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발명

도서정보 : 미셸 드 세르토 | 2024-01-09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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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보통의 인간에게 바친다.
평범한 영웅. 여기저기 흩어진 인물, 무수히 많은 보행자 말이다.”

대중은 딴짓을 한다
사람들은 종종 회사에서 딴짓을 한다. 복잡하게 꼬인 일을 주먹구구식으로 헤쳐나가기도 하며, 때때의 임기응변으로 코앞에 닥친 어려움을 능청스럽게 피하기도 한다. 요샛말로 ‘월급 루팡’으로 불릴 만한 그들의 행동에 대단한 뜻이나 별다른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다. 이들의 행위는 거시 구조나 정책 용어로는 포착되지 않는 ‘아무것도 아닌 것’에 가깝다. 하지만 그들은 그렇게 아무것도 아닌 방식으로 고용주가 강요하는 촘촘한 시스템을 피해 스스로의 업무 방식을 ‘발명한다’.
『일상의 발명』은 오늘날 자본주의 소비사회에서 대중이 어떤 방식으로 저항하는지 흥미롭게 설명한 책이다. 저자 미셸 드 세르토는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보통 사람들에게 무한한 애정과 신뢰를 표현한다. 그리고 그들의 일상적 행위 속에서 인간의 놀랄 만한 창조성을 발견한다. 일견 수동적이고 무의미해 보이는 행위가 오히려 기성의 구조 속에 모호함과 애매함을 만들어내고, 그렇게 생겨난 틈새 속에 대중은 자신의 창조적 흔적을 무수히 남긴다. 뤼스 지아르가 정확하게 지적했듯이, 세르토는 대부분의 학자들이 단순한 획일화와 권위에 대한 복종을 읽어내는 대중의 일상적 행위에서 창조적인 미시저항을 발견해냈다.



미셸 드 세르토는 누구인가
예수회의 사제인 동시에 신학자이자 역사학자인 미셸 드 세르토는 정신분석학, 인류학, 기호학, 사회학, 문화연구 등 다양한 방면에 큰 관심을 보였다. 그는 신교와 구교 간 종교전쟁과 흑사병이 휩쓸고 간 17세기 프랑스 남부의 작은 도시 루됭에서 일어난 마귀들림 사건을 통해 당대 시대 변화의 중요한 증후인 ‘타자성’을 발견한 『루됭의 마귀들림』(문학동네, 2013)을 펴내며 학계에 신선한 충격을 던졌다. 68혁명을 적극 지지하면서 그 계기로 현대성과 일상성 문제에 천착하기 시작한 세르토는, 일상의 층위에서 지배권력에 맞선 미시저항의 실천을 성찰한 ‘전술/전략’ 개념을 통해 20세기 후반 지성계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고, 이를 통해 푸코와 부르디외를 보완하는 중요한 사상가로 확고히 자리잡았다.

일상을 살아가는 보통 사람들의 ‘전술’
세르토 연구의 출발점은 ‘일상생활’이다. 삶은 결국 학제적 연구의 틀 속에서가 아니라 일상의 연속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전통, 상식, 교육, 미디어 혹은 각자의 경험에서 얻은 여러 지식을 활용해 문제를 해결하고 삶에 의미를 부여한다. 이해하기 어려운 타인과 낯선 환경에 맞닥뜨려도 다양한 방식으로 그럭저럭 극복해나가며 즐거움을 포기하지 않는다. 평범한 우리들의 삶에는 다양한 제한과 결핍, 제약이 존재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늘 우리가 가진 것으로 적절히 뭔가를 꾸며내거나 감내하고 또한 새로운 것을 조작해내기도 한다. 이것이 바로 권력에 저항하는 대중의 ‘전술tactiques’이다.
세르토는 이 ‘전술’ 개념을 통해 도시인의 소외, 생활세계의 식민화, 소비사회의 수동성 등 대중에 대한 주된 비판에 맞서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는 소비자, 독자, 관객을 일종의 생산자이자 창작자로 간주한다. 오늘날 고도로 발달된 자본주의 사회에서도 소비자들은 결코 그들이 소비하는 생산물들(미디어 생산물, 공산품 등)에 의해 규정되지 않는다. 이들은 사회의 지배자 혹은 엘리트들이 생산해낸 공간 속에 교묘한 흔적을 남기고 정통성에 균열을 낸다. 그렇게 대중은 일상적으로 하는 행위들, 즉 걷고, 말하고, 요리하고, 독서하는 등의 평범한 행위를 통해서 그들에게 강요된 것과는 다른 새로운 세계를 발명해낸다.

걷기의 창조적 주체성
세르토는 “글쓰기는 세상을 우리 것으로 만드는 한 가지 방법이고, 걷는 것은 나머지 하나다”라고 말한 바 있다. 이 발언에 관해 잘 설명해주는 부분인 이 책의 7장 ‘도시에서 걷기’는 세르토를 인용하는 학자들이 가장 많이 언급하는 텍스트이기도 하다. 이 유명한 글은, 이제는 9·11 테러로 인해 사라진 세계무역센터 건물 110층에서부터 시작된다. 단지 우연에 불과한 일이겠지만, 1973년 개장된 세계무역센터 건물을 보고 근대의 위용과 자본주의의 명과 암을 떠올린 세르토의 혜안이 돋보인다 할 수 있겠다.
마천루 위에서 내려다보는 도시는 그 필요에 따라 계획되고 구축되었지만, 그 도시에서 거주하고 거니는 사람들은 결코 설계와 규칙에 따라 돌아다니지 않는다. 빠르게 이동하기 위해 기어이 담을 넘어 다른 길을 찾아내기도 하고, 정작 잘 꾸며둔 공원을 버려두고 엉뚱한 골목길에서 친목을 나누기도 한다. 그렇게 건축가의 치밀한 계산과 계획에 따라 만들어진 도시 공간의 질서는 전복된다. 보행자들의 발걸음에 의해, 혹은 도시 거주자들의 거주 행위를 통해, 도시의 기하학적 공간은 새로운 의미를 부여받는다. 이것은 푸코의 ‘파놉티콘’을 역전시키는 발상이다. 세르토의 연구는 파놉티콘적 도시 공간, 기술관료주의, 편향된 역사 서술, 권력에 의한 일상생활의 식민화, 감시와 통제가 결코 불가능하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준다.

평범함 속에 숨은 익명의 영웅들
세르토는 지금도 제각기 바쁜 발걸음으로 거리를 걸어다니는 평범한 사람들이야말로 더 나은 세상을 발명하며 참된 삶을 살아가는 영웅이라고 말한다. 사실 주어진 하루하루를 임기응변으로 겨우겨우 버티며 힘겹게 살아가는 보통 사람들의 모습은 영웅적인 인물의 모습과는 거리가 먼 경우가 대부분이다. 세르토 역시 대중을 무조건적으로 선한 존재 혹은 거대한 혁명의 주체라고 보지 않는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대중의 위대함은 바로 그 지점에서 발생한다. 이들은 사회의 엘리트들이 속삭이는 어떤 훌륭한 가치나 이데올로기 같은 것들과 무관하다. 그들은 분명 아무것도 아닌 존재들이지만 어느 순간 사회의 단단한 질서에 균열을 만들어내고, 역사의 부조리를 드러내며, 사회의 고상한 분들을 화나고 초조하게 만든다. 가장 약한 자가 가장 강한 자의 자리를 차지하게 되는 놀라운 묘미. 『일상의 발명』이 현대사회에 던지는 호쾌한 메시지다.

구매가격 : 21,000 원

옥스퍼드 초엘리트

도서정보 : 사이먼 쿠퍼 | 2024-01-08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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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정치 초엘리트들과의 인터뷰, 인물 관찰,
옥스퍼드에서의 경험이 담긴 르포르타주

영국 권력의 실체를 이해하기 위한 지도
외투를 껴입은 보수주의자들의 막을 한 꺼풀씩 벗겨내다

★★★★★ 타임스 최고의 책, 선데이타임스 베스트셀러 ★★★★★


영국을 면밀히 관찰하고 사람이라면 옥스퍼드에 렌즈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 나아가 영국은 오랫동안 세계를 제패한 제국이었고 스스로는 지금도 그런 의식을 다분히 갖고 있으니, 세계사의 톱니바퀴 중 주요 부분이 맞물리는 원리를 알고 싶은 사람이라면 역시나 옥스퍼드로 눈길을 주어야 한다. 옥스퍼드가 천재들을 배출하는 곳은 아니더라도, 2010년 이후 연속으로 다섯 명의 총리를 배출한 것을 보면 유권자들의 마음을 끌어당기는 무언가가 그곳에 있다. 보수당 총리 보리스 존슨은 재임 시절에 비판과 조롱을 사기도 했지만, 그의 옥스퍼드 동문들은 그를 이렇게 묘사한다. “존슨은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났다. 너무 재미있고, 따뜻하고 매력적이었다.”
정치와 권력 주변에 있는 사람들은 희화화된 모습으로 이미지화되기에 우리는 일상에서 그들을 간단히 무시할 때가 있다. 하지만 그들은 견고하다. 고딕풍의 성처럼 단단하고, 수백 년간 갤러리에 걸려 있는 태피스트리처럼 선조들과 동시대 인맥의 실가닥을 교차해 튼튼하고 품위 있게 직조되어 있다. 옥스퍼드에서 배태된 수많은 인물은 역사적 분위기를 풍기고 성처럼 천장이 높으며 수백 년 된 그릇과 컵을 쓰는, 현대적이지 않은 분위기에서 성장했고 그런 데 익숙하다. 모던한 것들이 침투하려 할 때마다 그들은 고전문학의 경구들로 맞서며 탁월한 선조들의 피를 자랑했다. 하지만 최근에 들어와 오랜 세월 흘러왔던 선조들의 피는 묽어졌고, 고전의 경구들은 과학과 경제학의 시대에 자꾸만 현실에 엇박자를 내기 시작했다.
『옥스퍼드 초엘리트』를 가장 좁혀서 설명해보면 이렇다. 저자가 옥스퍼드대학 동문인 보리스 존슨, 대니얼 해넌, 제이컵 리스모그 등이 영국을 지배하는 위치에 오르자, 자신의 학창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 이 초엘리트 그룹이 어떻게 만들어졌는가 그 과정을 면밀히 파헤치는 르포르타주다.
프랑스의 에나르크, 미국의 하버드, 한국의 서울대 등 다른 나라에서도 권력 카르텔은 엘리트를 중심으로 형성되지 않는가, 라고 반문할 독자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영국의 엘리트 집단은 다르다. 이튼과 같은 사립 기숙학교 출신들은 십대 때부터 인맥을 형성해 옥스퍼드에 입학한다. 상류층 부모를 둔 옥스퍼드생들은 중산층 출신의 동기생들을 이방인 취급한다. 또 옥스퍼드생들은 3년간의 짧은 학부생활 중 공부는 최소한으로 하고 일찍이 정치 감각을 익혀 의회 진출을 위한 발판으로 삼는다.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을 일컫는 ‘노력파’나 ‘공붓벌레’라는 단어는 옥스퍼드생들이 가장 치욕적이라고 여긴다. ‘노력하지 않는 우월성’이 이들이 평생 몸에 걸치고 다니는 외투다.
옥스퍼드는 수백 년 동안 흔들림 없는 권력의 아성이었다. 하지만 2016년 6월 24일 영국의 브렉시트가 결정되자 유럽 탈퇴의 심층 원인으로 지목된 옥스퍼드 그룹은 그 실체가 더 이상 수면 아래에 감춰져 있을 수 없었다. 저자는 브렉시트파의 집단 초상화를 그리는 것이 이 책의 목적 가운데 하나라고 밝히면서, ‘브렉시트는 옥스퍼드에서 부화되었다’고 말한다.

옥스퍼드에서 익히는 상류층 감각
촌철살인 글쓰기와 말투, 고전 인용은 어떻게 활용되나

원래 브렉시트는 엘리트주의에 대한 반란으로 시작되었다. 더 정확히는 엘리트들이 주도한 반反엘리트주의 반란이었다. 옥스퍼드 출신인 언론 권력 루퍼트 머독이 반엘리트주의자로 가장한 뒤 브렉시트를 지원했고, 이를 등에 업은 졸업생들이 다른 옥스퍼드 졸업생 집단에 대해 쿠데타를 일으킨 것이다. 그리고 비옥스퍼드 출신인 대다수의 국민은 엘리트들의 브렉시트 운동에 국가의 미래를 기꺼이 맡겼다.
영국 국민은 어떻게 이런 전략에 넘어가게 됐을까? 당시 브렉시트 운동을 승리로 이끈 인물은 보리스 존슨과 마이클 고브였는데, 특히 존슨의 경력, 말투, 자신감, 고전을 인용하는 습관은 국민의 신뢰를 얻었다. 수사학적 언변, 촌철살인의 치고 빠지는 글쓰기, 타고난 지배자의 감각은 영국 지배계급의 핵심 자질이다(자기 자신을 지도자라고 여기는 것도 ‘리더의 능력’ 가운데 하나라고 할 수 있는데, 전후 영국 총리 가운데 명문 학교에서 교육받지 못한 캘러헌, 메이저, 고든 브라운만이 총리 직위를 힘겨워했다). 존슨은 사립학교인 이튼에서 독특하게도, 논리를 무시함으로써 더 나은 논리를 가진 상대방을 제압하는 방법을 배웠다. 또한 옥스퍼드에서는 신중하게 타이밍을 맞춘 농담, 계산된 저음의 목소리, 인신공격성 농담으로 선거와 토론에서 이기는 비법을 터득했다.
옥스퍼드 출신들의 경력을 통계 수치로 한번 살펴보자. 1940년부터 현재 리시 수낵까지 영국의 총리는 총 17명이다. 이 중 13명이 옥스퍼드 출신이다(케임브리지 출신은 한 명도 없다). 2010년 이후로 한정해 보자면, 총리는 다섯 번 연속 옥스퍼드 출신이었다. 이들은 대부분 옥스퍼드에서 관료 양성을 위한 핵심 전공인 철학·정치·경제를 택했다. 3년의 학부 과정 동안 세 과목을 전공한다는 것은 넓고 얕게 배운다(옥스퍼드식 ‘지대넓얕’)는 뜻이다. 저자가 옥스퍼드에 재학 중일 때 실시되었던 한 조사에 따르면, 학생들은 일주일에 겨우 20시간만 공부했다.
옥스퍼드대학 내 동아리 ‘옥스퍼드 유니언’은 보수적인 학생들의 모임이었다. 이들은 대학원 진학에는 관심이 없었다. 1959년 옥스퍼드에 모습을 드러낸 스티븐 호킹은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는 이들은 회색분자로 간주”됐는데, 이건 학내에서 애용되는 “옥스퍼드 단어들 가운데서도 가장 모욕적이었다”고 말했다. 보리스 존슨을 포함한 그의 사남매는 모두 옥스퍼드를 졸업했는데, 그중 존슨의 막냇동생 조 존슨이 최우수 등급을 받자 가족들은 이를 두고 무척 애석해했다. 잘 놀고, 인맥을 쌓고, 얕은 지식으로 순발력을 발휘하는 옥스퍼드 출신들의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었기 때문이다.
옥스퍼드 내 주류 세력은 문과생들이었다. 이 책에서 실세들을 언급할 때마다 전공을 나란히 병기한 것은 그런 이유에서다. 실용적인 학문을 공부한 이들은 인정받거나 눈에 띄거나 하지 못했다. 수학과 과학은 이 학교에서 “상류층에 맞지 않는” 전공으로 불렸는데, 이런 학문 풍토는 영국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숫자는 역사적으로 영국의 지배계급에게 도전 거리였다. 이를테면 더글러스 흄 총리는 예산 심의 과정에서 자신이 성냥개비를 사용했음을 시인한 바 있다. 또 영국의 지도자들은 원자력 에너지, 기후변화, 코로나19와 같은 이슈에 맞닥뜨려 과학적 자문 결과를 판단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2016년에 의원들 중 브렉시트를 지지했던 이들의 대부분은 고전문학 전공자였다. 하원에서는 8명의 고전문학 전공자 가운데 6명이 유럽연합 탈퇴에 투표했다.
1980년대에 특권층이 옥스퍼드에 입학할 때 고전문학은 가장 쉬운 주 전공이었다. 보리스 존슨이 입학하기 2년 전인 1981년, 옥스퍼드에 지원하는 학생의 4분의 3이 고전문학을 전공하길 원했다. 현대적인 옥스퍼드는 영국 국정을 관장하는 정치인과 관료, 경제를 담당하는 변호사와 회계사 그리고 언론인들을 전문적으로 배출해왔다. 이런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16년 동안의 학창 시절에 과학과 수학을 건너뛰었고 오로지 경제학만 깊지 않게 배웠다.

옥스퍼드 출신 핵심 인물들 인터뷰
권력은 어떻게 만들어지나

보리스 존슨, 마이클 고브, 대니얼 해넌, 도미닉 커밍스, 제이컵 리스모그. 이들은 옥스퍼드 5인방이다. 이들과 비슷한 시기에 옥스퍼드에 다녔던 저자는 청소년 시절을 해외 여러 나라에서 보냈기에 내부자와 외부자의 시각 모두를 겸비하고 있다.
이 책의 진가는 핵심 계층과의 인터뷰에 있다. 옥스퍼드 졸업생이자 현재 영국의 정계와 언론계에서 종사하는 인터뷰 대상자들은 어리석었던 자신의 학창 시절을 되돌아보거나 혹은 여전한 특권의식을 내비치기도 한다. 또한 저자는 옥스퍼드 재학 시절에 경험했던 것들을 기억에서 끄집어내 기자의 날카로운 정신으로 재구조화한다. 이렇게 짜인 이야기는 흥미로운 데다 그가 내리는 결론들은 확실한 근거를 지닌다.
상류층 권력은 옥스퍼드 안에서도 세밀하게 다른 결을 드러낸다. 가령 보리스 존슨 총리는 학창 시절부터 눈에 띄고 유머 감각이 있는 데다 전형적인 리더 스타일로 유명했다. 그는 언제나 또래들을 지도하는 위치에 있었다. 그는 이튼-옥스퍼드의 정통 엘리트 코스를 밟으며 열심히 인맥을 쌓았다. 반면 존슨보다 먼저 총리가 된 데이비드 캐머런은 그런 데 시간을 쓰지 않았다. 그는 여왕의 먼 친척뻘이어서 여기저기 분주히 뛰어다니며 노력할 필요가 없는 진짜 상류층이었다. 캐머런의 말투, 자신감, 큰 키, 혈색 좋은 건강한 인상은 그가 이튼 출신임을 강력하게 드러내는 상징이었다. 저자는 “옥스퍼드에서 인맥 쌓기는 존슨과 같이 벼락출세한 집안에서나 하는 일이었다”면서 진짜와 아류를 구별해낸다. 존슨의 아버지 스탠리는 세계은행의 관료이자 유럽연합집행위원이었지만, 셔번의 이름 없는 기숙학교를 다녔기에 보리스 존슨은 중상류층에서 최상류층으로 올라가는 데 자신의 일생을 바쳐야만 했다.
이 책에서는 흙수저들도 명암 대비가 뚜렷하게 가감 없이 묘사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첫 번째 탄핵 심판에서 트럼프에 반대 증언을 한 핵심 증인인 피오나 힐은 원래 옥스퍼드의 허트퍼드칼리지에 지원했다. 하지만 그는 사립학교 출신들에 비해 배경지식이 달렸고, 면접 날 한 여학생이 발을 걸어 코피가 났으며, 엄마가 손수 떠준 옷을 입고 가 창피만 당했다. 결국 힐은 세인트앤드루스에 입학했다. 그녀는 당시를 회상하며 이렇게 말한다. “사람들은 내 말투와 옷차림을 보고 웃었다. 이것은 내가 겪었던 가장 끔찍하고 창피한 경험이었다.” 옥스퍼드에서 흙수저들은 키나 몸집이 작고, 여드름이 나고, 후드티 차림으로 학교 정원을 종종거리며 다녔다. 반면 사립기숙학교 출신들은 “아름답고 유서 깊은 건물에서 교육받는 데 익숙”했다. 그들에게 높은 천장에 수백 년 이상 된 고색창연한 빅토리아풍 건물은 독특한 향수를 불러일으켰고, 미래 정치에도 영향을 끼쳤다. 사실 건축은 상류층과 하류층을 구분하는 가장 확실한 유산이었다.

***

이 책은 반세기 전부터 옥스퍼드를 중심으로 결성된 그룹이 어떻게 현재의 영국 정치를 만들어내고 펼쳐왔는지에 대해 짧고 날카롭게 분석하고 있다. 옥스퍼드 엘리트들의 넓고 얕은 지식과 화려한 언변은 두텁고 흔들리지 않는 자신들만의 권력을 구축해왔다. 현재 영국 정치의 정점에 있는 고집스럽게 근친상간적인 옥스퍼드 네트워크의 규모를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독자라도 이 책을 읽으면 또다시 놀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사실 2016년 국민투표에서 철학·정치·경제를 전공한 의원의 95퍼센트가 유럽연합 잔류에 투표했다. 여기에는 데이비드 캐머런, 제러미 헌트 리즈 트러스 등도 포함되어 있다. 이들 대부분은 현대적 사고방식을 지닌 사람들로 국가 운영에 필요한 적합한 지식을 얻기 위해 전공을 선택한 이들이다. 철학·정치·경제 전공자들 가운데 드물게 유럽 탈퇴를 지지한 사람으로는 리시 수낵 그리고 1950년대 옥스퍼드대학 신문 『처웰』의 총무부장이었던 루퍼트 머독이 있다. 반면 브렉시트를 주도했던 모든 옥스퍼드 출신 보수당원들은 고지식한 과목들을 전공했다. 보리스 존슨은 고전문학, 리스모그와 해넌은 역사학 그리고 커밍스는 고대사와 현대사를 전공했다. 브렉시트 찬성 운동에 80만 파운드를 기부한 헤지펀드 매니저 크리스핀 오디는 역사와 경제학을 전공했다. 마이클 고브는 영문학을 전공했지만 주로 고전문학을 공부했다. 이런 전공이 주는 함의가 분명히 있을 것이다.
이 책의 원제는 Chums, 즉 ‘동료’라는 뜻으로, 옥스퍼드(그리고 사립 이튼) 출신들이 영국의 최상위층에서 압도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며 사회에 얼마나 심각한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가를 드러낸다.

구매가격 : 13,500 원

다시 페미니즘의 도전

도서정보 : 정희진 | 2024-01-02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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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창적인 여성학자, 다학제적 연구자, 도발적인 서평가 정희진이 한국 사회 일상을 뒤덮은 성정치학의 문제들을 새롭게 재구성해 페미니즘이 나아가야 할 길을 묻는다. 2005년 ‘페미니즘 교과서’ 《페미니즘의 도전》을 통해 남성 언어로 길들여진 한국 사회에 균열을 내며 여성주의적 패러다임의 전환을 이끌어낸 저자가 18년 만에 다시 여성주의 담론의 전복적인 사유를 펼친다.
《다시 페미니즘의 도전》은 자본의 질주 속에 각자도생하는 인류세 시대의 한국 사회에서 더욱 복잡해진 젠더 권력과 여성주의 담론을 분석한다. 성차별, 페미사이드, 세계 최저 출생률, 여성 할당제를 비롯한 첨예한 ‘젠더 갈등’ 이슈들부터, ‘피해자 중심주의’ ‘성적 자기 결정권’ ‘여성성의 자원화’ 같은 여성주의 담론에 이르기까지, 당대 성정치학의 논쟁들을 날카롭게 비판하고 재해석한다. 옳고 그름의 이분법을 허물고, 경계를 사유하며, 기성 담론의 전복적인 재해석을 시도하는 페미니즘의 새로운 도전이 시작된다.

구매가격 : 12,150 원

기자유감

도서정보 : 이기주 | 2023-12-26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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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호기 속 수상한 민간인’ 특종 보도부터 ‘바이든 날리면’ 사태와 도어스테핑 충돌까지, 윤석열 정부 1년을 가장 뜨겁게 지나온 MBC 이기주 기자의 언론비평 에세이.
마지막 도어스테핑 당시 슬리퍼를 신고 대통령에게 “뭐가 악의적이에요?” 질문을 던진 이후 조리돌림과 가짜뉴스에 시달리고 살인 예고 사건까지 겪은 저자가 언제 죽을지 모르니 정리라도 해야겠다는 마음으로 21세기 대한민국 기자 사회에 대한 생생한 묘사와 유감, 그럼에도 기자로서 지녀야 할 신념에 대해 기록했다. 저자는 윤석열 정부 1년 동안 일어난 핵심 사건들의 비하인드 스토리뿐 아니라 살아 있는 권력을 취재하면서 겪은 뒷이야기, 그리고 기자 군상에 대한 다양한 풍경을 담담하면서도 날카로운 비판의 시선으로 풀어냈다.
이 책은 진짜와 가짜의 구분이 모호해진 윤석열 정부 시대에 기자 그렇게 하는 것 아니라며 손가락질하는 이들에게 보내는 저자의 신념 가득한 답장이기도 하다. 그의 메시지는 간명하다. “적어도 국민을 배신하는 기자는 되지 말자!”

구매가격 : 13,600 원

파란줄

도서정보 : HI | 2023-12-07 | PDF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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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루하고 따분한 일상이 반복되고 삶의 의미조차 잃은 것 같은 기분이 들 때, ‘파란줄‘을 따라가 봐요. 소소하지만 엄청난 선물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어요.

구매가격 : 14,000 원

만약, 내가 나라를 다스린다면

도서정보 : 리치 나이트 | 2023-12-05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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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 와, 나라를 다스리는 건 처음이지?

너는 이제 새로운 나라의 보스가 되었어!
정치 체계, 정부 부처, 세금까지, 모두 새로 시작해야 하지.
어떻게 준비하고 어떻게 운영해야 할지 차근차근 알아볼까?

우리 아이들에게 정치란 너무 먼 이야기일 뿐이다. 학교에 갔다가 학원에 가고 시험공부만 하기도 바쁜데 정치까지 공부하기에는 시간이 없다. 부모님이 알아서 하겠지, 어른들이 알아서 하겠지 싶은 생각뿐이다. 어차피 투표권도 없는데 정치를 공부해서 뭐 하나 싶다. 과연 그럴까? 정치는 우리 아이들에게도 떼려야 뗄 수 없는 삶의 길잡이자 삶의 방향을 제시한다. 학교에서 무엇을 배울지, 시험은 어떻게 치러야 하는지, 미래를 어떻게 계획할지, 학교로 가는 길에 무엇을 만날지 등 모든 것이 정치와 연결되어 있다. 그리고 우리 아이들 또한 몇 년만 지나면 정치에 대한 권리와 의무를 가진다. 차근차근 배우고 차곡차곡 공부해야만 정치와 삶을 분리하지 않고 올바른 가치관을 쌓을 수 있다. 세계 시민으로 살아갈 우리 아이들에게 정치 수업이 꼭 필요한 이유다.

이 책은 개성 있는 일러스트와 친근한 설명으로 쉽고 재밌게 정치를 알려준다. 1장에서는 민주주의, 군주제, 독재 등을 알아보고 전 세계에는 어떤 정치 체계가 있는지, 어떤 특징이 있는지, 우리가 추구해야 할 정치 체계는 무엇인지 고민한다. 2장에서는 정부를 제대로 운영하려면 정부 부처를 어떻게 구성하고 누구와 함께 일해야 하는지를 알아보고 전 세계에는 어떤 국가 연합이 있는지를 찾아본다. 3장에서는 보수주의, 자본주의, 페미니즘 등 우리가 지켜야 하는 가치는 무엇인지 공부한다. 4장에서는 공정성이란 무엇인지, 과정의 공정과 결과의 공정 중 무엇이 더 중요한지를 비교해 본다. 5장에서는 전 지구적 문제이며 모든 국가가 힘을 합쳐야 하는 기후 변화, 인공 지능, 세계 빈곤에 대응하는 방법을 고민해 본다. 6장에서는 국가의 지도자도 아니고, 한 나라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지도 않지만 한 명의 시민이자 국민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을 알아본다. 읽으면 읽을수록 더 궁금하고 배우면 배울수록 더 재미있는 정치 이야기를 따라가 보자.

구매가격 : 11,800 원

나를 위한 감정메이트 다독도담

도서정보 : 김상윤 외 8명 | 2023-11-24 | PDF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코로나 언택트 시대,
상담도 그에 맞춰 변화해가야 되지 않을까요? 라는 물음에서 시작된 다독도담.

코로나(COVID-19)로 인한 우울증, 고독감과 같은 여러 정서적 문제 가 급증한 시점에서, 상담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점차 많아지기 시작 했습니다. 하지만 정서적으로 예민한 시기의 청소년들은 이러한 자신 의 어려움, 고민들을 누군가에게 털어놓기 어려워 했죠. 심지어, 사회적 거리두기 상황 속에서 상담을 받기란 더욱 어려웠습니다. 우리는 이러 한 청소년의 요구와 환경 변화에 맞추어, 청소년이 누군가와의 직접적 인 상호작용 없이 스스로 극복하면서 상담효과를 경험해 볼 수 있는 다 독도담을 만들어보기로 했답니다.

다독도담은 ‘따뜻이 어루만져 감싸고 달랜다’는 다독임과 ‘어린아이가 탈 없이 잘 놀며 자라는 모양’을 뜻하는 도담도담을 합친 우리만의 합 성어입니다. 또한, 다독은 ‘많이 읽음’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기도 하지 요. 다독도담은 혼자 써 내려가는 감정 일기로, 나의 글과 감정을 읽고 스스로를 다독이는 상담 기법을 통해 청소년의 건강한 성장을 돕고자 하는 의미를 담고 있답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많은 감정을 느끼고 경험합니다. 이러한 감정이 어떤 것이고, 어디서부터 나왔는지를 알아차리는 것은 나 자신을 이해 하고 내가 바라는 나의 마음을 알아가기 위해 필요하지요. 내가 느낀 감정을 제대로 자각하지 못할 때 우리는 답답함, 알 수 없는 짜증, 심하면 우울함까지 느끼게 된답니다. 이는 결국 우리 마음속에 부정적인 감 정의 골과 정서적인 스트레스를 쌓아두게 만들어요. 그렇기 때문에 우 리가 성장하면서 감정을 자각하고 다루며 조절하는 것은 굉장히 중요하답니다. 다독도담은 이러한 감정과 마음에 영향을 주는 일상의 경험 을 다루고, 이를 올바르게 해소할 수 있도록 도와주려고 해요. 여러분 의 경험 속에서 느껴지는 감정과 마음을 발견하고, 있는 그대로 느끼게 해주고, 내 것으로 받아들이고, 긍정적으로 해소하도록 돕는 상담 기법 을 토대로 다독도담이 ‘감정 메이트’가 되어 두 달간의 여정을 시작하고자 합니다.

구매가격 : 7,000 원

지운, 지워지지 않는

도서정보 : 엘리자베스 파트리지 | 2023-11-22 | PDF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전쟁과 인권을 기록한 서로 다른 세 시선

2023 시버트상
2023 전미어린이도서관협회 주목할 만한 책
2023 볼로냐 라가치상 특별 부문
2023 화이트레이븐스 리스트 선정작

『지운, 지워지지 않는』은 제2차 세계대전 중 미국에서 일본계 미국인 12만 명 이상이 강제 수용되었던, 미국 역사에서 지워진 사건을 통해 전쟁과 인권, 기록의 의미를 생각해 보는 책이다. 세 사진작가의 기록 사진과 생생한 글, 아름다운 그림이 놀랍도록 절묘하게 결합된 이 책은 2023년 권위 있는 도서 상과 우수 도서 목록에 거듭 선정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세계 곳곳에서 전쟁이 벌어지고 한반도 역시 그 자장에서 벗어날 수 없는 요즘, 이런 비극적인 역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이 책의 간절한 메시지에 귀를 기울여야 하지 않을까?

제2차 세계대전 일본의 진주만 공격 이후 미국 정부는 서부 해안 지역에 살던 모든 일본계 미국인에게 강제 이주 명령을 내렸다. 이들이 ‘적의 얼굴’을 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유언비어와 혐오가 퍼졌고, 정부는 자국민 보호라는 명분으로 ‘행정명령’을 내린 것이었다. 일방적인 통보를 받은 일본계 미국인들은 이름 대신 번호표를 달고, 며칠 만에 정든 일터와 집을 뒤로한 채 철조망이 둘러쳐진 사막의 강제수용소로 가야 했다. 언제 돌아갈지 기약 없는 혹독한 수용소 생활이 3년 넘게 이어졌다.

『지운, 지워지지 않는』은 미국이 지우고 싶어 한 이 역사를 강렬하게 되살린다. 저자 엘리자베스 파트리지는 사진작가 도로시아 랭이 맨재너 강제수용소에서 찍은 순진한 어린 손자와 슬프고 건조한 표정의 할아버지의 사진(55쪽)에서 영감을 받아 이 책을 쓰게 되었다. “당시의 사진들과 그림을 통해 그 시공간 속으로, 지금의 우리처럼 희망을 품고 숨 쉬고 살아갔을 그 사람들의 세계로 우리를 데려가서 그들이 경험한 일상을 들려”(「옮긴이의 말」) 줌으로써 “미국 정부는 왜 노인과 갓난아이를 가두었을까요? 그들이 국가 안보에 어떤 위협이 될까요?”라는 저자의 질문을 독자들의 마음에 메아리치게 한다. 이주 과정의 당혹감과 수용소 생활의 암담함, 그 속에서 삶을 꾸려 가는 사람들의 생명력을 생생하게 표현한 로런 타마키의 아름다운 그림은 기록 사진과 절묘하게 어우러져 깊은 감동을 준다.

『지운, 지워지지 않는』은 전쟁의 참담함을 환기할 뿐 아니라 차별과 인권, 소수자와 민주주의 등 지금 우리에게 절실한 문제를 곰곰이 생각하게 해 준다. 같은 곳, 같은 사람들을 촬영한 세 사진작가의 서로 다른 시선은 사료를 읽고 해석하는 눈을 일깨워 줄 것이다. 초등 고학년부터 어른까지 함께 읽고 이야기 나누기에 더없이 좋은 책이다.

구매가격 : 16,800 원

불신당하는 말

도서정보 : 데버라 터크하이머 | 2023-11-08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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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 사건에서 유무죄를 가리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피해자의 진술? 증인? 확실한 법의학 증거? 유능한 변호사나 검사? 문제는 신뢰성이다. 성폭력 사건은 피해자가 피해 사실을 고발하는 순간 신뢰성 재판으로 넘어간다. 피고인에 대한 무죄 추정 원칙을 넘어설 만큼 확실한 증거도 이 재판에선 종종 무의미하다. 이 재판에서 여성 피해자에게 주어지는 기본값은 불신이다.

젠더 폭력 사건 전담 검사였던 저자는 이 책에서 하비 와인스타인과 알 켈리 같은 유명인의 성폭력 사건을 비롯한 많은 실제 사례, 성폭력 생존자・변호사・검사・경찰・심리학자・사회학자・활동가 들과 나눈 인터뷰, 법을 근거로 삼아 성폭력 사건에서 신뢰성 판단을 왜곡하는 힘이 작동하는 방식과 그 원인, 권력의 역할을 분석하고 그 힘을 해체할 방법을 찾는다.

구매가격 : 12,870 원

광릉숲에서 찾는 미래

도서정보 : 김한정 | 2023-11-01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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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 시대, 인간에게 주어진 절대절명의 과제
도시와 자연이 함께하는 공존의 길을 찾아서

코로나19로 온 세계가 몸살을 앓았고 우리 한국도 예외가 아니었다. 코로나 팬데믹은 우리에게 많은 가르침을 주었다. 그중 하나가 자연을 함부로 대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모두 안전해질 때까지 나 혼자만 결코 안전할 수 없다는 점일 것이다. 빈번해지고 극심해지고 있는 기후재난은 지구시민의 각성과 행동을 촉구하고 있다.
이 책은 자동차만 다니던 광릉 숲길에 사람이 다니는 길을 열고 숲 지킴이 ‘광릉숲친구들’을 모아 숲길을 가꾸고 지키는 일을 해온 김한정 의원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자각하며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길을 모색하던 그는 광릉숲에서 깨달음을 얻었고 기후위기 시대의 새로운 정치를 펼쳐 나가고자 한다.
김한정 의원은 숲에 길을 내는 일은 단순히 숲 산책로를 내는 일만이 아니었음을 깨달았다. 그것은 사람 사이에 길을 내고 사람을 잇는 일이었으며 외면하고 있었던 자연과 화해하는 과정이었다. 그런 깨달음을 통해 김한정 의원은 이 땅에서 살아갈 우리 자손들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기후위기 시대에 왜 정치를 하고, 정치는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깊이 고민하게 되었다.
김한정 의원은 이제 광릉숲친구들과 새로운 정치를 시작하고자 한다. 이 책에는 그 각오도 담았다. 그는 이제 그동안 당연하게 생각해왔던 것, 불편하면서도 참아왔던 것들과 헤어질 결심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는 미래를 위한 가장 현명한 투자이며 우리 삶을 더욱더 행복하게 만드는 지름길이라는 것이다.
이 책의 마지막 부분에 저자는 생태학자 최재천 교수와 기후위기 시대 인류의 각성과 더불어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길에 대해 심층적인 대담을 나눈다. 최재천 교수는 광릉 숲이 섬이 되지 않도록 생태적 연결과 학장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한다면, 우리는 도시와 자연이 함께하는 공존의 길을 찾아낼 수 있을 거라고 말한다. 그것이 인류에게 주어진 절대절명의 과제임을 강조하면서, 자연과 공존하지 않으면 인류의 미래는 없음을 경고한다.
우리는 광릉숲에서 배운 교훈을 모범 사례로 삼아 탄소중립전환과 기후위기 극복으로 가는 방안을 실행할 수 있을 것이다. 광릉숲길에서 만난, 각성된 시민들이 우리 미래를 더욱더 평화롭고 풍요롭게 만들 것이다. 숲 사랑 속에서 형성된 연대, 배려의 정신이 광릉숲을 지키고, 그 정신과 실천이 확장되면 우리의 자연을 지켜나갈 수 있을 것이다.
김한정 의원은 광릉숲길을 함께 연 남양주 시민들이 자랑스럽다고 말한다. 광릉숲을 지키고 가꾸는 데 열성적으로 봉사하고 있는 광릉숲친구들에게 무한한 존경과 감사를 보낸다. 결국 세상은 깨어있는 시민이 바꾼다.

구매가격 : 14,400 원