔할 당시 심사평에서 “명주실처럼 매우 여리고 섬세하면서도 강한 견인력”을 지닌 시적 화법과 “온유하면서도 끈덕진 감성의 언어를 통해 입체적으로 감각화”한 의미를 “적요한 시적 울림으로 전하는 능력”이 돋보인다는 극찬을 받은 시인은 그에 걸맞은 완성도 높은 시를 꾸준히 발표하며 첫 시집 『서봉氏의 가방』을 선보였다. ‘가방’은 ‘당신’의 부재로 인한 상실과 그리움에 지친 시적 화자가 “영혼”을 “재설계”(「납골당 신축 감리일지」)하기 위해 “갈비뼈 같은 도면”(「이상 기후」)을 넣고 다니는 물건으로, 시인의 분신과 다름없는 상징물이다. 시인 본인의 이름을 내건 이채로운 첫 시집은 그렇게 “삶의 자가발전”(문학평론가 조강석, 해설)을 위해 안간힘을 내는 목소리였다.
그로부터 십이 년, 그간 치열하게 연마한 시어로 써 내려간 시 예순다섯 편을 엮은 이번 시집에서 시인은 ‘닫히지 않는 골목’ 연작시를 펼쳐 보인다. 골목은 “닫을 수도 열 수도 없는” “개방된 공간”(문학평론가 이철주, 해설)으로, “없는 것들이 없어서 있지 말아야 할 것들로 가득”한, “시와 삶을 구분할 수 없는”(「닫히지 않는 골목」) 장소이다. 시적 화자의 소유품인 ‘가방’에서 ‘골목’이라는 열린 공간으로 확장된 이러한 시선과 함께, 건축설계사로도 일하고 있는 시인만의 건축적인 상상력 또한 흥미롭게 표현된다. 유년의 기억을 길어올려 그려낸 골목에는 “재미있는 우울”을 구하러 다니는 소녀가 있고(「닫히지 않는 골목—우울 상점」), 죽은 삼촌과 이복동생이 살며(「닫히지 않는 골목—性 가족공장」), 어린 남자를 집에 들이면서 동네에 소문을 만들어내는 여자가 존재하고(「닫히지 않는 골목—붉은 집」), “고장나도 좋을 불행의 춤을” 추는 아이들이 노닌다(「닫히지 않는 골목—어린이집에서 춤을」).

구매가격 : 8,400 원

내일 또 내일 또 내일

도서정보 : 개브리얼 제빈 / 문학동네 / 2023년 08월 24일 / EPUB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플레이 버튼을 누르면 영원히 다시 시작되는
내일 또 내일 또 내일

★ 2022 아마존 올해의 책 1위 ★ 40주 이상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
★ 영미권 100만 부 이상 판매 ★ 파라마운트 픽처스 제작 영화화 확정
★ 지미 팰런 투나잇 쇼 북클럽 선정 ★ 굿리즈 초이스 어워드 수상

책으로 이어진 사람들의 따뜻한 이야기를 그린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섬에 있는 서점』(2014)과 여성의 현실을 생생히 그려낸 『비바, 제인』(2017)으로 유머러스한 문장, 창의적인 구성, 삶에 대한 깊은 통찰을 선보이며 독자와 평단을 사로잡은 개브리얼 제빈의 장편소설 『내일 또 내일 또 내일』(2022)이 출간되었다. 소꿉친구인 두 사람이 함께 게임을 만들게 되면서 일어나는 일을 다룬 이 책은 대학생들이 기발한 아이디어와 플로피디스크 하나로 게임계를 뒤집을 수 있었던 1990년대 ‘문화의 개척시대’를 배경으로 한 청춘 로맨스이자 성장물이다. 지적이면서도 다정한 제빈의 작품세계를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마스터피스로, 롤플레잉 게임(RPG), 이인칭시점, 인터뷰, 게임 채팅 등 다양한 형식을 활용해 일과 사랑, 청춘이라는 삶의 주요한 키워드를 탐구한다. 2022년 아마존 올해의 책 1위에 선정되고 40주 이상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 자리를 지킨 현재 미국에서 가장 뜨겁고 현대적인 소설이다.

셰익스피어의 희곡 <맥베스> 5막 5장의 독백에서 온 제목 ‘내일 또 내일 또 내일’은 게임이 지닌 무한한 재시작의 속성을 암시한다. 언제나 새로운 내일이 있고, 무엇도 영원하지 않다는 믿음은 <맥베스>에서 비관적으로 독해되는 것과는 달리 제빈의 소설에서 현재에 대한 긍정과 무한한 가능성으로 확장된다. 『내일 또 내일 또 내일』은 또다른 세계, 또다른 선택과 결과, 또다른 삶이라는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그려보는 게이머의 유연한 사고와 태도를 우리에게 전하는, 모든 면에서 바다처럼 깊고 방대한 작품이다.

“게임이 뭐겠어?” 마크스가 말했다. “내일 또 내일 또 내일이잖아. 무한한 부활과 무한한 구원의 가능성. 계속 플레이하다보면 언젠가는 이길 수 있다는 개념. 그 어떤 죽음도 영원하지 않아, 왜냐하면 그 어떤 것도 영원하지 않으니까.” _본문 중에서


우리를 절망에서 구원하는 건,
기꺼이 놀고자 하는 의지

아픈 언니를 둔 세이디와 교통사고로 다리를 다친 샘은 어린이 병원의 휴게오락실에서 처음 만난다. 두 사람은 함께 게임을 하며 서로의 외로움을 이해하는 둘도 없는 친구가 되지만, 작은 오해로 인해 사이가 멀어진다. 세월이 흘러 우연히 지하철 플랫폼에서 세이디를 발견한 샘은 망설이다가 인파 속에서 이렇게 외친다. “당신은 이질에 걸려 죽었습니다!” 게임 <오리건 트레일>에서 온 이 문장은 함께 게임을 하고 놀던 시절을 떠오르게 만드는 둘만의 농담이었다. 세이디는 뒤를 돌아보고, 짧은 재회 후 샘에게 자신이 만든 게임 <솔루션>이 담긴 플로피디스크를 건넨다. 전공에서 재미를 찾지 못하고 있던 샘은 <솔루션>을 플레이해본 뒤 세이디와 함께 게임을 만들어야겠다는 확신을 가진다. 샘의 룸메이트인 마크스가 프로젝트에 합류하고, 첫 게임 <이치고>가 뜻밖의 엄청난 성공을 거두면서 이들의 삶은 송두리째 흔들린다.

예상치 못한 큰 성공 뒤에도 고난은 계속된다. 어린 시절의 사고로 평생 다리에 장애를 가지고 살아가는 샘은 점점 통증이 악화된다. 세이디는 교수이자 게임 디자이너인 연인 도브와 복잡하고 괴로운 관계를 끝맺지 못한다. 개인적인 어려움에 더해 90년대 게임업계의 열악한 업무 환경, 예술적 야망을 따라가지 못하는 기술적 한계, 하루 열여덟 시간씩 일하며 만든 게임이 대중에게 완전히 외면당할 수도 있다는 공포가 언제나 이들을 따라다닌다. 하지만 이 모든 절망 속에서 이들을 구원하는 것은 결국 게임이고, 함께 놀고자 하는 의지다.

『내일 또 내일 또 내일』은 유년기를 지배하고 평생에 걸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게임들에 대한 이야기다. 또한 그런 게임을 만들어왔고 만들려 하는 사람들을 위한 이야기다. 어쩔 수 없이 지독한 사랑에 대한 이야기가 되고, 상실과 그뒤에 남겨진 이들의 이야기도 되며, 필연적으로 세계에 대한 이야기가 되고 만다.
박서련(소설가)

소설에 등장하는 <오리건 트레일> <동키콩> <슈퍼 마리오>를 비롯해 <철권> <던전 앤 드래곤> <테트리스> <젤다> <킹스 퀘스트> 등 한 시대를 풍미했던 게임들은 게임을 사랑하는 게이머의 향수를 자극하고 게임을 잘 몰랐던 독자에겐 게임이 지닌 종합서사예술로서의 매력을 여실히 보여준다. 제빈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게임이라는 장르를 문학의 형식 속에 능숙하게 녹여낸다. 실존하는 게임 웹진 <코타쿠>와 샘의 인터뷰가 본문 중에 삽입되고, 이인칭 ‘새’의 시점이나 롤플레잉 게임의 줄거리로 이야기가 진행되고, 인물들은 게임 속 채팅으로 대화를 나눈다. IBM 출신의 부모를 두었으며, “평생 적잖은 수의 버추얼 들소를 죽였고, 드넓은 땅에서 끙끙대며 픽셀화된 돌멩이를 골라냈다”고 고백하는 제빈이 그려낸 게임과 게임을 사랑하고 만드는 사람들의 세계는 새로우면서도 놀랍도록 생생하고, 그 속에 오랫동안 머물고 싶을 만큼 아름답다.


영원한 승자도 패자도 없는
사랑과 삶이라는 게임
가능성이 넘실대는 생생한 버추얼 월드

『내일 또 내일 또 내일』은 전통적인 의미에 국한되지 않는 관계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이것은 분명 ‘러브스토리’지만 “러브스토리라고 부를 수 있는 그 어떤 것도 뛰어넘는 깊고 복잡한 마법”이다. 신체적 장애를 가진 아시아계 미국인이자 노동자 계급에 속하는 샘은 부유한 배경을 가진데다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로부터 자유로운 세이디에게 자격지심을 느끼면서도 그를 동경한다. 게임계에서 여성으로서 자신의 공로를 충분히 인정받지 못하고, 대중의 취향보다 게임이 예술이 될 수 있다는 믿음에 마음이 끌리는 세이디는 자신이 가지지 못한 걸 가지고 회사의 얼굴로 활동하는 샘을 미워하면서도 염려한다. 삶의 가장 찬란한 순간과 비극적인 기억을 공유하고, 가장 가까운 사이지만 서로의 비밀을 존중할 줄 아는 두 사람은 사회가 정해놓은 어떤 관계의 형태에도 속하지 않은 채로 오랫동안 함께한다.

“넌 어떻게 그걸 모르니? 연인은…… 흔해빠졌어.” 세이디는 샘의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너랑 사랑을 나눈다는 생각도 괜찮았지만, 그보다는 너랑 일하는 게 너무 좋았으니까. 인생에서 합이 딱 맞는 협업 파트너는 아주 희귀하니까.” _본문 중에서

두 주인공이 지하철 플랫폼에서 재회한 세기말의 겨울로부터 10년이 넘는 시간이 흐르는 동안 세계는 변화하고 진보하며 그사이 예상치 못한 비극을 맞기도 한다. 거대한 흐름에 맞춰, 혹은 그 흐름과는 무관하게 삶은 흐르고 관계의 모양은 달라진다. 드라마틱한 전개와 형식적 실험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술술 재생되는 것은 바로 이런 자연스러움에 있다. 제빈은 영리한 형식적 실험을 더해, 가장 전통적인 관점에서 훌륭한 소설을 써냈다. 시공간을 횡단하며 청춘의 한 시절을 일종의 체험처럼 겪는 소설. 그래서 계속 책장을 넘기게 되는 소설, 모든 인물을 사랑하게 되는 소설, 이야기를 통과하고 나오면 그전과는 다른 사람이 되어 있는 소설. 이 반짝거리는 버추얼 월드에서 우리는 본 적 없는 사랑을 플레이하고 생생한 게임을 겪으며 청춘의 파도를 탄다. 플레이 버튼을 누르기만 하면 시작되는 삶이라는 파노라마는, 쉽게 멈추지 않을 것이다.

구매가격 : 13,000 원

추상오단장

도서정보 : 요네자와 호노부 / 엘릭시르 / 2023년 08월 10일 / EP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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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회 일본 추리작가협회상 후보작
제10회 본격 미스터리 대상 후보작

다섯 편의 리들 스토리가 가리키는 단 하나의 진실

고서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요시미쓰는 갑자기 찾아온 손님으로부터 돌아가신 아버지가 쓴 단편소설을 찾아달라는 의뢰를 받게 된다. 보수에 이끌려 의뢰를 수락한 요시미쓰는 소설을 찾는 과정에서 그들이 과거에 벌어졌던 어떤 사건과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챈다. 그리고 곧 소설에 담긴 의미를 깨닫는데…….
나오키상 수상 작가 요네자와 호노부의 『추상오단장』이 출간되었다. 이 작품은 몇 안 되는 단서를 토대로 의뢰인의 죽은 아버지가 쓴 소설을 찾는 모습을 그리고 있는 이 작품은 드물게도, 결말이 숨겨진 리들 스토리(riddle story)라는 단편소설을 이용한 미스터리이다. 출간 당시, 제63회 일본 추리작가협회상 후보작, 제10회 본격 미스터리 대상 후보작에 올랐으며,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미스터리가 읽고 싶다’, ‘《주간 분슌》 미스터리 베스트 10’, ‘본격 미스터리 베스트 10’ 등에 최상위권에 오르며 화제가 되기도 했다.

구매가격 : 11,600 원

신경 좀 꺼줄래

도서정보 : 케빈 윌슨 / 문학동네 / 2023년 08월 11일 / EP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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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분하면 몸이 불타오르는 아이들
어쩌다 이 아이들을 돌보게 된 한 여자
세상으로부터 스스로를 지키려는 세 사람의
다크하게 웃기고 무시무시하게 아름다운 이야기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
<뉴욕 타임스 북 리뷰> <워싱턴 포스트> <피플> <엔터테인먼트 위클리>
<타임> 선정 올해의 책

감정이 격해지면 몸에서 불이 나는 아이들이 있다. 마치 번개가 치듯 화르르 아이가 타오르며 몸에서 희고 푸르고 붉은 불꽃이 뿜어져나온다. 아이들이 입은 옷도 주위의 모든 것도 불에 타서 너덜너덜해지지만 정작 아이들은 멀쩡하다. 머리카락 한 올조차 불에 타지 않는다.
『신경 좀 꺼줄래』는 바로 이런 참신하면서도 독창적인 설정을 기반으로 한 소설로, “불타는 아이들”인 열 살 쌍둥이 베시와 롤런드, 그리고 친구의 부탁으로 이 아이들을 돌보게 된 릴리언의 이야기를 그린다. 이 세번째 장편소설로 “그의 가장 완벽한 작품”이라는 평을 받은 작가 케빈 윌슨은 비현실적이고 초자연적인 소재를 지극히 현실적인 배경과 이야기에 완벽하게 조화시키며 탁월한 스토리텔링 능력을 증명했다. 가족, 사랑, 책임 등에 대한 이야기를 신랄한 유머와 따뜻한 온기, 경쾌한 재치를 유쾌하게 섞어 풀어나간 『신경 좀 꺼줄래』는 출간되자마자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오른 것은 물론 미국 NBC 방송사의 <투데이 쇼> 북클럽에 선정되어 커다란 사랑을 받았고, <뉴욕 타임스 북 리뷰> <워싱턴 포스트> <피플> <엔터테인먼트 위클리> <타임> 등 다수의 매체에서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었다.


엉망진창이라도 제대로 굴러가길 필사적으로 원하는
완벽하지 못한 사람들의 가장 완벽한 이야기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계속 아르바이트만 전전하며 살던 28살의 릴리언. 미래에 대한 고민 따위는 없이 그저 현재를 참을 만하게 만드는 데만 신경쓰며 하루하루를 흘려보내던 릴리언에게 어느 날 고등학교 동창 매디슨의 편지가 도착한다. 일 년에 몇 번 편지만 주고받을 뿐 특별한 교류는 없던 매디슨이 이번에 연락한 용건은 다름 아닌 릴리언이 맡아주었으면 하는 일자리가 있다는 것. 테네시에 있는 남편의 사유지로 와달라는 매디슨의 요청에 “삶에서 잃어서 아쉬울 것은 하나도 없”는 릴리언은 곧장 가겠다고 결정한다.
릴리언의 삶이라고 언제나 이렇게 희망이 없던 것은 아니었다. 어린 시절 가난한 산골 동네의 전도유망한 신동이었던 릴리언은 장학금을 받고 명문 사립 여학교에 진학하며 가난과 불행에서 탈출하길 꿈꿨다. “부잣집 여자애들이 정해진 미래를 향해 가는 길에 따는 리본 같은 것”이었던 그 학교에서 릴리언은 부유한 가문 출신의 매디슨과 룸메이트가 되고, 두 사람은 내면의 기이함과 울분을 공유하며 친한 친구가 된다. 하지만 매디슨의 마약 소지 혐의를 릴리언이(정확히는, 릴리언의 엄마가) 돈을 받고 대신 뒤집어쓰며 릴리언은 퇴학을 당하고 두 사람은 소원한 사이가 된다.
이번에 매디슨이 릴리언을 찾은 것은 남편 재스퍼와 전부인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들 때문이었다. 두 아이는 감정이 요동치면 피부에서 불꽃이 타오르는 특이한 성질을 가지고 있는데, 얼마 전 아이들의 엄마가 세상을 떠난 이후 외가에서 반쯤 방치된 채 지내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상원의원인 재스퍼는 국무장관 후보로 내정되었고, 재스퍼가 무사히 국무장관이 될 때까지 이 기이한 아이들이 일을 망치지 않도록 릴리언이 두 아이를 돌봐달라는 것이다.
아이를 돌본 경험이 있기는커녕 평생 아이가 있는 삶을 살 거라고 생각도 해본 적 없는 릴리언은 당연히 이 불타는 아이들을 돌보는 데 어려움을 겪고 아이들 역시 릴리언을 그다지 믿지 못한다. 하지만 아침에는 함께 요가를 하고 점심에는 농구를 하거나 수영장에서 놀거나 수학 공부를 하고 밤에는 책을 읽어주면서 함께 지내는 나날이 쌓여나가며 이들 세 사람은 점차 깊은 친밀감을 느끼고 서로를 의지하게 된다. 그리고 릴리언은 이 아이들과 자신이 왜 자연스럽게 서로에게 스며들었는지 깨닫게 된다.

나를 빤히 보는 아이들을 보며, 내가 이 아이들에게서 나 자신을 보게 되리란 생각을 했다. 이 아이들은 나였다. 사랑받지 못하고 망가진 아이들. 나는 이 아이들이 원하는 걸 갖게 해줄 생각이었다. 애들은 나를 할퀴고 발로 찰 테지만 나는 이 아이들을 건드리는 사람은 누구라도 할퀴고 발로 찰 생각이었다. 본문에서


“이 소설의 다정함이 당신을 녹여버릴 것이다.” NPR

니콜 키드먼 주연의 영화로도 만들어지며 큰 사랑을 받았던 전작 『펭씨네 가족』(영화의 한국 개봉 제목은 ‘부모님과 이혼하는 방법’)에서도 볼 수 있듯 케빈 윌슨은 별난 등장인물들이 비관습적이고 색다른 가족 시스템 안에서 관계를 맺고 하나가 되는 사랑스러운 소설을 쓰는 데 특별한 재능을 발휘해왔다. 특히 작가는 우리가 태어난 가족이 아니라 스스로 선택한 가족을 중심에 두고 이야기를 펼쳐나가는데, 『신경 좀 써줄래』 역시 아웃사이더로 살아온 릴리언과 부모에게 제대로 된 돌봄과 애정을 받지 못한 쌍둥이가 맺은 일종의 대안가족 같은 관계가 소설을 이끌어나가는 핵심이 된다.
“너희는 내가 너희를 잘 돌봐줄 거라고 믿어야 해. 처음엔 좀 이상할 거야. 가끔 화도 날 거야. 그래도 어쨌든 난 너희를 돌볼 거야. 내가 그렇게 할 거야”라고 큰소리치며 쌍둥이를 매디슨의 저택 뒤쪽 게스트하우스로 데려온 릴리언은 스스로를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진 않지만, 아니 오히려 자신은 사랑 같은 복잡한 감정은 알지도 못하는 이기적인 사람이라고 여기지만, 이 아이들만은 품어 안고 싶다고, 세상으로부터 이 아이들을 지키고 싶다고 생각하게 된다. 이 아이들은 비록 제멋대로에 몸에서 불도 나지만 더 나은 삶을 누릴 자격이 있다고.
현재를 그저 견디기만 하던 세 사람이 서로를 끌어안기까지, 그 과정은 뜨겁고 불타오르고 파괴적이지만 동시에 이상할 정도로 아름답다. 꼬여버린 인생을 냉소하며 뒤틀린 유머와 욕설을 퍼붓는 릴리언과 “이게 없으면 어떻게 우릴 지키겠어요?”라고 말하며 불꽃을 내뿜는 쌍둥이를 그리는 작가의 시선은 유머러스하면서도 온화하고 따뜻하다. “아이들을 위해서, 나를 위해서, 모두를 위해서 더 나은 이야기를 써야” 한다는 릴리언의 다짐처럼, 작가는 이들의 삶에 더없이 다정한 이야기를 선사한다. 그리고 그 다정함은 독자의 마음에 찬란한 불꽃을 피워올릴 것이다.

구매가격 : 11,200 원

사서 일기

도서정보 : 앨리 모건 / 문학동네 / 2023년 08월 09일 / EPUB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이런 일까지 할 줄은 몰랐지…”
오늘도 평화로운 대혼돈의 도서관에서
사서는 고군분투중!

큰활자책과 오디오북 빌리기, 동요 배우기, 인터넷 사용, 덥거나 추운 날 편히 쉬기, 따라잡기 힘은 스마트 기기 사용법 배우기…… 이 모든 것이 누구에게나 무료로 가능한 공간이 있다면, 그곳은 도서관이다. 『사서 일기』는 지식을 나누는 공간이자 모두에게 열려 있는 안식처, 그리고 사회를 위한 훌륭한 균형장치인 도서관의 최전선에서 일한 어느 사서의 경험을 유쾌하고도 감동적으로 그려낸 에세이다.

작가 앨리 모건은 우울증과 PTSD, 자살충동에 시달리던 중 지역 도서관에서 보조사서로 일을 시작했다. 학습장애 청소년, 노숙인, 실업자, 영유아, 싱글맘, 노인 등 다양한 이용자를 만나며 그들에게 도움을 주는 사이 앨리 역시 삶의 밑바닥에서 조금씩 떠올랐고, 도서관이 자신을 구한 것처럼 이제 자신이 위기에 빠진 도서관을, 그 공간을 사랑하고 그곳이 필요한 이용자들을 구하기로 마음먹는다. 갱단의 표적이 되는가 하면 삶의 벼랑 끝에 선 이용자의 마지막 지푸라기가 되기도 하는 하루하루를 보내며 도서관에서 벌어지는 사건사고를 ‘@grumpwitch(성질 더러운 마녀)’라는 트위터 계정에 소개했고, ‘내가 도서관에서 일하면서 사람들에 대해 알게 된 것들’이라는 타래가 하룻밤 사이 어마어마한 파장을 일으키며 언론과 전 세계 도서관 애호가, 독서인의 관심이 쏟아졌다. 그것을 계기로 탄생한 이 에세이는 그녀의 삶을 구한 이상하고도 멋진 도서관에 바치는 진심어린 러브레터이자, 그곳을 아끼는 이들에게 보내는 뜨겁고도 다정한 제안이다. SNS로는 전부 소개하지 못했던 기상천외한 에피소드와 책장 뒤 사서들의 분투에 다시 한번 열렬한 반응이 날아들었고, 이 책을 먼저 읽은 한국의 사서들 역시 지역공동체에서 도서관과 사서의 존재가 얼마나 소중한지 유머러스하면서도 진솔하게 보여주는 이야기에 한마음으로 공감과 응원의 목소리를 보냈다.

✐ 이 책은 공감 300%가 아닙니다. 1000% 대공감! _한우리도서관 사서
✐ 뒷이야기가 궁금해 마음을 재촉하게 되고 가슴속에서 뜨거운 무엇이 꿈틀대더군요. _부산 분포초등학교 도서관 사서
✐ 믿기 어려우시겠지만…… 이 책에 소개된 일들을 실제로 현장에서 많이 겪는다는 사실…… _강남구립도서관 사서
✐ 도서관은 사서에게도 영혼의 치유소로 기능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_경북대학교 도서관 사서


도서관은 책을 보기 위해서만 가는 곳이 아니다
당신이 몰랐던 사서의 하루하루

오랫동안 정신적인 문제로 어려움을 겪다 이제 삶을 끝내야겠다고 결심한 앨리의 마음을 돌린 것은 도서관에서 걸려온 채용 합격 전화 한 통이었다. 어린 시절 내내 사서가 되길 꿈꿨던 앨리는 자살 계획을 일단 미뤄둔 채 소규모 도서관 보조사서로 첫 출근을 한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그곳은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괴괴하고 우울한 분위기에 장서는 먼지만 쌓여가는 상황. 얼마 되지 않는 방문객은 크게 세 부류로, 너무 비싸고 빨리 읽어버리는 어린이책을 자녀에게 사줄 형편이 안 되는 젊은 부모들, 추리소설을 들어오는 족족 읽어치우는 어르신들, 그리고 도서관이 아니면 달리 갈 곳이 없는 사람들이다. 마지막 부류에 속하는 이들은 집에서 냉난방을 할 여유가 없거나, 실업수당 수령을 위한 구직활동에 필요한 컴퓨터가 없거나, 둘 다 없는 취약계층이 대부분이다. 이렇게 부유하지 못한 동네의 도서관에서는 컴퓨터가 특히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복지 혜택과 지원금을 신청하고 공과금을 납부하기 위해서는 도서관에서 제공하는 무료 인터넷 서비스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그렇다. 사람들은 꼭 책을 보기 위해서만 도서관을 찾는 것이 아니었다. 동요를 가르쳐주는 어린이 교실에 자녀를 참석시키러, 비 오는 날 따뜻하게 앉아 있을 공간을 찾아서, 온종일 혼자 지내다 누군가와 대화를 하기 위해, 까다로운 양식 작성에 도움을 구하러 사람들은 도서관을 찾았다. 하지만 시 자치체는 공간의 가치를 이용자 수와 현금 수입이라는 숫자로만 측정했고, 그 기준에 따르면 앨리의 도서관은 충분한 지원을 받을 자격이 되기는커녕 폐관 위기였다. 그럼에도 제각기 다른 이유로 이 공간이 반드시 필요한 이들을 만나며 앨리는 어린 시절 자신을 매혹했던 도서관의 마법을, 절망에 빠져 있던 시기에도 이곳에 구직원서를 넣게 했던 힘을 되살려 이 공간을 지키고 널리 알리겠다고 결심한다.

물론 일부 폭력적인 이용자, 매뉴얼에만 집착하는 관리자, 포스터의 서체 하나까지 간섭하는 관료, 예산을 좌우하지만 정작 도서관 서비스에는 무관심한 시의원 때문에 기운이 꺾이는 순간도 있지만, 앨리는 마음이 맞는 동료들과 ‘도서관 수호대’를 결성해 뜨개질클럽, 성인 그림 교실, 작가와의 만남 등 다양한 활동을 기획하고 게릴라전을 방불케 하는 작전으로 이용자들에게 한 걸음 가까이 다가간다. 도서관에 생기를 불어넣으려는 그 노력에 응답하듯 이용자 수가 빠르게 늘어가는 것을 보며 사서들은 용기를 얻고, 급기야 도서관을 축제의 장으로 만들기 위한 대형 프로젝트를 기획한다. 수익금 전액을 지역사회에 기부하는 수제 케이크 경연대회. 마침내 대망의 행사 당일, 도서관에 도착한 앨리의 눈앞에 전혀 기대하지 못한 광경이 펼쳐져 있다.

그날 무엇보다 가슴 벅차고 짜릿했던 것은 우리가 바야흐로 새롭고 신나는 도약의 발판에 서 있다는 느낌이었다. 로스크리 수호대의 반란을 넘어서 뚜렷한 목적을 품은 난장판을 벌이고 있다는 의식을 공유했다. 도서관이 케이크로 뒤덮인 광경, 최근까지 우중충하고 사무적이기만 했던 공간을 꽉꽉 채운 사람들, 수다와 혼란의 아우성은 지역공동체 전체가 도서관을 되돌려달라고 요구하고 있다는 신호로 느껴졌다. _본문 396쪽


무엇이든 가능한, 이상하고 아름다운 도서관에서
오늘도 우리는 여러분을 기다립니다!

어린 시절 앨리는 도서관에서 한 권 한 권 저마다의 우주가 담긴 책들을 탐독하며 세상을 만났다. 책을 읽는 순간만은 해적도 뱀파이어도, 법정심리학자도 될 수 있었던 앨리는 이제 사서가 되어 아기와 청소년, 연금생활자에게 다양한 책과 그 안에 담긴 세계를 소개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리고 수많은 책처럼 각양각색의 이용객을 만나며 깨닫는다. 도서관의 가치는 서가 위나 책 속에만 깃든 것이 아니라는 것.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공간으로서 기울어진 운동장을 평평하게 만드는 역할이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것. 전 세계적인 전염병 코로나19가 당도했을 때도 사람들은 사서를 신뢰하며 조언과 정보를 구했고, 도서관은 임시콜센터 역할을 하고 취약계층에 식료품을 전달하거나 처방약을 배송하는 등 지역사회에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했다. 이 어려운 시기를 거치며 더욱 분명해진 것이 있다면, 그것은 기능이 대폭 축소된 상황에서도 도서관은 도움이 가장 절실한 이들, 목소리가 없는 이들에게 필요한 것을 최전선에서 제공하는 사회적 안전망이라는 사실이었다.

이제 앨리와 도서관은 평범한 일상을 되찾았을까?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모든 도서관의 운명은 그곳을 찾는 이용자들에게, 지역사회에 달려 있으므로. 앨리는 도서관의 특별한 마법을 사랑하는 모든 이들에게 당부한다. 지역공동체의 이 귀중한 자원을 주변에 널리 알리고 시끄럽게 설치고 외쳐달라고. 그동안 사서들은 최선을 다해 그곳을 꾸준히 지키고, 열어두고, 마법을 부릴 것이다. 도서관을 사랑하는 이들의 진심어린 애정과 분투가 담긴 이 책을 덮고 나면 누구라도 앨리가 말한 바로 그 마법을 확인하러 가까운 도서관에 달려가고 싶어질 것이다. 그리고 바로 그곳에서, 모두의 이야기가 새롭게 탄생할 것이다.

구매가격 : 11,900 원

먹는 마음

도서정보 : 호사 / 문학동네 / 2023년 08월 18일 / EPUB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제10회 브런치북 대상 수상작!
“언제부터였을까.
맛있는 걸 먹으면 엄마부터 생각난 건……”

오래오래 같이 먹고 싶은 ‘그들’에게
말하지 못한 마음을 담아 전하는 음식 연서(戀書)

제10회 브런치북 대상 수상 작가 ‘호사’가 그간 홀로, 또 함께 먹어온 다양한 음식을 토대로 음식에 담긴 마음과 음식을 먹으며 헤아리고 다짐한 마음을 이야기하는 에세이.
저자는 나이 일흔에 처음으로 ‘티라미수’를 맛보고 즐거워하는 엄마를 보면서 앞으로 당신께 부지런히 ‘설레는 처음’을 선물하겠다고 결심하고, 큰언니가 정성스레 끓인 ‘보리차’와 에너지 음료를 마시지 않는 자신을 위해 후배가 사다준 ‘보리차 음료’를 들이켜며 음식에 담긴 정성과 관심의 힘을 다시금 깨닫는다. 특히 이 책에서 빛나는 것은 나이 든 부모님들을 낯선 음식의 세계로 인도하며 식탁 위 대화를 통해 미처 몰랐던 당신들의 모습을 이해해가는 여정이다. 파스타, 과카몰레, 파히타 접시를 앞에 두고 망설이면서도 딸의 재촉에 조심스레 맛의 지도를 넓혀가려는 모습을 보며, 저자는 당신들의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을 가늠하고는 오늘도 두 분을 최고의 식탁으로 안내하려 열심을 다한다.

앞으로 엄마 인생에 몇 번의 티라미수가 있을까? (중략) 시간이 허락하는 한 부지런히 엄마에게 설레는 ‘처음’을 선물해야겠다. 옹알이, 뒤집기, 걸음마 등등 나의 수많은 처음에 엄마가 있었던 것처럼 엄마의 무수한 ‘시작’에 이제 내가 있다. _「엄마의 티라미수」에서

어디를 가든 보리차를 내주면 바닥이 보일 때까지 다 마신다. 아무리 배가 차도, 필요한 양의 물을 이미 충분히 마셨어도 마지막 한 방울도 남기지 않는다. 보리차 한잔에 담긴 크고 작은 마음들을 알기에 허투루 대할 수 없다.
마음이 헛헛하거나 주책없이 날뛸 때면 보리차가 생각난다. 텅 빈 나를 채워주고 또 들뜬 마음을 가라앉혀주던 수많은 보리차들. 그 기억이 있었기에 지금껏 무너지지 않고, 지치지 않고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_「보리차를 끓이는 마음」에서



엄마의 티라미수, 아빠의 아포가토, 큰언니의 보리차, 작은언니의 돈가스……
먹는 마음과 먹이는 마음
흔들리는 삶을 지탱해준 음식과 사람 이야기

이전까지 커피 ‘한잔의 여유’도 즐길 줄 몰랐던 아빠가 ‘아포가토’를 떠먹으며 뒤늦게 당신의 취향을 알게 된 이야기, 동생은 창피를 당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으로 포크와 나이프로 ‘돈가스’를 먹는 법을 알려주던 작은언니와의 추억 등, 책에 담긴 이야기는 단순히 새로운 음식을 맛본 경험을 넘어 음식에 담긴 마음, 음식과 함께한 사람들을 애틋하게 풀어놓는다.
이를테면 큰맘 먹고 허리띠를 잔뜩 졸라매 모은 돈으로 엄마 아빠와 함께 떠난 베트남 여행에서 일명 ‘달랏 피자’라 불리는 ‘반짱느엉’을 엄마와 사 먹은 일화에서는, 딸 둘을 데리고 노점에서 피자를 굽는 아주머니의 모습에서 삼십 년 전 당신의 얼굴을 겹쳐 보는 엄마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줄줄이 딸린 자식새끼들 입에 뭐라도 더 넣어주고자 뼈에 바람이 드는지도 모르고 악착같이 돈을 벌었던 삼십 년 전의 엄마. 그 자식 중 하나가 커서 모시고 온 여행에서 자신의 과거와 마주하게 된 엄마의 마음을 도저히 상상할 수조차 없는 저자는 목구멍에서 차오르는 뜨거운 덩어리를 반짱느엉으로 꾸역꾸역 밀어내린다.
일흔 넘어 처음으로 ‘파스타의 세계’에 입성한 엄마와 냉장고 속 재료들을 털어 만든 ‘제철 채소 왕창 오일 파스타’를 나눠 먹으며 나중에 엄마 제사상에 올릴 파스타를 궁리하는 에피소드, 무릎 수술을 한 엄마를 위해 도가니탕을 끓이며 과거 가족들이 골골할 때면 사골국을 끓이던 엄마를 이해하게 된 사연 등은 피할 수 없는 이별에 대한 두려움과 부모님이 살아 계신 동안 마음을 다할 것을 다짐하는 저자의 진심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나중에 엄마 제사상에 파스타 올릴게. 어떤 파스타면 좋겠어?” (…)
“다 좋아. 딸이 한 건 뭐든.”
본인의 입맛보다는 남편과 자식들의 취향이 먼저였던 엄마. 딸이 만든 파스타 한 접시를 다 비울 때까지도 엄마는 끝내 한 종류의 파스타를 정하지 못하셨다. 살아 계시는 동안 다양한 종류로 자주 드시다보면 엄마에게도 선명한 파스타 취향이 생기지 않을까? 일흔 넘어 파스타맛에 눈을 뜨셨으니 발전할 날만 남았다. 그릇을 치우며, 딸의 정성과 애정이 듬뿍 들어간 홈메이드 파스타도 좋지만, 종종 엄마의 파스타 세계를 넓혀줄 셰프의 파스타를 만나러 가야겠다고 다짐했다. 엄마와 내가 함께 파스타를 먹을 날이 얼마나 남았을지 아무도 모르니까. 아무것도 장담할 수 없으니까. _「엄마 제사상엔 무슨 파스타 올릴까?」에서

그렇게 자꾸 엄마를 귀찮게 하고 싶었다. 통증을 줄여주는 약 때문에 자꾸 잠을 자거나 TV를 멍하니 보고 있는 엄마의 정신을 조금이라도 또렷하게 만들고 싶었다. 가족들이 골골할 때면 밤잠을 설쳐가며 사골국을 끓이던 엄마가 그랬던 것처럼. 나도 시간과 정성을 쏟아 도가니탕을 끓이면서, 엄마가 건강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을 가득 담았다. 이 뜨끈한 도가니탕 한 그릇이 엄마를 씻은듯 낫게 해주기를. _「도가니탕을 끓이는 마음」에서

이처럼『먹는 마음』에는 미처 전하지 못한 고마움, 미안함, 응원과 격려, 위로와 조언이 달콤 쌉쌀 짭짤한 음식 이야기와 함께 펼쳐진다. 오래오래 같이 먹고 싶은 ‘그들’에게 말하지 못한 마음을 담아 전하는 이 음식 연서(戀書)는 우리가 무심결에 흘려보낸 한 끼, 그 한 끼를 내 곁의 사람과 함께하는 시간의 소중함을 새삼 일깨운다.



설탕 한 스푼에 사랑 두 큰술,
소금 한 꼬집에 눈물 두 방울!
‘마음’이란 양념으로 버무린, 평범하고도 특별한 음식 이야기

저자에게 ‘음식’을 먹는 일은 곧 ‘마음’을 먹는 일. 그 마음이란 음식을 만든 사람의 정성, 음식이 전하는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더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한 결심과 다짐이기도 하다. “방해받지 않고 오롯이 음식을 먹으며 감탄하는 그 소중한 시간은 매년 나를 한층 더 성장시켰고, 단단하게 채워줬다”는 고백처럼, 그에게 식사는 ‘씹고 뜯고 맛보는’ 단순한 행위를 넘어 어제를 돌아보고 오늘을 생각하며 내일을 그려보는 의식이다.
저자는 바게트를 먹으며 빵에 상처(‘쿠프’라고 불리는 칼자국)가 있기에 볼륨감이 살아나고 속이 촉촉해질 수 있다는 사실을 떠올린다. 바게트의 쿠프처럼 자신의 삶에 난 실패와 상처도 운을 만들고 원하는 결과를 가져왔음을 깨달으며, 피하고만 싶은 고통에도 그 나름의 의미가 있음을 발견한다. 또한 명절마다 전을 부쳐온 경력 삼십 년 차의 ‘전의 요정’으로서 불 조절의 중요성을 설파하기도 한다. 전은 불이 약하면 기름만 잔뜩 배고, 불이 강하면 겉만 타고 속은 익지 않는다는 것, 나아가 전 부치기와 마찬가지로 삶도 불 조절이 관건이라는 자신의 인생론을 공유한다.

각자의 인생 시기에 따라 강불로 뜨겁게 우르르 끓이기도 하지만, 중불로 속까지 충분히 익히고, 때로는 약불로 줄여 뜸을 들여야 하는 순간이 있다. 삶이 맛있게 무르익는 순서와 절차를 무시하면 결국 설익은 인생이 되어버리고 만다. 당신의 맛있는 인생을 위해, 곰곰이 생각해보자. 내 인생이 맛있으려면 지금은 어떤 불이 필요하지? _「요리 못하는 사람의 특징, 약불이 뭐죠?」에서

설탕 한 스푼에 사랑 두 큰술, 소금 한 꼬집에 눈물 두 방울. 저자가 ‘마음’이란 양념으로 버무려 차린 음식들을 먹다보면 우리의 평범한 오늘도 조금은 특별해지지 않을까.

구매가격 : 11,200 원

희귀종 눈물귀신버섯(문학동네시인선 199)

도서정보 : 한연희 / 문학동네 / 2023년 08월 18일 / EPUB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인간이었다가 이내 영혼이었다가
깜빡깜빡하는 혼란 속에서”

그늘진 땅속 서로의 손을 붙들고서
신비하고 이채롭게 자라나는 눈물, 귀신, 버섯


감각적이고 새로운 목소리의 시인들을 소개하며 독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는 문학동네시인선이 200번을 앞두고 199번으로 한연희 시인의 두번째 시집 『희귀종 눈물귀신버섯』을 선보인다. 2016년 창비신인문학상을 통해 “시를 전개하는 방식이 능란”하고 “일상의 친근한 사물과 자신의 감정을 섬세하게 포착”해내는 데서 시적 “기반이 탄탄함”을 알 수 있다는 평(심사위원 박성우 박소란 송종원 진은영)을 받으며 작품활동을 시작한 시인은 첫 시집 『폭설이었다 그다음은』(아침달, 2020)에서 매 순간 우리를 틀에 가두고 교정하려는 시도에 저항하는, 비뚤어지고 정체를 알 수 없어 아름다운 화자를 앞세워 끊임없는 폭설이 쏟아지는 종말론적 세계 속에서 절망하는 대신 사랑의 힘으로 지지 않고 걸어나갈 것을 다짐한 바 있다.

이번 시집에서 시인은 좀더 어둡고 축축한 곳, 빛이 들지 않아 외면받기 쉬운 곳으로 눈길을 돌려 그곳에 자리하고 있는 기묘한 존재들을 들여다본다. “저 혼자 자라나” “귀신처럼 들러붙은” “이상한 유기체 같”(한연희 시인과의 미니 인터뷰에서)은 이 존재들은 때로는 ‘기계 속 유령’과 ‘계곡 속 원한’으로, 때로는 “잿물과 산비둘기의 피로 이루어진 비누”(「비누의 탄생」)로 몸을 바꿔가며 신비롭고 발랄한 목소리로 서늘하고도 서글픈 이야기를 꺼내놓는다.

어디서부터 이야기를 해야 할까

끝이 난 시점
거기엔
경계선이 있고
넘어서기에 딱 좋고

축축해진 손을 흙에 묻었더니
금세 와글와글한 이야기가 자라났다
(…)
손……님……
서두를 부탁드려요

주렁주렁 열린 손을 뽑는다

이 이야기가
부디
아무나 꽉 잡아주기를
_「손고사리의 손」에서

왜그랬어왜그랬어왜그랬어왜그랬어
어떤 응어리가 데구루루 굴러간다
(…)
개는 죽으면 영영 제자리로 돌아오지 않는다고 하고
인간은 제자리를 벗어나지 못한다고 한다

빨간 실타래와 부적을 베개 밑에서 꺼내
가스불에 태우고 나서야
선명하게 보인다

드디어 찾았다
내가 발뻗고 죽을 자리!
_「광기 아니면 도루묵」에서


“끝이 난 시점”(「손고사리의 손」)에 경계선을 넘어서서 ‘영혼’ ‘귀신’ ‘유령’이 되기를 택한 이들은 필연적으로 “어떤 응어리”를 지니고 있기 마련이다. “빨간 실타래와 부적을 베개 밑에서 꺼내/ 가스불에 태우고”(「광기 아니면 도루묵」)서도 풀 수 없는, 이들로 하여금 지박령이 되어 영원히 이곳에 머무르게 하는 이 응어리는 무엇일까. 시집을 채우고 있는 장면들은 하나같이 무참하다. ‘나’의 사랑하는 언니는 자신이 다친 것도, 자신에게 갓난아이가 있는 것도 까먹다 영혼마저 까먹어버린 채 창밖으로 떨어진다(「고딕 모자」). 이웃집 아저씨가 낚아챘던 여자애의 손목에서는 지워지지 않는 비린내가 나고(「알루미늄」), 또다른 여자애는 물에 빠져 죽임을 당하며(「굴 소녀 컴백 홈」), 피서객들이 노니는 캠핑장 인근에는 누군가의 피 묻은 옷더미와 구더기가 있다(「캠핑장에서 왼쪽」). 이토록 “무책임한 군중 무차별적 폭력 무의미한 처벌”(「굴 소녀 컴백 홈」)뿐인 세상에서 ‘끝’을 맞이한 이들은 “썩지 않는 몸과 뒤섞인 몸의 사체를// 걷어버리면/ 세상에 태어난 흔적도 없어져버”(「미드웨이섬」)리므로 수습되지 못한 채 부패해갈 뿐 제대로 된 애도를 받을 수 없다. “침묵과 침묵 사이에서 말 못한 사연”은 썩어들어가며 “끈적하게 상처에 달라붙”(「딸기해방전선」)을 따름이다.

그런데 이토록 참혹한 사연으로 인해 원혼이 되어버린 존재들은 어찌된 영문인지 자신의 한을 풀어내기는커녕 이야기를 시작할 수조차 없다. 그들에게 이름이 없기 때문이다. 이름이 없다는 것은 자신의 존재를 증명할 수 없다는 것이며 이승에서든 저승에서든 존재가 증명되지 않은 자에게는 목소리가 주어지지 않으므로, 그들은 ‘손님’, 즉 샤먼의 힘을 빌려야만 이야기를 시작할 수 있다. 바로 이 샤먼의 역할로서 이 세계에 초대받은 인물이 한연희의 화자이다. 그는 “인간이었다가 이내 영혼이었다가 깜빡깜빡하는/ 혼란 속에서”(「12월」) 방울 달린 천조각을 흔들면서, 버림받고 상처 입은 존재들이 자신의 못다 한 이야기를 완성할 수 있도록, 그들 각각의 존재가 ‘희귀종’으로 호명되고 보호받을 수 있도록 그들의 이름을 찾고 또 찾는다.

누군가를 부르기에 적당할 때까지
누군가의 형체가 만들어지기까지
이름을 만든다

온 자와
간 자의 이름은 늘 다르다
(…)
희고 둥그런 기계 앞에서
숨을 크게 들이마신다
그의 이름은 에밀리
_「에밀리 껴안기」에서


여전히 아이들은 이른 죽음을 맞이하고
가볍고 작고 흰 손가락이 그렇게 무참히 얼어붙고 있는데

그러니 12월에는
뜨거운 통 안에서 퍼올린 이름들을 불러줘야 해
이 끈질긴 애정으로 작은 것이라도 놓치지 않으려면
무슨 이야기든 듣고 말해야 한다
_「12월」에서


무지개를 건너간 반려동물 나의 친구 언제나 자매 카레의 여왕 다정한 이웃 혹은 선생님 저 먼 인도의 수많은 신의 부름을 물려받은 자 그리고 내가 식탁에 마주앉아 시끌벅적 이야기를 나눈다

얼마든지 네 편이 되어주기로 약속할게
_「어제의 카레」에서


그렇게 ‘영혼’ ‘귀신’ ‘유령’이 “나의 친구 언제나 자매 카레의 여왕 다정한 이웃” 혹은 “에밀리”가 될 때,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얼마든지 네 편이 되어주기로 약속”하며 서로의 죽음을 기억하고 존재를 증언하기 시작할 때, ‘눈물’ ‘귀신’ ‘버섯’은 한데 모여 ‘눈물귀신버섯’이라는 희귀하고 새로운 버섯의 이름을 얻는다. 불가해한 메아리와 섬뜩한 흐느낌은 이야기로 자라나 마주앉은 식탁은 어느새 와글와글한 이야기들로 시끌벅적해진다.

기억해야 합니다
진실을 파헤쳐야 합니다
꾹꾹 적어나갈 수 있는 연필을
언니가 손에 쥔다
엄마가 이름을 쓴다
이모가 일기를 끝마친다
딸이 필통 가득히 연필을 모은다
그렇게
씨가 나무로 나무가 연필로 연필이 진실로
이어지고 이어지는 세계에서는
작고 여린 씨앗이 되는 것이
두렵지 않을 거야
무궁무진한 다음을 기다릴 거야
_「씨, 자두, 나무토막 그리고 다시」에서


한연희의 화자는 말한다. “우리의 목소리가 바람처럼 금세 사라질 거라고 다들 말했지만”(「하이볼 팀플레이」), 이야기의 손이 끝끝내 우리를 꽉 잡아줄 것이라고. 사라지게 두지 않을 것이라고. 그렇게 “무궁무진한 다음”이 기다리는 이야기를 전해들은 “여자애는 무럭무럭 어른이 되”고, “비좁고 어두운 동굴을” 막 빠져나온 자리에서 우리는 마침내 “모두 나이 많은 여자”(「표고버섯 키트」)가 되어 있는 서로를 무사히 마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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