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화 2

도서정보 : 진위청 | 2023-11-03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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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마음도 살로 되어 있잖아요.
상하이에는 놀랍고 위험한 이야기들이 필요해요.
갖가지 기적이 다 일어나는 곳이니까요.”

왕가위 감독 영화・드라마화 예정
〈화양연화〉 〈2046〉을 잇는 3부작의 결정판!

도시의 과거와 현재를 촘촘히 직조해낸 상하이 데카메론

196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세 청춘의 삶에 스며든 상하이의 수많은 사람들과 골목, 음식, 무수한 민담과 풍경의 편린들…… 시대와 공간을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듯 세밀히 묘사하며 과거와 현재를 촘촘히 직조해낸 상하이 데카메론. 『번화』는 문화대혁명 시기를 거쳐온 젊은이들의 삶과 도시의 풍경을 진솔하고도 생생하게 그려낸 작가 진위청의 대표작이다. 마오둔문학상, 시내암상, 루쉰문화상 연도소설상 등을 수상했으며 왕가위 감독이 영화 및 드라마 판권을 확보해 전작 <화양연화> <2046>을 잇는 작품으로 영상화할 예정이다.

『번화』의 세 주인공 후성, 아바오, 샤오마오는 모두 상하이 출신이다. 특히 후성의 이름은 의미심장한데, ‘후성’은 상하이를 뜻하는 한자어인 ‘후沪’와 ‘생生’의 합성어이기 때문이다. 상하이에서 태어난 사람. 소설이 상하이 사람들의 이야기임을 전면에 드러낸 것이다. (후성의 형 이름은 ‘후민沪民’이다.) 이들 셋 모두 상하이 출신이긴 하지만 배경은 제각각이다. 후성은 부모님이 모두 공군 간부이며, 영국식 아파트에 살고 있다. 아바오는 할아버지가 지주계급 출신이다. 유복한 집안에서 태어난 것이다. 샤오마오는 노동자계급 출신으로, 상하이의 전통 골목인 농탕의 주택에 살고 있다. 세 인물이 살고 있는 주거지는 상하이의 공간 지형을 그대로 가져온 결과다. 상하이는 1949년 이전, 조계지가 분할된 상황에서 주거지가 형성되었다. 때문에 상하이를 통틀어 전반적으로 통일된 계획이 부족하고 각 지역의 경제 조건이 서로 크게 달랐다. 조계지 내에는 외국인의 이름을 딴 거리 이름들이 많았고, 상업이 번영하였으며 고급 빌라가 위치했다. 반면 중국인들이 살고 있는 구역은 인구가 밀집되었고 오래된 주택이 많았다. 거리는 좁았으며 각 주택이 촘촘히 붙어 있는 구조였다.

『번화』는 후성, 아바오, 샤오마오가 살아가는 공간과 마주하는 사건들, 인물들 등 삶의 면면을 날줄로 서술한다. 영화관에 갔던 일, 우표 수집, 권법 수련, 일하는 공장에서 목도한 밀회 현장 등 일상의 소소한 모습들이 묘사되는 가운데 수많은 거리와 골목, 건물, 음식, 과거로부터 소환된 무수한 민담과 기억의 편린 등이 등장한다. 한편 이들을 둘러싼 수많은 여인들의 이야기는 씨줄이 된다. 결혼했지만 아내가 출국한 뒤 소식이 없는 후성은 메이루이와 인연을 이어가며, 아바오는 어린 시절 이웃집에 살았던 베이디에 관한 추억들을 안고 어른이 된 후에는 즈전위안을 운영하는 리리와 가까이 지낸다. 샤오마오는 농탕의 주택 아래층에 살고 있는 유부녀 인펑과 불륜을 저지르고, 이어 춘샹을 만난다. 어쩌면 이들의 삶을 이끄는 동력은 심오한 철학이나 거창한 역사 담론 따위가 아닌 순수한 욕망이다.

각 주인공들의 기억과 생활이 모자이크처럼 편편이 흩어져 서술되는 듯 보여도 이들의 삶에는 상하이의 역사가 큰 줄기로 흐른다. 태평천국의 난에서부터 시작되는 봉건왕조시대의 종언과 외세의 침략, 조계지, 문화대혁명과 그 상흔, 개혁개방 등 방향이 완전히 다른 역사와 시대의 동력들이 이 한 편의 소설 안에서 착종한다. 특히 문화대혁명은 소설에 등장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삶을 관통하는 대사건이다. 지주나 자본가 가정 출신의 자제들은 봉건 부패사상의 영향을 받았다고 여겨져, 아바오 식구들은 하루아침에 공동 주택지인 양만호로 이사를 가게 되고, 노동자 가정 출신인 샤오마오는 좋은 사람으로 치켜세워진다.

평균 다섯 가구가 부엌 하나를 공동으로 사용했고 변기통이 설치된 화장실은 두 칸뿐이었다. (중략) 아바오 가족의 새 주소는 아래층 4호실이었다. 15평방미터의 비좁은 단칸방으로 1, 2, 3, 5호실과 복도를 공유하는 형식이었다. 창밖에는 들풀이 가득 자라나 있고 실내에는 도처에 먼지와 거미줄이었다. 가족들이 짐을 담은 바구니를 들여놓는 동안 아바오 아빠는 벽돌을 하나 주워 대문 옆에 못을 박고는 딱딱한 종이에 쓴 인죄서認罪書를 내걸었다. 인죄서에는 모자를 벗고 찍은 사진이 한 장 붙어 있었다.
_1권 본문 중에서

『번화』에선 문화대혁명이 각 개인의 삶에 어떤 영향을 끼치며 기존의 삶을 운영하던 논리를 뿌리째 뒤흔드는지, 상하이 사람들의 의식 구조를 어떻게 변화시키며 상하이인의 정체성을 어떻게 정립해가는지까지 면밀하게 들여다보고 있다.

“하느님이 침묵하고 있다. 모든 것을 내가 결정해야 할 것 같다……”
자유로운 형식과 서술 기법을 통해 복원한 ‘상하이’

형식 면에서 보면 소설은 두 가지 선이 병행되는 구조다.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를 제외하면 소설은 총 31장으로 이루어지는데, 홀수 장은 과거에 해당하는 1960년대부터 1980년대를, 짝수 장은 소설의 현재 시점 1990년대를 서술한다. 이중 28장부터 31장까지는 1990년대를 쭉 이어 그려낸다. 이 같은 구조가 ‘과거 상하이’와‘현재 상하이’라는 두 시대의 대비를 만들어낸다.
한편 서술 면에서는 말글이 이어지는 구조를 띤다. 대화를 나타내는 문장부호가 따로 없이 인물의 말이 열거된다. 이는 작가가 의도한 것으로 옛 중국문학의 서술 기법을 따른 것이다.

화본話本 형식이라는 옛날의 발자취를 현재의 바퀴에 집어넣었는데도 여전히 잘 돌아갔다. 참신하고 이채로웠다.
‘심리적 차원의 미묘함’을 포기하고 구어적인 진술과 평담한 의미를 살려 주인공들의 말과 행위를 있는 그대로 적고자 했다. 한 가지 일이 또다른 일을 물고 온다. 장산張三의 이야기가 끝나면 리쓰李四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각기 다른 어감과 행위, 복장이 각기 다른 환경을 구분하면서 각기 다른 삶을 전개한다. 문장부호들은 아주 간단하다. ‘작가의 말’에서

화본이란 송ㆍ원나라 때 유행한 구어체 소설을 칭하는 것으로, 통속적인 언어로 당시의 생활상이나 역사적인 고사를 표현해내는 형식을 띤다. 작가는 주인공의 말과 행위를 그대로 묘사하는 서사 기법을 통해 ‘상하이’ 그 자체를 그린다. 작가가 소설의 서두에서“하느님이 침묵하고 있다. 모든 것을 내가 결정해야 할 것 같다……”라고 예고한 바다. 상하이라는 공간을 입체적으로 구현하기 위해 자유로운 형식ㆍ서술 기법을 사용해 과거와 현재가 갈마들게 하고, 인물의 말과 행동을 그대로 묘사한 것이다. 이 작품이 2015년 제9회 마오둔문학상을 수상하며 “『번화』의 주인공은 시대의 흐름 속 변화하고 성장하는 도시 상하이 그 자체다”라는 평을 받은 것과 상통하는 맥락이다.

구매가격 : 12,600 원

실종자(세계문학전집 236)

도서정보 : 프란츠 카프카 | 2023-11-03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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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에서 거듭 밀려나 점점 사라져가는 자의 실존
카프카 문학의 정수가 담긴 첫 장편소설


“이 책의 주인공 카를 로스만은 영원히 소속감이라는 바위를 헛되이 굴리는 현대의 시시포스다.” _알베르 카뮈

『소송』 『성』과 더불어 ‘고독’ 삼부작으로 불리는 『실종자』는 카프카의 첫 장편소설로, 미완성작으로 남았으나 카프카 문학의 정수를 보여준다. 브로트가 1927년부터 ‘아메리카’라는 제목으로 펴냈으나, 1983년 독일에서 발간된 비평판 이후 카프카가 일기에 쓴 원제대로 ‘실종자’로 바뀌었다. 잘못을 저질러 고향에서 쫓겨나 뉴욕에 오게 된 한 청년이 고도의 기술문명과 자본주의 체제인 미국 사회에서 겪는 소외와 상실, 고독의 문제를 첨예하게 짚어낸다. 이 소설의 첫 장 「화부」는 카프카 생전 1913년 단행본으로 발표되어 당시 큰 성공을 거두었으며, 폰타네상을 수상한 바 있다.

카프카 문학의 정수가 담긴 첫 장편소설

『소송』 『성』과 더불어 ‘고독’ 삼부작으로 불리는 『실종자』는 카프카의 첫 장편소설로, 다른 두 소설과 마찬가지로 미완성작으로 남았으나 카프카 문학의 정수를 보여준다. 그의 친구이자 유고를 편집해 소개한 막스 브로트가 1927년부터 ‘아메리카’라는 제목으로 펴냈으나, 1983년 독일에서 카프카 육필 원고에 기초해 발간된 비평판 이후 카프카가 일기에 쓴 원제대로 ‘실종자’로 바뀌었다. 이 소설의 첫 장 「화부」는 카프카 생전 1913년 단행본으로 발표되어 당시 큰 성공을 거두었으며, 1915년 폰타네상을 수상한 바 있다.
카프카가 펠리체에게 보낸 편지에 따르면, 1911년 말에 쓴 초고 200매가량을 폐기하고 싶다고 밝힌 후 본격적으로 이 소설 집필에 매달린 건 1912년 가을부터 1914년 가을까지다. 그사이 첫 단편 「선고」와 대표작 중 하나인 「변신」을 썼으며, 끝 무렵에는 『소송』 집필도 병행하기 시작했다. 카프카는 이 책의 1장 「화부」와 「선고」 「변신」을 함께 엮어 ‘아들들Die Söhne’이라는 제목으로 펴내자는 제안을 출판인 쿠르트 볼프에게 하기도 했다. 세 편 모두를 관통하는 카프카 문학의 핵심 테마(아버지 권력과 길항하는 아들의 서사이자 관계로부터의 고립)를 첫 장편 『실종자』에서도 읽어낼 수 있는바, 그가 몇 번이나 좌절과 중단을 겪으면서도 끝까지 구현해내고자 한 문학세계의 맹아가 담겨 있다. 이 책의 주인공 청년은 아메리카 여정 내내 “거의 모든 곳에서 그의 존재가 실패”(크라카우어)할 수밖에 없는 현실과 맞닥뜨리는 만큼 “희망은 금지되는 게 아니라 금지되지 않기에, 희망에 가장 처절하게 고통을 가하는 작품”(모리스 블랑쇼)이라 할 수 있다.

아메리카 사회에서 표류하는 ‘현대의 시시포스’
점점 관계로부터 밀쳐져 사라져가는 자의 실존

이 소설에서 주목할 것은 카프카의 작품들 중에서도 아주 정교한 서사구조를 보여준다는 점이다. 제목이 붙은 6장, 제목이 없는 2장, 그리고 미완성 장들(3장)로 구성된 이 소설의 첫 장면부터 주목을 요한다. 즉 뉴욕으로 입항하는 배에서 점점 짐꾼들에 의해 ‘난간까지 밀쳐진’ 그의 시선에 처음 들어온 것은, 우뚝 솟아난 팔로 횃불이 아닌 ‘칼을 든 자유의 여신상’이다. 자유와 정의, 희망과 꿈의 신세계로 진입하고 정착하기 위한 도정은 과연 어떻게 될까? 이곳에서 과연 카를은 새 출발을 하고 성장할 수 있을까?
‘카프카적인 시작’을 알리는 이 첫 장면에서 보다시피, 17세의 카를 로스만은 고향 프라하에서 하녀를 임신시킨 문제로 부모가 그를 미국으로 보내버리는 바람에 얼떨결에 막 뉴욕항에 입성하면서 앞으로의 어두운 아메리카 여정을 노정한다. 거기서 그는 기계화된 문명과 테일러주의로 돌아가는 미국 사회의 가장 꼭대기에 있는 상류사회에서부터 자본주의 밑바닥에 있는 계급까지 두루 만나고 겪는다. 배에서 처음 만난 해고 위기라는 억울한 상황에 처한 화부를 돕는 정의감 넘치는 청년에서, 원칙과 효율을 추구하며 미국 사회에서 정재계 고위직 인사로 성공한 외삼촌이 이끄는 기업사회의 경영후계자 자리, 삼촌의 눈 밖에 난 한 번의 실수로 얼토당토않게 내처져 어느 호텔에서 겨우 운좋게 얻어낸 엘리베이터 보이로서의 최말단직, 부랑하는 실업자이자 이민자 무리(로빈슨과 들라마르슈)와 함께 성매매로 자본을 축적한 가수 브루넬다의 하인을 거쳐, “누구든 환영한다”는 오클라하마 야외극장의 기능직 채용시험에 ‘니그로’라는 이름으로 응하여 알 수 없는 기차에 오르며 끝내 어딘가로 ‘사라져가는 자’로까지, 그의 존재는 여러 변곡점을 거칠수록 차츰 희박해진다. 선실, 별장, 호텔, 극장 채용시험장(경마장)이라는 주요한 서사 공간에서 이뤄지는, 카프카의 특징인 법정 재판을 방불케 하는 ‘심문’ 장면들은 아메리카 사회로의 진입과 정착, 관계와 소속에 대한 카를의 욕망이 철저히, 첩첩으로 적나라한 실패에 직면하고 있음을 보여주면서 서사적 긴장과 멜랑콜리를 더한다. 횡단면상으로는 유럽의 고향에서 미국 내 이방 세계로의 추방을, 종단면상으로는 다양한 계급을 대표하는 인물들을 만나며 번번이 희망 없는 추락을 보여주고 있다. 뉴욕행 배, 외삼촌의 집과 사무실, 그린 씨의 별장 속 미로 같은 공간, 옥시덴털호텔의 주방과 엘리베이터, 브루넬다의 방으로 점점 옥죄듯 폐쇄되어가는 닫힌 구조에서 갑자기 마지막에는 극장의 채용시험장인 경마장에서 오클라하마행 기차로 넘어가 아득히 열린 공간 구조로 넘어간다. 마지막 장면은 곧 현대인의 불가해한 삶의 터전에 대한 확장된 우화로도 읽힌다. 브로트는 카프카가 마지막 부분을 유토피아적 여정으로 끝맺음하려 했다고 오독했으나, 1915년 9월 30일자 카프카의 일기는 정반대로 구상하고 있었음을 입증한다: “로스만과 K, 죄 없는 자와 죄 있는 자, 결국 둘 다 똑같이 처벌되어 죽임을 당한다. 죄 없는 자는 보다 손쉽게, 때려눕혀지기보다는 옆으로 밀쳐지는 식으로.”
카프카는 미국 땅에 한 번도 발을 붙인 적이 없으나 이 소설을 통해 “가장 현대적인” 아메리카를 보여주고자 했다. 당시의 여행 책자나 보고서, 사진이나 종종 접했던 영화 등 2차 문헌을 참고하며 대도시의 마천루, 파업과 교통 혼잡, 선거 캠페인 및 사무실 노동 현장, 기계화된 통신 및 운송시설 등을 당대의 유럽인의 시각에서 비교해보고 연구해나가면서 자기만의 형상화에 골몰했다. 발전과 성장에 목매던 현대의 최첨단, 아메리칸드림과 신세계에 대한 그 허상을 깨부수고 있는 『실종자』는, 그로테스크하고도 몽환적인 색채가 가미된 서술로 부조리한 현실과 권력구조의 폭력성을 강렬하게 드러낸다. 카프카는 이 작품으로 “영원히 소속감이라는 바위를 헛되이 굴리는 현대의 시시포스”(카뮈)를 창조해냈다.

해석의 여러 단서를 제공하는 해제와 원전에 충실한 번역

2024년 6월 3일은 카프카 타계 100주기다. 카프카는 서구 문명의 몰락이자 인간 정신의 붕괴를 목도하게 한 제일차세계대전 발발 직전에 미국 사회를 모델로 이 작품을 썼다. 다양한 인종과 국적이 뒤섞인 현대의 최첨단 도시에서 그 전모는 알 수 없이 “외부로부터 내면으로, 위로부터 아래로”(카프카) 겹겹이 위계화된 권력과 자본시장에 종속되어 기계 부품처럼 소외된 채 살아갈 수밖에 없는 개인의 실존에 대한 카프카식의 문제 제기는 오늘날에도 역시 유효하다. 이민자이자 표류자로서 한 젊은이가 어떻게 관계로부터 얼토당토않게 거듭 밀쳐져 점점 소속의 고리를 잃고 행방이 묘연한 실종자로 전락해갈 수밖에 없는지, 불가해하고도 부당한 폭력과 계속 마주하면서 어째서 말미에 희망 없는 사지로, 끝이 나지 않을 무의 세계로 사라져가고 마는지, 그 종적을 아주 정치하게 묘파해낸다.
이 책을 옮긴 이재황 번역가는 새로 정립된 비평판을 기준으로 카프카의 첫 장편소설의 원형을 비추어 짐작해볼 수 있도록 충실히 번역했을 뿐만 아니라 다양한 해석의 여지를 옮긴이 해설에 남겨놓았다. 이를테면 브로트 판과 달리 카프카가 오클라호마를 ‘오클라하마’로 일부러 표기한 것에서도, 주인공 카를 로스만의 이름이 갖는 상징성(‘말’을 뜻하는 ‘로스Roß’와 ‘남자, 사람’을 뜻하는 ‘만Mann’의 결합이 보여주는 반인반마 켄타우로스와의 비교)에서도 이 작품을 새롭게 들여다보도록 한다. 옮긴이는 카프카 문학의 핵심을 ‘부정성의 미학’으로 짚어내면서 이 작품을 두고 “인간의 이성과 합리성에 대한 믿음을 바탕으로 하는 근대 서구 문명의 진보적 역사관과 최대의 효율성을 추구하는 20세기의 패러다임에 대해 강력한 문제 제기를 하고 있다”고 갈무리한다.

구매가격 : 13,000 원

야만적인 앨리스씨(개정판)

도서정보 : 황정은 | 2023-11-03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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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이게 무슨 이야기인지 알 것이다.
내가 오로지 너를 생각하며 이 소설을 썼으니까.”
_‘개정판 작가의 말’에서

영원히 헤어지지 못할 이름이 된 소년, 앨리시어
『야만적인 앨리스씨』 출간 10주년 개정판

문학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깊은 매혹을 불러일으키며 그 자체 좋은 소설의 새로운 기준이 된 황정은 작가의 두번째 장편소설 『야만적인 앨리스씨』의 개정판이 출간되었다. 상투성으로부터 멀어지는 힘으로 한 글자 한 글자 신중히 쌓여 완성되는 그의 작품은 여러 번 읽을수록 풍성해지는 의미의 겹을 즐거이 헤매는 기쁨을 주면서 한편으로는 직관적으로 귀에 달라붙는 노래처럼 특유의 감각과 리듬으로 우리를 휘감아왔다.
지금으로부터 꼬박 십 년 전, 이 작품 『야만적인 앨리스씨』를 선보일 당시 황정은은 이제 막 두 권의 소설집과 첫 장편소설을 출간한 젊은 작가였다. 「오뚝이와 지빠귀」(『일곱시 삼십이분 코끼리열차』, 2007)처럼 시치미를 뚝 떼고 천연스럽게 이어지는 이야기를 기억하는 사람에게, 「대니 드비토」(『파씨의 입문』, 2012)처럼 작품에 흐르는 아름답고 쓸쓸한 서정을 기억하는 사람에게, 그리고 『百의 그림자』(2010) 속 인물들이 자아내는 아슬아슬하면서 단단한 온기를 기억하는 사람에게, 쏟아지는 비를 그대로 맞고 서 있을 수밖에 없는 듯 촘촘한 폭력에 속절없이 노출된 ‘앨리시어 형제’의 모습은 낯설게 느껴졌을 것이다. 하지만 장편소설 『계속해보겠습니다』(2014)와 소설집『아무도 아닌』(2016) 『디디의 우산』(2019) 등을 읽고 난 지금의 우리에게 『야만적인 앨리스씨』는 그후 펼쳐질 황정은 소설세계의 또다른 방향을 선명히 예고하는 작품으로도 다가온다. 그러니까 자신을 둘러싼 세계가 부서져가고 있다는 또렷한 실감 속에서 그 세계와 어떤 식으로든 긴밀히 연루될 수밖에 없는 당사자이자 목격자로서의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묻는 작품으로.


“앨리시어가 이야기를 해줄까.
여기 이 모퉁이에서.”

작품이 출간되었을 당시 영화평론가 이동진은 한 채널을 통해 “훌륭한 소설들이 대개 그렇듯, 『야만적인 앨리스씨』 역시 그렇게 길게 메아리쳐 울리는 필사적인 질문 하나를 던지고 끝난다”라고 언급하며 작품을 향한 애정을 드러냈고, 2018년 일본 출판사 가와데쇼보신샤에서 출간된 번역본은 “독자의 일상을 흔드는 무서운 소설이다”라는 호평을 얻기도 했다. 일상의 흔들림, 그것은 아마 세계가 무너져내리고 있다는 감각과 연관돼 있을 것이다.
‘內’와 ‘外’, 그리고 ‘再, 外’ 총 3부로 구성된 소설은 “내 이름은 앨리시어, 여장 부랑자로 사거리에 서 있다”라는 문장으로 시작된다. ‘고모리’에 살던 10대 소년의 앨리시어는 소중하고 결정적인 무언가를 잃은 뒤 여장 부랑자가 되어 사거리에 서 있다. 그는 무엇을 잃었고 왜 잃게 된 걸까. 앨리시어가 나고 자란 고모리는 지명의 유래가 무덤이라는 데서 알 수 있듯 환한 낮의 공간보다는 축축하고 어두운 밤의 공간처럼 여겨진다. 빠져나가기 위해 두 발로 오르고 네 발로 올라보아도 사방이 꽉 막혀 있는 탓에 다시 안으로 떨어지고 마는 그 공간 안에서 앨리시어 형제는 어머니가 가하는 폭력을 고스란히 당하며 살고 있다.

그럴 때 그녀는 어떤 사람이라기보다는 어떤 상태가 된다. 달군 강철처럼 뜨겁고 강해져 주변의 온도마저 바꾼다. 씨발됨이다. 지속되고 가속되는 동안 맥락도 증발되는, 그건 그냥 씨발됨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는 씨발적인 상태다. 앨리시어와 그의 동생이 그 씨발됨에 노출된다. 앨리시어의 아버지도 고모리의 이웃들도 그것을 안다. 알기 때문에 모르고 싶어하고 모르고 싶어하기 때문에 결국은 모른다.(49쪽)

아버지와 이웃의 방관 속에서 어머니의 ‘씨발됨’, 그러니깐 “때리니까 때리고 싶고 때리고 싶으니까 가속적으로 때”(50쪽)리는 일상적이고 무심한 폭력에 지속적으로 노출될 수밖에 없는 앨리시어 형제는 아버지의 전처가 낳은 형과 누나에게 도움을 구하기 위해 길을 떠나기도 하고 상담센터를 찾아가기도 한다. 하지만 거의 무응답에 가까운 반응만이 되돌아오는 그 과정 속에서 앨리시어 형제가 품고 있던 자그마한 희망은 서서히 깎여나간다.
그럴 때 그들에게 한줌 위안이 되는 것이 ‘이야기’라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씨발, 이라고 자꾸 들으면 씨발, 이 된다는 거. (…) 말하면서 자기 말 듣게 되잖아, 씨발 씨발, 하고”(43쪽)라는 앨리시어의 말에 귀기울여본다면, “형. 나 얘기 하나만 해주라”라는 동생의 말에 앨리시어가 ‘네꼬’ ‘여우’ 등과 관련된 이야기를 지어서 들려주는 건 동생에게뿐만 아니라 스스로에게도 ‘씨발’ 이외의 다른 말을 들려주려는 노력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러니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사거리에 서 있는 여장 부랑자 앨리시어를 본다.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 무언가를 잃고 말았을 때 느끼는 깊은 죄책감과 책임감, 그리고 슬픔 속에서 앨리시어가 끊임없이 이야기를 이어나가는 것은 이것이 도저히 끝낼 수 없는, 끝나지 않는 이야기이기 때문일 것이다. 500매 남짓한 이 길지 않은 소설을 읽는 일에 전심을 다하게 되는 것도 그래서일 것이다.



나는 어떤 꿈을 반복해 꾼다. 캄캄한 방에 불을 켜려고 애쓰는 꿈이다. 어두운 벽을 더듬어 스위치를 누르지만 불은 들어오지 않는다. 불을 켜려고 애쓰면서 나는 이게 꿈이고 죽음이고 기억이라고 생각한다. 생각한다기보다는 그걸 그냥 안다. 이 방은 이대로 어두울 것이고 나는 여기 남을 것이다. 그렇게 겁에 질려 부질없이 불을 켜려고 애쓰는 꿈을 나는 오래전부터 반복해 꾸었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이 꿈을 말하고 다녔다. 꿈이라고 말하면 덜 두려울 것이고 그래야 거기로 돌아가지 않을 것 같았다. 앨리스씨 이야기도 그래서 썼다.
너는 이게 무슨 이야기인지 알 것이다.
내가 오로지 너를 생각하며 이 소설을 썼으니까.
_‘개정판 작가의 말’에서

구매가격 : 10,500 원

신의 선물

도서정보 : 김종국 | 2023-11-03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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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은 지기 위해 꽃을 피운다.”라고 하였다.
꽃은 져야만 숭고한 열매를 맺는다.
만남은 이별을 동반한다.
이별을 염려하기에 애틋한 만남이 있다.
이별이 없다면, 밤이 없고 낮만 있다면, 삶이 얼마나 무미건조할까?
환희 가득한 만남도 아픈 이별도
신이 주신 선물이다.


추한 모습을 수면 아래로 감추는 수련의 고요보다, 화려함도 추함도 드러내는 장미의 용기로 과거 얼룩진 시간과 상흔을 드러내어 덧칠해 나가는 모습을 그렸다.

구매가격 : 10,200 원

임진강 피닉스

도서정보 : 장사주 | 2023-11-03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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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강 연안의 한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난 강인아,
14살 때 난리를 만나 피난길에 오르면서 그녀의 가족은 풍비박산했다.
그녀는 갖은 수난을 겪으며 낯선 땅을 떠돌다 고향으로 돌아오지만 기다리는 것은 황량한 나대지뿐이었다

구매가격 : 10,000 원

아빠의 중앙이발관

도서정보 : 권다올 | 2023-11-03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없다. 없다는 말 한마디가 가슴을 먹먹하게 합니다.
추억이 점점 희미해질 것 같아 글로 간직하여
그리울 때 꺼내어 추억하고 싶습니다.

구매가격 : 7,800 원

동물 농장

도서정보 : 조지 오웰 | 2023-11-03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동물 농장은 저자 조지 오웰이 현대인에게 선사해 주는 명작 우화입니다. 공산주의 혁명을 통해 제정 러시아에서 구소련으로 넘어가는 역사적인 사건을 작품 배경으로 삼고 있지만, 그 시대에만 국한되지 않는 우리 인간 사회가 지닌 근원적인 부조리한 모습들을 우화 형식으로 재치 있게 담아내고 있습니다. 역사적 배경지식 없이, 평이한 작품 자체 내용만으로도 인간 사회가 지닌 본질적인 결함에 대해 주의를 환기시켜, 시대를 초월해 오늘날까지도 널리 사랑받는 고전의 반열에 오르게 되었습니다.

구매가격 : 6,500 원

아름다운 세상이여, 그대는 어디에

도서정보 : 샐리 루니 | 2023-11-01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당신은 나에 대해 다 아는데,
나는 당신에 대해 아무것도 몰라.”

전 세계 100만 부 판매 『노멀 피플』 샐리 루니의 최신작
출간 즉시 《뉴욕타임스》·《선데이타임스》 베스트셀러 1위!



◎ 도서 소개

밀레니얼 세대의 사랑과 불안을 담아낸 소설 『노멀 피플』로 27세 나이에 전 세계 유수의 문학상인 부커상 후보에 오르며 전 세계를 놀라게 한 샐리 루니의 최신 화제작 『아름다운 세상이여, 그대는 어디에』가 아르테에서 출간되었다. 3년 만에 선보이는 장편소설 『아름다운 세상이여, 그대는 어디에』는 서른을 앞둔 두 친구 앨리스와 아일린, 그리고 각자의 연인인 펠릭스와 사이먼을 둘러싼 우정과 사랑 이야기를 담고 있다.
샐리 루니는 2017년 『친구들과의 대화』로 데뷔해 평단의 찬사와 독자들의 뜨거운 사랑을 동시에 받으며 ‘스냅챗 시대의 샐린저’, ‘프레카리아트(불안정을 뜻하는 ‘Precario’와 ‘프롤레타리아트’를 합성한 신조어)의 제인 오스틴’, ‘더블린의 프랑수아즈 사강’이라는 화려한 수식어로 불리는 아일랜드 소설가다. 전작 『노멀 피플』은 40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되어 전 세계 100만 부 이상 판매되었으며, 《뉴욕타임스》·《타임스》·《파리리뷰》 등에서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었다. 하나의 문학적 현상이자 미래의 고전이라는 가디언의 극찬을 받으며 세계적인 작가로 주목받은 그녀는 2022년 《타임스》가 선정한 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문화계 인사 100인 중 한 명이 되었다. 또한 영국 BBC에서 제작한 드라마 「노멀 피플」이 OTT 플랫폼 웨이브에 공개되어 국내 팬들의 뜨거운 반응을 얻으며 마니아들을 양산했다.
신작 장편소설 역시 출간 즉시 《뉴욕타임스》·《선데이타임스》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며 《타임스》·《가디언》 올해의 책에 선정되었다. 작가는 자신들이 세상이 끝나갈 때 태어난 불운한 사람들이지만 서로를 계속 사랑하고 걱정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은 없다고 생각하는 네 사람을 통해 자신의 기대와 다른 어른이 되어 버린 청년들의 상처와 불안을 섬세하고 깊이 있게 조명해냈다. 샐리 루니 최고의 역작이라는 《타임스》의 찬사처럼 더 아름답고 강력해진 신작 『아름다운 세상이여, 그대는 어디에』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춘들의 지적이고 대담한 이야기를 다룬 작품으로 애타게 기다려온 독자들의 가슴을 깊이 파고드는 뜨거운 감동을 선사할 것이다.

망가진 세상에서 어른이 되어 버린 그들은
아무도 사랑하지 않는 것보다 누군가를 사랑하기로 선택했다

두 권의 책으로 백만장자가 된 소설가 앨리스는 한때 자신이 간절히 원하던 것을 모두 이뤘지만, 세간의 지나친 관심으로 인해 신경이 쇠약해진 나머지 자신을 미워하게 된다. 그녀는 사랑과 우정을 둘러싼 관계에 불안과 혼란을 겪으며 아무도 자신의 삶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고 느낀다. 이후 그녀는 주변에 지인이 하나도 없는 해변 마을 대저택에서 혼자 살기 시작하고, 그곳에서 데이트 앱 ‘틴더’를 통해 현지인 펠릭스를 만난다. 그녀와 아주 다른 사람인 그는 물류 창고에서 일하고 평소 책을 읽지 않는다. 그는 자신의 삶에 주어진 고통을 회피하고 과도하게 솔직한 면이 그녀의 신경을 긁지만, 노래를 아름답게 부를 줄 알고 그녀에게 진정으로 마음을 쓴다. 두 사람은 서로에게 원하는 사람이 되어 주지 못해 미안해하지만, 너무나 다르기 때문에 서로를 원하기 시작한다.
앨리스의 대학 친구인 아일린은 자신의 인생이 실패했다고 생각하는 문학잡지 편집자다. 오래 만난 남자친구 에이든과 헤어지고 원하지 않는 사람들과 함께 집세를 모아 한집에 살며 캄캄한 미래를 예감하는 그녀에게 유일한 위로는 어릴 때부터 함께 자란 사이먼이다. 의회 보좌관으로 일하는 그는 큰 키에 훤칠한 외모를 지녔으며 미모의 어린 여성들과 데이트를 한다. 그녀는 같은 도시에 살면서 적당한 거리에서 친밀한 친구 관계를 유지하던 그와 감정이 뒤엉켜버린다.
서른을 앞둔 절친한 사이의 앨리스와 아일린은 서로의 근황과 연애 소식은 물론이고, 인류 문명이 붕괴에 직면했고 아름다움은 죽었으며 예술은 상품화되었다는 생각까지 서로의 모든 것을 공유하지만, 정작 오랫동안 만나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 날 네 사람이 앨리스의 저택에 모여 며칠을 보내게 되고, 그동안 쌓였던 오해와 서로의 입장 차이에서 비롯된 원망을 토로하면서 감정적으로 치닫게 된다. 결국 네 사람은 자신들이 우정과 사랑의 관계로 연결된 불완전한 존재라는 사실을 깨닫고, 아무도 사랑하지 않는 것보다 누군가를 사랑하기로 선택한다.

사회, 철학, 정치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의견을 주고받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정작 서로를 향한 원망과 오해는 말하지 못하고 괴로워하는 것이 아마도 이 시대 청춘의 모습일 것이다. 누구나 어릴 적 상상했던 서른은 분명 자신에 대해 잘 알고 절친한 친구와 깊은 우정을 나누며 연인과 성숙한 사랑을 하는 모습일 터다. 하지만 진짜 어른이 되는 일은 과거의 상처로 인해 한없이 유약해진 자신을 끊임없이 마주하며 스스로 불완전한 존재임을 깨닫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을 원망하고 모두를 미워하기보다 다시 사랑하는 것이야말로 어른이 되어버린 그들이 할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일이 아닐까.





◎ 책 속에서

앨리스, 정말이지 내가 실패자인 듯 느껴졌어. 게다가 어떤 면에서는 내 삶은 정말로 아무것도 아니고, 내 삶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은 거의 없어. _55쪽

당신이 나를 정말로 원한다고 상상하는 걸 좋아해요. 그냥 평범한 정도가 아니라 아주 많이 원한다고요. _158쪽

그래, 물론 이 모든 일의 한복판에서도 세상은 그대로이고, 인류는 멸종의 문턱에 서 있고, 나는 여기서 섹스와 우정에 대한 또 하나의 이메일을 쓰고 있지. 그 두 가지 말고 우리가 살아가야 할 이유가 또 뭐가 있을까? _169쪽

위층으로 올라가서 당신 침대에 함께 누워서 평일에 무슨 일을 했는지 다 듣고 싶어. _213쪽

아일린: 언니, 언니가 왜 그를 그렇게 싫어하는지 알아?
아일린: 그건 그가 언니에게 맞서서 내 편을 들어준 적이 있는 유일한 사람이기 때문이야 _235쪽

우리가 연인 사이야? 그녀가 반문했다.
음, 그건 이제 아무도 사용하지 않는 그런 단어들 중 하나일 거야. _242쪽

당신을 사랑한다고 했을 때 나는 진실을 말하고 있었어. _272쪽

소설을 쓰면서 겪는 그 모든 좌절과 어려움에도, 나는 그 과정을 시작할 때부터 내게 매우 중요한 어떤 것, 특별한 선물, 축복이 주어졌다는 것을 알고 있었어. _282쪽

당신과 함께 사는 건 마치 우울증을 안고 사는 것 같아. 그는 그녀를 행복하게 해주고 싶었고, 그러려고 노력했지만 그러지 못했다. _293쪽

당신도 내가 하는 것처럼 해야 해요. 그냥 멍청이가 돼서 인생을 즐기는 거죠. _313쪽

네 말은 그와 함께 있을 때의 너 자신이 싫다는 거구나. _317쪽

그를 보면 당신이 떠올라. 자기 패를 안 보여줘. _323쪽

당신한테 나를 정복하고 소유하려는 그런 원초적인 욕망이 있다니. 그건 굉장히 남성적이야, 섹시한 것 같아. _326쪽

솔직히 말해서 너무 행복해서 불안해. _331쪽

언니는 학창 시절에 정말로 인기가 많았고, 나는 패배자였어요. 그러니까 말 그대로 친구가 하나도 없었다는 거예요. 돌이켜보면 내가 자살하지 않았던 건 운이 좋은 것 같아요. _369쪽

아니, 아무도 몰라. 나한테 설교하지 마. 그 누구도 내 삶에 대해 무엇 하나 이해할 수 없어. _373쪽

내가 너를 위해 뭔가 해준 적이 있다면, 그건 정말로 나 자신을 위해서였어. _383쪽

나는 함께하기 쉬운 사람이 아니야. 나도 알아. 하지만 내가 너를 조금이라도 행복하게 해줄 수 있다고 느낀다면, 기회를 줬으면 좋겠어. 그거야말로 내가 살면서 정말 하고 싶은 유일한 일이기 때문이야. _385쪽

삶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변화무쌍해. 삶이 오랫동안 비참하다가도 나중에 행복해질 수도 있다는 거야. _397쪽

구매가격 : 15,840 원

흉인저의 살인

도서정보 : 이마무라 마사히로 | 2023-11-01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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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정 놀이로는 아무도 못 구해.”
‘시인장의 살인’ 시리즈 최신작

연말 미스터리 랭킹 4관왕을 휩쓴 『시인장의 살인』으로 화려하게 데뷔했던 작가 이마무라 마사히로의 시리즈 신작 『흉인저의 살인』이 출간되었다.
옛 진안 지구에서 살아 돌아온 지 4개월 만에, 하무라와 겐자키는 마다라메 기관의 전 연구자의 연구 자료를 구하려는 나루시마의 의뢰를 받아, 그가 고용한 용병들과 함께 폐허가 된 놀이동산에 있는 ‘흉인저’에 잠입한다. 하지만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던 것은 도끼를 든 이형의 존재. 일행이 차례차례 시체로 발견되는 와중에 명백히 인간이 벌인 것으로 보이는 살인까지 발생하자 그들은 서로를 의심하게 된다.

●‘시인장의 살인’ 시리즈의 전매특허, 특수 설정 미스터리
본격 미스터리의 한계를 돌파하기 위한 비상구를 현실성이 없는 설정에서 찾는 특수 설정 미스터리는, 본격 미스터리로서 성립될 수 없을 것 같이 느껴지지만 공정한 단서 제시와 논리적 추론 등 미스터리를 풀기 위한 전제가 철저하게 본격 미스터리라는 틀 안에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이런 특수 설정 미스터리는 2010년대 후반부터 일본 미스터리계의 트렌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이 유행은 초자연적 요소를 등장시킨 『시인장의 살인』에서 급속도로 확대되었다고 말해도 좋을 것이다. 이제는 시리즈의 트레이드마크라고 볼 수 있는 초자연적인 요소는 『흉인저의 살인』에서도 여전하다. 『시인장의 살인』에서는 죽은 자(좀비), 『마안갑의 살인』에서는 예언이 등장했다면, 『흉인저의 살인』에서는 보통 사람이라면 가질 수 없는 육체와 초인적인 힘을 지닌 괴인이 등장한다. 광기에 사로잡힌 괴인과 마주치면 기다리고 있는 것은 죽음뿐. 이러한 특수성 때문에 생각지도 못한 클로즈드 서클이 만들어지고 장르가 바뀌어 슬래셔 영화를 보는 것 같은 스릴과 공포가 찾아온다. 그럼에도 본격 미스터리로서 훌륭하게 기능하고 있기에, 그간 시리즈에서 느끼기 어려웠던 스릴과 이야기성, 본격 미스터리를 푸는 쾌감까지, 다양한 즐거움을 맛볼 수 있다.

●탐정과 조수의 관계성
이번 작품에서 유난히 두드러지는 것은 탐정 겐자키 히루코와 조수 하무라 유즈루의 관계성이다. 가는 곳마다 사건에 휘말리는 특수한 체질을 지닌 탐정 겐자키 히루코. 이 체질은 유니크한 캐릭터성에 더해 본격 미스터리로서 주인공이 사건에 휘말릴 수밖에 없는 당위성을 간단히 설정만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큰 장점이 있지만, 시인장의 살인이 시리즈로 이어지면서, 이 인물은 뻔히 사건에 휘말리게 될 것을 알면서도 왜 사건에 연관되는 것인가 하는 의문이 생긴다. 『마안갑의 살인』에서는 “주위 사람들이 자신을 죽이려고 하는 위험에서 벗어나려는 목적을 히루코에게 부여했다면, 『흉인저의 살인』에서는 히루코만이 아니라 조수인 하무라에 대해서도 조명한다. 일반인인 그가 자신과 동행하는 것만으로 사건에 휘말리게 되는 것에 대해 히루코는 어떤 생각을 할까. 작가는 『흉인저의 살인』에서 “그 둘의 관계에 답을 내는 이야기를 하는 것으로 정했다”고 한다.
여기서 탐정은 무력해.머릿속에 히루코 씨의 말이 되풀이해 떠올랐다.아니다. 히루코 씨, 무력한 건 당신이 아니다.나다. 여기 멈춰 서서 고민만 하는 왓슨이다. (본문 494쪽)
자신 때문에 영락없이 사건에 휘말리고 마는 하무라에게 죄책감을 가지고 있는 히루코. 모종의 이유로 같은 공간에 있으면서도 고립되어 안락의자 탐정 노릇만 해야 하는 히루코는 『흉인저의 살인』에서도 좌불안석이다. 히루코를 걱정하는 하무라는 그간 관찰자의 역할에 머물렀지만, 『흉인저의 살인』에서는 움직이는 조수로서 한발 더 나아간다.
작가는, “미스터리를 늦게 읽기 시작했기 때문에 단순히 수수께끼가 풀리는 것만으로는 자신은 만족할 수 없다”고 말한다. “쭉쭉 앞으로 나아가고 싶어 하는 독자들을 위한 배려도 필요하고, 이야기가 어떤 결말을 맞이하는지도 중요하다.” 즉, 미스터리 팬이 아닌 독자들까지 만족시키고 싶다는 것이다. 전작보다 나은 차기작은 없다고 흔히들 이야기하지만 ‘시인장의 살인’ 시리즈만큼은 그런 통설에서 제외해도 좋으리라. 그만큼 ‘시인장의 살인’ 시리즈는 초자연적인 요소를 등장시키는 특수 설정 미스터리라는 틀을 유지하면서도 계속해서 여러 면에서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시리즈 누적 판매 부수 120만 부(2022년 기준)를 자랑하는 이 시리즈가 차기작에서는 또 얼마나 변화된 모습을 보여줄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구매가격 : 11,900 원

영어고전1,160 조지 버나드 쇼의 불합리한 매듭 1880(English Classics1,160 The Irrational Knot by George Bernard Shaw)

도서정보 : 조지 버나드 쇼(George Bernard Shaw, 1856~1950) | 2023-10-31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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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합리한 매듭 1880(The Irrational Knot by George Bernard Shaw)은 ‘셰익스피어 이후 최고의 극작가(The Greatest Playwright after Shakespeare)’로 추앙받는 19세기 영국 극작가 조지 버나드 쇼(George Bernard Shaw, 1856~1950)가 24살의 청년 시절에 집필한 초기 작품(1879~1883)입니다. 불합리한 매듭(The Irrational Knot)이란 언뜻 이해하기 어려운 제목은 영국의 신분 제도와 결혼 생활이 ‘불합리하게’ 꼬여 있다는 것을 버나드 쇼 특유의 냉소를 담아 풍자한 것입니다. 과연 24살의 젊은 작가는 독자들에게 어디서부터 시작되는지도 모를 매듭을 풀어낼 수 있는 지혜를 선물할 수 있을까요? 테마여행신문 TTN Korea 영어고전(English Classics) 1,999선과 함께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멋진 문학여행을!

▶ 작품에는 상류층 여성 마리안 린드(Marian Lind)와 노동자 출신의 거부 에드워드 코놀리(Edward Conolly)를 비롯해 다양한 인물군상이 등장합니다. 에드워드는 노동자 출신임에도 불구하고, 전기 모터(Electric Motor)를 발명함으로써 기존의 증기 기관(Steam Engines)을 대체하는 신흥 산업가로 급부상한 거부입니다. 두 사람의 결혼 생활은 계층에 대한 선입견과 압도적인 재력의 차이 등으로 인해 순탄할 수 없었고, 결국 마리안은 다른 남자와 함께 에드워드를 떠나는 도피를 선택합니다. 그러나 마리안이 선택한 남자 또한 썩 좋은 남자는 아니었고 그녀는 또 다시 버림받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놀리는 자신이 사랑하는 마리안을 향해 화해의 손길을 내밀지만……. 과연 마리안의 선택은 무엇일까요?!

▶ PREFACE. TO THE AMERICAN EDITION OF 1905. This novel was written in the year 1880, only a few years after I had exported myself from Dublin to London in a condition of extreme rawness and inexperience concerning the specifically English side of the life with which the book pretends to deal. Everybody wrote novels then. It was my second attempt; and it shared the fate of my first. That is to say, nobody would publish it, though I tried all the London publishers and some American ones. And I should not greatly blame them if I could feel sure that it was the book’s faults and not its qualities that repelled them. ▷ 머리말. 1905년 미국 판. 이 소설은 1880년에 쓰여졌습니다. 이 소설은 이 책이 보여주고 있는 삶의 구체적으로 영국적인 측면에 관해 극도로 순수하고 경험이 없는 상태에서 더블린에서 런던으로 내 자신을 내보낸 지 불과 몇 년 후였습니다. 다루는. 그땐 다들 소설을 썼어요. 그것은 나의 두 번째 시도였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내 첫 번째 운명을 공유했습니다. 즉, 나는 런던의 모든 출판사와 일부 미국 출판사를 시도해 보았지만 아무도 그것을 출판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들을 혐오하게 만든 것은 책의 특성 때문이 아니라 그 책의 결점 때문이라고 확신할 수 있다면 그들을 크게 비난해서는 안 됩니다.

▶ I seriously suggest that The Irrational Knot may be regarded as an early attempt on the part of the Life Force to write A Doll’s House in English by the instrumentality of a very immature writer aged 24. And though I say it that should not, the choice was not such a bad shot for a stupid instinctive force that has to work and become conscious of itself by means of human brains. If we could only realize that though the Life Force supplies us with its own purpose, it has no other brains to work with than those it has painfully and imperfectly evolved in our heads, the peoples of the earth would learn some pity for their gods; and we should have a religion that would not be contradicted at every turn by the thing that is giving the lie to the thing that ought to be. ▷ 나는 불합리한 매듭 1880(The Irrational Knot by George Bernard Shaw)이 24세의 매우 미성숙한 작가를 도구로 하여 생명의 힘이 영어로 인형의 집(A Doll's House, 1879)을 쓰려는 초기 시도로 간주될 수 있다고 진지하게 제안합니다. 인간의 두뇌를 통해 스스로를 인식하고 작동해야 하는 어리석은 본능적 힘에게는 그렇게 나쁜 기회는 아니었습니다. 생명력이 우리에게 그 목적을 제공하지만, 생명력이 우리 머릿속에서 고통스럽고 불완전하게 진화한 뇌 외에는 사용할 수 있는 뇌가 없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만 있다면, 지구의 사람들은 그들의 신에 대해 어느 정도 동정심을 배울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마땅히 있어야 할 것에 거짓을 주는 것에 의해 모든 면에서 모순되지 않는 종교를 가져야 합니다.

▶ CHAPTER I. “Why! Surely we should hide the failings of those we love? I can understand now how your musical and electrical tastes became mixed up; but you should not confuse your duties. But please excuse me:” (Conolly’s eyes had opened a little wider) “I am lecturing you, without the least right to. It is a failing of mine which you must not mind.” ▷ 제1장. “왜! 당연히 우리는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들의 결점을 숨겨야 할까요? 이제 나는 당신의 음악적 취향과 전자적 취향이 어떻게 혼합되었는지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당신의 의무를 혼동해서는 안됩니다. 하지만 실례합니다.” (코놀리는 눈을 조금 더 크게 떴다.) “나는 당신에게 최소한의 권리도 없이 강의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당신이 신경쓰지 말아야 할 나의 결점입니다.”

▶ CHAPTER XI. “Oh, my brethren, this hypocrisy is the curse and danger of our age. The Atheist, no longer an execration, an astonishment, a curse, and a reproach, poses now as the friend of man and the champion of right. Those who incur the last and most terrible curse in this book, do so in the name of that truth for which they profess to be seeking. Art, profanely veiling its voluptuous nakedness with the attributes of religion, disguises folly so subtly that it seems like virtue in the slothful eyes of those who neglect continually to watch and pray.” ▷ 제11장. “오, 형제 여러분, 이러한 위선은 우리 시대의 저주이자 위험입니다. 더 이상 저주, 경악, 저주, 치욕이 아닌 무신론자는 이제 인간의 친구이자 정의의 수호자로 자처합니다. 이 책에서 마지막이자 가장 끔찍한 저주를 받은 사람들은 그들이 찾고 있다고 공언하는 진리의 이름으로 그렇게 하는 것입니다. 종교의 속성으로 풍만한 적나라함을 모독적으로 가리는 예술은 어리석음을 너무나 교묘하게 위장하여 끊임없이 깨어 기도하는 일을 소홀히 하는 사람들의 게으른 눈에는 미덕처럼 보입니다.”

▶ CHAPTER XXI. Marian obeyed; and the doctor, whose manner was kind, though different to that of the London physicians to whom she was accustomed, presently left the room and went upstairs. Eliza was howling like an animal. The sound irritated Marian even at that pass: she despised the whole Irish race on its account. She could hardly keep her temper as she said: “Is Miss Conolly seriously hurt?” “Oa, blessed hour! she’s kilt. Her head’s dhreepin wid blood.” ▷ 제21장. 마리안은 순종했습니다. 그 의사는 그녀에게 익숙했던 런던 의사들과는 달랐지만 태도는 친절했고, 곧 방을 떠나 위층으로 올라갔다. 엘리자는 짐승처럼 울부짖고 있었습니다. 그 소리는 심지어 마리안을 짜증나게 했습니다. 그녀는 그 때문에 전체 아일랜드 인종을 경멸했습니다. 그녀는 다음과 같이 말하면서 화를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코놀리 씨는 많이 다쳤나요?” “아, 축복받은 시간이군요! 그녀는 킬트입니다. 그녀의 머리는 피가 흐르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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