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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잘해주고 상처받지 마라(20만 부 기념 스페셜 에디션)

도서정보 : 유은정 / 21세기북스 / 2023년 03월 14일 / EPUB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20만 부 기념 스페셜 에디션 출간



◎ 도서 소개

20만 독자의 마음을 위로한 인간관계의 진리
"돌아오는 게 상처뿐이라면 굳이 그 인연을 끌고 갈 필요 없다"

자존감 심리치료센터를 운영하며 가족과 연인, 친구에게 상처받은 수많은 내담자를 만나온 유은정 대표가 타인에게 상처받지 않고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초판 출간 이후 독자들의 입소문을 타고 베스트셀러가 된 《혼자 잘해주고 상처받지 마라》의 20만 부 돌파 기념 스페셜 에디션으로, 열광적인 독자들의 반응에 감사를 전하는 새로운 서문을 추가했으며 더 작은 사이즈로 휴대성을 높였다.
저자는 사람의 상처는 주변의 무관심이 아니라 ‘내 편이라고 생각했던 사람’, ‘나를 챙겨줄 사람’이라고 기대했던 상대가 외면할 때 생긴다고 말한다. 내가 이 정도 했으니 상대도 저 정도는 해주겠지’라고 생각한다는 것. 하지만 사람의 관계에도 패턴이라는 게 있어서 한 번 취하는 사람은 계속 취하고 빼앗기는 사람은 계속 실하게 된다. 그래서 관계에도 연습이 필요하다.
이 책은 저자가 진료실에서 정해진 시간 안에 상담을 마치고 돌아서는 사람들의 뒷모습을 보면서, 병원 문을 나서기 전에 한 알의 응급약 같은 메시지를 꼭 쥐여주고 싶은 마음으로 한 자 한 자 적어 내려간 글이다. 일, 사랑, 공부, 관계 그 모든 시작이 서툴고 어색한 사람들이 주체적인 삶을 만들어나갈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다.


☞ 함께 읽으면 좋은 21세기북스의 책들
▶ 임포스터|리사 손 지음|21세기북스|2022년 1월 5일 출간|18,000원
▶ 아주 보통의 행복|최인철 지음|21세기북스|2021년 7월 21일 출간|18,800원
▶ 프레임|최인철 지음|21세기북스|2021년 3월 2일 출간|20,000원




◎ 책 속으로

자신이 할 수 있는 만큼, 스스로를 갉아먹지 않을 만큼만 사랑하라는 것이다. 철학자이자 작가 칼릴 지브란은 “관대함은 할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이 주는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사람은 많이 주면 줄수록 그만큼 되돌려 받기를 기대하기 마련이다. 누군가에게 상처받는다는 건 나도 모르게 그 사람에게 기대하고 있다는 증거다. 이렇게 생각해보자. 진정한 관대함은 내가 해줄 수 있을 만큼, 감당할 수 있을 만큼, 상대에게 바라지 않을 만큼 해주는 것이다.

6쪽, 서문 - 나를 가장 많이 생각하고 위하는 사람은 ‘나’다

만약 상대에게 아주 작은 대가라도 바란다면 정확하게 무엇을 원하는지 말을 해야 한다. 이해와 배려, 경제적인 어떤 것, 하다못해 따뜻한 말 한마디…… 그 무엇이라도 좋다. 말하지 않으면 상대는 당신이 상처를 받은 사실조차 모른다.

14쪽, 초판 프롤로그 - 상처는 언제나 가장 가까운 사람이 준다

나쁜 사람처럼 보일까 봐 주저리주저리 변명을 늘어놓는 건 착한 게 아니다. 그러면 상대방이 미안해서 해야 할 말도 못 한다. 상대로 하여금 다음 부탁을 할 수 있는 여지를 주기 위해서라도 거절하는 쪽에서 담백하고 솔직하게 상황을 전달하는 편이 낫다.

43쪽, 남이 원하는 게 원칙이 되게 하지 마라

세상에 ‘그냥’ 옷을 사는 사람은 없다. 충동구매라 할지라도 틀림없이 구매의 이유가 있다. 기분이 좋아서 화사한 원피스를 샀는데, 다음 날은 살찐 체형을 탓하며 검은색 정장을 사는 식이다. 옷에는 하나같이 사연과 감정이 실려 있다.

136쪽, 옷장에는 주인의 자존감이 걸려 있다

우정에도 짝사랑이 존재한다. 더 좋아하는 쪽과 덜 좋아하는 쪽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중략) 상대방의 SNS에 들어가 다른 친구들과는 주로 어디에서 만나고, 무엇을 먹는지 등 사소한 정보도 놓치지 않는다. 보이는 것이 많으니 집착이 심해지고, 친구와 만나도 서운한 마음에 억지를 부리기 일쑤다. 이때가 바로 적신호다.

167쪽, ‘관계의 패턴’을 파악하라

이 세상의 모든 딸은 엄마와 싸우고 화해하기를 끊임없이 반복한다. 그러니 엄마와 사이가 나빠졌다는 이유로 자책하지 말자. (중략) 원래 안 맞는 게 정상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모녀 관계에 대한 환상에서 벗어나자. 엄마와 꼭 친하게 지내야 할 필요는 없다.

188쪽, 굳이 엄마와 친하게 지낼 필요가 없다

사랑은 관계라는 커다란 카테고리의 하위 개념이다.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잘 이끄는 사람이 연애도 잘하는 법이다. 대상이 달라진다고 해서 ‘미숙한 모습’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애도 기간에는 이처럼 관계의 패턴이나 나의 미숙함에 주목해보자. 패턴에서 발견되는 미숙함은 자아의 일그러진 모습이자 다음 사랑도 어렵게 만드는 복선이다.

240쪽, 이별이라는 이름의 마침표

일상을 견디는 삶도 에베레스트 산을 정복하는 것만큼 위대하다. 장기나 바둑에서 으뜸가는 사람을 국수(國手)라고 칭 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조훈현 바둑기사가 유일한 국수다. 그런 사람도 자신의 책에서 “먹고사는 생계의 문제가 꿈보다 우선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262쪽, 지금 하지 않으면 언제 할지 모른다

구매가격 : 15,840 원

해적

도서정보 : 피터 레어 / 레드리버 / 2023년 03월 15일 / EPUB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낭만 가득한 모험가인가, 잔혹무도한 범죄자인가?”

범죄자이면서 영웅이었던
약탈자이면서 수탈자였던 해적의 세계사



◎ 도서 소개

그 착한 어부는 왜 바다 위의 무법자가 되었을까?
그저 절박했거나 탐욕스러웠던 해적들의 진짜 모습!

《몰려오는 바다의 악마들: 비참하고 탐욕스러운 해적의 역사》는 전 세계 해적의 역사를 통해 해적이 생기는 이유, 활동 방식을 분석하고, 그 해결책을 제시하는 책이다. 저자는 북해, 지중해, 대서양, 아시아 바다에서 활동한 해적들의 사례를 분석해 해적이 되는 근본적 이유가 빈곤임을 짚어낸다. 이 책을 읽는다면 다소 낭만적으로만 여겨졌던 해적이 사실은 사회적 현상의 하나였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 본문 중에서

11월의 어느 흐린 날이었다. 상하이에서 출발한 배 한 척이 말레이시아 항구도시 클랑을 향해 남중국해의 파도를 가르며 나아가고 있었다. 선원 23명은 근처에 떠다니는 작은 어선 수십 척에 눈길도 주지 않은 채 제 할 일을 하느라 바빴다. 그 순간 어디서 나타났는지 모를 중무장한 패거리가 느닷없이 배 위로 올라와 긴 칼을 휘두르고 총을 쏴댔다. 패거리는 놀란 선원들을 순식간에 제압하고 짐칸에 가뒀다. 얼마 후 선원들은 다시 갑판으로 끌려 나왔다.
--- 6쪽 〈서문〉 中

할리우드 해적 영화의 주인공들은 보통 길고 가는 칼인 레이피어나 날이 휜 칼인 세이버, 단검, 권총, 머스킷총을 들고서 상대 배의 갑판에 휙 몸을 날려 전투 현장으로 뛰어든다. 하지만 해적들은 대개 백병전을 기피했고, 단 한 발의 총성도 없이 오늘날 우리가 ‘충격과 공포’라고 부르는 전략으로 상대방이 굴복하기를 바랐다. 역사가 피터 얼의 표현을 빌리자면 “전리품의 값어치가 전리품을 획득하는 과정에서의 영광보다 더 중요”했다.
--- 51쪽 〈제1부 나누어진 바다〉中

해적의 대규모 노략질로 고통받은 이들은 비단 지중해 연안 기독교도들만이 아니었다. 북유럽에서도 바이킹은 해안 약탈을 계속했다. 이 약탈은 의미가 남다르다. 바이킹의 공격은 처음에는 소규모였고, 탐험 원정에 가까웠다. 그들은 북해를 건너 브리튼섬과 아일랜드섬, 프랑크왕국으로 쳐들어와 해안과 항행이 가능한 강 주변을 약탈했다. 통상적으로 10~12척으로 이루어진 소규모 선단(선원은 500명 정도였다)이 행하는 ‘파괴·강탈형(smash and grab)’ 공격이었다. 787년 도싯 해안의 포틀랜드가 기습을 당한 것이 보고된 최초의 약탈이다.
--- 58쪽 〈제1부 나누어진 바다〉中

‘끌어당기는 요인’은 분명하다. 단명하게 할 각종 위험이 있기는 해도 ‘떼돈을 벌지도 모른다는 희망’이었다. 물론 이 직업을 선택한 사람 대부분은 아마도 ‘검은 준남작(Black Bart)’이라는 별명을 가진 해적선장 바살러뮤 로버츠가 남긴 다음의 말에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얼큰히 취한 삶, 짧은 삶. 그게 내 좌우명이다.”
--- 94쪽 〈제2부 대해적의 시대, 유럽 해상강국의 부상〉中

정지룡의 장남 정성공은 명나라에 끝까지 충성을 바치기로 결심했다. 정성공은 해적사海賊史에서 아버지보다 훨씬 유명한데, 중국식 이름보다는 ‘콕싱가Coxinga’라는 이름으로 알려져있다. 그가 일부 자료에 적힌 것처럼 명나라에 충심을 다 바쳤는지, 아니면 그저 정치적 입장을 영리하게 취한 것인지에 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심지어 그의 동시대인들조차 정성공을 어떤 인물로 여겨야 할지, 그를 뭐라고 불러야 할지 확신하지 못한 것 같다. “만주족과 네덜란드인들은 그를 해적이라 불렀고, 영국인과 스페인인은 왕이라 일컬었으며, 정성공의 동포들은 마음내키는 대로 그를 이 이름 저 이름으로 불렀다.” 확실한 것은 그가 1650~1651년에 반청복명反淸復明의 기치를 내세우고 광둥성에서 청나라 군대에 맞서 싸웠다는 사실이다.
--- 177쪽 〈제2부 대해적의 시대, 유럽 해상강국의 부상〉中

해적이 되는 유인으로서 우리가 말하는 ‘탐욕’이 ‘적나라한 야심에서 비롯되는, 특히 부와 권력 같은 특정 대상을 향한 과도하고 이기적인 갈망’이라는 사전적인 의미를 가리키는 게 아니라는 점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여기서 작용하는 ‘탐욕’이란 차라리 합리적인 선택 과정에 가깝다. 약간의 야망만 있다면, 그리고 위험을 얼마간 감수한다면 훨씬 더 큰 것을 얻게 될 텐데 왜 적은 것을 얻자고 고생해야 하는가? 전 지구적으로 어획량은 감소하고 있으며, 선진 복지 제도가 전무한 저개발국가 어민들은 점점 입에 풀칠하기가 어려워지고 있다. 이런 사람들이 자기가 가진 ‘바다와 관련된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다른 직업을 찾아볼까 고민하는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
--- 204쪽 〈제3부 세계화 물결과 빈곤〉中

각국이 정말로 해적행위가 초래하는 재앙을 끝내겠다면 육지부터 시작하는 것이 옳다. “다른 모든 사람처럼 해적도 육지에서 살아야 한다. 따라서 그들을 육지에서 저지해야 한다. 해군력만으로는 해적을 진압할 수 없다.” 육지에서 법질서를 회복하는 일이 논리적인 첫 수순이다. 필리핀이나 인도네시아 같은 ‘약소국’은 법질서를 세워야 하고, 소말리아 같은 ‘실패한 국가’는 법질서를 회복해야 한다. 물론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지만, 소말리아에는 어렴풋이 희망이 보인다. 본토로부터 독립을 선언한 소말릴란드와 준자치주인 푼틀란드는 법질서를 상당한 수준까지 회복했고, 그 덕분에 두 지역을 본거지로 하던 해적행위를 효과적으로 억제할 수 있었다.
--- 286쪽 〈결론: 거대한 역풍〉中

구매가격 : 17,600 원

화력

도서정보 : 폴 록하트 / 레드리버 / 2023년 03월 15일 / EPUB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전쟁이 오늘날의 국가를 만들었다면,
오늘날의 전쟁을 만든 것은 화력이었다.

사회·경제·산업·정치·군사 체제를 바꾼
화력의 대서사시가 펼쳐진다.



◎ 도서 소개

화약이 무기로 쓰인 이후 전장의 풍경은 화력의 발전에 따라 변화했다. 이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문명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고 변화를 주도한 문명은 역사의 주인공이 되었다. 요컨대, 새로운 화력을 운용하기 위한 사회·경제·산업·정치·군사 체제를 갖출 수 없다면 그 국가는 멸망했다.
이 책은 1300년대 중반 무적의 요새로 여겨진 ‘성’이 대포에 무너지는 순간부터, 1945년 에놀라 게이와 복스카가 원자 폭탄을 투하하는 순간까지 화약을 사용하는 모든 무기를 다룬다. 등장과 몰락을 반복하며 펼쳐지는 화기들의 대서사시는 ‘화력’이라는 주제에 관심이 있는 독자들에게 무한한 즐거움을 안겨줄 것이다.




◎ 건들건들 컬렉션

유튜브 밀리터리 채널 ‘건들건들’이 큐레이팅하는 밀리터리 역작 컬렉션
〈건들건들 컬렉션〉은 밀리터리 전문 유튜브 채널 〈건들건들〉과 레드리버가 함께 만드는 전쟁사 ? 밀리터리 시리즈다. 최근 한국에도 밀리터리 도서들이 많이 소개되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양서가 번역되지 않아 외국어가 가능한 일부 마니아들만 즐기는 책으로 남아 있다.
〈건들건들 컬렉션〉은 레드리버와 밀리터리 전문 유튜브 채널 〈건들건들〉이 선별한 수준 높은 밀리터리 도서를 국내에 소개하고, 때로는 국내 전문가를 섭외하여 한국 독자들을 위한 책을 출간해 밀리터리 도서 시장의 저변을 확장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 책 속에서

간단히 말해서 적지 않은 비용과 자원을 사용하는 화약 무기의 존재를 정당화하는 것은 캐터펄트와 트레뷰셋 같은 투석기보다 성벽을 더 빨리 잘 무너뜨리는 것이었다. ― 36쪽

그러나 느슨하게 조직된 중세의 보병대가 17세기에 잘 조직된 계급 중심 부대로 완전히 탈바꿈한 결정적 이유는, 아쿼버스와 머스킷 같은 새로운 무기가 널리 보급됐기 때문이었다. 머스킷과 파이크를 모두 갖춘 보병 부대 간에는 긴밀한 협력이 이루어져야 했고, 자연히 훈련이 필요한 조직을 편성해야 했다. 결국 직접적으로든 간접적으로든 서양의 현대적 군인, 군사 훈련의 현대적 개념, 현대적 군대를 탄생시킨 시발점은 화약이었다. ― 104쪽

간단히 말해서 새로운 기술은 새로운 제국주의를 가져왔고, 제국주의는 기술 변화를 이끌었다. 서구의 팽창주의는 새로운 무기와 전술을 시험하겠다는 음흉한 목적을 수행했다. 특히 아프리카에서 유럽의 제국주의는 백인도 유럽인도 아닌 인간 표적을 상대로 새로운 무기를 시험할 수많은 기회를 제공했다. ― 251쪽

1914년 여름, 전쟁이 더욱 위협적으로 유럽에 닥쳐오자 기관총이 지상전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으리라는 예상은 현실이 되었다. 방독면이나 전차처럼 각지고 볼품없던 맥심 기관총은 후회나 양심의 가책 없이 무자비하게 살상하는 기계로서 산업화 시대의 비인간적이고 불명예스러운 모든 것의 표본이 되었다. ― 310쪽

전쟁에 참여한 모든 국가의 대중 매체도 전투기 조종사를 모든 전쟁 영웅 이상으로 떠받들고, 공중전을 외견상 매력적으로 그려내면서 긍정적인 인식을 형성하는 데 일조했다. 물론 현실은 아주 달랐다. ― 413쪽

제트 추진과 제트기, 로켓 기술, 소화기 및 대포와 장갑, 잠수함 등은 독일의 기술이 연합국 것보다 훨씬 앞섰거나 독보적이었다. 심지어 이 전쟁에서 등장한 궁극적 혁신 기술인 원자력에서도 독일 과학자들은 연합국 과학자들보다 앞서 나갈 뻔했다. 1943년부터 1945년까지 계속 공습을 받지 않았다면, 독일 과학자들과 기술자들은 이 죽음의 기술을 더욱 발전시켰을 것이며, 전쟁은 더욱 힘들고 아슬아슬했을 것이다. 그러나 결국 독일제 무기보다 못한 미국제 그리고 소련제 무기가 승리했다. 미국과 소련은 무기를 대량 생산할 수 있었던 반면, 독일은 그럴 수 없었기 때문이다. ― 439쪽

전쟁이 오늘날의 국가를 만들었다면, 오늘날의 전쟁을 만든 것은 화기였다. ― 564쪽

구매가격 : 38,400 원

독일의 힘, 독일의 총리들 2

도서정보 : 김황식 / 21세기북스 / 2023년 03월 30일 / EP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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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힘은 어디서 나오는가!”

김황식 전 국무총리가 살펴본 독일 정치의 강점



◎ 도서 소개

변화가 절실한 한국 정치, 독일 총리의 리더십에서 방향을 찾는다
독일의 정치는 도대체 무엇이 다른가!

전범(戰犯) 국가의 오명을 덮어쓴 독일이 어떻게 지금의 경제적 부흥과 통일을 이뤄내며 다시 일어설 수 있었을까? 그리고 복잡한 국제정세와 열강들의 이해관계를 조율하며 동서독 통일을 이룰 수 있었을까? 또한, 통일 이후 사회를 통합하며 번영을 이어갈 수 있었을까? 전후 독일의 민주 정치, 특히 그 정치를 이끈 총리의 역할에서 해답을 찾을 수 있다.

이 책은 1권에 이어서 독일 역대 총리 4명의 정치 역정을 중심으로 독일 정치와 총리 리더십의 강점을 살펴본다. 1권에서는 콘라트 아데나워, 루트비히 에르하르트, 쿠르트 키징거, 빌리 브란트를 다루었고 이 책에서는 헬무트 슈미트, 헬무트 콜, 게르하르트 슈뢰더,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어떻게 격변의 시대를 이끌었는지를 이야기한다. 구소련과 동구권의 붕괴와 갑작스럽게 통일 분위기의 조성된 이후 독일 총리들은 열강을 설득하며 평화적 통일을 이루었다. 그리고 통일 이후 혼란을 극복하며 유럽과 세계 평화의 중재자로, 세계 중심 국가로 올라선다. 이 과정에서 결정적 공헌을 한 총리들의 리더십은 극심한 대립과 혼란을 겪는 분단국가 한국의 정치와 사회에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 본문 중에서

많은 사람이 제2권에 대한 기대를 보여주었습니다. 그리하여 지난 1년 동안 자료를 정리하여 헬무트 슈미트 총리부터 앙겔라 메르켈 총리까지를 다룬 제2권을 이번에 발간하게 되었습니다. 그사이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라는 큰 사건이 발생하였습니다. 이 전쟁과 직간접적인 관계를 맺고 있는 독일, 특히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상대하였던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와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정책이나 리더십이 다시금 역사의 무대에 오를 수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6쪽_서문: 독일의 통일과 번영은 어떻게 이루어졌을까?】

당시 독일과 한국의 통일 전망에 대한 질문을 받고, 예견하기 어려우나 한국이 독일보다 빠를 것이라고 대답하였다. 그러나 바로 며칠 후 베를린 장벽은 무너졌고 1년이 지나지 않아 독일 통일은 이루어졌다. 독일 통일은 4개 전승국의 협조 승인 없이는 이루어질 수 없기에 그의 판단에 큰 흠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역사의 수레바퀴는 인간의 논리를 뛰어넘는 것임을 우리에게 알려준다.
【83-84쪽_『독일의 힘, 독일의 총리들 1』 요약】

슈미트는 원래 소련에서 브레즈네프나 그의 후임들이 독일을 서유럽 동맹국으로부터 분리시키기 위한 무력 체계를 갖출 것으로 생각하였고 실제로 세 개의 핵탄두를 실은 로켓이 쾰른이나 뒤셀도르프에 느닷없이 떨어질 수 있다고도 생각하였다. 그런 군사적 압박을 막는 효과적 수단이 나토의 이중 결정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서방 국가의 군비 확장을 거부하는 평화 운동 진영에서는 슈미트를 전쟁광이라 비난하였다.
【120쪽_1장 헬무트 슈미트(1974-1982) - 지혜와 신념으로 나라의 품격을 높이다】

이로써 독일은 1990년 10월 3일 0시를 기해 통일되었다. 10월 3일이 국경일이 되었다. 10월 4일 제국의회 의사당에서 인민의회 의원 144명을 포함한 통일된 독일의 첫 연방 하원 회의가 열렸다. 콜 총리는 이 회의에서 미국·영국·프랑스·소련 4국의 협력으로 통일을 할 수 있었다며, 특히 소련 고르비 대통령에게 고마움을 표시했다. 그는 또한 지난 20세기에 독일인들이 저지른 죄를 잊지 않으며 과거를 인정함으로써 자유와 통일을 얻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208쪽_2장 헬무트 콜(1982-1998) - 뛰어난 판단과 결단으로 독일 통일을 완성하다】

슈뢰더 총리는 2003년 3월 14일 연방 하원에서 ‘어젠다 2010’이라는 중장기적 개혁 프로그램을 발표했다. 이 개혁안은 노동 시장의 유연성 제고, 사회보장 제도 개혁, 세율 인하 등 세제 개혁, 관료주의적 규제 철폐 등 국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전후 최대 구조 개혁책을 담고 있다.
【275쪽_3장 게르하르트 슈뢰더(1998?2005) - 신념과 희생으로 독일 재성장의 토대를 놓다】

메르켈을 가까이서 취재하여 평전을 쓴 케이티 마틴은 “세계 정세가 혼란에 빠지고 사회적 분열이 심각한 지금 푸틴부터 트럼프에 이르는 권위주의 지도자들에 맞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자유민주주의 질서를 메르켈만큼 맹렬하게 지켜온 지도자는 없다. 그는 독일을 유럽의 리더, 경제적 리더뿐 아니라 도덕적 리더로 만들었을 뿐 아니라, 중동 난민 100만 명을 포용하면서 이민자의 나라로 변신시켰다”고 평가하였다. 이 모든 것은 어떻게 가능하였을까?
【388쪽_4장 앙겔라 메르켈(2005-2021) - 성실과 실용으로 독일과 EU를 관리하다】

구매가격 : 17,600 원

하루 3분, 꺼내 먹는 자본주의

도서정보 : 더나은삶TV(채수앙) / 21세기북스 / 2023년 03월 30일 / EPUB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앞서가는 자본주의 어른이 되기 위한 필독서!
국내 1위 공인회계사 유튜버 더나은삶TV가 알려주는 ‘돈의 교양학’



◎ 도서 소개

‘경알못’도 거뜬히 소화할 수 있는 자본주의 필수 지식 86
부동산 및 주식 투자, 경제 공부를 원하는 모든 이들의 기본 교양서
하루 3분, 간단 든든 자본주의 수업
국내 1위 공인회계사 유튜버 더나은삶TV(채수앙)의 첫 책이다. 자본주의 사회를 현명하게 건너기 위한 필수 지식을 담고 있다. 부자가 되는 방법들은 매일같이 쏟아져 나오지만 아무리 쓸 만한 정보라도 탄탄한 배경지식 없이 소화하기는 어렵다. 복잡한 투자 전략들 사이에서 필요한 정보를 선별하여 진정 성공에 가까워지려면, 불확실한 정보를 좇기보다 스스로 상황을 판단하는 눈을 길러야 한다.
『하루 3분, 꺼내 먹는 자본주의』는 세계사와 ‘돈’의 흐름을 함께 놓고 자본주의 사회에서 ‘부(富)’가 지나는 맥을 명쾌하게 짚으며, 투자시장의 바탕인 자본주의 원리와 경제구조를 이해하게 돕는다. 총 6개의 파트로 나뉜 글들은 대략 3분 안에 읽힐 만큼 호흡이 짧으며 어떤 장을 펼치더라도 문제없이 읽어 내려갈 수 있게 구성됐다. 간단하지만 유익한 이야기들을 성큼성큼 지나 책을 덮을 때쯤이면, 자본주의의 ‘자’ 자도 모르는 초보들도 자본시장에 대한 자신만의 생각 지도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 함께 읽으면 좋은 21세기북스의 책들
▶ 살 때, 팔 때, 벌 때: 여의도 닥터둠 강영현이 공개하는 진격의 주식 투자 타이밍 | 강영현 지음 | 21세기북스 | 2023년 3월 | 22,000원
▶ 긴축의 시대: 인플레이션 쇼크와 금리의 역습 | 김광석 지음 | 21세기북스 | 2022년 6월 | 19,800원




◎ 본문 중에서

문제는 연이은 전쟁으로 프랑스 정부는 아시냐를 계속 발행할 수밖에 없었고, 결국 아시냐의 발행량이 담보로 제공된 토지의 양을 훌쩍 넘기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아시냐 지폐의 가치는 점점 하락하기 시작했습니다. 화폐의 가치가 하락하니 물품의 가격은 천정부지로 오르고 말았습니다. 생필품은 시장에서 거래되지 않고 폭동이 발생하는 등 악순환이 거듭되었습니다. 아시냐의 화폐가치는 300분의 1토막이 날 정도로 휴지에 가까운 지경에 이르며, 물가가 수십수백 배 오르는 하이퍼인플레이션이 발생합니다. 결국 민생 경제는 폭삭 망하면서 프랑스혁명 정부는 무너지고 말았죠.
【프랑스혁명이 10년 만에 좌절된 이유: 세계 최초 초인플레이션 _79~80쪽】

금융위기가 터지게 되자 암호화폐가 등장한 것은 우연이 아닙니다. 이는 금융업자들에 대적할 만큼 새로운 부와 영향력을 창출한 새로운 사업가 집단이 등장했음을 의미합니다. 2008년 미국의 금융기관이 망해가고 있던 무렵, IT 기술 도시 실리콘밸리의 스티브 잡스는 아이폰을 공개합니다. 그리고 아이폰이 등장함과 동시에 모바일 시대가 본격화되었으며 IT 붐이 일어나죠. 실리콘밸리에는 각종 기술 벤처 기업들의 성공 사례가 이어집니다. 이들은 거대한 부를 축적하면서 주류 세력으로 떠오릅니다. 제조업과 금융업이 무너진 틈을 타서, IT와 소프트웨어를 배경으로 하는 새로운 부의 기반이 탄생한 것입니다. 그리고 거대한 부와 영향력을 가져간 이들 IT업자들은 암호화폐라는 새로운 화폐 시스템을 제안합니다.
【암호화폐가 미래의 화폐가 될 수 있을까? _107쪽】

중앙은행 디지털화폐 CBDC란 무엇일까요? CBDC란 기존의 실물화폐와 달리 가치가 전자적으로 저장되며 이용자 간 자금 이체 기능을 통해 지급결제가 이루어지는 화폐를 말합니다. 법정통화로서 실물화폐와 동일한 교환 비율이 적용되어 가치 변동의 위험이 없고, 중앙은행이 발행하므로 화폐의 공신력이 담보됩니다. 즉 CBDC는 금융기관의 역할까지 개인이 하게 만듭니다. 비트코인처럼 말이죠.
【암호화폐의 대항자, 중앙은행의 무기 CBDC _115쪽】

신용이 성장으로 연결되는 과정을 쉽게 알아보겠습니다. 김 과장이 연봉이 1억 원이고 부채가 없다고 가정하겠습니다. 김 과장은 소득이 높아 신용도가 좋기 때문에 1,000만 원을 빌릴 수 있어 총 1억 1,000만 원을 지출할 수 있습니다. 김 과장이 1억 1,000만 원을 지출하면 누군가는 1억 1,000만 원의 소득을 얻게 됩니다. 1억 1,000만 원을 버는 사람은 1,100만 원을 대출할 수 있으므로 1억 2,100만 원을 지출할 수 있게 됩니다. 이런 식으로 신용은 지출을 통해 소득을 증폭시키면서 사이클을 만들어내는데 이것이 바로 단기 부채 사이클입니다. 경제 확장 단계에서는 지출이 계속 증가하고 가격이 상승합니다. 신용이 지출의 증가로 이어지면서 생기는 일입니다. 지출의 양과 소득의 양이 상품 생산량보다 빠르게 증가하면 가격이 상승하고 이것이 바로 인플레이션입니다.
【경제의 굵직한 흐름2: 신용 사이클의 부채 주기 _127쪽】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런 상황이 영원히 지속될 수는 없다는 사실입니다. 수십 년 동안 부채 부담은 천천히 증가하여 부채 상환의 규모도 점점 커지게 됩니다. 어느 시점에 다다르면 부채의 부담이 소득보다 빠르게 증가하기 시작하는데, 이때 사람들은 지출을 줄여야 하는 압박을 받게 됩니다. 그리고 한 사람의 지출은 다른 사람의 소득이므로 소득이 줄어들게 됩니다. 그렇게 부채 부담이 너무 커져서 발생한 게 2008년 경제위기입니다. 1989년 일본에서 일어난 일도 같은 원인입니다. 그리고 1929년 미국의 대공황도 같은 이유입니다. 소득이 금리 상승으로 인한 부채의 이자 부담을 견디기 어려워질 때 부채위기가 본격화됩니다.
【경제의 굵직한 흐름2: 신용 사이클의 부채 주기 _129쪽】

최근에는 음악 저작권을 쪼개 파는 상품들도 나타납니다. 미술품이나 예술품 NFT를 쪼개 파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데 예술품을 서로 쪼개서 나눠 가지는 게 의미가 있을까요? ‘드디어 나도 살 수 있게 되었구나’가 아니라 ‘왜 나도 살 수 있게 되었을까?’를 생각해보는 게 필요합니다. 이런 투자상품들은 과거 부자들이 즐겨 하던 투자자산군에 속합니다. 늘 뉴스를 보며 그들을 부러워했었죠. 하지만 이런 투자 건들이 나에게 왔다는 것에 늘 의심해야 합니다. 가장 중요한 사실은 진짜 부자들은 이런 쪼개 파는 상품들을 사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부자들이 즐겨 하던 투자 대상이 우리에게 왔다고 해서 절대 현혹되면 안 될 것입니다.
【자산을 쪼개서 판다면 의심하라 _191~192쪽】

정착 농민은 노동력을 투입하고 일정한 결과물을 얻습니다. 농사일은 땅에 노동력을 투입하고 농작물을 얻으며, 정부 관리들은 나랏일에 노동력을 투입하여 그에 대한 녹봉을 받아 갑니다. 직장인들도 마찬가지입니다. 회사에 노동력을 투입하여 일정한 월급을 받습니다. 우리는 노동력을 투입하며 일정한 성과물이 나오게 된다는 생각에 익숙합니다. 주어진 성과물을 재투자하여 자본을 굴려나가는 생각을 해보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유목민적 화폐관이 낯섭니다. 당연히 부의 축적의 원리는 천하게 여겼던 장사하는 사람들 일부만 알고 있었을 뿐입니다. 유목민적 화폐관은 사업을 하고 투자를 하는 사고방식입니다. 모두가 아는 부자 되는 방법들이죠.
【부자가 되는 사고방식: 유목민적 화폐관 _249~250쪽】

워런 버핏은 대중들을 향해 ‘ETF 투자를 하라’, ‘파생상품은 대량살상 무기다’와 같은 말을 했기 때문에 우리에게 장기투자자, 가치투자자라는 인식이 강합니다. 하지만 그는 실전에서 ETF보다는 개별종목을 매수하며, 하락장에서는 풋옵션 거래를 통해 막대한 수익을 내기도 합니다. 그가 조언한 방향은 그가 부자가 된 전략과 전혀 다릅니다. 그가 대중에게 한 조언은 그저 ‘공부 좀 더 하고 와라’는 말을 에둘러 표현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보입니다. ‘제대로 공부하고 일찍 시작해서 시장을 떠나지 않는 것.’ 바로 이 두 가지 원리가 그가 엄청난 부를 축적하게 한 진짜 이유 아닐까요?
【워런 버핏이 부자가 된 두 가지 이유 _275~276쪽】

구매가격 : 15,840 원

인생명강 12 - Z를 위한 시

도서정보 : 이규탁 / 21세기북스 / 2023년 03월 30일 / EPUB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내 인생에 지혜를 더하는 시간, 인생명강 시리즈

케이팝 없이 세대론을 논하지 말 것!
싸이의 〈강남스타일〉부터 뉴진스의 〈Hype Boy〉 챌린지까지
젠지들의 유희, 케이팝으로 꿰뚫어보는 본격 세대론 필수 교양서



◎ 도서 소개

내 인생에 지혜를 더하는 시간, ‘인생명강’
‘21세기 비틀스’ BTS는 어떻게 세계인을 움직였을까?
케이팝 현상을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 ‘Z세대(Gen Z)’와
BTS, 그 이후의 새로운 케이팝을 분석하다!

살아가는 데 필요한 모든 교양 지식을 한데 모았다! 대한민국 대표 교수진이 펼치는 흥미로운 지식 체험, ‘인생명강’ 시리즈의 열두 번째 책이 출간됐다. 역사, 철학, 과학, 의학, 예술 등 전국 대학 각 분야 최고 교수진의 명강의를 책으로 옮긴 인생명강 시리즈는 독자들의 삶에 유용한 지식을 통해 오늘을 살아갈 지혜와 내일을 내다보는 인사이트를 제시한다. 도서뿐만 아니라 온라인 강연·유튜브·팟캐스트를 통해 최고의 지식 콘텐츠를 일상 곳곳에서 만나볼 수 있는 지식교양 브랜드이다.

『Z를 위한 시』에서는 한국대중음악상 심사위원이자 케이팝 문화 연구의 권위자 이규탁 교수가 케이팝의 정의부터 시작해 케이팝 형성의 역사적 배경과 장르적 특성, 독특한 비즈니스 모델 등에 대해 이야기하고, 왜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젊은 세대가 케이팝에 빠져 있는지를 아울러 다룬다. 그리고 전 세계적인 현상이 된 BTS의 인기와 성공의 세계사적 의미를 살펴보고, 마지막으로 ‘Post BTS’, 즉 BTS 다음의 ‘4세대’ 혹은 그 이후의 케이팝에 대해 전망해본다.


☞ 함께 읽으면 좋은 21세기북스의 책들
▶ 인류 밖에서 찾은 완벽한 리더들: 진화생물학 권위자 장이권의 20가지 동물의 리더십 이야기 | 장이권 지음 | 21세기북스 | 2023년 1월 | 17,000원
▶ 우리의 기원, 단일하든 다채롭든: 상상과 과학의 경계에서 찾아가는 한민족의 흔적 | 강인욱 지음 | 21세기북스 | 2022년 12월 | 19,800원




◎ 책 속으로

한국은 음악적인 스타일뿐만 아니라 비즈니스 모델 역시 하이브리드를 바탕으로 형성·발전시켜왔다. 미국에서 영향을 받았지만 거기에 일본의 영향도 참조하고, 또 한국적인 완벽성 추구와 강한 경쟁 등처럼 한국의 정치경제적, 역사적, 사회적, 문화적 맥락이 결합하면서 현재의 케이팝 시스템이 자리 잡게 되었다. 그리고 이제는 케이팝 시스템이 원조 격인 미국이나 일본의 시스템보다 더 큰 독자성, 즉 오리지널리티를 획득하면서 그것이 마치 한국적인 시스템인 것처럼 여겨지게 되었다. 케이팝 음악과 비즈니스 모델을 단순히 미국이나 일본의 모방 혹은 아류로 여길 수 없는 이유다. -- 69~70쪽

젠지라 불리는 새로운 젊은 세대들에게 케이팝은 자신들이 좋아하는 음악이자, 문화이자, 놀이 대상이자, 문화적 정체성이다. 그들은 케이팝을 다른 세대들과 자신들을 차별화하는 대안이자 도구로 삼는다. 국내에서의 다소 평면적인 케이팝에 대한 인식과는 달리, 해외 주요 미디어나 학자들은 이 점을 주목하고 강조한다. 실제로 지금까지 자신들이 들었던 글로벌 팝음악에 식상한 사람들이 그 대안으로 케이팝을 찾는 경우는 아주 많다. 케이팝이 그 대안이 될 수 있는 이유는 단순히 뮤직비디오가 재미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한국, 미국, 일본, 유럽의 여러 음악 스타일이 섞인 하이브리드 음악과 화려한 패션과 퍼포먼스를 통한 시각적 즐거움 등이 글로벌 팝음악과 비교했을 때 전혀 부족함이 없거나 오히려 더 뛰어나며, 케이팝만의 차별화가 분명하기 때문일 것이다. -- 103~104쪽

BTS의 세계적인 성공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네 가지 키워드로 나누어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중 첫 번째는 ‘흙수저 아이돌’이라고 불렸던 BTS의 성공 스토리를 둘러싼 일종의 신화적인 이야기다. 두 번째는 BTS가 특히 해외에서 ‘차세대 리더Next Generation Leader’로 불리는 현상과 그 이유에 관한 이야기다. 세 번째는 BTS에 대해 논할 때마다 항상 등장하는 ‘진정성’에 관한 이야기다. 그리고 네 번째는 BTS를 이야기하면서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존재, 바로 글로벌 팬클럽인 아미ARMY, Adorable Representative MC for Youth에 관한 이야기다. --111~112쪽

코로나19 기간 동안에 일어난 변화는 케이팝 산업에 ‘위기인 동시에 기회’가 되며 새로운 흐름을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BTS가 활동을 중단한 것이 한 시대의 마무리를 상징적으로 보여준 일이었다면, 코로나19는 새로운 시대의 도래를 위한 일종의 과도기와도 같았다. 2020년대, 비로소 4세대 케이팝의 시대가 열린 것이다. --163쪽

그러나 분명한 것은 코로나19로 인해 급격하게 달라진 정치적 상황과 경제적 여건, 그리고 사회·문화 환경 아래에서 성장하고 있는 이들이 앞선 세대와는 다른 특징을 가질 거라는 점이다. 그리고 젠지가 그랬듯이 인터넷과 소셜 미디어, 메신저 등으로 연결된 현 세계의 특성상 알파 세대 역시 국가와 지역, 계층, 성별, 인종과 민족적 차이를 가로질러 동일한 세대로서의 특성을 글로벌하게 공유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케이팝이 언제나 당대의 젊은 세대의 음악이었던 것처럼, 새롭게 등장하고 있는 케이팝 4세대 역시 2020년대 당대의 젊은 세대가 될 알파 세대의 지지가 있어야 인기를 지속하고 확장할 수 있을 것이다. --197쪽

구매가격 : 13,600 원

라이어스: 기만의 시대, 허위사실과 표현의 자유(Philos 017)

도서정보 : 캐스 선스타인 / arte / 2023년 04월 10일 / EPUB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가짜뉴스, 혐오표현이 난무하는 시대,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거짓을 어떻게 판단할 것인가
법철학 관점으로 ‘표현의 자유’를 다시 생각하다



◎ 도서 소개

가짜뉴스, 혐오표현이 난무하는 시대,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거짓을 어떻게 판단할 것인가

당치 않은 거짓(false), 가짜뉴스(fake news), 혐오표현(hate speech) 등이 뒤섞인 거대한 언설의 쓰나미가 우리를 덮치고 있다. 현대 기술의 발전으로 허위사실(falsehood)은 순식간에 퍼질 위험이 있다. 허위사실은 개인의 명예를 짓밟고 민주주의를 뒤흔든다. 허위사실을 억제하면 문제가 해결될까? 그렇다면 ‘표현의 자유’는 어떻게 되는가? 이 질문에 우리가 어떤 관점으로 접근해야 할지 법철학적 사유를 제공하는 도서가 『라이어스: 기만의 시대, 거짓과 표현의 자유』(이하 『라이어스』)라는 이름으로 아르테에서 출간되었다.
저자 캐스 선스타인(Cass Sunstein)은 오늘날 가장 자주 인용되는 법학자이자, 베스트셀러 『넛지』의 저자이며, 전 세계 학계와 정계에서 혁신적인 사상가로 손꼽히는 인물이다. 오바마 행정부의 규제정보국 국장을 지냈고, 현재는 바이든 행정부의 규제정책 책임자로 합류했다. 저자는 창의적인 관점, 풍부한 연구물을 바탕으로 272쪽에 걸쳐 ‘표현의 자유’에 대해 면밀히 고찰한다.
저자는 허위사실에 대한 최선의 대응은 그것을 처벌, 검열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잡는 것이라고 말한다. 처벌이나 검열이 오히려 허위사실에 땔감을 공급하는 상황이 될 수 있음을 지적하며, 이 입장을 잘 이해해야 최악의 거짓말을 도려낼 방안을 찾을 수 있음을 역설한다.
이 책은 해외 유수의 법학자 로버트 포스트(Robert Post), 프레더릭 샤워(Frederick Schauer), 유진 볼록(Eugene Volokh)이 “가짜뉴스가 난무하는 오늘날 미디어 환경에서 어떤 관점을 지녀야 하는지에 대한 필수 교양을 담았다”라고 평하며 극찬했으며, 국내에서는 언론인이자 미디어학자 정준희, 사회학자 조효제, 변호사 차병직이 추천했다.
『라이어스』는 우리의 법이 ‘거짓’과 ‘허위사실’의 해악으로부터 대중을 보호하기 위해 더 많은 일을 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는 것과 동시에, 시민으로서 표현의 자유에 대한 우리의 관점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주제를 다룬다.


☞ 함께 읽으면 좋은 필로스 시리즈 책들

Philos 사유의 새로운 지평
인문·사회·과학 분야 석학의 문제의식을 담아낸 역작들
앎과 지혜를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한 우리 시대의 지적 유산

▶ 013 법, 문명의 지도: 세계의 질서를 만든 4000년 법의 역사 | 퍼난다 피리 지음 | 이영호 옮김 | 640쪽 | 아르테 | 2022년 12월 | 40,000원
▶ 014 권력의 조건: 라이벌까지 끌어안은 링컨의 포용 리더십 | 도리스 컨스 굿윈 지음 | 이수연 옮김 | 832쪽 | 아르테 | 2013년 3월 | 58,000원
▶ 015 자유주의와 그 불만 | 프랜시스 후쿠야마 지음 | 이상원 옮김 | 264쪽 | 아르테 | 2023년 3월 | 24,000원
▶ 016 광장과 타워: 프리메이슨에서 페이스북까지, 네트워크와 권력의 역사 | 니얼 퍼거슨 지음 | 홍기빈 옮김 | 880쪽 | 아르테 | 2019년 2월 | 52,000원
▶ *** 헤이트(가제) | 네이딘 스트로슨 지음 | 홍성수 옮김 | 아르테 | 근간




◎ 옮긴이의 글(일부 발췌)
? 김도원(YTN 기자, 『라이어스』 역자)

저자의 기준으로 볼 때 우리나라는 이미 허위사실을 촘촘하게 규제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명예훼손을 범죄로 규정해 형사처벌하는 몇 안 되는 나라이다. 심지어 해당 발언이 허위가 아닌 경우에도 원칙적으로 처벌 대상이다. 그것이 진실이고 오직 공익을 위한 목적에서 공표했다는 점을 발언자가 입증해야 처벌을 면할 수 있다. 저자가 미국에서는 위헌으로 불가능하다고 한 ‘민주주의 수호법’도 우리나라에는 이미 있다. 공직선거후보자에 대해 허위사실을 전파하면 ‘허위사실공표죄’로 처벌되고, 심지어 진실을 말하더라도 ‘후보자비방죄’가 적용될 수 있다.
그렇다고 우리나라에서 가짜뉴스 문제가 덜하냐면 전혀 그렇지 않다. 명예훼손과 관련 없는 가짜뉴스나 허위정보를 규제할 방법은 마땅치 않다. 이를 처벌하는 것은 2010년 ‘미네르바 사건’에서 헌법재판소가 결정한 대로 위헌이다. 게다가 처벌로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명예훼손죄는 기업이 소비자의 불만 제기를 막는 데 악용되고 있으며, 선거법에 ‘허위사실공표죄’가 있지만 선거철 각종 흑색선전과 비방은 여전하다. 한편, 전적으로 사실에 기반한 정당한 비판에 대해서도 폭로자의 입을 막기 위해 명예훼손이나 허위사실 공표, 후보자 비방 혐의로 고소하겠다고 엄포를 놓거나, 일단 고소하고 여론의 관심이 사그라들면 은근슬쩍 취하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런 문제를 단칼에 해결할 묘수란 안타깝게도 없다. 그러나 이 책을 읽어 나가며 독자는 저자의 안내를 따라 자기 나름대로 어떤 방안이 바람직할지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법학자이지만 그에 그치지 않고 윤리학, 사회심리학을 비롯한 다양한 관점에서 가짜뉴스에 어떻게 대처할 수 있을지 논의한다. 디프페이크 등 새로운 기술이 도입되면서 나타나는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 것인지 고민하는 것도 즐거운 도전이다.


◎ 시리즈 소개

Philos 사유의 새로운 지평
인문·사회·과학 분야 석학의 문제의식을 담아낸 역작들
앎과 지혜를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한 우리 시대의 지적 유산

001-003 경이로운 철학의 역사 1-3
움베르토 에코·리카르도 페드리가 편저 | 윤병언 옮김

004 신화의 힘
조지프 캠벨·빌 모이어스 지음 | 이윤기 옮김

005 장인
리처드 세넷 지음 | 김홍식 옮김

006 레오나르도 다빈치
월터 아이작슨 지음 | 신봉아 옮김

007 제프리 삭스 지리 기술 제도
제프리 삭스 지음 | 이종인 옮김

008 둠 재앙의 정치학
니얼 퍼거슨 지음 | 홍기빈 옮김

009 알렉산더 해밀턴
론 처노 지음 | 서종민·김지연 옮김

010 사고의 본질
더글러스 호프스태터·에마뉘엘 상데 지음 | 김태훈 옮김 | 최재천 감수

011 느낌의 진화
안토니오 다마지오 지음 | 임지원·고현석 옮김 | 박한선 감수·해제

012 편지 공화국
앤서니 그래프턴 지음 | 강주헌 옮김 | 김정운 추천·해제

013 법, 문명의 지도
퍼난다 피리 지음 | 이영호 옮김

014 권력의 조건
도리스 컨스 굿윈 지음 | 이수연 옮김

015 자유주의와 그 불만
프랜시스 후쿠야마 지음 | 이상원 옮김

016 광장과 타워
니얼 퍼거슨 지음 | 홍기빈 옮김

017 라이어스
캐스 선스타인 지음 | 김도원 옮김

*** 필로스 시리즈는 계속 출간됩니다.


◎ 추천의 글

조작과 확산에 특화된 기술을 타고 온갖 거짓말이 번성하고 있음에도, 표현의 자유를 진지하게 고민하는 이들은 여전히 주저한다. 미욱한 거짓말쟁이 하나 때려잡자고 국가에게 폭군의 칼을 쥐여 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선스타인의 이 책을 조금 더 일찍 접했더라면, 규제되어야 마땅할 허위와 악의에 대해 나는 더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었을 것이다. 최악의 거짓말을 도려내기 위해서는 그 누구보다도 표현의 자유를 신실하게 옹호하는 모든 이들이 나서서 머리를 맞대어야 한다고. 저자인 선스타인도, 독자인 나도, 그리고 번역자인 김도원 기자도 필경 그들 중 하나일 것이다.
― 정준희(한양대학교 정보사회미디어학과 겸임교수, KBS 〈열린토론〉, MBC 〈100분토론〉 진행자, 『언론자유의 역설과 저널리즘의 딜레마』 저자)

진실과 사실, 절반의 진실, 당치 않은 거짓이 뒤섞인 거대한 언설의 쓰나미가 우리를 덮치고 있다. 허위사실은 개인의 명예를 짓밟고 민주주의를 뒤흔든다. 허위사실을 억제하기만 하면 문제가 해결될까? 그렇다면 표현의 자유는 어떻게 되는가? 캐스 선스타인은 우리 시대 공론장의 가장 첨예한 문제를 ‘최적의 위축효과’라는 열쇳말로 풀어낸다. “허위와 진실 모두에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를 고려해 딱 맞는 수준의 억제효과”를 찾자고 한다. 치열한 문제의식, 정교한 분석법, 팽팽한 균형감각으로 논의를 끝까지 밀고 나가는 탱크 같은 지성이 우리를 압도하는 책이다.
― 조효제(성공회대학교 사회융합자율학부 교수, 한국인권학회장, 『탄소 사회의 종말』 저자)

인간의 삶이라는 세계는 사실로 짜여 있다. 사실의 형식적 양태는 먼지와 같고, 실질적 구성 요소는 진실과 거짓이다. 진실로만 이루어진 세상은 존재하지 않는다. 거짓을 바탕으로 진실이 드러난다. 표현이라는 이름의 먼지 또는 사실 속에서 거짓과 진실을 구분할 수 있는가, 있다면 어떻게 가능한가, 찾아낸 거짓은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는 데 이 책은 참고서가 될 것이다.
― 차병직(변호사, 《법률신문》 편집인, 『헌법의 탄생』 저자)

미국의 저명한 법학자인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우리의 법이 ‘거짓’과 ‘허위사실’의 해악으로부터 대중을 보호하기 위해 더 많은 일을 해야 한다는 주장을 열렬히 펼친다.
― 로버트 포스트(Robert Post), 예일대학교 법학대학원 교수

허위사실은 민주적 의사결정에 중대한 악영향을 미친다. 이 책은 법리, 심리 연구물, 현대 미디어의 역동성에 대한 다양한 분야의 연구를 기반으로 한다. 왜 오늘날 대중 담론에서 허위사실이 점점 더 만연해질 수밖에 없는지, 미국이 과도하게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이 어떤 해악을 가져오는지 냉철하게 탐구한다. 이 책은 가짜뉴스가 난무하는 오늘날의 미디어 환경에서 어떤 관점을 지녀야 하는지에 관한 필수 교양을 담았다.
― 프레더릭 샤워(Frederick Schauer), 버지니아대학교 법학대학원 교수

미국을 대표하는 법학자가 쓴 표현의 자유에 대한 특별하고 대담한 통찰이 담긴 책. 당신은 궁극적으로 그의 제안에 동의하든 그렇지 않든, 선스타인 특유의 세밀한 분석으로부터 아주 많은 것을 배울 것이다.
― 유진 볼록(Eugene Volokh), UCLA 법학대학원 교수

미국 법률제도를 개혁할 거짓말과 가짜뉴스에 대한 매우 면밀한 조사. 저자는 복잡한 주제를 철저히 연구하며, ‘오세아니아의 진리부’식 통제를 수용하지 않고 기만의 시대를 헤쳐 나가는 탁월한 혜안을 제공한다.
― 나이절 왓슨(Nigel Watson), 《포티언타임스(Fortean Times)》

캐스 선스타인은 「수정헌법」 1조라는 법의 이념과 [원전주의적 관점을 조사하며], 미국의 법체계와 민간기관이 할 수 있는 역할을 탁월하게 제시했다.
― 클레이 캘버트(Clay Calvert), 《크리미널로앤드크리미널저스티스북스(Criminal Law and Criminal Justice Books)》

◎ 책 속에서

일반적으로 허위사실은 설령 거짓말일 경우에도 검열이나 규제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 많은 사람들은 이런 주장이 불편할 것이다. 하지만 자유로운 사회는 허위사실도 보호한다. 공직자가 진실 순찰대(truth police)처럼 행동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 그 이유는 진실과 허위를 구분할 공직자들을 우리가 신뢰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들의 판단은 믿을 수 없고, 그들의 편견은 방해가 된다. 만일 공직자들에게 허위사실을 처벌할 권한이 주어지면, 그들이 벌하는 것은 결국 반대 의견일 것이다. ―20~21쪽

허위사실이 심각한 해악을 초래할 위험이 있고, 표현의 자유를 좀 더 보장하면서도 그런 해악을 막을 수 있는 다른 방법이 없다는 점을 정부가 증명할 수 있다면, 그 허위사실은 헌법적으로 보호받지 못한다. 또 분명한 거짓말을 규제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해악의 위험성을 입증해야 하지만, 입증 수준은 고의성 없는 허위사실을 규제하기 위해 요구되는 것보다는 낮아도 된다고 주장하고자 한다. ―22쪽

정부는 공중보건과 공공안전에 심각한 위협을 초래할 수 있는 특정한 종류의 거짓말과 허위사실을 제한, 처벌할 수 있어야 한다. 민주적 절차를 보호하기 위해 정부는 어떤 거짓말과 허위사실의 경우 명예훼손 요소가 없더라도 규제할 수 있어야 한다. 정부는 조작된 영상을 규제할 수 있어야 한다. ―22쪽

정부는 검열이나 처벌을 할 필요가 없다. 정부는 (예컨대) 정정 표시나, 허위사실이 유포될 가능성을 줄이는 일정한 형태의 선택 방식을 요구할 수 있다. 나는 또한 방송국, 잡지, 신문, (페이스북과 유튜브,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 플랫폼과 같은 민간기관이 거짓말과 허위사실 유포를 늦추거나 멈출 수 있는 상당한 여지를 갖고 있다고 주장할 것이다. ―23쪽

허용될 수 없고 무엇이 허용돼야 하는지 구별하는 기준을 떠올리기는 간단치 않다. 이 작업을 위해 우리는 표현의 자유라는 체제의 토대를 살펴봐야 한다. 그 체제가 무엇을 위한 것인지, 무엇을 하기 위해 고안된 것인지 이해해야 한다. 이런 문제는 항상 중요하지만, 현대사회에서는 더욱 시급하다. 한 가지 이유는 물론 현대 기술의 발전이다. 기술의 발전으로 허위사실은 순식간에 퍼질 수 있다. ―24쪽

중요하게 여겨야 할 것은 해악의 가능성이 아니라 기댓값이다. 나는 이 결론 또한 논증할 것이다. 해악의 발생 시기와 관련해, 규제의 정당성은 ‘반론’ 여부와 긴밀히 연결된 것으로 보인다. 허위사실에 대한 적절한 처방은 침묵의 강요가 아니라 더 많은 표현이라는 시각이 이를 잘 나타낸다. ―41쪽

물리학에서부터 경제학, 심리학, 그리고 일상생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영역에서 가장 생산적인 논의는 대부분 진실에 점점 더 가까워지는 과정으로 이뤄진다. 무엇이 진실인지 알아내기 위해, 우리는 아마도 수많은 허위사실을 들어야 할 것이다. ―50쪽

시셀라 보크(Sissela Bok)는 이렇게 설명한다. 사회 구성원이 진실한 메시지와 거짓된 메시지를 구별할 수 없게 된 사회는 붕괴할 것이다. (……) 식량과 피난처를 찾는 것도 다른 사람에게는 기대할 수 없게 된다. 우물에 독이 있다는 경고나 사고를 당해 도와 달라는 요청은 별도의 확인이 없다면 무시될 것이다. ―59쪽

다른 사람이 더 나은 선택을 하도록 도와주고 싶다면, 거짓말을 할 게 아니라 선택하는 사람 스스로 그런 비교를 행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이런 입장에서 볼 때 온정적 거짓말쟁이의 심각한 문제는 그들에게 적절한 지식이 없다는 점이다. 선택하는 사람의 상황, 취향, 가치에 대해서 말이다. ―60쪽

칸트주의자가 생각하기에 거짓말이 나쁜 이유는 이익보다 더 큰 해악을 초래하기 때문이 아니다. 거짓말은 다른 사람을 존중하지 않고, 나아가 멸시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또한 칸트주의자는 거짓말에 관한 도덕적 금지는 절대적이라고, 아니면 적어도 절대적 금지에 가깝다고 생각할 것이다. ―64쪽

18세기 철학자 프랜시스 허치슨(Frances Hutcheson)은 이렇게 예상했다. “인간이 진실할 의무가 없다고 생각하고 그에 따라 행동한다고 가정해 보자. (……) 인간은 오직 거래를 할 때만 말을 할 것이며, 이 또한 곧 모든 상호 신뢰를 잃게 될 것이다.” ―68쪽

국민의 건강이 위험에 빠질 수도 있는데, 그와 관련해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 그냥 놓아둔다? 자치의 원리 자체가 심각한 위협을 받게 될 수도 있다. 그것이 자유의 대가일까? 그렇다면 아마도 역설적인 결론이 될 것이다. 그리고 새로운 문제들에 대해서는 표현의 자유라는 가치를 강조하는 것이 인기 있는 대책이지만, 그것은 부적절하다. 방송국과 신문,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같은 소셜미디어 사업체들이 허위사실의 확산을 방치하는 한 분명히 그렇다. 하지만 민주주의사회에서 허위사실은 그저 우리가 지불해야 하는 자유의 대가 가운데 하나일 뿐이라는 게 정부의 생각이라면 그 또한 부적절하다. 때로는 그 대가가 너무 값비싸다. ―74쪽

정부의 오류 가능성이란 정부의 단순한 실수도 포함하지만, 정부 자체의 이익을 위한 판단도 의미한다. 밀의 관점에서 보면, 정부의 오류 가능성은 정부 관리가 허위라고 판단하는 표현들을 보호하고, 게다가 그것을 바로잡아야 한다면 수정을 가할 반론과 공적 토론을 허용해야 하는 충분한 이유가 된다. 인류의 역사를 돌아보면, 정부가 허위사실을 처벌하거나 차단하려고 할 때 그들의 진정한 관심사는 허위사실이 아니라 반대 세력이었다. ―105쪽

정부의 오류 가능성을 맥락이나 그 효과와 관계없이 거짓말과 허위사실을 허용하는 무적의 카드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 질문해야 할 것은 우리가 믿을 수 있는 제도를 만들 수 있는지, 그리고 적절한 기준을 만들 수 있는지이다. 더 구체적으로는, 해로운 허위사실의 유형을 구체화하고 그것을 규제할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정부가 오류를 범할 위험을 용인할 수 있는 정도로 줄이는 안전 장치를 만들 수 있는지이다. ―107쪽

표현에 대한 억압은 그 표현이 담고 있는 바로 그 허위사실에 사람들이 더욱 강하게 집착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이유는 억압 때문에 일종의 금단의 열매가 만들어져서, 그런 허위사실이 더욱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한 가지 이유는 억압이 개인의 자율성에 대한 공격으로 여겨질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입을 다물게 할 것이 아니라, 그들을 설득하는 게 더 낫지 않을까? ―121쪽

새로운 정보가 더 퍼질 가능성이 높다는 가정은 합리적이다. 이 가정은 허위사실이 상대적으로 더 널리 퍼지는 이유를 설명해 주는 듯하다. 트위트가 새로운 정보를 담고 있는지 판단하는 다양한 기법을 사용한 끝에, 연구자들은 “유언비어가 진실한 소문보다 훨씬 더 새롭다”라고 결론 내렸다. 또 심리학자들은 소문이 특정한 감정, 이를테면 혐오 같은 것을 만들어 낼 경우 더 널리 퍼진다는 점을 발견했다. ―135쪽

대체로 허위사실은 확실히 매력적이고 생생하다. 왜냐하면 허위사실은 새롭고 흥미로우며 예상을 벗어날 때가 많기 때문이다. 또 허위사실이 분노와 혐오를 비롯해 어떤 감정적 반응을 일으킬 경우, 머지않아 수많은 사람이 그 허위사실에 접하게 된다는 것도 분명하다. 이런 점이 진실 편향과 만나게 되면 상당한 문제가 일어난다. 만약 허위사실이 특히 더 퍼지기 쉽고, 사람들은 자신이 듣는 것을 진실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의 편향이 있다면, 사람들이 허위사실을 믿을 위험은 극적으로 커진다. 이는 허위사실을 보호하는 것이 왜 중요한지에 관한 밀의 생각에 심각한 문제가 된다. ―136쪽

사회규범에 의한 것이든 법에 의한 것이든, 위축효과가 전혀 없는 사회는 너무나 추할 것이다. 사회에 필요한 것은 ‘위축’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적절한 수준의 위축이다. 이런 결론은 명예훼손법에 특히 유효하다. 문제는 ‘그것을 어떻게 이룩할까’이다. ―156쪽

‘뉴욕타임스 대 설리번 사건’ 판결의 핵심이자 오늘날까지 우려가 계속되는 내용은 두 가지 문제 인식을 포함한다. 정치적 편향과 정부의 권력이다. 두 가지 모두 그 자체로 위험하다. 그리고 둘은 강력한 조합을 이룰 수도 있다. ―166쪽

나무만 보느라 숲을 놓치지 말자. 최소한 미국에서는, 지금의 제도는 사람들의 명예를 제대로 보호하지 못한다. 이는 사람들에게 자기 명예의 중요성을 사소한 것으로 치부하게 만든다. 물론 명예훼손법은 표현의 자유라는 체제를 심각한 방식으로 침해하는 데 쓰일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이 체제를 약화시키지 않으면서 명예훼손적인 허위사실을 예방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생각해 낼 수 있어야 한다. 이 과제는 커다란 피해를 입는 사람을 지키기 위해서뿐 아니라 그들의 보호자, 그리고 함께 피해를 입게 되는 동료, 고객, 투자자, 시민 등을 보호하기 위해서도 시급하다. ―174쪽

만일 누군가 고의적으로 허위사실을 퍼뜨리고, 그 허위사실이 민주적 절차에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면, 정부가 어떤 종류의 제재나 대응책을 강요하는 것이 헌법에 위배된다고 주장하는 것이 실제로 옳을까? 그것이 그렇게 확실할까? ―188쪽

해악의 위험성은 사람들이 본 것을 실제로 일어난 일이라고 생각할 때 발생한다. ―192쪽

우리는 보건과 안전에 관한 수많은 허위사실 그리고 거짓말을 보아 왔다. 첫 번째 문제는 정부 공직자가 그것을 규제할 권한이 있는가이다. 두 번째 문제는 민간기관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이다. ―204쪽

한나 아렌트는 이렇게 말했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이 공통의 사실적 현실 자체이며, 이것이야말로 실로 가장 중요한 정치적 문제이다.” 표현의 자유라는 원칙이 현실을 보호하려는 노력을 가로막는 데 이용되어서는 안 된다. ―216쪽

구매가격 : 19,200 원

아이언 위도우 - 죽음을 삼킨 여자 1

도서정보 : 쟈오 재이 시란 / arte / 2023년 04월 10일 / EPUB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안드레 노턴 네뷸러상 작가 부문 후보작!
소름끼치도록 강력한 여성 영웅의 등장!



◎ 도서 소개

미국 SF 판타지 작가 협회가 시상하는 안드레 노턴 네뷸러상 작가 부문 후보작. 공상 과학을 배경으로 역사상 전무후무한 여황제 측천무후을 새롭게 그려 낸 작품, 『아이언 위도우』는 2021 보스턴 글로브 베스트북과 북라이엇이 꼽은 ‘역대 최고의 공상 과학 소설 20권’에 선정되었다.

거대 병기 ‘크리살리스’는 어린 소녀들의 기를 양분 삼아 움직인다. 전투 한 번을 치를 때마다 죽어 나가는 소녀들 중에는 ‘측천’의 언니도 포함되어 있었다. 언니의 복수를 꿈꾸며 크리살리스 탑승에 자진한 측천은 뜻밖에도 자신에게 내재되어 있는 거대한 힘을 확인한다. 그녀의 등장으로 인해 여자는 하등하고 쓸모없는 존재로 취급받던 ‘화하’에 거대한 혁명의 바람이 분다. 이름 없이 스러져 간 여자들이 말한다. “무측천, 그들의 악몽이 되어라.”



◎ 줄거리

화하의 남성 조종사들은 거대 병기 ‘크리살리스’에 탑승하여 전쟁에 참여한다. 그 병기는 ‘첩 조종사’라고 불리는 여성들의 기를 소모하여 움직인다. ‘다 쓴’ 배터리처럼 소진된 여성들은 한 줌의 재가 되어 버려지고, 그녀의 가족들은 배상금을 지급받는다.

첩 조종사였던 측천의 언니 역시 허무하게 세상을 떠났다. 언니의 복수를 꿈꾸며 탑승한 첫 번째 크리살리스 전투에서, 측천은 압도적인 ‘기력’으로 남성 조종사를 파괴하고 홀로 살아남는다. 조종실의 문이 열리고 남성 조종사의 시체가 떨어진 순간, 듣도 보도 못한 강력한 여성의 등장에 세상은 혼란에 빠진다.

남성보다 강하다는 이유로 감옥에 가두어진 측천. 그러나 아무도 측천을 막을 수 없다. 그녀는 자신을 짓밟으려는 모든 시도를 부숴버리고 여성을 쓸모없는 존재로 치부해왔던 가부장제를 산산조각 낼 것이다. 이제, 화하의 백성들은 새로운 황제를 맞이할 준비를 해야 한다. 그 황제의 이름은 측천무후다.


◎ 책 속으로

P. 33
“겉모습이 어떻든 넌 내가 아는 측천이잖아. 어떤 모습을 하고 있더라도 난 네가 세상에서 가장 멋진 여자라고 생각해.”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심장에 금이 가는 소리가 들렸다.
이럴 순 없어. 이치에게 사실대로 말하지 않고서는 떠날 수 없어.
“이치.”
내 목소리는 자욱한 연기가 낀 듯 어둑하게 들렸다.
“미안, 내가 좀…… 그랬나? 아, 그래. 너무 이상했지?”
이치의 웃음이 떨렸다.
“얼마나 이상했어? 수치로 표현해 봐. 1부터 시작해서, 제일 높은 수치는 ‘늙은 아저씨가 너한테 웃어보라고 말했을 때 드는 나쁜 기분’이라고 쳐. 얼마나 불편했어?”
“이치.”
나는 그의 두 손을 잡았다. 이 손의 미약한 온기가 지금부터 이치가 받게 될 충격을 조금이나마 덜어줄 수 있을까? 잘 모르겠다.
그는 입을 다물고 당황한 얼굴로 맞잡은 손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내 입에서 오랫동안 간직해 왔던 그 말이 흘러나왔다.
“나, 첩 조종사로 입대할 거야.”

P. 58
“그럼 그냥 양광이 전투에서 죽어버리게 둬. 남자 조종사들이 스물다섯을 넘길 때까지 사는 경우는 거의 없잖아.”
“넌 몰라. 그를 죽이는 건 나여야만 해. 내가 직접 언니의 복수를 할 거야.”
“왜? 언젠가 그놈은 업보를 치르게 될 텐데.”
나는 말을 이로 으깨듯 한 글자 한 글자 또박또박 내뱉었다.
“세상엔 업보 같은 건 없어. 아니, 있더라도 우리 같은 사람들에겐 해당되지 않아. 우리 같은 사람은 그저 남에게 이용당하고 버림받으려고 태어난 거야. 삶의 거대한 흐름에 순응하며 살아갈 여유도 우리에겐 없어. 이 세상 그 무엇도 우리를 위해서 존재하지 않으니까. 우리 같은 사람이 뭔가를 원할 땐 주변의 모든 것들과 맞서 싸워서 억지로 빼앗아야 해.”
이치는 말이 없었다. 그저 피곤한 기색으로 나를 바라볼 뿐이었다. 반묶음 한 머리카락 몇 가닥이 깨끗하고 단정한 옷 앞으로 흩날리다가, 창문으로 들어온 거센 바람결에 옆으로 둥글게 말렸다.
“우린 어차피 다 죽을 거야. 그렇다면 적어도 언제나 꿈꿔왔던 일을 해봐야 하지 않겠어?”
나는 속삭였다.

P. 66
“여러분은 우리 시대 가장 위대한 영웅에게 위로와 동지애를 선사하기 위해 이곳에 왔습니다.”
도 아주머니가 했던 입소식 연설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우리가 처음 모여 그녀 앞에 어수선하게 줄을 섰을 때였다.
“오늘부터 여러분은 우리의 영웅을 기쁘게 해주는 존재가 됩니다. 여러분의 봉사로 그분은 신체와 정신을 최고조로 끌어올린 상태에서 우리의 국경을 위협하는 혼돈과 싸울 것입니다. 그러므로 여러분은 그분의 건강과 행복을 가장 중요하게 여겨야 할 것입니다. 시장하실 때는 식사를 드리고, 목이 마르실 때는 물을 따라드리고, 그분이 즐기는 모든 일에 활기찬 열정으로 함께해야 합니다. 그분이 말씀하시면 마음을 다해 들어드리세요. 이때 말을 끊거나 말대꾸를 해서는 안 됩니다. 우울하거나 비관적이거나 무심한 태도를 보여서도 안 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분의 손길에 거부 반응을 보여서는 절대로 안 됩니다.”

P. 123
문득 댐이 부서져 물이 쏟아지듯, 감정이 내 몸에 휘몰아쳤다. 이걸 본 사람들의 반응을 상상하자 속에서부터 히스테리컬한 웃음이 터지듯 뿜어져 나왔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웃는 것뿐이었다.
나는 양광의 시체를 앞으로 던지고서, 자그마한 연꽃 발로 밟았다.
그거 알아? 내가 정말로 양광을 죽였어.
나는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정신이 나간 것처럼 싱긋 웃었다. 드론의 동그란 프로펠러 위로 바람이 불어와 내 여우 귀 머리 모양이 헝클어졌다. 머리 뒤로 검은 머리카락이 뱀처럼 출렁였다. 나의 척추와 아머로 다시금 기의 파도가 휘몰아쳐 들어왔다. 나의 얼굴에 수놓 인 기의 경혈이, 타오르듯 끓어오르는 눈빛이 은빛으로 번뜩이는 것이 느껴졌다.
“이제껏 단꿈 속에서 너무 오래들 살았지?”
나는 두 팔을 들고 미친 듯이 웃으면서 카메라를 향해 소리쳤다.
“이제 악몽을 꿀 시간이야!”

P. 136
이제 이 게임 판의 규칙이 이해됐다.
여자라고 해서 크리살리스 조종에 서투른 게 아니다. 기력이 압도적으로 높은 여자가 나타날 때마다, 훨씬 높은 기력을 지닌 남자의 짝으로 붙여왔던 거다. 남자가 여자에게 밀리는 일이 없도록.
(중략)
나는 창살 사이로 비쳐든 불빛에 손을 들어 올렸다. 빛은 감방을 비스듬히 갈랐다. 지저분한 형광등 불빛 사이로 먼지가 부유했다. 나는 손가락을 구부려 벽 위로 발톱 같은 그림자를 드리웠다.
그런 날들 속에서 내가 다시 커지는 꿈을 많이도 꾸었다. 하늘을 향해 우뚝 솟아, 땅 위를 질주하며, 우주를 향해 손을 뻗는 꿈을.
고통에서 벗어나는 꿈을.
구석에 내던져 놓은 찢어진 예복을 바라보았다. 내가 배짱만 있다면 저 옷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을 수도 있다는 걸 깨달은 후부터는 옷을 가까이 둘 수가 없었다. 천의 한쪽 끝을 천장을 지나는 배관에 묶고, 다른 쪽 끝을 목에 건 다음 조여오는 올가미 속에서 죽음을 맞는 것이다.
열세 차례 밥을 먹어온 지금까지 그런 상상을 했다. 심지어 저 옷자락이 뱀의 똬리처럼 꿈틀대며 움직일 것만 같았다. 뱀의 색이 밝을수록 더 치명적인 독이 있다는 말도 생각났다.
나는 일어섰다. 그리고 마음먹은 대로…….
그때, 바닥에 닿았던 맨다리에 묻은 핏자국이 보였다. 이곳에 갇혔던 다른 여자들의 피였다. 그림자에 가려질 만큼 검은 자국은 그들이 이곳에서 얼마나 비참하게 지냈는지 알려주었다. 눌어붙은 채 굳어버린 여자들의 핏자국. 남자 간수들에게는 소름끼치는 모습일지 모르겠지만 난 무섭지 않았다. 그들의 고통과 한을 이해했다.
다만 여기 갇혔던 여자들이 무슨 짓을 했기에 끌려왔는지 궁금할 뿐이었다. 맞서 싸웠을까? 도망치려 했을까? 아니면 조종사를 즐겁게 하라는 명령을 거부했을까?
혹시 그중에는 소리 소문 없이 역사 속으로 사라진 철의 미망인도 있었을까?
이곳의 공기에는 강렬한 뭔가가 있다. 처절한 저항의 몸짓, 입 다물고 있기를 거부한 목소리, 묶이길 거부한 손, 부서지길 거부한 영혼을 느낄 수 있다.
예복에서 눈길을 거두고 다시 누웠다. 그리고 숨을 들이쉬며 차갑게 서린 여자들의 분노를 가슴 가득 담았다.
웃기지도 않은 얘기다. 우리의 몸을 그렇게도 원하는 남자들이 우리의 정신은 이토록 증오한다니.

P. 335
만리장성이 저 앞에 어른거렸다. 나는 개황 망루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당황한 전략가들의 고함이 들렸지만, 지난번처럼 스피커를 떼어내진 않았다.
저들이 겁에 질려 내는 소리가 무척 듣기 좋았다.
나는 주작을 하늘 높이 호를 그리며 날도록 조종했다. 그리고 망루로 부리를 겨누며 급강하했다. 저 안에 있는 사람들은 날 이 꼴로 만들었거나 날 도와주기를 거부한 이들이다. 내가 사라지기를 간절히 바라던 자들이니, 난 사라질 것이다.
하지만 갈 때 가더라도, 나만 가진 않을 것이다. 모두 데려가야지.

구매가격 : 12,400 원

아이언 위도우 - 죽음을 삼킨 여자 2

도서정보 : 쟈오 재이 시란 / arte / 2023년 04월 10일 / EPUB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안드레 노턴 네뷸러상 작가 부문 후보작!
소름끼치도록 강력한 여성 영웅의 등장!



◎ 도서 소개

미국 SF 판타지 작가 협회가 시상하는 안드레 노턴 네뷸러상 작가 부문 후보작. 공상 과학을 배경으로 역사상 전무후무한 여황제 측천무후을 새롭게 그려 낸 작품, 『아이언 위도우』는 2021 보스턴 글로브 베스트북과 북라이엇이 꼽은 ‘역대 최고의 공상 과학 소설 20권’에 선정되었다.

거대 병기 ‘크리살리스’는 어린 소녀들의 기를 양분 삼아 움직인다. 전투 한 번을 치를 때마다 죽어 나가는 소녀들 중에는 ‘측천’의 언니도 포함되어 있었다. 언니의 복수를 꿈꾸며 크리살리스 탑승에 자진한 측천은 뜻밖에도 자신에게 내재되어 있는 거대한 힘을 확인한다. 그녀의 등장으로 인해 여자는 하등하고 쓸모없는 존재로 취급받던 ‘화하’에 거대한 혁명의 바람이 분다. 이름 없이 스러져 간 여자들이 말한다. “무측천, 그들의 악몽이 되어라.”



◎ 줄거리

화하의 남성 조종사들은 거대 병기 ‘크리살리스’에 탑승하여 전쟁에 참여한다. 그 병기는 ‘첩 조종사’라고 불리는 여성들의 기를 소모하여 움직인다. ‘다 쓴’ 배터리처럼 소진된 여성들은 한 줌의 재가 되어 버려지고, 그녀의 가족들은 배상금을 지급받는다.

첩 조종사였던 측천의 언니 역시 허무하게 세상을 떠났다. 언니의 복수를 꿈꾸며 탑승한 첫 번째 크리살리스 전투에서, 측천은 압도적인 ‘기력’으로 남성 조종사를 파괴하고 홀로 살아남는다. 조종실의 문이 열리고 남성 조종사의 시체가 떨어진 순간, 듣도 보도 못한 강력한 여성의 등장에 세상은 혼란에 빠진다.

남성보다 강하다는 이유로 감옥에 가두어진 측천. 그러나 아무도 측천을 막을 수 없다. 그녀는 자신을 짓밟으려는 모든 시도를 부숴버리고 여성을 쓸모없는 존재로 치부해왔던 가부장제를 산산조각 낼 것이다. 이제, 화하의 백성들은 새로운 황제를 맞이할 준비를 해야 한다. 그 황제의 이름은 측천무후다.


◎ 책 속으로

P. 57
수치심. 그것은 저들이 가장 즐겨 휘두르는 도구다. 마음속에서부터 나를 좀먹고 들어가 내 전족 앞에 그들이 던지는 운명, 그게 무엇이든 그 운명만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날 세뇌시키는 도구 말이다.
하지만 그것은 아무런 힘도 발휘하지 못했다.
저들은 거의 필사적으로 나를 비난하고 비하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내가 행복할 가치가 있는 존재라고 생각한다.
저들이 날 속박하려고 이용했던 모든 것들로부터 나는 등을 돌릴 것이다. 나의 미모는 그들의 관심을 끌려는 허상이다. 완벽한 반려 관계? 그것도 그들의 집착을 일으키기 위한 거짓말이다.
그들이 판단하고 증오하는 바로 그 힘으로 나는 아무도 막을 수 없는 존재가 되리라.

P. 115
“조종사라는 존재는 도구라는 걸 명심해. 우리는 무기라고. 우리 중 누구도 우리를 대표하는 단체에 속해 있지 않아. 전략가들과 군 고위층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모든 걸 통제하고 있잖아. 여자애들을 계속 너에게 보내기로 결정한 건 그들이야. 실제로 네가 선택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고, 선택권이 있었다는 것 자체가 그들이 꾸며낸 허상이야. 그저 너한테 죄책감을 씌우기 위한 술책이지. 그래야 자신들의 죄책감을 덜 수 있을 테니까.”
새록새록 되살아나는 분노가 내 목소리에 고스란히 담겼다.
“그자들이 죄책감을 피해 가게 하지 마. 사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게 하라고. 죄책감을 느껴야 하는 건 우리가 아니야.”

P. 136
어째서 난 오랫동안 의심하지 않았을까? ‘잠깐만, 왜 약한데?’라 는 중요한 질문을 왜 던지지 못했던 걸까? 조종사 시스템은, 아니 더 나아가 세상의 모든 구조는 어디까지가 순수한 사실에 근거하고 또 어디까지가 환상에 불과한 것인가? 날조된 허상은 세대를 거듭하며 더욱 강화됐을지도 모른다. 사람들은 자신들이 갇힌 편안한 상자 속에서는 의문을 제기하지 않으니까. 그들은 얼마든지 자의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규칙에 기대어 산다.

P. 230
나는 태어났을 때부터 지금껏 수없이 거짓말을 듣고 살았다. 내가 친절하지도 않고, 사려 깊지도 않고, 겸손하지도 않다고.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예쁘지도 않고 사근사근하지도 않다고. 주변 사람들의 기대에 부합하지도 못하니, 살아갈 자격이 없다고 말이다.
그건 다 정치 선전이다. 내가 망가진 전족으로 다른 사람들을 쫓아다니며 그들의 인정을 갈구하게 만드는 정치 선전. 남의 아래에서 착한 하녀가 되는 것만이 내게 합당하고 자랑스러운 자리인 것처럼 몰아가는 정치 선전.
하지만 이제 나는 진실을 알게 되었다.
이 세상은 나의 존중을 받을 가치가 없다. 친절함이나 동정심을 베풀 만한 대상이 아니다.

구매가격 : 11,200 원

사유의 충돌과 융합 - 역사의 시그니처 02

도서정보 : 최광식 / 21세기북스 / 2023년 04월 10일 / EP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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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상 가장 뜨겁게 폭발했던 사유의 시대
충돌과 융합의 한·중·일 사상사



◎ 도서 소개

시대정신으로 읽는 1~8세기 동아시아 사상의 특징
유교, 불교, 도교의 공존은 어떻게 가능했는가

극심한 문명의 갈등을 겪고 있는 오늘날의 세계, 그 핵심은 종교적 대립에 있다. 그렇다면 우리의 상황은 어떠한가? 하나의 종교로 수렴한 서구와 달리 우리나라는 유교, 불교, 도교의 가치를 다채롭게 수용한 동아시아 문화의 전통을 경험했다. 세 가지 사유의 치열한 충돌과 융합을 통해 한?중?일을 묶는 ‘동아시아 세계’가 형성되어 동아시아의 다원주의적 문화를 함께 발전해온 것이다.

고대 중국에서부터 이어진 유교와 도교 전통 아래, 외래종교 불교의 유입, 토착신앙의 발전 등 1~8세기 동아시아는 인간과 삶에 관한 다채로운 생각들이 얽히고설킨 사유의 용광로와 같았다. 우리의 기틀을 이루는 세 가지 사상은 국가 통치이념인 유교, 내세를 기원하는 불교, 개인 수양을 위한 도교로 나뉘어 충돌 끝에 조화를 이루었다.

이 책에서는 다섯 명의 인물의 고전 속에 드러난 동아시아 문화의 생생한 기원을 들여다본다. 동아시아 제왕학의 교과서였던 『정관정요』, 우리나라 삼국의 사상적 흐름이 담긴 최치원의 『계원필경』과 『사산비명』, 김부식의 『삼국사기』, 일연의 『삼국유사』, 일본 문화의 기원이 된 『일본서기』의 기록을 통해, 우리 의식 깊숙이 자리한 화합과 상생의 정신을 새긴다.



▶ 시리즈 소개

시대정신으로 읽는 지성사, ‘역사의 시그니처’
국내 최고 연구자들의 입체적 해설로 만나는 인문 앤솔러지

‘역사의 시그니처’는 기원전부터 현대까지 각 세기의 대표적 시대정신을 소개하는 인문 교양 시리즈입니다. 한 시대를 이끈 상징적인 인물들을 엄선해 그들이 남긴 말과 글을 소개하고 인류의 사상이 어떤 갈래로 이어져 왔는지 살펴봅니다. 인간과 사회를 바라보는 시선들이 시대별로 어떻게 충돌하고 융합되어 오늘의 21세기를 만들었는지 ‘역사의 시그니처’ 시리즈를 통해 만나보세요.




◎ 책 속으로

본래 우리나라의 토착 신앙은 천신과 산신을 숭배하는 것이지만, 중국에서 들어온 유교와 도교, 그리고 인도에서 비롯하여 중국을 통하여 들어온 불교가 융합된 것이다. 결국 토착 신앙인 자연숭배 신앙에 유교적 가치인 충효 사상, 노자의 무위자연 사상, 불교의 이상인 집착과 구애를 받지 않는 자비와 선행까지 모두를 아울러 함께 실천한다는 의미이다.
【유?불?선을 융합한 풍류도 정신의 부활_74쪽】

당나라 때에는 황제가 개인적으로 불로장생을 원하였을 뿐만 아니라 정치적인 이유로 도교를 숭상하였다. 노자와 같은 ‘이(李)’ 씨 성을 가진 당대의 황실은 통치의 합법성을 공고히 하기 위하여 자신들을 노자의 후예라고 칭하며 도교를 받들었다.
【당나라에 널리 퍼진 최치원의 문명_77쪽】

신라의 장군 김유신은 15살에 화랑이 되었으며, 그를 따르는 낭도들을 용화향도(龍華香徒)라고 불렀다. 당시에 화랑은 승려 낭도 1명과 낭도 몇백 명을 거느렸다. 용화향도는 미륵을 좇는 무리라는 뜻으로 불교의 미륵불과 연관이 있었다.
【김유신은 괘 그 많은 기도를 올렸을까?_165쪽】

발해는 유학을 목적으로 주자감을 설립하여 귀족자제에게 유교 경전을 가르쳤으며, 당나라에 유학생을 파견하여 빈공과에 급제한 사람을 많이 배출하였다. 이 중에는 빈공과에 수석으로 합격한 합격자도 있었다.
【발해를 우리의 역사로 명확히 인식하다_192쪽】

삼국통일 이후 신라는 통합의 정당성을 강화하기 위하여, 나라를 하나로 묶는 이념을 필요로 하였다. 유교, 불교, 도교에 더불어, 민간신앙과 설화, 신화 역시 당대 이념의 형성에 큰 역할을 끼쳤다.
【피리를 불어 통일신라의 건국을 알리다_194쪽】

신라의 불교는 사람의 병을 치료하고, 나라가 위기에 처하였을 때 신이한 기적을 통하여 이를 극복하는 호국적 성격을 보인다. 이러한 호국불교는 중국이나 일본에서는 나타나지 않는 우리나라만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신라의 불교는 사람을 고치고 나라를 지킨다_215쪽】

왜국이 백제부흥운동에 대규모 군대를 파견한 데에는 백제로부터 선진문물을 지속적으로 수용하기 위한 의도 때문이었다. 하지만 바람과 달리 백제와 왜국은 전쟁에서 패배하고 말았고, 이후 백제의 왕족과 귀족 및 엘리트는 왜국으로 망명하여 일본 고대 국가의 발전과 고대 문화의 진흥에 기여하였다.
【일본이 백제부흥운동을 지원한 이유_27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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